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미

송혜미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구독 34

추천

안녕하세요. 송혜미 기자입니다.

1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검찰-법원판결54%
사건·범죄14%
사회일반11%
사법6%
정당6%
대통령3%
인사일반3%
정치일반3%
  • 분만 예약 ‘제로’… 분만실 옆 산모병실은 일반환자 차지

    신생아실엔 신생아용 플라스틱 침대 2개가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듯 전기난로와 함께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분만실 옆 병실은 허리디스크를 앓는 60대 남성 환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원래 임신부 몫이지만 4월까지 분만 예약이 한 건도 없어 일반 환자용으로 쓰고 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충북 영동군의 유일한 분만병원인 영동병원 풍경이다. 이날 2층 산부인과 병동에는 임신부가 한 명도 찾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요즘 애를 안 낳잖아요. 늘 썰렁하지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 영동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2명에 불과하다. 산부인과가 휴업 상태나 다름없으니 다른 육아 인프라도 덩달아 후퇴하고 있다. 영동군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다. 소아과만을 전담하는 의원도 3곳에 불과하다. 이날 오전 문을 연 키즈카페도 1곳뿐이었다. 영동군에 살지만 지난해 8월 둘째 아이를 대전에서 ‘원정 출산’한 이모 씨(37·여)는 “문화센터라도 있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워했다.○ 서울 유명 분만병원도 ‘폐원 공포’ 지난해 ‘0명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의 충격이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을 뒤흔들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출생아를 한 명이라도 받은 분만병원은 2013년 706곳에서 2017년 528곳으로 급감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32만6900명이었던 한 해 출생아 수가 2021년 29만 명, 2067년 21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산부인과가 줄어들고, 주변에 산부인과가 없으니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출산 파업의 악순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저출산의 충격은 지방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 첫 여성전문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은 지난해 말 진료를 중단했다. 27일 취재팀이 찾은 제일병원 산부인과 병동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일부 병동과 분만실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제일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문모 씨(74)는 “하루 1500장 정도 들어오던 처방전이 제일병원 폐원 이후 150장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유명 분만병원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병상이 55개로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인 서울 G여성병원은 임신부를 ‘유치’하기 위해 분만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분만료 덤핑’ 행사를 벌이다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태아를 한 달 평균 250여 명을 받다가 지난해부터 그 수가 절반으로 줄자 궁여지책을 쓰다가 적발된 것이다.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9월 적자로 폐업한 뒤 G여성병원 인근 산후조리원에 취업한 조모 씨는 “여기도 산모가 줄어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출생아가 줄어도 분만실 유지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설비는 똑같이 든다”며 “분만실은 꼭 필요한 공공 의료시설인 만큼 정부가 필수 분만실을 지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어린이집도 직격탄 27일 서울 영등포구 A어린이집에선 아이 2명만이 텅 빈 놀이방에서 장난감 ‘레고’의 초록색 바닥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다른 교구와 장난감은 전부 처분한 상태였다. 이 어린이집은 31일 폐원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연장했음에도 등록 아동은 정원(20명)에 크게 못 미치는 4명에 그쳤다. 원장 김영혜 씨(63·여)를 포함한 보육교사 4명이 아이를 일대일로 돌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월세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저출산 쓰나미’가 가장 먼저 덮치는 분야 중 하나다. 2013년 4만3770곳이었던 전국 어린이집은 5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3만9171곳으로 줄었다. A어린이집처럼 영아를 주로 돌보는 가정 어린이집과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구로구 B어린이집도 같은 형편이다. 1년 만에 원아가 절반으로 줄어 일부 보육교사를 내보내야 했다. 원장 C 씨는 “직원도 불안해하고 사기도 떨어져서 앞으로 얼마나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영동=송혜미 1am@donga.com / 사지원·조건희 기자}

    • 2019-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임금 보전 없으면 전국 버스 올스톱”

