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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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형준 기자입니다. 일본 정치와 사회, 한국 산업과 경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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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5-17~2026-06-16
칼럼97%
사설/칼럼3%
  • 한일 정상회담, 지소미아 종료 전이 골든타임…日도 “내달 정상회담 가능성”

    7월 이후 답보 상태였던 한일 관계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22일 방일을 앞두고 꿈틀거릴 조짐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열리지 않았던 한일 정상회담이 이 총리 방일을 계기로 다음달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갈등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게 부담인 만큼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흐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에서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없다. 다양한 가능성은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꾸준히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제의했던 만큼 그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실제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흐름이 있어야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전향적 검토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일 정상이 만나 또 다시 얼굴만 붉히고 헤어진다면 갈등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이 다음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일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내달 국제회의에 맞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아세안+3(한중일)’ 관련 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도 16일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소미아가 다음달 23일 효력이 끝난다는 점도 11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결정은 실수(mistake)”라고 할 정도로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백악관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청와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일파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에게 양국 갈등을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 한달 정도 남았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도 이 총리의 방일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이 총리의 방일 자체만으로 꽉 막혔던 한일 갈등이 풀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도 “한술에 배 부르랴”는 분위기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내도 현실적으로는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석 달 넘게 양국 실무 라인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리 방일 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 총리 방일 이후 일본이 당장 경제 보복을 철회하지 못하더라도 ‘통상 당국 간 협의를 개시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혀도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는 확보하게 되는 것”며 “일본통인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이 총리를 수행하는 만큼 별도의 양국 간 실무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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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년 이어온 일왕 즉위 의식, 이번엔 간소하게

    일본 왕실의 즉위 의식은 1000년 이상 이어져 왔다. 왕실 전문가들은 제대로 형태를 갖춘 즉위 의식은 헤이안(平安) 시대 초기인 서기 800년대부터 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문헌 기록에 따르면 당시 관료들이 정렬한 가운데 일왕이 ‘다카미쿠라(高御座)’란 단상에 올라 즉위를 선언했다. 해외에서 온 축하 사절도 참석했다. 지금도 큰 틀에서는 이런 형식이 유지되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무인들이 정권을 잡았던 막부 시대(1185∼1868년)에는 일왕의 권위가 약해져 즉위식도 조용히 치러졌다. 1868년 메이지유신 후 일왕은 다시 명실상부한 최고권력자가 됐다. 메이지 정권은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일본 왕실도 서구 왕실처럼 화려한 즉위식을 열기를 원했다. 다카기 히로시(高木博志)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메이지 정권은 대영제국,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 러시아 왕조 등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열강들의 왕위 계승 의식을 참고해 일왕 즉위식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국왕의 머리 위에 왕관을 얹어 왕위에 올랐음을 만방에 알린 서구의 대관식이 일왕 즉위식의 교과서였던 셈이다.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도 190여 개국에서 정상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1915년 다이쇼(大正) 일왕 즉위식부터 범죄자 사면이 이뤄졌다. 역시 러시아 차르가 대관식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회를 베풀던 관례를 참고했다. 이번에도 무려 55만 명이 사면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왕의 지위는 크게 바뀌었다. 1946년 헌법을 통해 최고 권력자가 아닌 상징적 존재로만 자리매김했다. 패전 후 첫 즉위식은 1990년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 때 열렸다. 160여 개국 대표가 참석했고 60개국 이상에서 정상급 인사가 일본을 찾았다. 26개국은 왕족을 보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왕실의 국제화에도 힘썼다. 그는 2012년 79세의 고령에 심장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2011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망했을 때 1박 2일간 조문도 다녀왔다.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과거에 비해선 다소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니치신문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해외 왕족의 공항 영접 및 배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공항 영접 및 배웅은 왕가의 남성 인사가 담당했다. 1990년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식 당시에는 성인 남성 왕족이 7명이나 있었다. 지금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후미히토 왕세제,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 단둘뿐이다. 남성 왕족의 수가 줄어 간소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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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80개국 정상급 인사 참석… 아베에겐 정권연장-개헌의 장

    15일 오후 일본 도쿄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 NHK 등은 22일 즉위식을 앞둔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가 예행연습을 거행했다고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왕의 의복 ‘고존노고호(黄櫨染御袍)’를 입고 왕의 단상 다카미쿠라(高御座)에 올랐다. 즉위를 선언하는 문서도 읽었다. 왕비는 전통적인 귀족 의상 주니히토에(十二單) 차림이었다. 일왕 즉위식은 왕실의 최대 행사다. 하지만 12, 13일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전역을 강타해 8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냄에 따라 과거 즉위식보다는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6개월간 이어지는 즉위 의식 나루히토 일왕은 5월 1일 레이와(令和) 시대를 열었다. 이날 그는 3종 신기(왕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거울, 검, 굽은 구슬의 3대 보물)를 물려받았다. 즉위 후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내용의 첫 소감도 밝혔다. 당시 행사는 ‘3종 신기 계승식’과 ‘즉위 후 조현(朝見)식’이었다. 정식 즉위식은 국내외에 즉위 사실을 알리는 22일인 셈이다. 이날은 임시 공휴일이다. 즉위식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즉위 선언이다. 일왕은 다카미쿠라에 올라 국내외 정상급 인사들에게 즉위를 선언한다.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축사하고, 입법·행정·사법 3부 수장의 만세삼창이 이어진다. 당초 일왕 내외는 22일 오후 3시 30분에 카퍼레이드인 ‘축하어열식’을 할 예정이었다. 도요타 세단 ‘센추리’를 개조한 오픈카를 타고 약 30분간 도심 4.6km를 도는 행사다. 1990년 그의 부친 아키히토 일왕은 영국 고급차 롤스로이스를 타고 같은 행사를 치렀다. 당시 약 11만7000여 명의 시민이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하기비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워낙 커 태풍 피해가 어느 정도 수습된 다음 달 10일 이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일왕은 다음 달 14, 15일 양일간 다이조사이(大嘗祭)라는 추수 감사 의식도 진행한다. 이 행사가 끝나야 즉위 관련 모든 행사가 끝난다. 4월 1일 ‘레이와’ 연호를 발표한 후 장장 7개월 반 동안에 걸친 행사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즉위식 행사를 위해 190여 개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요미우리신문은 “80개국 이상에서 국가 정상급 인사가 일본을 찾는다. 16개국의 국왕이 직접 참석한다”고 전했다. 일본을 제외하고 현재 군주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27개국. 이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왕들이 도쿄에 모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나루히토 일왕 내외는 23일 오후 각국 왕족을 초대한 다회(茶會)를 연다. ○ 위헌 및 국비 지출 논란 각국 왕실은 “21세기에 군주제가 어울리지 않으며 왕실로 인한 세금 낭비가 상당하다”는 공통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일왕의 지위나 즉위식 진행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 ‘헌법이 정한 국민 주권 및 정교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 헌법학자인 요코다 고이치(橫田耕一) 규슈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에 “3종 신기나 다카미쿠라는 천황이 ‘신의 자손’이라는 설화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1조는 ‘천황의 지위는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도 가세했다. 