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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이 그랬다니까요. ‘야, 음식이 더 쉽다’고.” 예순을 넘긴 두 자매의 손은 상처투성이다. 톱과 칼에 베이고 사포질하다 벗겨진 손끝 마디마디.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부문 기능보유자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65)과 기능이수자인 친동생 한복선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63) 자매는 5주째 전통 소반(小盤)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 ‘식객’에서 음식 조언을 맡은 것으로도 널리 알려진 한복려 원장은 궁중음식문화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 황혜성 선생의 장녀. 동생 복선 복진 씨 등 세 자매가 모두 조선왕조궁중음식을 연구하는 가족으로 유명하다. 전주대 교수인 막내 복진 씨는 짬을 내지 못해 두 언니만 올 1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진행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반 6주 완성반에 등록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문화의집 2층. 톱밥이 자욱한 교실에서 소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언니 한 원장은 “이게 모두 손으로 직접 깎고 짜 맞춘 것”이라며 거의 완성된 소반을 불쑥 내밀었다. “음식 올리는 곳이 상판, 호랑이 다리를 닮은 상다리가 ‘호족(虎足)’, 상판 아래 가장자리를 두른 구름 모양의 나무가 ‘운각(雲刻)’…. 운각과 호족에 상판을 올리는 작업을 ‘상량식’이라 부르던데, 한옥 지붕 올리는 것을 그렇게 부르거든요. 기막힌 비유 아니에요?” 그는 작품을 앞에 두고 신이 난 아이처럼 말을 멈추지 못했다. 평생 음식을 연구해온 두 자매가 소반 제작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전통음식에서 이들을 담는 그릇이자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소반은 그 자체로 음식과 뗄 수 없는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언니 한 원장은 “우리 음식이 늘 상(床)을 동반하는 만큼 장인들이 쏟아 붓는 땀과 혼을 이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하나의 기능에 몰두하다 보면 남의 것 소중한 줄을 모르게 되는데, 우리가 서로의 기능에 관심을 갖고 다른 기능의 가치를 높게 살 줄 알아야 마땅할 것”이라고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자르고 깎고 다듬고. 소반을 제작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지만 ‘전통음식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 배움을 이어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뭘까. 자매는 운각을 상판에 끼워 맞췄을 때를 꼽았다. 언니 한 원장은 “판판한 운각의 안쪽 부분에 0.9mm 간격으로 칼집을 내면 상판에 꽂기 알맞은 형태로 구부릴 수 있게 된다. 상판 홈의 둘레로부터 운각을 구부릴 때 가장 알맞은 칼집 간격을 계산한 것인데, 예술과 수학적 원리를 결합한 장인들의 지혜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라고 감탄했다. 동생 한 원장은 “모든 것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듯이, 나무를 깎을 때도 그 결에 따라 깎아야 쉽고 아름답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언니 한 원장은 5월에 열리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중요무형문화재 공개전시행사에 낼 음식을 자신의 소반에 올릴 작정이다. 그는 “소반이 그냥 소반인 줄만 알았지 이렇게 땀과 혼을 불어넣는 작품일 줄 몰랐다. 다른 기능을 가진 장인들의 가치를 새삼 깨치는 계기가 됐다”며 뿌듯해했다. 다른 기술도 배우고 싶냐는 질문에 “동생은 이미 유기와 민화 제작법을 배웠다. 나도 기회가 되면 음식을 담는 그릇, 음식을 덮는 밥상보 제작법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후마니타스(humanitas).’ 라틴어로 인간, 인간성을 뜻한다. 2011년 3월 경희대가 인문학과 교양 강의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연다. 그동안 교양강좌 일부를 개편한 대학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학내 교양교육 체제를 전면 개편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적지 않은 인문학자들이 경희대의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다.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기존 학부대학이나 교양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하나의 단과대처럼 그 안에 전공을 두고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는 것. 교양강좌를 듣는 학생들은 특정 학점 이상 이수 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교양(liberal arts)학’을 기존 전공에 병행한 복수전공으로 딸 수 있다. 교양에 대해 학사학위를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좌 수를 단과대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그 깊이도 한층 강화했다.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에 각각 200여 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강좌당 수강 인원은 40명 이하로 제한했다. 대형 강의에 여러 주제를 뭉뚱그린 것 같은 모호한 내용이 대부분이던 기존 강좌와 달리 주제도 세분화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예전의 ‘성과 사회’에서 한발 나아가 ‘섹스란 무엇인가: 공생적 진화론의 성 이야기’를 강좌 주제로 삼았다. 수업도 읽기, 쓰기, 토론 위주로 전공 심층수업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전공제도는 한 학기의 준비 및 정착 과정을 거쳐 올해 가을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모든 재학생이 필수로 들어야 할 교양강좌도 강화했다. 전교생은 졸업을 위해 중핵교과(6학점), 배분이수교과(15학점 이상), 기초필수와 시민교육(11학점), 자유이수교과(3학점 이상) 등 총 35학점의 교양강좌를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이수해야 한다. 