    전국 노선버스 운전사들이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임금이 줄어든다”며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1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다음 달 29일 전국 사업장에서 쟁의조정신청을 하기로 결의했다. 조정이 결렬되면 5월 중순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자동차노련은 노선버스 운전사들이 속한 최대 단체다. 이 단체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주 52시간제 적용에 따라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버스업체의 운전사들은 7월부터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노선버스는 당초 노동시간 제한을 받지 않았으나 지난해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노선버스 업계에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현재 16∼18시간 운행 뒤 하루 쉬는 격일제 근무가 하루 8∼9시간 교대제로 바뀔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하루 12시간 이상은 일할 수 없게 돼 있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평균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평균 10∼20%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오산시에서는 이미 노선버스 파업이 현실화됐다. 버스업체인 ‘오산교통’ 소속 운전사들은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임금 인상분이 적다”며 13일째 핸들을 놓았다. 현재 오산교통 소속 버스 75대 중 60여 대가 운행을 중단했다. 오산시는 파업 장기화로 민원이 생기자 전세버스 70∼80대를 투입했다. 버스 대여비만 이미 3억 원을 써 재정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동차노련은 전국적인 총파업에 앞서 정부가 버스 운전사 임금을 일정 부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의 월평균 임금은 354만 원이다. 이 중 기본급은 49%가량이며 나머지는 연장근무 수당이다. 근로시간이 줄면 이 수당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체 노선버스업계의 운송 적자는 2016년 기준으로 2500억 원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는 새로 충원할 신규 인력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기에 버스업계도, 지자체도 기존 버스 운전사의 임금을 보전할 여력이 없다. 노동시간 단축 이후 현재 운행 수준을 유지하려면 신규 운전사가 1만5729명 더 필요하다. 이들 인건비만 7381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외버스는 평균 10.7%, 광역급행버스는 평균 12.2% 요금을 인상했다. 이를 통해 버스업계 경영 상황과 운전사의 근로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버스 요금을 현실화하고 준공영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 기자}

    • 2019-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취준생 8만명에 月50만원 지급… 청년구직지원금 25일부터 신청

    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한 달에 5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을 이달 25일부터 받는다.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최대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지급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명확한 목적 없이 현금성 복지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신청은 온라인 청년센터 웹사이트에서 받는다. 지급 대상은 만 18∼34세 미취업자다. 고교,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또는 중퇴한 지 2년 이내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청년수당 제도는 졸업·중퇴 후 2년 경과자만 받을 수 있어 중복 수급이 불가능하다. 또 기준중위소득(국민가구소득의 중간값)의 120% 이하여야 한다. 4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이 553만6244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주 20시간 이상 일하거나 △6개월 이내에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엔 지원을 받기 어렵다. 지원금은 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급돼 현금화가 불가능하다. 학원비뿐만 아니라 식비, 교통비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다만 유흥·도박, 귀금속·자동차 같은 고가물품, 부동산·상품권 등 자산 형성 업종에선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고용부는 올해 1582억 원을 들여 8만 명에게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줄 계획이다. 지원을 받으면 구직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동영상 수강, 예비교육 참석 등 구직활동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사용 후엔 구직활동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중간에 취업을 하면 지원은 중단된다. 정부가 올해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청년들이 취업준비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지원이 실제 구직에 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과 훈련 과정은 구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명확한 목적이 없는 현금성 복지가 구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기 능력을 갖춰 나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기에 수당 지급으로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직활동 지원금이 오히려 구직 의욕을 꺾어 구직기간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정부는 ‘취업성공금’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지원금을 받다가 중간에 취업한 청년이 취업한 회사에서 3개월을 근속하면 현금 50만 원을 주는 제도다. 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 기자}

    • 2019-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랜드캐니언 추락 대학생, 사고 53일 만에 한국 도착

