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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와 정부가 일일이 손을 뻗기 어려운 그늘진 곳을 돕는 기업들의 따뜻한 손길이 연말을 맞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 혼자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 그리고 주변의 이웃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회적인 책무까지 다하는 ‘상생경영’은 이미 한국 산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영 원칙이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 사업은 물론이고 협력사 동반 성장 프로그램 운영과 사회적 기업 발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은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을 찾아서 돕고 6·25전쟁에 참전한 해외 용사의 후손을 지원하는 세심한 일에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오랜 시간 기업의 최대의 원칙으로 꼽혔던 ‘주주 우선’ 원칙을 삭제하면서 기업이 이해당사자 모두를 위한 책무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한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도 이미 이런 변화에 공감하면서 사회 속에서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제시했다. 청소년 교육을 핵심 주제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청소년에 대한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13년부터는 국내 기업 최초로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초중고교생들을 창의·융합적인 미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학생 4만6000여 명과 교사 1700명이 이런 교육을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삼성 스마트 스쿨, 삼성 드림스쿨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교육 양극화 해소 등에도 힘을 쏟는 가운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람의 잠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공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3년 전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라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2013년부터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 리더 양성, 양극화 해소 등의 5년 중점과제를 추진했고 2016년부터는 사회 취약계층의 창업과 자립 중점 지원, 계열사 특성을 활용한 신규 사회공헌사업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7년 말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으로 설립해 2011년 ‘현대차 정몽구 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재단은 8500억 원에 이르는 사재 출연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공헌 사업에 나서고 있다. 미래인재 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진흥 등을 통한 직·간접적인 수혜 인원이 64만 명에 이른다. SK그룹의 경우 사회적 가치 추구로 행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전체 그룹에서 최대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SK가 건강한 공동체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 나가는 방법은 사회적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객과 주주, 사회의 행복을 창출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회를 통해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꾸고 성과를 평가하는 요소 중 사회적 가치의 비중을 50%로 늘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는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는 것처럼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을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LG그룹은 우리 사회의 숨은 의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면서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LG복지재단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9월 첫 ‘LG 의인상’을 수여한 바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6명의 의인들에게 LG 의인상이 수여됐다. 의인이나 의인의 유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규모의 상금과 함께 수여되는 LG 의인상은 우리 사회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곳을 기업이 세심하게 챙기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LG 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의로운 모습으로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롯데그룹 역시 올 11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일을 맞아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참전용사복지회관 준공식과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하면서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린 바 있다. 롯데는 정전 60주년이었던 2013년부터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해외 6·25전쟁 참전용사들에 보은하는 의미로 ‘참전용사복지회관 건립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태국 방콕, 2017년 콜롬비아 보고타에 참전용사회관을 준공한 바 있으며 이번 에티오피아는 세 번째 지원 국가다. 롯데그룹에서는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 여성 우울증 인식 개선 캠페인 등 아동과 여성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량마저 줄일 위기에 놓였다. t당 1만∼2만 원대를 유지하던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다 올 들어 4만 원 가까이로 폭등하면서 기업들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시멘트 업계 등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의 한 대형 철강사는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2020년 한 해에만 약 1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봤다. 2015년부터 시작돼 3년 단위로 정산하기로 한 거래제에 따라 2018∼2020년에 들어갈 총 추가비용은 2200억 원이다. 이 회사가 갑자기 이 같은 부담을 지게 된 건 2013년 완공된 고로 3기의 생산량이 꾸준히 늘면서 탄소배출량이 5%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3년간 고로에서 생산되는 전체 철강 생산량의 10% 이상인 400만 t 이상을 감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는 처지”라고 했다.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지만 물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는 하루 거래량이 1만5000t 내외에 그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과거 배출한 온실가스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된 배출량을 배정받고 이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서 이를 채우는 식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기업들은 “정부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너무 높게 설정돼 산업 경쟁력 자체를 위협한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2030년 국내에서 약 8억5100만 t의 온실가스 배출을 예상하면서도 이보다 37%가량을 줄인 5억3600만 t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2015년에 세웠다. 