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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북한) 정상 간에 대국적인 판단을 갖고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취임 후 첫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해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어떻게든 해결한다는 생각을 정부도 공유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납북자 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가 재임 중 북-일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거듭 드러낸 바 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국회 질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기시다 전 총리 재임 기간 중 북한 측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는 동남아시아, 몽골 등에서도 비밀리에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올 1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기시다 후미오 각하’라는 표현을 쓰며 위문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북-일 정상회담이 진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납치, 핵, 미사일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3월 “일본 측과의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서충언 부의장 겸 국제국장은 12일 도쿄에서 열린 북-일 평양선언 발표 22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조일(북-일) 관계에서 평양선언의 원점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새 정권의 향후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말해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제사)에 맞춰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예대제 기간 참배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해 전체 465석의 과반수인 233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돼 온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자민·공명 연립정권 과반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번 총선이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기반이 약하고, 지지율도 낮은 이시바 정권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시바 정권이 단명(短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465명 국회의원 27일 투개표 선출 27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이번 일본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46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9일 중의원 해산 전 기준으로 자민당(258석)과 공명당(32석)은 290석으로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각 상임위 과반 확보가 가능한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했다. 전국에서 1334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공식적으로는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를 승패 기준으로 보고 있다. 3년 전 총선보다 26석 이상 의석을 잃으면 단독 과반에 실패한다. 당내 비주류로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조기 총선을 통한 국정 운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승부수로 이달 9일 중의원을 해산했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이 때문에 총리 취임 직후 국민적 주목도와 지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르고 선거에서 이겨 국정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후 1개월도 안 돼 중의원을 해산했고,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 토대를 다졌다. ● 자민당 절대 1강 압승 흔들릴 수도 총리 취임 후 높아진 인기를 등에 업고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승리하는 자민당의 오랜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새 총리 효과’로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교도통신이 12∼13일 126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2%가 투표할 때 비자금 사건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석패율제에 따른 소선거구 출마 후보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에게 반대하는 ‘아베파’ 배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유권자들 사이에선 처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 취임 이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등 비주류 시절 강조했던 이른바 ‘이시바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면서 신선한 이미지가 오히려 퇴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의 취임 뒤 지지율은 하락세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2.0%로, 이달 초와 비교해 열흘 남짓 만에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판세에 대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온 힘을 다해 연립 정권 과반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절대 1강 압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15일 후쿠시마현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다시는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깊은 반성을 하며 선거에 임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도쿄 거리 연설에서 “이번 해산은 비자금 은닉 해산이다. 국민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비자금 연루 의원 선거구를 돌겠다”며 공세에 나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해 전체 465석의 과반수인 233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돼 온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자민·공명 연립정권 과반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일본에서는 이번 총선이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기반이 약하고, 지지율도 낮은 이시바 정권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시바 정권이 단명(短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465명 국회의원 27일 투개표 선출27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이번 일본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46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9일 중의원 해산 전 기준으로 자민당(258석)과 공명당(32석)은 290석으로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각 상임위 과반 확보가 가능한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했다. 전국에서 1200여 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공식적으로는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를 승패 기준으로 보고 있다. 3년 전 총선보다 26석 이상 의석을 잃으면 단독 과반에 실패한다.