이 중 중핵교과와 시민교육은 전교생이 듣는 강의 내용이 동일하다. 정해진 커리큘럼과 교재에 따라 교육하는 중고등학교의 수업처럼 특정 교양강좌에 강제성을 두었다. 사회봉사시간도 학점화해 필수로 운영한다. 초대 학장으로 선출된 도정일 명예교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실용교육을 하지 말고 교양만 가르치자는 대학이 아니라 교양을 실용교육 수준의 전문성으로 가르치자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유수 종합대학들이 ‘인간다움 없는 전공학습’에 회의를 느끼고 교양강좌를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전문성과 교양을 두루 갖춘 ‘르네상스적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는 400여 개의 강좌와 전공제 운영 등을 관할할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장을 부총장과 같은 급으로 두고 그 아래 서울캠퍼스 학장과 국제캠퍼스 학장을 둬 양 캠퍼스 수업 운영에 통일성을 기할 계획이다. 인문학 연구자들도 경희대의 실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학 내 교양교육이 시들해진 데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사회과목 비중을 축소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고등교육 내에서 인문학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 한 인문학 연구자는 “의미 있는 시도이며 인문학과 교양교육 입지 확대라는 설립 취지가 그대로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하드웨어의 변화에 비해 소프트웨어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별개 대학을 만들고 교양을 전공화한 점은 새롭지만 강좌 내용과 학생들의 호응으로 그 질을 보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앞으로 경복궁 등 5대 궁궐 문화재에서 일반인들의 혼례나 기업 회의가 열린다. 최광식 신임 문화재청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살아 숨쉬는 5대궁 만들기’ 2011년 사업안을 발표하고 5대궁을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안에 따르면 지난해 마무리한 제1차 경복궁 종합정비사업에 이어 제2차 경복궁 종합정비사업을 올해 3월부터 시작한다. 드라마 ‘대장금’의 무대였던 수라간을 복원하는 등 2030년까지 변형 훼철된 경복궁의 주요 전각, 지형 등을 복원 정비할 계획이다. 최 청장은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 등을 중심으로 궁궐에서 전통혼례를 올릴 기회를 제공하고, 지난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시범운영한 궁궐 숙박체험을 창경궁 통명전으로 확대해 참여 대상과 횟수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소 마케팅의 하나로 5월부터는 궁궐 주요 전각을 정부 부처와 기업 등의 회의 장소로 대여한다. 창덕궁, 덕수궁 야간 개방도 정례화한다. 한편 이날 최 청장은 4대강 살리기 공사 낙동강 낙단보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고려 마애보살좌상 훼손 의혹을 해명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늑장 대처 의혹 및 광배 부분의 구멍에 대해 그는 “초기 제보자가 정확한 위치를 적시하지 못해 조치가 늦어졌으며, 천공은 마애불 존재를 확인하기 전 도로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지반안전성을 검사하다 뚫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현지 주민의 제보, 일제강점기 지도와 1960년대 촬영한 위성사진 등 자료를 분석한 뒤 조계종 산하 문화재 조사연구 전문기관인 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 토목 전문가 등의 조언을 받아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설날, 한가위와 함께 가장 큰 세시풍속인 정월대보름을 맞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정월대보름 당일인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박물관 앞마당에서 ‘새로운 시작, 희망나눔 대보름 축제’를 연다. 귀밝이술, 부럼, 약밥 등 세시음식 나누기 행사를 비롯해 제웅에 소원 적어 보내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부산 동래 지역에서 정월대보름 무렵에 열렸던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류 민속공연과 동래 지역 사람들이 즐겼던 동래 덧배기춤의 분파인 동래학춤 민속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02-3704-3107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같은 날 ‘정월대보름 큰잔치’를 연다. 오전 10시 반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대동놀이굿’을 펼치고, 오전 11시에는 인천공항 전통문화센터에서 세시풍속 체험과 전통공연을 진행한다. 02-3011-2604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재청에서 세계유산 우선등재지로 선정한 남한산성의 산성리마을에서 17일 ‘영월제’를 개최한다. 영월제는 정월대보름날 한 해의 안녕과 건강, 농사, 장사가 잘되길 천지신명에게 비는 제사로, 지역 주민들이 전승하는 문화행사다. 오전 11시부터 남한산성에서 동제(천지신명제사), 달맞이, 농악놀이, 민속놀이 등을 진행하고 산성리 주민들이 남한산성 탐방객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며 민속대회와 함께 상품을 주는 행사를 연다. 031-777-7531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 달이 지나면 언제 또 왕오천축국전을 볼 수 있을까.” ‘왕오천축국전’이 약 1300년 만에 신라 스님 혜초의 조국을 찾아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에 전시되고 있다. 왕오천축국전은 이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조차 공개 전시한 적이 없을 만큼 진귀한 유물. 이 왕오천축국전이 3월 17일 3개월간의 짧은 나들이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간다. 전시회는 4월 3일까지지만 왕오천축국전의 대여 조건이 3개월이기 때문. 한 달 뒤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왕오천축국전.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 감동을 함께한다.》 ■ 감동의 순간 말말말“어려움을 이겨가며 탐험하고 진리를 추구하고…이렇게 대단한 큰스님이 계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참으로 위대한 스님, 위대한 문명 탐험가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전시장을 찾아 생애 처음 왕오천축국전을 접한 뒤 이렇게 말했다. 두 달간 수많은 유명인사가 전시회를 찾아 그들의 감동을 다양한 말로 전했다. 5일 가족과 함께 전시회장을 방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내 생애에 왕오천축국전을 직접 보게 되다니 영광”이라며 감격해했다. 1월 24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스님 40여 명과 종무원 200여 명을 이끌고 전시장을 찾아 “친견하는 순간 구도를 향한 혜초 스님의 열정이 13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웠다”며 벅찬 감격을 표했다. 몇몇은 독특한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임권택 영화감독은 “오래된 전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소감을 전했고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글씨를 보면 사람을 안다고, 이 온순한 글씨를 쓴 사람은 평생 성질 한 번 안 부렸을 사람”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소설가 김탁환 씨는 ‘내 마음속의 혜초’라는 기고문을 통해 “스무 살 혜초!…왕오천축국전은 늙음을 모르는 젊음의 책”이라고 적었다. 8세기 혜초가 걸었던 실크로드 관련 유물에 대해 소감을 전한 인사도 많았다. 1월 20일 전시회에 다녀간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씨는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8∼9세기 구정동고분 모서리기둥 무인(武人) 조각이 든 ‘폴로스틱’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신라)에도 폴로스틱을 들고 있는 서역인 조각이 있는 것을 보니 실크로드를 통한 교류가 정말 활발했던 것 같다”며 흥미로워했다. 인기 걸그룹 f(x)의 크리스탈은 둔황 막고굴 275호굴(모형)을 본 뒤 “이걸 사막에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가족단위 관람객들도 재미와 배움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전시회라며 만족을 표했다. 8일 초등학생 두 아들, 시어머니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주부 권정화 씨(39)는 “대구에서 상경한 시어머니께서 ‘손자들과 꼭 함께 봐야 할 전시회가 있다’고 우리를 이끄셨다”며 “책 속에서만 보던 과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짧은 전시 기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이도 있었다. 왕오천축국전 연구의 권위자인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약 1300년 만에 친정나들이를 했지만 긴 세월치고는 너무나 짧은 나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일시: 2011년 4월 3일까지(왕오천축국전은 3월 17일까지·월요일 휴관) ―문의: 1666-4252―장소: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주최: 국립중앙박물관·동아일보·MBC}

인류 최대의 자원 물을 둘러싼 1만 년 역사를 보여주는 책. 이전 저서 ‘환경과 문명’ ‘문명의 인구사’에서 환경과 인류의 관계를 다뤄온 저자는 이 책에서 더 나아가 환경이 인류 문명을 결정짓는 힘까지 지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물을 생명체를 지탱하는 물, 농업생산을 위한 물, 도시에서 쓰이는 물, 에너지·교통수단 등 특수한 자원으로 이용되는 물로 나누고 각각 인류 전체 역사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는지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물과 함께 살아온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물을 지배하려고 과욕을 부리기 시작했다. 물과 인간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박하고 일방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물로 인해 겪을 고난도 경고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바람구멍을 판다. 마치 원통 두 개처럼 두 구덩이가 서로 연결되게 한다.… 지전(地전·바닥에 깐 납작한 돌) 위에 벽돌을 가로로 세워 괘획(卦劃)처럼 늘어놓는다. 한 줄 건너 서로 마주하게 하고 그 위에 상전(上전)을 놓는다.… 교차하여 쌓은 벽돌이 불기운을 빨아들여 한 줌의 섶이면 구들 하나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풀무식 온돌’ 설명) 조선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18세기 백과사전’이 나왔다. 조선 숙종의 어의였던 이시필(李時弼·1657∼1724)이 쓴 실용지식 연구노트 ‘소문사설([聞事說)’(휴머니스트)이 번역 출간됐다. 제목인 소문사설은 ‘생각이 고루하고 견문이 좁은 저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였다’는 뜻. 1678년 의과에 합격해 어의를 지냈으며 네 차례에 걸쳐 중국 사신 행렬을 따라갔던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들은 각종 생활도구와 음식, 과학기술에 대한 실용적인 지식을 묶어 소개했다. 1720년에서 1722년 사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에서는 조선 후기 지성사의 큰 획인 실학(實學)의 냄새가 물씬하다. 그러나 사대부 실학자들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거시적 관점의 사회 개혁 방안이나 국가 운영의 아이디어는 읽을 수 없다. 저자는 의관으로 중인 신분이었다. 옮긴이들은 서설(序說)에서 ‘중인들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책 속에는 18세기의 온갖 잡다한 생활기술과 지식만이 가득하다. “쇠를 가지고 둥근 고리를 두 쪽으로 나눈 것 같은 모양을 만든다.… 쇠의 가운데 허리에는 또 조그맣게 돌출된 부분을 만든다. 고리의 주위에는 톱니가 있다.”(‘쥐 잡는 기구’) 오늘날의 과학수사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지식도 눈길을 끈다. “잎사귀로 피부를 문질러서 맞은 상처와 같은 붉은 부스럼을 만들어 사람을 무고하니, 관리 노릇 하는 자는 몰라서는 안 된다. 완화(莞花)의 즙과 소금을 섞어 계란에 문지르면 겉이 붉은색으로 물든다.”(‘맞은 상처 만드는 법’) 조선의 생활만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대 중국의 생활사와 과학기술도 등장한다. 