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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59)이 집권 시절에 임명했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60)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측근에게 접근해 대선자금 수사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를 저지할 것을 권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프랑스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9일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2017년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피용 전 총리가 6월 24일 좌파 사회당(PS) 소속 올랑드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피에르 주예 엘리제궁 비서실장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피용 전 총리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자금 사건을 거론하며 “사르코지를 빨리 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가 돌아오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용 전 총리와 주예 비서실장은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인 날조”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그러나 주예 비서실장은 르몽드가 9월 자신을 인터뷰했던 녹음을 제시하자 사르코지 대선자금 수사에 관한 피용의 발언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호재를 만났다. 그는 10일 열린 당원 회의에서 “내게 씌웠던 혐의가 엘리제궁과 경쟁자가 만들어낸 더러운 정치적 음모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목청을 높였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해외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차남 혁기 씨(42)가 한 중남미 국가에서 여권을 구입해 신분을 세탁한 뒤 프랑스로 잠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미국 국세청(IRS)과 국토안보부(DHS)의 ‘유혁기 전담 수사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혁기 씨는 그동안 미국을 떠나 중남미 국가들을 전전하다가 최근 이 지역의 한 국가에서 여권을 구입해 신분을 세탁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새 여권을 이용해 프랑스로 몰래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 수사당국은 유혁기 씨의 해외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사용명세, 관련 자금의 움직임 등 각종 금융정보를 계속 추적해온 것으로 안다”며 “혁기 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프랑스로 몰래 입국하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선 현재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가 492억 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체포돼 구금된 상태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혁기 씨가 프랑스로 들어갔다면 마지막 신변 정리를 끝내고 그곳에서 재판을 받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과 정보 소식통도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이 프랑스에 가장 많은 데다 영향력 있는 법률 조력자를 구하기도 프랑스가 미국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스페인에 병합된 지 300주년을 맞은 카탈루냐 주가 분리 독립할지를 묻는 비공식 주민투표에서 독립 찬성 의견이 80%가 넘은 것으로 나왔다. 9일 실시된 카탈루냐 비공식 독립투표를 개표한 결과 16세 이상 유권자 540만 명 중 225만 명이 투표해 이 중 81%가 분리 독립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투표는 ‘카탈루냐가 국가가 되기를 바라느냐’와 ‘국가가 된다면 독립국이 되기를 바라느냐’라는 두 문항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BBC에 따르면 두 문항에 모두 찬성한 의견은 80.7%였으며 첫 문항에는 찬성했지만 독립국에 반대한 의견은 10%가량이었다. 두 문항 모두에 반대한 표는 4.5%였다. 앞서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카탈루냐 주 정부의 주민투표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카탈루냐 주는 약 4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비공식 투표를 강행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가 새로운 냉전에 빠져들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아니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의 계기를 제공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83)이 장벽 붕괴 25주년인 9일 기념행사에 참석해 ‘신(新)냉전’을 경고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관계를 언급하며 “유럽과 중동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강대국들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미국과 서방이 ‘승리주의’ 유혹에 넘어가 긴장 완화를 위한 새 국제질서를 만들지 못하고 독점적 지배체제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독일 통일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에서는 25주년 기념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과거 장벽이 있던 15km의 구간에 설치된 조명 풍선 8000개가 9일 밤 장벽이 무너진 시간에 맞춰 하늘로 치솟으면서 축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는 1990년 독일 통일 선포 당시 이곳에서 울려 퍼졌던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다시 연주했다. 