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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1주일간의 혈투는 꿈과 같았다. 인간이 기계에 졌다는 좌절감, 그리고 기계가 너무 강하다는 두려움이 세상을 휩쓸 때 오직 1명만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승부사 이 9단은 4국에서 투혼의 승리를 보여주며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대반전을 만들었다. 이 9단은 그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가 생각하는 1∼5국의 승부처와 승패에 얽힌 뒷얘기를 다섯 번에 걸쳐 싣는다. 》 알파고와의 대국 이틀 전인 7일 명인전 우승 시상식에서 나는 “한 판이라도 지면 나의 패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만큼 알파고를 몰랐다. 내가 1국에서 패한 뒤 밖에서는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공정’ 얘기가 나왔다. 내 기보는 모두 알파고가 알고 있는데 알파고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기보는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 대회에서도 전혀 몰랐던 신예 기사와 맞붙을 때는 그 기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둔다. 그래서 뜻밖에 강한 신예를 만나면 질 때도 있는 법이다. 지난해 10월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둔 기보는 봤다. 여러 번 얘기했듯 그때 알파고는 분명 나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기보만으로는 상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지론이다. 실제 대국을 두면서 느끼는 수많은 무형의 정보는 기보로는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인공지능, 기계이지만 나름대로 두는 방식이 있었다. 1국에서 알파고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몇 번 뒀다. 대국 전 그런 수들을 기보에서 봤다면 아마 알파고의 실력이 훨씬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정보 비대칭은 변명밖에 안 된다. 모름지기 승부사는 그런 걸 뚫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1국에선 초반에 실패해 내가 유리한 순간이 없었다. 하지만 많이 쫓아가 격차를 좁힌 적은 있었다. 좌하에서 큰 집을 만들었을 때이다. 알려지지 않은 얘기지만 대국이 끝난 뒤 구글 측에 좌하 쪽에서 알파고의 행마는 ‘버그’ 수준이었다고 얘기해줬다. 흔히 알파고의 승착이라고 하는 우변 백 1(실전 102)은 대국이 만만치 않은 승부로 바뀌었다는 점을 입증한다. 알파고가 이런 식의 과감한 수를 던지는 것은 온건한 방식으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백 1이 오기 전에 ‘가’로 먼저 들여다봤으면 백 1의 파괴력이 줄었다는 게 나중 검토였지만 당시 알파고가 이런 수를 둘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수를 당해선 이기기 힘들었다. 마지막 우하귀 처리에서 실리를 빼앗긴 것도 실수지만 그땐 제대로 뒀어도 한 집 반 또는 반집 정도 불리했다. 알파고는 이상한 수를 두다가도 정확한 타이밍에 승부수를 던지는 힘이 있었다. 1국은 졌어도 큰 아쉬움은 없었다. 몰라서 졌고, 오판해서 졌고, 초반 근접전에서 실패해서 졌다. 예상 밖으로 진 것 자체는 충격이었지만 인간끼리의 승부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오히려 2국을 정신 차리고 둘 수 있는 보약이 됐다. 정리=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3월 초보다 7kg이 빠졌어요.” 평소보다 많이 야위어 보인다 했더니 맞았다. 원래 호리호리한 체격인데 7kg이나 빠졌다니 그가 알파고와 대결하면서 얼마나 심리적 육체적 부담감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이 끝난 뒤 16일 부인 김현진 씨(33) 딸 혜림 양(10)과 함께 제주도를 찾은 이세돌 9단을 숙소인 제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이 9단에게 지긴 했지만 5국이 가장 내용이 좋았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초반 유리하게 짜 놓았는데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다르게 두고 말았다”며 “그 이후로 형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문제는 알파고가 좋아하는, 단조로운 국면으로 바뀌면서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에서 스트레스는 전체 승패를 결정짓는 3국에서 가장 많이 받았으나 가장 아까운 판은 5국이었다는 것이다. 5국 때 심판을 본 이다혜 4단은 “평소 친하게 지내고 대국하는 모습도 자주 봤는데 대국장에서 직접 보니 5국 때 패색이 짙어졌을 때처럼 괴로워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특히 “구글 측에 따르면 알파고가 백으로 둘 때 승률 기대치가 52%로 시작하고 흑일 때는 48%라고 한다”며 “알파고도 역시 흑으로 둘 때 승률을 높이기 위해 약간 무리한 수를 시도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이 백을 들 땐 확실히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1~5국의 전체적 패인으로 욕심과 초조함을 들었다. “제가 나름대로 ‘강심장’을 가졌다고 여겨왔는데 기계와의 대결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린 대목이 종종 있었다”며 “인간과 뒀으면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두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국에선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어 오판한 채 대국을 시작했기 때문에 져도 할 말이 없고 아쉬움도 덜했다고 했다. 하지만 2,3국에선 부담감 때문에 실수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국은 알파고를 초중반에 좀 더 몰아붙일 수 있었는데 경솔하게 “이정도면 좋다”고 판단해 느슨해졌던 것이 안 좋게 흘러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력 측면에서는 현 수준의 알파고를 일류급 기사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봤다. 그는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처럼 정밀하게 두는 기사라면 이길 수 있다”며 “저도 한달 정도 뒤에 마음을 추스르고 둔다면 5번기에서 최소 2승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승리한 대국인 4국에서 묘수로 꼽혔던 백 78 수에 대해선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잘 되지 않는 수라고 할 수 있지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 수를 두면서 승리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한 관광객이 찾아와 “정말 영광”이라며 사진 한 장 찍는 것을 요청하자 그는 스스럼없이 응해줬다. ‘갓세돌’ 등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일단 제가 불리한 상태에서 둔다는 인식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처럼 보인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끝까지 도전한다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아해 주신 것 같고 매우 감사드립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앞으로 바둑을 두는 자세도 많이 변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정석이 아니라고, 인간 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두지 않았던 수법이나 상황에 대해 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우리가 아직까진 넘을 수 있는 상대지만 많은 화두를 던져준 상대”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제주국제학교(KIS)에 입학할 예정인 딸과 부인이 머물 집을 고르고 휴식을 위한 충전도 할 예정이다. 딸과 부인은 일단 캐나다로 돌아가 4학년을 마친 뒤 8월 중순부터 KIS에 입학할 예정이다.제주=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조한승 9단이 지금 형세를 좋게 본 것은 패싸움 과정에서 하변 흑 두 점을 크게 잡았기 때문. 중앙 백은 82, 84의 선공으로 수습할 요량이다. 물론 이때 흑 85가 빈삼각의 묘수다. 다른 수로는 흑 돌이 탈출할 수 없다. 