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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주도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임차한 콘도 건물 내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을 찾아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정남을 사망시킨 맹독성 신경 독가스인 ‘VX’가 이곳에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더스타’와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타임스’ 등에 따르면 압둘 사마 맛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주 지방경찰청장은 23일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화학물질이 발견된 콘도가 도주한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리재남 오종길 홍송학 리지현) 명의로 임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마 청장은 “어떤 물질이 발견됐는지 알려줄 수 없지만 화학, 법의학, 방사능 관련 팀들이 분석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콘도에서 화학물질 샘플과 화학물질을 다루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 장갑, 신발 등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 잘란클랑라마 지역에 있는 ‘베르브 스위트’란 이름의 이 콘도는 24층 규모로, 고급 주거 및 사무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 화학 전문가 리정철이 살던 아파트와도 약 2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공식 확인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26일 “(김정남이) 노출된 VX의 양은 매우 다량이어서 심장과 폐에 빠르게 심각한 악영향을 줬다”며 “(김정남은 공격당한 뒤) 15∼20분에 아주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과 보건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의 ‘북한 기획 증거’를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북 발언도 강경해지고 있다. 일부 장관들은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결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등 외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자국을 비난한 북한과의 단교를 주장하고 있다. 현지 영자 매체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나즈리 압둘 아지즈 관광문화장관이 25일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 관계에서 어떤 이득도 없다”고 꼬집었다. 무스타파 모하멧 국제통상산업장관도 이날 “북한대사가 내정에 간섭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교육부, 청소년체육부 장관들도 잇따라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맛 자힛 하미디 부총리는 24일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후지TV는 26일 미국 전문가와 함께 김정남 암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 4명 중 리재남 등 3명이 범행 현장 인근에서 김정남을 포위하듯 움직였다고 전했다. 김정남을 직접 공격한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베트남)과 시티 아이샤(인도네시아)가 ‘작전’에 실패했을 때 후속 공격을 하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후지TV는 보도했다. 당초 이들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카페에서 두 여성의 범행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turtle@donga.com·윤완준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드라마 등 한류 프로그램 동영상의 인터넷 업데이트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 소식을 전문적으로 중국에 소개해온 ‘봉황천사 TSKS 한극사(韓劇社) 사이트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24일 “오늘부터 당분간 각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모든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중단 배경에 대해선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사드에 대한 보복임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이후 한류 스타들의 중국 내 활동이 거의 없고 심지어 중국 위성방송에서도 한류 스타, 드라마, 예능을 볼 수 없다”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철저히 현실화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과 프로그램 방영을 금지한 중국 당국이 한류 드라마 ‘도깨비’와 ‘함부로 애틋하게’ 등이 동영상 공유사이트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인터넷을 통한 최신 한류 동영상 접근마저 막은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이 열광하는 한류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한 이용자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건 재미있고 연기력이 좋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 (중국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면 누가 한국 드라마를 보겠나”라고 비꼬았다. “계속 (한국 드라마) 볼 거야. 재미있으니까”(광둥 성 광저우(廣州) 시 출신 이용자), “제한해보라. 평소 모아뒀던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다 보면 풀릴 것”(충칭(重慶) 시 거주 이용자)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안후이(安徽) 성 출신의 웨이보 이용자는 “예능 프로그램조차 기본적으로 (한국 것을) 베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를 지지하는 측의 반론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에 사는 웨이보 이용자는 “폐쇄적 쇄국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들은 스타나 쫓아다니면서 드라마나 보는, 국방안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드라마 등 한류 프로그램 동영상의 인터넷 업데이트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지자 현지 네티즌 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 소식을 전문적으로 중국에 소개해온 ‘봉황천사 TSKS 한극사(韓劇社)’ 사이트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24일 “오늘부터 당분간 각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모든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중단 배경에 대해선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사드에 대한 보복임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 스타들이 중국 내 활동이 거의 없고 심지어 중국 위성방송에서도 한류 스타, 드라마, 예능을 볼 수 없다”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철저히 현실화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과 프로그램 방영을 금지한 중국 당국이 한류 드라마 ‘도깨비’와 ‘함부로 애틋하게’ 등이 동영상 공유사이트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인터넷을 통한 최신 한류 동영상 접근마저 막은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이 열광하는 한류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한 이용자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건 재미있고 연기력이 좋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 (중국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면 누가 한국 드라마를 보겠나”라고 비꼬았다. “계속 (한국 드라마) 볼 거야. 재미있으니까”(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 출신 이용자), “제한해보라. 평소 모아뒀던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다 보면 풀릴 것”(충칭(重慶) 시 거주 이용자)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안후이(安徽) 성 출신의 웨이보 이용자는 “사실 확실히 (중국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만 못하다! 예능프로그램조차 기본적으로 (한국 것을) 베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를 지지하는 측의 반론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에 사는 웨이보 이용자는 “폐쇄적 쇄국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들은 스타나 쫓아다니면서 드라마나 보는, 국방안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김정남 피살에 북한 외교관이 관련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국가 테러’를 자행했다는 증거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칼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용의자라며 신원과 사진을 공개했다. 