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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심리를 하루 앞두고 백악관과 야당 민주당이 정면충돌했다. 백악관은 20일 ‘탄핵소추안은 헌법적으로 무효’라며 신속한 부결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당장 해임하고 공직 수행을 영원히 금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 법률팀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110쪽 분량의 변론 요지서를 상원에 제출하며 ‘대통령의 권력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즉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치 매코널 집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심판 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되, 하원이 넘긴 증거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원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WP는 백악관 법률팀이 대통령과의 불화로 지난해 9월 사퇴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증언하지 못하도록 물밑에서 설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고 증인 소환 과정이 길어지면 다음 달 4일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상원은 탄핵심판의 절차 및 규정을 담은 결의안을 21일 상정한 후 22, 23일 변론을 거친다. 이후 상원의원들이 질의, 증인 소환, 신문 등을 진행한다. 빠르면 이달 말 최종 표결을 할 수도 있다. 상원 100석 중 53석을 집권 공화당이 보유해 최종 통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정한 취재 규칙에 대한 언론의 반발도 상당하다. 탄핵심판이 열리는 워싱턴 의회 본회의장에는 개별 언론사 카메라가 입장할 수 없다. 비영리 의회 전문방송 시스팬(C-SPAN) 카메라도 금지된다. 상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송 카메라 몇 대만 설치된다. 본회의장 앞 복도는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재구역이지만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일도 허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스위스로 향했다. 탄핵심판이 시작되는 시점에 일부러 워싱턴을 비우고, 주요 국제 행사에서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개시에 앞서 백악관이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변론 요지서에 뜬금없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거론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문제가 된 미국의 대외원조 중단 결정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사례로 나온 것. 이를 놓고 주한미군 운영비용을 군사원조의 맥락에서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공개한 변론요지서 중 3장 ‘대외원조 중단은 때로 필요하고 적절한 결정’이라는 항목에서 “대외 원조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으며, 대통령은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자주 중단하거나 재평가하고 심지어 취소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두 번째 사례로 한국을 들며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관해 한국의 분담금을 상당히 증액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거론된 사례는 △부패 문제가 불거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해 1억 달러의 군사원조 보류 △미국으로의 대규모 이민자 행렬을 막는 데 역할을 다하지 않은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에 5억5000만 달러 규모의 원조 중단 △대테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파키스탄에 대한 3억 달러의 군사원조 취소 △레바논에 대한 1억500만 달러의 군사원조 일시 중단 및 이후의 복원 등이다. 백악관의 이런 설명은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해 동맹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운영비 지출을 아프간이나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같은 국가의 원조와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기고문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한국은 의존하는 국가(dependent)가 아니라 동등한 동맹”이라고 주장한 것과도 배치된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최근 미국 유력지에 전례 없는 공동기고문 형식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을 놓고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최근 두 장관의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J) 공동기고문을 예로 들었다. WP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라기보다는 ‘의존하는 나라(dependent)’처럼 군다는 암시로 인해 한국 내에 불안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전국적인 신문보다는 막후에서(behind closed doors) 나누는 대화”라며 노골적인 증액 요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른바 ‘비용 플러스(+) 50’ 구상으로 수십 억 달러를 더 받아내려고 시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주의자 접근(maximalist approach)’이 미국 외교정책의 대표적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승리를 얻기도 하고 비판자들로부터는 ‘강탈(extortion)’이라고 조롱받기도 하는 이러한 접근방식은 미국을 세계무대에서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국장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왜 동맹들이 존재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는 동맹들을 마치 자신들을 보호해달라며 미국에 아부해야 하는 범죄조직의 마피아 파트너인 것처럼 다룬다”고 비판했다. 트위터에도 두 장관의 기고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왔다. 국무부 한일담당관을 지낸 아시아 전문가 민타로 오바 씨는 “이런 공동기고문은 협상의 가치에 아무것도 더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동맹을 해치고 공개적으로 판돈(the stakes)을 키워 합의 가능한 절충안을 찾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서 “(두 장관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5배로의 증액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사진)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재배치됐다. ‘충격적 행동’을 언급하며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과 역내 군사력을 증강해온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미국해군연구소(USNI)가 운영하는 USNI뉴스에 따르면 루스벨트함을 기함으로 하는 제9항모강습단은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배치되기 위해 이날 모항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출발했다. 미군은 “제9항모강습단은 국제법과 관례에 따라 해상 안전,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고 국제 파트너 및 동맹국과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증진하는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루스벨트함 행선지를 ‘인도태평양’이라고 밝혔지만 서태평양 해상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1월에는 루스벨트함과 로널드 레이건함, 니미츠함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밝힌 뒤 당정청이 일제히 대사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해리스 대사는 국무장관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직접 겨냥한 건 아니지만 해리스 대사에 대한 집권세력의 공격에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실제로 해리스 대사는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문 대통령의 남북 속도전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 외교가에선 ‘역대 가장 논쟁적인 주한 미 대사’인 해리스 대사의 파격적인 언행을 놓고 한미가 계속해서 균열상을 드러낼 경우 한미동맹에 악영향만 끼칠 수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리스 “대통령 대변”에 美 국무부 “신뢰” 해리스 대사는 16일 자신의 직설적 발언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reflect)하다 