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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소비와 투자 부진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금 경기가 1997년과 2008년 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 들어 4월을 제외하면 소비자심리지수가 14개월 연속 하락세라는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정부는 현재 상황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5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금융·외환위기 당시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건설투자는 2, 3년 전 시장에서 과열이 나타나며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수출 감소세에는 “이미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수출이 (이달에도) 11개월 연속 감소세로 이어질 것 같다”며 “정부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꼭 마이너스 요인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올해 7월 1일부터 신용카드로 결제한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료의 3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200만 원까지 세액공제된다. 국세청은 30일부터 근로자가 연말정산 결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말정산 미리보기’는 근로자들이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돌려받거나 더 내야 할 세금 규모를 미리 알려주는 제도다. 실제 연말정산 시점은 내년 1월 15일이다.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는 각 공제항목들이 전년도 신고 금액으로 채워져 있다. 이용자가 이 금액을 올해 예상 사용액으로 수정하면 개정된 세법에 따른 연말정산 예상세액이 계산돼 나온다. 올해부터는 부양가족이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자료 제공 동의’를 받을 수 있다.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줄어드는 것이다. 국세청은 미리보기 서비스를 시작하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납세자가 절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료 소득공제, 산후조리원 세액공제를 포함한 각종 절세 정보를 공개했다. 우선 기부금액의 30%를 산출세액에서 빼주는 고액기부금 세액공제 기준 금액은 종전 ‘2000만 원 초과’에서 ‘1000만 원 초과’로 완화됐다. 생산직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연장근로 수당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월급 기준은 ‘190만 원 이하’에서 ‘210만 원 이하’로 확대됐다. 단순 생산직에서 돌봄서비스, 미용 관련 서비스, 숙박시설 서비스 등 적용 직종도 추가됐다. 무주택 또는 1주택 보유 근로자는 금융기관에 상환하는 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소득공제 받는다. 이때 적용되는 주택가격 기준이 ‘기준시가 4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바뀌었다. 올해부터는 세법상 ‘청년’을 판단하는 기준 연령이 29세 이하에서 34세 이하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취업 시 만 30세여서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을 받지 못했던 근로자는 올해 근로소득세의 90%(150만 원 한도)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부양하는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가 법정·지정기부금을 기부하면 근로자 기부금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시 각종 공제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정보도 공개했다. 이혼한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기본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자녀의 배우자, 삼촌 이모 등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형수 조카 등 형제자매의 가족도 기본공제 대상이 아니다. 과세기간에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이나 학자금은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모님 의료비를 실제 부담했더라도 다른 가족이 부모님 기본공제를 받는 경우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접속할 수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자동차 충전 할인,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대한 할인 등 각종 한시적 할인제도를 대거 폐지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1∼6월) 9000억 원을 넘어선 영업적자를 만회하려는 고육지책이지만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반발이 예상된다. 29일 한전 관계자는 “경영에 부담이 되는 각종 할인 혜택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요금체계 개편은 한전 스스로 할 수 없고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만큼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 영향으로 상반기 9285억 원의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냈다. 2012년 상반기 2조3000억 원의 적자를 낸 후 최대 규모다. 한전은 정부가 여름철 누진제를 완화하며 3000억 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11월까지 자체적으로 전기요금 개편안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 과정에서 정부에 전기차 충전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 일몰이 도래하는 기존 할인제도를 연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혜택을 추가 도입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할인 등 복지 성격의 요금 할인도 한전 부담이 아닌 정부 재정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방침을 정했다. 한전은 또 내년 상반기까지 ‘계절 시간별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달리해 소비자가 요금이 저렴한 시기를 골라 전기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어 산업용과 농사용 요금제도 개편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전기요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요금원가를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할인 혜택을 폐지하려는 한전의 계획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실행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전기요금 인상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가 요금을 올리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범위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비정규직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은 통계 조사 방식이 바뀌면서 기간제 근로자가 대거 비정규직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증가분을 빼더라도 비정규직은 2004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고용정책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 정부’에서 악화된 고용의 질 29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은 748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86만7000명 늘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규모와 증가폭 모두 최대다. 