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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흑사병(페스트) 공포가 확산되면서 최근 중국을 다녀온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보건당국은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인의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흑사병의 잠복기(1∼7일)를 감안할 때 한국 여행객들이 중국에서 흑사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흑사병 확진 환자 2명이 이달 3일부터 격리 조치됐기 때문에 추가 감염자가 있다면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흑사병은 사람의 체액이나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흑사병은 설사 걸린다 하더라도 감염 이틀 안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할 수 있다. 국내에는 항생제가 충분히 비축돼 있다. 반면 의료 시스템이 낙후된 국가에선 제때 치료받지 못해 치사율이 높다. 지역별로 림프절 흑사병의 치사율은 50∼60%, 폐 흑사병은 30∼100%에 이른다. 구토 오한 객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부 사이인 중국 흑사병 환자 중 1명은 위독한 상태다. 남편이 지난달 25일 감염됐고, 간호하던 부인도 전염됐다.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확진 전 환자들과 접촉했던 이들은 감염 예방 및 진단을 위해 격리된 상태로 현재까지 의심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없다. 부부가 떠난 뒤 네이멍구(內蒙古)에서도 추가 발병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흑사병으로 2014년 3명, 2016년과 2017년, 2019년 각각 1명이 숨졌다.박성민 min@donga.com·임보미 기자}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세계 31개국 중 19위에 불과합니다. 신약을 더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어야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국민과 정부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세계적 보건경제학자인 프랭크 리텐버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68·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해외 신약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약 처방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의료비뿐 아니라 근로시간 손실도 줄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텐버그 교수는 새로운 의약품 출시 후 특정 국가에서 상용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신약 접근성’으로 규정했다. 한국은 31개국 중 19위였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환자들에게 처방된 의약품 중 2005년 이후 출시된 신약의 비중은 2.1%에 그쳤다. 일본이 4.3%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은 2.6%였다. 그가 신약 접근성을 강조하는 건 신약이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리텐버그 교수는 “한국에서 2003∼2012년 출시된 신약의 영향으로 10년 동안 전체 환자의 기대수명은 1년, 암 환자의 기대수명은 2.78년 늘었다”고 말했다. 2015년 환자 기대수명은 2005년보다 4년 늘었는데, 이 가운데 1년이 신약 효과라는 설명이다. 신약 효과는 특히 암 치료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리텐버그 교수는 “36개국에서 19종류의 암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신약 접근성이 높았던 상위 9개국의 환자 사망률이 접근성 하위 9개국보다 15%나 낮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나라별 보건의료비 지출, 교육 수준, 실업률 등의 변수를 최대한 통제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신약을 더 빨리, 더 낮은 가격으로 처방받게 해달라고 호소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는 급여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리텐버그 교수는 “한국은 2017년 한 해 신약 출시로 입원 일수가 총 5000만 일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국 정부가 이런 신약의 비용 효과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진료비가 건강보험 급여의 40%를 초과하는 한국 의료비 지출 구조도 신약 접근성을 더 높여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리텐버그 교수는 “어떤 신약을 급여화할 것인지 정부가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고, 신약에 대한 환자의 본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중국에서 쥐벼룩을 매개로 전염되는 흑사병(페스트) 환자가 발생해 한국 보건당국이 국내 유입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13일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에 대한 신속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은 4단계 중 가장 낮은 ‘관심’ 단계를 유지했다. 현지에서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국내에 흑사병 환자 치료를 위한 항생제가 충분히 비축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흑사병은 감염된 지 2일 안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앞서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인민정부는 12일 “네이멍(內蒙古)구 자치구 시린궈러(錫林郭勒) 지역 (출신) 2명이 폐 흑사병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질본은 흑사병 유행지역을 방문할 때는 쥐나 야생동물 접촉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발열 두통 구토 등 흑사병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피해야 한다. 현재 페스트는 마다가스카르 전 지역과 콩고민주공화국 일부 지역에서 유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2009년 흑사병 환자 12명이 발생해 3명이 숨졌다. 국내에는 유입된 적이 없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경기 하남시에 사는 초등학생 정모 군(10)은 밤 12시 전에 잠드는 날이 거의 없다. 영어와 수학, 피아노 학원에 독서토론 준비까지 마치면 대개 오후 10시가 넘는다. 침대에서 한 시간 남짓 스마트폰으로 게임할 때가 거의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정 군은 “‘피아노와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 취미’라는 엄마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정 군의 초등학교 1학년인 동생은 학교에서 줄넘기등급제를 한다고 해서 줄넘기 학원에 다닌다. 이처럼 부모가 짠 시간표대로 하루를 보내는 한국 초등학생은 다른 나라 아동보다 스스로를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ISCWeB)’에 참여한 22개국 아이들을 비교한 결과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19위(84.4점)에 그쳤다. 알바니아(97.2점) 그리스(94.1점) 몰타(91.7점)가 1~3위였고, 대만(84.0점) 네팔(83.2점) 베트남(82.4점)만 한국보다 낮았다. 한국 3171명 등 40개국에서 만 10세 아동 약 9만 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데이터 취합이 끝난 22개국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돈, 시간 사용, 학습, 관계, 안전한 환경, 자신에 대한 만족 등 6개 지표로 행복지수를 비교했다. 한국 아이들은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감이 22위로 가장 낮았다. 