일부 (한국 내) 여론과 부딪친다면 내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가 개인 생각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뜻을 반영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 그러면서 “관광 그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중국은 항상 관광객을 (북한에) 보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관광이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관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표적인 국가로 ‘제재 구멍’으로 지목되는 중국을 언급한 것이다. “특별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편을 들지 않는다”라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한국에서 파장을 낳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해리스)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서 그가 행사해 온 물밑 영향력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방위비 협상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문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콧수염 논란엔 “안창호 안중근도 수염” 해명 해리스 대사는 이전에도 각종 직설화법으로 한미 외교가에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 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한창일 때 여야 의원들을 불러 ‘50억 달러’를 20여 차례 강조하며 미국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대변한 게 대표적이다. 그의 이런 ‘비외교적’ 화법은 그가 외교관이 아니라 군인 출신이라는 것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해리스는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참모차장과 합참의장 보좌관을 거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사령관(현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사령관 시절 워싱턴의 각종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서도 여야 의원들과 예산 증액 등 각종 군사 현안을 놓고 토론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끈한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더 자신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애초 주호주 대사로 부임하려던 그가 막판에 트럼프의 선택으로 서울로 오면서 주재국의 문화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부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그가 말한 것 중 틀린 것은 없지만, 공개 메시지는 더 긍정적으로 발신하고, 강경 메시지는 사석에서 전달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도 자신의 언행이 예기치 않은 파장을 낳자 해명에 나서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콧수염에 대해 ‘일제 총독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는 16일 간담회에서 “한국 독립운동사를 보면 안창호 안중근도 수염이 있었다. 당시 아시아 유럽 미국을 막론하고 수염을 기른 사람이 많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靑 “해리스 리스크는 우리가 손해” 확전자제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17일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던 청와대는 그 후 추가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의 (비판적인) 발언으로 한미동맹을 흔들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해리스 리스크’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당분간은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핵심 현안을 두고 한미가 충돌하는 모양새를 더 이상 연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과 가까운 방송인 김어준 씨는 17일 방송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언급한 뒤 “이런 소리에는 이런 음악이 딱”이라며 ‘Who let the dogs out(누가 개를 풀어놨나)’라는 팝송을 트는 등 진보진영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여권에서 나오는) 조선 총독이냐는 식의 비판은 넘으면 안 될 선을 넘는 것”이라면서도 “(해리스 대사도)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기재 record@donga.com·박효목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싱턴에서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 후 17일(현지 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무부가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는 문장을 앞세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 본부장이 비건 부장관과 조율한 내용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같은 날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기여를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의 협의는 어떻게 하면 북한의 도발을 막고, 북한을 대화로 다시 불러낼까 하는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남북관계 개선 협의 역시 이런 맥락에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협의를 속도감 있게 빨리빨리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통일부가 금강산 개별관광 등 남북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면 워킹그룹을 통해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관광객들이 휴대전화나 노트북 같은 전자제품을 가지고 들어갔다가 대북제재에 걸려 피해를 볼 가능성 등에 검토 및 대응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 남북경협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의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와 싱크탱크를 포함한 워싱턴의 전반적인 기류는 ‘북-미보다 앞서나가는 남북관계’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노선이 흐트러지고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 북한이 한국 정부가 추진 하는 개별 관광에 호응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북-미 간 뉴욕 채널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화 재개 제안에 북한은 아직 아무런 답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강경한 분위기와 다소 결이 다른 최근 국무부의 반응은 두 북핵 협상대표의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게 한미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비건 부장관은 17일 저녁 이 본부장을 자택으로 초대해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만찬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부장관으로서 바빠진 일정에서도 이 본부장을 각별히 챙겨 주변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본부장의 설명과 설득에 일단 호응해준 비건 부장관의 반응이 세부적인 실무 논의에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대북제재 주무부처인 재무부의 제동 및 내부 강경파들의 제재완화 반대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 당시 불거졌던 양국 간 균열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만과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그에 대한 강한 신뢰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그가 행사해온 물밑 영향력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에 대한 한국 당정청의 반응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해리스 대사는 국무장관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해리스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잇따라 나온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개인 의견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미국 측 인사들은 앞서 해리스 대사가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개별관광에 대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미 워킹그룹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한국 측에 “4성 장군 출신인 해리스 대사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와전됐거나 오해를 산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대사는 서울에서의 업무를 넘어 국무부의 한국 및 북한 정책에 적지 않은 물밑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공동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관련 기고문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일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라인에서는 해리스 대사, 국방라인에서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외교안보 수장들의 공동 기고문 게재 필요성에 동의했고 실제 칼럼의 기본 틀을 짰다는 후문이다. 