그는 9일 “일왕이 다카미쿠라에 올라 즉위를 표명하는 것은 국민 주권 및 정교 분리에 맞지 않는다. 공산당은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이조사이 비용에 관한 논란도 뜨겁다. 일본 정부는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다이조사이 비용을 국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왕위 계승 순위 1위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는 지난해 11월 “다이조사이는 종교 색채가 강한 행사라 국비로 지출하는 것이 적당한지 의문”이라며 “일왕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내정비(內廷費)로 처리되는 게 적당하다”고 했다. 왕실 인사조차 왕실 내부 행사로 치러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베 정권 홍보 노림수 아베 정권은 아예 22일 즉위식을 정권 홍보 행사로 치르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4월 1일 ‘레이와’ 연호를 발표한 이후부터 즉위식을 사실상 본인을 위한 행사로 만들어 왔다. 아베 총리는 원래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연호와 총리 담화를 같이 발표하던 관행을 깨고 직접 새 연호를 공개했다. 수차례 ‘일본의 유구한 역사와 국격’을 거론하며 “젊은이들이 큰 꽃을 피우도록 해 희망에 가득 찬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전쟁과 관계없는 젊은 세대에게 과거사 사죄를 계속하게 할 순 없다”는 본인의 거듭된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행보란 지적이 나왔다. 아베 내각은 중국 고전을 인용했던 과거와 달리 최초로 일본 고전 시가집 만요슈를 근거로 ‘레이와(令和)’를 골랐다.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세력은 줄곧 “연호에서 중국색을 빼자”고 주장해 왔다. 특히 첫 자인 ‘영(令)’은 240개가 넘는 연호에 처음 등장한 글자다. ‘영이 서다’는 말에서 보듯 명령, 규범 등을 의미한다. 와(和) 또한 일본 음식을 의미하는 와쇼쿠, 일본 쇠고기 와규에서 알 수 있듯 일본색이 강하다. 이에 야권은 “정부 명령에 화합하라는 뜻에서 레이와를 골랐느냐”며 새 연호의 군국주의 색채를 우려했다. 아베 총리는 5월 1일 레이와 시대가 개막했을 때도 이를 축하한다며 일본 전역에 사무라이 7명이 등장하는 수묵화풍의 홍보물을 선보였다. ‘신시대 개막’이란 이 홍보물의 주인공도 총리 본인이었다. 홍보물 중앙의 사무라이 밑에는 ‘제21대, 25대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라는 다소 낯 뜨거운 문구까지 등장했다. 22일 아베 총리가 발표할 축사의 내용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본인을 돋보이게 하고,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대형 행사에 고조되는 비판 즉위식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반 국민들은 29년 만의 새 국왕 즉위를 기뻐하지만 지식인 사회의 반응은 비교적 냉담하다. 지식인들은 4월 연호 발표, 5월 ‘레이와’ 시대 개막,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7월 참의원 선거, 9월 럭비 월드컵, 10월 즉위식,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등 올해와 내년에 쉴 새 없이 치러지는 대형 행사의 첫째 목표는 정권 연장, 궁극적 목표는 개헌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7월 참의원 선거 때부터 집권 자민당의 주요 간부들은 공공연히 “국제행사 덕분에 자민당에 표가 더 몰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씨는 마이니치신문에 “6월 금융청이 연금 고갈이 우려된다며 국민 1인당 2000만 엔(약 2억2000만 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큰 파문이 일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를 논의하지 않는다”며 “아베 정권이 노리는 것은 내부 문제에 대한 망각”이라고 비판했다. 미우라 마리(三浦まり) 조치대 교수(법률학)도 “들뜬 분위기를 통해 국민이 냉정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판단력을 없애고 있다”고 가세했다. 작가 쓰지타 마사노리(辻田眞佐憲)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이 반드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정권의 공과(功過)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내년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전격적인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기 총선을 통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한 후 이를 발판으로 개헌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이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 ‘퍼스트리테일’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최근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올림픽 등 국가 행사가 부채질하는 현재의 축제 분위기는 옛 로마 제국의 ‘빵과 서커스’를 연상시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로마가 콜로세움에서의 잔혹한 검투사 대결 등과 같은 오락(서커스)과 식량(빵)을 제공하며 내부 비판을 차단했듯 연이은 대형 행사가 일종의 ‘3S’ 행사 성격을 지녔다는 비판이다. 3S는 스포츠(Sports), 성(Sex), 스크린(Screen)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독재 정권이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야나이 회장은 “그렇게 생활하면 결국 빵도 없어지고 서커스를 즐길 비용도 사라진다”고 꼬집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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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총리 “文대통령, 임기내 한일갈등 해결 원해… 난 심부름꾼”

    “양국 정상이 역사적 의무라 생각하고 (한일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보도된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갈등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일 정상 간 ‘메신저’ 역할을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총리는 방일 나흘 전인 이날 공개된 아사히신문 및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이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 쌍방의 지도자가 후원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당면 문제를 이번에 모두 해결하기는 힘들더라도 자신의 임기 안에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아사히와 인터뷰 도중 ‘묵이식지(默而識之)’라는 사자성어를 적으며 “현재 한일 관계에 중요한 말”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뜻으로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자성어는 1974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일본 총리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뒤 400년 넘게 성씨를 바꾸지 않은 일본 내 대표적인 도자기 가문인 심수관가(家)의 14대 심수관을 만나 써준 휘호다. 아사히는 이 총리에 대해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울 뿐 아니라 현 정권의 최고 ‘지일파’로서 정상 외교의 일부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또 1989∼1993년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재직했던 것도 자세히 소개했다. 기자로서 1990년 11월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즉위식을 취재한 그가 이번에는 총리 신분으로 아키히토 전 일왕의 아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지켜볼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한일은 물밑에서 강제징용과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해법을 놓고 막판까지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한일 간에 지소미아가 종료되고 연말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이 현실화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다음 달 22일 이전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리는 이번 방일에서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다양하게 접촉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 의지를 밝히고 교류와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이 총리는 도착 당일인 22일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이 씨는 2001년 26세의 나이에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승객을 구하다 숨진 양국 우호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 총리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1시간 반가량 비공개 만찬을 갖고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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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아베에 친서 어떻겠나” 韓日출구 모색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18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4일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친서가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써 주십시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징용 문제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 해결 의지를 강조하며 연내 한일 정상 간 대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방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내달 22일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를 철회하면 한국도 지소미아 파기를 재검토할 수 있다. 양국 관계가 (수출 규제가 발표된) 7월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3, 24일 중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갖는다. 정부 고위 인사가 아베 총리와 회담을 하는 것은 지난해 9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베 총리와의 면담 시간은 ‘10분+알파(α)’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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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개국 정상급 참석’ 일왕 즉위식, 아베 정권 홍보 노림수 활용?