여러 가지 학원 수강 등 높은 사교육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초등학생의 82.5%가 사교육을 받았고 주당 사교육 시간은 평균 6.5시간이었다. 한국 아동은 상대적으로 집과 학교에서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안전한 환경 지표는 16위였다. 이 지표의 세부항목인 가정 및 학교 안전과 학교 내 괴롭힘도 각각 18위로 하위권이었다. 특히 외모와 건강 등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20위로, 자존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경제적 풍요로움보다 자존감과 대인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아동의 행복을 더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남 창원에 사는 박모 씨(66·여)는 1년에 서너 번씩 서울행 KTX를 탄다. 2년 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경과도 확인하고 다른 혈관 질환은 없는지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집 근처에도 대학병원이 있지만 이른바 ‘빅5’로 불리는 큰 병원에서 진료받기를 박 씨와 가족 모두 원했다. 박 씨는 “담당 의사는 건강이 많이 회복됐으니 가까운 병원에 가도 괜찮다고 하는데 건강보험 덕분에 검사 비용 차이가 크게 없어서 계속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다.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박 씨처럼 만족하는 국민이 많다. 큰 병원을 이용하려면 내야 했던 선택진료비가 폐지됐고 각종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건강보험이 부담해 준다. 고도비만 수술, 한방 추나요법, 병원 2·3인실 이용도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면서 환자 부담은 실제로 줄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얘기는 좀 다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의료 전달 체계를 흔든다” “지속 가능성이 없다” 같은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돼 서울과 지방의 의료 양극화가 심해졌고 늘어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장기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현 정부 임기 내 보장성 70% 달성이라는 목표만 좇다 보니 속도와 우선순위를 세밀하게 조정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빈번해진 과잉 진료, 의료 쇼핑 정부는 올 7월 문재인 케어 도입 2주년 성과를 발표했다. 올 4월까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의료비 6조8000억 원 중 28%(1조9000억 원)를 급여화해 혜택을 본 국민이 연인원 36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국민 1인당 월평균 급여비는 10만3261원으로 사상 처음 10만 원을 넘었다. 낸 보험료 대비 혜택 받은 급여 비율은 지난해 1.17배까지 꾸준히 올라 2010년 1.1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런 성과 너머의 그늘도 보인다. 자신이 부담할 진료비가 낮아지자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나 진료를 받는 과잉 진료는 더 잦아졌다. 병원에서는 “본인 부담금이나 비급여 항목은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며 추가 진료를 권한다. 대형병원은 더 많은 의료행위로 실적을 낸 의사에게 성과급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대형병원 전문의는 7일 “병원에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줘야 좋은 의사로 평가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상위 5개사의 실손의료보험 청구금액은 올 상반기(1∼6월) 본인부담금 1조4500억 원, 비급여 진료 금액 2조6500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4.2%, 6.9% 상승했다. 정부가 의료비 부담을 줄인 것 이상으로 국민 주머니에서 돈이 더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 항목을 줄였더니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창출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며 “보장성을 더 강화해도 정부 목표인 70%에 도달하기 어려울 만큼 비급여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본인 부담이 적다 보니 공동의 재원은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와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병원은 웃었다’ 지난 2년의 보장성 강화가 상급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형병원은 환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급여비는 5조72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급증했다. 종합병원도 16.8% 증가해 전체 급여비 증가폭(14.4%)을 웃돌았다. 병원은 11.0%, 의원은 12.4% 증가해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된 것을 볼 수 있다. 홍윤철 서울대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의료 전달 체계가 왜곡돼 대형병원은 환자가 넘치지만 동네 병의원은 존폐 위기에 놓인 곳이 많다”며 “만성질환 환자의 대형병원 진료를 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급여비 증가폭은 앞으로 더 가팔라질 확률이 높다. 요즘 의료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내년 도입될 척추 MRI 급여화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과 학생의 상당수가 허리와 목 통증을 호소하는데 척추 MRI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건강보험 지출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허리디스크 환자는 약 198만 명,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약 165만 명으로 추산된다. 급속한 고령화도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총 진료비는 31조8235억 원으로 사상 처음 30조 원을 돌파했다. 총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8%였다. 올 상반기 노인 진료비는 17조4575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1.6%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15조97억 원) 16.4%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인구가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에는 노인 진료비 비중이 6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조 적립금, 2023년 반 토막 건강보험 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7년 연속 당기흑자를 낸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지난해 1778억 원 당기적자로 돌아섰다.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3조1636억 원, 내년 2조7275억 원 등 2023년까지 6년간 9조6932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연금처럼 쌓아놓고 굴리는 적립식이 아니라 그해 들어온 보험료 수입만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재정 운영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과도하게 쌓아둔 측면이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이 절반만 맞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0조 원의 누적 적립금은 2023년이면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후의 재정 조달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으로 정한 국고 지원 규정을 지킨 적이 없다. 