해리스 대사의 잇단 강성 발언과 이에 대한 한국의 들끓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신뢰감을 표시하는 이유는 한미관계 관리보다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과 북-미 관계 등 분야에서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외교문제보다 국내정치를 보다 중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 정부가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WSJ 기고문과 관련해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미 언론에 공동기고문을 실은 것은 처음으로 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좌절감(frustration)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16일(현지 시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실은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제6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직후 강한 표현을 동원해서 기고를 했다는 점도 한국의 분담금을 늘리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 측의 압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린치핀 동맹 유지하려면 더 부담해야”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의 오랜 요청에도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이 미흡했다는 지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이 상태를 그대로 놔두기에는 미국과 한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가 너무 크고 복잡하다”고 적었다. 두 장관은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라며 “미국의 방위공약과 미군의 주둔으로 한국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을 준 것이 한국 발전의 바탕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두 장관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한반도 평화 수호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한국은 자국 방위에 더 많이 이바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한국은 ‘동등한’ 파트너이자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압박한 대목이다. “현재 한국 측이 부담하는 기여분의 90% 이상이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들의 급여 등으로 지역 경제로 바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협소하게 정의된 (방위비) 비용은 전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고도로 발달된 기술 시대에 미국이 선진 군사능력을 포함해 한국에 제공하는 기여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또 “분담금협정 내역을 개선하면 양측 모두 혜택을 볼 것”이라며 SMA 틀을 변경하자는 기존의 요구를 재차 확인했다. 미국 측은 주한미군의 훈련 비용 등까지 한국에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는 ‘준비태세(readiness)’ 항목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두 장관은 “한국이 더 많이 분담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세계에서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린치핀’은 한국이 핵심 동맹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써온 표현이다. ‘린치핀 동맹’을 유지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강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위비 협상 직후 공동 기고문 게재 미국 측은 14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양국 간 제6차 SMA 협상 경과를 지켜보며 공동 기고문의 게재 여부와 시점 등을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두 장관은 공동 기고문을 게재했고, 주한 미국대사관은 기고문 게재를 기다렸다는 듯 거의 같은 시간에 미리 준비된 한글 번역본을 대사관 웹사이트에 올렸다. 두 장관은 기고문에서 “한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페르시아만 등지에 파병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을 지원했다. 또 군 현대화를 목표로 군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다”라며 “미국은 한국의 이 같은 기여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미국 무기 추가 구입,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 측 관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워싱턴에서의 6차 협상이 양국 간의 여전한 입장 차를 확인하며 큰 진전 없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두 장관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노골적으로 증액 압박에 나선 셈이기 때문. 이런 미국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의 협상도 날 선 신경전 속에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협정이 지난해 말 종료된 뒤 협정 공백 상태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간도 쫓기는 상황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미가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핵심 안보 현안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겠다고 하자 주한 미국대사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이를 당정청이 일제히 되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투 톱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전례 없이 언론 기고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7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한미 간에는 날카로운 한랭전선이 드리워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전날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 등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북 개별 관광과 관련해 한국의 제재 위반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남북 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 발언에 대해 “대북정책은 주권에 해당된다”며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격앙됐다. 