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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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당신이 직장에서 새로운 e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당신이 직장에서 새로운 e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얼마일까. 1분? 5분? 느긋한 성격의 사람까지 고려한다면 넉넉잡아 10분? 답은 6초다. 직장에서 받는 e메일의 70%는 도착하고 평균 6초 만에 열린다. 끊임없이 무언가 확인하고,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없음”이라는 문구가 나타나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현대인에게 저자는 ‘목표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 마케팅을 가르치는 저자는 현대인이 겪는 온갖 종류의 중독에 천착한 학자다. 특히 과학기술로 새롭게 나타난 온라인, 휴대폰, 행위 중독 등을 오래 연구했다. 책 1부를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으로 명명하며 “우리 모두가 중독자”라고 경고한다. 그는 인간의 중독 현상을 파헤치기 위해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앓던’ 중독을 통시적으로 짚었다. 열대 과일, 담배, 마약, 코카콜라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재밌게도 이는 인간에 내재된 ‘DRD4-7R’라는 유전자 때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감각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이 유전자는 오늘날 ‘DRD4-4R’이라는 유전자로 변형됐다. 이를 보유한 인류의 10%는 실제로 남보다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 물론 중독이 반드시 유전자 유무의 문제는 아니다. 실은 누구나 수많은 종류의 중독에 시달린다. 저자가 주로 문제시 삼는 건 “행위에 대한 중독”이다. 과거 중독은 곧 ‘약물 중독’만을 의미했으나, 최근엔 목표·피드백·향상·난이도·관계·쇼핑 중독 등 범주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내 몸보다 휴대폰을 더 소중히 여긴다. 어젯밤 ‘정주행’을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내일은 오늘보다 무조건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 현대인이 앓는 중독이다. 목표·향상 중독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책 1000권 당 ‘목표 추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비율” “‘완벽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의 비율”을 살펴봤다. 1980년대 전까지는 ‘0’에 수렴하던 비율은 놀랍게도 과학기술 발전과 맞물려 크게 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수직 상승했다. 인간이 또 하나의 새로운 중독에 걸려든 것이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면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뾰족한 해답은 없다. 책은 당신이 왜 불안하고 초조할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있는지, 그 중독은 왜 멈추기 힘든지 상세히 설명한다. 책은 중독 ‘탈출 가이드’라기보다 중독에 대한 ‘연구서’에 가깝다. 물론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일부 중독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소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몰아보기의 고통을 호소하는 독자에게 그가 내놓은 대안은 이렇다. 한 에피소드 안에서 미결 상태(클리프 행어)가 나오기 전에 시청을 중단하기. 혹은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미결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만 시청하고 중단하기. 즉 매 에피소드가 시작한 5분부터 다음 에피소드 시작까지 시청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시청하는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는 대신 몰아 보기를 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작가가 써놓은 마약 같은 시리즈의 구조를 따라가선 안된다”고 말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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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빡빡한 일정서도 흔들림없는 역동적 몸짓… 과연 ‘철의 여인’

    발레계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이리나 콜레스니코바(39)가 변신한 ‘오데트’는 꼿꼿하면서 황홀했다. 온몸의 근육세포는 백조의 깃털을 연기하듯 가벼웠고, 눈빛은 수시로 백조와 흑조로 뒤바뀌었다. 고난도 회전에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선사한 그는 1200석을 채운 관객을 들끓게 했다. 이달 말 내한을 앞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SPBT)의 ‘백조의 호수’가 3일 대만 타이베이 국립극장에서 먼저 선보였다. 최고의 러시아 클래식 발레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SPBT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세르게예프가 새롭게 안무를 짠 ‘백조의 호수’를 선보였다. 왕자가 악마의 날개를 찢고 오데트 공주가 걸린 저주를 푸는 해피엔딩 버전. 이 작품은 뭣보다 수석무용수 콜레스니코바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활처럼 굽은 발등과 온 몸을 지탱하기 위해 꼿꼿하게 선 발끝에서 안정적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회전이나 점프 동작을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가 이어졌다. ‘철의 여인’이란 별명처럼 전날까지 ‘라 바야데르’의 고강도 연기를 선보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상체 동작 하나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두 팔과 등 근육, 눈빛을 활용한 연기는 명불허전. 반면, 다른 무용수들의 군무와 동선은 다소 산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춤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4일 공연을 마치고 타이베이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커튼콜 때 관객의 박수와 사랑을 받아 지친 몸을 다시 충전하면 된다. 환호를 들으면 기분이 오이처럼 상쾌해진다”며 미소 지었다. 빡빡한 투어 일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발레가 곧 인생인 그녀는 서른아홉 나이에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팬들의 사랑 때문에 무대에 오를 수 있다”지만 식단 관리, 기초 훈련으로 누구보다 철저히 몸을 관리한다. 커피는 입에도 안 댄다. “오래 춤을 췄지만 지금도 기술적으로 점점 더 다양한 레퍼토리에 욕심이 난다”며 ‘고인 물’이 되길 거부했다. 신체적 나이와 은퇴를 연결짓는 생각은 그 앞에서 무색해졌다. “전 아직 더 춤추고 도전하고 싶어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이번 내한에는 함께하지 못하나 앞선 공연에서 수차례 호흡을 맞췄다. 그의 이름이 나오자 함께 오른 무대를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김기민 덕분에 한국 무용수와 관객에게는 각별한 느낌이 들어요. 그는 퍼포먼스 차원을 넘어 감정적으로 교감하게 만드는 특별한 무용수거든요. ‘서로를 위해 조율된 한 쌍의 바이올린’처럼 언젠가 한국 관객 앞에서 그와 아름다운 협연을 펼치고 싶어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2만 원. 8세 관람가.  타이베이=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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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서 혼자 쉬며 뒹굴뒹굴… 2030 ‘호콕 혼캉스族’ 떴다