주말 동안 최소 100만 명의 시민과 외국인 여행객들이 베를린을 찾았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등 국내외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보른홀머 거리에 새로 문을 연 베를린 장벽 기념 전시관에 참석한 메르켈 총리는 “1989년 당시 목욕탕에서 집으로 가던 중 서베를린으로 향하는 인파를 만나 평화행진에 합류했다. 장벽을 넘어 보른홀머에 도착했을 때 낯선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아 행복했다”고 회고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에서 앞으로 애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채찍형 74대를 맞거나 최고 4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의회는 7일 집 안에서 애견을 소유하거나 공공장소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초안을 제출했다. 의원 32명이 발의한 ‘애견 금지법’ 초안은 애견을 키우는 주인에게 태형이나 벌금형을 부과하고 개는 동물원이나 숲, 황야에 버리도록 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개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고 있다. 이슬람 고위 성직자들은 애견을 기르는 것이 이슬람 율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부유층 사이에선 애견 보유가 점차 유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은 개와 함께 외출한 주인에게 경고를 하거나 개를 압수하는 선에서 처벌해 왔다. 하지만 이번 초안은 “개나 원숭이 등의 애완동물을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오는 행위는 이슬람 문화를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의 위생과 평안을 해친다”며 처벌을 명문화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정부는 자국민의 애견 보유를 TV, 인터넷을 통한 서구 문화의 ‘침범’으로 보고 있다”며 “이 법안은 서방 문화에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새로운 문화적 갈등의 불씨를 예고하고 있다”고 평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대표적 보수파로 꼽히는 미국 출신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66·사진)을 교황청 대심원장(대법원장)에서 몰타기사단 사제로 전보 발령했다. 가톨릭교회의 최고법원 수장인 대심원장에서 한직인 몰타기사단 사제로 보낸 것은 사실상 좌천 인사다. 버크 추기경이 “교황이 (개혁을 위해) 나의 직위를 박탈하려 한다”고 여러 차례 발언해 어느 정도 예견된 인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임 대심원장에 교황청 외교부장인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망베르티 대주교를 임명했다. 버크 추기경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행보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등 보수 성향의 성직자들을 대변해 왔다. 그는 지난달 한 스페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가톨릭교회를 ‘방향타 없는 배’에 비유했고 지난달 열린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에서도 가톨릭교회의 동성애 포용을 앞장서서 반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에서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섬나 씨(48)의 범죄인 인도 재판 선고가 다음 달 17일로 연기됐다. 섬나 씨는 ‘악인의 변호사’로 유명한 파트리크 메종뇌브 씨 대신 다른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이 확인됐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 재판부는 5일 열린 공판에서 한국 정부에 강제노역 개념을 설명하고 유 씨의 범죄 혐의사실 추가 증거 및 예상 형량을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까지 자료가 도착하면 이를 검토한 뒤 같은 달 17일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섬나 씨 재판에는 먼저 선임된 메종뇌브 변호사 대신 에르베 테밈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다. 테밈 변호사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사건, 프랑스 고위층의 무기 판매 사건인 ‘앙골라 게이트’ 등을 맡은 거물급 변호사다. 테밈 변호사는 이날 “만일 섬나 씨가 한국으로 송환된다면 강제노역에 처해질 수 있으며 세월호 참사의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만일 외국에서 돈이 횡령됐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피고인을 외국으로 인도한다면 매일 모든 사람을 송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한국은 북한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유 전 회장이 설립한 프랑스 법인인 ‘아해프레스 프랑스’ 관계자뿐 아니라 유 씨의 남편과 아들로 추정되는 한국 남성 2명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연속으로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에서 46번째, 여성 중에는 5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됐다. 올해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아무도 푸틴을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아무도 그를 약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프란치스코 교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위에 올랐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6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최고경영자(7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8위)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2위에서 6계단 오른 46위를 차지했다. 여성 정상만 놓고 보면 메르켈 총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31위)에 이어 세 번째 순위다. 