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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으로 제압당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위력이 충분히 행사됐다.’ 수행비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2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의 1, 2심 판단은 180도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4)를 업무상 위력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했다고 봤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김 씨에게 ‘무형적 위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유형적 위력’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으면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항소심 징역 3년 6개월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만 67세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학 시절인 1986년과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두 차례 복역한 안 전 지사는 2003년 12월 불법 정치자금 5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이번이 네 번째 구속 수감이다. ○ “권력적 상하 관계로 저항 어려워” 2심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 수행비서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첫 성폭행을 당하는 등 안 전 지사의 위력이 행사된 범죄의 피해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권력적 상하 관계에 있어 김 씨가 적극 저항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유죄가 된다는 1심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김 씨가 지방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지사와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안 전 지사에게 순종해야 하고, 내부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점을 안 전 지사가 악용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피해를 당한 다음 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식당을 알아보고, 안 전 지사에게 텔레그램 이모티콘을 보낸 것은 김 씨가 저항하지 않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성폭행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차별, 양성평등,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에게 ‘피해자다움’이 없었다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피해자 진술 신빙성 있어”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 진술보다 김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진술만으로는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안 전 지사의 방에 가게 된 경위, 상황과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한 행동과 말 감정 등이 구체적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 못할 상세 진술”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범행 시점을 일부 혼동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김 씨의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허위 사실을 지어냈을 리가 없어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정에서 안 전 지사가 2017년 8월 공중화장실 앞에서 김 씨를 성추행한 경위와 관련해 진술을 번복한 점은 2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 진술을 배척한 빌미가 됐다.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이었으니 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2심에선 다시 “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했다.○ 2심 재판부에 여판사 포함 1심 재판부는 판사 3명이 모두 남성이었으나 2심 재판부엔 여성인 성언주 판사(44·사법연수원 30기)가 포함됐다. 최근 판사 ‘사무분담위원회’에서는 “여성 피해자들의 사건을 많이 심리하는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는 여판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심 재판장인 홍동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0·22기)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대법원 공보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 등으로 일했고, 14일부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한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들이 변호사시험(변시) 1회 판사를 사법연수원 41.5기로 대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달 30, 31일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판사 237명 중 절반 이상인 123명(51.9%)이 변시 1기를 사법연수원 41기보다 후배, 사법연수원 42기보다 선배라는 데 투표했다. 변시 1회를 사법연수원 41.5기로 대우하는 검찰과 같은 방식이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사법연수원 41기는 2012년 1월, 42기는 2013년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변시 1회 판사들은 2012년 3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변시 1회 판사들이 사법연수원 41, 42기 판사들 사이에 ‘낀 기수’가 됐고, 선후배 기수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져 투표로 결정한 것이다. 논쟁에서 변시 1회 판사들은 “우리는 2012년 3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므로 2012년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1기와 동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법연수원 42기 판사들은 “우리나 변시 1회나 법관 임용 시점은 2016년 초로 같기 때문에 동기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선배 기수가 되면 단독 판사를 먼저 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고, 합의부에서 좌우배석 중 선임인 우배석 역할을 맡게 된다. 관사 배정도 선배 기수가 유리하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의 투표 결과는 다른 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행정처에서 통일된 권고 의견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전국적으로 다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에서는 같은 문제를 놓고 판사들이 표결을 하려다 무산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수행비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사진)가 1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8월 14일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지 171일 만에 판결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4)에 대한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기관 5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도지사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9차례에 걸쳐 범행했다”고 밝혔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네 차례 성폭행과 네 차례 강제추행 등 검사의 공소사실 10가지 중 9건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 씨의 피해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으며, 안 전 지사가 상급자의 위세로 김 씨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반면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김 씨가 안 전 지사의 위력에 제압당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4.95m2(약 1.5평) 크기 독방에 수감됐다. 