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근호

여근호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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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여근호 기자입니다. 사람과 현장을 담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yeoroot@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검찰-법원판결55%
사건·범죄23%
사회일반11%
정치일반11%
  • 내 아이 성적 궁금한 부모들, ‘사교육 시험’으로 아이 내몬다

    학부모의 각종 민원으로 학교에서 단원 평가는 물론이고 교내 경시대회 개최마저 어려움을 겪자 반대급부로 사교육 시장에서 각종 경시대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내 경시대회를 개최하면 경시대회 결과에 대한 학부모 민원이 많다”며 “교육청이 주관하는 경시대회가 있을 때 학교별 대표 선출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 내 경시대회는 열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 시장에서는 경시대회가 인기다. 교내 활동이나 평가만으로 자녀의 성적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자 학부모는 참가 비용을 내고서라도 사설 경시대회에 자녀를 참가시키는 것이다.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물론이고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문해력 경시대회’ 등 다양한 종류의 경시대회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해답지(OMR·Optical Mark Reader) 카드에 답을 표시하는 연습을 이른 나이부터 시키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경시대회에 내보내기도 한다. 천재교육이 주관하고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과목 시험을 보는 학력평가인 HME 학력평가의 최근 3년간 참가 인원은 2022년 8만8146명, 2023년 7만5720명, 2024년 7만2767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7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하늘교육이 주관하는 수학, 영어 경시대회 참가 인원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중간·기말고사 등을 보지 않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학교 공교육에선 시험으로 학생 수준을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상태”라며 “학생과 학부모는 기초학력 충족 여부 파악뿐만 아니라 성적이 전국 상위 몇 퍼센트에 드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시험을 안 보는 등 공교육 역할이 제한되면서 학부모는 점점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사설 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체육도 학원에 의존하는 추세다. 학생 안전 때문에 학교에서 체육 활동이 위축되자 자녀 성장과 건강을 위해 줄넘기, 태권도, 수영 등 특정 종목이나 학교 체육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24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7.3%나 증가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은 학교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면서 즐거움을 찾고 다양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학교에서 충분한 활동을 하지 못하면 학교생활의 의미를 찾지 못해 사회성과 협동심을 기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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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호민 사건’ 이후 몰래 녹음 늘어…학생 주머니에 소형 녹음기도

    “‘몰래 녹음’을 발견한 후 병가를 내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습니다. 제가 가르쳐야 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습니다.”수도권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특수교육 현장에서 ‘몰래 녹음’에 대한 교사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 2심 재판에서 특수교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녹음기를 몰래 보내는 부모가 늘어 특수교사의 생활지도와 교육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A 씨는 올 4월 말 본인이 지도하는 1학년 학생의 반팔티 앞주머니에서 소형 녹음기를 발견했다. 해당 학생은 두 겹의 반발티를 입은 상태였는데 체육을 마치고 더워하며 겉에 입은 티를 벗자 안쪽 티 앞주머니에 꿰맨 채 숨겨진 소형 녹음기를 발견한 것이다. 학생은 소형 녹음기를 신기하다는 듯 손에 올려놓고 지켜보는 중이었다.해당 학생은 평소에 교사나 주변 아이들의 손을 꼬집는 등 위험한 행동을 반복해왔다. 이에 A 씨는 학부모에 자주 연락하며 해당 학생의 문제 행동과 이를 어떻게 지도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그때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만 가면 문제가 생긴다는 게 안 믿긴다”, “집에서는 안 그런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학부모는 ‘몰래 녹음’과 관련해 교사에게 형식적인 사과를 했지만 A 씨 충격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해당 사건 이후 또 녹음되어 아동학대죄로 신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OO아 그러면 너 엄마 부른다~”는 식의 사소한 장난도 치지 못하며 혼낼 때도 목소리를 무겁게 내지 않는 중이다. 녹음기를 숨겼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져 A 씨뿐 아니라 특수교육 실무사, 자원봉사자와 다른 교사들의 생활지도도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다.‘몰래 녹음’ 사건 이후 A 씨는 적응장애 판정을 받고 혈압도 최대 177까지 오르는 등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학교에는 25년차 특수교사인 A 씨를 제외하고는 전부 신규 또는 기간제 특수교사만 있어 A 씨는 책임감에 병가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주호민 씨 사건 이후 몰래 녹음을 시도하는 학부모가 많이 늘었다”며 “대법원에서까지 무죄가 나와도 녹음 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가 없다면 현장이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특수교사노조 정원화 정책실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가 교육 현장의 격언처럼 돼고 있다”며 “위기행동을 보이는 학생 당사자가 생활지도를 받을 기회 자체가 축소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당국이 ‘몰래 녹음’을 금지하는 고시와 법 내용에 대해 가정에 더 명확하게 안내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학부모가 ‘몰래 녹음’을 하는 이유는 장애학생이 아동학대 피해 사실을 직접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는 특수교사와 학생 단둘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특수교육 실무사, 자원봉사자 등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와 상담하며 대처하는 게 낫다고 지적한다. 정 실장은 “각 교육청 내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의 역할을 확대해 소송 전에 갈등조정과 사안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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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의대 선배들 협박에 수업-시험 차질”… 학교에 ‘선배 제적’ 첫 요구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3학년 학생들이 2학년 후배들에게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고 시험을 치지 못하도록 방해 협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와 선배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차의과대 의전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전원 형태로 운영되는 의사 양성 교육기관이다. 다른 의대에서도 선배들의 수업 참여 방해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대는 최근 정부와 대학이 정한 수업 복귀 시한 전후 수업을 방해한 의대생 2명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후배 협박에도 학교 측 제적 처리 안 해 차의과대 의전원 2학년 김모(가명)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업 거부로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3학년 선배 방해 협박으로 수업과 시험 참여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가 학칙대로 선배들을 제적하지 않으면 학교와 선배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 이후 의대 후배가 공개적으로 선배의 제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에 따르면 소송에는 2학년 학생 14명이 참여하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률자문을 받았다. 김 씨는 “극단적 협박을 하는 선배들이 학교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무섭다”며 “학교 측이 아직 선배들을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있다. 명백하게 교육부 행정령과 학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의과대 관계자는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면 단호히 징계할 것”이라면서도 “수업을 듣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협박한 학생을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적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의대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3학년 학생은 대부분 강경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학년 후배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수업 안 들어도 아무 문제없다’, ‘학교에서 우리 학년만 제적은 가능해도 다 같이는 못 한다’며 수업에 참여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일부 후배에게는 ‘너희가 수업을 들으면 골치 아파진다’, ‘강의 듣고 시험 치면 대가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 문자도 보냈다. 