    22일 오후 6시 9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236번 게이트 항공기 계류장. 7분 전 착륙한 대한항공 KE006A 항공편이 굉음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천천히 이동했다. 오후 6시 32분. 일반 승객이 모두 내리고 수화물도 모두 내려진 뒤 항공기 우측 두 번째 비상문 아래로 대한항공 리프트 차량이 접근했다. 그 앞으로는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던 부산 동아대 학생 박준혁 씨(25)를 서울 시내 한 병원으로 옮길 앰뷸런스가 주차했다. 리프트 차량 안에는 구조대원들이 탑승했다. 이어 리프트 차량이 상승했다. 오후 6시 40분. 항공기 비상문이 열렸고, 박 씨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후 6시 42분. 박 씨와 박 씨의 어머니를 실은 리프트 차량이 하강했고, 이들은 앰뷸런스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하늘색 담요를 목까지 덮은 박 씨는 주변을 살피느라 가끔씩 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어머니는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함께 온 박 씨의 동생은 일반 승객과 함께 빠져나갔다. 박 씨는 21일 오전 11시 20분(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한항공 KE006A 항공편으로 약 13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매캐런 공항까지 육상 이동에 필요한 차량은 박 씨가 입원해 있었던 플래그스태프 병원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박 씨를 이송하기 위해 창가 쪽 3개 줄을 비웠다. 각 줄마다 의자 2개씩 모두 6개의 의자를 눕혔고, 그 위에 박 씨가 누울 침대와 각종 의료 장비를 놓았다. 침대 주위로는 커튼을 쳐 다른 승객들은 박 씨를 볼 수 없게 했다. 박 씨의 이송에는 약 2500만 원 비용이 들었다. 박 씨의 침대로 쓰인 좌석 6개와 박 씨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함께 탑승한 응급구조사 1명을 위한 좌석까지 총 7개의 좌석 비용이다. 이 비용은 전부 대한항공이 부담했다. 박 씨의 어머니와 동생은 항공료를 내고 탑승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런 일에 지원을 하는 것이 항공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도움을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사고 발생 53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씨는 1년간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현지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떠났다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박 씨는 늑골 골정상과 뇌출혈 등 중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이달 들어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남 동아대 총학생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 다행이다. 빠르게 쾌유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정훈 기자 hun@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19-02-22
    • 좋아요
    • 코멘트
  • 잡이 안보인다… 알바 일자리 절벽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없어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있는 이력서 보고 내가 직접 구직자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걸었는데, 올해는 지원자들이 줄을 섰다.” 10일 서울 강남구의 A당구장.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지원한 본보 송혜미 기자(27)에게 당구장 주인이 한 말이다. 이 당구장이 채용하는 아르바이트는 목요일(낮 12시∼오후 5시)과 금요일(낮 12시∼오후 10시), 주당 총 15시간을 일하는 자리다. 시급은 8500원(최저시급은 8350원)이고, 주휴수당은 따로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를 구하기 힘들었던 자리에 5명이나 몰리자 당구장 주인도 적잖이 놀랐다.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오른 지난해 1∼9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공고는 850만4642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22만3450건이나 줄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곳이 늘어나니 남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0, 11일 이틀에 걸쳐 청년 구직자 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 봤다. 2018년 9월 입사한 송 기자는 대학 재학 시절 옷가게, 카페, 펍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력자’다.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원한 30곳 가운데 서류심사를 뚫고 면접을 하자는 통보를 받은 곳은 절반인 15곳에 그쳤다. 그중 2곳이 면접을 일방 취소했고 13곳에서 면접을 봐서 겨우 4곳에 붙었다. 여자 아르바이트생만 구하던 화장품 가게, 라면 가게, 초밥집, 당구장 등이었다. 2∼3년 전에는 면접 즉시 “당장 일하자”란 얘기만 들었던 기자는 “이력서 두고 가면 연락하겠다”는 주인이 많아서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 자영업자들은 “지원자가 최근 갑자기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옷가게는 “구직자가 일주일 만에 15명이나 몰렸다”며 면접 도중 이력서 뭉치를 보여줬다. 한 편의점 업주는 “구직자가 많아 며칠 뒤까지 지원을 받고, 12일 뒤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면접 때 채용 여부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도 현장에선 ‘먼 나라 얘기’였다. 면접을 본 13곳 가운데 주휴수당을 주겠다고 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많아서인지, 법이 바뀐 걸 모르는지 서울 관악구의 한 옷가게 점장은 “그런 거 당연히 없죠”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은 고용인원 수와 상관없이 지급해야 하는데도 “아르바이트생이 3명이라 주휴수당을 지급 안 해도 된다”고 잘못 이야기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구직자가 넘쳐나면서 편법으로 임금을 깎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으니 일할 거면 이틀은 무급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기간을 보름이나 둔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 주인은 “수습기간을 왜 두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잘 맞지 않으면 해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자가 주인과 면접한 시간은 평균 5분. 그러나 대한민국의 아르바이트 환경은 그 5분의 면접시간도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송혜미 기자}