현행법은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14%는 국고로, 6%는 담뱃세로 조성)를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07∼2019년 국고 지원율은 15.3%에 그쳤다.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건강보험 재정 전망은 더 비관적일 수 있다. 고령인구는 급증하고 보험료를 납부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계속 감소해 보험료 수입으로는 급여비 지출을 감당하기 버겁다. 이상이 교수는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올해 6.46%인 건강보험료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13%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데 정부가 국민에게 이를 설득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라는 생색은 이번 정부에서 내지만 그 부담은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될 우려가 큰 것이다.○ ‘과잉 진료 근절’이 지속 가능에 필수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가 지속 가능하려면 진료비 지불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잉 진료의 원인이 되는 행위별 수가(酬價) 제도 개선이 핵심이다. 행위별 수가 제도는 진료나 수술 같은 개별 의료행위마다 서비스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다. 병원이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환자도 모르는 새 불필요한 진료 항목이 추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입원비와 처치료, 약값을 하나로 묶어 미리 가격을 정하는 신(新)포괄수가제 확대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재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민간과 공공을 합쳐 68곳뿐이다. 환자들을 동네 병의원으로 이끄는 유인책도 늘려야 한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의사는 원하는 처방을 마음대로 내리고, 환자도 가고 싶은 병원을 골라서 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구조”라며 “서울과 대형 의료기관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동네 병의원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주치의 제도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넘어지면서 어깨 관절을 다친 김모 씨(70·여)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집 근처에도 척추·관절 전문 병원이 있지만 아들이 “병원비 차이가 크지 않다”며 큰 병원을 권했다. 지난해 7월부터 대형병원 2, 3인실 입원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진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동네 병원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비용이면 큰 병원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를 비롯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급증한 것은 이처럼 대형병원의 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케어’가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늘리고 동네 병·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형병원 쏠림, 과잉 진료 부작용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8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비는 58조74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 늘었다. 증가폭은 역대 최대치다. 2016년에도 10.8% 급증했지만 이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의료 이용이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임신·출산 지원 등 현금으로 나가는 돈과 건강검진비 등을 더하면 건강보험공단 지출은 63조1683억 원으로 사상 처음 60조 원을 넘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넓어지자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환자를 진료실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았다. 지난해 11월부터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가벼운 두통에도 MRI 촬영을 요구하는 환자가 늘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은 MRI 검사를 받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들은 외래환자 예약을 피해 새벽에 검사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잉 의료’는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1인당 의료비는 일반 성인 의료비의 2.5∼3배다. 지난해 총인구의 13.9%를 차지한 노인 인구가 쓴 의료비는 총 진료비의 40.8%나 됐다. 고혈압 등 12개 만성질환 환자의 진료비가 10.1% 급증한 31조1259억 원으로 처음 30조 원을 넘은 것도 건강보험 재정에는 적신호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2030년 노인 인구 비율이 20%가 되면 노인 진료비는 총 진료비의 60%를 넘고,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는 연간 30만 명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재정 조달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현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유지하기 벅차다”고 말했다. 실제 2011∼2017년 흑자를 낸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1778억 원의 당기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3조1636억 원의 큰 적자가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2022년까지 적자 규모는 8조6467억 원에 이른다.○ 낸 보험료의 1.17배 돌려받아 지난해 국민 1인당 연평균 건보료는 105만6782원으로 처음 100만 원을 넘었다. 그 대신 1인당 급여로 돌려받은 혜택도 123만8582원으로 크게 늘었다. 보험료 낸 것의 1.17배를 급여로 돌려받은 셈이다. 2010년 1.1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인당 월평균 입·내원 일수는 1.72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고 하루당 진료비는 7만4084원으로 전년보다 8.1% 올랐다. 건강보험 통계에서도 저출산 여파가 나타났다. 지난해 신생아가 한 명이라도 태어난 분만기관 수는 567곳으로 2016년 607곳, 2017년 581곳에서 계속 줄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모 씨(76·여)와 세 딸은 신용카드대금과 건강보험료가 몇 달 치 밀려 있었지만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기준에는 미치지 않아 당국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숨진 지 최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발견된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의 첫째 딸 이모 씨(49)는 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평가사에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될 예정이었다.