김 씨에 따르면 이들은 일부 2학년 학생을 따로 불러 “녹취가 우려된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수업을 듣는 학생과 듣지 않는 학생을 나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화할 것이다. 선배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 후배는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협박했다.● 교육부, 의대생 복귀 방해 18건 수사 의뢰 차의과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선배와 동료의 강압에 못 이겨 출석하지 않은 학생은 제적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차의과대는 지난달 13일 ‘수업 미참여 학생에 대한 공지’를 통해 “수학 의지를 명확히 밝힌 학생의 경우 5월 12일부터의 결석은 무단결석이 아니라 외력에 의한 불가항력적 결석으로 간주하여 제적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밝힌 외력은 ‘의대 선배·동료의 수업 참여 방해와 감시 등 압박’을 뜻한다. 2학년 학생 일부는 이 같은 상황을 교육부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신고를 접수했으며 학교에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차의과대 의전원 3학년 학생들은 본보 측에 “김 씨가 주장하는 수업 방해와 협박 행위가 없었다. 허위 제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의대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 18건을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수업 거부 강요 12건과 복귀 의대생 신상 유포 6건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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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선배 협박에 수업 못들어” 의대 2학년생 소송 예고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3학년 학생들이 2학년 후배들에게 수업을 듣지 못하고 시험을 치지 못하도록 방해 협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와 선배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차의과대 의전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전원 형태로 운영되는 의사 양성 교육기관이다.다른 의대에서도 선배들의 수업 참여 방해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대는 최근 정부와 대학이 정한 수업 복귀 시한 전후 수업을 방해한 의대생 2명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후배 협박에도 학교 측 제적 처리 안해차의과대 의전원 2학년 김모(가명)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업 거부로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3학년 선배 방해 협박으로 수업과 시험 참여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가 학칙대로 선배들을 제적하지 않으면 학교와 선배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 이후 의대 후배가 공개적으로 선배의 제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에 따르면 소송에는 2학년 학생 14명이 참여하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률자문을 받았다. 김 씨는 “극단적 협박을 하는 선배들이 학교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무섭다”며 “학교 측이 아직 선배들을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있다. 명백하게 교육부 행정령과 학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차의과대 관계자는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면 단호히 징계할 것”이라면서도 “수업을 듣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협박한 학생을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적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지난달 7일 의대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3학년 학생은 대부분 강경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에 따르면 이들은 2학년 후배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수업 안 들어도 아무 문제 없다’, ‘학교에서 우리 학년만 제적은 가능해도 다 같이는 못 한다’며 수업에 참여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일부 후배에게는 ‘너희가 수업을 들으면 골치 아파진다’, ‘강의 듣고 시험 치면 대가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 문자도 보냈다.김 씨에 따르면 이들은 일부 2학년 학생을 따로 불러 “녹취가 우려된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수업을 듣는 학생과 듣지 않는 학생을 나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화할 것이다. 선배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 후배는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협박했다.● 교육부, 의대생 복귀 방해 18건 수사 의뢰차의과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선배와 동료 강압에 못 이겨 출석하지 않은 학생은 제적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차의과대는 지난달 13일 ‘수업 미참여 학생에 대한 공지’를 통해 “수학 의지를 명확히 밝힌 학생의 경우 5월 12일부터의 결석은 무단결석이 아니라 외력에 의한 불가항력적 결석으로 간주하여 제적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밝힌 외력은 ‘의대 선배·동료의 수업 참여 방해와 감시 등 압박’을 뜻한다.2학년 학생 일부는 이 같은 상황을 교육부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신고를 접수했으며 학교에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차의과대 의전원 3학년 학생들은 본보 측에 “김 씨가 주장하는 수업 방해와 협박 행위가 없었다. 허위 제보”라고 말했다.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의대 신고센터 접수된 피해 사례 18건을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수업 거부 강요 12건과 복귀 의대생 신상 유포 6건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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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시험 보자 ‘애 주눅든다’ 민원… 몰래 녹음에 노이로제 걸릴 지경”

    지난해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학부모 1명에게 수천 통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수업 방해 학생을 학칙 등에 따라 교실 밖에 20분간 나가 있으라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부모는 “아동학대다”, “애 아빠를 데리고 학교에 가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뒤 학교로 쫓아왔다. 문자 폭탄에 지친 교사는 병가를 냈다. 교원은 교권 침해를 호소하고 학부모는 교사 및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교육 질 저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초중고교 교원 7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원 98.6%는 “학교가 수업, 평가, 체육활동, 생활지도 등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교원은 학교가 교육의 본질적 역할을 49.8%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교권 침해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근본적 대책 대신 미봉책 수준의 방안을 내놓으며 학교 공교육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선 새 정부 교육 정책 1순위로 ‘공교육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감정 상하지 않게 조심 서울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A 씨는 “항상 녹음과 신고 걱정을 한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이에게 내 목소리가 컸을까, 기분이 나빴을까’라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한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교사들 사이에선 ‘아이들에게 최대한 싫은 소리는 하지 말고, 하게 되면 간식이라도 주며 사과하라’는 꿀팁이 공유된다”고 말했다.본보-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원은 교육 활동 중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생활지도’(93.8%·복수 응답)를 꼽았다. 지난달 학교에서 숨진 제주 지역 교사도 결석이 잦은 학생을 지도하다 가족의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교원 1만여 명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해당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집회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사상 처음으로 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집회였다.“왜 시험을 봐서 애 주눅이 들게 하냐”는 식의 민원도 흔하다. 서울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곱셈, 나눗셈 같은 수학은 단원평가가 꼭 필요한데 일부 학부모에게서 ‘우리 아이 자존감 떨어지게 왜 시험을 보느냐’며 연락이 온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 교사 D 씨는 3학년 학부모에게 “우리 애가 영어유치원 출신인데 어떻게 영어 수행평가가 ‘중’이냐”는 항의를 받았다. 대전 초등학교 교사 E 씨는 “진단평가에서 기초학력이 낮게 나온 아이 부모에게 방과후 보충학습을 제시했다가 ‘아이를 낙인찍다니 선생 자질이 없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전했다.● 체육-체험학습도 축소 몸을 쓰는 체육 수업은 위축이 심각하다.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에 축구공 대신 말랑말랑한 탱탱볼을 쓴다. 넘어져 무릎만 까져도 부모들이 난리인데 딱딱한 공으로 수업하다가 다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장 체험학습 중 사망한 학생 사고에 대해 최근 교사가 실형을 받는 판결이 나오면서 체험학습도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 체험학습은 6882건이었지만, 올해는 4342건(완료 및 계획 포함)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체험학습으로 놀이공원을 갔지만, 올해는 4월에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학습으로 대체하겠다”고 알렸다. 이 학교는 올해 강당과 교실에서 비누 만들기, 마술 공연 관람 등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인 2023년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만들어 정당하게 인정되는 생활지도 유형을 법으로 명시하고 관련 교권 침해 유형도 신설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일반 회사는 업무 관련 소송이 걸리면 법무팀이 해결하는데 교사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교육 업무와 관련된 소송은 일단 당국이 해주고, 교사 잘못으로 판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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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교원들 “학교가 교육 역할 절반도 못해…녹음기, 문자폭탄 노이로제”