암살 작전에 현지 대사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내놓은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현광성, 김욱일이 현지 북한대사관에 숨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김정남 살해 수법도 드러났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북한인들이 여성 용의자들에게 (독극물) 액체를 줬으며, 여성들은 맨손에 액체를 묻혀 김정남의 얼굴에 문질렀다”고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윤완준 기자}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하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칼끝이 배후의 정점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하고 있다. 22일 칼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암살은)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지 북한대사관은 물론이고 평양의 김정은 정권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평양에서 온 공작원과 현지 북한대사관의 외교관 등 8명이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동남아 여성 2명을 앞세운 청부 암살 작전이라는 얘기다. 국가 범죄로 볼 수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가 대사관 폐쇄 등 북한과의 단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부 바카르 청장이 신원을 밝힌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은 범행 당일 쿠알라룸푸르 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지만 경찰이 19일 기자회견에서는 ‘신원 미상’이라며 사진만 공개한 인물들이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두 사람이 “사건과 관련돼 있는 근거가 확실히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0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현광성은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평양으로 도주한 리재남(57) 등 공작조 4명이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대사관이 암살 사건에 개입했음을 의미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현광성이 이번 암살 작전을 총감독하며 강철 주말레이시아 대사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주요 역할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외교관 면책특권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국제적 규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항공 직원인 김욱일은 김정남이 살해되기 2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13일 사건 직후 평양으로 달아난 공작조의 말레이시아 입국과 3개국을 거친 도주 항공편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쿠알라룸푸르∼평양 고려항공 직통은 2011년 개통됐다가 2014년 대북 제재로 중단됐다. 김욱일은 직원을 위장한 공작원으로 보인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공무여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를 “정부 관계자”라고 표현했다. 외교관 여권을 가진 현광성 이외에 나머지 용의자 6명도 공무여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경찰이 이날 쿠알라룸푸르 소재 고려항공 사무실을 전격 수색했으나 아무도 찾지 못했다”며 “2012년부터 사무실을 임차했지만 16일 갑자기 직원이 사라졌다”는 건물 관리인의 말을 전했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현광성, 김욱일과 ‘제임스’로 불리는 북한 국적 리지우(33)는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 3명의 면담을 북한대사관에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이 배후가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강 대사에게 ‘당신이 대사관에 용의자를 숨긴 비호 세력’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북한이 어떤 협조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지 경찰 당국이 평양으로 달아난 공작조 4명의 인도를 북한에 요청한 것도 북한 압박용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미가입국인 데다 양국은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지 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김정남의 장남인 김한솔이 20일 입국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김한솔에게 “신변 보호를 보장할 테니 말레이시아로 오라”고 요청했다. 이어 “유족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혈연관계나 친척 누구라도 유전자(DNA) 표본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여성 용의자가 제주도를 방문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지 북한대사관은 이날 A4 용지 3장짜리 반박자료를 내 “독살 근거가 없다. 리정철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김수연 기자}
김정남 암살의 유력한 배후 세력으로 북한이 지목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조작으로 몰고 가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총리까지 나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냉전 때에도 가까웠던 말레이시아-북한의 외교 관계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 용의자 2명 중 한 명이 자국 여성으로 드러난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내 북한 식당이 북한 정찰총국의 근거지로 이용됐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로 국제적 고립에 빠진 북한이 우호적인 활동무대였던 동남아에서마저 입지가 줄어들면 외교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아니파 아만 외교장관은 20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주장에 대해 “심각한 모욕이며 망상과 거짓, 남을 속이기 위한 반쪽 사실에 근거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고 말레이시아 중국계 신문 중국보(中國報)가 21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소환 명령을 받은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는 이날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북한과의 비자면제 협정을 철회하라”는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무하맛 푸아드 오스만 북부말레이시아대 교수는 이날 현지 언론 뉴스레이츠타임스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가 암살에 적합한 장소란 평가까지 받게 될 상황”이라며 비자면제 협정 재검토를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ISIS) 스티븐 웡 부소장은 “북한 배후가 확인되면 양국 국민의 이동 문제뿐 아니라 북한과의 외교 관계 전반이 재검토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축구연맹(FAM)은 다음 달 2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과의 아시안컵 예선전 경기 장소를 제3국으로 변경해 달라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측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남 피살 전 분위기와 180도 바뀐 것이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김정남 피살 나흘 전인 9일 박물관과 도서관 소장자료, 예술작품, 문화재 전반의 ‘문화 교류 확대’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파장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영자지 더스타는 이날 “인도네시아 경찰이 인도네시아 외교부와 함께 수도 자카르타 내 북한 식당이 북한 스파이들의 근거지로 이용됐는지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찰 측은 “우리는 먼저 그들(북한 식당)의 사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식당들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움직임은 자국 여성을 김정남 암살에 이용한 북한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싱가포르 매체 아시아원은 “자카르타 등의 북한 식당들은 북한 정찰총국 인도네시아 지부의 일부”라고 전했다. 태국 언론 방콕포스트는 21일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다시 한 번 동남아에서 긴장과 분노를 유발했다”며 “이번에는 말레이시아에 피를 뿌렸고 김정남 살해는 단순한 외교 사안을 초월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방콕포스트는 “김씨 왕조의 범죄가 해외까지 뻗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김씨 3대 세습자의 살인범들이 자행한 더럽고 피비린내 나고 야만적인 범죄의 뒤처리를 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범법자인 북한이 아직 문명국가로 대접받고 있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놀란다. 태국과 아세안이 북한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거구의 김정남에게 암살 공격을 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3초였다. 20일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폐쇄회로(CC)TV 영상 속 김정남 최후의 순간은 충격적이다. 두 명의 여성 암살조는 기존에 알려진 5초보다 훨씬 짧은 2.33초 만에 ‘공격’을 마무리했다. 