포브스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 주석과 같은 세계 지도자들을 바쁘게 만나고 있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49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3위로 평가됐다. 이 외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공동 35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0위,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45위에 각각 올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남부와 동부지역 주요 도시에 병력 증강을 명령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안보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병력 증강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노리는 남부 마리우폴, 베르단스크과 북동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는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분리주의자들이 2일 자체 선거를 실시한 데 이어 4일 선출된 대통령들이 공식 취임한 뒤 나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국가를 세우려는 시도에 제재 방침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9월 체결한 평화협정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평화협정의 결과로 반군 점령지역에 부여한 자치권을 취소하고 전기와 가스 공급을 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반군은 9월 초 휴전에 합의하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날 포로셴코 대통령 회견에 앞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한 반군 지도자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평화협상을 할 준비는 됐지만 정부는 이미 도네츠크가 다른 국가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군 통제 아래 있는 도네츠크 일부 지역도 자신들의 영토라며 이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신임 사무총장은 4일 “러시아군이 오늘 두 지역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며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평화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서방의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989년 11월 9일 밤 12시 무렵. 옛 동서독을 가르던 국경 검문소가 개방될 것이라는 소문에 수만 명의 동독인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었다. 위협을 느낀 동독 군인들이 국경 문을 열자 동독 주민은 ‘자유’와 ‘희망’을 외치며 서베를린 쪽으로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일부는 손에 망치를 들고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세기 최고의 ‘대격변’ 사건으로 꼽히는 베를린 장벽 붕괴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독일의 통일은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이어졌다. 또 분열됐던 유럽이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7일 베를린 시내에는 장벽 붕괴 사반세기 만에 다시 분단의 상징물들이 세워진다. ‘리흐트그렌체’, 즉 8000여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들어 있는 헬륨 풍선으로 만든 ‘빛의 국경’이다. 장벽이 서 있던 약 12km 구간에 설치되는 이 풍선은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일인 9일 밤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 연주와 함께 하늘로 날려진다. 자유와 통일을 축하하는 의미다.○ “통일독일은 인류의 거대한 실험실” 미국 보스턴글로브는 베를린 장벽의 건설(1961년)과 붕괴(1989년)는 “인류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은 이데올로기와 경제, 지배체제의 변화가 주민의 삶을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생생한 실험실이었다는 것. 독일 통일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동독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점이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인구통계학연구소(MPIDR)는 지난 25년 동안 동독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이 남성은 평균 6.2년, 여성은 4.2년 늘어났다고 밝혔다. 통일 직전인 1988년 기준으로 동독인의 평균수명은 서독인보다 여성은 3년, 남성은 2년 6개월 더 적었다. 1989년 통일 이후 이 격차는 점차 좁혀져 2011년 기준으로 서독지역 여성은 1개월, 남성은 14개월을 동독인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MPIDR 측은 “동독인의 기대수명 연장은 정부체제의 변화 속에 생활환경과 의료서비스의 개선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남한 남자의 기대수명은 77.8세, 북한 남자의 65.6세보다 12.2세 더 길었다. 통일 뒤 북한 주민들도 수명이 연장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국경이 사라졌지만 동서독 지역 간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펴낸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보고서는 “독일은 동독지역 인프라 투자와 경제성장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였지만 동독지역 생활수준이 서독의 3분의 2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주간지인 디 차이트 인터넷판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동서독 간 생활수준 격차를 통계자료와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동독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의 66%에 머물고 있다. 