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72

추천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AI까지 춤 소재로 활용하는 그는 ‘질문하는 안무가’

    “암흑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것을 과거 현재 미래의 입장에서 서술한다면? 구시대적 산물이라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당신의 일상 속 초월적 현실이란?” 머리를 쥐어짜내야 하는 철학이나 논술고사 문제가 아니다. 여느 안무 스튜디오와 다를 것 없는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는 신창호 안무가(43·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비욘드 블랙’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진다. 무용수들은 20개의 형이상학적 물음에 각자의 답을 내놓고 안무 연습 전부터 토론을 벌인다. 신창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인공지능(AI)을 현대무용 무대로 끌어왔다. 무용과 연관짓기 힘든 소재를 인간의 몸으로 풀어내는 ‘질문하는 안무가’ 신창호가 신작 ‘비욘드 블랙’을 4월 무대에 올린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전시장에서 25일 만난 그는 “무용이 무대에만 갇히면 관객과 대화할 수 없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담아 어떻게 하면 변하는 사회상을 표현할 수 있을지 늘 질문한다”고 했다. 그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본 이라면 이번 실험도 낯설지만은 않다. 그는 2002년 이라크전쟁을 소재로 한 ‘노코멘트’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현대무용 전공자들로 구성된 LDP무용단 대표를 2009년 최연소로 맡아 고령화시대 ‘노화’를 주제로 작품을 냈다. 최근작 ‘맨메이드’ ‘IT’는 신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이다. 시의성, 대중성, 실험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창단 10주년을 맞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개막작 ‘오프닝’에서 선보일 ‘비욘드 블랙’ 역시 그 연장선에 놓였다. 블랙은 AI가 불러온 미지의 세계를 뜻한다. 그는 “미지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안무 작업 특성상 세 단계를 거친다. 크로마키를 배경으로 무용수의 움직임을 촬영해 그 데이터를 AI에 입력하면 AI는 무용수 8명의 패턴을 분석해 움직임을 모방 생산한다. 무용수들은 이를 다시 작품에 맞게 재해석한 ‘AI적 동작’을 내놓는다. 그는 “AI를 활용한 안무는 아마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웃었다. “기억력이 안 좋아 모든 걸 메모한다”는 그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신체역학, 매체과학, 미학 이론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학술서에서 찾은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직접 정리한다. “언젠가는 작품에 꼭 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리서치 겸 메모는 습관이 됐고, 작품 세계의 단단한 토대가 됐다. 단순히 ‘이색적인 소재만 좇는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발레를 전공한 어머니가 그에게 현대무용을 권하며 던진 말은 지금도 큰 지침이 됐다. “틀에 갇히지 않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춤을 추라고 하셨어요.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지만 관객이 가상현실 속에서 무용수의 땀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웹툰이 자식, 요리가 첫사랑 같다면 뮤지컬은 삶의 힘을 주는 여행이죠”

    누군가를 쉽게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인물의 색채가 뚜렷하지 않거나 그가 가진 색채가 다양해 쉽사리 규정할 수 없는 경우다. 김풍 작가(42)는 후자에 가깝다. 웹툰 작가로 데뷔해 ‘야매 요리’ 거장, MC, 방송인, 단역 배우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르는 그가 최근 뮤지컬에 재능을 ‘올인’하고 있다. 직접 공연 카툰 포스터도 그리더니, 얼마 전에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신메뉴도 개발했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N카페’(N은 이름 ‘풍’을 뒤집은 글자)를 13일 찾았다. 그는 “웹툰이 자식 같은 존재라면, 요리는 설렘 가득한 첫사랑, 뮤지컬은 삶에 에너지를 주는 여행”이라며 “막이 내릴 때까지 제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공연의 느낌이 좋다”고 했다. 그의 멱살을 잡아챈 뮤지컬은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9일 부산에서 막을 내렸고, 3월 14일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관람한 그는 “처음 봤을 때 팬텀 캐릭터는 ‘또라이’ 같은 데다 무대 위 상황이 다 가짜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넘버, 연기, 몰입감이 굉장했다. 보고 난 뒤 ‘기 치료’를 받은 것처럼 압도적 에너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공연 덕후다. 과거 한 연극에 배우로 출연했으며, 대학로 뮤지컬 ‘찌질의 역사’의 웹툰 원작자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부터 뮤지컬을 즐겼다. “그분이 요새 정말 잘하더라”며 인상 깊었던 배우와 최신작 이름을 꿸 정도다. “가수 이기찬 씨 뮤직비디오에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라는 공연을 봤어요.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끌려 공연장에 갔는데 그때 눈을 떴죠. ‘토요일 밤의 열기’ ‘맘마미아’ ‘라이온킹’ 등 닥치는 대로 뮤지컬을 보는 회전문 관객이 됐습니다.” 웹툰 작가, 셰프, 방송인으로 이름을 날릴 때도 그는 틈틈이 공연장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끼를 뮤지컬에 쏟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개발한 ‘N페라 메뉴’는 ‘오페라의 유령’ 테마인 하양, 빨강, 검정 세 가지 주요 색감을 피자와 커피 음료에 녹여냈다. 밀가루 반죽을 유령이 쓰는 가면 모양으로 튀겨 피자 위에 얹었다. 손님에게 음식값보다 더 비싼 공연 티켓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직접 기획했다. 지난해 내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인상 깊게 보고 난 뒤에는 심윤수 작가와 카툰 포스터도 제작했다. 그는 “포스터 작업은 제 본업인 웹툰을 활용한 것”이라며 웃었다. 요리와 공연 얘기를 한참 늘어놓던 그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아차’ 하며 잊고 있던 본업으로 돌아왔다. “신작 웹툰 작업이 자식을 낳는 것처럼 고되지만 재미있어서 계속 붙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작가니까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영조의 장수비결’ 인삼, 17세기 유럽서도 먹었다