현 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민간으로 정규직화 추세를 확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비정규직 급증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시간제와 기간제 근로자를 늘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공공근로를 늘리면서 비정규직 채용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17만5000명 △도소매업 6만2000명 △건설업 3만6000명 △경비원이 속한 사업시설관리업 2만 명 등 경기 변화에 취약한 업종에서 비정규직이 많이 늘었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올해 비정규직 평균 월급(172만9000원)은 정규직(316만5000원)보다 143만6000원 적다. 임금 격차는 지난해(136만5000원)보다 7만1000원 늘었다. 비정규직 확대는 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한 측면도 있다. 민간 기업은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고용과 퇴출이 유연한 근로 형태를 선호했고, 이번 조사에서 그 결과가 반영된 셈이다. 비정규직 안에서도 기간제, 파견 용역, 특수형태근로, 일일근로, 가정 내 근로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었다.○ 정부 “통계방식 개편 때문” 해명 논란 이날 정부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등이 나서 예정에 없던 차관급 브리핑을 열고 비정규직 증가가 통계 작성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올 들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화된 기준에 맞춰 정규직, 비정규직 분류를 개편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 35만∼50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통계청은 ‘근로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답한 근로자에게 따로 고용예상기간이 있는지 추가 질문을 했다. 상당수 근로자가 고용예상기간이 ‘있다’고 답했다. 이 답으로 당초 정규직으로 분류됐던 사람이 일정 기간만 고용되는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으로 재분류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추가된 질문 하나에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인 걸 몰랐던 최대 50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넘어올 수 있냐는 것이다. 이 50만 명을 빼도 올해 비정규직 증가폭은 36만7000명이다. 2004년(78만5000명) 이후 가장 많다. 통계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문이 조사문항에 추가됐기 때문에 국가통계위원회 자문을 거쳤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 규정에 따라 통계청은 시계열 단절 등 새로운 조사 형태나 방식 등이 필요할 때 통계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이) 자체적으로 (판단) 했다. 조사 방식이나 형태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를 꼭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 기자}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750만 명에 육박해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정규직은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36.4%)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의 최고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는 조사 기준이 바뀐 만큼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 정규직(1307만8000명)은 지난해보다 35만3000명 줄었다. 정규직 감소는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비정규직(748만1000명)은 1년 전보다 86만7000명 늘었다. 비정규직 증가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 조사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개정 기준을 적용해 조사함에 따라 종전 기준에서는 정규직으로 분류됐을 근로자 35만∼50만 명이 비정규직에 새로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정규직 여부를 잘 판단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고용 예상기간이 있는지 물은 결과 사실상 기간제로 일하는 사람이 대거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방식 변경으로 새롭게 비정규직에 포함된 사람(35만∼50만 명)을 제외해도 비정규직은 올해만 36만7000∼51만7000명 늘었다. 이 같은 비정규직 증가 폭은 2004년(78만5000명) 이후 가장 크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추가 질문 때문에 스스로를 비정규직으로 인지했다는 것은 확인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며 “조사 방식의 변경 때문이 아니라 경기가 안 좋고, 구조조정이 있었고, 최저임금이 급증해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기자}
정부가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유령과 해골이 그려진 내의와 드레스 등 2개 모델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핼러윈데이 관련 의류와 장신구, 완구 등 52개 모델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신화트루니의 ‘히트인 할로윈 긴팔상하세트’와 유에스어페럴의 ‘할로윈 해골 튜튜드레스’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나와 리콜 조치했다. 긴팔상하세트에서는 안전기준의 1.7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고, 튜튜드레스에서는 기준치의 1.7배가 넘는 포름알데히드가 나왔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저물가 원인을 수요 위축으로 꼽은 것은 경제 부처의 경기 인식에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KDI는 특히 최근 발생한 ‘디플레이션 논쟁’을 의식한 듯 현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물가가 장기화하는 것 자체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이날 보고서에서 “수요 위축이 물가상승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디플레이션뿐 아니라 낮은 물가상승률 자체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그간 한국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며 물가상승률 하락은 공급 요인에 따른 일시적 요인일 뿐이라고 설명해 온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4% 떨어지며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자 정부는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DI는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위축도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올해 1∼9월 물가상승률(0.4%)이 2013∼2018년 평균(1.3%)보다 0.9%포인트 낮은데 이 중 날씨나 유가의 영향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식료품과 에너지의 기여도는 ―0.2%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0.3%포인트), 외식비와 교통비 등 서비스(―0.4%포인트)가 물가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들 품목의 가격은 소비 증감과 직결된다. 복지정책의 영향을 제외한 물가지수 상승률(0.5%)도 미미해 전반적으로 수요가 쪼그라든 것으로 봤다. KDI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로존 등은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상승률이 반등한 점에도 주시했다. 한국이 국제 추세와 달리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중장기 하락 추세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일시적 공급 요인이 아닌 수요가 감소해 저물가가 이어지는 경우 경제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요의 양축인 소비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이 상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해 물가가 떨어진다. 