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김선미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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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미 기자입니다.

kimsunmi@donga.com

취재분야

2026-02-10~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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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에서 길을 찾다…세 가지 빛깔 가을 정원 여행[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이상한 날씨의 시대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져 계절의 리듬이 뒤죽박죽됐으니까요.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고 있어요. 서울에서 가까운 정원들에서 가을을 보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쑥부쟁이와 곱게 물든 복자기 단풍도 좋았지만, 정원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건 더 좋았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감각과 생각을 일깨우는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문화 기업으로 가는 정원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곳은 경기 가평군의 더스테이힐링파크였어요. 입구에서부터 정갈하게 쌓아진 낮은 돌담이 소박하면서도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듯했어요. 길 따라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와일드 가든’을 만나게 됩니다. 유럽 수종(樹種)인 측백나무과(科) ‘블루엔젤’이 양옆에 심어 있지요. 연갈색으로 변한 유럽 목수국 ‘핑키윙키’와 수크렁은 독일 미술가 안젤름 키퍼의 ‘가을’ 그림 색감을 연상시키는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었어요. 두 식물이 음악을 연주한다면 바이올린과 첼로의 이중주일 것이라고 상상했어요. 속도는 아다지오(adagio·느리게)…. 정원의 끝에는 돌을 쌓아 지은 유럽풍 건물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소박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정면에 있는 작은 예배당이었어요. 저절로 기도를 부릅니다. 이 정원은 둘러볼수록 으스대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어떤 정원들은 ‘이런 철학으로 정원을 만들었노라’며 감상을 강요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 좋았습니다. 정원은 자랑과 설교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하고 나누는 곳이었으면 해요. 자작나무는 똑같은 두께를 일렬로 심은 게 아니라 굵고 가녀린 나무가 다양한 간격으로 섞어 심어 있습니다.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복층 숙박 시설은 숲의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지었기 때문에 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진 트리 하우스 같습니다.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면 가을의 계절감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와요. 동물원 가는 수국길에는 미국낙상홍이 목수국의 커다란 얼굴 뒤로 빨간 열매를 배경처럼 드리웁니다. 야간에 조명을 밝힌다는 ‘별빛 정원’은 어쩔 수 없이 인공적 느낌이 있지만, 그곳에서 본 포도주 빛깔의 해당화 열매가 마음에 여운을 남깁니다.이 같은 ‘자연 교향시’의 지휘자는 구두 브랜드 ‘소다(SODA)’로 잘 알려진 DFD그룹의 박근식 회장입니다. 1976년 구두 제조로 시작한 이 기업은 2017년 사명을 ‘DFD LIFE. CULTURE’로 바꾸고 ‘의(衣), 식(食), 주(住), 휴(休), 미(美), 락(樂)이 어우러지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제안하는 기업’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평 보리산 기슭에 문을 연 곳이 더스테이힐링파크입니다. 굳이 숙박하지 않더라도 파크 안 ‘나인 블럭’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하면서 6만 평 정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원은 제조업에서 시작한 기업의 방향을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로 확장시켰습니다.●건축가 최시영을 살린 정원경기 광주시에 있는 최시영 건축가(68)의 정원 ‘파머스 대디’에 도착했을 때, 최 건축가는 정원을 돌보는 중이었습니다. “이 정원에서 조만간 한국인-프랑스인 지인 커플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거든요. 프랑스에서 하객들이 오니 한국 정원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잘 정비해야죠.” 이곳은 그의 감각과 경험이 직조된 정원입니다. 고추와 가지를 키우는 텃밭, 수세미와 으름덩굴, 허수아비도 있어요. 그는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등 고급 주거공간을 지어온 스타 건축가입니다. 그런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000평 밭을 농장형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한 건 2010년. “저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니까 밭도 디자인한 거죠. 손님들에게 입장료 받으려니 미안해서 꽃을 심기 시작했어요. 밭으로 입장료 받은 사람은 제가 처음일걸요?(웃음)” 그는 뾰족지붕에 창문까지 있는 비닐온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차를 팔고 해외 정원잡지를 소개하며 정원문화 전도사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정원을 상시 개방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대관하거나 열고 있습니다. 그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일까요.“일에 치여 바쁘게 살다 보니 한동안 정신이 무너졌어요. 그런 저를 위로해준 게 정원이었어요. 정원에서의 시간은 ‘빨리빨리’인 세상의 속도와 정반대로 느리게 흘러요. 건축 설계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면 되지만, 식물은 잘못 심었어도 살아있는 생명이니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해요. 그게 달라요. 그렇게 위로받으면서 희망의 신비로운 에너지를 느꼈어요.” 정원에 빠져든 그는 어느 날 선언합니다. “앞으로는 정원과 관련된 건축 설계만 하며 살겠다.” 그중 하나가 2017년에 문을 연 경기 이천의 에덴낙원 메모리얼 리조트입니다. 그는 전체 1만5000평 중 3000여 평을 정원으로 조성해 죽은 자뿐 아니라 산 자를 위한 봉안당(납골당)을 만들었습니다. 호텔,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 추모의 공간에서 결혼식도 열리는, 삶과 죽음이 정원에서 만나는 ‘창조적 혁신’의 공간입니다. 이 정원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옵니다.3년 전 에덴낙원에서 가족과 하룻밤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정원을 산책하는데, 마침 떠오르던 해가 직사각형 연못을 비추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이토록 축복이구나’. 그 에덴낙원을 낳게 한 최 건축가의 ‘파머스 대디’에도 작은 직사각형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 옆 소박한 의자에 앉아 그가 말했습니다. “사색과 위로의 공간인 정원이 저를 살렸습니다.”●정원사를 길러내는 정원경기 광주시 ‘세븐시즌스’는 정원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입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20여 년간 꽃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드닝 수업을 해오던 김재용 대표(60)가 3년 전 이곳에 3000여 평 땅을 매입해 가꾼 초지형 정원입니다. 주로 조부모 부모 손주 등 3대 가족 손님들이 찾아와 몇 시간씩 정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국화과(科) 아스타와 여러해살이풀들이 흐드러져 한창 가을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원을 함께 걸으면서 김 대표가 말합니다.“절기가 참 신기하죠. 곧 상강(霜降)이 되어 서리가 내리면 풀들의 녹색물이 죄다 빠지고 온통 갈색으로 바뀌게 돼요. 가을은 봄 여름에 꽃을 피워냈던 식물들이 씨 송이를 맺고, 촛불처럼 흔들리는 억새의 동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계절이에요.”그의 말을 들으면서 흔들림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식물뿐 아니라 흔들리니까 사람 아니겠습니까.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지만 잎을 떨구고 흔들리고 떠나기도 하는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가을의 중턱에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신구대 원예학과를 나와 꽃 농사를 짓던 중 농업후계자로 선발돼 보름간 원예 선진국들을 둘러봤습니다. 식물만 키우던 제게 그들의 여유로운 정원문화는 충격이었어요. 48세에 신구대 컬러디자인학과 3학년에 편입해 디자인을 배운 뒤 정원설계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남의 집 정원들 디자인만 해 주며 살 건가 싶더라고요. 대출을 받아 이곳을 마련한 뒤, 정원을 가꾸기 원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정원조성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카페나 레스토랑도 예쁜 정원이 딸려 있어야 손님을 모으니까요. 정원에서 제 삶도 새로운 길이 열렸어요.”세븐시즌스는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원사이자 작가였던 칼 푀르스터(1874~1970)가 고안한 ‘일곱 계절의 정원’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붙인 이름입니다. 칼은 1년을 초봄, 봄, 초여름, 한여름, 가을, 늦가을, 겨울의 일곱 계절로 분류하고 각각의 계절이 지닌 정원의 아름다움에 주목했습니다. 늦가을이나 겨울 정원마저 아름답게 보인다면, 정원 식물뿐 아니라 정원의 시간을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아름다운 거겠죠.계절의 순환은 탄생, 성장, 성숙, 죽음 같은 인간의 삶을 모든 모습으로 비추어줍니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가을이 내려앉은 가까운 정원들을 여행하면서 삶의 방향을 한 번쯤 점검해보면 어떨까요.가평·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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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다빈치’ 정약용, 21세기 정원문화에 깃들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경기도가 2010년 국내 처음으로 정원박람회를 시작하면서 ‘정원문화’ 박람회를 표방한 건 놀랍도록 선구적인 일이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중앙공원 일대에서 3일 시작해 6일까지 진행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바로 그 정원문화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2010년 시흥시에서 시작된 이 박람회는 경기도 내 시·군을 공모 선정해 열린다. 2회까지는 격년으로 열리다가 3회(2015년)부터 매년 성남, 부천, 파주, 오산시 등에서 열려왔다. 남양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박람회는 12회째다.이번 박람회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다산 정약용(1762~1836)이라는 지역의 인물이 현대 감각으로 잘 스토리텔링됐다. 고층 아파트가 숲처럼 둘러싼 다산신도시에 한국의 천재 정원가 다산의 자연관이 여러 형태로 구현됐다. 20, 30대 젊은 정원 작가들은 “다산이 남긴 옛 문헌들을 참조해 우리 조상들이 정원을 가꾸고 감상했던 방식을 익혔다”고 말했다. 다산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남양주시 예빈산의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을 파라메트릭(parametric·수학 계산으로 만든 패턴) 구조로 구현하고(전문정원 ‘너덜겅-다산의 웅기’), 다산이 바윗돌 위에서 차를 끓이던 다산초당의 모습을 고즈넉하게 표현(LH의 기업정원-‘다산칠정’)한 식이다. 젊은 작가들은 흔히 차폐 용도로 쓰이는 회양목을 근사한 조경수로 연출하고, 푸른빛이 도는 무궁화 묘목을 나무 담벼락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정원조성에 담긴 열정과 진심이 느껴졌다.둘째, ‘정원 산책’이라는 이번 박람회의 주제에 맞게 다산신도시를 산책하듯 박람회를 즐길 수 있게 한 관람 동선이다. 다산중앙공원, 선형공원, 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1.4km 길이의 박람회 구간 양쪽에는 아파트와 상가들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일상 속에 정원이 들어서게 됐다. 기다란 동선을 따라 체험 부스와 장터 부스가 자리 잡으니 관람객들이 구경하기에 집중도가 있으면서 편안했다. 길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아파트 단지 입구의 아파트 정원 세 곳도 공동체 정원의 미래를 제시했다. 일례로 다산 1동 e편한세상 아파트 입구 정원은 정원 교육기관인 푸르네정원문화센터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정원조성을 교육하며 함께 가꾼 정원이다. 기업정원은 LH, GH, 빙그레가 참여했는데 특히 바나나우유와 메로나 등 빙그레 제품을 형상화한 정원이 시민들의 미소를 자아냈다.셋째, 시민 참여다. 남양주시는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며 올해 5월 시민추진단 200명을 발족시켰다. 정원조성, 정원홍보, 자원봉사, 시민정원사 봉사 등 분야에 따라 정원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모집하고 정원 소양 교육도 시켰다. 이들이 이번 박람회 기간에 각 정원 구역의 해설과 안내를 맡고 있다. 정원지원센터 부근에 있는 ‘내 손으로 만드는 정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각종 식물이 심어진 작은 화분들을 여럿 준비해 원하는 대로 ‘나만의 정원’을 만들도록 했다. 꼬마정원사 정원에서는 정원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기후위기 시대 정원의 역할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도로변에 설치된 시민 정원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경기도 내 대학들의 참여도 빛났다. 우수한 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신구대와 중부대가 정원을 조성하고 계원예술대는 문화전시 정원을 꾸몄다. 앞으로 국내 정원박람회가 좀 더 업그레이드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초청작가 정원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누구든 인기 작가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작가들이 각 지역을 깊이 고민하고 정원을 만들면 어떨까.작가들을 심사하는 과정도 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시상의 권위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권위 있는 상이 하고 있듯, 최상 점수와 최하 점수를 걸러내는 등의 과학 기술적인 심사 보완 장치도 필요하다.정원박람회는 잔치처럼 시끌벅적해야 한다는 선입견도 버릴 필요가 있다. 높은 데시벨의 공연은 정원을 조용하게 감상하려는 사람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는 좀 더 정적으로 정원을 느끼고 사색하는 박람회도 필요할 것 같다. 각 지자체가 정원박람회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느라 정작 정원의 의미를 놓치지는 않을까 미리 염려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원이 시민의 일상 영역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것이다. 정원이 돌봄의 자세를 생각하는 성찰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남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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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타이어 마제스티 X로 프리미엄 시장 주도

