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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카도 숨은 실세?최순실 조카 장시호문체부 K-스포츠타운 연루 의혹 #.2'비선 실세'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가 문화체육관광부의 K-스포츠타운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3"장 씨가 운영하는 영재센터와 차명회사 더스포츠엠이 장기적으로 K-스포츠 타운 운영을 겨냥해 세워졌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평창 특수'를 챙기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4장시호 씨는 최 씨의 친언니 최순득 씨의 딸로스포츠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시설은 최 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사퇴한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직접 지시했다는 문체부 내부 증언도 나와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5"김 전 차관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 해서 만든 정책이다. 스포츠산업 투자활성화 방안에 급히 포함시켰다"-문체부 관계자 #.6김 전 차관이 기획한 문체부의 'K-스포츠 타운'은민간 투자를 받아 스포츠 교육·체험 목적의 K-스포츠 타운을 조성하고이를 위탁 운영할 스포츠 전문 마케팅 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죠.#.7문제는 이 K-스포츠 타운과 장시호씨의 사업이 절묘하게 맞닿는다는 점입니다.장씨는 정부 발표를 예상한 듯 문체부의 발표 한 달 전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했고 얼마 후 더스포츠엠도 설립했습니다. #.8또한 장 씨의 영재센터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문체부의 문건과 똑같은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우수한 체육 영재를 조기에 선발·관리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영재 센터의 사업계획서 中 '글로벌 스포츠 유망주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홍보'-문체부가 내부 문건으로 밝힌 K-스포츠타운 목적#.9영재센터는 뚜렷한 실적이 없는 신생 단체지만이미 문체부로부터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따냈습니다. 더스포츠엠은 K스포츠재단의 국제 행사 용역을 유치했죠.#.10이 때문에 김태년 의원실은 최 씨와 김 전 차관, 장 씨로 이어지는'검은 커넥션'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장 씨가 김 전 차관을 '판다 아저씨'로 부르는 등 친하게 지냈다"는 스포츠업계 관계자들의 증언도 있죠. #.11장시호 씨의 차명회사 설립에 K스포츠재단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K스포츠재단 전 이사인 이철원 연세대 교수가 더 스포츠엠 설립에 관여했다는 것인데요 당사자인 이 교수는 회사 설립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죠.#.12비선실세 의혹에 조카까지 포함되며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검찰은 그 검은 장막을 다 걷어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원본: 박훈상 기자·신동진 기자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스포츠 유망주 교육시설인 ‘K-스포츠 타운’을 장악하기 위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스포츠마케팅 회사 ‘더스포츠엠’을 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2일 “장 씨가 운영하는 영재센터와 차명회사 더스포츠엠이 장기적으로 K-스포츠 타운 운영을 겨냥해 세워졌다”며 “평창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평창 특수’를 챙기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최 씨의 친언니 최순득 씨의 딸로 스포츠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해당 시설은 최 씨와 연루 의혹을 받고 사퇴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직접 지시했다는 문체부 내부 증언도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 해서 만든 정책”이라며 “스포츠산업 투자활성화 방안에 급히 포함시켰다”고 의원실에 증언했다. 이날 동아일보가 김태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문체부의 ‘K-스포츠 타운 조성’ 문건에는 문체부가 민간 투자를 받아 스포츠 교육·체험 목적의 K-스포츠 타운을 조성하고 이를 위탁 운영할 스포츠 전문 마케팅 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7월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스포츠산업 투자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K-스포츠 타운 조성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이 기획한 K-스포츠 타운과 장 씨의 사업이 절묘하게 맞닿는다는 점이다. 장 씨는 정부 발표를 예상한 듯 지난해 6월 주도적으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하고 업무를 총괄했다. 올해 3월에는 영재센터 직원 명의로 더스포츠엠을 설립했다. 영재센터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문체부 산하 기관 등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우수한 체육 영재를 조기에 선발·관리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사업 목적으로 명시했다. 문체부가 K-스포츠 타운을 계획하며 표방한 ‘글로벌 스포츠 유망주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홍보’와 똑같다. 더스포츠엠은 종합 스포츠 스쿨 운영과 스포츠매니지먼트 기능을 강조했다. 영재센터는 뚜렷한 실적이 없는 신생 단체지만 이미 문체부로부터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따냈고, 더스포츠엠은 최 씨를 지원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이 있는 K스포츠재단의 국제 행사 용역을 유치했다. 이 때문에 김태년 의원실은 최 씨와 김 전 차관, 그리고 장 씨로 이어지는 ‘검은 커넥션’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포츠업계 관계자들은 “장 씨가 김 전 차관을 ‘판다 아저씨’로 부르는 등 친하게 지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장 씨의 차명회사 설립에 K스포츠재단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스포츠계에선 “K스포츠재단 전 이사인 이철원 연세대 교수가 더스포츠엠 설립에 깊이 관여했다. 이 교수가 더스포츠엠 이사로 이름을 올린 한모 씨(35)를 불러 ‘스포츠매니지먼트 업체를 크게 키우자’며 입사를 권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세대 출신은 영재센터에도 포진해 있다. 영재센터 회장인 전 스키 국가대표 허승욱 씨, 이사인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전이경 씨도 연세대 출신이다. 더스포츠엠은 소속 선수로 허 씨 이름을 올려두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교수는 “회사 설립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동진 기자}