발전, 수송 등을 제외한 산업 부문만 떼놓고 봐도 2030년 4억8100만 t의 온실가스 배출을 예측하면서 3억8240만 t을 배출 목표로 세워 20% 이상의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1년부터 시작되는 3차 감축 기간에 돌입하면 600개 기업 대부분이 탄소배출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거래제로 인한 비용 부담은 결국 중화학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멘트 업계는 산업의 존립까지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의 t당 가격은 철강 제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t당 4만 원에 육박하는 탄소배출권을 대량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의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철강(1.6)이나 발전에너지(1.7)에 비해 월등히 높은 7.5 수준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출경쟁력은 이미 약화된 상황이고 내수 출하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목전에 왔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이란 국제적인 목표에 기업이 동참해야 하지만 산업경쟁력을 위협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탄소배출권이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에 해외의 친환경 발전소 설립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인정받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EU는 자국 기업에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를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데, 우리는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이 바뀌면서 갑자기 탄소 사용량이 늘었는데도 기업에 과한 부담을 요구한다”며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량마저 줄일 위기에 놓였다. t당 1만~2만 원대를 유지하던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다 올 들어 4만 원 가까이로 폭등하면서 기업들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시멘트 업계 등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의 한 대형 철강사는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2020년 한 해에만 약 1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봤다. 2015년부터 시작돼 3년 단위로 정산하기로 한 거래제에 따라 2018~2020년 사이에 들어갈 총 추가비용은 2200억 원이다. 이 회사가 갑자기 이 같은 부담을 지게 된 건 2013년에 완공된 고로 3기의 생산량이 꾸준히 늘면서 탄소배출량이 5%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3년간 고로에서 생산되는 전체 철강 생산량의 10% 이상인 400만 t 이상 감산해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는 처지”라고 했다.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지만 배출권 물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는 하루 거래량이 1만5000t 내외에 그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해서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과거 배출한 온실가스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된 배출량을 배정받고 이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서 이를 채우는 식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기업들은 “정부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너무 높게 설정돼 산업 경쟁력 자체를 위협한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2030년 국내에서 약 8억5100만 t의 온실가스 배출을 예상하면서도 이보다 37%가량을 줄인 5억3600만 t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2015년에 세웠다. 발전·수송 등을 제외한 산업 부문만 떼놓고 봐도 2030년 4억8100만 t의 온실가스 배출을 예측하면서 3억8240만 t을 배출 목표로 세워 20% 이상의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1년부터 시작되는 3차 감축 기간에 돌입하면 600개 기업 대부분이 탄소배출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거래제로 인한 비용 부담은 결국 중화학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멘트 업계는 산업의 존립까지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의 t당 가격은 철강 제품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t당 4만 원에 육박하는 탄소배출권을 대량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의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철강(1.6)이나 발전에너지(1.7)에 비해 월등히 높은 7.5 수준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배출권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출경쟁력은 이미 약화된 상황이고 내수 출하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목전에 왔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인 목표에 기업이 동참해야 하지만 산업경쟁력을 위협하지 않도록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탄소배출권이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해외의 친환경 발전소 설립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인정받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EU는 자국 기업에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를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데 우리는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이 바뀌면서 갑자기 탄소사용량이 늘었는데도 기업에 과한 부담을 요구한다”며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가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차세대 전략거점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승부수다. 지난해 9월부터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비어 있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전 세계에서 연간 95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약 15억5000만 달러(약 1조8220억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착공해 2021년 말까지 연간 15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향후 25만 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아세안 지역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2억7000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약 115만 대의 차가 판매됐다. 