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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이 압승을 거둬 앙겔라 메르켈 총리(59)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옛 동독 출신으로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에 올랐던 메르켈 총리는 201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면 유럽에서 최장수 여성 총리(12년 재임)가 된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여성 최고위 지도자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1년 재임)다. 독일 집권 여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연정 파트너인 친(親)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 득표율 4.8%에 그쳐 원내 의석 배정 기준인 5%에 미달했다. 과반 확보에 실패한 현재의 보수 연정은 해체되고, 메르켈 총리는 사회민주당(SPD)을 포함한 야당과 대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개표 예비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기사당 연합은 41.5%를 얻어 311석의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 실시된 총선 이후 집권당이 확보한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이번에 기민-기사당이 얻은 의석은 전체 630석 중 과반인 316석에서 5석이 부족했다. 야당인 사민당의 득표율은 25.7%, 좌파당은 8.6%, 녹색당은 8.4%로 집계돼 각각 192석, 64석, 63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총선 막판 변수였던 반(反)유로화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4.7% 득표로 의석 배정 기준을 넘지 못했다. 이날 총선 투표율은 73%로 4년 전 총선(70.8%) 때보다 2%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4년을 독일을 위한 성공적인 기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뛰어넘는 유럽 최고 여성 지도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달 9일 노르웨이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의 에르나 솔베르그 대표도 다음 달 노르웨이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메르켈’로 불리는 솔베르그 대표는 자신이 이끌던 보수 야당을 집권당으로 올려놓았다. 유럽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득세는 1980년대 초 이후 30여 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1979년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오른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럽 최초의 여성 수반이었다. 노르웨이의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총리도 1981년부터 10년간 총리를 지냈다. 영국의 가디언은 식료품점 딸(대처)과 목사의 딸(메르켈)로 태어난 두 여성이 이공계 과학도 출신이라는 점, 우파 여성 정치인으로 남성 중심의 정계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보도했다.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했던 대처 전 총리와 달리 메르켈 총리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처 전 총리는 유럽 통합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 왔다.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도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핀란드를 이끌었던 여성 지도자다. 덴마크에서도 2011년 9월 총선에서 헬레 토르닝슈미트 총리가 좌파연정의 승리를 이끌며 덴마크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유럽연합(EU)에서 능숙한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안방인 독일에서도 경제 안정과 복지정책을 선도했기 때문이다. 이번 독일 총선은 유럽 최악의 재정위기 속에서 실시됐다.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재정 분담 비율이 가장 높았던 나라가 독일이다. 그렇지만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인 6.8%를 기록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전부터 “독일 경제와 유럽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첫 집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60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으로 독일 경제를 살려내 강한 신뢰감을 얻었다. 두 번째로 집권했던 2010년에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닥쳤다. 메르켈은 그리스 스페인 등에 긴축재정을 압박할 때 너무 단호한 태도를 보여 ‘나치’에 비유되기도 했다. 남유럽 재정 부실 국가의 분담액 증액 요구에 맞서 독일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은 것이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에른 주 파사우대의 하인리히 오베르로이터 교수(정치학)는 “메르켈의 성공은 유럽의 위기 속에서 총리가 독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력하게 심어준 데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의 별명은 ‘엄마’의 애칭인 ‘무티(mutti)’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하고 침착하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리더십을 뜻한다. 메르켈은 이번 총선에서 ‘원전 폐기’ ‘어머니연금제’ 같은 야당이 추진할 법한 정책들을 재빠르게 수용해 이슈를 선점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일본 원전 사고 직후 28%까지 치솟았던 녹색당의 지지율이 총선에서 8%대로 추락한 것은 정부의 원전 폐기 결정으로 녹색당의 존재감이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메르켈은 명실상부한 유럽 ‘여제(女帝)’의 자리에 올랐다. 전후 독일 총리 중 3선에 성공한 사람은 콘라트 아데나워,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메르켈 등 3명뿐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번 총선의 압승으로 메르켈은 단순한 독일의 지도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메르켈은 총선 기간에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유로존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EU의 주요 현안 논의가 독일 총선 기간에 ‘올 스톱’될 정도였다. 유럽 각국의 국민들은 유럽 제1의 경제대국 독일의 총선 결과를 마치 자국의 총선처럼 목매고 기다렸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도 “유럽의 승리”라며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1949년 창당 이후 매번 ‘킹메이커’ 역할을 맡아 정부에 참여했던 집권연정 파트너 자민당(FDP)은 처음으로 5% 미만 득표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 등과 새로운 집권 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미 사민당 당수와 접촉했다”며 대연정 협상이 시작됐음을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하는 ‘은행동맹’을 완성해 유동성 위기를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독일의 재정 부담이 큰 유로본드, 부채상환기금 창설 등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은 유로화 지역의 부채 해소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등 ‘친(親)유럽통합’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23일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한 