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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채용 갑질’을 막을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무척 기대했는데….” 12일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만난 A건설업체 관계자는 말끝을 흐렸다. 이 업체는 지난달 31일 수도권의 초등학교 신축 공사를 포기했다. 원청업체와 하청계약을 맺은 공사였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다. 건설노조는 이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명 중 50명을 민노총 조합원으로 써달라며 매일 현장 출입구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현장에 개입하면 공사기일을 못 맞추기 일쑤”라며 “노조 요구를 받아주느니 차라리 공사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과 압력을 금지하는 개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시행된 지 16일로 한 달이다. 지난달 17일 개정 채용절차법이 시행될 때만 해도 건설업계에서는 자기 노조원을 채용하라는 노조의 ‘몽니’를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당시 “건설현장의 채용 강요 행위에 대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노조의 채용 강요 행위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정 채용절차법은 법을 위반해 채용에 관한 압력을 행사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런 채용 압력이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하거나, 근로자나 관계자의 현장 출입을 막는 등의 불법집회가 아닌 한 위법으로 판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조는 이 같은 법망의 ‘틈새’를 활용해 채용을 압박한다. ‘불법 외국인근로자 고용 규탄’ 명분으로 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장에서 이미 일하는 조합원들은 준법투쟁이라며 사실상 태업을 하기도 한다. 개정 채용절차법이 제몫을 못 하는 데에는 건설업계가 노조의 후환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점도 일조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9일까지 접수된 채용절차법 위반 신고 24건 중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와 관련된 것은 1건이다.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은 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적다. A업체 역시 건설노조를 신고하지 않았다. 광복절 전날인 14일에도 건설노조는 이 수도권 초등학교 신축 공사현장 앞에서 근로자들의 출입을 사실상 감시했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 불법 고용을 감시한다며 출입 근로자에게 신분증을 꺼내 보이라고 했다. 이들 눈치를 보는 공사업체는 제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비조합원 근로자들은 줄을 서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일터로 들어섰다. 건설노조가 진짜 근로자를 위한다면 비조합원 근로자를 사지로 내모는 채용 갑질을 그만해야 한다. 정부도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같은 행태에 더 엄중히 대처해야 개정 채용절차법의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1am@donga.com}
청년을 새로 채용한 중소기업이 정부의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받으려면 적어도 6개월은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당 최대 지원 인원도 90명에서 30명으로 줄어든다. 8일 고용노동부는 예산이 고갈돼 중단했던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신규 신청을 20일부터 다시 받는다고 밝혔다. 이 장려금은 기존 직원을 줄이지 않고 청년을 추가로 채용한 5인 이상 중소·중견 기업에 연 최대 900만 원씩 최장 3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재정이 확보돼 다시 지원하게 됐다. 고용부는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등록시켜 장려금을 받는 등 부정수급이 끊이지 않아 이번 신청부터는 지원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강화된 지원 요건에 따르면 청년을 추가 채용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고용한 뒤에야 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은 청년을 채용하고 첫 달 임금을 지급하면 신청할 수 있었다. 기업당 장려금 지원 인원도 최다 90명에서 30명으로 줄였다. 기업 규모별 지원 방식도 달라진다. 직원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은 두 번째 채용 청년부터, 100인 이상 기업은 세 번째 채용 청년부터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은 30인 미만 기업은 1명 이상, 30인 이상 100인 미만은 2명 이상, 100인 이상은 3명 이상 채용하면 채용 인원 모두를 지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청년 A 씨는 올 6월 정부로부터 받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 50만 원 전액을 스마트워치 구입에 썼다. A 씨는 정부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공부할 때 휴대전화를 자주 보지 않아 중요한 연락을 놓친다”며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스톱워치와 알람 용도로 애플워치를 사용하겠다”고 구입한 이유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A 씨 지출이 구직활동과 관련 있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6월 청년수당을 받아 한 번에 30만 원 이상 지출한 청년 5명 중 1명은 A 씨처럼 비싼 전자기기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고용부가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이 없다며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은 전체 1751건 가운데 11건(0.6%)에 불과했다. 청년수당 사용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3월 시행된 청년수당은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비 명목으로 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이다. 청년의 구직활동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유흥주점, 성인용품점 등 일부 제한 업종 외에는 어디든 쓸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시불로 30만 원 이상 지출한 건은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지원금 오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구직활동과 관련 없는 고액 지출이 확인되면 경고 조치가 내려지고 세 번 이상 반복되면 지원이 중단된다. 사용한 지원금을 환수하지는 않는다.○ 고액 지출 19%, 전자기기 구입 6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6월 사용내역(30만 원 이상)’ 1751건을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교육비(인터넷 강의 및 운전면허학원 수강료, 교재비 등)가 1228건(70.1%)으로 가장 많았다. 태블릿PC,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구입이 332건(19%)으로 뒤를 이었고 주거비(4.0%), 정장 등 취업활동 관련 제품 구입(3.1%), 미용·의료·스포츠센터 등록(2.9%) 순이었다. 