백 86 때 흑 87이 85에 이어지는 콤비 블로로 백 ○를 잡았다. 만약 백 86으로 참고 1도처럼 욕심을 부리면 흑 8까지 큰 패가 나 백이 곤란해진다. 흑은 10의 절대팻감이 있기 때문(흑 12는 6의 자리). 그런데 조 9단이 놀란 묘수는 흑 85, 87이 아니었다. 우하 공방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백 88로 좌변 흑을 공격하는 순간, 흑 89의 끼움수가 터졌다. 조 9단의 머릿속에 한순간도 떠오르지 않은 수였다. 흑 89를 무력화시키려면 참고 2도 백 1처럼 바깥쪽에서 단수해야 하는데 이건 흑 10까지 백이 한 수 부족하다. 백 6으로 8의 자리로 단수치는 건 흑 ‘가’가 있어 불가. 결국 백 92까지 양보했는데 하변 집이 원래 계산보다 4집 줄었다. 조 9단은 약간 유리→약간 불리로 형세 판단을 수정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3월 초보다 7kg이 빠졌어요.” 평소보다 많이 여위어 보인다 했더니 맞았다. 원래 호리호리한 체격인데 7kg이나 빠졌다니 그가 알파고와 대결하면서 얼마나 심리적 육체적 충격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이 끝난 뒤 16일 부인 김현진 씨(33), 딸 혜림 양(10)과 함께 제주도를 찾은 이세돌 9단(사진)을 숙소인 제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이 9단에게 지긴 했지만 5국이 가장 내용이 좋았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초반에 유리하게 짜 놓았는데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다르게 두고 말았다”며 “그 이후로 형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알파고가 좋아하는, 단조로운 국면으로 바뀌면서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에서 스트레스는 전체 승패를 결정짓는 3국에서 가장 많이 받았으나 가장 아까운 판은 5국이었다는 것이다. 5국 때 심판을 본 이다혜 4단이 “평소 친하게 지내고 대국하는 모습도 자주 봤는데 5국 때처럼 괴로워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1∼5국의 전체적 패인으로 욕심과 초조함을 들었다. “제가 나름대로 ‘강심장’을 가졌다고 여겨 왔는데 기계와의 대결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린 대목이 종종 있었다”며 “인간과 뒀으면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두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강심장이라고 여겨왔는데 기계에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부려” ▼ 관광객 사진요청 흔쾌히 응해그는 실력 측면에서는 현 수준의 알파고를 일류급 기사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봤다. 그는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이면 이길 수 있다”며 “저도 한 달 정도 뒤에 마음을 추스르고 둔다면 5번기에서 최소 2승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승리한 대국인 4국에서 묘수로 꼽혔던 백 78 수에 대해선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잘되지 않는 수라고 할 수 있지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 수를 두면서 승리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 한 관광객이 찾아와 “정말 영광”이라며 사진 한 장 찍기를 요청하자 그는 스스럼없이 응해줬다. ‘갓세돌’ 등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일단 제가 너무 불리한 상태에서 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처럼 보인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끝까지 도전한다는 모습이 느껴져서인 듯싶습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앞으로 바둑을 두는 자세도 많이 변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정석이 아니라고, 인간 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두지 않았던 수법이나 상황에 대해 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우리가 아직까진 넘을 수 있는 상대지만 많은 화두를 던져준 상대”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제주국제학교(KIS)에 입학할 예정인 딸 혜림 양과 부인이 머물 집을 고르고 충전을 위한 휴식을 할 예정이다.서귀포=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두고 보소. 우리 막둥이가 이창호보다 더 유명해질 테니….” 이세돌 9단의 아버지 이수오 씨는 어린 시절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장담하고 다녔다. 그 예상은 맞았다. 그러나 이 씨는 그 모습을 보진 못했다. 이 9단은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위로 큰누나 상희, 큰형 상훈, 둘째 누나 세나, 둘째 형 차돌이 있었다. 아버지 이 씨는 교대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아마 5단 실력인 그는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상훈이 기재(棋才)가 있어 서울로 유학을 보냈고, 6세 때 처음 바둑돌을 잡은 세돌은 곧 형 차돌을 뛰어넘었다. 차돌은 이후 공부로 전향해(?) 나중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다. 두 누나는 모두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세나는 현재 한국기원 공식 월간지인 월간바둑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바둑을 좋아한 아버지 덕에 프로기사가 된 상훈 세돌 외에 나머지 형제들도 모두 아마 3∼5단 실력이다. 상훈과 세돌은 2000년 신예10걸전에서 동시에 결승에 올라 상훈이 2-1로 승리했다. 형제끼리 최초이자 마지막 결승전이었다. 세돌은 9세 때 서울로 상경해 권갑룡 사범 도장에 들어갔다. 당시 형 상훈은 16세 때 입단한 상태였고 함께 서울에서 지냈다. 세돌은 12세 때 입단해 조훈현(9세), 이창호 9단(11세)에 이어 세 번째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같이 살던 형 상훈이 입대하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지며 방황했고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릴 정도였다. 그 여파로 기관지염을 심하게 앓게 된 뒤 그의 목소리는 지금처럼 가늘어졌다. 더구나 16세 때 그의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 가 별세했다. 그는 이때부터 정신을 차렸다. 2000년 32연승을 거둬 ‘불패소년’으로 불리며 정상급 기사 반열에 올라섰다. 2002년 후지쓰배에서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고 2003년 LG배에선 이창호 9단을 꺾고 3승 1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그러나 2009년 중국리그 대국료 일부를 나누는 문제로 동료 기사들과 갈등을 빚자 이 9단은 사상 초유의 휴직을 결정했다. 그는 6개월이 지나고 복귀한 뒤 24연승을 거두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2014년에는 라이벌인 중국 구리 9단과의 10번기에서 승리하는 등 승부사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그는 지금까지 18번의 세계대회 우승과 30여 차례의 국내 대회 우승을 하며 1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국수전에서도 2007, 2008년 두 차례 우승한 바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의 끊음에 백 60으로 단수해 강하게 버티는 백. 흑 61로 참고 1도처럼 하변을 빨리 제압하고 싶지만 백 2, 4로 우변 흑 석 점이 곤궁해진다. 살더라도 악수를 많이 두고 살아야 한다. 하변도 ‘가’로 가르는 뒷맛이 남아 흑이 좋지 않다. 흑 61은 우변 건너는 수를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흑 63으로 팻감을 쓰며 패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은 참고 2도 흑 1로 늘어볼 기회였다. 백도 막상 팻감이 없어 ‘나’로 패를 결행하기 어렵다. 백 2로 둬도 흑 3으로 따내면 백의 응수가 여의치 않다. 실전은 백 66을 팻감으로 써 백도 한숨 돌린 모습이다. 백 72와 흑 75 등 서로 악수 팻감을 쓰면서 패를 이기려고 한다. 그러나 팻감이 부족한 백이 78로 패를 양보한다. 흑은 패를 이기고 두터움을 얻었고 백은 하변을 취했다. 이 결과는 누가 이득을 보았을까? 조한승 9단은 대국 당시 백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 수를 보기 전까지는…. 