K스포츠재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가 차명(借名)으로 설립한 회사에 용역사업을 몰아준 정황이 1일 확인됐다. 공익 목적으로 설립했다는 재단의 자금을 최 씨가 허위 용역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최 씨 일가는 차명 회사를 앞세워 ‘합법적으로’ 따낸 것이다. 장 씨는 최 씨의 언니 순득 씨의 딸이다. K스포츠재단은 6월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16 국제 가이드러너 콘퍼런스’를 열었다. 1월 재단 설립 후 처음 주최한 이 국제 학술행사에는 9000만 원이 들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특수체육학회가 후원했다. 문제는 콘퍼런스 진행 용역업체로 3월 설립된 신생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더스포츠엠’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등기이사 1명, 자본금도 1000만 원에 지나지 않는 더스포츠엠은 이렇다 할 경력도 없어 국제 행사를 치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더스포츠엠은 두 장짜리 간단한 견적서만 제출하고도 경쟁 업체를 제치고 사업을 따내 약 5000만 원을 받았다. 발주처인 K스포츠재단에서는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를 오가며 일한 박모 과장이 계약했다. 그는 최 씨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된다. 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실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더스포츠엠은 장시호 씨가 K스포츠재단 사업을 따내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차명 회사다. 작은 회사였지만 자사 명의로 대표의 운전기사 모집 광고를 내기도 했다. 더스포츠엠의 초대 등기이사로 등재한 이모 씨(29)는 지난해 6월 장 씨가 설립을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직원이었다. 그는 영재센터가 동계스포츠 영재 육성사업 명목으로 2억 원을 지원받기 위해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담당자 이모 과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영재센터는 별다른 실적이 없던 신생 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올해까지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따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영재센터 사무총장으로 불리며 행정을 총괄한 장 씨는 직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차명 회사 설립을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영재센터 직원이 더스포츠엠에 가서 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재센터 건물 관계자는 “영재센터 직원이 센터 사무실은 창고처럼 쓰고 정작 업무는 더스포츠엠 건물에서 봤다”고 증언했다. 두 회사의 사무실은 불과 9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두 사무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스포츠엠은 인터넷에 남은 회사의 기록마저 깨끗이 정리했다. 더스포츠엠은 이 씨의 후임으로 장 씨와 연세대 동문이자 K스포츠재단 전 이사인 이철원 연세대 교수의 제자인 한모 씨(35)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 씨는 “후배 소개로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이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냥 직원일 뿐이지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자신은 실제 회사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동진 기자}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공익 목적으로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설립한 K스포츠재단의 자금 일부를 개인 회사로 빼돌린 정황이 31일 확인됐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 씨 지시로 K스포츠재단이 더블루케이와 두세 건의 용역 계약을 맺었는데 전체 규모가 총 8억 원 정도”라며 “더블루케이가 돈만 받고 용역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허위 계약”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용역 계약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검찰도 자금 추적 과정 등을 통해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재단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을 최 씨에게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K스포츠재단 설립 하루 전인 1월 18일 최측근인 고영태 씨(40)를 이사로 내세워 더블루케이를 설립했다. 최 씨는 더블루케이를 통해 재단의 수백억 원대 자금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단 관계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대기업이 공익 목적으로 288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의 자금을 최 씨가 빼돌린 것으로 횡령에 해당한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더블루케이가 허위 용역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빼돌린 횡령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횡령 금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그동안 최 씨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K스포츠재단 설립의 순수성, 자발성을 강조하며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 계속 반박했다. 최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감사해 보면 당장 나올 것을 가지고 (돈을) 유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적극 부인하기도 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기업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논의를 시작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며 “내 아이디어”라고 강조하다 31일 검찰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모금하게 됐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날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간 용역 계약은 확인되지 않았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정경련도 “양쪽의 용역 거래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블루케이 대표를 지낸 최모 변호사, 조모 전 대표도 동아일보에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블루케이는 최 씨가 실제 소유주고 자신은 ‘바지 사장’이다”라고 밝힌 인물이다. 현재로선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을 수시로 오가며 일했던 K스포츠재단 박모 과장과 고 씨 등 최 씨의 측근이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 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최 씨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으며 재단 사업을 챙겼다는 고영태 씨 지인의 증언도 나왔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거래 내용을 보고했는지 여부도 수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은 그의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방 기밀, 경제정책, 대외비 외교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해외 도피 중인 최 씨는 26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태블릿PC를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며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최 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태블릿PC 이름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개명 전 이름(유연)을 딴 ‘연이’인 데다, 태블릿PC에서 최 씨의 셀카 사진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검찰도 문제의 태블릿PC 소유주를 최 씨로 보고 있다. 