    지난해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학부모 1명에게 수천 통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수업 방해 학생을 학칙 등에 따라 교실 밖에 20분간 나가 있으라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부모는 “아동학대다”, “애 아빠를 데리고 학교에 가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뒤 학교로 쫓아왔다. 문자 폭탄에 지친 교사는 병가를 냈다.교원은 교권 침해를 호소하고 학부모는 교사 및 학교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상황에서 공교육 질 저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초중고교 교원 7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원 98.6%는 “학교가 수업, 평가, 체육활동, 생활지도 등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교원은 학교가 교육의 본질적 역할을 49.8%밖에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교권 침해 사건 등이 터질때마다 정부가 근본적 대책 대신 미봉책 수준의 방안을 내놓으며 학교 공교육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선 새 정부 교육정책 1순위로 ‘공교육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학생 감정 상하지 않게 조심서울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A 씨는 “항상 녹음과 신고 걱정을 한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이에게 내 목소리가 컸을까, 기분이 나빴을까 라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한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교사들 사이에선 ‘아이들에게 최대한 싫은 소리는 하지 말고, 하게 되면 간식이라도 주며 사과하라’는 꿀팁이 공유된다”고 말했다.본보-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원은 교육 활동 중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생활지도’(93.8%·복수 응답)를 꼽았다. 지난달 학교에서 숨진 제주 지역 교사도 결석이 잦은 학생을 지도하다 가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전국 교원 1만여 명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해당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집회 이후 1년 4개월만이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집회였다. “왜 시험을 봐서 애 주눅을 들게 하냐”는 식의 민원도 흔하다. 서울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곱셈, 나눗셈 같은 수학은 단원평가가 꼭 필요한데 일부 학부모는 ‘우리 아이 자존감 떨어지게 왜 시험을 보느냐’며 연락이 온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 교사 D 씨는 3학년 학부모에게 “우리 애가 영어유치원 출신인데 어떻게 영어 수행평가가 ‘중’이냐”는 항의를 받았다. 대전 초등학교 교사 E 씨는 “진단평가에서 기초학력이 낮게 나온 아이 부모에게 방과후 보충학습을 제시했다가 ‘아이를 낙인찍다니 선생 자질이 없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전했다.●체육, 체험학습도 축소몸을 쓰는 체육 수업은 위축이 심각하다.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에 축구공 대신 말랑말랑한 탱탱볼을 쓴다. 넘어져 무릎만 까져도 부모들이 난리인데 딱딱한 공으로 수업하다가 다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현장 체험학습 중 사망한 학생 사고에 대해 최근 교사가 실형을 받는 판결이 나오면서 체험학습도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 체험학습은 6882건이었지만, 올해는 4342건(완료 및 계획 포함)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체험학습으로 놀이공원을 갔지만, 올해는 4월에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학습으로 대체하겠다”고 알렸다. 이 학교는 올해 강당과 교실에서 비누만들기, 마술 공연 관람 등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인 2023년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만들어 정당하게 인정되는 생활지도 유형을 법으로 명시하고 관련 교권 침해 유형도 신설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일반 회사는 업무 관련 소송이 걸리면 법무팀이 해결하는데 교사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교육 업무와 관련된 소송은 일단 당국이 해주고, 교사 잘못으로 판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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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대 정시도 ‘문과 침공’…교원대 94%, 경인교대 71%가 이과생

    올해 전국 교대 및 대학 초등교육과 정시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에서 이과생이 문과에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교대에서도 확인된 것이다.1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10개 교대 및 초등교육과 정시 합격생 56%가 수학 선택 과목으로 이과 과목인 ‘미적분’ 또는 ‘기하’를 골랐다. 이들 대학은 올해 정시 합격생의 수학 선택과목 합격생 비율을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공개했다. 다만 서울교대와 전주교대, 진주교대는 선택과목을 공개하지 않았다.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정시 합격생의 93.9%가 이과생이었다. 경인교대 70.8%, 대구교대 67.0%,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62.0%, 광주교대 55.8%, 부산교대 53.0%, 청주교대 51.8%, 제주대 초등교육과 51.8% 등이었다. 다만 춘천교대(일반전형)는 이과생 비율이 절반 이하인 46.2%, 공주교대도 42.9%였다. 수도권 이과생 비율은 평균 70.1%로 비수도권(53.1%)보다 높았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침공 현상이 교대에도 매우 강하게 나타난 게 처음 확인됐다”며 “상위권 대학뿐만 아니라 중위권 대학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통합수능이 지속되는 2027학년도까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대를 지원하려는 문과생은 정시보다 수시에 더 집중하는 게 입시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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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1보다 힘든 유치원생…영어유치원 하루 평균 5시간 교습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유치원이 늘었지만 영어유치원 개설반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어유치원 일평균 교습시간은 중학교 1학년 수업시간보다 길게 나타났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소위 ‘영어유치원(영유)’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반일제 영어학원의 개설반은 전년 대비 16개 증가했다.경기 5개 지역(고양, 안양, 성남, 용인, 화성) 영유 개설반도 101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지역 영유는 각각 10개, 3개 감소했는데 개설반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소규모 학원은 문을 닫고 대형학원 중심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이다.같은 기간 서울 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241개, 경기 5개 지역은 156개 감소했다. 이는 영유 대비 각각 7배, 50배 이상 감소한 수치로, 학령인구 감소 위기의 직격탄을 더욱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녀가 대부분 하나라 비싸도 영유를 선택하는 부모가 많아져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부모는 영유를 택할 때 아이의 영어 실력을 얼마나 올려주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이를 반영하듯 영유의 일평균 교습시간은 서울 5시간 24분, 경기 5개 지역 5시간 8분으로 매우 긴 편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일평균 수업시간(3시간 20분)보다 2시간 이상 길고, 중학교 1학년 일평균 수업시간(4시간 57분)보다도 20분 이상 길었다. 특히 경기 5개 지역 일평균 교습시간은 전년(4시간 56분) 대비 4.1%나 증가해 5시간을 돌파했다.서울 및 경기 5개 지역의 영유 월평균 학원비도 각각 3.5%, 10.1% 상승해 약 136만 원, 123만 원을 기록했다. 정부 공식 통계인 월평균 154.5만 원보다는 낮은 수치인데, 방과후 프로그램 등 추가 발생 비용은 분석에서 제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이번 분석은 서울시 및 경기도교육청 학원 및 교습소 등록 정보, 유치원 알리미, 어린이집 정보공개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강경숙 의원과 사걱세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지역·계층을 중심으로 조기부터 집중적인 사교육 투자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교육 당국은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한 조기 사교육 확산세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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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립대의대 건물 확충 단 1곳도 못했다