다음 보에 그 수가 등장한다. 68 74…62, 65 71 77…●.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세돌 9단이 15일 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벌인 최후의 대결에서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최종 승부는 4-1로 알파고의 승리. “아쉽다.” 대국 후 이 9단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했지만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비 온 후 땅이 더 굳는 법이다. 시민들은 오히려 ‘알파고 쇼크’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조사 업체인 엠브레인과 14, 15일 20∼40대 남녀 280명에게 설문한 결과 AI에 대한 느낌이 ‘긍정적’ 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45.0%)이 그 반대(25.4%)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 쇼크를 계기로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설적 의견도 쏟아졌다.○ 과학계 기술 중요성 각성 알파고 충격은 우선 과학계의 반성을 불러왔다. 알파고는 이번 대국에서 무한에 가깝던 경우의 수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내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불리던 직관마저 ‘딥러닝’이라는 기술로 흉내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가장 놀라운 것은 알파고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를 포함해 그 누구도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을 알기 힘들 정도로 AI가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AI 연구의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응용 분야만큼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자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전문가들도 한숨을 토해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의 원천기술이나 방법론이 뒤처져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알파고의 실력을 보면서 응용 분야 역시 2년 이상의 확연한 격차가 느껴졌다”고 한탄했다.○ 선호 직업 바뀔 듯 인간 고수가 AI에 연패하는 모습을 보던 아이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딸을 둔 김모 씨(30)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아이에게 부모가 짐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AI發 일자리 불안 확산… 공존 해법 모색해야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AI가 자녀의 직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임신 중인 A 씨는 “아이에게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려 했지만 그런 건 AI가 대체할 것 같다”며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근본적인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실 과거에도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은 늘 고민거리였다.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 생기는 속도보다 빠른 이른바 ‘기술실업’은 기술 진보의 그늘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벌써 이런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부산의 IT 분야 한 학원은 11일 “AI가 인간을 이기는 세상이 됐다. 미래에 직업을 가질 수 있는 IT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투자하라”며 등록을 권유하는 광고를 냈다.○ AI와 공존 고민할 때 하지만 마냥 걱정만 할 수는 없다. 마부의 실직을 우려해 자동차 개발을 늦추는 게 말이 안 되듯 AI 산업이 더 발전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막연한 놀라움이나 공포를 넘어 AI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공존의 방법을 알고 있다. 영어 강사이자 학부모인 D 씨는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주요 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이지만 이제 음악 미술 체육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래에는 인간다운 감성과 인성을 갖춘 인물이 인재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장모 씨(30)는 “지금도 컴퓨터가 주식 종목을 찍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현실은 바둑판과 다르기 때문에 AI가 발전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야의 상업화에 가장 앞선 IBM의 머리 캠벨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I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도록 발달돼 인간과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대국을 보면서 ‘추종자에게 미래는 언제나 예측의 대상이지만 리더에게 미래는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한국 기업도 구글처럼 글로벌 산업 어젠다를 제시하고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서정보·최예나 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펼친 세기의 대결 5번기는 결국 이 9단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1승 4패. 하지만 대국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이세돌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특히 3국까지 졌을 때 이젠 인간이 더 이상 인공지능 앞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를 뛰어넘어 4국에서 승리를 거둔 이 9단의 집념과 적응력에 찬사가 이어졌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기원에 여러 기업에서 이 9단을 모델로 쓰고 싶다는 광고 계약 문의가 오고 있다”며 “비타민 건강보조제를 판매하는 한 유명 제약사의 경우 뛰어난 집중력과 체력을 보여준 이 9단을 섭외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국내 기전인 올레배를 후원하는 KT의 프로야구단 위즈가 시구자로 이 9단을 섭외하기도 했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무한도전 등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도 이 9단에게 출연을 요청해 성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은 대국 후 형 이상훈 9단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 9단은 조만간 부인 김현진 씨(33), 딸 혜림 양(10)과 함께 여행을 떠나 피곤한 심신을 달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5시간이나 이어진 5국은 마지막까지 미세했기 때문에 이번 대결에서 처음으로 계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이전 4판은 모두 불계로 끝났다. 그러나 대국이 거의 끝난 시점에서 이 9단이 돌을 던져 계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구글 측에 따르면 계가까지 갈 경우 대국 종료 직후 알파고 컴퓨터 화면에 계가 결과가 뜬다. 실제 계가는 계가 요원으로 참석한 판후이 2단이 직접 중국 방식으로 계가해 컴퓨터 결과와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9단은 한 판당 대국료 3만 달러씩 15만 달러와 4국 승리 수당 2만 달러를 합쳐 17만 달러(1억8700만 원·환율 1100원 고정)를 받게 됐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은 바둑의 아름다움을 택했다.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인 5국에서 이기기 위한 바둑이 아닌, 그만의 바둑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위의 많은 바둑계 인사들은 최종국에서 4국처럼 복잡한 난전을 이끌어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4국에서 알파고는 이 9단의 묘수(백 78)를 당한 뒤 갑자기 난조에 빠졌다. 