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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정보통신기술(IT)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7월 ‘A-tab’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태블릿PC를 통해 업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구축된 일종의 ‘스마트워크 플랫폼’이다. 승무원들은 이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비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업무 매뉴얼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기내식 메뉴 선정, 면세품 판매 등에서도 신속한 서비스와 실시간 재고 확인 등이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더 이상 무거운 인쇄 매뉴얼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회사는 항공기 탑재품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발생한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탑승과 수하물 수속에도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박차를 가하며 공항 서비스 부문의 IT 적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8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전용 ‘자동수하물 위탁 서비스 존’을 열었다. 승객들이 홈페이지, 모바일 앱, 공항 키오스크 등을 통해 탑승 수속을 마친 뒤 수하물 위탁 기기에 탑승권을 인식하고 수하물 태그를 발급받아 직접 수하물을 위탁하는 서비스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선 전 공항에 적용 중인 셀프체크인 시스템까지 이용하면 공항의 유인 카운터에서 불필요하게 대기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보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를 비롯한 미래자동차로 인해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 1월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2019년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서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기조 아래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고 2024년에는 시내 도로주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운송사업자부터 단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협력하기로 한 현대차그룹은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 인력도 육성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9월 앱티브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약 1조9100억 원)과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등 총 20억 달러(약 2조3900억 원) 규모를 출자하고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과 개발 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미래차의 핵심 축인 친환경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미래 친환경차 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더라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차에서부터 전기차, 수소전기차까지 현존하는 모든 형태의 친환경차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신차의 절반 수준인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현재 개발 중이다. 내년부터는 스위스에 수소전기트럭 1600대를 순차적으로 수출하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박과 열차, 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동력원으로 확대한다. 현대·기아차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7월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대폭 개편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량 개발의 복잡성을 줄이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BMW 차량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차량은 지난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이미 교체한 리콜 차량으로 드러났다. 30일 BMW코리아 등에 따르면 28, 29일에 경기 지역에서 3건의 BMW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28일에 화재가 난 BMW 530d GT 차량은 주행거리가 30만 km를 넘은 노후 차량으로 화재 전 점검에서 엔진오일이 흘러나왔다는 것이 BMW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해당 차량은 EGR 리콜 대상 차량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9일에 화재가 난 차량(640d)은 이미 EGR 밸브의 리콜을 진행한 차량으로 조사됐다. BMW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10월 초 태풍에 차량이 침수돼 전손 처리된 차량을 다시 외부 수리업체에서 무리하게 수리해서 운행하다 화재가 난 것”이라며 “교체된 EGR 밸브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날 화재가 난 차량(525d xDrive) 역시 리콜 수리가 완료된 차량으로 화재 원인은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 측은 “여러 차례 소유자 변경이 있었던 차량이고 노후한 매연저감장치(DPF)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모두 10만 대 이상의 리콜을 진행했다. 당시 꾸려졌던 민관합동조사단은 조사를 통해 EGR 밸브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EGR 모듈은 디젤차량의 매연물질을 줄이기 위해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 일부를 엔진 내부로 다시 순환시켜 주는 장치다. 배기가스를 식혀 주는 EGR 쿨러에서 새어나온 냉각수가 모듈 내에 침전된 상태에서 고온의 배기가스를 만나 불씨가 됐다는 게 조사단이 내놓은 결론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밀 조사를 통해 화재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엔진에서 화재가 난 것은 맞는 만큼 리콜로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확한 조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BMW 차량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차량은 지난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이미 교체한 리콜차량으로 드러났다. 30일 BMW코리아 등에 따르면 28, 29일에 경기 지역에서 3건의 BMW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28일에 화재가 난 BMW 530d GT 차량은 주행거리가 30만 ㎞를 넘은 노후차량으로 화재 전 점검에서 엔진 오일이 흘러나왔다는 것이 BMW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해당차량은 EGR 리콜 대상 차량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9일에 화재가 난 차량(640d)은 이미 EGR 밸브의 리콜을 진행한 차량으로 조사됐다. BMW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 “10월 초 태풍에 차량이 침수돼 전손 처리된 차량을 다시 외부 수리업체에서 무리하게 수리해서 운행하다 화재가 난 것”이라며 “교체된 EGR밸브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날 화재가 난 차량(525d xDrive) 역시 리콜 수리가 완료된 차량으로 화재원인은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 측은 “여러 차례 소유자 변경이 있었던 차량이고 노후 된 매연저감장치(DPF)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모두 10만 대 이상의 리콜을 진행했다. 