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되면 신용카드 거래와 발급 등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도입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과 카드대금이 소액(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된 지 3개월이 넘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벌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셋째 딸(44)은 체납액이 10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1000만 원 초과 체납자는 주로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셋째 딸은 체납 기간이 2개월이라서 이런 정보가 당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김 씨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총 3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는 6개월 이상 밀려야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통보된다. 통보 대상을 ‘3개월 이상 체납자’로 확대하는 개정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이 아직 시행 전이어서 김 씨 모녀를 포착할 수 없었다. 김 씨 모녀는 ‘긴급 복지지원’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위기가 닥쳤을 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고 신청해야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구제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이들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2, 3일 안에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김소영 ksy@donga.com·박성민 기자}

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모 씨(76·여)와 세 딸은 신용카드대금과 건강보험료가 몇 달치 밀려있었지만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기준에는 미치지 않아 당국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숨진 지 최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발견된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의 첫째 딸 이모 씨(49)는 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평가사에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될 예정이었다.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되면 신용카드 거래와 발급 등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도입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과 카드대금이 소액(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된 지 3개월이 넘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벌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체납액이 10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1000만 원 초과 체납자는 주로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셋째 딸(44)은 체납 기간이 2개월이라서 이런 정보가 당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김 씨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총 3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는 6개월 이상 밀려야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통보된다. 통보 대상을 ‘3개월 이상 체납자’로 확대하는 개정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이 아직 시행 전이어서 김 씨 모녀를 포착할 수 없었다. 성북구는 2015년부터 그 해 만 65세와 만 70세가 되는 노인이 사는 집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 이미 만 70세가 넘었기 때문에 이 제도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김 씨 모녀는 ‘긴급 복지지원’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위기가 닥쳤을 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고 신청해야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구제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이들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2, 3일 안에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앞으로 의료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농어촌 등 지방 의료취약지의 보건소에서도 난임 치료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됐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소의 기능과 업무에 난임 예방 및 관리를 추가하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이 정한 지역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시기는 법 공포 후 6개월 뒤부터다. 다만 모든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취약지의 보건소부터 난임 주사를 처방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7년 10월부터 올 6월까지 난임 시술을 받은 여성은 8만6158명, 시술 횟수는 60만4421건에 이른다. 난임 여성들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앞서 과배란 유도 등을 위해 4∼8주가량 배와 엉덩이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난임 시술 병원 대다수가 대도시에 몰려 있어 의료취약지 난임 여성들은 주사를 맞으러 먼 거리를 오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매번 병원에 갈 수 없어 혼자 유튜브 영상을 보고 주사를 놓은 여성들도 적지 않다. 주사 처방 가격도 천차만별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모든 구급차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민간에서 운영하는 일반 구급차는 여전히 AED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응급 상황에서 초동 대처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ED는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줘 심장 박동을 회복시키는 응급의료기기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소방과 의료기관의 총 구급차 수는 5311대에 이른다. 이 중 119구급대가 운영하는 1420대를 포함해 2465대의 특수 구급차는 AED 의무 설치 대상이다. 하지만 나머지 일반 구급차 2846대는 AED 설치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 상태가 위중한 응급환자는 주로 특수 구급차가 이송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의료기관의 일반 구급차 2637대도 AED를 설치해야 한다. 시행 시기는 법 공포 후 6개월 뒤부터다. 문제는 민간이 운영하는 209대의 일반 구급차다. 민간 업체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AED를 설치하기를 꺼린다. AED 대당 가격은 250만∼3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패드와 배터리 교체 등 관리비용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민간 구급차가 응급의료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허탁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방에서는 병원 간에 환자를 이송할 때 민간 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태에 대비해 AED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간 일반 구급차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 AED 설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올해보다 20.4% 오르는 것으로 결정됐다. 