또 지난해 동독의 실업률은 10.3%로 통일 뒤 가장 낮았다. 하지만 서독 실업률 6%에 비해서는 2배에 가깝다. 동독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서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바람에 동독지역은 인구 고령화에 시달린다. 동독 인구는 1991년 1807만 명에서 지난해 1629만 명으로 줄었다. 동독의 부족한 젊은 인력은 폴란드와 체코에서 충원되고 있다.○ 동서독 유산이 서로 영향 준 통일 독일 동독 시절 유산의 영향으로 서독보다 더 좋은 지표를 보이는 분야도 있다. 영유아(0∼2세)를 위한 보육시설과 독감 예방주사 접종률은 동독이 서독보다 월등하게 높다. 예를 들어 동독에서는 3세 미만 영유아의 50%가량이 종일 보육시설의 돌봄 혜택을 받고 있지만 서독에서는 그 수치가 24%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과거 공산당 정권시절 동독 여성은 대부분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보육 시스템과 예방접종을 국가가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한 것으로 인식됐지만 25년이 지난 현재 독일은 동독의 유산을 많이 받아들여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은 동독 출신으로 통일 독일의 국가지도자가 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사민당과 대연정을 실시한 메르켈 총리는 가족수당, 은퇴연금, 최저임금제 도입 등을 통해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을 사회적 유대감과 정부 지원에 좀 더 관대한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또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군사동맹 관계에서도 더이상 고분고분하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고 러시아와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었다. 반면 동독에서 극우정당과 네오 나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우려를 낳고 있다. WP는 “많은 사람이 서구 자본주의 환상에서 깨어났지만 공산주의의 부활을 바라는 이는 없다. 극우 정치인들이 재빠르게 빈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고 경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사상 최악의 핵 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사고 때 방사선에 심하게 노출됐을수록 갑상샘암이 전이되는 등 병세가 악화되는 비율도 높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가 처음으로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역학(疫學) 및 생명통계학과의 리디아 자블로츠카 부교수를 제1저자로 하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1일 이 논문을 미국 암학회 공식 저널인 ‘캔서(Cancer)’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낙진으로 아동 또는 청소년 시절 방사선에 피폭된 1만2000명의 병력을 상세히 추적했다. 그 결과 사고 직후 측정 결과로부터 추정된 갑상샘 방사선 피폭선량이 클수록 암세포의 공격적 특질이 강하다는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실증적 방법을 통해 입증해냈다. 원전 사고와 갑상샘암 환자의 관련성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뿐만 아니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현에서도 나타나 사고 이후 50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갑상샘암 판정을 받았다. 자블로츠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후쿠시마에서 방사성 요오드에 노출된 이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노출된 이들이 가장 위험하다”며 이들은 갑상샘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캔서 편집진은 사설에서 “체르노빌 사고 이후 방사선에 의해 유도된 갑상샘암은 여전히 중요한 공공보건 이슈로 남아 있다”며 “방사선 노출과 관련이 있는 종양이 훨씬 빠르게 전이된다는 사실을 알고 고위험 집단에 속하는 환자들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 극빈국 중 하나인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27년간 집권했던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63)이 5선 연임을 노리다 실각했다.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1일 이사크 지다 중령(49·사진)을 과도정부 수반으로 추대했다. 최정예 대통령 경호실의 2인자인 지다 중령은 콩고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콩파오레는 1987년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에 오른 뒤 7년 임기로 2번, 5년 임기로 2번 등 4차례 재선되며 27년간 대통령 자리를 지켰다. 그는 2015년 선거에 다시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중임 제한을 철폐하는 헌법 개정안 표결을 시도하다 수만 명의 시위대가 의사당과 정부청사에 불을 지르며 반대 시위를 벌였고 결국 쿠데타로 이어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어에서 ‘삶을 만끽하다(Profiter de la vie)’란 말을 할 때는 ‘이득을 보다(Profiter)’란 단어를 쓴다. 삶을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문화적 기회와 복지 혜택을 꼼꼼히 챙겨 ‘이익’까지 보라는 의미다. 프랑스에서 이익을 챙기는 한 방법은 아이를 낳는 것이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각종 지원금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녀가 2명이면 소득과 관계없이 월 129유로(17만6000원), 3명이면 295유로의 가족 수당이 나온다. 개학 때가 되면 학용품 구입 보조금도 지급된다. 다자녀 가족은 세금도 감면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이민자들이 취업을 못해도 자녀만 많이 낳으면 먹고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이민정책 반대를 선동할 때 주로 이용하는 레퍼토리다. 