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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농지가 약 15년 동안 중고차 매매상들의 대규모 주차장으로 불법 전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가 농지법 위반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지만 일부 매매상들이 인근 도로 등으로 차량을 옮겨 불법 주차를 이어가면서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9일 본보가 찾은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중고차연합센터’ 맞은편 공터에는 ‘율현 주말농장’이라는 입구 간판이 무색하게 판매용 중고차 200여 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이 공터 지목은 대부분 답(畓)이나 전(田)으로 농사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중고차 매매 단지가 생기고 이후 2007년경부터 판매용 중고차 주차장으로 이용돼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들은 농사를 짓는 대신 매매상에게 땅을 임대하고 수익을 올렸다. 강남구가 몇 차례 불법 주차 단속에 나섰지만 중고차 매매상들은 차량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묘목 몇 그루를 심고 ‘농지’라고 우기는 식으로 단속을 피했다고 한다. 강남구는 지난해 3월 감사원 지적을 받은 후에야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토지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며 “이달 25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공시지가 또는 토지 감정평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소유주에게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의 강경한 태도에 지주들이 “주차한 차를 빼 달라”고 하자 일부 매매상들은 합법적으로 주차장을 임차하는 대신 인근 주택가 등에 불법 주차를 하면서 주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강남구 세곡동 주민 김모 씨는 “매매상들이 주차해 놓은 차들 탓에 주민들이 잠시 차를 댈 만한 곳도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9일 기자가 중고차연합센터 인근 율현공원 삼거리 등을 둘러보니 판매용 중고차들이 편도 1차선 도로의 절반을 차지하며 주차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남구가 시한으로 정한 25일이 다가오면서 불법 주차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율현동 주민 함모 씨는 “지난해 8월경부터 중고차 매매상들이 차량을 주택가에 대고 있어 불편이 크다”며 “눈앞에서 매매상이 손님과 차를 거래하는 현장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중고차 매매상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저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찾아 계약했지만 일부 매매상들은 단속이 뜸한 인근 도로에 차량을 옮겨놓거나 경기 성남, 위례까지 원정 주차를 하고 있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거기 자갈밭이 원래는 다 농지입니다. 지금은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지만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중고차연합센터에 입주한 한 중고차 매매상 A 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자가 A 씨가 말한 장소를 둘러보니 입구에는 ‘율현 주말농장’이라고 적힌 허름한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농장 안쪽은 영락없는 대규모 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토지 등기에는 논이나 밭으로 등록돼 있지만 땅에는 동전만한 자갈만 가득했다. 1차선 도로 폭만큼 차량이 지나다닐만한 길이 나 있고 양 옆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량 200여 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학원 차량으로 사용됐던 노란색 승합차나 1t 트럭 여러 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기도 했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는 중에도 수시로 차량이 드나들었다.●강남구청 “25일까지 철수” 명령이곳에 있는 차량들은 길 건너 맞은편 강남중고차연합센터에 입주한 매매상들이 팔려고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용도는 논이나 밭, 임야로 구분돼 주차장으로 쓰일 수 없지만 2007년경부터 버젓이 주차장처럼 운영돼 왔다. 지도 애플리케이션 로드뷰로 과거의 모습을 보니 2010년에도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강남구가 과거 몇 차례 이곳에 대해 불법주차 단속에 나섰지만 그때뿐이었다. A 씨는 “매매상들이 차량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묘목 몇 그루를 심어놓고 농지라고 우기는 식으로 20년 가까이 단속을 피해왔다”고 말했다. 25일까지 이곳에 있는 차량 200여 대는 모두 다른 곳으로 철수해야 한다. 강남구는 지난해 12월 이곳 지주와 중고차 매매상들에게 “2022년 2월 25일까지 차량을 모두 빼고 땅을 농지로 원상회복 시키지 않으면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액의 25%의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이 중고차연합센터의 농지 전용 문제를 강남구청 지역경제과에 지적하자 부랴부랴 계도에 나선 것이다. 구는 지난해 8월 시행된 농지법 개정안을 적용해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농지법에 따르면 토지 원상회복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구청이 할 수 있는 것은 고발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LH사태’를 계기로 농지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구가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게 됐다. ●지주들은 “차 빼라”, 매매상은 “갈 곳 없다”이로 인해 최근 지주와 매매상의 관계가 급격히 틀어졌다. 이 곳 지주들과 매매상들은 수년 동안 ‘불법 공생관계’를 이어왔다. 