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우리가 (해리스)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의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 협력이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in lockstep) 진행되도록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협력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평양에 제재 완화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남북 경협 속도전을 견제하면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에스퍼 장관은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닌 동맹’이라는 공동 기고문을 내고 “한국이 현재 주한미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있으며, 협소하게 정의된 비용은 전체 상황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면서 “한국은 자국 방위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16일(현지 시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실은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제6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직후 강한 표현을 동원해서 기고를 했다는 점도 미 정부의 분담금 증액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측의 압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린치핀 동맹 유지하려면 더 부담해야”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의 오랜 요청에도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이 미흡했다는 지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이 상태를 그대로 놔두기에는 미국과 한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가 너무 크고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두 장관은 “한미 동맹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며 “미국의 방위공약과 미군의 주둔으로 한국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을 준 것이 한국의 발전의 바탕이 됐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어 두 장관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한반도 평화 수호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한국은 자국 방위에 더 많이 이바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한국은 ‘동등한’ 파트너이자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방위비 분담을 증액을 압박한 대목이다. 이들은 “한국은 한반도 미군 주둔의 가장 직접적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두 장관은 “협소하게 정의된 (방위비) 비용은 전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고도로 발달된 기술 시대에 미국이 선진 군사능력을 포함해 한국에 제공하는 기여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또 “분담금 협정 내역을 개선하면 양측 모두 혜택을 볼 것”이라며 기존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틀을 변경하자는 기존의 요구를 재차 확인했다. 미국 측은 주한미군의 훈련비용 등까지 한국에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는 ‘준비태세(readiness)’ 항목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두 장관은 “한국이 더 많이 분담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세계에서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린치핀)으로 계속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린치핀’은 한국이 핵심동맹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써온 표현이다. ‘린치핀 동맹’을 유지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강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위비 협상 직후 공동 기고문 게재 미국 측은 14일부터 이틀 간 워싱턴에서 양국 간 제6차 SMA 협상 경과를 지켜보며 공동기고문의 게재 여부와 시점 등을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두 장관은 공동 기고문을 게재했고, 주한미국대사관은 기고문 게재를 기다렸다는 듯 거의 같은 시간에 미리 준비된 한글 번역본을 대사관 웹사이트에 올렸다. 두 장관은 기고문에서 “한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페르시아 만 등지에 파병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을 지원했다. 또 군 현대화를 목표를 군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다”며 “미국은 한국의 이같은 기여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미국 무기 추가 구입,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간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측 관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워싱턴에서의 6차 협상이 양국 간의 여전한 입장차를 확인하며 큰 진전 없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두 장관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노골적으로 증액 압박에 나선 셈이기 때문. 이런 미국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의 협상도 날 선 신경전 속에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협정이 지난해 말 종료된 뒤 협정 공백상태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간도 쫓기는 상황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5일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집권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어서 최종 통과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야당 민주당과의 격렬한 정치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하원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2건의 탄핵소추안을 상원으로 보내는 안건, 상원 탄핵 심리에서 검사 역할을 맡을 소추위원 7명의 지명 안건을 표결에 부쳐 전체 450명 중 찬성 228표, 반대 193표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18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28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폭스뉴스 앵커인) 루 돕스는 내가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을 포함해도 역대 최고 미 대통령이라고 했다”고 자화자찬하며 탄핵안 부결을 자신했다. 그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예정됐던 합의안 서명식도 20분 늦은 11시 50분에 시작했다. 하원 표결이 시작되는 정오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원은 21일부터 탄핵 심판을 시작하며 다음 달 초를 전후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장과 민주당 하원의원이 각각 재판장과 검사(소추위원) 역할, 상원의원 100명이 배심원을 맡아 표결을 진행한다. 전체 100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이뤄진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명한 7명의 탄핵 소추위원은 전원 민주당 소속이다. 하원의 탄핵 조사를 이끈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탄핵소추안 작성을 주도한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이 포함됐다. 또 하킴 제프리스, 조 로프그렌, 밸 데밍스, 실비아 가르시아, 제이슨 크로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소추위원 13명이 전원 백인 남성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소추위원 7명 중 3명이 여성이다. 또 7명 중 아프리카계 흑인 2명, 히스패닉계 1명이 있는 등 성과 인종의 다양성을 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원의 탄핵안 표결 때 공화당 하원의원 195명 전원이 반대했고, 특히 3명의 민주당 의원도 반대에 가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는 “공화당 이탈자는 제로(0)였고 우리는 3명의 민주당 의원을 얻었다. 탄핵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방위비 분담금에 영향을 미칠 군사적 기여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를 넘겨 진행 중인 방위비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는 군사적 기여의 가치를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분담금 협상을 파병 문제와 연계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의 최대 쟁점은 △인건비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 등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협정의 틀을 유지하느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주문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위해 여기에 ‘준비태세(readiness)’라는 새 항목을 신설해 주한미군 훈련비용 등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존의 틀 안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SMA 틀을 넘어서는 외부적 기여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측 협상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과 6시간 넘게 협상을 진행했다. 