이는 형세 판단과 끝내기가 강한 알파고를 상대로 한 유일한 승리 공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9단은 1, 3, 5의 소목 굳히기 포석을 쓰며 난전 대신 실리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계산 바둑. 상대가 가장 잘하는 전법으로 이겨 보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백일 때 잘 두는 알파고를 상대로 흑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 발상이다. 초반은 이 9단이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갔다. 특히 우하에서 40집 가까운 대가(大家)를 만들며 실리에서 훨씬 앞서 갔다. 알파고는 우변과 상변에 튼튼한 세력을 만들며 버텼다. 그런데 초반 많은 실리를 확보한 게 독이 됐을까. 상변에서 흑 돌을 살리기 위해 지나치게 웅크린(흑 79) 탓에 박빙의 형세가 됐다. 흑 79는 백 80의 곳으로 뻗었으면 중앙 백 진이 실전처럼 커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고근태 9단은 “80의 곳에 둬도 상변 흑은 크게 공격당할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알파고는 4국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4국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를 당한 뒤 초보자나 하는 실수를 연발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정상급 프로기사의 행마처럼 매끄러운 수를 연달아 선보였다. 이 9단이 대국 뒤 가장 아쉬워했던 수는 흑 147. 이 9단은 이 수를 가볍게 선수하고 154의 곳을 이으려고 했으나 알파고가 역으로 선수를 잡은 뒤 154를 둬 좌하 중앙에 졸지에 20여 집의 백 집이 생겼다. 이 9단은 이후 흑 169 등으로 좌하 중앙 백 집에서 수를 내려고 했으나 알파고는 적절히 대응하며 바꿔치기를 해 우세를 지켰다. 이후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여기저기서 형세 역전을 위해 노력했으나 한번 계산을 마친 알파고의 끝내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알파고는 백 236 등 가끔 인간의 시각에선 불필요한 수를 두는 ‘옥에 티’를 보였으나 승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5시간의 혈투를 공개 해설한 김성룡 9단은 “다섯 번의 대국 중 이 9단이 가장 잘 둔, 가장 멋있는 대국”이라며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의 장기인 형세 판단과 끝내기를 통해 이기려고 한 이 9단의 도전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이세돌 9단이 국후 검토에서 가장 아쉬워한 수는 흑 1(실전 147). 그는 이 수를 선수하고 8의 곳에 두려고 했으나 알파고가 거꾸로 백 6까지 선수한 뒤 백 8을 차지해 이 9단을 놀라게 했다. 이 9단은 “흑 1을 두지 말고 백 8의 곳을 뒀어야 했다”고 후회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펼친 세기의 대결 5번기는 결국 이 9단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1승4패. 하지만 대국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사투는 ‘이세돌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특히 3국까지 졌을 때 이젠 인간이 더 이상 인공지능 앞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4국에서 승리를 거둔 이 9단의 집념과 적응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기원에 여러 기업에서 이 9단을 모델로 쓰고 싶다는 광고 계약 문의가 오고 있다며 ”비타민 건강보조제를 판매하는 한 유명 제약사의 경우 뛰어난 집중력과 체력을 보여준 이 9단을 섭외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국내 기전인 올레배를 후원하는 KT의 프로야구단 위즈가 시구자로 이 9단을 섭외하기도 했다. 유재석 등이 출연하는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도 이 9단에게 출연 요청해 성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은 대국 후 형 이상훈 9단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은 조만간 부인 김현진 씨(33)와 딸 혜림 양(10)과 함께 여행을 떠나 피곤한 심신을 달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5시간이나 이어진 5국은 마지막까지 미세했기 때문에 이번 대결에서 처음으로 계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이전 4판은 모두 불계로 끝났다. 그러나 대국이 거의 끝난 시점에서 이 9단이 돌을 던져 계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구글 측에 따르면 계가까지 갈 경우 대국 종료 직후 알파고 컴퓨터 화면에 계가 결과가 뜬다. 실제 계가는 계가 요원으로 참석한 판후이 2단이 직접 중국식 방식으로 계가해 컴퓨터 결과와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대결의 기준이 된 중국식 룰은 계가 요원을 따로 두고 대국자 대신 계가를 하게 한다. 그러나 다섯 판 모두 불계로 끝나면서 판 2단은 한번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은 바둑의 아름다움을 택했다.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인 5국에서 이기기 위한 바둑이 아닌, 그만의 바둑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위의 많은 바둑계 인사들은 최종국에서 4국처럼 복잡한 난전을 이끌어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4국에서 알파고는 이 9단의 묘수(백 78)을 당한 뒤 갑자기 난조에 빠졌다. 이는 형세판단과 끝내기가 강한 알파고를 상대로 한 유일한 승리공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9단은 1, 3, 5의 소목 굳히기 포석을 쓰며 난전 대신 실리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계산 바둑. 상대가 가장 잘하는 전법으로 이겨보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백일 때 잘 두는 알파고를 상대로 흑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 발상이었다. 초반은 이 9단이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갔다. 특히 우하에서 40집 가까운 대가(大家)를 만들며 실리에서 훨씬 앞서갔다. 대신 알파고는 우변과 상변에 튼튼한 세력을 만들며 버텼다. 그런데 초반 많은 실리를 확보한 게 독이 됐을까. 상변에서 흑 돌을 살리기 위해 지나치게 웅크린(흑 79) 탓에 박빙의 형세가 됐다. 흑 79는 백 80의 곳으로 뻗었으면 중앙 백 진이 실전처럼 커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고근태 9단은 “80의 곳에 둬도 상변 흑은 크게 공격당할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알파고는 4국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4국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를 당한 뒤 초보자나 하는 실수를 연발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정상급 프로기사의 행마처럼 매끄러운 수를 연달아 선보였다. 이 9단이 대국 뒤 가장 아쉬워했던 수는 흑 147. 이 9단은 이 수를 가볍게 선수하고 154의 곳을 이으려고 했으나 알파고가 역으로 선수를 잡은 뒤 154를 둬 좌하 중앙에 졸지에 20여 집의 백 집이 생겨버렸다. 이 9단은 이후 흑 169 등으로 좌하 중앙 백 집에서 수를 내려고 했으나 알파고는 적절히 대응하며 바꿔치기를 해 우세를 지켰다. 이후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여기저기서 형세 역전을 위해 노력했으나 한번 계산을 마친 알파고의 끝내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알파고는 백 236 등 가끔 인간의 시각에선 불필요한 수를 두는 ‘옥의 티’를 보였으나 승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5시간의 혈투를 공개 해설한 김성룡 9단은 “다섯 번의 대국 중 이 9단이 가장 잘 둔, 가장 멋있는 대국”이라며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의 장기인 형세판단과 끝내기를 통해 이기려고 한 이 9단의 도전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알파고가 역시 강했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상대로 280수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로서 이 9단은 종합 전적 1승 4패를 기록했다. 