    조선시대 영조는 한 해 20여 근의 인삼을 챙겨 먹는 인삼 애호가였다. 그가 82세까지 살며 최장수 왕이 된 비결로 인삼을 꼽는 이가 많다. 베트남 황제의 이름을 딴 전통 보양주 ‘민망탕’의 주재료는 인삼인데, 지금도 고려인삼이 들어간 민망탕을 일등급으로 친다. 일찌감치 고려인삼의 효능을 알아본 동아시아 지역에는 개성상인들이 부지런히 이 상품을 사방으로 유통했다. 이들이 구축한 네트워크 안에서 인삼은 오랜 기간 동양 왕실 최고 진상품이자 희귀품의 지위를 누려 왔다. 흙 속의 진주 같은 이 약재만 비밀스럽게 찾아나서는 심마니들도 자연스레 생겨났다. 값지고 비밀스러운 인삼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덧 서양에도 흘러들어 갔다. 서양과 교류가 시작된 17세기에 인삼은 유럽과 처음 만났다. 효능을 체험한 유럽인들은 “인삼은 만병통치약”이라는 입소문을 냈고 교역 속도에는 불이 붙었다. 심지어 영국 소도시의 지역신문에도 “씨는 3월에 심고 모판에 옮겨 흙 위로 12인치 정도 자랄 때까지 키운다. 그 뒤로 옮겨 심어 4피트가 될 때까지 그늘막을 친다”는 한국 인삼밭의 정경을 묘사한 기사가 실릴 정도였다. 책은 이 지점에서 본격 시작한다. 저서 ‘소비의 역사’ ‘그랜드 투어’ ‘지도 만드는 사람’을 비롯해 문화사, 미시사(微視史) 분야에 천착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인삼을 조명했다. 서양 문헌 기록을 샅샅이 훑으며 인삼이 동서양을 잇는 거대한 교역 네트워크의 주요한 축이었음을 밝혀낸다. 문헌 연구뿐만 아니라 답사, 인삼 관련 종사자 인터뷰를 통해 세계사 속 인삼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서양 역사 속 인삼의 존재를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게 저자의 집필 목적이다. ‘인삼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인삼 연구가 약리, 효능 같은 이공계 분야에만 치중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비대칭성을 극복하려는 저자의 사명감도 저술에 한몫했다. 책은 한마디로 인삼의 인문사회학적 가치를 돌아보는 여정인 셈이다. 1부에서는 본초학(本草學)을 중심으로 인삼에 대한 동서양의 지적 교류를 담았다. 1617년 런던 동인도회사 본부에 도착한 고려인삼은 처음으로 서양 지식체계에 편입됐다. 예수회를 통해 인삼 관련 지식을 접한 영국 왕립학회나 프랑스의 왕립과학원은 인삼 연구를 시작했다. 2부에서는 인삼이 아메리카대륙, 유럽을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유통된 궤적을 살핀다. 후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열강의 눈에도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삼이었다. 인삼의 역사와 궤적을 따라가는 데서 한 발 더 나간다. 오늘날 서양에서는 인삼을 값비싼 상품으로 거래하면서도 효능이 과학적이지 않다거나 인삼을 좇는 심마니들이 미개하다는 이중적 잣대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이를 ‘인삼을 타자화’한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규정하고 인삼이 ‘동양의 전유물’이 된 배경을 3, 4부에서 짚는다. 18세기 후반 서양 의학계는 인삼의 유효 성분 추출에 계속 실패하는데, 동양이 가진 우수한 추출 기술에 열등감을 갖고 인삼의 약성을 폄하하기 시작한 게 타자화의 시초가 됐다는 것이다. 치밀한 문헌 연구가 돋보이는 학술서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찾은 고문헌과 화려한 시각 자료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오늘날 흔히 접하는 인삼이 한때 전 세계가 열광했던 ‘세계 상품(global commodity)’이었음을 깨닫고 나면 아침에 마신 홍삼즙에서 더 깊은 맛을 느낄지도 모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판소리도 크로스오버도 ‘어쩌다’로 시작 ‘운명’이 됐네요”

