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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심장마비 고독사로 본인은 물론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세상을 떠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76세 할머니가 있다. 자녀에게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고 당부하고 주위 시선에 신경 쓰면 “너 아무도 안 쳐다봐!”라고 잘라 말한다. 글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대문호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다. 비혼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데 대해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라고 한다. 에세이 ‘즐거운 어른’(이야기장수)을 쓴 이옥선 작가다.호탕하면서도 삶에 대한 깊은 내공을 유쾌하게 담은 ‘즐거운 어른’은 올해 8월 말 출간되자마자 반향을 일으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임에도 책이 출간된 지 3주 만에 1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출간 40일 만에 10쇄를 찍으며 계속 빠르게 나가고 있다.(출판사는 정확한 판매 부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만에 판권이 팔렸고 일본 중국에서도 출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알라딘이 올해 신설한 ‘올해의 신인상’ 작가로 선정됐다. 예스24에서 선정한 ‘오늘의 책’ 24권에도 포함됐다. 부산에 사는 이 작가를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책은 내지 않겠다는 이 작가를 설득한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40)도 경기 파주시 이야기장수 출판사에서 9일 만났다. 이 대표는 2007년 문학동네에 입사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지음), ‘라면을 끓이며’(김훈), ‘걷는 사람, 하정우’(하정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 베스트셀러를 숱하게 낸 스타 편집자다. 이 작가는 독자들의 반응에 놀랐다고 했다. “출판사에 손해만 안 끼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고마워요.”자녀에게 유명해지지 말라고 했던 그가 막상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나이에는 유명해져봤자 텔레비전에서 뜰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니에요. 혹시나 이름이 알려져도 금방 잊혀질 겁니다.(웃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진주로 돌아와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했다. 같은 학교에서 만난 국어 교사(고(故) 김창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와 결혼해 일을 그만뒀다. 부산에서 살며 두 아이를 키웠다. 딸이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황선우 작가와 함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다. 이 작가는 아들, 딸을 낳은 후 두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각각 5년씩 육아 일기를 썼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스무 살에 이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은 것. 딸이 대학 입시에 떨어져 울고 있을 때 그는 육아 일기를 건넸다. 아이의 성장 과정이 생생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긴 육아 일기는 2022년 책으로 출간됐다. ‘빅토리 노트’로, 육아 일기와 함께 추가로 쓴 에세이 몇 편이 실렸다. 이 대표는 “빅토리 노트 출간 북토크에서 이 작가님의 거침없는 입담에 웃다가 쓰러질 뻔 했다. ‘꼭 책을 써야 하는 분’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육아 일기를 쓴 것 외에는 평소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메모하는 습관도 없단다. “숙제를 싫어해서 책은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대표와 김하나, 황선우가 부산에 내려와 두 시간 넘게 설득하더라고요. 김하나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3년쯤 그냥 지내다 계약금 돌려줘도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인했어요. 억지로지만 계약이란 걸 하니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쓰고 싶은 말이 속에서 생겨나기도 했고요. 70년 넘게 모여 있던 게 한꺼번에 나왔다고 할까요.” 이 작가는 신선한 관점으로 삶과 세상을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통찰한다. 남성들이 여성의 젖가슴이 큰 걸 좋아한다는 말에 “우리 어머니 세대분들은 이 말을 들으면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자녀에게 유명해지지 말라고 한 이유도 설명한다.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 그는 심장마비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구급 출동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119에 연락해 일사천리로 응급처치에 들어가고 이후 병원을 전전하는 생활이 이어진다는 것. 이 때문에 홀로 심장마비로 떠나야 자신과 가족이 고생하지 않는다고. 결혼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단다.“예전에는 나이 들어 외롭다며 꼭 결혼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제 남편을 포함해 친구 남편 등 주위를 보면 대부분 남자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고요. 여자들은 간병하다 결국 혼자 남고요. 결혼이 노년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게 절대 아닙니다.”그는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노인 세대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자식에게 안부 전화하라고 요구하면 안 돼요. 자식들은 사느라 바빠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요. 어련히 잘 살고 계시겠지 생각하죠. 저도 예전에 부모님 안부가 궁금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거든요. 자기 아들도 전화 안 하는데 남의 딸인 며느리가 왜 전화하길 바라나요. 자식에게 집착하면 안 돼요.”이 작가는 딸이 제일기획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둘까’라는 의문이 들고 걱정도 됐지만 이유를 꼬치꼬치 묻진 않았다.“자기도 사정이 있겠죠. ‘살다가 힘들면 엄마가 밥은 먹여줄게’라고 했어요. 메일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다시 광고 일 할지도 모르니까 자기가 마시던 우물에 침 뱉고 나오지는 마라’고 썼어요. 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싶었고요.” 장 자크 루소, 톨스토이, 버틀런드 러셀, 마르크스, 사르트르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 이유를 물었다. “자기는 여러 여자 만나고 자식과 아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막 살면서 글은 그럴 듯하게 쓰는 사람들은 욕 먹어야 해요.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대문호, 지식인이라도 기분 나쁜 건 뭐라 할 수 있잖아요? 어중이 떠중이에게 욕해 봤자 내 입만 귀찮고요.”이 작가는 결혼 후 남편과 자주 싸웠다고 한다. “같은 학교 선생으로 만났는데도 남편은 남녀가 동등하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어요. 김하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서 불안했다고 하는데요, 싸움은 격렬한 대화예요. 제가 갱년기 때 땅으로 꺼질 것 같은 우울증이 안 온 건 참지 않고 남편과 싸움이라도 했기 때문이라고 봐요.(웃음)”그의 글을 보며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 등을 쓴 일본 작가 사노 요코를 떠올리는 독자도 있다. “사노 요코가 살아 있다면 이 작가님과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코 요코는 정말 쿨한 작가죠. ‘사는 게 뭐라고’에서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라는 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여자도 기개가 있어야 하고 자기 심지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 동의합니다.”이 작가의 별명은 ‘목욕탕의 철학자’, ‘해운대의 현인’, 호는 ‘냉탕’이다. ‘냉탕 이옥선’으로 불린다.(김하나, 황선우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둘톡’(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 출연해 고민 상담도 해주고 있다.) 한데 이 작가는 책 제목에 ‘어른’이 들어가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어른이라고 하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님이나 경기 여주에서 괴테마을을 운영하는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님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어른이 아니에요.” ‘의리라면 여자’, ‘엄마가 되면 비겁해진다’ 등 톡톡 튀는 22개 소제목은 모두 이 작가가 정했다. 이 대표는 “소제목 정하기는 고난도의 작업이라 편집자가 막판까지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이 책은 소제목을 작가님이 다 정해주셔서 정말 수월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꾸준히 책을 읽고 세상사에 대해 계속 생각해 왔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는 분석한다. “편집은 오탈자 고치는 정도만 했어요. 작가는 글을 쳐내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데 이 작가님은 ‘이건 재미없다. 빼자’고 먼저 말씀하시더라고요. 매주 한 챕터씩 보내는 원고가 손꼽아 기다려질 정도로 책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작가에게 출연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다. 이 대표가 계속 설득하자 이 작가는 단호하게 말했다. “잘 들으세요, 장수님.(이야기장수 대표여서 그는 ‘장수님’으로 불린다) 내가 80줄이 다 돼 가는 노인입니다. 목욕탕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라고요.”하지만 이 대표는 “(이 작가님의) 방송 출연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씩 웃었다. 책 표지 그림은 이 작가가 매일 목욕탕을 가는 데 착안해 목욕탕 풍경을 그렸다. 띠지도 초록색 때타월로 디자인했다. ‘따뜻한 할머니는 품어주지만, 까칠한 할머니는 해방시킨다’는 띠지 문구는 김하나 작가가 썼다. 이야기장수는 2022년 문학동네 임프린트로 출발해 올해 법인으로 전환됐다.“월급을 받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제가 편집자와 마케터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무서웠어요. ‘즐거운 어른’은 이야기장수를 운영하는데 기둥이 된 책이에요. 이 작가님은 제게 금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를 주셨습니다.”중학생 때 “노벨문학상을 받는 문인이 되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던 이 대표는 대학 전공도 국어국문학을 선택했다. 문학동네에 입사한 건 1년만 일해서 월급을 모은 뒤 글을 쓰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편집자 업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잊었다고 한다.(이 대표는 ‘에세이 만드는 법’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편집자는 담요 쓰고 교정만 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놀라운 작가들을 다 만날 수 있더라고요! 꿈꾸던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죠. 다른 선물이 기다리는 게 인생이더라고요.” 이 대표는 평소 신문, 잡지를 꼼꼼하게 보며 글을 잘 쓸 사람을 찾는다.“뚜벅뚜벅 자기 인생을 살아온 분은 이미 예술가이기에 펜을 딱 쥐어주면 진짜 잘 쓰세요. 이 작가님이 그렇죠. 박미옥 반장님은 악수하는 순간 반해 제가 바로 도장 찍자고 했어요. 에세이 ‘형사 박미옥’이 출간됐죠. 이런 분들을 찾아낼 때 정말 짜릿해요.”그는 작가와 책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선다. “일각에서는 ‘편집자는 책 뒤에 있는 사람인데, 작가보다 자기가 더 유명해지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작가와 책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다면 뭐든 할 거예요.”이야기장수는 에세이를 주력으로 하며 소설, 시, 인문 분야 책도 내고 있다.“책은 신비해요. 가슴에 꽂히는 말을 붙잡아놓는 보물 상자 같아요. 일본 미시마샤 출판사 대표님이 ‘나는 노(No) 장르’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래요.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면 장르에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읽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즐거운 어른’은 후속작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이 작가는 “쓰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매일 목욕탕 가고, 요가도 하며 친구들 만나는 나의 루틴을 유지하고 싶어요. 3년 후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쓰고 싶지 않습니다.(웃음)”■‘즐거운 어른’(이야기장수·2024년)은….두 자녀를 키운 이옥선 씨(76)가 인생과 세상에 대한 특유의 쿨한 생각을 거침없이 쓴 에세이다. 자신의 꿈은 심장마비 고독사라고 밝히고, 자녀에게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고 당부한다. 톨스토이, 장 자크 루소 등 글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거장들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다.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는 그의 어머니 세대가 했던 말을 들려준다.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 비혼 여성의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진주에서 교사로 3년 정도 생활하다 그만 둔 후 부산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국어 교사((고(故) 김창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와 결혼했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김하나 작가가 딸이다. 이 작가는 아들과 딸이 태어난 후 5살까지 각각 5년간 육아일기를 썼다. 김하나 작가의 육아일기에 에세이 몇 편을 추가해 ‘빅토리 노트’를 2022년 출간하기도 했다.이 작가는 자유롭고 명랑한 할머니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남편을 보낸 후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안의 남자 어른들이 다 세상을 떠난 후 시아버지의 기제사에 참석해보니, 동서들과 자신까지 다른 성 씨를 가진 여자들만 남았다는 것. 추석에도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기로 했단다. 그는 “기제사, 벌초 등 시댁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의 학습으로 굳이 명절이나 제사에 같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늘이 벌을 주거나 집구석이 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썼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제사는 지내지 말고 자녀와 손주들이 그날 시간이 되면 좋은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으라고 미리 당부했다.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해피엔딩은 없다”고 말한다. 부부 중 한 명은 먼저 세상을 떠나는데, 투병하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남은 한 명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남편은 다리를 다친 후 5개월 간 대학병원과 재활병원을 오가며 큰 수술과 각종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금 자신의 나이를 ‘골든 에이지’라고 명명한다. 젊었을 때는 공부해야 하고 이후에는 직장을 다니거나 아이를 키우고 제사를 비롯해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등 의무가 많았는데, 이제 이를 다 끝내고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노년에 시간이 많으니 봉사 활동을 하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되면 할 일이 없어 주리를 틀어댈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지만 할머니들도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다”고 말한다. 