당시 꾸려졌던 민관합동조사단은 조사를 통해 EGR 밸브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EGR 모듈은 디젤차량의 매연물질을 줄이기 위해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 일부를 엔진 내부로 다시 순환시켜 주는 장치다. 배기가스를 식혀 주는 EGR 쿨러에서 새어나온 냉각수가 모듈 내에 침전된 상태에서 고온의 배기가스를 만나 불씨가 됐다는 게 조사단이 내놓은 결론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밀 조사를 통해 화재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엔진에서 화재가 난 것은 맞는 만큼 리콜로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확한 조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8일 경기 의왕시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는 현대차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신제조기술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현대차 측은 1만3000m2 규모의 전시회장에서 ‘미래형 공장’의 라인과 로봇을 공개했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본보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중심이 된 작업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5월 울산에서 ‘8시간이 아니라 4시간, 2시간 일해도 되는 공장’을 말하며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대의원 등 500여 명도 이미 이곳을 방문해 완성차 생산을 위한 제조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파업 못 하는 로봇이 예고하는 ‘노동의 종말’ 근로자들이 직접 조립된 차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라인을 다시 설계한 곳에서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기존 완성차 공장에서는 조립된 차가 순차적으로 움직이면서 근로자들이 전반적인 조립 상태와 바퀴 정렬 상태, 가·감속 이상 여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는 곳이다. 대신 이곳에서는 각종 센서와 빅데이터, AI, 차량과 생산설비 간의 무선통신기술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이상 여부를 체크한다. 현재는 주·야간에 각 16명씩, 총 32명이 일하는 곳에서 근로자가 할 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을 소개한 의왕연구소 측은 “로봇이 부착한 차량 전·후면 유리의 부착 상태를 사람이 확인하고 보정하던 작업 역시 자동 보정·장착 기술 개발이 거의 마무리돼 내년에는 실제 적용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전시회 곳곳에서는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도 볼 수 있었다.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일은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미세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로봇에게 맡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조립 로봇들은 근로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촉감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사람 손처럼 움직이며 엔진에 고무링을 끼우는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서 하는 작업은 신체 피로도가 크기 때문에 근로자들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런 영역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면서 현장의 반응도 예전에 비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인간 돕는 로봇… “로봇 자체도 신사업” 의왕연구소에서는 ‘인간을 돕는 로봇’ 연구도 진행 중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해 작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연구는 이미 완성 단계로 현대차 해외 공장에 먼저 적용됐다. 이날 기자가 직접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을 입어봤다. 어깨 높이로 들었을 때 1분을 버티기도 힘든 무게의 전동 공구를 상당 시간 들고 있어도 될 정도로 신체적 기능이 강화됐다. 반복 작업을 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기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은 물론 미래차 생산 효율화 경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근력도 보조하는 생산기술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조 현장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 완성차 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왕연구소에서는 자동화만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화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새로운 생산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으로 변모한 독일 폭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은 1600대 이상의 최신 로봇을 설치했다. 자동화 설비를 늘리면서 기존의 하루 1350대 생산에서 1500대 생산으로 10% 이상 생산성이 높아졌다. 현대차에서는 신기술을 적용한 생산기술의 변화로 근로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완전히 새로 구축하면 생산성을 현재보다 50∼10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공장에 순차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상황이지만 갈수록 변화가 커질 것”이라며 “기존 완성차 공장에 일자리는 줄더라도 산업용 로봇 개발과 생산 등에서 새로운 산업, 그리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의왕=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8일 경기 의왕시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는 현대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신제조기술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현대차 측은 1만3000㎡규모의 전시회장에서 ‘미래형 공장’의 라인과 로봇을 공개했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본보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중심이 된 작업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5월 울산에서 ‘8시간이 아니라 4시간, 2시간 일해도 되는 공장’을 말하며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대의원 등 500여 명도 이미 이곳을 방문해 완성차 생산을 위한 제조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 파업 못하는 로봇이 예고하는 ‘노동의 종말’ 근로자들이 직접 조립된 차의 이상여부를 점검하는 라인을 다시 설계한 곳에서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기존 완성차 공장에서는 조립된 차가 순차적으로 움직이면서 근로자들이 전반적인 조립 상태와 바퀴 정렬 상태, 가·감속 이상 여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는 곳이다. 