당내 비주류로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조기 총선을 통한 국정 운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승부수로 이달 9일 중의원을 해산했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이 때문에 총리 취임 직후 국민적 주목도와 지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르고 선거에서 이겨 국정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후 1개월도 안 돼 중의원을 해산했고,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 토대를 다졌다. ● 자민당 절대 1강 압승 흔들릴 수도총리 취임 후 높아진 인기를 등에 업고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승리하는 자민당의 오랜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새 총리 효과’로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교도통신이 12~13일 126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2%가 투표할 때 비자금 사건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석패율제에 따른 소선거구 출마 후보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반대하는 ‘아베파’ 배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유권자들 사이에선 처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 취임 이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등 비주류 시절 강조했던 이른바 ‘이시바 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면서 신선한 이미지가 오히려 퇴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의 취임 뒤 지지율은 하락세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2.0%로, 이달 초와 비교해 열흘 남짓 만에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판세에 대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온 힘을 다해 연립 정권 과반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절대 1강 압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15일 후쿠시마현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다시는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깊은 반성을 하며 선거에 임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도쿄 거리 연설에서 “이번 해산은 비자금 은닉 해산이다. 국민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비자금 연루 의원 선거구를 돌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강의 작품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 ‘그림’, ‘영화’가 보인다.”(미국 번역가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 “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일본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 씨) “올해 3월 스웨덴어로 출간했을 때 독자 반응이 정말 좋았다.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스웨덴 번역가 안데르스 칼손 씨) 번역가들은 세계의 문 앞에 선 한국 문학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안내를 통해 한국의 이야기가 각 문화권으로 전해진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각각 미국, 일본, 스웨덴으로 데려간 번역가들은 모두 “한강의 작품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세계에 더 많이 소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번역해 한강과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던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씨(36)는 13일(현지 시간) 별다른 설명 없이 ‘전쟁인데 무슨 잔치’라는 한강의 기존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한강의 취지에 공감하며 본인도 당장은 외부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 모리스, “어두운 역사와 내면 다룰 때도 아름다워” “처음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려준 친구가 ‘이제 너 명예 (한국)시민이 될 수 있어!’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보내준 링크를 보고 알았죠. 친구의 농담에서 노벨상이 얼마나 한국에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영어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성균관대에서 비교문화학 박사과정 중인 모리스 씨는 1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한강의 특징은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라며 “번역할 때도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최대한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의 작품도 영어권에 소개한 그는 “한강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늘 이메일로 소통해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사이토, “역사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이토 씨는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토 씨는 2014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로 번역계에 데뷔했고,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해 일본에서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에 주목했다. 한강에 대해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이지, 결코 고립된 천재가 아니다”라며 “아픈 역사를 겪은 단단함과 그 위에 펼쳐지는 섬세함이 한국 문학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칼손, “끔찍한 사건 묘사하는 부드러운 언어가 특징” 노벨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시상한다. 그런 만큼, 스웨덴어로 된 현지 출간이 문학상 수상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한강의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 ‘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4권이 스웨덴어로 번역됐다. 칼손 씨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아내 박옥경 씨와 공동 번역했다. 칼손 씨가 대산문화재단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대학생 때 헌책방에서 김지하의 시집 영어판을 접한 뒤 한국 문학에 매료됐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교수인 그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을 번역할 땐 끔찍한 사건과 사건을 묘사하는 부드러운 언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요.”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 씨(齋藤眞理子·64)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한강 작품을 읽으면 함께 고민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인정할 수 있죠.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사이토 씨는 일본 문학계에서 한국어 번역 1인자로 손꼽힌다. 1980년 메이지대 재학 중 동아리에서 처음 한국어를 접한 뒤 1991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2014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로 본격적인 한국 문학 번역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8년 번역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 30만 부 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등극,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그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 문학 팬들은 훨씬 한국 작품을 많이 읽고 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사이토 씨는 “언젠가 수상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직 젊어서 올해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죽은 다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세계가 한강 작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어서 수상하지 못할 것같다고 예상한 내가 늙은 것 같다.