배우고 싶은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 작가는 매일 목욕탕에 가고,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한다.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일요일에는 헬스장에 간다.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를 찾아보며 공부한다.평소 책을 가까이 하며 자신만의 철학과 내공을 다져온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고전 문학 작품은 물론 새무얼 스마일스의 ‘인격론’,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노라 에프런의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지셴린의 ‘다 지나간다’ 등을 읽으며 느낀 단상이 곳곳에 담겼다. 각종 정보가 오가고 스트레스를 푸는 장이 되는 목욕탕 풍경도 세밀화처럼 그린다. 물메기탕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고, 김장용 배추는 해남산이 좋은지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좋은지 비교한다. 친정 동네 고추 자랑을 하다 공동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단다. 건강 관리법 교환은 기본이다. 어린 시절 온 식구가 나서서 장작을 들여오고,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우물을 치는가 하면 공터에서 널뛰기하던 풍경도 떠올린다.시원시원하고 알싸한 글에 웃음이 쿡쿡 터진다.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도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뼈 때리는 돌직구를 빵빵 날리는 유쾌하고 지혜로운 어른을 또 한 명 만나게 됐다.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얼굴과 배, 다리만 빼고 온 몸이 까만 고양이 깜냥.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길고양이 깜냥은 하룻밤 재워 달라거나 먹을 걸 달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리고 각종 문제를 해결한다. 아파트, 태권도장, 편의점, 캠핑장 등에서 펼치는 깜냥의 활약은 기발하다. 맹랑하고 까칠한 듯하지만 은근히 속정 깊은 깜냥을 그린 창작 동화 ‘고양이 해결사 깜냥’(창비)은 2020년 1권이 출간된 후 올해 9월 7권이 나왔다.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80만 권이 넘는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학습 만화가 강세인 어린이책 분야에서 창작 동화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지난해 10월, 6권이 출간될 날 교보문고에선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중국 대만 러시아에 수출됐고 동명의 뮤지컬도 만들어졌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을 쓴 홍민정 작가, 담당 편집자인 김솔 창비 어린이출판부 편집자를 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홍 작가는 방송 작가, 학습지 편집자로 일했다.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동화작가가 됐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제2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으며 독자와 만나게 됐다. “원고를 쓸 때는 당선되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당선 소식을 듣고는 책으로 나오면 일정 규모의 독자들이 읽어주시면 고맙겠다고 생각했고요. 시리즈가 된 것을 비롯해 해외 수출, 뮤지컬 제작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랍고 신기해요.”(홍 작가)홍 작가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길고양이가 주민들을 지켜주는 경비원이라고 상상한 것. 처음 이야기를 구상한 건 2013년이었다. 오래 간직하다 2019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했다. 깜냥이가 비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 경비실을 찾았다가 주민들을 돕는 이야기다. 엄마가 늦게 퇴근해 단 둘이 있는 형제의 집으로 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댄스 동아리 오디션을 준비하느라 쿵쿵거리며 층간 소음을 내는 아이의 집에서는 조용하게 춤추는 법을 알려준다. 공모전에 낸 제목은 ‘고양이 경비원 깜냥’이었다. “길고양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잖아요. 처음에는 깜냥이 ‘너무 추우니 경비실에 머물게 해 달라’고 사정하는 등 가여운 캐릭터로 그렸어요. 한데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깜냥을 당차고 밝은 성격으로 바꾸니까 이야기가 쭉쭉 이어졌어요.” 창비는 원고를 보고 시리즈를 기획했다. 제안을 받은 홍 작가는 “이 작품이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김 편집자는 “당시 편집부에서 깜냥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흥미로워 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리즈 계획을 세우고 1권인 ‘고양이 해결사 깜냥1: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를 만들었고 깜냥 인형탈도 제작했다. 깜냥을 알리기 위해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재희 작가가 귀엽고 생동감 있게 그린 그림도 매력을 더한다. 책은 나오자마자 사랑받았다.(기자도 1권을 읽고 재미있어서 이후 책이 나올 때마다 챙겨봤다.) 각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는 어린이책 대출 순위 10위 안에 든다. ‘항상 대출 중인 책’으로도 유명하다. 창비는 깜냥 키링을 비롯해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팝업스토어도 열고 있다. 홍 작가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홍 작가는 강아지를 키운다. 2015년 유기견 보호소에서 ‘행복이’를 입양했다.(홍 작가는 동화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도 쓰고 있다.) 그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다른 동물에게도 마음이 열렸다”고 했다.홍 작가는 ‘깜냥’이라는 이름을 먼저 짓고 캐릭터를 고민했다. 까만 고양이라는 뜻과 함께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도 담았다. 깜냥은 이름처럼 할 수 있는 일을 척척 한다. 눈썰매장에서는 얼음 조각상이 깨지자 이를 재치 있게 수습한다. 캠핑장에서는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가 남편이 회사일로 자리를 비워 혼자 요리 대회에 나가기 어렵게 되자 깜냥이 함께 대회에 출전해 쉬우면서도 독특한 요리를 만든다.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 일어날 법한데다가 해결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고 신선해 공감을 자아낸다. 나쁜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홍 작가는 “특별히 악한 사람이 없어도 살다 보면 문제 상황은 벌어진다”며 “깜냥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할 지 글을 쓸 때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깜냥은 “원래 ~~~안 하지만”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할 건 다 한다. 이 표현은 깜냥의 ‘시그니처 워딩’이 됐다. 이 말은 홍 작가가 쓴 작품 개요에서 비롯됐다. ‘깜냥이 경비실에서 잘 수 있는지 물어본다(원래 아무데서나 안 자는데),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다(원래 아무거나 안 먹는데)’라고 썼던 것. “원하는 게 있는데 얄밉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얻어내는 깜냥의 모습은 실은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해요. 먹고 싶은데 안 먹고 싶은 척 하면서 달라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다만 이 표현을 너무 자주하면 안 되니까 횟수를 조절해요. 적절한 양만 딱 들어가게. 향신료처럼요.(웃음)”아파트처럼 친숙한 장소는 바로 글을 쓸 수 있었지만 편의점, 캠핑장 등은 취재했다.“단골 편의점에서 점주님을 인터뷰했어요. 물품 발주서도 보여주며 편의점 운영 방식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죠. 캠핑장도 가족과 함께 다녀왔어요. 캠핑 영상을 찾아보며 반려 동물이 갈 수 있는 캠핑장도 확인했죠.”깜냥이 가는 장소는 홍 작가와 편집자가 상의한다. 물론 결정은 홍 작가의 몫이다. 편의점이 배경인 5권부터는 조심스럽고 겁 많은 길고양이 하품이가 등장한다. 깜냥과 달리 하품이는 실제 길고양이의 특성을 지녔다.“하품이가 깜냥과 성격이 상반돼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거든요. 사람을 두려워하는 하품이에게 깜냥이 손을 내밀어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게 해요. 제 성격은 하품이와 비슷해요. 깜냥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도 곧장 해보는데요, 저는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문장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대화체로 쓴다. 홍 작가는 글을 다 쓴 후 직접 소리 내어 수차례 읽으며 수정을 거듭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는 대화체를 많이 씁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깜냥의 움직임을 드러내기에도 대화체가 좋고요. ‘했어’, ‘했지’도 미묘하게 느낌이 달라요. 책 한 권이 원고지 100장 정도 분량인데요, 같은 표현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이 아플 정도로 여러 번 읽어요. 그러면 눈으로는 안 보이던 게 과속 방지턱처럼 탁 걸리는 부분이 나타나요.”시리즈는 권선징악이나 특정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깜냥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나누고 베푸는 것의 의미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문제가 되는 상황은 서로 조금만 배려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풀리는 게 많아요. 깜냥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니까 문제가 해결되는 거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결사가 돼 줄 수 있답니다.”책에는 ‘되뚱되뚱’, ‘쭐레쭐레’처럼 리듬감 있는 단어가 많다. 이를 찾기 위해 홍 작가는 사전을 곁에 두고 수시로 살펴본다. 평소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작품에 반영한다.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초청하고 싶어 하는 인기 강연자로, 어린이와 만나는 일이 많다. “학교에서 ‘희망 급식 메뉴’를 적는 칠판을 보며 아이들이 급식 메뉴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하는 말 중 인상적인 건 메모하고요.”시리즈에는 경비원, 태권도 사범, 편의점 사장, 캠핌장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여성 태권도 사범,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도 나온다. 홍 작가는 어린이들이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직업,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도록 더 신경 쓴다고 했다.“내년 여름에 8권이 나올 예정이에요. 깜냥이 가는 장소는 비밀이랍니다.(웃음) 시리즈를 언제까지 쓸진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깜냥이 깜냥다움을 잃지 않게 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나중에 커서 잠깐씩 깜냥을 떠올리며 재미있었고 위안을 얻었다고 여기면 좋겠어요.” ■‘고양이 해결사 깜냥’(창비) 시리즈는….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길고양이 깜냥이 아파트, 편의점, 캠핑장 등 일상 속 공간에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동화다. 깜냥은 이름처럼 얼굴과 배, 다리만 빼고 온 몸이 까맣다.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도 있다. 깜냥은 원하는 걸 씩씩하게 요구하고, 도움을 받으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갚는다. 2020년 1권이 출간됐고 올해 9월 7권이 나왔다. 1권에서 깜냥은 아파트 경비실에 머문다. 그러다 댄스 동아리 오디션 준비를 하느라 쿵쾅거리며 층간 소음을 내는 아이에게 조용하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다. 피자 가게(2권)에서는 피자를 꺼리는 할아버지를 위해 느끼하지 않은 ‘쪽파 피자’를 만들고, 태권도장(3권)에서는 태권도를 좋아하지만 태권도장을 더 다닐 수 없게 된 나은이를 담은 영상을 제작한다. 이를 본 부모님은 나은이가 태권도를 계속하게 해준다. 5권부터는 겁 많은 길고양이 하품이와 함께 한다. 캠핑장(7권)에서는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와 함께 요리 대회에 나간다. 각 상황은 실제 있을 법한데다 깜냥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 공감을 자아낸다. 깜냥은 까칠하면서도 정이 많고 새침하면서도 자상하다. 고마움의 의미로 선물을 건네면 사양하지 않고 받아 유용하게 쓴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일을 하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그 과정에서 종종 작은 말썽도 일으키지만 요령 있게 수습한다. 깜냥이 도움을 받고 베풀며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나누고 배려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깜냥이 다음에는 어떤 곳을 찾아 활약할지 궁금증을 더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조용주 변호사가 자신이 읽은 책과 사유를 담은 ‘책 속을 걷는 변호사’(궁편책)를 최근 출간했다. 가방에 늘 책 몇 권을 갖고 다니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조 변호사는 한 해 100권 가량을 읽는다. ‘책 속을 걷는 변호사’는 그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 58권을 추려 소개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권력의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이정철 지음), ‘변방의 인문학’(윤태옥), ‘지리의 힘2’(팀 마샬), ‘나무의 죽음’(차윤정), ‘생물은 왜 죽는가’(고바야시 다케히코),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 등 역사 환경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권력의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에서는 신라의 삼국통일과 고려의 후삼국통일 간 차이를 짚는다. 지금 우리는 통일 시대로 향하는 변혁기에 직면했다며 이를 주도할 젊은 신진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한다. ‘나무의 죽음’에서는 나무가 죽어서 수많은 존재들이 새 생명을 잉태할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멸하여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태어났다고 영원한 것도 아니니 다만 겸허히 살다 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조 변호사는 어린 시절 돈이 없어 헌책방에서 종일 서서 책을 봤다고 한다. 그는 책에 대해 “나의 자양분이었고, 친구였고, 어른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법조인에게 책과 같은 가르침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판사로 근무하며 30여 년간 일했다. 서울과 인천에 법무법인 안다를 설립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초동의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서초독서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삼성증권이 공식 유튜브 채널(Samsung POP)에 올린 숏폼 형식의 ‘백만 명이 선택한 ISA’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증권은 “본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수는 업계 최대로, ‘백만’을 강조하기 위해 숏폼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숏폼 시리즈는 사랑 고백, 푸쉬업, 권투 샌드백, 바둑 대국 편까지 모두 4편으로 구성했다. ‘백만’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달 13일 기준으로 총 조회수는 151만 뷰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1편 사랑 고백 편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 뒤에서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고)백만은 안 돼’라는 멘트가 나온다. 2편 푸쉬업 편에는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이라는 말을 넣었다. 3편 권투 샌드백 편에서는 ‘(샌드)백만 쳐야지’, 4편 바둑 대국 편에서는 ‘백만 잡으면 되는데요’ 멘트가 각각 나온다. 