대신 이곳에서는 각종 센서와 빅데이터, AI, 차량과 생산 설비 간의 무선 통신기술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현재는 주·야간에 각기 16명 씩, 총 32명이 일하는 곳에서 근로자가 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을 소개한 의왕연구소 측은 “로봇이 부착한 차량 전·후면 유리의 부착 상태를 사람이 확인하고 보정하던 작업 역시 자동 보정·장착 기술 개발이 거의 마무리돼 내년에는 실제 적용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전시회 곳곳에서는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도 볼 수 있었다. 볼트와 너트를 쪼이는 일은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미세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로봇에게 맡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조립 로봇들은 근로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촉감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사람 손처럼 움직이며 엔진에 고무링을 끼우는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서 하는 작업은 신체 피로도가 크기 때문에 근로자들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런 영역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면서 현장의 반응도 예전에 비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인간 돕는 로봇… “로봇 자체도 신사업” 의왕연구소에서는 ‘인간을 돕는 로봇’ 연구도 진행 중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해 작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연구는 이미 완성 단계로 현대차 해외 공장에 먼저 적용됐다. 이날 기자가 직접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을 입어봤다. 어깨 높이로 들었을 때 1분을 버티기도 힘든 무게의 전동 공구를 상당 시간 들고 있어도 될 정도로 신체적 기능이 강화됐다. 반복 작업을 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기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은 물론 미래차 생산 효율화 경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근력도 보조하는 생산기술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조현장에 대한 새로운 기술적용은 세계 완성차 업계의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왕연구소에서는 자동화만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화 연구도 함께 진행돼 있다”며 “새로운 생산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으로 변모한 독일 폭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은 1600대 이상의 최신 로봇을 설치했다. 자동화 설비를 늘리면서 기존의 하루 1350대 생산에서 1500대 생산으로 10% 이상 생산성이 높아졌다. 현대차에서는 신기술을 적용한 생산기술의 변화로 근로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완전히 새로 구축하면 생산성을 현재보다 50~10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공장에 순차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상황이지만 갈수록 변화가 커질 것”이라며 “기존 완성차 공장에 일자리는 줄더라도 산업용 로봇 개발과 생산 등에서 새로운 산업, 그리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의왕=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 경쟁 당국이 자국 1, 2위 조선업체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기업결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기업 담당 정부부처인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25일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하는 구조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조선그룹(CSGC)이라는 새로운 중국 국영 조선업체가 출범하면서 기업 규모에서 세계 1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CSSC는 지난해 기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1.5%로 2위를 기록했고 CSIC는 7.5%로 3위에 올랐다. 조선업계에서는 대형 조선사 간의 합병 승인 사례가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으로부터 심사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결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 경쟁 당국이 자국 1, 2위 조선업체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기업결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기업 담당 정부부처인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25일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하는 구조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조선그룹(CSGC)이라는 새로운 중국 국영 조선업체가 출범하면서 기업 규모에서 세계 1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CSSC는 지난해 기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1.5%로 2위를 기록했고 CSIC는 7.5%로 3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양대 국영 조선사를 20년 만에 합병하는 것은 세계 조선업의 대형화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에서는 대형 조선사 간의 합병 승인 사례가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으로부터 심사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결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쟁당국이 합병을 승인한 근거와 기준 자체는 현대중공업그룹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율비행이 가능한 개인항공기는 더 이상 만화책 속 얘기가 아니다. 기술 발전과 투자 가속화로 2040년에는 1조5000억 달러(약 1760조 원)의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개인항공기(PAV) 시장에 대해 올해 초 내놓은 전망이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택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22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앞으로 개인항공기 부문을 전체 사업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그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율비행기가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세계적으로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거대 도시가 늘면서 개인항공기의 상용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교통정보 분석 기업 ‘인릭스(INRIX)’는 지난해 미국 운전자 1명이 한 해 동안 교통 정체로 도로에서 허비한 시간을 평균 97시간으로 추산했다. 