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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랑스는 국가 전체가 상중(喪中)이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틀째인 8일 오후 8시 평소 오렌지색 불빛과 하얀 서치라이트로 파리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에펠탑 조명이 꺼졌다. 11일까지로 정해진 애도 기간 중 매일 낮 12시가 되면 전 국민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추모의 종소리를 신호로 직장에 있건, 학교에 있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 탄 승객들도 1분간 침묵 속에 고개를 숙인다. 의사들도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배지를 달고 일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전자 전광판에도 이 문구가 등장했다. 뿌리 깊은 정치적 대립과 만성적인 사회적 분열에 시달려 온 프랑스가 이번 테러 사건 이후 ‘국민 통합’을 화두로 내걸었다. 가장 먼저 화합 행보를 보인 건 정치인들이다.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이끄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8일 엘리제궁을 찾아 회담했다. 반(反)이민을 기치로 내걸고 최근 국민 지지도를 높여 온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9일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제궁을 찾았다. 외신들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정쟁이 치열한 프랑스 정계에서 전에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뉴스”라고 전했다. 언론의 차분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마녀사냥’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범인을 놓친 경찰 간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도, 샤를리 에브도 건물에서 범인들의 위협에 비밀번호를 눌러 편집국 문을 열어 준 여성 만화가를 비난하는 여론도 없다. 여론의 초점은 오로지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극단주의 테러 세력에 대한 응징에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 공영방송 프랑스텔레비전을 비롯해 ‘France24’와 같은 뉴스 전문 채널의 메인 뉴스에서는 테러 세력에 대한 비판을 집중 보도하는 한편 이슬람 종교 지도자 초청 토론 등 특집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프랑스가 잃어버린 ‘자유, 평등, 박애’와 톨레랑스(관용)를 되살려 공화국의 가치를 되찾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일이 반이슬람 정서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슬람 인사와 단체들도 한목소리로 국민 통합을 외치고 있다. 프랑스무슬림위원회(FMC) 전직 지도자인 무함마드 무사위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는 프랑스가 단결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러범 쿠아시 형제 중 형 사이드(35)는 2011년 예멘으로 가서 수개월 머무르며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예멘알카에다는 알카에다 분파 중 가장 위험한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파리에선 미국 유럽 내무장관들이 참석하는 반테러 국제회의가 열린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각국이 프랑스와 연대를 보여 주는 한편 공동의 문제인 테러리즘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흘러 넘쳐야 할 것은 잉크지, 피가 아니다.’ ‘샤를리 당신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극단주의와 증오로부터.’ 8일 오전 1시경 프랑스 파리11구에 위치한 시사비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건물 앞 도로는 삼엄한 통제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깨진 유리창 파편과 백미러, 범퍼 조각 등 전날의 끔찍한 테러 흔적이 도로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도주하던 테러범이 부상으로 넘어진 경찰관 아흐메드 메라베트(42)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도 머리를 조준해 총을 쏴 잔인하게 살해한 지점에는 여전히 붉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건현장인 건물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주변으로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은 도로 한편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기와 함께 추모의 꽃다발과 촛불을 수북이 쌓아 놓았다. 외신기자들이 ‘연대’의 뜻으로 두고 간 명함과 기자증도 보였다. 영국 스카이TV 기자 장피에르 씨는 테러로 희생된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이 남긴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는 메모를 촛불 옆에 놓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의 심장인 언론사 편집국에서 벌어진 야만적 테러라는 점에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치를 떨었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겨 온 프랑스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충격과 분노, 공포 그 자체이다. 프랑스가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지켜 온 ‘톨레랑스(관용)’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드는 참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범인들이 보인 냉혹하고 무자비한 ‘야만성’은 프랑스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두려움에 질 수 없다’며 샤를리 에브도 건물 인근의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에 모여들었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상징하는 유서 깊은 광장인 이곳은 1968년 ‘나는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5월 혁명’의 정신이 불타오른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8일 10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전 11시를 기해 전국에서 일제히 1분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이날 오전 2시가 넘은 시간까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 한 사람 큰 소리를 내거나 싸우는 사람은 없었다. 40대 백인 여성이 “프랑스 공화국은 기독교든 무슬림이든 불교든 어떤 증오나 차별도 없이 공화국의 가치로 살아가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옆에 있던 북아프리카 출신 아랍인 무함마드 씨(35)는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역시도 오늘 밤 울고 있을 것”이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전날 밤에 열린 집회에서도 광장은 묘한 긴장감과 분노가 지배했고, “증오를 버리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가득 찼다. 광장에서 만난 베로니크 씨(52·여)는 “풍자만화는 TV 뉴스의 ‘기뇰(인형극)’처럼 프랑스인들이 오랫동안 즐겨 온 표현의 무기”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자유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의 상징인 ‘마리안’ 동상 아래에는 볼펜 수천 자루가 수북하게 쌓였다.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응원하는 뜻으로 놓고 간 것이다. 그 옆에는 ‘언론의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이제 그만!’ 