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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시행되면 화학물질 저장탱크 등의 주변에 1.5m 공간을 둬야 합니다. 그 안에 다른 시설이나 공장 벽이 있으면 허물라고 하는데 말이 됩니까.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하겠다는 일정은 바꾸지 않고 다른 내용만 일부 완화했습니다.” 한 화학 중소기업 대표는 13일 정부가 대표적인 환경 규제인 화관법과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자 이렇게 반발했다. 화관법이 시행되면 화학물질을 다루는 모든 기업은 법에 맞게 공장 시설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이격거리 문제 보완책을 석달 전 내놨지만 영세업체는 알지도 못하고, 역시 부담이 된다. 화관법 규정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생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맞추나”라며 “당장 내년에 단속이 들어오면 꼼짝없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경영계는 기업 문을 닫게 할 수 있는 규제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경영 활동을 옥죄는 규제만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말하는 경제 살리기는 공정경제만 살리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쪽짜리 규제 개선”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및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경영에 애로가 많다며 호소했던 화평법 화관법 관련 절차를 간소화한 게 핵심이다. 실제로 나아진 부분도 있다. 화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복으로 이뤄지는 화학물질 관련 심사 중 일부를 생략하거나 통합해 현재 90일 걸리는 심사 기간을 60일로 줄인다. 한 사업장에서 각각 제출하는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 하나로 합치는 방안이 포함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였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규제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내년부터 중소기업 사장들이 줄줄이 범죄자가 될 판이라 현재 안은 반쪽짜리 개선밖에 안 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유연근무제 보완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환경안전 규제 개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개정 전면 재검토 △최저임금법 개정 등 9개 분야 13개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상위법보다 더 센 시행령·지침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실제로는 규제가 늘고 있다. 여야 의견이 달라 국회 통과가 어려운 내용은 시행령 같은 하위법으로 규제의 강도를 더 높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이미 시행에 들어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소속 회사 △총수 및 친족을 의미하는 특수관계인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이지만 하위법인 심사지침으로 아무 관계없는 제3자와의 거래도 조사 대상이 되게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제3자 기업을 통한 부당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사례가 있다 해도 지침이나 시행령을 통해 사회적 논의도 없이 규제를 양산하면 안 된다”며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명분으로 사실상 기업의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이 추진 중인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도 부당한 경영 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사 해임 등 주주권 행사뿐 아니라 정관 변경을 요구해 집중투표제를 강행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겼기 때문이다. 소액주주가 특정 이사에게 표를 몰아줘 해당 이사를 선임하게끔 하는 집중투표제는 현행 상법과 충돌한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집중투표가 가능하도록 국민연금이 기업의 정관을 고치면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이 이미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추천을 받은 이동구 법무법인 참 변호사는 “기업 경영을 방해한다는 건 엄살”이라고 했다. 재계는 “결국 정부가 찍은 총수나 등기임원을 몰아내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한다. 주주권 행사가 정부의 입김에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20명 위원 중 정부 측 인사가 6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으로, 국민연금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건 정책 입안자들이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기업가의 활동을 범죄적이라 보기 때문”이라며 “기업에 대한 신뢰 없이 경제 살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 / 세종=주애진 / 이건혁 기자}

직장인들의 대통령(직통령), 2030세대의 뽀로로…. 최근 ‘펭수’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이 ‘펭수 관련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펭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판매와 광고 등이 본격화되면 관련 기업들의 매출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펭수는 EBS가 4월부터 EBS1 채널과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에서 선보인 펭귄 캐릭터다. 당초 초등학생 대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펭수가 내놓은 돌직구 발언들이 직장인과 사회 초년생의 공감을 얻으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뽀로로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수혜주 찾기가 벌어졌던 과정이 펭수와 관련해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펭수가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지고 인기를 끌면서 펭수의 가치가 올라가고 각종 산업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구독자를 분석하는 인플루언서 등에 따르면 펭수가 등장하는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는 9월 말 10만 명을 넘어선 뒤 이달 12일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의 이 같은 반응은 캐릭터가 가진 산업적 가치 때문이다. 유아용 캐릭터 뽀로로는 2003년 선보인 뒤 100여 개 국가에 수출돼 연간 150억 원 수준의 판권 수익을 올린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유아교육 콘텐츠 핑크퐁의 동요 ‘아기상어’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자 캐릭터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캐리언니’라는 유아용 콘텐츠를 보유한 캐리소프트도 캐릭터의 인기를 앞세워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여기에 캐릭터의 소비층이 아동에서 성인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자사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가 모빌리티, 금융 등 다른 사업에 활용되면서 매출을 3조 원 이상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네이버가 만든 라인프렌즈 역시 다양한 상품과 이모티콘 등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의 매출액은 2005년 2조700억 원에서 2017년 11조9223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기업들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어 ‘펭수’와 같은 인기 캐릭터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펭수 이모티콘이 카카오톡을 통해 판매된다는 소식에 카카오를 펭수 관련주로 분류하는가 하면 펭수를 광고모델로 쓰겠다는 의사를 밝힌 롯데제과, 동원F&B, 빙그레 등도 수혜 종목으로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런 캐릭터 관련 수혜주를 무조건 신봉하며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경고도 있다. 펭수의 경우도 아직은 관련주로 분류할 만한 종목이 딱히 없다는 분석이 많다. 