청년수당으로 전자기기를 구입한 청년들은 대부분 사유서에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직무와 관련된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고 고용부는 구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청년수당 지출과 구직활동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얘기가 많다. B 씨는 중국어 학원비로 6월 수당 중 31만5000원을 썼다. 지원하려는 회사가 중국어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청년은 당초 정부에 제출한 구직활동 계획대로 청년수당을 쓰지 않았다며 고용부 경고를 받았다. 고용부가 구직활동과 관련 없다고 판단한 11건 중 7건은 B 씨처럼 학원비나 인터넷 강의 수강료로 청년수당을 쓴 경우다. 교육 목적으로 청년수당을 썼더라도 구직활동 계획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고 고용부는 설명한다.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냈다면 시험 과목에 없는 토익 학원을 다녀선 안 된다는 얘기다.○ ‘들쭉날쭉’ 승인 기준 청년수당으로 휴대전화 요금 37만2000원을 납부한 C 씨는 구직활동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반면 34만2000원을 휴대전화 통신비로 쓴 뒤 “식비와 생필품 비용을 휴대전화 소액 결제로 처리했다”고 소명한 D 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승인을 받았다. 컴퓨터 포토샵 작업을 주로 한다는 E 씨는 저가 키보드를 사용하면 손목이 아프고 고장이 잘 난다는 이유로 34만 원짜리 키보드를 샀다. “이왕 나라에서 주는 돈, 오래 쓸 고가 키보드를 구매했다”고 사유서에 적은 E 씨 역시 승인이 떨어졌다. 영어강사로서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한다며 시력교정수술(60만 원)을 받거나 면접에서 콤플렉스를 느낀다며 앞니를 교정하는 데 49만9000원을 써도 고용부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시력이 나빠 눈을 찌푸리게 된다며 42만 원짜리 안경을 사거나 문신 제거에 30만 원을 쓴 사례 역시 승인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이 구직활동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 구직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면 다양한 구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정책인 청년수당이 현금성 복지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기준의 모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6일 기본 요건(만 18∼34세, 졸업·중퇴 후 2년 이내, 중위소득 120% 이하 미취업자)만 충족되면 청년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라도 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이란 소명하기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며 “지원금이 취지에 맞게 쓰이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1am@donga.com·유성열 기자고재민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청년 A 씨는 올 6월 정부로부터 받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 50만 원 전액을 스마트워치 구입에 썼다. A 씨는 정부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공부할 때 휴대전화를 자주 보지 않아 중요한 연락을 놓친다”며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스톱워치와 알람 용도로 애플워치를 사용하겠다”고 구입한 이유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A 씨 지출이 구직활동과 관련 있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6월 청년수당을 받아 한 번에 30만 원 이상 지출한 청년 5명 중 1명은 A 씨처럼 비싼 전자기기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고용부가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이 없다며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은 전체 1751건 가운데 11건(0.6%)에 불과했다. 청년수당 사용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3월 시행된 청년수당은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비 명목으로 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이다. 청년의 구직활동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유흥주점, 성인용품점 등 일부 제한 업종 외에는 어디든 쓸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시불로 30만 원 이상 지출한 건은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지원금 오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구직활동과 관련 없는 고액 지출이 확인되면 경고 조치가 내려지고 세 번 이상 반복되면 지원이 중단된다. 사용한 지원금을 환수하지는 않는다.● 고액 지출 19%, 전자기기 구입 6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6월 사용내역(30만 원 이상)’ 1751건을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교육비(인터넷강의 및 운전면허학원 수강료, 교재비 등)가 1228건(70.1%)으로 가장 많았다. 태블릿PC,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구입이 332건(19%)으로 뒤를 이었고 주거비(4.1%), 정장 등 취업활동 관련 제품 구입(3.1%), 미용·의료·스포츠센터 등록(2.9%) 순이었다. 청년수당으로 전자기기를 구입한 청년들은 대부분 사유서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직무와 관련된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고 고용부는 구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청년수당 지출과 구직활동의 연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얘기가 많다. B 씨는 중국어학원비로 6월 수당 중 31만5000원을 썼다. 지원하려는 회사가 중국어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청년은 당초 정부에 제출한 구직활동계획대로 청년수당을 쓰지 않았다며 고용부 경고를 받았다. 고용부가 구직활동과 관련 없다고 판단한 11건 중 7건은 B 씨처럼 학원비나 인터넷강의 수강료로 청년수당을 쓴 경우다. 교육 목적으로 청년수당을 썼더라도 구직활동계획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고 고용부는 설명한다.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냈다면 시험 과목에 없는 토익 학원을 다녀선 안 된다는 얘기다.● ‘들쭉날쭉’ 승인 기준 청년수당으로 휴대전화요금 37만2000원을 납부한 C 씨는 구직활동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반면 34만2000원을 휴대전화 통신비로 쓴 뒤 “식비와 생필품 비용을 휴대전화 소액 결제로 처리했다”고 소명한 D 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승인을 받았다. 컴퓨터 포토샵 작업을 주로 한다는 E 씨는 손목이 아프고 고장이 잘 난다는 이유로 34만 원짜리 키보드를 샀다. “이왕 나라에서 주는 돈, 오래 쓸 고가 키보드를 구매했다”고 사유서에 적은 E 씨 역시 승인이 떨어졌다. 