기자도 올 여름방학 때 아이를 공립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삶의 혜택’을 실감했다. 두 달간 학교에 개설된 여가활동 센터에서 특별활동 교사들이 하루 종일 아이들을 데리고 파리의 박물관 견학, 체스와 축구교실, 수영과 음악 강습, 숲 속 산책 등 매일 색다른 체험을 하도록 해주었다. 만일 부모가 과외나 학원에 일일이 등록한다면 수백만 원이 들어갈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수업료뿐 아니라 입장권, 교통요금, 피크닉 도시락과 간식까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지원됐다. 공교육이 무료인 것은 알았지만 한국에서 사교육 영역으로 분류되는 예체능 과외까지 공짜라니 놀라웠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오노레 도미에의 ‘공화국’이란 그림에는 두 명의 아이가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여성의 젖을 빨고 있다. 이처럼 아기는 나라가 키워준다는 인식이 강한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아기 낳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의 출산율은 1인당 1.36명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프랑스는 평균 2.01명으로 유럽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너무 과한 것이 병이 됐을까. 1974년부터 한 번도 균형재정을 짜본 일이 없는 프랑스 정부는 유럽연합으로부터 적자예산 감축 권고를 받고 내년 예산안에서 가족수당을 7억 유로 삭감하고 출산휴가 감축을 발표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지난 20년간 우리는 능력 이상을 지출해 왔으며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복지 확대에 앞장서온 좌파 사회당 정부가 이유(離乳·젖떼기)에 나선 것은 아이러니다. 특히 부유층까지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의 상징이었던 가족수당을 소득별로 차등 지급하는 것은 70년간 어떤 정권도 손대지 못했던 사안이다. 호화로운 사생활로 유명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임기 도중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딸을 낳았을 때 출산·육아수당을 일반 서민과 똑같이 받아 논란이 됐다. 프랑스의 보편적 복지는 한국에서 무상 급식과 보육 논란이 일 때마다 계속 인용되기도 했다. 프랑스는 수출 지향 경제인 독일과 달리 인구 성장을 바탕으로 한 내수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또 높은 출산율은 고령층 지원을 위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버팀목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출산장려정책의 필요성에 좌우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에는 점점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무분별한 현금 지원보다는 직장맘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이 더 급하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도 효율적인 출산장려정책을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장거리 전략 핵 폭격기와 전투기 등 20여 대의 러시아 군용기가 잇따라 유럽 영공과 접경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의 군사훈련은 28, 29일 북해와 대서양, 흑해와 발트 해 등에서 24시간 동안 펼쳐졌다. 나토는 성명에서 이 시간 동안 러시아 군용기가 유럽 영공을 침범한 횟수가 19차례 이상에 이른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3시경 북해 인근에 4대의 Tu-95 장거리 전략 핵 폭격기와 4대의 공중급유기 등 8대의 러시아 군용기가 나타나 노르웨이 해 쪽으로 비행하자 노르웨이 공군 F-16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해 이들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러시아 군용기들이 본국을 향해 기수를 돌렸으나 러시아 전략 핵 폭격기 2대는 계속 비행해 영국 영공 쪽으로 접근했다. 이에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들이 발진했다. 러시아 핵 폭격기들이 계속 남진해 이베리아 반도 쪽으로 접근하자 이번엔 포르투갈 공군 F-16 전투기들이 발진해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핵 폭격기들은 항공관제관이 보내는 어떠한 무선 호출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무선응답기를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나토 측은 밝혔다. 같은 시간 발트 해 부근에서도 러시아 전투기 7대가 출현해 나토 리투아니아 기지에서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했다. 터키의 전투기들도 흑해를 건너 자국 영공을 향해 접근하는 러시아 전투기 4대를 감시하기 위해 이륙했다. 나토 관리들은 이 사건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일어난 러시아의 영공 도발 사건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나토는 올해 러시아 전투기를 쫓아내기 위해 나토 전투기가 100회 이상 긴급 발진했다며 이는 지난해에 비해 3배나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대인 어린이 669명을 나치의 학살 위협으로부터 구해 ‘영국판 신들러’로 불리는 남성이 체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올해 105세의 영국인 니컬러스 윈턴 경은 28일 체코 프라하성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최고훈장인 ‘백사자 국가훈장’을 받았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1938년 런던에서 29세의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던 윈턴 경은 체코슬로바키아 동부의 한 유대인 난민캠프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독일계 유대인인 그는 자비를 털어 어린이 구호작전을 긴급히 추진했다. 그는 유대인 어린이 호송을 위해 영국에서 입양 가정을 모집했고 1939년 3∼8월 8차례에 걸쳐 어린이 669명을 프라하에서 런던까지 기차로 수송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2009년 9월 4일 런던의 리버풀 스트리트역으로 1930년대 모델을 그대로 본뜬 증기기관차 한 대가 들어왔다. 