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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압사 사고로 이어진 ‘이태원 참사’에 세계 각국 정상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희생자를 애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 비극적인 시기에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바이든 대통령 부인)과 나는 한국인들과 함께 슬퍼하고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애도의 글을 올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한국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애도의 의미로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태원에서 발생한 매우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젊은이를 비롯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에 큰 충격을 받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이렇게 어려운 때에 한국 정부 및 국민에게 재차 연대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도 애도를 표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면서도 이번 사고에서 중국인들이 사망하고 다친 것을 거론하며 “한국이 모든 노력을 다해 치료하고 사후 처리를 잘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한글과 프랑스어로 동시에 “이태원 참사에 서울 시민들과 한국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프랑스는 여러분 곁에 있다”라고 썼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마주한 모든 한국인과 현재 (참사에) 대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애도를 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보낸 조전에서 “깊은 조의를 전한다”고 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서울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폴란드의 1단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자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수주 경쟁을 벌였던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은 “러시아에 대서양 동맹이 하나로 뭉쳐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무기화에 대항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명한 메시지”라고 화답했다. 폴란드 1단계 원전 사업은 400억 달러 규모로, 정부가 주도해 6∼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경쟁해왔다. 한수원은 이번 사업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폴란드 원전 건설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수출 협력에 합의한 가운데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 원전 수출 협력을 논의해왔다. 웨스팅하우스는 해외 원전 건설 사업 경험이 적어 시공 능력이 한수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국내 원전 업계의 평가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 짓고 있는 원전에 국내 기업의 핵심 기기들을 공급받았던 만큼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등을 국내 기업이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민간 에너지 기업 주도로 짓는 4기의 2단계 원전 건설사업의 경우 한수원을 사업자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수원은 폴란드 공기업 및 민간 기업 주도의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고 폴란드 대표단이 곧 방한해 원전 협력 관련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침해 및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 위반 가능성을 들어 한수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향후 원전 수주 경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파란색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앞을 보시고 주의해서 이동해 주세요.”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교차로. 일본에서 핼러윈에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이곳에 오후 6시가 지나자 지붕에 전광판이 설치된 경찰차가 교차로 횡단보도에 정차했다. ‘DJ(디스크자키) 폴리스’로 불리는 질서 유지 담당 경찰이 차 지붕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속사포처럼 행인들에게 호소했다. 도쿄 시부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29일과 이날 인파 수만 명이 몰렸다. 하지만 별다른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이 실시간으로 질서를 유도했고 지방자치단체는 1개월여 전부터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람이 몰리면 언제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철저한 질서 유지와 강력한 통제를 벌이고 있다. ● 日, 1개월전부터 캠페인…술 판매 중단 시부야에 해가 지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교차로에 ‘DJ 폴리스’가 등장했다. 빨간 불에 한 행인이 건너려고 할 때 DJ 폴리스가 곧바로 “아직 빨간불입니다. 돌아가세요”라고 외치자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자 DJ폴리스는 “혼잡 사고 방지를 위해 교차로에 서 있지 마세요. 곧 빨간 불로 바뀝니다”라고 안내했다. 다른 경찰관들은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이날 시부야에는 사람 목소리보다 경찰의 안내 방송과 호루라기 소리가 훨씬 크게 들렸다. DJ 폴리스는 2013년 6월 브라질월드컵 예선전 당시 시부야에 인파가 몰리자 한 경찰이 경찰차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클럽 DJ처럼 재치 있는 말투로 질서를 유도한 게 시초다. 반응이 좋아 경시청이 아예 DJ 폴리스 전담 조직을 설치해 2020 도쿄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행사, 이벤트 때 활용하고 있다. 이날 시부야 일대는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일본 경시청은 경찰 350명을 동원해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때마다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 비닐 끈으로 횡단보도에서 건너는 사람들이 엉키지 않도록 유도했다. 시부야구는 구청 직원과 민간 경비업체 100명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시부야는 2018년 핼러윈 때 흥분한 젊은이 10여 명이 트럭을 뒤집는 난동을 부리는 등 사건이 발생해 핼러윈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 하세베 겐 시부야구청장은 “일률적으로 오지 말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바보 같은 소동은 벌이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부야구는 1개월 전부터 거리 곳곳에 ‘매너를 지키는 사람이 시부야를 지키는 사람’ 등의 포스터 500장을 내걸었다. 28일부터 11월 1일은 구 조례로 ‘길거리 음주 금지 기간’으로 지정해 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단속했다. 상당수 음식점에서 술 판매를 중단했다. ● 美 “0.65㎡당 1명 이하” 압사사고 예방 규정 미국은 핼러윈 기간 교통사고가 평소보다 43% 증가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교통 금지구역을 지정하는 도시가 늘었다. 뉴욕시 이다니스 로드리게스 교통장관은 핼러윈 기간 100곳의 거리에 교통을 제한하고 경찰 배치를 대폭 확대했다. 뉴욕에서는 2017년 핼러윈 기간 한 트럭이 자전거 도로를 덮쳐 8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퍼레이드 등 행사 시 경찰 배치를 대폭 확대했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핼러윈 기간 2마일(약 3.2㎞) 구간에 자동차 진입을 차단했다. 코네티컷, 콜로라도, 메사추세츠 등도 도심지 일부 거리에 차량 도로를 폐쇄했다. 미국 법무부는 대규모 행사는 12~18개월 전부터 경비 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한다. 미국에서는 미 방화협회가 마련한 ‘인명 안전코드(NFPA 101)’가 보편적인 안전 기준으로 여겨진다. 당초 화재 피난 매뉴얼로 만들어졌지만 대규모 군중이 밀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압사 사고 등에 대한 대비 규정도 포함됐다. 지난해 개정판에는 △특정 규모 이상의 행사장에서는 관중 밀도가 0.65㎡당 1명 이하로 유지돼야 하고 △사고 발생 시 군중이 분산 대피할 수 있도록 출구를 적절히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프랑스 정부는 2015, 2016년 빈발한 테러 사건으로 안전 강화 필요성이 커지자 2017년 ‘문화 행사 안전 및 보안 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행사 주최자는 군중이 많이 모일 가능성이 높으면 행사 3, 4개월 전부터 지방 당국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일축했다. 