경제도 연 5% 수준에서 꾸준히 성장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 위치한 아세안 10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약 316만 대에서 2026년 약 4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지역은 국가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현지 생산거점 없이는 공략이 어려운 시장으로 분류돼 왔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에 걸친 시장 조사를 거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세안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활용하면 아세안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중이 40% 이상이면 아세안 지역 안에서 완성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아세안 지역은 물론이고 호주와 중동에까지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계 브랜드가 인도네시아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아세안 전략 모델로 투입할 계획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투자협약식에서 “현대차가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은 일본차뿐만 아니라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며 “완전 무공해인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 투자로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중국에서 179만 대가 넘는 차를 판매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벌어진 2017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감해 올해 판매량은 100만 대 전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주요 시장의 남은 ‘여백’을 채웠다고 보고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꾸준히 성장하는 아세안 지역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유일하게 생산기지가 없던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 브랜드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김도형 dodo@donga.com·배석준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 건설에 나선다.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동남아시아 완성차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승부수다. 현대차는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2030년까지 약 15억5000억 달러(1조8000억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착공해 2021년말까지 연간 15만 대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향후 연산 25만 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여에 걸친 시장 조사 등을 거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세안 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안 지역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국가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공략이 어려운 시장으로 분류돼 왔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해 투입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세단 판매 비중이 1% 수준에 그치는 SUV, MPV 중심 시장으로 꼽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내년에도 한국 수출이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과 인도의 경기 부진으로 한국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 경제권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소재·부품 산업 활성화와 인프라·한류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공개한 ‘2020년 산업경기의 10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 비중이 큰 아시아 경제권역의 불확실성이 높은 점이 한국 경제의 주요 불안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아시아권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5.9%)와 비슷한 6.0%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 예상보다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5%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성장률도 지난해 1분기(1∼3월) 전년 동기 대비 8.1%에서 2분기에는 5.0%로 급락했다.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약화되는 것도 주요한 문제로 꼽혔다. 국제 분업구조가 약화되면서 올해 중간재 수출의존도가 70%를 넘어선 한국 수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실적이 악화된 제조·건설업 기업의 구조조정 압력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전 산업의 영업이익률이 5년 내 가장 낮은 5.2%를 기록하는 등 판매 부진 속에 재고가 쌓이는 전형적인 불황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조선 등은 경기 반등 가능성이 높지만 자동차·철강 등은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현경연 측은 내다봤다. 새로운 기회도 제시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제조업 중간재의 국산화율이 70%대에 그치는 현실이 드러났지만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국산화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건설업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가 인프라 산업에서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면 SOC 예산은 올해 19조80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22조3000억 원대로 커진다. 주력 산업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미래 성장을 이끌 산업이 뚜렷이 없는 상황에서 농수산식품, 생활소비재,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이 새롭게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류의 확산으로 소비·관광 산업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단기, 중장기 위험 요소가 커지고 있어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내년 산업계 최대의 화두이고 적극적인 대응 여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시멘트 제품에 추가 과세하는 법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추가 과세가 이뤄지면 올해 시멘트 업계 전체의 당기 순이익으로 예상되는 500억 원가량을 모두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이다. 20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생산하는 시멘트에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빠르면 이날 심의할 계획이다. 시멘트 1t 당 1000원씩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물리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하·해저 자원 등을 보호·개발하고 소방 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수 등의 자원을 이용하는 업체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시멘트 업계는 통상 특정한 자원과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을 공산품인 시멘트에도 물리겠다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1992년부터 시멘트의 주 원료인 석회석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시멘트 제품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석회석이 시멘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다. 