    • 2019-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학때 알바 면접서 떨어져 본 적 없는 기자, 직접 구직활동 해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없어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있는 이력서보고 구직자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걸었어요. 올해는 지원자들이 줄을 섰네요.” 10일 서울 강남구의 A당구장.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지원한 본보 송혜미 기자(27)에게 당구장 사장이 말했다. 이 당구장이 채용하는 아르바이트는 목요일(오후 12시~오후 5시)과 금요일(오후 12시~오후 10시), 주당 총 15시간을 일한다. 시급은 8500원이다. 주휴수당은 따로 없다. 사장은 이번에 채용공고를 내고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공고를 낸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지원자가 5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당구장 사장은 “구직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면접 보는 것도 일이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가파르게 오른 올해 10, 11일 이틀에 걸쳐 청년 구직자의 입장에서 아르바이트 구하기 체험을 해봤다. 지원에 나선 송 기자는 대학 재학 시절 옷가게, 카페, 펍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다. 신문사 입사 직전인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카페에서 서빙, 음료 제조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베테랑인 송 기자는 대학 재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원한 30곳 가운데 서류심사를 뚫고 면접을 하자는 통보를 받은 곳은 절반인 15곳에 그쳤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곳 가운데 1곳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면접 2시간 반 전에 사장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 또 다른 한 곳은 “집에서 지하철로 4~5 정거장인데 좀 멀지 않느냐”며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면접까지 거쳐 최종 합격된 곳은 화장품 가게, 라면 가게, 초밥집, 당구장 등 네 곳이었다. 면접 과정에서 만난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지원자가 최근 갑자기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옷가게는 “구직자가 일주일 만에 15명이나 된다”면서 면접 도중 이력서 뭉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채용자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최저임금 급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오른 지난해 1~9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공고는 850만4642건으로 2017년보다 122만3450건이나 줄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곳이 늘어나니 남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면접을 본 한 편의점 업주는 “구직자가 많아 며칠 뒤까지 지원을 받고, 12일 뒤 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 시행령에 넣어 의무화했지만 현장에선 ‘먼나라 얘기’였다. 면접을 본 곳 가운데 주휴수당을 주겠다고 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서울 관악구의 한 옷가게 점장은 “지난해는 아르바이트를 하루 5시간 썼는데 올해는 하루 4시간만 쓰고 있다”면서 “대신 내 일거리가 더 많아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휴수당은 고용인원 수와 상관없이 지급해야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3명이라 주휴수당을 지급 안 해도 된다”며 이야기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구직자가 넘쳐나면서 상대적으로 아르바이트 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으니 일을 할 거면 이틀은 무급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기간을 보름이나 둔 서울 동작구의 카페 주인은 “수습기간을 왜 두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잘 맞지 않으면 해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송혜미기자 1am@donga.com}