앞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안 전 지사가 구속 수감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0·수감 중) 또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관계는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 세력의 관계를 넘었다.” 김 지사의 1심 재판부는 31일 판결문에서 김 지사와 김 씨의 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김 지사와 김 씨는 상호 도움을 주고받음과 동시에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정권 창출 및 유지를 목적으로, 김 씨는 김 지사를 통해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했다고 봤다. ○ “김 지사가 범행 전반 지배” 재판부는 무엇보다 김 지사가 ‘댓글 여론 조작’ 범행을 김 씨와 함께 저지른 것을 넘어 범행을 지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김 씨의 킹크랩(댓글 여론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한 댓글 순위 조작 범행 전반을 지배함으로써 김 씨의 댓글 조작 범행에 공동정범으로서 가담했다”고 했다. “김 지사가 김 씨를 여론 조작으로 나아가게 하고, 2017년 대선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는 것이 판결문에 적시된 재판부의 시각이다. 댓글 조작을 주도한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대해 재판부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는 김 씨가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운동을 해줄 것을 동기로 해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7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력 정당의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평가받던 문재인 대표의 측근”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선이 끝난 후에는 정부의 주요 인사 임명 등에 사실적·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익 얻은 사람은 민주당 정치인” A4용지 162쪽 분량의 판결문엔 ‘민주당’이라는 단어가 67번 언급된다. 재판부는 특히 김 씨의 범행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정권 창출을 꼽았다. 재판부는 “김 씨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온라인 여론을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킹크랩에 의한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범행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사람은 김 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댓글 작업을 진행한 것도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김 지사를 도와 민주당을 지원하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하던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는 소위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국내 정치적 상황이 격변하고 있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결의됐다”고 설명했다.○ 시그널 비밀대화방으로만 보고 김 씨가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49차례 김 지사에게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의 방식과 내용에도 재판부는 주목했다. 김 지사와 김 씨는 휴대전화 외에도 텔레그램 일반대화방과 비밀대화방, 시그널 비밀대화방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중에서도 보안성이 가장 강한 시그널 비밀대화방으로만 김 씨가 정보보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19대 대선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이전 온라인 정보보고에는 대선 경쟁 후보 측의 댓글 활동 상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2016년 10월 25일 정보보고에는 “△△△, ○○○ 등의 조직에도 기계를 돌리는 정황이 파악”이라고 써 있다. 2017년 3월 8일 정보보고에는 “△△△+○○○ 조직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까지 합세해 마지막으로 지지율 추이를 뒤집어보려고 온라인 세력이 대거 투입”이라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대선 경쟁 후보 움직임에 대응하는 김 씨의 댓글 작업을 김 지사가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 1심 재판부는 31일 판결문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0·수감 중)로 하여금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기계적인 방법에 의한 온라인 여론 조작에 나아가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2017년 대선에서 김 지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게 됐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김 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개입에 대해 “직접 관여해 범행 전반을 지배했다”고 명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집권, 대선 승리 후 정권의 안정적 운영 및 존속을 위해 주요 포털사이트에 게시되는 정치 관련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기 위해 ‘경공모’ 회원들을 동원했다”면서 “범행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사람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A4용지 162쪽 분량의 판결문엔 ‘문재인’이 82번, ‘민주당’이 67번, ‘대선’이 85번 언급됐다. 수만 장에 이르는 별지엔 김 씨가 ‘텔레그램’ ‘시그널’ 등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김 지사에게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등이 담겼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댓글 여론 조작’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52)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8월 24일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 지 159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0일 김 지사를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0·수감 중) 등의 댓글 조작 혐의(업무방해)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김 씨 등이 개발한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초기 모델 시연을 본 뒤 댓글 여론 조작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킹크랩 완성형이 만들어진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3월 21일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기사 약 8만 개에 댓글 8840만여 건의 ‘공감·비공감’ 또는 ‘찬성·반대’ 클릭 수를 조작하는 데 김 지사가 가담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 씨에게 뉴스기사 인터넷주소(URL)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댓글 조작을 요구했고, 김 씨는 49차례에 걸쳐 김 지사에게 정치권 동향이나 댓글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담은 ‘온라인 정보보고’를 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1년 6개월여 동안 김 씨를 11차례 만나면서 정치적 상황이나 쟁점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의견을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사람은 민주당 정권 창출과 유지를 위해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가 지난해 6·13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김 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등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은 재판장인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 비서실 소속 판사로 근무한 게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며 항소했다. 