    “휴가 때는 입조차 열고 싶지 않아서요.” 20대 후반 직장인 김모 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호텔에 홀로 머무는 ‘혼캉스’를 계획하고 있다. 휴가 기간 중 가족이 1박 2일 여행도 제안했지만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며 거부했다. 최모 씨(33)는 홀로 호텔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나 웹툰을 몰아 보는 휴가를 즐기고 있다. 자발적인 고립을 즐기기 위해 3박 4일 동안 호텔에서 나오지 않는 게 목표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모 씨(36)도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오로지 혼자 있고 싶었다”며 휴가 중 객실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식사는 모두 룸서비스로 해결했다. 호텔에 홀로 머물며 철저하게 고립된 휴가를 보내는 2030 ‘호콕족’이 늘고 있다. ‘호캉스’는 주로 호텔에서 가족, 친구와 어울리며 수영, 스파를 함께 즐기는 개념인 데 비해 호콕족은 호텔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방에서 아예 나오지 않으며 고립감을 즐긴다. 또한 과거 집에만 머무는 ‘방콕’과 달리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오는 근심과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호텔을 택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휴가로 인한 물리적, 심리적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등 휴가에 대한 고정적 개념도 2030층에서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설문한 결과, 국내·해외 여행에 이어 계획이 딱히 없다는 ‘휴식’(23%)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포인트 올랐다. 혼자 휴가를 보내겠다는 응답도 지난해보다 2%포인트 오른 14%로 나타났다. 반면 자녀, 부부 동반 휴가 계획은 각각 15%포인트, 10%포인트씩 줄었다. 이는 실제 투숙객의 예약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인터파크투어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호텔 1인 투숙객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1인 투숙객은 서울이 32%로 휴가 중 도심에 머무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제주(20%), 부산(10%), 강원(8%), 경기(5%), 인천(3%) 순으로 조사됐다. 1인 투숙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국 20개 호텔을 보면 주로 서울, 부산, 경기 등 대도시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투숙 일수는 하루부터 2주 이상의 장기 투숙까지 다양하다. 성비는 여성 50%, 남성 4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1인 투숙객 증가에 맞춰 호텔업계 패키지 상품도 늘고 있을 정도로 이미 ‘호콕’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휴가를 바로 앞두고 예약하는 경우도 많아 수요는 더 높게 집계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2030세대의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여행이 곧 휴가’라는 전통적 휴가 개념이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직장생활, 인간관계에 따르는 대면 소통에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집도 벗어나 사람들과 만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심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호콕은 2030세대의 혼밥족, 혼행족의 연장선이다.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육체적, 심리적 힐링 등 얻는 게 더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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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조차 열고 싶지 않다”…호텔에서 나홀로 콕! ‘호콕’ 즐기는 2030

    “휴가 때는 입조차 열고 싶지 않아서요.” 20대 후반 직장인 김모 씨는 이번 여름 휴가 때 호텔에 홀로 머무는 ‘혼캉스’를 계획하고 있다. 휴가 기간 중 가족이 1박 2일 여행도 제안했지만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며 거부했다. 최모 씨(33)는 홀로 호텔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나 웹툰을 몰아보는 휴가를 즐기고 있다. 자발적인 고립을 즐기기 위해 3박 4일 동안 호텔에서 나오지 않는 게 목표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모 씨(36)도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오로지 혼자 있고 싶었다”며 휴가 중 객실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식사는 모두 룸서비스로 해결했다. 호텔에 홀로 머물며 철저하게 고립된 휴가를 보내는 2030 ‘호콕족’이 늘고 있다. ‘호캉스’는 주로 호텔에서 가족, 친구와 어울리며 수영, 스파를 함께 즐기는 개념인 데 비해 호콕족은 호텔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방에서 아예 나오지 않으며 고립감을 즐긴다. 또한 과거 집에만 머무는 ‘방콕’과 달리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오는 근심과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호텔을 택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휴가로 인한 물리적, 심리적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등 휴가에 대한 고정적 개념도 2030 층에서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설문한 결과, 국내·해외 여행에 이어 계획이 딱히 없다는 ‘휴식(23%)’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포인트 올랐다. 혼자 휴가를 보내겠다는 응답도 지난해보다 2%포인트 오른 14%로 나타났다. 반면 자녀, 부부 동반 휴가 계획은 각각 15%포인트, 10%포인트씩 줄었다. 이는 실제 투숙객의 예약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인터파크투어가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호텔 1인 투숙객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1인 투숙객은 서울이 32%로 휴가 중 도심에 머무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제주(20%), 부산(10%), 강원(8%), 경기(5%), 인천(3%) 순으로 조사됐다. 1인 투숙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국 20개 호텔을 보면, 주로 서울, 부산, 경기 등 대도시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투숙일수는 하루부터 2주 이상의 장기 투숙까지 다양하다. 성비는 여성 50%, 남성 4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1인 투숙객 증가에 맞춰 호텔업계 패키지 상품도 늘고 있을 정도로 이미 ‘호콕’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휴가를 바로 앞두고 예약하는 경우도 많아 수요는 더 높게 집계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2030 세대의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여행이 곧 휴가’라는 전통적 휴가 개념이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직장생활, 인간관계에 따르는 대면소통에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집도 벗어나 사람들과 만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심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호콕은 2030 세대의 혼밥족, 혼행족의 연장선이다.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육체적, 심리적 힐링 등 얻는 게 더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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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거칠어져 나타난 벤다 “잘 못하던 욕도 절로 술술”