교통 체증이 극심한 도로 대신 하늘에서 소규모 이동수단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면 사람을 쉽게 이동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물류 부문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이 같은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기체 개발·제조뿐만 아니라 관련 인프라 개발과 서비스 제공 등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기체 개발과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업체인 에어버스와 보잉은 물론이고 도요타, 벤츠 등도 서로 협력하면서 개발에 나섰고 미국의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올해 CES에서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과 함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개인항공기 ‘벨 넥서스’를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 연구와 기술 개발을 책임졌던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170곳이 넘는 업체가 개인항공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음과 활주 공간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전기 수직이착륙 방식의 개인항공기가 유력한 대안이라는 관측이다. 지상과 달리 공중에는 장애물이 적다는 점 때문에 자율주행차보다 개인항공기가 더 빨리 상용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근 “개인항공기가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인)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개인항공기의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행과 관련한 안전성 확보와 사회 전반의 인프라 구축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제조·서비스 로봇 시장 이미 형성” 현대차그룹이 또 다른 미래 사업의 축으로 제시한 로보틱스 분야도 다양한 기능을 가진 로봇이 상용화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사회의 모습 중 하나인 ‘사람 역할을 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의 경우 교통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 군사, 생활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로봇은 제조 영역에서 갈수록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고 서비스 영역에서는 고객 응대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을 합친 세계 로보틱스 시장 규모는 2021년에 550억 달러(약 6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진출했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 투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근로자의 신체 부담을 덜어주는 의자형, 조끼형 로봇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도와주는 의료형 로봇도 최근 선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개인항공기는 이동 수단의 일환이고 로봇은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기술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완성차 업체와 기존 업체들이 협력해 잠재력이 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SK하이닉스와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우울한 3분기(7∼9월) 성적표’를 받았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내수경기도 부진한 탓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당분간 ‘L자형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실적 회복도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 탓에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500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3분기에 매출 6조8388억 원에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6% 줄어든 4726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 하락이 지속된 것이 직접적 요인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올렸던 까닭에 1년 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93%나 급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량과 투자금액 모두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다운턴(하락국면)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3분기에 매출 26조9689억 원, 영업이익 3785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국내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타2 엔진’의 평생보증 및 보상비용의 일회성 비용이 약 6000억 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전 분기(1조2380억 원)보다 69.4%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쳤다. 기아차도 3분기 매출 15조895억 원, 영업이익 2915억 원으로 공시했다. 이날 현대·기아차는 2025년 전기차(EV) 판매 목표를 85만 대로 제시하면서 세계 2, 3위권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포스코는 3분기 매출 15조9882억 원, 영업이익 1조398억 원을 올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판매 호조 등으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겼지만 철강 부문의 부진으로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줄었다.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기는 매출 2조2721억 원에 영업이익 1802억 원, LG하우시스는 매출 7885억 원에 영업이익 249억 원을 올렸다.서동일 dong@donga.com·김도형 기자}

SK하이닉스와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우울한 3분기(7~9월) 성적표’를 받았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내수경기도 부진한 탓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당분간 ‘L자형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실적 회복도 도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 탓에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500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3분기에 매출 6조8388억 원에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6% 줄어든 4726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 하락이 지속된 것이 직접적 요인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올렸던 탓에 1년 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93%나 급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량과 투자금액 모두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 된다”며 “이번 다운턴(하락국면)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3분기에 매출 26조9689억 원, 영업이익 3785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국내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타2 엔진’의 평생보증 및 보상비용의 일회성 비용이 약 6000억 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전 분기(1조2380억 원)보다 69.4%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쳤다. 기아차도 3분기 매출이 15조895억 원, 영업이익이 2915억 원으로 공시했다. 