지주들은 직접 농사짓기 애매한 땅을 빌려줘 돈을 받을 수 있었고, 매매상들은 부족한 주차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지주 이모 씨는 “차를 대는 건 알았지만 별로 복잡할 게 없다고 생각해서 계약 관계를 이어왔다”며 “이번엔 영락없이 이행강제금을 물을 처지라 매매상들에게 차를 빼달라고 사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상들은 ‘배짱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매상 박모 씨는 “지주들이 임대료 명목으로 한 대당 5만원 씩 받아 놓고 지금 와서 갑자기 나가라고 한다”며 “이 많은 차를 당장 어디로 보내겠나”라고 말했다. 일부 매매상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논과 밭은 단속에 나선 지역경제과 소관이지만 임야는 공원녹지과 소관이라는 점을 악용해 바로 옆 임야로 차량을 옮겨놓는 방식이다.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임야로 옮겨놓은 차량에 대해서는 단속 권한이 없다”고 했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담당 부서 간 협의한 내용이 없어 답할 것이 없다”고 했다.●율현동 도로와 성남·위례까지 ‘풍선효과’농지에 불법주차됐던 차량들이 인근 세곡동 주택단지나 가까운 위례, 성남 등으로 옮겨지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실제로 구청이 제시한 원상회복 기간인 25일이 다가오자 일부 매매상들은 차량을 농지 밖으로 옮겨 불법주차를 이어가고 있었다. 9일 오후 기자가 중고차연합센터 인근 율현공원 삼거리를 둘러보니 판매용 중고차로 보이는 화물차 3대와 승용차 1대가 도로 1차선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갓길에도 승용차 서너 대가 버젓이 도로에 세워져 있었다. A 씨는 “이 차량들은 모두 매매상들이 소유한 중고차”라고 설명했다. 중고차매매단지 내 유료 주차장에 판매용 차량을 대 놓고 있다는 매매상 B 씨는 “일부 매매상들은 인근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주택가와 위례 이면도로 등까지 중고차를 옮겨 공간만 있으면 마구잡이로 차를 대 놓고 있다”고 말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모 씨(55)의 사망 원인이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이 씨 시신 전반에서 사인(死因)에 이를 만한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구두 소견”이라고 밝혔다. 심장과 이어진 대동맥의 안쪽 막이 길게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됐고(박리), 일부는 바깥쪽 막까지 터져 있었다(파열)는 뜻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는데, 8일 오전 이 씨가 객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후 11일 오후 모텔 관계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객실 문을 통해 드나든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씨는 관상동맥에 중증도 이상의 경화 증세가 있었고, 심장 비대증도 있었다”며 “지병이 없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후 약물 및 독극물 검사 등을 실시해 최종 부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CCTV에 담긴 제보자 마지막 모습‘마지막 외출’ 전날인 7일…비틀거리며 소화제-진통제 구매8일 오전엔 죽 산 뒤 돌아와전문가 “대동맥 박리 수술 안하면 환자 90%는 일주일 이내 사망”지인들 “아파보여” “아니다” 갈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55)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타살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부검 소견을 13일 발표했다. 이 씨는 11일 오후 8시 42분경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구두 소견을 인용해 잠정적으로 밝힌 이 씨의 사인(死因)은 혈관질환의 일종인 ‘대동맥 박리 및 파열’이다. 대동맥 혈관 벽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는데, 안쪽 막이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되는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김경환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는 “대동맥 박리나 파열은 혈관 벽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혈압이 높은 경우 발생할 수 있다”며 “응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환자의 90%는 일주일 이내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생전 이 씨에게 심장질환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과수 1차 부검에서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경화증이 있었고, 그 정도가 중증 이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 이 씨는 심장 크기가 보통 사람의 2배 가까이 되는 심장 비대증이 있었다고도 했다. 발견 당시에 대해서는 “이 씨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태였다”며 “시신 상태에 특이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 씨가 숨지기 직전 거주하던 서울 양천구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6∼11일분을 입수했는데, 시신으로 발견되기 4일 전인 7일 오후 9시 32분 이 씨가 계단을 오르다 걸음을 멈추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당시 이 씨는 무릎을 굽힌 뒤 바닥에 손을 짚고 10초가량 쉬었다가 나머지 계단을 올랐다. 이 씨는 이날 모텔 근처 편의점에서 소화제와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편의점 점장은 “평소에도 약봉투를 자주 들고 다녔는데 그날따라 이 씨의 걸음이 유독 휘청거렸다. 안색도 나빴고 전반적으로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CCTV에 생전 마지막 모습이 기록된 것은 8일 오전이었다. 이날 오전 9시 2분경 방을 나선 이 씨는 전날 소화제를 샀던 편의점에서 즉석 죽을 산 후 오전 10시 46분경 방으로 돌아왔다. 