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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자율형사립고 민족사관고가 잠재능력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민사고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꿈꿀 수 없었던 학생 4명에게 졸업까지 전액 장학금(각 9000만 원)을 지급한다. 저소득층 대상으로 전액 장학생을 선발하는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민사고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을 시행하는 올해 ‘한샘 DBEW(드뷰연구재단) 장학생’ 3명과 ‘민사고 총동창회 장학생’ 1명을 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대상은 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3명)와 중위소득 이하 자녀(1명)다. 일반전형 학생과 똑같이 교과 성적, 서류 평가, 면접, 체력검사를 통해 선발한다. 장학생이 되면 등록금 기숙사비 수학여행비 교복 악기 노트북 교재비 등 교육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가 전부 지급된다. 올해 기준 연간 3000만 원 수준이다. 문의는 민사고 입학관리실 전화나 e메일로 하면 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천안백석중 채정숙 교장(59)이 1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채 교장은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힘든 시기를 겪는 학생들이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모범생보다는 말썽쟁이 학생 이름이 먼저 외워졌다고 한다. 고개를 숙이고 터덜터덜 학교로 들어섰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밝은 표정으로 “쌤!”이라고 외치고 “제 이름 아세요”라고 물으면서 점점 밝아졌다고 한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의 작은 실천이 대통령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교육부는 채 교장뿐 아니라 교육 발전에 헌신해온 교원 2967명을 포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 포상 수여자는 근정훈장 12명, 근정포장 12명, 대통령 표창 95명, 국무총리 표창 108명이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 수여자는 2740명이다. 경기 당촌초 심학경 교장은 기초학습 부진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원단 활동을 하고 자료집을 개발한 공로가 인정돼 근정포장을 받는다. 교육부는 “교원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교육활동을 침해받은 교원 보호 조치와 치유 방안을 담아 교원지위법을 개정한 데 이어 시행령 개정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교육부는 2017년 1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자사고와 일반고의 입시를 12월에 동시 실시했다. 이전까지는 8∼11월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자사고는 ‘전기고’, 12월 이후 학생을 모집하는 일반고는 ‘후기고’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자사고도 ‘후기고’가 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여러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이런 제도 변경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서울 지역 후기 일반고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미달된 자사고 추가모집에 입학한 후 개학하자마자 자신들이 선호하는 일반고로 대거 전학 간 사실이 드러났다.○ 미달 자사고 이용한 편법 전학 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올 1월 서울 A자사고에는 일반고 배정에서 탈락한 학생 10명이 추가모집에 지원했다. 절반이 강남 송파 등 강남3구 학생들이었다. 이들 10명은 A자사고에 모두 합격했다. 하지만 이 중 9명은 3월 4일 입학식 이후 3일 안에 모두 일반고로 전학을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들이 전학 간 일반고는 대부분 강남과 송파 지역의 선호 학교였다. 지난해부터 자사고와 일반고의 학생 선발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미달된 자사고는 일반고 합격자가 결정된 뒤에야 추가모집이 가능해졌다. 이에 서울 지역 자사고는 일반고 배정에서 탈락한 학생 189명(중학교 석차 백분율 98.73% 초과자)과 다른 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졌지만 일반고에 가길 포기한 일부 학생으로만 추가모집을 진행해야 했다. 10명은 이런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원래 일반고에 떨어진 학력 미달 학생은 특성화고나 학력인정 평생교육 시설, 다른 시도 학생 미달 학교에 가야 한다”며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미달 자사고를 징검다리 삼아 학적을 만들고 선호하는 일반고에 골라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사고를 발판 삼아 자신들이 원하던 일반고에 가려 한 사실은 학부모들의 자백으로 드러났다. 한 학부모는 자녀의 전학 과정에서 A자사고 측에 “자식이 못나서 이런 방법을 이용했다.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다른 학부모도 “일반고 배정에 떨어지니 교육청에서 이런 방법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A자사고는 서울시교육청에 이런 문제점을 수차례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가는 학생 중 미달된 자사고를 이용한 경우가 포함됐을 수 있다”며 “학생들 학습권이 중요해서 그런 걸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서울시교육청이 일부러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자사고 관계자는 “교육청이 학부모들한테 이런 방법이 있다고 귀띔해주는 것 자체가 자사고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재지정 평가 결과 이후 더 큰 혼란 불가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고교 입시 정책들이 일관적이지 못해 학생은 물론 부모들도 혼란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자사고는 지난해처럼 일반고와 동일하게 12월에 학생을 선발한다. 교육부는 원래 시행령을 개정할 때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올해 자사고 지원자는 후기고 모집 시 1지망에 자사고, 2지망에 일반고를 지원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져도 일반고에 갈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사고와 학부모들은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일반고는 2지망으로 지원되는 만큼 1지망으로 일반고를 지원하는 학생보다 선호 학교에 가기 어려워지니 불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사고 측도 자사고 지원했다가 떨어질 경우 선호하는 일반고에 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조성해 자사고 지원을 기피하게 하려는 게 정부의 의도라고 하소연했다. 자사고를 둘러싼 현장 혼란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오는 7월 이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개 시도 교육청은 6월까지 자사고 24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마무리하고 7, 8월 일반고 전환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는 5년 전보다 기준점이 10∼20점 높아졌다. 자사고들은 “기준점을 통과할 학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녀가 중3인 한 학부모는 “자사고에 보내려고 준비시켜 왔는데 일반고로 전환되는 결과가 나오면 선뜻 지원하기 어려울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교육부는 2017년 1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자사고와 일반고의 입시를 12월에 동시 실시했다. 이전까지는 8~11월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자사고는 ‘전기고’, 12월 이후 학생을 모집하는 일반고는 ‘후기고’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자사고도 ‘후기고’가 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여러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이런 제도 변경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서울 지역 후기 일반고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미달된 자사고 추가모집에 입학한 후 개학하자마자 자신들이 선호하는 일반고로 대거 전학 간 사실이 드러났다. ● 미달 자사고 이용한 편법 전학 8일 동아일보 취재결과 올 1월 서울 A 자사고에는 일반고 배정에서 탈락한 학생 10명이 추가모집에 지원했다. 