이날 현대·기아차는 2025년 전기차(EV) 판매 목표를 85만 대로 제시하면서 세계 2, 3위권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포스코는 3분기 매출 15조9882억 원, 영업이익 1조398억 원을 올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판매 호조 등으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겼지만 철강 부문의 부진으로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줄었다.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기는 매출 2조2721억 원에 영업이익 1802억 원, LG하우시스는 매출 7885억 원에 영업이익 249억 원을 올렸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2일 타운홀 미팅에 나섰다. 공개적으로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첫 행사다. 수석부회장을 줄인 ‘수부님’이라는 별칭을 자신도 알고 있고 편하게 써도 된다고 말하는 모습은 ‘수부’ 취임 1년 동안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날 내놓은 얘기는 뜯어볼수록 무게감이 크다. 그는 차를 1000만 대, 1100만 대 생산해서 세계 1등 하는 기업이 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회사에 생중계되는 행사장에서 오너가 ‘양보다 질’이라고 얘기할 때는 대안도 있어야 한다. 정 부회장이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자동차 올인’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에도 자동차가 사업의 절반을 차지하겠지만 개인항공기와 로봇을 자동차만큼 팔면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조직은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동성이란 개념을 자동차에만 한정 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느 사업이 잘될지 점치기 힘든 시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현대차만의 새로운 전략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자동차 산업 격변기에 살아남으려면 개인항공기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은 오히려 시도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어차피 현대차는 1000만 대 생산의 길로 갈 수도 없다. 정 부회장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를 얘기한 것이다”고 해석했다. 이날 질문자는 대부분 젊은 직원들이었다. 오너에게 “내 현대차 주식 어떡하죠?”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유쾌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에는 현대차가 자동차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며 본인을 포함한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자리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최근 정부가 ‘2030년 미래차 세계 경쟁력 1위’를 외치며 내놓은 정책이 떠올랐다. 미래차 시대로 가려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발 맞춰 가야 할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이인삼각’이 돼 같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자율주행 분야의 한 연구자는 “테스트를 위해 돈 내고 사유지를 빌렸다. 규제 때문에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하기도 힘든데 정부가 만든 테스트장은 만원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한국 대표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란 틀까지 벗어던지며 생존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세계 최초’ 같은 구호에 집착한다. 절박한 기업 현장과 정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공무원 조직보다 현대자동차의 조직 간 벽이 더 높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는 정치판이 아니다. 타 부서와 풀어나가는 노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능력이고 본부장들이 얼마나 협력을 잘하는지로 고과를 매기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직원 1200여 명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회색 면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정 수석부회장이 직원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바뀌지 않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자고 강조한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복장 자율화와 직급 통합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메일로 전달할 내용은 메일로,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화상으로 하면 되지 모든 일을 마주 앉아서 한 장 한 장 설명하는 건 제발 하지 말라”며 “메일 보낼 때도 파워포인트는 굳이 붙이지 말라”고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처럼 일의 효율성, 조직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건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조직원들은 훌륭한데 이를 발휘 못하는 문화가 있다. 어느 기업에나 있는 ‘사일로 현상’(조직 간 벽이 높아 소통이 안되는 현상)이 우리 조직에 크게 자리한다”며 “틀을 깨면 우리는 굉장히 다른 조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를 1000만 대 정도 많이 팔아서 1등 하는 게 아니라 진보적 기업 문화에서 1등 하는 그런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서 이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3월 ‘자율 복장’, 5월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이 열렸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한 이번 타운홀 미팅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 수석부회장은 “창사 이래 계속 변화가 있었지만 최근 5∼10년은 정체됐다고 평가한다. 많은 선배들이 열심히 했지만 세계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데 우리의 변화는 모자라다. 과감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다. 현대만 바뀌면 다 바뀌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인력 재배치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전체 직원 중 50% 이상이 재미를 갖고 만족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업계의 미래에 대해 “세계적으로 2500만 대가 공급 과잉”이라고 봤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여러 건의 인수합병이 이어졌지만 실제로 사라진 회사는 거의 없고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 과잉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의 미래 사업은 “자동차가 50%, ‘프라이빗 에어 비히클(개인항공기)’이 30%, 로보틱스가 20%의 비중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수부님’으로 불린다. 수석부회장을 줄인 말로 ‘사부님’과 비슷한 뉘앙스라 껄끄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편하게 부르시라”고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에 읽은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라는 책을 직원들에게 보내겠다며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도 했다. 