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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구조와 가족 형태의 변화가 먹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생아가 감소하면서 아이가 먹는 분유와 우유 등 유가공품 생산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족이 늘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품 생산은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5일 발표한 ‘2016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 분유, 치즈나 버터 등 유가공품은 2653억 원 어치로 2015년 3358억 원보다 705억 원(21%) 감소했다. 2014년(3915억 원)에 비하면 2년 만에 1262억 원(32.2%)이나 줄어든 셈이다. 실제 지난해 출생아는 40만6300명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역대 최저치였다. 올해는 단 한번도 깨진 적 없는 출생아 40만 명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커 유가공품 생산액 감소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도시락, 즉석조리식품 등 간편식품 생산액은 일제히 전년보다 늘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김밥 등 즉석조리섭취식품 생산액은 2015년 1조391억 원에서 지난해 1조1440억 원으로 1049억 원 증가했다. 7650억 원이던 도시락 생산액은 9726억 원으로 늘었다. 김치류 생산액은 전년보다 1051억 원 늘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인 가구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27.2%인 1인 가구 비율은 2025년 1인 가구가 3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배달음식 이용이 늘면서 탄산음료 생산액이 전년보다 2424억 원 늘어난 1조27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커피 생산액도 1조6074억 원에서 1조6498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삼겹살, 목살 등 돼지고기 포장육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식품유형별 생산액 1위를 차지했다.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액은 지난해 5조9693억 원에 달했다. 전체 식품산업 생산액은 73조3000억 원으로 2015년보다 4.1% 증가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대마는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다. 잎과 꽃을 건조시켜 담배 형태로 만든 게 마약류인 대마초다. 반면 줄기에서 얻은 섬유로 만든 직물이 삼베다. 진통제나 뇌전증(간질) 치매 등 질병 치료제로도 쓰인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은 이런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 약효가 있는 대마 잎과 꽃은 연구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6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만든 강성석 목사(38)는 “한국은 의료용 대마에 있어선 ‘갈라파고스’와 같다”고 말했다. 캐나다 미국 스웨덴 독일 등에서 의료용 대마는 합법이다. 마약 처벌이 엄격한 일본과 중국도 제한적으로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대마의 주성분 중 하나인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은 인지 기능 저하를 막고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물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다른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뇌전증과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 영국 제약회사가 이 성분으로 만든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사티벡스’는 이미 유통되고 있다. 실제 일부 환자 가족이나 의료인이 의료용 대마 치료제를 해외 직구로 구매하고 있지만 관세청이나 검찰에 적발되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는 아편으로 만든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그리고 대마로 구분된다. 이 중 대마를 제외한 다른 마약류는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은 아편으로 만든다. 의존성이 강한 약물인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은 수면 내시경 마취에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대마 재배 농가에서는 줄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소각 폐기하는데 이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베를 많이 재배하는 경북 안동시가 시장까지 나서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정부와 국회도 의료용 대마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2015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자료가 불충분하고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법안 논의를 다음 국회로 미뤘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만 4∼6세의 소아마비 백신 추가접종 일정이 다시 연기됐다. 당초 예정보다 6개월이나 더 늦어졌다. 세계적으로 소아마비 백신 부족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내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만 4∼6세 추가접종을 백신 공급이 원활해지는 내년 2월 이후로 늦춰 달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21일 발표했다. 앞서 6월 추가접종을 10월 이후로 연기했으나 백신 공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자 추가 조치를 내린 것. 소아마비 백신은 전량 수입한다. 소아마비 백신은 기초접종 3번(생후 2, 4, 6개월)과 추가접종 1번(만 4∼6세)까지 총 4번 맞는다. 생후 2, 4개월에 맞는 기초접종은 반드시 시기를 지켜야 효과가 있어 접종 일정을 기존대로 유지한다. 다만 생후 6개월 시 기초접종은 생후 18개월까지 늦춰도 효과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추가접종도 6세 이전에만 맞으면 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소속 일부 병원 노조가 인력 확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 진료 차질과 환자 피해가 우려된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 산하 96개 지부 가운데 전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 등 74곳에서 파업 투표가 가결됐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20일 전야제를 열고, 밤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1일 오전 8시 반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과 을지대병원(대전)도 협상 미타결 시 21일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이어서 파업 중에도 수술실과 응급실 등은 정상 가동된다. 