3층 출국장에서 공격당한 김정남은 5층 공항 진료소까지 한쪽 다리를 절면서도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 걸어간 뒤 진료소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영상은 밝은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김정남이 공항 출국장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검은 배낭을 오른쪽 어깨에 걸친 김정남은 출국장 한가운데에 서서 별 경계심 없이 전광판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인발권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발권기 앞에 서자 용의자로 체포된 도안티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로 추정되는 두 여성이 각각 김정남 앞과 뒤로 빠르게 접근했다. 둘 중 흰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여성이 김정남 뒤로 재빨리 걸어가 그의 어깨 위로 두 팔을 뻗어 얼굴을 무언가로 감쌌다. 나머지 한 여성이 어떻게 공격했는지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두 여성은 김정남에게 접근한 지 2.33초 만에 일을 마무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히 걸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주변에는 수많은 공항 이용객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공항 정보센터로 홀로 걸어가 자신의 두 눈을 비비는 듯한 행동을 하며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했다. 직원의 안내로 경찰을 만나서도 비슷한 손짓으로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 후 경찰과 함께 두 층 위에 있는 공항 진료소로 걸어갔다. 진료소 입구에서는 멀쩡했던 김정남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몰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략을 짰다고 분석했다. 두 여성이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김정남에게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장난을 쳤고, 이와 상관없이 평소 심장이 안 좋은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북한이 주장할 것이란 얘기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부검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걸 보면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김정남 사인을 심장마비로 몰기 쉽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북한 암살단 총책에 속아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신문 중국보(中國報)는 20일 “북한 특수요원 4명이 남의 손을 빌려 암살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살해에 이용한 독약 성분이 위험한 데다 북한 사람은 (동남아시아인보다) 눈에 띄기 때문에 북한 용의자들이 미인계를 범행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여성들을 훈련시키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교수는 “여성들이 동작을 충분히 반복해 여러 번 훈련한 것 같다. 범행 후 잠시 김정남을 살핀 점도 작전 실패 시 차선책을 시행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최근 부각된 탈북 세력에 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담하게 범행을 꾀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배후임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잘못하면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윤완준 기자}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 총책은 말레이시아를 수년간 사업 거점으로 삼으며 주요 인맥을 심어 온 리재남(57)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재남은 리정철(47·체포)을 이용해 용의주도하게 공작원들을 탈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 “리재남이 막후 기획자” 말레이시아 현지 중문지 둥팡(東方)일보는 20일 경찰 조사 결과 리재남이 암살의 막후 기획자 역할을 했고 다른 북한 용의자들과 함께 북한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0일 보도했다. 리재남은 몇 년 전 말레이시아에 건너와 현지 상인들에게 북한 건강보조식품과 인삼 등 약재를 판매하는 무역 파트너 업무를 했다. 그는 “사업에 활용한다”며 리정철을 포함한 북한인들을 추천해 데려왔다. 북한 공작원들을 은밀히 데리고 와 현지 곳곳에 심어둔 것이다. 경찰은 현재 리재남이 데려온 북한인들을 조사 중이다. 현지 소식통은 둥팡일보에 “리정철은 용의자를 차로 태워주는 운전 담당이자 연락책이었다”며 “리정철은 공항에 나타나지 않고 (경찰 시선을 분산시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방식을 썼기 때문에 나머지 용의자들이 출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정철이 평소 온라인에서 대남 정보활동을 하는 이른바 ‘사이버 공작원’으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해외 사이버전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리정철은 건강보조식품을 취급하는 ‘톰보 엔터프라이즈’의 정보기술(IT) 부서에서 일했다고 한다.○ 작전 성패에 대한 평가 엇갈려 북한 공작기관 고위 간부 출신의 탈북민 A 씨는 20일 “북한으로선 목표를 달성했으니 성공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해외 작전 경험도 많지 않아 신원 노출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일처리를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작전 자체를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군 출신인 김정아 통일맘연합 대표는 “공작원은 신분을 외부로부터 철저히 감춰야 하는데, 신분이 노출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테러에 관여했던 공작원들의 향후 처우에 대해서도 “큰 포상을 받을 것”이란 의견과 “흔적을 그대로 남겨 처벌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는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6, 7개의 전문국으로 구성된 정찰총국은 인민무력성 소속이지만 김정은이 직접 관할한다”고 보고했다. A 씨도 “북한 공작 편제에서 사람을 죽이는 테러는 정찰총국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대남공작 기구인 내각 산하 문화교류국(옛 노동당 225국)의 소행으로 보는 탈북 인사도 적지 않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이사장은 “이한영 암살(1997년) 등을 주도해온 225국 소속 요원들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김배중 기자}

안녕하십니까. 윤완준 기자입니다. 동아일보 20일자 A5면 톱기사로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자 원장은 인터뷰에서 △김정남 피살 △북핵·미사일 문제 △사드 배치 △한중관계 △미중관계 △중국 강경외교를 둘러싼 비판에 대한 생각을 폭넓게 피력했습니다. 지면 사정으로 싣지 못한 부분을 포함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국민(김정남)을 살해하는 건 국가로서 못할 일이다. 중국은 당연히 북한이 저지른 일을 규탄할 것이다.” 중국의 국제정치 권위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북-중관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김정남 살해가 잘못된 일이라고 볼 것이다. 북한 당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 역시 훨씬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 원장은 이날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한중미 협력을 위한 기회와 도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재단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중국 내에서 미중관계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자 원장은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중국 당국의 외교 정책자문기구) 위원이다. 그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도 미국의 선제타격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라고 밝혀 무조건 사드 문제를 반대하는 중국 내 사드 강경론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북핵 문제에서 한미중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 “김정남, 북한 변고 발생 때 정치적 대안이었다”―김정남 암살의 파장은? “김정남은 중국과 한국에 가치가 있었다.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발생하면 상징성 있는 인물이 국면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때 정치적 대안으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인물이 김정남이다. 그의 죽음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에 손실이다.” ―북한 정권 안정성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김정은은 이미 고모부(장성택)을 처형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것이라면 정치적 측면에서 김정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모두 ‘자기 가족도 죽였는데 다른 사람에 무슨 일을 못 저지를까’ 우려할 것이다. 북한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중국 엘리트와 고위관료들도 자신이 숙청당할 수 있다고 걱정할까? “그렇다. 모두 걱정할 것이다.” ● “북한, 계속 도발하면 중국도 어쩔 수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선제타격 얘기가 많이 나온다.