    교육부가 올해 2월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을 위해 신청한 국토교통부 입찰방법 심의에서 턴키 방식이 부결된 이후 2개월 뒤 다시 요청한 재심의에서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교육부는 국립대 의대 9개교 21개 건물의 신·증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 공사가 시작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증원하며 추진한 교육시설 투자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만큼, 관련 대책이 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턴키 방식 의대 건물 신축 최종 무산 9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 1월 국토부에 국립대 의대 8개교 8개동 신축 공사 집행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국토부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입찰 방법 심의를 진행했다. 턴키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해 입찰에 부치는 제도로, 설계 및 시공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경우 국토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된다. 국토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올 2월 “특수 공법이 없는 단순 건축사업을 공사 기간 단축만을 이유로 턴키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교육부가 신청한 턴키 방식 대신 기타공사(일반 공사)로 의결했다. 교육부는 4월 22일 수정된 집행 기본계획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7일 “심의 결과 기존에 일반 공사로 의결된 사안으로 재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로써 턴키 방식 국립대 의대 건물 신축은 최종 무산됐다. 교육부는 해당 건물 신축과 관련된 향후 계획에 대해 “대학별 의대 증원 확정 이후 사업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설 확충 예정 21개동 중 공사 착수 0곳 의대 증원에 따른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은 9개 학교 21개동을 대상으로 한다. 이 중 턴키 방식이 아닌 일반 공사 형태의 9개교 12개동의 경우 리모델링이 예정돼 있었지만 대학별 증원 재논의 및 공간 검토 지연 등의 이유로 공사는 추진되고 있지 않다. 턴키 방식의 경북대 ‘의대 신관 및 강의동 증·개축’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대상이었다. 윤석열 정부 방침으로 예타가 면제돼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 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까지 마쳤다. 하지만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예타 면제 및 공사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의대 증원 발표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교육부가 애초에 신축·증축을 계획한 국립대 의대 시설 21개동 중 실제 공사에 착수한 곳은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한 ‘의대 증원 2000명’이 사회적 갈등을 낳은 데다 정권 교체로 사실상 동력을 잃은 가운데, 교육시설 투자 등 관련 정책도 무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의대 증원, 지역 의대 설립 등 민감한 정책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완료하고 시설 투자나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계획을 세워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혼란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립대 총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전제로 대학도 시설 확충을 추진했는데 의대 증원이 불투명해지면서 모두 멈춰 혼란만 커진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과 시설 확충 등에 관해 엄밀히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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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트리플링’ 막을 골든타임 3주 남아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80% 이상이 수련을 멈추고, 의대생 약 43%가 유급·제적되면서 신규 의사 배출이 2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선 새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각 의대 등에 따르면 24·25·26학번이 내년에 예과 1학년으로 함께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막기 위해선 이달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해야 한다. 학사 시스템상 대학 유급 및 제적 처리 시점은 6월 말이다. 예과 1학년생(24·25학번)이 이달 안에 복귀하면 7월 계절학기와 2학기 주말 수업 등으로 1학기 과정을 어떻게든 소화해 내년 트리플링을 피할 수 있다. 의료계에선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의대생 복귀라는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정 갈등 해결을 1순위로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공공의료 등 민감한 정책은 의정 갈등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은 “의료 개혁을 하되, 공공의료 공약은 의료계와 숙의를 거쳐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개혁 백지화’ 등 무리한 주장을 너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경상대 의대 94% 유급, 줄줄이 트리플링 눈앞 “정부가 정리해줘야”[의대 정상화 골든타임 3주]전국 의대생 43% 유급 처리 통보… 유급 피하려 1과목 수강신청 다수“트리플링땐 한국 의료에 후유증… 본과로 이어지면 정상실습 불가”“의대생 복귀 문제를 정리하는 게 의대 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서울 소재 한 사립대 총장)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1년 넘게 수업 거부를 이어 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24·25·26학번이 동시에 예과 1학년으로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3주가량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대학 학사 시스템상 유급과 제적이 처리되는 시점이 6월 말이기 때문이다. 각 의대는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의대생 복귀를 이끌어 내면 7월 계절학기부터 부족한 수업 시수를 보강해 25학번까지 올해 학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지난달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학생 1만9475명 중 42.9%(8351명)가 유급 또는 제적 예정 통보를 받았다. 유급 및 제적 예정 통보를 받지 않은 60%가량의 학생들 상당수는 한 과목만 수강 신청을 하는 등 꼼수로 수업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의대 및 의료계 안팎에선 이재명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인 유급·제적에 따른 트리플링 문제부터 해결한 뒤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의대 1학년 94% 유급, 트리플링 현실화일부 국립대 의대에선 이미 내년도 1학기에 모집 인원의 3배가 넘는 학생이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수업 불참 의대생에 대한 구제가 없다고 밝히며 전국 의대로부터 지난달 7일까지 유급·제적 현황을 받았다.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개 국립대 의대로부터 받은 유급·제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경상국립대는 예과 1학년 185명 중 94.1%인 174명이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여기에 26학번으로 79명이 새로 입학하게 돼, 총 253명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내년도 모집인원(79명)의 3.2배에 달하는 인원이다.당장 유급은 피했어도 현재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대생이 많아 위기에 놓인 의대도 있다. 충북대는 의대 유급 예정자가 없지만 25학번 재학생(117명) 중 95.7%가 1과목만 수강 신청을 했다. 이들이 2학기에 복귀하지 않거나 1과목만 수강할 경우 2학년 정상 진급이 어렵다. 이 경우 충북대 의대는 내년 모집인원(50명)의 3.2배에 달하는 162명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현장에서는 트리플링이 현실화되면 한국 의료에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는다고 지적한다. 교양 강의 위주인 예과와 달리 본과에선 실습 위주 교육이 진행된다. 트리플링이 발생한 세 개 학번이 다 함께 본과로 진급하면 정상적인 실습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 의대생 유급 제적 처리 해결해야각 의대는 새 정부가 1년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의대생의 수업 거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설계한 민주당 미래교육자치위원회는 ‘유급 조치 해결 방안 제시 천명’과 ‘의대 교육 정상화 선언’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과학적 근거도, 의료교육 현장의 준비도 없이 밀어붙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했다.각 의대는 지난달 전체 재학생의 42.6%를 유급으로 정리해 학생에게 ‘처리 예정 통보’를 했다. 6월 말 유급 및 제적 처리가 확정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3주 내 정부가 통합 차원에서 의대생 유급 및 제적 처리를 취소하거나, 2학기 복귀가 가능한 ‘학기말 성적경고’ 수준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여러 차례 학칙대로 유급과 제적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단과대생들의 비판도 있을 거라 대학이 결정하기는 부담스럽다”며 “정부가 나서서 처리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의대를 둔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의대 정상화는 교수, 학생 모두 한마음”이라고 말했다.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대 실습과 교육 파행이 해결되지 않는 한 복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유급과 제적 조치가 취소되면 의대생은 일단 수업 거부를 철회하고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을 지낸 의료계 원로는 “정부가 제안하면 전원 복귀해야지, 안 그러면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따가울 것”이라며 “이전 정부 장차관은 다 물러나고 새 정부가 새판을 짤 텐데 화합해서 같이 새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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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의대 1학년 94.1% 유급…정상교육 불가능한 ‘트리플링’ 현실화