인상폭은 역대 최대치다. 가구당 월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올해 9069원에서 2204원 늘어난 1만1273원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2020년 장기요양보험 수가 및 보험료율’을 심의·의결했다. 건강보험료 대비 장기요양보험료 비율인 장기요양보험료율은 지난해 7.38%, 올해 8.51%였고, 내년에는 10.25%로 오르게 됐다. 내년까지 3년간 약 56% 오르는 셈이다. 2010∼2017년에는 6.55%로 동결됐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이거나 치매, 뇌혈관 질환 등 노인성 질환 환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해서 결정된다. 월급 300만 원인 직장인의 장기요양보험료는 올해 1만6492원에서 2만510원으로 4018원 오른다. 건보료처럼 사업주와 가입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보험료율의 이 같은 급격한 인상은 고령화에 따른 기금 적자 때문이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은 6101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753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수급자가 지난해 말 약 67만 명에서 올해 약 77만 명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제 여건 악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업들이 보험료 인상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이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려면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진단이 나왔다.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춰 고용과 복지정책을 탄력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국가 성장 동력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담겼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국제 인구 콘퍼런스’에서 “향후 20년간 한국의 15∼74세 노동인구는 약 250만 명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의 아동·가족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OECD와 공동 주최했다. OECD는 한국 통계청의 자료에 근거해 지난해 0.98명에 그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을 크게 우려했다. 스카페타 국장은 저출산의 이유로 긴 근로시간과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근로환경을 꼽으며 “한국은 자녀와 부부로 구성된 가족이 2045년 16%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2017년 31.4%의 절반 수준이다. OECD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근로자가 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근로시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형태도 다양화하라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내 남성 육아휴직률이 1.4%에 그치는 등 여성에게 치중된 육아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크리스 클라크 OECD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며 “이 같은 직장 내 차별을 줄여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높은 양육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OECD는 현재 만 7세 미만까지 받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높이고 출산과 양육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스카페타 국장은 “자녀 교육 및 주택 구입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이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려면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진단이 나왔다.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춰 고용과 복지정책을 탄력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국가 성장 동력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담겼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국제 인구 컨퍼런스’에서 “향후 20년간 한국의 15~74세 노동인구는 약 250만 명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의 아동·가족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OECD와 공동 주최했다. OECD는 한국 통계청의 자료에 근거해 지난해 0.98명에 그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을 크게 우려했다. 스카페타 국장은 저출산의 이유로 긴 근로시간과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근로환경을 꼽으며 “한국은 자녀와 부부로 구성된 가족이 2045년 16%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2017년 31.4%의 절반 수준이다. OECD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근로자가 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근로시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형태도 다양화하라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내 남성 육아휴직률이 1.4%에 그치는 등 여성에게 치중된 육아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크리스 클라크 OECD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며 “이 같은 직장 내 차별을 줄여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높은 양육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OECD는 현재 만 7세 미만까지 받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높이고 출산과 양육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스카페타 국장은 “자녀 교육 및 주택 구입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유통회사에 다니는 미혼 남성 권모 씨(36)는 대학 졸업 당시 68kg이던 몸무게가 10년 만에 91kg으로 늘었다. 회식이나 야근 후 폭식을 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배달음식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주말이면 밀린 잠을 자느라 좀처럼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7, 8시간씩 의자에 앉아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권 씨는 “쇼핑도 주로 온라인으로 하니까 출퇴근 외에는 걷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30대 한국 남성의 건강에 빨간불이 커졌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남성의 비만율은 51.4%로 전년의 46.7%보다 4.7%포인트 급증했다. 40대 남성 비만율도 44.7%에서 47.5%로 올랐다. 비만율은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1998년 시작됐다. 매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영양 등 500여 개 건강지표를 산출하는 최대 규모의 건강통계 조사다.