북경에서 보고 온 벽돌 만드는 법과 옛 촉(蜀)나라 땅에 들러 배운 쇠를 금으로 바꾸는 법(연금술), 중국 한 지인의 집에서 맛보았다는 솜사탕 만드는 법에 대해 기술한 부분 등이다. 옮긴이들은 조선 후기 중인들이야말로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실학의 ‘이용후생(利用厚生)’ 정신을 몸소 실천한 지식인들이며 의관 이시필과 소문사설이야말로 그 대표적 예라고 평가한다. 일반 백성들을 위한 ‘이용후생’이 집필 의도임을 말해주는 부분도 책에는 자주 등장한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다. 두 가지 형식의 온돌 제작법을 소개한 ‘전항식(전항式)’, 다양한 기구와 그 제작법을 설명한 ‘이기용편(利器用篇)’, 음식의 조리법과 효능을 적은 ‘식치방(食治方)’, 잡다한 과학지식의 활용법을 소개한 ‘제법(諸法)’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 실린 삽화 외에 당대 다른 책들에 실린 그림들도 풍성히 실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일본의 패션업체 유니클로는 2001년 가을과 겨울 사이의 기간이 유난히 길어질 것이란 장기 기상예보를 활용해 기록적인 영업 실적을 올렸다. 날씨에 맞춰 얇고 포근한 폴라폴리스 점퍼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 보름 만에 무려 1500만 장이나 팔렸다. 일본 의류업계 사상 최단기간에 가장 많은 판매기록을 세운 것이다. 반면에 날씨 예측을 잘못하면 기업 경영이 실패해 경영자가 해고되는 수도 있다. 영국의 패션 전문 유통업체인 막스앤드스펜서는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에 생산량을 늘려 재고 부담을 가중시킨 최고경영자를 주주총회에서 물러나게 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날씨 경영을 도입해 매출도 늘리고 소비자 서비스의 질도 높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란 편의점은 날씨를 활용하는 경영 노하우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역별 날씨 정보에 맞춰 가맹점들이 본사에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다. 날씨 변화에 따라 상품 구색을 갖춰놓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경쟁업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매장 내 상품 진열도 날씨 정보에 따라 수시로 바꿔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많은 기업이 날씨가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경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농업을 주업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은 날씨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해 농사에 활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만들기만 하면 잘 팔리는 고도 성장기가 지나고,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 이변이 잦아짐에 따라 날씨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 측면도 있다. 외국에서는 ‘날씨경영’의 활용 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 새크라멘토 시는 한 공무원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날씨 파생상품을 도입해 51만 명의 주민이 싼값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각 지자체가 전기를 생산해서 쓰고 있다.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새크라멘토는 가뭄이 들면 전력이 모자라 인근 도시로부터 사다 써야 하는데 가뭄 때는 전기 값이 치솟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든다. 그래서 가뭄이 들 때는 최고 2000만 달러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들어 전기 사용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새크라멘토의 경우처럼 기상이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주식왕 워런 버핏은 플로리다 주정부와 대규모 허리케인으로 피해가 발생할 때 40억 달러 규모의 주정부 채권을 매입하기로 하는 옵션계약을 맺었다. 주정부는 2억2400만 달러의 옵션을 구입함으로써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채권을 사줄 곳을 찾느라 애를 먹지 않아도 되었다. 허리케인 피해가 없을 경우에는 버핏이 2억2400만 달러를 앉아서 버는 것이다. 날씨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객이 몰려드는 사업이라면 날씨를 무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반대로 날씨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사업이 잘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날씨를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경영전문가가 아니라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유통업에서 건설 레저 해운 화장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날씨 경영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똑바로 일하라-성과는 일벌레를 좋아하지 않는다경쟁에서 이기려면? 일을 적게 하라!제이슨 프라이드,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지음·정성묵 옮김296쪽·1만4000원·21세기북스“일 중독자들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하다.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미련하게 일할 것인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업체 ‘37시그널스’의 창립자인 저자들은 다소 불손하지만 발칙하게 자신들의 성공 비법을 들려준다. 일단 일 중독에서 벗어나라고 이들은 조언한다. 일 중독자들은 일을 더 키우기만 하고 주변의 사기를 떨어뜨리기까지 하며, 몸만 학대할 뿐 오히려 정상인보다 못한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은 성공에서 배우는 것만 못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들보다 일을 적게 하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각 장은 2쪽에 불과하며 어려운 전문용어나 중언부언하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만큼 각각의 조언은 단도직입적이면서 날카롭고 실용적이다. 