    몇 년 전 해외에 나갈 때였다. 출입국심사 서류의 직업란에 무얼 적을지 고민하던 그는 영어로 ‘Soriggun(소리꾼)’이라고 적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소리꾼이 뭐냐’고 묻는 외국심사관 앞에서 그는 “라이크 어 싱어, 액터, 믹스!(Like a singer, actor, mix!)”라고 콩글리시를 구사했다. 국내 심사관에게는 “판소리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그를 신기하게 바라볼 때는 남모를 자부심을 느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어디서 뭘 하든 난 천생 소리꾼이다.’ 밴드 ‘이날치’의 보컬, 힙(hip)한 소리꾼, 개그 내레이터, 소리꾼 래퍼, 실험적 아티스트 등 숱한 수식어가 따르는 소리꾼 안이호(40)가 뮤지컬에 도전한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만난 안이호는 “모든 일은 한 번만 해봐도 면역이 생기는데 공연만큼은 그런 게 없어 좋다”며 “어떤 무대, 장르에 도전하든 저는 판소리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동극장의 대표 래퍼토리인 뮤지컬 ‘적벽’에서 ‘조조’를 연기한다. 작품은 판소리 ‘적벽가’ 속 ‘적벽대전’ 대목을 다뤘다. 흥겨운 판소리 합창과 부채를 주요 오브제로 활용한 역동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판소리로 먼저 ‘적벽가’를 익힌 덕에 극의 줄거리나 캐릭터는 친숙한 편이다. 특히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희화화된 조조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각종 공연을 섭렵하며 쌓은 무대 내공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뮤지컬 장르는 소리꾼인 그에게 만만치 않다. “판소리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소리 내고 연기할 수 있어요. 반면 뮤지컬에서는 연출 및 동료 배우와 약속된 호흡을 맞춰 가는 게 힘들면서도 색다른 맛이 있어요. 무대 위에서 제 끼를 좀 줄이고 ‘연습 때와 공연이 너무 다르다’는 말을 덜 듣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국악예술고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며 이른바 국악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가 정통 판소리에서 살짝 비켜나 여러 장르에 뛰어든 건 ‘어쩌다’였다. “한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다가 간주 부분에서 즉흥적으로 춤도 추면서 끼를 뿜어냈죠. 그걸 식장에서 본 안은미 안무가와 연출이 ‘구상 중인 작품에 괜찮겠다’며 캐스팅했어요. 그때부터 다양한 실험적 무대에 서는 ‘판소리 여정’이 시작됐죠.” 안이호가 중학생 시절 판소리에 입문한 계기 역시 ‘어쩌다’였다. 국악을 들어본 적도 없던 그는 친구의 고모이자 지금은 스승이 된 김영자 명창의 집에 우연히 놀러 갔다.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그가 판소리를 배운다는 소문이 돌았고 얼마 뒤 초대받아 보러 간 김 명창의 공연에서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다.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진짜 소리를 배우고 싶어졌다. 그는 “지물포를 하셨던 부모님의 고객이자 친구의 고모인 김 선생님 댁에 놀러 갔다가 소리를 시작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며 웃었다. 그가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도 판소리를 시작한 계기와 닮았다. “일단 되든지 안 되든지 소리를 내고 봅니다. 위험하고 무식한 방법일 수 있지만 계산하기보다는 닥치는 대로, 되는 대로 소리를 내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해 있죠. 그게 안이호의 소리라고 생각해요.” 4월 5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4만, 6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러분 머릿속에 ‘기생충’이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봉준호 감독 말말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목전에 둔 1월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비평가협회 시상식. 미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 소감을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동영상 수상 소감임에도 불구하고 봉 감독의 말솜씨에 시상식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머릿속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않는 기생충처럼 ‘패러사이트(기생충)’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상만으로도 좌중을 휘어잡는 봉 감독 화법의 특징은 유머와 촌철살인,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다. ‘오스카 레이스’ 동안 500여 차례 인터뷰, 100여 차례 관객와의 대화(GV)에서 그가 말한 발언들이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유튜브 등 인터넷에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다. 봉 감독의 숱한 어록을 통해 ‘기생충’의 여정을 되짚었다. ▽유머 봉 ―(‘‘설국열차’는 ‘윈터 솔져’ 2편 아니었나. 거기엔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번스가 출연했으니까’라고 묻자) “에번스는 (영화에서) 생선을 밟고 미끄러집니다. 그런 건 마블의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지난해 11월 버라이어티 인터뷰) ―“LAFCA(LA비평가협회)를 들으니 갑자기 AFKN이 생각납니다. 주한미군방송인데, 한국 문화가 정말 보수적일 때 AFKN은 유일하게 야한 거, 폭력적인 걸 볼 수 있던 곳이었어요. 아홉 살 때 부모님이 주무시면 혼자 나와서 금요일 밤에 영화를 봤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정말 유명한 감독님들의 영화였어요. 그 당시엔 영어도 몰라서 영상만 봤는데 그때 몸속에 영화적인 세포들을 만든 것 같습니다.”(지난해 12월 LA비평가협회 시상식 수상 소감) ―(‘한국 선거에 나가도 될 것 같다’는 질문에) “저와 여기 모든 배우분들은 오로지 예술에만 미친 사람들로서 정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지난해 10월 뉴욕 영화제 인터뷰) ―(‘많은 사람들이 셀카를 찍자고 했었다. 기억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밌는 분위기의 어떤 여자분이 와서 셀피를 찍으려고 했는데 화면 플립이 계속 안 돼서 1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갔습니다. 그때가 제일 안타까웠어요.”(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 ―“제가 습관이 좀 이상하게 들어가지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못 쓰고 항상 카페나 커피숍에서 쓰거든요. 막상 이제 그 시나리오를 썼던 커피숍이 영화 개봉할 때쯤 가보면 망해서 없어진 적이 많아요. 제가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커피숍 주인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1월 할리우드비평가협회 수상 소감) ―“(영화가) 왜 잘된 것 같냐고 물으셨는데…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날 비 오는 밤에 가정부(이정은)가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1월 샌타바버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오늘은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시상식을 즐기고만 있었거든요.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내려가서 반쯤 남아 있는 비건 버거를 먹어야겠습니다.”(1월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 소감) ▽촌철살인 봉 ―“한국은 겉으로는 K팝, 초고속인터넷, 정보기술(IT) 등으로 매우 부유하고 매력적인 나라처럼 보이지만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 있고요.”(1월 영국 가디언 인터뷰) ―“세상이 오히려 혁명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혁명이란 것은 부서뜨려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그 복잡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1월 샌타바버라 국제영화제 인터뷰) ―“이 가족들이 멍청하거나 무능력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다 멀쩡히 일을 하잖아요, 막상 부잣집에 들어가면. 멀쩡하고 분명 능력 있는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에요. 그거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양극화 시대에 대해서.”(지난해 10월 뉴욕 영화제 인터뷰) ―“관객들이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거죠.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지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가 와 닿으면서 한 방 먹은 느낌이 드는 것, 영화의 메시지에 완전히 매료돼 계속 그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그런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생충’은 왜 한국어로 만들었냐는 황당한 질문에) “‘설국열차’에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좀 더 내 이웃, 내 주변에서 정말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고 싶어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지역, 한국어를 선택했다.”(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 ▽겸손 봉 ―“나흘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세 번 보고 있고 벤, 조슈아 사프디 형제, 타란티노 감독님을 세 번 만나 인생에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해 12월 전미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 ―“제가 비록 지금 골든글로브에 와 있긴 하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000배는 넘는 거니까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거든요.”(1월 골든글로브 레드카펫 인터뷰) ―“최근 자주 뵙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보니까 25년 후에 제가 그분의 나이가 되거든요. 오늘 이후 25년간 진정한, 아웃스탠딩한 감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1월 샌타바버라 영화제 수상 소감)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펼쳐준 배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랭귀지야말로 가장 유니버설한 만국 공통어란 생각이 들어요. …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렇게 런던 한복판 로열 앨버트홀에 서게 될 날이 올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거죠.”(2월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 수상 소감) ▽긍정주의자 봉 ―“저 자신이 BAFTA나 오스카의 다양성에 공헌하고 있는 건지…. 저는 20년간 만들어 오던 영화가 영광스럽게 초대돼서 와 있는 거니까요. 여성이나 인종, 성적 정체성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그걸 의식하지 않더라도 균형들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날들이 올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하고 있는 노력에 의해서요. 저는 긍정적입니다( I’m optimistic).”(2월 영국 아카데미 수상 후 기자회견) ―(현재의 디스토피아적 특성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그 어떤 모습도 디스토피아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최우식이 소주 한잔을 부르는 장면을 언급하며) 가사가 엄청나게 긍정적이진 않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담겨 있습니다.”(지난해 10월 타임지 인터뷰) 배우들 말말말  봉준호 감독과 오스카 일정을 함께한 배우들도 봉 감독 못지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미국 텔루라이드 영화제부터 약 5개월간 배우 송강호 이선균 박소담 최우식의 유쾌한 인터뷰, 수상 소감을 모았다.○ 송강호  “(봉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는 배우 티모테 샬라메처럼 날씬했는데 지금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더 닮았다.”  “한국에서 나를 잘생겼다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한국 배우들이 나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하면 큰 실수다. 예를 들면 주드 로가 50명, 브래드 피트가 50명 항상 대기하고 있다.”―이상 지난해 12월 LA비평가협회 시상식 수상 소감  “(봉 감독의) 다섯 번째(영화 출연)는 제가 확신을 못 하겠다. 너무 힘들다. 계단도 많이 나오고 반지하에 살고 비도 맞아야 된다. 다음에는 (기생충 속) 박 사장 역이면 생각해 보겠다.”―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기자간담회 ○ 이선균  “본의 아니게 할리우드에 기생하게 된 것 같아 민망하다. 사업과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상생하고 공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올 1월 미국 배우조합상(SAG) 시상식 수상 소감  “너무 기쁘고요. 저희가 엄청난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네요.”―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 박소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밤에도 열심히 많은 기사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게시물 찾아보면서 온몸으로 느껴봐야 할 것 같다. 아마 잠 못 이루지 않을까….”―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 최우식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대사가 있는데 계획하지 못한 큰 이벤트가 있어서 행복하다. 봉준호 감독과 아버지(송강호)가 미국 프로모션을 하며 고생이 많으셨는데 앞으로 평생 원동력으로 삼겠다.”―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아시아에는 전설적인 영화들이 많다. 다음 해, 그 다음 해에 더 많은 영화들이 왔으면 좋겠다.”―올해 1월 SAG 시상식 수상 소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여론조사-박스오피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영화광 셋이 모여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1986년 작품상을 놓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컬러 퍼플’ ‘거미 여인의 키스’, 여우주연상을 놓고 메릴 스트립, 우피 골드버그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대화는 돈을 건 내기로 이어졌다. 한 명이 위키피디아에서 정답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배우 제럴딘 페이지임을 찾아낸다. 누구도 데이터의 타당성, 정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결과에 승복했고, 승자는 돈을 챙겼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각각의 내기꾼은 수상작, 수상자에 대해 가설을 내세웠다. 데이터를 찾아냈고 데이터의 권위를 인정했다. 데이터를 증거로 활용해 결론을 정당화”한 결과다. 그런데 우리가 논하는 대상이 이 같은 단편 정보가 아니라 복잡한 이론이나 연구자료라면? 과연 우리는 이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에서 가장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데이터’는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아웃사이더(Outsiders)’를 통해 낙인 이론의 기초를 제공하며 사회학 권위자로 꼽히는 저자가 데이터를 활용한 수많은 주장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도사리는지 짚었다. 여론조사, 영화 박스오피스, 인구조사, 빅데이터 등 일상 속 많은 데이터는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오류, 왜곡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은 쉽게 잊힌다. 저자는 통계, 설문, 연구자료 등 데이터를 생산하는 연구자들이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하며,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통해 기존 이론을 검증하고 뒤집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짚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데이터의 집계·생산 과정을 보여주며, 데이터 독해력을 높이는 혜안을 던져준다. 1부에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 쓰이는 연구방법과 데이터가 증거가 되기까지 과정을 이론적,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2부에는 인구조사, 정부기관의 데이터 연구, 정성 연구의 한계점 등을 담았다. 유명 사회과학자들의 이름과 이론이 종종 등장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예시와 저자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생충 뒷얘기 담은 13분짜리 영상도 다시 화제