이 9단은 이날 승리한 4국에서처럼 알파고에 맞춘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다른 인간과 들 때처럼 평범하게 진행했다. 이 9단은 초반 실리를 먼저 차지하면서 발 빠르게 앞서 나갔다. 하지만 알파고도 우변과 중앙에서 큰 세력을 만들며 우세한 형세를 만들었다. 이9단은 중앙에서 전투를 벌이며 역전을 노렸으나 알파고의 철벽 방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대국료 15만 달러와 4국을 이긴 승리수당 2만 달러 등 총 17만 달러(1억8700만원·환율 1100원 고정)을 받게 됐다. 이날 5국이 끝난 뒤 열린 폐막식에서 한국기원은 알파고에게 명예 9단증을 수여했다.○21보(217~280)더 이상 볼 대목은 없다. 잔 끝내기에선 더 이상 변수가 없다. 280수만에 이 9단이 돌을 던졌다.○20보(203~216)계산으로도 이겨 보고 싶은 이세돌 9단. 그러나 알파고가 역시 계산이 강합니다. 빈틈이 없어요. 정교합니다. 이창호 9단 전성기 시절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알파고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백 216을 보니까 알파고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듯 합니다.불리하다면 패를 했을 텐데요. 이후는 자잘한 끝내기입니다. 여기선 더 이상 변수가 없어요.딱 한집 반 부족합니다.○19보(176~202)아직 미세하기 때문에 실망하긴 이르지만 알파고의 계산력이 돋보일까봐 걱정입니다. 중앙 흑 181, 183을 두자 백 186가 정말 큰 곳입니다. 이곳을 빼앗긴 게 가슴 아프네요. 이젠 끝내기. 정말 한수마다 피가 마를 겁니다. 알파고도 곧 초읽기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1집반 정도 불리하다는 진단입니다.○18보(164~175)알파고가 자꾸 의미 없는 교환합니다. 4국처럼 ‘떡수’를 두나요. 승률이 좋지 않나요.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둡니다. 알파고는 한 수마다 경우의 수를 줄이려고 하는데 이런 의미없는 교환이 그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 9단 턱을 괴고 있습니다. 수읽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흑 167이 노림수인가요. 백 168로 꽉 막습니다. 흑 169가 된다면 정말 대박이지만 안되면 착각입니다. 그럼 미세한 바둑에서 불리해지는데요. 이 9단의 착각이 맞는 듯 싶습니다. 하변 흑 5점을 잡는 게 너무 큽니다. 안타깝습니다○17보(154~163)백 154, 알파고 잘 둡니다. 해설자들이 그곳을 백이 두면 흑에게 좋지 않다고 하는데 꼭 거기를 둡니다. 어려운 곳입니다 계산할 곳은 많은데 이 9단 시간이 없습니다. 반면 알파고는 20분 가까이 시간이 있고 1200여대 컴퓨터 CPU의 도움을 받습니다. 정말 이 9단 외롭습니다. 이 어려움을 혼자 헤쳐나가야 합니다. 지금 흑 84집이고 백은 77집 이니까 반집 승부라고 합니다. 그러나 백이 전체적으로 두터워요. 백 158 또 팻감을 없애는 수. 알파고는 패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이기면 정말 최고입니다. 바둑 내용으로 볼 때 계산력이 뛰어난 알파고를 상대로 이긴 게 됩니다. 백 160. 162로 정리에 들어갑니다. 우변은 어차피 백의 선수입니다.○16보(137~153)이세돌 9단 137로 밀어갑니다. 아 그런데 백 144까지 되니까 흑이 별로 한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는데 허무하게 정리되나요. 이 9단 흑 145를 선수하고 흑 147을 활용합니다. 백 150까지는 정리 수순. 5국 대국 중에 지금이 가장 미세한 바둑입니다. 이세돌 9단 초읽기에 몰렸습니다. 알파고는 20분 남았고요. 오늘 대국이 가장 늦게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147부터는 거의 예정된 수순입니다. 허사비스는 트위터에 “초반에 알파고가 잘 알려진 맥을 몰라 실수했고,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고 올렸다. 흑 153 때 백이 다른 곳으로 갈지 계속 둘지가 궁금합니다.○15보(128~136)알파고 다 선수를 해둡니다. 백 134는 불필요한 수. 팻감 하나를 없애는 수인데 이건 손해는 아닙니다. 4국 때 손해수 나온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은 아닙니다. 이세돌 9단이 오늘 바둑이란 게임을 이기려는 게 아니라 바둑을 이기러 나온 듯 합니다. 앗, 여기서 백 136의 강수가 나오는데요, 지금까지 알파고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건 국면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요. 평범하게 마무리하면 알파고가 좋은데요, 여기서 왜 강수를 날릴까요. 알 수 없습니다. 알파고가 쉽게 마무리할 장면에서 꼭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해봅니다. 오늘 가장 짜릿한 순간입니다 .○14보(115~127)알파고가 무난하게 두는 것 같지만 그만큼 유리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 흑이 하자는 대로 받아둡니다. 흑을 살려주고 둬도 괜찮다는 겁니다. 지금은 흑이 덤에 걸리는 형세. 알파고는 백 124로 흑을 넘겨줄 태세입니다. 대신 중앙을 끊겠다는 것이죠. 이 9단은 힘 써보지도 못하고 밀립니까. 큰 비세는 아닌데 흑이 밀립니다. 알파고가 4국에선 급반전이 일어났는데요, 오늘 바둑은 그게 잘 안될 형태입니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초읽기에 몰릴 때 알파고가 1시간 이상 남았는데요, 오늘은 알파고가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 9단이 16분, 알파고는 40분 남았습니다.○13보(107~114)흑 107. 이세돌 9단이 역시 흔들어가고 있다. 이 9단의 행마는 알파고에 대한 전략을 쓰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자기 스타일대로 나가고 있다. 백 108로 쉽게 안쪽에서 젖힙니다. 그러면 흑이 끊거나 맞젖히는 수인데, 여기서 이 9단이 뜻밖의 수를 내놓습니다. 흑 109로 붙이는데요. 이건 패를 한번 해보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백 110으로 물러섭니다. 이걸로도 충분합니까. 이건 많이 물러서는 수입니다. 그런데 흑 111 때 백 112가 강수입니다. 여긴 수가 없다는 뜻일까요. 이럴 때 무섭습니다. 수읽기에 강한 알파고가 이런 식으로 두면 떨리죠. 이 9단은 흑 113에 붙이며 버팁니다. 아…여기서 또 백 114로 평범하게 두는데요.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12보(101~106)이 9단 역시 안좋다고 봅니다. 흑 101. 수가 되는지 여부를 떠나 상대를 흔드는 수입니다. 백 102로 꽉 이어 맛을 없앱니다. 흑 103 역시 끈끈한 수. 자꾸 백에게 도발합니다. 오늘은 알파고가 맞받아치고 있지 않고 참아두는데요. 백 100일 때 승률 계산치가 70%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백 104. 계속 알파고가 참는데요. 이세돌 9단 역시 흑 105로 계속 따라붙습니다. 아, 여기서 알파고는 귀를 지킵니다. (백 106) 이 9단의 얼굴 표정이 역시 좋지 않습니다.○11보(92~100) 백 92가 좋은 타이밍이랍니다. ‘지금 이순간’…이런 수는 전성기 때 이창호 9단이 두는 수입니다. 알파고 정말 잘 둡니다. 이런 류의 집바둑은 알파고의 장기이죠. 지금 형세는 흑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흑 99가 좋은 수입니다. 막히는 수를 완화시키고 있죠. 이제 백의 다음수가 궁금합니다. 중앙 흑 91 언저리에 두어 집을 지키느냐 아니면 공격을 가느냐 라는 거죠. 백 92. 아 놀랍습니다. 계산서 나왔나요. 이건 이렇게 둬서 이겼다는 겁니다. 이 9단 표정이 안좋아요.○10보(85~91)흑 85는 묘한 곳입니다. 안 이어줄 경우 어떻게 두는 거죠. 안 잇는 것이 거의 분명한데요. 백 86으로 내려섭니다. 흑 87로 끊어갑니다. 응수타진이죠. 88로 꽉 잇자 흑 89는 유일하게 사는 수입니다. 바둑이 소강상태. 좀 단조로운 모양이 됐습니다. 이건 알파고 쪽이 유리하다는 건데요. 김 9단 아까처럼 전화로 승률 기대치를 물어봅니다. 알파고가 65%라고 합니다. 초반부터 계속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 9단 흑 91로 중앙을 삭감합니다. 어쩐지 알파고가 기분 좋은 전체 모양인 듯 해요. 어딘지 폭파시킬 곳이 있어야 하는데요. 삭감 밖에 할 수 없습니다.○9보(75~84)흑 79는 가장 확실한 수입니다. 위 쪽을 백 집으로 내줘도 불리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걸 보면 이 9단은 우세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백 80으로 두 점을 두드립니다. 우변과 중앙 백 집이 부풀어나고 있습니다. 흑 81,정말 냉정한 수네요. 이런 수가 보통 이기면 공신이고 지면 역적이 되는 수인데요. 흑 집은 지금 65~67집입니다. 백은 60집이 돼야 하는데요. 