김 지사는 직접 쓴 입장문을 통해 “양승태 재판부와 연관된 재판부라는 점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다시금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 선고 직후 방청석의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라고 외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6.56m²(약 2평) 크기 독방에 수감됐다. 1심 선고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가입 인증번호가 856(라오스 국가번호)으로 시작하는 네이버 아이디 3개.’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52)를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법정 구속한 1심 재판부가 ‘킹크랩’(댓글 여론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초기 모델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는 증거로 인정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다. 당시 김 지사 앞에서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0·수감 중) 등이 킹크랩 시연을 하기 위해 라오스 계정을 이용한 증거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후에 조작이 불가능한 객관적인 물증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모두 부인하는 것은 죄질이 나쁘다”며 김 지사를 비판했다. ○ 김 지사 방문 날짜에 맞춰 킹크랩 개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 뒤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서 킹크랩 초기 모델을 작동시킨 객관적 증거를 찾는 데 주력했다. ‘2016년 11월 킹크랩 초기 모델 시연→12월 킹크랩 완성형 제작→본격적인 대선 여론 조작’ 등 김 지사의 혐의를 설명하는 첫 번째 연결고리가 킹크랩 초기 모델 시연이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킹크랩 초기 모델 시연이 없었다면 김 씨 측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완성형 모델을 만들지 않았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특검팀이 전달받은 수사 기록엔 김 씨의 측근 ‘둘리’ 우모 씨(33·수감 중)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했다는 진술만 있었다. 특검팀은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경 김 지사가 자신의 카니발 차량을 타고 산채에 왔다가 오후 9시 20분경 떠난 사실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이 시간대에 네이버 온라인 뉴스에서 1번 이상 댓글을 단 아이디 전체를 확인했다. 이 중 수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킹크랩의 작동 패턴과 유사한 로그 기록을 보이고, ‘옵티머스뷰2’ 휴대전화 기종에서 사용된 아이디 3개를 찾았다. 킹크랩은 휴대전화로 작동시키는데, 우 씨는 시연을 좀 더 잘 보이게 할 목적으로 다른 기종보다 액정의 가로 크기가 상대적으로 넓은 이 기종을 사용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당시 오후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 동안 이들 아이디의 로그 기록을 확보했다. 이 3개 아이디는 라오스에서 구한 유심(휴대전화 가입자 식별 카드)을 사용해 휴대전화로 네이버에 회원 가입을 한 계정이었다. 특검팀은 이 유심을 우 씨에게 전달한 사람도 파악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 방문 날짜에 맞춰 킹크랩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가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댓글 작업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인사수석과의 통화 기록도 물증 재판부는 김 지사가 지난해 6·13지방선거까지 댓글 작업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김 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여기에는 김 지사가 2017년 12월 28일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과 통화한 사실 등 특검팀이 제출한 통화 기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날 김 지사 측으로부터 경공모 측근 ‘아보카’ 도모 변호사(62)가 일본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김 지사는 당시 오전 9시 47분경 조 수석과 2분 17초 동안 통화했다. 이후 김 지사는 당시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50)와 통화를 했고, 한 씨는 이어서 김 씨와 통화를 했다. 김 씨는 오후 5시 58분경 한 측근에게 “오사카가 힘들고 센다이 총영사 얘기를 해서 골치가 아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정성택 neone@donga.com·이호재·김동혁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52)를 30일 법정 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6·사법연수원 25기·사진)는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거친 판사다. 서울 성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성 부장판사는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군 법무관을 거쳐 1994년 당시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성 부장판사는 대법원 청사에서 모두 두 차례 근무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09년 2월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으로 발탁돼 1년 동안 근무했다. 재판부로 복귀한 성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 재임 때인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2년 동안 대법원장 비서실 소속 판사로 일했다. 이때 산행을 좋아하는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거의 매주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등산을 하고 야영을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판결도, 행동도 FM인 원리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나 진보 성향의 법원 내 연구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연거푸 맡으면서 최근에는 친분 있는 판사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낼 정도로 재판에만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0·수감 중),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2) 등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공천개입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 선고가 TV로 생중계될 당시 차분하고 균형 있는 진행으로 법조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2017년도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변호사시험(변시) 1회 판사와 사법연수원 42기 판사 중 누가 선배일까.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 300여 명은 30, 31일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 안건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판사들과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나온 판사들의 ‘서열’을 어떻게 정할지다. 