삼성증권은 “백만이 선택한 삼성증권 ISA를 알리는 콘텐츠로, 분량이 짧고 위트를 담아 참신한 방식의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방일남 삼성증권 미디어전략팀장은 “2030세대에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ISA 계좌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방법 대신 ISA 가입자수 백만 글자를 활용한 언어유희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 팀장은 “앞으로도 재미있고 신선한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유튜브 구독자는 209만 명이다. ISA는 개인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해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6년 도입된 절세계좌다. 한 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간 2000만 원까지, 5년간 누적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주식 거래가 가능한 중개형 ISA 제도가 2021년 도입된 후 ISA 전체 잔고와 가입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200만 원까지 비과세(일반형)되고, 주식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해외 펀드 등 간접상품에서 발생한 수익과 상계하는 손실상계 제도 등 여러 절세혜택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 계좌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3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Made by You 중개형 ISA 이벤트’를 12월 말까지 실시한다.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나 모바일앱 ’엠팝(mPOP)’을 참고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뮤지컬 ‘해적’인생을 건 거칠고 매혹적인 모험 外일확천금을 꿈꾸며 바다로 나아가던 18세기 초.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지내는 17살 루이스 앞에 아버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해적 캡틴 잭이 나타난다. 루이스가 틈틈이 보던 아버지의 항해 일지에서 발견한 장미와 해골 표식 그림이 실은 보물섬 지도라고 한다. 루이스는 잭과 함께 보물섬을 찾아 나선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 받아온 뛰어난 총잡이 앤, 패배를 모르는 검투사 메리가 합류한다. 긴 항해 끝에 보물섬을 찾아내지만 갑판장 하워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해적을 잡는 해적 헌터의 추격까지 받는데….인생역전을 노리며 목숨을 건 해적들의 여정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201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제작사 콘텐츠플래닝이 작품을 보강해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연 중이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색깔 또렷한 캐릭터들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갖가지 소동을 겪으며 차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몰입도를 높인다. 2인극으로 1인 2역에, 배우의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 역할을 모두 맡는 젠더프리 캐스팅 형식을 도입했다. 루이스와 앤 역은 박규원 최호승 임예진 임찬민이 맡았다. 잭과 메리는 주민진 랑연 김지온 정우연이 연기한다. 배우들은 탄탄한 기량으로 역동적인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며 무대를 꽉 채운다. 임찬민은 잭이 항해에 데려가지 않으려하자 보물섬 지도를 외운 후 먹어치우는 당찬 루이스를 깜찍하게 연기한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받아온 모멸감을 세상에 돌려주겠다며 분노에 찬 앤도 서늘하게 소화한다. 랑연은 거칠어 보이지만 빈틈 많고 속정 깊은 잭, 냉철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메리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이들은 터질 듯한 고음도 시원하게 내지르며 열기를 뿜어낸다.에너지 가득한 중독성 짙은 넘버, 해적선에 올라탄 듯 실감나는 무대 디자인도 매력을 더한다.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5만∼7만 원. 뮤지컬 ‘클로버’, 고단한 현실에서 마주한 달콤한 유혹 할머니와 반지하방에서 사는 소년 정인.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폐지를 모아 팔지만 생활은 늘 쪼들린다. 제주로 가는 수학 여행비 35만 4260원을 마련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어 포기한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오늘도 달린다. 일주일 간 휴가를 받아 고양이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 악마 헬렐. 정인 앞에 나타난 헬렐은 정인의 집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말한다.정인은 헬렐을 집에서 지내게 해 주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진 않는다. 하지만 햄버거 가게에서 억울하게 해고되고,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해지자 정인은 잔인한 현실에 분노한다. 헬렐은 아름다운 바닷가, 신나는 놀이동산,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고급 요리가 가득한 세상들을 정인에게 하나하나 보여주며 선택만 하면 이를 가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클로버’(나혜림 지음)를 원작으로 만든 초연작이다. 헬렐 역은 고상호, 강찬, 임태현이 맡았다. 정인 역에는 김경록, 홍성원, 최민영이 발탁됐다. 유쾌하고 능청맞은 헬렐, 그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치는 정인은 웃음을 자아낸다. 헬렐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마음 속 어두움을 끌어내려 하지만 음산한 악마와는 거리다 멀다. 정인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받은 클로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화분을 햇볕 드는 곳으로 옮겨준다. 고상호는 발랄하고 때론 엉뚱하지만 인간을 유혹하는 본분(?)에 충실하려는 헬렐을 매끄럽게 표현한다. 그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이 적지 않다. 최민영은 팍팍한 현실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정인을 단단하게 그려낸다.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년 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5만5000∼6만6000원.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20명(10쌍)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뮤지컬 ‘해적’R석 7만 원 상당 10명(5쌍)뮤지컬 ‘클로버’R석 6만6000원 상당 10명(5쌍)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 미국에서 자란 소년이 있다. 어머니가 일을 했기에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했던 소년은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그런 음식에 조금씩 질려가던 어느 날, 냉동식품을 직접 조리해 먹었다. 맛이 완전히 달랐다. 그 때부터 소년은 음식을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TV 요리 프로그램도 눈여겨봤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식당 ‘다니엘 블뤼’ 등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2015년 식당 ‘베아(VEA)’를 열고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요리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설다는 반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같은 요리를 수십 번씩 만들며 애쓴 끝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그 바로 아래층에 2021년 식당 ‘윙(Wing)’을 열고 ‘경계 없는’ 형식의 중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4절기에 맞춰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윙은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5위에 올랐다. 안성재 셰프가 극찬한 식당이기도 하다. 베아와 윙은 홍콩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유명 식당이 됐다. 셰프 비키 쳉(39)의 이야기다.비키 쳉을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만났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사용할 때 시너지가 난다”며 웃었다. 그는 어떻게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하게 됐을까. “요리는 먹는 사람과 그 지역이 중요합니다. 이에 맞춰 응용해야죠. 홍콩에서 프랑스 요리와 중식을 결합한 식당을 연 건 이를 즐길 사람들이 있고 그게 가능한 지역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중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서양인은 해삼을 낯설어하고 그 특유의 질감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서양인이 해삼을 즐기게 할까 고민하다 해삼을 스프링롤처럼 튀겼어요. 그랬더니 다들 맛있게 먹더라고요.”윙에서 지난달 29일 해삼 스프링롤을 맛봤다. 해삼이 지닌 쫀득함과 롤의 바삭함이 흥미롭게 어우러졌다. 해삼 스프링롤은 윙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이를 만든 셰프가 누군지 안다면 최고일 것”이라며 웃었다.윙의 음식은 기름지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와 소스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요리마다 모양이 정교하고 때론 화려해 작품 같았다. 머리카락을 땋은 것처럼 모양을 낸 훈제 가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인 중국 배추를 생강 소스에 조려 초록색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담은 접시에는 젓가락을 대기 조심스러웠다. 칠리 소스를 얹은 굴과 계란, 알래스카 킹크랩은 신선하고 감칠맛이 났다. 시그니처 크리스피 치킨은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베어 물면 육즙이 나와 고소했다. 생선 부레를 얹은 덮밥은 쫀득하면서 양념한 밥과 담백하게 어우러졌다. 요리 사이사이에는 우롱차, 자스민차 등 다양한 차를 제공해 요리를 하나씩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요리마다 잘 어울리는 와인도 각각 곁들여 풍미를 더했다.이런 요리를 만들어내기까지, 그는 재료 1g의 차이에 따른 맛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연구했다. 그에게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한 요건을 물으니 가장 먼저 인내심을 꼽았다. “요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혹독한 이 과정을 계속 견디는 힘이 필요하죠. 팀워크도 중요해요. 요리는 처음엔 혼자 시작하지만 손님이 음식을 맛보게 하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니까요. 12시간 계속 일할 수 있는 체력은 기본이고요.”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그만의 요리를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셰프로서 정체성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야죠. 요리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합니다. 보통 중식 요리사는 이탈리아 요리,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요리는 뭘까. 어떤 질문에도 곧바로 유창하게 답하던 그는 한동안 침묵을 이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차슈덮밥입니다.”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가난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기 어려웠어요. 제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어머니는 차슈덮밥을 사오셨습니다. 차슈덮밥은 진짜 맛있었고 그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고 더 노력했어요. 차슈덮밥은 제게 ‘행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가 셰프가 되겠다고 하자 어머니만 지지했을 뿐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해도 셰프가 지금처럼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어요. 최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화려함에 이끌려 셰프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실력을 갖춘 셰프가 되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셰프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가 아니라 주방이라는 것을요.”홍콩=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이 다가온다.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건네고 싶어진다. 추운 날씨에 피부를 촉촉하고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화장품도 선물하기에 좋다. 아모레퍼시픽은 각 브랜드별로 2024년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였다.설화수 대표 제품으로 구성설화수는 눈 내리는 분위기를 표현한 2024년 홀리데이 컬렉션을 출시했다. “당신의 의미있는 순간에 설화수가 함께 합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설화수는 “전통 자개의 은은한 광채를 활용해 고급스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컬렉션은 ‘윤조에센스 6세대 세트’, ‘자음생크림 리치 세트’, ‘퍼펙팅 쿠션 에어리’까지 총 3가지 세트로 구성된다.윤조에센스 6세대 세트는 윤조에센스를 비롯해 자음생캡슐세럼, 자음생크림, 순행클렌징오일, 시그니처 진생 페이셜 솝으로 구성했다. 설화수는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설화수의 대표 제품을 폭넓게 사용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음생크림 리치 세트는 올해 리뉴얼 출시된 자음생 제품에 2024 홀리데이 오너먼트로 꾸렸다. ‘퍼펙팅 쿠션 에어리’는 본품과 리필 제품을 함께 구성했다. ‘21N1’과 ‘23N1’의 두 가지 색상이 있다. 설화수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설화수는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몽환적 꿈의 여정-따뜻한 연말 일상 헤라는 홀리데이 한정판 ‘드림스케이프 보야지 컬렉션(Dreamscape Voyage Collection)’을 내놓았다. 헤라는 “‘몽환적인 꿈의 여정’을 콘셉트로 한 이 컬렉션은 꿈의 여정을 안내해 주는 나침반, 열쇠, 지도 등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 섀도, 립 오일, 쿠션 케이스를 한정판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고급스러운 색상과 반짝이는 홀로그래픽 펄감의 제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홀리데이 쿼드 아이 컬러’는 4가지 색상과 입자 크기가 다양한 글리터로 된 4구 구성의 아이 섀도다. 헤라는 “과감한 글리터부터 맑고 은은한 펄까지 다양하게 함유해, 원하는 부위에 포인트를 주는 하이라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센슈얼 홀리데이 립 오일’은 2가지 색상으로 구성됐다.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낸다. ‘클라우드 나인’은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고 펄을 더한다. ‘라벤더 샤워’는 선명한 색상의 립 제품 위에 덧바르면 은은한 골드 펄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홀리데이 리미티드 쿠션 케이스’는 기존 헤라 쿠션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나침반을 모티프로 했으며 은색 케이스 위에 흰 가죽 소재를 더했다. 블랙 쿠션 파운데이션, 스킨 래디언트 글로우 쿠션, 컴피 쿠션 스프레더까지 호환이 가능하다.에스트라도 홀리데이 한정판 기획세트를 선보였다. 에스트라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슬아 작가와 협업해 피부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사는 마을을 표현했다”며 “한겨울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으며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는 그들의 일상을 창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세트는 ‘아토베리어365 크림 더블’과 ‘아토베리어365 크림&미스트 듀오’로 나뉜다. 각 세트에는 이슬아 작가의 일러스트를 담은 엽서 2장이 포함된다. 에스트라는 “일본, 베트남, 태국, 미국 등 해외 고객을 위한 한정판 세트를 추가로 선보인다. 나라별로 디자인과 구성을 다르게 했다”고 밝혔다.아토베리어365 크림은 2018년 출시된 후 누적 판매 500만 개를 넘었다. 