    • 2019-01-17
    • 좋아요
    • 코멘트
  • 마지막까지 불길 잡으려… 그는 소화기 들고 다시 뛰어갔다

    “평소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의협심 강하더니….” 14일 발생한 충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 최초 신고자로, 불을 끄려다가 숨진 이 호텔 전기시설팀 주임 김갑수 씨(50)의 죽음을 접한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날 오후 4시 56분경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라마다앙코르호텔 1층. 김 씨의 호텔 동료들 진술과 경찰 설명에 따르면 그는 “대피하라”고 외치면서 화재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밖으로 나가 외벽 가스설비를 차단했다. 앞서 휴대전화로 “라마다호텔 지하 1층. 불꽃 보인다. 연기도 찼다”고 화재 사실을 119에 처음으로 신고하고 시설팀장에게도 보고했다. 팀장이 가스부터 잠그라고 하자 1층으로 올라와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그 후 호텔 밖으로 대피하지 않고 자신이 근무하는 지하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소방대원들이 뜨거운 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지하 1층 중앙통제실 주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지하 1층에 있었다는 호텔의 한 여성 직원은 경찰에서 “김 씨가 소화기로 불을 끄던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 호텔 전희태 대표는 “지하 1층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경찰에 제출할 때 김 씨가 소화기로 진화하는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하 1층에서 사용하다 만 소화기를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진화하는 영상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김 씨는 제가 젊은 대표인데도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해주시곤 해 죄송스러웠다”며 “그가 가스를 잠근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앙통제실과 세탁실, 주차장이 있는 지하 1층에서 일했다. 화재 당시 그는 혼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 인원 5명 중 2명이 지난해 12월 그만두고 3명이 근무했는데 1명은 교육을 하고 다른 한 명은 17층에서 에어컨 필터를 청소했다. 김 씨는 입사한 지 20여 일밖에 안 돼 월급도 한 번 타지 못했지만 일에 대한 의욕이 높았다. 이 호텔에서 일하기 전 근처 사우나에서 시설 관리 일을 했으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고민하던 차에 이 호텔 정식 직원으로 입사했다. “교대할 때 잠깐씩 만났지만 그냥 보기에도 되게 좋은 분이었어요.” 시설팀 동료 이근하 씨는 “김 씨가 책임감이 넘쳐 절대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고 문제 있는 사항은 모두 보고하는 꼼꼼한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김 씨가 바쁜 와중에도 드론 자격증을 따겠다고 매일 아침마다 연습하며 즐거워했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동료는 “호텔 경영난으로 시설과장 등이 그만두면서 김 씨 일이 힘들어졌지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혼자 살겠다고 빠져나오지 않은 강한 의협심과 자신이 다칠 것을 감수하면서도 피해를 줄이려 한 김 씨의 행동은 평소 동료들이 그에게서 봐왔던 모습이다. 호텔의 한 관계자는 “김 씨가 다음 주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가는데 아직 숙소를 잡지 못했다고 해 리조트를 잡아주려 했더니 자신은 산이 좋다고 사양했다”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시신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안치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충격 때문인지 15일 오후까지 빈소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천안=지명훈 mhjee@donga.com / 송혜미 기자}

    • 2019-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들아, 바르게 살다 가 줘서 고맙다”… ‘진료중 참변’ 임세원 교수 영결식

    “바르게 살다 가 줘서 고맙다.” 4일 낮 경기 파주시 서현추모공원.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8)의 유골함이 안치되고 유리문이 닫히기 직전 임 교수의 어머니는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담담히 말했다. 평소 자신의 허리 통증을 참아 가며 환자 진료에 매진해 온 임 교수에게 어머니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추모공원에서는 임 교수의 아내와 두 아들을 비롯한 유가족과 동료 의사 등 100여 명이 임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있은 임 교수의 발인에서 고인의 영정을 들고 말없이 앞장섰던 임 교수의 큰아들은 안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유골함 앞을 떠나지 못했다. 임 교수의 장례식부터 발인까지 함께한 한 동료 교수는 “발인 때는 아내분이 많이 우셨는데 안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임 교수의 어머니가 ‘바르게 살다 가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있은 영결식은 “마지막을 조용히 모시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신관 15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곳은 진료실과 함께 임 교수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이다. 영결식 후 유가족과 장례준비위원회의 의료진 등 20여 명은 임 교수가 평소 근무한 병원 본관 3층과 진료실을 한 바퀴 돌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 간호사는 “아들이 영정을 들고 3층을 돌았는데 당시 주변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모두 울었다. 나도 고개를 숙인 채로 흐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적십자병원에서 열린 발인에는 유가족과 동료 의료진 등 40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임 교수를 추모했다. 임 교수의 관이 영구차에 실리자 아내는 관을 붙잡으며 오열했다. 발인을 지켜본 강북삼성병원의 한 교수는 “연말에 혼자 진료를 하다가 이런 일을 당해 마음이 정말 아프다”면서 “선배인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후배였다”며 생전의 임 교수를 떠올렸다.김재희 jetti@donga.com·송혜미 기자}