사법연수원 41기는 2012년 1월, 42기는 2013년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변시 1회 판사들은 2012년 3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변시 1회 판사들이 사법연수원 41, 42기 판사들 사이에 ‘낀 기수’가 됐고, 선후배 기수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변시 1회 판사들은 “우리도 2012년 3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므로 2012년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법연수원 41기와 동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법연수원 42기 판사들은 “법관 임용 시점은 2016년 초로 같기 때문에 변시 1회를 동기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선배 기수가 되면 단독 판사를 먼저 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고, 합의부에서 좌우배석 중 선임인 우배석 역할을 맡게 된다. 관사 배정도 선배 기수가 더 유리하다. 법관들의 인사는 대법원이 관여하지만 사무 분담은 각급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정한다. 판사들의 서열도 사무분담위원회가 결정한다. 법원행정처에서는 2016년 변시 1회를 사법연수원 42기와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변시 1회를 검찰에서는 사법연수원 41.5기로 보고, 로펌에선 사법연수원 41기와 같은 기수로 대우한다. 변시 출신 판사들이 늘면서 타 기관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에서도 같은 문제를 두고 판사들이 표결을 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의 투표 결과는 다른 법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78·수감 중·사진)이 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에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을 청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변호사는 보석 청구서에서 “새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료일이 55일 남은 상태에서 10만 페이지 이상의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구속 기간에 공판 기간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충실하지 못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재판의 역사적 중요성에 비춰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9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 기한이 갱신됐고, 올 4월 8일 밤 12시에 구속 기한이 만료되고,이후 석방된다. 항소심 재판장인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56·사법연수원 18기)가 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임명돼 새 재판부가 구속 기한까지 2심 선고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으로 일단 석방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78세의 고령이고 어지럼증, 수면장애, 체중감소 등을 겪고 있다. 오랜 기간의 수면무호흡 증세까지 겹쳐 고통을 받아 얼마 전부터 수면 시 양압기를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쇠한 전직 대통령을 항소심에서도 계속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 국격을 고려하더라도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르면 30일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측 의견을 듣고 보석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회삿돈 349억여 원을 횡령하고 111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은 서울고등법원장에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60·사법연수원 14기)을 임명하는 등 고위법관 인사를 28일 단행했다. 취임 후 두 번째 고위법관 인사에서 김 대법원장은 고법부장 승진을 폐지하고, 서열 중심의 법관 인사 관행에 큰 변화를 줬다. 김 신임 원장은 대법원장 몫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겸임 내정됐다. 국회 본회의 표결 없이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김 신임 원장은 선관위원으로 정식 임명된다. 제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신임 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하던 2017년 4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후임으로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았다. 고등법원장급으로는 올 3월 문을 여는 수원고법 초대 원장에 김주현 서울고법 부장판사(58·14기), 사법연수원장에 김문석 서울고법 부장판사(60·13기), 대구고법원장에 조영철 서울고법 부장판사(60·15기), 부산고법원장에 이강원 서울고법 부장판사(59·15기)가 각각 보임했다. 새 법원행정처 차장에는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56·18기)가 임명됐다. 김 신임 차장은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사법정책심의관, 윤리감사관 등으로 일해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에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다 ‘서울중앙지법으로 관할을 옮겨 달라’고 주장한 전두환 전 대통령(88)의 관할이전 신청을 기각한 최수환 광주고법 부장판사(55·20기)가 임명됐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의 항소심 사건을 맡고 있는 홍동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1·22기)가 보임했다. 일각에선 법원행정처 실장 2명이 모두 교체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7년 11월과 지난해 2월 각각 임명된 이승련 기획조정실장(54·20기)과 이승한 사법지원실장(50·22기)이 약 1년 만에 동시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장 2명은 모두 재판부 복귀를 강하게 희망했다. 사법지원실장에 기획조정실장보다 위 기수를 임명한 건 재판 지원을 사법행정의 중심 기능으로 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시범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지법원장은 대구지법 판사들이 추천한 3명 중 1명인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54·22기)가 보임됐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원장에는 지난해 12월 소속 판사들이 단수 추천한 신진화 부장판사(58·29기) 대신 장준현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55·22기)가 임명됐다.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대법원 <전보> ▽지법원장 △서울회생 정형식 △서울남부 김흥준 △서울북부 권기훈 △인천 윤성원 △춘천 이승훈 △부산 정용달 △울산 구남수 △창원 김형천 △광주 박병칠 △제주 이창한 ▽가정법원장 △서울 김용대 △부산 이일주 △대구 이윤직 △수원 박종택}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24일 오전 9시 7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한 김명수 대법원장. 1층 로비 앞에서 기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어 3초간 허리를 깊숙이 굽혔다. 허리를 펴고 선 뒤 정면을 바라본 김 대법원장은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를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긴장한 듯 가끔씩 입술이 떨렸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그것만이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또 그것만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마지막으로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김 대법원장은 다시 2초간 허리를 굽혀 거듭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기자들이 ‘앞으로 법원 내부 갈등은 어떻게 봉합할 건가’라고 물었지만 크게 한숨을 들이쉬며 대법원 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주재했고, 오후에는 전원합의체 선고를 했다. 