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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3월. 베이징(北京) 주중한국문화원의 한글교실 중국인 수강생 30여 명은 전과 다름없이 제시간에 출석해 한글 공부를 했다. 전문 사무직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 가운데 결석한 사람은 단 2명. 사드 때문인지 걱정이 된 한재혁 원장이 이유를 알아봤다. 1명은 집안에 일이 생겼다고 했다. 1명은 여행을 갔다고 했다. 목적지는 한국이었다. 중국인 변호사 자오(趙)모 씨는 이달 5일 베이징한국인회 다누리센터가 한국인의 중국인 배우자들을 상대로 여는 한글학교를 위해 자신의 사무실을 기꺼이 내줬다. 지난달 29일 한국이 사드의 추가 배치를 발표했지만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지 20여 년 만에 처음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자오 변호사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해한다. 사드 철수는 어려울 것이니 필요 없을 때 레이더를 닫으면 어떨까”라고 제언했다. 완전 철회만 압박하는 중국 정부와는 생각이 달랐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날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지만 13억 중국인은 중국어로 ‘우화바먼(五花八門·천태만상)’이다. 사드 문제도 반대부터 이해까지 각양각색의 견해를 가진 중국인이 한데 섞여 살아간다. 교육사업과 관련해 최근 한국인들과 접촉이 많은 베이징의 전직 영어교사 창(常·여)모 씨는 사드를 “목에 걸린 생선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인에게 경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한국 경제는 중국인에게도 기회”라고 말했다. 선양에서 일하는 직장인 왕(王·여)모 씨는 처음엔 화가 났다. 지금은 “내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 처지라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 국가지도자의 결정을 한국의 보통 사람들과 연관짓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중국은 미국 눈치를 보지 않는다”며 중국의 굴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베이징의 운전사 웨이(魏)모 씨도 “국가가 말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며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교양이 없고(沒文化)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창작 뮤지컬 ‘빨래’를 수입해 중국 무대에 올린 중국인 프로듀서 왕하이샤오(王海笑) 씨는 사드 갈등과 관계없이 한중 문화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다. 6월 첫 공연 때에 이어 12일 다시 통화한 그는 “7월까지 13회 공연하는 동안 매회 560석의 공연장이 거의 만석을 기록했다”며 베이징 공연계의 유명 관계자들이 대거 공연을 관람했다고 귀띔했다. 사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불가능하다. 시간을 두고 ‘관리’하면서 냉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필요하게 만들고 찾게 만들면 사드 갈등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지나갈 것이다. 자오 변호사도 “많은 중국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고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다. 이처럼 기초가 탄탄한 한중의 민의(民意)가 아래에서 위로 양국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관 A 씨는 중국의 사드 제재에 우리도 똑같이 문을 닫기보다 한중 수교 25주년(8월 24일)을 맞아 역발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내년 초 평창 겨울올림픽 때 중국인 비자 면제를 전면 실시하면 어떨까. 2022년 겨울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니 중국인들이 많이 와야 베이징 올림픽 홍보에도 좋다. 이때 우리가 중국에 마음을 활짝 열어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서 다양한 기회를 찾도록 하면 중국 정부 역시 마냥 보복만 계속하기 곤란해질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8일 오후 9시 19분경 중국 쓰촨(四川)성 유명 관광지 주자이거우(九寨溝)에서 강진이 발생해 최소 19명이 숨지는 등 약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매몰자도 적지 않아 인명 피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 발생 당일 약 4만 명의 관광객이 주자이거우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국인 관광객 2명도 경상을 입었다. 중국지진네트워크센터는 이번 지진이 규모 7.0의 강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진 여파로 산시(陝西)성의 시안(西安)시,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의 건물들까지 흔들렸다. 지진 직후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의 일부 설비가 잠시 중단될 정도였다. 9일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회로의 사진을 찍는 포토공정 일부가 가동을 멈췄지만 바로 복구됐고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진 발생 직후 가장 높은 1급 지진응급태세를 발령했다가 9일 0시 44분경 2급 응급태세로 낮췄다. 앞서 AFP통신은 8일 밤 중국 국가재난감소위원회가 2010년 인구조사 자료를 기초로 100여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초기 조사 분석을 바탕으로 13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9일 지금까지 최소 19명이 숨지고 26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최소 3명은 생명이 위독하다고 밝혔다. 이날 주자이거우를 방문한 관광객은 3만8799명으로 집계됐다. 9일까지 대피시킨 관광객은 3만1500명이어서 나머지 관광객의 안전이 우려된다. 9일 오전 10시 17분에는 규모 4.8의 여진이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중국 당국은 규모 6.0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두(成都)한국총영사관 측은 한국인 단체 및 개별 관광객이 109명으로 집계됐으며 다리와 손목에 경상을 입은 2명의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큰 부상 없이 인근 청두시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호텔 주차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공포감을 호소했다. 10일까지 이들 중 절반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자이거우 간하이쯔(干海子) 지구에서는 관광객 100여 명이 산사태로 고립됐으며 이 중 일부가 낙석에 중경상을 입었다. 도로 곳곳이 갈라져 교통이 통제됐다. 한 도로에서 50인승 버스가 낙석에 두 동강이 나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도로 곳곳에서는 낙석에 깔려 완전히 찌그러진 차량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2800여 명이 머물던 주자이거우 지역의 톈탕(天堂)호텔은 로비와 식당이 무너져 내렸다. 9일 새벽 사망자 1명, 중상자 4명이 확인됐고 투숙객들이 호텔 바깥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포에 떨었다. 주자이거우 첸구칭(千古情) 지역에서는 2008년 쓰촨성 원촨(汶川) 대지진을 주제로 한 공연 도중 지진이 발생해 건물 일부가 붕괴되면서 공연 관계자 1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관람객이 대피했다. 