    “반지하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은 다 세트죠. 표면에 보이는 간판이나 재료들은 만든 게 아니라 (실제 가난한 동네에서) 진짜 떼어온 겁니다.”(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최우식 배우 콤비가 미국 매체 배니티페어에서 촬영한 ‘Notes on a scene with 봉준호, 최우식’ 영상에서 풀어낸 영화 뒷얘기가 화제다. 13분가량의 이 영상은 영화 오프닝 장면 구성부터 영화 속 상징물, 의도, 제작과정, 배우와의 인연을 두 사람이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난해 11월 촬영된 이 영상은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이후 다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봉준호 팬덤을 일컫는 ‘봉하이브(BongHive)’는 영상에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을 뛰어넘으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봉 감독의 소감을 인용한 댓글을 남기며 축하를 보내고 있다. 영상에서 봉 감독과 최 배우는 영어로 관객들에게 차분히 영화를 설명한다. 이따금씩 구체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한국어도 튀어나온다. 봉 감독은 특히 송강호 배우가 나온 장면을 가리키며 “이번에 무려 네 번째, 17년간 같이 일해 온 ‘그레이트 액터 송강호’”라고 애정 어린 설명을 덧붙였다. 초반부 등장하는 ‘수석’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봉 감독은 “영화에 아주 중요한 선물(수석)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누구도 요즘에 이런 돌을 선물하지 않는다. 아주 이상한 상황인데 영화에서는 중요한 기우의 열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에 관객이 집중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영화 속에서 최우식의 여드름, 헤어스타일, 옷과 대비해 그의 친구 역할 박서준의 값비싼 스쿠터, 시계, 의상을 소개하며 봉테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안겼다. 봉 감독은 “의상, 분장 디자이너와 충분히 상의를 거쳤고 모든 게 다 의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상 막바지에 “한국 영화 100주년을 위해 만든 건 아니었고, 나라는 외로운 창작자 입장에서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영화 100주년에 공헌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미래의 거장’은 만화책 큰손이었다… 前 만화전문서점 대표가 본 봉준호

    1990년대부터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인근을 지키던 ‘만화 덕후들’의 성지. 만화 전문서점인 ‘한양문고’를 15년 넘게 들락거리던 한 단골이 있었다.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다닐 때도, 2000년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구상할 때도 이곳에 있었다. 2005년 그가 구입한 프랑스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Le Transperceneige)’는 2013년 영화가 돼 세상으로 나왔고, 2020년 그는 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다. 감독 이전 만화가, 만화 수집가였던 봉준호 감독을 이곳에서 오래도록 지켜본 김기성 전 한양문고(한양툰크) 대표(61·사진)는 “부스스한 머리로 만화에 심취해 있던 한 청년이 오스카상을 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난으로 지난해 서점이 문을 닫고, 현재 온라인서점으로 전환하기까지 김 전 대표는 18년간 한자리를 지켰다. 서점에는 “한양문고 덕분에 ‘설국열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감사!!!!”라는 봉 감독의 친필 사인과 문구가 자랑거리처럼 걸려 있었다. 봉 감독은 이 만화를 접한 순간에 대해 “나의 위험천만한 영화적 모험은 그때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떠올린 봉 감독의 첫인상은 만화에 푹 빠진 평범한 덕후였다. “고독하게 서점을 찾아와 생각에 잠기던 청년이었어요. 영화감독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가 작품을 구상한다는 걸 알게 됐죠. 골격이 커서 항상 눈길이 갔습니다.” 봉 감독은 매달 서점에 들러 한 시간 이상 책에 빠져들던 과묵한 청년이었다.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여러 책을 끄집어내느라 늘 책장을 어지럽혔어요.(웃음) ‘이 전집 다 주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신중하게 몇 권을 추려냈죠.” 봉 감독은 매번 10만 원어치 이상 만화책을 사는 ‘큰손’이었다. “웃음기 없이 무표정한데 사고 싶은 만화책들을 계산대에 아무 말 없이 올려놓을 때는 꼭 오스카상을 탔을 때처럼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만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죠.” 봉 감독의 만화 취향은 영화 취향으로도 이어졌다. 나루토, 원피스 등 일본 인기 시리즈보다는 유럽, 국내 작가의 단편을 즐겼다. 김 전 대표는 “확실히 유럽 작가의 단편 만화나 국내 작가들의 향토적, 인디적 작품을 선호했다”며 “평범한 소재에서 독특한 걸 들춰내는 그의 영화를 보면 만화들이 토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한 출판 캠페인에서 “만화책은 웹툰과 달리 한 장, 한 장 샷을 넘기는 맛이 있다”며 앙꼬 작가의 ‘나쁜 친구’와 찰스 번스 작가의 ‘블랙홀’을 명작 만화로 꼽았다. 봉 감독이 한양문고 단골이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주변 출판인들은 김 전 대표에게 ‘오스카 수상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봉 감독 영화에 제가 기여한 바는 없지만 뿌듯합니다. 만약 봉 감독이 한양문고에서 샀던 만화책들을 안 버리고 모아 놨다면 방이나 창고 하나는 가득 찼을걸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편집-미술-촬영… 명품 영화 만든 A급 앙상블