등 영어 아랍어 중국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된 메시지와 추모 만평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수많은 메시지 속에 ‘나는 샤를리입니다’라는 한국어로 쓴 메시지도 보였다. 한편 프랑스판 구글은 애도의 의미로 검은 리본을 첫 화면에 내걸었다. 프랑스 AFP통신도 편집국 기자들이 단체로 ‘내가 샤를리다’ 슬로건을 들고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겁먹지 마(Pas Peur/Not Afraid)’라는 슬로건도 퍼지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정부부터 시민들까지 힘을 합쳐 “테러에 결코 질 수 없다”고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8일 엘리제궁에서 보수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전격 회동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비상각의에서 테러에 맞서기 위해 국민적 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정적까지 포함해 정치계, 종교계, 사회지도층 인사와 광범위하게 만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나자트 발로벨카셈 교육부 장관은 이번 테러사건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공문을 전국의 교사들에게 보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보다는 ‘표현의 자유’ ‘관용’ 등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화국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교육해 달라는 당부였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8일 레퓌블리크 광장을 찾아 “두려워하지 말자”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마린 상송 씨(58)는 “종교와 피부색을 떠나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광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테러는 단합된 사람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48)에 대해 한국 송환 결정이 내려졌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7일(현지 시간) 오후에 열린 공판에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 사이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492억 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유 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유 씨의 변호인은 규정에 따라 5일 내로 프랑스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씨 측은 대법원에서도 한국 송환 결정이 나면 유럽사법재판소까지 항소할 계획이어서 유 씨의 송환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경악과 공포, 분노…. 최근 20여 년간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공격으로 프랑스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파리 시내 한복판이 무방비로 뚫렸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의 시사만화 잡지 ‘샤를리 엡도’가 무장 괴한들의 테러 공격을 받자 프랑스 정부는 전국에 최고 수준의 테러경보를 내렸다. 특히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종교시설과 주요 쇼핑가, 언론기관, 교통시설 등을 집중 감시 중이다. ○ 한낮의 파리 중심부 테러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파리 11구에 있는 ‘샤를리 엡도’ 본사 건물에 최소 4명의 무장 괴한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검은색 옷과 마스크에, 카키색 탄약 자루를 착용하고 있었고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로켓포, 펌프연사식 산탄총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BBC는 “전형적인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의 복장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건물에 침입하기 전부터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사격하기 시작했고 잡지사 편집국에 침입한 뒤 5분 만에 수십 발의 총탄을 발사해 총 12명의 기자와 만화가, 직원, 경찰관들이 숨졌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공격으로 ‘샤를리 엡도’의 발행인 겸 만화가인 샤르브를 비롯해 월링스키, 카부, 티그누 등 이 잡지사의 대표적인 만화가가 모두 사망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확인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잡지사에 진입하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 뉴스 작성실에 있는 기자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날 총격으로 잡지사에 있던 일부 직원은 옥상으로 피신해 목숨을 건졌다. 파리 경찰청 대변인 로코 콩탕토는 “테러범들이 모든 사람에게 총을 쐈다. 이것은 대량학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뒷문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탈출하기 직전에 골목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BFTM TV가 입수한 현장 비디오에서는 괴한들이 경찰과 교전을 벌이면서 “예언자(무함마드)의 복수가 행해졌다!” “샤를리 엡도는 죽었다” “알라후 아끄바르(신은 위대하다)!”라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전문 테러집단의 치밀한 범행 테러범들은 잡지사에서 나온 뒤 리샤르 루누아르 대로에서 차량 운전자를 위협해 차량을 탈취한 후 파리 외곽의 ‘포트팡틴’ 방향으로 도주했다. 무장 괴한들의 무기와 복장은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주의자들이 이라크 모술 등지에서 사용하던 것과 유사하다. 프랑스 테러 전문가 장샤를 브리자드 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매우 잘 준비된 시나리오에 의한 공격”이라고 평했다. 테러리스트들이 방탄조끼와 군용 무기로 중무장했고, 짧은 시간에 대량 학살을 하고 도주한 점이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범행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들루아 ‘국경 없는 기자회(RSF)’ 회장은 “파키스탄이나 소말리아에서나 볼 수 있는 야만적인 공격이 어떻게 프랑스 한복판에서 벌어질 수 있는가”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이러한 폭력이 반복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파리 19구에서 첫 번째 차량을 버린 후 두 번째 차량을 탈취해 파리 동북부로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경찰은 대테러 전담 경찰 특수부대를 동원해 사상 최대의 검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 프랑스 정부 최고 테러경보 이번 테러사건은 프랑스에서는 1995년 7월 25일 파리 생미셸 광장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이슬람무장그룹(GIA) 소행의 테러공격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1995년 당시 테러에서는 8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했다. AP통신은 “최근 20년간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사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고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 플뢰르 펠르랭 문화장관,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함께 테러사건이 발생한 샤를리 엡도를 방문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현재 테러범들을 쫓고 있으며 이들을 반드시 검거해 프랑스 사법제도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긴급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파리 인근 수도권 일대의 종교시설과 쇼핑몰, 언론기관, 교통시설 등에 최고 수준의 경계경보를 내렸다. 