영어강사로서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한다며 시력교정수술(60만 원)을 받거나 면접에서 콤플렉스를 느낀다며 앞니를 교정하는 데 49만9000원을 써도 고용부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시력이 나빠 눈을 찌푸리게 된다며 42만 원짜리 안경을 사거나 문신 제거에 30만 원을 쓴 사례 역시 승인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이 구직활동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 구직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면 다양한 구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정책인 청년수당이 현금성 복지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기준의 모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달부터 기본 요건(만 18~34세, 졸업·중퇴 후 2년 이내, 중위소득 120% 이하 미취업자)만 충족되면 청년수당을 지급하게 돼 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이란 소명하기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며 “지원금이 취지에 맞게 쓰이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고재민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노조가 국토교통부의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성 강화 방안에 반발하며 1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노총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5일 “국토부는 스스로 대책을 폐기하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며 “12일 오전 7시부로 다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관계자도 이날 “12일 민노총과 함께 공동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2일 총파업이 이뤄지면 2개월 만에 다시 전국의 건설 현장이 멈추게 된다. 두 노조는 국토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소형 타워크레인의 규격 제한 등 안전성 강화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노사민정 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이 아닌데도 이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토부가 발표한 방안대로면 타워크레인 작업 중 안전사고가 계속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양 노총의 타워크레인노조는 6월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노사 및 시민단체와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해 소형 타워크레인 개선방안을 논의해왔다. 국토부는 다음 주 노사민정 협의체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일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산업계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 수출규제 대상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서 화학·기계·자동차부품·비(卑) 금속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된 데다 일본 정부가 어떤 품목을 정밀타격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재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국내 대기업 1차 부품협력사 관계자는 2일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일본 정부가 앞으로 누구에게, 언제 칼을 휘두를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무작정 ‘탈일본’을 추진할 수도 없고, 소재 국산화는 수년이 걸릴 일이니 우리 같은 중소·중견기업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제외시킨 화이트리스트는 우방국가에 전략물자 1100여 개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제도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이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디에 쓸지, 완성품은 누구에게 팔 지를 요구하면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온갖 이유를 들면서 얼마든지 허가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4일 한국 수출 주력 제품인 ‘반도체’를 겨냥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아직까지 수입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어디로 향하나” 재계 덮친 긴장감 한국에게 일본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입대상국이다. 지난해 총 546억 달러(65조4600억 원)어치를 수입해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품목은 48개, 50% 이상인 품목은 25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 기계 및 부품,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등 일본 정부가 손에 들고 있는 수출 규제의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다. ‘제 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리튬이온배터리 소재도 그 중 하나다.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의 경우 LG화학, 삼성SDI 등은 각각 일본 도레이, 아사히카세이로부터 상당량을 공급받고 있다. 또 전지 소재를 감싸주는 파우치 필름의 경우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소재인 섀도마스크를 일본 DNP 등으로부터 거의 전량 수입 중이라 소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자동차 공장에서 쓰는 정밀 기계나 공작 기계 등은 일본 부품에 의존하는 것이 상당수다. 만약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 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부품의 소재에 대한 규제가 완성차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로 1, 2차 협력사들이 영향권이라 대체품을 함께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긴장감은 더욱 높은 상태다. 자동화 설비를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비해 지난달부터 일본에서 직수입하던 계측기 부품을 일본 거래처의 중국 지사로 거쳐 우회수입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기계 설비류는 부품이 하나만 없어도 완제품을 못 만드는데 일본이 우회 수입마저 막을까 걱정된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해외 곳곳에 지사가 있는 게 아니라서 대체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매우 벅차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 근간으로 확전” 이날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깊은 우려를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장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1차 수출규제로 반도체를 정밀 타격했다면 이번 2차 규제를 통해 한국 제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보고 있다. 타격이 예상되는 기계류의 경우 국내 제조현장에 중요 설비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비롯해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장기화된다면 경제 성장률 하향 및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오른다. 지급기간은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어난다. 또 내년부터 근로자가 가족 돌봄 등을 위해 회사에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1인당 평균 127일 동안 748만 원을 받는 실업급여는 10월부터 151일 동안 930만 원을 지급하도록 보장성이 강화된다. 대신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의 보험료율도 인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시행령을 고쳐 현재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보험료율 1.3%를 1.6%로 인상할 예정이다. 