    금호타이어의 최고급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 ‘마제스티 X SOLUS(이하 마제스티 X)’가 꾸준히 입소문이 나며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마제스티 X는 2010년 금호타이어 창립 5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였던 금호타이어의 프리미엄 타이어인 ‘마제스티 솔루스(Majesty SOLUS)’ 의 명맥을 잇는 최상위 럭셔리 제품으로, 최고급 세단과 수입차 등 고성능 프리미엄 시장에서 뛰어난 정숙성과 주행 성능으로 정평이 났다. 마제스티 X는 승차감과 제동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분산 정밀 실리카가 적용된 컴파운드를 사용했다. 자사 기존 제품 대비 주행 성능, 정숙성, 핸들링, 마모 성능, 눈길 제동력도 대폭 업그레이드시켰다. 특히 타이어 홈에서 발생되는소음을 특수 딤플 설계로 분산시키는 ‘패턴소음 저감기술’을 적용해 주행 중 발생하는고주파 소음, 노면 소음, 공명음을 집중 개선시켰다.3D 연동 사이프 입체 설계 기술을 반영해 트레드 블록의 강성 극대화로 제동력을 높이고 눈길에서도 조정 안정성을 향상시킨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공기저항 최소화를 위한 프로파일 설계, 고분산 정밀 실리카 적용을 통해 회전저항 성능을 향상시키고 연비효율을 극대화했다. 입체아이콘으로 트레드의 마모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모 모니터링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가 아이콘를 눈으로 확인하고 타이어 성능 저감 상황과 교체 시기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공명음 저감 타이어를 옵션사항으로 마련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공명음 저감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폴리우레탄 폼 재질의 흡음재를 부착해 타이어 바닥면과 도로 노면이 접촉하면서 타이어 내부 공기 진동으로 발생하는 소음(공명음)을 감소시킨저소음 타이어다. 금호타이어의 타이어 소음 저감 신기술도 적용했다. 송대규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담당 상무는 “국내 고급 세단 및 수입차의 승차감과 성능, 안정성이 대폭 강화되고있는 트렌드에 맞춰 성능을 대폭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최고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며 “마제스티 솔루스의 명성을 마제스티 X가 이어가는 만큼 금호타이어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프리미엄 제품 공급, 글로벌 유통 확대,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입지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목표 매출액을 4조 5600억원으로 설정하고 18인치 고인치 제품 판매 비중을 42% 달성한다는 목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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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스파로 명절 증후군, 굿바이!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음식 장만과 장거리 여행 등으로 쌓인 피로를 온전한 휴식을 통해 풀면 좋겠다.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몸과 마음에 균형을 되찾아줄 호텔들의 스파 패키지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둘만의 휴식이 필요한 모녀를 위해 30일까지 ‘엄마, 단둘이 호캉스 갈래?’ 패키지를 선보인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의 스위트 객실 1박 △파크카페 조식뷔페 2인 △호텔 타월 세트 △마스크 팩 2매 △메리어트 직영 수 스파 15% 할인 쿠폰 등으로 구성됐다.호텔 앞에 위치한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산책과 더불어 수 스파에서 마사지와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인근 더현대 서울에서 함께 하는 쇼핑의 즐거움은 덤이다.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잇츠 스파케이션’ 패키지에는 클럽 라운지 입장 혜택과 조식 뷔페가 포함된 클럽 파크뷰 객실에서의 1박이 포함돼 있다. ‘더 스파 하스타’에서 제공하는 70분간의 전신 스파 트리트먼트 ‘하스타지’ 성인 1인 이용 혜택도 제공된다. 호텔의 시그니처 타월 세트와 아로마테라피 배스밤이 제공된다. 위(WE) 호텔 제주제주 서귀포시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위(WE)호텔제주는 WE호텔과 WE병원을 융합한 헬스리조트다. 웰니스센터에서 제공되는 수(水)치료 프로그램 ‘해암하이드로’는 부유기를 이용해 몸을 물 위에 띄운 상태에서 스트레칭과 지압 관리를 해준다.메디컬 스파센터에서는 적외선 체열 진단기로 촬영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 통증 부위나 질병 부위를 판별하고 전문의 진단을 통해 고객 맞춤형 스파 테라피를 제공한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센스 오브 레주버네이션’ 패키지는 안락한 객실에서의 1박과 반얀트리 스파 트리트먼트 60분 및 원기 회복 30분 2인,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에서의 조식 2인, 실내 수영장과 피트니스 무료 입장으로 구성돼 있다. 객실 내 릴랙세이션 풀에 몸을 담근 채 가을로 접어드는 남산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반얀트리 스파의 개별 트리트먼트 룸에서 딥 티슈 전신 마사지를 받으며 뭉친 근육과 피로를 풀 수 있다.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 편백나무 스파 객실 이용이 포함된 ’프라이빗 스파’ 패키지를 10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스파 객실 1박 △조식 뷔페(2인) △다기 세트 대여 △하동 케이블카 할인권 1매로 구성됐다. 수령 100년 이상 편백 나무를 사용한 욕조 위에는 트레이를 설치해 스파를 하면서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욕조 주변은 대나무로 장식해 자연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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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고의 세월 품은 우리 목가구가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수백 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 둥치가 거적을 덮어쓴 채 마당에 있었다. 이 목재는 장차 어떤 가구가 될까. 어떤 무늬를 품고 있을까. 경기 용인시 공방에서 만난 조화신 국가무형유산 소목장(小木匠) 전승교육사(62)는 말했다. “켜보지 않으면 나무 속을 알 수 없습니다. 오랜 경험으로 축적되는 안목으로 나뭇결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 나무가 쓰일 적합한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창고에는 대패로 켠 목재 판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나무들이 품은 나이를 합치면 억겁의 세월일 것이다.“나무와 교감하는 데 45년 걸렸다”공방에 들어서자 그가 만든 의걸이장의 위용이 대단했다. 참죽나무 틀에 끼워 맞춘 느티나무 문에서 나뭇결이 춤추고 있었다. 한국의 산과 계곡이 등고선 형태로 꿈틀대는 듯한 강렬한 춤사위였다. 내부 상단에 횟대를 가로질러 옷을 구김 없이 걸게 한 조선 시대 의걸이장을 그는 현대에 맞게 풀어냈다. 서양 가구들과 비교해도 월등하게 세련된 감각이었다.“한 폭의 그림이 나무에 앉은 것 같죠? 나무가 수십 년 돼도 이렇게 나이테 선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나무는 경남 합천 해인사 부근에서 사들인 800년 넘은 고사목으로, 사람으로 치면 수양 끝에 진리를 터득하고 죽을 둥 살 둥 하던 노인이었어요. 전체의 10%밖에 남지 않은 나무의 성한 부분을 살려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 주름과 상처가 생기듯 나무도 무늬가 드라마틱해집니다. 이런 나무는 가구의 얼굴 격인 전면부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얼굴 감’이라고 불러요. 이렇게 나무와 교감하는 데 45년이 걸렸네요.”그는 1979년 17세 나이에 고 강대규 국가무형유산 소목장의 공방에 들어가 10년 동안 도제식으로 사사했다. 1989년 독립해 자신의 공방을 세운 뒤 1996년 국가무형유산 제55호 소목장 전승교육사로 지정됐다. 전수생, 이수자, 전승교육사를 거쳐 소목장이 된다. 국내에 소목장은 3명, 전승교육사는 그를 포함해 단 2명이다.공방의 벽면에는 대패가 가득 걸려있었다. 1998년 강 소목장이 타계한 뒤로 스승의 맥을 잇도록 물려받은 대패들이다. “진정한 목수는 대패를 내 손처럼 쓸 수 있어야 하지요.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해낼 수 없는 영역이 대패에 있습니다. 목공을 하는 날은 명상하듯 몸풀기 대패질을 하면 좋겠습니다.”그는 2010년부터는 국가유산진흥원 평생교육원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 과정 등을 통해 1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2021년부터는 이수자 교육도 시작했다. 제자들과 함께 지금까지 6차례 전시를 열었던 그가 28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장인의 외길을 걸어오며 만든 30여 점을 선보이는 제1회 조화신 소목전 ‘소목장, 나무를 닮다’이다.“손바닥으로 수백 번 쓸고 깎고 문지르다 보면 어느새 나무와 함께 숨 쉬면서 하나가 돼요. 그렇게 미치지 않으면 나무를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개인전을 여는 걸까. “오랫동안 준비해온 목재들이 가구가 됐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린 것입니다.”실용성과 심미성이 만난 우리 목가구그가 만드는 책갑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쓰인다. 무겁고 단단하며 결이 아름다워 목재 중 으뜸으로 꼽히는 느티나무, 가볍고 잘 틀어지지 않는 오동나무, 휘거나 뒤틀리지 않아 가구의 뼈대로 쓰이는 참죽나무, 감나무가 부분적으로 검게 돼 그윽한 멋을 풍기는 먹감나무, 단단하고 탄력 있는 소나무….“우리 조상들이 책갑을 사용한 이유는 귀한 책을 소중하게 다루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을 것입니다. 나무의 자연색이 주는 다채로운 매력에 반해 책갑 만드는 작업을 멈출 수 없습니다.”이런 가구에는 잡동사니를 아무렇게나 넣을 리 없다. 꼭 필요한 물건만 담고 살도록 삶의 태도가 단정해질 것이다. 목가구는 어떤 장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화려해지기도 간결해지기도 한다. 금속 장석을 붙인 예쁘장한 함(函)에 귀한 것을 보관하고, 화장기 없는 듯 맑은 느낌의 서안에서 책을 읽는 삶. 그것이 ‘퍼펙트 데이’를 이루는 행복 아닐까.그는 말한다. “처음에 쌈박하고 예쁜 나무가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멋스러워지는 나무도 있습니다. 사람과 똑같아요. 세월의 묵은 색이 입혀지면 품위가 생겨나죠. 나무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고 기다리는 게 장인의 일입니다.”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나무의 나이테가 뚜렷하고 단단한 물성인데도 매끄럽다고 한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넘어 제게 온 후 눈과 비를 맞으며 강한 성질을 죽여 좋은 목재로 숙성해 갑니다. 그런 목재로 만든 가구는 간결하면서도 우아합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손으로 만지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우리 목가구가 언젠가 한 번쯤은 상처받았을 당신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져줄 것입니다.”21세기 장인의 역할을 생각하다이번 전시에는 서울 고려대박물관의 소장품을 재현해 만든 삼층장도 선보인다. “앞선 세대가 잘 만들어 놓은 ‘우리다운 것’을 따라 해보는 것이죠. 요즘은 뭘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다들 ‘빨리빨리’ 사느라 애국(愛國)이나 가문을 일으키는 일 같이 큰일들은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고 강대규 소목장은 그에게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많이 만들어 보라. 내일 당장 그만두더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만들어라.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연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스승에게 배운 대로 그는 제자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하고 있다. “숨만 쉬어도 대패가 깎일 정도로 대패 날을 갈아서 많은 연습을 해라. 대패, 끌, 톱질은 목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제자들은 ‘스승 조화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현대에서 전통 가구의 의미와 가치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십니다. 대물림되는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목재부터 깊게 이해하라고 하시죠. 본질과 깊이, 두 단어가 제자들의 작업에 나침반이 되고 있습니다. 21세기 장인의 존재 가치를 깨우쳐주십니다.”스마트와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우리 전통 문화는 계속 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정성 들여 만든 우리 목가구를 향유하는 문화가 삶의 품격을 결정할 것이란 생각은 든다.글·사진 용인=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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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 와인, 음악이 어우러진 호텔의 가을 정취

    《징그럽게 덥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아름다운 경관을 갖춘 호텔들이 미식, 와인, 음악이 어우러진 행사들을 준비해 가을 낭만을 더한다.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28일부터 10월13일까지 3주 간 주말마다 ‘피자힐 가을 페스티벌’을 연다. 아차산의 가을을 감상할 수 있는 피자힐 일대에서 음식과 와인, 맥주, 공연 등이 펼쳐진다. 페스티벌의 첫 문을 여는 ‘비어 스트리트’는 28일과 29일 이틀간 열린다. 독일 전통의 풍미를 자랑하는 슈바인스학세가 포함된 플래터와 함께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모카 스타우트 등 생맥주 3종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1인 9만 원이며 네이버 예약 결제 고객에게는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주말 진행되는 와인 페어 ‘구름 위의 산책’ 입장권과 리델 글라스 교환권이 증정된다.워커힐의 시그니처 이벤트인 와인페어 ‘구름 위의 산책’에는 최대 20여 개의 와인 업체가 참여해 총 800여 종에 달하는 각국의 와인을 마셔볼 수 있다. 샤퀴테리아, 소시지, 미니 카프레제 컵 등으로 구성된 존쿡의 푸드존과 푸드트럭, 두 차례의 기타와 재즈 공연까지 마련돼 미식과 예술이 결합된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입장권, 푸드 교환권 2매, 리델 와인잔과 칠링백이 제공되는 와인페어 입장권은 1인 5만원. 존쿡 델리미트의 스페셜 메뉴가 포함된 입장권은 7만 5천원이다. 테라스 세미 와인 뷔페에서는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스위트 등 총 4종의 와인과 5종의 신선한 샐러드, 2종의 피자힐 피자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BBQ 5종 플래터가 함께 제공돼 미식의 즐거움을 높인다.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인 11만 원. 워커힐은 가을 페스티벌과 투숙을 연계한 상품도 선보였다. 10월 13일까지 비스타 워커힐 딜럭스룸과 와인 페어 입장권 2매를 제공하는 기본 구성과 르 파사쥬의 콤비네이션 피자가 추가된 패키지 2종을 준비해 보다 여유롭게 와인 페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24만 7000원부터다.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 호텔의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민구’의 야외 정원에서 미식과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크릿 가든’ 프로모션을 26일과 27일에 연다. 강민구 셰프가 만드는 미식, 음악, 자연 세 가지를 한 자리에서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메뉴로는 ‘푸아그라 테린과 트러플 아스픽’, ‘샤퀴테리와 시저 샐러드, 페스타 브레드’, ‘숯불에 구운 한우와 랍스터, 전복구이’, ‘셰프가 엄선한 오늘의 디저트’를 제공한다. 풍성한 가을 식재료를 활용한 ‘시크릿 메뉴’도 준비된다. 소믈리에가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고,잔디 위 무대에서는 니나파크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져 선선한 가을날의 낭만을 더할 예정이다. 28일과 29일에는 이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오아시스 선셋 와인 마켓’도 열린다. 