    15일 오후 일본 도쿄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 NHK 등은 22일 즉위식을 앞둔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가 예행연습을 거행했다고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왕의 의복 ‘고존노고호(黄櫨染御袍)’를 입고 왕의 단상 ‘다카미쿠라(高御座)’에 올랐다. 즉위를 선언하는 문서도 읽었다. 왕비는 전통적인 귀족 의상 주니히토에(十二單) 차림이었다. 일왕 즉위식은 왕실의 최대 행사다. 하지만 12, 13일 8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전역을 강타함에 따라 과거 즉위식보다는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6개월간 이어지는 즉위 의식 나루히토 일왕은 5월 1일 레이와(令和) 시대를 열었다. 이날 그는 3종 신기(왕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거울, 검, 굽은 구슬의 3대 보물)를 물려받았다. 즉위 후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내용의 첫 소감도 밝혔다. 당시 행사는 ‘3종 신기 계승식’과 ‘즉위 후 조현(朝見)식’이었다. 정식 즉위식은 국내외에 즉위 사실을 알리는 22일 치러지는 것이다. 이날은 임시 공휴일이다. 즉위식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즉위 선언이다. 일왕은 다카미쿠라에 올라 국내외 정상급 인사들에게 즉위를 선언한다.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축사하고, 입법·행정·사법 3부 수장의 만세삼창이 이어진다. 당초 일왕 내외는 22일 오후 3시 30분에 카퍼레이드인 ‘축하어열식’을 할 예정이었다. 도요타 세단 ‘센추리’를 개조한 오픈카를 타고 약 30분간 도심 4.6㎞를 도는 행사다. 1990년 그의 부친 아키히토 일왕은 영국 고급차 롤스로이스를 타고 같은 행사를 치렀다. 당시 약 12만 명의 시민이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하기비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워낙 커 태풍 피해가 어느 정도 수습된 다음 달 10일 이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일왕은 다음 달 14, 15일 양일간 다이조사이(大嘗祭)라는 추수 감사 의식도 진행한다. 이 행사가 끝나야 즉위 관련 모든 행사가 끝난다. 4월 1일 ‘레이와’ 연호를 발표한 후 장장 7개월 반 동안에 걸친 행사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즉위식 행사를 위해 190여 개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요미우리신문은 “80개국 이상에서 국가 정상급 인사가 일본을 찾는다. 16개국의 국왕이 직접 참석한다”고 전했다. 일본을 제외하고 현재 군주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27개국. 이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왕들이 도쿄에 모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나루히토 일왕 내외는 23일 오후 각국 왕족을 초대한 다회(茶會)를 연다. ● 위헌 및 국비 지출 논란 각국 왕실은 “21세기에 군주제가 어울리지 않으며 왕실로 인한 세금 낭비가 상당하다”는 공통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일왕의 지위나 즉위식 진행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 ‘헌법이 정한 국민 주권 및 정교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 헌법학자인 요코다 고이치(橫田耕一) 규슈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에 “3종 신기나 다카마쿠라는 천황이 ‘신의 자손’이라는 설화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1조는 ‘천황의 지위는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도 가세했다. 그는 9일 “일왕이 다카마쿠라에 올라 즉위를 표명하는 것은 국민 주권 및 정교 분리에 맞지 않는다. 공산당은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이조사이 비용에 관한 논란도 뜨겁다. 일본 정부는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다이조사이 비용을 국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왕위 계승 순위 1위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는 지난해 11월 “다이조사이는 종교 색채가 강한 행사라 국비로 지출하는 것이 적당한지 의문”이라며 “일왕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내정비(內廷費)로 처리되는 게 적당하다”고 했다. 왕실 인사조차 왕실 내부 행사로 치러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베 정권 홍보 노림수 아베 정권은 아예 22일 즉위식을 정권 홍보 행사로 치르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4월 1일 ‘레이와’ 연호를 발표한 이후부터 즉위식을 사실상 본인을 위한 행사로 만들어왔다. 아베 총리는 원래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연호와 총리 담화를 같이 발표하던 관행을 깨고 직접 새 연호를 공개했다. 수차례 ‘일본의 유구한 역사와 국격’을 거론하며 “젊은이들이 큰 꽃을 피우도록 해 희망에 가득 찬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전쟁과 관계없는 젊은 세대에게 과거사 사죄를 계속하게 할 순 없다”는 본인의 거듭된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행보란 지적이 나왔다. 아베 내각은 중국 고전을 인용했던 과거와 달리 최초로 일본 고전 시가집 만요슈를 근거로 ‘레이와(令和)’를 골랐다.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세력은 줄곧 “연호에서 중국색을 빼자”고 주장해왔다. 특히 첫 글자 ‘영(令)’은 240개가 넘는 연호에 처음 등장한 단어였다. ‘영이 서다’는 말에서 보듯 명령, 규범 등을 의미한다. 와(和) 또한 일본 음식을 의미하는 와쇼쿠, 일본 소고기 와규에서 알 수 있듯 일본색이 강하다. 이에 야권은 “정부 명령에 화합하라는 뜻에서 레이와를 골랐느냐”며 새 연호의 군국주의 색채를 우려했다. 아베 총리는 5월 1일 레이와 시대가 개막했을 때도 이를 축하한다며 일본 전역에 사무라이 7명이 등장하는 수묵화풍의 홍보물을 선보였다. ‘신시대 개막’이란 이 홍보물의 주인공도 총리 본인이었다. 홍보물 중앙의 사무라이 밑에는 ‘제21대, 25대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라는 다소 낯 뜨거운 문구까지 등장했다. 22일 아베 총리가 발표할 축사의 내용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본인을 돋보이게 하고,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대형 행사에 고조되는 비판 4월 연호 발표, 5월 ‘레이와’ 시대 개막,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7월 참의원 선거, 9월 럭비 월드컵, 10월 즉위식,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일본은 올해와 내년 쉴 새 없이 대형행사를 치른다. 이유가 뭘까. 많은 지식인들은 첫째 목표는 정권 연장이며 궁극적 목표는 개헌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7월 참의원 선거 때도 집권 자민당의 주요 간부들이 공공연히 “국제행사 덕분에 자민당에 표가 더 몰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씨는 마이니치신문에 “6월 금융청이 연금 고갈이 우려된다며 국민 1인당 2000만 엔(약 2억2000만 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큰 파문이 일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를 논의하지 않는다”며 “아베 정권이 노리는 것은 내부 문제에 대한 망각”이라고 비판했다. 미우라 마리(三浦まり) 조치대 교수(법률학)도 “들뜬 분위기를 통해 국민이 냉정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판단력을 없애고 있다”고 가세했다. 작가 즈지타 마사노리(辻田眞佐憲)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이 반드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정권의 공과(功過)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내년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전격적인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기 총선을 통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한 후 이를 발판으로 개헌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이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 ‘퍼스트리테일’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최근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올림픽 등 국가 행사가 부채질하는 현재의 축제 분위기는 옛 로마 제국의 ‘빵과 서커스’를 연상시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로마가 콜로세움에서의 잔혹한 검투사 대결 등과 같은 오락(서커스)과 식량(빵)을 제공하며 내부 비판을 차단했듯 연이은 대형 행사가 일종의 ‘3S’ 행사 성격을 지녔다는 비판이다. 스포츠(Sports), 성(Sex), 스크린(Screen)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독재 정권이 국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야나이 회장은 “그렇게 생활하면 결국 빵도 없어지고 서커스를 즐길 비용도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일왕 즉위식의 역사 일본 왕실의 즉위 의식은 1000년 이상 이어져 왔다. 왕실 전문가들은 제대로 형태를 갖춘 즉위 의식은 헤이안(平安) 시대 초기인 서기 800년대부터 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문헌 기록에 따르면 당시 관료들이 정렬한 가운데 일왕이 ‘다카미쿠라(高御座)’란 단상에 올라 즉위를 선언했다. 해외에서 온 축하 사절도 참석했다. 지금도 큰 틀에서는 이런 형식이 유지되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무인들이 정권을 잡았던 막부 시대(1185~1868년)에는 일왕의 권위가 약해져 즉위식도 조용히 치러졌다. 1868년 메이지유신 후 일왕은 다시 명실상부한 최고권력자가 됐다. 메이지 정권은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일본 왕실도 서구 왕실처럼 화려한 즉위식을 열기를 원했다. 다카기 히로시(高木博志)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메이지 정권은 대영제국,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 러시아 왕조 등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열강들의 왕위 계승 의식을 참고해 일왕 즉위식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국왕의 머리 위에 왕관을 얹어 왕위에 올랐음을 만방에 알린 서구의 대관식이 일왕 즉위식의 교과서였던 셈이다.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도 190여 개국에서 정상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1915년 다이쇼(大正) 일왕 즉위식부터 범죄자 사면이 이뤄졌다. 역시 러시아 차르가 대관식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회를 베풀던 관례를 참고했다. 이번에도 무려 55만 명이 사면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왕의 지위는 크게 바뀌었다. 1946년 헌법을 통해 최고 권력자가 아닌 상징적 존재로만 자리매김했다. 