물가가 떨어지는 기조가 장기화하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소비나 투자 대신 저축으로 눈을 돌리고 이는 다시 물가 하락, 소비 위축,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소비가 줄어든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건 소득 감소”라며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민간 소비가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KDI는 또 한은이 물가 안정이 아닌 금융 안정을 더 중시한 탓에 물가 관리에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 근원물가(농산물, 석유류 제외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2.0%)에 못 미치는 1% 안팎에 불과했지만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정 위원은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목표로 수행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다”며 통화정책이 시급한 과제임을 에둘러 설명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위축된 때문이라며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는 저물가가 농산물 공급 과잉과 무상복지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KDI는 특히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수요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진단이 다르면 대책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부 복지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의 품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정부는 물가 하락이 고교 무상교육 실시와 농산물 수확량 확대 등 정책적,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KDI는 공급 측면보다 가계와 기업의 수요 감소 충격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또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하락 때는 성장률이 상승할 수 있지만 수요 위축에 따른 저물가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수요 부진은 소득 감소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진단은 소득주도성장의 타당성과도 연결된다. KDI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금리를 높인 것도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도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디플레이션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위축된 때문이라며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는 저물가가 농산물 공급 과잉과 무상복지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해왔다. KDI는 특히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수요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진단이 다르면 대책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부 복지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의 품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또 “날씨와 유가에 영향을 받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과 서비스도 물가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물가하락에 대해 고교 무상교육 실시와 농산물 수확량 확대 등 정책적,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KDI는 정부 설명처럼 공급 쪽에서 가격이 떨어지고 물량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수요가 줄어드는 충격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또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하락 때는 성장률은 상승하지만 수요 위축에 따른 저물가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 총괄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도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디플레이션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측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가 서비스산업 태스크포스(TF) 등 신규 조직을 꾸리며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역대 정부에서 단골로 나왔던 대책을 뾰족한 해법 없이 서랍에서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현장에선 각종 규제부터 없애 달라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과거 정책을 재탕하며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조직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민간의 회복이 미흡하고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다.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성과가 미흡했던 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책점검회의는 보통 2주에 한 번씩 열리지만 전날 3분기 성장률이 ‘쇼크’ 수준으로 나오자 지난주에 이어 한 주 만에 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이날 연내에 정부 부처가 대거 참여하는 서비스산업 혁신기획단을 출범시켜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각 부처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바이오산업 혁신 TF를 꾸리겠다고도 했다. 서비스 및 바이오산업 육성이 물론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금 다시 정부가 만들려는 조직은 그간 운영해 온 것과 기능이 유사하거나 중복돼 ‘생색내기’용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미 4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하는 혁신성장추진기획단을 꾸렸다. 바이오 분야도 보건복지부를 주축으로 민관 합동 TF가 이미 운영 중이다. 정부가 성장률 하락에 대응한다면서 기존과 중복된 조직을 또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어떤 부처에서 얼마나 차출할지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와 바이오의 개념이 워낙 넓다 보니 집중적으로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이날도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2% 이상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재정 투입 이외에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올해 말까지 쓸 수 있는 예산이 많이 남지 않아 재정을 동원해 경기를 끌어올리기가 더 이상 쉽지 않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제한적이고 건설 투자를 늘리려 해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자칫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려면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이참에 수도권 규제 완화나 서비스산업 육성 법안 등을 과감히 밀어붙이는 식으로 ‘큰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감소와 건설투자 등 투자 위축이 성장률을 위축시키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정책 궤도 수정을 통해 이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최혜령 기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25년간 유지해 왔던 농업 