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이 특히 불신하는 정권이다.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이 핵·미사일 시설을 없앨 수 있다 해도 서울이 북한의 사정권에 있어 대가가 너무 크다. 지금 미국이 선제타격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설득해 선제타격을 지지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많아진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계획하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 경우 중국의 생각을 물어볼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견해는 미국의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반대를 무릅쓰고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면 중국 역시 (선제타격에) 어쩔 수 없다. 특별히 (선제타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국이 중국에 ‘어쩔 수 없이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협력하자’고 말할 이유가 훨씬 더 많이 생긴다. 북한이 책임 있게 나오면 중국은 선제공격을 반대할 것이다. 미중이 어떻게 할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 ―미국이 고려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대한 생각은? “미국의 일관된 방식이다. 미국은 대북제재 효과가 있다고 본다. 중국도 유엔 결의안에 따라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 제재에 대해 갈수록 결연해지고 있다. 따라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제재 효과가 커진다면 (미중이) 이 방면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자 원장 인터뷰 다음날인 18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 “지금이 미-중 북핵 협력 기회” ―북핵문제에서 미중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서로 공개적으로 (북핵 문제 책임론으로) 비판하는 건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할지 견해 차이가 있지만 소통을 강화하고 조화를 이뤄 구체적인 대응 조치에서 공통의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미든 4자든 5자든 소통을 강화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미국 트럼프 정부와 소통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지금이 기회다. 트럼프가 얼마 전 ‘하나의 중국’ 존중 원칙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한 인상이 좋다. 중미가 핵·미사일 문제 토론하고 협상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가 이 기회를 얼마나 잘 이용할지는 모르겠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까. “모두들 발사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북한이 이미 발사 기술을 가졌다고 본다. 나는 발사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 “중국은 사드 관련 한국에 악의 없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로 한국은 사드 배치를 더욱 강조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하는 게 자국 안보 도움 안 되는 것처럼 사드 배치 역시 한국의 안보에 불리하다. 서울의 안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한중 간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못하게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중국은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사드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걸 우려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국에 악의가 없다.” ―중국은 이미 경제 문화 한류 방면에서 한국을 사실상 제재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문제에서 중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일종의 반응이다. 한국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한국이 우리 이익을 고려해주지 않아 기분이 언짢다는 것이다. 자국 안보 이익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미국과 한국의 중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해 한국에 좀 실망했다는 것인가. “매우 실망한 것이다.” ● “북핵 해결 협력 통해 사드 문제 해결 가능”―그럼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근본적으로 한국이 왜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가. 북한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중이 함께 모여 사드 문제 말고 북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화해야 한다. 현재 미중 간 불신, 한중 간 불신이 많다. 이를 없앨 대화가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 ―북핵 문제에서 협력할 때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국 대선 뒤 한중 대화의 계기가 있을 것이다. 대선 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으면 배치를 연기하거나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사드 문제를 강행하기만 하면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어떻게 협력하겠나.” ● “미국은 중국에 실망, 중국은 미국을 우려”―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최근 바뀌었을까. “안정된 미중관계를 위해 ‘하나의 중국’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내부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전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드시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고 말하자 중국은 크게 우려했다. 그런 다음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중국이 ‘오! 매우 좋다’고 반응했다. 트럼프는 ‘내가 너희(중국) 정책을 받아들였으니 너희도 나를 도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그가 거래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지금 중국 정부가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미중관계 전망은. “미중 관계는 마찰이 많아질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이 굴기(¤起)가 미국의 이익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본다. 원래 미중관계 발전을 지지하던 미국의 기업계들은 여러 이유로 미중관계와 중국에 실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기업 관련) 정책이 미국 기업들을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내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여긴다. 미국 내 자유(무역)주의자들은 과거에는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 중국이 더욱 자유화되고 개방되고 민주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지금 중국 상황이 자신들의 애초 생각과 다르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들 역시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그래서 대중국 강경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구실을 갖게 됐다. 미 정부의 대중정책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중국은 인권, 법 문제 등 국내 문제와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국제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거나 간섭해 정치적 안정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전체적으로는 미중이 양국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중 충돌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제한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충돌을 피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 ”중국, 주변국가 더욱 안심할 수 있게 해야“ ―중국의 강경외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중국이 굴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규모가 크기 때문에 굴기 과정에서 주변국가들이 중국의 (굴기) 방식에 매우 민감해한다. 자국 이익을 보호한다는 중국의 방식은 다른 국가의 방식과 비슷하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에서 일본, 베트남, 필리핀 모두 자국 이익을 주장한다. 모두가 그렇게 하지만 중국이 하면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 역시 주변국과 관계를 다룰 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주변국가가 중국에 대해 더욱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김정남 살해에 북한 용의자 5명 이상이 가담했다고 밝힌 가운데 현지 경찰에 유일하게 체포된 리정철(47)은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힌다. 