에스트라는 “민감한 피부에 특화된 고밀도 세라마이드를 함유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보습효과도 좋다”고 설명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 순간 내리는 결정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진다. 어떤 선택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도 한다. 갈림길 앞에서 차분하게, 혹은 과감하게 결단하며 삶을 채색하는 이들을 그린 뮤지컬을 만나보자. ● 뮤지컬 ‘해적’ - 인생을 건 거칠고 매혹적인 모험일확천금을 꿈꾸며 바다로 나아가던 18세기 초.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지내는 17살 루이스 앞에 아버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해적 캡틴 잭이 나타난다. 루이스가 틈틈이 보던 아버지의 항해 일지에서 발견한 장미와 해골 표식 그림이 실은 보물섬 지도라고 한다. 루이스는 잭과 함께 보물섬을 찾아 나선다.사생아라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 받아온 뛰어난 총잡이 앤, 패배를 모르는 검투사 메리가 합류한다. 긴 항해 끝에 보물섬을 찾아내지만 갑판장 하워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해적을 잡는 해적 헌터의 추격까지 받는데….인생역전을 노리며 목숨을 건 해적들의 여정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201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이후 제작사 콘텐츠플래닝이 작품을 보강해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연 중이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색깔 또렷한 캐릭터들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갖가지 소동을 겪으며 차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몰입도를 높인다. 2인극으로 1인 2역에, 배우의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 역할을 모두 맡는 젠더프리 캐스팅 형식을 도입했다. 루이스와 앤 역은 박규원 최호승 임예진 임찬민이 맡았다. 잭과 메리는 주민진 랑연 김지온 정우연이 연기한다. 배우들은 탄탄한 기량으로 역동적인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며 무대를 꽉 채운다. 임찬민은 잭이 항해에 데려가지 않으려하자 보물섬 지도를 외운 후 먹어치우는 당찬 루이스를 깜찍하게 연기한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받아온 모멸감을 세상에 돌려주겠다며 분노에 찬 앤도 서늘하게 소화한다. 랑연은 거칠어 보이지만 빈틈 많고 속정 깊은 잭, 냉철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메리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이들은 터질 듯한 고음도 시원하게 내지르며 열기를 뿜어낸다. 에너지 가득한 중독성 짙은 넘버, 해적선에 올라탄 듯 실감나는 무대 디자인도 매력을 더한다.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 뮤지컬 ‘클로버’ - 고단한 현실에서 마주한 달콤한 유혹 할머니와 반지하방에서 사는 소년 정인.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폐지를 모아 팔지만 생활은 늘 쪼들린다. 제주로 가는 수학 여행비 35만 4260원을 마련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어 포기한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오늘도 달린다. 일주일 간 휴가를 받아 고양이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 악마 헬렐. 정인 앞에 나타난 헬렐은 정인의 집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말한다.정인은 헬렐을 집에서 지내게 해 주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진 않는다. 하지만 햄버거 가게에서 억울하게 해고되고,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해지자 정인은 잔인한 현실에 분노한다. 헬렐은 아름다운 바닷가, 신나는 놀이동산,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고급 요리가 가득한 세상들을 정인에게 하나하나 보여주며 선택만 하면 이를 가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클로버’(나혜림 지음)를 원작으로 만든 초연작이다. 헬렐 역은 고상호, 강찬, 임태현이 맡았다. 정인 역에는 김경록, 홍성원, 최민영이 발탁됐다. 유쾌하고 능청맞은 헬렐, 그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치는 정인은 웃음을 자아낸다. 헬렐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마음 속 어두움을 끌어내려 하지만 음산한 악마와는 거리다 멀다. 정인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받은 클로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화분을 햇볕 드는 곳으로 옮겨준다.고상호는 발랄하고 때론 엉뚱하지만 인간을 유혹하는 본분(?)에 충실하려는 헬렐을 매끄럽게 표현한다. 그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이 적지 않다. 최민영은 팍팍한 현실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정인을 단단하게 그려낸다.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년 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 미국에서 자란 소년이 있다. 어머니가 일을 했기에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했던 소년은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그런 음식에 조금씩 질려가던 어느 날, 냉동식품을 직접 조리해 먹었다. 맛이 완전히 달랐다. 그 때부터 소년은 음식을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TV 요리 프로그램도 눈여겨봤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식당 ‘다니엘 블뤼’ 등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2015년 식당 ‘베아(VEA)’를 열고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요리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설다는 반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같은 요리를 수십 번씩 만들며 애쓴 끝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그 바로 아래층에 2021년 식당 ‘윙(Wing)’을 열고 ‘경계 없는’ 형식의 중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4절기에 맞춰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윙은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5위에 올랐다. 안성재 셰프가 극찬한 식당이기도 하다. 베아와 윙은 홍콩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유명 식당이 됐다. 셰프 비키 쳉(39)의 이야기다. 비키 쳉을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만났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사용할 때 시너지가 난다”며 웃었다. 그는 어떻게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하게 됐을까. “요리는 먹는 사람과 그 지역이 중요합니다. 이에 맞춰 응용해야죠. 홍콩에서 프랑스 요리와 중식을 결합한 식당을 연 건 이를 즐길 사람들이 있고 그게 가능한 지역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중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서양인은 해삼을 낯설어하고 그 특유의 질감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서양인이 해삼을 즐기게 할까 고민하다 해삼을 스프링롤처럼 튀겼어요. 그랬더니 다들 맛있게 먹더라고요.”윙에서 지난달 29일 해삼 스프링롤을 맛봤다. 해삼이 지닌 쫀득함과 롤의 바삭함이 흥미롭게 어우러졌다. 해삼 스프링롤은 윙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이를 만든 셰프가 누군지 안다면 최고일 것”이라며 웃었다. 윙의 음식은 기름지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와 소스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요리마다 모양이 정교하고 때론 화려해 작품 같았다. 머리카락을 땋은 것처럼 모양을 낸 훈제 가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인 중국 배추를 생강 소스에 조려 초록색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담은 접시에는 젓가락을 대기 조심스러웠다. 칠리 소스를 얹은 굴과 계란, 알래스카 킹크랩은 신선하고 감칠맛이 났다. 시그니처 크리스피 치킨은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베어 물면 육즙이 나와 고소했다. 생선 부레를 얹은 덮밥은 쫀득하면서 양념한 밥과 담백하게 어우러졌다. 요리 사이사이에는 우롱차, 자스민차 등 다양한 차를 제공해 요리를 하나씩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요리마다 잘 어울리는 와인도 각각 곁들여 풍미를 더했다. 이런 요리를 만들어내기까지, 그는 재료 1g의 차이에 따른 맛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연구했다. 그에게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한 요건을 물으니 가장 먼저 인내심을 꼽았다. “요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혹독한 이 과정을 계속 견디는 힘이 필요하죠. 팀워크도 중요해요. 요리는 처음엔 혼자 시작하지만 손님이 음식을 맛보게 하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니까요. 12시간 계속 일할 수 있는 체력은 기본이고요.”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그만의 요리를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셰프로서 정체성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야죠. 요리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합니다. 보통 중식 요리사는 이탈리아 요리,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요리는 뭘까. 어떤 질문에도 곧바로 유창하게 답하던 그는 한동안 침묵을 이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차슈덮밥입니다.”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가난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기 어려웠어요. 제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어머니는 차슈덮밥을 사오셨습니다. 차슈덮밥은 진짜 맛있었고 그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고 더 노력했어요. 차슈덮밥은 제게 ‘행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가 셰프가 되겠다고 하자 어머니만 지지했을 뿐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해도 셰프가 지금처럼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어요. 최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화려함에 이끌려 셰프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실력을 갖춘 셰프가 되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셰프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가 아니라 주방이라는 것을요.” 홍콩=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피로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들. 오랜 시간 자고 운동에 사우나까지, 온갖 방법을 써도 피로는 좀처럼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피곤한 건 일상이니 그냥 마음 접고 피로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에이미 샤 지음·김잔디 옮김·북플레저)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의사인 그는 내과와 알레르기·면역, 두 분야의 전문의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돼 스스로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그러다 운전 중 분리대를 들이받는 대형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충격을 받은 그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우선 호르몬, 면역계, 장 건강이 에너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짚는다. 그리고 에너지를 활성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 신선한 재료로 식단을 짜고, 그냥 오랜 시간 굶는 게 아니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간헐적 단식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직접 시도해본다. 에너지를 되찾은 그는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도 이를 적용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는 올해 7월 출간된 후 4개월간 3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피로를 푸는 법을 다룬 책은 이미 많이 출간됐다. 그런데 이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뭘까. 책을 출간한 배상현 책읽어주는남자출판그룹 북플레저 본부장(42)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났다. “전승환 책읽어주는남자 대표님이 지난해 9월 이 책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마존을 살펴보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눈에 들어왔다’고 하더군요.”원제는 ‘I‘m so effing tired’. 우리말로 ‘나는 너무 개피곤해’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제목을 보자마자 확 와 닿았어요. 속어인 ‘effing’을 사용한 게 특이했고요. 내용은 기존 건강서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저자는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잠자고 음식을 먹는 ‘생체 리듬 단식’을 제안하는 등 조금씩 차별화된 부분이 보였고요.”2주간 날짜별 단식 시간과 매 식단, 그리고 레시피를 상세하게 소개한 ‘생체 리듬 단식 2주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대중서는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2주 프로그램, 한 달 프로그램처럼 기간을 정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실제 효과를 느낀 방법이라고 하니 신뢰가 갔습니다.”저자는 호르몬, 면역계, 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고 또 피로를 느끼게 만드는지 먼저 설명한다. 배 본부장은 “의학적으로 새로운 사실은 많지 않지만 이해하기 쉽게 썼다”고 했다. 전 대표와 배 본부장은 책을 내기로 곧바로 결정했다. 이어 우리말 제목인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를 금방 떠올렸다고 한다. 제목을 정할 땐 출간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단박에 먼저 해결된 것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제목은 많은 이들에게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기자도 서점에서 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집어 들었다.) 계약도 빠르게 진행됐다. 저자는 유명인이 아닌데다 현지에서 2021년 출간된 이 책이 그의 첫 책이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구입했다. 번역은 의학책을 번역한 경험이 있는 김잔디 번역가에게 요청했다. “계약까지는 단숨에 진행됐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은 치열했습니다. 의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우리말로 옮길 때 틀린 게 없는지 김 번역가와 함께 일일이 다시 확인했어요. 저자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레시피에 인도인과 미국인이 즐기는 재료가 꽤 많아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포함된 레시피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몇 개 뺐습니다.”배 본부장과 김아영 책임편집자를 비롯해 마케터 등 북플레저 소속 5명은 표지 디자인과 문구도 하나하나 논의했다. 원서 표지는 영어 제목을 크게 쓴 디자인으로 밋밋한 편이다. 논의 끝에 굵은 선으로만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effing tired‘가 우리말로 ‘개피곤’ 정도로 풀이되니까 사람 머리 위에 개를 얹어보기로 했어요. 눈 밑에 다크 서클도 넣고요. 다들 무릎을 쳤죠. 제목이 눈에 띄니까 도드라지게 배치했고요.”‘이 죽일 놈의 피로와 결별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넣고, 표지 아래에는 ‘내가 X피곤한 이유를 이제야 찾았다’는 문구를 배치했다. “완성된 책을 보니 의도한 대로 약간 틀어진 B급 대사를 건네는 느낌이었어요. ‘모두가 함께 잘 깎았다’고들 말했어요. 