절반이 강남 송파 등 강남3구 학생들이었다. 이들 10명은 A 자사고에 모두 합격했다. 하지만 이중 9명은 3월 4일 입학식 이후 3일 안에 모두 일반고로 전학을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들이 전학 간 일반고는 대부분 강남과 송파 지역 학교였다. 지난해부터 자사고와 일반고의 학생 선발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미달된 자사고는 일반고 합격자가 결정된 뒤에야 추가모집이 가능해졌다. 이에 서울 지역 자사고는 일반고 배정에서 탈락한 학생 189명(중학교 석차 백분율 98.73% 초과자)과 다른 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졌지만 일반고에 가길 포기한 일부 학생으로만 추가모집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원래 일반고에 떨어진 학력 미달 학생은 특성화고나 학력인정 평생교육 시설, 다른 시도 학생 미달 학교에 가야 한다”며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미달 자사고를 징검다리 삼아 학적을 만들고 선호하는 일반고에 골라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사고를 발판 삼아 자신들이 원하던 일반고에 가려한 사실은 학부모들의 자백으로 드러났다. 한 학부모는 자녀의 전학과정에서 A 자사고 측에 “자식이 못나서 이런 방법을 이용했다.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다른 학부모도 “일반고 배정에 떨어지니 교육청에서 이런 방법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자사고는 서울시교육청에 이런 문제점을 수차례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가는 학생 중 미달된 자사고를 이용한 경우가 포함됐을 수 있다”며 “학생들 학습권이 중요해서 그런 걸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서울시교육청이 일부러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자사고 관계자는 “교육청이 학부모들한테 이런 방법이 있다고 귀띔해주는 것 자체가 자사고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재지정 평가 결과 이후 더 큰 혼란 불가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고교 입시 정책들이 일관적이지 못해 학생은 물론 부모들을 혼란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자사고는 지난해처럼 일반고와 동일하게 12월에 학생을 선발한다. 지난해는 교육부가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해 자사고를 지원하면 일반고에 원서를 넣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올해는 자사고 지원자는 후기고 모집 시 1지망에 자사고, 2지망에 일반고를 지원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져도 일반고에 갈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불리할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사고와 학부모들은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일반고는 2지망으로 지원되는 만큼 1지망으로 일반고를 지원하는 학생보다 선호 학교에 가기 어려워지니 불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사고 측도 자사고 지원했다가 떨어질 경우 선호하는 일반고에 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조성해 자사고 지원을 기피하게 하려는 게 정부의 의도라고 하소연했다. 자사고를 둘러싼 현장 혼란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오는 7월 이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개 시도 교육청은 6월까지 자사고 24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마무리하고 7~8월 일반고 전환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는 5년 전보다 기준점이 10~20점 높아졌다. 자사고들은 “기준점을 통과할 학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녀가 중3인 한 학부모는 “자사고에 보내려고 준비시켜 왔는데 일반고로 전환되는 결과가 나오면 선뜻 지원하기 어려울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올해 신규 임용된 A 교사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 발령받자마자 2학년 담임을 맡았다. 중2는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도하는 데 부담이 많아 경력교사들도 꺼리는 학년이지만 초임 교사인 A 교사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가 오기 전부터 맡을 학년과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A 교사는 같은 과목을 맡은 교사 중 수업도 제일 많다. 교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1, 5교시 수업도 도맡았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2월 말에 학교를 배치받다 보니 수업 준비도 벅찼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먼저 교직에 나간 대학교 선배들로부터는 ‘남학생한테 20대 여자 선생님은 얕잡아 보이기 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A 교사는 20대 초보이면서도 학생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선생님은 서른 살 넘었어. 여기가 두 번째 학교야”라고 거짓말을 한다.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초임 교사들이 담임이나 학교폭력 업무 등 기존 교사들이 기피하는 과중한 업무를 떠맡는 일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경력이 많은 교사들이 학부모나 학생에게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큰 업무를 기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신규 교사가 그 일을 도맡는 것이다. 올해 신규 임용된 B 교사도 중학교 2학년 담임이다. 해당 과목에서 수업이 제일 많고, 학교폭력을 담당한다. 한 학부모는 자녀 일로 항의를 하러 왔다가 B 교사 얼굴을 보고 대뜸 “선생님 되신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다. B 교사는 솔직하게 답했다. 이 학부모는 “저는 교사는 자질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임 교사가 고3 담임을 바로 맡는 경우도 있다. 이 학교 고3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시에 올인해야 하는데 담임이 올해 임용된 분이라 입시 경험이 없어 걱정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신규 임용 교사 10명 중 7명(73%), 중등 신규 교사는 10명 중 6명(66%)이 첫 발령을 받자마자 바로 담임을 맡았다. 특히 중학교에서 신규 임용돼 담임을 맡은 교사의 48%는 업무 부담이 상당한 2학년 담당이었다. 교사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지는 교장의 철학이라 학교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신규 교사의 경우 교직 적응과 역량 제고를 위해 임용 첫해에는 담임을 맡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기간제 교사가 기존 교사의 기피 업무를 도맡기도 한다. 서울 C중학교는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지도부의 부장을 제외한 구성원 모두가 기간제 교사다. 기간제 교사들이 오기 전에 기존 교사들이 업무분장을 짜면서 그 자리만 비워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2명 중 1명(49%)은 담임을 맡았다. 기간제 교사 수는 전체 교사의 10%에 불과한데도 담임 비중은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경력 교사들이 힘든 업무를 기피하다 보니 새 학기가 되면 담임과 주요 업무를 맡기느라 학교는 머리를 싸맨다. 서울 D고 교장은 “경력 교사들에게 ‘이건 책무성의 문제’라고 얘기해도 다들 이리저리 빠지려 한다”며 “아기를 가질지도 몰라서 담임을 못한다고 하는데 강제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 E초등학교 관계자는 “요즘은 교사들이 교직을 직업으로 생각하니 힘든 건 하기 싫어한다”고 전했다. 초임 교사나 기간제 교사가 중요 업무를 맡는 것에 대한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경험이 모자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휘둘려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의견과, 경력 교사보다 열정이 많고 학생들과 소통이 잘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내가 직접 만나 봐서 안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를 완화하라’고 지시해도 공무원은 바뀌지 않는다.” 봉사, 희생, 합리성 등 긍정적인 응답은 찾기 어려웠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 운영자들이 체험한 규제 공무원의 모습은 ‘복지부동’ ‘책임회피’ 등 부정적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스타트업 운영자 10명 중 7명은 정부가 규제 혁파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로 공무원 그 자체를 꼽았다. 