평소 저자들이 경영 모토라고 소개한다는 ‘기본’과 ‘단순함’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소림사에서 쿵푸만 배우란 법은 없다소림사-FBI에서 배우는 경영노하우김근영 김상범 김진성 등 18인 지음·삼성경제연구소 엮음256쪽·1만2000원·삼성경제연구소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기업들을 비롯해 중국의 소림사,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등 남다른 전략으로 변신에 성공해 탁월한 성과를 낸 여러 조직의 전략을 소개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림사는 현재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1998년 소림사사업발전주식회사를 만들어 비즈니스계에 뛰어들어 이제 미디어, 의료, 유통 등의 분야를 넘나드는 대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중국의 위성 TV와 합작해 ‘중국 쿵푸 스타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수십 개의 무술 학원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통 중의학 비법으로 병원 사업도 시작했다. 책은 “이 같은 소림사의 변신은 ‘변신은 과감히 하되 그 핵심가치는 지켜라’라는 비즈니스 혁신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 기네스북에 오른 자동차 판매왕의 이야기 등 창의적인 혁신 및 경영전략 등에 대해 영감을 주는 현장의 기록들을 담았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철제 가림막 안으로 들어서자 600년 전 서울의 모습이 펼쳐졌다. 솜을 넣고 누빈 흰색 전통 작업복을 입은 장인 10명은 톱과 망치로 나무를 때리며 치목(治木)에 여념이 없었다. ‘탕탕’ 석재 가공소에서는 전통 연장인 석정으로 돌을 깨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3년을 맞은 10일, 문화재청이 복원공사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는 최광식 신임 문화재청장과 신응수 대목장을 비롯한 각 분야 장인들, 복구자문위원 등이 참석해 숭례문 복원공사 경과보고와 공사 착수를 천지신명에게 알리는 의식, 주요 부문 복원 시연 등을 지켜봤다. 공사에 직접 사용할 못과 각종 철제 도구를 만드는 ‘숭례문 대장간’에서는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내려치는 장인들의 메질이 한창이었다. 옆에서는 다른 장인이 화로에 공기를 주입해 불을 때는 풀무질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고대 제철 부문 국가고유기능 전승자인 이은철 씨는 “철광석 안의 철 성분을 숯과 석회석의 화학적 환원작용을 이용해 뽑아내는 전통 방식에 따라 제철하고 있다”며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머리가 없는 못인 ‘무두정(無頭釘)’으로 목재들을 고정하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30∼40%의 공정을 보인 성곽공사 현장에는 아귀를 맞춰 쌓아놓은 석재가 가득했다. 숭례문을 이루는 기존 석재들이 이끼와 먼지로 누런색을 띠는 것과 달리 새로 쌓은 성곽 기초부의 석재들은 새하얀 빛을 뽐냈다. 거중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돌을 들어올릴 때 쓰는 전통 장비 옆에서 현장을 둘러보던 중요무형문화재 석장 기능보유자 이의상 씨는 “조선시대 세종 때 방식을 그대로 구현해 치수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로 지은 건축물을 온전히 후대에 전할 수 있다는 데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당초 석축 주변의 흙을 조선초 때 원지반인 1.6m 깊이까지 파내려 했으나 계획을 바꿔 조선후기 지반인 30cm까지만 파내기로 했다. 즉, 일제강점기에 높아진 지반만 걷어내고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원래 지반 일부를 발굴 상태로 놔둔 채 유리로 덮어 관람객들이 숭례문 창건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88m까지 복원하려던 남산 쪽 성곽 길이도 인근 지하도의 안전 문제가 우려돼 약 53m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공사는 40%가량 진행된 상태. 문화재청은 올해 말까지 동서쪽 성벽과 문루 등 숭례문 뼈대 대부분을 마무리하고 2012년에 복원 공사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한스마르틴 힌츠 회장(64·사진)이 ICOM 한국위원회와 국립민속박물관이 공동 발간하는 국제저널 ‘무형유산(The International Journal of Intangible Heritage)’ 편집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7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8일 기자들과 만난 힌츠 회장은 “‘무형유산’의 발간으로 무형유산 보존과 연구의 가치를 환기한 한국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국제박물관대회 이후 세 번째. 당시 대회에 참가한 국립민속박물관은 대회 주제였던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 내용을 바탕으로 대회 주최인 ICOM 한국위원회와 함께 2006년 ‘무형유산’을 창간했다. 무형유산은 2010년 국내 국가기관에서 발간하는 저널로는 최초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인문학 분야 학술지 ‘예술 및 인문학논문 인용색인(A&HCI)’에 등재됐다. 힌츠 회장은 “서울회의는 유형유산과 함께 무형유산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소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린 ‘터닝포인트’였다. 저널 ‘무형유산’은 그러한 깨달음의 산물인데, 투고 논문의 질이 높고 내용도 유익해 전 세계 박물관 연구에 있어 훌륭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제 임기 시작 석 달을 넘긴 힌츠 회장은 최근 이집트에서 일어난 박물관 약탈사태를 언급하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 같은 일에 대처하기 위해 협회가 공식적인 목소리로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집트 외에도 이라크, 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 등 위기에 처한 박물관들을 돕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 및 세계유산분과 위원인 박대순 씨(사진)가 8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근무를 거쳐 2005년부터 문화재위원을 맡았고, 2006년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장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김부자 씨와 아들 주용 씨.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5시. 02-3410-6919}