책마다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다른데요, 이 책은 진짜 재미있었어요. 신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자연스레 조율돼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이 속하는 분야는 의학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정했다. “서점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넓게 배치하는 책이 자기계발서입니다. 의학서는 그렇지 않아요. 서점을 찾은 분들의 눈에 많이 띄는 게 중요하거든요.”피로와 관련된 키워드를 담은 카드 뉴스를 매일 1, 2개씩 올리는 작업을 두 달 가까이 했다. “카드 뉴스는 100개 중에 하나만 터져도 효과가 있어요. ‘왜 자도 자도 피곤할까’, ‘왜 자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을까’, ‘생체 리듬 단식’을 앞세운 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배 본부장은 출판사에 몸담아 온 16년 중 절반은 편집자로, 절반은 마케터로 일했다.“에세이, 소설책도 만들었지만 제일 많이 작업한 건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예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종이 재료인) 나무에게 죄책감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웃음)”■‘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북플레저·2024년)는….미국 의사로,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극심한 피로를 견디지 못해 대형 교통사고를 낸 후 충격을 받아 피로를 푸는 방법을 찾아 소개했다. 내과와 알레르기·면역, 두 분야의 전문의인 저자는 스스로 이를 실천해 보니 효과가 있었고 피로를 호소한 환자들에게 적용해보니 이들 역시 많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몸의 에너지는 호르몬, 면역계, 장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3요소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후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고 7~9시간 정도 자는 게 좋다. 6시간 이하로 자는 건 아예 안 자는 것 못지않게 나쁘다고 말한다. 가공 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도 기본이다. 운동에 답이 있다고 여겨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피곤하다면 이 역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의 경우 고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하로 제한하라고 말한다. 나머지 날에는 하루 8000~1만2000보 걷기나 요가 등 저강도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어떤 운동을 하든 하루에 20분은 움직여야 한다. 햇빛을 받으면 가장 좋다. 해가 져서 어두울 때는 가급적 자고 밝을 때 음식을 섭취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저자는 이를 ‘생체 리듬 단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간헐적 단식은 보통 오후 8시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 16시간 동안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물과 블랙커피만 허용한다. 저자는 단식을 처음 할 경우 오후 7시에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천천히 시작하면 체내 시계에서 단식을 받아들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12시간 단식에 적응하면 14시간이나 18시간까지 단식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저자는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생체 리듬 단식 2주 계획’이다. 1일차부터 14일차까지 단식 시간과 식사 시간은 물론 그린 스무디, 콜리플라워 수프 등 날짜별로 매 끼마다 뭘 먹는 게 좋은지 정리했다. 차이 라테, 코코아 귀리 시리얼 바, 구운 채소 수프 등 각 식단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 단식 시간대에 배가 고프면 물, 차 등을 마시되 너무 배가 고프면 얇게 자른 아보카도, 아몬드 밀크를 조금 넣은 허브차를 마셔도 된다. 식사 시간대에 먹으면 좋은 간식으로는 견과 반 컵, 신선한 베리류 등을 꼽았다. 저자가 인도계 미국인이어서 인도인과 미국인에게 친숙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많다.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몸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어떤 경우 문제가 생기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현재 생활 방식과 섭취하는 음식, 운동 형태, 수면 습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다. 원제는 ‘I‘m so effing tired’.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울 영등포구에서 6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송찬범 씨(28)는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도 6년째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카페를 시작한 송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팬데믹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초록우산을 통한 어린이 후원을 계속해 나갔다. 송 씨는 “통장에 있는 돈이 35만 원일 정도로 어려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보며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고 상황을 탓하던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기부는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의미다. 그는 “힘든 순간에도 누군가가 함께한다는 걸 알면 기운이 난다는 걸 깨달았다”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면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아 씨(48)는 2011년 전남 담양군에서 떡갈비 식당을 연 후 그해 말부터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박 씨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당일 매출의 50%를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해피데이’를 열고 있다. 그는 초록우산에 정기후원을 신청하는 고객에 대해 당일 식사비를 50%(1인 기준) 할인해준다. 기존 초록우산 후원자에게는 식사비를 5% 할인해주고 있다. 이에 박 씨는 ‘전남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송 씨와 박 씨의 가게에는 ‘초록우산 나눔가게’ 현판이 걸려 있다. 초록우산 나눔가게는 1948년 문을 연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후원자를 알리고 많은 사람이 기부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진행해온 기부문화 캠페인이다. 한 달에 3만 원 이상 정기 후원하는 가게는 초록우산 나눔가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1만여 명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후원금으로 보호 대상 어린이가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하고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비롯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록우산은 초록우산 나눔가게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도록 소상공인연합회와 올해 7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초록우산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올 한 해 동안 초록우산 나눔가게에 새로 참여하는 곳이 1000개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록우산 나눔가게에는 올해 상반기(1∼6월)에 600여 명의 후원자가 새로 참여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후원금으로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재능 계발비, 학원비, 학습 기기 지원을 하고 있다. 문화 체험을 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또 가족을 돌보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중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장애,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꾸준하게 기부하는 분들의 활동을 지역사회에 알리는 초록우산 나눔가게는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며 “보다 많은 분들이 초록우산 나눔가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초록우산은 나눔현판과 도어스티커 등 나눔가게 패키지를 눈에 잘 띄는 디자인으로 올해 새롭게 바꿨다. 초록우산 나눔가게 신청자에게는 나눔현판과 도어스티커 3종, 카운터 등에 붙일 수 있는 와블러 2종을 제공한다. 초록우산 나눔가게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초록우산 대표번호 또는 사업장 인근 초록우산 지역본부로 문의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기차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 이들은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가면 사고 난 그 날의 열차에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약혼자, 아버지, 짝사랑하는 여학생, 남편을 잃은 이들은 해당 역으로 향하는데….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모모·무라세 다케시 지음·김지연 옮김)이다. 2022년 5월 국내 출간된 이 책은 올해 10월 말까지, 2년 5개월 동안 40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지금도 한 달에 5000~1만 권씩 나가고 있다. 이 책을 발굴한 이기웅 오팬하우스 출판사업본부 이사(49)를 서울 강남구 오팬하우스 사무실에서 지난달 24일 만났다. 모모는 오팬하우스의 출판브랜드다. 이 이사는 “2020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아마존에서 리뷰를 확인하고 소셜미디어를 보니 현지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책을 봤다. 어린 시절 3년간 일본에 살았던 그는 일본어를 혼자 공부했고 번역자로도 일했다. 책은 4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데, 그는 첫 번째 에피소드를 읽은 뒤 곧바로 계약을 추진했다. 첫 에피소드는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를 잃은 여성 히구치의 사연을 담았다. 그는 “단숨에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고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이라 ‘잘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저자 무라세 다케시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한국에 소개된 그의 첫 책이다. 이 이사는 김지연 번역가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김 번역가도 “내용이 좋다”고 했다. 계약을 추진하는 국내 다른 출판사가 없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권을 구입했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책을 다 읽었어요. ‘진짜 잘 되겠다’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국 독자에게 사랑받는 소설은 몇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첫째, 반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반전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면 더 효과적이고요. 둘째, 인간의 상냥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야 합니다. 이 책은 가족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서 독자 폭이 넓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문학과 장르문학 가운데 있는 이른바 ‘중간 소설’ 중에서 이 정도 매력 있는 책은 드물다고 판단했죠.”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다른 에피소드에도 등장하며 서로 연결된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인물들은 세상을 떠난 소중한 이를 기차에서 다시 만나, 하고 싶었던 말을 건넨다.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이사가 책의 성공을 강하게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제가 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 3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기에 일본어는 친숙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 혼자 일본어를 공부했고요.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대학 때 교지를 만들었고, 졸업 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어요. 번역자로 7년간 일하며 40권 가까이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2006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 장르 문학책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죠. 여러 출판사에서 일했는데 그 때부터 일본 장르 문학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에이전시 자료는 보지 않고 제가 직접 책을 찾아봅니다.”그는 일본 장르 문학 중 어떤 책이 히트를 치고 어떤 책은 사라지는지 그 역사를 지켜봤다. 이 이사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후 곧바로 마케팅 담당자와 논의했다. “저희 회사는 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마케팅 담당자와 먼저 상의합니다. 마케터가 거절하면 출간하기 어려운데요, 이 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상당수 출판사에서는 마케팅팀을 포함해 내부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한 책이라도 편집자가 계속 설득하고 요청하면 결국 출간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오팬하우스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팬하우스는 콘텐츠 기업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카도카와와 합작해 올해 5월 세운 법인이다. 서현동 오팬하우스 대표는 CJ ENM 출신이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출판, 웹툰, 음원을 비롯해 음료, 치킨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하고있다. 바이포엠스퓨디오 대표는 에세이 ‘너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를 낸 유귀선 작가(31)다. 카도카와그룹은 출판 게임 영상 웹서비스 교육 등의 분야에서 사업하고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이사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의 경우 우리말 제목을 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원제 ‘니시유이가하마역의 신(神)’은 어떤 내용인지 알수 없어 한국 독자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았어요.(니시유이가하마역은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 이름이다) 회의를 계속 하며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기차역’이라는 단어는 꼭 들어가야 하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여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이 세상과의 이별을 그렸다는 것도 고려했고요.”진통 끝에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제목이 탄생했다. 마케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 회사는 마케팅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전하겠습니까?’ 등 카피를 만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책을 알렸다. 출간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책이 나갔고 2022년에만 20만 권이 판매됐다. 오프라인 서점의 매대를 구입해 책을 알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홍보도 같이 했다. 그 다음해인 2023년 4월 표지를 바꿨다. 짙은 푸른색의 일본책 표지를 그대로 썼는데 서점에서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 이에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으로 유명한 반지수 작가에게 새 표지를 요청했다. 