하지만 외래 진료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파업이 길어지면 수술이나 입원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4일부터 파업 중인 울산대병원은 이미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울산대병원 노조는 조합원 1300여 명 가운데 수술실과 응급실 등의 필수 유지 인력만을 남긴 채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984개 병상 가운데 절반 정도만 운영하고 있다. 또 파업 전 하루 75건이었던 수술이 현재 20∼25건으로, 외래환자가 하루 3200여 명에서 2200여 명으로 줄었다. 노조는 기본급 11% 인상과 간호사 충원, 생명·안전 업무직 전원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다만 보건의료노조 전체의 총파업이 아니고, 투표가 가결됐다고 해서 당장 모든 병원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어서 전국적인 의료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울산대병원과 같은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은 아직 별다른 쟁의 움직임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파업 없이 협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21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부산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은 노사가 20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전격 합의하면서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경희의료원과 서울시동부병원 등 7곳도 파업 찬반 투표 이전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노사가 합의했다.유성열 ryu@donga.com·김호경 / 울산=정재락 기자}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 검사, 치료, 요양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국가가 치매 환자에게 필요한 적정 수준의 지원을 하겠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지원 대상, 시기, 지원 방식이 각기 다르다. 또 치매 증상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도 다르다. 치매국가책임제의 세부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상담센터는 어떻게 다른가. A. 기존 보건소에 있던 치매상담센터에서는 치매 환자 상담과 자신이 치매 의심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간단한 선별검사를 해주는 게 전부였다. 보건소 직원이 상담센터 업무를 겸직하는 구조였다. 12월부터 들어서는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의 상담, 검사는 물론 맞춤형 사례관리와 다른 치매 관련 서비스로 연계해주는 역할까지 모두 담당한다. 센터 1곳당 평균 25명의 전담 인력이 상주한다. 치매 노인이 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전까지 머물 수 있는 ‘단기쉼터’와 치매 가족의 커뮤니티 공단인 ‘치매카페’까지 생긴다. Q. 치매안심센터는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나. A. 올 12월부터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며 정부 목표대로 252곳이 모두 설치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증 치매 환자의 치료를 전담하는 ‘치매안심요양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올 12월부터 기존 공립요양병원 시설을 치매 환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인력을 보충해 내년 말까지 치매안심요양병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요양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시기도 다르다. Q. 진료비 10%만 내는 치매 환자 대상은…. A.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사이에 발생해 ‘초로기(初老期) 치매’로 불리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등 희귀 난치성 치매 환자는 5년간 본인 부담률 10%를 적용받는다. 일반 치매도 환자의 증상이 ‘중등도’ 이상으로 무거우면 한 해 60일간 본인 부담률 10% 산정특례를 적용하고, 추가로 투약·처치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60일을 추가해준다. Q. 산정특례 대상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는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병·의원에 ‘건강보험 산정 특례 등록 신청서’를 내서 인정받아야 한다. 혜택 대상은 연간 약 24만 명일 것으로 전망된다. Q. 중증이 아닌 환자가 받는 진료비 혜택은…. A. 시설이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환자를 단기간 집중 치료하기 위한 ‘치매안심요양병원’이 전국 곳곳에 지정될 예정이다. 치매 외에 다른 내·외과적 질환이나 치과 질환 등이 동반된 경우에도 걱정 없이 진료받을 수 있도록 ‘치매통합진료’ 수가도 신설된다. Q.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비급여 치매 검사와 MRI 검사 부담은 얼마나 줄어드나. A. 정밀검사는 본인부담금이 회당 60만 원가량인 자기공명영상(MRI)과 40만 원 수준인 신경인지검사로 이뤄져 있다. 60세 이상이면 중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검사비의 본인부담금 경감 대책이 적용된다. 환자의 부담은 각각 21만 원, 18만 원이다. Q. 장기요양등급 혜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치매 환자 본인이나 대리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등급 인정 신청을 해야 한다. 치매 환자라는 의사 소견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공단의 방문 조사도 받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에서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Q.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나. A.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은 물론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야간 보호시설이나 요양시설에 입소할 때 장기요양급여 혜택을 볼 수 있다. 집에 머무는 치매 노인은 비용의 15%만 내면 된다. 시설에 입소한 노인의 본인부담률은 20%다. 등급이 없으면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서비스 이용 우선순위를 주기 때문에 등급이 없으면 사실상 장기요양 서비스를 거의 이용할 수 없다. 다만 등급별로 혜택이 다르다. 중증 치매 노인은 방문 요양은 물론 요양시설 입소 때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라 새로 등급을 받는 치매노인 상당수는 경증 치매라 주·야간보호시설과 인지기능 향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국내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다. 