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번역한 한강 작품은 ‘희랍어 시간’. 2017년 출판사 쇼분사(晶文社)가 한국 문학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그에게 번역을 맡긴 계기가 됐다. ‘희랍어 시간’ 번역 후 한강 작품에 빠진 사이토 씨는 ‘흰’ 번역을 직접 출판사에 제안해 출간했고 이후 ‘노랑무늬 영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도 번역했다. 그는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에 주목한다. 한강에 대해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이지, 결코 고립된 천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분단과 전쟁, 군사 독재정권의 인권 탄압 등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역사를 살아 왔잖아요. 아픈 역사를 겪은 단단함과 그 위에 펼쳐지는 섬세함이 한국 문학의 매력이죠.”일본에 다양한 한강 작품을 번역해 소개했지만, 정작 한강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메일, 온라인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면서도 “항상 정중하게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 주신다. 깊이 있는 인품에 유머도 겸비한 분”이라고 한강을 기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하면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를 찾았을 때 한강이 직접 작품 배경이 된 지역을 알려주기도 했다. 일본의 한국 문학 번역 1인자로 손꼽히는 그는 다양한 한국 작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황정은은 지상에 이런 사람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작가입니다. 배수아는 놀라운 재능이 빛을 발하면서, 어디까지 갈지 따라가 보고 싶어요. 박솔뫼는 가장 편하면서도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실험성이 돋보입니다. 정지돈은, 뭐가 뭔지 잘 모르곘지만 어쨌튼 정말 재밌고 끌리는 작가에요.”일본에서는 요즘 활동하는 젊은 한국 작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이토 씨가 1960~8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박완서, 이청준, 이호철, 윤흥길, 최인흥 등의 작품을 번역해 보고 싶다. 구체적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 귀띔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한강 신드롬’이 몰아치고 있다. 국내 서점가는 모처럼 특수를 누리며 아침부터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벌어졌고, 영상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강 책 인증 챌린지’ 행렬을 이어갔다. 외신들이 한강에 대해 “한국의 (프란츠) 카프카”라는 극찬을 쏟아내면서 일본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서점가에도 ‘한강 돌풍’이 불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을 발표한 10일 저녁부터 11일까지 한강의 책들은 교보문고, 예스24 등 국내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싹쓸이하며 3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11일 교보문고 홈페이지 베스트셀러 1∼9위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모두 한강의 작품이었고, 예스24의 순위 1∼11위도 모두 한강 작품이 꿰찼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오전에 책이 품절돼 광화문 매장으로 긴급하게 물량을 보냈고, 그마저 다 떨어져 다음 주 월요일 추가 입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온라인 서점에선 한강의 책 대부분에 ‘예약 판매’ 딱지가 붙었다. 쿠팡에서도 10일 오후 9시경 ‘채식주의자’ 등 주요 작품의 재고가 동나 사전 예약한 작품은 다음 달 1일에야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강의 작품이 많게는 3000배 이상 판매가 폭주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책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온라인 서점가에서도 ‘한강 돌풍’이 불고 있다. 미국 도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아마존에선 ‘채식주의자’가 문학 1위, 종합 10위에 올랐고,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當當網)과 독일·프랑스 아마존 사이트에서도 채식주의자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로 등극했다. 독일 아마존에선 해당 순위에서 1위부터 8위까지 모두 한강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은 11일 오전 전남 장흥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은 갖지 않기로 했으며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자세한 소감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강은 같은 날 오후 10시경 출판사를 통해 이런 입장을 전하며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 美-獨-佛-中 판매 1위… SNS선 ‘한강 책 인증’ 열풍글로벌 ‘한강 신드롬’국내 베스트셀러 1~10위 휩쓸어… 초판 소장하려 중고서점까지 발길日 최대 서점선 특별판매대 마련… 팬 인증 등 MZ세대 ‘챌린지’ 행렬“한강 작가의 책 1권만이라도 구하러 경기 하남에서 왔습니다.” 대학생 김원준 씨(24)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서점은 점심시간을 틈타 한강의 책을 사러 온 직장인들로 이미 인산인해였다. 전날 매진돼 비어 있던 매대에 한강의 책 꾸러미가 배송돼 놓이자 노끈이 풀리기도 전에 매대 옆으로 15m가량 긴 줄이 생겼다. 하지만 새로 진열된 ‘소년이 온다’ ‘흰’ 등 200여 권의 책이 30분도 되지 않아 동나면서 김 씨 등 상당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초판’ 소장하러 중고 서점까지 헌책방으로 발걸음을 돌린 독자들도 많았다. 특히 한강의 ‘초판’ 책을 소장하기 위해 중고 서점을 찾는 시민도 있었다. 대학원생 강혜진 씨(23)는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개정판’이 나오기 전 구판을 확보하려고 왔다”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1일 서점가에 따르면 10, 11일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 한강의 책은 30만 부 넘게 판매됐다.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후까지 교보문고에선 10만3000여 부, 예스24에선 11만8000여 부, 알라딘에선 7만 부 이상이 팔렸다. 세 서점의 시장 점유율은 90% 정도 된다.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일본 도쿄 최대 규모의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에는 ‘축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이라고 적힌 홍보 문구가 내걸린 특별 판매대가 마련됐다. 이날 오전에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 번역본은 대부분 팔렸고, 일부 영어 번역본 위주로 남았다. 일부 고객들은 특별 코너를 찾았다가 책을 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요시노 유지(吉野祐司) 기노쿠니야 서점 부점장은 “한국 문학은 원래도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 다른 노벨 문학상 발표 때와 비교해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으로 알려진 미국 뉴욕 스트랜드 서점은 한강의 책들을 전시한 특별 매대를 설치하고 이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하기도 했다.● ‘한강 책 인증’ SNS 챌린지도한강의 모교인 연세대는 축제 분위기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는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도서관에선 학생들의 신청이 몰려 한강의 책 예약이 마감되는 등 ‘대출 경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전국의 인문계열 학생들은 ‘문과생의 쾌거’라며 자축하기도 했다. SNS에는 그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인문학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금일부로 ‘문송합니다’ 사용 금지”, “문과는 승리한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로, 인문계 학생들이 취업난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한강에 대한 ‘팬심’이나 한강의 책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는 ‘SNS 챌린지’ 행렬도 이어졌다. 