이날 테러가 발생하기 전 IS는 샤를리 엡도가 자신의 지도자인 알 바그다디의 신년사 모습을 풍자한 만화를 트위터에 올리자 몇 분 뒤 “프랑스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총기 난사에 파리의 중심부가 뚫렸다. 7일 오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1구에 있는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무장 괴한 4명이 들어와 총기를 난사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일간 르피가로와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경찰관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상자 중 6명이 중태에 빠져 희생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는 주간 편집회의가 있어 사무실에 대부분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검은색 옷을 입고 복면을 한 괴한들이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로켓포로 무장하고 잡지사에 난입해 소총을 난사했다. 이들은 약 5분간 50여 발을 난사한 뒤에 뒷문으로 빠져나가 파리 동북부 외곽으로 도주했다. 현지 방송인 BFM TV가 입수한 현장 비디오에 따르면 이들은 총기를 난사하며 “예언자의 복수를 하러 왔다”고 외쳤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괴한 중 한 명이 서툰 프랑스어로 “언론에 우리가 예멘에서 온 알카에다라고 전하라”고 소리쳤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파리를 비롯해 수도권 일대에 최고 수준의 테러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야만적인 테러 공격에 맞서 프랑스 국민은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비상각료회의를 소집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에 샤를리 엡도가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풍자한 만화를 올린 점을 고려할 때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추정하고 무장 괴한들을 추적하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2011년 9월 무함마드(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를 실었다가 폭탄공격을 받았고, 2012년에는 무함마드 누드를 묘사한 만평을 게재했다가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되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에 대해 한국 송환 결정이 내려졌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7일 오후(현지 시간)에 열린 공판에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 사이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492억 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유 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라는 선고를 내렸다. 이날 바르톨랭 판사는 재판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 범죄 혐의자가 한국으로 인도돼 재판받은 사례도 있고, 한국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할 것으로 믿는다”며 송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 씨의 변호인인 에르베 테밈 변호사는 “만일 유 씨가 한국으로 송환된다면 세월호 참사의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프랑스로서는 수치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규정에 따라 5일 내로 프랑스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씨 측은 대법원에서도 한국 송환결정이 나면 유럽사법재판소까지 항소할 계획이어서 유 씨의 송환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총기난사에 파리의 중심부가 뚫렸다. 7일 오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1구에 있는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무장한 괴한 4명이 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일간 르피가로와 BBC가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경찰과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상자 중에 6명이 중태에 빠져 희생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는 주간 편집회의가 있어 사무실에 대부분이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검은색 옷과 복면을 쓴 괴한들이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러시아제 칼라쉬니코프 소총과 로켓포로 무장하고 잡지사에 난입해 소총을 난사했다. 이들은 약 5분간 50여 발의 총기를 난사한 뒤에 뒷문을 통해 빠져나가 파리 북동부 외곽으로 도주했다. 현지 방송인 BFM TV가 입수한 현장 비디오에 따르면 이들은 총기를 난사하며 “예언자(마호메트)의 복수를 하러 왔다”고 외쳤다. 파리 정부는 이날 파리를 비롯해 수도권 일대에 최고 수준의 테러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의심할 여지없는 테러공격”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막는 야만적인 테러 공격에 맞서 프랑스 국민이 단결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비상각료회의를 소집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에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 지도자 아부 바카르 알 바그다디를 풍자한 만화를 올린 점, 무장 괴한들의 무기와 범행 수법이 IS의 지령을 받은 기존 테러 조직의 총기난사테러와 유사한 점을 들어 이들의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추정하고 무장 괴한들을 추적하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2011년 9월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를 실었다가 폭탄 공격을 받았고, 2012년에는 마호메트 누드를 묘사한 만평을 게재했다가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되기도 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현재와 같은 국제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올해 영국,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핀란드,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유럽 8개국이 일제히 총선을 치르게 되면서 유로화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유럽 각국에서 유로화와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 극좌파 신생 정당들이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다 유로존 유지 및 유럽연합(EU) 탈퇴 여부가 핵심 이슈로 등장해 유럽의 경제와 정치 지형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에 속하지 않는 영국에서도 EU 탈퇴 여부가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유로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5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9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심리적 저항선인 유로당 1.2달러가 무너진 것. CNN은 이날 유로화 가치 하락이 △달러화 강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Greece와 Exit의 합성어) 우려 △유럽중앙은행(ECB)의 미국식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 세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유로화의 추락은 1월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현재의 긴축정책 종식을 공언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해 재정 개혁 정책을 포기한다면 독일 정부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사실상 용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최근 보도로 촉발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나서 “그리스는 구제금융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인 양적완화 가능성을 밝힌 것도 유로화 약세에 불을 지폈다. 