기존의 SMA 틀을 유지하려는 한국과 항목 신설을 통해 분담금 증액을 끌어내려는 미국 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와 의회에서까지 “5배 증액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 정부도 타협점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무리한 증액 요구에 비판적인 한국 여론을 감안할 때 설령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국회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협상팀 내부에서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가 반미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관여해온 한 관계자는 “협상에서 그 숫자(5배)는 더 이상 (미국 측 요구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협상에 반영하게 되더라도 이는 기존에 결정 및 이행된 것이 아닌 앞으로의 새로운 기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SMA 협상과 연계된다면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은 ‘돈 문제를 장병의 안전이 걸린 파병과 맞바꾸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파병이 이뤄진다 해도 방위비 협상에 얼마나 실질적 도움이 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며 노골적인 증액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미국 협상팀도 재량권이 많지 않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14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중동지역 해양안보 활동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이를 한국의 방위비 기여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내용에 정통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날 “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파병을 한미 간 공조를 위한 한국의 기여로 보고 이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참여를 위한 병력의 파병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해양안보 활동이나 기여까지 모두 포함되는지에 대해 “여러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에 따라 향후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잇따라 열린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든 국가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회담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협력과 관련해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남북협력에 대한 미국의소리(VOA)방송 질의에 “우린 북한에 단합된 대응을 하기 위한 조율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샌프란시스코=윤수민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협상 복귀라는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14일 열릴 예정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먼웰스클럽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 연설 및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 대응과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이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데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북한의 무기 시스템이 ‘실제 위협(real risk)’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이 결정은 전 세계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도 옳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북한에 최선이라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는 2보 전진하면 2보 후퇴하며 느리게 진행돼 왔다”고 평가하면서도 “(비핵화 로드맵의) 순서(sequencing)를 바로 맞추고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방어용으로써의 핵무기를 버리도록 확신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대화’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비핵화 협상과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생일축하 메시지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며 사실상 협상을 거부했음에도 이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는 것. 그는 특히 “미국은 북한의 체제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무기 없이도 더 밝고 안전한 입지에 설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당장 대북제재를 완화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보장을 앞세워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뜻이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 것.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을 달래려는 듯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이지 미국의 제재가 아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예정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의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최근 잇따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거론하며 “다음 달에 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한국, 일본의 카운터파트들과 의논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핵심 파트너라며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이나 (실리콘밸리 등) 서부지역이 아닌 그들에게 위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더 관여시키는 방안, 한일 관계 개선, 무역 이슈 등 한일 양국과 관련된 다른 이슈들도 함께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의 결정적 계기가 된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의 근거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2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언급한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등 ‘4개 미국대사관에 대한 위협’의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도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내 생각은 이란이 우리 대사관을 노릴 것이라는 대통령의 견해와 같다”고 덧붙였지만 불과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인한 셈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MSNBC 인터뷰에서 “위험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갖고 있었다”면서도 증거나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솔레이마니를 죽인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상황을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사실상 이를 거부한 상태여서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접촉해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했던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가 협상 재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 이행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는 12일 보도됐다. 그는 미국이 이런 뜻을 북한에 전달한 시점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8일)에 보낸 생일 축하 메시지에 이런 내용이 함께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액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잔혹한 북한 독재자와 따뜻한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도발)을 보내지 않은 것에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는 긍정적이며 고무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것이 미래에 어떤 종류의 테스트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놨다. 