동아일보가 O2O(온·오프라인 연계), 모빌리티, 핀테크, 바이오, 의료 등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운영자 1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 결과다. 이들의 76.5%는 ‘대통령의 규제 완화 지시가 공무원들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규제 자체보다 이를 지키려는 공무원이 더 문제” 우선 스타트업 운영자들이 공무원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본 답변을 물어봤다. “그건 ○○법과 ○○지침 때문에 안 됩니다”(66.3%·이하 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다. 이어 “그건 저희 소관 업무가 아닙니다” “그런 전례가 없습니다”(각각 56.1%)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습니다”(34.7%) “제가 온 지 얼마 안 돼서요”(12.2%) 등 책임회피형 답변이 뒤를 이었다. 답변이 지연되거나 결정을 미룰 때 담당 공무원은 뭐라고 했을까. “이해 관계자나 관련 협회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50.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담당 부처와의 협의가 길어졌다”(48.0%) “담당자가 바뀌었다”(26.0%) “잘 모르는 내용이라 검토 시간이 길어졌다”(20.0%) “바빠서 아직 검토를 못 했다”(10.0%) 등의 순이었다. “아예 지연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응답도 32.0%나 됐다. 스타트업 운영자들은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문제점으로 △신산업에 대한 보수적 시각(67.4%) △일 떠넘기기 행태(56.8%) △전문성 부족(54.7%) △느린 일 처리(43.2%) △잦은 인사이동(32.6%) 등을 꼽았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9명(90.7%)은 사업 과정에서 공무원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거나 느낀다고 말했다. 67.8%는 “신산업에 대한 규제 자체보다 그 규제를 관장하는 공무원이 더 문제”라고 답했다.○ 나에게 공무원은 ‘통곡의 벽’ 동아일보는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그들이 겪은 공무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물어봤다. 반려동물 장례업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자신이 만났던 규제 관련 공무원을 ‘복불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떤 공무원을 만났느냐에 따라 사업의 합법과 불법 여부가 판가름 난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복불복’”이라고 했다. 책임을 떠넘기는 공무원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소극행정으로 사업의 기회를 놓쳤다며 공무원을 ‘백태클’ ‘통곡의 벽’ ‘허들’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졌다며 ‘8비트 로봇’ 같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공무원을 대할 때마다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사물인터넷 벤처기업인 모바일디에스티의 김주원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의 현실을 모르다 보니 아직도 제조업 시대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의 C 대표는 “신산업과 관련 기술 민원을 제기하면 공무원들은 ‘진상 민원’처럼 취급한다”고 했다. 한국형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공무원을 ‘적반하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도움을 청해 업체 노하우, 업계 현황 등 다 알려줬는데 정책이 바뀌었다면서 지원을 거부해 뒤통수 맞았다”며 “한국에선 창업을 시작하면 규제 전문가가 되고 나중엔 결국 사회 불만세력이 된다”고 성토했다. 답변 가운데는 ‘불쌍한 사람들’ ‘열심히 고생하는 분들’ 등 공무원에 대한 동정론도 있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공무원의 존재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기업인이 이렇게 많다는 점을 공직사회가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최예나·임보미 기자}

“누군가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건 강하고 멋있는 게 절대로 아니란 거. 누군가 아파할 때 그걸 구경하진 말자.” 경기 빛가온초교 교사 이현지 씨의 유튜브 채널 ‘달지’에 올라온 동영상 내용이다. 이 씨는 랩으로 학생들에게 학교생활과 소통을 가르치는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해 인기를 얻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4만 명이다. 그 외에 경기 대호초교 교사 박준호 씨의 ‘몽당분필’, 경기 범박고 교사 허준석 씨의 ‘혼공tv’도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교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교사 유튜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교육계 논쟁이 뜨겁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 중에 교사의 ‘유튜브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 범위를 상세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 현재 교사 934명이 유튜브 채널 976개를 운영 중이다. 학생들이 “유튜브로 학습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호응하면서 유튜브 활동을 하려는 교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디어 세대인 학생들은 동영상을 통해 교육정보를 얻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막기보다는 기준을 세운 후 권장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교사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공무원이 겸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교사 유튜버를 징계해 달라는 요구가 올라오기도 했다. 또 교육부에는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허락해야 하나”라는 학교장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이런 현상은 교사의 유튜브 활동 관련 복무규정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부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세우기가 쉽지 않은데,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인정하면서 그 ‘선’을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공무원인 국공립학교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사가 유튜브 활동으로 학교 근무를 소홀히 할 수 있어 그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유튜브 활동을 통해 얻는 광고 수익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유튜브는 ‘구독자 수 1000명, 재생시간 4000시간’을 충족하면 광고가 삽입돼 수익이 발생한다.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만 보여줘야지’라며 동영상을 만들어도 내용이 재미있어 인기를 끌면 수익이 생길 수 있다. 교사가 학교 수업을 통해 얻은 자료나 지식 등을 활용해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 경우 ‘저작권’과 관련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또 가이드라인을 교과과정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만든 유튜브 콘텐츠에 한정할지, 그 외 취미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지가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수업을 위해 모든 학생이 봐야 하는 동영상에 대해서만 광고 삽입을 막을지, 혹은 교사가 만든 유튜브 콘텐츠에 제한 없이 광고를 허용할지에 대해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교사가 유튜브 활동으로 광고 수익을 얻을 경우 종합소득세를 낼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포함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시도마다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허용하는 수준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소속 교사의 복무는 시도교육감의 결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도교육청 유튜브 지원단’을 꾸리는 등 교사의 유튜브 활동에 긍정적이다. 