    양진모 편집감독복숭아 알레르기 장면 ‘백미’… 극중 긴장감 최고조로 끌어올려 이하준 미술감독직접 디자인한 저택 해외서 깜짝… 미국 미술감독조합상 받아 홍경표 촬영감독‘버닝’ ‘기생충’으로 2년연속 칸行… 작년 美예술아카데미 회원 위촉 ‘오스카상 효과’ 본격화CGV 전국 32개 영화관서 할인전… 북미 상영관 수 2000개로 배 늘어  “우리의 위대한 촬영감독 홍경표, 미술감독 이하준, 편집감독 양진모 등 최고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쾌거 뒤에는 이들의 손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제92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봉준호의 퍼펫들’로 불리는 제작진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편집상 미술상 부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세계가 그 실력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론가들도 정교한 세트와 생동감 있는 편집, 촬영기술, 음악을 선보인 ‘기생충의 A급 앙상블’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늘어진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양진모 편집감독은 리듬, 타이밍, 음악을 절묘하게 조합해 팽팽한 긴장감을 높이는 편집을 주로 선보인다. ‘기생충’에서는 기택 가족이 가정부 문광을 쫓아내고, 박 사장 집에 입성하는 장면이 백미로 꼽힌다. 문광의 복숭아 알레르기로 인해 결정적 해고 사유가 만들어진 대목이다. 양 감독은 “이 장면 편집에 가장 공을 들였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든 촬영분을 조합해 장면의 리듬을 완성하려 했다”고 밝혔다. ‘믿음의 벨트’ 장면으로 불리는 이 시퀀스에서 약 8분 동안 이어지는 동명의 주제곡은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했다. 정 감독은 “이 장면에서 봉준호 감독이 일곱 번이나 퇴짜를 놨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떠올리며 곡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대저택과 반지하 주택을 오가는 화면을 위해 수많은 현장답사를 거쳤다. 그는 봉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구상한 대저택 평면도를 받아 직접 내부를 디자인했다. 거실에서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형 유리 세 장을 끼워 넣었다.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기생충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초현대적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대저택에 대해 “어디서 그런 완벽한 집을 구했냐”고 물었다가 세트란 말에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후일담이다. 반지하 주택은 재개발 구역, 다세대 주택들을 참고해 경기 고양시의 한 스튜디오에 세트를 지었다. 미술팀, 소품팀, 제작 스태프들은 옛날 타일, 문짝, 새시, 방충망 등 현실감을 높이는 소품을 구하기 위해 숱한 발품을 팔았다. 이 감독은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상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된 홍경표 촬영감독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한 베테랑이다. ‘설국열차’ ‘마더’ 등에서 일찌감치 봉 감독과 호흡을 맞췄으며 ‘곡성’ ‘국가대표2’ 등을 작업했다. ‘버닝’과 ‘기생충’으로 2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반지하 주택 창문 밖에서 집 안을 비추는 한 줄기 빛과 대저택 거실 통유리로 쏟아지는 빛이 상징적으로 이들의 현실을 비춘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석권하면서 국내 상영관도 재개봉, 할인 행사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CGV는 25일까지 ‘기생충 특별전’을 연다. 서울 13곳, 경기 5곳, 인천 2곳 등 전국 총 32개 영화관이다. 이 기간에는 할인된 가격인 7000원으로 예매할 수 있다. 기생충의 흑백판도 상영한다. 평소 고전 흑백영화에 로망을 품고 있던 봉 감독과 홍 촬영감독이 한 장면씩 대조하고 톤을 조절한 흑백판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북미 지역 상영관도 크게 늘어난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현재 1060개인 상영관을 이번 주말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매출이 20% 안팎으로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관객은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기생충이 거둔 수익 3553만 달러(약 421억 원)는 이 지역 모든 비영어 영화 가운데 6위다. 7일 영화가 처음 개봉한 영국에서도 흥행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첫 주말에만 약 140만 파운드(약 21억4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기생충은 비영어 영화 중 오프닝 성적이 최고다. 영국 배급사 커즌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생충은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 202개국에 판매됐고 총 67개국에서 개봉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충무로 “한국영화, 세계서 통할 브랜드로… 새 100년 열렸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에 국내 영화계도 환호했다. 10일 오전 TV 중계로 수상 소식이 하나하나 들릴 때마다 영화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믿기지 않는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이 열렸다”는 반응을 올렸다. 1996년부터 봉준호 감독과 영화계에서 인연을 쌓아온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칸 영화제가 열리기 전 봉 감독이 저를 찾아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수상 이후에는 ‘위원장님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아 수상했다’며 감사를 표했고, 제가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20여 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세계 영화인들과 교류한 김 위원장은 이날 전 세계 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 축하 e메일과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를 바꿨고, 드디어 그 꽃을 피웠다’는 장문의 e메일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950년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일본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기생충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증폭시키면서 한국 영화계가 크게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택에서 시상식 생중계를 지켜본 안성기 배우는 ‘기생충’이 호명될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긴장감이 덜했는데 오늘은 손에 땀을 쥐고 스포츠 경기를 보듯 온몸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 언어장벽까지 넘어버렸으니 더 이상 한국 영화에 벽은 없다. 이제 연출자, 배우 개개인의 능력 싸움이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이 이룬 성과에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영화 ‘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은 “한국에서 누군가 국제적으로 큰 상을 받는다면 그건 봉준호일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20대에 단편을 만들 때부터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는) 절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 함께 장르영화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기생충 제작진에 저와 작업했던 분들이 많아 의미가 각별하다”면서 “외국 영화계 인사들이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변화했고, 영어 영화만 고집하던 제작사들도 ‘이제 한국어 영화도 상관없다’고 말한다”며 기생충 수상은 “더욱 큰 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는 “한국 영화 100년(올해 101년)에 가장 큰 경사다. 감히 비교하건대 노벨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한국 영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할리우드는 이제 한국에서 제2, 제3의 봉준호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생충’ 경쟁작 ‘1917’은 3관왕… ‘조커’는 2관왕 머물러

    ‘기생충’과 함께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며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1917’은 9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일부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등 다수 부문에서 ‘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1917’은 지옥 같은 전쟁터를 속도감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를 누비는 병사들의 여정이 두 시간 내내 생생하게 그려진다.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시각효과상을 받았던 기욤 로슈롱 시각효과 감독은 “‘1917’은 큰 도전이었다. 샘 멘데스 감독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제작진에 고맙다”고 전했다. 남우·여우주연상은 이변이 없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남우주연상을,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가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희대의 악당 ‘조커’ 연기로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호아킨 피닉스는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는 “내 인생의 악당은 나였다. 난 이기적이었고 가끔은 잔인했고 (나와) 함께 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게 인생의 실패를 딛고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개 석상에서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한 그는 이날도 “특정 인종, 성별, 종(種)이 다른 대상을 지배하는 데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그의 친형 리버 피닉스가 쓴 가사도 언급했다. “사랑을 갖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면 평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러네이 젤위거는 영화 ‘주디’에서 과거 ‘오즈의 마법사’로 스타덤에 오른 뒤 47세에 요절한 배우 주디 갈런드 역을 맡아 인생연기를 펼쳤다. 특수 분장, 체중 감량은 물론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도 거쳤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를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성별과 문화를 앞서간 영웅이었다”며 주디 갈런드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렸다. ‘연기 신(神)’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에게 돌아갔다. 그는 톰 행크스(‘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앤서니 홉킨스(‘두 교황’), 알 파치노(‘아이리시맨’), 조 페시(‘아이리시맨’) 등 영화계 전설들을 제쳤다. 후보 중 최연소인 그는 2012년 영화 ‘머니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8년 만에 후보에 올라 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나는 원래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은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를 연기한 로라 던이 받았다. 그는 앞서 골든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캐시 베이츠(‘리처드 주얼’), 스칼릿 조핸슨(‘조조 래빗’), 플로렌스 퓨(‘작은 아씨들’), 마고 로비(‘밤쉘’)를 제쳤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에 관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2018년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세운 프로덕션 ‘하이어 그라운드’가 처음 내놓은 작품으로 고통스러운 경제 변화와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재능 있고 순수한 두 사람(제작진)이 프로덕션에 첫 오스카상을 안겨줘 기쁘다”고 밝혔다. ‘조커’는 음악상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조커’의 힐뒤르 귀드나도티르 작곡가는 “모든 소녀, 여성, 어머니와 딸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린다. 우리가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 최초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 수상은 불발됐다. 이승준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 등을 재구성해 국가의 부재를 묻는다. 해당 부문에서는 폐허 속에서 글과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는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이 수상했다. 한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은 무관에 그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AND’ ‘OR’만 잘 써도 검색의 달인이 된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정말 많다. 내가 찾는 자료도 분명 이 중에 있다. 그런데 수많은 데이터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정확한 팩트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신이 ‘구글링’ 좀 한다고? 그런 당신도 검색어만 바꿔 가며, 그럴싸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엔터키’만 누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검색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활용법도 무궁무진하다. 검색 방법 변용에 따라 검색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에 근무하며 ‘검색 연구과학자’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가진 저자가 구글링 고수가 되는 법을 책으로 엮었다. 미국에서 태동한 ‘로컬’ 검색엔진이 세계 검색 패권을 장악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잘 몰랐던 구글 검색 팁을 몇 가지 소개한다. 컴퓨터를 옆에 두고 따라해 봐도 좋다. # ‘AND’ ‘OR’ ‘NOT’ 등의 연산자를 사용하는 ‘불 방식(Boolean)’ 검색은 가장 기초다. 유용하지만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서울 OR 부산 소프트웨어 개발 일자리’라고 검색하면 두 도시 중 하나(또는 둘 모두)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부산에 해당하는 검색 결과를 제외하려면 마이너스 기호(-)나 ‘NOT’을 활용해 ‘-부산 소프트웨어 개발 일자리’를 검색하면 된다. # 이미지가 어느 장소에서 찍혔는지 빠르면 5분 안에 알아낼 수 있다는 게 저자 설명이다. 우선 이미지 안에서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진 속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의 로고 ‘TP’ 모양을 발견한다. ‘TP 로고’ ‘TP 오피스 빌딩’을 검색하면,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텔레코무니카차 폴스카(Tele-komunikacja Polska)’ 빌딩이 사진과 함께 나온다. 사진과 같은 건물이 맞다. ‘구글 어스’에 접속해 건물 주소를 입력하고 ‘빌딩 3D 이미지 보기’를 클릭한다. ‘카메라/뷰어 컨트롤’을 통해 찍힌 각도를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원본과 거의 일치하는 사진이 나온다. ‘구글 스트리트뷰’를 켜고, 사진을 찍은 그 건물의 바로 옆 건물을 확인한다. 바르샤바 금융센터다. # 특정 사이트 내 검색 결과를 보려면 ‘site:’라는 연산자 뒤에 해당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고 필요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된다.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호수’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저자는 그 원인을 알고 싶어 기사에 등장한 ‘치명적, 킬러 호수(Killer lake)’ 등을 검색한다. 하지만 단편적 예시 외에 학술자료는 나오지 않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라면 자료가 풍부할 것이라는 생각에 ‘site:USGS.gov killer lake’ 등 검색어를 입력하자 ‘담수 분출’ ‘호수 전복’이라는 학술논문과 구체적 이미지까지 쏟아져 나온다. # 같은 검색어라도 국가, 언어에 따라 정보량의 차이가 크다. 위키피디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탈리아어, 영어, 한국어판을 비교해 보자. 이탈리아어판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 검색 때마다 언어별 사이트를 오가는 수고를 거쳐야 할까. ‘Manypedia.com’을 활용하면 위키피디아에서 여러 언어 버전으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저자도 ‘위키피디아 내용 비교’라는 검색어를 구글에 입력해 이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미지 검색, 구글지도 활용, 자료 출처 확인 등 호기심에 대한 답부터 전문 학술자료까지 구글에는 모든 것이 있다. 저자는 “우리 상상보다 온라인 콘텐츠는 더 많지만, 모두 똑같이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BTS가 우리 춤 원했을 때 우리 답은 당연히 ‘와이 낫?’이었죠”