반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의 표지를 그렸다. “타켓 독자는 10, 20대 여성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많이 쓰는 분들이죠. 회사 마케팅 직원들이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SNS에 올렸을 때 책 표지가 예뻐야 한다’고 요청해 표지를 바꿨어요. 벚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그린 새 표지에 대한 반응이 좋았습니다. 동남아시아 출판사에서도 반 작가가 그린 책 표지를 구매했고요.”그는 초반에는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책을 알렸지만 40만 권이나 판매된 건 책이 가진 힘 덕분이라고 했다. “10, 20대 여성을 주요 독자층으로 봤지만, 내용 상 여러 세대는 물론 남성 독자층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부모님에게 책을 추천했다거나 선물용으로 샀다는 리뷰가 많습니다. 일본 소설은 (군부대에 비치하는) 진중문고로 선정되기 쉽지 않은데,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진중문고로 선정된 것도 의미가 있고요.” 일부 에피소드 중에서는 예측 가능한 내용도 있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겨 자신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려고 악착같이 노력한 아들이 나오는 두 번째 에피소드가 그렇다. 아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이를 후회한다. “기성 세대에게는 익숙하게 여겨지는 내용도 젊은층은 새롭게 느낄 수 있어요. 두 번째 에피소드의 뻔한 내용이 좋았다는 독자도 많더라고요. 뻔함 속에서도 신선함을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자사에서 출간하는 책의 경쟁 상대로 전혀 다른 분야의 제품을 꼽았다. “저희 책과 경쟁하는 건 액세서리, 화장품, 음료 등입니다. 10, 20대 여성들은 지갑을 열 때 책과 이들 제품을 두루 살피며 기회 비용을 따집니다. 이런 상품들 중 책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죠. 지금까지 저희가 출간한 책 가운데 1만 권 이상 판매된 책이 절반이 넘습니다. 재쇄를 찍은 책은 80%고요.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계속 찾아야죠. 잘 안 된 책은 빨리 잊으려고 애씁니다.”그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비롯해 조카에게 “요즘 뭐가 재밌느냐”고 자주 물어본다고 한다. “힐링 붐이 꺾였는데 그 다음은 뭐가 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들에게 ‘내일 칭찬 받을 책보다 오늘 팔릴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출판사 라인업을 위한 구색 맞추기용 책은 내지 않습니다. 상도의를 지키면서, 잘 만들어서 잘 팔릴 책을 내놓는 게 제 역할입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모모·2022년)은….급행열차가 탈선해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승객 127명 중 68명이 숨졌다. 소중한 이를 잃고 고통에 짓눌리던 이들은 어느 날 이상한 소문을 듣는다.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키호라는 유령이 나타나 사고가 난 그날의 기차에 오르게 해 준다는 것.결혼을 앞두고 연인을 잃은 여성 히구치,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경멸해 온 남성 유이치,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고 도넛을 건넨 다카코 누나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학생 가즈유키, 사고가 난 열차 기관사의 아내 기타무라. 이들은 사고가 났던 기차에 오른다. 다만 네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기차를 탈 수 있다. 둘째,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째,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을 기차가 통과하기 전에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차에 오른 사람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째, 죽은 사람을 만나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 하면 원래 현실로 돌아온다. 책은 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은 가슴에 간직한 말을 건넨다. 각 에피소드 주인공은 다른 에피소드에도 등장한다.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던 사람들은 떠나간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조금씩 회복으로 나아간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원제는 ‘西由比ケ浜驛の神樣(니시유이가하마 역의 신)’.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치익∼∼!” 여기저기 놓인 전기솥에서 뽀얀 김이 수직으로 올라왔다. 흰 가운을 입고 길쭉한 흰 요리사 모자를 쓴 셰프 10명이 고기와 채소를 자르고 냄비 속 소스를 저으며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과 각각 짝을 이룬 멘토 10명도 흰 가운을 입고 곁에서 지켜보며 중간중간 작은 목소리로 조언하고 있었다. 홍콩 국제요리교육원(ICI)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2024-2025’ 아시아 지역 결선은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대회는 이탈리아 미네랄워터사 산펠레그리노가 재능 있는 셰프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산펠레그리노-아쿠아파나가 후원하며 이번 대회는 6회다. 세계 15개 지역에서 각각 우승자를 뽑아 내년 10월경 세계 결선대회를 연다. 이번 대회에는 29세 이하 셰프 3000여 명이 지원했고, 15개 지역에서 165명이 지역 결선에 진출했다. 아시아 지역 결선 진출자 10명 중에는 한국인 김재호 안다즈서울강남 셰프가 포함됐다. 셰프들은 3시간 동안 요리 10인분을 만들었다. 이후 요리를 맛보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15분간 요리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했다. 심사위원은 홍콩 유명 레스토랑 ‘윙’을 운영하는 비키 쳉 셰프, 일본 교토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무니 알리안 두카세’ 총괄 셰프인 알레산드로 과르디아니 등 셰프 7명으로 구성됐다. 싱가포르의 식당에서 일하는 윌리엄 이 셰프는 비둘기를 주재료로 사용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라면서 길거리 음식을 즐겼습니다. 노점에선 비둘기를 많이 사용해 이를 활용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식당에서 일하는 슈테판 데 그라프 셰프는 홍합수프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얻었는지 묻자 “인도네시아의 맛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 셰프가 이북 출신인 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할머니의 꿩고기’도 주목받았다. “6·25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온 할머니는 북한 음식을 자주 만들어 주셨고 저는 꿩백숙 등 꿩요리를 좋아했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행복한 추억이 담긴 꿩요리를 재해석했습니다. 소스는 오이, 사과, 참나물에 한국의 들기름으로 만들었습니다. 도토리만두도 곁들였습니다.”(김 셰프)트레이에 깐 한지의 왼쪽 맨 위에는 할머니 성함 ‘전춘희’를 썼다. 김 셰프의 아버지가 직접 쓴 붓글씨로, 음식에 3대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김 셰프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도 인쇄해 꽂았다. 심사위원들은 “뭉클하다”, “캘리그래피가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우승자는 홍콩 식당에서 일하는 아디 퍼거슨 셰프였다. 그는 요리 ‘군도의 축제’에 대해 “내가 자란 인도네시아의 전통 요리 ‘나시 툼팡’, ‘사테 파당’을 홍콩식 오리구이와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산펠레그리노 사회적 책임상’ 등 3개의 특별상 수상자도 선정했다. 수상자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멘토링을 받는 기회 등을 가진다. 비키 쳉 셰프는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리며 조화로운 맛을 내는지, 요리에 창의성과 자기만의 정체성을 담아냈는지를 주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셰프는 “대회를 앞두고 업무를 마친 후 매일 새벽 3시 반까지 연습했다”며 “할머니를 통해 이북 음식을 소개한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멘토로 참가한 제효 안다즈서울강남 셰프는 “한국과 달리 털이 그대로 달린 꿩을 재료로 받아 난감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한국 요리를 알리게 돼 뜻깊었다”고 밝혔다.홍콩=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벨기에 고급 초콜렛 브랜드 피에르 마르콜리니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행운의 의미를 담은 제품을 선보였다. 시그니처 하트 컬렉션 중 하트 피스타치오로 구성된 ‘하트 셀렉션 4피스 클로버’다. 화이트 초콜릿 속에 바삭바삭한 이란 피스타치오 프랄린을 넣고 소금 플뢰르 드 셀을 사용했다.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행운의 상징인 클로버 모양에 고급스러운 맛을 담았다”며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로버 세트는 한 박스에 4조각이 들었으며 3박스를 별도 포장해 내놓았다. 수능이 실시되는 11월 14일까지 판매한다.피에르 마르콜리니는 1995년 세계 페이스트리 챔피언에서 우승한 벨기에 왕실 공식 쇼콜라티에 피에르 마르콜리니가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했다. 벨기에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에 진출했다. 한국에는 올해 2월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7월 신세계 대구점, 10월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열었다. 매장에서는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대표 초콜릿인 셀렉션 15피스, 누벨 셀렉션 9피스, 케이크 헤이즐넛 캐러멜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색다르게 만든 그랑 크루 초콜릿 음료, 페이스트리 디저트와 프로즌 디저트, 매장에서 직접 제조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카카오 원산지에서 직접 카카오를 가져와 초콜릿을 만든다.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한 카카오는 사용하지 않는다. 생산성을 극대화한 카카오 품종도 제외시킨다. 어린이를 고용하지 않는 카카오 농장과 거래한다. 이처럼 원재료 조달부터 카카오 콩 분류, 정제 작업, 최종 생산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확인한다. 각 원산지별 그랑 크루 초콜릿도 선보이고 있다.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품종과 재배지, 수확과 숙성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좋은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전 과정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초콜릿 박스와 시그니처 하트 초콜릿 등을 초대형으로 구현해 실제 장소에서 선보이고 있다.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페이크 옥외 광고는 시각적 효과가 강해 소비자들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바이오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세계적인 석학과 만나는 ‘2024 대한민국 청소년 바이오 아카데미’가 참가자들을 모집한다. 청소년 바이오 아카데미는 올해 11월 14∼17일 인천글로벌캠퍼스(IGC) 및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내 기업과 대학교에서 열린다. 이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교 5, 6학년· 중고교생 및 같은 연령대의 청소년이다.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동아일보, 채널A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인천시, 인천시교육청이 후원한다.올해 4회를 맞는 아카데미에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바이오 생산 현장을 견학하고 대학 과정의 실험실습에 참여한다. 세계적 석학들로부터 바이오 분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하버드 의대 유전체학 박사인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회장이 최첨단 DNA 분석 기술과 산업 현황에 대해 설명한다. 이주용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과 분자동역학을 활용한 바이오 시뮬레이션 플랫폼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선도 학교인 벨기에 겐트대학교 요리스 반커샤버 교수, 쇼단 라오 교수가 바이오 데이터 사이언스, 바이오 머신러닝 등 최첨단 연구에 대해 강의한다.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은 바이오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싸이티바, 써모피셔사이언티픽, EDGC 등 10여 개 바이오클러스터 입주 기업을 방문하게 된다. 인천대, 인하대, 가천대, 겐트대, 연세대는 실험실습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 신청을 한 강동호 군(12·안양 초계초)는 “자연과 생명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는데 실제 실험을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해 알 수 있어 정말 재미있었다”며 “바이오 과학자가 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연 양(17·칼빈 매니토바 국제학교)은 “한국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고 미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신청했다”며 “앞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아카데미는 11월 14∼17일 나흘간 하루 8개씩 총 32개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각 세션 별로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모든 과정을 마친 참가자에게는 인증서를 수여한다. 우수 수강생에게는 해외대학 입학을 위한 추천서도 발급한다. 자세한 내용은 바이오아카데미 사무국에 문의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세상의 잣대보다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응시하며 한발 한발 나아간다. 가슴에 담긴 열정을 발산하는 이들을 그린 뮤지컬을 소개한다.》뮤지컬 ‘홀리 이노센트’청춘의 자유로움과 방황 그리고 열기자유, 평화, 평등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사람들로 이글거리는 1968년 파리. 미국에서 유학 온 호기심 많은 영화광 매튜는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영화관에서 만난다. 테오와 이사벨 역시 영화광이다. 영화와 젊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은 급속히 가까워진다.2003년 개봉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몽상가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초연작이다. 원작 소설은 길버트 아데어의 ‘The Dreamers(원제 The Holy Innocents)’다. 테오와 이사벨은 부모님이 휴가를 떠나 둘만 있는 집에 매튜가 머물게 한다. 68혁명의 물결 속에서 셋은 집이라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영화 대사를 읊조리고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한다. 꿈꾸듯, 때로 홀린 듯 이상을 노래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춘은 풋풋하고 싱그럽다. 어느 날 창문을 깨고 날아든 돌멩이 하나. 이들은 불현듯 현실 세계로 나가야함을 깨닫는다.매튜 역은 유현석 윤은오 최재웅이 맡았다. 테오는 윤승우 문유강 김재한이 연기한다. 이사벨 역에는 정우연 선유하 이은정이 발탁됐다. 혁명 운동가인 자크 역은 박희준 고수민이 맡았다.남매 이상으로 가까운 테오와 이사벨의 관계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들에게 이끌리는 매튜, 독특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사벨, 혁명을 동경하면서도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테오. 각기 다른 색깔을 뿜어내는 이들은 감각적인 언어와 이색적인 낭만으로 무대를 채색한다. 이상향을 꿈꾸며 환희에 차오르다가도 마주한 현실에 혼란을 느끼는 청춘의 순수하면서도 불안정한 감정선이 섬세하게 다가온다. 작품에 등장하는 1950, 60년대 영화는 기존 틀을 거부하고 혁신과 자유로움을 추구한 프랑스 영화 운동인 누벨바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세련된 음악은 이야기와 매끄럽게 어우러진다. 