것은 독일이 총선 후 유로존 위기 탈출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긴축을 요구해왔던 보수 연정이 자민당의 추락으로 해체된 투표 결과를 보며 유럽인들은 독일이 적극적인 경기부양과 실업 해소 대책 마련에 나설 ‘대연정’ 구성에 대한 기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쟁취할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내년 9월 18일 투표에서 ‘예스’라고 말합시다!” (앨릭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21일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주도(州都)인 에든버러에서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내년 9월 18일로 예정된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1년 앞두고 벌인 시위였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단체인 ‘예스 스코틀랜드’는 이날 거리행진에 2만 명가량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8300명으로 추산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를 불며 “스코틀랜드의 재산을 스코틀랜드인에게로!” “웨스트민스터(영국) 정부는 이제 그만!” 등 구호를 외쳤다. 최근 유럽 각국이 분리독립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돈으로 가난한 지역 부양 그만” 11일에는 스페인에서 2014년 분리독립 투표를 주장하는 카탈루냐 주민 40만 명이 ‘인간사슬’ 시위를 벌였다. 2014년은 공교롭게도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리스의 죽음에 자극받아 벌인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뒀던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카탈루냐가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한 지 300주년이 되는 해다.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정당인 ‘신(新)플랑드르 연대’는 2014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완전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런 유럽의 분리독립 바람을 부채질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벨기에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지방은 자신들이 번 돈으로 가난한 지방을 부양하는 현실을 타개하려고 ‘분리독립’을 외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잉글랜드)보다 경제력에서는 뒤지는 상태. 하지만 200억 배럴(약 3조1780억 L) 상당의 북해유전을 독자 개발한다면 지금보다 더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유한 벨기에 플랑드르-伊북부도 가세 실제로 이들이 분리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 정부는 특히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은행권 붕괴로 위기에 처한 아이슬란드나 키프로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주요은행이 영국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두 은행의 지분을 각각 80%, 40% 보유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 시 북해유전의 소유권과 스코틀랜드를 모항으로 하는 트라이던트 핵 잠수함 부대의 처리문제를 두고 영국 정부와 커다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금융-軍운용 등 분리독립 ‘산 넘어 산’ 스페인 카탈루냐 주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1%에 이르는 420억 유로로 스페인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지역 최대 언론인 엘파이스는 “카탈루냐 주가 독립한다면 당장 지불정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도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롱지역 간의 격차가 심각해 ‘국가해체’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GDP의 87%에 이르는 공공부채를 해결할 방안이 없어 ‘분리’보다는 ‘공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분리주의 열풍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국내 책임은 피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혜택을 누리려는 ‘이기주의자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0년 유로존 부채위기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22일 독일 총선을 하루 앞두고 유럽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3선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최근 8년간 긴축으로 일관해왔던 독일 집권연정의 대(對)유럽 정책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독일 일간지 빌트가 여론조사기관인 INSA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당인 기민·기사당의 지지율은 38%,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지지율 6%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연정의 지지율 합계 44%는 사민당(28%) 좌파당(9%) 녹색당(8%) 등 3개 야당의 지지율 합계 45%보다 1%포인트 낮지만 이 구도대로라면 정권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포르자의 여론조사에서는 연립여당과 야권의 지지율이 45%의 박빙 승부로 예상됐다. 독일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역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실질적으로 유럽연합(EU)을 이끌고 있는 국가.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EU의 최대 현안인 청년실업 대책을 비롯해 EU의 은행동맹 결성,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협상안, 세르비아와 터키의 EU 가입 협상안 등 주요 유럽현안 결정을 독일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모두 총선 이후로 미뤘다. 또한 독일 헌법재판소도 총선 이후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OMT)에 대한 결정을 연기한 상황이어서 독일 총선은 전 유럽 국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독일 총선에서 마지막 남은 변수는 기민·기사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정당 득표율이 5%를 넘길지다. 총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15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은 3.3%를 득표해 의회 입성에 실패했다. 독일 선거법에서는 정당 득표율 5% 미만의 정당에는 의석 배정을 금지한다. 반면에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막판 돌풍이 거세다. 올해 4월 창당 이후 줄곧 2∼3%에 머물렀던 AfD는 18일 INSA의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5%를 얻어 의석 확보 기준을 통과했다. 