평균적으로 근로자 1인당 연간 4만1000원, 사업주는 42만8000원을 추가 부담한다.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는 1300만 명을 돌파했다. 고용참사 여파로 실업급여 수급자도 최대치(131만5000명)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늘어난 걸 국민 부담으로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부터 근로자가 회사에 가족 돌봄, 은퇴 준비, 학업 등의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다. 단축 후 주당 근로시간은 15시간 이상 30시간 이내여야 한다. 회사는 대체인력이 없거나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생기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제에 이어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일 제주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다음 주 중반까지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진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등 수도권에는 폭염주의보를, 충북 일부 지역에는 폭염경보를 발령한다고 1일 예보했다. 폭염특보가 이미 내려진 동해안과 남부지방을 비롯해 전국이 폭염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온난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공기를 데우는 데다 구름이 적어 일사량이 많아지면서 기온이 점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태백산맥을 넘으며 뜨거워진 동풍이 불면서 동해안보다 수도권과 충청을 비롯한 중부지방과 전남북 등을 더 달굴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이날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 3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각각 33도, 34도를 보이지만 35도를 넘나들던 강원 속초의 낮 최고기온은 30도로 내려간다. 남부지역은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 이어진다. 폭염은 다음 주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5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치솟는다. 열대야는 물론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할 우려가 커지면서 고용노동부는 1일 옥외작업 중지 권고 기준을 현행 38도에서 35도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건설현장 등의 야외작업은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중단 권고가 내려진다. 35도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을 섭취하라는 것이다. 다만 권고여서 강제성은 없다.강은지 kej09@donga.com·송혜미 기자}

정부가 31일 유연근로제의 일종인 재량간주시간근로제(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제3국의 소재를 실험하거나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모색하며 연구개발(R&D)을 하려는 기업은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으로 재량근로제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떤 직무가 재량근로제 대상인지 등 관련 규정이 구체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고용노동부는 그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에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과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을 포함했다.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재량근로제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Q. 재량근로제란…. A.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직무의 근로자가 노동시간을 재량껏 결정하는 제도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 내에서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 근무로 간주한다. 대상 업무가 신상품 신기술의 R&D, 신문·출판의 편집·취재, 의류나 장식 디자인,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제작 등 12개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추가됐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에 적용되나. A. 실물 제품의 연구개발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게임같이 무형 상품의 R&D 업무도 대상에 포함된다. 정보처리 시스템을 분석, 설계, 구현, 시험하는 프로그래머도 해당한다.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디자인 업무도 대상이다. 세트 디자인이나 상품 디스플레이도 포함한다. Q. 기성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 제작에도 재량근로제가 적용되나. A. 아니다. 근로자의 재량권이 없는 단순 업무라면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프로그래머는 대상이 아니다. 출판사 교정 업무, 방송사 기술인력 등도 마찬가지다. Q. 기업은 재량근로를 하는 근로자에게 업무지시를 못 하나. A. 재량근로제는 근로자에게 일을 완전히 맡기는 제도가 아니다. 근로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지휘, 감독이 아니라면 지시할 수 있다. 업무의 기본적 목표, 내용, 근무지에 대한 지시뿐만 아니라 진행 상황 확인을 위한 업무보고, 회의나 출장 지시도 가능하다. 일주일마다 업무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근무시간대를 설정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보고 주기를 지나치게 짧게 하거나 기간보다 과도한 업무 부여 행위, 근무시간대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는 행위는 근로자 재량을 침해할 소지가 높아 금지된다. Q. 신상품 개발팀 구성원 전부가 재량근로 대상인가. A. 재량근로제 대상인지는 개별 근로자의 재량 부여 여부로 판단한다. 팀 차원에서 재량껏 일한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일할지를 팀원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지시에 따라 일한다면 재량근로제 적용이 어렵다고 고용부는 설명한다. Q. 제품에 중대 결함이 생겼을 때 연구개발자를 급히 불러 회의할 수 있나. A. 가능하다. 회의 참석, 출장 지시는 근로자의 시간 배분을 침해할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알려야 하지만 리콜 사태처럼 신속한 기술적 분석, 개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다. Q. 출퇴근 시간 등록이나 업무일지 작성도 지시할 수 있나. A. 언제 출퇴근하라고 간섭하지는 않되 장시간 노동을 예방하는 등 업무관리 목적이라면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게 할 수 있다. 업무일지는 업무수행 과정을 기록·보존하기 위한 것이어서 근로자의 재량성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Q. 재량근로제 아래에서 연구 업무가 과중해 휴일에도 근무했는데 수당을 받을 수 있나. A. 가능하다. 노사가 서면 합의한 간주근로시간(법정 근로시간 52시간 이내)을 초과해 일한 시간은 가산수당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의 지시나 승인을 얻어 야간, 휴일에 일하면 가산수당을 줘야 한다. Q. 일본의 수출 규제로 주 52시간 초과가 불가피한 경우 재량근로제밖에 방법이 없나. A.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한 3개 품목의 R&D 업무에 대해선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으면 시간 제한 없는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3개월까지 허용하며 필요 시 재신청해 연장할 수 있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 기자}