    “의대생 복귀 문제를 정리하는 게 의대 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서울 소재 한 사립대 총장)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1년 넘게 수업 거부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24·25·26학번이 동시에 예과 1학년으로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3주가량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대학 학사 시스템상 유급과 제적이 처리되는 시점이 6월 말이기 때문이다. 각 의대는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의대생 복귀를 이끌어내면 7월 계절학기부터 부족한 수업 시수를 보강해 25학번까지 올해 학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지난달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학생 1만9475명 중 42.9%(8351명)가 유급 또는 제적 예정 통보를 받았다. 유급 및 제적 예정 통보를 받지 않은 60% 가량의 학생들 상당수는 한 과목만 수강신청하는 등 꼼수로 수업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의대 및 의료계 안팎에선 이재명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인 유급·제적에 따른 트리플링 문제부터 해결한 뒤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의대 1학년 94% 유급, 트리플링 현실화일부 국립대 의대에선 이미 내년도 1학기에 모집 인원의 3배가 넘는 학생이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수업 불참 의대생에 대한 구제가 없다고 밝히며 전국 의대로부터 지난달 7일까지 유급·제적 현황을 받았다.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개 국립대 의대로부터 받은 유급·제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경상국립대는 예과 1학년 185명 중 94.1%인 174명이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여기에 26학번으로 79명이 새로 입학하게 돼, 총 253명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내년도 모집인원(79명)의 3.2배에 달하는 인원이다.당장 유급은 피했어도 현재 수업 참여를 하지 않는 의대생이 많아 위기에 놓인 의대도 있다. 충북대는 의대 유급 예정자가 없지만, 25학번 재학생(117명) 중 95.7%가 1과목만 수강 신청을 했다. 이들이 2학기에 복귀하지 않거나 1과목만 수강할 경우 2학년 정상 진급이 어렵다. 이 경우 충북대 의대는 내년 모집인원(50명) 3.2배에 달하는 162명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현장에서는 트리플링이 현실화되면 한국 의료에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는다고 지적한다. 교양 강의 위주인 예과와 달리 본과에선 실습 위주 교육이 진행된다. 트리플링이 발생한 세 개 학번이 다 함께 본과로 진급하면 정상적인 실습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 의대생 유급 제적 처리 해결해야 각 의대는 새 정부가 1년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의대생의 수업 거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교육 공약을 설계한 민주당 미래교육 자치위원회는 ‘유급 조치 해결 방안 제시 천명’과 ‘의대 교육 정상화 선언’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과학적 근거도 의료교육 현장 준비도 없이 밀어붙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했다.각 의대는 지난달 전체 재학생의 42.6%를 유급으로 정리해 학생에게 ‘처리 예정 통보’를 했다. 6월 말 유급 및 제적 처리가 확정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3주 내 정부가 통합 차원에서 의대생 유급 및 제적 처리를 취소하거나, 2학기 복귀가 가능한 ‘학기말 성적경고’ 수준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여러 차례 학칙대로 유급과 제적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단과대생의 비판도 있을 거라 대학이 결정하기는 부담스럽다”며 “정부가 나서서 처리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의대를 둔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의대 정상화는 교수, 학생 모두 한마음”이라고 말했다.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합생협회(의대협)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대 실습과 교육 파행이 해결되지 않는 한 복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유급과 제적 조치가 취소되면 의대생은 일단 수업 거부를 철회하고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을 지낸 의료계 원로는 “정부가 제안하면 전원 복귀해야지 안 그러면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따가울 것”이라며 “이전 정부 장차관은 다 물러나고 새 정부가 새판을 짤 텐데 화합해 같이 새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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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을지의대-차의과대, 제적 취소 검토…인제의대는 유급 처리

    제적 예정 의대생이 있던 을지의대, 차의과대 등이 학생을 제적이 아니라 유급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제적 예정 의대생이 40여 명 있던 을지의대와 차의과대는 이들 학생의 제적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을지의대 제적 예정 학생은 지난주 수업에도 복귀했다. 인제의대는 제적 예정이던 학생들을 제적이 아닌 유급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지난달 9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의대 전체 재학생 중 제적 예정 인원은 46명이다. 장기간 무단결석 시 제적되는 학칙을 보유한 차의과대에서 32명, 을지의대에서 5명, 인제의대에서 9명의 학생이 제적 예정이었다. 다만 인제의대는 학칙에 ‘비공인 결석일수가 연속해서 수업일의 3분의 1을 초과하면 제적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어 ‘한 달 이상 무단결석 시 제적’이라고 규정된 다른 대학보다 제적 시한에 여유가 있었다. 인제의대 제적 예정 학생들은 교육부 발표 이후 수업에 일주일 가량 참여했으며 결국 학교는 이들을 제적이 아닌 유급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을지의대는 교육부 발표 이후 일부 학생의 결석 기간이 늘어나 총 10여 명이 제적 예정이었는데 지난주에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을지의대와 차의과대는 학칙에 ‘한 달 이상 무단결석 시 제적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제적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 학교 재량에 따라 제적이 아닌 유급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을지의대는 학생 소명서를 바탕으로 제적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을지의대와 학칙이 동일한 차의과대도 아직 제적에 대한 행정 처리를 완료하지 않고 학생들을 유급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들 학교가 제적이 아닌 유급을 검토하는 이유는 제적 처리 시 학생, 학부모 소송이나 의대생 단체 반발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다만 타 단과대로부터 ‘의대생만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도 피할 수 없기에 대학의 고심은 깊어지는 중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제적시키지 않는 대신 징계 등 다른 조치를 내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학교가 제적 처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면 올해 의대생 제적은 없을 예정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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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10명중 9명 “민원시스템 없어 개인폰 번호 공개 불가피”

    전국 중고교 교사 5명 중 4명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공식 민원 대응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상당수 교사가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에 대응하는 것이다.5일 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는 전국 중고교 교사 1만9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7.8%가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응답자 중 87.3%는 “공식 민원 대응시스템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개인 휴대전화 번호 공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답변했다.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생활지도 고시를 만들어 교사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민원은 거부할 수 있고,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민원대응시스템에 민원을 제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사는 여전히 개인 휴대전화를 공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교사들은 서술형 답변에서 “개인번호를 공개하지 않았더니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부모 민원을 받았고, 관리자가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출결이 입시와 연결되기 때문에 개인 휴대전화를 공개하지 않아 학생 출결에 지장이 생길 경우 바로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나왔다.중등교사노조는 “교육당국은 학교 단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식 민원 접수·처리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교사의 개인번호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고시를 교육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하라”고 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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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가 학폭 피해 주장하면… 신고 전 담임에 전후 사정부터 들어야”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간 갈등이 심각하다.