패전 후 첫 즉위식은 1990년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 때 열렸다. 160여 개국 대표가 참석했고 60개국 이상에서 정상급 인사가 일본을 찾았다. 26개국은 왕족을 보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왕실의 국제화에도 힘썼다. 그는 2012년 79세의 고령에 심장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2011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망했을 때 1박 2일간 조문도 다녀왔다.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과거에 비해선 다소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니치신문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해외 왕족의 공항 영접 및 배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공항 영접 및 배웅은 왕가의 남성 인사가 담당했다. 1990년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식 당시에는 성인 남성 왕족이 7명이나 있었다. 지금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후미히토 왕세제,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 단둘뿐이다. 남성 왕족의 수가 줄어 간소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도쿄=박형준·김범석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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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사히신문 “日총리관저 주도로 한국 수출규제강화 극비리에 결정”

    아사히신문이 18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강화 조치는 총리관저 주도로 극비리에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발표 시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참의원 선거 공시(7월4일) 사이로 하다보니 7월1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많았던 조치를 왜 단행했는지 아사히가 검증한 전말을 재정리했다. 6월20일 도쿄 총리관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후루야 가즈유키(古谷一之) 관방 부장관보,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당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시마다 다카시(嶋田隆) 당시 경제산업성 사무차관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일본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한국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협의했다. 그 회의에서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철저히 비밀로 했다. 8일 후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인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강화 조치를 사전에 발표하면 자유무역과 모순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했다. 7월4일 참의원 선거가 공시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한국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제산업성은 7월1일에 조치를 발표했다. 정권 간부는 수출규제강화 조치에 대해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영향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한일관계를 진흙탕에 빠뜨리게 만들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외상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수차례 회담하며 일본 기업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강 장관도 청와대 의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 정부는 청와대와 교섭을 시도했지만 파이프가 약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한일 관계 소식통). 이대로 가다간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1월30일 자민당과 외무성의 합동회의가 열렸다. 주한 일본대사의 소환 등 강한 조치가 거론됐고, 한 의원이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 제외를 검토하라”라고 지시했다. 자민당으로부터 요구도 있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대항조치를 검토했다. 다만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에는 “주먹을 휘두르면 어떻게 거둬들이나. 거둬들인 후 영향도 크다”는 신중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권 간부들은 “그런 조치를 해도 한국은 아파하지도, 가려워하지도 않는다”며 신중론을 일축했다. 그리고 더 강한 조치를 하도록 주장했다. “싸움은 첫 한 방을 어떻게 때리는지가 중요하다. 국내 여론도 따라온다”고도 말했다. 총리관저 측은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정권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선 “일한(한일) 문제가 지지율을 밀어 올렸다. 일한 쌍방의 여론이 ‘더 때리라’며 과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한국 측이 아무 수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8월 중순 청와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파견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회담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 무렵 한국 정부는 이른바 ‘1+1+알파(α)’ 방안을 수면 아래에서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에 더해 한국 정부도 자금을 내겠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쪄도, 구워서도 먹지 못하는 안이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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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총리, 文대통령 친서 들고 아베 만난다…“연내 정상회담 타진”

    문재인 대통령이 22~24일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의 방일 때 모든 한일 갈등을 해소하긴 힘들겠지만, 임기 내 해결을 희망한다며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아사히와 교도 등 두 개의 일본 유력지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 이 총리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이 총리는 아사히에 “14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친서가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써 주십시오’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징용 문제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은 징용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고, 한국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면 문제를 이번에 모두 해결하기는 힘들더라도 자신의 임기 안에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이를 두고 올해 안에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아사히는 이 총리를 두고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울 뿐 아니라 현 정권의 최고 ‘지일파’로서 정상 외교의 일부를 맡고 있다. 그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조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1989년~1993년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재직했던 이 총리의 약력도 자세히 소개했다. 기자로서 1990년 11월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즉위식을 취재한 그가 이번에는 총리 신분으로 아키히토 전 일왕의 아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지켜볼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 총리도 “인연의 소중함과 깊이를 느낀다”고 화답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를 철회하면 한국도 지소미아 파기를 재검토할 수 있다. 양국 관계가 (수출 규제가 발표된) 7월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정상이 역사적 의무라 생각하고 (한일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며 자신이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징용 문제를 두고 “양국이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 쌍방의 지도자가 후원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리그릇처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총리의 인터뷰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측 움직임에 예단을 갖고 답변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답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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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토 대학살’ 日 만행 알리고 조선인 넋 위로에 평생 헌신