고용노동부가 30일 공개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법 개정안은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사관계는 일대 변혁을 맞게 된다. 10.7%(2017년 기준)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 상승은 물론이고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사용자 방어권은 사실상 그대로여서 노사관계가 균형추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대되는 노조 권력 현행법상 해고자와 실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불법파업으로 해고돼 자격을 잃은 조합원도 별다른 제약 없이 노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해고자와 실직자란 이유로 외부 단체 활동가가 개별 기업의 노조원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활동이 정치투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해고자와 실직자가 노조 임원이 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다. 가장 큰 혜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는 규약을 개정하라”는 정부의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아 2013년 법외노조가 됐다. 정부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교조는 해직자를 내보내지 않고도 합법화될 수 있다. 현재 노조 가입이 금지된 5급 이상 공무원, 소방공무원, 대학 교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5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지휘, 감독 업무를 맡고 있거나 총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계속 노조 가입이 금지된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파업 등)도 지금처럼 제한된다. 공무원의 파업을 허용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 투쟁’도 가능 정부안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현행법 규정도 없앴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노조 전임자에게 원칙적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없고 타임오프(실제 일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을 주는 제도)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줄 수 있다.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이 없어지는 대신 타임오프 제도는 유지된다. 전임자 급여는 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위해 쟁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안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사용자가 모든 노조와 성실히 교섭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정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한 노조만 특혜를 주며 다른 노조를 무력화하는 ‘노조 파괴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다.○ 정부 “비준 않으면 EU도 무역 제재 가능성” 정부안은 경영계의 요구도 일부 수용했다. 현재 2년인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최장 3년으로 연장된다. 사업장 내 주요 생산시설과 업무시설을 노조가 점거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노사 단체협상의 소모전을 줄이고 공장 점거 같은 과도한 쟁의행위는 제한한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은 정부안에서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경영계가 방어권으로 요구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은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에 단결할 자유를 주면 경영계의 방어권도 그에 맞게 개선해야 노사관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도 한국에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0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EU가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이 FTA의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비준을 미루더라도 EU가 제재에 나설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 기자}

“대학 졸업장도, 8년 직장 경력도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니 쓸모없더라고요….” 16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서모 씨(37)는 게시판에 걸린 구인공고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4년 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서 씨는 올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좌절의 연속이었다. 신입 공채는 나이 제한이 있었고 경력을 살리자니 회사에선 공백 기간을 곱지 않게 봤다. 서 씨처럼 결혼과 임신 및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대부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눈높이가 높은 고학력 경단녀일수록 더욱 그렇다. 고학력 경단녀는 많은 경우 단순 노무직보다는 직업훈련을 받아 유망 직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훈련 국책대학인 한국폴리텍대(폴리텍대)는 고학력 경단녀의 직업 능력 개발을 위해 3∼6개월 단위의 여성 재취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학력 경단녀 위한 여성 재취업 과정 18일 인천 부평구 폴리텍대 인천캠퍼스에서는 3차원(3D) 프린팅 전문가 양성 과정이 진행 중이었다. 3D 프린터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다. 수료를 일주일 앞둔 이날은 장난감 탱크를 만드는 실습을 했다. 수강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장난감 탱크의 3차원 도면을 제작했다. 도면을 완성한 수강생은 3D 프린터로 탱크가 출력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 과정 수강생 14명 중 9명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이다. 수강생 권모 씨(50)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권 씨는 “결혼과 육아로 10년의 공백이 생겨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3D 프린팅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출력된 장난감 탱크를 살펴보며 강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폴리텍대는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48개 과정을 올해 전국 26개 캠퍼스에 개설했다. 3D 프린팅을 비롯해 화장품 상품기획·개발, 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 강사 양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등 유망 직종 관련 과정이 적지 않다. 