보니 젱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은 언제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자 진화에 나선 것. 하지만 미국 내에서 북한과 군축협상을 통해 핵전쟁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이 이스라엘, 인도처럼 사실상 북핵을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젱킨스 차관의 군축협상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는 북한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대북 관여를 위한 최선의 방법에 관해 계속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라 벨 국무부 군축·검증·준수 담당 부차관보도 같은 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대담에 참석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외교적 해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젱킨스 차관의 발언이 북한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군축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로이터에 “(젱킨스 차관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함정에 빠졌다”며 “군축과 위험 감소(risk reduction)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는 것에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제안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축 협상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있느냐는 문제에서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협상을) 이동시킨다”이라며 “김 위원장이 위험 감소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보다 더 원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진화에도 미국 내에선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CNN은 29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에 위험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시아에서 핵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과 일본, 대만의 자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CNN은 “더 나은 접근법은 북핵 프로그램을 이스라엘, 인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국장은 CNN에 “미국은 두 나라(이스라엘, 인도)와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합의했다”며 “그게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서 도달하고 싶은 지점일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27일(현지 시간)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 (협상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핵무기를 감축하는 대신 한미 연합훈련 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사진)은 이날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대담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화기를 들고 ‘군축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한다면 ‘안 돼’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군축이) 무엇인지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핵 군축 협상에 대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또 미국이 북한과 핵 군축 협정에 나선다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리처드 하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회장이 19일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에 군축 협상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등 군축 협상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실제 젱킨스 차관은 27일 “전통적 군축 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감소(risk reduction)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혀 핵무기 감축 보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발표한 국가국방전략(NDS)과 핵태세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떤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주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강원 통천 일대에서 이날 오전 11시 59분부터 낮 12시 18분까지 쏴 올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은 고도 24km로 약 230km를 날아갔다.바이든 정부 첫 ‘북핵 군축론’… “김정은 핵쓰면 정권 종말” 경고도 美 “北과 군축협상 가능” 美 일각 “비핵화 실패” 군축 거론… 군사훈련 중단 가능성도 제기美, 국방전략-핵태세보고서… 中-러 이어 北 3번째 위협 평가“中 대만에 핵공격 할수도” 지적도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도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고수해 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북-미 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대북정책의 무게중심이 비핵화 협상에서 한반도 군사적 충돌 위험 감축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핵무기 감축을 조건으로 미국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 동시에 북한을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위협으로 간주한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 가능한 시나리오는 없다”며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北과 군축, 위험 감소 모두 논의 가능”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대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군축과 군사적 충돌 위험 감축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군축은 언제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핵개발을 보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최근 미 조야에 ‘북한 비핵화 실패론’이 조금씩 퍼지며 군축 협상 관련 언급이 늘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회장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미사일을 축소하는 군축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젱킨스 차관은 군축의 의미에 대해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군축의 목적과 의도는 투명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도 포괄적인 군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도 군축이 뭔지 (북한과) 다른 의견이 있었다”고 말해 군축 논의에는 핵무기가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가 대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군축뿐만 아니라 위험 감소 등 전통적 군축 협정으로 이어지는 군축의 모든 다른 요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군축 협정에 포함되는 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한 적대 행위 중지 등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유엔사령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중-러 한반도 개입 우려에 美 “억지력 딜레마”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국가국방전략(NDS)과 핵태세보고서(NPR)를 통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에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선제 핵 공격까지 위협하는 북한이 대화 대신 군사행동을 선택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NDS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북핵 위협을 언급하며 “북한은 중국 러시아 같은 수준의 경쟁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국에 억제 딜레마를 제기한다”며 “한반도 위기는 다른 핵보유국의 개입과 더 광범위한 분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 상황 시 중국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 때문에 핵우산 등으로 반격하는 것을 주저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확장 억지 강화 및 한국 일본 호주와의 정보 공유를 강조하며 “정기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은 물론이고 위기 대응 협의를 개선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NDS는 