반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최근 “교사가 유튜브 활동으로 광고 수익을 얻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유튜브 활동을 장려할지 말지는 결국 교육감이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헌법소원을 낸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사진)은 11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접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에이 참…”이라면서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하나(자사고,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 조항)라도 위헌 결정을 내려준 게 다행”이라며 “동시 선발 조항이 5(위헌) 대 4(합헌)로 위헌 다수 의견으로 합헌이 나왔다니 그나마 마음이 풀린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며 헌재 결정이 나오면 내놓으려고 준비한 입장문을 보여줬다. 제목에 ‘후기 이동(동시 선발)→합헌, 중복 지원 금지→위헌’이라고 적혀 있었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후기고가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열심히 책(수학의 정석) 써서 번 돈으로 사립학교를 세웠는데 교육감이 학생도 배정해주고 정해준 것만 가르치는 게 싫었다”며 “내 손으로 학생을 뽑고 싶어 많은 재정 부담을 지고 자사고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지난해까지 법인 전입금으로 463억 원을 쏟아부었다. 법적으로는 학생 납입금의 20%만 내면 되지만 홍 이사장이 낸 것은 73%다. 정부가 자사고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을 홍 이사장은 강하게 비판했다. “차라리 법을 만들어서 한번에 폐지하지 그게 어렵다고 학생들 지원을 막아 자사고를 궤멸시키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품위를 잃었다”고 말했다. 상산고는 다른 자사고들보다 재지정 평가에서도 불리하다. 전북도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을 다른 지역보다 10점 더 올렸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없어지면 다시 조기 유학 붐이 일 것”이라며 “국가가 미래를 위한 교육을 걱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못 하게 하고 나는 돈 들여 하고 싶다고 하니 참 이상한 세상”이라고 토로했다. 홍 이사장은 엊그제 만난 학생들을 떠올렸다. “애들이 ‘이사장님, 용기 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학교가 너무 좋아요’라면서 나를 위로해요. 학교가 무너지면 그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망연자실합니다.” 앞서 홍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에서 재판관들을 향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 두 가지가 모두 합헌 결정이 나면 자사고는 궤멸될 것”이라며 “솔직히 학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헌법재판소가 11일 ‘중복 지원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불합격 시 일반고에 진학하기 어려워지면 학생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선발하도록 한 규정은 합헌으로 결정했다. 고교서열화와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자사고에 지원하길 희망하는 중3 학생은 지난해처럼 일반고에도 동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 1명 차이로 동시 선발 ‘합헌’ 헌재는 이날 “평준화 지역 자사고 불합격자는 자기 학교 군에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고, 통학이 힘든 먼 거리의 비평준화지역 학교에 진학하거나 고등학교 재수를 해야 한다”며 “자사고에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중복지원 금지 원칙만 규정하고 자사고 불합격자에 대해 아무런 진학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엔 재판관 9명 중 최소 6명이 필요하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가 부족해 합헌 결정이 난 것이다. 헌재는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규정한 취지는 일반고와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학생을 먼저 선발하게 한 것”이라며 “하지만 학교 유형 간 학력 격차가 확대돼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규정하는 것의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유지할 경우 우수학생 선점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해 고교서열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을 신속히 개정하겠다”며 “자사고 폐지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동시 선발까지 위헌이 나와 자사고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일반고 배정 유불리는 지역 차 과거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전기고는 8∼11월, 일반고인 후기고는 12월 이후에 학생을 선발했다. 전기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해 학교 간 격차가 커진다는 비판에 따라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17년 12월 개정했다.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도 금지했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교육청이 배정해주는 정원 미달 일반고나 비평준화 지역 학교에 가게 한 것이다. 이에 자사고 측은 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월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같은 해 6월 헌재가 중복지원 금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지난해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다. 11일 헌재 결정으로 올해 중3 학생들의 고입 방식도 달라질 게 없다. 자사고 외고 등 선발은 12월에 진행된다. 자사고 지원자는 1지망으로 자사고, 2지망으로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할 경우 선호되는 일반고에 입학할 가능성은 지역마다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서울은 1지망에서 서울 시내 학교 정원의 20%만 뽑는다. 1지망에서 선호 학교 정원이 마감되는 게 아니므로 자사고 불합격자에게도 큰 불이익이 있진 않다. 반면 전북 전주는 일반고에 1지망으로 지원하는 학생부터 학교 정원의 100%를 채운다. 이에 자사고 불합격자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선호하는 일반고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4일까지 원서 접수를 마감한 영재학교 5곳의 경쟁률(정원 내 기준)이 19.24 대 1로 전년도(15.93 대 1)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8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2020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 결과 429명 모집에 8256명이 지원했다. 학교별로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경쟁률이 30.60 대 1(지난해 21.50 대 1)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대구과학고 21.39 대 1(지난해 17.71 대 1),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21.12 대 1(19.25 대 1), 대전과학고 14.21 대 1(13.02 대 1), 광주과학고 9.98 대 1(9.07 대 1) 순이었다. 영재학교는 자사고 외고 과학고와 함께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교다. 영재학교 경쟁률 상승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졸업도 하기 전에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경우에 따라 전체 자사고 42곳 중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고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영재학교 입시는 떨어져도 나중에 과학고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다. 경기과학고 한국과학예술영재학교 서울과학고 등 나머지 영재학교 3곳은 각각 이달 9, 10, 19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영재학교는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영재성 검사 또는 문재해결력 평가, 3단계 영재캠프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영재학교 8곳의 평균 경쟁률은 2018학년도 14.01 대 1, 2019학년도 14.13 대 1이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한국 공무원은 도대체 누구 편인가요? 