백 집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곳이 없는데 중앙 백 진 등 발전 가능성이 풍부해 60집은 충분히 날 것 같습니다. 아직 팽팽한 형세. 백 84까지 일단락됐습니다.○8보(69~74)우변 백 세력이 커졌습니다. 우하 쪽을 통해 얻어낸 두터움인데요. 흑 69의 어깨 짚는 수는 거의 필연입니다. 뭔가 삭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면이다. 캬~ 백 70도 정말 멋진 감각입니다. 어떻게 컴퓨터가 이런 감각을 갖고 있을까요. 이런 수야말로 정말 직관적인데 말입니다. 이 9단 표정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흑 71로 뚫고 내려갑니다. 강수. 한번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겁니다. 백 72는 당연하고, 이 때 이세돌 9단이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담배 한 대 피러 나갑니다. 머리를 좀 정리하기 위해서죠. 흑 73은 실전적인 수입니다. 74로 강하게 버티고요.○7보(59~68)만약 우하에서 수가 안난다면 모두 손해입니다. 그런데 백 60이 있습니다. 김성룡 9단은 백 60을 두기 위해 우하 쪽을 교환해뒀다고 해설합니다. 알파고가 아주 멀리 내다보는 걸까요. 맞는 것 같습니다. 알파고 대단합니다. 우하 때문에 흑이 65로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백 한 점 때려내는 건데요. 이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백이 우하에서 3,4집을 보태준 건데 우상에서 그만큼 이득을 봤습니다. 이정도 수읽기를 한다는 게 놀랍습니다.○6보(48~58)알파고 백 48로 응수타진해봅니다. 의외로 까다로운 수입니다. 흑 53까지 외줄타기인데요. 복잡하긴 합니다.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게 김성룡 9단의 해설입니다. 이런 부분적 수읽기는 알파고가 굉장히 잘하는 건데요. 물론 이세돌도 이 분야에서 프로 최고입니다. 백 58은 실수같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알파고가 맥이 풀리네요.○5보(41~47)흑 41로 밀어가네요. 여기를 밀면 우하 실리가 커지기 때문에 흑이 미는 걸 꺼릴 이유가 없습니다. 고근태 6단은 백 40이 좀 이상하다고 하네요. 어~~. 또 놀랄만 합니다. 백 42로 젖힙니다. 당연히 늘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백이 늘면 흑이 날일자로 달리는 게 보통인데…이건 과수입니다. 김성룡 9단은 “어떻게 둬도 흑이 좋은 거 같은데, 이세돌 9단 뭘 먹을지 고민합니다. 상황이 너무 좋아서 고민인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김성룡 9단, 전화를 걸더니 승률 기대치를 물어봅니다. 인공지능하는 박사들도 이 바둑을 놓고 승률 기대치를 돌려본답니다. 알파고 승률 기대치가 60%라고 하네요. 참 인간의 시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 9단 장고 끝에 흑 43으로 찔러 갑니다. 보통은 악수입니다. 안 해놓으면 뭐가 있을까요.고근태 9단은 백이 이단 젖히는 수를 방비하기 위해 흑 43으로 찔렀다고 합니다.○4보(31~40)이 9단 귀를 차지하지 않고 중앙으로 나갑니다. (흑 31) 그럼 귀는 알파고가 차지하게 됩니다.(백 34)여기서도 흑이 실리를 차지하고 백은 세력을 차지합니다. 백 40이 좋은 곳입니다. 흔히 대세점이라고 합니다. 흑은 단단하고 백은 호방합니다.○3보(21~30)백 20에 대해 흑 21로 끊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아무리 봐도 다음 변화에서 백이 좋아지긴 힘들다고 합니다. 알파고 대신 돌을 놓는 아자 황은 아마 6단으로 알파고 개발자 중 가장 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간에선 인공지능의 노예 또는 앞잡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도 붙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힘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와, 여기서 백 22로 늡니다. 사석작전을 쓰려고 하나요? 그러나 잡히는 게 너무 크긴 한데요. 흑도 23으로 느는 게 기세입니다. 싸움이 벌어진 건데요. 역시 알파고는 백 24로 우하 석 점을 버리네요. 이 결과는 흑이 기분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프로들은 이렇게 실리를 많이 허용하지 않죠.고근태 7단은 “만약 이 변화가 백이 좋다는 결론이 나오면 기존 이론을 다 바꿔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하 흑 집만 거의 40집에 육박합니다. 백 26. 알파고가 화점에서 거의 눈목자로 굳힙니다. 이게 알 사범 패턴입니다. 흑 27로 좌상귀로 갑니다. 백 28로 평범하게 받네요. 우하 변화에 대해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이라면 너무 헤프다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실리를 많이 줬다는 거죠. 흑 29로 갈 때 보통은 삼삼에 받는 건데 알파고 협공합니다. 오늘 이세돌 9단의 의도대로 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실리를 차지하고 상대에게 큰 모양을 허용하고 나중에 폭파하려는 것입니다.○2보(11~20)평범한 진행입니다. 백 12는 과격한 수 같지만 프로 바둑에서 많이 나옵니다. 이세돌 9단 백 16에 당연히 늘어야할 거 같은데 오래 생각합니다. 여기를 안 느나요. 초반 이런 모양에서 여길 안두는 수는 없는데요. 갈라쳐서 싸울 거 같은 느낌입니다. 이 9단이 역시 늘지 않고 흑 17로 먼저 공격에 나섭니다. 백 18 급소이긴 합니다만, 우하가 더 급한 자리 같습니다. 백 18은 상대의 대응에 안면몰수한 것인데요. 이세돌 9단, 표정이 4국 때까지와는 완연히 다릅니다. 훨씬 편한 표정이예요. 흑 19가 기세입니다. 여기 미는 수가 가장 강력합니다. 알파고가 손울 뺀 것을 응징하는 거죠. 그럼 인간 고수라면 우상 쪽을 계속 두는 게 기세인데요. 여기서 알파고가 우하 쪽에서 젖혀갑니다. 원래 무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1보(1~10)이세돌 9단 마지막 대국인데요. 승패 상관없이 멋진 바둑을 뒀으면 좋겠습니다. 덤 7집반이어서 흑을 잡으면 약간 불리하다는 건데요, 이 9단이 먼저 흑을 잡겠다고 한 것이 멋있습니다. 원래 번기의 마지막 판은 돌을 다시 가립니다. 누가 흑을 잡을지 결정하는 거죠. 그것 없이 이 9단은 흑을 잡겠다고 한 겁니다. 흑 1, 3, 5의 포석은 1980년대 유행하던 포석입니다. 알파고는 간명한 수읽기를 좋아하는데요, 복잡하면 할수록 어려워해서 자기 역량을 벗어나면 4국 때처럼 오류를 일으키기 쉽죠. 곽민호 사이버오로 사장은 형태가 결정되지 않은 돌을 여러곳에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습니다. 알파고는 우하 정석에서 백이 한번도 잇는 수가 없고 호구치는 수만 둡니다.○대국 전인터넷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의 곽민호 사장은 우리 인터넷 바둑의 대가인데요, 그는 “오늘 이세돌 9단이 이기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는 마지막 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파고가 4국에서 오류를 일으켰지만 그것이 보완되면 바둑의 신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드디어 1승을 올리면서 아직 인간 프로기사가 기계 앞에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바둑계로선 목말랐던 1승이었다. 이 9단이 알파고에 적응해 가면서 해법을 찾는다면 지금의 알파고를 전혀 못 이길 정도는 아니다. 백 △에 대해 흑 ▲ 두 점을 즉각 움직이는 건 백의 전술에 말려드는 것. 그래서 손 빼고 흑 43, 45로 우변부터 개척한다. 그러나 백 46이 좋은 자리. 뭔가 백이 포석에서 잘 풀리는 느낌이다. 흑 47이 최강의 공격. 참고 1도 흑 1로 얌전히 받으면 백이 14까지 활발해 보인다.(흑 9는 4의 자리 이음) 조한승 9단은 백 48로 어깨를 짚어간다. 유연한 착상이다. 흑 49로 밀 때 백 50이 제격이다. 흑이 51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끊으면 백 10까지 보기 좋게 걸려든다. 결국 백 56까지의 타협은 불가피한데, 백의 운석이 자연스럽고 활기 넘친다. 이곳에서 밀릴 수 없다고 본 박정환 9단은 일단 흑 59로 끊어 가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 9단이 된다. 한국기원은 14일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치고 있는 알파고에게 프로 명예 9단증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기원은 또 “알파고 실력이 현재 한국 랭킹 2위인 이세돌 9단과 비교할 때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한국 바둑계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이 아마 단증을 수여한 것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프로 기사의 최고봉인 9단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그동안 명예단증은 모두 아마 단증이었다. 