대학생 이윤재 씨(22)는 “한강의 작품을 누가 더 많이 읽나 SNS로 내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과거 한강의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노벨 문학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온라인 글에는 ‘성지 순례하러 왔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강의 소설 내용 중 본인이 좋아하는 대목을 필사해 SNS에 올리는 독자들도 많았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日本被團協)’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니혼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니혼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AI)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니혼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 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 왔다.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니혼히단쿄 이사장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니혼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 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히단쿄·被団協)’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일본 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 비확산 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왔다.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히단쿄 이사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무기 금지 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달 17~19일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리는 추계 예대제(제사)에 참배를 보류할 방침을 굳혔다고 교도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스쿠니 신사에 현직 총리가 참배한 건 2013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재임 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나 공물은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에 공물을 봉납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야 다케시 외상은 정례 브리핑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공물 봉납을 예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카다니 겐 방위상은 “애도의 마음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고 참배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기간은 해외 출장 중이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우파 정치인들은 매년 봄, 가을 예대제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8월 15일에 맞춰 참배하는 경우가 많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면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민의 입국 절차 간소화 논의에 속도를 내자고 뜻을 모았다. 또 두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계속 면밀하게 가동시켜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이시바 총리와 40분간 회담을 열고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희망찬 미래상을 제시하고 양국 국민들이 양국 관계 도약을 체감할 수 있도록 총리님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 이어 (이시바) 총리와도 셔틀외교를 포함한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 국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한일 관계 발전을 굳게 이어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에 “오늘날의 전략 환경 내에서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공조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대폭 개선시킨 한일 관계를 계승한 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국 국민의 연간 1000만 명 방문 시대를 맞아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한일 양국 그리고 한미일 3국에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고,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북한과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발신되도록 한일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 영역에서는 수소, 암모니아, 퀀텀, 양자 분야에 걸친 첨단 기술 협력과 공동 연구 사업들을 잘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공감대도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셔틀외교 유지를 강조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크게 발전시켜 온 한일 관계를 온전히 계승해서 잘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회의장에 5분 먼저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를 기다렸다. 이시바 총리가 도착하자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시바 총리가 두 손으로 잡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40분간 진행된 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자 정상회의 일정 도중 서로에게 상당한 시간을 들인 자체가 호의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총리 취임 9일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첫 양자 정상회담이었다. 일본에서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 및 아세안+3 정상회의를 이시바 총리의 외교 데뷔 무대로 여기며 기대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잇달아 교차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유지해 가기로 한 만큼 올해 이시바 총리의 방한 여부도 주목된다.비엔티안=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7일 일본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국회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비자금 스캔들을 둘러싼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보니 이들을 공천하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는 9일 당 선거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파벌 비자금과 연관이 있는 의원 6명을 총선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민당은 앞서 올 4월 당 징계로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6명을 공천에서 제외하기로 해 모두 12명이 공천을 못 받게 됐다. 공천에서 제외된 12명 가운데 11명은 옛 아베파이며, 1명은 아베파와 협력 관계였던 옛 니카이파다. 