부문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농민을 달래기 위한 대책에 필요한 재원을 기업 출연금으로 채우겠다고 밝히며 정책 결정에 따른 피해 보상을 기업 부담으로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개도국 지위를 공식 포기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WTO 내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우리의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WTO 협상에서 인정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현재의 관세와 보조금 혜택은 유지하지만 향후 WTO 농업 관련 협상이 열리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향후 WTO협상서 관세-보조금 혜택 줄어들듯 ▼정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농민들 정부 청사 찾아가 “철회하라”한국은 1995년 WTO 가입 시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농업 부문에서 선진국이 이행해야 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 의무의 3분의 2만 부담해 왔고, 이에 따라 연간 1조4900억 원의 농업 보조금을 농가소득 보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는 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하는 등 농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 농업을 미국 손아귀에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2조2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공익형 직불제를 추진하는 등 소득 안정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 최대 100만 원씩 주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 확대, 농업인 재해복구비 지원단가 인상,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단가 인상 등 현금 보상이 대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앞으로 있을 WTO 협상에서 관세 인하 등으로 농가에 직접 피해가 갈 가능성에 대해선 “향후 협상에서 유연성을 갖고 최대한 보호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현금 보상안의 재원은 예산과 농어촌상생기금으로 채울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농업 예산을 올해보다 4.4% 인상한 15조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한 농어촌상생기금도 확대한다. 농어촌상생기금은 매년 1000억 원씩 1조 원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669억 원이 모이는 데 그쳤다. 정부는 기금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 출연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릴 방침이다. 동반성장 평가에 기금 실적 반영 비율을 높이거나 정부 포상을 확대하는 식이다. 정부는 ‘유인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정부가 일일이 기금 실적을 평가하는 상황에서 기업으로선 ‘압박’으로 느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정부 요구로 기부금을 냈다가 총수 일가가 옥살이까지 한 상황에서 또 출연을 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정부가 마련해야 하는 농민 대책을 민간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 / 세종=송충현 / 유근형 기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을 역행하는 경제정책 실험이 부진한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는 본보가 3분기 성장 쇼크의 원인과 대안을 듣기 위해 전·현직 국책연구기관 관계자(2명), 민간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3명), 재계단체 관계자(1명), 경제학 교수(2명), 전직 경제부처 장관(2명) 등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다. ○ 경기 오판해 정책 실험하다 실패 정부가 재정 확대에만 매달리며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이 위축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론에 얽매여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들로 투자 의욕을 더 꺾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건설 투자, 기업 투자를 억누르고 있다”며 “재정이 이미 80% 가까이 집행된 상태라 재정을 투입할 여력도 부족한데 정부는 정책 방향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경기 오판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글로벌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작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예측 오차에 따른 정책 오류”라고 했다. 2017년 본격화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국면에서 국내 정책까지 공급 부문을 옥죄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정책 실패의 징후가 작년부터 나타났는데도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렸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경기 대책으로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려는 점도 문제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한국 경제에 대해 재정을 풀되 규제 개혁을 같이 하라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언은 재정보다 규제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개혁 없이 재정만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 “바깥만 보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금방 좋아지기 어려운 만큼 재정을 늘리되 경제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으로 부진한 투자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요인은 어차피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다”며 “그 대신 주 52시간제 보완책이나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 민간 투자의 활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3기 신도시 조성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상황이 나쁠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선제적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단기적 성장률 방어에 매달리는 대신에 장기적 시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 성장률 등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자현 / 세종=송충현 기자}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대폭 늘린 데 대해 경제성과 정책성만 따지다 보면 지방의 중점추진사업과 복지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낙후지역 개발 사업 등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번번이 예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내년 예산안에 일시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한 번 시작되면 중간에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 어려운 데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에도 유지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해 두고두고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일례로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 고속철도(KTX) 사업은 이전에 이미 예타에서 탈락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면제사업으로 지정됐다. 