지진 발생 당시 관객들은 대지진을 재현한 특수효과로 착각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지만 9일 주자이거우에서 피난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도로가 정체돼 구호차량 진입이 지연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버스 운전사들이 구호차량 전용도로로 끼어들어 구호차량이 1시간에 5km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9일 오전 7시 27분 주자이거우에서 서북쪽으로 2200km 떨어진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북부 보얼타라(博爾塔拉) 징허(精河)현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32명이 중경상을 입고 가옥 1000여 채가 파괴됐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이은택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를 채택했지만 결의 성공의 열쇠를 쥔 중국의 이행 정도를 놓고 벌써부터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미온적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김정은 체제를 뒤흔들 정도로는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별로 중국 이행 상황 파악”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보다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체계를 촘촘히 가동하겠다. 이번 제재의 핵심인 석탄 금수조치에 대해 중국의 시기별 이행 상황까지도 유엔을 통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처럼 ‘포괄적 위임’ 방식으로 대북제재를 맡기는 게 아니라 미국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각국은 수년간의 실패 끝에 마침내 북한이 일으키는 위험을 다루기 위해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는 강경하고 단호해져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나오자 “전면적으로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중국은 대북제재 결의의 법망을 피해 북한과 꾸준히 교역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KOTRA 기준)는 2010년 83.0%에서 지난해 92.5%까지 증가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최근 북한 관련 중국 정보 수집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단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데 대가를 치르는 주요국은 중국”이라면서 “핵 비확산체제 수호를 위해 엄격하게 (결의를) 집행하겠다”고 했다.○ 북-중 암거래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워 하지만 ‘북한의 안정적 관리와 유지’를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 놓고 있는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결의 이행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 “중국의 비협조로 북핵 저지를 위한 유엔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을 중국이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방 경제가 아닌 데다 각종 밀무역으로 북-중 간 무역 통계 자료를 정확히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데 걸림돌이다. 중국은 지난해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지방정부에 결의 이행을 지시하는 통지문을 발송한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이행 수준을 검증할 만한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는 “이미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북-중 거래가 손댈 수 없을 만큼 커져 중국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피해 최근 수개월 동안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석탄을 수출해 최소 2억7000만 달러(약 3042억 원)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7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북한이 중국 말고도 제2, 제3의 불법 거래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5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단 파견을 제안했다. 중국 측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석 달이 다 돼가도록 양국 간에 관련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8일 “사드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양국 간에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중국은 대신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통해 사드 완전 철회만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5월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게 돌아가자 실무협상단 파견과 관련한 추가 제의를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던진 ‘실무협상단을 통한 외교적 해결’ 카드는 두 달여 만에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다. 중국은 북핵이 이슈화될 때마다 미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입버릇처럼 강조하지만 사드 문제만 나오면 입장이 표변한다.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사드 보복의 손길은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에까지 미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원래 한중 수교 25주년인 24일 양국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열기를 원했다. 중국은 일찌감치 어렵다고 통보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독자 개최하게 된 행사에 누가 참석할지도 중국은 아직 알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주중 한국대사관의 국경일 행사 때도 행사 당일에야 아주국 참사관(한국의 과장급)의 참석 사실을 알렸다. 이번에도 당일 통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 측이 한국 행사 하루 전인 23일 별개의 수교 25주년 행사를 치르겠다고 밝힌 의도에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4기 추가 배치 발표(1일) 사흘 뒤 이런 사실을 한국 측에 알려왔다. 급하게 결정했는지 장소와 규모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주중 한국대사의 참석을 요청했다. 23일 행사의 한국 참석자 급을 보고 24일 한국대사관 행사의 중국 측 참석자를 결정하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정말 대국답지 못한 외교”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사드 배치 주체인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자리에선 “중미 간 최근 안보대화 경제대화가 잘됐으니 인문대화 사법제도대화까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웃인 한국과는 수교 25주년 행사마저 따로 치르려 하고 있다. 중국은 대국 외교를 강조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답게 사드 문제 역시 대화로 풀려고 노력할 때 “대국답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 일본 호주 3개국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 무대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공동으로 압박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동남아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즉각 “아세안 외 국가는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강력 반발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7일 마닐라 ARF를 계기로 3자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제법이 허락하는 (남중국해) 어떤 지역에서든 계속해서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반대에도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분쟁 지역 12해리(약 22.2km) 이내 해역에 미국의 군함과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작전을 의미한다. 3개국 장관은 또 중국에 “남중국해에서 매립을 통한 군사기지 건설 등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으로 