중국을 가장 심각한 도전, 러시아를 즉각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국과 동맹국은 점점 더 현대화되고 다양한 핵 역량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현대화와 동맹 규합을 통해 핵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 분쟁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지도부가 핵 강압과 제한적 핵무기 선제 사용을 비롯해 목표 달성을 위한 더 넓은 범위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대만 통일을 위한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27일(현지 시간)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 (협상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핵무기를 감축하는 대신 한미 연합훈련 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대담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화기를 들고 ‘군축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한다면 ‘안 돼’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군축이) 무엇인지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 군축 협상은 통상 핵보유국끼리 핵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해 동시에 핵무기를 줄이는 협정을 위한 협상이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핵 군축 협상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또 미·북이 핵 군축 협정에 나선다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젠킨스 차관은 이날 “전통적 군축 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감소(risk reduction)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혀 핵무기 감축 보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발표한 국가국방전략(NDS)과 핵태세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떤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위기 대응 협의를 개선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주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이날 오전 11시 59분부터 오후 12시 18분까지 쏴 올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은 고도 24㎞로 약 230㎞를 날아갔다. 올 들어 북한이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통천에서는 2019년 8월 SRBM인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도 발사됐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도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고수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북미 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대북정책 무게중심이 비핵화 협상에서 한반도 군사적 충돌 위험 감축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 실패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핵무기 감축을 조건으로 미국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 동시에 북한을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위협으로 간주한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 가능한 시나리오는 없다”며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北과 군축, 위험 감소 모두 논의 가능”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대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군축과 군사적 충돌 위험 감축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군축은 언제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북한 핵개발을 보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아 왔다. 젠킨스 차관은 군축의 의미에 대해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군축 목적과 의도는 투명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도 포괄적인 군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도 군축이 뭔지 (북한과) 다른 의견이 있었다”고 말해 군축 논의에는 핵무기가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가 대화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군축뿐만 아니라 위험 감소 등 전통적 군축 협정으로 이어지는 군축의 모든 다른 요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군축 협정에 포함되는 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한 적대 행위 중지 등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물론 유엔사령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군축 협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러 한반도 개입 우려에 美 “억지력 딜레마”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국가국방전략(NDS)과 핵태세보고서(NPR)를 통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에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선제 핵공격까지 위협하는 북한이 대화 대신 군사 행동을 선택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NDS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북핵 위협을 언급하며 “북한은 중국 러시아 같은 수준 경쟁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국에 억제 딜레마를 제기한다”며 “한반도 위기는 다른 핵보유국 개입과 더 광범위한 분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 상황에 중국 러시아 개입 가능성을 우려해 핵우산 등으로 반격하는 것을 주저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확장억지 강화 및 한국 일본 호주와의 정보 공유를 강조하며 “정기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은 물론, 위기 대응 협의를 개선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우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DS는 중국을 가장 심각한 도전, 러시아를 즉각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국과 동맹국은 점점 더 현대화되고 다양한 핵 역량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현대화와 동맹 규합을 통해 핵 강대국 중·러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 분쟁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지도부가 핵 강압과 제한적 핵무기 선제 사용을 비롯해 목표 달성을 위한 더 넓은 범위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대만 통일을 위한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군이 ‘하늘 위 암살자’로 불리는 공격용 드론(무인항공기) 리퍼(MQ-9)를 일본에 배치하고 공식 작전에 들어갔다. 리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군은 세계 최고 군용 무인기로 꼽히는 리퍼를 우선 북한의 고강도 도발 움직임 및 중국군의 대만해협 동향 정찰에 활용할 방침이다.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761·6000t)도 최근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했다. 미국이 북한에 핵실험을 할 경우 고강도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늘 위 암살자’ 北·中에 경고 메시지미 공군은 319원정정찰대대가 23일(현지 시간)부터 일본 가노야(鹿屋) 해상자위대 항공기지에서 작전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319원정정찰대대는 리퍼 운용 부대다.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 가노야 항공기지는 대만이 있는 동중국해는 물론이고 한반도와 가깝다. 가노야 기지에서 평양은 약 950km 떨어져 있다. 리퍼의 항속거리(5900km)와 무장능력 등을 감안할 때 북한 지역 대부분이 작전 범위에 들어간다. 길이 11m, 날개 폭 20m인 리퍼는 고도 약 7600m 상공에서 이동해 상대편이 식별하기 어렵다. 레이저 유도 헬파이어 미사일 14발, 레이저 유도 폭탄 2발,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완전무장 상태에서도 14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 장치(MSTS) 등으로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 위험인물 제거 작전에 쓰여 왔다.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에도 활용됐다. 