프리미엄 와인 수입사가 고른 150여종의 와인을 직접 시음하고 선선한 가을 날씨 속 온수풀로 운영되는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노을진 저녁에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팝 & 재즈라이브 공연과 DJ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1인 3만3000원, 와인 시음 및 야외 수영장 입수 포함 입장권은 1인 6만5000원이다.메이필드호텔 서울10월 5일과 6일 이틀에 설쳐 벨타워 가든에서 ‘디오니소스 와인페어’를 연다. 야외 정원과 유러피안 종탑 풍경을 눈에 담으며 와인과 음식, 음악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서울 호텔 3대 와인페어로 꼽히는 디오니소스 와인페어는 이 호텔을 대표하는 행사다. 매 행사마다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린다. 올해에는 국내 와인 수입사 16곳이 참여해 180여 종의 다채로운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을 시음하고 호텔 소믈리에와 각 와인 수입사 전문가로부터 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도 있다.와인과 매칭해 즐길 음식도 눈길을 끈다. 현장에서 셰프가 직접 조리하는 야외 푸드 키친에는 버섯과 하몽, 새우와 전복,갈비구이 등의 세트 메뉴가 선보인다. 이밖에도 그릴에 구운 문어와 으깬 감자 요리, 모듬 그릴 소시지 등 와인의 풍미를 더해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다. 라이브 퍼포먼스 뮤직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입장권은 1인 4만 원이며 2인 입장권과 시그니처 디시 3종으로 구성된 2인 고메 세트는 16만 원이다. 디오니소스 와인페어는 올해 20회를 맞아 모빌리티 플랫폼 차란차와 협업해 ‘VIP 의전 서비스’도 선보인다. 자택에서 와인페어 현장까지 픽업&샌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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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는 만큼 자란다… 어느 老식물학자의 사랑 이야기[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여기에서 폴짝, 저기에서 폴짝. 태어나서 지금껏 본 것보다 많은 수의 개구리를 단 하루 만에 본 것 같다. 부채로 부지런히 내몰아 보려 했던 한낮 모기의 기세도 대단했다. 오죽하면 명아주 앞에 ‘모기 물린 데에 잎을 짓이겨 즙을 내 바르세요’라는 팻말까지 있을까. 곤충을 위한 유토피아, 즉 인섹토피아(insectopia)가 있다면 이곳일 것이다. 꾀꼬리와 소쩍새 등 온갖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서는 도시가 재(再)야생화되는 과정의 어디쯤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세대 사립 식물원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기청산식물원. 청하(淸河)는 맑은 물이란 뜻의 지명이다. 설립자 이삼우 원장(83)의 딸인 이은실 부원장(56)이 말했다. “이건 천남성이에요. 원래 무성했던 잎은 열매가 익으면서 쓰러지고 있어요. 꽃은 코브라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 실제로 독성이 많아요. 옛날에 임금님이 사약을 내릴 때 쓰였죠. 지금은 연구 끝에 약재로 사용되고 있어요. 천남성이 기본 종(種)이라면 울릉도에만 자라는 섬남성도 있어요. 열매를 옮기는 게 새인지 들짐승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식물원 곳곳에서 자라고 있어요. 처음에는 사람이 자연을 흉내 낸 ‘생태 조경’을 했지만, 그다음부터는 새와 벌들이 그려가고 있어요. 참 기특하죠.”기청산식물원은 서울대 임학과를 나온 이삼우 원장이 기존의 과수원을 야생의 숲 같은 식물원으로 바꾼 곳이다. 한국 식물학계의 아버지로 통하는 고 이창복 교수(1919∼2003)의 제자인 그는 우리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았다. 1960년대 중반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와 모감주나무와 참느릅나무 등을 심으면서 식물원의 기초를 닦았다. 살충제를 쓰지 않는 자연 농법을 도입했더니 곤충이 몰려들어 숲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그간 정성껏 심어 키운 우리 자생식물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기청산식물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세대 사립 식물원이자 식물학도들에겐 교과서 같은 장소가 됐다. 2만여 평 부지에 20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사는데, 이 중 800여 종이 희귀·특산 식물이다. ● 국내 희귀·멸종위기 식물의 지킴터 이 식물원의 설립 취지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목적으로 한 홍익인간 세상을 열어가는 데 식물학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대표적 활동이 국내 희귀·멸종위기 식물의 서식지 외 보전이다.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본래의 서식지에서 멸종했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한다. 포항에서 가까운 울릉도의 멸종위기 식물들을 보전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례로 섬개야광나무는 전 세계에서 울릉도에만 자생한다. 절벽에 자라면서 생존력이 매우 약한 이 식물을 전문 인력들이 주기적으로 울릉도에 가서 모니터링하고 기청산식물원으로 수집해 와서는 대량 증식을 통해 보전한다. 식물의 이력을 철저하게 관리해 국가식물종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 산림생명자원 관리가 제대로 되고 수입 식물이 종종 자생종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목원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는 나무들기청산식물원을 걷다 보면 썩어 쓰러진 나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자체를 자연의 순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로 만든 생울타리도 이곳에서 처음 봤다. 이 원장이 참느릅나무 앞에 섰다.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 등장하는 이 나무를 제가 참 좋아합니다. 1년의 절반은 잎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살아요. 잎이 무성해 그늘을 드리우면 다른 식물이 잘 자랄 수 없으니 태양 에너지를 양보하는 것이죠. 나무의 세계는 우리 인간들이 배울 게 참 많아요.”이 식물원에서 ‘대왕나무’(King Tree)로 불리는 높이 15m, 둘레 350cm의 낙우송도 꼭 봐야 한다. 호흡근이 발달해 마치 오백나한이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몰려오는 정경 같다는 평이다. “원래 이 나무가 있던 자리는 우리 식물원 소유가 아니었어요. 주택단지를 조성하려고 대형 굴착기가 들어오는 걸 보고 당장 멈추게 하고 융자를 받아 주변 토지를 사들였어요. 이자 갚느라 너무 힘들어 어느 날 나무에게 넋두리했는데 그걸 알아들었으려나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나무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1년 치 이자를 갚을 수 있었어요. 은혜를 보답하는 의리 있는 나무라 해마다 막걸리를 한 말씩 대접합니다.” ● ‘K에코 투어리즘’의 가능성기청산식물원의 9월은 석산(꽃무릇)의 계절이다. 예년에는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등 각종 상사화가 여름에 피고 난 후 9월 중순부터 석산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더위로 인해 21일부터 10월 초까지 만개가 예상된다. 석산은 ‘이룰 수 없는 사랑’(꽃말)의 슬픔을 애써 숨기려 빨간 립스틱을 바른 걸까. 반세기에 걸친 기청산식물원의 노력도 어느 1세대 사립 식물원장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지 않기를 염원한다. 이 식물원은 부원장인 딸에 이어 손자까지 삼대(三代)가 식물원에서 일하지만 새로 생겨나는 국공립 식물원들에 비하면 시설이 낡고 투자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식물원 업계에서는 “기청산식물원은 국내 1세대 사립 수목원의 자존심과 사명으로 지금껏 유지된 것”이라며 “선진국일수록 다양한 형태의 식물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공립과 사립 식물원이 공존할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다행히도 기청산식물원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에코 투어리즘’(환경 보호와 지역 발전을 목표로 하는 여행)의 가능성이 큰 곳이다. 이 식물원의 울릉도 희귀·특산식물 보전과 ESG 활동을 세계 식물원들이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을 보기 위해, 그 식물이 초대한 새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드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주변 가볼 만한 곳● 월광회집찐’ 포항 사람들이 찾는 월포해수욕장 맛집. 이곳의 물회는 살얼음 뜬 육수를 붓지 않는다. 신선한 참가자미회에 물은 그저 한 숟가락 정도 넣고 비벼 먹는 게 포항 스타일. 함께 나오는 얼큰한 경상도식 매운탕도 일품이다.● 청하공진시장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 1일과 6일에 오일장이 선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이 채소와 생선 등을 판다. K드라마를 보고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송에 나왔던 ‘보라슈퍼’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숲마을 정원포항시 민간정원 1호(경상북도 6호). 포항시산림조합이 2017년 조성한 산림 복합문화공간이다. 포항 지역 농산물과 임산물이 제공되는 숲마을 뷔페는 1인당 8000원. 그야말로 속이 편안해지는 건강밥상이다. 온실에서 각종 식물을 살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숲카페는 힐링의 장소다.글·사진 포항=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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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비의 기개로 일군 야생의 경관… 경북 포항 기청산식물원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여기에서 폴짝, 저기에서 폴짝. 태어나서 지금껏 본 것보다 많은 수의 개구리를 단 하루 만에 본 것 같다. 부채로 부지런히 내몰아 보려 했던 한낮 모기의 기세도 대단했다. 오죽하면 명아주 앞에 ‘모기 물린 데에 잎을 짓이겨 즙을 내 바르세요’라는 팻말까지 있을까. 곤충을 위한 유토피아, 즉 인섹토피아(insectopia)가 있다면 이곳일 것이다. 꾀꼬리와 소쩍새 등 온갖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서는 도시가 재(再) 야생화되는 과정의 어디쯤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세대 사립식물원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기청산식물원. 청하(淸河)는 맑은 물이란 뜻의 지명이다. 설립자 이삼우 원장(83)의 딸인 이은실 부원장(56)이 말했다.“이건 천남성이에요. 원래 무성했던 잎은 열매가 익으면서 쓰러지고 있어요. 꽃은 코브라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 실제로 독성이 많아요. 옛날에 임금님이 사약을 내릴 때 쓰였죠. 지금은 연구 끝에 약재로 사용되고 있어요. 천남성이 기본 종(種)이라면 울릉도에만 자라는 섬남성도 있어요. 잎에는 줄무늬가 있고 초록색이던 열매는 익으면서 빨간색이 돼요. 이 열매를 옮기는 게 새인지 들짐승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식물원 곳곳에서 자라고 있어요. 처음에는 사람이 자연을 흉내낸 ‘생태 조경’을 했지만, 그다음부터는 새와 벌들이 그려가고 있어요. 참 기특하죠.”기청산식물원은 서울대 임학과를 나온 이삼우 원장이 부친이 운영하던 과수원을 야생의 숲 같은 식물원으로 바꾼 곳이다. 한국 식물학계의 아버지로 통하는 고 이창복 교수(1919~2003)의 제자인 그는 우리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았다. 1960년대 중반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와 모감주나무와 참느릅나무 등을 심으면서 식물원의 기초를 닦았다.살충제를 쓰지 않는 자연 농법을 도입해 곤충들의 천국이 되느라 과실수는 벌레를 먹었지만, 그간 정성껏 심어 키운 우리 자생식물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기청산식물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세대 사립식물원이자 식물학도들에겐 교과서 같은 장소가 됐다. 2만여 평 부지에 20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사는데, 이 중 800여 종이 희귀특산식물이다. ●국내 희귀·멸종위기 식물의 지킴터 이 식물원의 설립 취지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목적으로 한 홍익인간 세상을 열어가는 데 식물학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대표적 활동이 국내 희귀·멸종 위기 식물의 서식지 외 보전이다.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본래의 서식지에서 멸종했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한다. 특히 포항에서 가까운 울릉도의 멸종위기 식물들을 보전하고 있다. 일례로 섬개야광나무는 전 세계에서 울릉도에만 자생한다. 절벽에 자라면서 결실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생존력이 매우 약한 이 식물을 기청산식물원의 전문 인력들이 주기적으로 울릉도에 가서 모니터링한다. 서식지외보전기관인 기청산식물원으로 채취 혹은 수집해 오면 인공증식 연구 및 대량증식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이다. 식물의 이력을 철저하게 관리해 국가식물종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 산림생명자원 관리가 제대로 되고 수입 식물이 종종 자생종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목원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삶의 자세를 가르쳐주는 나무들기청산식물원을 걷다 보면 썩어 쓰러진 나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자체를 자연의 순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로 만든 생울타리도 이곳에서 처음 봤다. 이 원장이 참느릅나무 앞에 섰다. “이 나무는 참 대단해요. 1년의 절반은 잎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살아요. 잎이 무성해 그늘을 드리우면 다른 식물이 잘 자랄 수 없으니 태양 에너지를 양보하는 것이죠. 나무의 세계는 우리 인간들이 배울 게 참 많아요.”‘대왕 나무’(King Tree)로 불리는 높이 15m, 가슴둘레 350cm의 낙우송도 꼭 봐야 한다. 호흡근이 발달해 마치 오백나한이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몰려오는 정경 같다는 평이다. 이 원장은 말한다. “은혜를 보답하는 의리 있는 나무라 해마다 막걸리를 한 말씩 대접합니다.”이게 무슨 말인가. “원래 이 나무가 있던 자리는 우리 식물원 소유가 아니었어요. 10여 년 전 어느 날, 나무 근처에 갔는데 주택단지를 조성하려고 대형 굴삭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당장 멈추게 하고 융자를 받아 주변 토지를 사느라 이자 부담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어요. 어느 날, 나무 앞에서 ‘의리상 네가 이자라도 좀 물어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넋두리를 했는데 그 후 열흘이 못 돼 방송사에서 이 나무를 주제로 한 특집 프로그램 제안이 왔어요. 방송 후 전국에서 관람객이 몰려와 1년 치 이자를 갚을 수 있었죠. 이 나무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인 50세 되던 해였어요.” ●‘K-에코 투어리즘’의 가능성기청산식물원의 9월은 석산(꽃무릇)의 계절이다.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등 각종 상사화가 여름에 피고 난 후 9월 중순부터 볼 수 있는데, 올해는 더위로 인해 21일 이후 개화가 예상된다. 개인적으로는 석산을 볼 때마다 ‘이루지 못한 사랑’(꽃말)의 슬픔을 숨기려 빨간 립스틱을 바른 것 같아 애달픈 심정이 든다. 식물학계와 관련 업계는 기청산식물원을 두고 “자존심과 사명 없이는 개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해 올 수 없는 곳”이라고 존경심을 보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부원장인 딸에 이어 손자까지 삼대(三代)가 식물원에서 일하며 힘을 더하지만 새로 생겨나는 국공립 식물원들에 비하면 시설이 낡고 투자 여력도 없다. 