○ 배달음식 선호, 운동은 뒷전 지난 20년간 한국 남성의 건강관리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1998년 25.1%였던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42.8%로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비만율은 26.2%에서 25.5%로 낮아졌다. 30대 남성이 살찌는 이유는 더 먹고 덜 움직여서다. 30대는 10대 때부터 햄버거와 피자 같은 고칼로리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졌다. 이번 조사에서 30대 남성의 하루 평균 지방 섭취량은 67.9g으로 1998년 첫 조사 때보다 17.4g이나 늘었다. 이 같은 식습관은 늦은 결혼, ‘혼밥문화’ 확산과 맞물리며 비만율을 끌어올렸다. 2017년 동국대 일산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 2끼 이상 혼자 식사하는 남성의 복부비만 위험은 그러지 않은 남성보다 45% 높았다.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은 칼로리가 높은 데다 식사시간도 짧아 살이 찌기 쉽다. 운동보다 게임에 빠진 취미생활의 변화도 비만을 부추겼다. 유산소 운동을 일정 시간 이상 하는 남성 비율은 2015년 62%에서 지난해 51%로 급감했다. 올 5월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10∼30대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1위는 게임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고 걱정한다. 2017년 기준 남자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5.6%를 웃돌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청소년 비율은 2009년 12.1%에서 올해 25.5%로 급증했다. 향후 비만 인구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6년 11조4679억 원으로 10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미국의 경우 2001년 비만을 신종 감염병으로 분류하는 등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금연, 치매 관리 등에 주력하면서 비만 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아동부터 청년층의 비만을 철저히 관리해야 만성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추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여성 폭음·흡연, 청소년 우울감도 심각 지난해 성인 여성의 월간 폭음률은 26.9%로 2005년 17.2%에서 급증했다. 역대 최고치였다. 성인 여성 10명 중 3명은 한 달 1회 이상 술 5잔(맥주 3캔) 이상씩 마신다는 뜻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 음주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여성 흡연율도 7.5%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올랐다. 반면 지난해 전체 남성의 흡연율은 36.7%로 역대 가장 낮았다. 청소년의 정신건강도 나빠졌다.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만큼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은 2015년 23.6%에서 올해 28.2%로 늘었다. 남학생(22.2%)보다 여학생(34.6%)의 정신건강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우리나라 3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은 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로리가 높은 배달음식 등으로 혼자 식사하는 ‘혼밥족’이 늘면서 영양 섭취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운동보다 게임을 선호하는 등 생활습관이 변화해 건강관리에서 더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남성의 비만 인구 비율은 51.4%로 전년의 46.7%보다 4.7% 급증했다. 비만율은 “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매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영양 등 500여 개 건강지표를 산출하는 최대 규모의 건강통계 조사다. 지난 20년간 한국 남성의 건강관리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1998년 25.1%였던 19세 이상 남성 비만율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42.8%로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비만율은 26.2%에서 25.5%로 낮아졌다. 남성이 살찌는 이유는 더 먹고 덜 움직여서다. 전체 남성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은 2008년 2249.6Cal에서 지난해 2398.3Cal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지방 섭취량은 46.7g에서 57.3g으로 22.7% 늘었다. 반면 일주일에 5일 이상 걷기 운동을 한 비율은 2008년 50.0%에서 지난해 40.5%로 줄었다. 폭음하는 여성 비율은 2005년 17.2%에서 지난해 26.9%로 늘어 역대 가장 높았다. 여성 흡연율도 7.5%로 2012년 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지난해 전체 남성의 흡연율은 36.7%로 가장 낮았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금연, 치매, 자살자 관리 등에 주력하면서 비만 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소아 청소년을 포함해 20, 30대 젊은 세대의 비만을 철저히 관리해야 만성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웅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20년 동안 개선된 지표도 있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보건당국에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의심 환자로 보고된 남성은 30세다. 지난달 28일 호흡곤란, 가슴 통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일반 담배를 피웠으나 약 3개월 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의료진은 감염 관련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X선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된 점을 들어 이 남성의 증상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보건당국에 신고된 중증 폐 손상자 1479명(15일 기준) 중 79%도 35세 미만의 청년이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흡연 기간이 짧은 흡연자에게 해를 줄 수 있다는 증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등 일부 주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정부가 23일 “모든 국민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2차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대마유래성분(THC)’이다. 미국 내 환자의 78%가 THC가 함유된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THC 유통이 금지돼 있으나 제품 내 THC 함유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성분이 들어있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 유해성분은 THC와 THC 함유 액상에서 검출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등 7종이다. 미국 내 환자의 10%는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대마유래성분 외에 또 다른 유해성분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있는 개별 성분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되면 유해물질이 될 수 있다”며 “담배 회사들은 THC를 넣은 일부 담배의 문제로 치부하려 하지만 미국 환자의 10%가 니코틴 함유 제품을 피운 것은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가 퇴출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사담배도 모두 관리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초 잎에서 추출된 액상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36개 품목이 유통되고 있지만,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유사담배 제품은 약 70개 품목으로 더 많다. 