남중국해의 현재 상태를 물리적이고 영구적으로 변경해 긴장을 높이는 데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인공 섬을 건설해 비행장 항구 등으로 사용하면서 남중국해 일대를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세 장관은 이어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협상 중인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에 구속력 있는 법적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남중국해 상황이 대체로 안정되고 외부의 큰 방해가 없다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COC 협의의 공식 개시 선언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측은 COC에 강제성이 있어야 준칙 제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은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면 현재 진행 중인 인공기지 건설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왕 부장은 7일 미국 일본 호주 3개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대해 “이들 국가의 우려와 달리 남중국해 정세는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남중국해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 국가들의 의도가 공동성명을 통해 드러났다”고 반격했다. 그는 아세안 회원국(10개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인공 섬 조성과 군사화 우려 표명이 언급된 데 대해서도 “한두 국가의 의견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왕 부장은 마닐라에서 고노 외상을 만나서는 “남중국해 문제로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왕 부장은 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베트남과의 7일 양자회담을 막판에 취소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중부 쓰촨(四川)성에서 규모 7.0의 강진으로 100여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AFP가 9일 보도했다. 홍콩 봉황망(鳳凰網) 등에 따르면 중국지진대는 8일 오후 9시 19분경(현지 시간) 쓰촨성 아바 주의 유명관광지 주자이거우(九寨溝) 현 인근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했다. 중국 매체들은 지진 범위에 2만 1000여명이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원은 주자이거우에서 39㎞ 떨어진 지하 20㎞ 지점으로 쓰촨성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는 285㎞ 떨어져 있다. 중국 매체들은 9일 오전 1시 10분 현재 관광객 5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들이 전한 동영상에는 길거리에 지진으로 발생한 산사태로 도로에 흩어져 내린 암석들, 주자이거우 지역 아파트 내부에서 전등 등이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지 호텔에 머무는 중국 매체 기자들은 심한 진동으로 건물이 흔들리면서 투숙객들이 대피했다는 긴박한 소식을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공산당이 올가을 열리는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시작될 시진핑(習近平) 권력 2기를 앞두고 차기 정치국 위원 25명을 선출하기 위해 지난달 예비 경선을 실시했다. 이 결과 시 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사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정치국 위원에 남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왕치산의 유임 여부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발간된 홍콩의 시사잡지 정밍(爭鳴) 8월호에 따르면 공산당은 지난달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9기 정치국 위원 예비 경선을 실시했다. 당 권력은 시 주석을 포함한 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에게 집중되며 이 7명을 포함해 총 25명이 정치국 위원을 구성한다. 지난달 14일에 총 35명의 후보 중 25명을 가리는 투표가 실시됐다는 얘기다. 당 책임자 51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시 주석이 508표, 시 주석의 또 다른 최측근 왕후닝(王호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504표, 왕치산 501표 순으로 1∼3위를 기록했다고 정밍은 전했다. 리커창(李克强) 현 총리, 시 주석의 또 다른 측근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이 25명 안에 들었으나 시 주석, 리 총리에 이어 현재 권력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파벌로 분류되는 장더장은 19차 당 대회 이후 권력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왕치산이 정치국 위원 후보명단에 오른 것은 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유임도 사실상 확정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왕치산은 올해 69세로 중국이 68세 이상 당 간부가 은퇴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도 된다. 이는 올해 64세인 시 주석이 5년 뒤인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임기를 연장해 15년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대만 중양(中央)통신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당 주석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 주석은 당, 국가, 군 모두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장기 집권의 제도적 기반이 된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왕이(王毅·사진) 중국 외교부장은 6일(현지 시간) 새벽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가 통과된 직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중 북-중 미중 중-러 연쇄 회담에서 이슈성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ARF 외교무대의 핫이슈로 떠올랐음에도 공격적 언사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압박했다. 북핵 해결 협력은 뒤로 밀렸다. 미국의 압박 끝에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마저 북핵 문제에서 ‘코리아 패싱’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중국 외교부가 6일 밤 공개한 한중 외교장관 회동 내용은 대부분이 사드에 할애됐다. 왕 부장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사드가 한중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었다(潑冷水)”고 포문을 연 뒤 회동 내내 “한중관계 발전의 장애물((난,란)路虎)과 걸림돌(絆脚石)을 제거하라”고 압박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는데 왜 사드를 배치하나? 사드가 ICBM을 막을 수 있나? 답은 매우 분명하다. 불가능하다”며 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내용에도 북핵 문제는 마지막에 한 대목이 등장한다. “(미국과) 차례로 긴장 국면을 만드는 걸 자제해야 한다”는 훈계성 발언이었다. 미국의 ‘코리아 패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마저 한국을 북핵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한국이 북핵 문제에서는 건설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사드를 들여오는, 경솔하고 어리석은 비건설적 행동의 축소판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왕 부장이 “(대북)제재로 대가를 치르는 주체는 중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미중 외교장관 회담 내용에는 미군의 한국 사드 배치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왕 부장은 미중관계가 최근 ‘적극적인 상호작용(良性互動)’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내 방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한중수교 25주년 즈음에 진행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사드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중국 측의 입장으로 무기한 연기된 일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미국은 놔두고 한국에만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의 이율배반적 태도는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이며 중국의 안보 이익을 위협한다고 주장해온 그동안의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고립무원(孤立無援).’ 