리정철은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 현장에서 50m 떨어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식당에 테러 용의자 중 최고참인 리재남(57)과 같이 앉아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테러 직후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모두 신속히 탈출한 반면 리정철은 자택에서 체포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집에서 체포된 리정철 리정철은 17일 오후 9시 50분경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슬랑오르 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긴급 체포됐다. 중무장한 말레이시아 경찰 수십 명이 출동해 이웃 주민들에게 “무슨 소리가 나도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통보한 뒤 리정철의 집을 급습했다. 이웃들은 “현관문을 쾅쾅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꼼짝 마’라는 경찰의 고성과 여성의 비명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경찰에 끌려 나온 리정철은 푸른색 티셔츠에 회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키 170cm가량의 다부진 몸매였다. 검거 현장에 있던 한 이웃은 “그는 경찰을 따라 순순히 경찰차에 탔으며, 아내와 자녀들 역시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담담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리정철 연행 후 가족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에 수년째 체류해 온 것으로 알려진 리정철은 약 1년 전 40대 부인, 10대 아들, 딸과 함께 이 아파트 4층에 이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는 경비가 삼엄하고 별도의 출입카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다. 월세는 1500링깃(약 39만 원) 정도라고 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이 쿠알라룸푸르의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으며 화학 전문가라고 밝혔다. 리정철의 아내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은 평소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도 자주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체포된 다음 날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그가 수사를 받고 있던 세팡 경찰서를 방문해 면담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거절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리정철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은 당일 공항에 가지 않았고 김정남 살해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중국계 신문 중국보(中國報)는 19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실제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물 4명 중 그는 없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피살 당일 범인들이 공항으로 타고 간 차량번호를 통해 리정철의 신분을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그가 북한에서 해외 공작 업무를 맡은 정찰총국 소속 요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용의자들이 도주하는 동안 왜 혼자만 남아 있었는지, 왜 체포 당시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혔는지 등은 의문이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외국인들을 모아 청부살인을 모의하는 데 관여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중요 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나온 공작원이 가족과 함께 현지에서 살고 있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리정철이 영문을 모른 채 북한에서 온 테러조에 독극물을 전달하는 등 단순한 역할만 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어떤 역할이든 그가 이번 테러에 연루돼 있다면 북한 배후설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zsh75@donga.com·윤완준 기자}

‘결국 배후는 북한이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해 온 말레이시아 경찰은 18일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배후라고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내놓은 다양한 ‘증거’들은 북한 당국이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사건 관련자 11명 가운데 8명이 북한 국적자였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경찰청장은 기자회견 내내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찰총국 소속 등으로 추정되는 리재남(57), 오종길(55), 홍송학(34), 리지현(33)은 모두 사건 직전인 올해 1월 31일∼2월 7일 말레이시아로 입국했고, 김정남이 사망한 날 동시에 출국했다. ‘작전’ 개시 시점 약 1, 2주 전에 현지에 입국해 작전이 마무리된 직후 자취를 감추는 것도 전형적인 공작원들의 수법이다. 말레이시아 내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에 따르면 이들 4명은 공항에서 김정남 피습 상황을 지켜본 뒤 옷을 갈아입고 출국했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 등은 이들이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17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직접 북한으로 안 가고, 3개국을 거친 건 수사망을 따돌리려는 시도였다. 이에 따라 도주한 용의자 4명이 사건의 기획과 준비 및 지휘를 맡았고 검거된 리정철(47)은 이들의 숙박과 이동, 통신 등을 지원하는 현지 후방 지원,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25) 등은 실행의 역할을 맡은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도주한 북한 남성 용의자 4명이 30대 초반 2명과 50대 중후반 2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이들의 역할을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한 탈북 인사는 “30대 남성 두 명은 외국인 여성들을 유인해 테러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정남을 공격한 것은 흐엉과 아이샤였다. 현지 언론들은 동양인 남성이 흐엉을 3개월 전에, 아이샤를 1개월 전 포섭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범행 예행연습을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왔다. 두 여성을 ‘현장 작업조’로 선정한 배경으로는 젊은 한국 남성들이 ‘한류 문화’ 등의 여파로 동남아시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외국어에 능숙하고, 호감을 살 수 있는 외모를 갖춘 젊은 남성들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30대 초반인 리지현과 홍송학이 여성 1명씩을 맡아 암살 작전에 끌어들였을 수 있다. 리재남과 오종길로 알려진 50대 남성 2명은 북한의 테러 베테랑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남 암살이란 대형 작전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 남성 공작원 2명만 투입하는 게 북한 당국으로서도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때도 북한은 당시 20대였던 김현희와 70대 김승일을 한 팀으로 구성해 파견했다. 리재남과 오종길은 여성들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뒤에서 동선을 치밀하게 짜는 등 테러 계획 및 설계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정철이 현지에서 독약 제조 등을 담당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리지우(30)와 북한 남성 2명의 역할도 현재로선 추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달아난 4명이 외교관 여권이 아닌 일반 여권을 소지했다는 것만 확인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을 전 세계에 지명 수배했으며 인터폴 등과 공조해 추적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거듭되는 북한 당국의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를 거절한 것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 배후 관련 증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쏠릴 책임 추궁과 비판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증거인멸’ 의도가 명백한 상황에서 시신을 ‘가해자’ 측에 넘겨주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의 시신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먼저 확인해야 하며 현지에 와서 인수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윤완준·주성하 기자}