독일 정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독일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안그룹 회장은 5일 “유로존이 2015년에 심각한 ‘정치적 리스크’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유럽 총선이 ‘EU와 유로존’의 운명뿐 아니라 20세기를 지배해 왔던 각국의 전통적인 중도 우파-중도 좌파 정당들의 몰락을 불러와 정치 지형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유럽 8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지만 최대 관심은 영국 총선(5월)이다.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하면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파 영국 독립당(UKIP)이 1위를 차지했던 충격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4일 BBC에 출연해 “총선 결과에 따라 UKIP와 연정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스에서 총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급진 좌파 시리자는 긴축정책 포기와 유로존 탈퇴, 국가 부채 탕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재정 개혁을 거부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는 사태가 현실화하면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로 전염돼 유로존 붕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27%)에 올랐다. 포데모스가 승리하면 장기 독재를 해 온 프랑코 총통 사후 40여 년간 스페인을 지배해 온 중도 우파 국민당(PP)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양당 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와 핀란드에서는 극우 정당들의 돌풍이 거세다. 덴마크 인민당(DPP)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1%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로버트 페스턴 BBC 경제 담당 에디터는 “2015년 유럽의 정치 지형도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촉발된 2010년보다 더 위험하다”며 “각국의 극우-극좌 정당뿐 아니라 전통적 주류 정당들까지 고통스러운 개혁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외신 반응이 한마디로 뜨겁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일본. 신문들은 지난 한 달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까지 자신들의 국내 주요 뉴스를 다루듯 세세하게 속보를 전하고 있다. 민영방송들은 낮 시간대에 특집을 편성하기도 했다. 도쿄(東京) 국립병원에 입원 중인 한 교민은 “일본인 환자들 중에는 ‘조현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다니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가장 열 올리는 일본 언론 이런 관심은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와도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한 교민은 “세월호 때에도 그랬지만 한국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좀 과다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30대 여성이 오너의 딸이라는 이유로 경영을 맡는 경우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기업이미지(CI) 컨설팅 회사인 ‘라이로’의 다나베 신이치(田邊眞一) 회장은 1일 본보 기자에게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한국 재벌의 세습 경영을 북한 세습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시각까지 있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했지만 시민의식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평생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서울∼아키타(秋田) 노선 존속을 위해 보조금을 집행하고 있는 사타케 노리히사(佐竹敬久) 아키타 현 지사는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번 일로 안전운항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대한항공은 반성하길 바란다”면서 “재력과 권력이 있는 자는 사람을 아래로 보기 쉽다. 특히 젊은 국회의원 등이 그렇다”며 일본 정치인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주재원 아빠를 따라 2년 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C 양(15)은 최근 ‘홈룸(HR)’ 수업시간에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전교생 3개 반이 팀별로 겨루는 토론 경쟁 시간에 한국의 ‘땅콩 회항’ 사건이 주제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지도교사는 관련 뉴스 기사를 읽어 주더니 토론 주제로 ‘대한항공이 왜 사과해야 하는가’를 잡았다. 학년 내 유일한 한국 학생인 C 양은 “모두 나를 쳐다보는데 ‘한국에서 생긴 일이니 네가 답해 봐’라고 묻는 것 같았다.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일은 한-프랑스 외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6년 한-프랑스 외교수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2015∼2016 상호교류의 해’ 한국 측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 파리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일로 조 회장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상호 교류 행사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재벌 비판 가세하는 외신들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재벌 경영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너도나도 논평을 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사회의 속살을 파고든 가장 고통스러운 염증을 드러낸 일”이라며 이렇게 평했다. “기장은 비행기가 게이트를 떠나 주행을 시작하면 회사 임원진으로부터 어떤 항로 변경도 지시받지 않는 게 원칙인데 한국의 재벌 시스템은 승무원과 기장이 보여준 무릎 꿇기와 노예적 복종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상황이라면 종업원들은 어떤 도전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일을 두고 한국 내 커지는 양극화가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미 CNN은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재벌의 일탈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CNN의 대표 앵커 앤더슨 쿠퍼는 “여객기를 회항시킨 이유가 너츠(땅콩)를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 갖다 줘서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바보 같다”는 막말까지 했다.일본 프랑스 미국 특파원 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 새로운 추기경을 임명하면서 한국에서 네 번째 추기경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에 한국을 포함해 가톨릭 교세가 커지는 비유럽, 비북미 지역 출신 추기경을 상당수 임명한다고 전망했다. 