    “더 거칠게 돌아왔습니다. 배역 때문인지 평소에 잘 못하던 욕이 저절로 나오던데요.”‘갑’을 도발하는 ‘을’, 남성을 압도하는 당돌한 여성. 권력관계 전복의 묘미를 보여주는 연극 ‘비너스 인 퍼’가 더 짜릿하고 영악하게 돌아왔다. 작품 속 압도와 전복의 주체는 여성 ‘벤다’다. 2017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벤다를 맡은 배우 이경미(29)를 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그는 “초연 때보다 대사와 행동을 더 강하게 하고 싶어 거친 면모를 최대치로 끌어냈다. 거침없는 성격은 벤다와 비슷한 편인데, 작품을 맡고 제 일상 행동까지 더 거칠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비너스 인 퍼’는 오스트리아 출신 자허마조흐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한 2인극이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성적 만족감을 느끼는 ‘마조히즘’은 자허마조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배우 벤다는 오디션장에 나타나 연출가 ‘토마스’에게 “이 배역 꼭 해야겠습니다”라며 들이댄다. 여느 지원자와 다른 당돌함에 놀란 토마스는 여전히 ‘심리적 우월감’을 느끼지만 대화가 계속되며 권력의 중심축은 묘하게 벤다로 옮겨간다.이경미는 처음 대본을 본 순간을 떠올리며 “연극에 이런 독보적, 영웅적 여성 배역이 있어 놀랐고, 그 대본이 내게 왔다는 사실에 감격해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극을 맛깔나게 살리는 건 이경미의 ‘칼 딕션’이다. 무대를 쩌렁쩌렁 울리는 발성과 정확한 발음 때문에 김민정 연출과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수위가 높은 대사도 무표정으로 똑 부러지게 발음하니 제작진, 관객이 재밌어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벤다는 무대 퇴장 없이 100분을 꽉 채울 만큼 대사 양이 많다. 이경미는 “실은 대사 양보다도 치명적 매력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대역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긴장감 때문에 요즘 호흡이 망가져 대사를 건너뛰는 악몽을 가끔 꾼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온 그에게 연기관을 묻자 “어휴, 감히 제가 무슨…. 배우는 배우는 직업”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래도 그녀에게 철칙은 있다.“항상 무대에서 눈으로 말하고, 상대 눈을 바라보려고 해요. 진짜 눈에서 진짜 인물과 감정을 마주할 때 느끼는 짜릿함 때문에 무대를 떠나지 못하나 봅니다.”1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4만5000·5만5000원. 16세 이상.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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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혼자 일만 열심히 하면 몸값 올라갈까

    “(인맥+기술+인성) × 추진력=몸값” 내 몸값이 얼마인지 막연히 궁금했던 직장인이라면, 이 노골적인 공식에 후련함 혹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몸값을 올리고 싶다면, 내 몸값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 커리어 코치인 저자가 현실적 ‘몸값 불리기’ 가이드를 정리했다. ‘힘들면 도움을 요청해라’ ‘아무도 당신의 경력을 구원해주지 않는다’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직언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맛이 있다. 한국에서 ‘사내 정치’ ‘라인’은 금기어 같지만 저자는 인맥을 꼭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당신이 경력기간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로 건설적 도움을 줄 만한 사람으로 인맥을 설명한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읽는 이의 폐부를 찌르는 금언도 숱하게 등장한다. “업무 시간 중 인터넷 서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우리의 몸값을 폭락시키는 주범이다.” “인성은 경쟁력이다. 나쁜 놈들의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저자는 ‘나 혼자 일만 열심히 한다’고 몸값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고 잘라 말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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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문으로 폭탄 맞은 밀양연극촌을 살려야죠”

    “폭탄 떨어진 험지에 누구인들 오고 싶을까요. 그저 소명이란 생각뿐이죠.” 연극인이 북적이던 경남 밀양연극촌에는 한동안 인적이 끊겼다. 2018년 초 성추문 사건으로 말 그대로 폭탄 맞은 동네가 됐다. ‘귀중한 연극계 자산’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올여름 연극촌은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8월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밀양에 왔다”는 이대영 K-STAR아카데미 예술감독(58·사진)은 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밀양공연예술축제의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7월 26일부터 열린 식전행사 ‘K-STAR’ 주간에서 아카데미 단원과 함께한 세 작품(‘만만한 인생’, ‘깨비랑’, ‘우리집 식구들 나만 빼고 다 이상해’)의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1년 만에 결실을 맺기까지 부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아카데미 예술감독에 부임하니 주변에서 ‘왜 사서 고생이냐’고 난리였죠. 1년 내내 월, 화, 수요일에는 중앙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밀양에 내려갔어요. 식구는 ‘몸 상한다’고 말렸죠. 지금은 아내가 내려와 밤샘 작업하는 단원에게 밥도 해줍니다. 하하.” 이 예술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단원을 모집한 뒤 아카데미 2기를 새롭게 구성해 연극인을 육성한다. “극작, 연출, 연기, 무대 등 하고 싶은 교육 프로그램을 다 넣어 좋다”는 그는 전공생과 연극을 접하지 않은 지망생에게 어떤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연극은 사회 현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밀양에서 새로운 연극의 시대를 꿈꾼다. 이번 ‘만만한 인생’은 가로 45m 성벽극장에서 인간의 연기와 미디어를 융합한 ‘키노드라마’로, 그의 꿈을 담은 작품이다. “새것은 옛것을 이기는 법이지요. 연극은 곧 혁명입니다. 과거와 결별하고 21세기 연극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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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판 위 ‘엘사’, 영화만큼 멋지죠”… 아이스 뮤지컬 ‘겨울왕국’