연초 줄기나 뿌리 추출물 등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들은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일반 담배에 대한 안전성 규제도 강화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는 담배 및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정보를 담배 제조자와 수입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예정이다. 현재는 분기별로 일반 담배에 한해 니코틴 및 타르 성분 분석을 시험기관에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담배(전자담배 포함)가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판매금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23건 발의됐지만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공개를 해야 하는 성분을 구체적으로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박성민 기자}
정부가 23일 중증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올 8월부터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의심환자 33명이 숨지고 국내에서도 최근 첫 의심환자가 나오자 지난달 ‘사용 자제’에서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7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아동과 청소년, 임산부 및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보건당국은 다음 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된 담배 관련 법안의 연내 통과를 추진해 담배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담배의 법적 정의를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제품 전체로 넓히고 담배 제조 및 수입업자에게 담배 성분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올 5월 ‘쥴(JUUL)’이 수입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급증하고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8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덕수궁 하늘에 양탄자처럼 깔린 가을 구름 사이로 ‘하늘의 응급실’ 닥터헬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 명은 손을 흔들며 닥터헬기의 첫 서울 도심 비행을 반겼다. 청와대 주변 상공은 민간 항공기의 비행이 엄격히 금지된 구역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소생 캠페인 취지에 공감한 대통령 경호처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이날 서울시청 상공 비행을 특별히 허가했다. 가천대 길병원에 소속된 닥터헬기는 서울광장을 크게 두 번 정도 선회한 뒤 지상 70∼80m 상공까지 내려와 덕수궁 상공에서 실제 구조 상황처럼 제자리 비행을 했다. 시민들은 닥터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서울 도심의 응급의료헬기 비행이 신기한 듯 휴대전화로 헬기 비행을 연신 촬영했다. 헬기 프로펠러 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도 지장이 없었다는 시민 반응이 많았다. 청원여고 2학년 강민희 양(18)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군(軍) 응급의료 분야를 대표해 참석한 석웅 국군의무사령관은 “한 장병의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하면 이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이날 공동 주최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에는 닥터헬기를 비롯해 소방과 해경, 군이 운항 중인 응급의료헬기 4대가 20분 동안 서울광장 상공을 선회하며 날았다. 이 헬기들은 모두 이날 비행 일정이 없는 예비 헬기들이었다. 이날 행사는 닥터헬기가 응급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착륙할 수 있도록 국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가 막힘없이 나가는 기적을 하늘에서도 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고 생각하면 소음의 불편은 충분히 참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또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정문호 소방청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 양혁준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 회장 등이 각 유관기관을 대표해 참석했다.○ 소생 캠페인으로 시민 인식 개선 시민들은 응급의료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공감의 뜻도 표현했다. 박민규 씨(37)는 “닥터헬기에 대해 잘 몰랐을 땐 헬기 소리에 짜증을 냈는데, 소생 캠페인 덕분에 닥터헬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연우 안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경북은 안동 포항 구미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이 의료취약지라 닥터헬기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소생 캠페인 후 불편을 호소하던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왕복 400km를 날아 환자의 생명을 구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북한과 맞닿아 있어 먼 항로로 돌아가는 불편함이 개선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할 경우 주의사항을 묻는 시민도 있었다. 닥터헬기는 이착륙 때 강한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착륙 지점 50m 안으로는 접근해서는 안 된다. 돌이나 나뭇가지가 흉기가 돼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의 시야에서 벗어난 헬기 후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날 닥터헬기가 서울광장에 착륙하지 않은 것도 시민의 안전을 우선 고려한 조치였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조명시설도 없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헬기 인계점(지정된 이착륙장)도 많다”며 “헬기 이착륙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중증환자들의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형 병원’, 응급의료 체험 부스 인기 서울광장에 마련된 18개 체험형 전시 부스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의 축소판이었다. 그중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이동형 병원’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동형 병원은 오랜 기간 의료 지원이 필요한 재난 현장에 대비해 최대 100병상 규모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을 꾸린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축구장 1개 크기의 병원을 세우고, 수술실이 모자라면 닥터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 양천구, 라이나전성기재단 등이 마련한 부스에서는 시민 300여 명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처음 사용해 본 정영현 씨(46)는 “응급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닥터헬기 게시판은 “헬기를 띄워줘서 고맙습니다”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닥터헬기로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기를!” “이국종 교수 파이팅” 등 시민들이 손으로 직접 쓴 응원 메시지가 가득했다. 행사 막바지에 시민들은 소생 캠페인 메인 테마곡인 ‘쏘리 쏘리’를 개사한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함께하는 플래시몹에 참여하며 닥터헬기가 자유롭게 날기를 희망했다. KT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영화 ‘라이온킹’ ‘캐리비안의 해적’ OST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앳되고 고운 목소리로 축하곡을 부른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에도 갈채가 이어졌다.박성민 min@donga.com·전주영 기자}