추기경 임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19명을 임명했으며 이번에 나이 제한으로 투표권을 잃는 추기경들의 후임자까지 고려하면 최대 12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 교황청 전문가들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가톨릭 신자가 많지 않지만 성장세가 빨라 추기경 배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추기경이 배출되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추기경이 된다. 필리핀의 경우도 가톨릭 신자가 많아 세 번째 추기경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전쟁과 기독교인 박해가 이어지는 이집트나 파키스탄, 이라크 등에서도 1~2명의 추기경 배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도수 대비 추기경이 많은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추가 추기경 선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톨릭 전문매체인 ‘내셔널 가톨릭리포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추기경 임명이 자신의 개혁 작업이 일시적인 유행일지, 아니면 가톨릭 역사에 자취를 남기게 될지를 가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기경 임명은 교황의 핵심 권한이다. 80세 아래 추기경들은 교황을 선출할 권한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기경은 111명으로, 교황이 이번에 12명을 새로 임명하면 전체 추기경 가운데 4분의 1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뽑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만일 이번에 제3대륙 출신이나 개혁적인 추기경들이 대거 뽑힌다면 프란치스코 이후의 차기 교황도 개혁적인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존 로마 큐리아(교황청)를 장악해왔던 추기경들이 선임된다면 보수적인 교황이 선출돼 프란치스코의 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교황 요한23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해 가톨릭 교회를 대거 개혁했으나, 추기경 선출 때는 공의회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대거 뽑아 개혁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그는 스스로도 “너무나 많은 적을 내 손으로 뽑았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략적인’ 추기경 선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메리카 가톨릭 대학의 채드 팩놀드 교수는 “추기경 선출은 교황의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며 “축구로 치면 교황은 감독이고 추기경들은 실제로 공을 차며 게임을 하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정치가 답답할수록, 경제가 어려울수록 혜성처럼 나타나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갈구합니다. 올 한 해 뜨는 지구촌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 받을 차세대 리더를 선정해 그들의 정치철학과 개인적 면모를 알아보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주요국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새해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단연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38·사진)이다. 일간 르파리지앵 여론조사에서 그는 ‘2014년 떠오른 정치인’ 1위로 꼽혔다. 마흔 살도 안 된 애송이(?) 장관에게 해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장관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현실주의 행보를 하고 있다”며 “프랑스 사회주의의 새 얼굴”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현재 집권 여당인 좌파 사회당 정부에서 우파 사르코지 정부 못지않은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국회에 제출한 107개 경제개혁안(‘마크롱 법안’)에는 그동안 사회당 정부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며 고수해 왔던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1906년부터 금지하고 있는 일요일 가게 영업을 허용하는 것에서부터 법조인 약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고 노사 분쟁을 3개월 안에 끝내도록 하는 노동 유연성 확대 법안까지 담겼다. 경쟁이 제한적이었던 버스 노선에도 경쟁을 도입한다. 심지어 유럽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의 법정 주 35시간 근무시간까지 직원들의 합의를 전제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35시간 근로제’는 15년 전인 2000년 사회당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다. 자신들이 도입한 정책을 폐기하는 것까지 제안할 정도로 그의 행보는 그야말로 광폭(廣幅)이다. 그는 자신을 임명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내건 대선 공약까지 과감히 철회한 사람이다. 2012년 올랑드 대통령의 수석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되자마자 “상위 1%에게 75%의 고(高)세율을 부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철회하고 고용을 늘리는 기업들에 400억 유로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책임 협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가 과감한 규제 철폐에 집중하는 이유는 규제에 따른 피해자가 중소기업, 서민, 청년들이라는 생각 때문. 그는 “대기업들은 수많은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복잡한 규제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반면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중소기업, 청년들에겐 치명적인 제약”이라고 말한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집권 여당 안에서조차 “좌파의 가치를 버리고 있다”는 비난에서부터 “금융 권력의 시녀” “양의 탈을 쓴 늑대” “출세에 눈먼 탐욕주의자”라는 원색적인 막말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 장관은 취임 후 각종 언론 등을 통해 이렇게 말할 정도로 단호한 입장이다. “프랑스는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만 채용되고 있다. 내가 좌파 정책을 버린다고 말하지만 소수만 혜택을 보는 독점을 해체하고 누구든지 노동시장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좌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사회주의자는 노동자나 실업자만 보호하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과 취업을 바라는 청년들도 보호해야 한다. 국민에게 권리를 무한하게 연장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사회당 노선이야말로 ‘오도(誤導)된 마르크시즘’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책이 향하는 목적이야말로 ‘진보’라고 강조한다. “내가 하는 개혁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 경제가 다시 돌아가고 프랑스 스스로 자신들의 조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진보(Progr‘es)’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매 순간 투쟁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한다. 