“자국민(김정남) 살해는 국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중국은 당연히 북한이 저지른 일을 규탄할 것이다.” 중국의 국제정치 권위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북-중 관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김정남 살해가 잘못된 일이라고 볼 것”이라며 “중국인의 북한 당국에 대한 인식도 훨씬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 원장은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중국이 미국의 선제타격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중국의 외교 정책 자문기구) 위원인 자 원장은 이날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한중미 협력을 위한 기회와 도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남 암살의 파장은…. “김정남은 중국과 한국에 가치 있는 인물이었다.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발생하면 상징성 있는 인물이 국면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때 정치적 대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김정남이었다. 그의 죽음은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손실이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북한 엘리트 고위 관료들 모두 ‘자기 가족도 죽였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무슨 짓을 못할까’라며 숙청을 우려할 것이다. 북한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선제타격 얘기가 많이 나온다. “지금 미국이 선제타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설득해 선제타격을 지지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계획하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중국 정부의 견해는 미국의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반대를 무릅쓰고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면 중국도 어쩔 수 없다. 북한이 책임 있게 나오면 중국은 선제공격을 반대할 것이다. 미중이 어떻게 할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더욱 강조하지만 중국은 경제, 문화 측면에서 한국을 사실상 제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한국이 사드 문제에서 중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 기분이 언짢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국에 악의가 없다.” 사드 배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중국 내 강경론자들과 달리 자 원장은 한국 미국 중국이 함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해결하나. “근본적으로 한국이 왜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가. 북한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중이 모여 사드 문제 말고 북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화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협력할 때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선 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으면 배치를 연기하거나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북한 관련 여부를 추적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평양 출신 리영 씨(58)를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린 가운데 현지 언론은 한 동양인 남성을 사건 배후로 지목했다. 남성 용의자 4명 가운데 북한계로 알려진 사람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이 동양인 남성이 이번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동양인 남성은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여성 용의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이번 사건을 계획적으로 꾸민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현지 중국어 매체 중국보에 따르면 이 남성이 소속된 일당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 여성 용의자들에게 인터넷에 올릴 장난 영상을 만든다는 생각을 주입시킨 뒤 범행을 저지르게 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보에 따르면 15일 체포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29)은 약 3개월 전 한 동양인 남성을 말레이시아에서 만났다. 이 남성은 흐엉을 한국으로 데리고 가 같이 쇼핑을 하고 베트남을 방문해 그녀의 가족과도 만나는 등 흐엉의 신임을 얻었다. 자신이 신뢰하게 된 남성이 인터넷에 올릴 만한 장난 패러디 영상을 찍자고 최근 제안했을 때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 흐엉은 함께 영상의 주인공이 될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약 한 달 전 포섭된 인물이 16일 새벽 체포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라는 설명이다. 현지 언론 더스타는 두 여성 용의자와 문제의 일당이 범행 전날 공항에서 서로에게 액체를 뿌리며 즐기는 듯한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콤비가 된 흐엉과 아이샤가 이 남성과 협력해 여러 차례 영상을 찍는 연습을 하며 자신들도 모르게 범행 수법에 숙련됐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은 한목소리로 “김정남을 모른다. 장난인 줄 알았다”며 살해 행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독극물 스프레이 분사가 아니라 장갑을 낀 손으로 독액을 뿌려 김정남을 살해했다고 보도한 중국보는 용의자 흐엉이 “(공범) 남성이 연고나 로션 같은 끈적끈적한 액체를 장갑을 낀 내 손에 부어줬다. 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즉시 해당 남성(김정남)에게 가서 뿌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는 1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간단히 체포된 것이) 의아하다”며 “혹독한 훈련을 받은 공작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숩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17일 아이샤에 대해 “속아서 이 상황에 휘말린 피해자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정남의 사인 규명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화학국 법의학부는 15일 쿠알라룸푸르 병원에서 실시한 시신 부검에서 확보한 샘플을 16일 저녁 넘겨받았다며 “가능한 한 빨리 분석해 결과를 경찰에 전달하겠다”고 현지 베르다나 통신에 밝혔다. 현지 소식통은 “김정남의 시신을 본 경찰 관계자가 얼굴 등이 ‘아주 깨끗하다(very clean)’고 전했다”며 “흐엉이 헝겊에 독극물을 묻혀 손으로 김정남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윤완준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평양 출신의 리영 씨(58)를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 인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리 씨의 여권 정보를 확보해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그가 북한 정찰총국이나 국가보위성 소속인지 확인하고 있다. 17일 말레이시아 경찰 정보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리 씨가 살해 용의자는 아니지만 사건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일당 가운데 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북한계 남성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2명 등을 섭외해 다국적 청부 암살단을 조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적 중인 북한계 남성이 대사관 직원들과 밀접한 관계라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 북한대사관 주변을 24시간 밀착 감시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사관을 출입하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상부에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북한대사관 인근에서 만난 현지 경찰관은 수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함구령이 떨어졌다”며 손사래를 쳤다. 현지 중국어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한 동양인 남성이 3개월 전 베트남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29)을 포섭해 베트남과 한국 등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장난 패러디 영화를 찍는다며 김정남에게 했던 암살 방식을 훈련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여성 용의자 시티 아이샤(25)도 합류했다. 경찰이 쫓고 있는 북한계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사건 이틀 전에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같은 ‘장난’을 연습시켰다는 것이다. 경찰은 체포한 여성 용의자 두 명을 상대로 이날 새벽 범행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공항 승객이 드문 오전 1시 1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은 무장경찰 150여 명이 삼엄한 경계를 편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김정남이 독액 공격을 당한 국제선 출발 카운터 인근은 사방 100m부터 접근이 일절 차단됐다. 중국보는 “여성 용의자 2명이 경찰에서 김정남에게 독액을 어떻게 분사했는지, 공항에서 어떻게 달아났는지를 빠짐없이 재현했다”고 전했다. 흐엉은 병원에서 독극물 반응 검사 등을 받았다. 