    일본 간토(關東) 대학살 때 억울하게 희생당한 조선인의 넋을 위로하는 데 평생을 헌신한 일본 승려 세키 고젠(關光禪·사진) 씨가 지난달 16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의 별세 소식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오충공 감독에 의해 17일 뒤늦게 알려졌다. 간논사(觀音寺) 주지였던 고인은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지바(千葉)현 다카쓰(高津) 지역에서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학살한 사건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마을 사람들이 숨겨오던 학살 사실을 한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했다. 한국의 김의경 현대극장 이사장(2016년 별세), 심우성 민속연구소 소장(2018년 별세) 등의 도움을 받아 다카쓰 지역에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범종과 종을 달아두는 누각(종루)을 설치했다. 간논사는 학살 장소 인근에 있었는데, 고인은 희생자들을 공양하는 위령제를 매년 지냈다. 고인은 또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1998년 발굴 작업을 시작해 유골 6구를 찾았고, 이듬해 종루 옆에 위령비를 세웠다. 오 감독은 고인의 생전 모습과 1985년 범종 및 종루 건립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 영화 ‘불하된 조선인’에 담았다. 그는 “스님은 일본인의 부끄러운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양심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간토 대지진 당시 사망한 조선인들의 명부는 일본 공식 문서에 있었다. 도쿄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橫網)정에 있는 도쿄도 위령당의 봉안당 창고에서 2008년 발견한 ‘지진 재앙 사망자 명부’를 분석한 결과 조선인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고 오 감독은 밝혔다. 사망자 명부에 약 5만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서 조선인 71명이 확인됐다. 간토 대학살은 규모 7.9의 대형 지진이 발생한 뒤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조선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 대지진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했다” 등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잔혹한 행위를 한 것이다. 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0만500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인 6661명이 학살된 것으로 나타났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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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전 악몽’ 되살아난 후쿠시마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일본 후쿠시마(福島)현이 또 슬픔에 빠졌다. 12, 13일 일본을 강타한 19호 태풍 하기비스로 16일 오후 9시 기준 후쿠시마에서만 28명이 숨졌다. 전체 사망자(77명)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번 태풍으로 후쿠시마 지역의 주요 생산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후쿠시마현에 자회사와 공장을 둔 히타치(日立)제작소, 파나소닉, 히로세전기 등은 조업도 부분적으로 중단했다. 이번 태풍으로 전국 55개 하천, 79개 지점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발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2일 이후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수시로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3일 “예측됐던 것과 비교하면 그런대로 수습됐다”는 태풍 관련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15일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발언을 철회했다. 이 발언 철회 뒤에도 아베 총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대지진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지부진한 대응으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아베 정권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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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멸 경고장’ 받은 日 도시마구, 유아원-공원 승부수로 반전

    일본 도쿄 북서쪽의 도시마(豊島)구는 도쿄 23개 구 가운데 존재감이 크지 않은 곳이다. 미나토구 같은 부촌도 아니고 신주쿠구나 시부야구처럼 젊은이들이 몰려들지도 않는다. 지역 내 교통 요지인 이케부쿠로(池袋)역이 없었다면 일본인들조차 잘 다니지 않는 동네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민간연구기관 일본창성회의는 2014년 5월 전국에서 ‘소멸 가능성 있는 도시’ 896곳을 지정하며 도시마구를 포함시켰다. 도쿄 23개 구 중 유일했다. 소멸 우려 도시의 불명예를 안은 이유는 20∼39세 여성 인구의 급감 가능성 때문이었다. 일본창성회의는 2010년 5만136명인 도시마의 20∼39세 여성 인구가 2040년 2만4666명으로 50.8%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한 치안 때문이었다. 특히 5개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이케부쿠로역 인근은 강력 범죄가 빈번해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젊은 여성이 없으면 출생률이 떨어진다. 아이가 없는 곳은 활력도 없고 자생하기도 힘들다. 고령화까지 감안하면 존속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반전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그 해법을 알아보기 위해 10일 도시마구를 찾았다. ○ “젊은 여성을 잡아라”  1999년부터 20년간 구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다카노 유키오(高野之夫·82) 씨. 62세로 보일 만큼 정정하고 활발한 그는 “5년 전 소멸가능 도시로 꼽혔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앞이 막막했다”는 말부터 꺼냈다. 다카노 구청장은 1937년 도시마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구청장 직을 떠나 한 명의 주민으로서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멸 가능성을 통보받은 지 한 달 만인 2014년 6월 긴급대책본부를 만들었다. 한 달 뒤에는 구청 여직원과 젊은 여성 구민 수십 명을 모아 ‘F1 회의’도 열었다. ‘여성(female)1’이란 뜻이다. 소비 욕구와 구매력이 모두 높은 ‘20∼39세 여성’을 가리키는 일본 마케팅업계의 용어다. 우선 구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도시마구에 사는지부터 분석했다. 5년간 도시마구에 정착하는 비율(정주율)을 분석한 결과, 세대별로 특성이 나타났다. 60대는 75%에 달했지만, 40대는 약 50%에 그쳤다. 특히 2030 여성은 20%에 불과했다. 젊은 여성 10명 중 8명은 도시마구에 온 지 5년이 안 돼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의미다. 다카노 구청장은 “20∼39세 여성을 붙잡아야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책 1: 유아원 확보 대부분 2030 여성인 ‘F1 회의’ 참가자들은 젊은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가 유아원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만 있다면 도시마구가 훨씬 매력적인 거주지로 변할 것이란 의미다. 2013년 당시 도시마구에는 유아원 대기 아동이 270명에 달할 정도로 유아원이 부족했다. 도시마구는 곧바로 유아원 건립 보조금 지급을 늘리기로 했다. 보육 시설 임차료를 건립 후 3년까지는 100%, 4년째부터는 85%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유아원 직원들의 주택 임차료도 일부 지원했다. 구의 보육 관련 지출액은 2014년 23억 엔(약 251억 원)에서 지난해 90억 엔으로 4배 가까이로 늘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5년간 도시마구에 신규 사립 유아원 50곳이 문을 열었다. 새로 문을 연 유아원이 받아들인 아동은 3563명. 덕분에 2017년, 2018년 모두 유아원 대기 아동 수가 ‘제로(0)’였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도시마구로 가면 유아원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도시마구 안에는 주거지 곳곳은 물론이고 슈퍼마켓 안, 심지어 구청 건물 안에도 유아원이 있다. 도시마구는 13km²의 좁은 면적에 약 3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어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유아원을 새로 지을 땅이 없다 보니 구청 내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한 것이다. 2017년 4월 개관한 구청 내 유아원 ‘글로벌키즈 히가시이케부쿠로(東池袋)’는 일본 최초의 구청 안 유아원이다. 다카노 구청장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유아원을 짓겠다고 결심했고 이를 실천했다”며 웃었다.○ 대책 2: 공원 개조 구청 2층의 ‘글로벌키즈 히가시이케부쿠로’는 깔끔하고 쾌적했다. 다만 구청 건물이라 아이들이 뛰어놀 야외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미나미이케부쿠로(南池袋) 공원으로 유아원 아이들과 함께 기자를 인도했다. 아이들은 잔디 위에서 축구를 하면서 공원을 유아원 마당처럼 사용했다. 부모들은 공원 내 카페에서 자녀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공원은 10년 전만 해도 부랑자들의 집합소였다. 나무가 우거져 낮에도 어두컴컴했고, 잔디는 전혀 없었다. 건장한 남자조차 낮에도 혼자 이곳으로 가는 일을 꺼릴 정도였다. 도시마구는 2009년 9월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을 과감히 폐쇄했다. 약 7년에 걸쳐 우거진 나무들을 잘라내고 잔디를 새로 깔았다. 저렴한 커피와 쿠키를 파는 카페도 새로 지었다. 2016년 완전히 달라진 공원이 다시 문을 열자 주민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원에서 만난 주민 메구로 유카(目黑由佳·36·여) 씨는 “초등학교 3학년과 5세 딸아이 두 명을 키우고 있다. 공원이 있어 너무나 좋아 계속 도시마구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도시마구는 구내 85개 공중화장실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22개는 화가까지 고용해 ‘예술 화장실’로 만들고 있다.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또한 아이와 엄마를 또 찾아오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의미에서다.○ 대책 3: 만남의 장소 확충 이날 오후 5시 반 이케부쿠로 고도모식당을 찾았다.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 저녁에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고교생까지는 무료고 어른은 300엔만 내면 된다. 무료 급식을 실시하는 비영리단체 와쿠와쿠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다. 아마노 게이코(天野敬子) 와쿠와쿠 사무국장은 “빈곤 가정 어린이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역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친교의 장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식당 내 좌석 40개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2층에서 게임을 했다. 보호자들도 서로 인사하며 얘기를 나눴다. 도시마구에는 12개의 고도모식당이 있다. 지역 주민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게스트하우스 시나토잇페이도 들렀다. 히카미야마 고이치(日神山晃一) 사장은 45년 된 낡은 2층 건물이 5년 넘게 빈집으로 방치되는 것을 보고 이를 수리해 2016년 숙박업소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1층 공간을 마을 주민에게 무료 개방했다. 전자 재봉틀도 비치해서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히카미야마 사장은 “마을을 살리려면 세대 간 서로 교류하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유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 5년간의 성적표 도시마구가 변신을 시도한 지 5년. 