7단 이상의 명예 아마 단증을 받은 인물은 이승만 전 대통령(9단)과 전두환 전 대통령(8단),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7단) 등이 있다. 한국기원은 15일 이 9단과 알파고의 5국이 끝난 뒤 열리는 폐막식 때 명예 9단증을 전달할 예정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를 대신해 9단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알파고가 누구보다도 바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명예 9단을 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은 바짝 엎드린 ‘맹수’ 같았다. 굴욕적인 자세였지만 기꺼이 자청했다. 그는 이래야만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으로서 공식 대국 첫 승을 올린 이 9단의 승인을 분석했다. 그는 사냥감을 노리기 위해 초반부터 알파고가 해달라는 대로 움직였다. 바둑 격언에 두 점 머리를 맞지 말라고 했지만 두 점 머리를 맞았다. 상대가 이단 젖혀도 반발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인내, 또 인내의 연속이었다. 3국까지 알파고와 대결한 그는 인간 프로기사의 시각이 아닌 알파고의 눈으로 바둑을 보기 시작했다. 그 역시 그동안 알파고의 능력을 흡수하며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해법에 한 걸음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초반 뜻밖의 수를 뒀던 알파고처럼 이 9단도 해설하던 프로기사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수를 여러 차례 뒀다. 평소 같으면 ‘기세 부족’이라고 얘기할 만한 수였지만 다른 프로기사들도 “‘알 사범’(알파고의 별명)이 두는 수와 비슷한 개념의 수”라며 “지금 당장 이해할 순 없어도 이 9단이 분명 작전을 갖고 나온 것 같다”고 해석했다. 낮은 포복으로 일관하던 이 9단은 드디어 중앙에서 폭발했다. 불리한 싸움이 분명한데도 그는 개의치 않고 백 62로 나가 전투를 걸어갔다. 프로기사들이 잘 안 된다고 예상한 수였다. 그러나 이 9단은 이를 통해 일단 좌변에 실리를 마련한 뒤 상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백 말의 생사에 승부를 걸었다. 해설장의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백(이 9단)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든 모양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단명국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모두가 비관하던 그 순간에 이 9단은 20분 이상 장고하며 찬찬히 수를 읽었다. 그러고는 맹수가 갑자기 솟구쳐 오르며 적의 급소를 물듯 백 78로 끼웠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수였다. 공개 해설장이 부산해졌다. 이 수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백 82까지 되자 갇힌 백 대마가 탈출하는 수가 생겼다. 그러자 1∼3국 동안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알파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아마추어 상급자도 하지 않을 실수를 연발한 것이다. 흑 87, 89, 93, 97이 이해할 수 없는 실수였다. 중앙에서 수가 났다 해도 차분히 대응하면 팽팽한 형세였으나 이런 어이없는 실수로 불리해진 것. 알파고의 버그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끝내기가 이어지면서 알파고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이 9단을 추격해왔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이 9단은 초읽기가 거의 끝날 무렵 수를 두는 등 관전하는 사람들의 심장을 조였다. 하지만 이 9단은 한 발씩 전진했고 점점 승리의 문으로 나아갔다. 한 수 착수할 때마다 승률을 계산하는 알파고는 계속 예상승률이 나빠지자 또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흑 159, 167, 171 등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하다가 백 180을 보고 돌을 던졌다. 인류의 첫 승이 확정되자 공개 해설장에는 축하 박수가 쏟아졌다. 김만수 9단은 “이 9단도 점점 알파고를 상대하면서 진화하고 있다”며 “극한의 상황에 몸을 던지는 ‘벼랑 끝 전술’이 알파고에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실전 1보(78∼82)백 1(실전 백 78)로 끼운 것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온 승부수. 중국의 구리 9단이 ‘신의 한 수’라고 극찬한 수였다. 알파고가 흑 2로 물러서서 받았으나 백 5까지 수가 났다. 알파고가 점검하지 못했던 변화였다.■ 실전 2보(87∼96)중앙에서 뜻밖의 수를 당한 알파고는 이후 갑자기 실수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흑 1(실전 흑 87), 3, 7이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실수. 백 6으로 중앙에서 수가 났으나 이때라도 잘 운영하면 팽팽한 형세였다. 알파고가 자멸하고 말았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바둑계는 물론이고 전 국민이 온통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89년 조훈현 9단이 응씨배에서 녜웨이핑 9단을 꺾고 우승했을 때 이후 이번처럼 전 국민적 화제가 된 적은 처음이다. 당시 조 9단은 귀국 직후 김포공항(당시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임)에서 한국기원까지 사상 초유의 카퍼레이드를 했다. 이 9단의 승리를 기원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막강한 알파고의 실력에 다들 깜짝 놀랐다. 이젠 이 9단이 한 판이라도 이기면 인간의 승리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흑 ●의 붙임에 백 30으로 내려선 것은 당연. 백 34까지 흑은 한 점을 희생해 모양을 정비했다. 흑 35를 선수할 때 참고도 백 1로 반발하는 것은 별 이득이 없다. 흑 6까지 실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백이 별로 크지 않은 3을 둔 셈이어서 손해라는 것. 흑 37은 모양의 급소. 백 38은 두고 싶지 않지만 끊기지 않으려면 불가피하다. 흑은 41까지 모양을 갖추며 수습했다. 백 42로 갈라치는 수는 요충지. 흑 두 점을 공격하면서 흑 진을 삭감하는 수다. 흑 두 점이 중앙으로 나오는 것은 주도권을 백에게 내주게 되고 2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굴욕적이다. 흑의 응수는?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간과 둘 때는 0 대 2로 지고 있을 때도 이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3국에서 중압감을 이기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이 12일 3국에서 패하며 알파고와의 5번기에선 진 뒤 이렇게 말했다. 인류 대표로 나서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4국에서 그는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버렸다. 3국이 끝난 뒤 이 9단과 같이 저녁 식사를 했던 한종진 9단은 “이 9단이 4, 5국은 5번기와 상관없이 알파고에 한 판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4국을 시작하면서 그는 1∼3국 때의 굳은 얼굴이 사라졌다. 파르르 떨던 손끝도 한결 안정됐다. 이전에는 알파고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알파고로부터 한 수 배우겠다는 이 9단의 표정은 오히려 편한 모습이었다. 이런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이 9단은 기계이긴 하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프로 기사가 두는 수보다는 ‘알파고스러운’ 수를 두며 초반을 이끌어 나갔다. 이 9단은 4국을 이긴 뒤 “한 판을 이겨 그동안의 심리적 부담을 거의 덜어냈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이날 마지막 심리전은 기자회견 때 나타났다. 그는 “오늘 백으로 이겼으니 내일은 흑으로 이기고 싶다”며 “구글 측이 허락한다면 5국 때 돌 가리기를 하지 않고 흑으로 두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은 즉석에서 허락했다. 