이후 11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이 씨 객실의 문을 드나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족 측 대리인으로 나선 유튜브 채널 운영자 백광현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 결과에 대한 유족 측의) 수긍이나 반론이 있겠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공익제보자였던 고인이 끝까지 밝히고자 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씨와 술자리를 했다는 지인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이 씨와 교류했던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 유호승 공동대표는 “최근에도 이 씨와 만나면 서너 시간씩 이야기를 했다. 이 씨가 아팠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모 씨(55)의 사망 원인이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이 씨 시신 전반에서 사인(死因)에 이를만한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구두 소견”이라고 밝혔다. 심장과 이어진 대동맥의 안쪽 막이 길게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됐고(박리), 일부는 바깥쪽 막까지 터져 있었다(파열)는 뜻이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급성 대동맥 박리를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 4명 중 1명이 24시간 이내 사망한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를 입수해 분석했는데, 8일 오전 이 씨가 객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후 11일 오후 모텔 관계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객실문을 통해 드나든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씨는 관상동맥에 중증도 이상의 경화 증세가 있었고, 심장 비대증도 있었다”며 “지병이 없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후 약물 및 독극물 검사 등을 실시해 최종 부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11일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55)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확인됐다. 이 씨는 8일 오전 10시 46분경 모텔 방에 들어간 이후 나오지 않았다. 사흘 뒤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이 방을 드나든 외부인도 없었다. 13일 동아일보가 이 씨가 투숙하던 양천구 모텔의 6~11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 씨는 8일 오전 10시 46분경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이날 오전 9시 2분경 방밖을 나선 이 씨는 파란색 패딩을 입고 허리를 숙여 신발을 고쳐 신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약 1시간 40분 후 다시 방으로 돌아온 그의 오른손에는 흰색 편의점 봉투가 들려있었다. 이후 이 씨의 방을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 씨의 지인이 모텔에 이 씨의 안부 확인을 요청하면서 11일 오후 8시 43분경 모텔 사장 모친이 처음으로 방문을 열어 이 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약 3분 뒤인 오후 8시46분경 경찰이 “3일간 동생과 연락이 닿질 않는다”는 누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방안에서 숨진 이 씨를 발견했다. 사망 당시 이 씨의 주변에서는 약간의 혈흔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동이 편치 않은 모습도 영상에서 확인했다. 이전까지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던 이 씨는 7일 오후 9시 22분경 손을 벽에 짚고 모텔 계단을 내려갔다. 10분 후 계단을 다시 올라가던 이 씨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걸음을 멈췄다. 손으로 계단 바닥을 짚고 10초가량 쉬었다가 나머지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다만 이 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8일 오전 영상에서는 거동에 별 이상이 없었다. 경찰은 전날 “현재까지 타살 정황은 없지만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검은 이날 오전 진행 예정이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소방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됐다. 한편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40여 일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 현장을 점검한 후 화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나타나 ‘예견된 인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참석… 유해 국립대전현충원 안장8일 오전 열린 영결식에서는 고 이형석 소방경(51), 박수동 소방장(32), 조우찬 소방교(26)와 함께 일하던 평택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채준영 소방교(34)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었다. 채 소방교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메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뜨겁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 앞에 주저앉은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영결식장을 지키던 동료들은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는 인사를 남기며 눈시울을 적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예고 없이 영결식장을 찾았다. 별도 추도사 없이 일반인 조문객들과 앉았고, 영결식 중간 눈을 질끈 감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순직 소방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순직한 소방관 3명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10일 합동감식… 화재 원인 본격 수사이번 사고는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이 공사장에 대해 “4층 배관 절단 작업 시 화재 위험이 있다. 