캐릭터 저작권을 가진 EBS도 애초 상업화를 고려해 기획했던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지도 불분명하다면 그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국민연금공단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거나 공단이 수용할 수 없는 안건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상장기업 이사를 해임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달 초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우려해 주주제안에 이사 해임 관련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13일 열리는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논의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한 뒤 구체적 행동 지침을 마련해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의 배당정책 △보수한도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 훼손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기업은 중점관리사안으로 보고 스튜어드십 코드 대상에 포함된다. 이때 비공개 대화와 비공개 중점관리, 공개 중점관리 절차를 거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을 진행한다. 특히 횡령,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사의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았어도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안건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해임 건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이사 해임을 제안할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 이에 앞서 5일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민연금공단이 발주한 ‘국민연금기금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 연구 용역’에서 주주제안 단계에서는 이사 해임을 생략하도록 제안했다. 연구원은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과 임원보수한도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만으로 이사해임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의 경중이 맞지 않고,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에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주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분 축소나 청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청문회를 앞두고 이사해임 조항을 그대로 두기로 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7월에 있었던 회의안을 기본으로 해 용역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고, 아직 청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말 예정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최종 결정한다.김자현 zion37@donga.com·이건혁 기자}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이번 달 수출도 지난해 대비 감소세로 출발했다. 이 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게 되면 수출 역성장이 12개월 연속 이어지게 된다. 관세청은 11일 이번 달 1∼10일 수출액이 118억8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액이 같은 기간 33.2% 줄어들면서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매달 두 자릿수 감소 폭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양대 수출국인 미국(―18.4%)과 중국(―17.1%)은 물론이고 베트남(―20.2%), 유럽연합(EU·―27.8%), 일본(―15.1%)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 금액이 동반 감소했다. 관세청은 이번 달 1∼10일 중 실제 조업일수는 7일이며 이는 지난해 11월에 비해 하루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수출 감소 폭은 9.2%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수출액은 464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7% 줄어들어 전반적인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한국의 월간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10월까지 11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이달 1∼10일 수입액은 123억3700만 달러로 집계돼 이 기간의 무역수지는 4억5500만 달러 적자였다. 미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작년보다 6.1% 늘어난 반면 중국(―17.5%), 일본(―28.1%), EU(―30.9%)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금액은 감소했다. 최근 수출 부진에는 원화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한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9월 말 달러당 1196.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이달 4일에는 달러당 1150원 선에 진입했다.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를 기록한 건 미중 무역전쟁 수위가 높아지고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본격화한 올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원화 강세 배경으로는 미중 간 무역 협상이 합의될 것이란 기대가 퍼지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달러 약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도 달러화 약세의 요인이 됐다. 문제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안팎으로 오르면서 수요 부족을 상쇄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환율이 계속 하락 흐름을 이어간다면 가격에 민감한 자동차 및 부품,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의 경우 환율 효과가 약해지면서 대규모 물량 회복 외에는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11일 원-달러 환율은 홍콩 시위 격화에 따른 아시아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이 반영돼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3원 오른 1166.8원에 거래를 마쳤다.이건혁 gun@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지 않게 팔린 게 문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정책토론회에서 파생결합펀드(DLF) 등 잇단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면서도 공모펀드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의 형식으로 팔려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의혹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가족 펀드’처럼 운영돼 주식 직접투자와 다를 바 없었음에도 사모펀드의 외피를 쓰고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사모펀드에는 공직자들의 편법 자산 증식 수단,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다시 찍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5대 특별위원회 중 하나로 ‘자본시장활성화특위’를 만들고 사모펀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역대 정권마다 ‘찬밥 취급’ 받던 자본시장이 드디어 인정을 받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사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조 전 장관 가족의 투자 의혹, 파생결합펀드(DLF) 대량 손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 등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에서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하자 시장 ‘쑥쑥’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특정 목적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돈을 넣는 공모펀드와 대비된다. 사모펀드는 현재 기업 경영권에 투자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로 나뉜다. 