주변에서 치매 가족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장모도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완치가 쉽지 않아 치매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치매만큼 잘 들어맞는 질병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72만 명인 치매 환자가 2050년에는 271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치매 환자의 의료비, 요양비 등 사회적 비용은 현재 10조 원 수준에서 10년마다 2배로 증가해 2050년에는 1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짊어지던 고통과 부담을 국가가 덜어주고, 치매에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치매국가책임제’를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18일 정부가 내놓은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토대로 치매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을 사례별로 정리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맞춤형 관리 받는다 A 씨(70)는 최근 자꾸 기억력이 나빠지는 게 걱정이었다. 대기업 퇴직 후 시작한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증상이 더 심해졌다. 5∼10분 전에 들은 이야기를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였다. 5년 전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의사는 ‘아직은 치매가 아니니 더 지켜보자’고만 했다. A 씨는 그 후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고 있지만 치매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맞춤형 일대일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현재 47곳에 불과하지만 내년 안에 전국 252곳으로 늘어난다. 센터는 단순 상담과 치매선별검사는 물론이고 치매 증상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공간이다. A 씨처럼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고, 경증 치매는 주·야간 보호시설로, 중증치매는 요양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3∼6개월간 머물 수 있는 쉼터도 생긴다. 치매안심센터가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평일 야간에는 치매상담콜센터가 치매 환자 상담과 서비스 안내를 대신한다. 365일 24시간 치매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든 치매 환자 장기요양혜택 받는다 치매 증상이 있는 96세 노모와 함께 사는 B 씨 부부는 요즘 걱정이 크다. 이들 부부는 맞벌이라 주간에는 노모를 혼자 둘 수밖에 없는데 최근 노모의 증상이 혼자 식사를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받고자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지만 ‘등급외자’로 판정받았다. 등급외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하는 각종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많다. 비용도 전액 자기로 내야 해서 사실상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기요양등급은 신체 기능을 중심으로 1∼5등급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신체 기능이 정상적인 치매 노인은 등급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B 씨 부부의 노모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장기요양등급 기준을 완화해 의사에게 치매 환자로 확진받은 모든 노인에게 등급을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병원비, 요양비 부담 크게 줄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C 씨(83·여)는 치매와 다른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수시로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C 씨의 연간 총 진료비는 770만 원에 달한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70만 원을 부담하지만 나머지 200만 원은 C 씨가 내야 한다. 다음 달부터 C 씨는 연간 77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치매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중증 치매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기존 20∼6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장성도 강화한다. 우선 재가 노인의 기저귀 구입비에 장기요양급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치매 노인을 요양병원, 시설에 맡기지 않고 집에서 돌보는 가정의 기저귀 구입비는 월 평균 6만∼10만 원에서 월 9000∼1만5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치매 가족이 전액 부담하는 요양시설 식재료비에도 장기요양 급여를 적용한다. 시설에서 입소한 치매 노인 1명당 월 평균 25만 원의 식재료비를 쓰는데 장기요양급여 대상이 아니라 전액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했다. 다만 본인부담률은 20∼50%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병아리용 계란을 생산하는 종계 농장의 닭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됐다. 식용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이 아닌 종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충남 당진의 한 종계 농장에서 키운 산란노계 1만8623마리를 도축한 뒤 살충제 잔류검사를 한 결과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됐다. 최대 검출치는 1kg당 0.78mg으로 잔류 허용치(1kg당 0.05mg)보다 15배나 초과했다. 정부는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를 계기로 지난달 23일부터 도축장에서 시중에 유통하기 전 모든 종계와 산란노계를 대상으로 살충제 잔류검사를 하고 있다. 기존에는 도축 후 무작위로 일부 물량만 검사했다. 이번에 살충제가 초과 검출된 닭은 전량 폐기됐다. 문제의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식용으로 유통되지 않았다고 정부는 밝혔다. 종계가 낳은 계란은 부화시켜 병아리를 사육한 뒤 육계나 식용란을 낳는 산란계 농장으로 보내진다. 이성도 식약처 농축수산물안전과장은 “비펜트린은 수십 년 동안 체내에 남아있는 DDT와 달리 2주 정도 지나면 배출되기 때문에 이 농장의 계란과 병아리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장에서 허용치의 15배에 달하는 비펜트린이 검출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65세 이상 모든 치매 환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다. 그간 거동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경증 치매 환자는 장기요양등급 대상에서 제외돼 필요한 방문요양이나 간호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또 집에 있는 치매 환자에게는 기저귀 구입비를, 요양시설에 있는 치매 환자에게는 식재료비를 지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18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치매극복의 날’(21일) 기념행사에서 이런 내용의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6월 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한 지 109일 만에 나온 첫 종합대책이다. 외국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기념행사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그간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에 많은 가정이 무너졌다. 