특히 지하수의 경우 물을 모을 때만 과세할 뿐 가공하는 행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어 조세 평등주의에도 어긋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쌍용시멘트, 삼표, 한일시멘트 등 전체 시멘트 업계의 올해 순이익 규모가 500억 원 내외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경영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매년 500억 원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내라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기아자동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이 2009년 11월 첫 생산 이후 누적 생산 300만 대를 돌파하며 10주년을 맞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건립했던 조지아 공장이 기아차의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 기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조지아 공장에서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 “이제는 자동차를 넘어 이동과 관련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18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 조지아 공장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지아 공장 양산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기념식에는 조지아 공장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드루 퍼거슨 미 연방 하원의원,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기아차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지아 공장은 2009년 11월 본격적으로 가동돼 첫해에만 약 1만5000대를 생산했으며 현재는 라인을 풀가동해 연간 34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2013년 누적 생산 100만 대를 넘어섰고 올 9월 누적 30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유럽에 이어 건설된 기아차의 세 번째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기아차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기아차는 누적기준으로 중국에서 약 555만 대, 유럽에서는 약 346만 대를 생산했다. 양산되는 차종은 K5, 쏘렌토, 텔루라이드다. 지난달 기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가 130만8000여 대, 2011년부터 생산한 중형 세단 K5가 93만6000여 대, 올해 1월 신규 투입된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5만6000여 대 생산됐다. 기아차는 조지아 공장 설립을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 체제를 확보하고 관세 등의 비용을 절감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 세피아와 스포티지로 미국 시장에 처음 수출을 시작한 기아차는 지난해 3월 수출과 현지 생산을 통해 누적 판매 800만 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간 판매 대수도 과거 20만∼30만 대 수준에서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된 2010년부터는 연평균 55만 대 이상으로 늘었다. 2월에 새로 출시된 텔루라이드는 이날 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 트렌드’가 뽑은 ‘2020년 올해의 SUV’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터트렌드는 1999년부터 매년 ‘올해의 SUV’를 뽑고 있는데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41개 차종이 경합한 가운데 텔루라이드는 외관과 실내 공간, 동력 성능,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기념식 축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혁명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변모해 자동차는 물론 개인용 비행체,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새로운 집행부를 뽑는 선거전에 돌입했다. 향후 2년 동안 노조를 이끌겠다고 나선 4개 조직의 후보들은 ‘총고용 보장’과 ‘정년 연장’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래차 시대가 오면서 고용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로 출범할 현대차 노조의 태도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8대 집행부를 뽑는 선거운동이 이날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하부영 지부장을 비롯한 기존 조직의 뒤를 이을 집행부를 뽑는 이번 선거에는 4개 조직이 지부장 후보를 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후보를 배출한 현장 조직의 성향을 기반으로 3개 조직은 강성, 1개 조직은 중도·실리 성향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합원 5만 명 이상의 현대차 노조는 조직력과 투쟁력 등에서 국내 노동계를 대표해 주요 이슈를 이끌고 있다. 각 후보의 공약을 보면 이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 속에서 고용 보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임 노조 집행부는 전기차로의 전환 등으로 적게는 20%, 많게는 40%에 이르는 고용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와 함께 고용안정위원회를 운영하고 현장 근로자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 바 있다. 새로 선출될 8대 집행부 후보들은 이런 충격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노조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섰다. ‘총고용 보장’이라는 구호를 앞세운 후보들은 주요 부품의 모듈화와 외주화 확대를 저지하고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노조가 개입해 고용을 지켜내겠다고 노조원에게 제시했다.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만들거나 해외 공장의 생산 물량을 국내로 가져오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이번 집행부도 추진했던 정년 연장 역시 대부분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현대차의 정년은 60세로 향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자는 것이다. 50대 이상 조합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들의 최대 관심사를 내세운 셈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내년 총선과 연계될 수 있어 폭발력이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각 후보가 ‘일자리’를 놓고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만큼 새로 출범할 노조 집행부가 자칫 한국 자동차산업의 변신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 폭스바겐 등이 이미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을 전환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현대차도 내년에 울산공장부터 전기차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자동화 생산 라인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현대차의 자동화율이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공장 시설의 대대적인 변화에 얼마나 동의할지 미지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고용 유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 자체가 현대차 노조의 위기감을 보여준다”며 “노사 모두 적절한 타협으로 산업 변화에 대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돼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등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사건의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소송 