북한의 올해 상황은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보다 훨씬 외롭고 고독하다. 연출 논란이 있었어도 라오스에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숙소에 머무는 등 친밀함이라도 과시했었다. 하지만 올해 필리핀 마닐라 ARF에선 중국 등 믿었던 아군마저 유엔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 도장을 찍은 채 마주해야만 했다. 잇따른 도발로 북한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6일 오전 마닐라에 도착한 리 외무상을 공항에서 맞이하는 인원은 단출했다. 필리핀은 라오스와 달리 북한대사관이 없다. 취재진의 눈을 피해 VIP 통로로 나온 리 외무상은 현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숙소인 뉴월드 마닐라베이 호텔에 도착해서야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 외무상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움직였고 그를 보좌한 방광혁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 부국장이 대변인을 자처하며 남북 외교장관회담 가능성에 대해 “만날 계획 없습네다”라고 답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 입장 발표 시기와 방향을 묻는 질문에 “기다리라”고만 했다. 북-중 외교장관회담은 이날 오후 1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리 외무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지금 중국과 소통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대한 ‘SOS’ 요청이자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왕 부장은 리 외무상에게 “한반도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해 북-중관계 역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연쇄 도발로 중국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리 외무상이 이번 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회원국들이 말하는지 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견 교류는 매우 의미 있다. 북한이 마지막엔 올바르고 지혜로운 결단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열린 환영만찬에 가벼운 미소를 띤 채 주로 정면을 응시했다. 리 외무상은 당초 중국과 캄보디아 외교장관 사이에 앉기로 돼 있었으나 정작 스위스와 우호국인 캄보디아 사이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리 외무상과 21칸 떨어진 곳에 앉았다. 험난한 남북관계만큼이나 먼 거리였다. 아세안 외교장관들까지 작심하고 대(對)북한 성명을 낸 가운데 리 외무상은 다른 외교장관과 어울리지 못해 유령 노릇을 했던 ‘라오스 비엔티안 왕따’의 악몽을 또다시 경험할 처지에 놓였다. 마닐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원 먼스(한 달), 원 빌리언(10억 달러)….” 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력한 새 대북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자 유엔 외교가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4일 북한이 1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지 33일 만에 10억 달러 규모의 북한 수출을 차단하는 제재 결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웃는 얼굴로 각국 대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넸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북한의 1차 ICBM급 미사일 도발 이튿날인 지난달 5일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 미국은 북한의 자금과 생명줄을 죄는 강력한 대북 제재 초안을 중국에 건넸지만, 반응은 오지 않았다. 교착 상태의 협상에 불씨를 다시 댕긴 건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ICBM급 미사일 발사였다. 유엔의 한 외교 소식통은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지 않았던 역대 미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보복 등의 경제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통상 보복 카드도 잠시 접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제재 결의 통과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면서도 별도의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무역전쟁과 대북 공격 가능성으로 중국을 압박한 ‘미국판 벼랑 끝 전술’에 밀려 안보리 대북 제재에 합의했지만 제재 대상이 대부분 북-중 무역의 주요 핵심 품목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제재가 철저하게 이행된다면 북한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북-중 무역 관련 중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런민왕(人民網)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기자들에게 “(제재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이지만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두 가지 다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양면성을 드러낸 발언이다.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의 영문판은 “북한에 대한 규탄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촉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이 올해 상반기 북한에서 수입한 석탄은 2억2063만 달러, 철광석과 납 1억3733만 달러, 수산물 8980만 달러에 달한다. 북한의 대중 수출 품목 2∼4위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중국 외교부에서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한반도사무특별대표 겸 6자회담 수석대표에 조선족 출신 외교관인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58)가 임명됐다. 4일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쿵 부장조리를 임명한 뒤 관련국에 통보했다.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6자회담 수석대표가 한국계인 조셉 윤인 상태에서 중국의 카운터파트에 역시 조선족 동포가 나서게 된 것이다. 2008년 이후 9년간 한 번도 열리지 못한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중국이 의장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쿵 대표는 6자회담 의장 역할을 맡게 된다. 앞으로 각종 계기에 열리는 한미중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모두 한국어를 알아듣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쿵 신임 대표는 외교 공식 석상에서 한국어를 쓰는 모습이 포착된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써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 역시 한국어가 능통해 한국 인사들과 면담할 때 우리말로 대화하기도 한다. 한국은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6자회담 대표를 맡고 있다. 