급감이 예상되던 20∼39세 여성 인구는 2014년 4만5520명에서 지난해 4만8055명으로 약 2500명 늘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18년 3월 도시마구의 20∼39세 여성 인구를 추계한 결과 2045년 예상 인구가 2015년보다 18.9%만 감소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50.8% 감소를 전망한 일본창성회의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다카노 구청장에게 “유아원 건립 등으로 많은 돈을 썼을 텐데 구청 살림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구청장으로 취임한 1999년 도시마구의 재정 적자가 836억 엔에 달했다. 언제 파산 신고를 할지 모르는 상태였지만 2017년 166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답했다. 그는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이 쏠쏠한 수입원이라고 했다. 2016년 재개관한 후 공원 이용료, 카페 임대료 등으로 연간 3800만 엔의 수입이 생겼다고 했다. 연간 유지관리 비용(2800만 엔)을 제외해도 꾸준히 1000만 엔 흑자가 보장되는 사업이 생긴 셈이다. 돈도 돈이지만 80대 구청장의 열정과 뚝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카노 구청장 같은 백전노장의 열정이 일본 사회의 저력 가운데 하나로 보였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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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한국과 대화기회 닫을 생각 없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6일 “한국과의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아베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한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낙연 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 행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다. 양국 관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TV아사히는 16일 “총리가 24일 오전 이 총리와 약 10분간 회담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총리는 22∼24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국가 간 약속을 지키라”는 기존 주장만 반복했다. 하지만 최근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고 16일에는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한 외교 소식통은 “총리의 발언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당장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바꾼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최근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날 총리에게 한일 관계를 질문한 마쓰카와 루이 의원 역시 “한국은 이웃이다. 가급적 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기 전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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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이낙연 총리 방일 앞두고…“한국과 대화 닫을 생각 전혀 없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6일 ‘한국과의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아베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한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22일 방일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개별면담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낙연 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 관련 행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자민당 소속 마쓰카와 루이(松川るい) 의원의 질문에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교도통신은 “일왕 즉위 의식에 맞춰 방일하는 이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 발언에 앞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 일한(한일) 또는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한 관계의 근간인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을 방치하며 신뢰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지속하는 한국에 대해 먼저 국제법에 기초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 준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기존 언급을 되풀이하는 이 답변에선 문서를 그대로 읽는 모습이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국가 간 약속을 지켜라”고 반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하고, 16일에는 대화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발언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바꾼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신중하게 평가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최근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이날 질문에 나선 마쓰카와 의원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을 언급하며 한국을 비난하면서도 “한국은 이웃이기도 하다. 가급적 징용 판결 관련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기 전에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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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간 성장 기업 없어 日 이대로 가면 망할 것”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로 잘 알려진 일본 퍼스트리테일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0·사진) 회장이 현 일본 상태를 ‘최악’이라고 평가하며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개혁 외에는 길이 없다”며 특히 정치 개혁을 주문했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자들은 정치적 발언을 삼가지만 그는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야나이 회장은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14일자) 기고문에서 “최근 30년간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최선진국에서 이제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유로 국민 소득이 늘지 않고, 기업도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에 본격적으로 대처하는 일본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창업자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도 우려했다. 야나이 회장은 “창업자가 경영하는 기업만 현재 성장하고 있다. 많은 창업자가 은퇴하기 때문에 ‘마지막 흥행’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샐러리맨이 성장해 경영자가 된 회사가 많은데, 이런 회사는 성장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30년간 성장하는 회사가 없고, 돈을 버는 개인도 없다. 수출에만 의존하다 보니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30년간 쇠락하고 있는데 다들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 출신이라는 일본 유전자(DNA)가 매우 중요하지만, 일본 DNA의 강함이 약함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는 특히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를 거론하며 손타쿠 문화가 윗사람을 위한 공문서 위조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 수준이 매우 낮아졌다. 그런데도 서점에 가면 ‘일본이 최고’라는 책이 넘쳐난다”며 “무엇이 최고란 말인가. 기분만 나빠진다”고 털어놨다. 야나이 회장은 이 같은 일본 상황을 바꾸기 위해 2가지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공무원 수도 절반으로 줄이고 그 개혁을 반드시 2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양원제 대신 단원제로 일원화하라”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 각종 세금 낭비를 막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의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한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성공한 측면은 주가뿐인데 주가는 국가의 돈을 뿌리면 어떻게든 된다”고 했다.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간주한 셈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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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할 것”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로 잘 알려진 일본 퍼스트리테일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70)이 현 일본 상태를 ‘최악’이라고 평가하며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개혁 외에는 길이 없다”며 특히 일본의 정치 개혁을 주문했다. 야나이 회장은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14일자 기고문에서 “최근 30년간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최선진국에서 이제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유로 국민 소득이 늘지 않고, 기업도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었다. 창업자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야나이 회장은 “창업자가 경영하고 있는 기업만 현재 성장하고 있다. 많은 창업자가 은퇴하기 때문에 ‘마지막 흥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30년간 성장하는 회사가 없고, 돈을 버는 개인도 없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30년간 쇠락하고 있는데,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성공한 측면은 주가 뿐이다. (하지만) 주가는 국가의 돈을 뿌리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해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간주했다. 야나이 회장은 이 같은 일본 상황을 바꾸기 위해 2가지 개혁을 제안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 수도 절반으로 줄이는데, 그 개혁을 2년 안에 끝낼 정도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원화시키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는 의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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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작년 초계기 갈등 때의 대응 후회… 한국과 더 대화했어야”[파워 인터뷰]