    “렛 잇 고(let it go), 렛 잇 고∼.” 노래 한 소절만으로 여름을 얼려버릴 아이스 뮤지컬 ‘겨울 왕국: 디즈니 온 아이스’가 찾아왔다. 연출을 맡은 퍼포먼스 디렉터 긱 시루노(49)는 만화 속 ‘엘사’를 빙판을 뛰노는 스케이터로 되살려냈다. 그의 연출에 따라 넘버를 따라 하고 함께 춤까지 추는 관객 덕분에 작품은 ‘댄스얼롱’ 뮤지컬이 된다. 최근 중국에서 공연을 마친 그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디즈니 온 아이스’ 시리즈인 ‘정글북’에서 모글리를 맡아 배우로 2005년 한국을 방문했었다. ‘겨울왕국…’의 디렉터로 다시 방한한 그는 “한국 관객의 흥을 잊지 못한다. 조용하던 어린이가 공연에 빠져들어 극 후반에 환호하고 춤추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짜릿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빙판에서 펼쳐지는 디즈니표 아이스 뮤지컬은 35년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한 장르다. 피겨스케이팅과 혼동하거나 이벤트 공연으로 여길 때도 많다. 그는 “고난도 스케이팅에 풍부한 연기와 재미난 안무가 녹아들었다. 친숙한 배경음악과 화려한 특수효과, 무대장치, 분장을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얼음 위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이 자유롭게 흥을 표현하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기존의 ‘디즈니 온 아이스’는 여러 작품의 스토리와 주인공이 함께 등장하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러닝타임 내내 겨울왕국 한 작품의 원작 스토리를 충실히 구현했다. 그는 “‘렛 잇 고’나 ‘Love Is an Open Door’ 넘버에 겨울왕국 이름만으로도 아이스 뮤지컬과 ‘찰떡 조합’”이라면서도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에게 비슷한 감동을 줘야 하는 게 큰 숙제”라고 했다. 작품 특성상 배우들의 고난도 스케이팅에 따른 부상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8세 때부터 스케이트를 신은 그에게 빙판은 고향 같은 곳이다. 미국 피겨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은퇴 뒤에도 아이스 뮤지컬 ‘앙상블 스케이터’로 변신하며 빙판에 남아있다. “제가 아이스링크에서 항상 어린 시절을 떠올리듯 어른과 어린이 관객들에게 동심을 심어주고 싶어 아직도 빙판을 떠나지 못하나 봅니다.” 3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 실내아이스링크. 3만5000∼18만 원. 전체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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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수많은 선택의 순간, 옳은 판단의 기준은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처럼 인간은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선택과 판단 과정에서 오류를 줄이려는 인류의 노력은 철학, 과학, 문명의 발전을 낳았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존재다. 그리고 실수를 되풀이한다. 두 책 역시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슬기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우리가 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며,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지 주목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보 활용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45년간 정보요원으로 복무한 ‘CIA 심리학’의 저자는 그가 활용했던 기관의 내부 문건을 취합·편집해 책에 담았다. 그가 결론 내린 대다수 오류의 원인은 정보 부족보다는 ‘분석의 실패’다. 분석은 ‘인지편향’ ‘증거 평가의 편향’ ‘확률 추정의 편향’ 등 인간의 심리적, 인지적 문제로 고정관념에 갇혀버린다. 냉철한 판단만 내릴 것 같은 CIA 요원들이 스스로 내리는 판단의 취약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저자가 짚는 오류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선택의 오류부터 ‘대북 문제’ 등 국가 수뇌부들이 고민하는 정치·외교적 견해까지 엿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우리가 편향적 사고 안에서 얼마나 벗어나기 힘든지 여실히 보여준다. 책은 미국 공무원, CIA 정보원을 위한 교육서로도 활용할 만큼 저자의 통찰이 돋보인다, “지금 이 고민이 5년 후에도 중요할까?” ‘문제해결 대전’ 저자는 일상에서 겪는 숱한 선택의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하려 책을 썼다. ‘플로이드의 검산’ ‘추론의 사다리’ ‘현상 분석 트리’ 등 그가 내놓은 판단 방법만 37개에 이른다. 알고 있는 지식이라도 새로운 틀에 끼워 맞춰 분석하면 색다른 정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내가 자주 지각한다”는 사실도 “회사가 집이랑 멀어서” “차가 늦게 와서”라는 뻔한 이유를 넘어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나의 몸 상태, 가족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등 나의 지각을 ‘폭넓게’ 바라보면 심각한 문제마저도 유쾌하게 해결할 묘안이 떠오를지 모른다. 그는 성공적 판단을 위해 문헌 조사, 완전 검색 등 추가적 정보 습득도 적극 권유하는 편이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잡학 지식과 정보 분석틀을 통해 독자가 현재 고민 중인 문제를 쉽게 분석해볼 수 있게 돕는다. 학창시절 지나가며 배웠던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맵’도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일본 인기 블로거인 저자는 10년간 독서, 아이디어 발상법에 천착해 다양한 매체에 글을 남겼다. 전작 ‘아이디어 대전’은 현지에서 폭발적 호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번 책 역시 훌륭한 ‘안내서’가 될 만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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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MTV 어워즈’ 4개 부문 후보 올라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처음으로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MTV는 23일(현지 시간) BTS의 앨범 ‘영혼의 지도: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에 실린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베스트 컬래버레이션, 베스트 안무, 베스트 아트 디렉션, 베스트 K팝 부문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가 피처링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수 4억 뷰를 넘겼다. 아트 디렉션 부문은 작업에 참여한 MU:E(박진실, 김보나)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신설된 K팝 부문에는 BTS, 블랙핑크, 엑소 등이 함께 후보로 올랐다.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미국 뉴저지 프루덴셜센터에서 열린다. 하지만 일부 팬은 ‘올해의 곡’ ‘올해의 비디오’ 등 주요 부문 후보로 선정되지 않았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주최 측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편 BTS가 지난달 서울과 부산에서 열었던 총 4차례의 팬미팅이 4000억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편주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팀은 ‘방탄소년단(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부산, 서울 5기 팬미팅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4813억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기업수익, 대관료, 인건비, 참가자 숙박비 등 직접 효과와 지역 내 추가 소비 창출 등 간접 파급 효과를 추산한 결과다. 부산지역 팬미팅은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하면 하루 기준 약 5.5배 높은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아울러 내수 활성화, 관광수요 창출,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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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자인형의 향연 신기한 ‘루루섬’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의 눈과 귀를 깨울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 최대 규모 아동·청소년 공연 축제인 제27회 ‘2019 아시테지(ASSITEJ) 국제여름축제’가 24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스웨덴 주간’이 운영되며 벨기에,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9개국 극단이 작품 14편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스웨덴 판토밈 시어터의 ‘희망의 빛’은 난민 이야기를 다룬 극이다. 이스라엘 네페시 시어터의 ‘이상한 이웃’은 층간소음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스페인 라룸베 무용단의 ‘3D 백조의 호수’는 원작을 21세기 청소년의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SAC CUBE 2019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캐나다 극단의 음악극 ‘아빠닭’, 서울발레시어터의 가족발레극 ‘댄싱뮤지엄’, 한국과 일본 극단이 공동 제작한 그림자인형극 ‘루루섬의 비밀’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도 8월 3일부터 18일까지 ‘2019 세종어린이시리즈’에서 ‘베토벤의 비밀 노트’ 클래식 공연을 한다.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피콜로 등을 소개하고 어린이들이 노래 만들기 같은 놀이를 즐기며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2019 썸머클래식’은 청소년을 위해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회를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원작 공연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아이스 뮤지컬 버전인 ‘겨울왕국: 디즈니 온 아이스’가 31일부터 8월 11일까지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고난도 스케이팅 연기와 ‘Let It Go’ 같은 유명 OST로 구성됐다. 뮤지컬 ‘점박이 공룡대모험: 뒤섞인 세계’는 EBS에서 방영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퍼핏, 와이어를 활용해 공룡이 움직이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우리금융아트홀에서 13일 개막해 8월 25일까지 공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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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한 내용만 쏙쏙 골라 설명해주네… 전문가 못지않은 ‘설명충’ 채널