내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올해 말부터 치매 관련 인프라가 대폭 늘어난다. 치매 환자의 상담과 검사, 맞춤형 관리를 전담하는 ‘치매안심센터’는 현재 47곳에서 내년까지 252곳으로 늘어난다.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꺼리는 중증 치매 환자만을 위한 ‘치매안심요양병원’은 34곳에서 79곳으로 2배 이상으로 확충된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언제부터 누가 얼마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는 그동안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짊어진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국가가 덜어주겠다는 게 목표다. 18일 발표된 대책은 앞서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틈틈이 나온 치매국가책임제 관련 내용을 총망라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적용 대상 등은 빠진 ‘미완의 국가책임제’였다.○ 모든 치매 환자에게 장기요양 서비스 이날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기준 완화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힘든 노인들에게 방문 간호, 요양 등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별도의 사회보험제도다. 건강 상태에 따라 1∼5등급을 부여한다. 치매 노인만을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의 45%가량이 치매 환자다. 등급을 받으면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방문 요양, 간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의 15∼20%만 내면 된다. 등급이 없으면 전액 본인 부담이다. 문제는 그동안 신체 기능이 정상적인 치매 노인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가 있는데도 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노인이 3만8000여 명에 달했다.○ 경제적 부담 줄이고 돌봄 인프라 확대 기저귀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치매 노인 가정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부분이 기저귀 비용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기저귀 구입비는 월평균 6만∼10만 원에 이른다. 앞으로는 장기요양급여를 적용해 기저귀 구입비의 1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지원을 받으려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하고, 꼭 기저귀 사용이 필요한 건강 상태여야 한다. 치매 가족이 전액 부담하는 요양시설 식재료비에도 장기요양급여를 적용한다. 시설에 입소한 치매 노인 1명당 월평균 25만 원의 식재료비를 내는데 그동안 전액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했다. 다만 식재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도 환자 가족이 20∼50% 수준은 부담해야 한다. 다음 달부터 중증 치매 환자의 병원비 부담은 20∼60%에서 10%로 낮아진다. 현재 47곳에서 내년 안에 252곳으로 늘어나는 치매안심센터는 기존 치매상담센터에서 하던 상담과 치매 선별검사는 물론이고 치매 환자의 상태와 사정에 맞춰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해주는 역할까지 맡는다. 센터 안에는 치매 노인이 장기요양 등급을 받기 전까지 최대 6개월간 머물 수 있는 단기 쉼터도 생긴다. 전국 치매 환자를 통합 관리하는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을 통해 치매 환자가 이사를 하더라도 전에 받던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다. 폭력, 욕설 등 ‘이상행동증상’을 보이는 치매 노인 치료를 전담하는 ‘치매안심요양병원’은 내년 말까지 34곳에서 79곳(병상 3700개)으로 늘어난다. 일부 공립요양병원에 치매 노인 진료를 전담하는 병동이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만 66세부터 시행하는 국가건강검진사업 인지기능검사 주기는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현재 5개인 검사 항목은 15개로 늘어난다.○ 설익은 대책, 재정 부담 우려도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번 발표에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시기는 빠져 설익은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세부안을 정하려면 시뮬레이션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다. 현재 72만 명인 치매 노인은 2050년 271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의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액 등을 합친 비용은 현재 13조 원에서 2050년 106조 원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까지 치매 관련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5000억 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매년 늘어나는 치매 관련 비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번 대책대로 장기요양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현재 건강보험료의 6.55% 수준인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의 적자는 400억 원에 달했다. 조충현 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내년 예상 장기요양보험료 수입과 이번 대책의 재정 소요 등을 감안해 구체안을 정하겠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근 복지부가 음주 폐해 예방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중독예방과’(가칭)를 신설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독예방과와 자살예방과 등 2개 부서 신설안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으나 자살예방과만 신설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 문제와 달리 음주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알코올 질환자는 7만5356명으로 10년 전보다 2만 명이나 늘었다. 과음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고위험 음주율(주 2회 이상 한 번에 남자는 7잔, 여자는 5잔 이상 음주하는 사람 비율)은 2005년 11.6%에서 2015년 13.3%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10건 중 1건이 음주운전 사고다. 이로 인해 매년 4621명이 목숨을 잃는다. 흉악범죄나 자살 10건 중 3, 4건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벌어진다. 음주로 인한 질환 치료비와 노동 생산성 손실액을 합친 사회적 비용은 9조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음주 관련 규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공공장소 음주는 법적 제한이 없다. 술 광고는 특정 시간대만 피하면 모든 매체에서 가능하다. 드라마 회당 음주 장면은 한 번 이상 나온다. 