정부는 이 같은 구분을 없애고 PEF는 기관 전용으로 운용토록 한다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아직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펀드 시장의 성장은 사모펀드가 이끄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4년 173조 원에서 올해 10월 말 398조5000억 원으로 약 13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공모펀드는 204조3000억 원에서 249조7000억 원으로 약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모펀드의 급성장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며 은행 이자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주는 상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예·적금 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증시 침체로 ‘국민 재테크 상품’인 공모펀드의 수익률도 기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키워 보려는 정부의 의지도 컸다. 2015년 정부는 사모펀드 규제 체계를 이전보다 단순하게 바꾸고 개인투자자 기준 최소 가입 금액을 기존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이에 기존의 투자자문사들은 헤지펀드 운용사로 변신해 시장에 진입했고 다양한 투자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중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추진한 건 부동산에 쏠린 시중 자금을 금융권으로 유도하겠다는 목적이 컸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국민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7.8%로 나타났다. 일본(42.6%)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정부는 부동산에 편중된 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줄이 마른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자산시장의 ‘머니 무브’를 일으켜 ‘돈맥경화’에 빠진 금융시장에 활력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했다.○ 코링크PE, DLF 손실 사태…연이은 사모펀드 사고 하지만 사모펀드가 일반투자자들에게 친숙해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최소 투자 금액이 줄었다고 해도 1억 원은 여전히 큰 금액이다.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 위험도 컸다.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도 소수의 자산가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선정됐다. 일반인은 정부가 규제를 풀든 말든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투자 의혹으로 인해 사모펀드는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구속)와 자녀 및 친척들은 이름조차 생소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100억1100만 원 투자를 약정했다. 이 중 14억1000만 원이 가로등 점멸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투자됐고, 그마저도 무자본 인수합병(M&A)과 내부자와의 결탁 등 불법 혐의가 불거지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정부 고위 공직자가 사모펀드라는 껍데기를 쓰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비상장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사모펀드는 예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직자들은 어떤 사모펀드에 투자할지, 펀드의 실제 투자처는 어디인지 등을 규제받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 사모펀드 전문 프라이빗뱅커(PB)는 “보통 자산가, 건물주, 유명 연예인 같은 이들이 돈을 싸들고 와 ‘사모펀드를 소개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익명성이 보장되는 투자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권에서 사모펀드 투자는 ‘권장 사항’이라고 했던 것도 논란이 됐다. ‘조국 사태’가 사모펀드에 대한 경보음을 울렸다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동형 DLF의 대규모 손실은 사모펀드를 향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독일 국채 10년물이나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 상품은 시중은행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일부 투자자가 100% 손실을 보는 등 피해 규모는 4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 업계 1위를 달리던 라임자산운용도 유동성 문제 등을 이유로 약 1조5000억 원에 대해 환매 중단을 발표했다. KB증권이 판매한 JB자산운용의 호주부동산펀드 계약 미이행 문제, 신한금융투자 등이 판매한 독일 부동산 펀드의 환매 연기 등 사모 형태로 판매된 금융상품들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규제 강화로 유턴하려는 정부 사모펀드에서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감독당국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개인 출자자 비중이 높은 PEF를 상대로 점검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했던 코링크PE 같은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된 뒤 등록된 일부 PEF 운용사 중에는 투자 인력의 질이 낮거나 설립 후 투자 이행이 제대로 안 되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가족 펀드의 사례처럼 겉으로는 PEF이지만 속으로는 공직자들의 직접투자 회피, 무자본 M&A, 탈세 등 문제 소지가 있는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의도다. 헤지펀드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지만 단순히 운용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만 크게 성장했다”며 “규제를 보다 세밀하게 설계해야 모험자본 육성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사모펀드의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변화 조짐을 나타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게 설정되고 판매되게 하고,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한층 두껍게 하는 방안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이번 주 중 발표할 사모펀드 관련 대책이 규제 완화보다는 강화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비록 여러 가지 사고가 있었지만 사모펀드의 규제 완화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모펀드 시장의 활성화로 부동산에만 쏠려 있던 시중 자금이 자본시장으로도 분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을 버거워하던 중소 혁신기업들도 투자를 통해 필요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모펀드 규제가 과거에 비해 완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강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촘촘한 자산운용 규제와 운용사 등록 및 인가 절차 등을 봤을 때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규제 격차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사건들을 보면 사모펀드 시장 자체의 기능보다 판매 채널, 운용사의 역량 등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봐야 한다. 시장의 활력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적절한 감독 체계와 투자자 보호 조치를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면 규제를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을 느낀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 육성 정책이 정권이 바뀌었어도 유지됐던 건 그만큼 장점도 많고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항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호산업이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3곳 중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가장 높은 2조4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 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에 비해 5000억 원가량 높은 가격에 베팅한 것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은 유력한 전략적 투자자(SI)를 합류시키지 못하면서 사실상 인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등은 다음 주에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가격 면에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하게 되면 2분기 기준 10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HDC 측이 선정되더라도 인수 가격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우발 채무 등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격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본입찰 때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대신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언급하면서 인수금액을 낮추려고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기업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줄여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인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7.31% 하락한 3만1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대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써낸 애경산업의 주가는 1.83% 하락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9.6% 상승한 5820원에 마감됐다. 