    현실 속 ‘설명충’ ‘투머치토커’(말이나 설명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가 유튜브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채 전문 분야 영상을 만들어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덧붙인다. 일반인들의 ‘팟캐스트 전성시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비전문가들의 재치 있는 입담과 설명에 눈길을 끄는 시각자료가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설명충’ 채널은 최근 유명 평론가나 전문가의 유튜브 채널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로 영상에 출연해 이야기를 주도하거나 다른 패널과 대담을 나누는 데 비해 이 채널들에는 운영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 대신 철저히 설명에 집중한다. 이들 채널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전문가보다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강점이다. 스포츠채널 ‘불양TV’는 2012년부터 과거 스포츠 중계나 자료 화면만으로 다양한 선수, 구단, 스포츠 역사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 왔다. 주로 분야별 ‘Top 10’ 등 순위를 매긴 영상이나 한 인물의 생애를 설명하는 영상이 인기가 많다. 클래식, 영화, 역사, 예술 분야에서도 오로지 설명만 하는 채널이 급증하고 있다. 운영자들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시청자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채널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두 달 전 스포츠 분야 채널을 시작한 한 유튜버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내가 알고 있는 분야의 내용을 실컷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며 “신분이나 본업을 드러낼 필요도 없이 간단한 영상만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채널은 구독자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다른 주제의 영상도 제작해 달라”며 금액을 후원하기도 하고, 댓글을 통해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한 역사 설명채널의 구독자는 “유튜버의 신분이나 영상 외적 정보까지 아는 건 오히려 피로감을 주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설명 채널을 선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채널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상이 창작보다는 기존 자료에 설명을 덧붙이는 ‘2차 창작물’로 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기존 자료화면과 영상을 짜깁기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제재를 받기도 한다. 유튜브는 각 채널을 심사해 문제점이 확인되면 수익 창출을 금지하는 ‘노란 딱지’ 제재를 가한다. 유튜브 측은 “저작권자와 크리에이터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는 구독자가 영상 속 오류를 발견해 내용 수정을 요청하고 제작자가 이를 수정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부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가짜뉴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영상으로 인한 피해를 특정하거나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창작자의 윤리 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별도 기관의 팩트체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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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만만 대세 배우?… ‘어쩌면 좋지?’ 매일 떨어요”

    “대세 뮤지컬 배우요? 아직 10년도 안 된 ‘대리급’ 배우인데요.” 최근 몇 년간 대작 뮤지컬 라인업에는 늘 그의 이름이 있다. 뮤지컬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카이(38)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자마자 30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벤허’의 주인공 ‘유다 벤허’가 되기 위해 변신 중이다. 칼을 들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귀족과 노예를 오가는 극적인 서사의 주인공이 됐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매일 연습실로 향하는 그를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연장에서 만났다. 연습을 막 마치고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에게 ‘다작 배우’로서의 고충을 묻자 대뜸 배우 하정우의 얘기를 꺼냈다. “한 인터뷰에서 ‘왜 이렇게 다작을 하느냐’는 질문에 하정우 선배가 ‘다작이 아니라 그저 배우로서 살고 있을 뿐’이라고 답한 걸 봤어요. 정말 공감이 가더라고요. 감정을 많이 소모해야 한다는 우려도 이해하지만 그저 배우로서 무대에서 충실히 살고 있을 뿐이거든요.” ‘늘 충실한 배우’로 불리길 원하는 그는 소망(?)과는 달리 일찍부터 실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해 가창력은 물론이고 뛰어난 연기력과 수려한 외모로 출연작마다 스타덤에 올랐다. 2년 전 출연한 뮤지컬 ‘벤허’에서도 유준상 박은태와 함께 탄탄한 실력을 선보였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한순간도 없을 정도로 매 순간에 충실했다”는 그는 다가올 무대에서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최선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학 시절 “노래로 성공해 언젠가는 삼성역에 붙어 있는 면세점 광고 모델이 되는 상상을 했다”는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글로벌 스타다. 노래로 성공해 그 꿈을 이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그때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오히려 최근 스스로를 돌아보고 걱정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무대에 오를수록 외부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게 돼요. 무대에선 당당해 보여도 실은 매일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끊임없이 걱정하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매일 쓰는 일기도 ‘나는 오늘도 흔들린다’가 주제입니다. 하하.” 풋풋한 외모와 달리 그는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아재미’를 지녔다. 뭐든 아날로그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게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지금도 연출가의 지침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는 게 어색해요. 뭐든지 펜으로 적어야 이해도 빠르고 몰입도 잘되거든요. 아날로그적인 것에 편안함을 느껴요. 그게 제가 작품마다 몰입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면세점 광고 모델이 되고 싶다”는 농담 섞인 바람과는 달리 그의 진짜 소원은 따로 있었다. 문화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무료 티켓을 제공하는 것. 오래전부터 그는 사비를 들이고 팬들도 기금을 마련해 ‘뮤드림’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팬들에게 선물 ‘조공’ 대신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해요. 아이들이 자라면 뮤지컬 팬이자 제 팬이 될 테니까요. 하하.”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8세 이상.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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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젠더-문화-종교 뒤섞인 21세기 新 인종주의