한국군 관계자는 “리퍼는 적국 수뇌부나 테러조직 지휘부의 제거(암살) 작전에 주로 투입된 점에서 북한도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는 일본에 1년간 배치될 예정이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중국군 정보 수집을 위해 영구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美 “北 7차 핵실험 대응 수단 많아” 미 7함대도 25일 핵추진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가 18일 요코스카항에 기항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미 해군이 이례적으로 주요 확장억제 전력인 핵공격잠수함의 한반도 인근 전개를 공개한 것은 북한에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가 3100km인 토마호크 미사일 수십 발을 탑재한 스프링필드는 동북아 해상 어디에서 쏴도 북한 전역 핵심 표적을 몇 m 오차로 타격할 수 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에게 동원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우크라이나가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으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한 뒤 러시아에 공격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러시아가 26일(현지 시간) 주장하고 나섰다. 연일 우크라이나의 ‘더티봄’ 공격 주장을 펼치다가 이날 3대 핵전력을 동원해 핵전쟁 훈련까지 펼친 러시아가 구체적인 공격 방식까지 거론한 것이다. 더티봄의 원전 공격 주장은 핵 공격에 비견되는 참사를 의미한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더티봄 공격을 감행한 뒤 우크라이나 공격이라 주장하고 이를 전술핵 사용 빌미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 “가짜 러시아 로켓으로 더티봄 사용”26일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더티봄으로 가짜 러시아 로켓을 만들어 체르노빌 원전을 공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국영 로켓 업체) 유지마시 전문가들이 이미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본떠 가짜 미사일을 만들었다”며 “탄두를 방사성 물질로 채운 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군이 체르노빌 원전 출입금지 구역에 쏠 것”이라고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원전 공격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언론에 미사일 잔해들을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핵 공격 혐의를 납득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괴적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독려하기 위해 세계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주장했다.○ 美 “러시아가 하려는 일로 다른 국가 비난”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더티봄 사용 계획 주장을 ‘가짜 깃발’ 작전이라며 비판해 온 미국은 ‘더티봄 원전 공격 계획’ 주장에 대해 ‘무책임한 날조’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대담에서 러시아의 주장을 “또 다른 날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자신들이 의도하는 행위를 다른 이에게 돌리고 있다”며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가 하려는 일로 다른 국가를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러시아 전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나 더티봄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사용한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러시아는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26일(현지 시간) “조만간 한국 파트너들과 공동으로 진행할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폴란드의 민간 주도 원전 사업자로 한수원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신 부총리는 이날 “정부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와 병행해 진행되는 또 다른 원전 건설 프로젝트도 가까운 장래에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신 부총리가 언급한 새로운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민간 에너지기업 제파크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6기 규모의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사업과는 다른 별도의 원전 건설 사업이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독자 원자로 수출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폴란드 정부가 한국과의 원전 협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셈이다. 폴란드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신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한수원과 폴란드전력공사(PGE), 제파크의 협력의향서(LOI) 체결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신 부총리는 정부 주도 원전 사업에 대해선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조짐이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군이 ‘하늘 위 암살자’로 불리는 공격용 드론(무인항공기) 리퍼(MQ-9)를 일본에 배치하고 공식 작전에 들어갔다. 리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군은 세계 최고 군용 무인기로 꼽히는 리퍼를 우선 북한 고강도 도발 움직임 및 중국군의 대만해협 동향 정찰에 활용할 방침이다.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761·6000t)호도 최근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했다. 미국이 북한에 핵실험을 할 경우 고강도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늘 위 암살자’ 北·中에 경고 메시지 미 공군은 319원정정찰대대가 23일(현지 시간)부터 일본 가노야(鹿屋) 해상자위대 항공기지에서 작전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319원정정찰대대는 리퍼 운용 부대다.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 가노야 항공기지는 대만이 있는 동중국해는 물론 한반도와 가깝다. 가노야 기지에서 평양은 약 950여km 떨어져있다. 리퍼의 항속거리(5900km)와 무장능력 등을 감안할 때 북한 지역 대부분이 작전 범위에 들어간다. 길이 11m, 날개폭 20m인 리퍼는 고도 약 7600m 상공에서 이동해 상대편이 식별하기 어렵다. 레이저 유도 헬파이어 미사일 14발, 레이저 유도 폭탄 2발,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완전 무장상태에서도 14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 장치(MSTS) 등으로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 위험인물 제거 작전에 쓰여 왔다. 2020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에도 활용됐다. 미 공군은 리퍼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중국군의 대만해협 침공 준비 움직임 정찰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관계자는 “리퍼는 적국 수뇌부나 테러조직 지휘부의 제거(암살) 작전에 주로 투입된 점에서 북한도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는 일본에 1년간 배치될 예정이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중국군 정보 수집을 위해 영구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군은 2020년 중국을 겨냥해 처음으로 리퍼를 투입한 훈련을 진행했다.● 美 “北 7차 핵실험 대응 수단 많아” 미 7함대도 25일 핵추진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가 18일 요코스카항에 기항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미 해군이 이례적으로 주요 확장억제 전력인 핵공격잠수함의 한반도 인근 전개를 공개한 것은 북한에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 3100km 토마호크 미사일 수십 발을 탑재한 스프링필드는 동북아 해상 어디에서 쏴도 북한 전역 핵심 표적을 몇 m 오차로 타격할 수 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에게 동원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대만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심화하는 데 초(超)집중(laser focused)하고 있습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700m가량 떨어진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대만 엑스포 2022’ 개막식 연설에서 머리사 라고 미 상무부 부장관은 이같이 강조했다. 