나이나 경력 유무와 관계없이 여성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지만 주로 경단녀가 많이 몰린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다른 직업훈련 과정에 비해 교육 기간이 길고 수업 내용이 알차다며 만족해했다. 폴리텍대 인천캠퍼스에서 3D 프린팅 과정을 수료한 임혜진 씨(40)는 현재 중학교 방과후수업 교사로 학생들에게 3D 프린팅과 모델링을 가르친다. 임 씨 역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휴대전화 제조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다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 임 씨는 “경기 안양에서 인천까지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며 “여성 재취업 과정에서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워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며 웃었다. 임 씨처럼 여성 재취업 과정 수료 후 재취업에 성공하는 수강생이 늘고 있다. 평균 취업률은 2016년 55.3%에서 지난해 59.0%로 높아졌다. 지난해는 항공생산실무 과정(85.7%), 호텔객실관리사 과정(77.8%), 3D프린팅교육 과정(70.6%), 적성상담전문가 과정(75.0%) 등이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경단녀 직업훈련은 여전히 부족 폴리텍대 여성 재취업 과정이 고학력 경단녀의 직업훈련 수요를 충족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이 과정의 전체 수강생은 950명이다. 처음 개설된 2014년 581명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54세 이하 기혼 경단녀가 184만7000명인 것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반면 경단녀의 재취업은 201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지난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단녀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줄어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언제 처리될지 불투명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폴리텍대 여성 재취업 과정 수강생을 1500명으로 확대하는 사업 예산도 편성돼 있다. 다만 여성 재취업 과정의 심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있다. 수료생 김모 씨는 “좀 더 깊이 있게 배우려는 수강생들에게는 마땅한 과정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폴리텍대가 공공기관인 만큼 대표적인 취업취약계층인 경단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인천=송혜미 기자 1am@donga.com·고재민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가 20일 남해안에 상륙한다. 7월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건 2012년 ‘카눈’ 이후 7년 만이다. 제주와 영호남에 돌풍과 함께 최대 700㎜의 ‘물폭탄’이 예보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다나스는 제주 서귀포 남서쪽 약 430㎞ 해상에서 시속 22㎞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의 반경은 약 250㎞, 강풍은 최대 초속 24m로 작고 약한 태풍이다. 하지만 더운 바다 위를 지나며 수증기를 잔뜩 흡수한 데다 장마전선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다나스는 20일 오전 9시 전남 진도 일대를 통해 상륙한 뒤 같은 날 오후 경북 포항 근처를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륙에 진입한 뒤 바람의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영호남은 물론 충청, 강원지방에도 많은 비가 예상된다. 이미 제주와 부산 등지에는 19일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항공기 운항 차질이 이어졌다. 2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에 최대 700㎜,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에 최대 500㎜ 이상이다. 전라와 경상은 50~150㎜,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등에는 10~70㎜다. 기상청은 “20일까지 대부분 해상에서 5m 이상, 제주와 남해안에는 최고 9m이상의 물결이 칠 것으로 보여 안전사고와 해수 범람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 3명이 15일 사퇴했다.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위원이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590원)이 올해보다 2.9% 인상 결정된 것에 반발했다. 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에 물가인상률을 더한 임금 동결 수준인 3.6%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의 삭감안”이라고 주장했다. 최임위 민노총 추천위원 4명 중 또 다른 추천위원인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내부 논의를 통해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하지 않았다. 최임위 공익위원인 임승순 상임위원은 “표결은 노·사·공익위원이 협의해 결정했다.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계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인상 금액으로 보면 과거보다 낮은 금액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약 700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반대한다며 1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 장관은 “총파업이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가중시키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8590원)의 2.9% 인상을 의결하기까지 노사가 번갈아 회의를 불참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올해도 심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최임위가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아서다. 올해 초 최임위는 전원회의를 국회처럼 생중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노사 모두 부정적이었다. 게다가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류장수 전 최저임금위원장 등 공익위원이 일괄 사퇴하고 5월 최임위 진용이 새롭게 꾸려지며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최임위 회의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노사 모두 발언 공개에 큰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심의 과정상 발언을 하나씩 문제 삼을 경우 협상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논리다. 현재 최임위는 2015년부터 전원회의 직후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마저도 익명으로 주요 발언만 요약한다.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개별 위원의 발언이 나온 속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향후 최임위가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깜깜이 심의로 결정된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상률 2.9%에 대한) 근거라곤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깜깜이 임금”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언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위원들의 막무가내식 주장과 주먹구구식 인상률 결정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시급 9570원과 8185원을 1차 수정안으로 각각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보다 14.6% 인상한 금액을, 경영계는 2% 삭감한 금액을 내놓은 것이다. 