    《“지난해 12월 한일 초계기 갈등 때 좀 더 시간을 들여 한국과 대화했다면 양국 관계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한 가지를 반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일본 방위상을 지낸 이와야 다케시(巖屋毅·62) 전 방위상이 지난달 10일 사퇴 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재임 기간 한일 양국은 자위대 초계기 저공비행, 한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 군사 문제에서도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그는 이런 와중에도 한국과의 안보 협력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일원이었던 사람으로서 내각의 방침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양국 갈등이 안보 분야에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일본 방위백서가 유사시 자위대 전투기의 독도 영공 긴급 발진 가능성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런 일은 피하고 싶다”고 우려했다. 이와야 전 방위상은 규슈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시 출신의 8선 의원이다. 와세다대를 졸업했고 ‘지한파’로 유명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72) 전 총리의 동생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71) 중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최근 그의 지역구인 벳푸는 양국 갈등으로 인한 한국인 관광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는 같은 규슈 출신의 동갑내기로 막역한 사이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62)과의 45년 인연도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직 시 한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노선에 대한 총리나 자민당 내 강경파들의 압박이 없었나. “그렇지 않다. 방위상으로서 내가 판단한 것은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확실히 보고했다. 올해 6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비공식 회담을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반드시 회담을 해야 한다’고 총리 관저에 보고했고 허락을 받아 이뤄졌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나도 정 장관도 서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보 문제에서는 한일 협력,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총리는 국가 간의 협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외교적 ‘연속성’이 없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시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악수를 하며 활짝 웃었다는 이유로 자민당 일부 인사가 비판한 적도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자고 만난 자리에서 엄한 표정을 지어야 하나? 비록 힘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는 기분 좋게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이런 이와야 전 방위상의 태도를 줄곧 문제 삼아 왔다. 그가 지난달 11일 개각 전부터 일찌감치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이유다. 이와야 전 방위상은 퇴임 직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후임자가 한일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양국 안보 협력 강화는 미국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후임자 고노 다로(河野太郞·전 외상) 방위상은 외상 재직 시절 장관급인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고 7월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해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한일 협력을 중시하는 후임자를 원했던 그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일본 언론은 초계기 갈등 때도 총리실이 이와야 전 방위상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고 보도해 왔다. ―초계기 갈등 당시 일본 언론은 ‘일본 측이 동영상을 전격 공개한 것은 아베 총리의 지시였다’고 보도했다. “누가 공개를 지시했는지는 답할 수 없다. 다만 당시 갈등 때 좀 더 시간을 들여 한국과 대화했다면 양국 관계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한 가지를 반성하고 있다.” ―자위대 초계기의 저공비행을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이 조사를 벌였지만 결론 없이 끝났다. 진실은 무엇인가. “나는 자위대의 노력을 신뢰하고 있다. 자위대 보고가 잘못됐을 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즉, 자위대의 경계 비행은 규칙대로 이뤄졌고 한국에 위협을 주는 비행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이후 진상 조사를 위한 양국 회담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래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임 추궁이 아니라 상호 긴장감을 없애고 미래를 위한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묻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올해 7월 러시아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는 유사시 자위대 전투기의 긴급 발진 가능성을 포함시켰는데…. “일본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일본 영토로 생각한다. 이를 감안할 때 이론상으로 영공 침범 조치의 대상이 되지만 현재까지 그렇게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 ―미래에는 독도 상공에서 양국 전투기가 발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한국과의 일촉즉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피하고 있다.” ―8월 말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소식을 듣고 어땠나. “많이 놀랐다. 나는 (지소미아 연장을) 낙관적으로 생각했었다. 양국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계속 말해 왔고 한국에서도 내 메시지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파기 결정의 최종 판단을 누가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군인 출신의 정경두 장관이 그런 판단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고노 다로 당시 외상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소미아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놀랍다.” ―2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후 일본 정부는 당초 2발로 발표했다 1발로 정정했다. “미사일 종류 및 발사 방법 등이 매번 다르기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양국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최근 1년간 11회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한일 대화가 어렵다면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화해 지소미아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다음 달 22일까지 재검토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나. “일본은 과거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문화를 만들었고 한반도로부터 많은 문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한반도를 침탈했다. 은혜가 있는 곳에 아픈 기억을 가져다준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 우익 세력의 혐한 관련 목소리가 걱정된다.”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급감했는데…. “안 그래도 걱정이다. 지역구인 벳푸 숙박업 관계자들이 많이 우려하고 있다. 일부는 ‘손님이 줄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악화된 양국 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 모두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다. 서로의 장래를 위해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남북 관계, 한반도, 중국의 역할 등을 함께 생각하며 풀어가야 한일 문제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자’는 생각은 방위상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의 방에는 의외의 인물과 찍은 사진이 있었다. 바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그는 “같은 규슈 출신인 손 회장과는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 때 만나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처음 밝히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나는 벳푸, 손 회장은 후쿠오카현 출신이다. 고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한 친구가 ‘재미있는 녀석이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며 소개해 줬다.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은 없지만 동향이라 그런지 처음 만날 때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 지금까지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우리 둘은 만나서 ‘나’ ‘너’ ‘손’ ‘이와야’ 이런 식으로 편하게 말을 한다. 종종 ‘네가 이렇게 큰 사업가가 될 줄 몰랐다’는 농담도 한다. 