우파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AfD의 약진은 지지층이 겹치는 보수 집권연정의 과반 의석 확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포르자의 만프레트 귈너 대표는 “AfD가 단순한 반(反)유로를 넘어 극우 표심을 끌어 모아 득표율 5%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AfD가 의석을 확보하면 독일 내부에서 반유로 정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득표율이 5% 밑으로 떨어진다면 메르켈 총리는 AfD와 연정을 꾀하기보다 2005∼2009년 집권 1기 때처럼 제1야당인 사민당과 대연정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연정이 탄생할 경우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포함한 메르켈 내각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유로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메르켈이 주도해왔던 긴축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다니엘라 슈바르처 독일국제안보협회 유럽연구센터장은 “독일이 총선 이후 긴축정책에서 벗어나 사회간접자본 교육 복지 연구사업 등에 투자를 활성화한다면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 경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이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대면할 가능성이 제기돼 시리아 화학무기에 이어 이란 핵문제도 외교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양국 정상이 대면하는 것은 1979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무하마드 리자 팔레비 이란 국왕이 만난 이후 처음이다. 이란 전문가이자 전미 이란계 미국인협회 트리타 파르시 회장은 “양국 지도자의 만남은 시리아 화학무기 해법을 담은 ‘제네바 합의’ 이행에 커다란 정치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르시 회장은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양측에 진술 거부권을 주기 위해’ 정식 회담 형식이 아닌,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는 쪽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로하니 대통령과 최근 서한을 교환하고 핵 문제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란이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외교부도 15일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이달 유엔총회 기간에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유엔 조사단의 보고서가 16일 발표됐다. 안보리의 한 관계자는 “매우 광범위한 증거를 확보했다. 보고서 상세 내용을 보면 화학무기 공격 주체가 어느 세력인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TF1 TV에 출연해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에 대한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군사력을 동원한 해법도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파리에서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함께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파리=전승훈·워싱턴=정미경 특파원 raphy@donga.com}

해군사관학교 생도와 해군 장병으로 구성된 ‘2013년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셰르부르 항에 들러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인들을 초청해 보은 행사를 열었다. 한국형 구축함 대조영함(5500t급)과 군수지원함 화천함으로 구성된 훈련전단은 생도 140여 명을 포함해 승조원 630여 명을 태우고 훈련에 들어간 후 여섯 번째 항구인 셰르부르 항에 입항했다. 훈련전단은 4일간 방문 일정 중 첫날인 이날 밤 셰르부르 항 입항 기념식에서 6·25 참전 용사와 가족들을 초청해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해온 미국과 러시아는 내년 중반까지 시리아 화학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14일 합의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2∼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열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일주일 내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완전히 공개하는 한편 11월까지 국제 사찰단을 입국시키고 내년 중반까지 해체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프레임워크(기본틀)’를 발표했다. 양국은 이날 공개한 4쪽 분량의 합의문에서 “시리아 보유 화학무기의 규모와 위치 등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와 검증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거 대상에는 화학무기의 재료가 되는 화학약품, 생산 및 혼합 공정, 화학무기 발사 시스템, 연구개발(R&D) 공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올해 11월까지 사찰단의 초기 현장조사를 마치고 생산 및 혼합기기를 폐기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장 폐쇄 등 제거 절차를 완료한다. 또 화학무기 해체는 OPCW의 감독 아래 시리아가 아닌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시리아가 100t 분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 45곳에 화학무기 시설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 국무부 관리는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체 불이행 시 제재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없어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국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한 군사제재를 명시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는 합의문에 담겨 있지 않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서 군사력 사용이나 자동 제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불이행은 차후 유엔 안보리가 다룰 문제”라며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처리에 관한 제네바 합의를 환영한다”며 “그렇지만 아사드 정권에 계속 압력을 주고자 미국은 군사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도 “미 해군 함정들이 공격준비 태세를 해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화학무기 폐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이 무력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고 의회의 반대 기류도 강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습 계획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외교적 해법을 줄곧 강조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추가 사용을 막고 내전을 끝낼 정치적 해법의 길을 열었다”며 합의안을 환영했다. 알리 하이다르 시리아 국민화해부 장관은 15일 “ 러시아 친구들 덕에 시리아가 전쟁을 피하게 됐다”며 “시리아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시리아 반군의 주축인 자유시리아군 셀림 이드리스 사령관은 “합의안의 어느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러시아는 중동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떠올랐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가 풀릴 수 있도록 러시아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제안한 중재안에 따라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24의 다마스쿠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통제 아래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위협은 이번 화학무기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러시아24를 통해 나온 소식을 전하며 “시리아와 러시아는 시리아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시리아로 하여금 4단계에 걸쳐 화학무기를 폐기할 것을 제안하는 중재안 세부 계획을 만들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12일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먼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하고 △화학무기 저장고 및 생산 시설에 대해 공표하며 △이 시설들에 대한 OPCW 전문가 사찰을 