최임위는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 양측의 1차 수정안을 접수했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인 1만 원에서 430원 내린 금액을, 사용자위원은 최초 제시안인 8000원에서 185원 올린 금액을 수정안으로 내놓았다. 이날 회의는 전날 회의에 불참했던 근로자위원이 하루 만에 복귀하면서 정상화됐다. 노사 양측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최종 담판에 들어갔다. 노사 간 금액 차가 더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중재 구간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한다. 중재 구간에서도 합의되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제시한 금액을 두고 위원 27명 전원 표결로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양측이 제시한 금액 차(1385원)가 큰 상황이어서 11일 열릴 회의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최저임금 차등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결의하고, 전국에서 순차적으로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세종=송혜미 1am@donga.com·이새샘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이 사용자위원들이 낸 최저임금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며 9일 10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최근 2회 연속 회의에 불참했던 사용자위원의 복귀로 정상화했던 최임위가 다시 파행을 맞은 것이다. 앞서 사용자위원은 3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시급 8350원)보다 4.2%(350원) 깎은 8000원을 제시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19.8% 인상한 시급 1만 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놨다. 근로자위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 수준의 수정안을 우선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로자위원의 불참은 사용자위원의 최저임금 인하안에 대한 반발과 향후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 싸움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9일 “경제가 국가부도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닌데 (최저임금 인상률을)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사용자위원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집하는 한 합리적 대화와 결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최임위는 이날부터 사흘 연속 집중 심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파행을 맞으면서 최종 의결 시한인 15일까지 노사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최저임금은 8월 5일에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이보다 20일 이전에 반드시 의결을 마쳐야 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11일까지 논의를 종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지만 노동계가 불참하면서 11일 논의 종결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만 나왔을 뿐 아직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아서다. 공익위원인 임승순 상임위원은 “노사 의견 접점이 필요하다”며 “15일까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노사가 함께 의결하기보다 불만이 있는 어느 한쪽이 불참한 채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사용자위원 전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위원이 의결에 불참했고 2016년에는 근로자위원이 불참했다. 올해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정부 여당에 반발하는 노동계가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여론 동향을 지켜보면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물밑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대립할 경우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최저임금액 인상안으로 의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이다. 한 공익위원은 “국민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임위를 번갈아 파행으로 만든 노사 양측은 장외에서 여론전을 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영단체 3곳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최저임금은 많은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영업이익 하락, 고용 축소,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하며 소상공인과 기업의 고통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하향 조정은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합리적 처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사흘간 투쟁에 나서는 민노총 재벌규탄 순회투쟁단은 이날 경총 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삭감안은 최저임금의 존재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세종=송혜미 1am@donga.com / 박은서·조윤경 기자}

근로자와 사업주가 내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이 현행 제도대로 유지될 경우 2024년엔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업난 탓에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난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한액도 올라가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실이 8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고용보험기금 임금근로자 실업급여 계정 기준선 전망 및 재정 전망(2019∼2040년)’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중 실업급여 계정은 올해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작년 말 기준으로 5조5201억 원인 적립금이 2024년엔 모두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 4조2000억 원에서 2023년 말 1000억 원으로 뚝 떨어진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하는 실업급여는 피보험자(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65%씩 급여의 1.3%를 내는 고용보험료로 충당된다.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구직자에게 주는 실업급여, 육아휴직·출산휴가 급여가 이 재원에서 나온다. 고용보험은 그해 걷은 보험료로 지출을 하는 단기성 보험이다. 즉, 실업급여 계정이 바닥난다는 것은 수입보다 갑작스럽게 지출 항목이 많아져 수지가 불균형해진다는 의미다. 