금호산업 주가도 3.02% 올랐다.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민구 warum@donga.com·이건혁·정순구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항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호산업이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3곳 중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가장 높은 2조5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 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에 비해 5000억 원 가량 높은 가격에 베팅한 것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은 유력한 전략적투자자(SI)를 합류시키지 못하면서 사실상 인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등은 다음 주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가격 면에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하게 되면 2분기 기준 10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HDC 측이 선정되더라도 인수 가격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우발 채무 등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격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본입찰 때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대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언급하면서 인수금액을 낮추려고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기업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줄여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인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일 종가대비 7.31% 하락한 3만1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대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써낸 애경산업의 주가는 1.83% 하락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9.6% 상승한 5820원에 마감됐다. 금호산업 주가도 3.02% 올랐다.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애경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로 사실상 좁혀졌다. 양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조5000억 원 안팎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은 7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예상대로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KCGI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SK나 GS 등 대기업은 결국 불참했다. 애경그룹은 본입찰에 참가하며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국내 3위 항공사인 제주항공을 운영 중인 점을 내세운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룹이 보유한 면세점과 호텔 사업이 항공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KCGI는 전략적 투자자(SI)로 대기업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인수전은 사실상 애경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경쟁이 됐다. 시장에서는 구주 인수대금 약 40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약 8000억 원),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6개 자회사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쳐 매각가가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해왔다. 하지만 M&A 업계 등에 따르면 양 컨소시엄은 이날 모두 2조5000억 원 안팎의 통 큰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 항공사라는 아시아나항공의 가치, 인수 후보들의 확고한 의지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금호산업은 1주일여의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해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최대한 빨리 심사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배석준 eulius@donga.com·장윤정·이건혁 기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을 고객 계좌로 바로 받게 되는 서비스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한국은행은 잔돈 계좌적립서비스 시범사업을 위해 참여를 희망하는 유통사업자를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잔돈 계좌적립서비스가 시행되면 소비자가 유통업체에서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계산한 뒤 거스름돈을 모바일 현금카드 등과 연결된 본인 계좌에 입금할 수 있게 된다. 거스름돈으로 동전이나 지폐 실물을 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모바일 현금카드는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번 서비스는 한은이 2017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의 2단계 서비스다. 한은에 따르면 동전 발행 비용으로 2017년 521억 원, 2018년 241억 원이 소요됐다. 동전이 니켈 등 금속으로 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동전의 가치보다 제작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형편이다. 현재 ‘동전 없는 사회’ 1단계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산 뒤 잔돈을 교통카드 및 카드·유통사 포인트 등으로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2만6226건, 이용 금액은 496만2000원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징후가 짙어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경기가 올해 4분기(10∼12월) 바닥을 찍고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 탓에 주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주계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경제 및 증시 전망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한국 대표이사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년간 지속해서 낮아졌다. 한국의 디플레이션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내년 중에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대로 회복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저물가 흐름이 뚜렷하다고 우려한 것이다. 다만 황 대표는 경제 주기에 비춰봤을 때 국내 주식시장이 곧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을 포함한 위험 요인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내년부터는 반등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탓에 상승률이 기대를 밑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공장 가동률, 기업 투자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기술 혁신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문제”라며 “구조적으로는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빅터 슈베츠 맥쿼리증권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리플레이션(점진적 물가 상승)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투자에 따른 수익 저하, 소극적인 주주 배당 등으로 20년 넘게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가 7년 만에 최소치로 집계됐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출 감소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월별 경상수지 흑자는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414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유럽발 재정 위기를 겪던 2012년(261억3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수출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약 200억 달러 흑자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인 590억 달러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9월 경상수지 흑자는 74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93억5000만 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다만 지난해 9월(110억1000만 달러)에 비하면 약 32% 줄어들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해 9월보다 3000만 달러 늘어난 25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여행수지 적자는 같은 기간 11억5000만 달러에서 7억8000만 달러로 줄었다. 