남부내륙철도는 2006년부터 추진됐지만 2012년에는 사업성 부족으로, 2017년에는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에서 탈락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총 사업비는 4조6562억 원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설계비로 150억 원이 반영됐다. 이번 예타 면제 사업 중 절반 이상은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타 면제사업 43개 중 26개는 사업에 대한 적정성 검토조차 끝나지 않았는데도 예산을 배정했다.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은 예타 조사를 면제하더라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실시한 뒤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예타를 면제하더라도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다. 적정성 검토 절차를 마친 사업 중에서는 검토 과정에서 나온 사업비보다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한 사례도 있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은 1조2807억 원의 사업비가 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예산안에는 이보다 1711억 원 많은 1조4518억 원이 총사업비로 반영됐다.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사업이나 지역특화산업육성 플러스 사업도 각각 352억 원, 60억 원이 더 반영됐다. 예산정책처는 “국가 정책적 필요에 의한 예타 면제사업은 가급적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만 오히려 규모가 크게 증가해 예타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내년 복지 예산사업 중 지방자치단체 등이 추진하는 사업과 중복될 우려가 있지만 걸러지지 않은 예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3조4055억 원 규모의 영유아보육료 지원사업이나 1조2000억 원 규모의 노인일자리 사업 등 굵직한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산정책처는 “지자체 등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유사, 중복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중복이 우려되는데도 검토를 마치지 못한 사업이 올 10월 기준 13개에 이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확장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며 “예타 면제 등으로 무분별하게 쓰이는 예산이 있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엄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기자}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는 사업 규모가 총사업비 기준 28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예산안에 비해 25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대폭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3일 ‘2020년 예산안 총괄 분석’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예타 면제 사업이 43건, 28조3521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9년도 예산안에 담겼던 예타 면제 사업 규모(16건·2조8986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에 재정이 300억 원 이상 드는 사업의 경제적 정책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국가 안보나 균형발전 등 예외적인 경우 관련 절차를 면제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예타 면제 사업 중 도로 철도 중심의 SOC사업은 19조8740억 원(17건)으로 전체 예타 면제 사업의 약 70%에 이른다. SOC 중심으로 예타 면제 사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올 초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예타를 마치지 못한 23개 사업을 구제해줬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대부분과 추가 사업을 내년 예산에 한꺼번에 반영한 것이다. 경북 김천시와 경남 거제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4조6562억 원), 평택∼오송 복선화(3조904억 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28조 원대의 총사업비 가운데 1조300억 원을 내년에 우선 집행한 뒤 후년부터 사업비 투입액을 크게 늘리는 구조로 돼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 면제 후 지속적으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추진 사업을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등 한국 경제의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재정 투입 확대’를 역설했다. 또 경제 전반에 걸쳐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규제 완화, 노동 개혁 등 경제계가 요구해 온 정책과제나 경제 성적표의 핵심인 성장률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 현실과 해법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연설은 크게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평가 △재정 확대의 필요성 △내년 정책 목표와 방안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소개하며 “2017년부터 3년간 연속해서 17위, 15위, 13위로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일본, 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 오히려 세계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역대 최대치인 신규 벤처투자, 소득여건 개선 및 청년 고용률 상승을 예로 들며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키워 왔다고 자평했다. 재정과 관련해선 “대외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이라며 슈퍼예산(513조5000억 원) 편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의 처방과도 궤를 같이한다. 급격한 경기 하강기에는 정부부문이 소방수로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은 데다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역시 시장의 눈높이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올해 2분기(4∼6월)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1분위(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했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소득이 늘어난 건 바로 위 계층인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1분위로 내려앉으면서 나타난 통계착시 효과가 있다. 실제로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15% 이상 감소했다. 