청년 43인이 기성세대에게 쓴 글을 모은 이 책에 대해 현대차 직원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중일의 ‘수소차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수소차 굴기’에 나서면서 내년 도쿄 올림픽을 ‘수소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일본과 함께 수소차 패권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한 ‘NEV(New Energy Vehicle·뉴 에너지 비히클) 크레디트 제도’를 최근 개편했다. 당초 최대 5크레디트를 부여할 계획이던 전기차는 3, 4로 낮추고 수소차는 5크레디트에서 6크레디트로 올린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완성차업체가 일정 비율만큼 크레디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가령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엔진차를 연간 10만 대 생산·판매하면 이 중 10%인 1만 대를 전기차와 수소차(크레디트 비율대로)로 팔아 총합 1만 크레디트를 얻어야 벌금을 내지 않는다. 이번 개편으로 중국 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보다 수소차를 더 많이 팔아야 유리해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크레디트 의무비율을 10%로 시작한 뒤 2020년 12%, 2021년 14%, 2022년 16%, 2023년 18%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수소 충전소 건설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정부 업무 보고에 수소전기차 산업에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 확대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2017년 12월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수소기본전략’을 세운 일본 역시 내년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을 수소 올림픽으로 만들어 수소경제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113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했고 내년까지 도쿄에만 수소충전소를 35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도요타는 수소차 ‘미라이’의 후속 모델도 개발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미라이를 대폭 개량해 올림픽 기간에 의전용 차량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을 개조해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를 내놨던 현대차도 중국과 일본의 도전에 맞서 경쟁력 있는 차량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8년 초에는 세계 최장 주행거리를 뽐내는 수소차 넥쏘를 내놓은 데 이어 22일에는 신형 수소트럭 ‘HDC-6 넵튠’도 공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는 수소차의 특성상 전기차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대형차·대형트럭 등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2022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 일반 수소충전소 190곳과 버스 전용 충전소 60곳, 고속도로 등 교통거점에 60곳의 수소충전소를 만들어 전국 어디서든 30분 내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독일 업체들까지 뛰어든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차 생산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수소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비를 떨어뜨리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가 충전소 구축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더 적극적인 보급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김도형 / 세종=최혜령 기자}

한·중·일의 ‘수소차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수소차 굴기’에 나서면서 내년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일본과 함께 수소차 패권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한 ‘NEV(New Energy Vehicle·뉴 에너지 비히클) 크레디트 제도’를 최근 개편했다. 당초 최대 5크레디트를 부여할 계획이던 전기차는 3, 4로 낮추고 수소차는 5크레디트에서 6크레디트로 올린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완성차업체가 일정 비율만큼 크레디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한다. 가령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엔진차를 연간 10만 대 생산·판매하면 이중 10%인 1만대를 전기차와 수소차(크레디트 비율대로)로 팔아 총합 1만 크레디트를 얻어야 벌금을 내지 않는다. 이번 개편으로 중국 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보다 수소차를 더 많이 팔아야 유리해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크레디트 의무비율을 10%로 시작한 뒤 2020년 12%, 2021년 14%, 2022년 16%, 2023년 18%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수소 충전소 건설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정부 업무 보고에 수소전기차 산업에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은 이 때가 처음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 확대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2017년 12월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수소기본전략’을 세운 일본 역시 내년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만들어 수소경제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113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했고 내년까지 도쿄에만 수소충전소를 35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도요타는 수소차 ‘미라이’의 후속 모델도 개발 중이다.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미라이를 대폭 개량해 올림픽 기간에 의전용 차량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을 개조해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를 내놨던 현대차도 중국과 일본의 도전에 맞서 경쟁력 있는 차량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8년 초에는 세계 최장 주행거리를 뽐내는 수소차 넥쏘를 내놓은데 이어 22일에는 신형 수소트럭 ‘HDC-6 넵튠’도 공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는 수소차의 특성상 전기차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대형차·대형트럭 등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2022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 일반 수소충전소 190곳과 버스 전용 충전소 60곳, 고속도로 등 교통거점에 60곳의 수소충전소를 만들어 전국 어디서라도 30분 내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독일 업체들까지 뛰어든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차 생산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수소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비를 떨어뜨리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가 충전소 구축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더 적극적인 보급 계획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서 