최근에는 아예 음주가 포맷인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흡연 장면이 TV에서 사라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복지부는 올해 안에 대중매체 속 음주 장면에 대한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근본적으로는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음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 1명뿐이다. 정신건강정책과는 정신질환, 자살, 마약 등을 모두 담당하는 부서다. 반면 금연은 건강증진과 1개과가 전담한다. 올해 금연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468억 원이지만 음주 폐해 예방 관련 예산은 14억 원에 불과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올해 첫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다. 대구에 사는 75세 여성으로 현재 의식 불명 상태다. 1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A 씨의 검체를 검사한 결과 일본뇌염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난달 20일 발열 증상을 호소하다 이틀 뒤 의식장애 증상까지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가 사람을 감염시켜 뇌신경을 망가뜨리는 감염병이다. 이 모기에게 물려도 99%는 아무 증상이 없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드물게는 치명적인 급성 뇌염으로 진행된다.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에선 일본뇌염 환자 28명 중 3명이 숨졌다. 일본뇌염은 ‘여름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병한다. 폭염이 지난 가을이면 모기 활동이 활발해지고 등산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뇌염 환자는 대부분 9~11월에 발생한다. 보건당국은 일본뇌염 환자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동물축사, 물웅덩이 등 모기 서식지를 중심으로 방역 소독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일상생활 속 모기 회피 방법을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야외 활동 시에는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면 좋다.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은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한다.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새벽과 해가 진 저녁 무렵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도 좋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다음 달부터 난임 치료 시술과 고가의 치매 진단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액의 의료비를 모두 내야 했던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난임 시술 비용은 1회당 300만~500만 원에 이른다. 정부의 시술비 지원에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 대다수는 여러 번 시술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다음 달 1일부터 부인 나이가 44세 이하인 난임 부부는 난임 시술비의 30%만 내면 된다. 시술별로 체외수정(신선배아)은 49~57만 원, 체외수정(동결배아)은 23만 원, 인공수정은 8만 원만 내면 된다. 진찰비나 마취료 등을 제외한 금액이라 실제 환자가 난임 시술을 받고 내는 총액은 조금 더 늘어난다. 건보 혜택은 체외수정은 최대 7회, 인공수정은 3회까지만 받을 수 있다. 치매 환자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신경인지검사’에도 건보가 적용된다. 현재 치며 증상이 있는지 정도만 가릴 수 있는 ‘간이신경인지검사’는 건보가 적용되고 있지만 신경인지검사는 비급여로 환자가 20만~40만 원가량의 검사비를 각자 내야 했다. 앞으로 건보 적용으로 환자 부담은 7만~14만 원으로 줄어든다. 단 60세 이상만 혜택을 받는다. 또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의원을 찾을 때 총 진료비가 2만 원 이하면 10%만 내면 된다. △2만 원 초과~2만5000원 이하는 20% △2만5000원 초과는 30%만 부담하면 된다. 지금까지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1500원을 정액으로 내고 1만5000원 초과 시 진료비의 30%를 부담했다. 하지만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는 경우가 늘면서 노인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1만5000원 기준을 폐지하고 금액에 따른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했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14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30도를 기록해 한여름 같았다. 하지만 아침은 쌀랑할 정도로 서늘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5도로 10월의 평균 기온 수준이었다. ‘이른 가을’이 시작된 올해, 특히 아침이 매우 쌀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전국 45개 관측지점 최저기온(아침 기온)을 집계한 결과 평균 17.0도로 1994년 이래 가장 낮았다. 아침 기온이 낮은 만큼 일교차는 컸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8월 말부터 최근까지 전국 평균 일교차는 거의 10도(9.5도)로 1973년 관측 이래 7번째를 기록했다. 8월 평균 기온이 약 25도이고 10월이 15도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여름과 가을을 오간 셈이다. 아침 기온이 낮은 경기 북부나 강원 지역의 일교차는 더 컸다. 13일 경기 파주의 일교차는 16.9도로 파주 관측 사상 가장 큰 일교차를 보였다. 경기 이천과 강원 태백, 대관령 등도 16~20도의 일교차를 보이며 역대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이렇게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은 평년보다 일찍 내려온 북쪽의 찬 공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한반도를 덮기 시작한 찬 공기는 야간에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려 아침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졌다. 찬 공기와 함께 온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좋아 낮에는 강렬한 햇볕이 비치면서 일교차가 커졌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체온의 균형이 깨지면서 저항력이 떨어져 알레르기 비염과 부비동염(축농증), 편도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손을 자주 씻어 바이러스 및 알레르기 항원과의 접촉을 줄이고 외출 시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아침과 낮 온도에 맞게 탈착하는 게 좋다. 18호 태풍 ‘탈림(Talim)’이 북상함에 따라 주말에는 제주 남해안 일부 지역에 많은 비바람이 예상된다. 남해 동부 먼 바다와 제주 앞바다 및 먼 바다에는 태풍 경보가 내렸다. 예상 강수량은 영남 동해안과 제주도 산지 50~100㎜,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산간, 영남 남해안 등 30~80㎜, 강원 영서와 영남 내륙, 전남 남해안 5~30㎜다. 남부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주말 동안 구름이 약간 낀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마이크 타이슨 친구들과 PC방에 가면 게임 대신 혼자 복싱 경기 영상을 봤다. 