    • 2019-0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단독]낸시랭과 이혼소송 왕진진, 유흥업소서 욕설하다 입건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이혼 소송 중인 왕진진(본명 전준주·38) 씨가 유흥업소에서 룸 이용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다 업소 직원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입건됐다. 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경 왕 씨가 서초구 잠원동의 유흥업소인 A노래방에서 룸 이용 시간을 서비스로 1시간 더 달라고 요구하다 이 업소 영업부장 한모 씨(34)와 시비가 붙었다. 경찰은 왕 씨와 한 씨를 쌍방 모욕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왕 씨는 2일 오후 9시경 이 업소를 찾았고 다음 날인 3일 오전 2시경 이용 시간이 종료되자 “룸 이용 시간을 서비스로 1시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업소 측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자 왕 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겠다. 죽여 버리겠다. ××××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한 씨 역시 왕 씨에게 욕설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인근 지구대로 연행된 뒤에도 왕 씨는 “A업소가 성매매를 하는 퇴폐업소다. 퇴폐업소를 이용한 것을 나도 자수할 테니 한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하라”고 요구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19-0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몸짱 욕심에… 불법 스테로이드 주사 일반인까지 번져

    “스테로이드 약물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일반인이에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주사 꽂는 데 30초도 안 걸려요.” 지난해 12월 31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스테로이드 불법 판매업자 A 씨가 기자에게 한 얘기다.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 구매’라고 입력한 뒤 클릭 한 번에 판매업자와 연결됐다. 그는 처방전 없이 임의로 섞은 약물을 주사로 꽂아 넣는 일명 ‘인젝’을 권했다. 중국에서 어렵게 약물을 들여왔다며 12주 치 사용량으로 38만 원을 달라고 했다.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단기간에 성장시켜주는 약물이다. 오·남용을 하면 심장병, 불임, 근육 괴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투약하려면 현행법상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A 씨는 “3년 전에 비해 스테로이드를 찾는 일반인이 10배가량 많아졌다.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 데다 적발이 되더라도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구입을 부추겼다. 주로 보디빌더나 직업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던 스테로이드가 최근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보디 프로필’ 촬영이 유행하는 등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려는 일반인들이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려 근육을 속성으로 키우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스테로이드 복용자 B 씨는 “부작용이 있기는 해도 단기간에 몸이 좋아져서 한 번 손을 대면 ‘마약’처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의 유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회원 수 4만 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불법으로 구입하는 방법과 약물 혼합법 등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헬스 트레이너들이 일반인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4년간 헬스클럽을 다닌 유모 씨(28)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트레이너로부터 스테로이드 주사 투약을 권유받았다. 본인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회원의 몸이 좋아지면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운동을 하고 있는 C 씨(31)는 “여성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내추럴(약물 사용 없이 근육을 키우는 것)로는 근육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환이 작아지고 가슴이 간지러운 부작용뿐 아니라 패혈증 때문에 근육이 부풀어 올라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약사법상 일반인이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느슨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제재결정위원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스테로이드는 현행법상 판매자만 처벌 대상이고 구매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불법 유통을 모니터링하지만 인력이 한정돼 있고 유통 방법 또한 은밀해지고 지능화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송혜미·김민곤 기자}

    • 2019-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몸짱 열풍’에 스테로이드 주사 꽂는 직장인들…오남용 부작용은?

    “스테로이드 약물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일반인이에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주사 꽂는데 30초도 안 걸려요.” 지난해 12월 31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스테로이드 불법 판매업자 A 씨가 기자에게 한 얘기다.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 구매’라고 입력한 뒤 클릭 한 번에 판매업자와 연결됐다. 그는 처방전 없이 임의로 섞은 약물을 주사로 꽂아 넣는 일명 ‘인젝’을 권했다. 중국에서 어렵게 약물을 들여왔다며 12주치 사용량으로 38만 원을 달라고 했다.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단기간에 성장시켜주는 약물이다. 오남용 하면 심장병, 불임, 근육 괴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투약하려면 현행법상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A 씨는 “3년 전에 비해 스테로이드를 찾는 일반인이 10배가량 많아졌다.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데다 적발이 되더라도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구입을 부추겼다. 주로 보디빌더나 직업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던 스테로이드가 최근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바디 프로필’ 촬영이 유행하는 등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려는 일반인들이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려 근육을 속성으로 키우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스테로이드 복용자 B 씨는 “부작용이 있기는 해도 단기간에 몸이 좋아져서 한 번 손을 대면 ‘마약’처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의 유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회원 수 4만 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불법으로 구입하는 방법과 약물 혼합법 등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헬스 트레이너들이 일반인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4년간 헬스클럽을 다녀 온 유모 씨(28)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트레이너로부터 스테로이드 주사 투약을 권유 받았었다. 본인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회원의 몸이 좋아지면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운동을 하고 있는 C 씨(31)는 “여성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내추럴(약물 사용 없이 근육을 키우는 것)로는 근육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며 “고환이 작아지고 가슴이 간지러운 부작용뿐 아니라 패혈증 때문에 근육이 부풀어 올라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약사법상 일반인이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느슨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제재결정위원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스테로이드는 현행법상 판매자만 처벌 대상이고 구매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불법 유통을 모니터링 하지만 인력이 한정돼 있고 유통 방법 또한 은밀해지고 지능화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스테로이드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와 불법 판매업자 A 씨와의 카카오톡 대화-기자: 스테로이드를 복용해보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나요?-A 씨: 인젝(주사)을 추천 드려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주사 넣는데 30초도 안 걸려요.-기자: 일반인인데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게 겁이 나요.-A 씨: 구매자 절반 이상이 일반인들이고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기자: 일반인들도 스테로이드를 많이 쓰나 봅니다.-A 씨: 일반인 구매자가 3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었어요.-기자: 약물 혼합을 어떻게 하나요?-A 씨: ‘에난’, ‘이퀴’, ‘디볼’, ‘놀바’ 이런 약물들을 섞어 쓰면 효과가 좋아요. 12주 기준 38만 원입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민곤 기자}