라고 부장관은 “대만은 무역 파트너이자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투자 국가”라며 “미국과 대만은 파트너십을 통해 강해지고 있으며 서로의 경제 안보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기업 엑스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2년 미중 데탕트(긴장 완화)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는 미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돼 밀려났던 대만이 최근 미중 갈등 속에 정치 외교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까지 떨어졌던 대미 수출은 15%까지 상승하며 중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국으로 ‘실리콘 방패’를 앞세운 대만과 미국의 경제 관계는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른바 ‘칩(chip)4’라고 알려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에 대만을 참여시킨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미-대만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중국 반도체 규제, 대만에 기회” 대만 엑스포 2022에는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 사이버 보안, 건강관리(헬스케어)같이 대만이 앞세우고 있는 산업 분야 84개 기업이 참가했다. 제임스 황 대만 대외무역개발위원회(TAITRA) 회장은 “대만은 미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번 엑스포에는 대만의 최고 기술과 비즈니스 솔루션을 가져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엑스포에 참가한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윈(win)반도체 데이비드 댄질리오 선임 부회장은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에 대해 “대만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댄질리오 선임 부회장은 “이미 포천지 선정 500위 안에 드는 여러 미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더 많은 미국 기업이 대만 기업과 손을 잡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지난해 기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이 전체 반도체 수출의 62%에 이르지만 댄질리오 선임 부회장은 “중국 시장이 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에도 중국이 대만의 반도체 수출을 방해하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중국의 기술 추격을 따돌리고 2, 3세대 앞선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의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 자동차와 의료 분야 기업들도 대거 엑스포에 참여했다. 이 분야들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2기 출범 후 대만 정부가 6대 핵심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엑스포를 계기로 열린 스마트모빌리티포럼에서 티머시 드레이크 ITS 부회장은 “대만의 가장 중요한 산업은 정보통신기술”이라며 “우리는 미국 스마트 모빌리티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대만 기업, 중국 탈출 이미 시작” 미국과 대만의 경제 밀착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이후 본격화됐다. 2018년 760억 달러 수준이던 미국과 대만 무역 거래액은 2020년 900억 달러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1141억 달러로 급증했다. 3년 사이에 무역 거래가 50% 증가한 것. 이 같은 증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의 대만에 대한 수출 주문 총액은 2001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비중은 2018년 21.6%에서 올 상반기 17.3%로 크게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도입된 중국 제품에 대한 무역301조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화웨이 수출 통제, 바이든 행정부가 단행한 반도체 및 핵심 기술 수출 규제와 미 의회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등으로 중국과의 무역 거래가 줄어든 혜택을 대만이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이 떠오르며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가던 대만 경제에 결정적인 반등의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동안 대만은 중국의 반대로 주요국과 FTA를 맺지 못했다. 그러자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1%에서 2015년 1.4%까지 떨어졌다. 반작용으로 대만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4.4%에서 2015년 41.8%까지 치솟으며 중국에 대한 급격한 경제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미국이 대만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대만 기업의 중국 이탈이 본격화되는 등 대만의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에도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5일 대만 기업 경영자 52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대만 기업 25.7%가 이미 생산시설 일부를 중국 밖으로 옮겼으며 33.2%는 이전(移轉)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대만 기업 경영자 76%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美-대만 무역협정 타결 가시화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올 8월 협상에 착수한 미국과 대만의 무역협정 체결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샤오천중 대만 협상 대표는 이달 18일 홍콩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무역협정 11개 요소 중 일부 논의는 매우 성숙된 상황”이라며 “내년 말 발효를 목표로 올해 안에 조기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 무역협정에는 농업 분야에 대한 미국 시장 진입 확대와 함께 디지털 경제, 환경과 노동 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 내용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만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경제협력체에 포함되는 셈이다. 후쥔리 대만 국립 양밍자오퉁대 교수는 SCMP에 “협정 조기 타결은 대만이 더욱 미국에 가까워질 것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경제 외교 국방 등에서 미국과 다차원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8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과 대만의 밀착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원 중간선거에서 현재 우세를 보이고 있는 공화당은 대만을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대만경제문화대표부를 대만대표부로 격상시키는 ‘대만정책법’에 찬성하는 등 대만과의 관계 강화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현대차그룹은 신공장을 통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5일(현지 시간)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서배너시 브라이언 카운티의 전기차 전용 신공장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지아 신공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조지아주의 전례 없는 경제 성과다.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공장 부지에서 기공식이 진행된 뒤 서배너시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현대차그룹은 5월 6조3000억 원을 들여 미국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착공은 내년 상반기(1∼6월) 중 시작될 예정이며, 2025년 상반기 생산이 목표다. 현대차 울산공장(500만 m²)의 두 배 이상인 1183만 m²의 부지(축구장 1657개 넓이)에 연간 전기차 30만 대 양산 규모로 계획됐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3개 브랜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조지아주는 신공장 건설에 맞춰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공제, 재산세 감면 등 여러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제공할 계획이다. 지방 정부는 발전소 용지 및 도로 건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2030년 미국에서 전기차 84만 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323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목표 시장 점유율은 12%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1∼9월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4만7095대다. HMGMA는 향후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량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미국 정부가 8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도입해서다. 한국 정부는 현대차 조지아 신공장이 가동되는 시점까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냈지만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 공장은 내가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발표된 것”이라며 “기공식이 당초 계획보다 몇 달 앞당겨져 흥분된다”고 밝혔다. 