당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은 “이시바 총리 방침에 따라 각 선거구 상황 등을 자세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후보자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 대다수가 그동안 자민당 주류였던 보수 강경 옛 아베파 소속이라 향후 당내 분열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정국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9일 공식적으로 해산되면서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자민당은 이와 별도로 징계 수준이 낮은 비자금 연루 의원은 일단 공천은 하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40여 명에 이르는 해당 의원들은 중복 입후보를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역구에 출마하며 비례대표에도 중복 입후보할 수 있다. 석패율제를 실시하는 일본에선 지역구에서 낙선한 중복 입후보자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면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다.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지역구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거물급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편 비자금 스캔들과 함께 자민당을 흔들었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문제도 선거를 앞두고 다시 거론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마키하라 히데키(牧原秀樹) 법무상은 2005년 이후 가정연합 강연과 집회 등에 참석하며 선거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7일 일본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국회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비자금 스캔들을 둘러싼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보니 이들을 공천하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9일 당 선거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파벌 비자금과 연관이 있는 의원 6명을 총선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민당은 앞서 올 4월 당 징계로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6명을 공천에서 제외하기로 해 모두 12명이 공천을 못 받게 됐다. 공천에서 제외된 12명 가운데 11명은 옛 아베파이며, 1명은 아베파와 협력 관계였던 옛 니카이파다.당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은 “이시바 총리 방침에 따라 각 선거구 상황 등을 자세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후보자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하지만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 대다수가 그동안 자민당 주류였던 보수 강경 옛 아베파 소속이라 향후 당내 분열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정국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9일 공식적으로 해산되면서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자민당은 이와 별도로 징계 수준이 낮은 비자금 연루 의원은 일단 공천은 하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40여 명에 이르는 해당 의원들은 중복 입후보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역구에 출마하며 비례대표에도 중복 입후보할 수 있다. 석패율제를 실시하는 일본에선 지역구에서 낙선한 중복 입후보자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면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다.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지역구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거물급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한편 비자금 스캔들과 함께 자민당을 흔들었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문제도 선거를 앞두고 다시 거론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마키하라 히데키(牧原秀樹) 법무상은 2005년 이후 가정연합 강연과 집회 등에 참석하며 선거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이 9일 해산됐다. 일본 정부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주재한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보통 총리가 여당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른다. 나루히토(徳仁) 일왕이 중의원 해산 조서에 서명했고, 오후 임시국회에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중의원 의장이 조서를 읽으면서 해산이 선포됐다. 해산 직후 국회의원들은 일본 국회 관례에 따라 만세 삼창을 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일본에서는 27일 총선 투개표를 치른다.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유지할 지가 관건이다. 자민당이 선전하면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가 입지를 다질 수 있지만, 부진할 경우 취임하자마자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번에 해산된 중의원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258석(55.5%)을 보유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일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4일 첫 국회 연설을 갖고 “현 전략 환경에서 한일이 긴밀히 제휴해 나가는 것은 쌍방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새 총리가 국회에서의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한일 간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내년에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의 협력을 더욱 공고하고 폭넓게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또 “한미일이 한층 긴밀하게 제휴해 나가겠다”며 3국 간 안보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기시다 전 총리는 2021년 취임 첫 국회 연설에서 당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을 의식하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 의제에 관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장사정 미사일 개발도 추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일본뿐 아니라 지역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납치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고령화하는 가운데 시간적 제약이 있는 납치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이자 국가 주권 침해”라며 “모든 납북자가 하루빨리 귀국하고 북한과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강한 결의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 임하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임시 국회가 끝나는 9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같은 달 27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4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현 전략 환경에서 한일이 긴밀히 제휴해 나가는 것은 쌍방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소신 표명 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 간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내년에 국교 정상회 60주년을 맞이한다”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한일 양국의 협력을 더욱 공고하고 폭넓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한미일이 한층 긴밀하게 제휴해 나가겠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기시다 전 총리는 3년 전 취임 첫 국회 연설에서 당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을 의식하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요구했다.