참가인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도 노조법에서 정한 노조로 봐야 한다”며 “택배노조가 원고들에게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니 원고들은 참가인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는 500여 명의 택배기사가 소속된 택배노조에 노조설립 신고증을 발급했고 택배노조는 사측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교섭 요구 사실도 공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택배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면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과 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면 연차수당, 산재보상, 해고절차 등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특수고용직 가운데 골프장 캐디처럼 노조법상 근로자이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는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택배노조 측은 선고 후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에선 택배기사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한국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개인사업자 지위인 대리점과 택배기사 사이 교섭 등에 대한 판결로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이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신동진 shine@donga.com·김도형 기자}

현대자동차가 로봇이 차량을 점검하는 제네시스(사진) 전용 인도 전시장을 내년에 수도권에 짓기로 했다. 고객에게 제네시스 차량을 인도할 때 로봇이 직접 차량의 문을 열고 차량 내부의 각종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고객에게 확인시켜 주는 시스템이다. 고객에게 인도하는 차량을 로봇이 점검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다.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중순 경기 지역에 차량 전시부터 인도까지 다양한 고객 경험이 가능한 제네시스 전용 출고·전시장을 열기로 했다. 이 전시장에는 섬세한 동작이 가능한 로봇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제네시스 차량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설비가 마련된다. 열 감지 기술을 활용해 열선 시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할 때 차량 점검 및 기능 설명은 로봇에 맡기고 직원은 다른 고객 응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작은 버튼까지 직접 누르는 섬세한 동작을 선보이면서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로봇은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버전인 GV80을 조만간 출시해 기존의 세단 3종류를 포함해 제네시스 풀 라인업을 완성한다. 단순히 차량의 품질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전시·인도장을 통해 고급 브랜드다운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세계 최초라고 볼 수 있는 로봇 점검 등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급차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차별화되는 제네시스만의 별도 전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계 최고의 보존성을 가진 전통 한지를 제대로 만들어서 화지(和紙·일본 종이)가 석권하고 있는 세계 복원용 종이 시장의 판을 뒤집어 보는 게 진정한 극일 아닐까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서 만난 박후근 서기관(54·사진)은 전통 한지와 화지에 대한 비교로 얘기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행정지원과장인 박 서기관은 최근 한지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한지’란 책을 펴냈다. 이 책 표지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지는 한지가 아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박 서기관은 “대부분의 한지가 국산 닥나무를 쓰기는커녕 수입산 닥나무, 심지어 수입 목재 펄프를 원료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통 한지 제조법도 닥나무 껍질을 힘들게 두드리는 대신 기계로 잘라버리는 등 일본식으로 변질됐다. 박 서기관은 5년 전 국가기록원 복원연구과로 발령받으며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부 문서 복원에 쓰이는 전통 한지를 만드는 장인이 세상을 떠나면 일본 종이를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열악한 현실을 알게 되면서 한지 연구 모임을 만들었다. 박 서기관은 “지금은 수입 재료와 일본식 제조법으로 만들어도 제대로 된 전통 한지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진짜’ 한지라고 할 수 있는 종이를 제대로 대우하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 행안부가 훈장용지에 쓰기 위해 전통 한지의 원형을 재현하는 사업에 성공했음에도 전통 한지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서운한 대목이다. 박 서기관은 “4대 궁궐의 창호지조차 수입 닥나무에 목재 펄프를 섞어 만든 종이를 쓰고 정부의 국가표준(KS)에 국산 닥나무라는 규정조차 없는 현실부터 고쳐 나가야 전통 한지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군 내부 규정에도 없는 명예사단장에 위촉됐고, 육군 장병을 사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국방일보가 13일자에 우 회장이 12일 육군 30사단(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국기게양식에서 30사단장과 함께 사열을 진행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우 회장은 계급장에 별 두 개가 달린 소장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명예사단장 위촉에 관한 규정은 없다. 국방부의 ‘민간인의 명예군인 위촉 훈령’은 군에 기여한 공로자를 명예 군인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계급은 명예대령까지로 제한된다. 우 회장은 2002년부터 군에 위문품 등을 지원하고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를 돕는 등 군을 지원하고 있다.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으로 주한미군도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명예군인 요건은 갖췄다고 해서 규정에도 없는 명예 장군에 위촉된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우 회장을 명예사단장으로 위촉한 것은 현 30사단장이 아닌 전임 사단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 관계자는 “부대 정기 행사에 초청받은 것일 뿐 별도로 마련된 행사도 아니었다”고 했다. 육군은 “부적절했던 부분에 대해선 육군 내부 규정에 관련 규정 마련을 검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손효주 hjson@donga.com·김도형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서 가장 큰 관문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결합심사가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2일(현지 시간) EU 공정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위한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4월부터 EU 사전심사 절차를 밟아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EU 기업결합심사는 2단계로 나뉘는데 이번과 같은 대규모 사안은 2단계까지 가게 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에 주로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들이 집중돼 있는 EU는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기업결합심사의 핵심 국가로 EU 집행위원회가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7월에 중국, 8월 카자흐스탄, 9월 싱가포르에 각각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냈고 일본과도 9월부터 사전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는 첫 승인을 받았다.