    “나는 인종주의자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종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없다. 피부색에 따라 인간을 규정할 수 없을뿐더러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인식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는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이며 ‘열등한’ 흑인을 노예로 삼았던 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인종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국가는 제도적 불평등을 고쳐나가며 과오를 씻어내는 듯하다. 인종주의는 정말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종주의는 건재하다. 저자는 인종주의가 자유, 평등같이 인류가 쟁취한 절대적 가치마저 무력하게 할 만큼 강력하며 시대상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할 뿐이라고 말한다. 일본 도쿄대에서 ‘영국의 우생학 운동과 모성주의’로 박사학위를 받고 10여 년간 인종주의 연구에 천착한 저자는 인종주의를 “낙인”이자 “배제” 그리고 “인종적 타자의 몸을 먹고 자란 ‘히드라’”라고 표현했다. 책은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속성에 근거해 타자를 분류하고 가치를 매긴” 19세기 인종주의의 기원부터 그 이데올로기의 토대가 된 ‘몸 담론’을 짚는다. 백인우월주의를 비롯해 유대인, 아프리카인, 이슬람인이 겪었던 역사와 풍부한 통찰이 이해를 돕는다. 두개골, 피부색, 머리카락 등 외적 요소가 판단 기준이 된 19세기의 ‘생물학적 인종주의’는 21세기에 들어 젠더, 문화, 경제, 종교적 특징과 결합했다. 양상은 당연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저자는 오늘날 인종주의가 문화와 정체성의 차이뿐인 것처럼 은폐되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하며 “신인종주의” “인종 없는 인종주의”라고 명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 내의 인종주의를 다뤘다. ‘백인과 구별되는 아시아인’으로서 과거 인종주의의 피해자로만 여겨지던 한국인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며 인종주의의 주체가 됐다고 지적한다. 무심코 사용하는 ‘한국형 미인’ ‘그리스 조각 미남’ ‘혼혈인’ 같은 일상적 표현부터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이 겪는 아픔을 마주하면, 인종주의를 마냥 ‘몰상식한 자들의 오류’로만 치부하기 힘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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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이 되려 했던 한 조선여인의 비극

    “탐정소설 가튼 고녀(하녀) 교살사건, 남의 집 고녀를 밤새에 죽여…엽방에서 교살되엇고 얼굴과 기타에 타살된 곳도 잇섯다 한다.”(1931년 8월 4일 동아일보)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충격에 빠뜨렸던 살인사건이 특수음향, 그림자와 만나 무대에서 마법처럼 재현된다. 연극 ‘그때, 변홍례’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일본인이 되려 했던 한 한국인의 욕망을 그린 작품. 신파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당대 한국인의 처연한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뽑혔으며, 6월 스페인 마드리드 초청공연을 마친 뒤 다시 막을 올렸다. 부산의 한 일본인 가정 하녀 변홍례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버리고 일본인의 탈을 쓴 채 사는 인물. 언젠가 자신도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받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일본인들은 그를 이용하기에 바빴고, 치정사건에 엮여 살해당한다. 타살 정황과 흔적이 명확함에도 일본인 용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진실도 그 자리에 멈췄다. 무거운 주제와 달리 극을 전개하는 방식은 놀이에 가까울 정도로 발랄하다. 배우의 희극적 몸동작에 다른 배우가 무성영화 후시녹음처럼 익살스러운 소리를 덧입힌다. 비닐, 배추, 나무, 구두 등 온갖 소품을 활용한 음향에 과장된 몸동작까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관객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기발한 그림자, 조명 연출까지 더해져 80분 러닝타임 내내 보고 듣는 맛을 꽉 채웠다. 전개 방식이 유쾌하고 가벼우나, 극의 메시지 자체를 해치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다. 줄거리 전개에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 이따금씩 배우들이 ‘놀이의 차원’에서 불필요하게 객석으로 향하거나 과장된 웃음과 박수를 유도한다. 이런 군살을 조금만 덜어낸다면 평단을 넘어 관객에게도 최고의 ‘레트로 극’이 될 만하다.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전석 3만 원. 만 15세 이상.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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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 객석은 옛말… “배우와 토론-채팅하며 무대 이끌어요”