외국에선 자기네들에게 오라고 손짓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지원을 요청해도 규제에 막혀 사업을 시작조차 못합니다. 외국이 더 편해요.” ● 해외는 사업하도록 정부가 돕는다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반 맞춤형 안경테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프린트랩의 신승식 대표(42)는 지난해 유럽으로 진출했다. 규제를 피해 해외로, 이른바 ‘규제 이민’을 떠난 것이다. 블루프린트랩은 고객이 ‘셀카’ 이미지를 올리면 이를 분석해 어울리는 안경테를 추천하고 다양한 안경 모델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신 대표는 “국내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국내에선 안경 원격 구매가 막혀 있는 데다 얼굴 이미지 사용에 대한 규제 장벽이 높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블루프린트랩은 현재 영국 맥라렌과 프랑스 라미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와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블루프린트랩이 진출한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는 네덜란드 프랑스 룩셈부르크의 정부 공무원들은 사업을 저해하는 규제 해결을 돕겠다고 나섰다고 한다.신 대표는 “EU 국가에도 개인정보보호법(GDPR) 같은 엄격한 규제가 있지만 명시된 요건을 충족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다”며 “국내에서 규제와 싸우며 애를 먹느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 본사를 자국으로 옮기면 규제 개혁과 세제 혜택까지 주겠다는 제안이 많은데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해외에서 일단 검증부터 받고 오라VR 입체음향 오디오 기술을 개발한 가우디오랩은 국내 사업은 일단 보류하고 해외로 진출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2014년 오디오 기술의 국제표준을 정하는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 국제회의에서 ‘동영상 오디오 표준’으로 채택됐다. 2017년엔 영국에서 열린 ‘VR어워드’의 혁신기업으로도 뽑혔다. 그런 가우디오랩은 정작 한국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도 기술력을 평가할 만한 전문가가 없었다. 오현오 대표는(46)은 “회사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동안 정부에선 이 기술을 심사할 전문 인력이 없었다. 사업 지원 심사에선 ‘해외에서 일단 검증부터 받고 오라’고 하니 정부에 아예 기대를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또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의 기술이 산업계의 표준으로 채택되고 상용화되도록 돕고 있는데 한국에선 반대”라며 “공무원들이 국내 표준 기술 채택 심사에서도 브랜드 이름이 더 익숙한 미국의 음향기업 돌비 등 외국 기업의 기술력을 우대한다”고 했다. 가우디오랩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선 왜 안 되냐’고 해외서 되물어한국NFC의 황승익 대표(46)는 최근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몇년 동안 노력했지만 이제 포기했다”고 밝혔다. 한국NFC는 스마트폰 앱만 설치하면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이용해 고객으로부터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했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상공인층의 수요가 높았다. 전자결제시스템 사업자를 통해 서비스 중인 한국NFC는 정부에 카드 가맹점 자격 요건을 확대하고 단말기 인증 규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건전한 신용카드 거래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사업을 막았다. 처음엔 황 대표도 규제 개선에 기대를 걸었다. 지난 2년 동안 5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만났고 법률 자문료로 수천만 원을 썼다. 하루에 수십 번씩 담당 부처에 전화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새 담당자가 오면 “제가 업무를 잘 모른다”며 회피하기 일쑤였다. 최근 마지막 기대를 걸고 신청한 규제샌드박스에서도 탈락했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결국 황 대표는 일본과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규제가 꼭 필요하다면 적어도 글로벌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는 맞춰져야 한다”며 “해당 규제가 없는 미국 일본 정부와 투자자의 도움으로 현재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황 대표는 정부의 신산업 육성 정책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규제에 막혀 국내 사업을 시작도 못해본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해외 진출만 장려하는 정부 정책은 모순 덩어리”라며 “해외 정부와 기업이 ‘이 좋은 기술이 정작 왜 한국에선 안 되느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냐’고 물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놓치면 미래 일자리 사라져” ▼전문가들 ‘규제 이민’ 대책 촉구… “산업-인력 생태계 붕괴하고 있어” 스타트업의 규제 이민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하고 있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이제까지 스타트업 기업들은 한국에서 일군 성공을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을 지향했지만 최근 들어 규제를 피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타트업은 해당 국가의 혁신 성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규제 합리화 작업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고 이를 고용 창출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과거 30년간 기존 기업들의 일자리는 매년 100만 개씩 줄었지만 스타트업이 매년 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전체 고용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스타트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한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대(약 3조4000억 원)를 기록한 지난해 벤처투자 기업 1072개사가 고용한 인원은 4만1199명이었다. 특히 고용증가율은 20.1%를 기록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고용증가율(1.6%대)을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앞으로 더 늘어나면 고용 창출 효과는 뚝 떨어질 수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인 정보기술융합 사업은 공장 같은 물리적 장비를 투자할 필요가 적어 해외 진출의 장벽이 낮은 편이다. 특히 자동 통역 기술로 한국 기업의 걸림돌로 꼽히던 언어장벽이 낮아졌다. 곽 특임교수는 “근무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가세하면서 스타트업계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면 산업생태계뿐만 아니라 인력생태계까지 무너지는 것”이라며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유근형(정치부) 배석준(산업1부) 염희진(산업2부)김준일(경제부) 임보미(국제부) 한우신(사회부)최예나(정책사회부) 김기윤 기자(문화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서울 자율형사립고 13곳 모두가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제출 기한을 일주일 늦추기로 했다. 2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운영성과 평가보고서 접수를 마감했지만 서울 자사고 22곳 중 올해 평가 대상인 13곳 모두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자사고는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내야 재지정 평가가 시작된다. 교육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현장평가 실시 후 8월 전 재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하지만 1월 교육당국이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5년 전보다 10점 또는 20점 올리는 등 평가기준을 높인 것에 반발해 서울 자사고들이 평가보고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앞서 25일 서울 22개 자사고 교장들은 “자사고 죽이기를 멈추지 않으면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달래기’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저녁 이들 자사고 13곳에 ‘평가보고서를 4월 5일까지는 꼭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때까지 자사고들이 평가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에 응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률 검토도 받았다. 