태블릿PC를 입수해 분석 중인 검찰은 27일 “(최 씨가 실사용자라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를 제3자가 입수해 보관하고 있다가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도 “태블릿PC는 최근에 사용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태블릿PC를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한 특수1부 검사들이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정 아래 태블릿PC를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는 최 씨의 측근으로 활동하다 사이가 틀어져 그의 국정개입 의혹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 등이 거론된다. 최 씨는 태블릿PC에 들어있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근거로 24일 청와대 문서 유출의혹을 제기한 JTBC의 보도 경위에 대해서도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태블릿PC를 누군가가 언론에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최 씨가 독일에서 집을 옮길 때 ‘버리라’며 태블릿PC를 독일 경비원에게 주고 간 것 같다. 이것을 JTBC 기자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 보안업계는 이미 검찰이 디지털포렌식(디지털 데이터 등의 정보를 과학적으로 수집 및 분석하는 것)을 통해 태블릿PC의 실사용자가 누구였는지 밝혀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디지털포렌식 업체 대표는 “태블릿PC로 e메일에 접속했다면 인터넷주소(IP주소)를 알 수 있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켰다면 사용자의 위치정보 이력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의 기술로도 단 하루면 실사용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준일·신무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에게 연설문을 사전에 전달했다는 점은 시인했지만 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 씨의 태블릿PC에서는 인사, 외교 등 국정 관련 문서들도 상당수 발견됐다. 청와대에서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최 씨와 접촉하면서 자료를 보내줬다는 얘기다. 최 씨의 태블릿PC 소유주는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 명의였고, 이 법인 대표가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행정관으로 확인됐다고 jtbc가 26일 보도했다. 최 씨가 김 행정관이 개통한 태블릿PC를 통해 청와대 문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SNS 팀장을 맡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한 뒤 행정관으로 임명돼 뉴미디어실에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jtbc에 따르면 최 씨 태블릿PC에 깔려있는 카카오톡의 친구 명단에는 김 행정관이 ‘한 팀장’이라는 애칭으로 저장돼 있었다. 최 씨가 김 행정관에게 ‘하이(Hi)’라고 격의 없이 인사할 만큼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로 추정된다고 jtbc는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김 행정관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최 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다. 정 비서관은 26일 새벽 귀갓길에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매일 자정에나 퇴근하는데 언제 (최 씨에게) 가서 (문건을) 전달하느냐. e메일로도 전한 바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jtbc는 최 씨 태블릿PC에 들어있는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 문서 파일 여러 건의 작성자 ID(‘narelo’)가 정 비서관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PC에는 또 다른 ID가 등장하는데, 이 ID의 주인이 만든 문서를 정 비서관이 손을 봐서 최 씨에게 넘어간 유통 경로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greatpark1819’라는 ID의 정체도 관심을 끈다. 이메일에 암호가 걸려 있고 해당 계정이 폐쇄돼 내용 확인이 어렵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 관련 ID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사 검증과 내부 감찰 업무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전직 공무원 출신 C 행정관과 D 행정관 등이 ‘최순실 라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뿐 아니라 박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윤전추 행정관이 ‘핵심 실세’라는 얘기도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최 씨의 비밀 의상 제작실에서 박 대통령의 의상을 챙겨오기도 한 윤 행정관을 최 씨가 추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 집권 44개월간 청와대의 보고 및 의사결정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이들은 권력 운용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원칙’이 무너진 점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 때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고리 3인방 등 소수 인원만 박 대통령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장관들이 처음에 정 비서관에게 박 대통령 대면보고 시간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다가 몇 차례 정 비서관에게서 ‘그냥 보고서를 올리라고 합니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 다음부터 대면보고를 요청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주로 전화로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다. ‘정윤회 동향 보고’의 작성자인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박관천 전 행정관은 2014년 상반기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문고리 3인방은 박 대통령의 피부다. 옷(다른 참모진을 의미)은 벗어버리면 되지만 피부가 상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몸(박 대통령)이 다친다.” 현 청와대에선 연설기록비서관조차 박 대통령을 대면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 씨가 광범위하게 국정에 개입할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는 대통령 연설문에만 손을 댔을까. 25일 일명 ‘최순실 파일’의 파일명 분석과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최 씨가 국정 운영을 일일이 훑고 있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정 운영 얼마나 들여다봤나? ‘최순실 파일’의 파일명 ‘정부조직개편안 평가’, ‘고용복지-업무보고-참고자료’, ‘가계부채―B’ 등은 각각 행정, 복지, 경제 관련 국정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말씀자료’, ‘121228 청와대회동’ 같은 파일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최 씨가 파악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방 기밀이나 경제 정책 내용을 담은 자료도 최 씨는 볼 수 있었다. JTBC는 이날 최 씨가 2012년 대선 직후인 12월 28일 이명박(MB)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독대 시나리오도 사전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가 안보 기밀, 경제 정책 내용 등을 다룬 비공개 단독 회동은 같은 날 오후 3시에 시작됐다. 그러나 최 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58분에 시나리오를 미리 봤다는 것. 