    “그래서 지금 당신이 죄 없는 소녀의 목을 매달겠다고?” “증거만 보면 소녀는 유죄가 맞아요. 당신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자꾸 덧붙여 말하고 있어요.” 10일 서울 대학로 한 극장 무대. 한참 연극이 진행 중이지만, 이 설전은 배우의 대사가 아니다. 한 관객과 배우가 서로의 논리를 지적하며 토론을 벌인다. 연극 ‘시비노자’는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관객과 배우가 모두 배심원으로 참여해 ‘무죄’ ‘유죄’ 평결을 내린다.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알려진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의 일종으로, 국내 제작진도 관객과의 소통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시비노자’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연극의 3요소’ 가운데 하나인 관객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전면에 나선다. 배우들은 객석을 향해 자연스레 “소녀가 무죄(혹은 유죄)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고 물었다.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란 기우는 찰나였다. 웅성웅성하던 관객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곤 본인의 생각을 꺼내놓았다. 관계자는 “관객 의견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 무대마다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며 “토론과 객석 투표에 따라 매번 결론이 달라지는 게 묘미”라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도 있다. 연극 ‘#나만빼고’는 사전에 관객들에게 “꼭 휴대전화를 켠 채 공연 관람하라”고 공지한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관객은 오픈 채팅방에서 배우의 친구가 돼 공연 도중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메시지는 무대에 설치한 대형 화면으로 다른 관객과 공유된다. 박상협 연출은 “관객 참여가 줄거리까진 바꾸진 않는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관객이 소품을 통해 개입한다. 배우가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손전등을 켜주거나, 사전에 준비한 빵을 무대 위로 던져주기도 한다. 연극 ‘머더 미스터리’나 ‘포스트 아파트’도 즉흥적인 관객 참여를 유도해 경계를 허문다. 관객 참여형 작품은 변수가 많은 만큼 배우들의 순발력이 무척 중요하다. 반응이 저조할 경우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비노자’의 강봉훈 연출은 “참여를 유도하려고 배우들이 특정 관객을 지목해 의견을 되묻거나 반박하며 도발하는 등 반응을 유도한다. 결말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버전의 결말을 숙지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객 참여형 공연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영미에서 9년째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인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대표작. 호텔 5개 층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관객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본다. 어느 장소에 있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을 하는 셈이다. 박병성 공연평론가는 “공연 자체를 해체하고 관객을 개입시키는 건 세계적 흐름”이라며 “관객이 친밀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참여형 공연이 국내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한결 평론가도 “아직 국내에선 익숙지 않는 공연인 게 사실이지만, 최근 ‘푸에르자 부르타’ 같은 공연이 반복적으로 대중과 만나며 흥행했다. 이런 실험적 공연은 꾸준히 관객과 만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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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서핑-○○만들기… 설레는 ‘한여름 낮의 꿈’

    《“피아노 한 곡쯤은 하루 만에 완성한다?” “수영은 잘 못해도 하루 만에 서핑한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효율적으로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하루 만에 특정 분야를 배우는 수업)가 뜨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5∼6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하는 동시에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2030 직장인들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정기휴가를 이용하기보다는 평일 반차나 주말 시간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KTX, 저비용항공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원데이 클래스 생활권은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추세를 보인다.》  회사원 이희찬 씨(32)는 최근 ‘피아노 1곡 완성’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했다. “살면서 한 곡쯤은 피아노로 자신 있게 연주하고 싶다”는 그만의 버킷리스트 때문. 평소 그가 좋아하는 이루마의 ‘Kiss the Rain’을 2시간 동안 배운 그는 연습을 거쳐, 편곡된 1분 분량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 잠시 피아노를 배운 게 전부라 한 곡을 연주하는 게 가능할지 걱정했는데, 쉬운 버전의 곡을 연주하면서 소박한 꿈을 이뤘다”고 했다. 자신감을 찾은 그는 다음 단계의 클래스에 등록해 다른 곡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음악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도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 시간에 따라 2만 원에서 5만 원까지 가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피아노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최보경 씨(28)는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도 손가락마다 번호를 기입해 양손 연주가 가능하도록 가르친다”며 “보통 3분이 넘는 곡을 1분 내외로 쉽게 편곡하면 누구든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강생의 90% 이상인 20, 30대 직장인들이 주로 평일에 찾아온다. 갑자기 연주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연주하고 싶은 곡을 들고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서핑 붐을 타고 강원 강릉과 양양, 울산, 제주의 당일치기 서핑 클래스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양양 ‘서프 오션스’에서 서핑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곽성태 씨(42)는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안전한 지역에서 이론, 지상, 실전 교육을 통해 2시간이면 서핑보드에 서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KTX를 타고 오는 수강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에서 서핑을 배우기 위해 양양을 찾은 이정호 씨(33)는 “완벽하진 않지만 평생 꿈꿔 왔던 서핑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방에 위치한 사찰도 쉽게 갈 수 있게 되면서 당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도 확대되는 추세다. 사찰 탐방을 비롯해 사찰음식, 108배 교육 등 당일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인 통도사(경남 양산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코스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통도사 관계자는 “경북, 경남권의 젊은층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직장인들이 하루 동안 사찰을 탐방하고 불교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원데이 클래스의 종류는 세분되고 있다.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 캔들 만들기, 캘리그래피 등 기초 지식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부터 작곡, 디제잉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수업도 많다. ‘원데이 클래스 중독자’라고 밝힌 한 직장인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매주 ‘도장 깨기’ 하듯 새로운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회사에서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취미 애플리케이션 ‘프립(Frip)’과 ‘탈잉(Taling)’에서는 수십 개의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효율적으로 성취감과 재미를 찾으려는 2030세대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는 긴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분야만 취사선택해서 배우려는 세대의 특징이 녹아 있다”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원데이 클래스 등 자기계발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여가 사용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유럽, 미국에서는 ‘퇴근 후 1시간 그림 그리기’처럼 일반인이 참여하는 예술, 스포츠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pep@donga.com·조종엽 기자}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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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19~27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서울국제문화교류회가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제16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SIDC)를 개최한다. 2004년 시작된 SIDC는 김기민(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독일 드레스덴 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미국 보스턴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재우(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지수(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단원) 등 스타 무용수들을 발굴했다. 올해 SIDC에는 10개국에서 500여 명의 신인 무용수가 참여한다. 외국인 무용수 비율은 33%(169명)다. 경연은 발레, 컨템포러리, 민족무용, 안무 부문으로 나뉜다. 수상자에게는 캘리포니아예술학교 등 세계 유명 무용기관에서 유학 및 연수할 기회를 제공한다. 경연 이외 부문별 페스티벌 등을 통해 관객에게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SIDC의 마지막을 장식할 월드갈라에는 김천웅(바체바 무용단),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게라시첸코 에고르(볼쇼이 발레단), 툇마루 무용단이 참여한다. 3만∼7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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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루마 곡을 하루만에 배워 친다고? 원데이 클래스 2030에 인기