일부 자사고는 평가 자체를 거부하면 향후 소송에서 불리할 것을 감안해 다음 주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을 제외한 10개 교육청의 11개 자사고는 이날 모두 평가보고서를 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3월 19일, ○○초 ‘녹색 알바’ 구합니다. 8시 10분부터 9시까지, 2만 원입니다. 약속 펑크 내지 않고 잘 지켜주실 분요.” 초등생 등하교 교통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는 워킹맘들이 자주 지역 ‘맘 카페’에 올리는 글이다. 앞으로 서울에서 이런 구인 광고가 상당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녹색어머니회는 초등생들이 등하교 때 안전하게 학교 주변 길을 건널 수 있게 돕는 경찰청 소속 사단법인 봉사단체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방경찰청, 모범운전자연합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서울 초교 70여 곳에 녹색어머니회 대신 ‘모범운전자 회원’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모범운전자회는 교통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경찰서 단위로 조직돼 운영되는 모범운전자들 단체다. 이번 조치는 “학부모들의 녹색어머니회 참여 부담을 없애겠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개선에 나선 것은 학부모들이 녹색어머니회 참여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겠다는 학부모가 줄고 있다. 일부 학교는 학기 초에 강제로 전 학년 학부모에게 ‘1년에 한 번씩’이라며 녹색어머니회에 참여하도록 강제할 정도다. 일부 학부모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불참했다가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 봐 교통지도를 대행할 아르바이트를 구하곤 한다. 아르바이트 대행업체가 3월이면 ‘녹색 알바’ 광고를 많이 띄우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녹색어머니회는 1969년 ‘자모교통 지도반’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해 1971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초등생의 어머니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86만 명이 녹색어머니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서울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14만2755명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참여 학부모를 찾지 못해 녹색어머니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부터 우선적으로 모범운전자를 배치할 계획”이라며 “조 교육감의 임기 내 모범운전자 배치를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북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에 반발하고 있는 전주 상산고가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는 일단 받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기준점에 미달돼 일반고로 전환되면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했다. 앞서 서울 부산 등 10개 시도교육청은 올해 예정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커트라인을 이전보다 10점 올렸다. 그런데 전북도교육청만 유일하게 20점 올리는 바람에 상산고는 80점 이상을 받아야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는다. 상산고는 20일 법인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 상산고는 “이번 자사고 평가가 타 시도 자사고와의 형평성 문제, 법적 근거의 취약성, 자사고 운영의 자율권 침해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다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불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가는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논의되던 학교 이전은 홍성대 이사장이 “속상하지만 고향에서 후학을 기르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제외됐다. 상산고를 비롯한 자사고들은 이달 내로 교육청에 ‘운영성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청은 각 자사고의 운영성과 보고서를 토대로 서면과 현장평가를 실시해 7월경 일반고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재지정 기준 상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평가가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상산고 학부모 150명은 교육부 앞에서 ‘상산고는 적법한 평가 원한다’고 적힌 노란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은 ‘재지정 기준 조정’을 요청하는 2만여 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정운천, 김관영, 유성엽 등 전북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26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게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타 시도로의 인재 유출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최예나 기자}

“주위 애들 다 강남 가는데….”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 씨(40·여)는 요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의 전학을 두고 고민이 많다. 김 씨는 “동네에서 조금만 공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 엄마들은 이미 강남으로 전세라도 급히 구해 이사를 갔다”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교육특구인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로의 전입 열풍이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유치원을 갓 졸업한 초등학생으로까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강남으로 들어가야 최상위권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1, 2월 2012년생 전입·전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전학 간 아이들 10명 중 3명은 강남 3구로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올해 서울시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다른 학교로 전입한 아이들은 25개구의 총 4939명이었다. 이 중 강남 3구 초교로 전입한 학생들은 서초구 323명, 강남구 468명. 송파구 787명으로 총 1578명이었다. 또 양천구는 362명, 노원구는 263명이었다. ‘강남 3구’ 중에서도 송파구의 전입 인원은 강남·서초구의 약 2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송파구는 강남구나 서초구보다 주거 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 강남 지역 학원에 자가용으로 태워주는 것이 가능하면서도 놀이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선호한다. 송파구가 두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외부 지역 전학생이 몰리는 강남 도곡동이나 대치동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맞는 놀이터 등 놀이 시설이 부족하다. 얼마 전 송파구에 약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집값이 하락한 점도 ‘송파 러시’를 불렀다. 자산 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부부들이 강남, 서초구 대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송파구로 몰렸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이사는 “송파구도 엄연히 강남 3구”라며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진입 장벽이 그나마 낮은 곳인 송파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 3구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밀려오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 특성상 해당 학교 통학구역에 전입신고가 되면 자동으로 그 학교에 배정된다. 