동북3성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쿵 대표는 중국 외교부 고위급 가운데 유일한 조선족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반도 등 아시아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인 부장조리에 올랐다. 이후 우다웨이(武大偉·71) 전 한반도사무특별대표 겸 6자회담 수석대표와 함께 북핵 문제를 다뤄 왔다. 그 전에는 외교부 아주(亞洲)사 사장(동북아국장)이었다. 1985년부터 외교부에서 일했고 주일 대사관 1등서기관, 주베트남 대사 등을 지낸 일본통이다. 남북한에서는 근무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우 전 대표는 최근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2001년 주한 중국대사를 지냈고 외교부 부부장이던 2004년부터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왔다. 그가 6자회담 대표였던 13년 동안 한국에선 8명의 6자회담 대표가 7번 교체됐다. 우 전 대표는 북핵 문제가 공전을 거듭하고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에는 한국을 수차례 찾아 한국 정치인 기업인 학계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 입장을 압박하는 역할도 맡았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북한·이란 제재법’ 서명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했다. 중국중앙(CC)TV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뒤 “제재에 큰 결함이 있다”고 한 발언을 강조해 보도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러시아 제재 대목에 대한 것이지만, 중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가 포함된 법안을 두고 하는 것인 듯 포장해 자국 국민에게 선전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 경제 보복 조치 검토에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미중은 전략적 평정을 유지하고 공통 이익을 넓혀야 한다”며 무역전쟁은 양측 모두에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내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은 핵심 이익이 침해받을 경우 보복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을 비판하지 않고 대북 대화를 거론한 틸러슨 장관에 대해 “대북 강경 목소리의 미국인들에게는 틸러슨의 발언이 지나치게 유약해 보이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워싱턴에서 나온 가장 용감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은 중국 압박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여기면서 중국이 미국을 돕도록 만들면 바로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미국의 군사 타격 위협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의 (대북) 제재 역시 어떻게 기적을 가져 오겠나”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틸러슨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위해 미국은 중국과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했다”고 보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군사적 맞대응 움직임까지 보이며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물밑에서 일부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원유수입 전면 차단과 제재 명단에 김정은을 올리는 방안을 놓고 공전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완강히 거부하던 중국은 미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해 온 중국의 무역회사와 금융기관 등을 무더기로 제재명단에 올리려고 하자 다시 대화를 요구하며 협상의 끈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에 양국이 견해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미국이 준비 중인 초강력 대중 경제제재안의 집행 여부는 물론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도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두 차례 발사된 북한의 화성-14형에 대해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공개 인정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반대해 왔지만 최근 미국 측의 요구 중 일부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쳐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터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미국과)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이 과정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과의 협상 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김정은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에 대해 중국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협상 타결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문제가 동북아 등에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이슈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다, 혈맹관계인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압박에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결국 금주 간 진행될 미중 간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내주쯤 대중 경제 제재를 발표하고, 군사옵션들도 구체화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 협상에 다시 나선 것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힘의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북핵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서서히 먹히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이란 북한 제재 법안에 서명하면서 “위험하고 안정을 깨는 이란과 북한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인의 명확한 메시지”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방송 인터뷰에서 공개하면서 대북 군사 옵션을 구체화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에 대한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금주 중 대중 경제제재안 발표를 암시하자 중국 정부의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가 준비하는 제재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등을 위반한 중국의 무역회사와 금융기관, 단체, 개인 등 최대 40곳을 제재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대기업과 대형 은행이 포함되지는 않지만 북한과 거래해온 기업과 기관이 대거 포함되는 만큼 실질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하는 조항)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기업과 기관들이 중국을 대표할 정도로 규모가 큰 곳들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추가적으로 대상 기관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통상 전쟁을 의미하는 ‘슈퍼 301조’ 발동도 거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북한과 러시아, 이란 통합제재법안 역시 기본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겨냥한 것이다. 3항에 배치된 북한 제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판매 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과의 온라인 상품 거래 금지 △북한 도박 사이트 차단 △북한 선박이나 유엔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미국 영해 운항금지 등이다. 