성장률 급락의 원인과 대응 방안은 거론하지 않은 채 분배만 강조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대응 역시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규제와 관련해서도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활력 3대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가 나빠진 게 기존 정책 때문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태인 수출 실적도 언급하지 않은 채 일부 지표만 추출해 거론한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대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 개혁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재정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중기 재정전망에서 올해 말 국가채무가 734조8000억 원에서 2028년 149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4%포인트 낮춰 연간으로 2%에 간신히 턱걸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적으로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때는 0.2%포인트 안팎 미세조정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원래 낮았던 전망치를 10년 만의 최저치로 한꺼번에 깎아내린 건 경제 상황이 급전직하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특히 생산과 소비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집값만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중병에 걸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2분기(4∼6월) 실적과 3분기(7∼9월)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2.4%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여건을 종합해 수정 전망치를 낸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이 올해 성장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IMF와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0∼2.1%로 보고 있다. 홍 부총리가 전망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0.8%) 이후 가장 낮다. 또 1970년 이후 성장률이 2%를 못 넘은 건 제2차 석유 파동의 여파를 겪은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뿐이다. 정부는 7월 초만 해도 올해 2.4∼2.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매달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데다 투자도 회복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 소비 또한 특별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3분기 성장률이 0.6%가 돼야 연 2% 성장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1051곳)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시황, 매출, 수출, 설비투자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동안 재정과 금리를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왔음에도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만 들썩이는 결과로 이어져 통화정책 등 경기 조절 수단의 손발을 묶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서초구에서는 3.3m²당 매매가가 1억 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출현하는 등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에 휩싸이며 거품만 극대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 경기 대응 수단으로 건설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는 등 경제정책 자체가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이새샘 기자}

정부가 올해 전망치를 석 달 전 대비 0.4%포인트 낮춰 최저 2.0%로 조정한 것은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그동안 분배 위주의 현 경제정책이 ‘성공의 길’로 가고 있다며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견해였지만 이번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서는 이 상태로는 경제를 떠받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특히 그동안 나왔던 재정 조기 집행과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 흐름을 유도한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만 자극해 경제 자체가 기형화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2.0∼2.1% 수준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 경제 실적은 물론이고 4분기 전망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현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줄며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이 줄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줄곧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성장을 지탱해 온 정부 재정 집행률은 9월 말 현재 78.5%에 달해 남은 기간 동안 견인차 역할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시장에선 2% 성장마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우리금융연구소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내외 기관은 이미 올해 성장률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두 번째 수정치다. 지난해 말 2.6∼2.7%에 이어 7월 초 2.4∼2.5%로 전망했다가 다시 한 번 낮춰 잡았다. 2.0∼2.1% 성장률이 현실화하면 1970년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수치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성장률 하락 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경제부총리 발언이 있기 엿새 전인 13일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한국은)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7개 중 지난해와 올해 (미국 제외 상위) 두 번째 정도의 성장률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와 성장률을 직접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수석처럼 성장률 하락을 대외여건 악화 때문으로만 보고 “우리는 선방하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규제 완화, 노동정책 속도 조절 등 경제 현장에 필요한 대책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정책에 집중하며 혁신성장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못 내놓은 정부는 재정을 푸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은 부동산으로 경제 체력은 떨어지는데 부동산 시장은 과열 상태라는 점이 더 문제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9월 전체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를 매매한 건수는 1463건이었다. 올해 초 300건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8월(1538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외지인 거래는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에 가깝다는 점에서 부동산으로 투기성 자금이 몰려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으로 주택 공급, 건설 투자를 언급했다. 수출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 투자로 성장률을 떠받치겠다는 의도지만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 온 정부 기조와 엇박자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16일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낮췄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 효과가 설비 투자나 소비 등 생산적인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기보다 집값을 부추길 재료가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 여건 악화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근로시간의 경직성 등 기업을 위한 노동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이새샘 / 세종=최혜령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핑몰에서 얻은 수입을 축소 신고한 인플루언서와 해외 공연 수입을 개인적으로 쓴 연예인 등 탈세 혐의자 122명이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16일 연예인, 인플루언서, 맛집 음식점 대표 등 신종 고소득 업종 종사자 122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외 사치품을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대상은 SNS에서 활동하는 신종 호황 업종 종사자 54명, 지능적·계획적 탈세혐의자 40명, 호화 사치 생활자 28명 등이다. 