《이집트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중동학계가 분주하다.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회 현장이 연일 보도되면서 이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와 연구서들도 더불어 조명을 받고 있다. 관련 학회와 연구소들도 머리를 맞댔다.》 한국중동학회와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은 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행정동 대회의실에서 ‘중동 현안 긴급 진단-이집트, 수단, 튀니지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를 주관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는 1일에도 이집트 사태 관련 세미나를 연 바 있다. 8일 세미나에 참석한 중동 전문가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반대한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와 그것을 촉발한 튀니지 혁명, 기독교계 중심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 투표 등 중동지역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의 전개와 의미, 그 전망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장기독재, 지도층 부패, 빈곤 실업 등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가 장기적인 민주화 바람으로 이어지면서 아랍권의 전근대성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튀니지 시민혁명과 민주화 전망’ ‘남부 수단 분리 국민투표와 수단’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김효정 초빙연구원과 김종도 연구실장(명지대 교수)도 이들 국가의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 및 인근 지역사회에 총체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 이처럼 ‘중동’이라는 주제 아래 다수의 연구기관이 모여 학술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모임을 주최한 김종도 실장은 “기존에도 각 학회의 연례모임은 있었지만 이번의 경우 사태의 심각성에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부산외국어대 연구소 소속 일부 중동연구가까지 참여해 연합 토론회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중동학계가 조명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석유파동, 9·11테러 때도 국내 중동학계에 대한 관심과 저변 확대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슈에 따른 반짝 관심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연구 인력의 부족을 꼽는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동 관련 학회는 한국중동학회, 한국이슬람학회, 한국아랍어아랍문학회로 3곳. 전문 연구소도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건국대 중동연구소로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건국대의 경우 관련 학부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존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중동학회 김대성 회장은 “이웃 일본의 경우, 중동 관련 박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600여 명, 학회 회원은 일반 회원까지 합쳐 3000여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사학위 소지자는 200여 명이지만 일반인의 관심이 극히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집트 사태라는 ‘호기’를 맞은 학계는 다양한 학술모임과 대중적 접근을 통해 정부와 일반 시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저변 확대에 실패해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로 이어지지 못했던 전례와 달리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도 많다. 김 회장은 “석유파동, 9·11테러, 탈레반 사태 등 기존에 국내에서 회자됐던 중동 이슈들과 달리 이집트 튀니지 수단의 혁명은 중동의 민중이 자국의 억압에도 반항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임을 널리 알렸다”며 “중동에 대한 일반의 의식을 개선하고 대중과 정부의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낼 기회”라고 설명했다. 중동을 공부하려는 연구자들에게는 연구 분야가 넓어졌다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앞으로 중동 ‘문제’뿐만 아니라 중동의 민주화와 그 미래에 대한 연구 분야가 국내에서 새롭게 개척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그의 책에는 온전한 청자의 모습이 없다. 모두 부서져 흙이 묻고 문드러진 사금파리(깨진 도자기 조각)뿐이다. 그가 찾아간 곳은 청자박물관이 아니라 1000여 년 전 청자를 구웠던 가마터이기 때문이다. 한국도자재단 이사이자 이기영그릇제작소 대표를 맡고 있는 이기영 씨(58)가 전국의 옛 청자 생산지를 돌아본 가마터 순례기 ‘나, 깨진 청자를 품다’(효형출판)를 펴냈다. 자신의 유년시절 추억이 깃든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구림리에서 시작해 전라, 충청, 경기 등 전국 22곳의 초기 청자 가마터와 그곳에서 생산된 자기의 흔적을 톺아봤다. 강가, 바닷가, 두메산골과 같이 외딴 곳에 자리한, 발굴이 끝난 가마터에는 도편과 갑발(도자기를 구울 때 담는 큰 토기)만이 즐비하다. 수시로 길을 잃고 인적 없는 산을 오르고 황량한 구릉지를 헤매는 고생을 감수하면서도 저자는 가마터를 찾아간다. 그는 “청자를 만들던 나의 조상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유와 욕망의 갈림길, 청자 가마터 기행’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자는 청자에 숨겨진 당대의 정치적 문화적 의미를 읽어낸다. 