영화 ‘몽상가들’이 보여준 파격을 무대에서 구현한 방식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12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1관. 4만4000∼6만6000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명화와 어우러진 뜨거운 예술혼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명작을 빼어난 시각적 효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 반 고흐가 나눈 애틋한 교감을 그린 2인극으로, 2014년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년 간 관객들이 꾸준히 찾으며 스테디셀러로 안착하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한 건 작품이 지닌 힘 덕분이다. 테오는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뒤 형의 유작전을 열기 위해 그림과 편지를 정리하며 그에 담긴 추억을 떠올린다.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지만 그럼에도 처절하게 그림을 그리는 빈센트의 삶이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그런 형을 감싸고 지지해주는 테오는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인다. 가난하고 외로운 빈센트,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 테오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렸다. 빈센트가 테오와 실제 주고받았던 편지 700여 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로 무대를 채운다. 빈센트 역은 정상윤 김경수 박유덕 홍승안이 맡았다. 테오는 박유덕 황민수 박좌헌 김기택이 연기한다. 빈센트와 테오 두 역할을 모두 맡은 박유덕은 초연부터 2019년 시즌까지는 테오 역으로, 2022년 시즌에는 빈센트 역으로 무대에 각각 서며 모든 시즌을 함께 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빈센트의 그림이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있는 밀밭’, ‘감자를 먹는 사람들’, ‘자화상’, ‘해바라기’ 등 그의 대표작들을 3D 프로젝트 맵핑 기술을 통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무대에 구현했다. 까만 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을 날아오르는 까마귀, 아몬드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 등 생동하는 명작은 시선을 사로잡으며 뭉클함을 선사한다. 빈센트의 삶과 의식을 담아낸 이들 그림은 무대 전체를 채우기도 하고 때론 사각형 가방 같은 소품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무대와 소품들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선우정아의 음악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1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1관. 4만4000∼6만6000원. Goldengirl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30명(15쌍)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goldengirl@donga.com뮤지컬 ‘홀리 이노센트’R석 6만6000원 상당 20명(10쌍)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R석 6만6000원 상당 10명(5쌍)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가을은 기온이 급속히 떨어져 피부가 메마르기 쉽다. 푸석푸석해진 피부에 영양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 두피와 머리카락 역시 건조해지기 때문에 보다 신경을 써서 관리해야 한다. 가을철 피부와 두피, 머리카락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살펴보자. 촉촉하고 투명하게설화수는 기능을 강화한 자음생 라인을 새로 내놓았다. 설화수 자음생은 1966 년 ‘ABC 인삼크림’에서 시작해 인삼 성분을 활용한 설화수의 대표 제품이다. 새로운 설화수 자음생 라인에는 자음생 크림, 자음생 크림 리치, 자음생 캡슐세럼, 자음생 아이크림, 자음생수, 자음생유액이 있다.먼저 자음생 크림이 눈길을 끈다. 설화수는 “피부 노화 징후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삼 성분을 계속 연구해왔다. 그 결과 설화수의 독자 성분인 진세노믹스™에 인삼을 연구해 만든 진생펩타이드™를 더해 피부 자생력을 높이는 새로운 자음생 크림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진세노믹스™는 18개 피부 노화 신호를 관리하는 안티에이징 성분이다. 설화수는 “인삼 1000g에서 1g만 추출되는 인삼 사포닌을 6000배 증폭해 만든 것으로, 48시간 안에 콜라겐을 복구해 고밀도 피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진생펩타이드™는 인삼 성분에서 분리 추출한 펩타이드와 5가지 멀티 펩타이드를 결합한 것이다. 설화수는 “강력한 콜라겐 손실 방어 효과로 피부 탄력 인자를 강화한다. 인삼의 잠재력을 끌어낸 두 성분이 결합해 재탄생한 자음생 크림은 피부 속부터 촘촘하게 채워 올린다”고 밝혔다.새로운 자음생 크림은 질감의 차이에 따라 자음생 크림과 자음생크림 리치로 나뉜다. 두 제품 모두 탄력, 주름, 보습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설화수는 “자음생 크림은 흡수력이 빠르고 피부 보습막을 채우며 촉촉하고 산뜻하게 밀착된다. 자음생크림 리치는 묵직한 질감으로 피부 방어력을 높여준다”고 밝혔다. 자신이 선호하는 질감과 사용 목적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에이피 뷰티(AP BEAUTY)는 신제품 ‘A.O. 리부트 앤 리뉴 더블 컨센트레이트’를 출시했다.이 제품은 오일과 에센스로 된 항산화 리페어 세럼이다. 에이피 뷰피는 “항산화와 피부 개선에 특화된 성분이 피부 깊숙이 스며든다. 오일과 에센스 성분이 피부 오일존과 수분존을 관리해주고 유수분 밸런스도 개선한다”고 밝혔다.이 제품에는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에이옥시놀™과 볼캐니스트™를 담았다. 에이피뷰니는 “에이옥시놀™은 강력한 항산화력으로 항산화 지수를 35% 개선하며 볼캐니스트™는 손상된 피부 장벽을 3일 만에 99% 회복시켜준다”고 밝혔다.프리메라는 ‘비타티놀 세럼 메가-샷 겔 마스크’를 선보였다. 프리메라의 대표 세럼인 ‘유스 래디언스 비타티놀 세럼’ 한 병에 든 유효성분을 마스크 한 장에 담은 제품이다. 프리메라는 “비타티놀은 레티놀과 비타민C 성분을 조합해 피부 투명도를 높이고 모공을 관리하는데 좋다. 미백 및 주름 개선 기능이 있으며 피부 자극을 줄였다”고 밝혔다. 세안 후 토너로 피부 결을 정돈한 후 마스크팩을 붙이고 30분 혹은 1시간 후 떼어내 남은 내용물을 두드려 흡수시키면 된다. 수면팩으로도 사용해오 좋다.두피는 상쾌하게, 머리카락은 부드럽게라보에이치(LABO-H)는 비듬, 각질, 가려움 등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겨냥해 ‘댄드러프클리닉 라인’을 선보였다. 뷰티 디렉터인 유튜버 디렉터파이(피현정)가 샴푸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라보에이치는 “아모레퍼시픽 R&I 센터와 디렉터파이는 여러 차례 논의해 성분을 선택하고 두피 고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테스트를 거쳐 문제성 두피 고민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라보에이치 댄드러프클리닉 라인은 샴푸, 워터스케일러로 구성했다. 라보에이치는 “댄드러프클리닉 샴푸는 비듬, 각질, 가려움 고민이 있는 두피 상태를 개선시켜 준다. 비듬과 각질을 제거하고 두피 자체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댄드러프클리닉 워터스케일러는 수분 제형이다. 일주일에 1, 2회 사용하면 두피를 세정해 준다. 롱테이크는 손상 케어 기능을 강화한 퍼퓸 헤어오일을 새롭게 선보였다. 동백 꽃잎의 카멜리아 펩타이드 성분을 함유해 거친 모발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롱테이크는 “모발 케라틴의 핵심 성분인 헤어 아미노산 18종을 담아 손상된 긴 머리카락에 사용해도 효과적이다. 섬세하고 풍성한 나무향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향사와 공동개발한 향수 전용 향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세상의 잣대보다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응시하며 한발 한발 나아간다. 가슴에 담긴 열정을 발산하는 이들을 그린 뮤지컬을 소개한다.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청춘의 자유로움과 방황 그리고 열기자유, 평화, 평등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사람들로 이글거리는 1968년 프랑스 파리. 미국에서 유학 온 호기심 많은 영화광 매튜는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영화관에서 만난다. 테오와 이사벨 역시 영화광이다. 영화와 젊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은 급속히 가까워진다.2003년 개봉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몽상가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초연작이다. 원작 소설은 길버트 아데어의 ‘The Dreamers(원제 The Holy Innocents)’다. 테오와 이사벨은 부모님이 휴가를 떠나 둘만 있는 집에 매튜가 머물게한다. 68혁명의 물결 속에서 셋은 집이라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영화 대사를 읊조리고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한다. 꿈꾸듯, 때로 홀린 듯 이상을 노래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춘은 풋풋하고 싱그럽다. 어느 날 창문을 깨고 날아든 돌멩이 하나. 이들은 불현듯 현실 세계로 나가야함을 깨닫는다. 매튜 역은 유현석 윤은오 최재웅이 맡았다. 테오는 윤승우 문유강 김재한이 연기한다. 이사벨 역에는 정우연 선유하 이은정이 발탁됐다. 혁명 운동가인 자크 역은 박희준 고수민이 맡았다. 남매 이상으로 가까운 테오와 이사벨의 관계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들에게 이끌리는 매튜, 독특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사벨, 혁명을 동경하면서도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테오. 각기 다른 색깔을 뿜어내는 이들은 감각적인 언어와 이색적인 낭만으로 무대를 채색한다. 이상향을 꿈꾸며 환희에 차오르다가도 마주한 현실에 혼란을 느끼는 청춘의 순수하면서도 불안정한 감정선이 섬세하게 다가온다.작품에 등장하는 1950, 60년대 영화는 기존 틀을 거부하고 혁신과 자유로움을 추구한 프랑스 영화 운동인 누벨바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세련된 음악은 이야기와 매끄럽게 어우러진다. 영화 ‘몽상가들’이 보여준 파격을 무대에서 구현한 방식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12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1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명화와 어우러진 뜨거운 예술혼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명작을 빼어난 시각적 효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 반 고흐가 나눈 애틋한 교감을 그린 2인극으로, 2014년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년 간 관객들이 꾸준히 찾으며 스테디셀러로 안착하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한 건 작품이 지닌 힘 덕분이다. 테오는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뒤 형의 유작전을 열기 위해 그림과 편지를 정리하며 그에 담긴 추억을 떠올린다.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지만 그럼에도 처절하게 그림을 그리는 빈센트의 삶이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그런 형을 감싸고 지지해주는 테오는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인다. 가난하고 외로운 빈센트,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 테오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렸다. 빈센트가 테오와 실제 주고받았던 편지 700여 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로 무대를 채운다. 빈센트 역은 정상윤 김경수 박유덕 홍승안이 맡았다. 테오는 박유덕 황민수 박좌헌 김기택이 연기한다. 빈센트와 테오 두 역할을 모두 맡은 박유덕은 초연부터 2019년 시즌까지는 테오 역으로, 2022년 시즌에는 빈센트 역으로 무대에 각각 서며 모든 시즌을 함께 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빈센트의 그림이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있는 밀밭’, ‘감자를 먹는 사람들’, ‘자화상’, ‘해바라기’ 등 그의 대표작들을 3D 프로젝트 맵핑 기술을 통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무대에 구현했다. 까만 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을 날아오르는 까마귀, 아몬드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 등 생동하는 명작은 시선을 사로잡으며 뭉클함을 선사한다. 빈센트의 삶과 의식을 담아낸 이들 그림은 무대 전체를 채우기도 하고 때론 사각형 가방 같은 소품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무대와 소품들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선우정아의 음악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1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1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척추 교정사가 있었다.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 기술이 없는 그는 돈이 없으면 삶이 불안해지고 공포와 절망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일군 그는 자신이 기울였던 노력과 삶의 철학을 아들에게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존 소포릭 지음·윌북)다. 2020년 3월 국내 출간된 이 책은 꾸준히 호응을 얻어 4년 반 동안 4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독자들은 “아들에게 주려고 샀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아 형광펜을 사서 다시 보고 있다”, “부에 대한 엑기스만 뽑아 놓았다”, “도서관에서 보다가 소장용으로 샀다”는 리뷰를 남기고 있다. 이 책을 출간한 이주애 윌북 본부장(51)을 21일 경기 파주시 윌북 출판사에서 만났다. 이 본부장은 책을 발굴한 게 우연이라고 했다.“시간 날 때마다 아마존을 들여다봐요. 오래된 습관이에요. 2018년 미국에서 이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The Wealthy Gardener‘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부유한 정원사’라는 것만으로는 내용을 모르겠더라고요. 디자인을 비롯해 만듦새도 너무 어설펐어요. 알고 보니 저자가 자비 출판한 책이었어요.”자비 출판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저자가 출판사에 돈을 주고 책을 만드는 걸 말한다. 미국에서 자비 출판은 저자가 책을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걸 의미한다고 한다. 저자가 아버지로서 20대가 된 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직접 만든 것. 책이 화제가 되면서 나중에 펭귄그룹USA 산하 포트폴리오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됐다.(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저자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후속작도 내지 않았다. 이 책이 그가 쓴 유일한 책이다.) 저자는 유명 인사도 아니고 책을 낸 경험도 없었다. 한데 리뷰가 300개 가량 달린 게 눈길을 끌었다.“내용을 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어요. 저자가 아들에게 편지를 쓰듯이 진심을 다해 쓴 글이었어요. 묵직한 감동을 주는 독특한 자기계발서였습니다.”저자는 자신이 돈을 번 방법 뿐 아니라 왜 부를 일궈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부를 쌓아갈 수 있는지 등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담았다. 각 장의 절반 가량은 가상의 정원사가 소년 지미와 농장 관리자, 이웃과 교류하며 부를 일궈 나가는 방식과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소설로 썼다. 나머지 절반은 소설 속 내용과 이어진 주제에 대해 저자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아버지가 다짜고짜 자기 인생에 대해 말하면 아들이 진지하게 들을까요? 잔소리로 여길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는 귀를 열게 되잖아요. 소설을 활용한 건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요.”저자는 4년간 휴가도 가지 못하고 주 6일 일했지만 텅 빈 통잔 잔고를 보고 좌절했다고 털어놓는다. 경제적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이사하고 아파트 투자에 뛰어들었다. 다른 사업자보다 더 완벽하게 집을 수리해 파는 등 차별화된 방법으로 일했다. 장애물들이 앞을 막을 때면 힘겨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래에 도달할 곳을 떠올리며 버텼다. 여러 실패와 시행착오도 솔직하게 밝힌다. 저자는 한 병원에서 월급을 두 배로 주며 주3일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찜찜했지만 이를 수락했다. 