세무조사의 사각지대를 노려 탈세하거나 대형로펌,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고의적으로 탈세한 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물건을 판 뒤 매출을 숨기거나 법인 명의로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해 본인이 거주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한 연예인은 해외 이벤트 회사에서 직접 송금받은 공연 수입금액을 신고하지 않고 고급 승용차 리스와 고급 호텔 거주 비용으로 사용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맛집’ 음식점을 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한 뒤 신고하지 않은 음식점 대표와 같은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을 여러 개 한 뒤 수입을 분산시켜 세무조사를 피해 온 원단 도매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당국은 뚜렷한 소득 없이 호화 생활을 하는 탈세 혐의자도 조사하기로 했다. 소득이 없고 뚜렷한 재산 형성 과정이 없는데 해외에서 호화 사치품을 지속적으로 사들인 무직자와 비보험 수입액을 현금으로 받아 온 의사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이들은 기존 과세 제도의 빈틈을 악용해 탈세를 시도하고 있다”며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이 받을 허탈감을 줄이기 위해 탈루혐의를 전방위적으로 검증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앞서 4월 유튜버 등 1인 방송인을 포함한 176명의 신종 고소득자를 세무조사하는 등 현 정부 들어 총 1789명을 조사해 1조3678억 원을 추징했다. 4월 조사에서는 가짜로 1인 기획사를 만들어 허위 거래로 소득을 빼돌린 유명 운동선수와 팬미팅 티켓 비용을 부모 계좌로 받은 유명 연예인이 적발되기도 했다. 세무 당국은 지난해 881명을 조사해 6959억 원의 탈루 세금을 거둬들이는 등 조사 이래 최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탈세를 줄이기 위해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과세 인프라를 보강할 방침이다. 전문직 등 기존에 탈루 혐의를 자주 받아 온 직종은 물론 최근 급부상한 1인 미디어, 연예인 등 신종 호황업종에서도 세금이 새지 않도록 감시망을 촘촘히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보완책을 검토하는 것은 이 제도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1인당 근로시간이 줄어든 뒤에도 기업이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직원을 추가 고용하거나 자동화 비중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으로선 여의치 않다. 16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계도기간 부여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특별연장근로 가능 사유 확대 △재량근로제 적용 업무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주 52시간제 시행이라는 경영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4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체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56%가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정부 검토안 중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실제 시행이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계도기간에는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아 사실상 제도 시행 연기와 같은 효과가 있다. 현재 자연재해 및 재난 등에 한정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가 ‘사업상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추가 근로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확대되면 기업은 업무량에 따라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초만 해도 정부 차원의 주 52시간제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국회를 통한 보완책 마련이 원천적으로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로 법안 처리 가능성이 생기자 정부 대책을 천천히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여당은 탄력근로제 확대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와 야당은 탄력근로제 확대기간을 1년으로 하거나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시행 시기를 법적으로 연기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대립 구도에서 정부가 시행령과 고시 개정 위주의 보완책을 내놓으면 야당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라고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행령 등은 언제든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이 아예 입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협상 자체가 어그러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한다. 기약 없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매달리기보다는 정부가 보완책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개선 등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상황이 꽤 해결되기 때문에 행정부 대책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할지 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기간이 6개월로 되더라도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은 매일 근로시간표를 짜는 등 절차를 지키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주애진 / 김호경 기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 주 52시간제 위반 시 처벌을 6개월 이상 유예하고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늘려주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시행 중인 주 52시간제가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소기업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 형태로 일괄 발표하지 않고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등이 처리되는 상황과 연계해 정부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되 고용부 지침으로 계도기간을 6개월 이상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300인 이상 대기업에 총 9개월의 계도기간을 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대기업만큼 계도기간을 줄 거라는 기대가 생긴 데다 대기업과의 형평성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특별연장근로 적용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자연재해,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가 났을 때만 예외적으로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연장근로시간 한도(12시간)를 초과해 일할 수 있다. 이 범위를 ‘경영상의 위기’ 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반 사무직 종사자 등에게 재량근로제를 폭넓게 적용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에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금은 신문·방송업, 연구개발 등 전문 업종 종사자에게만 재량근로제를 노사 합의로 적용할 수 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