그는 고려청자가 이미 그 태동기부터 ‘군산복합체’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고 본다. 신라 말, 청자 제조에 처음 손을 대 대형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청자사업에 뛰어들려 했던 청해진의 장보고가 그 효시다. 장보고 자신이 그 야심 찬 계획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고려시대 들어 세력을 키우려는 각 지방 호족들에 의해 실현된다. “청자 공장은 당시 어지간한 호족이라면 누구나 운영하던 사업체였다… 상당수의 가마는 수익보다 과시가 주목적이었다.” 이런 가마터들을 돌며 저자는 1000여 년 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치와 돈을 매개로 치열하게 경쟁했던 고려 호족들의 ‘자유와 욕망’을 들여다본다. 가마터의 위치, 크기, 형태, 구워낸 그릇의 사금파리를 통해 그 치열함을 읽어낸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벽촌에서 찾아낸 왕규의 가마터는 ‘한순간 허물어지는 욕망의 탑’의 전형이다. 고려 태조 왕건의 사돈이었던 대호족 왕규는 경쟁 호족들의 눈을 피해 외진 마을 서리에 가마를 짓는다.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청자와 백자, 벽돌가마와 흙가마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가마는 왕규의 몰락과 함께 10년 만에 폐허가 된다. 청자와 백자가 섞인 5∼6m 깊이의 사금파리에서 저자는 왕규의 짧고 다난했던 정치적 성쇠를 읽어낸다. 저자의 시선은 거시적 역사를 넘어 청자를 하나하나 구워냈을 도공들에게도 미친다. “어렵게 가마터를 찾아내면 난 짜릿한 흥분에 전율한다. …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무명 도공의 인내심… 물레를 돌리는 도공의 갈라진 손마디가 떠오른다. 망친 그릇을 깨부수는 맥 빠진 한숨도 들린다.” 저자는 본디 경제학자다. 서강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2대학에서 발전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이후 경기개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세계도자기엑스포 관련 연구와 자문에 응하면서 불혹의 나이에 도자기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됐다. 청자라는 그릇의 가치보다 그에 얽힌 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같은 이력 때문인지 모른다. “난, 청자가 우리 역사의 블랙박스라 생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금파리, 깨진 갑발에서 그가 본 것은 호걸들의 거침없는 말발굽 소리, 숨쉬는 욕망, 그리고 도공들의 체취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참으로 위대한 스님, 위대한 문명 탐험가다.”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 첫날인 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혜초 스님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관람한 자리에서 이렇게 감탄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의 승려 혜초가 뱃길 사막길을 통해 다섯 천축국(지금의 인도)과 서역(西域)을 여행한 뒤 서기 727년 완성한 두루마리 형식의 필사본 여행기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을 이겨가며 탐험하고 진리를 추구하고…. 이렇게 대단한 큰스님이 계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신문물을 개척하고 신세계를 보고 오셨다.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스님께선 불교 이외에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더 위대한 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이 대통령의 왕오천축국전 관람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템플 스테이’ 예산 문제 등으로 소원해진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홍상표 홍보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 박물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1시간 반 이상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관람을 마친 뒤 “조계종 스님 200여 명이 전시관을 둘러봤다”는 말을 듣고 “좋은 일이다. 지방에서 도(道)에 정진하는 큰스님들도 더 많이 보시면 좋겠다. 많은 긍지를 느끼실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한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5일 가족과 함께 전시회를 둘러봤다. 이 전 장관은 “내 생애에 왕오천축국전을 직접 보게 되다니 영광”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실크로드와 둔황’ 전시회는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1666-4252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요 작곡가 이계석 씨(사진)가 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으로 시작하는 ‘초록바다’와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는 가사로 친숙한 ‘우산’을 비롯해 ‘바닷가에서’ ‘귀뚜라미 노래잔치’ ‘도라지 꽃’ ‘화음 삼형제’ 등 동요 300여 곡을 작곡했다. 이 중 12곡은 교과서에 수록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1922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선천중학교와 신의주사범학교를 수료하고 서라벌예대 음악학과를 졸업했다. 1947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작곡 활동을 시작해 1977년 제1회 한국아동음악상을 수상했고, 1997년에는 제7회 반달동요대상을 받았다. 41년 동안 교직에서 활동하며 서울시교육청 음악담당 장학사와 은평초등학교 교장 등을 지낸 뒤 퇴직한 후에도 한국아동음악상 심사위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평의원 등으로 활동하며 아동음악 발전에 공헌했다. 