현지 중국어 매체인 광화(光華)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 시신에 (주사 자국 등) 외상은 없지만 얼굴이 불그스름해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이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쿠알라룸푸르 병원에 안치된 김정남의 시신 인도 우선권을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주기로 했다고 현지 통신 베르나마가 17일 보도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이 아닌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현지 경찰은 유족이 유전자(DNA)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황인찬 hic@donga.com·윤완준 기자·쿠알라룸푸르=박훈상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되기 전 북한으로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국가보위성(한국의 국가정보원)에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 요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최소 세 차례 김정남을 접촉해 설득했다는 것으로 김정남의 피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북한의 간부급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은 소란 피우지 말고 본인 스스로 귀국하도록 설득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국가보위성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0일경 김정남의 거처가 있는 마카오에서 김정남과 만나 김정은의 지시를 전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즉답을 피한 채 “생각해볼 기회를 달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RFA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은) 김정남이 신변에 위험을 느껴 한국이나 미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을 우려해 암살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RFA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에게 두 차례 김정남을 만나도록 했다”며 “라오스의 북한 외교관이 직접 김정남을 만나 김정은의 서신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서신을 통해 김정남에게 귀국을 회유했을 것이라고 RFA에 말했다. 이 소식통 역시 RFA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정남이 확답하지 않자 김정은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정남은 자신의 신변이 노출돼 언젠가는 암살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평소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김정남의 단골 식당 주인 앨릭스 황 씨는 “김정남은 폐쇄회로(CC)TV 촬영을 방해하는 장치도 갖고 있어 김정남이 식당을 떠나고 나면 항상 CCTV에 남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고 말레이시아 언론 더스타가 16일 보도했다. 더스타에 따르면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를 찾을 때마다 5성급 호텔에만 머물렀다. 도심에 식당이 많았지만 보안 요원이 있는 스타힐 갤러리만 찾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마카오를 오갔는데 마카오에 사는 부인이나 싱가포르인 여자 친구와 함께 말레이시아를 찾기도 했다. 보통 말레이시아에 오면 10∼15일간 머물다 갔다. 더스타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북한에서 숙청된 고모부 장성택의 조카 장영철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로 있던 2010∼2013년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왔다고 전했다. 2013년 장영철이 북한으로 소환돼 처형된 후엔 1년가량 발길을 끊었다가 2015년과 2016년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았다고 한다. 황 씨는 “김정남은 이번에 재정적으로 도와줄 사업가나 동료를 만나려 했을 것”이라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김정남을 각별히 경호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느슨히 해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에는 마카오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는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요원들과 김정남의 경호원들 사이에 유혈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일본 언론은 김정남이 피살된 것은 중국이 그동안 해온 경호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김정남을 버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할 의미가 줄어들면서 경비도 허술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김정남 암살 정보를 알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버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이 정말 김정남을 보호하려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리 없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2000년부터 중국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 마카오, 동남아시아 국가 등 3곳에 각각 김정남의 내연녀와 자녀가 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이 김정남 생활비의 일부를 보태 왔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과거 김정남이 중국 외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갈 때 중국은 반드시 경호팀을 보내 살해 위협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남이 피살되기 직전 그의 5촌 이내의 친척인 김모 씨가 최근 탈북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50대로 알려진 이 인물은 중국을 오가며 김정남과 그의 가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아내 및 아들, 딸과 함께 10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한 뒤 감시하는 국가보위성 요원들을 따돌리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조은아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 공작업무 총괄기구인 정찰총국 소속으로 보이는 40세 남성을 추적 중이라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매체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용의자들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여장을 한 남성이 한 명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다툭 세리 하룬 연방경찰 특별수사국 국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정보기관의 소행이라는 근거를 갖고 있다. 두 명의 암살자(검거된 여성 용의자 2명) 외에 분명히 다른 인물들이 개입돼 있다”고 밝혔다. 13일 김정남이 피살된 이후 북한 정보기관 개입설이 현지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현지인들을 고용해 김정남을 청부 살해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현지 중문지 둥팡(東方)일보도 이날 현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2명의 여성 용의자와 도주 중인 4명의 남성 모두 특정 국가의 정보기관에 소속된 공작원이 아니라 (이 국가의) 살인 청부를 받은 암살단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암살의 배후에 있는 국가 또는 기관을 파악했다”며 “과거 정보에 따르면 해당 국가는 암살 작전을 수행할 때 정보기관을 직접 활용하지 않고 암살단을 고용했다”고만 하고 북한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여성 용의자 2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인이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이날 오전 2시경 두 번째 여성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적 여권을 소지한 이 여성의 이름은 시티 아이샤로 나이는 25세다. 한때 체포된 용의자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인 남성(26)은 아이샤의 남자친구로 아이샤의 검거를 도운 조력자로 판명됐다고 현지 더스타지가 보도했다. 탄 스리 바카르 경찰 수사팀장은 “아이샤는 (사건 당일) 공항 폐쇄회로(CC)TV에 담긴 인물과 같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전날 검거된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이 김정남의 입을 막기 전 김정남의 얼굴에 독액을 뿌린 살해 주범으로 보인다. 경찰은 흐엉과 아이샤를 상대로 남성 용의자 4명의 행방과 북한과의 관련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한편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김정남의 사망 뒤에 북한이 있다는 건 현재로선 추측일 뿐”이라며 “김정남의 죽음이 두 나라(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신 인도 여부에 대해 “밟아야 할 절차들이 있다”는 전제로 “어떤 외국 정부라도 요청하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말했다.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황인찬 hic@donga.com·윤완준 기자}