출국자 수가 일본의 수출 규제의 여파로 같은 기간 7.9% 줄어든 반면 외국인 입국자는 14.2%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줬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현 상태로 유지했다. S&P는 6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AA등급은 S&P가 분류하는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S&P는 2016년 한국에 AA등급을 부여한 뒤 3년 3개월째 유지해오고 있다. 또한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당분간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영국, 프랑스 등이 AA등급을 받고 있으며 일본, 중국에는 두 등급 낮은 A+가 부여돼 있다. S&P는 “북한과의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2년 동안은 고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 글로벌 교역 둔화는 성장의 걸림돌로 꼽았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 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종 경제지표의 호조와 미중 간 무역 협상이 진전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우려는 여전하지만 미국 경제의 견실한 성장에 대한 기대에 주요 지수는 올해 상승률이 20%를 넘는 초강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4.75포인트(0.42%) 오른 27,462.11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올해 7월 16일 기록했던 최고치를 약 4개월 만에 새로 썼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7%, 나스닥지수는 0.56% 오르며 역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미국 경제는 최근 세계 경제의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민간 부문의 기초 체력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미국의 민간 소비는 전체 경제 성장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1일 발표된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고, 9월 하락세를 보였던 제조업 관련 지표도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증시의 강세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시장 전체 동향을 반영하는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4일까지 22.79% 상승했다. 현 추세를 유지한다면 2013년(29.6%) 이후 6년 만에 연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가지수 제공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미국 지수는 22% 오른 반면 유럽 지수(15%), 중국 지수(10%), 신흥국 지수(9%)의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주가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투자 자금이 미국 증시로 과도하게 몰린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좋다. 아직까지 미국 증시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낮춘 것도 주가 상승이 이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한국 증시에 온기를 불어넣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코스피는 최근 투자자들이 몰리며 2,100 선을 회복했지만 올해 상승률은 4.98%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16.17%), 중국(19.31%) 등 주요국보다 낮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중 무역 협상이 진전되고 글로벌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면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이 아직 부진한 상황이라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 인하, 재정 확대 등 정책 기대감 등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지난해 국내 기업의 약 35%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경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과 경기 악화로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5일 금융사가 아닌 국내 기업과 실적 공개 의무가 없는 비외부감사기업 등 총 69만2726개 기업의 경영 실적을 분석한 ‘2018년 기업 경영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금융 부채가 있는 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35.2%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이자비용으로 나가는 지출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의 비율은 2017년(2016년 31.8%에서 32.3%로 증가)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4.0%로 2017년(9.2%) 대비 5.2%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수출 부진으로 반도체와 휴대전화 관련 제조업체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올해 들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국내 채권 금리가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반면 주식형 펀드는 주가 상승에 힘입어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채권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통상 경기회복의 신호로도 읽힌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3%포인트 오른 연 1.550%로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095%포인트 오른 연 1.827%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초 1.8% 수준이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월 19일 사상 최저 수준인 1.093%까지도 떨어졌다.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미중 간 무역전쟁을 둘러싼 협상도 지지부진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된 점도 영향을 줬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 금리가 내려간다. 하지만 9월 이후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국채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국채 발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팔고 있어서다.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것이 채권 수요를 줄인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방적으로 채권 가격 강세가 나타났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반등 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04포인트(1.43%) 오른 2,130.24로 거래를 마치며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저조한 채권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 동안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조235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에서는 1492억 원이 빠져나가는 데 그쳤고, 해외 채권형의 경우 2792억 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이탈 규모가 눈에 띈다.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 펀드는 1.77%인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는 ―0.25%로 나타났다. 