손 회장은 그냥 웃고 만다.”○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 약력△1957년 규슈 오이타현 벳푸 출생△1981년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정치학과 졸업△1990년 중의원 의원 당선, 현 8선(選) 의원△2006년 제1차 아베 신조 내각 외무 부대신△2012년 자민당 안보조사회장△2018년 10월∼2019년 9월 방위상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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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아베에 태풍피해 위로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19호 태풍 ‘하기비스’ 피해에 대한 위로전을 보냈다.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처음으로 아베 총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로전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합심하여 피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피해를 입은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하루 속히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에 위로전을 보낸 것은 지난해 9월 6일 오사카 태풍 및 삿포로 지진 피해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한 이후 일본에 대한 직접 비판 메시지를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일왕 즉위식을 앞두고 아베 총리에게 위로전을 보낸 것이어서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로전은 이날 오후 일본대사관을 통해 전달됐다.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선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 주변 인사 중 일본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사람은 이 총리뿐”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직후부터 이 총리의 움직임을 주목해왔다. 이 총리가 5월 중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행정부가 나서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하자 일부 인사는 상당한 실망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료 사회에서는 ‘한국에서 이야기가 통할 사람은 이 총리’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방일이 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외무성에 정통한 일본인 외교 소식통은 “어떤 안이 됐든 일본 기업이 배상하는 안은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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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틀간 年강수량의 40% 퍼부어 ‘물폭탄’…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폐기물 일부 유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12일 저녁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 상륙한 하기비스는 13일 오전까지 도쿄(東京)를 포함한 수도권 간토(關東) 지방과 도호쿠(東北) 지방에 대형 비 피해를 냈다. NHK 방송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 현재 30명이 사망하고 15명이 행방불명됐으며 177명이 부상을 당했다. 도쿄는 12일 오후 9시경 하기비스의 집중 피해를 입었다. 주말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쿄 도민들이 식량을 사재기하면서 편의점과 슈퍼의 식품 코너는 텅 비었다. 수도권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은 13일 항공기 착륙을 재개했지만 출발은 상당수 결항됐다. 이날 오전 현재 일본 전국의 항공기 818편이 결항됐다. 이번 태풍이 동반한 폭우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箱根)정에는 1001mm, 시즈오카현 이치야마(市山)에는 760mm의 비가 내렸다. 특히 물폭탄으로 하천이 범람한 지방 일부에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일어났다. 13일 오전 6시경 나가노(長野)현 나가노시 호야쓰(穗保) 지구의 하천 제방이 70m가량 붕괴되면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지붕 위로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뿐 아니라 자위대원 2만7000여 명도 구조에 동원됐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10개 하천의 제방이 붕괴됐고, 77개 하천이 범람했다. 도쿄도에서도 다마가와(多摩川) 하천이 범람해 세타가야(世田谷)구 일대가 침수됐다. 도쿄도 내에 1044곳의 피난소가 설치됐고, 13일 0시 현재 7만6235명이 피난했다. 일본 전국적으로 피난 지시와 피난 권고를 받은 대상자는 일시적으로 1300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42만여 가구는 정전 피해를 입었다. NHK는 “후쿠시마(福島)현 다무라(田村)시가 보관하고 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성 폐기물 자루 약 2700개 중 일부가 12일 폭우로 강으로 흘러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후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 13개 광역지자체에 ‘폭우 특별 경보(경계 레벨 5)’를 발표했다. 전원 피난을 지시하는 ‘경계 레벨 4’보다 더 높은 최고 수준 경보다. NHK 방송 아나운서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행동을 취해 달라”고 반복해 말했다. 하기비스는 국제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12, 13일 럭비월드컵 3개 경기가 중지됐다. 럭비월드컵 역사상 경기가 중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정에 따라 무승부로 처리됐다. 해상자위대는 14일 가나가와현 사가미(相模)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국제 관함식을 취소했다. 태풍 하기비스는 13일 정오 무렵 태평양 해상으로 빠져나가 온대성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소멸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7월 24일∼8월 9일)을 앞둔 일본 정부는 무더위 대책뿐 아니라 태풍 대비란 큰 숙제를 안게 됐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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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日, 어선침몰 배상하라”… 日 “영상 공개 검토”

    7일 동해상에서 일어난 일본 수산청 단속선과 북한 어선 간 충돌사고와 관련해 북한이 12일 일본 측에 배상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에 일본은 북한에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한 데 이어 충돌 당시 동영상을 공개할 방침이어서 북-일 간 마찰이 예상된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북일 선박 충돌과 관련해 ‘일본 단속선이 정상적으로 항해하는 북한 어선을 침몰시켰다. 일본 정부는 배상하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단속선과 북한 어선은 7일 동해 대화퇴 어장 부근에서 서로 충돌했고, 북한 어선은 침몰했다. 대화퇴 어장을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당시 북한 어선이 퇴거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북한 승선원 60여 명을 모두 구조해 별도 조사 없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 응답하면서 “북한 어선과의 충돌 사고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 일본 정부는 영상 공개에 부정적이었으나 ‘북한 봐주기’ 비난이 일면서 공개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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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유명작가 히라노, 혐한에 일침 “일본인들, 한국大法 징용판결문 읽어보라”

    데뷔작 ‘일식’으로 1999년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平野啓一郞·44·사진)가 11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판결문부터 읽어보라. 국가를 넘어 징용피해자 개인의 인간적 불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관계가 악화됐지만 양국 간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인터뷰 시리즈 ‘이웃’의 첫 순서로 히라노 작가를 만났다. 그는 혐한(嫌韓)을 부추기는 일본 언론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미디어가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모두 우선 강제징용 판결문을 읽어봐야 한다. 읽으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판결문도 읽지 않은 채 방송에 출연해 한일 관계를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기사를 읽으며 큰 울림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인간으로서 피해자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징용 피해자들이 기술을 습득할 것을 기대하고 일제의 모집에 응했다가 위험도가 높은 노동 환경에 놓여 임금도 받지 못했다.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면 맞기도 했다. 비참하다”고 지적했다. 히라노 작가는 “한국에 친구들이 많고 독자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김연수나 은희경 등 한국 소설가의 작품이 등장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일본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두 나라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일 관계 해법에 대해 “소설에서는 한국인, 일본인, 남자, 여자 같은 특정 범주가 중요하지 않다. 징용피해자라는 범주가 아닌 개개인의 한 인간을 주목한다면 (일본인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잡함을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토대를 졸업하고 1998년 소설 ‘일식’으로 데뷔한 그는 등장과 함께 일본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다. ‘마티네의 끝에서’ ‘결괴’ 등 20여 편을 출간했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재일교포 3세가 주인공인 소설 ‘어떤 남자’를 펴냈다. 그는 “학창 시절 만난 재일교포를 생각했다. 그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지낼지 고민하며 집필했다”고 설명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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