새해 국회에서 ‘마크롱 법안’ 통과를 놓고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그가 최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새해를 맞는 각오’는 이렇다. “개혁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계곡’과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언제 이 계곡을 빠져나갈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머물러 있으면 떨어져 죽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버티게 하는 최대 버팀목은 국민의 지지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그를 실업률이 5년 넘게 10%가 넘고 청년실업률이 25%에 이르며 파업으로 번번이 나라가 멈추는 ‘유럽의 병자(病者)’로 각인된 프랑스를 구원할 마지막 구원투수, 마지막 희망으로 인식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올랑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국민의 90%가 부정적인 데 반해 그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법안에 대한 지지율은 60%가 넘는다. 마크롱의 인기는 과감하게 인재를 등용하고 각종 비난 여론에도 엄호해주는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마크롱 장관은 프랑스 재무부의 금융조사관으로 일하다가 2009년부터 4년간 글로벌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서 일했다. ‘사상적 멘토’는 좌우를 넘나들며 전직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해 온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로 알려져 있다. 올랑드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도 2007년 아탈리 교수의 집에서 열린 파티였다고 한다. 사생활도 거침이 없다. 고교 시절인 17세에 만난 무려 스무 살 연상인 자신의 프랑스어 선생님과 2007년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 금융시장이 또다시 그리스발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그리스에서 ‘긴축정책’을 펼쳐왔던 집권연정이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고, 내년에 실시되는 조기총선에서 ‘구제금융 재협상’ ‘유로존 탈퇴’를 내건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의회는 29일 대선 3차 투표에서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대선후보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교장관(73)이 168표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결 요건인 전체 300석 중 60%인 180표 획득에 실패한 것이다. 대통령 선출이 부결됨에 따라 사마라스 총리는 이날 국회 해산과 함께 내년 1월 25일에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에 대한 우려 탓에 9%대로 상승했고, 그리스 아테네 증시 ASE지수는 한때 11.3% 폭락했다. 유럽증시도 동반하락을 면치 못했고,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가치도 떨어져 2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1월 총선에서는 총 2840억 유로의 구제금융 재협상과 국채탕감 등 포퓰리즘 정책을 주장해 온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 시리자는 올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26.57%로 신민주당(22.72%)을 누르고 1위를 했다. ‘유럽의 우고 차베스’로 불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40)는 이날 “구제금융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게 되면 그리스는 다시 부도의 수렁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경기 침체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유럽에서 노숙인에 대한 ‘톨레랑스(관용)’가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 서남부의 앙굴렘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시내 공공장소 9곳에 있는 벤치에 높이 2m가량의 철조망이 뒤집어 씌워졌다. 벤치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와 노숙인, 마약거래범들의 본거지가 된다는 이유로 철조망이 씌워진 것. 자비에 보느퐁 앙굴렘 시장(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샹드마르스 쇼핑구역 상인들이 노숙인과 술 취한 사람들이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민원 때문에 벤치를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벤치를 본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조치’라며 분노를 표했다. 철조망에는 “이것이 우리의 크리스마스!” “앙굴렘은 전 세계의 조롱거리”라는 노란색 메모지가 잇달아 붙었다. 프랑스의 유명 만화인 ‘땡땡의 모험’의 주인공이 앙굴렘의 벤치 앞에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패러디 그림도 인터넷에서 퍼졌다. 일부 활동가는 벤치 철조망 안에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반면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앙굴렘지부 측은 “공공질서 확립을 환영한다”며 시장의 조치를 지지하고 나섰다. 영국 런던에서도 25일 켄트 주 캔터베리에 있는 윌킨슨스토어의 입구 앞에서 잠을 자던 노숙인에게 매장 직원이 호스로 차가운 물을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런던의 사우스워크 지역의 한 호화 아파트는 1층 현관 주변에 노숙인 취침을 막기 위한 1인치 높이의 뾰족한 철제 핀을 수십 개 박았다. 런던 중심가인 리젠트거리의 테스코 매장 앞에 설치된 노숙인 방지용 철제 핀은 여론의 질타를 맞고 철거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런던 시는 노숙인의 삶 개선에 3400만 파운드의 예산을 쓰고 있다. 철제 핀은 그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 세상의 경계선, 그 어딘가에 그때 그 아이의 떨리는 눈빛이 숨어 있다. 그 빛은 꺼지기를, 어둠과 망각의 세계로 사라지기를 거부한다.” 한국작가가 프랑스어로 소설을 써서 자크 데리다,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등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와 문학가의 작품을 내 온 유명 출판사 ‘갈릴레(Galil´ee)’에서 출간돼 화제다. ‘창조소설(Roman de la Cr´eation)’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재프랑스 작가 정림이 그 주인공이다. 정림의 ‘창조소설’은 올해 출간된 제1권 ‘울릉도’를 비롯해 총 5년간 매년 한 권씩 5권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2권은 ‘폭풍우 후’, 3권은 ‘피아노 공룡’, 4권은 ‘오르간을 위한 춤’, 5권은 ‘청소년 예수’다. 제목에서 보듯이 조각과 그림, 음악과 춤, 글쓰기 등 다양한 예술장르가 연금술처럼 융합되며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과 유럽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권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마치 사랑의 결실처럼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작가가 펼쳐내는 5권의 이야기 속에서 예술작품 창조의 영원한 화두는 ‘청소년’이다. 불가능에 대한 제어할 수 없는 욕망과 도전, 끊임없는 탐구, 언제나 실패로 귀착하고 마는 미완성의 존재…. 현실의 진부한 타성에 의해 낙인찍힌 존재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려는 예술가에게 청소년이란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관능, 영성으로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1권 ‘울릉도’의 여주인공은 교생실습을 나간 울릉도의 한 바닷가에서 석양 무렵 자석처럼 끌리는 열세 살 소년을 만난다.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울릉도라는 섬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의 경계선을 상징한다. “아직 채 가시도 돋지 않은 푸른 장미!” 소년과의 짧은 만남에서 여주인공은 어떤 사랑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성스러움과 신비스러움, 욕망과 치열한 감정, 초자연적인 잠재력을 느낀다. 금지된 사랑의 찢기는 고통은 작가의 내면에 상처를 입히고, 5권으로 이어지는 끊임없이 계속될 재창조(recr´eation)의 갈증을 부르게 된다. 마지막 권인 ‘청소년 예수’는 성서에 기록되지 않은 예수의 공생활(公生活) 이전 청소년기를 다루며 창조 이야기를 영적인 세계까지 확대하고 있다. 