병원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실이 들통 났고 그는 문제를 해결하러 뛰어다녀야했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와 잘못 협력해 투자금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 하면 다시 계획을 수정하면 된다고 말한다.출간을 제안하기까지 이 본부장은 3개월 가량 고민했다.“당시 윌북은 예술과 인문 분야 책을 주로 만들었기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원서를 매일 읽었는데 볼수록 괜찮았어요.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일산에 사는데, 호수 공원에서 달리기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잘 살려고 하고, 흔들릴 때 동기 부여를 해주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죠. 이들을 위해서도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제안한 결과, 탈락이었다.“회사에서 매주 한 번 기획 회의를 해요. 출간할 책과 탈락시킬 책을 고르는 회의여서 농담으로 ‘살생부 회의’라고 부릅니다.(웃음)”이 본부장은 물질적인 부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도 다룬 책이어서 윌북이 지닌 결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여러 차례 설득했다. 결국 홍영완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봐.” 이 본부장은 “대표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부자의 언어’는 살생부에서 살아난 책”이라며 웃었다.책에는 ‘행복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베르길리우스), ‘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가? 과실이 있는 곳이 거기인데’(마크 트웨인),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노자) 등 시대와 동서양을 넘나드는 명사들의 명언이 가득하다. 한데 이 명언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고 한다. “그 사람의 말이 정말 맞는지, 저자가 전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한 건지 편집자와 함께 일일이 확인했어요. 시간이 진짜 많이 걸렸죠. 주말에도 집에서 일했어요.” 우리말 제목을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원제를 살려 ‘부의 정원사’, ‘부자 정원사’라고 하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제목이어야 했어요. 고민 끝에 ‘부자의 언어’로 결정했습니다.”편집자는 독자 반응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원고가 ‘날 것’일 때는 불안감이 큰데요, 책을 만들면서 잘 되겠다는 확신에 불안감이 사라질 때가 있어요. 이 책이 딱 그랬어요. 다 만든 뒤 안도감이 최고치까지 올라가더라고요. 책이 내 손에 처음 들어오는 순간 떨릴 때도 있는데요, 이 책은 완성본을 보고 쾌감을 느꼈어요.(웃음)“ 2020년 3월 책을 낸 후 3개월 만에 재쇄를 찍었다. 그 해 1만 권이 판매됐다. 그해 말 팟캐스트 ‘월급쟁이부자들’에서 재테크 유튜버 ‘너나위’가 추천한 것도 도움이 됐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너나위’가 이 책을 다시 추천하면서 판매량이 치솟았다. “‘너나위’님이 책 세 권을 추천하면서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으로 ‘부자의 언어’를 꼽았어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은데 일절 연락을 안 받으세요.” 지난해 5월에는 양장본으로 재출간했다.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본다는 독자들이 많아 더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양장본을 냈습니다.”책의 주 독자층은 40, 50대로 여성과 남성이 고르게 찾는다고 한다. ‘부자의 언어’는 윌북이 경제경영서를 본격적으로 내는 전환점이 됐다.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이 본부장은 1996년 열린책들에서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책을 만들고 있다. 문학을 좋아해 편집자가 된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날 너무나 벅차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관심은 문학 뿐 아니라 다양한 곳으로 뻗어 있다.“요즘은 지리와 경제를 접목한 책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 분야를 좋아하는 독자도 늘어나고 있고요.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보석 같은 책을 더 많이 발굴해 선보이고 싶습니다.” ‘부자의 언어’ 속 문장들△당신에게 지금의 삶과 현재 상황에 만족하라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오직 당신만이 자신의 영혼이 어떤 상황에서 만족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그 동안 보낸 시간의 결과물이다. △지출 수입 구조를 바꿔 저축할 돈을 키워나가라. 초과 수입 없이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쉬운 삶을 기원하지 마라. 강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해라.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을 기원하지 마라. 일을 감당할 힘을 기원해라.△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인가? 어떻게 하면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는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인가?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가? 원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 네 가지 가치를 대입해 보자. △5년은 새 삶을 얻을 준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자신이 처한 원치 않는 상황을 즉시 바꿀 수는 없지만, 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약간 방향을 트는 것으로 목적지가 결정된다. △부로 이끄는 ‘일’은, 끊임없는 고된 노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러 좋아하는 일은 더 많이 하고, 끔찍한 일은 덜 하고, 정말 싫은 일은 거의 하지 않을 권리를 얻어냈다.△너희가 최선을 다하게끔 돕는 친구, 잠재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친구를 내부자 집단에 포함시켜야 한단다.△내 경험상, 나눔과 베풂만큼 성공의 법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치는 없었다.△투자는 돈이 너를 위해 일하는 거야. 잠자면서 돈을 벌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윌북·2020년)는….미국의 척추 교정사 존 소포릭이 부동산 사업을 하며 부를 일군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아들에게 전하기 위해 쓴 책이다. 각 장마다 부를 쌓은 가상의 정원사 이야기를 소설로 절반 가량 풀어냈고 나머지 절반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정원사는 소년 지미가 어떤 방식과 마음 가짐으로 일하고 돈을 관리하며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농장 관리자, 이웃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정원사가 지닌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다. 저자는 각 장에 쓴 소설과 연결되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한다.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적인 기술이 없던 저자는 휴가도 가지 못한 채 주6일 일해도 통장 잔고가 텅 빈 현실에 좌절하고 불안을 느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어려움이 닥치거나 부모님이 노년에 도움을 청하면 삶이 쉽게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에 삶의 방식을 바꾼다. 생활비가 적게 드는 시골로 집을 옮기고 임대용 아파트 투자 사업에 뛰어든다. 집을 수리해 되팔 때도 다른 사업자보다 더 완벽하게 집을 고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문제가 있다고 체념하지 말고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 실천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는 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돈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닥쳤을 때 돈이 있으면 이는 사소한 문제가 되지만 돈이 없다면 가장 끔찍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부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 인내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저자 역시 단숨에 많은 돈을 벌려다 곤경에 처하고 욕심을 앞세우다 투자금을 날린 경험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이를 고쳐 나가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지출을 줄이거나 초과 수입을 얻는 방법을 마련해 돈을 저축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돈을 그냥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를 통해 자신이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면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인지, 어떻게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은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인지, 자신의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지를 짚어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만 말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철학을 강조한다. 지금 당장 힘든 일이라도 미루지 말고 끈기 있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고 격려한다. 그러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돕고 잠재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친구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명상을 통해 중심을 잡고 세상을 현명하게 바라보는 눈도 키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베풀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현실에 좌절하거나 체념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생활에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지 예리하면서도 진솔하게 알려준다. 머리와 가슴을 강하게 후려치는 명언이 많다. 엄격하면서도 다정하고 내공 깊은 멘토를 만난 것 같다. 원제는 ‘The Wealthy Gardener: Life Lessons on Prosperity Between Father and Son’.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풀내음이 짙은 가운데 캄캄한 어둠 속을 춤추듯 수놓는 불빛들이 있었다. 연둣빛 같기도 하고 노란빛 같기도 한 그건, 반딧불이였다. 마침 구름이 달빛을 가린 덕분에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빛은 더 또렷했다. 전북 무주군 뒷섬마을을 30분 넘게 걷는 동안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반딧불이가 만들어내는 빛의 일렁임에 탄성만 나왔다.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고, 우리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즐기는 한편 직접 키운 채소로 차린 시골밥상을 맛보니 무주에서의 1박 2일이 금방 지나갔다. 기자가 체험한 건 ‘농촌 크리에이투어-무주1614’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크리에이티브(창조적인)와 투어(관광)의 합성어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시작한 농촌관광 활성화 사업의 새 형태다. 무주군은 ‘무주1614’라는 브랜드로 무주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시원한 절경, 푸짐한 시골밥상 늦더위의 기세가 맹렬하던 지난달 26일, 무주에 도착하니 선선했다. 무주는 해발 600m에 자리한 고랭지다. 덕유산 꼭대기인 향적봉에 오르기 위해 20분 가까이 곤돌라를 탔다. 곤돌라에서 내려 600m가량 올라가면 향적봉에 이른다. 경사가 완만한 데다 계단식 덱길을 설치해 걷기 수월하다. 어린이나 어르신도 여럿 보였다. 향적봉에 오르니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 마이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아래로 널따란 안성평야도 보였다. 이부영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자연환경해설사는 “덕이 많아 넉넉하다는 뜻을 지닌 덕유산은 해발 1614m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높다. 계절마다 매력이 뚜렷한데 특히 겨울철 상고대가 일품이다”라고 말했다. 덕유산을 내려와 솔다박체험휴양마을로 이동했다. 숙박 및 바비큐 시설을 갖춘 이곳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먼저 식빵 만들기를 했다. 발효시킨 식빵 반죽의 촉감이 보들보들하다. 최인영 제빵 강사는 “호밀잡곡 식빵에는 무주 특산물인 호두를 넣었다”고 말했다. 치즈를 넣은 먹물 식빵도 만들었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식빵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계속 손이 갔다. 무주에서 재배한 블루베리로 만든 콩포트를 발라 먹으니 상큼함이 더해졌다. 솔방울 가습기도 만들었다. 둥글게 묶은 칡넝쿨에 소금물로 삶은 후 말린 솔방울을 붙이면 된다. 이혜진 솔다박체험휴양마을 사무국장은 “솔방울은 습기를 머금으면 오므라들고 건조하면 활짝 펴져, 우리 선조들은 문 앞에 솔방울을 달아두고 날씨를 예측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솔방울 가습기를 물에 푹 담가놓으니 마치 조개가 입을 꼭 다문 것처럼 솔방울이 오므라들었다. 이를 방에 걸어놓으니 솔방울이 서서히 마르며 활짝 벌어졌다. 신통한 자연 가습기다.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 구들장돌을 갈아 만든 불판 위에 돼지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밭에서 바로 캔 파로 담근 파김치, 역시 직접 키운 상추와 고수, 고추는 아삭아삭하고 신선하다. 엄나무순나물, 열무김치, 잡채, 떡볶이, 시래깃국까지, 푸짐하다. 새송이버섯과 직접 키운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서 숯불에 구우니 감칠맛이 더해진다. 시골밥상이어서일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속이 편했다. ●반딧불이, 낙화놀이…빛의 향연 해가 지자 뒷섬마을로 반딧불이를 보러 나섰다(앞섬마을도 반딧불이가 많다고 한다). 청정지역에 사는 반딧불이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깜깜한 길을 30분 넘게 걸으며 반딧불이를 계속 볼 수 있었다. 온전히 자연이 만들어낸 빛. 신비로웠다. 티셔츠에 반딧불이가 살짝 내려앉자 셔츠의 글씨가 보였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옛사람들의 과장된 표현이라 여겼는데….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에 열리는 무주반딧불축제는 어떨지 궁금해졌다.이어 낙화놀이. 물 위에 길게 매단 줄에 낙화봉을 줄줄이 걸어 불을 붙이면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낙화봉은 한지에 숯가루를 평평하게 펴 올리고 소금을 뿌린 후 쑥으로 길쭉하게 만든 심지를 넣는다. 그리고 돌돌 말아 반으로 접은 뒤 서로 엇갈리게 배배 꼬고 끝부분을 실로 묶는다. 철사를 끼워 고리를 만들면 완성된다. 실제 해보니 숯가루가 흘러나오거나 꼬는 과정에서 한지가 찢어지는 등 쉽지 않았다. 박일원 무주안성낙화놀이보존회장은 “뽕나무로 숯가루를 만들고 천일염을 구워 건조시킨다. 쑥을 캐고 말려 심지를 만드는 등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다 한다”고 말했다. 낙화놀이는 전북 무형문화유산이다. 두문마을에 있는 두문저수지에서 낙화놀이를 했다. 주위에 다른 불빛이 없는 가운데 오직 낙화봉의 불꽃만이 터지면서 떨어져 내린다. 불꽃은 저수지 물에 거울처럼 반사돼 마치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에 쑥 냄새가 은은하게 실려 온다. 빛의 폭포가 위에서, 아래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광경을 넋 놓고 바라봤다.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불멍’에 마음이 고요해졌다. 다음 날인 27일 아침에는 솔다박체험휴양마을 옆에 있는 솔바람길을 산책했다. 우아하게 뻗은 적송이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산책길에서는 보물찾기도 진행됐다. 선물이 적힌 쪽지를 찾아 여기저기를 살피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1박 2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꽉 찬 듯했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전국 20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웰촌에서 확인할 수 있다.무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