    “BTS와 현대무용의 공통점? 언어, 문화 장벽을 뛰어넘는 세계 공용어라는 거죠!”(미할 리니아) 지난달 17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공개한 뮤직비디오 ‘블랙 스완’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2월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둔 BTS 멤버가 출연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영상에는 현대무용수들만 몸부림쳤다. 검게 입은 6명의 흑조(黑鳥) 사이에서 상의를 벗은 한 마리 백조가 블랙 스완 선율에 맞춰 날갯짓했다. 영상을 본 BTS 팬덤 ‘아미’ 일부는 “황홀하다” “멤버들의 내면을 그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BTS 멤버들마저 “연습실을 나갈 수 없는 우리의 고통을 승화한 것 같다. 무용수들 근육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다”며 감탄했다. 블랙 스완 영상 속 안무를 맡아 춤까지 선보인 이들은 슬로베니아의 현대무용단 MN댄스컴퍼니다. 최근 e메일을 통해 만난 MN댄스컴퍼니 예술감독 미할 리니아(36), 나스탸 브레메츠 리니아(34)는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걸 아직도 믿기 힘들다. BTS가 우리 춤을 원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와이 낫(못 할 게 뭐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댄스아카데미 출신인 두 사람 이름의 첫 글자를 따 2008년 설립한 MN댄스컴퍼니는 ‘혁신’을 표방하는 젊은 무용단이다. 직관적 몸의 움직임과 독창적 표현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이들은 며칠 만에 글로벌 무용 스타가 됐다. 유럽이 주무대인 이들이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현대무용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낯선 일이다. 최근 무용단이 있는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시는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아미로부터 연일 ‘팬이 됐다. 안무가 소름 돋는다’ 등의 메시지를 받는 일도 생경하다. “유럽 현대무용의 전통은 깊지만 무용수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죠. 아트필름을 통해 현대무용이 큰 관심을 받는 건 정말 감격스러워요.”(나스탸) 실험적 무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BTS 뮤직비디오는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10월 제안을 받은 뒤 구상한 안무 영상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에 보냈다. 그해 12월 빅히트 측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폐허가 된 쇼핑몰을 찾아 그곳에서 춤을 췄다. 대중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안무였지만 “춤에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대 경험이라면 저희도 빠지지 않는데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 바닥에서 추는 건 정말 힘들었죠. 예술가의 내면을 그린 곡의 메시지에 공감했기에 몸을 던져 내면의 그림자를 표현했어요.”(미할) “모두가 자기 밖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사실 여러분 안에 이미 직관, 선율, 목소리 등 모든 답이 있습니다.”(나스탸) 두 사람은 더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발레, 댄스영화, 시각예술, 연극과의 협업을 계획 중이다. 이들은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BTS에게 고맙다.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BTS 소속사 빅히트, 작년 매출 5879억원 ‘빅히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58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8년 매출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다. 연내 다국적 보이그룹 데뷔 계획도 전했다. 빅히트 측은 5일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 자료를 통해 음반·음원, 공연, 영상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사업 등 사업 다각화로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빅히트의 지난해 연결매출은 5879억 원, 연결영업이익은 975억 원(외부 감사 전 잠정 실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14억 원, 798억 원이었다. 가장 주요한 성과로는 공연 관람 방식의 다변화가 꼽혔다. 2018년 8월부터 약 1년간 진행한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의 관람객은 206만 명에 달했다. 여기에 생중계와 온라인(모바일, PC) 시청자가 각각 41만 명과 23만 명이었고, 공연을 토대로 제작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파생 콘텐츠의 관람객이 460만 명, 기타 31만 명 등 모두 555만 명이 같은 공연을 즐겼다. 빅히트 측은 “투어 공연 관람객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숫자가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소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데뷔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월드투어에 나선다. 또 지난해 3월 CJ ENM과 손잡고 설립한 ‘빌리프(Belift)’를 통해 다국적 보이그룹도 연내 데뷔시킨다. 내년에 걸그룹, 2022년에 보이그룹을 잇달아 데뷔시킨다는 계획이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음악 산업 혁신을 위해 빅히트의 ‘위닝 포뮬러(winning formula·성공 공식)’를 찾아가겠다는 비전도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텅 빈 무대, 단 두 명의 배우로 채우는 100분 드라마