작가인 정림은 조각가이기도 하다. 그는 노르망디의 해변 마을에 자리 잡은 작업장에서 10년간 조각 작업을 하면서 5권의 책을 완성했다. 문학평론가 마리암 디아라는 “이 소설은 마치 언어재료를 오브제로 다뤄 조각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며 “이야기의 나열 대신 ‘창조성의 경험 그 자체로서의 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열어 보였다”고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해마다 연말이면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수많은 관광객이 따뜻하게 덥힌 와인 ‘뱅쇼’를 마시며 쇼핑을 즐기는 명소다. 그런데 23일 밤부터 이곳에 총을 든 무장병력 수십 명이 순찰을 돌기 시작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0일부터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묻지 마 테러’가 세 차례 발생했다. 이슬람 이민자가 급증한 독일에서도 대규모 ‘반(反)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성탄절을 앞두고 유럽 기독교 세계에서 ‘이슬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슬람권에서 건너온 이주민들과 사회·문화적 충돌이 확대되고 있다.○ 공포에 휩싸인 ‘블루 크리스마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의 23일자 1면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공포’였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를 전하는 기사였다.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는 37세 백인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도심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디종에서도 40세 아랍계 남성이 차를 몰고 시내 5곳에서 군중을 향해 돌진해 11명이 다쳤고 투르의 한 경찰서에서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20세 남성이 경찰관 3명에게 칼을 휘두르다 현장에서 사살됐다. 특히 디종과 투르의 사건에서 범인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란 이슬람 신앙고백을 외쳐 이슬람 무장세력을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테러라는 관측도 나왔다. 모방 범죄와 극우단체의 보복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파리의 시나고그(유대인 회당)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프랑스 남부 칸의 거리에서도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던 남성이 체포됐다. 또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차량이 모스크(이슬람사원)의 정문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의 용의자는 “프랑스가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극우단체 회원으로 밝혀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패닉에 빠져선 안 된다”며 주요 공공장소에 중무장 경계 병력을 수백 명씩 배치했다.○ 유럽의 이슬람화 논란 독일에서는 최근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란 단체가 주도하는 월요 시위가 번지고 있다. 이 시위는 올 10월 처음 등장한 이래 “독일의 유대 및 기독교·서방 문화의 보존을 원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세를 불리고 있다. 22일 드레스덴 시내에서 열린 10번째 시위에는 역대 최다인 1만7500명이 참가했다. 내년에 독일에 정착하려는 난민 신청자는 20만 명으로 예상된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타 인종, 타 종교에 대해 지속돼 왔던 독일의 ‘톨레랑스’(관용)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기독교 전통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거세다. 프랑스 서부에 있는 낭트 지방법원은 최근 도의회 건물에 설치한 크리스마스 장식인 ‘예수 탄생 구유 모형’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같은 이슬람 복장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의 종교적 상징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브뤼노 르타요 대중운동연합(UMP)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종교적 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적 뿌리를 단절해야 하는가. 공립학교의 크리스마스 방학도, 도심광장의 성당 종소리도 금지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밀 수출 제한조치를 내린다. 러시아발(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곡물시장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 각료회의에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곡물 수출에 행정적 제한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곡물수출 관세가 24시간 내로 부과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러시아 곡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 곡물 수출업자 편에서는 내수물량을 수출로 돌리면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사상 최대의 풍작이었는데도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내 공급 우려로 밀 가격이 9월 이후 약 40% 상승해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러시아 당국이 밥상물가를 안정시키려 관세를 부과해 밀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2004년에도 수출관세를 부과해 밀의 대외 판매를 엄격히 막았다. 이후 2007, 2008년에도 밀에 보호관세를 부과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인 2010년에는 밀 수출을 아예 금지한 바 있다. 러시아의 관세 부과 조치가 알려지면서 국제 밀 가격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밀 선물은 전날보다 1.4%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이번 밀 수출 제한조치가 서방의 제재 강화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FT는 러시아 밀의 주요 수입국이자 러시아의 우방인 터키와 이집트가 밀 수출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지도 주목된다고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우리는 영적 치매와 실존적 정신분열, 신비주의, 은둔주의 등 중병과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클레먼타인홀에서 바티칸에서 일하는 추기경 주교 등 고위 성직자와의 연례모임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성탄 덕담’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교황이 작심한 듯 쿠리아(교황청) 관료주의가 앓고 있는 15가지 질병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혹독한 쓴소리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곪아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도 대대적인 교황청 개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들렸다. 교황은 먼저 “자기비판과 혁신이 없는 교황청은 병든 육체”라며 “쿠리아는 자기가 영원히 살 거라 믿는 어리석은 부자와 같다”고 경고했다. 이어 “성직자 일부는 정신적, 영적 동맥경화에 걸렸으며 그 과정에서 내적 평온과 생기와 용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또 바티칸에 만연한 ‘가십 테러’와 ‘파벌주의’에 대해 “뒤에서 남을 헐뜯는 것은 조직의 화합을 해치고 구성원을 노예로 만드는 일”이라며 “사탄이나 하는 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교황은 “구원의 역사와 신을 영접한 개인의 역사, 첫사랑의 경험 등을 잊어가고 있다”며 이를 “영적 치매나 건망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바티칸 관리들의 위선적인 이중생활과 권력에 대한 탐욕은 “실존적인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다. 