다만 채권 금리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국내외 경기가 단시간 내에 반등하기는 어렵고,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세계 주요국에 비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들어서 오히려 오르고 있는데, 주요국 가운데선 유독 한국만 성장 잠재력의 하락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른 속도로 약해지면서 정부 주도의 단기 부양 대책에 기댈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민간 부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2.72%이며 2020년은 2.62%로 추정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보유한 자본, 노동력, 자원 등의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 상승 없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한국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3%대 잠재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지난해부터 2%대로 주저앉은 뒤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락폭도 다른 국가에 비해 크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7년 3.12%였지만 2년 만에 0.40%포인트 떨어졌다. OECD 통계에 수록된 36개 회원국 중 아일랜드(―1.57%포인트), 터키(―0.70%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같은 기간 미국(0.14%포인트), 일본(0.03%포인트) 등 18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랐다. OECD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추산한 올해와 내년 연평균 잠재성장률 2.5∼2.6%보다는 높다. 하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건 국내외 기관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한은은 올해 7월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기업의 투자 감소를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성장동력 부족을 이유로 2026년부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아무리 재정을 쏟아 붓고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부양책을 통해서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있지만, 낡은 성장 엔진 자체를 새롭게 교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스 베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이 발표한 ‘중앙은행이 잠재성장률 하락을 잘못 진단한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정책은 장기적 측면에서 그 효과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은 안팎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낮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실효하한(실질적 금리 하한선)’에 근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커 연구원은 “생산성 감소 및 저출산·고령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미국이 주요 선진국 중 성장흐름이 가장 양호한 건 기업이익 증가에 따른 고용 호조와 민간소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동시에 당분간 추가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연준은 10월 29, 3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1.50∼1.75%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서만 7, 9월에 이어 세 번째 인하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예정된 수순이다. 시장에서는 앞서 발표된 미국 소비와 생산 관련 지표들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서 연준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선제 대응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6월 이후 포함돼 있던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관련해 입수된 정보가 전망과 대체로 일치하는 한 현재 정책 기조는 적절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 동결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상당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겠지만 올릴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일단 금리 인상에 선을 그은 점에 주목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0.33% 오른 3,046.77로 마감해 2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앞서 기준금리를 1.25%로 낮춘 한국은행도 당분간 관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31일 “연준의 결정은 세계 경제 성장세 지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시장의 자본 유출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은 입장에서 한미 간 금리 차가 좁혀진 만큼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결정하더라도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뜻이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0.1%로 유지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1%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0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률을 올해는 1.8%, 내년은 1.9%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민간부문의 부진이 길어지며 정부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당분간 2%대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가능 인구 급감, 투자 부진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 등과 같은 요인이 더해지면 성장률 2%대 시대가 조기에 종료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1.8%)을 비롯해 해외 투자은행인 BoA메릴린치(1.6%), 모건스탠리(1.7%) 등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한은은 2%대 중반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괴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가입 예정국 등 40개 나라 중 가장 낮았다.이건혁 gun@donga.com·남건우 기자}
운전사와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일단 사퇴하지 않기로 했다. 권 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협회 이사회가 개인적 사유만으로 거취를 결정하기에는 임무와 권한의 무게가 무겁고, 진행 중인 사안은 마무리하는 게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줬다”며 “임기까지 직무를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최근 운전사에게 면박을 주고, 직원들에게 기자를 위협하라고 말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권 회장은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더 낮은 자세로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면)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1년 2월 3일까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1%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0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률을 올해는 1.8%, 내년은 1.9%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민간부문의 부진이 길어지며 정부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당분간 2%대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가능 인구 급감, 투자부진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 등과 같은 요인이 더해지면 성장률 2%대 시대가 조기에 종료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1.8%)을 비롯해 해외 투자은행인 BoA메릴린치(1.6%), 모건스탠리(1.7%) 등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한은은 2%대 중반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괴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가입 예정국 등 40개 나라 중 가장 낮았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남건우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