이시바 총리는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 “북한은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고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장사정 미사일 개발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일본뿐 아니라 지역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납치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고령화하는 가운데 시간적 제약이 있는 납치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이자 국가 주권 침해이며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북자가 하루빨리 귀국하고 북한과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이 강한 결의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취임 직후 일본 주요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0% 전후의 지지율을 얻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의 퇴임 직전 지지율보다 2배가량으로 높았지만, 2000년대 취임한 일본 총리 중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에선 이시바 총리의 첫 내각 인선에서 집권 자민당 보수 강경파가 대거 배제되자 보수층의 지지도가 다소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이 주목받으며 이시바 정권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27일 진행되는 총선 결과가 이시바 정권의 향후 안정적인 운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출범 내각 중 낮은 지지율 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46%로 기시다 전 총리 마지막 지지율 23%보다 2배 높았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이시바 총리 지지율이 51%로 기시다 총리 퇴임 직전 지지율(25%)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서도 51%로, 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본 내각이 발족한 직후의 지지율치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아사히신문은 “2000년대 출범한 일본 정권 중 기시다 총리 취임 직후(45%)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닛케이 여론조사만 따지면 2000년대에 들어 가장 낮았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취임 때(2008년 53%)보다도 낮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권 자민당은 ‘총리 교체 효과’로 내각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여야 간 정권 교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선거 결과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올 경우 갓 출범한 이시바 정권의 동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뢰 회복을 위해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지율이 50%를 넘어 정부 여당은 안도하고 있지만, 새 내각 효과는 제한적이라 27일 총선에 대한 경계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판 나토’ 신중한 자세 여론조사 결과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이시바 정권 각료들은 급진적으로 비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서도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우려하는 한국, 자국 견제 움직임에 거부감이 강한 중국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 이시바 총리의 구상이 동아시아 정세를 악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상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대해 “미래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들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즉시 상호 간에 방위 의무를 지우는 듯한 기구를 아시아에 설립하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 자신의 지론으로 밝혀 왔던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줄곧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이 불평등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지만, 미국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미일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경우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4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국과의 협력 공고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일 협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할 것이라는 내용을 연설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자국 기준금리에 대해 “금리를 올릴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자 이날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 상승한(엔화 가치 하락) 달러당 146.56엔에 거래됐다. 장 중 한때 147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할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금리 인상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 발언 이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1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금융 완화의 기본적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새로운 정권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초 일본에선 이시바 총리가 금융 완화를 기조로 하는 ‘아베노믹스’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선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할 뜻을 드러내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로 인해 이시바가 총리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8% 급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중의원(하원) 해산 이후 이달 27일 총선을 치러야 하는 이시바 총리로서는 시장 참가자들이 좋지 않게 보는 금리 인상이나 과세 강화에 보다 신중하게 나설 생각을 내비친 셈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취임 직후 일본 주요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0% 전후의 지지율을 얻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의 퇴임 직전 지지율보다 2배가량으로 높았지만, 2000년대 취임한 일본 총리 중엔 가장 낮은 수준이다.일본에선 이시바 총리의 첫 내각 인선에서 집권 자민당 보수 강경파가 대거 배제되자 보수층의 지지도가 다소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일 지위 협정 개정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이 주목받으며 이시바 정권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27일 진행되는 총선 결과가 이시바 정권의 향후 안정적인 운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출범 내각 중 낮은 지지율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46%로 기시다 전 총리 마지막 지지율 23%보다 2배 높았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이시바 총리 지지율이 51%로 기시다 총리 퇴임 직전 지지율(25%)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서도 51%로, 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을 나타내고 있다.이는 일본 내각이 발족한 직후의 지지율치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아사히신문은 “2000년대 출범한 일본 정권 중 기시다 총리 취임 직후(45%)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닛케이 여론조사만 따지면 2000년대에 들어 가장 낮았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취임 때(2008년 53%)보다도 낮은 최저치를 기록했다.