또 IRA와 연관지어 “이것(미국 내 투자)이 2년 동안 우리가 통과시킨 역사적 법률의 핵심”이라며 “우리가 할 일은 공화당이 의회에서 이를 폐지하는 일을 물리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기공식에 참석한 조태용 주미 대사는 “(IRA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는) 한미 협력이나 조지아주를 위해서도 좋지 않으며 소비자 선택을 제한해 기후변화 대응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폴란드 원자력발전소 6기 건설 사업 수주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건설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 정부 추진 사업과 별도로 폴란드 민간 에너지기업이 추진하는 원전 사업에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식재산권과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를 위반했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로 반도체, 전기차 등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 정상이 5월 선언한 ‘원전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 韓, 폴란드 정부 원전사업 美 수주 감지미국을 방문 중인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23일(현지 시간)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안보 구조에서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6∼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원전 사업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해 경쟁하고 있다. 한수원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고, 웨스팅하우스가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첫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 선정을 예고한 것.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미리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간 계약인 원전 수출 특성상 폴란드가 외교력에서 압도적인 미국을 배제하고 한국을 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신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찾아 원전 사업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정부 원전 건설 사업과 별개로 민간 에너지기업 제파크(ZEPAK) 주도의 신규 원전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폴란드가 한국과의 방산 협력 일환으로 민간 주도 원전 건설 사업자로 한수원을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전소송, 한미 ‘원전 동맹’ 해칠 뇌관 우려이런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민간 주도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수원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1일 한수원이 폴란드 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한국형 원전(APR-1400)은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플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소송에서 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미국의 원전 기술 수출 통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해외 공동 수출 방안 등을 협의해 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핵심 협력 분야인 ‘원전 동맹’에 먹구름이 끼면서 일각에선 전기차 문제에 이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폴란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발주할 총 6기의 원전 가운데 첫 번째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와 논의하고 있는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미국 연방법원에 한수원이 지적재산권과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를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원전 사업은 폴란드 정부가 공고했다. 두 번째 원전 사업은 폴란드 민간 기업이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로 반도체, 전기차 등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원전수출도 미국의 수출통제에 가로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폴란드 부총리 미국 이어 조만간 방한 미국을 방문 중인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23일(현지 시간)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안보 구조에서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도 “미국이 명확히 해주길 바라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정부 결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6~9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신규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첫 번째 원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원전 사업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해 경쟁하고 있다. 한수원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고, 웨스팅하우스가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첫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 선정을 예고한 것. 다만 사신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찾아 원전 사업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첫 신규 원전 사업과 별개로 민간 기업 주도의 두 번째 신규 원전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폴란드 언론들은 이 사업을 주도할 민간 에너지 기업 제팍(ZEPAK)이 한수원과 사업의향서(LOI)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폴란드가 한국과의 방산 협력 일환으로 두 번째 원전 건설 사업자로 한수원을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이 폴란드의 원전 사업을 나눠 맡게 된다.● 원전 소송, 한미 협력 새로운 뇌관 우려 이런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두 번째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수원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1일 한수원이 폴란드 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한국형 원전(APR-1400)은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플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소송에서 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미국의 원전 기술 수출통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원자력법은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해 미국 기술의 이전은 에너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원전 협력에 합의하면서 해외 공동 수출 방안 등을 협의해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핵심 협력 분야로 꼽혔던 원전 협력에 먹구름이 끼면서 일각에선 전기차 문제에 이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것. 소송이 장기화되면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체코 원전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 국방장관이 23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국방장관과 연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가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채운 무기)’을 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 일부 지역에서 최근 잇따라 패퇴하며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이른바 ‘가짜 깃발’ 작전을 구사해 핵 위협 수위를 높여 휴전 협상을 통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러 국방장관 통화는 21일에 이어 이틀 만이다. 지난 5개월간 소통이 단절됐던 미-러 국방장관이 사흘 새 두 차례 통화한 것. 쇼이구 장관은 이날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국방장관과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통제되지 않는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분쟁지에 더티봄을 쓸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어떤 명분에 대해서도 거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사능 공격 주장을 명분으로 전술핵무기 사용을 비롯한 핵 공격에 나서려는 가짜 깃발 작전을 펴고 있다고 본 것. 