야생의 자연과 우리 자생식물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보석 같은 장소이지만 반짝거리는 시설과 전시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밋밋한 장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청산식물원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에코 투어리즘’(eco tourism·환경 보호와 지역 발전을 목표로 하는 여행)의 가능성이 큰 곳이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식물원총회에서 기청산식물원이 울릉도 희귀특산식물 보전 활동을 소개하자 각국의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야생 동·식물 관광은 요즘 ‘뜨는’ 분야다.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을 보기 위해, 그 식물이 초대한 새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관광객들이 밀려드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에 앞서 우리 국민부터 우리 식물의 진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기를, 국내 사립식물원들도 창업 정신과 전통은 지켜나가되 필요하다면 시대 흐름에 맞게 변신할 용기를 갖기를, 기업과 식물원이 더 많이 협력하기를,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이 한국의 특산식물이 미래세대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포항=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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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고의 세월 품은 우리 목가구가 마음 어루만져줄 것”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수백 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 둥치가 거적을 덮어쓴 채 마당에 있었다. 이 목재는 장차 어떤 가구가 될까. 어떤 무늬를 품고 있을까. 경기 용인시 공방에서 만난 조화신 국가무형유산 소목장(小木匠) 전승교육사(62)는 말했다. “켜보지 않으면 나무 속을 알 수 없습니다. 오랜 경험으로 축적되는 안목으로 나뭇결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 나무가 쓰일 적합한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창고에는 대패로 켠 목재 판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나무들이 품은 나이를 합치면 억겁의 세월일 것이다.●“나무와 교감하는 데 45년 걸렸다”공방에 들어서자 그가 만든 의걸이장의 위용이 대단했다. 참죽나무 틀에 끼워 맞춘 느티나무 문에서 나뭇결이 춤추고 있었다. 한국의 산과 계곡이 등고선 형태로 꿈틀대는 듯한 강렬한 춤사위였다. 내부 상단에 횟대를 가로질러 옷을 구김 없이 걸게 한 조선 시대 의걸이장을 그는 현대에 맞게 풀어냈다. 서양 가구들과 비교해도 월등하게 세련된 감각이었다.“한 폭의 그림이 나무에 앉은 것 같죠? 나무가 수십 년 돼도 이렇게 나이테 선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나무는 경남 합천 해인사 부근에서 사들인 800년 넘은 고사목으로, 사람으로 치면 수양 끝에 진리를 터득하고 죽을 둥 살 둥 하던 노인이었어요. 전체의 10%밖에 남지 않은 나무의 성한 부분을 살려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 주름과 상처가 생기듯 나무도 무늬가 드라마틱해집니다. 이런 나무는 가구의 얼굴 격인 전면부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얼굴 감’이라고 불러요. 이렇게 나무와 교감하는 데 45년이 걸렸네요.” 그는 1979년 17세 나이에 고 강대규 국가무형유산 소목장의 공방에 들어가 10년 동안 도제식으로 사사했다. 1989년 독립해 자신의 공방을 세운 뒤 1996년 국가무형유산 제55호 소목장 전승교육사로 지정됐다. 전수생, 이수자, 전승교육사를 거쳐 소목장이 된다. 국내에 소목장은 3명, 전승교육사는 그를 포함해 단 2명이다. 공방의 벽면에는 대패가 가득 걸려있었다. 1998년 강 소목장이 타계한 뒤로 스승의 맥을 잇도록 물려받은 대패들이다. “진정한 목수는 대패를 내 손처럼 쓸 수 있어야 하지요.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해낼 수 없는 영역이 대패에 있습니다. 목공을 하는 날은 명상하듯 몸풀기 대패질을 하면 좋겠습니다.”그는 2010년부터는 국가유산진흥원 평생교육원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 과정 등을 통해 1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2021년부터는 이수자 교육도 시작했다. 제자들과 함께 지금까지 6차례 전시를 열었던 그가 28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장인의 외길을 걸어오며 만든 30여 점을 선보이는 제1회 조화신 소목전 ‘소목장, 나무를 닮다’이다. “손바닥으로 수백 번 쓸고 깎고 문지르다 보면 어느새 함께 숨 쉬면서 나무와 하나가 돼요. 그렇게 미치지 않으면 나무를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개인전을 여는 걸까. “오랫동안 준비해온 목재들이 가구가 됐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실용성과 심미성이 만난 우리 목가구그가 만드는 책갑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쓰인다. 무겁고 단단하며 결이 아름다워 목재 중 으뜸으로 꼽히는 느티나무, 가볍고 잘 틀어지지 않는 오동나무, 휘거나 뒤틀리지 않아 가구의 뼈대로 쓰이는 참죽나무, 감나무가 부분적으로 검게 돼 그윽한 멋을 풍기는 먹감나무, 단단하고 탄력 있는 소나무…. “우리 조상들이 책갑을 사용한 이유는 귀한 책을 소중하게 다루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을 것입니다. 나무의 자연색이 주는 다채로운 매력에 반해 책갑 만드는 작업을 멈출 수 없습니다.” 이런 가구에는 잡동사니를 아무렇게나 넣을 리 없다. 꼭 필요한 물건만 담고 살도록 삶의 태도가 단정해질 것이다. 목가구는 어떤 장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화려해지기도 간결해지기도 한다. 금속 장석을 붙인 예쁘장한 함(函)에 귀한 것을 보관하고, 화장기 없는 듯 맑은 느낌의 서안에서 책을 읽는 삶. 그것이 ‘퍼펙트 데이’를 이루는 행복 아닐까. 그는 말한다. “처음에 쌈박하고 예쁜 나무가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멋스러워지는 나무도 있습니다. 사람과 똑같아요. 세월의 묵은 색이 입혀지면 품위가 생겨나죠. 나무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고 기다리는 게 장인의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나무의 나이테가 뚜렷하고 단단한 물성인데도 매끄럽다고 한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넘어 제게 온 후 눈과 비를 맞으며 강한 성질을 죽여 좋은 목재로 숙성해 갑니다. 그런 목재로 만든 가구는 간결하면서도 우아합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손으로 만지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우리 목가구가 언젠가 한 번쯤은 상처받았을 당신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21세기 장인의 역할을 생각하다이번 전시에는 서울 고려대박물관의 소장품을 재현해 만든 삼층장도 선보인다. “앞선 세대가 잘 만들어 놓은 ‘우리다운 것’을 따라 해보는 것이죠. 요즘은 뭘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다들 ‘빨리빨리’ 사느라 애국(愛國)이나 가문을 일으키는 일 같이 큰일들은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고 강대규 소목장은 그에게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많이 만들어 보라. 내일 당장 그만두더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만들어라.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연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스승에게 배운 대로 그는 제자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하고 있다. “숨만 쉬어도 대패가 깎일 정도로 대패 날을 갈아서 많은 연습을 해라. 대패, 끌, 톱질은 목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제자들은 ‘스승 조화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현대에서 전통 가구의 의미와 가치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십니다. 대물림되는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목재부터 깊게 이해하라고 하시죠. 본질과 깊이, 두 단어가 제자들의 작업에 나침반이 되고 있습니다. 21세기 장인의 존재 가치를 깨우쳐주십니다.”스마트와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우리 전통 문화는 계속 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정성 들여 만든 우리 목가구를 향유하는 문화가 삶의 품격을 결정할 것이란 생각은 든다. 용인=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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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이 드러낸 자연의 속삭임…밤의 수목원이 감각을 열었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숲에 어둠이 내려앉자 청각이 깨어났다. 주변 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쓰르륵 쓰르륵’. 함께 걷던 숲해설가가 여치 울음소리라고 알려주었다. 내비게이션 기계 장치가 없던 세상으로 회귀한 듯한 까만 밤. 발밑을 희미하게나마 비추는 건 우리 일행이 손에 든 호롱불과 야광 팔찌였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길을 잃은 밤의 산책자들이었다. 지난달 31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진행된 야간 하이킹에 참석했다. 1년에 딱 사흘만 국립수목원이 밤에 문을 여는 ‘여름밤! 광릉숲 썸머 블룸’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200여 명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수목원 숲길을 걷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장수하늘소와 밤에 피는 빅토리아수련을 관람했다.10여 명씩 한 조를 이루고 숲해설가가 한 명씩 배정됐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선 뒤 어느 나무 아래에서 숲해설가가 물었다. “여러분, 무슨 냄새를 맡을 수 있나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오늘은 감각을 활짝 깨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말을 줄이려고 합니다. 눈과 코와 귀를 활짝 열고 숲을 공기로 느껴보세요. 저기 소쩍새 소리도 들리네요. 깜깜하고 고요한 광릉숲은 소쩍새가 잠들 수 있는 터전이랍니다. 가로등이 없어 우리는 불편하지만, 다른 생명체들은 그 덕분에 잘 수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도 들리죠? 물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반딧불이를 만날 확률이 있습니다. 어제는 반딧불이를 10개나 찾은 분도 계셨어요. 이 길에서 야생 멧돼지도 만났답니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얘기인가. 감각이 깨어나기 전에 이미 탐험가의 정신이 솟구치고 있었다. 밤의 수목원에서 두려움과 호기심은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미지의 길을 함께 걷는 탐험의 동료들이 있어 밤은 상상의 세계, 신비의 세계로 거듭났다. “반딧불이다!” 최초의 발견자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였다. 반면 어른들은 물가의 숲을 폴짝폴짝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자꾸만 시야에서 놓쳤다. 스마트폰과 GPS에 방향 감각을 헌납한 이래 반딧불이를 찾는 능력까지 잃은 건 아닐까. 눈을 힘줘 감았다가 다시 뜬 순간 반딧불이를 만났다. 손목에 찬 팔찌의 야광 빛을 닮은 반딧불이는 숲에 내려앉은 별이었다.어둠 속에서도 안전하게 숲길을 걸을 수 있었던 건, 광릉숲 천연림에 조성된 460m 숲생태 탐방로 덕분이었다. 보행이 불편한 분들을 배려해 경사를 낮추고 동선 폭을 조정한 데크길이다. 양옆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하악하악 숨 쉬는 숲에서 트롤 요정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숲이 내뿜는 시원한 밤공기에서 야생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밤의 수목원은 어둠을 폭력적으로 밀어내버리는 가로등이 없어 경건한 수도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은 손을 마주 잡았을지언정 말을 아낀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내면의 풍경화들은 그 길 위에서 포개지고 만날 것이다. 국립수목원 야간 하이킹의 마지막 순서는 수목원 숲길에 매트를 깔고 누워 별을 보는 것이었다. “평소에 별 볼 시간이 없지 않았나요. 바쁘니까, 힘드니까요. 오늘은 여러분 가슴에 별을 담아보는 게 어떨까요. ‘예전에 이런 꿈이 있었지, 이런 희망이 있었지’ 한 번 꺼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제대로 방향을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잖아요.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별을 찾아 새겨보는 것도 좋겠어요.” 마침 그믐 무렵이라 설탕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맨눈으로도 잘 볼 수 있었다. 대자로 뻗어 누우니 두 어깨를 누르던 묵직한 스트레스 뭉치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대로 숲속에서 잠들고 싶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도심형 수목원들은 번쩍거리는 파티 분위기로 야간 개장을 한다. 하지만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수목원들은 별 헤는 밤에 트레킹하며 야생동물과 새를 만나는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국립수목원의 야간 개장 프로그램은 지금보다 좀 더 어둡고 고요해져도 좋겠다. 사유의 행위인 걷기는 밤의 수목원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이번에 들었다.수목원을 나오는 길에 숲해설가가 물었다. “아까 처음 질문드렸던 곳이에요. 여전히 아무 냄새도 안 나세요?” 비로소 났다. 계수나무 잎의 달콤한 달고나 냄새! 후각이 열린 것이다. 훗날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얘기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밤의 수목원, 그 숲길의 산책을 기억하고 있다”고. 포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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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나뭇잎은 누군가에게 ‘마지막 잎새’가 될 수 있을까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운무가 감싼 산맥 위로 둥근 해가 힘차게 떠오르더니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하염없이 반짝였다. 비 온 후 고사리와 이끼는 초록빛이 더욱 명료해졌다. 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 나비와 벌의 기지개, 그루터기에서 돋아나는 어린싹이 온몸으로 느껴졌다.단 몇 분 만에 서울 선유도공원과 북한산국립공원,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백두대간, 함백산, 제주 곶자왈과 여러 오름을 여행한 셈이었다. 사실 내가 앉아있던 곳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팝업 공간이다. 가로 7m 세로 2.5m의 대형 모니터에 전국의 아름다운 숲이 펼쳐졌다. 실내에 소나무 껍질과 돌을 깔고 향이 좋은 바이텍스 나무를 심었기 때문일까. 가상의 여행인데도 실제 숲속에서 느끼는 상쾌한 행복감이 들었다. 이곳은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가 ‘디지털 치유정원’을 내걸고 조성했다. 이번 주 토요일(7일)까지 딱 1주일간만 무료로 열리는 ‘세컨포레스트: 나무, 꽃, 그리고 풀의 위로’라는 이름의 팝업 정원이다. “디지털 치유정원이 성수동에 열었어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심드렁했다. ‘이것이 디지털 정원이라면 꽃과 숲을 표현한 기존의 몰입형 미디어아트와 무엇이 다른가. 치유정원을 내세울 만큼 치유의 효과는 검증됐는가.’그런데 함께 찾아가 숲 영상을 본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가보고 싶은 곳은 많아도 갈 수가 없잖아. 그런데 이렇게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보고 새 소리를 들으면 ‘나도 얼른 나아 저런 데 가고 싶다. 삶을 더 이어나가고 싶다’ 이렇게 좌절하지 않고 의욕을 가질 것 같아.