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모두 통과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상호 보유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게 된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 대부분을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하면서 올해 10월까지 한국의 누적 수주량이 중국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조선업 수주 물량은 12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17척)로 나타났다. 전체 발주량 150만 CGT(38척) 가운데 86.0%를 수주하면서 올해 월간 기준 수주량에서 처음 100만 CGT를 넘어선 것이다. 수주액 역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87% 증가한 26억 달러(3조 원)로 월간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한국은 중국과 수주량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해왔으나 지난달 발주 물량 대부분을 따내면서 수주량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달 자국 발주 물량이 적었던 중국의 수주가 15만 CGT(8척)에 그쳐 누적 수주량에서 695만 CGT(39%)를 기록한 한국이 611만 CGT인 중국(35%)을 추월한 것이다. 고부가가치 선종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은 수주액에서는 올 8월부터 1위를 기록했지만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밀려왔다. 한국은 지난달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전량 수주했다.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해외의 대규모 LNG 프로젝트와 관련한 LNG선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달과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중국을 누르고 수주량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NG선 등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초 기대에 비해서는 선박 발주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 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선주들이 적극적으로 선박을 발주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10월 누적 선박 발주량은 2017년 2175만 CGT에서 지난해 2847만 CGT로 30.9% 증가했지만 올해는 1769만 CGT로 1000만 CGT 넘게 떨어졌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발주가 30∼50%가량 감소한 결과다. 국내 조선사들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지만 수주 가뭄이 이어지면서 조선사들의 실적을 좌우할 수 있는 선박 가격 역시 정체된 모습이다. 올 초 각사가 세운 수주 목표의 50∼70%에 머물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막바지 영업 활동으로 올해 목표했던 수주량에 최대한 근접한 결과라도 만들겠다는 각오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음파를 이용해 실내로 들어오는 노면 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이달 출시되는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부터 적용한다. 현대차는 11일 바퀴가 노면과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크게 줄이는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기술(RANC)을 6년여 만에 상용화하고 핵심 기술을 한국과 미국에 특허출원했다고 밝혔다. RANC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생기는 노면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0.002초 만에 이를 상쇄하는 반대 음파를 차량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 실내 정숙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노면에서 차로 전달되는 진동을 계측하면 DSP라는 제어 컴퓨터가 소음 유형과 크기를 분석해 반대 음파를 만든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실내 소음이 약 3데시벨(dB) 감소한다. 이는 기존 노면 소음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이어서 주행 중 정숙성을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연기관 소음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노면 소음이 두드러지는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에 적용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동차 운전석에서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주유 비용을 결제하고 증강현실(AR)이 길 안내를 돕는 모습이 실제 도로 위에서 현실화된다. 7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내 간편결제 기능 등이 포함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 짓고 이달 말에 출시되는 제네시스 차종에 처음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부터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커넥티드 카 서비스 구현에 최적화된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운영체제(OS) ‘ccOS’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에는 △차량 내 결제 시스템 △AR 내비게이션 △필기인식 등의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국내 최초로 구현된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면 주유소나 주차장 등 비용 지불이 필요한 곳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을 종업원에게 맡겨서 결제시키는 번거로움 없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결제서비스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차량과 결제 카드를 등록하면 제휴 주유소와 주차장에서는 내비게이션 화면에 결제 안내창이 표시되고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결제와 제휴 멤버십 사용, 적립까지 한 번에 자동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간편결제 기술 구현을 위해 SK에너지, 파킹클라우드와 같은 주유·주차 회사는 물론 현대 신한 삼성 롯데 비씨 하나 등 6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카 커머스(상거래) 서비스를 시작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본격적인 커넥티드 카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R 내비게이션은 길을 안내할 때 실제 주행 영상 위에 정확한 가상의 주행라인을 입혀 운전자의 도로 인지를 돕는 기술이다.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띄우고 차량 움직임 감지 센서와 지도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그 위에 주행경로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운행정보를 전달해 운전자가 골목길이나 교차로, 고속도로 출구 등을 잘못 진입하는 실수를 크게 줄여줄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센서를 통해 모은 차선과 전방 차량, 보행자와의 거리 정보 등을 활용해 차로를 이탈하거나 충돌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고음과 함께 AR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기능 등도 추가됐다. 