서울 강남구 A초교 관계자는 “학생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지만 오는 학생을 막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반발 때문에 출생률 저하로 인한 자연적 감소 외에는 당국이 학군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본교 통학구역 외에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주소지 인근 학교로 전학하여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서울 강남구 B초교는 지난달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통신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이 학교는 “학생이 계속 들어오는데, 전입학 이후 통학구역 외로 이사 가도 학교에 알리지 않고 계속 다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수 과밀로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실내화 주머니를 걸 자리가 없어 ‘실내화 없는 학교’를 만드는 학교가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구 C초교는 지난달 학생들이 교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올 수 있도록 교칙을 바꿨다. 타 지역에서 온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실내화 주머니를 걸어두기에도 교실 공간이 부족해진 탓이다. 저학년의 강남 러시는 결국 ‘입시’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에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년이 올라가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동반효과라는 게 있다”며 “강남 3구는 학습 분위기, 공부에 대한 관심 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제도에 대한 불안감도 강남 전입을 부추겼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를 시행한다고 했다가 유예하는 등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욱 입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사지원 기자}
전북대 제주대 한림대가 내년에 신설되는 약학대학 선정 심사에서 1차 관문을 통과했다고 교육부가 18일 밝혔다. 2차 심사인 현장실사를 통과하면 약대가 설치된다. 이번 약대 신설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약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통보해 이뤄진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35개 대학에서 약대가 운영 중이다. 연정원은 1693명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2020년까지 약사 인력이 7000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약대 정원을 60명 늘려야 한다고 교육부에 통보했다. 1차 심사에는 전북대 제주대 한림대를 포함해 고신대 광주대 군산대 대구한의대 동아대 부경대 상지대 유원대 을지대 등 총 12곳이 신청했다. 심사에서는 신약개발과 임상연구를 담당할 약사를 길러낼 수 있는지가 중점적으로 평가됐다. 1차 심사를 통과한 3개 대학 모두 의대를 보유했기 때문에 평가에 유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전북대 제주대 한림대에 대해 2차 심사를 곧 벌여 이달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2차 심사에서 세 대학 모두 점수가 높으면 각각 정원 20명 규모의 약대가 다 설치될 수 있다. 그런데 약대가 운영되려면 최소 정원이 30명은 돼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1년 신설 때처럼 설립 다음 해에 추가 증원하는 방안을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약사 인력 공급 과잉을 이유로 약대 신설을 반대해왔다. 반면 복지부는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업약사 배출보다는 R&D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신설 약대가 기존 약대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 8개 과학영재학교와 과학예술영재학교는 올해 총 789명을 선발한다. 영재학교 원서접수는 이달 28일 광주과학고를 시작으로 대부분 다음 달 초순에 진행된다. 원하는 만큼 복수 지원할 수 있지만 2단계 전형 일정이 5월 19일로 동일하므로 가장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기준으로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이 좋다. 2곳 정도에 지원하고 1단계 통과 여부를 보고 최종 지원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13일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의 도움을 받아 영재학교 2020학년도 입학요강과 준비법을 알아봤다.○ 수학-과학 교과지식 바탕으로 출제 영재학교는 전국 단위 선발이라 학생들은 지역을 불문하고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반드시 중학교 3학년만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 2학년이나 졸업생도 가능하다. 다만 영재학교는 이공계 영재를 육성한다는 설립 목적에 따라 의대 치대 한의대 진학 희망 학생을 입학시키지 않으려 한다. 이에 입학요강에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면 교사 추천서를 써주지 않고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반납해야 한다’, ‘의학계열 진학 희망자에게 본교는 부적합하다’고 명시돼 있다. 영재학교는 1단계 전형을 ‘서류평가’나 ‘학생기록물 평가’라는 이름으로 실시한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관찰소견서가 중요하다. 학생부 교과 성적은 수학 과학 국어 영어를 본다. 과학고와 달리 성적을 ABCDE 등급으로만 받지 않고 원 점수까지 받는다. 자기소개서에는 외부 수상 기록이나 영재교육원 수료 같은 내용은 쓸 수 없다. 교내 활동에서 수학과 과학 분야에 대한 열정, 우수성, 연구 항목 등을 진정성 있게 적는 것이 유리하다. 수학 과학 담당교사나 담임교사가 써주는 추천서나 관찰소견서를 통해서는 학문적 열정과 인성, 리더십, 봉사활동 등을 평가한다. 2단계 전형은 지필고사다. ‘영재성 검사’나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 등으로 불린다.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학 과학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융합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한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시대회 기초나 심화 수준 문제가 출제된다. 영재학교는 홈페이지에 기출문제를 탑재하므로 반드시 풀어 보면서 실전 감각을 길러야 한다. 서울과학고의 ‘영재성 및 사고력 검사’는 국어 수학 과학 과목에 걸쳐서 출제되고 ‘창의성·문제해결력 검사’는 서술형으로 창의성 문제해결력 융합적사고력 등을 평가한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2차 전형 문제를 공동 출제한다. 과학·수학 역량검사와 함께 인문·예술 융합 소양평가를 실시한다. 2단계 전형에서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실시하는 영재학교가 두 곳 있다. 서울과학고는 2019학년도부터 2단계 전형 통과자 중 지역 인재와 특정 영역 인재를 우선 선발한다. 지역 인재는 서울 25개 자치구와 서울 이외 16개 시도 등 41개 지역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각 1명 이내 선발한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올해 처음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도입한다. 2단계 전형 통과자 중 인천 지역 10개 자치구, 인천 이외 16개 시도 등 26개 지역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각 1명 이내로 뽑을 수 있다.○ 떨어져도 과학고 자사고 지원 가능 3단계 전형은 ‘영재성 캠프’나 ‘과학 창의성 캠프’로 대부분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대전과학고는 하루 일정이다. 캠프에서는 인성면접을 포함해 수학·과학 구술면접, 실험과 연구보고서, 집단 토론 등을 실시한다. 단순히 ‘지식을 얼마나 아느냐’보다는 지식을 잘 발표하고 토론하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영재학교에 아쉽게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지역 단위로 선발하는 과학고에 지원할 수 있다. 또 과학고에 떨어져도 자율형사립고에 원서를 낼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지난해 영재학교 정원 내 평균 경쟁률은 14.43 대 1로 2018학년도(14.01 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올해도 영재학교는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 같다”며 “수학 과학 성적이 우수하고 소질과 열정이 있다면 소신껏 지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원자와 학부모는 영재학교가 실시하는 입학설명회에 참석해 보는 것이 좋다. △한국과학영재학교 16일 오후 2시 학교 본관 대강당, 23일 오후 2시 카이스트 1호관 대강당 △경기과학고 23일 오전 11시, 오후 3시 학교 과학영재연구센터 컨퍼런스홀 △서울과학고 23일 오후 2시 성균관대 새천년홀, 30일 오후 2시 학교 창의인재관 강당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초월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내건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하반기에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협의회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을 상반기에 통과시켜 하반기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구성은 당초 교육부가 계획했던 15명에서 19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8명, 교원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2명, 교육부 차관·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2명이다. 