운항을 준비하던 중에 엔진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이 탑승 전이어서 부상자는 없었지만 엔진 등 기체가 손상되면서 기존의 승객들은 대체 여객기를 이용해 4시간여 늦게 목적지로 출발했다. 18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운항하기 위해 준비하던 OZ202편(A380) 여객기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출발 전 점검 중 엔진 이상이 발견돼 수리를 했으나 시동 테스트 중에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났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화재 신고를 받은 소방대가 엔진에 난 화재를 모두 진압했고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20여 명의 승무원은 모두 문제없이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화재로 오후 2시 40분이었던 여객기 출발 시간이 4시간여 지연되면서 승객들은 오후 7시경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화재 여객기에 대한 조사·정비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4일 방문한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입구에는 ‘㈜명신’이라는 낯선 기업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명신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약 9000억 원인 중견기업 엠에스오토텍 계열의 자동차 부품업체다. 한국GM의 1대 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량 하락과 고임금 생산 구조에 따른 경영 악화로 지난해 5월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한때 122만 m²의 면적에 근로자 2000여 명으로 북적였던 군산공장은 이날도 여전히 침묵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 공장을 인수한 명신의 경영진들은 2021년부터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인 바이톤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조용히 하고 있었다. 자체 브랜드 생산 계획도 있지만 명신의 초기 사업은 바이톤이 주문한 전기차를 연간 최소 3만 대씩 생산해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모델이다. GM의 로고와 홍보물이 그대로 붙어 있는 공장 내부에서 이날 만난 박호석 명신 부사장은 공장 가동에 앞서 생산성과 노사관계가 가장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박 부사장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생산 라인을 새로 깔기 때문에 일단 자동화·효율화가 자유롭다. 기존 컨베이어 벨트 방식에 새로운 생산 방식도 결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령 근로자들이 차체와 함께 이동하며 여러 가지 작업을 소화하는 이른바 ‘유동형 셀 생산’을 함께 활용해 기존 국내 공장보다 2배 이상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명신은 내년 하반기(7∼12월) 중에 800명가량의 생산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강성노조가 판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사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완성차 생산단계에 들어가면 노조관계가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검토 중이다. 경영 상황을 노조에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근로자도 회사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명신의 모회사인 엠에스오토텍의 이태규 대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이 점차 줄어들 것을 우려하며 수년 전부터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하고 중국에서 파트너를 물색했다. 결국 6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하면서 바이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친환경 자동차 시대로 넘어가는 격변의 시기에 ‘전기차 생산’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인 바이톤이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군산공장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을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들어온 중국 기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명신 측은 이에 대해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낡은 틀로 보는 시각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자본으로 세워진 바이톤은 차를 독일에서 디자인하고 각종 첨단 기술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개발했다. 당연히 한국산 또는 중국산 배터리를 솜씨 좋은 한국 근로자들이 조립하는 생산 모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박 부사장은 “이제 진정한 의미의 한국 완성차 기업은 현대·기아차밖에 남지 않았고, 그들도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며 “우리도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아 더 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군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숨이 가쁠 정도다. 8기통, 12기통 엔진의 힘을 자랑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알아서 달리는 차가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범정부 차원의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을 내놓으면서 “2030년 미래차 세계 경쟁력 1위”를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약속한 전기충전기와 수소충전소 설치는 꼭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5년 안에 주요 도로의 통신과 정밀지도 등의 인프라를 완비하고 규제도 대거 풀겠다는 정부 발표는 미래차 시장에 뛰어든 업계를 들뜨게 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건 ‘1위’라는 목표에 대해 싸늘한 시선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부는 “미래차는 주요국의 글로벌 기업이 같은 출발선상에 위치”한다고 했지만 미래차 경쟁의 출발 총성이 울린 지는 이미 한참 됐다. 10년 뒤 친환경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시장 10%를 점유하고 자율주행차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나설 때 “미국 일본 독일 중국은 가만히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의 기술 격차를 뒤집기 힘들다고 판단한 중국은 2010년부터 전기차에 집중 투자해왔다. 지난해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세계 전기차 판매 톱10 중 5개가 중국 브랜드로 현대·기아자동차는 5위권이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했지만 해외에 자국 수소차를 가장 많이 판 나라는 일본이다. 독일, 중국도 수소차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에 2조4000억 원을 투자한 것도 ‘메이드 인 코리아’만의 기술로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기업이 5위권까지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종합적인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에서 세계 13위로 평가받는다. 미래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성적표에 대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다. 