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갈 희망을 얻는 것처럼.” 주최 측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감상에 깜짝 놀랐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진흥실장은 말한다. “도시에서 정원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으니 한국의 뛰어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원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스마트 가든이나 자연경관 화면이 치유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움직임이 불편한 분들이 접하기 어려운 경관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얘기죠. 팝업 전시가 끝난 후엔 병원으로 옮겨 설치하려고 합니다. 환자들은 디지털 정원을 통해 위로받고, 저희는 장기간의 효과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왜 성수동이었을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니까 치유정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풀과 꽃을 심은 실제 정원도 뒷마당에 조성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해 보려 했어요.”팝업 공간의 성지인 성수동에서 이번 ‘세컨포레스트’에 대한 젊은층의 호응이 예사롭지 않다. 하루 1000명 이상 방문할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2030세대가 올린 인증샷이다. 실제로 가보니 이들은 빈백에 몸을 묻은 채 허브 향기를 맡고, 꽃잎 모양 스티커에 ‘나에게 쓰는 위로의 글’을 쓴다. 그 ‘위로의 꽃잎’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나에게 관대해지자’, ‘잘하고 있어’, ‘지금까지의 너를 사랑해’, ‘내년엔 대학 가자’, ‘너의 길이 맞는 거야. 자신감을 갖자’….전시기획을 맡은 ㈜조경하다열음의 조혜령 소장은 말한다. “젊은 세대는 위로를 거창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저 어디를 가봤는데 그 공간 안에서 신선함과 행복감을 느끼면 그게 바로 위로이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죠. 저는 이번 디지털 정원이 일시적 경관을 만들어내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간다면 사람들에게 정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지 않을까요. MZ 세대가 제주나 강원에 가지 않고도 이곳의 이미지를 인스타에 공유하면서 자연을 마주할 수 있어요.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험이죠.” 이번 전시는 몰입형 미디어아트에 비해 스케일이 작지만 디지털과 치유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숲과 정원의 미래에 투자하는 두나무 기업의 ESG 활동도 박수받을 일이다. 다만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유정원이라기보다는 전시 제목처럼 ‘위로의 정원’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땀 흘리며 생명체들과 교감하는 정원이 아니라 ‘핫플’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소확행을 얻는 젊은 세대의 소비행태로서의 정원이 지금 성수동의 모습이다. 영화 ‘퍼펙트데이즈’를 통해 일본어 ‘코모레비’(木漏れ日·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볼 때마다 그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 정원이 많아지면 초록빛 위로를 전하는 순우리말 어휘도 늘어날까. 기술과 만난 가상의 숲속 디지털 나뭇잎은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지막 잎새’가 될까.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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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 미래회, 11일 청소년 미래 지원 기금 마련 바자회 연다

    사단법인 미래회(이사장 박지영)가 11일 오전 10시 반~오후 4시 반 서울 중구 장충단로 72 크레스트72에서 제22회 미래회 자선 바자회를 연다. 1999년 설립된 미래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하는 어머니들이 모인 사단법인으로, 지금까지 34개 기관에 39억 원을 후원했다. 바자회를 통해 모인 기금은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미래세대의 생활 지원과 각종 교육 문화 지원에 쓰인다. 특히 올해는 미래회 25주년을 맞아 예년보다 더욱 다채로운 품목의 물건이 선보일 예정이다. 바자회 입장권은 1만 원으로, 현장 구매할 수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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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도시 열풍, 각 도시 특수성 반영해야”

    가히 ‘정원도시 열풍’이다. 정원도시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무려 14곳이다.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지자체들이 정원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정원도시의 정의와 역할 개념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건축공간연구원과 산림청이 지난달 28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개최한 ‘2024 정원도시 정책포럼―국내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 현황과 발전 방향’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자리였다. 정원 공간을 확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각 도시의 특수성을 반영해 시민을 참여시키는 녹색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시민 참여와 부처 협력 필요” 현재 국내 정원 정책 주무 부처는 산림청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석문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장은 “정원과 관련된 인프라 기반을 마련하고, 그 인프라를 활용해 자연 친밀과 공존, 포용과 평등, 참여와 공유를 구현하는 도시를 정원도시 개념으로 삼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정원도시 조성 및 지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원도시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계 어떤 나라도 한국과 같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정원 열풍이 일었던 적은 없다”며 “우리가 잘 달려가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볼 때”라고 운을 뗐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호 생명의숲연구소 소장은 정원의 특성인 ‘개방성’과 ‘유연성’에서 정원도시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정원 정책이 법률과 행정의 단어에 갇혀서는 시민과 호흡할 수 없다”며 “체계적 교육과 실습으로 양성된 시민 정원사들이 일상에서 정원도시를 가꾸는 역할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성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도 “정원도시는 도시계획이나 조경 어느 한쪽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미래 세대가 어릴 때부터 땅과 친해질 수 있게 해야 지속 가능한 정원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진흥실장은 “정원도시 인프라 구축은 개별 부처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 많아 여러 부처가 협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지역 특성 고려해 방향 수립해야” 이날 포럼에는 각 지자체의 정원 정책 관련 공무원들이 여럿 모였다. 충북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만드느라 민둥산이 늘었다”며 “‘이제는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멈출 때’라며 국가 정원을 만들기로 했지만, 정작 지역에서 일할 총괄 조경가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도시 관련 인프라뿐 아니라 정원 전문가로 육성되는 분들이 각각 지역의 일자리로 찾아갈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 정원도시 개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시민들과 함께 정원 문화를 만들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국내 정원도시 정책과 계획들은 정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 인식과 도전과제 설정이 미흡하고 구성도 단편적”이라고 진단한다. 김용국 연구위원은 “독일은 낙후된 도시를 개발시키려는 목적의 정원박람회를 통해, 싱가포르는 공동체 가드닝 활동을 통해 정원도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 지자체들도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후 위기 완화, 심신 건강 증진, 생물 다양성 강화, 탄소 중립 산업체계 구축 등 정원도시로 가기 위한 방향과 성과지표부터 촘촘히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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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정원도시 계획들, 문제 인식과 도전 과제 미흡”[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가히 ‘정원도시 열풍’이다. 정원도시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무려 14곳이다.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지자체들이 정원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정원도시의 정의와 역할 개념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건축공간연구원과 산림청이 지난달 28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개최한 ‘2024 정원도시 정책포럼: 국내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 현황과 발전 방향’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자리였다. 정원 공간을 확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각 도시의 특수성을 반영해 시민을 참여시키는 녹색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시민 참여와 부처 협력 필요”현재 국내 정원 정책 주무 부처는 산림청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석문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장은 “정원과 관련된 인프라 기반을 마련하고, 그 인프라를 활용해 자연 친밀과 공존, 포용과 평등, 참여와 공유를 구현하는 도시를 정원도시 개념으로 삼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정원도시 조성 및 지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원도시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강원 정선군의 정원도시 업무 담당자들은 각 지자체의 정책 추진현황을 발표했다.토론의 좌장을 맡은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계 어떤 나라도 한국과 같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정원 열풍이 일었던 적은 없다”며 “우리가 잘 달려가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볼 때”라고 운을 뗐다.토론자로 나선 김인호 생명의숲연구소 소장은 정원의 특성인 ‘개방성’과 ‘유연성’에서 정원도시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정원 정책이 법률과 행정의 단어에 갇혀서는 시민과 호흡할 수 없다”며 “체계적 교육과 실습으로 양성된 시민 정원사들이 일상에서 정원도시를 가꾸는 역할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희성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도 “정원도시는 도시계획이나 조경 어느 한쪽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미래 세대가 어릴 때부터 땅과 친해질 수 있게 해야 지속 가능한 정원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진흥실장은 “정원도시 인프라 구축은 개별 부처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 많아 여러 부처가 협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 고려해 방향 수립해야”이날 포럼에는 각 지자체의 정원 정책 관련 공무원들이 여럿 모였다. 충북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만드느라 민둥산이 늘었다”며 “‘이제는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멈출 때’라며 국가 정원을 만들기로 했지만, 정작 지역에서 일할 총괄 조경가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도시 관련 인프라뿐 아니라 정원 전문가로 육성되는 분들이 각각 지역의 일자리로 찾아갈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 정원도시 개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시민들과 함께 정원 문화를 만들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건축공간연구원은 “국내 정원도시 정책과 계획들은 정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 인식과 도전 과제 설정이 미흡하고 구성도 단편적”이라고 진단한다. 김용국 연구위원은 “독일은 낙후된 도시를 개발시키려는 목적의 정원박람회를 통해, 싱가포르는 공동체 가드닝 활동을 통해 정원도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 지자체들도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후 위기 완화, 심신 건강 증진, 생물 다양성 강화, 탄소 중립 산업체계 구축 등 정원도시로 가기 위한 방향과 성과지표부터 촘촘히 짜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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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의 꽃과 음악과 책이 나를 살렸다”