중국 관영 매체가 김정남 피살에 한국 정부가 관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샤커다오(俠客島)는 15일 ‘누가 김정남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이 (김정남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남 사건의 범인으로 북한을 의심할 때 한국의 보수파가 가장 이익이 많다”며 “현재 처한 곤경을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의 잔인함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샤커다오는 “한국과 미국이 3월 초 북한을 겨냥한 선제공격, 참수작전 등의 연합 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에 (한국이) 김정남을 살해하는 것은 매우 ‘상투적인 수법’이다. 뉴스를 북한으로 돌리려 한다는 점에서 의심할 만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북한 내에서 김정남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고, 북한 내부 상황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김정남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 시점에서 김정남을 반드시 살해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22)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정치대(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를 졸업하고 현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김한솔은 2013년 5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국제학교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UWC)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8월 프랑스 파리정치대 르아브르 캠퍼스에 입학했다. 파리정치대 르아브르 캠퍼스는 아시아 지역학에 특화된 곳으로, 김한솔은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학 등을 두루 배웠다. 신입생 시절 대학 동창들과 가깝게 지냈지만 파티에 고가의 술을 자주 가져와 일부 학우들이 위화감을 느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현재 김한솔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부친이 독살됐고 그 자신도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온 만큼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한솔은 고교 시절인 2012년 10월 핀란드 출신의 엘리사베트 렌 전 유엔 사무차장과의 영어 인터뷰에서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권력 투쟁에서 밀린 아버지를 북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해외를 전전하게 한 삼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한솔은 룸메이트가 리비아 출신이라며,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2011년 리비아 혁명에 대해 흥미롭게 들었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넘볼 만한 이른바 ‘곁가지’(김일성의 직계 자손 가운데 권력에서 밀려난 인사)들에 대한 피의 숙청에 나선 만큼 다른 김씨 일가들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벌써부터 김정남의 이복 여동생인 김설송이 구금됐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친형(고영희의 첫아들) 김정철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신임을 얻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 정도가 과거 김정일과 김경희처럼 지낼 가능성이 있다. 독살된 김정남의 이종사촌 이한영 씨(사망 당시 37세)도 1982년 탈북했다가 1997년 한국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살해됐다. 이 씨는 망명 뒤 이례적으로 신분을 공개하고 북한 고위층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윤완준 기자}
미국 정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집권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야당인 민주당에선 백악관에 정신과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앨 프랭컨 상원의원은 12일 CNN방송에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의 정신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거짓말을 너무 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행위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일반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일반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최근 백악관에서 일부 상원의원들과 사적으로 만나 불법 투표가 없었으면 자신이 대선 총득표수에서 앞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제이슨 채피츠 하원의원(공화)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다룰 사람이라면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알아야 한다”며 트럼프의 정신 상태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테드 루 하원의원(민주)은 최근 미국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사실과의 단절’은 심각하다”며 백악관에 정신과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들이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불법 투표 주장을 비판하면서 트럼프를 “여러 측면에서 망상을 보이는 대통령,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시민 청원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악성 나르시시즘’을 앓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심리학자 존 가트너는 ‘트럼프는 정신적으로 아프기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운동을 벌여 3주 만에 약 2만3000명의 서명을 얻었다. 시카고트리뷴 칼럼니스트 클래런스 페이지는 “트럼프의 장사꾼 기질이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부풀린 수치 등을) 강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거짓말이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1987년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자신이 ‘진실한 과장(truthful hyperbole)’을 즐긴다며 거짓말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은 무언가가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멋있다고 믿기를 바란다”며 “(진실된 과장은) 결백한 과장이고 뭔가를 홍보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적었다.한기재 record@donga.com·윤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처음 통화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키로 한 것은 최근 긴장 일변도였던 미중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하나를 제거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통화를 계기로) 미중 고위 관계자들이 다양한 이슈와 양국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면서 강경 압박 위주였던 대(對)중국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1일 주미 중국대사관의 춘제(春節·설) 행사에 깜짝 등장해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이방카를 안내한 것이 전조였다. NYT는 이후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전격적으로 바꾸기까지 백악관과 국무부가 숨 가쁘게 움직였으며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그 주인공이었다고 소개했다. 플린 보좌관은 3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통화에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고 약속했다. 이어 틸러슨 장관이 7일 백악관 인사와 만나 중국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뜻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플린과 캐슬린 맥팔랜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다음 날 추이 대사를 직접 만나 중국인에게 보내는 트럼프의 신년 인사 편지를 전하는 것으로 급진전됐다. NYT는 대만과 통상 문제 등으로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백악관과 국무부가 ‘창조적 방법’을 찾은 것은 중국과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안보, 통상 등 당면한 핵심 현안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길게 통화했으며, 향후 미중 관계자들이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양국 관계의 대화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론 미국의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트럼프의 핵심 어젠다인 일자리 창출도 중국의 협조 없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기 전날 미중 정상이 통화한 점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를 환대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후유증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회담 공식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중국 측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배려로 풀이된다. 중국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양국 정상은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환율 조작, 무역 역조 등 양국의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 관계 개선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