포부는 클수록 좋기도 하다. 하지만 기왕 목표를 세웠으니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중요한 노사 이슈는 이번 대책에서 빠져 있다. 현대차 노사가 참여한 기구에서는 전기차로 전환되면 현재 인력의 20∼40%를 줄여야 한다는 예측도 나왔다.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이 이 문제의 해결 없이 ‘미래차 분야에서는 1등을 할 것’이라는 다짐은 지나친 낙관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부품협력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정밀한 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정부의 미래자동차 분야 산업전략 발표에 발맞춰 국내 중소·중견업체와 함께하는 ‘미래차 생태계’ 전략을 공개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특정 기업의 성공을 넘어 상생을 위한 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자동차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개방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형태의 미래차와 모빌리티 서비스가 국내에서 보편화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 개발자의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를 열었다. 이 포털에 들어가면 현대차가 그동안 쌓아놓은 운행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볼 수 있어 중소기업들이 이를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주행 거리나 안전운전 습관에 맞춰 자동차보험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중소·중견기업과 공생하기 위한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는 이날 우진산전, 자일대우상용차, 에디슨모터스와 공동으로 버스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공급하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해 이들이 자체적으로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길이 열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 개발에 2025년까지 총 41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오픈 플랫폼 포털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중국은 전기차에, 일본은 수소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특성이 다른 만큼 한쪽으로 자원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정보기술(IT) 업계도 이미 미래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0억 유로(약 26조 원)를 투자해 2025년까지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양산을 준비 중이고 중국도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에서는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업체가 앞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전환에 변수가 많지만 IT기업이나 테슬라 같은 신생 업체보다 대규모 생산 라인을 갖춘 전통 기업들이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수소차 인프라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나 소모적인 노사관계 등의 문제만 정부와 노사가 함께 해결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래차로의 전환에 따른 전반적인 고용 감소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급격한 고용 감소는 전면적인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정한 것으로 내연기관차 생산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미래차가 수소차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전기차의 경우 고용 감소 폭이 전기차보다 작고 자율주행 기술 역시 고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현대차그룹은 15일 정부의 미래자동차 분야 산업전략 발표에 발맞춰 국내 중소·중견업체와 함께 하는 ‘미래차 생태계’ 전략을 공개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특정 기업의 성공을 넘어 상생을 위한 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자동차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개방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형태의 미래차와 모빌리티 서비스가 국내에서 보편화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의 개발자의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를 열었다. 이 포털에 들어가면 현대차가 그동안 쌓아놓은 운행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볼 수 있어 중소기업들이 이를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주행 거리나 안전운전 습관에 맞춰 자동차 보험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중소·중견 기업과 공생하기 위한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는 이날 우진산전, 자일대우상용차, 에디슨모터스와 공동으로 버스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공급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해 이들이 자체적으로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길이 열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 개발에 2025년까지 총 41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오픈 플랫폼 포털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중국은 전기차, 일본은 수소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동시에 육성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한데 각 차량의 특성이 다른 만큼 한 쪽으로 자원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차로 전환될 때 따라올 수밖에 없는 내연기관 관련 부품 업체들의 위기, 자동차산업 전반적인 고용 감소 등에 대해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전기차로 전환될 때 최대 20~40%의 고용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용 변화는 전면적인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정한 것으로 내연기관차 생산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미래차가 수소차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전기차의 경우 고용 감소폭이 전기차보다 적고 자율주행 기술 역시 고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의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차 시대에도 여전히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차로의 전환이 비교적 긴 기간에 걸쳐 이뤄지면서 결국 생산 라인을 갖춘 전통 기업들이 새롭게 뛰어든 자율주행차분야의 구글과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분야의 선두인데다 전기차 분야에서 핵심 이윤이 발생하는 2차전지 배터리에 대해서도 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수소차 인프라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나 소모적인 노사관계 등의 문제만 정부와 자동차산업의 노사가 함께 해결한다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