이 시나리오에는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 접촉을 했다’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고 JTBC는 보도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남북 물밑 접촉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을 민간인이 본 것이다. 또 다른 언론은 “최 씨가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고, 모임 주제의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었다”는 증언까지 보도했다. 외교적 마찰을 부를 수도 있는 대외비 외교문서도 ‘최순실 파일’에 포함됐다.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파일은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단을 만나서 할 대화의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을 확률이 높다. ‘호주 총리 통화 참고자료’처럼 박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 원수와 대화를 나눈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 파일 목록에는 ‘대통령당선인 대변인 선임 관련’, ‘역대 경호처장 현황’, ‘홍보 SNS 본부 운영안’ 등 인수위원회 및 청와대 인사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JTBC에 따르면 ‘홍보 SNS 본부 운영안’을 최 씨가 받은 건 2012년 12월 29일이었다. 이 문건에 있는 변추석 본부장은 2013년 1월 4일 실제 대통령직인수위 홍보팀장으로 임명됐다. ‘역대 경호처장 현황’ 문건은 청와대 경호처장 현황과 군인, 경찰, 경호처 출신들의 장단점과 후보군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TV조선은 최 씨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나온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2014년 6월까지 재직한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이중희 민정비서관, 김종필 법무비서관의 사진과 프로필이 들어 있으며, 홍 수석의 후임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감사위원이 추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곽 감사위원은 실제 임명되지는 않았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하는 민정수석실 문건을 ‘최측근’이 자유롭게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TV조선은 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인사청탁 e메일을 최 씨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차관은 늦은 밤 수시로 최 씨를 만나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현안과 인사 문제를 보고했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김 차관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대통령 이미지까지 관리? ‘우표시안’ ‘우표제안’ ‘나만의 우표 사진교체’ 등 우표 제작을 위해 필요한 파일도 나왔다. 2013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발행된 박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제작 관련 파일로 추정된다. 최 씨가 기념우표 제작에도 관여했을 수 있다. ‘오방낭’이라는 파일도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카퍼레이드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해서는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나뭇가지에 달린 장식이 오방낭으로 청·황·적·백·흑 오색 비단을 모아 만든 주머니를 뜻한다. 당시 취임식 준비 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취임식을 준비한 기획사 측에서 애초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대형 오방낭을 씌우자고 제안했지만 문화재청에서 난색을 보여 결국 무산됐다고 전했다.○ 파일만 받았을까? 한 언론은 이날 미르재단 전 측근의 말을 인용해 “거의 매일 밤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 최 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로 자료를 들고 왔다”며 “이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3인방’ 중 한 명인 정 비서관이 최 씨에게도 ‘서면보고’를 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14년 7월 국회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밤마다 청와대 서류를 보자기에 싸서 나온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고 질의한 적이 있고, 이 비서관은 “하다 만 서류라든지 집에 가서 보기 위한 자료들을 가지고 가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의 의견 교환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했다. 최 씨의 PC엔 드레스덴 연설문을 수정한 2014년 3월까지의 파일이 보관돼 있었다. 2014년 3월은 박관천 전 경정의 청와대 자료 유출 의혹이 내부적으로 본격화되던 시점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에게 연설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과 유출 경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무·경제·교육문화 등 각 수석비서관실은 먼저 해당 분야별로 주요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를 만든다. 이를 취합해 연설문 초안을 만드는 역할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맡는다. 각 수석실은 초안을 검토한 뒤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다듬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원고를 만든다. 박 대통령이 원고를 다시 한 번 점검해 수정한 뒤 연설문 최종본이 나오는 구조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연설문 내용이 상당히 바뀔 때가 종종 있다”며 “최종본은 행사 직전에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최 씨에게 전달된 연설문은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원고로 보인다. 최 씨의 PC에서 발견된 연설문에는 수정 흔적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최종 수정 단계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실무 작업을 맡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정 비서관이 최 씨에게 원고를 보내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씨가 아니라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에게 문건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유출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감사는 이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자료 전달은 e메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안에는 내부망과 외부망에 접속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청와대 문건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정황이 있다는 점도 e메일 발송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문서 관리는 엄격히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를 하면 e메일 발송자를 찾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것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연설문 유출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 포함될지 등 따져 봐야 할 쟁점이 많다. 