당시 윈턴 경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사람과 후손들이 기차에서 내려 그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포옹을 했다. 체코 프라하역에는 윈턴 경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윈턴 경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1988년 아내 그레테 씨가 집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류가방 때문이었다. 가방에는 남편이 구한 유대인 어린이들의 명단과 이들이 쓴 편지들이 보관돼 있었다. 윈턴 경은 이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아내의 설득으로 그해 BBC방송에 당시 구했던 ‘어린이들’과 함께 출연해 그때 일을 회고했다. 그는 2003년 3월 영국 여왕으로부터 ‘경’ 작위를 받았다. 체코 정부는 이날 훈장 수여식을 위해 거동이 불편한 윈턴 경에게 전용기를 제공했으며 80대에 접어든 당시 어린이들도 참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상은 신(神)이 창조한 것인가, 아니면 우주의 빅뱅(대폭발)을 통해 탄생한 뒤 생명체가 진화해 온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기독교와 현대과학의 오랜 논쟁이었던 ‘창조론’과 ‘진화론’이 모순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28일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청 과학원 회의에서 “생명이 진화를 통해 발달했다는 생각이 가톨릭의 (창조론) 가르침과 충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선언은 “빅뱅과 같은 복잡한 과학이론 뒤에도 신의 뜻이 있다. 기독교인들은 우주가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사고를 거부해야 한다”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설교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서의 창세기를 읽다 보면 하느님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지팡이를 든 마법사처럼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교황은 “과학자들은 빅뱅으로 인한 우주의 시작과 생명의 진화론을 믿지만 이 또한 하느님 계획의 일부”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우주의 기원이라고 간주되는 빅뱅은 신성한 창조주 역할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빅뱅은 ‘사랑의 원리’인 신의 계획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진화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교황은 “진화는 원천적으로 진화할 존재의 창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창조 개념과 대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은 생명을 창조했고 생명은 각자에게 부여한 규칙에 따라 발전 성숙해 사명을 완수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는 과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를 탄압한 뒤 자리 잡아온 반과학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창조론을 고수해 온 개신교에 비해 가톨릭은 상대적으로 진화론에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교황 비오 12세가 1950년 진화론을 인간 발달에 대한 타당한 과학적 접근이라고 밝혔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96년 “진화론이 가톨릭 교리에 모순되지 않는다. 진화는 가설 이상의 이론”이라고 인정했다. 조반니 비그나미 이탈리아 천체물리학회 회장은 “교황의 선언은 인류가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의 직접적인 후손이라는 점을 확인한 매우 중요한 발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터키 접경 지역인 코바니를 배경으로 영국인 인질을 찍은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 IS가 27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5분 30초짜리 동영상에서 영국인 사진기자 존 캔틀리 씨(사진)는 검은 옷을 입고 코바니 시가지를 배경으로 리포트 형식으로 발언했다. 캔틀리 씨는 IS가 코바니 공격에 실패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IS가 코바니의 동남부 대부분을 장악했다. IS의 승리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IS 군대의 무인기’가 촬영했다는 자막과 함께 파괴된 코바니 시가지의 모습도 담겼다. 프리랜서 사진 기자인 캔틀리 씨는 영국 선데이타임스, 선데이 텔레그래프, 프랑스 AFP통신 등에 사진을 제공해 오다 2012년 11월 시리아 북부에서 납치됐다. 그는 함께 납치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처럼 참수되는 대신 최근 IS의 선전 영상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IS의 메시지를 서방에 알리는 ‘선전용 입’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CNN 국가안보 분석가 피터 베르겐은 “캔틀리 씨가 마치 CNN 특파원이 외국의 한 도시에 서서 뉴스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그가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한국인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장관(42·사진)이 최근 2년간 소설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고백해 논란이 일고 있다. 펠르랭 장관은 이달 초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프랑스 문학의 영향력과 활기찬 생명력을 보여준 쾌거”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그는 26일 프랑스 카날플뤼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디아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펠르랭 장관은 인터뷰 도중 기자로부터 ‘모디아노의 소설 중에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관으로 일해 온 지난 2년간 많은 서류와 신문기사를 읽었지만 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거의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펠르랭 장관의 이 발언은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프랑스 작가 타르 벤 젤룬은 “우리는 문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개탄했다. 