집권 자민당은 ‘총리 교체 효과’로 내각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여야 간 정권 교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선거 결과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올 경우 갓 출범한 이시바 정권의 동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뢰 회복을 위해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지율이 50%를 넘어 정부 여당은 안도하고 있지만, 새 내각 효과는 제한적이라 27일 총선에 대한 경계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판 나토’ 신중한 자세여론조사 결과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이시바 정권 각료들은 급진적으로 비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이시바 총리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서도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우려하는 한국, 자국 견제 움직임에 거부감이 강한 중국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 이시바 총리의 구상이 동아시아 정세를 악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상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대해 “미래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들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즉시 상호 간에 방위 의무를 지우는 듯한 기구를 아시아에 설립하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이시바 총리는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 자신의 지론으로 밝혀 왔던 미일 지위 협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줄곧 미일 지위 협정이 불평등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지만, 미국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미일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경우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한편 이시바 총리는 4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국과의 협력 공고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일 협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할 것이라는 내용을 연설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신임 일본 총리와 나눈 첫 한일 정상 간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과 한미일이 단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뜻을 모았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번 통화는 이시바 총리가 1일 공식 취임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15분부터 15분간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며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고 “한일 양국이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이자 파트너인 만큼, 앞으로도 양 정상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을 증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으로,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면서 윤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두 정상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계속 발굴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한국인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등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셔틀 외교를 지속하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 양국 관계를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해 나가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윤 대통령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할 뜻을 전했다. 미일 정상은 양국 정상회담과 함께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신임 일본 외상은 이날 취임 뒤 첫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정권 각료들이 한국 편을 들어 자민당 일부가 불만이라는 질문에 “혐한, 혐중을 해서는 일본 외교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현안을 해결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이고 건설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게 양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와야 외상은 “한일 관계에는 한때 어려운 과제도 많았지만,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사이에서 극적으로 회복됐다”며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양국 관계를 견고하고 폭넓게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방위상이었던 그는 재임 시 발생했던 일본 자위대 초계기 위협-레이더 사건을 언급하며 “그것을 극복하고 한일 방위 교류, 협력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한미일 연계도 지역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확실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일본 총리는 1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양국 관계는 지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며 한국에 주장할 것은 굽히지 않을 뜻도 내비쳤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양국 관계는 지극히 중요하다. 한국과도 그렇다”면서도 “정상 외교를 할 때 무엇을 위해 회담을 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신뢰 관계를 높이고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가 국익을 바탕으로 어떻게 진지한 논의를 하고 성과를 얻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우호 관계는 이어가겠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철저히 자국 이익을 우선시할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임시국회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과반수 표를 얻어 이변 없이 일본의 제102대 내각총리대신(총리)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상에 자위대 출신인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 재무상에는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관방장관을 임명했다.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상 등 4명이나 방위상 경험이 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안보 정책 논의로 친분을 쌓은 의원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참배에도 부정적이다. 2019년 8월에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에 많은 문제의 근원이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4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을 갖고 한일 관계를 비롯한 외교 방침과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10일에는 라오스에서 개막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이시바 총리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시바 총리는 9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한 뒤 27일 총선을 치르면서 새 정권 기반 다지기에 나선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