바둑계에선 알파고가 백을 잡을 때가 더 낫다는 걸 알면서도 이 9단이 흑을 잡겠다고 한 건 ‘멋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자신에 대한 최면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지만 일각에선 1∼3국에서 거의 완벽했던 알파고가 갑자기 초보자급 실수를 연발한 것에 대해 ‘구글 측이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조정해 패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처럼 이번 세기의 대결을 통해 나왔던 의문이나 궁금증에 대해 문답 풀이로 알아본다. Q. 4국에서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져줬다는 루머도 있다. 워낙 잘 두던 알파고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A. 알파고는 이기는 길로만 세팅돼 있다. 그래서 한 번 실수로 자신이 지는 상황이 꾸준히 이어지면 이기려고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도 자신이 불리해졌을 때 엉뚱한 수를 두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 9단의 예상 못한 수가 나오면서 갑자기 완벽하던 알파고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구글 측은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했다며 이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Q. 알파고가 패를 하지 않는다, 이 9단이 패를 하지 않기로 이면 계약을 했다는 주장이 나돌았다. A. 알파고가 패를 즐겨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패를 가급적이면 안 만들 뿐이지, 패를 못하는 건 아니다. 판 2단과의 5국, 이 9단과의 3국을 보면 패를 하는 수준이 정상급 기사 못지않다. 또 이 9단이 1, 2국에서 불리한 데도 패를 만들지 않았던 것은 패를 해도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9단은 3국에선 하변에 침투해 적극적으로 패를 만들었다. Q. 이 9단이 4국 후 알파고는 백번보다 흑번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무슨 뜻인가. A. 덤 7집 반은 흑에 부담스럽다. 그래서 초반에 흑이 적극적으로 둬야 하는데 알파고는 포석이 약하고 주도적으로 뭘 만들어 내기보단 상대가 두는 수를 받아치는 데 능하다. 그래서 흑을 잡으면 어설픈 진행이 나온다. 알파고가 흑이었던 2국도 이 9단이 한때 유리한 적이 있었다. 이 9단이 4국 대국 뒤 흑을 잡겠다고 한 것은 이 9단이 흑번으로도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Q. 한국기원이 구글 측에 ‘알파고는 이세돌의 기보를 모두 파악했는데 이세돌도 알파고의 기보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보를 요청했다는데…. A. 한국기원 내에서 알파고 기보를 봐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은 맞다. 구두로 구글 측에 기보를 보여 달라고 했으나 구글이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는 이 9단이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요구하진 않았다고 한다. Q. 이 9단이 구글 측의 대국 요청을 3분 만에 수락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빨리 결정했나. A. 이 9단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의 대결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중국 프로인 판후이 2단을 이겼다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진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기심’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프로 기사 한종진 9단, 김만수 염정훈 8단 등과 서울 광화문 인근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 자리를 마련한 사람은 프로 기사 신민준 4단의 아버지. 이 자리에서도 바둑을 이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백 78의 끼움수가 가장 큰 화제로 떠올랐다. 백 78이 알파고뿐 아니라 누구도 찾기 힘든 수였지만 실제로 묘수인지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9단은 “당시 그 한 수밖에 없었다. 다른 수는 되지 않았고 그게 진짜 성공할 수 있는지는 시간이 없어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둔 수다. 두면서 ‘이 수는 된다, 이 수로 알파고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감회를 토로했다고 한다. 또 초반에 인내하는 수를 많이 둔 것에 대해서도 “이런 진행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며 알파고를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저녁 자리가 끝난 뒤 이 9단은 다시 “4국을 찬찬히 복기해 보겠다”며 호텔 방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을 상대로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이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4국에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이 9단은 3연패 끝에 1승을 거두며 인간(프로기사) 대 알파고의 공식 대국에서 첫 승리를 안겨줬다. 3패를 당한 뒤여서 5번기에서 한 판도 못 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이 9단은 인간 대표로서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아직은 인간이 기계에 완전히 패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백을 든 이 9단은 처음에는 2국과 똑같은 수순을 이어갔다. 이 9단은 이후 먼저 실리를 챙기고 나중에 타개하는 방식으로 좌, 우변 등에 실리를 먼저 챙겼다. 그러나 중앙 흑 집이 크게 부풀어 오르자 불리해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9단이 중앙 흑 진에서 끼워가는 묘수를 터뜨리며 알파고를 당황시켰고 이후 알파고는 아마추어 초보 같은 실수를 연이어 저지르며 형세를 그르쳤다. 알파고는 이후 이 9단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자 180수 만에 화면에 포기 선언을 했고, 알파고 대신 돌을 놓아주는 구글 연구원 아자 황(아마 6단)이 이 9단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알파고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흑 87수 때 트위터에 ‘처음으로 알파고가 불리해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 9단은 이날 승리로 대국수당 3만 달러(약 3300만 원·환율 1100원 고정) 외에 처음으로 승리수당 2만 달러(약 2200만 원)를 챙겼다. 이 9단이 4국을 승리함으로써 5국 승리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승리를 거두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이 9단은 기자와 관계자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말문을 열었다. 이 9단은 “국민들의 격려와 응원 덕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것 아닌가 싶다”며 “이번 1승은 어떠한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값어치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바둑계는 4국 승리에 대해 이 9단이 알파고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법을 찾은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유튜브 중계를 한 송태곤 9단은 “알파고를 분석한 이 9단이 그동안 기풍과는 전혀 다르게 알파고와 비슷한 수를 많이 뒀다”며 “이 9단이 알파고의 경향을 잘 분석해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만수 9단도 “알파고도 뜻밖의 수를 당하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봐서 100% 완벽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마침내 인간이 승리했다’며 이 9단의 승리를 높게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을 이겼다”며 “인간 바둑기사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알파고 기권하다(AlphaGo resigns·알파고가 불계패 당했다는 뜻)’란 짧은 컴퓨터 팝업 메시지가 인간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마지막 5국은 하루 쉬고 15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