미국과 영국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서 더티봄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잘못된 주장을 거부한다”며 “세계는 이를 긴장 고조 명분으로 삼으려는 어떤 시도의 (실체를) 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연쇄 통화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 평화의 조건, 시기, 순간을 결정하길 바란다”며 “종전(終戰)이 강자의 법칙에 굴복하는 것으로 끝나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시진핑 3기의 권력 핵심부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4명에 이념과 안보를 강조하는 선전선동 및 안보 관련 책임자가 대거 포진한 반면 경제 분야 전문가는 시 주석의 측근 단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종신 집권 길을 연 시 주석이 앞으로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이데올로기 강화 및 서방과의 체제 경쟁에 주력할 것임을 보여준다.○ 권력 핵심부에 이념-안보 강화 기조 뚜렷 중국공산당은 23일 중앙위원 205명 가운데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이 포함된 정치국 위원 24명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은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전체 당원 9700만 명(지난해 기준) 중에서 선출한 대표 2300여 명이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앙위원(205명)을 뽑고 여기서 정치국 위원(24명)을 선출한다. 정치국 위원 24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시진핑 3기가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념, 안보, 선전선동 등 책임자가 많이 포진한 것이 눈에 띈다. 상무위원 서열 4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시 주석 책사’로 불리며 ‘중국몽’ ‘시진핑 사상’의 기초를 만든 브레인이다. 중국공산당 선전선동 부서 중앙선전부 황쿤밍 부장도 정치국 위원에 포함됐다. 황 부장은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일 때 인연을 맺은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공산당의 주요 간부 이념학습기관인 중앙당교 부교장 출신 리수레이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이 주목된다. 정치국 위원에 처음 합류한 스타이펑 중국사회과학원장도 눈길을 끈다. 사회과학원은 국무부(행정부) 산하 최대 싱크탱크이자 정책자문기관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시 주석이 주석직을 맡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2명 모두 정치국 위원에 포함됐다. ‘시 주석 의형제’로 알려진 장유샤 부주석은 72세 고령임에도 유임됐다. 왕이 외교부장과 천원칭 국가안전부장도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 권력 핵심부에 경제 전문가는 習 측근 1명뿐반면 정치국 위원 가운데 경제 전문가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유일하다. 친시장파인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상무위원회에서 축출된 가운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류허(劉鶴) 부총리와 이강 런민은행장도 정치국 위원에서 퇴진했다. 허리펑 외에 경제 전문가는 충원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자신의 심복인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를 총리 자리인 상무위원회 서열 2위에 올렸다. 명목상 총리가 주도했던 경제 정책도 시 주석이 장악했다는 뜻이다.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 주석 측근들로 채워진 인선 결과를 놓고 “광신적 충성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지도자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됐다. 누가 그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시 주석이 그토록 큰 권력을 갖게 된 것은 심각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수전 셔크 전 미 국무부 차관은 NYT에 “참모들은 시 주석 정책의 단점과 문제를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보여주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이언 존슨 선임연구원은 이날 “시 주석이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것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취약하게 만드는 잘못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 경제,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시 주석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경기 둔화와 대만 통일 같은 난관이 예상되는 핵심 이슈에 대한 책임 역시 시 주석이 모두 지게 되는 위험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부하를 쳐냈지만 시 주석은 스스로 숨을 곳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지적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3연임이 확정되자마자 도발을 재개하면서 7차 핵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에 곧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대북(對北)정책 수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 실패를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일부 대북 강경파는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백가쟁명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 시간) ‘서방의 실패: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칼럼에서 “아프가니스탄부터 중국까지 불운한(ill-fated) 정책을 포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다음으로 포기해야 할 정책은 북한 비핵화”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 수십 년 세월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미국과 동맹국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북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전면적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는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대북 억지력 강화와 경제 제재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북한과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칼럼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실패작(bust)‘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관대한 것”이라며 “미국은 경제 제재로 보여준 것이 없으며 북한은 수십 개 핵무기와 괌 미군기지는 물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 교체 등 매우 위험한 정책 없이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협상을 택했지만, 북한은 이를 핵과 미사일 진전을 감추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속임수 협상과 위협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며 핵을 완성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한국의 주의를 교란하는 데 성공했다”며 “건강 문제만 피하면 이제 시간은 그(김정은)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북한과의 군축 협상과 관련해 “상당히 위험하다”며 “북한 입장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면 또 다른 (핵) 확산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핵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한국 일본의 핵 재무장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칼럼은 “비현실적이 된, 실패한 정책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은 아무런 진전 없이 우발적 대립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함께 미국에선 북한 비핵화 회의론이 커지면서 핵 군축 협상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RF) 리처드 하스 회장은 19일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남겨 둬야 하지만 한미일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축소하는 군축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외교를 통해서는 절대로 북핵 문제를 끝낼 수 없다”며 “북한 정권 교체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정부 