    “피아노 한 곡쯤은 하루 만에 완성한다?” “수영은 잘 못해도 하루 만에 서핑한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효율적으로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하루만에 특정 분야를 배우는 수업)’가 뜨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5~6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하는 동시에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2030 직장인들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정기휴가를 이용하기보다는 평일 반차나 주말 시간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KTX, 저가항공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원데이 클래스 생활권은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추세다. 회사원 이희찬 씨(32)는 최근 ‘피아노 1곡 완성’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했다. “살면서 한 곡쯤은 피아노로 자신 있게 연주하고 싶다”는 그만의 버킷리스트 때문. 평소 그가 좋아하는 이루마의 ‘Kiss the Rain’을 2시간 동안 배운 그는 연습을 거쳐, 편곡된 1분 분량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 잠시 피아노를 배운 게 전부라 한 곡을 연주하는 게 가능할지 걱정했는데, 쉬운 버전의 곡을 연주하면서 소박한 꿈을 이뤘다”고 했다. 자신감을 찾은 그는 다음 단계의 클래스에 등록해 다른 곡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음악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도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 시간에 따라 2만 원에서 5만 원까지 가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피아노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인 최보경 씨(28)는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도 손가락마다 번호를 기입해 양손연주가 가능하도록 가르친다”며 “보통 3분이 넘는 곡을 1분 내외로 쉽게 편곡하면 누구든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강생의 90% 이상인 20, 30대 직장인들이 주로 평일에 찾아온다. 갑자기 연주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연주하고 싶은 곡을 들고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서핑 붐을 타고 강원 강릉과 양양, 울산, 제주에 당일치기 서핑 클래스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강원 양양에서 서핑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곽성태 씨(42)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안전한 지역에서 이론, 지상, 실전 교육을 통해 2시간이면 서핑보드에 서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KTX를 타고 오는 수강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에서 서핑을 배우기 위해 양양을 찾은 이정호 씨(33)는 “완벽하진 않지만 평생 꿈꿔왔던 서핑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방에 위치한 사찰도 쉽게 갈 수 있게 되면서 당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확대하는 추세다. 사찰 탐방을 비롯해 사찰음식, 108배 교육 등 당일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인 통도사(경남 양산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코스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통도사 관계자는 “경북, 경남권의 젊은층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직장인들이 하루 동안 사찰을 탐방하고 불교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원데이 클래스의 종류는 세분화되고 있다.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 캔들 만들기, 캘리그라피 등 기초 지식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부터 작곡, 디제잉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수업도 많다. ‘원데이 클래스 중독자’라고 밝힌 한 직장인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매주 ‘도장 깨기’ 하듯 새로운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회사에서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취미 애플리케이션 ‘프립(Frip)’과 ‘탈잉(Taling)’에서는 수십 개의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효율적으로 성취감과 재미를 찾으려는 2030 세대의 특징과 맞닿아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는 긴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분야만 취사선택해 배우려는 세대의 특징이 녹아 있다”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원데이 클래스 등 자기계발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영향으로 평일 중 반차와 자기계발 시간을 장려하는 직장 문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여가 사용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직장 밖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찾으려는 풍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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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실리콘밸리의 공상가들 “목표는 우주 정복”

    “제프(Jeff), 장난질 좀 그만해요.” “(그 사람의 계획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저 환상일 뿐이죠.” 다소 유치해 보이는 듯한 이 설전은 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이에서 벌어졌다. 두 사람은 각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기자회견에서 상대를 겨냥해 뼈 있는 농담을 건네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업 수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경쟁 기업의 정책에 몇 마디씩 던지는 건 미국에선 어찌 보면 흔한 일. 그런데 이들의 설전을 유치한 신경전으로만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이들은 감히 ‘우주’를 놓고 대화했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가 두 사람을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우주 사업 도전기를 그렸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를 중심으로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이자 스트라토론치의 폴 앨런 등이 왜 우주에 끊임없이 매달리는지 취재했다. 인터뷰는 물론 기업 관계자, 주변 인물로부터 얻은 취재 과정의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잘 조명되지 않던 억만장자들의 유년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엉뚱한 상상으로 유명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괴짜’로 통한다. 민간기업 자격으로 우주 개발을 논할 때 누군가는 “공상일 뿐”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상을 사업 비전으로 일궈냈다. 이들을 일컫는 다른 별명이 ‘혁신가’인 이유다. 약 10년 전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작은 사무실에서 모인 몇몇 기업가들이 “NASA가 중단한 곳에서부터 길을 찾아야 한다”며 ‘PSF(Personal Spaceflight Federation·개인 우주비행 연합)’를 설립한 일화는 무모함보다는 담대함을 느끼게 한다. 원가를 절감하려 꼼꼼하게 설비 가격을 논하는 모습은 그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남들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듯 우주 산업의 단가를 구상하는 장면은 노는 물이 다른 저 세상 얘기 같아 웃음이 날 정도다. 민간기업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서 우주를 개발하려 한다면 정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정부, 특히 NASA는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았다. 저자는 정부 규제에 맞서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예를 들어 인맥에 의해 많은 게 좌우되던 NASA는 2000년대에 들어 무능력과 무의지의 상징이었다. NASA가 계속 수의계약으로 파트너를 선정하자, 머스크가 NASA와 소송전에 돌입해 승소한 뒤 경쟁 입찰에 참여한 일화는 그의 의지를 가늠케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도 이들은 왜 우주에 골몰하는가. 책에 비추어 보자면 머스크, 베이조스 등이 우주에서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년기에 품어온 사명감, 도전정신을 우주라는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주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이 됐다. 훗날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믿을 만한 놈인가, 미친놈인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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