    어린 시절 핼러윈 파티에서 처음 만난 두 소꿉친구. 한 명은 대학으로 떠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다른 한 명은 고향에 남아 그와의 우정을 추억하다 생을 마감한다. 7세 꼬마 연기부터 장례식에서 친구의 송덕문을 읊는 장면까지 연기는 딱 배우 2명. 대역도, 주변 인물도 없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두 배우가 생애주기에 맞춰 각 인물의 우정과 인생을 노래한다. ‘다 큰’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아동 연기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무대 어딘가 텅 빈 듯해도 관객을 무대로 더 깊게 빨아들이는 2인극이 인기몰이 중이다. 2명이 주고받는 연기만으로 극을 채우기에 배우 의존도가 매우 높다. 서사가 비교적 단조롭고 웅장한 화음이나 군무, 다른 등장인물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배우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자칫 빈약해 보일 수 있는 무대를 진정성 있는 연기로 꽉 채우는 게 관건이다. 2인극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약 100분간 무대 등퇴장이 거의 없다. 1인 다역의 경우 관객은 배우의 색다른 변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작사 HJ컬쳐 한승원 대표는 “배우들이 무대 위 숨을 곳도 없고,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연기와 영상 연출, 노래로 여백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공연 회차마다 달라지는 배우 간의 ‘케미(조화)’도 2인극이 사랑받는 요인이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가 어떤 상대역을 만나느냐에 따라 극은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현재 서울 공연 중이거나 개막을 앞둔 2인극 네 작품에서 배역별 캐스팅 배우는 약 5명. ‘마마, 돈크라이’에서는 배역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에 7명, 8명씩 모두 15명의 남자 배우가 출연한다. 배우 조합만 수십 가지다. 다른 작품들이 주로 남성 배우 짝으로 이뤄진다면 다음 달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데미안’에서는 배역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성별을 두지 않고 남녀 배우 6명이 공연마다 배역을 바꾼다. 제작진은 “어느 때보다 배우들이 캐릭터 분석에 열을 올린다. 성별, 역할 구분에서 자유로운 배우들의 상상력으로 극을 채우는 도전적 작품”이라고 말했다. 2인극은 위험 요소도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배우의 다양한 변신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무대 위 모든 상황을 2명이 끌고 가기에 단조롭고 빈약해 보일 수 있다”며 “탄탄한 전개와 표현력, 무대 연출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연애, 결혼, 취업. 딱 세 가지만 포기하자는 생각에서 3포세대가 생겨났다. 그런데 막상 3포세대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인생에는 포기당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엇이든 더 쉽게 놓아버리기 위해 5포, 7포, N포세대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매번 포기만 하며 살기엔 좀 슬프지 않나. 차라리 처음부터 내 자발적 의지로 다 거부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4B운동(비혼, 비연애, 비섹스, 비출산)’이 최근 번지고 있다. 전 세계 수재들이라는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관계 맺기에 서툴다. 책으로 배운 연애와 사랑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아 매번 좌절한다. 사랑의 실패는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고, 약점을 더 숨기기 위해 다음 발걸음을 주저한다. 비교문학, 심리학, 철학 등을 전공한 저자가 학자이자 인생 선배 자격으로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그는 관계에 서툰 제자들과 요즘 청년들의 마음속에 사랑에 대한 편견, 오해, 몰이해가 가득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에 하버드대에서 3년 동안 사랑학 강의를 열어 사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2개의 핵심 강의를 뽑아내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실례를 곁들인 강의 내용이 연애상담을 하듯 편안하게 흘러간다. 저자는 시중에 널린 연애지침서들의 뻔한 연애 공식을 거부한다. 그는 사랑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독자가 사랑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함으로써 힘들더라도 사랑에 늘 도전하라고 말한다. 사랑은 원래 반복적으로 실수하고, 아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교보다는 현실적 조언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조언이 많다. “약해 보여야 사랑받는다는 말은 거짓”이라거나 “나를 원하지 않는 상대를 쫓아다니는 건 에너지 낭비”라고 일갈한다. 완벽한 상대는 없으며, 사랑하는 이를 조종하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사랑할 때 올바른 선택만 할 수 없기에, 지나간 일을 일일이 후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자기 행동을 분석하기보다는 마음의 울림을 믿으라고 말한다. 각 장별로 사랑에 관한 ‘진실’ ‘거짓’ 명제를 붙였다. 사랑에 대한 오해가 대개 그릇된 성역할 구분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식의 ‘화성남, 금성녀’ 구분법은 남녀 모두 사랑 앞에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절대 다른 별에서 온 게 아니라고 받아들일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연애 공식이라면 완강히 거부하는 저자에게도 최소한의 이별 규칙은 있다. ‘사랑이 나를 풍요롭게 한다면 머물러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떠나라.’ 단순명료한 이 규칙만 기억해도 사랑에 빠지길 두려워하지 않고, 가망 없는 관계를 끝내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연애를 또 책으로 배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진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

    ‘벤허’ ‘호프’ ‘지킬앤하이드’ ‘빅 피쉬’ ‘드라큘라’ ‘웃는 남자’ ‘시라노’ ‘환상동화’…. 공연계를 뜨겁게 달군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김호근 사진작가(42)의 셔터를 거쳤다는 것.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드레스 사진, 프로그램북 속 리허설 사진 등 공연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첫 이미지가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현재 공연계가 믿고 맡기는, 가장 트렌디한 사진작가로 통하는 그를 28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진관에서 만났다. 관객이 공연장을 나오며 하는 “저 포스터 속 표정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짜릿하다는 그는 19년차 베테랑이다. 아르바이트로 첫 촬영을 시작해 300편 이상의 공연을 찍었다. “제작사의 요구사항이 정해진 때도 있지만 배우들의 진정성을 끌어내려면 저도 수백 페이지의 대본을 꼭 봐야 합니다.” 그의 촬영 원칙이다. 보통 10시간 넘는 촬영에서 2000번 이상 셔터를 누른다. 테스트촬영 10분 만에 “어? 벌써 나왔다”를 외치며 촬영을 마칠 때도 있다. “배우의 눈빛이 충분히 카메라에 들어왔을 때죠.” 서울 대학로와 극장을 누비며 ‘공연 덕후’로 통하는 그는 사실 경성대 사진학과 저널반에 다니며 언론사나 잡지사 취직을 꿈꾸던 공연 문외한이었다. 그러던 2002년 어느 날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분을 쌓은 정은표 배우의 소개로 대학로 공연 ‘토토’ 촬영에 발을 들였다. “연습실에 들어선 순간, 이게 신세계더라고요. 배우들이 땀 흘리며 연기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찍는 게 매력이었죠. 용돈벌이로만 생각하다 나중에는 일만 들어오면 바로 부산에서 서울행 새마을호를 탔습니다.” 잡지사 취직 후에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던 그는 2009년 서울사진관을 열고 공연 포스터 촬영에 전념했다. 그는 “사진 기술보다는 피사체의 마음을 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대 체질인 배우라도 스태프 수십 명이 지켜보는 낯선 현장에 서면 금세 얼어붙는다.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지도 고민해야 한다. 웃는 표정이 필요하면 ‘웃으라’는 주문을 하는 대신 배우를 웃게 만든다. 은퇴 전 마지막 무대를 앞둔 강예나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촬영할 때는 “이 순간 가장 고맙고, 미운 사람을 떠올려 달라”고 했다. 1초 만에 눈물을 쏟아내는 강 무용수를 렌즈에 담아 포스터로 사용했다. 렌즈를 사이에 두고 배우와 눈빛을 맞댄 기억은 소중하다. 최근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강하늘 배우에 대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망가질 준비가 된 배우다. 작가를 믿고 따라와 준다”고 했다. 고 전미선 배우의 유작이 된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얘기하면서는 “제가 찍은 포스터만 10년째 계속 썼다”며 프로그램북을 어루만졌다. 최근 작업물 중에서는 뮤지컬 ‘호프’의 김선영 배우를 담은 캐릭터 포스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최종 결과물을 보며 찍는 영화 포스터와 달리 공연 포스터는 대본 안에서 느낌을 뽑아내야 한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무대와 세트, 연출까지 떠올린다. 그는 “공연 포스터는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백지에 그려낸 공동 창작물”이라며 “저는 배우의 몰입과 상상을 돕는 조력자일 뿐”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작가는 “배우에게 질문하고 찍기만 했지, 사진 찍히고 인터뷰 주인공이 되는 건 뭔가 낯설다. 역시 저는 찍는 게 더 좋다”면서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준수·강하늘도 그 앞에서 무장해제된다