18일 오후 5시 서울광장과 덕수궁 하늘에 닥터헬기 등 응급의료헬기 4대가 차례로 날아왔다.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에 참가한 헬기들이다. 소생 캠페인은 소음 민원과 이착륙 규제로 중증외상응급환자 구조에 제약을 겪는 닥터헬기를 자유롭게 날게 하자는 취지로 동아일보가 올 5월 시작한 생명사랑 릴레이 캠페인이다. 이날 선회비행은 시민들이 닥터헬기 소리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로 마련됐다. 민간 항공기 비행이 금지된 서울 도심 하늘을 응급의료헬기가 처음으로 날았다. 지금까지 캠페인에는 1만 명 가까운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풍선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참가했다. 풍선 터지는 소리가 헬기 이착륙 소리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헬기 소리를 잠깐만 참아보자는 취지였다. 캠페인 확산과 더불어 시민의식과 제도도 개선되고 있다. 닥터헬기를 운항 중인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헬기운항통제실에 시끄럽다는 민원전화가 빗발쳤지만 소생 캠페인 시작 후 줄고 있다”며 “잠깐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닥터헬기가 지정된 장소인 인계점(지난해 말 기준 전국 828곳)에서만 환자 이송을 위한 이착륙을 할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군, 소방, 해경, 경찰, 산림청 헬기 이착륙장을 공유하도록 국무총리 훈령을 제정해 인계점이 3189곳으로 대폭 늘었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박성민 기자}

가을이 깊어지면서 일교차가 심해져 인플루엔자(독감)에 주의할 시기가 돌아왔다. 인플루엔자는 독감이라는 이름 때문에 흔히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코 기관지 폐 등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감기보다 전염 가능성이 높고 폐렴과 뇌염 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증세가 심하면 숨질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말∼지난해 초 미국에서 4882만 명이 독감에 걸려 7만9416명이 관련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미국 성인의 독감 예방접종률이 50% 미만인 영향이 컸다. 올해 호주에서도 독감이 크게 유행해 66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남반구에서 유행한 독감은 수개월 뒤 북반구에서 유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건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신부도 임신날짜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독감은 영·유아와 노인, 만성질환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바이러스가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김창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2017년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진행한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한 초과 사망률 추정’ 연구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2015년 상반기 세 번의 겨울 동안 ‘초과 사망자’는 1597명이었다. 초과 사망자는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말한다. 독감이 한번 유행할 때마다 500명 이상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맞이하는 셈이다. 초과 사망자의 79%는 65세 이상이었다.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70∼90% 예방 효과가 있다. 접종 시기는 10, 11월이 좋다. 독감은 대개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백신 접종 후 약 2주 뒤 항체가 형성되며 면역효과는 평균 6개월가량 지속된다. 15일부터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독감예방주사를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무료 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12세 549만 명을 비롯해 임신부 32만 명, 만 65세 이상 약 800만 명 등 모두 1381만 명으로 국민의 약 27%다. 만 75세 이상과 생애 첫 독감 예방접종하는 아동은 17일부터, 만 65세 이상은 22일부터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임신부는 임신 주수(週數)와 상관없이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임신부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 산모의 몸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 전달돼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6개월 미만 영아의 감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권영근 교수는 “임신부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자연유산, 조기분만, 저체중아 출산 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건조하면 감염 위험 높아 이미 독감을 앓고 완치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인플루엔자는 대개 A형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에 의해 감염되는데 한 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낫더라도 나머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겨울에는 A형 인플루엔자가, 올봄에는 B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다. 백신은 포함된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3가와 4가로 나뉜다. 3가는 A형 두 종류, B형 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3가 백신에 없던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이를 보완한 것이 4가 백신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강한 성인은 대개 3가 백신으로 적절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고 코와 입을 가급적 만지지 않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만지는 물건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서다. 기침을 하고 콧물이 흐르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실내 습도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공기가 건조하면 호흡기 점막이 약해져 바이러스가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며 “적절한 운동과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충분한 영양 섭취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