반면 주간지 르푸앵은 사설에서 “그녀의 솔직함은 우리를 위선에서 구해주었다. 과도한 업무로 읽는 즐거움을 뺏긴 장관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고 옹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가 70년 만에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에 칼을 대고 나섰다. 좌파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내년 7월부터 가족수당(allocation familiale)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고 18일 일간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1940년대 프랑스에 가족수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자녀가 있는 가정은 소득과 관계없이 같은 수당을 받았다. 현재 2명의 자녀가 있는 부부는 매달 129유로(약 17만6000원), 자녀가 3명이면 295유로, 4명이면 461유로의 가족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는 부부 소득을 합해 월 6000유로(약 820만 원)가 넘으면 수당을 절반만, 소득이 8000유로(약 1090만 원) 이상이면 4분의 1만 받는다. 6000유로 이하의 가정은 그대로다. 프랑스 전체 가정의 12%가 수당이 감소하게 돼 정부는 연간 7억 유로의 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족수당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각광받아왔다. 또 소득별 연령별로 차등지급하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 시스템으로 한국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이 쟁점화될 때마다 옹호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한 재정 악화가 70년 만에 발목을 잡았다. 프랑스는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예상돼 유럽연합(EU) 재정기준(3% 이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프랑스 대형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공격이며 사회안전망을 크게 흔들 것”이라고 사회당 정부를 비난했다.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발레리 부아예 의원도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내세워 평등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동성애와 이혼 등에 관대한 태도로 선회하려던 로마 가톨릭교회의 시도가 보수파의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무산됐다. 18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마무리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는 이날 최종 보고서에서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던 중간보고서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이날 시노드에 참석한 180명의 주교들은 최종 보고서에 동성애, 이혼 등의 문구를 넣을 것인가를 묻는 투표에서 118명이 찬성, 6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주교회의 보고서 채택 요건은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주교 시노드는 13일 발표한 12쪽짜리 중간보고서에서 ‘동성애자에게도 가톨릭 신앙공동체를 위한 은사(恩賜·gifts)와 자질(qualities)이 있다’며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과 그 자녀들을 환대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가톨릭계 보수파는 “교리를 저버린 역사상 최악의 보고서”라며 반발했다. 이에 교황청은 최종 투표를 앞두고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는 문구로 완화해 절충을 시도했으며 교회 교리상 결혼은 남녀만 할 수 있다고 못 박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동성애, 이혼 등과 관련한 문구는 최종 보고서에서 모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2주간의 시노드 동안 결론은 얻지 못했으며 교계 내의 진보와 보수세력 간의 깊은 분열만 확인시켰다”고 해석했다. BBC는 “동성애자와 이혼한 사람에게 더욱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도록 설득하려던 교황의 시도가 ‘퇴짜’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시노드 마지막 날 회의에서 “이번 회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교회의 분열이 있던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상상한다”며 “하나 된 교회를 유지하는 것이 교황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우리는 1년 동안 가족들이 직면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들에 구체적 해결책을 찾고 여러 아이디어를 숙성할 시간이 있다. 시노드가 열렸던 이곳과 소그룹 등에서 논의된 모든 것을 정리한 보고서도 1년간 고민해 보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 교구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10월 시노드에서 성(性)과 가정 문제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미국의 가톨릭 전문지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이번 시노드 최종 보고서에서 동성애자 문제 등이 제외됐지만 교회에서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된 것 자체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리이며 그가 바랐던 것”이라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