또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대표자와 외환결제 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은행들은 미국 금융기관들과 거래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자산동결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북한 교역과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중국 은행과 회사, 개인들과의 거래인 것만큼 이번 조치가 실행될 경우 중국 회사들이 세컨더리 보이콧의 핵심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의 대중 원유 공급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절대 다수가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하고 북한 노동자는 고용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의 대형은행은 이미 북한과의 거래가 없고 지방 소규모 은행의 거래는 파악조차 힘들다. 결국 이번 제재는 국제사회가 원하는 선언적인 조항을 망라해 중국과 러시아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자발적인 대북 제재를 유도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3일 평소 1면에 올리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당 지도부의 동정을 싣지 않으면서 공산당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비밀회의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런민일보는 보통 1, 2면에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 핵심 상무위원 7명의 동정을 싣는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다이허 회의 내용은 물론 개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런민일보에서 동정이 사라지면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된 것으로 봐왔다. 베이다이허 비밀회의는 매년 7월 말~8월 초 베이징 동쪽 해변 베이다이허에서 당 지도부와 각 계파 수장들이 모여 당 간부 인사 등을 결정한다. 올해 가을에는 5년마다 열리는 중국식 대선인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앞서 열리는 베이다이허 당 대회에서 치열한 권력배분 거래 끝에 당 대회에서 공개할 차기 지도부를 사실상 결정한다. 정작 중국 국민들에게는 지도자 선출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이 장기집권 포석을 위한 친정체제 구축을 본격화하면서 당 지도부 내부의 권력투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현재 당 권력엘리트 파벌은 시 주석 측근 세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시진핑이 저장 성 서기 때 맺은 인맥)’,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수장인 상하이(上海)방,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주축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으로 나뉜다. 하지만 시진핑이 반(反)부패 척결을 내세워 상하이방과 공청단 출신들을 축출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시 주석 세력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었다. 장 전 국가주석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장기집권을 위해 1982년 폐지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당 주석 제도 부활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당 주석은 당, 국가, 군 모두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또 68세 이상 당 간부가 은퇴하는 제도를 폐지해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유임시킬지도 주목된다. 이는 올해 64세인 시 주석이 5년 뒤인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임기를 연장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최근 부쩍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간부를 포함해 공산당 당원 8875만 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는 초유의 방침을 시행하고 나섰다. 올가을 시진핑(習近平)의 국가주석 1인 지배 체제 수립을 위한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사회 전체가 경직돼 가고 있는 사례다. 중국 공산당의 전례 없는 통제와 정보 제한은 당 대회를 둘러싼 권력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지도부의 긴장감과 불안감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와 조직부는 1일부터 광범한 분야에서 당 간부, 당원의 인터넷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침을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공산당원은 당의 기본 노선과 다르거나 당의 이미지, 정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글을 인터넷에 올릴 수 없다. “중앙의 방침을 함부로 논하거나 당과 국가 지도자를 헐뜯거나 모독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들어갔다. 당, 국가, 군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안 된다. 무엇이 모독이고 왜곡인지는 철저히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결정한다. 정당한 비판이나 의혹, 불만조차 ‘반동’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간부와 당원들은 SNS와 인터넷에서 당의 이념 노선 정책에 반대하는 그룹이나 채팅방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참여하는 것도 금지된다. 당 간부가 SNS에 계정을 등록하거나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微信·위챗)에 그룹을 만들려면 당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접속을 막아 외부 정보 접근을 금지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아예 비판 언론 자체를 봉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내부 소식과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을 금지한 대목이 주목된다. 최근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는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 딸의 홍콩 내 호화생활 의혹을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는 돌연 삭제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는 시 주석의 반(反)부패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각종 비리 의혹을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반부패를 내세워 (정적을 제거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중추(시 주석 측근 그룹) 역시 부패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이 베이징(중국 지도부)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와 전·현직 각 계파 수장들이 모여 권력 배분을 거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비밀회의 개최가 강력한 사회통제와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달 30일∼이달 1일 이어진 건군 90주년 이벤트가 끝난 만큼 베이다이허 회의가 임박했거나 1일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동쪽의 해변 휴양지 베이다이허 주변에서는 이미 검문이 부쩍 강화됐다. 