    ‘살바토레 펜션’이라는 이름을 기자가 처음 들은 건 작년 이맘때였다. 충남에서 장미 정원을 정성껏 가꾸는 정원주가 가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책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말씀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아직 안 가봤지만 언젠가 가 보려고요”알고 보니 국립수목원이 2016년 ‘가 보고 싶은 정원 100선’으로 선정한 정원이 딸린 펜션이었다. 대관령 해발 800m에 자리 잡은 소박한 펜션 사진들에서 문화적 향기가 가득 풍겨왔다. 유럽 정원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꽃들, 공간을 가득 채운 클래식 음반과 책, 모카포트로 내린다는 커피…. 서울의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의 박종호 대표가 2020년에 다녀와 쓴 장문의 여행 후기도 읽게 됐다. “세상에 럭셔리한 호텔과 멋진 리조트는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과 실천이 함께 따라가는 곳은 드뭅니다. 제 눈은 오랜만에 나흘간의 휴가를 얻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푸른 숲과 붉은 꽃만 보았지요.”이곳에 정말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최근이다. 이 펜션 주인이 지난해 12월 ‘바흐의 숲’이라는 생애 첫 장편소설을 썼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달 중순 ‘살바토레 정원에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정원 관련 책도 펴낸 것이다. 그는 책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몽상가이자 작가이며, 정원사이자 사진가이기도 하다. 평창군 승마협회 선수 겸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말과 꽃을 좋아했다. 30대에 대관령의 고요와 너른 들판에 반해 일찍 귀촌한 후 살바토레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윤민혁 살바토레 펜션 대표(50)를 만나러 갔다.아무리 대관령이라 해도 올해 폭염은 기세등등했다. 그래도 살바토레 펜션의 정원에는 여름꽃들이 그림처럼 피어 있었다. 씨앗을 수입해 파종해 만들었다는 메리골드 라밤바, 초봄부터 서리가 오기까지 개화 기간이 길어 여름 정원의 효자 식물로 꼽는다는 다알리아가 만발해 있었다. 멕시코 고원지대가 원산지인 다알리아의 종류가 이토록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노란색 꽃잎 가운데 빨간색 붓터치가 그려진 듯한 품종 이름은 ‘푸우(Pooh)’였다. 빨간색 상의를 입은 노란색 아기곰 푸우가 절로 떠올랐다.알고 보니 그의 소설 제목 ‘바흐의 숲’은 이 펜션의 음악감상실 겸 서재의 이름이었다. 정원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윤 대표가 직접 끓여준 커피를 받아들고 물었다.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신 겁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나왔다. “제가 3년 전에 갑자기 몸이 크게 안 좋았어요. 외동딸의 일정에 맞춰 살다가 딸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나니 크나큰 상실감이 밀려왔어요. 친한 친구와 오해도 생겼고요. 마음에 병이 생기니 내 의지대로 몸을 일으켜 세울 수조차 없었어요. 펜션 단골손님들 조언대로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었더니 6개월 만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이 병은 또 찾아올 수 있는데, 그때 영영 회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대관령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아내와 딸에게 무엇을 남겨줄까. 그동안 읽고 좋아만 하던 책을 직접 쓰기로 결심했어요. 바쁘게 살다가 번아웃된 뒤 숨겨진 본능을 깨달은 거죠. 새벽 4시에 이곳에 내려와 커피를 끓이고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썼어요.” 자전적 내용과 평소의 몽상을 섞어 쓴 그의 소설에는 ‘쓸쓸했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대관령의 사계절’이 들어있다. 사업 실패로 30대 이른 나이에 귀촌했을 때 그를 품어준 건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대관령의 자연이었다. 눈이 30cm 쌓이는 대관령의 겨울을 지내면서 비로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묘사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하루하루 정원의 변화가 경이로워 사진을 찍었더니 수 만 장의 사진이 쌓였다. 꼼꼼한 기록이 책의 바탕이 된 셈이다. 그는 처음 펜션 문을 열고 스폰서광고를 했다. 늘 객실은 찼지만 이내 온갖 인간 군상에 실망했다. 광고를 다 끊고 무작정 2008년 영국으로 정원 여행을 떠난 게 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될 줄이야. 그곳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소나무와 향나무가 있던 기존 정원을 차츰 영국식 정원으로 바꿨다. 희귀한 유럽 꽃을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식물 마니아들에게 알려졌고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찾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유럽의 음악축제는 신사들이 음악감독에게 꽃다발을 주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그게 좋아 보여서 저도 평창대관령음악제 때 맨 앞 좌석을 예약해 큰 가방 속에 꽃다발을 숨겨 넣어갔다가 당시 손열음 감독에게 건넸었어요.” 그가 펜션 근처의 숲길로 안내했다. “대관령 정원사에게 뒷산 산책은 사유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거든요. 걸으면서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의 문장들을 떠올려요.” 은방울꽃 군락지와 햇빛에 반짝이는 고사리 숲을 지나니 독일가문비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곳이 나왔다. “행복이 별 게 아니더라고요. 새 소리 들으며 피톤치드 속에서 시집 한 권 읽고 내려가는 것이더라고요. 요즘엔 승마장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어요. 정원을 곤충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책도 쓰게 된 건 대관령의 자유가 마음에 여유를 줬기 때문이에요.”윤민혁 대표가 추천하는 음반 5선(選)피에트로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지상 최고 예술의 종합선물세트인 오페라를 좋아한다. 베르디, 벨리니, 푸치니 등의 좋은 작품이 많지만, 시칠리아섬을 무대로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음반을 특히 추천하고 싶다. 그 유명한 간주곡의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선율과 파국을 예견하는 비장의 서곡이 일품이다.바흐 <평균율> 글렌 굴드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불리는 바흐의 걸작이다. 모든 음악이 소실돼도 이 평균율만 살리면 복원된다는 말도 있다. 특히 글렌 굴드의 연주는 탁월하고 심도 있다. 그의 바흐 황홀경을 취해 듣고 싶다면 대안이 없다. 엔니오 모리코네<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S.T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을 자주 듣는다. 그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울려 퍼지는데 그중 최고는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아닐까 한다. 4시간 영화 내내 심장이 멈출 만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멘델스존 <무언가> 다니엘 바렌보임멘델스존이 낭만주의 피아노가 절정일 때 창안한 피아노 소품집이다. 그의 윤슬같은 연주에 시적 서정성이 더해져 듣는 이를 가슴 아프게 만드는 최고의 피아니시즘이다. 가을날 들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5.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아리아 모음집뇌종양으로 이제는 고인이 된 그가 절정이던 시절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이다. 순수하고 파워 넘치는, 중후하고 세련된 백호랑이의 미성을 들을 수 있다. 음반의 첫 곡 차이코프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들으면 언제나 눈시울이 붉어진다.평창=글 사진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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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딘가 특별한 호텔 추석 선물세트

    《호텔은 라이프스타일의 집결지다. 특히 각 호텔들의 추석 선물세트는 전문가들이 ‘매의 눈’으로 전국 산해진미를 구성하기 때문에 선물을 고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침구와 디퓨저 등 호텔에서의 경험을 집으로가져올 수 있는 선물 세트, 차례상 세트,명절 스트레스를 날려줄 스파 세트도 있다. 호텔 추석 선물세트라고 다 비싼 것도 아니다. 3만 원대 카스테라 세트도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조선호텔앤리조트는 올해 조선호텔 개관 110주년을 맞아 미식 세트와 인기 리빙 제품 등을 추석 선물세트로 선보였다. ‘양갈비&LA 갈비 세트’는 12개월 미만 양갈비 중 지방 함량이 적고 육즙이 풍부한 최고급 부위를 엄선해 준비했다. 배추김치를 비롯해 제주 생갈치를 넣은 갈치 석박지, 오이 소박이, 알타리 김치 등을 구성한 ‘조선호텔 김치 세트’도 내놓았다. 조선호텔 침구에서 가장 인기상품으로 꼽히는 ‘헝가리 미디움 구스다운 세트’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선물세트는 9월 13일까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더 조선호텔’, SSG닷컴 등의 온라인 몰과 신세계 백화점 본점, 강남점 등 주요 점포 8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파크하얏트 서울파크 하얏트 서울은 마스터 셰프가 직접 만든 특제 양념장으로 숙성한 시그니처 갈비 세트와 한우의 최고급 육류 부위를 담아낸 시그니처 육류 세트 등을 한국 전통 문양이 돋보이는 상자에 포장해 내놓는다. 특제 소스와 찜 재료인 밤, 당근, 배, 은행, 잣, 2년산 인삼 등을 함께 곁들인 갈비찜은 고객들이 손쉽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월악산 벌집 꿀과 백두산 자연송이, 곶감, 말돈 소금, 참기름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건강 세트도 이 호텔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9월9일까지 예약 가능하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1964년 개관한 명월관의 60주년을 기념해 ‘명월관 명품 설화한우 세트’를 선보였다. 한우 1++ 등급 중에서도 최고의 마블링 스코어(BMS)인 No.9 설화 한우만을 엄선한 뒤 숙성해 깊은 풍미를 더했다. 특등급 품질로만 구성된 프리미엄 육류 세트, 100%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한 ‘수펙스(SUPEX) 김치’ 등 워커힐 시그니처 상품들과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등 지역 특산품도 내놓았다. 워커힐만의 노하우와 서비스 정신을 담은 구스다운 침구류와 디퓨저 세트 등도 있다. 9월 6일 오후 1시까지 주문 가능하다.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마스터 셰프들이 선별한 ‘셰프 초이스’를 24가지 상품으로 준비했다. 프리미엄 한우와 해산물, 국내 각 지역 특산품 등을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웨이루 시그니처 불도장’, ‘하코네 시그니처 민물장어 세트’ 등 호텔 레스토랑별 시그니처 메뉴도 선보였다. 특히 ‘셰프 특선 차례상 세트’는 한식 전문 셰프가 최상급 식재료만을 엄선해 국내산 한우, 굴비, 도미 등을 이용해 만든 탕국, 산적, 육전, 굴비구이, 도미전, 갈비찜, 삼색나물 등 8가지 메뉴를 준비했다. 9월 18일까지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웹사이트에서 예약 후 현장에서 수령하거나 택배 배송을 신청할 수 있다.서울드래곤시티서울드래곤시티는 이비스 스타일 1층 ‘알라메종 델리’에서 9월22일까지 추석 선물 세트 26종을 판매한다. 프리미엄 한우 스테이크 세트부터 카스테라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준비했다. 식음예약실 유선 예약을 통해 구매하거나 알라메종 델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배송은 9월 2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며 10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혜택이 적용된다.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프리미엄 한우 세트와 나파밸리 와인세트 등 먹거리 선물, 세계적 스파 브랜드 ‘반얀트리 스파’의 스파 바우처,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몽상클레르’의 대표 상품들로 추석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9월 13일까지 반얀트리 서울 클럽동 3층 델리에서 구매 가능하며, 배송 희망일보다 최소 7일 전에 주문해야 한다.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앤리조트켄싱턴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리테일 전문 매장 ‘케니몰’의 시그니처 상품과 지역 특산품 등을다양하게 구성했다. 켄싱턴이 엄선한 한우 및 정육 세트, 프리미엄 과일 세트, 산지 직송 수산품을 기본으로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국내 및 해외(사이판) 숙박권 및 뷔페 식사권도 9월9일까지 구매할 수 있다.글래드 호텔글래드 호텔은 제주 로컬 브랜드인 ‘제주한잔’과 함께 제주산 재료로 선보이는 소주 ‘바띠’와 우리나라 3대 소주로 꼽히는 고소리술로 구성된 전통주 세트를 선보였다. 정통 유럽식 100% 수제 샤퀴테리 전문점 ‘세스크멘슬’과 공동 개발한 양고기 소시지 세트도 눈에 띈다. 트러플 오일세트, 다기&차세트, 구움과자 세트도 있다. 9월5일까지 판매한다.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이 9월18일까지 ‘1955 그로세리아’에서 21종의 다채로운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프리미엄 갈비찜 & LA 갈비, 보양식 불도장 세트, 앰배서더 구스 이불 세트 등이다. 프리미엄 오일과 생기름 세트같은 실속형 선물도 있다. 최소 3일 전 사전 예약(육류는 9월 8일 예약 마감)을 통해 구매 가능하며 육류 등의 신선 제품은 서울에 한해 무료 배송해준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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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의 꽃과 음악과 책이 나를 살렸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살바토레 펜션’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작년 이맘때였다. 충남에서 장미 정원을 정성껏 가꾸는 정원주가 가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책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말씀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아직 안 가봤지만 언젠가 가 보려고요”알고 보니 국립수목원이 2016년 ‘가 보고 싶은 정원 100선’으로 선정한 정원이 딸린 펜션이었다. 대관령 해발 800m에 자리 잡은 소박한 펜션 사진들에서 문화적 향기가 가득 풍겨왔다. 유럽 정원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꽃들, 공간을 가득 채운 클래식 음반과 책, 모카포트로 내린다는 커피…. 서울의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의 박종호 대표가 2020년에 다녀와 쓴 장문의 여행 후기도 읽게 됐다. “세상에 럭셔리한 호텔과 멋진 리조트는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과 실천이 함께 따라가는 곳은 드뭅니다. 제 눈은 오랜만에 나흘간의 휴가를 얻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푸른 숲과 붉은 꽃만 보았지요.”이곳에 정말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최근이다. 이 펜션 주인이 지난해 12월 ‘바흐의 숲’이라는 생애 첫 장편소설을 썼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달 중순 ‘살바토레 정원에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정원 관련 책도 펴낸 것이다. 그는 책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몽상가이자 작가이며, 정원사이자 사진가이기도 하다. 평창군 승마협회 선수 겸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말과 꽃을 좋아했다. 30대에 대관령의 고요와 너른 들판에 반해 일찍 귀촌한 후 살바토레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윤민혁 살바토레 펜션 대표(50)를 만나러 갔다.아무리 대관령이라 해도 올해 폭염은 기세등등했다. 그래도 살바토레 펜션의 정원에는 여름꽃들이 그림처럼 피어 있었다. 씨앗을 수입해 파종해 만들었다는 메리골드 라밤바, 초봄부터 서리가 오기까지 개화 기간이 길어 여름 정원의 효자 식물로 꼽는다는 다알리아가 만발해 있었다. 멕시코 고원지대가 원산지인 다알리아의 종류가 이토록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노란색 꽃잎 가운데 빨간색 붓터치가 그려진 듯한 품종 이름은 ‘푸우(Pooh)’였다. 빨간색 상의를 입은 노란색 아기곰 푸우가 절로 떠올랐다.알고 보니 그의 소설 제목 ‘바흐의 숲’은 이 펜션의 음악감상실 겸 서재의 이름이었다. 정원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윤 대표가 직접 끓여준 커피를 받아들고 물었다.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신 겁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나왔다. “제가 3년 전에 갑자기 몸이 크게 안 좋았어요. 외동딸의 일정에 맞춰 살다가 딸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나니 크나큰 상실감이 밀려왔어요. 친한 친구와 오해도 생겼고요. 마음에 병이 생기니 내 의지대로 몸을 일으켜 세울 수조차 없었어요. 펜션 단골손님들 조언대로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었더니 6개월 만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이 병은 또 찾아올 수 있는데, 그때 영영 회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대관령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아내와 딸에게 무엇을 남겨줄까. 그동안 읽고 좋아만 하던 책을 직접 쓰기로 결심했어요. 바쁘게 살다가 번아웃된 뒤 숨겨진 본능을 깨달은 거죠. 새벽 4시에 이곳에 내려와 커피를 끓이고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썼어요.” 