허용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언제 어떻게 화학무기를 폐기할지 협의하는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조사했던 유엔 조사단은 화학무기 사용 세력이 아사드 정권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1일 이번 조사 내용에 정통한 유엔 관리 3명을 인용해 “조사단은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 참사에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는 풍부한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조사단은 1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는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로 국민을 살해했다고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로켓 부품, 토양 및 혈액 샘플 등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리아 정부에 책임을 묻기에 충분한 정황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는 시리아에 첨단 군사무기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고정밀복합체 지주회사의 알렉산드르 데니소프 사장은 소규모 군사·산업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공중방어 시스템인 판치르-S1(나토명 SA-22) 24대를 시리아에 공급할 것이라고 12일 이타르타스통신에 밝혔다. 군사행동 이전에 외교적 해결 노력을 우선하겠다고 밝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1일 “외교 협상에 걸리는 시간, 외교 실패 시 군사행동에 나서는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상하원도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표결을 다음 주 이후로 미루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12, 13일 열리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회동 결과 등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시리아 사태 중재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프라우다 등 러시아 언론은 12일 세르게이 콤코프 러시아교육재단 이사장이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에 푸틴 대통령을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푸틴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한국어 과목 수업설명회를 좁은 교실에서 마련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 알았으면 큰 교실을 잡았어야 했는데…. 이제 프랑스 고교도 글로벌 시대의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정규수업 시간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일 오후 4시 프랑스 파리 7구에 있는 빅토르 뒤리 고등학교의 한 교실. 필리프 투르니에 교장이 교실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한국어 정규 교과 수업 설명회를 열었다. 프랑스 고교에서 한국어 수업은 2011년 보르도의 프랑수아 마장디 고교, 2012년 루앙의 카미유 생상스 고교에서 잇달아 시작됐다. 파리의 명문인 빅토르 뒤리 고교에서도 2년 전부터 파리 주변 지역 학생들이 모두 신청할 수 있는 한국어 ‘연합강좌’를 개설했다. 처음엔 민간단체인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가 강사를 초빙해 시범 실시했던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이 몰리자 올해 파리교육청이 직접 예산을 지원해 정규과목으로 개설한 것이다. 특히 올해엔 보르도대 출판부가 고교용 한국어 교과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한류 붐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한글 배우기 열풍이 일어나고 있지만 프랑스처럼 고교생들이 대입수능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제3외국어’ 선택과목으로 한국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정규 교과 과정을 개설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 케이팝 팬이라고 밝힌 루시 양(17·생엘리자베스고 3년)은 “멋진 음악과 잘생긴 남자들이 많은 한국은 내겐 천국과 같은 곳”이라며 “대학에서도 한국어를 전공해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직해 꼭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오르세의 블레즈파스칼 고교에 다니는 아드리안 드릴르 군(17)도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다. 딸과 함께 온 학부모 알렉상드르 콜린카 씨(43)는 “한국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낸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나라”라며 “요즘 모두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미래 한국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딸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중학교부터 배우는 ‘제2외국어’로 자리 잡은 일본어, 중국어는 바칼로레아의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시험이 치러진다. 이부련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제3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것은 장차 제2외국어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네덜란드 정부가 1940년대 인도네시아 식민통치 기간에 자국 군인들이 독립운동을 진압하면서 자행했던 즉결 처형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식민 통치 종식 68년 만이다. 티에이르트 더 즈반 주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대사는 12일 자카르타 네덜란드 문화원에서 열린 학살 희생자 추모식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지난달에는 즉결 처형을 당한 피해자 유족들에게 1인당 2만 유로(약 2884만 원)의 배상금을 전달했다. 최근 영국 네덜란드 등이 제국주의 시절의 만행에 대해 반성과 보상에 나서는 것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배상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과 대비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의 한 주간지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유출을 빗대 팔과 다리가 3개인 스모 선수가 겨루는 내용의 풍자만평(사진)을 실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프랑스의 폭로전문 주간지 르카나르 앙셰네는 11일 한 명은 팔이 3개, 한 명은 다리가 3개인 스모 선수 두 명이 경기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두 사람 모두 손가락과 발가락 일부는 잘려 나간 상태였다. 안구가 밖으로 빠져나오고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비쩍 마른 흉측한 모습의 스모 선수 뒤로는 전신 방호복을 입은 심판 두 명이 앉아 있다. 역시 방호복을 입고 경기를 중계 중인 캐스터는 웃는 얼굴로 “훌륭하다. 