바티칸의 엄숙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어두운 얼굴 표정을 가리켜 “장례식에서나 보일 듯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언젠가 사제들은 비행기와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추락할 때만 뉴스거리가 된다는 점에서다.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사람도 많지만 추락하는 한 명의 사제가 교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BBC는 “교황이 로마로 집중된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이 연설을 마치자 참석자들의 어색한 박수소리만 들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레이먼드 플린 전 교황청 주재 미국대사는 “교황청 내부의 병폐를 인정하는 교황의 솔직함이 젊은 신도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며 “때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도발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의 연설에 대해 마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고위임원에게 그가 잘못한 일을 지적하는 목록을 보인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서 조국을 탈출해 영국으로 이민가는 부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들어 9월까지 영국 투자비자를 발급받은 러시아인이 162명에 이른다고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6명)에 비하면 69%가량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서방 제재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설까지 나돌자 러시아 부호들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영국 투자비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100만∼1000만 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서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투자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인과 중국인이 몰려오면서 영국 정부가 최소 투자금액을 200만 파운드(약 34억 원)로 올렸지만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올해 투자이민 외국인들이 매입할 채권 규모가 5억 파운드(약 8572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영국 정부의 이틀분 예산과 맞먹는 규모라고 산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에서 반(反)이슬람 세속주의 성향 원로 정치인인 베지 카이드 에셉시 후보(88·사진)가 첫 민선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튀니지 여론조사회사인 시그마콩세이는 21일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에셉시 후보가 55.5%의 득표율로 44.5%의 문시프 마르주끼 후보(67)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은 1956년 튀니지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자유 경선으로 치러졌다. 에셉시 후보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축출된 뒤 약 4년 만에 첫 민선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에셉시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대선 결선 투표를 마친 직후 승리를 선언하고 “대선 승리를 튀니지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바친다”며 “마르주끼에게 감사하며 이제 우리는 누구를 배척하지 말고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마르주끼 측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개표 전에 승리 선언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에셉시 후보는 튀니지의 첫 대통령 하비브 부르기바가 30여 년간 장기 집권할 당시에는 내무장관과 외교장관 등 고위 공무원직을 맡았으며, 벤 알리 전 대통령 시절에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이러한 경력 때문에 인권운동을 하다가 벤 알리 정권 시절 망명했던 마르주끼 후보는 “에셉시가 당선되면 독재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튀니지 유권자들은 에셉시 후보의 ‘경험과 안정’을 택했다. 또 지난 3년간 온건 이슬람주의 성향의 엔나흐다당의 지원을 받은 마주르끼 과도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에셉시 후보가 창당한 니다투니스(튀니지당)는 10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정당별 최다인 85석을 얻었다. 에셉시 후보는 앞으로 각종 테러 위협과 경제 개혁, 높은 실업률 등의 해결 과제를 안게 됐다. 튀니지 정부는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공격에 대비해 무장단체의 교전으로 혼란스러운 리비아와의 국경을 24일까지 폐쇄했다. 외신들은 튀니지가 선거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의 유일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튀니지는 올해 2월 아랍권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헌법을 채택한 데 이어 10∼12월에 총선과 대선을 무난히 치러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튀니지는 ‘아랍의 봄’의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이라며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고,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전통 덕분에 유혈충돌 없이 민주화 이행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라크 쿠르드군이 19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북부 신자르 산 일대를 탈환했다. BBC 등에 따르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사조직 페슈메르가는 이날 미군의 공습 지원을 받으며 시리아 접경의 이라크 북부 전략지인 신자르 산 주변 7개 마을과 주마르 시를 손에 넣었다. 신자르 지역 탈환은 IS가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대한 6월 이후 이라크 북부에서 페슈메르가가 거둔 가장 큰 성과다. IS는 올해 8월 초 소수종교 부족인 야지디족이 사는 신자르 지역을 손에 넣었고 이들에게 이슬람교 개종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대량 학살했다. IS는 야지디족 여성 수백 명을 인신매매하거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시켜 ‘성노예’로 만들기도 했다. 쿠르드군의 사령관 마스루르 바르자니는 “8000명의 페슈메르가 요원들이 IS의 봉쇄망을 뚫고 산 정상에 고립돼 있던 야지디족 주민 수천 명의 탈출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IS가 전사자 급증 등으로 사기 저하와 조직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IS는 8월부터 미국이 주도한 공습 등으로 최근 점령지역을 하나둘 빼앗기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집계한 결과 7일까지 코바니에서 IS 조직원 1400여 명이 사망했다. 시리아 최대 유전지대인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서 활동하는 IS 조직원은 FT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쳤다”며 “모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외국 조직원들은 이제 지쳤다”고 전했다. FT는 현지의 활동가를 인용해 IS가 근거지인 시리아의 락까를 이탈해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외국 국적의 대원들 100명을 처형했다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