대법원은 전직 사법부 수장의 구속에 대한 별도의 성명이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중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개월 만인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했다. 검찰청사로 향하기 직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자 김 대법원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직후 김 대법원장은 “부끄럽다”며 더 높은 수준의 사과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대표해 국민들에게 허리를 두 번이나 굽혀 사법부의 과오를 반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병대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12기)의 대학 동기들이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또다시 제출한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박 전 대법관의 서울대 법대 76학번 동기 62명은 21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에 ‘법대 동기들이 거듭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법제처장 출신인 이재원 변호사,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황덕남 변호사,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종훈 변호사 등이 탄원서 서명에 참가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 법원을 위해 애썼다고 모두가 칭송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범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괴이한 현상을 막을 사람은 언론인도 정치인도 인권운동가도 아니다. 법의 최종적 판단자인 법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무죄가 불분명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굳이 유례가 없는 재판 거래라는 법조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죄명으로 그를 구속하는 것은 ‘법의 존엄성’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법관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열렸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의 동기 59명은 지난해 12월 6일 열린 박 전 대법관의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 때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법원장은 그렇게 보고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법원에 대한 모욕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은 2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막바지에 법정의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사법연수원 25년 후배인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에게 구속이 부당하다고 호소한 것이다. 전직 대법원장으로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장심사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은 심사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명 부장판사의 결정을 기다렸다.○ 양승태, ‘모욕’ ‘수치’ ‘수모’ 강조 이날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시작된 영장심사는 오후 4시까지 5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점심을 빵과 우유로 때웠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사실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 개입 등 40여 가지에 달하고, 주도적으로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한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에 대한 모욕’ ‘수치’ ‘수모’ 등을 강조하며, 영장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후배 판사가 거짓 진술을 했고, 모함을 받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의 발언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검찰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생각하는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7·18기)의 업무수첩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수첩에 적힌 한자 ‘大’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발언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大’를 나중에 수첩에 써넣었을 수 있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제징용 소송 지연 개입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를 만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소송과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김앤장 측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기계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날 법원은 후배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심사에서 안 전 검사장 선고를 거론하며 수십 명의 법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가 검사 1명에 대한 인사 보복 혐의보다 훨씬 무겁다는 논리를 폈다.○ 박병대, 점심 거른 채 영장심사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에 대한 영장심사가 열렸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심사보다 1시간 반 더 걸렸다. 박 전 대법관은 점심을 먹지 않고, 중간에 단 10분 동안 휴식했다.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27기)가 검사에게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해 심사가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 최후진술에서 “한 달여 만에 다시 이 법정에 섰다. 쌓인 업보가 얼마나 많기에 이런 화를 거듭 당하는가 하는 회한과 두려움으로 며칠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마저 지배한 칼춤의 시대’로 기억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재판 거래’와 ‘사법농단’은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여부 놓고 장외 찬반집회 이날 법원 밖에선 오전부터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찬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 삼거리 오른편엔 ‘양승태 구속’, 왼편엔 ‘사법부는 좌파정권 눈치 그만 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경찰이 양쪽의 접촉을 차단해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는 법원 직원 3253명의 서명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김예지 기자}