후쿠시마 덕분에 스모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그림은 별도의 기사 없이 ‘올림픽 수영장은 이미 지어져 있다’는 제목 아래 방호복을 입고 방사선 측정기를 손에 든 두 명이 수영장에 서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해를 당한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오염수 문제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심는 부적절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프랑스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이 만평을 실은 주간지 측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도 공영방송 프랑스2가 일본 축구 국가대표 가와시마 에이지(川島永嗣) 선수의 팔을 4개로 만든 합성사진을 방송하고 진행자가 “후쿠시마의 영향이 아니냐”고 말했다가 일본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중재안이 논의되는 동안에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유보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그러나 중재안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군사행동 압박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러시아의 협조 덕분에 무력 사용 없이 화학무기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고무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교적 해결책이 논의되는 동안 상·하원의 군사개입 결의안 표결을 연기해 줄 것을 의회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중재안의 성공을 예상하는 것은 이르다”며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에 군사행동 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시리아 정권과 다른 독재자들이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법을 무시하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시리아의 동맹국 이란을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15분에 걸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연설 시작 10분이 지난 뒤에야 러시아 중재안을 처음 언급하는 등 외교적 노력보다는 군사행동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도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중재안을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재안은 신속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며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3대 조건을 제시했다. 유엔은 오바마 연설에 앞서 오후 4시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어 러시아 중재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미국과 영국의 동의하에 프랑스가 내놓은 결의안에 러시아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외부에 공개하고 국제 감시하에 두되 이행하지 않으면 사후 군사제재에 나선다’는 프랑스의 결의안에 대해 군사개입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에서 “어떤 경우에도 미국 등 서방의 군사개입은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러시아가 모처럼 평화조정자로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미국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렇지만 결의안 내용을 놓고 프랑스와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는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돌파구의 가능성은 케리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12일로 예정된 스위스 제네바 회동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유엔 안보리 재소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미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8명의 주도로 ‘유엔을 통한 외교적인 노력이 실패했을 때 군사개입에 나선다’는 수정 결의안 마련에 나섰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러시아 중재안에 대해 “화학무기 시설을 공개하며 생산을 중단할 준비를 마쳤다”며 전폭적인 수용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실제적으로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전문 블로거인 맥스 피셔는 10일 “시리아의 약속은 ‘북한식 지연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숨기려고 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서방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시리아의 모든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두고 파기하자는 러시아의 중재안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시리아 사태가 서방의 군사 개입에서 외교적 해결로 ‘출구’를 찾는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9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알무알림 시리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의 통제에 맡겨 모두 파기할 것을 촉구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알림 외교장관은 “시리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 지도부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반면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정치적 술책”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시리아 공습에 대한 의회 표결과 국민 반대 여론에 부닥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중재안에 대해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긍정적(potentially positive)으로 평가했다. 그는 9일 CNN CBS 등 6개 방송사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시리아의 제안은 확실히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현실적이라면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제스처를 보지 못했다”며 무력 사용 위협이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며 “교묘하게 시간을 끌어 당면한 압력을 피하려는 지연 전술은 원하지 않는다”고 경계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야생동물 밀거래 방지 행사에 참석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즉각 국제적 통제 아래 내놓는다면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유엔의 감독지대로 옮겨 파괴하자는 제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감독지대 설치’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안보리 회원국 간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10일 프랑스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 감시하에 두고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각각 “흥미로운 제안” “커다란 진전”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중국의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10일 러시아의 중재안을 지지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신속하게 파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회견에서 ‘시리아가 공습을 피할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 주까지 모든(every single bit)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재안 제시로 상황이 급반전되자 미 상원은 시리아 공습 결의안을 토론에 부칠 것을 결정하는 절차표결을 당초 11일에서 그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파리=전승훈·워싱턴=신석호 특파원 raph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위한 의회 결의안을 얻어내려 총력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의 최종 책임자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냐를 둘러싼 증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21일 반군 점령 지역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쏜 것은 맞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최종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것. 