연설문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지만 유출 행위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과 ‘정윤회 문건’ 파문 사건에서 법원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공개가 예정된 연설문이라도 연설 전까지는 기밀등급이 부여된 자료이므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박훈상·신나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 씨를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표현하면서 새삼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최 씨의 이름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엄정 처벌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최 씨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한 뒤 공식 석상에서 입는 의상을 청와대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언론은 최 씨가 서울 강남의 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박 대통령이 입을 의상에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2014년 8월 해외 순방 직전 최 씨가 대외비인 대통령 일정표를 미리 받아 의상을 골라 준 것으로도 드러났다. 영상 속에서 최 씨는 부산하게 움직이며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옷감을 만져 보며 금장이나 브로치 같은 옷의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했다. 운동화나 구두도 직접 골랐다. 최 씨가 의상 작업을 하는 동안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 이모 행정관은 마치 비서가 시중을 드는 듯이 최 씨를 도왔다. 이곳에서 박 대통령의 헬스트레이너로 알려진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최 씨의 작업을 돕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이 2013년 여름휴가 때 찍은 사진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와대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기 이틀 전부터 저도에서 찍은 미공개 사진 8장을 최 씨가 갖고 있었던 것. ‘130728-휴가’란 사진 파일의 제작 날짜는 박 대통령이 그해 경남 거제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시기와 일치한다. 박 대통령은 이틀 뒤 저도에서 찍은 여름휴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렸다. 파일명 ‘홍보SNS본부 운영안’은 박 대통령의 SNS를 최 씨가 관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 씨는 10·26사태 후 청와대를 나온 박 대통령의 이른바 ‘블랙아웃 18년’ 기간 박 대통령이 은둔할 때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이름이 세간에 처음 알려진 건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였다. 당시에는 최 씨보다는 최 씨의 아버지인 최태민 목사 일가의 재산 의혹이 주요 이슈였다. 최 씨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건 2014년 말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의 ‘비선 실세 개입 의혹’ 때문이었다. 그나마 당시에도 최 씨는 주변인 정도로 취급받았다. 최 씨는 단국대 영문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원 영문학과를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0년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고액 영재 교육 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강경석 coolup@donga.com·박훈상 기자}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뿐 아니라 정부조직 개편, 경제정책, 외교 등 국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4일 공개된 최 씨의 PC에 저장된 파일명을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대외비 외교문서, 국정 및 인사문서 등이 적잖이 포함돼 있었다. 외교문서 중에는 유출될 경우 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자료’, ‘호주 총리 통화 참고자료’ 등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파일도 있었다. 국정 문서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평가’나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의 ‘121228 청와대 회동’ 등 거시적 국정운영 방안부터 동선(動線)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까지 다양했다. 이 밖에 ‘대통령당선인 대변인 선임 관련’, ‘역대 경호처장 현황’ 등 극비 인사파일과 ‘가계부채-B’, ‘고용복지 업무보고 참고자료’ 등 경제정책 관련 자료도 다수였다. ‘휴가’ ‘옷’ 등의 파일들은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사생활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130728_휴가’라는 이름의 사진 파일은 2013년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냈던 때와 일치한다. 청와대는 경호상 이유로 박 대통령의 휴가지를 공개하지 않는데 최 씨는 이를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60)가 사전에 받았고 상당 부분 수정까지 했다는 의혹은 지금까지 최 씨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 문화 체육계에 머물던 ‘최순실 게이트’가 청와대로 번지게 된 것이다.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되거나 최소한 청와대 실무자 단계에서 연설문을 주고받은 것이 확인되면 정권은 도덕성과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무실 PC에는 각종 문서 파일 200여 개가 저장돼 있었다. 대부분 청와대 관련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대통령 연설문, 국무회의 말씀자료뿐 아니라 대선 후보 시절 유세문과 당선인 소감문까지 포함됐다. 최 씨가 파일을 열어본 시점은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최장 3일 이상 앞선 시점이었다. 앞서 최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 씨는 해당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방송은 컴퓨터 파일 기록을 분석한 결과 최 씨 측이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이 모두 대통령의 실제 연설 전이었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고 씨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인 셈이다. 방송은 최 씨 측이 드레스덴 연설문을 하루 전에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 것은 2014년 3월 28일 오후 6시 40분경인데 파일 형태의 원고를 열람한 시간은 3월 27일 오후 7시 20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 씨 측이 미리 받아본 원고에 적힌 붉은 글씨가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 달라져 누군가가 연설문을 수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통해 “한국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자원 노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당시 연설은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이번 정부의 국정 철학이 가장 잘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2013년 7월 23일 오전 박 대통령은 제3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지 2년이 지났다. 