터치패드에 손으로 글자를 쓰는 방식으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필기인식 기술도 새로 적용된다. 내비게이션 화면의 키보드를 조작하지 않고도 목적지를 설정하고 전화를 거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추교웅 현대차그룹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상무)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더 안전해지고 진보적인 기술을 체험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가 케이팝을 비롯해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한다. 기아차는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브랜드 체험관인 ‘비트(BEAT)360’에서 김상대 기아차 고객경험본부장(사진 왼쪽), 김성수 카카오M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문화 마케팅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기아차는 종합 콘텐츠 기업인 카카오M과 함께 케이팝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첫 활동으로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멜론 뮤직 어워드(MMA) 2019’에 메인 후원사로 참가한다. 올해로 11회째인 ‘MMA 2019’는 음악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주최하고 카카오M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기아차는 올해 초부터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 열린 ‘블랙핑크 2019 월드 투어 위드 기아’를 후원하면서 공연장에 주요 차종을 전시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 이어 중국 상하이 유즈(YUZ) 미술관으로 문화예술 파트너십 활동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LACMA와는 2015년부터 파트너십 활동을 해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프롤로그 - 동아네찻집 車 팀장의 브랜드 뽀개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준중형 세단을 중고로 사서 폐차할 때까지 탔습니다. 지난해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SUV를 신차로 사서 타고 있습니다. 10만km 넘게 운전했지만 필요에 따라 차를 몰았을 뿐, ‘드라이빙 감성’까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타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점점 더 궁금해지긴 합니다. 저 차는 왜 저렇게 비쌀까. 이번에 적용했다는 그 기능 정말 쓸만할까. 저 브랜드 차는 정말 좀 남다를까. 모든 차를 다 타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각자 철학을 얘기하는 완성차 ‘브랜드’ 자체는 차례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차알못’ 자동차 팀장의 브랜드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를 타온 ‘평범한 아빠’가 각 브랜드의 대표 차종을 통해 느껴본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벤츠 AMG 체험 세 줄 요약 경주용 트랙에서 고성능차를 몰아보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긴장되면서도 재미있고, 짜릿한 속도를 느끼면서도 안전하게 차를 모는 법을 배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AMG 라인의 차를 돌아가면서 타보는 프로그램이라 한 차로 300km는 타보는 ‘브랜드 뽀개기’라는 시승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고 ‘엿보기’ 정도가 좋을 듯 하다. 그리고 벤츠의 고성능 라인 AMG에 대한 느낌은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보기보다 덜 부담스러운 고성능 차’ 정도다.# AMG 왈 “운전은 즐거운 것” 사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경기 용인의 자동차 경주용 서킷, ‘AMG 스피드웨이’(에버랜드 옆 그곳 맞다)에서 진행하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미디어 행사를 다녀온 건 시간이 꽤 됐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기사를 쓰는 게 늦어졌는데 그런 만큼 지금도 또렷한 기억을 중심으로 짧게 써보려 한다. 최근엔 일반 도로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AMG’는 알려진 대로 벤츠의 고성능 차 서브 브랜드다. 컴팩트 카부터 세단, 쿠페, 로드스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AMG 독자 개발의 GT까지. 라인업이 꽤 다양한 편이다. AMG는 1967년 설립 이후부터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고성능 엔진을 개발해 왔고 ‘원 맨-원 엔진’이라는 철학을 지키고 있다. 엔지니어 한 명이 AMG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고 제작을 마치면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을 해당 엔진에 새기고 있다.고성능 자동차와 다이내믹한 운전의 즐거움을 내세운 AMG 차량을 공도가 아니라 트랙에서 타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재미난 일이다. 4.3km 길이의 트랙을 앞서 가는 차량이 이끄는 대로 가속하고 감속하면서 코너를 빠져나오면 ‘모터스포츠’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느껴볼 수가 있다. 차의 배기음과 진동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에 긴장하면서도 코너링에 몸이 이리 저리 쏠리면 ‘이래서 스포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상 주행이 대부분인데 AMG 아카데미에서는 앞차를 쫓아가려면 나름대로는 급하게 코너를 돌아야 하는 상황. 좀 미숙하고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도 차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앞차를 쫓으며 빠르게 속력을 높인다. 도로 위에서 ‘모범 운전자’를 자처하는 기자도 직선 주로에서 차량 계기판과 별도로 설치해 놓은 속도계에 204km가 찍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프로그램과 똑같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여러 종류의 AMG 모델 차량을 번갈아가며 탔다. 차 마다 다르지만 AMG 모델은 500~600마력대에 제로백은 3~4초대. 충분하지만 다루기 힘들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속력은 아니다. 최근에는 일반 도로에서 AMG 마크를 단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를 어렵지 않게 보는 상황. 시승한 AMG 모델 대부분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겠다는 인상이었다. (물론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너무 꿀렁거리는 차도 있긴 하다.) 워낙 넓은 공간이라 AMG의 8기통 엔진이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울리듯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운전석에서는 물론 여기저기서 달리는 ‘AMG들’이 내는 엔진음 역시 듣기가 좋다. 공도가 아닌 만큼 일반적인 상황 그리고 일반적인 차량과의 비교는 조금 힘이 들지만 잘 달리는 차를 타고 마음껏 트랙을 달리는 것은 언제 다시 가자고 해도 즐거울 듯한 경험이다.# 트랙에서 배우는 안전, 기억할만한 운전 습관 개인적으로 이 아카데미 체험 이후에 운전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고성능을 체험했으니 2L 디젤 엔진의 내 중형 SUV로도 과감한 가속과 코너링을 시도해 본다, 는 건 당연히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좌석 세팅을 좀 더 운전대에 가깝게 하게 됐다. AMG 아카데미에서는 (나 같은 서킷 초보에게만 강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초반부터 좌석의 위치와 운전대를 잡는 팔의 각도를, 전문 드라이버들이 직접 조정해 줬다. 어떻게 조정했느냐를 각도 등으로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기자가 느낀 것은 쉽게 말해서 좌석을 평소보다 운전대에 ‘꽤 가깝게 하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최대한의 힘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몸이 너무 뒤에 있어서 힘을 전달할 수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좌석을 브레이크를 꾹 밟았을 때도 무릎이 어느 정도 굽혀질 수 있을 정도까지 당겨 놓아야 한다. 