아사드 대통령도 “나는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벅 매키언 미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8일 CNN에 출연해 “그들(오바마 행정부)은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만 아사드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앨런 그레이슨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도 CNN 인터뷰에서 “정부는 구체적 증거 없이 4쪽과 12쪽짜리 문서만 제시하며 전쟁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8일 CNN CBS 폭스뉴스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상식의 문제”라며 “아사드가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9일 방영 예정인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화학무기 공격과 아무 상관이 없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시리아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판단할 증거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분쟁이나 전쟁에 개입했을 때의 경험이 좋지 않았음을 미국인에게 전하고 싶다”며 “미국인들이 의회와 소통해 행정부의 대시리아 공격을 승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빌트지의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타크’도 시리아군이 아사드 대통령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학무기 공격을 벌였을 수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의회의 시리아 공습 결의안 지지를 호소하며 ‘식사 정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상원 공화당 지도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의회가 개원하는 9일 저녁에는 상원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9일 제한적인 시리아 공격이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리아 사태는 무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미국은 무력 사용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협약을 위반한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위반한 중대 범죄 행위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으로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 소장인 마이클 아브라모위츠는 8일자 WP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2년 전 시리아 내전 초기 아사드 정권이 소수 민주화 세력에 총격을 가할 때 ‘R2P’를 근거로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더라면 무력 사용 없이도 지금과 같은 참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에서는 '설국열차'에 대해 정치적 철학적 해석을 하는 다양한 논쟁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SF장르 영화 자체로서 즐겨주는 반응이 신선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다음달 30일로 예정돼 있는 영화 '설국열차'의 프랑스 개봉을 앞두고 9일 파리에 있는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설국열차'는 3일 프랑스 언론시사회에 이어, 7일에는 제39회 도빌 아메리카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돼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현지 언론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가의 도빌 영화제에서 한국인 감독과 스코틀랜드 여배우(틸다 스윈튼), 프랑스 원작 만화가가 함께 레드 카펫을 밟는 기분은 묘했습니다. '살인의추억' '괴물' '마더' 등 제 전작 영화도 모두 프랑스에서 개봉했지만,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국제적인 프로젝트여서 감회가 다르더군요." '라빠'(1995년)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던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은 '설국열차'의 시사회를 보고 난 후 "드라마적인 긴장감과 적절한 유머, 휴머니즘, 아이러니적인 요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예리한 묘사들이 훌륭하게 배합돼 있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봉 감독은 ""아직까지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상상력 넘치는 영화를 꼭 한 번 찍고 싶다"고 말했다. ― 프랑스 시사회 반응은 어떤가. "프랑스의 베르트랑 타베르니 감독님은 제가 대학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작품을 보며 공부했던 거장 감독님이신데, 시사회에서 제 영화를 직접 보시고 인터뷰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개무량했다. 저는 2004년에 '살인의 추억', 2006년에 '괴물', 2009년에 '마더'를 개봉할 때 프랑스를 찾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나온 까이에 시네마, 르몽드, 리베라시옹 기자들이 매번 만났던 기자들이라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국 관객과 프랑스 관객의 반응의 차이는.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리액션에서는 차이는 별로 없다. 그러나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유럽에서는 공상과학(SF) 장르영화에 대한 열혈 팬들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설국열차'에 대해 진지하게 정치적, 철학적 해석을 하고 우리의 사회현실과 비교하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SF영화는 SF영화 자체로 즐기는 분위기다. 8일 일반 관객 시사회에서도 SF영화, 호러 영화 오타쿠들이 득시글댔다. 이들은 좀비가 등장하거나, 창자가 쏟아지는 장면이 나오면 박수를 치고 난리다. SF장르에 대한 순수한 쾌감을 보여주는 반응이 신선하고 재밌다."―프랑스에서의 흥행예상은. "제 전작 영화인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도 프랑스에서 개봉을 했었다. 두 작품은 원래 소규모로 개봉을 했었다. '괴물'은 250여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은 별로 안 좋았다. '설국열차'의 경우도 250-3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개봉된 제 영화 중에서 '설국열차'가 최초로 흥행에 성공할지 궁금한 상황이다."―봉 감독의 이전 작품도 물론 해외에서 개봉됐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영어로 제작된 첫 작품이다. "'설국열차'는 1986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돼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던 원작에 기초해서 만든 영화다. 이 만화는 2005년에 한국에서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로 번역돼 출간됐고, 제가 평소 즐겨찾던 만화방에서 우연히 집어들게 됐다. 그리고 7~8년의 세월이 흘러 영화로 만들게 돼 고향인 프랑스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마치 연어가 고향을 찾아온 것과 같아 프랑스의 원작 만화가들은 무대인사를 할 때 특히나 감개무량해 하셨다.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온 영화감독이 미국, 유럽의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프랑스 관객들 앞에서 서니 그 분들도 감정이 복받쳤나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 감정이 상상이 가더라."