국민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서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컴퓨터 파일은 회의 시작 2시간 전인 8시 12분에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저장돼 있었다. 방송은 최 씨 측이 청와대 인사까지 미리 받아본 정황도 보도했다. 2013년 8월 청와대 비서진 개편 당시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대거 교체된 ‘깜짝 인사’로 불렸다. 그런데 최 씨 측은 청와대 최측근 참모가 작성한 파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미리 알고 있었다. 청와대 생산 문서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밖으로 유출하면 안 된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되고 접수된 모든 기록물이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자료 등은 내용의 중요성 때문에 사전 보안을 철저히 지킨다. 다만 JTBC는 이날 보도에서 최 씨 측이 받은 파일을 단순히 수정한 건지, 누군가에게 다시 건넸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문서에선 내용 순서를 바꾸는 등 수정 흔적이 포착됐다. 파일이 담겨 있는 컴퓨터의 아이디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으로 돼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실소유했다는 서울 강남의 고급카페를 운영한 법인 임원이 3월 정부의 창업 진흥 행사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가상현실(VR) 제품을 시연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최 씨가 실소유하며 정재계 유력인사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페 ‘테스타로싸’는 ㈜존앤룩C&C라는 법인이 운영했다. 이 법인에 등재됐던 이사 중 한 명인 마모 씨(40)는 VR 문화콘텐츠 전문기업인 G사를 운영하며 각종 정부 행사에 참여했다. 마 씨는 3월 경기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혁신기업가로 소개되며 박 대통령 앞에서 제품을 시연했다. 마 씨와 함께 존앤룩C&C 법인에 등재된 또 다른 이사는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었던 김성현 씨(43)다. 이사 등재 경위를 묻는 본보 질문에 마 씨는 이날 “이사로 등재된 줄 몰랐다. (최순실 씨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 씨가 운영하는 G사는 또 6월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프랑스 파리에서 주최한 ‘케이콘(K-CON) 2016 프랑스’에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기업과 문화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마 씨와 관련한 이런 사실들은 최 씨와 함께 카페 운영에 관여한 인물이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이유가 최 씨의 힘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정황이다. 최 씨는 철저히 뒤로 숨고 대리인을 앞세우는 ‘수렴청정’ 방식으로 여러 사업체를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가 평생을 써 오던 이름을 2014년 2월 갑자기 개명한 것도 ‘그림자 경영’을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 씨가 몸을 숨기는 동안 ‘대리인’들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빼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과 독일의 더블루케이는 최 씨 측근이자 박 대통령의 가방을 만든 빌로밀로 대표 고영태 씨(40)가, 미르재단 쪽은 김성현 씨가 맡았다. 한국뿐 아니라 호텔 매입 계약 등 독일 현지에선 박승관 변호사(45)가 움직일 뿐 최 씨는 뒤로 빠져 있었다. 테스타로싸 카페 운영도 최 씨는 철저히 뒤에 숨었지만 문을 닫은 후 카페에서 쓰려고 구입한 컵과 접시 등은 박스째 최 씨의 자택 건물 지하 2층 주차장에 보관돼 있었다. 이런 철저한 그림자 경영 탓에 대리인들과 만나는 사람들은 ‘최서원 회장’의 이름을 듣고서도 그가 최순실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더블루케이 초대 대표인 조모 씨(57)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를 차린다며 소개받은 최서원이란 사람을 만났지만 그가 최순실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의혹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들도 막연히 ‘제3의 인물’이 있다고 추측할 뿐 최서원이라는 인물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 씨의 아버지 정관모 씨는 채널A 기자를 만나 “며느리였던 최순실 씨가 아들(정윤회 씨)과 박근혜 대통령을 멀어지게 했다. 결국 그 일로 아들 부부가 이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애비(정윤회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들이) 대통령에게 섭섭해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준일·최지연 기자}
11일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3명 피살사건의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필리핀 현지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0억 원가량의 투자 사기를 저지른 심모(51) 박모(47) 맹모 씨(48·여)를 필리핀에서 살해한 피의자 중 한 명으로 30대 중반의 남성 김모 씨를 19일 경남 창원시에서 긴급 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달 15일 출국한 김 씨는 필리핀에서 심 씨 등과 함께 머물다 사건 발생 직후인 13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필리핀 현지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 박모 씨를 현지에서 검거하려 했으나 그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박 씨 역시 지난달 15일 필리핀으로 출국했으며 수억 원의 도피자금을 갖고 현지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가 현지인에게 살인을 청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2명 이상이 총기 살인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와 김 씨는 서로 알던 사이다. 박 씨는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정킷방’(카지노 VIP룸)에 투자했다. 박 씨는 심 씨 등 살해당한 3명과도 알던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세 사람이 필리핀으로 건너가 박 씨에게 숨을 곳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씨가 세 사람이 돈이 많은 사실을 알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고 백남기 농민이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는 상황을 기록한 경찰 상황보고서가 공개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파기됐다”고 주장했던 보고서가 존재한 것으로 밝혀져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상황 속보에는 백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기록돼 있다. 경찰은 “(백남기) 물포에 맞아 부상. 서울대 병원으로 후송,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치료 중”이라고 상황 속보를 작성했다. 상황 속보는 대규모 집회에서 정보 경찰관이 현장 상황을 지휘부와 관련 부서에 시간대별로 전달하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황 속보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 등 불법 시위 가담자 형사사건 증거 서류로 제출했던 것”이라며 “최초 작성한 정보 부서는 파기했지만 수사 부서에서 이를 보관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수사 부서가 증거 서류를 제출한 뒤에는 경찰 내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백 씨가 쓰러질 당시 옆에 있던 이른바 ‘빨간 우의’가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조합원 A 씨로 드러났다. A 씨가 동영상 속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 씨 위에 올라타는 장면이 나와 ‘빨간 우의가 백 씨를 주먹으로 가격해 사망했다’는 의혹이 일부 보수단체에서 제기됐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정지영 기자}