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증가 추세에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6816억 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20.8%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수급 대상이 늘어난 데다, 올해부터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인상한 영향 때문이다. 정부는 실업급여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현행 1.3%인 고용보험료율을 1.6%로 인상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근로자와 사업주가 내는 고용보험료 수준도 올라간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 수준은 평균 임금 50%에서 60%로 오르고, 지급 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30일 늘어난다.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면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있지만 향후 22년간 73조7000억 원이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고용과 직접 연결되는 사업에 고용보험기금을 사용하도록 운영방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원이 한정된 만큼 육아지원 사업보다는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취지에 더 부합하는 정책에 기금이 쓰이도록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 정부에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거듭 압박하는 것이다. 4일 고용노동부는 “EU가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에 따라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패널 소집은 정부 간 협의에 이어지는 통상 분쟁 해결 절차의 두 번째 단계다. 2개월 안에 양측이 선정한 전문가 3인으로 패널을 구성해 90일간 당사국 정부, 관련 국제기구, 시민사회 자문단 등의 의견을 듣고 권고나 조언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 정부는 올 5월 ILO 협약 4개 중 87호와 98호(결사의 자유) 및 29호(강제노동 금지) 등 3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협약이 비준되면 △해고자와 실직자 △5급 이상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EU는 우리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패널의 권고는 양측 정부 간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점검해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 노동계는 분쟁 절차에 돌입하면 한국이 통상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내용은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무역제재 같은 통상 압박을 할 수 없어 기업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17일부터 회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부모님 직업같이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물어보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채용 관련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다가 적발돼도 30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채용절차법 시행령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채용 관련 구체적인 과태료 부과 기준을 마련한 이번 시행령은 17일 시행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회사가 구직자에게 키와 몸무게, 출신 지역, 혼인 여부, 가족의 직업과 재산같이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300만 원을 내야 한다. 두 번째 어기면 400만 원, 세 번 이상 어기면 500만 원이 각각 부과된다. 해당 구직자가 지방노동청에 신고하면 조사를 거쳐 과태료를 매긴다. 또 누군가를 채용할 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금품 또는 향응 등을 주고받으면 첫 번째 적발됐을 때는 1500만 원, 두 번 이상일 경우는 3000만 원의 과태료가 해당 인사에게 부과된다. 시행령은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 3월 하순 아르헨티나 가브리엘라 미체티 부통령이 한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얻어 휠체어에 몸을 의탁하지만 2015년 부통령에 당선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체티 부통령은 같은 달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1990년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공단은 장애인 고용정책을 총괄 집행한다. 미체티 부통령은 조 이사장을 만나자마자 장애인 의무고용제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2003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가 비공식 방문 형식을 취한 이유도 시간을 빼앗기는 공식 의전과 절차를 최소화하는 대신 짧은 방한 기간에 한국 장애인 고용정책의 핵심을 알아가겠다는 뜻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시행된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직원 50명 이상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이 전체 직원 가운데 일정 비율(각각 3.4%, 3.1%) 이상은 장애인을 고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게 하는 제도다. 2008년부터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제도를 시행했다. 직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면 모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정부는 표준사업장 한 곳당 최대 1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장애인 고용정책이라는 것이 사실상 전무했다”며 “장애인 고용의무제가 바로 장애인 고용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독일(1919년), 영국(1944년), 일본(1960년)을 비롯한 선진국보다는 시행이 한참 늦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행 30년이 머지않은 현재 장애인 고용률은 1991년 0.43%에서 지난해 2.85%를 나타내 6.6배로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17년 기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장애인 고용률은 4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7.6%보다 높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호주,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도 잇달아 한국을 찾아 장애인 고용정책을 벤치마킹해가고 있다. 조 이사장은 미체티 부통령 초청으로 지난달 6∼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정상회의에서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을 위한 한국의 장애인 고용정책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정부와 공단은 이런 성과가 장애인 고용의무제만으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기업 가치를 사회공헌, 사회적 가치에 두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고용의무제 못지않은 원동력이라고 평가한다. 조 이사장은 “사회적 가치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장애인 고용은 정부와 기업이 2인 3각으로 같이 가야 개선된다고 미체티 부통령에게도 조언했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