세계 프로복싱 헤비급을 평정한 마이크 타이슨 영상은 수십 번 되풀이해 봤다. 매번 자신보다 키가 큰 선수와 맞붙어 결코 밀리지 않았다. 김호준 씨(19)의 초등학교 시절 꿈은 타이슨 같은 복싱선수였다. 평생 공사 현장에서 일한 아버지는 그 꿈에 반대했다. 아들만큼은 몸을 쓰지 않고 공부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 반지하에 사는 빠듯한 형편에 복싱 체육관비도 부담이었다. 호준 씨는 중2 때 복지관의 도움으로 처음 체육관에 등록했다. 미국에서 복싱선수로 뛰겠다는 일념으로 구역질이 나올 때까지 운동했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 공부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고1 때 당뇨와 고혈압을 앓던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호준 씨의 꿈도 멈췄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복싱을 그만둔 뒤 호준 씨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친구들과 몰려 다녔다. 기본기가 부족해 공부는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 밀려올까 봐 복싱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단, 2015년 5월 2일만은 예외였다. 매니 파키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복싱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세기의 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경기는 싱거웠다. 메이웨더의 판정승. 친구들은 졸전이라고 혹평했지만 호준 씨는 달랐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완전히 잊은 줄 알았던 복싱선수의 꿈이 다시 꿈틀댔다.○ 코너 맥그리거 “한 번만 더 해보자.” 고교 졸업 후 호준 씨는 다시 복지관의 문을 두드렸다. 복지관에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의 진로를 돕는 ‘희망플랜’을 소개해줬다. 호준 씨는 체육관비를 지원받아 올 5월부터 다시 복싱을 시작했다. 5개월째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으로 하루를 열고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을 탓한 적 없냐’고 묻자 “그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복싱선수라는 남다른 꿈도 생겼다”며 또 웃었다.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김 씨는 UFC 종합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최근 메이웨더와의 복싱경기에선 졌지만 UFC에서는 두 체급을 석권한 최강자다. 맥그리거도 열아홉 땐 배관공이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돼 최장기 입원 중이던 70대 환자가 투병 2년 만에 숨졌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모 씨(73)는 2015년 6월 8일 국내에서 74번째로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당시 병원 응급실에서 먼저 메르스에 감염된 이 씨의 아내(73번째 환자)를 돌보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후 이 씨는 폐섬유화와 신부전증 등 후유증을 겪어 병원에서 장기 입원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돼 13일 오전 결국 삼성서울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신부전에 인한 장기손상이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당시 이 씨 부부 외에도 당시 임신 중이던 딸(109번 환자)과 사위(114번 환자)도 메르스에 걸렸다. 다행히 이 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치료를 받고 완쾌됐다. 이 씨의 사망으로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186명 중 사망자는 39명으로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씨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비록 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국가적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예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인플루엔자’는 겨울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흔히 독감으로 불려 ‘독한 감기’ 정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인플루엔자와 일반 감기는 원인도 증상도 전혀 다르다. 고열과 근육통 증상을 동반하며 폐렴, 뇌염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훨씬 크다. 호흡기로 전파돼 다른 사람에게 옮길 위험도 크다. 질병관리본부는 인플루엔자를 올해 하반기 주의해야 할 5대 감염병 중 하나로 지정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인플루엔자는 12월부터 유행하지만 예방접종 시 항체가 생기기까지 1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해 미리 하는 게 좋다. 예방접종은 매년 해야 한다.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인 영유아, 노인, 만성폐쇄성 질환자는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영유아와 노인만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생후 6∼12개월 미만까지였던 영유아 무료 접종 대상은 올해부터 생후 6∼59개월 이하로 확대됐다. 노인은 65세 이상부터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대상별로 접종 가능 시기가 다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처음인 영유아는 2회 접종을 해야 한다. 2회 접종 대상자는 이달 4일부터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영유아 중 1회 접종 대상자는 이달 26일부터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노인은 연령별로 시기가 다르다. 한꺼번에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75세 이상은 이달 26일부터, 65세 이상은 다음 달 12일부터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방문한 노인 환자, 의료취약지 거주자, 장애인 등은 시기 구분 없이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무료 접종은 주소와 상관없이 보건소와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나 보건복지콜센터(12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무료 예방접종 대상은 아니더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특히 합병증에 취약한 만성폐·심장 질환자, 임신부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특히 임신부는 합병증이 생기면 쓸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이라 미리 접종하는 게 훨씬 안전하다. 과거에는 살아있는 바이러스로 만든 생백신도 있어 임신부가 예방접종 시 생백신은 피하도록 권장했지만 현재는 인플루엔자 생백신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예방 효과에 따라 3가와 4가 백신으로 나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2종(H3N2, H1N1)과 B형 2종(야마가타, 빅토리아)에 모두 효과가 있는 게 4가 백신이다. 3가 백신은 B형 야마가타형을 제외한 3가지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다. 