내부에서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비공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권 교체 논의가 분명히 있었다”며 “나도 일부 논의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각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과거 북한의 정권교체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은 북한이나 다른 불량국가에 의해 절대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한국 일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 핵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면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핵무장론에 대해선 “한국이나 일본의 자체 핵무장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동맹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80세 고령인 그가 공개석상에서의 잦은 말실수 및 건강이상설에 휘말리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조차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당 공화당이 다음 달 8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미 경제가 붕괴되고 재정적자가 폭발할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MSNBC 인터뷰에서 재선 출마에 관한 질문을 받자 “아직 공식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사”라고 답했다.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도 꼽혔지만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아들 보를 언급하며 “보는 내게 ‘무언가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인 질 여사는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재선 출마를 두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보다 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중간평가로 꼽히는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공화당에 비해 주춤한 것을 두고 “여론조사는 잘 모르겠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처럼 투표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낙태권을 제한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에 대해서는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연설에서도 “중간선거가 임박하면 우리 쪽으로 또 한 번의 여론 이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경제가 붕괴되고 재정적자가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미 제8 연방항소법원은 네브래스카, 미주리, 아칸소, 아이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가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중지해 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22일 상원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주에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상원에서도 ‘레드웨이브(공화당 바람)’가 불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위협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방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북한이 지난달 발표한 핵무력정책 법령은 러시아의 ‘핵 독트린’의 4대 핵무기 사용 조건이 그대로 담겼다. 다만 북한의 핵 독트린에는 국가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됐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특히 북한의 핵 독트린에는 한반도 유사시 전쟁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도 핵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담겨 러시아보다 핵무기 사용 문턱이 낮다. 지도자가 직접 핵 위협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지만 김 위원장이 훨씬 노골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강제 병합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통해 방어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한 반면, 김 위원장은 전술핵 운용 부대를 현장지도하고 노골적으로 한국을 향한 전술핵 선제공격을 협박하고 있다. 적어도 핵 위협의 강도와 내용 면에선 북한의 위협을 러시아보다 낮춰 보기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천지차이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바이든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핵 아마겟돈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우려하며 앞장서서 경보를 울리고 있다. 반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도자(김 위원장)의 관점에서 보면 무시당하기 싫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핵 위협을 ‘관심 끌기’로 규정했다. 물론 세계 최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와 북한의 핵전력 격차와 실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한반도의 상황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확연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 차이가 꼭 이 때문만일까.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중국 대응에 사활을 건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현상 변경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사실상 ‘전략적 무시(strategic neglect)’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만에 이어 한반도를 또 다른 전선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최대한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높아진 북핵 위협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응은 핵 억지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와 전략자산 상시 배치 요구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 대북 경제 제재와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내세우며 “미국의 확장 억지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 러 갈등 속에 유엔 신규 대북제재가 몇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5건의 경제제재는 이미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역시 전략폭격기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보내 북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2017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 위협에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바이든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억지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술 핵무기 실험은 물론이고 제1∼6차 핵실험을 진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외 제3의 비밀 핵실험장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나서는 등 연쇄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헤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1일(현지 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 시기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풍계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분단을 넘어’는 16일 촬영된 풍계리 위성사진을 분석해 3번 갱도에서의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된 가운데 4번 갱도의 복구 작업이 중단됐다고 20일 전했다. 이 매체 또한 북한이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수행할 자원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풍계리 3번 갱도가 전술 핵무기용으로 꼽히는 가운데 대규모 폭발 실험용인 4번 갱도 복구가 지연됨에 따라 북한이 비밀 핵실험장에서 연쇄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RFA에 “그(김 위원장)는 더 큰 무기를 터뜨려야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100∼15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이나 그 이상의 고위력 실험이라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열핵폭탄(수소폭탄)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