불티 비산(날아서 흩어짐) 방지포 및 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1, 4층에서는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소화기조차 없었던 것이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30일 4층에 대해 지적 사항이 개선됐음을 확인했지만 불과 한 달 후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사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고 그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사고로 약 한 달간 공사가 중단됐지만 준공은 올 2월로 바뀌지 않았다. 경찰은 늦은 밤 시간에 화재가 발생한 만큼 준공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10일 합동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이 집중 감식 대상이다. 7일에는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 6개 회사 12곳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우찬 소방교의 외삼촌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재 당시 안전관리자는 현장 작업자가 5명뿐이었다고 했지만, 일부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고 주장해 혼선이 빚어졌다”며 “좀 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수색했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있지도 않은 생존자를 찾느라 불필요하게 구조팀이 투입됐다는 지적이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에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뜨겁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 합동 영결식장. 평택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채준영 소방교(34)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었다. 고 이형석 소방경(51)과 박수동 소방장(32), 조우찬 소방교(26)와의 추억을 회상하던 채 소방교는 슬픔을 감추지 못해 몇 번이나 말을 멈췄다. 채 소방교는 “혹시나 남아있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메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그들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들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잘 간직되고 기억되기를 바래본다”고 했다.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순직 소방관 영결식은 유족과 소방 동료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경기도청장으로 진행됐다. 송탄소방서 소속인 세 소방관은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에서 인명 수색을 위해 투입됐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문 대통령 직접 참석…유해 현충원 안장 행사에 앞서 순직 소방관의 영정을 든 소방과 유족 70여 명이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동료 소방관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다. 장의위원장인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영결사에서 “또다시 발생한 소방관들의 희생 앞에 마음이 무너진다”며 “가족분들께서 매우 힘드시겠지만, 여러분들을 마음 깊이 응원하는 1300만 도민이 있다. 기운 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과 동료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앞에 차례로 국화꽃을 놓았다. 영정 앞에 선 유족들은 무릎을 꿇고 한참 통곡했고, 애써 눈물을 삼키던 동료들은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결식에 직접 참석해 순직 소방관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영결식 진행 도중 눈을 질끈 감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천천히 영결식장을 빠져나가자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순직 소방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화마(火魔)는 사랑하는 이들의 백년가약마저 갈라놓았다.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화 중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32)은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참이었다. 함께 순직한 조우찬 소방교(26)도 같은 소방관 여자친구와 곧 가족 간 상견례를 앞두고 있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릴 희망에 들떠 있던 두 예비 신랑이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7일 평택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만난 박 소방장의 숙부 박천군 씨(58)는 “지난주 통화할 때 ‘요즘 작은아빠를 향한 사랑이 식은 것 같다’고 농담하니, ‘여자친구가 생겨서요’라며 웃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박 소방장의 여자친구는 이날도 서 있기도 힘든 몸을 가까스로 추슬러 가며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빈소에서 만난 그는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한마디씩 말했다. “수많은 사고가 있었는데도 여태… 이번 일을 계기로 또 다른 아픔이 이어지지 않도록 (소방) 시스템이나 장비가 개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구조팀 막내였던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소방관이 된 뒤 같은 소방서 동료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조 소방교의 10년 친구 김정빈 씨(27)는 빈소에서 “여자친구와 2주 뒤 상견례한다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는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쿠팡 물류창고 화재에도 출동했다. 김 씨는 “우찬이가 다녀와서 무척 힘들어했다”고 했다. 