위원 추천권이 대통령과 정당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기관과 교육단체의 참여를 늘렸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단위의 국가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마련한 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구성되면 유초중등 사무를 대부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할 방침이다. 그 대신 교육부는 고등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정책과 사회부총리 역할에 집중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원을 늘린 것이 국가교육위원회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원 단체 2명 몫으로 전교조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친(親)전교조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친정부 인사로 위원회가 채워져 편향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000원으로 6년 연속 증가했다. 이는 2017년보다 7.0% 증가한 수치로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공교육 불신과 대입 개편 등 정부의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사교육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 부문 국정과제로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 대입전형 간소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혁신학교 확대 등을 중점 추진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만 크게 늘어났다.○ 1인당 월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8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교 1486곳의 학부모 4만여 명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초등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7% 올랐다. 중학생은 31만2000원으로 7.1%, 고교생은 32만1000원으로 12.8% 증가했다. 중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 원을 넘긴 것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 역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한 72.8%였다.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000억 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날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가 전무했던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저소득층과 중소도시의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9% 올라 8개 소득수준 가구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중소도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 원으로 전년보다 10.4% 늘어 서울 증가 폭(5.2%)의 2배나 됐다. 사교육비 증가 폭이 큰 지역은 세종과 충북이었다. 특히 세종은 지난해 1504억 원으로 전년보다 29.1% 급증했다. 교육계에서는 “공무원들조차 정부의 교육정책을 신뢰하지 못해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학교에서 공부 잘 안되니 학원으로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대입을 위해 내신과 비(非)교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짓눌린 현실이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70% 이상이다. 여기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절대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의 이유를 알 수 없어 스펙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전형으로 불린다. 대학에 따라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맞춰야 한다. 학생들은 또 수시에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30%의 좁은 문’으로 통하는 정시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올해 고교 1∼3학년은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가 모두 다른 유례없는 상황이다. 공교육이 미덥지 않고 혼란스러우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 논술 음악 등 모든 영역에서 늘었다. 특히 국어 사교육비가 1인당 2만1000원으로 2017년보다 12.9% 올라 주요 과목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도 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내신이나 수능 모두 비교과 스펙도 준비해야 하니 관련되는 사교육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학부모들 “공교육 믿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를 금지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것도 학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자녀가 초등 2학년인 학부모는 “학교에서 영어가 안 돼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니 이것저것 다른 것도 같이 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교과 진도를 잘 안 빼줘서 근처의 학원이 더 잘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입 개편안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며, 학원비를 안정화하겠다는 설명만 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급증을 막으려면 복잡한 대입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과 비교과가 들어가는 복잡한 전형”이라며 “특히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큰 수상이력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으로 학업을 경감하겠다는 정책도 지양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은 우선 ‘학력 신장’이다. 학교에서 원하는 수준의 지식을 얻지 못하면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방과후 수업, 수준별 수업 등 공교육에서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김수연 기자}

전북 전주에 있는 자율형사립고 상산고가 부당한 재지정 평가 기준에 반발해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산고는 20일경 열리는 이사회에서 △타 지역으로 학교 이전 △재지정 평가 거부 △재지정 평가 이후 일반고 전환 결정 시 소송하는 방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예정이다. 올해 서울과 부산 등 10개 시도교육청은 자사고의 재지정 기준점을 60점(100점 만점)에서 70점으로 5년 전보다 10점 올렸다. 하지만 전북도교육청은 유일하게 20점을 올려 80점 이상을 받아야 자사고로 재지정된다. 이에 자사고의 ‘맏형’ 격인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을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산고의 타 지역 이전은 학부모와 동문들이 먼저 주장했다고 한다. 다만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학교 이전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이전 요구가 적지 않은 만큼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상산고 학부모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와 동문 등 500여 명은 15일 상산고에서 전북도교육청까지 행진하며 집회를 열 예정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