    • 2019-01-02
    • 좋아요
    • 코멘트
  • 동네마트 “단골 잃을라”… 여전히 비닐봉투 건네

    “그동안은 공짜로 주더니 왜 돈을 받나.” 전국 모든 대형마트와 대형 슈퍼마켓(매장 크기 165m²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고, 제과점에서의 비닐봉투 무상 제공이 금지된 첫날인 1일.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여전히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제과점에서는 비닐봉투가 무상으로 손님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비닐봉투를 유료로 판매하는 업주들에게 ‘왜 돈을 받느냐’며 따지는 고객들도 있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 이곳에선 고객들에게 여전히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 전날까지는 비닐봉투 유상 제공이 허용됐지만 시행규칙 개정으로 1일부터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투 사용 자체가 금지된다. 이 슈퍼마켓 관계자 A 씨(43·여)는 “비닐봉투 제공을 중단해도 손님들이 군말 없이 종량제 봉투를 쓰는 대형마트와 우리 같은 동네 슈퍼마켓은 사정이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주로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불편하다’는 소문이 나면 금세 다른 슈퍼마켓으로 가버린다는 것. 강북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여전히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었다. 슈퍼마켓 이름이 찍힌 비닐봉투를 50원에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왜 비닐봉투를 돈을 받고 파느냐’고 따지는 고객에겐 속비닐을 무상으로 건넸다. 생선이나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재료를 담는 속비닐은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슈퍼마켓에서는 생선이나 고기를 사지 않은 손님에게도 속비닐을 제공했다. 이 슈퍼마켓 직원은 “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동네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들이 불편해하는 걸 곧바로 따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제과 체인점 직원 정모 씨는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직원은 “본사에서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며 “봉투 값을 따로 받으면 고객들이 싫어할 텐데…”라고 난색을 표했다.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제과점에서도 ‘공짜 봉투’에 빵을 담아주기도 했다. 동작구의 한 제과점 주인 최모 씨(61)는 “동네 빵집은 입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봉투 값을 달라고 하면 손님들이 화를 낸다”며 “내일 안내문을 붙이긴 하겠지만 손님들이 따라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제과점에서 빵을 산 고객들은 봉투 값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던 대형마트와 기업형 베이커리 체인점에서는 혼란이 없었다. 고객들은 구매한 물건을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아 가거나 구매량이 적은 고객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동작구의 한 빵집에서 만난 이모 씨(47)는 “환경을 위해선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야 하고, 그래서 봉투 값을 받는 것을 이해한다”며 “앞으로 빵집에 갈 때도 종이가방을 갖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등포구의 한 빵집에서는 점원이 봉투 값을 요구하자 “일주일에 2, 3번은 오는 가게인데 지금까지 안 받던 봉투 값을 왜 내라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는 고객도 있었다. 홍석호 will@donga.com·송혜미·박정서 기자}

    • 2019-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