자전적 내용과 평소의 몽상을 섞어 쓴 그의 소설에는 ‘쓸쓸했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대관령의 사계절’이 들어있다. 사업 실패로 30대 이른 나이에 귀촌했을 때 그를 품어준 건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대관령의 자연이었다. 눈이 30cm 쌓이는 대관령의 겨울을 지내면서 비로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묘사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하루하루 정원의 변화가 경이로워 사진을 찍었더니 수 만 장의 사진이 쌓였다. 꼼꼼한 기록이 책의 바탕이 된 셈이다. 그는 처음 펜션 문을 열고 스폰서광고를 했다. 늘 객실은 찼지만 이내 온갖 인간 군상에 실망했다. 광고를 다 끊고 무작정 2008년 영국으로 정원 여행을 떠난 게 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될 줄이야. 그곳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소나무와 향나무가 있던 기존 정원을 차츰 영국식 정원으로 바꿨다. 희귀한 유럽 꽃을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식물 마니아들에게 알려졌고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찾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유럽의 음악축제는 신사들이 음악감독에게 꽃다발을 주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그게 좋아 보여서 저도 평창대관령음악제 때 맨 앞 좌석을 예약해 큰 가방 속에 꽃다발을 숨겨 넣어갔다가 당시 손열음 감독에게 건넸었어요.” 그가 펜션 근처의 숲길로 안내했다. “대관령 정원사에게 뒷산 산책은 사유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거든요. 걸으면서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의 문장들을 떠올려요.” 은방울꽃 군락지와 햇빛에 반짝이는 고사리 숲을 지나니 독일가문비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곳이 나왔다. “행복이 별 게 아니더라고요. 새 소리 들으며 피톤치드 속에서 시집 한 권 읽고 내려가는 것이더라고요. 요즘엔 승마장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어요. 정원을 곤충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책도 쓰게 된 건 대관령의 자유가 마음에 여유를 줬기 때문이에요.”●윤민혁 대표가 추천하는 음반 5선(選)1. 피에트로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지상 최고 예술의 종합선물세트인 오페라를 좋아한다. 베르디, 벨리니, 푸치니 등의 좋은 작품이 많지만, 시칠리아섬을 무대로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음반을 특히 추천하고 싶다. 그 유명한 간주곡의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선율과 파국을 예견하는 비장의 서곡이 일품이다.2. 바흐 <평균율>, 글렌 굴드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불리는 바흐의 걸작이다. 모든 음악이 소실돼도 이 평균율만 살리면 복원된다는 말도 있다. 특히 글렌 굴드의 연주는 탁월하고 심도 있다. 그의 바흐 황홀경을 취해 듣고 싶다면 대안이 없다.3. 엔니오 모리코네.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S.T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을 자주 듣는다. 그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울려 퍼지는데 그중 최고는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아닐까 한다. 4시간 영화 내내 심장이 멈출 만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4. 멘델스존 <무언가>, 다니엘 바렌보임멘델스존이 낭만주의 피아노가 절정일 때 창안한 피아노 소품집이다. 그의 윤슬같은 연주에 시적 서정성이 더해져 듣는 이를 가슴 아프게 만드는 최고의 피아니시즘이다. 가을날 들으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5.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아리아 모음집뇌종양으로 이제는 고인이 된 그가 절정이던 시절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이다. 순수하고 파워 넘치는, 중후하고 세련된 백호랑이의 미성을 들을 수 있다. 음반의 첫 곡 차이코프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들으면 언제나 눈시울이 붉어진다. 평창=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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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 소풍에 초대합니다[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다다랐을 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80m 높이의 51층 빌딩 꼭대기에는 허브와 오이 등을 키우는 식용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요리사가 시금치를 수확하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녔다. 옥상층 레스토랑이 이 정원에서 키운 각종 작물로 음식을 요리한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이달 초 찾아간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캐피타스프링 빌딩 풍경이다. 놀라움은 이뿐 아니다. 건물의 17층부터 20층까지에는 35m 높이로 뚫린 ‘그린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정원이 있었다. 나선형 산책로 주변으로 무려 130여 종의 식물 8만 본이 심어져 있어 숲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식물을 품은 빌딩 싱가포르는 동식물과 공존하는 정원 도시다. 트렌디한 싱가포르를 보고 싶다면 2021년 완공된 캐피타스프링 빌딩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싱가포르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초고층 빌딩이자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Skyrise Greenery)’의 대표 사례다. 싱가포르에 식물이 우거진 건물이 많은 것은 적도의 좁은 땅에서 살길을 모색하던 싱가포르 정부가 2009년부터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벽면과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는 기업에 설치 비용의 최대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파크로열컬렉션 호텔과 창이공항의 복합단지인 주얼창이도 이 방식으로 건물에 녹지를 가꿨다.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는 기후·생태·사회적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싱가포르의 범국가적 10개년 계획인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의 핵심 기둥이다. 싱가포르는 ‘자연 속 도시(City in Nature)’ 비전에 따라 도시에 더 많은 나무를 심겠다고 한다. 초록빛 건물은 매력적인 동시에 도시의 온도를 낮춘다. 캐피타스프링 빌딩은 JP모건 등이 입주한 사무용 건물이지만 그린 오아시스와 옥상 정원은 대중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예약하면 누구든 둘러보며 정원 도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싱가포르 북부 만다이 야생 보존 지역에 지난해 문을 연 ‘버드 파라다이스’도 올해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의 대표 사례로 선정돼 찾아가 봤다. 주롱 지역에 52년간 있던 새(鳥) 공원이 이전한 곳으로, 400종의 새 3500마리가 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17만 m²)의 새 공원이다. 펭귄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 야생의 숲속을 친환경 식재 매트 등으로 구현한 환경에서 새들이 멜론을 먹는 모습,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직원들이 정성껏 돕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온갖 종류의 열대지방 새소리가 행복감과 함께 마음속에 퍼졌다. ● 싱가포르에서 ‘초록의 일상’ 여행은 숙소를 고를 때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초록의 아침을 맞을 수 있는 장소를 고심해 골랐다. ‘모노클’과 ‘월페이퍼’ 등 세계적 트렌드 잡지들이 추천한 3성급 숙소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 ‘화장실이 야외로 연결돼 방에 벌레가 다닌다’는 후기가 있긴 했지만, 일반 호텔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이 있어 보였다. 머리맡에 일렁대는 초록빛 나뭇잎이 마음을 너그럽게 해줬기 때문일까. 아주 작은 개미를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일과를 마치고 오차드로드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주택가의 숙소로 돌아올 때면 마치 현지인의 평화로운 퇴근길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숙소를 잡을 땐 모르던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李光耀·1923∼2015)가 생전에 살던 집이 불과 10m 이내 지척이었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지금의 초록빛 싱가포르를 이룩한 리콴유를 떠올렸다. 숙소에서 가까운 포트캐닝 공원은 독특한 열대 식물과 예술이 우거진 보석 같은 도심 속 공원이었다. 시민들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는 이 공원에는 유명한 나무 터널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강변으로 내려가 로버트슨키 일대 공원을 호젓하게 거닐어본 것도 좋았다. 비 내리던 일요일 아침에는 싱가포르 식물원 근처 뎀프시힐로 향했다. 19세기 영국군의 캠프로 사용됐다가 이제는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 등이 들어선 숲속 마을 같은 지역이다. ‘P.S.카페’에 들어서자 빗물을 머금어 초록이 더욱 선명해진 나무들이 통창을 통해 가득 시야에 들어왔다. 카푸치노 커피를 시켰더니 우유로 나뭇잎 모양을 띄워 내왔다. ‘자연을 고객에게 더 가까이’라는 철학을 가진 이 상업 공간은 시내 여러 매장에서 수직 녹화를 통해 무성한 실내 녹지를 선보인다.● 정원으로 돌보는 정신 건강 싱가포르는 정원의 치유를 이론에 근거해 강조한다. 가드닝을 테마로 한 공원인 ‘호트파크’에는 2016년 문을 연 싱가포르 최초의 치유 정원(Therapeutic Garden)이 있다. 인간의 주의력은 자연환경에서 회복될 수 있다는 ‘주의력 회복 이론’과 자연이 심리적 회복을 가져온다는 ‘스트레스 감소 이론’을 배경으로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그 정원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졸졸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바위틈 사이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파스텔 색상의 꽃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다양한 질감의 잎사귀들을 만져 보라는 안내문도 있었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조각품을 천천히 느끼고 감탄해 보세요.’ 싱가포르의 치유 정원은 쾌적한 정원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가드닝 프로그램에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심신의 회복을 돕는다. 서울의 한강공원 같은 싱가포르의 이스트 코스트 파크에 있는 ‘KPMG 웰니스 가든’도 3년 전 치유 정원을 조성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차원으로 참여한 정원이다. 싱가포르국립대 건강시스템(NUHS), 알츠하이머협회와 협업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현재 13곳인 치유 정원을 2030년까지 3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두루 정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미래로 향하는 정원 싱가포르 식물원은 싱가포르 국민의 자부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1859년 설립된 싱가포르 식물원은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조깅과 피크닉을 위해 찾아오는 시민들이 많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 식물원 중에서는 영국의 큐 가든, 포르투갈 코임브라대 식물원에 이어 세 번째다. 싱가포르 식물원에는 여러 주제의 정원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난초 전시원인 ‘내셔널 오키드 가든’이 그중 제일로 꼽힌다. 이곳에서 다양한 난초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이 식물원은 엘리자베스 여왕 등 전 세계 유명 인사 방문객들의 이름을 난초에 붙이는 ‘VIP 난초 프로그램’의 명성이 높다. 싱가포르 식물원이 싱가포르 정원의 근간이라면 2011년 문을 연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의 녹색 비전을 드러내는 미래형 정원이다. 연중 무더운 날씨에 상관없이 서늘한 실내에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신의 한 수다. 그 안에서 구사마 야요이와 브루노 카탈라노 등 쟁쟁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슈퍼트리 그로브’라는 이름의 거대한 인공나무는 태양광 패널과 빗물 수집 시스템을 갖춘 첨단 과학 구조물이다. 풀러턴베이 호텔의 루프톱 ‘랜턴바’에서 마리나베이샌즈 주변 야경을 감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싱가포르에 머무는 동안 ‘생명 다양성’, ‘공동체’, ‘미래’라는 세 단어를 참 많이 들었다는 사실을. 요즘 싱가포르는 고령화 사회에서 공동체가 참여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요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싱가포르 여행이 준 선물일 것이다. 글·사진 싱가포르=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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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곳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초록빛 생명도시였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다다랐을 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80m 높이의 51층 빌딩 꼭대기에는 허브와 오이 등을 키우는 식용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요리사가 시금치를 수확하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녔다. 옥상층 레스토랑이 이 정원에서 키운 각종 작물로 음식을 요리한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이달 초 찾아간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캐피타 스프링 빌딩 풍경이다. 놀라움은 이뿐 아니다. 건물의 17층부터 20층까지에는 35m 높이로 뚫린 ‘그린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정원이 있었다. 나선형 산책로 주변으로 무려 130여 종의 식물 8만 본이 심어 있어 숲속을 걷는 기분이었다.●식물을 품은 빌딩싱가포르는 동·식물과 공존하는 정원 도시다. 트렌디한 싱가포르를 보고 싶다면 2021년 완공된 캐피타 스프링 빌딩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싱가포르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초고층 빌딩이자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Skyrise Greenery)’의 대표 사례다. 싱가포르에 식물이 우거진 건물이 많은 것은 적도의 좁은 땅에서 살길을 모색하던 싱가포르 정부가 2009년부터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벽면과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는 기업에게 설치 비용의 최대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파크 로열 컬렉션 호텔과 창이공항의 복합단지인 주얼 창이도 이 방식으로 건물에 녹지를 가꿨다.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는 기후·생태·사회적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싱가포르의 범국가적 10개년 계획인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의 핵심 기둥이다. 싱가포르의 ‘자연 속 도시(City in Nature)’ 비전에 따라 도시에 더 많은 나무를 심겠다고 한다. 