―프랑스 원작 만화와 영화는 얼마나 다른가. "흔히 오리지널 시나리오 쓰는 것 보다 각색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어렵긴 마찬가지다. 각색을 할 때는 원작을 모조리 삼켜서 분해하고, 새롭게 해석해내야 한다. 마치 뷔페 식당에 가서 전체 음식을 다 먹고, 소화시켜,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지구에 빙하기가 오고, 인류의 생존자들이 달리는 기차 안에 타고 있고, 그들이 싸고 있다는 원작 자체의 독창적인 발상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모든 인물들의 캐릭터, 이름, 사건 전개 과정은 원작과 전부 다르다."―미국에서의 개봉일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의 배급은 하비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맡고 있다. 와인스타인은 타란티노 감독의 파트너로 유명하며, 오스카상 프로모션의 황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미국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 빠른 속도 전개를 위해 대폭 편집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왕가위 감독의 '일대 종사'(그랜드 마스터)도 23분 정도가 잘려나갔다. '설국열차'도 비슷한 편집을 요구하고 있는데, 감독 입장에서 보면 기분은 좋지 않다.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관객의 템포에 맞는 속도감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협상 중이다. 이러한 협상이 마무리되면 미국에서의 개봉 일정이 정해질 것 같다."―차기작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 개봉할 때는 '괴물'을 준비 중이었고, '마더'를 개봉할 때는 '설국열차'의 판권을 계약한 상태였다. 영화를 개봉하면서 차기작 준비가 안 된 것은 처음이다. 낯설지만 기분이 좋다. 왠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 꽤 알려진 SF원작 소설을 기초로한 영화 시나리오를 제안 받은 게 있어서 검토 중이다. 언젠가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고 싶다. '로빈슨 크루소'부터 '캐스트 어웨이', TV드라마 '로스트'까지 무인도는 항상ㄷ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인도에서는 엑스트라가 필요없기 때문에 정말 연기력 좋은 배우들만 섬으로 모셔가서 영화를 찍고 싶다."―'설국열차'에 대한 정치 사회적 해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문학자, 문학평론가, 정치평론가부터 심지어 종교계에 계신 분들까지 이 영화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이러한 평론을 읽어볼 때마다 재밌다.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멋있어 보이는 것은 나중에 인터뷰 때 써먹기 위해 기억해놓는다. (웃음) 이것은 제가 각색해서 펼쳐놓은 스토리가 단순하면서도 원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상황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입하기가 쉬운 것 같다. 기독교에 계신 분들은 인류 구원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고, 정치 사회학자들은 계층과 계급, 사회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떻게 하면 꼬리칸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하는 커티스와 기차 시스템 자체에서 탈출하려는 송강호로 압축된다. 기차가 일직선이듯이 이 영화의 스토리가 갖고 있는 직선적인 내러티브, 거기에 인물들의 앞뒷면을 보여주는 원형적인 캐릭터가 있다. 비판과 찬사가 다양하게 섞여 있지만, 논의 자체를 많이 생산해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텍스트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SF영화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SF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설국열차'는 시스템 혁명을 주제로 한 영화다. 당신은 영화를 통해 혁명을 꿈꾸는가. "나에게 '혁명'이란 죽을 때까지 영화를 찍는 것이다. 히치콕 감독은 60세의 나이에 세련되고 혁신적인 공포영화인 '사이코'를 촬영했다. 영화를 계속 찍고 싶은 것은 상을 받거나,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회를 바꾸려다 지친 사람에게 극장에서 2시간 동안 휴식을 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영화가 사회를 바꾸는 힘에 대해서는 큰 확신이 없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나치 정권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의 최후의 순간을 지켰던 보디가드인 로후스 미슈(사진)가 5일 베를린에서 9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AP통신은 6일 그의 2008년 회고록 ‘마지막 증언’의 집필을 도운 부르크하르트 나흐티갈이 e메일로 이같이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SS친위대 장교 출신인 미슈는 히틀러를 ‘보스’라고 불렀으며 히틀러가 아내 에바 브라운과 권총 자살한 1945년 4월 30일까지 마지막 2주를 함께 지냈다. 그는 회고록에서 히틀러의 최후 벙커생활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괴벨스의 아내가 히틀러 주치의가 제공한 독극물을 자신의 아이 6명에게 주입하던 일, 보좌진들이 자살한 히틀러의 시신을 옮기던 장면을 회상했다. 그는 동반 자살한 에바 브라운에 대해 “무릎은 가슴까지 접혀 있었고, 짙은 푸른색 드레스에 흰색 잔주름 깃이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히틀러는 야수도 괴물도 슈퍼맨도 아니었다. 그는 훌륭한 보스였고, 내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에 시리아 공습 결의안 표결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국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이 거세다. 잇따른 전쟁 개입과 경제난에 지친 미국인들이 화학무기 사용 응징이라는 ‘명분’보다 국내 문제 해결 우선이라는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주요 국제 문제에 ‘개입주의’를 고수해온 미국이 약 100년 만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구를 지지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5일 지역구 피닉스에서 성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피닉스 주민들은 “왜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을 지지하느냐”고 외쳤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이클 그림 하원의원(공화·뉴욕)도 5일 이를 철회하며 “시리아 개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림 의원뿐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주민의 적극적인 반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은 물론이고 뉴욕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미시간 주 등 주요 지역에서 반전 시위자들이 집결해 시리아 공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받은 노벨평화상을 반납하라”고 외쳤다. 유권자들의 이런 정서를 파악한 랜드 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2016년 대선 예비 주자들은 아예 상원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8일 미 하원에서 ‘공습 반대’를 표명했거나 ‘반대’ 쪽으로 기울어진 의원(226명)은 ‘미결정’(182명)과 ‘찬성’(25명)의 합보다 많다. 미국 언론은 최근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신고립주의자’로 부른다. 