차에 앉아서 직접 해보면 느껴지는데 풀 브레이킹했을 때 무릎이 완전히 펴져야 하는 거리면 풀 브레이킹을 신속하게 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운전대를 급작스레 조향할 때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거리에서 두 손이 안정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한다. 이 역시 좌석을 좀 당긴 상태에서, 등받이를 너무 뒤로 젖히지 않아야 가능한 자세다. 급작스런 상황의 풀 브레이킹과 운전대 조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런 준비라는 것은 급제동 연습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짝 앉은 자세로도 사실 ‘풀 브레이킹’이 쉽지가 않다. 우선 몸이 앞으로 쏠릴 것이 걱정되고 또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가 않다. 브레이크&차선변경 프로그램에서 몇 차례 시도에도 썩 그렇게 잘 해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정말로 도로 위에서 풀 브레이킹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예전보다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기자는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고속도로 추월 차선에서 앞 차의 갑작스러운 감속과 정지에 따라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완전히 제동하지 못하면서 앞차를 추돌했던 상황.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동네 마실 나가는 운전에서는 뒤로 몸을 젖히고 한 손으로 운전하는 편안한 자세가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이고 차선까지 잡아주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편리함은 그대로 누리더라도 언제 급제동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운전대를 잡게 됐다는 점은 확실히 큰 변화다.# 달리는 즐거움을 느껴볼 드문 기회 일부 구간에서는 속도 제한을 푸는 아우토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나마 있는 고속도로가 늘 뻥뻥 뚫려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고속도로가 안 붐벼도 추월차로 정속 주행 차도 많은데… 사실 국내에서는 고성능차의 키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어디서 탈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AMG 브랜드의 차를 타보는 것도 좋겠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운영하는 AMG 아카데미 자체도 자동차와 모터스포츠 등에 관심이 크다면 한번 시도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비용이 꽤 드는 프로그램이고 선착순 마감이지만 경주용 트랙에서 마음껏 질주하면서 아카데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드&팔로우 형태로 트랙을 달린 것이 사실 후반부 코스였고 그 전후에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급제동과 회피 훈련은 물론 4륜 구동과 후륜 구동 차의 드레그 레이스 성능을 체험해 볼 수 있고, 젖은 노면에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상황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8기통 후륜 구동 차량의 차체 제어 기능을 끄고 젖은 노면에서 운전대를 돌리며 가속 페달을 훅 밟으면 차가 팽이처럼 도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운전대를 풀면서 오버스티어 상황을 벗어나보는 경험 등은 혹시나 있을 빗길 위험 상항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벤츠코리아가 ‘AMG 버거’라고 이름붙인 특제버거를 먹는 짧은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이 점심 시간마저 쪼개서 자유롭게 카트를 타 볼 수도 있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차를 타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기자는 사실 어느 차가 어떤 모델인지 모르고 ‘AMG 인가보다’하고 탔지만 차를 좋아한다면 차마다의 특징을 느껴볼 수도 있겠다. 전문 드라이버가 트랙에서 차를 태워주는 택시 드라이빙에서는 ‘드리프트’가 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짧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벤츠 그 중에서도 AMG가 어떻다고 얘기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평범한 운전자가 체험해보더라도 안전하면서 재미있고, 그래서 때로는 귀찮은 일이기도 한 ‘운전’이 왜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 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회 아닐까 싶다. 이런 트랙 시승에는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AMG를 비롯해 몇몇 브랜드가 문을 열어 놓고 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보길 바란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BMW 드라이빙 센터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이 기사는 차량 시승을 위해 허용된 범위 안에서 해당 업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요소 없이 기자의 판단을 바탕으로 작성한 시승기입니다.(먼저 뽀개본 다른 브랜드가 궁금하다면…)▼브랜드 뽀개기 1편 - 볼보▼▼브랜드 뽀개기 2편 - 지프▼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수출이 3년 만에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이 복합된 결과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미중 무역갈등 완화라는 대외 요인에 기대를 걸며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수출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우려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이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14.7%)으로 하락했지만 11월부터는 감소 폭이 점차 개선되고 내년 1분기(1∼3월) 수출이 상승 전환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미중 무역분쟁도 1단계 합의가 무르익어 그동안의 악재들이 어느 정도 걷힐 것이란 판단이다. 선박(25.7%), 컴퓨터(7.7%), 바이오헬스(7.8%), 화장품(9.2%) 등 수출이 증가한 품목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무역금융 60조 원 지원 등 수출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일본과의 교역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대일(對日) 수출액은 23억8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13.8% 줄었다. 일본산 제품 수입은 38억900만 달러로 23.4% 급감했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한 금액은 2009년 7월(―25.1%)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완전히 타결되기까지 갈 길이 먼 데다 반도체 업황 개선 역시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분쟁을 겪어온 미중 양국 간의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장의 기업들도 내년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다운턴’에 접어들어 내년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속에 최근 원-달러 환율 역시 수출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설명대로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의 수출도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의 산업경쟁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