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 문제로 번지거나,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학교 내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높일 수 있다. 1990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22년 인하사대부중 교감을 맡은 김창완 선생님(61)과 만나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교 구성원 간 갈등과 올바른 소통법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감은 2019년부터 전국 초중고교 교사 15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 생활교육 교사 단체 채팅방’에서 선생님들과 각종 사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인하사대부중 민원대응팀장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학교 현장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신간 ‘긴급출동 학교 119’를 출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들었다.“서로 라포르(rapport·상호 친밀감이나 신뢰 관계)가 있으면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를 함부로 적대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평상시 교사와 학부모 사이 소통이 부족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전체 1%도 안 되는데, 이들이 제기하는 민원 때문에 교사가 지쳐 버린다. 또 학부모, 학생들과 라포르를 형성할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된다. 극소수 악성 민원으로 교과 수업, 생활 지도, 방과 후 학부모 소통이 위축되고 단절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과도한 행정 업무 처리 등으로 교사가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다.“학교폭력 대책위원회(학폭위)로 부쳐지는 학교폭력(학폭)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나 감정 다툼을 무리하게 학폭으로 연결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1월∼2024년 10월 학폭위 심의 결과 중 ‘조치 없음’이 2628건으로 84%에 달한다.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한 달에서 6, 7개월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사이에 학생 간 반목이 심해지고 서로 원수가 된다. 학교 내 사소한 갈등까지 모두 학폭으로 처리하다 보니 교사 행정력이 낭비되고 학급 분위기도 저해된다.” ―학부모와 교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대부분 교사는 방과 후라도 학부모의 상담 요청을 거부하지 않는다. 담임 선생님에게 어떤 문제로 상담하고 싶은지, 몇 시쯤 전화하는 게 편할지 문자나 학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먼저 물어보면 된다. 선생님은 한밤중에 갑자기, 반복적으로 걸려 오는 악성 민원이 괴롭지, 정중하게 문자로 묻는 소통을 마다하진 않는다. 민원은 학교가 마련한 공식 창구(전자 민원 시스템, 학교 이메일 등)를 통해 제기할 수 있다.”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의심이 든다면….“내 자녀 얘기만 듣고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자녀 얘기만 듣고 바로 학폭으로 신고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분들이 많다. 아이는 보통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상대 잘못을 고자질하듯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자녀 얘기를 경청한 뒤, 담임 선생님에게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됐는지 충분히 듣고 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한풀 꺾이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 ―내 자녀가 아동학대 또는 체벌을 받았다는 의심이 든다면….“학교에 방문해 담임 선생님과 대면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 얼굴을 보지 않는 상황에서 전화로 통화하면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담임 선생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재발 방지를 호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면 된다. 실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먼저 관할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권한다.” ―교사 입장에서 민원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우선 악성 민원과 일반적인 민원·고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에 근거가 없거나 교칙과 아무 관련 없는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악성 민원이다. 지각한 학생을 왜 지각 처리했냐며 계속 따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악성 민원으로 이어진다. 초기에 악성 민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학교에서 마련하고 이에 대처하는 요령을 교사와 공유해야 한다.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되면 학교에 마련된 민원대응팀에 맡겨야 한다. 학교와 공유하지 않고 모든 민원을 교사 혼자 떠안으려다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행복한 학교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학교 내 신뢰 관계 구축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숙제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학부모가 학교와 소통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교사도 여러 이유로 학부모와 일상적 소통이 부족하다. 학부모는 당장의 지각, 결석, 성적을 보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내 자녀의 면역력을 길러줘야 한다. 교사는 학부모와 소통을 늘리고 공유와 공감을 일상화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와 가정의 반목 갈등이 줄어든다.”인천=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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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모평, 역대최다 50만명 응시… “킬러문항 없어, 작년 수능 수준”

    4일 전국 2119개 고등학교와 511개 지정 학원 등에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모평)에 대해 “국어, 수학은 평이했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고 영어는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는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모평은 3일 진행된 대통령 선거 때문에 당초 예정보다 하루 미뤄져 실시했다. 매년 6월, 9월 두 차례 치러지는 모평은 수능을 실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접 주관한다. 이번 시험에 지원한 수험생은 50만3572명으로 관련 통계를 공식 발표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6월 모평 결과는 9월 수시모집 원서 접수 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지난해와 달리 2026학년도는 의대 모집 인원이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작년 수능과 비슷… 일부 과목 평가 엇갈려 이날 시험을 치른 응시생 사이에선 “국어, 수학 모두 공통 과목은 쉬웠고 선택 과목에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킬러 문항이라 부를 만한 문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며 “2024학년도부터 계속된 킬러 문항 배제 출제 기조도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는 일부 입시업체와 EBS 간 난도 평가가 엇갈렸다. EBS 현장교사단은 1교시 국어 영역에 대해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공교육으로 기른 독해력으로 해결 가능한 난도 문항이 출제됐다. 신유형이나 낯선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종로학원 등 일부 입시업체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국어 영역이 조금 어렵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2교시 수학 영역은 지난해 수능 난도와 비슷하다는 평가와 함께 선택과목인 미적분은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위권 학생에게도 어려웠을 문제로 평가받는 미적분 30번에 대해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합성함수 미분법을 바탕으로 함수 그래프를 추론한 뒤 함숫값의 최솟값을 구하는 문항”이라며 “개념에 대한 이해가 매우 잘돼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최상위권을 가려낼 수 있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6.22%였던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1등급 비율이 10.94%로 쉬운 수준이었던 지난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출제돼 적정 변별력을 유지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원자 많아 경쟁 치열… 사탐런 가중 이번 6월 모평을 본 수험생은 고3 재학생이 지난해보다 2만9439명, N수생 지원자는 1189명 증가했다. 올해 고3은 출산율이 높았던 2007년 ‘황금돼지띠’ 해에 태어났다. 관련 통계가 공식 제공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상위권 수험생이 선호하는 의대는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이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돼 2025학년도보다 1509명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의대 입시 경쟁은 물론이고 상위권 입시 경쟁이 줄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모의평가에서 사회탐구 접수 비율은 59.7%로 지난해(51.9%)보다 늘어났다. 기존에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했거나 자연계열인 학생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소위 ‘사탐런’ 현상이 더욱 짙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N수생 증가, 의대 모집 인원 동결, 사탐런 증가로 수능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수험생의 학력 수준은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탐구 과목을 급하게 바꾸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질 수 있어 사탐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윤구 한양사대부고 교사는 “사회탐구에서 1, 2등급 학생이 견고하기 때문에 사탐런으로 실패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공부량을 늘리는 것이 최고의 공부 전략”이라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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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으로 하루 밀린 6월 모의평가…“킬러문항 없었다”