    ‘벤허’ ‘호프’ ‘지킬앤하이드’ ‘빅 피쉬’ ‘드라큘라’ ‘웃는 남자’ ‘시라노’ ‘환상동화’…. 공연계를 뜨겁게 달군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김호근 사진작가(42)의 셔터를 거쳤다는 것.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드레스 사진, 프로그램북 속 리허설 사진 등 공연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첫 이미지가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현재 공연계가 믿고 맡기는, 가장 트렌디한 사진작가로 통하는 그를 28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진관에서 만났다. 관객이 공연장을 나오며 하는 “저 포스터 속 표정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짜릿하다는 그는 19년차 베테랑이다. 아르바이트로 첫 촬영을 시작해 300편 이상의 공연을 찍었다. “제작사의 요구사항이 정해진 때도 있지만 배우들의 진정성을 끌어내려면 저도 수백 페이지의 대본을 꼭 봐야 합니다.” 그의 촬영 원칙이다. 보통 10시간 넘는 촬영에서 2000번 이상 셔터를 누른다. 테스트촬영 10분 만에 “어? 벌써 나왔는데요”를 외치며 촬영을 마칠 때도 있다. “배우의 눈빛이 충분히 카메라에 들어왔을 때죠.” 서울 대학로와 극장을 누비며 ‘공연 덕후’로 통하는 그는 사실 경성대 사진학과 저널반에 다니며 언론사나 잡지사 취직을 꿈꾸던 공연 문외한이었다. 그러던 2002년 어느 날 방송국 아르바이트하며 친분을 쌓은 정은표 배우의 소개로 대학로 공연 ‘토토’ 촬영에 발을 들였다. “연습실에 들어선 순간, 이게 신세계더라고요. 배우들이 땀 흘리며 연기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찍는 게 매력이었죠. 용돈벌이로만 생각하다 나중에는 일만 들어오면 바로 부산에서 서울행 새마을호를 탔습니다.” 잡지사 취직 후에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던 그는 2009년 서울사진관을 열고 공연 포스터 촬영에 전념했다. 그는 “사진기술보다는 피사체의 마음을 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대체질인 배우라도 스태프 수십 명이 지켜보는 낯선 현장에 서면 금세 얼어붙는다.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지도 고민해야 한다. 웃는 표정이 필요하면 ‘웃으라’는 주문 대신 배우를 웃게 만든다. 은퇴 전 마지막 무대를 앞둔 강예나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촬영할 때는 “이 순간 가장 고맙고, 미운 사람을 떠올려 달라”고 했다. 1초 만에 눈물을 쏟아내는 강 무용수를 렌즈에 담아 포스터로 사용했다. 렌즈를 사이에 두고 배우와 눈빛을 맞댄 기억은 소중하다. 최근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강하늘 배우에 대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망가질 준비가 된 배우다. 작가를 믿고 따라와 준다”고 했다. 고 전미선 배우의 유작이 된 ‘친정엄마와 2박3일’을 얘기하면서는 “제가 찍은 포스터만 10년째 계속 썼다”며 프로그램북을 어루만졌다. 최근 작업물 중에서는 뮤지컬 ‘호프’의 김선영 배우를 담은 캐릭터 포스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종 결과물을 보며 찍는 영화 포스터와 달리 공연 포스터는 대본 안에서 느낌을 뽑아내야 한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무대와 세트, 연출까지 떠올린다. 그는 “공연 포스터는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백지에 그려낸 공동 창작물”이라며 “저는 배우의 몰입과 상상을 돕는 조력자일 뿐”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작가는 “배우에게 질문하고 찍기만 했지, 사진 찍히고 인터뷰 주인공이 되는 건 뭔가 낯설다. 역시 저는 찍는 게 더 좋다”면서 웃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30
    • 좋아요
    • 코멘트
  • 최인훈표 연극 1탄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

    그로테스크한 동물 울음소리부터 불협화음 가득한 민요 가락, 쿵쿵 울리는 발소리까지.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무대는 배우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와 몸짓이 가득 채웠다. 소설가 최인훈(1934∼2018)의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무대화하는 막바지 작업이었다. 배우들은 극중인물을 내면화하는 동시에 최인훈의 문장을 연기해야 했다.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는 그의 2주기를 맞아 열리는 ‘작가 최인훈 연극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30일 막을 올린다. 평안북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를 토대로 한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태어난 아기장수가 결국 부모 손에 죽는 얘기를 통해 흉년과 도적 떼로 신음하는 민중의 아픔을 그렸다. “소설가로 남기보다는 극작가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는 작가의 생전 바람을 기리는 의미도 있다. 극에서 배우들은 인형이 된 듯 분절적인 대사와 느린 몸짓을 반복한다. 기존 사실주의 연극과는 결이 크게 다르다. 작품을 맡은 윤광진 연출(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인형극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대사, 절제된 감정, 고정된 표정이 ‘최인훈 표’ 희곡의 포인트”라며 “실제보다 동작, 대사를 느리게 함으로써 사실주의에 편향된 연극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색다른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희곡의 서문에도 작가는 ‘배우들을 인형처럼, 인형의 수단으로 다루라’는 지침을 적었다. 윤 연출은 “서양 희곡만을 정수로 꼽는 국내 연극계가 이 작품을 통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한국 희곡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전석 3만 원. 13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설 연휴 볼거리-즐길거리 풍성

    4일간의 짧은 설 연휴를 알차게 보내려면 동선을 잘 짜야 한다. 극장, 공연장, 전시장, 고궁 등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즐길거리들을 잘 조합해 최적화된 연휴를 보내보자.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와 정치드라마,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22일 동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10·26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 첫날 25만 명을 동원하며 1위로 출발했다.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이번 영화는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권상우가 국가정보원 요원 출신의 웹툰 작가로 나오는 ‘히트맨’은 웹툰과 코미디를 결합시켜 색다른 웃음을 준다. 이성민 주연의 ‘미스터주: 사라진 VIP’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국정원 요원이 동물들과 공조해 사라진 VIP를 찾아나서는 코미디물이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비둘기로 변한 유능한 스파이 요원과 천재 과학자가 범죄조직에 맞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목소리를 연기한다. 부모, 아이가 함께 즐기기 좋은 공연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뮤지컬 ‘알사탕’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각색한 작품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판타지를 무대에 구현했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알사탕을 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판 스퀘어에서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서울시극단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각색한 연극을 선보인다. 요리사인 주인공이 화해와 용서의 이야기를 안무, 음악을 곁들여 경쾌하게 전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2월 2일까지 공연한다. 프랑스 동화를 각색한 뮤지컬 ‘장화 신은 고양이 비긴즈’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곁들여 관객을 사로잡는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월 9일까지 공연한다. 설날(25일)만 빼고 24, 26, 27일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재 ‘가야본성-칼과 현’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문화관에서 전시하는 2700년 전 이집트 주요 유물도 볼거리다. 조선왕릉과 종묘는 설 연휴 기간에 무료로 다녀올 수 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 궁은 창덕궁 후원을 제외하고 연휴 기간 내내 무료로 개방된다. 경복궁에서는 25일 오후 2시 수문장 교대의식 뒤에 ‘2020 세화(歲畵) 나눔’ 특별 행사도 열린다. 24, 26일 개관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공연 ‘놀이 진풍류’를 준비했다. 쥐띠 관람객들에겐 선착순(하루 150명)으로 복주머니도 나눠준다.이서현 baltika7@donga.com·김기윤·정성택 기자}

    • 2020-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