정부의 무료 예방접종은 3가 백신으로 이뤄진다. 4가 백신을 맞으려면 따로 비용(3만∼4만 원 수준)을 부담해야 한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과장은 “B형 야마가타형에 감염돼도 한국에서는 봄철에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라 예산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 3가 백신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며 “비용을 따지지 않는다면 4가 백신을 접종하는 게 더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방접종을 했다고 인플루엔자로부터 100% 안전한 건 아니다. 건강한 성인은 70∼90% 예방 효과가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노인에게는 그 효과가 더 낮다. 개인차도 크다. 그래서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평상시 인플루엔자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 외출한 뒤 귀가해서는 30초 이상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에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한다. 인플루엔자는 호흡기로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발열, 콧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대한 빨리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장기 기증 인식조사에 따르면 19∼59세 1000명 중 “장기 기증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13명이었지만 실제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는 17명에 그쳤다. 가장 큰 이유는 ‘절차가 번거롭고 나중에 돌이킬 수 없다’는 오해 때문이다. 미등록자 중 30.8%는 “등록 방법을 몰라서”, 9.6%는 “절차가 복잡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기증 서약을 언제든 취소할 수 있고,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져도 가족이 반대하면 기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서약은 장기이식관리센터 홈페이지()나 전화(02-2628-3602)로 5∼10분이면 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운전면허를 딸 때 장기 기증 희망 여부를 묻는 ‘장기 기증 촉진법’이 강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간 115만 명가량인 응시자 중 10%만 예비 기증자로 등록하더라도 신규 기증 희망 등록자를 배 이상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는 연평균 14만8684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최근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은 여전히 크다. 보건복지부는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시험장에서 일일이 장기 기증 절차를 설명하기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강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박 의원은 지난달 4일 토론회를 열려고 했지만 경찰 측 인사가 불참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 기증은 복지부 고유 업무이니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나 일선 보건소 등에서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해외에서 검증된 방식이니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건강보험료 상한액(월 239만 원·본인부담금 기준)을 내는 직장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직장가입자 건보료 상한액을 내는 직장인은 모두 3471명이다. 연봉 1억 원인 직장인이 내는 건보료가 월 25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초고소득’ 직장인이다. 이들의 월급은 최소 7810만 원이다. 물론 이런 고소득 직장인은 전체 직장가입자(1660만4000명) 중 극소수다. 하지만 최근 5년간 1000명 가까이 들었다. 2012년 2508명에서 2015년 3017명으로 늘면서 3000명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3403명이었다. 초고소득 지역가입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역가입자 건보료 상한액(월 227만7300원)을 내는 가입자는 2012년 359명에서 지난해 715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0년 전인 2007년(14명)과 비교하면 51배나 늘어난 셈이다. 건보료 상한액을 내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초고득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는 2012년 16만 명에서 지난해 24만 명으로 늘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건보료 상한액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직장가입자 건보료 상한액은 전체 직장가입자의 평균 보험료의 30배로 정해져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수년간 없었던 생리대 부작용 신고가 최근 급증했다. 그동안 묻혀 있던 생리대 부작용 피해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여성환경연대가 내놓은 생리대 유해물질 시험 결과의 신뢰성이 의심받으면서 ‘불안감에 과민 반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말 생리대 위해 평가 결과를 우선 공개한 뒤 부작용을 호소한 여성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6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온라인으로 신고된 생리대 부작용 의심 건수는 74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깨끗한나라’가 제조한 생리대 ‘릴리안’ 관련 피해 사례다. 하지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부작용 신고 접수 업무를 시작한 2012년부터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생리대 부작용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앞서 여성환경연대가 지난달 21∼23일 사흘간 릴리안 소비자들에게서 제보받은 생리대 부작용 의심 건수는 3009건에 달했다. 10명 중 6명은 생리불순을 호소했다. 또 △생리량 변화 70.7% △심한 생리통 68% △질염 등 여성 질환 55.8%였다. 릴리안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다량 검출됐다고 알려지면서 대다수 여성은 당연히 생리대를 생리불순 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식약처와 전문가들이 여성환경연대의 시험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히면서 생리대 부작용이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성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생리대가 모든 여성 질환의 원인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생리불순은 20∼40대 여성 7명 중 1명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리불순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4만 명에 이른다. 생리량이 불규칙한 증상까지 더하면 진료 인원은 60만 명으로 늘어난다. 