그러나 김계관 고문은 11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사라도 하듯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담아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고문은 “조미(북-미) 사이에 대화가 다시 성립하려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그렇게 (대폭 양보를) 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 정면 돌파 노선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한국이 미국 허락 없이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판하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실명으로 비난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사실상 이를 거부한 상태여서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접촉해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했던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가 협상 재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 이행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는 12일 보도됐다. 그는 미국이 이런 뜻을 북한에 전달한 시점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8일)에 보낸 생일축하 메시지에 이런 내용이 함께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악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축하 메시지 전달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잔혹한 북한 독재자와 따뜻한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도발)을 보내지 않은 것에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는 긍정적이며 고무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것이 미래에 어떤 종류의 테스트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놨다. 그러나 김계관 고문은 11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사라도 하듯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담아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고문은 “조미(북-미) 사이에 대화가 다시 성립하려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그렇게 (대폭 양보를) 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 정면돌파 노선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한국이 미국 허락 없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판하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실명으로 비난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의 결정적 계기가 된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제거의 근거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2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언급한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등 ‘4개 미국대사관에 대한 위협’의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도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내 생각은 이란이 우리 대사관을 노릴 것이라는 대통령의 견해와 같다”고 덧붙였지만 불과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인한 셈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MSNBC 인터뷰에서 “위험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갖고 있었다”면서도 증거나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솔레이마니를 죽인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상황을 전했다 의회의 여야 대표 및 정보위원회 중진 등 ‘8인 위원회’ 멤버 상당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4개 대사관에 대한 공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솔레이마니 제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첩보를 꾸미고(fudging)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대미(對美) 외교 원로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담화를 내고 2020년 한반도 전략의 큰 틀을 밝혔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거절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는 몸값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재요청했음에도 북한이 나흘 만에 ‘끼어들지 말라’고 반응하면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은 올해도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김계관은 11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낸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친서를 직접 전달받았다면서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남조선(한국)이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했다. 워싱턴을 겨냥해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월남(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탁(테이블)에서 1년 반 넘게 시간을 잃었다”며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남북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사실상 일축한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한미 외교가에선 비핵화 협상이 당분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비핵화 협상에 나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미 두 정상 간 브로맨스는 이미 지난해 말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사실 아래 미국과 북-미 관계 개선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식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또다시 한국을 ‘부유한 나라’로 언급하며 증액을 압박했다. 지난해 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시한을 넘긴 뒤 14, 15 양일간 미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올해 첫 협상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압박 발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내 미군 주둔 문제를 언급하던 도중 불쑥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문제를 꺼냈다. 그는 중동 추가 파병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사우디아라비아로의 파병 및 방위비를 언급하며 “우리는 사우디 같은 나라들을 도울 것이지만 부자 나라들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우리에게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줬다”며 “나는 한국에 ‘당신들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한국에 3만2000명의 병사를 주둔시키고 있으니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그들이 5억 달러를 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지난해 2월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도(9602억 원)보다 787억 원(8.2%) 증액된 1조389억 원으로 5억 달러와는 차이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처음 ‘5억 달러’를 언급한 뒤 이 수치가 근거 없는 수준으로 드러났는데도 반복해서 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도 지난해 언급했던 틀린 수치를 그대로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여러분의 텔레비전 세트 모두를 만들고 그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가 버렸다. 그들은 선박을 건설한다. 그들은 많은 것을 건설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전자기업, 선박 및 건설회사들이 미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이 지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동맹이 적보다 미국을 더 벗겨먹는다” “어린 시절 부동산 임대료 114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아내는 게 더 쉬웠다” 등 노골적 발언을 이어가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