필리핀 피살 한국인 3명이 150억 원대 투자 사기 피의자로 드러났다.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노린 계획적인 청부살인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11일 필리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심모 씨(51)와 박모 씨(47), 맹모 씨(48·여)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태라고 14일 밝혔다. 세 사람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에 J투자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올해 8월까지 투자자 300여 명에게서 투자금 148억 원을 챙긴 혐의다. 심 씨와 박 씨는 8월 16일 홍콩으로 출국해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맹 씨는 3일 뒤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범행이 발각될 것을 예상한 심 씨와 박 씨가 먼저 출국해 홍콩에서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범죄 수익을 세탁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투자 수익을 받지 못하던 피해자들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고 8월 24일부터 서울 송파경찰서와 수서경찰서에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국내에 남은 회사 간부 A 씨를 조사해 살인사건과의 연관성, 돈의 행방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일어난 한국인 피살사건은 한국인끼리 금전적 갈등이나 개인적 원한으로 계획된 살인이 대부분이다. 범죄 수익을 갖고 출국했기에 이를 노린 청부살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사업 문제 등으로 현지인과 갈등을 겪다가 살해됐을 수도 있다. 만약 청부살인이라면 현지에서 해결된 사례가 드물어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피해자는 피해 금액을 돌려받아야 하기에 극단적인 범행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 현장에 도착한 한국 경찰 수사팀은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이후 네 차례 경찰을 파견해 2건을 해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5월 경기 안산시의 한 놀이터에서 무인비행기(드론)가 일곱 살 조모 군 얼굴로 추락했다. 조 군은 코 부위에 5cm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눈 부위를 맞았다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3월 부산 연제구에서는 축제에 참가한 인파 위로 드론이 떨어져 40대 남성이 다쳤다. 드론 추락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불법 드론이 대량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014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드론 5만8430대를 밀반입한 조모 씨(31) 등 일당 19명을 전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최대 드론 밀반입 사건이다. 조 씨는 정상 드론 제품에 불법 드론을 섞는 ‘끼워 넣기’ 수법으로 인천항을 통해 207차례나 밀반입했다. 그런 다음 위조한 국가통합인증(KC) 마크를 붙여 팔았다.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드론은 전파 장애로 인한 추락, 충돌 위험성이 정품보다 높아 ‘날아다니는 흉기’로 불린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휴대전화와 드론이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쓰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불법 드론은 휴대전화에서 나온 주파수 때문에 갑자기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드론 1226대를 압수했지만 나머지 5만7000여 대는 유명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인형 뽑기 게임기, 축제 야시장 등에서 이미 팔렸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 일당의 범행 기간에 경찰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드론 사고와 제품 불량 민원이 급증했다”며 “드론에 붙어있는 인증번호를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조회하면 정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드론 판매 업체는 KC 마크와 방송통신위원회 인증번호, 모델명을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본보가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드론 업체 10곳을 확인해 보니 3곳이 불법 드론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 곳은 KC 마크와 인증번호가 없었고 다른 2곳은 확인해 보니 가짜 인증번호였다. 단속 기관은 불법 드론 판매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드론 수십만 개가 유통되니 단속이 어렵다”며 “신고와 민원이 들어오면 처리하지 정기 단속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살인사건은 올해만 4번째다. 13일 경찰청과 외교부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오전 7시 반경 필리핀 팜팡가 주 바콜로 시 소재 사탕수수 밭에서 한국인 A 씨(51)와 B 씨(46), C 씨(4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머리 옆 부분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A 씨는 발이 테이프로 결박된 채 몸이 반쯤 매장된 상태였다. 그로부터 5m 떨어진 곳에서 B 씨와 C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C 씨는 손이 묶여 있었다. 사망자들은 반바지 반팔 티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바콜로 시는 앙헬레스에서 남쪽으로 25km 거리에 있다. 인구 3만 명 규모의 소도시다. 사건 발생 장소는 농촌 지역이라 한국인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한국 경찰은 필리핀에서 발생했던 전형적인 청부살인과 다른 점을 주목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들을 한적한 지역으로 납치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인지, 단순 강도사건인지 확인할 계획”이라며 “시신을 결박하고 유기한 점을 볼 때 상대방에게 총을 쏘고 바로 달아나는 전형적인 청부살인 양상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2012년 이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한꺼번에 피살된 사건은 처음이다. 잔혹한 범행 수법 때문에 범죄 조직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망자는 경미한 전과는 있지만 수배 상태는 아니었다. A 씨와 B 씨는 8월 16일 출국해 홍콩을 경유, 필리핀에 입국했다. C 씨는 같은 달 19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건너갔는데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현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초동수사 단계부터 합동수사하기 위해 현장감식 및 범죄분석 전문 경찰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총기 분석 전문가 1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이들은 각 분야 근무경력이 12∼25년인 베테랑이다. 현지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경찰 5명과 경찰 주재관 등도 수사를 지원한다. 필리핀에는 한국 교민 9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연간 120만 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찾는다. 이번 피살 사건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살인사건이 올해 4차례 발생해 총 6명이 사망했다. 최근 3년간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지 교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강력 범죄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총기 100만 정이 불법 유통되고 한국 돈 250만 원 정도면 청부살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조숭호 기자}