김재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런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스트레스, 비만, 과도한 다이어트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김 이사는 “실제 특정 제품(릴리안) 사용자 중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결국 역학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여성환경연대 시험 결과에서 나온 검출량은 복어 독 같은 맹독성 물질일지라도 인체에 문제가 되기엔 적은 양”이라며 “검출된 물질이 부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소비자들이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충제 잔류 계란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연이어 확산하면서 정부, 시민단체, 기업 누구 하나 믿을 대상이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 와중에 생리대 유해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 간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불신의 악순환’이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0∼30일 생리대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6.8% 줄었다. 반면 화학제품 처리가 적은 면 생리대 등은 50.4% 이상 더 팔렸다. 직장인 이모 씨(36·여)는 “생리대를 안 살 수는 없고, 면이나 컵 생리대는 써보질 않아 두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이후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높아졌는데도 정부의 위기 대응력은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외부 문제 제기→정부의 소극적 대응→또 다른 문제 제기→정부의 전면 조사’라는 틀이 반복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살충제 잔류 계란과 유해 생리대 논란이 커진 과정도 똑같이 닮아 있다. 불신의 덫에 빠진 소비자들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조차 믿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프랑스에서 유해 논란에 휩싸인 P&G의 팸퍼스 기저귀가 대표적이다. 당시 프랑스의 국립 소비자연구소에서 발행하는 ‘6000만 소비자들’이란 잡지가 이 제품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일단 팸퍼스 기저귀의 판매를 중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팸퍼스 제품을 조사한 결과 다이옥신은 검출되지 않았다. 대형마트는 해당 제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소비자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국내 A 대형마트에 따르면 이 기저귀의 월 매출은 7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50∼70% 줄었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출 감소폭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 이전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계란, 햄버거 등 먹을거리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살충제 잔류 계란의 경우 정부가 전수조사 후 문제가 없는 계란만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계란 포비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7∼23일 계란 매출은 전년 대비 36.0% 감소했다. 8월 24일∼9월 4일 기준으로 비교해도 전년보다 매출이 4.9% 줄었다. 계란은 대체품이 없는데도 회복세가 더디다. 애초 유럽에서 살충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던 정부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사전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정작 큰 문제는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의 대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이어 “정부는 매번 책임을 회피하면서 미봉책을 내놓다가 크게 터지면 근본적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며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 측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모양새다. 식약처가 4일 여성환경연대의 3월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뢰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5일에는 여성환경연대가 반박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아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 실험을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과학융합학부 교수는 “시험 방법과 결과에 자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의 자질 문제를 꺼냈다. 식약처 검증위에 분석과학 전문가가 1명뿐이고 나머지는 약품 분석만 해 본 사람들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들이 분석과학 자료를 검증하는 건 난센스”라고까지 했다. 식약처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학회에서 추천받은 인물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누가 전문가라는 말이냐”며 “자신이 전문가라고 시험 결과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비논리적”이라고 했다. 현재 식약처 검증위원 18명 중 분석과학 전문가는 김 교수 주장대로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뿐이다. 하지만 표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명승운 경기대 화학과 교수도 각각 한국분석과학회와 환경분석학회가 추천한 인사다. 양측은 모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눈총을 샀다. 이날 김 교수의 기자회견에서는 유해성분이 검출된 11종의 생리대 중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이 먼저 공개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던 사실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깨끗한나라는 5일 김 교수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늑장 대처로 일관했던 정부도 ‘검증 자격’과 관련한 공격에는 어느 때보다 신속한 자기방어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성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오해와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이 과도한 불신과 공포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학물질은 자연과 우리 몸속에도 있다. 공기 중에 다이옥신도 있다. 결국 용량, 용법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두고 논의해야 하는데 무조건 유해물질이라고 해석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호경·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