밝고 경쾌한 고인의 동요는 6·25전쟁 후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음악가이기에 앞서 교사로 아이들에게 남다른 사랑을 보였던 고인은 사재를 털어 재직하던 학교에 합주단을 만드는가 하면, 은퇴한 뒤에도 TV에서 방영하는 동요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며 참가자 및 후배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족은 아들 택남 씨(전 중앙고속 소장)와 딸 난수 인수 정수 현수 씨 등 1남 4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6시 반. 02-3410-6909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요 작곡가 이계석 씨(사진)가 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으로 시작하는 '초록바다'와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는 가사로 친숙한 '우산'을 비롯해 '바닷가에서' '귀뚜라미 노래잔치' '도라지 꽃' '화음 삼형제' 등 동요 300여 곡을 작곡했다. 이중 12곡은 교과서에 수록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1922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선천중학교와 신의주 사범학교를 수료하고 서라벌예대 음악학과를 졸업했다. 1947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작곡활동을 시작해 1977년 제1회 한국아동음악상을 수상했고, 1997년에는 제7회 반달동요대상을 받았다. 41년 동안 교직에서 활동하며 서울시 교육청 음악담당 장학사와 은평초등학교 교장 등을 지낸 뒤 퇴직한 후에도 한국아동음악상 심사위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평의원 등으로 활동하며 아동음악 발전에 공헌했다. 밝고 경쾌한 고인의 동요는 6·25전쟁 후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음악가이기에 앞서 교사로 아이들에게 남다른 사랑을 보였던 고인은 사재를 털어 재직하던 학교에 합주단을 만드는가 하면, 은퇴한 뒤에도 TV에서 방영하는 동요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며 참가자 및 후배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족은 아들 택남 씨(전 중앙고속 소장)와 딸 난수 인수 정수 현수 씨 등 1남 4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6시 반. 02-3410-6909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국 미술사학계의 태두로 꼽히는 원로 미술사학자 황수영 박사(전 동국대 총장·사진)가 1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3세. 1918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941년 도쿄제국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이곳에서 고유섭을 만나 미술사학에 입문한 고인은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와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56년부터는 동국대 불교대 교수로 재임했고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동국대 총장, 대한만국 학술원 회원 등을 지냈다. 고인은 동향 출신인 진홍섭 전 이화여대 박물관장(1918∼2010),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1916∼1984)과 함께 한국 미술사학계의 ‘개성 3인방’으로 불리며 한국의 미술사 연구를 이끌면서 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그는 또 수많은 유적과 유물을 직접 발굴 조사하고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 석굴암 등 경북 경주지역 신라문화재의 조사와 발굴 및 복원을 주도했고, 서산 마애삼존불과 팔공산 제2석굴암, 문무대왕 해중릉, 반구대 암각화 유적도 그의 손길을 거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 국민훈장동백장, 5·16민족상,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 등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불교미술’ ‘한국의 불교공예·탑파’ ‘한국의 불상’ ‘석굴암’ 등이 있다. 유족은 아들 호종 씨(용인대 교수), 딸 유자 씨(명지전문대 명예교수) 등 1남 1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4일 오전 8시. 02-3410-3151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49)이 구속됐다. 진철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1일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이날 밤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8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태광그룹 계열사 티알엠·THM의 이성배 대표(54)와 템테크 배모 상무(50) 등 임원 2명에 대한 영장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천안함 재단이 21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해군회관에서 생존 장병 58명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용근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 임원진과 천안함 46용사 유가족협의회 이인옥 회장, 이연화 총무, 그리고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 중 55명이 참석했다. 재단 측은 먼저 장병들에게 1인당 위로금 500만 원을 전달하고, 1명의 재단 임원이 생존 장병 8, 9명 의 ‘멘터’를 맡는다는 멘터·멘티 결연식을 가졌다. 유중근 사무총장은 “사고 후유증을 겪는 장병들을 위해 앞으로 심리 전문가 등과 생존 장병을 이어주는 본격적인 멘터링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라며 “전역 후 진로 상담,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등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장병들은 먼저 유명을 달리한 전우에게 조의를 표하고 재단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용근 한국세무사협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천안함 재단은 국민성금 395억5400만 원 중 유족지원금 250억 원을 제외한 잔액 145억54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3일 출범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