    4일 전국 2119개 고등학교와 511개 지정 학원 등에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모평)에 대해 “국어, 수학은 평이했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고 영어는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는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모평은 3일 진행된 대통령 선거 때문에 당초 예정보다 하루 미뤄져 실시했다.매년 6월, 9월 두 차례 치러지는 모평은 수능을 실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접 주관한다. 이번 시험에 지원한 수험생은 50만3572명으로 관련 통계를 공식 발표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6월 모평 결과는 9월 수시모집 원서 접수 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지난해와 달리 2026학년도는 의대 모집 인원이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작년 수능과 비슷… 일부 과목 평가 엇갈려이날 시험을 치른 응시생 사이에선 “국어, 수학 모두 공통 과목은 쉬웠고 선택 과목에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킬러 문항이라 부를 만한 문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며 “2024학년도부터 계속된 킬러 문항 배제 출제 기조도 유지됐다”고 평가했다.다만 국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는 일부 입시업체와 EBS 간 난도 평가가 엇갈렸다. EBS 현장교사단은 1교시 국어 영역에 대해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공교육으로 기른 독해력으로 해결 가능한 난도 문항이 출제됐다. 신유형이나 낯선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종로학원 등 일부 입시업체는 “지난해 수능 보다는 국어영역이 조금 어렵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2교시 수학 영역은 지난해 수능 난도와 비슷하다는 평가와 함께 선택과목인 미적분은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위권 학생에게도 어려웠을 문제로 평가받는 미적분 30번에 대해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합성함수 미분법을 바탕으로 함수 그래프를 추론한 뒤 함숫값의 최솟값을 구하는 문항”이라며 “개념에 대한 이해가 매우 잘돼 있어야 풀 수 있을 문제다. 최상위권을 가려낼 수 있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6.22%였던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1등급 비율이 10.94%로 쉬운 수준이었던 지난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출제돼 적정 변별력을 유지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원자 많아 경쟁 치열… 사탐런 가중이번 6월 모평을 본 수험생은 고3 재학생이 지난해보다 2만9439명, N수생 지원자는 1189명 증가했다. 올해 고3은 출산율이 높았던 2007년 ‘황금돼지띠’ 해에 태어났다. 관련 통계가 공식 제공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상위권 수험생이 선호하는 의대는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이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돼 2025학년도보다 1509명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의대 입시 경쟁은 물론이고 상위권 입시 경쟁이 줄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이번 모의평가에서 사회탐구 접수 비율은 59.7%로 지난해(51.9%)보다 늘어났다. 기존에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했거나 자연계열인 학생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소위 사탐런 현상이 더욱 짙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N수생 증가, 의대 모집 인원 동결, 사탐런 증가로 수능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수험생 학력 수준은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탐구 과목을 급하게 바꾸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질 수 있어 사탐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윤구 한양사대부고 교사는 “사회탐구에서 1, 2등급 학생이 견고하기 때문에 사탐런으로 실패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공부량을 늘리는 것이 최고의 공부 전략”이라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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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모 1% 악성민원에 교사들 지쳐…소통으로 반목 줄이고 공감 늘려야”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간 갈등이 심각하다.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 문제로 번지거나, 학부모의 잦은 민원 제기 과정에서 교사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학교 내 갈등은 줄이고 신뢰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1990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22년 인하사대부중 교감을 맡은 김창완 선생님과 만나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교 구성원 간 갈등과 올바른 소통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 교사는 2019년부터 전국 초중고교 교사 15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 생활교육 교사 단체채팅방’에서 각종 사건에 대한 선생님들의 상담을 진행중이다. 현재는 인하사대부중 민원대응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학교 현장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신간 ‘긴급출동 학교119’를 출간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들었다.“학부모와 교사 간 라포르(rapport·상호 친밀감이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학교나 교사를 함부로 적대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평상시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 부족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전체의 1%도 안 되는데 이들이 제기하는 악성 민원 때문에 교사가 지쳐버린다. 또 학부모, 학생들과 라포르를 형성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극소수의 악성 민원으로 교과 수업, 생활 지도, 방과후 학부모와의 소통이 위축되고 단절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과도한 행정 업무 처리 등으로 교사들이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다.”-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다.“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로 회부되는 학교폭력(학폭)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나 감정 다툼을 무리하게 학폭으로 연결시키는 비중이 굉장히 많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학폭위 심의 결과 중 ‘조치 없음’이 2628건으로 전체의 84%에 달한다.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한 달에서 6, 7개월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사이에 학생 간 반목이 심해지고 서로 원수가 된다. 학교 내 사소한 갈등까지 모두 학폭으로 처리하다보니 교사 행정력이 낭비되고 학급 분위기도 저해된다.”-학부모가 교사와 소통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대부분 교사는 학부모의 평범한 상담 요청은 방과 후라도 거부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에게 어떠한 문제로 상담하고 싶은지, 몇 시쯤 전화하는 게 편할지 문자나 학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먼저 물어보면 된다. 선생님은 밤중에 갑작스레,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악성 민원이 괴로운 것이다. 정중하게 먼저 문자로 묻는다면 그걸 마다할 선생님은 없다. 민원의 경우 학교가 마련한 공식 창구(전자 민원 시스템, 학교 이메일 등)를 통해 제기할 수 있다.”-내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의심이 든다면.“내 자녀 얘기만 듣고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자녀 얘기만 듣고 바로 학폭으로 신고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분들이 꽤 많다. 그런데 아이들은 보통 본인 감정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상대방의 잘못 위주로 고자질하듯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일단 자녀 얘기를 경청하고, 이후 담임선생님한테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됐는지 충분히 듣고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한풀 꺾이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교사 입장에서 민원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우선 악성 민원과 일반적인 민원·고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률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교칙과 아무 관련 없는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악성 민원이다. 