두 순직 소방관 모두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다. 박 소방장은 어려서부터의 꿈이 소방관이었다. 그의 외삼촌 정석 씨는 “(박 소방장이) 소방관 일에 자부심이 넘쳤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조 소방교의 친구 김 씨는 “우찬이가 ‘우리나라 불은 내가 다 꺼버릴 것’이라고 포부를 얘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51)은 90대 노모를 모셨다. 속이 깊었고,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위험한 현장 출동 얘기는 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빈소에서 한참을 흐느끼던 이 소방경의 둘째 형은 “힘든 일은 속으로 삭이던 동생이었다”며 먼 곳을 바라봤다. 이 소방경과 8년간 함께 근무한 서정수 소방교는 “정말 항상 밝고 긍정적인 분이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맞서다 순직하신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영결식은 8일 오전 9시 30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된다.유족들 “구할 사람 없는 상황, 왜 진입시켰나” 소방 “작업자 남아있다고 해 진입”… 경찰, 시공-감리사 압수수색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의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소방관 3명의 유족들은 “소방당국의 현장 진입 결정이 무리했다”며 7일 사고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의 형은 이날 오전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창고 안에) 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한 곳에 왜 진입하도록 했는지 당국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의 작은아버지 박천군 씨는 “사고 당시 소방관의 위치를 알았을 텐데 구조가 왜 늦어졌는지 의문”이라며 분통해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반복되는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우리는 다시 동료를 잃었다”며 “화재 진압 매뉴얼을 개정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탈출한 작업자 5명 외에 추가로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수색에 나섰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 소방관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열과 질식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이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7일 냉동창고 신축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을 압수수색했다.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평택=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막둥아,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하다…. 꼭 천국에서 잘 살아라….”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 박수동 소방장(32)의 빈소.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정을 힘껏 끌어안은 아버지의 입에서 아들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화재 진압 중 숨진 박 소방장과 고 이형석 소방경(51), 고 조우찬 소방교(26)의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는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박 소방장은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동료 김현아 소방장(34)은 “박 소방장이 (예비 신부와) 양가 부모님께 최근 인사를 드렸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박 소방장은 무뚝뚝한 척하면서 은근히 직원들을 챙기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동기 박천복 소방교(37)는 고인을 두고 “남들이 걱정할까 봐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임관한 지 불과 8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새내기지만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면서, 출동한 현장에서 누구보다 힘차고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한 동료 소방관은 조 소방교를 두고 “팀에서 막내지만 솔선수범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또 다른 동료는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조 소방교가 내 밥을 준비해줬다. 다음엔 꼭 내가 해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와 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함께 했다는 동료 김서빈 씨(26)는 “중앙소방학교를 같이 졸업할 때 우찬이가 ‘우리 꼭 다치지 말고 안전근무 하자’고 다짐했다”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 소방경은 1994년부터 28년 동안 소방관 한길을 걸은 베테랑으로 팀에서 구조 업무 총괄을 담당했다. 평소 팀원들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고, 마지막까지 구조 현장을 지켰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같은 소방서 구조대원 이모 씨는 이 소방경을 두고 “큰불이든 작은 불이든 현장에서 항상 후배들을 뒤에 두고 선두에 서던 분”이라며 “아마 오늘도 맨 앞에 섰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방경은 얼마 전 군 전역을 앞둔 아들의 면회를 다녀왔다. 빈소에서 만난 이 소방경의 아들은 “(아빠가)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자녀 2명이 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합동영결식은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열린다.평택=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평택=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