중국인 해커가 국내 인터넷 공유기를 대량 해킹해 네이버 포털사이트 계정 1만 여개를 만들어 국내에 유통했다. 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업체는 이 해커로부터 구입한 포털 계정으로 제품홍보글을 올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과는 올해 2월 12일부터 6월 15일까지 수천 대의 공유기를 해킹해 공유기에 접속한 스마트폰 1만3501대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심은 중국 요녕성 거주 해커 왕모 씨를 쫓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왕 씨는 악성 앱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가입에 필요한 인증번호 문자메시지를 빼낸 다음 포털 계정 1만1256개를 만들었다. 경찰은 왕 씨가 관리가 허술한 가정용 공유기를 노린 것으로 파악했다. 공유기 해킹 수법은 확인되지 않았다. 왕 씨는 가짜 인적사항을 입력해 만든 포털 계정을 개당 4000원에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해커가 경유한 가상사설망(VPN) 업체를 압수수색해 왕 씨를 특정했다"며 "돈만 노린 범죄라 스마트폰의 개인 정보를 빼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왕 씨에게 포털 계정을 구입해 사용한 바이럴마케팅 J업체 사장 정모 씨(33) 등 6명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J업체는 포털 계정을 판다는 포털 게시글을 보고 메신저를 이용해 정보를 넘겨받았다. J업체는 왕 씨에게 구입한 계정 147개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계정 5300여 개를 16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구입한 계정으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식품 등 각종 제품 홍보글을 작성했다. 주로 네이버 지식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대학 신입생인데 민소매를 입으려니 겨드랑이 제모보다 미백이 더 신경쓰여요. 어떤 제품을 쓰면 효과를 보나요"라고 질문을 올리고, 다른 계정으로 "아줌마지만 같은 여자로서 겨드랑이 미백 고민은 똑같아요. ○○○을 써보세요"라고 답을 다는 식이다. 최근 공유기를 해킹해 금융정보를 빼내거나 디도스 공격을 벌이는 범죄가 잇달아 발생했다. 공유기 ID와 비밀번호를 'admin'과 '1111'처럼 구입 당시 설정된 상태로 방치하는 등 관리소홀로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유기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고, 공유기 와이파이(Wi-Fi) 암호를 설정해야 해킹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소셜커머스 대표 업체인 티켓몬스터(티몬) 고객들의 계정을 도용해 문화상품권 PIN(개인식별번호) 수백 개를 사용한 해킹 조직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상품권 PIN은 온라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10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8월 말 티몬 계정 66개가 도용당해 고객이 티몬을 통해 구입한 문화상품권 10만 원짜리 PIN 번호 375개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잠정 피해액은 3750만 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와 함께 정확한 피해금액을 확인 중"이라며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도 피해당한 사실이 없는 지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킹 조직은 기존에 유출된 ID와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티몬에 입력해 계정을 도용했다. 티몬 관계자는 "여러 사이트에 같은 ID와 비밀번호를 쓰는 고객들이 피해를 봤다.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상품권 사이트에 PIN을 등록하면 쇼핑몰과 게임사이트 이용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PIN 정보가 유출돼도 고객이 잔액을 조회하기 전에는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해킹 조직은 이를 노리고 현금처럼 사용했다. 8월 말 사건 발생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유명을 달리하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6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찰 지휘부가 고 백남기 씨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백 씨 사망의 경찰 책임론에 대해 이 청장은 “경찰 물대포에 의해 희생됐다고 단정 짓기는 그렇다. 저희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청장은 백 씨 조문 의사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처음으로 애도를 표해 감사하다. 여야 의원들과 함께 조문을 가주길 부탁한다”고 말하자 이 청장은 “여야 의원과 함께 가는 것이라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 이 청장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살수차 안전장비를 보강하고 운용 지침의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안전과 인권에 유의하도록 교육 훈련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백남기 특별검사(특검)’ 문제를 놓고 극심하게 대립하다가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더민주당 박남춘 의원 등은 “경찰은 대규모 집회나 상황 관리가 필요할 때 상황속보를 작성한다. 경찰청은 처음에는 ‘작성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폐기했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경찰이 민사재판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니 자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찰이 대대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안행위 위원들은 “야당이 경찰이 고의로 누락, 은폐했다고 주장한 상황속보는 이미 내부 규칙에 따라 파기하고 법원에 제출되지도 않은 자료”라며 “백남기 특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특검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복무 중인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아들의 ‘꽃 보직’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권력자 아들이 경찰 내 가장 선호하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것 자체가 정당성을 부여받기 힘들다”며 “보직 배치 프로그램이 (권력자) 아들들은 어떻게 하든 합격되도록 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4일 국감에서 서울경찰청 차장 부속실장이 우 수석 아들을 선발한 이유로 밝힌 “코너링이 좋았다”란 표현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표현상 문제로 세간의 화제가 됐는데 젊은 사람 중 운전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차를 타면 불안하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뽑았다는 표현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