당 지도부가 이 회의 기간에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철저히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권력 집중 체제로 재편하기 위한 올가을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권력투쟁, 사회 통제에 주력하면서 북핵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에도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건군 90주년 기념 열병식, 31일 국방부 초대 행사, 이달 1일 기념 경축대회 등 건군 90주년을 계기로 한 권력 강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대회 연설에서 “인민군대는 사회주의 건설과 혁명에 적극 나서고 조국과 인민을 지키는 기능을 전면 이행하며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는 중국의 6·25전쟁 명칭)과 여러 차례 변경에서의 자위 작전에서 승리해 국위와 군위를 떨쳤다”고 말했다. 또 “중국군은 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실전을 중심으로 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며 “당의 지휘는 인민군대의 본질이자 근본”이라며 자신에 대한 절대 복종을 군부에 강조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막는 것보다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자 제재) 등 대(對)중국 제재가 올가을 당 대회에서 권력을 재편하려는 시 주석의 ‘권위’를 손상시킬 것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시 주석이 경축대회 연설에서 ‘항미원조’ 치하 발언을 한 것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연내 배치를 사실상 확정한 미국과 한국에 대한 반발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전략폭격기 무력시위에 대해 지난달 31일 밤 시평(時評)을 통해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 중국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난”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과 북한이) 상황을 진전시키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 주요 책임이 있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반박했다. 미국의 일방적 중국 책임론도 문제지만 중국이 좀 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5년 북핵 포기 로드맵을 만든 9·19공동성명은 중국이 주재한 북핵 6자회담의 성과였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북한 대외 무역의 숨통은 중국이다. 중국이 대북 압박 수단을 ‘풀가동’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 12월 하순. 이병호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한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남북 아닌 제3국에서 극비리에 회동했다. 지난해 상반기 단서를 잡고 취재를 시작하자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끝난 뒤 만난 당시 관련 당국자들은 조심스럽게 시인했다. 국정원-통전부의 수장이 나선 것으로 볼 때 양측은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측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북한도 이런저런 대화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탐색전 이상은 어려웠다. 양측은 특별한 합의 없이 헤어졌다. 결렬은 아니어서 2016년 초 2차 접촉을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던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첫 공연을 몇 시간 앞둔 12월 12일 돌연 평양으로 귀국한 게 불길한 징조였다. 같은 날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북측은 남측이 북핵 문제를 꺼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3일 뒤 김정은은 수소탄 실험을 은밀히 지시했다. 김정은의 지시 사실을 모른 채 성사된 국정원-김양건 라인의 비밀접촉 일주일여 뒤 사건이 터졌다. 북한이 12월 29일 김양건이 평양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6년 1월 6일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도발의 사이클을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까지 추진했던 평양의 대화파와 핵미사일 도발을 주장한 군부 강경파가 대립했고 2015년 12월 강경파가 대화파를 제압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김양건은 그냥 죽은 게 아니다. 살해당한 것이다. 2015년 8·25 남북합의 이후 4개월 남짓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비밀 남북대화’ 국면은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이 남북대화를 지지한 것이 큰 동력이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한미는 10월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그해 9월경 고위 관료를 평양에 비밀리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그해 10월 공산당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을 북한에 보내 김정은을 달랬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고 대화에도 더 열려 있다. 북한이 연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쏜 뒤에도 청와대는 남북대화 기조만큼은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지금의 미중은 2015년 12월과 다르다. 남북대화에 우호적이지 않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지지했다고 밝히자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구체적인 대화 조건에선 이견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측은 빠르게 현실화됐다. 정부가 남북대화를 제의하자 트럼프는 금방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중국은 말로 남북대화를 지지하지만 행동으로 추동하지 못한다. 대북관계가 최악인 지금 자신들도 고위급 교류가 없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중국인 C 씨는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 압박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한미중일러의 북한 문제 협력이다. 무엇을 가장 원하는가. 분열”이라고 설명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교수도 “한미중이 싸우면 김정은만 웃는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도 “당분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북 제재의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미중 충돌, 한중 갈등, 한미 엇박자를 방치하면 제대로 협상할 기회는 임기 내 오지 않는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지난달 30일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훈련기지에서 개최한 건군 90주년 열병식에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를 타격할 수도 있는 공격형 무인기를 처음 공개했다. 중국중앙(CC)TV 인터넷판인 양스왕(央視網)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열병식에서 공개된 무인기를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반복사(反輻射) 무인기”라며 “이 공격형 무기는 자살식 반(反)레이더 무인기이며 주로 적의 레이더를 공격한다. (물리적으로 적을 타격하는) 하드킬에 속한다”라고 소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중국 국방부를 인용해 실물이 처음 공개된 이 무인기 기종이 ASN-301이라고 적시했다. 최대 시속 220km로 4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ASN-301은 레이더 시스템을 찾아내 표적으로 삼도록 개발됐으며, 228km 내의 최대 8개 레이더를 공격할 수 있다고 SCMP는 소개했다. 올 3월 중국 포털사이트 신랑왕(新浪網) 등 일부 매체는 ASN-301이 한국의 사드 레이더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신랑왕은 사드 레이더에서 방출하는 전자파를 추적해 순식간에 레이더를 파괴할 수 있어 사드에 대항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무인기를 바탕으로 개발된 ASN-301은 6기가 한 세트이고 한 기는 길이 2.5m, 날개 폭 2.2m다. 