지각한 학생을 왜 지각 처리했냐며 계속 따지는 것이 대표적인데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악성 민원으로 이어진 것이다.초기에 악성 민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학교에서 마련하고 이에 대처하는 요령을 교사에 공유해야 한다.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된다면 학교 차원에서 마련된 민원대응팀에 대처를 맡겨야 한다. 학교에 공유하지 않고 모든 민원을 교사 혼자 떠안으려 하다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이외에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부모와 교사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학교 내 신뢰 관계 구축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숙제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학부모가 학교와 소통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교사도 여러 이유로 학부모와의 일상적 소통이 부족한 상황이다. 학부모는 당장의 지각, 결석, 성적을 보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내 자녀의 면역력을 길러줘야 한다. 교사는 사소한 일부터 학부모와의 소통을 늘리고 공유와 공감을 일상화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와 가정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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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 첫 투표’ 고3 나이 유권자 20만 명 육박…표심 어디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생애 첫 투표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유권자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다음날인 4일 6월 모의평가가 진행돼 학생들의 투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치러지는 제21대 대선에 참여할 수 있는 만 18세 학생 유권자는 19만2439명이다. 2022년 치러진 제20대 대선(12만6509명)과 비교하면 6만5930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선거일 다음날인 4일까지 선거 가능 연령으로 산정해 2007년 6월 4일생부터 투표가 가능하다.국내 선거 가능 연령은 4.19 혁명 이후인 1960년 만 20세에서 2005년에는 만 19세, 2019년 만 18세 이상으로 지속해서 낮아졌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만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등도 만 18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한다. 그리스는 만 17세, 오스트리아는 만 16세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구체적인 교육 공약을 내놓지 않았지만, 학생·청년 표심을 끌고자 여러 공약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및 청년주거 환경 개선 ▲군복무 경력 호봉 반영 등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학생, 대학원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생활비 대출 확대 ▲군가산점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교육 현장에서도 학생들의 생애 첫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지난달 30일 사전 투표에 참여하며 “생애 최초로 선거에 참여하게 된 청소년 여러분께 축하드린다. 우리 청소년과 청년도 더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대선 다음날인 4일이 6월 모의평가로 학원 수업, 학교 자율학습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9, 30일 진행된 사전 투표도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 수업 등으로 참여가 어려웠다. 제20대 대선 당시 만 18세 투표율은 71.3%로 전체 투표율인 77.1%에 못 미쳤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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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민주당 교육위, 이재명에 ‘특목고·자사고 폐지’ 공약 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30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다시 일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들 학교를 2025년 일괄 폐지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개정해 부활시켰던 것을 또 되돌리자는 뜻이다. 위원회는 윤 정부 때문에 고교 서열화가 강화돼 사교육비 부담과 중등교육이 파행된 것을 정상화시키자고 설명했지만 고교 유형을 폐지했다가 살리는 것을 반복하는 거라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불가피하다.이날 오후 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에서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교육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앞서 위원회에 문재인 정부 당시 재임한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여하면서 이 후보 공약 등에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등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날 본보가 입수한 정책 제안서에는 자사고 등 일괄 폐지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교육 정책과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존치 근거를 위해 개정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원상 복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원회는 연차별 계획 및 소요 예산도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고 등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면 학생과 학부모 등의 혼란과 학교 측 반발이 예상된다. 위원회는 또 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학원이 교습 학년과 진도를 공시하게 하는 사교육진도공시제 도입도 제안했다. 공시 내용과 다르게 빠른 진도로 앞서 나가는 등 과한 선행학습을 하는 학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안, 초중고교의 인공지능(AI) 교육 지원 방안 등도 담겼다. 위원회 관계자는 “제안서를 토대로 선대위에서 구체적인 교육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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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신 5등급제 적용되는 고1 교실 “2등급만 돼도 자퇴 고민”

    “이번 중간고사를 망쳐서 내신이 2등급대가 나올 것 같아요. 이대론 서울 주요 대학엔 못 갈 거 같아 걱정입니다.”대치동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최근 입시컨설팅 업체를 찾아가 이와 같이 말하며 “자퇴하고 수능에 올인할지 고민”이라고 상담했다. 올해 고1에 도입된 내신 5등급제로 인해 다음달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자퇴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윤석열 정부는 고교학점제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2025학년도부터 고등학교 내신을 5등급제로 개편해 학생 부담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계획은 공통과목을 배우는 고등학교 1학년 내신은 9등급 상대평가, 선택과목 위주로 듣는 고등학교 2, 3학년은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 정부는 ‘내신 때문에 자퇴하고 정시에 올인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절대평가로의 전환 계획을 취소했다. 실제로 자퇴 등 학업을 중단한 고등학생은 2023년 2만5765명으로 2020년(1만4455명)의 1.8배 가량 늘어났다.하지만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현장에서는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내신 5등급제에선 1등급 누적 비율이 기존 4%에서 10%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2등급(11%)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육부는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늘어 학생 부담이 줄었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은 1등급이 너무 많아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 내신은 한번 망치면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가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내신 경쟁이 치열해 소위 ‘갓반고’로 불리는 강남 지역 일반고에서는 학생들이 입시컨설팅 업체를 찾아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송도, 대치 등에서 입시컨설팅을 진행하는 한 업체 대표는 “지난해에는 1학기가 끝나거나 1학년을 마칠 때는 돼야 자퇴 관련 상담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자퇴하고 싶다는 상담이 벌써 10건가량 들어왔다”고 설명했다.중학교 때까지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다가 고교학점제로 내신 유불리와 본인의 진로까지 고려해 과목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느껴 자퇴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치, 판교에서 고등학교 대상 진로-학업 설명회를 개최한 한 컨설팅 업체 대표는 “자퇴를 고민하거나 과목 선택, 진로 설정에 대해 질문하는 고1 학생이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설명회에 참여하는 고1 학생이 전체의 20% 정도였는데, 올해는 3분의 1에 육박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서울대가 정시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20%에서 40%로 확대하는 등 많은 대학이 정시에서의 내신 반영 비중을 늘리고, 검정고시 성적으로 산출하는 ‘비교내신’ 최대 등급도 낮추는 추세라 자퇴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자퇴하고 나서 입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후회하는 학생들도 많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인 만큼 자퇴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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