“후배 판사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수치스럽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은 2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정의 피고인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법연수원 25년 후배인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에게 구속이 부당하다고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명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심사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양 전 대법원장은 24일 새벽 교도관으로부터 영장 발부 소식을 들었다. 수용복으로 갈아입은 뒤 독방에 수감됐다. ●“모함” “진술 왜곡” 주장 패착 양 전 대법원장 측은 23일 영장심사에서 자신을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한 후배 판사 등의 진술과 증거들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모함을 받고 있다”며 ‘법원에 대한 모욕’ ‘수치’ ‘수모’ 등을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저런 주장을 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시작된 영장심사는 오후 4시까지 5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점심을 빵과 우유로 때웠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사실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 개입 등 40여 가지에 달하고, 주도적으로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한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의 발언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7·18기)의 업무수첩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검찰은 수첩에 적힌 한자 ‘大’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발언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大’를 나중에 수첩에 써넣었을 수 있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강제징용 소송 지연 개입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는 만났지만 소송과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김앤장 측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기계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공교롭게 이날 법원은 후배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심사에서 안 전 검사장 선고를 거론하며 수십 명의 법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가 검사 1명에 대한 인사보복 혐의보다 훨씬 무겁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명 부장판사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병대, 점심 거른 채 영장심사 23일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에 대한 영장심사도 열렸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열렸다. 박 전 대법관은 점심을 먹지 않고, 중간에 단 10분 동안 휴식했다.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27기)가 검사에게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해 심사가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 최후진술에서 “한 달여 만에 다시 이 법정에 섰다. 쌓인 업보가 얼마나 많기에 이런 화를 거듭 당하는가하는 회환과 두려움으로 며칠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마저 지배한 칼춤의 시대’로 기억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은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 후 늦은 식사를 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가 영장이 기각된 뒤 구치소에서 나왔다. ●구속 여부 놓고 장외 찬반집회 이날 법원 밖에선 오전부터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찬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 삼거리 오른편엔 ‘양승태 구속’, 왼편엔 ‘사법부는 좌파정권 눈치 그만 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경찰 병력이 양쪽의 접촉을 차단해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는 법원 직원 3253명의 서명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의 대학 동기들이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또 다시 제출한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돼 이날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의 서울대 법대 76학번 동기 62명은 21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에 ‘법대 동기들이 거듭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법제처장 출신인 이재원 변호사,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황덕남 변호사,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종훈 변호사 등이 탄원서 서명에 참가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박 전 대법관이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 법대 친구들은 가슴이 답답해왔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종잡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법원행정처장으로 법원을 위해 애썼다고 모두가 칭송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범죄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런 괴이한 현상을 막을 사람은 언론인도 정치인도 인권운동가도 아니다. 법의 최종적 판단자인 법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장님도 판사로 살아오시면서 과연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던 적이 있으셨냐. 박 전 대법관은 증거인멸의 염려도, 도망갈 염려도 없다는 것을 재판장님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것이다”고 했다. “유무죄가 불분명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굳이 유례가 없는 재판 거래라는 법조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죄명으로 그를 구속하는 것은 ‘법의 존엄성’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끝맺었다. 박 전 대법관의 서울대 법대 76학번 동기들은 지난해 12월 6일 열린 박 전 대법관의 첫 번째 영장실심사 때도 영장전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첫 번째 탄원서 제출 때는 59명이 참가했는데 두 번째 탄원서 제출 땐 3명이 늘어나 62명이 참가했다. 당시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박 전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와 금융당국의 법정다툼에서 삼성바이오가 먼저 웃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 인용 결정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해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바이오는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는 증선위 처분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통상 서울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의 결과는 심문기일 당일이나 늦어도 며칠 내에 나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2월 19일 집행정지 관련 심문기일이 열린 뒤 이번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한 달 이상이 걸려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처음에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다수의 전문가가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력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표이사의 해임 처분에 대해서도 “김태한 대표이사는 설립 당시부터 삼성바이오 성장에 공헌을 했는데 그와 유사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물색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다행이다”며 “앞으로 있을 본안 소송에서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 처분을 모두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은 별개로 진행된다. 