초록빛 건물은 매력적인 동시에 도시의 온도를 낮춘다. 캐피타 스프링 빌딩은 JP모건 등이 입주한 사무용 건물이지만 그린 오아시스와 옥상 정원은 대중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예약하면 누구든 둘러보며 정원 도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싱가포르 북부 만다이 야생 보존지역에 지난해 문을 연 ‘버드 파라다이스’도 올해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의 대표 사례로 선정돼 찾아가 봤다. 주롱 지역에 52년간 있던 새(鳥) 공원이 이전한 곳으로, 400종의 새 3500마리가 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17만㎡)의 새 공원이다. 펭귄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 야생의 숲속을 친환경 식재 매트 등으로 구현한 환경에서 새들이 멜론을 먹는 모습,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직원들이 정성껏 돕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온갖 종류의 열대지방 새 소리가 행복감과 함께 마음속에 퍼졌다. ●싱가포르에서 ‘초록의 일상’여행은 숙소를 고를 때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초록의 아침을 맞을 수 있는 장소를 고심해 골랐다. ‘모노클’과 ‘월페이퍼’ 등 세계적 트렌드 잡지들이 추천한 3성급 숙소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 ‘화장실이 야외로 연결돼 방에 벌레가 다닌다’는 후기가 있긴 했지만, 일반 호텔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이 있어 보였다. 머리맡에 일렁대는 초록빛 나뭇잎이 마음을 너그럽게 해줬기 때문일까. 아주 작은 개미를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도심 속 오아시스같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일과를 마치고 오차드 로드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주택가의 숙소로 돌아올 때면 마치 현지인의 평화로운 퇴근길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숙소를 잡을 땐 모르던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李光耀·1923~2015)가 생전에 살던 집이 불과 10m 이내 지척이었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지금의 초록빛 싱가포르를 이룩한 리콴유를 떠올렸다. 숙소에서 가까운 포트캐닝 공원은 독특한 열대 식물과 예술이 우거진 보석 같은 도심 속 공원이었다. 시민들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는 이 공원에는 유명한 나무 터널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강변으로 내려가 로버슨키 일대 공원을 호젓하게 거닐어본 것도 좋았다.비 내리던 일요일 아침에는 싱가포르 식물원 근처 뎀시힐로 향했다. 19세기 영국군의 캠프로 사용됐다가 이제는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 등이 들어선 숲속 마을 같은 지역이다. ‘P.S.카페’에 들어서자 빗물을 머금어 초록이 더욱 선명해진 나무들이 통창을 통해 가득 시야에 들어왔다. 카푸치노 커피를 시켰더니 우유로 나뭇잎 모양을 띄워 내왔다. ‘자연을 고객에게 더 가까이’라는 철학을 가진 이 상업공간은 시내 여러 매장에서 수직 녹화를 통해 무성한 실내 녹지를 선보인다. ●정원으로 돌보는 정신 건강싱가포르는 정원의 치유를 이론에 근거해 강조한다. 가드닝을 테마로 한 공원인 ‘호트파크’에는 2016년 문을 연 싱가포르 최초의 치유 정원(Therapeutic Garden)이 있다. 인간의 주의력은 자연환경에서 회복될 수 있다는 ‘주의력 회복 이론’과 자연이 심리적 회복을 가져온다는 ‘스트레스 감소 이론’을 배경으로 조성했다는 설명이다.그 정원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졸졸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바위틈 사이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파스텔 색상의 꽃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다양한 질감의 잎사귀들을 만져보라는 안내문도 있었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조각품을 천천히 느끼고 감탄해보세요.’ 싱가포르의 치유 정원은 쾌적한 정원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가드닝 프로그램에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심신의 회복을 돕는다.서울의 한강공원 같은 싱가포르의 이스트 코스트 파크에 있는 ‘KPMG 웰니스 가든’도 3년 전 치유 정원을 조성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으로 참여한 정원이다. 싱가포르 국립대 건강시스템(NUHS), 알츠하이머 협회와 협업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현재 13곳인 치유 정원을 2030년까지 3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두루 정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미래로 향하는 정원싱가포르 식물원은 싱가포르 국민의 자부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1859년 설립된 싱가포르 식물원은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어 조깅과 피크닉을 위해 찾아오는 시민들이 많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 식물원 중에서는 영국의 큐 가든,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 식물원에 이어 세 번째다. 싱가포르 식물원에는 여러 주제의 정원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난초 전시원인 ‘내셔널 오키드 가든’이 그중 제일로 꼽힌다. 이곳에서 다양한 난초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이 식물원은 엘리자베스 여왕 등 전 세계 유명인사 방문객들의 이름을 난초에 붙이는 ‘VIP 난초 프로그램’의 명성이 높다. 싱가포르 식물원이 싱가포르 정원의 근간이라면 2011년 문을 연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의 녹색 비전을 드러내는 미래형 정원이다. 연중 무더운 날씨에 상관없이 서늘한 실내에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신의 한 수다. 그 안에서 쿠사마 야요이와 브루노 카탈라노 등 쟁쟁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슈퍼트리 그로브’라는 이름의 거대한 인공나무는 태양광 패널과 빗물 수집 시스템을 갖춘 첨단 과학 구조물이다.플러턴 베이 호텔의 루프톱 ‘랜턴바’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 주변 야경을 감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싱가포르에 머무는 동안 ‘생명다양성’, ‘공동체’, ‘미래’라는 세 단어를 참 많이 들었다는 사실을. 요즘 싱가포르는 고령화 사회에서 공동체가 참여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요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싱가포르 여행이 준 선물일 것이다.싱가포르=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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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에서 생각하는 한국 정원도시의 갈 길[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연설대에 오른 그의 첫 마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미래를 창조하는 여건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지도자가 할 일입니다.” 그는 싱가포르국립대 건축학과 교수이자 싱가포르 정원 정책을 이끄는 탄 푸에이 옥 싱가포르 식물원장입니다. 그는 7일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세계식물원총회에서 ‘싱가포르 식물원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싱가포르가 어떻게 녹색 도시국가를 만들어왔는지 과거를 통해 배우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행운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명확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생명 다양성 보존도 우리가 뭘 지켜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가 강조하는 건 과학과 교육입니다. “1859년 문을 연 싱가포르 식물원은 초창기에는 과학적 접근이 부족해 크고 작은 실패를 겪었지만,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나무와 토양을 관리하면서 세계적 식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식물원 교육은 특히 중요합니다. 우리 삶 속에 자연이 스며들어야 행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향할 수 있습니다.”그는 마지막에 자신의 강연 제목에서 ‘싱가포르’라는 단어를 지운 슬라이드를 띄웠습니다. 그리고 나니 ‘식물원의 미래’라는 문구가 됐습니다. 그의 결론은 첫 마디만큼이나 메시지가 강렬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 아울러 지역적으로 생각하고 세계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 Act Local & Think Local, Act Global).”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김선미의 시크릿가든>은 싱가포르에서 전합니다. 저는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6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세계식물원총회에 참석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11일까지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도 열리고 있습니다.세계식물원총회(GBGC·Global Botanic Gardens Congress)는 전 세계 식물원 관계자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로 8회째인 이번 총회에는 73개국 200여 개 식물원에서 99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기후위기에서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지켜낼 것인지, 각국에서 어떤 시도로 식물원을 운영하는지 각 컨퍼런스룸을 찾아다니며 강연을 듣고 서로 교류하는 행사이지요. 동남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 올해 총회는 세계식물원보존연맹(BGCI·Botanic Gardens Conservation International)과 국립공원위원회 산하 싱가포르 식물원이 이끌고 있습니다.싱가포르 도심을 걷다 보면 왜 이곳이 ‘정원도시’인지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수직녹화를 통해 초록의 식물로 뒤덮인 건물들, 상류층이든 중산층이든 거의 누구든 갖추고 있는 발코니 정원, 카페를 싱그런 감성으로 채워주는 컨테이너 정원, 숲길처럼 자연스럽게 가로수를 조성한 공개 공지, 자연 치유력을 높여주는 시니어 타운, 무엇보다 어디에서든 접근 가능한 400여 개의 공원과 정원들, 그리고 그 도심 속 자연 쉼터를 잇는 길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꿈을 심어라, 잡초를 뽑아라, 그리고 행복한 삶을 키워라(Plant deams, pull weeds and grow a happy life).’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녹색 도시국가를 만들어왔습니다. 한국의 부산 정도인 735㎢ 면적에 인구 592만 명인 싱가포르에는 무려 600만 그루의 나무(이 중 200만 그루가 도심 속 나무)가 심어있습니다. 초대 총리인 리콴유(李光耀·1923~2015)가 1963년 전국적 나무 심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정원도시’(Garden City)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인데요. 도시화를 거치면서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국토가 좁은 한계를 정원 정책으로 타계해 온 것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50년 간 써 온 ‘정원도시’ 대신 2012년부터 ‘정원 속의 도시(City in Garden)’라는 슬로건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다시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로 바꿨습니다. 왜일까요.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의 황유닝 최고책임자가 6일 ‘자연 속의 도시로 전환되는 싱가포르’라는 제목으로 펼친 이번 총회의 개막 연설 속에 답이 있습니다. “2012년 싱가포르 정부는 대규모 도심 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를 열면서 ‘정원 속의 도시’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기존의 ‘정원도시’와 단어는 비슷해도 뚜렷하게 다른 목표가 있었습니다. 공원과 정원의 녹지를 통해 공동체를 공간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기후, 생태, 사회적 회복력이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슬로건인 ‘자연 속의 도시’는 이 절박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입니다.”싱가포르 ‘자연 속의 도시’는 5개의 전략을 내세웁니다. 자연의 보전과 확장, 정원과 공원을 더 자연답게 만들기, 도시 경관 속으로 자연 복원, 녹지 공간 간의 연계성 강화, 동물 관리 강화입니다. 예를 들면, 더 많은 가로수와 빌딩 녹화를 통해 무더위를 식히고 공기의 질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생물 다양성을 갖춘 미래를 위해 멸종위기 식물 종자를 보존하고 새와 나비를 관찰하는 ‘시민 과학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모든 가정에서 10분 이내의 도보 거리에 공원이 있게 하겠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나무와 숲을 관리하겠다고 합니다. 그의 설명에서도 과학과 교육이 ‘자연 속의 도시’를 구현시키는 두 개의 큰 기둥이었습니다. 미국의 한 식물원장에게 싱가포르의 정원 슬로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대단히 영리한 마케팅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도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한편 올해 세계식물원 총회는 내년 세계식물원교육총회(세계식물원 교육에 초점을 둔 총회) 개최를 앞둔 한국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플래티늄 후원사’로 참여해 한국의 식물 위상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수원의 해오라비난초와 경남 진주의 진주바위솔 등 지역 자생식물을 보존하는 사례 발표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도 백두대간 수목원의 종자 보전, 반려식물 키트, 아라홍련 전시 등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국립수목원은 이번에 플래티늄 후원사 자격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싱가포르 국립수목원에 벤치를 기증했습니다. 연간 450만 명이 방문하는 82ha 면적의 싱가포르 식물원에는 지금껏 단 8개의 개인 추모용 기증 벤치가 있었는데 기관이 벤치를 기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싱가포르 식물원에 들러 이 벤치에 앉아보니 식물 분야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외교의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가포르 식물원에 방문하신다면 헬리코니아 워크(Heliconia walk)에 놓인 이 벤치에 꼭 앉아보세요.이번 총회 기간 틈틈이 싱가포르를 다닐 때 도심 정글을 즐겁게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한국의 정원도시 열풍이 머릿속에서 내내 맴돌았습니다. 너도나도 국가정원을 만들겠다는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은 과거를 통해 배우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까. 다음 세대가 다양한 생물체와 함께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생각하며 정원을 만들고 있습니까. 자원봉사자와 시민정원사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습니까. 큰 방향과 전략 없이 그저 예쁜 꽃만 잔뜩 심으면 정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까. 한국에서 정원은 즐거움의 공간이 아니라 혹시 숙제의 공간이 된 건 아닙니까.싱가포르=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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