의회가 결의안을 부결하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개원 다음 날인 10일에도 군사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 외교장관은 7일 리투아니아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 “화학무기 사용은 전쟁 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군사 개입에 참여를 준비하는 나라가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시리아가 외부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해군 함정 3척이 시리아에 인접한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고 있고 다른 군함 1척도 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지지해 달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던 시기인 2004년 7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영국 기업 2곳이 정부 허가를 받아 시리아 화장품 업체에 사린가스의 핵심 원료인 불화나트륨을 판매했다고 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불화나트륨 판매를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해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것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청이 의회의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하원도 별도의 결의안 마련에 들어갔다. 전날 공개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상원 외교위는 4일 비공개 정보회의를 거친 뒤 결의안 문안을 확정해 찬성 10명 대 반대 7명으로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결의안을 본회의에 회부했다. 상원은 9일 본회의에서 의원 100명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결의안은 오바마 행정부가 60일 동안 시리아의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제한적 방식의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이 있으면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게 했고 지상군 파병은 승인하지 않았다.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7명이 찬성했지만 2명은 반대했고 1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3명이 찬성했고 5명이 반대했다. 2016년 대선 경선주자로 꼽히는 랜드 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전 스웨덴에 들른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그은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최소한 10개국이 시리아 군사 공격에 참여할 의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또 “34개 국가 또는 기관이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이라면 시리아에 대한 행동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국가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시리아 화학무기의 출처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러시아가 그것들(화학무기)을 공급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제공하고 있다. 시리아가 일부를 만들기도 한다”고 답했다.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아사드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감행된 화학무기 공격을 직접 명령한 사실을 암시하는 감청 정보를 입수했다고 4일 밝혔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한 고위 간부가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과의 전화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화학무기 공격 지시는 잘못된 것이며 그가 자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 상원 외교위 결정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파이살 미크다드 시리아 외교차관은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국민 누구도 국가의 독립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공습에 보복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해뒀다”고 말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설립한 국제 원로 인사들의 모임 ‘엘더스’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은 비인도적인 범죄”라며 “그러나 시리아 사태를 군사적으로는 풀 수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러시아 의회 대표단은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원들을 만나 시리아 군사공격 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러시아 의원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하원의장 공보관이 전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저지른 잔혹한 전쟁범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나치의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공식 방문한 데 이어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4일 나치의 대학살이 자행된 프랑스 리모주 지방의 오라두르쉬르글란 마을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2시 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함께 주민들이 학살된 마을 교회를 방문하고 희생자 기념비에 화환을 바쳤다. 두 정상은 로베르 에브라 씨(88) 등 학살 현장의 생존자 2명으로부터 당시의 끔찍했던 현장에 대한 증언을 듣기도 했다. 독일 대통령이 이 마을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치군은 1944년 6월 10일 이 마을 교회에 여성과 아동을 가둔 채 독가스를 풀고 불을 지르는 등 주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이 사건으로 성인 남자 190명, 성인 여자 245명, 만 15세 이하 어린이 207명 등 642명이 숨졌다. 남자들은 헛간에 감금시킨 후 수류탄으로 몰살시키고, 여자와 아이들은 교회에 감금시킨 뒤 불을 질러 죽였다.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관총으로 사살했다. 학살에서 생존한 주민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 당국은 이 사건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마을을 폐허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을 인근에 새로 만들었다. ‘유령 마을’로도 불리는 오라두르쉬르글란은 지금도 학살 당시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1999년에는 학살 현장에서 발견된 희생자 유품을 모아 기념관을 세웠다. 기념관에는 학살이 발생한 시점에 멈춰진 시계, 열기에 녹은 안경 등 희생자들의 개인 유품이 전시돼 있다.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전날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 영혼을 부정하지 않겠다. 이 마을이 기억하고 있는 독일과 현재의 독일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가우크 대통령의 이 마을 방문에 대해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함으로써 프랑스와 독일은 담대한 미래를 준비해 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2일 악명 높은 나치 무장친위대(바펜 SS) 출신 92세 노인이 70여 년 전에 저지른 살인으로 재판정에 섰다. 네덜란드 출신의 독일 국적자인 브루인스는 1944년 네덜란드에서 레지스탕스 요원 1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는 90대 노인이 나치 전범으로 법의 심판을 받기는 2011년 폴란드 시비보르 유대인 강제수용소 간수 출신 존 데마뉴크(당시 91세), 지난해 아우슈비츠 수용소 간수 출신 한스 리프시스(93세) 재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독일에서 나치 전범은 공소시효가 없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