재계는 법원이 ‘회계 기준’에 따른 적법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회계 기준과 금융당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본 정·재계 고위 인사의 요구를 받은 뒤 외교부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재판 개입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일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의 면담 내용이 담긴 메모를 한 참석자로부터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회담에서 일본 측은 당시 “강제징용 소송 판결을 방치하면 한일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나라 망신이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징용 소송을 처리하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거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에게 전달됐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에게도 보고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23일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강제징용 재판 등에 그가 직접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를 앞세워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영장범죄사실 40여 가지 중 가장 분량이 많은 강제징용 재판 개입에 양 전 대법원장이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판결 확정의 파장을 언급하고, 피고 측 변호인을 집무실에서 면담한 내용이 포함됐다.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곳은 2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가 열렸던 곳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25년 후배인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심리가 시작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36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한 점에 비춰 검찰 측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 중앙의 피고인석에 앉아 법대 위에 앉은 명 부장판사를 올려다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옆에는 검찰 수사 때부터 입회했던 검사 출신의 최정숙 변호사가 앉는다. 검찰은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신봉수 부장검사(48·29기)와 단성한(44·32기), 박주성(40·32기) 부부장검사가 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가 끝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치 장소 결정 권한은 법원이 갖고 있다. 통상의 경우처럼 구치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조사실에서 이례적으로 대기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 측은 “전직 대통령의 경우 경호 관련 법률상 여러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되면 양 전 대법원장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심사 결과는 24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교 후배의 재판 진행 상황을 무단 열람한 혐의 등 30여 가지 범죄 사실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은 319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는다.김동혁 hack@donga.com·이호재 기자}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 여부는 검사 출신 25년 후배 법관이 결정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23일 오전 10시 30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사진) 심리로 열린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18일 청구했다. 명 부장판사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검사로 근무하며 검찰총장 표창을 받는 등 수사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별수사팀장인 한동훈 3차장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2009년 판사로 전직한 명 부장판사는 서울고법과 창원지법 등 일선 법원에서 주로 근무했다. 지난해 6월부터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대거 기각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영장전담으로 보직을 옮겼다. 명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이 근무했던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는 점이 고려됐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의 사무실 또는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첫 강제수사여서 검찰 수사의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연수원 기수 16년 선배인 고영한 전 대법관(64·11기)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아 “공모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명 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했던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21호는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 장소와 같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의 영장실질심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시각 법원종합청사 319호 법정에서 연수원 15년 후배인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27기)가 심리한다. 허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는 근무 인연이 있지만 박 전 대법관과는 연고관계가 없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하는 등 법관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현직 판사 8명 중 5명이 대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17기)와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46·28기)는 최근 대법원에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27일 이 부장판사와 방 부장판사에게 각각 정직 6개월과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전략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에게 문건을 보고하는 것을 묵인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방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의 심증을 노출하고 법원행정처의 선고 연기 요청을 수락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각각 감봉 5개월과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42·32기)와 김민수 창원지법 부장판사(43·32기), 견책 처분을 받은 문성호 남부지법 판사(44·33기)도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관징계법상 징계처분 취소소송은 대법원에서 단심으로 진행된다. 일단 소부(小部)에 배당되지만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징계 청구권자인 김 대법원장과 법관징계위 소속인 박정화 노정희 대법관 등 3명은 징계관련자라 사건 심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부장판사 등은 검찰 수사 도중 대법원이 징계 처분을 내린 건 부당하다고 보고, 소송을 통해 훼손된 명예를 되찾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직 6개월을 받은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7·18기)는 최근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각각 감봉 5개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43·31기),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46·32기)는 불복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징계가 확정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