중국 제팡(解放)군보는 31일 “(열병식에서) 앞서 등장한 (레이더 교란용) 무인기보다 훨씬 신비롭다”며 “전쟁 시 결정적인 단계에서 적의 중심에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군은 세계 평화를 위해 새롭게 더 크게 공헌할 능력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건군 9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기지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이렇게 강조하며 연설을 끝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중국이 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세계에 선언했다”며 “중국군이 빠르게 현대화되고 전쟁 준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이 중국 지역을 벗어나 세계에서 활동하겠다는 군사패권 전략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은 바다와 공중에서 동시에 본격화되고 있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지난달에만 수차례 중국의 첨단 정보수집함(스파이함)이 전 세계 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미군 코앞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을 감시했다. 정보수집함은 레이더 무력화, 미사일 교란 등 첨단 전자전을 수행한다. 공중에서는 중국산 첨단 드론이 중동, 아프리카의 대다수 분쟁지역 상공을 점령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지난달 2일 중국의 정보수집함이 홋카이도(北海道) 앞 쓰가루(津輕) 해협 일본 영해를 지나 북태평양으로 진출할 때만 해도 이 군함이 어디로 향하는지 의문에 싸여 있었다. 같은 달 11일 미국이 알래스카주 코디액 기지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 시험에 성공할 때도 정보수집함 한 척이 코디액 기지에서 불과 160km 떨어진 해역에서 요격 시험을 정찰하고 있었다. 두 곳에서 출현한 정보수집함의 정체는 톈랑싱(天狼星)함(854호)이었다. 중국 매체들은 “일본 앞 바다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중국이 일본에 보내는 일회성 경고라고 여겼지만 놀랍게도 또 다른 중대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톈랑싱함은 이후 남태평양 괌 인근 해상으로 이동해 미군과 호주군 연합 훈련을 은밀히 추적했다. 중국의 다른 정보수집함 하이왕싱(海王星)함(852호)은 지난달 10∼17일 인도양 벵골만 해역에서 미국·일본·인도의 3개국 연합 해상훈련을 감시한 뒤 이달 22일 호주 퀸즐랜드주 인근 산호해로 이동해 미군과 호주군 연합 훈련을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서양을 제외한 전역에서 미국이 중국 스파이함의 감시권에 든 것이다. 홍콩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중국은 첨단 정보수집함 6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예멘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활주로 상공. 수상한 물체가 나타났다. 겉모습과 기능이 꼭 미국산 전투용 드론 ‘프레데터’였다. 이 수상한 드론을 인공위성으로 포착한 미 당국은 당황했다. 중국산 ‘이룽(翼龍)’이었다. 미사일과 폭탄을 실은 채 수 시간 비행할 수 있는 고성능 제품이었다. 같은 달 시리아 국경 근처 요르단에 있는 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연합기지에서는 중국산 ‘CH-4 레인보’ 드론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중국은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드론 100대를 생산하는 데 합의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이 드론을 수출한 주요 국가는 미국의 오랜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다. 중국은 2023년까지 드론 4만2000대를 생산할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 규모다. 이에 따른 미중 간 충돌도 발생했다. 최근 시리아에서 이란이 구입한 중국산 드론 2대가 미국 군사시설을 염탐하다 미 공군에 격추됐다. 중국산 드론이 북한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의혹도 있어 첨단 중국 드론이 한반도 상공도 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조은아 기자}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발사 도발에 대응해 가용한 군사 외교적 압박 수단을 총동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다루기에 미온적인 중국에 대해서도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군은 30일(현지 시간) 알래스카주 코디액 기지에서 북한 등이 발사한 것으로 가정한 준중거리미사일(MRBM)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 시험에 또다시 성공했다고 밝혔다. 샘 그리브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이번 시험으로 진화하는 위협에 앞서 나가는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사드 시험은 이번이 15번째로 지금까지 모든 시험이 성공했다. 이번 시험은 11일 이후 약 3주 만에 실시됐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두 대도 한국 시간 30일 오전 한반도 상공에 긴급 전개됐다. 오전 8시경 괌에서 이륙한 것으로 알려진 B-1B 편대는 오전 10시 40분경 공군 오산기지 상공에 도착했다. 이후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 4대와 편대를 이뤄 연합 항공차단 작전을 실시하는 등 한반도 영공에서 2, 3시간가량 머문 뒤 괌 기지로 복귀했다. 8일에 공개됐던 실탄 폭격 훈련은 없었다. 테런스 오쇼너시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대장)은 “북한은 역내 안정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며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가운데 동맹을 위한 확고한 공약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청을 받게 될 경우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빠르고 치명적이며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 “우리는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뜻을 내비쳤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상원을 통과한 북한 이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 금지 등 북한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실상 대중국 제재 법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28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국제사회 기업을 미 금융망에서 차단하는 제재법안을 발의한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최고의 압박’이라는 대북접근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북한의 미치광이(madman)를 멈출 수 있는 의미 있는 조치를 하도록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29일 ‘중국 책임론 결연히 거부한다’는 사설을 싣고 미국의 대북 압박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신문은 “우리의 선택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을 힘도 없고, 미국의 일방적 압박 정책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사드 배치를 막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이 동북지역을 오염시키거나 한미가 중국의 동북지역 군사행동에 악영향을 미치면 중국의 맹렬한 제재와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한 중국은 전략핵 공격 역량을 빠르게 발전시켜 전쟁 시 사드를 파괴할 것이며 한반도 급변 사태(북한 체제 전복 등)를 통해 정치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군이 최근 북-중 접경지역 안정을 이례적으로 강조하면서 접경지역 일대의 병력, 경찰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