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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액 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출했다. 올해(8720원)보다 23.9% 인상된 금액이다. 최초 요구안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이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영계는 이날 별도의 요구안을 내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은 24일 제5차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800원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25만720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이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불평등 및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는 2018년을 제외하고 모두 1만 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2018년에는 1만790원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경기가 회복된다지만 실제 최저임금을 부담하고 있는 업종은 하루하루가 ‘한숨’의 연속”이라며 “노동계가 주장하는 요구안은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장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동결이나 인하 방향으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출한 뒤,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노사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영계는 숙박·여행업 등 일부 업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만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임위는 29일 열리는 6차 회의에서 이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은 이달 말이다. 다만 최임위가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액 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출하기로 했다. 올해(8720원)보다 23.9% 인상된 금액이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열리는 제5차 전원회의에서 1만80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노동계 최저임금 요구안은 양대 노총과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208만 원) 등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요구안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경영계 역시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영세기업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의 동결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출한 뒤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하는 건 최저임금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숙박·음식업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게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된 건 1988년 한 해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액에 대한 양측 이견이 큰 만큼 올해 심의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은 이달 말이다. 다만 최임위가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까지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다음 달 6일부터 해고자와 실직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지만, 파업 찬반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활동을 제한한 ‘노조 아님(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34년 만에 폐지된다. 22일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등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은 해고자,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조항을 정비했다. 이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 수를 산정할 때 해고자와 실직자는 제외된다. 이에 따라 해고자, 실직자는 파업 찬반투표와 같은 기업 단위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조합원 수를 근거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할 때도 재직자가 아닌 조합원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단, 이들에게도 자유롭게 결사할 권리는 보장된다. 결격사유가 있는 노조에게 노조 아님 통보를 하도록 한 시행령 문구는 삭제됐다. 이전까지는 결격사유에 대해 시정요구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가 노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었다. 다만, 노조 결격사유에 대해 행정관청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유지됐다. 노조의 자율적 시정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재계에서는 노사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고자나 실업자 등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노조원들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해고자나 실업자가 신임 노조 교육을 명분으로 사업장을 수시로 출입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비밀 유지 등 보안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연구원 등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경총은 “노조법 시행령에 사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들이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사업장 출입 규칙과 사전 승인 의무화 등이 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현실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1am@donga.com·서동일 기자}

다음달 6일부터 해고자와 실직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지만, 파업 찬반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활동을 제한한 ‘노조 아님(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34년 만에 폐지된다. 22일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등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은 해고자,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조항을 정비했다. 이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 수를 산정할 때 해고자와 실직자는 제외된다. 이에 따라 해고자, 실직자는 파업 찬반투표와 같은 기업 단위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조합원 수를 근거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할 때도 재직자가 아닌 조합원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단, 이들에게도 자유롭게 결사할 권리는 보장된다. 결격사유가 있는 노조에게 노조 아님 통보를 하도록 한 시행령 문구는 삭제됐다. 이전까지는 결격사유에 대해 시정요구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가 노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었다. 다만, 노조 결격사유에 대해 행정관청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유지됐다. 노조의 자율적 시정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재계에서는 노사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고자나 실업자 등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노조원들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노조법에 명시된 해고자, 실직자의 사업장 출입 기준인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는 노사간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라며 “해고자나 실업자가 신임 노조 교육을 명분으로 사업장을 수시로 출입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비밀 유지 등 보안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연구원 등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경총은 “노조법 시행령에 사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들이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사업장 출입 규칙과 사전 승인 의무화 등이 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현실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기자 1am@donga.com서동일기자 dong@donga.com}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기업의 노후 위험설비 교체를 지원해 주는 ‘산업재해 예방 시설 융자금 지원 사업’을 올 하반기(7∼12월)에도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업은 자금이 부족한 사업장이 산재 예방을 위해 노후 시설을 교체하거나 안전설비를 구매할 때 최대 10억 원을 장기 저금리로 지원하는 제도다. 금리는 연 1.5% 고정이며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지원 대상은 산재보험에 가입해 근로자를 고용하고 보험료를 체납하지 않은 사업장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공정의 유해·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은 우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융자금 지원을 희망하는 사업장은 관할 안전보건공단에 방문하거나 우편을 보내 신청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안전보건공단에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직원이 5명 이상인 기업도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 정부가 직원 수 5∼49인 기업에 대해 계도기간 없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영세 기업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예정된 근무체계 개편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어려울 경우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보완 대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소규모 기업을 위한 주 52시간 보완 대책을 문답(Q&A)으로 알아봤다. ―일이 너무 많아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되나.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다. 두 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 조건 하에 근무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2개월 동안은 주 64시간, 나머지 2개월은 주 40시간 일해 4개월 동안 평균 주 52시간 근로를 맞추는 식이다. 여름에 바쁜 아이스크림 공장처럼 특정 시기에 일이 몰렸다가 한가해지는 업종에서 활용하면 좋다. 두 제도의 차이는 연장 근로시간의 제한 여부다. 탄력근로제를 채택했다면 한 주에 최대 64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반면 선택근로제는 일할 수 있는 주당 근로시간의 제한이 없다. 근로자가 재량껏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극단적으로 한 주는 104시간, 나머지 한 주는 쉬어 주 52시간을 맞출 수도 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가 확대됐다던데…. “이전까지 탄력근로제는 3개월, 선택근로제는 1개월 기간 내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월부터 탄력근로제는 최대 6개월, 선택근로제는 연구개발(R&D) 업무에 한해 3개월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연중 사용 횟수에 제한은 없다. 근로자 대표와 합의만 한다면 6개월 동안 탄력근로제를 활용하고, 그 다음 6개월 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3∼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나 정산 기간이 1개월을 넘는 선택근로제를 도입했다면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이런 제도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한 후에 문서를 지방노동관서에 제출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 과반으로 조직된 노조다. 노조가 없는 소규모 기업에서 근로자 대표를 정하는 방법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다만 고용부는 내부 지침을 통해 근로자 과반의 투표, 거수 등으로 정한 사람이 근로자 대표가 되도록 했다. 투표를 할 때 근로자들은 선출된 대표가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해 근로자 대표 권한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유연근무제는 결국 나중에 근로시간을 줄여야 해 한계가 있다. 일을 더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다. 재해·재난, 시설·장비 고장, 업무량 급증, R&D 등의 사유에 국한해 최장 3개월 동안 주 52시간 넘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가 필요하다. 이와 별도로 5∼29인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 8시간의 추가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 최대 60시간(52+8시간) 근로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는 2022년 말까지만 허용된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없어 일손이 부족하다. 이런 경우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수 있나. “가능하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중 ‘업무량 급증’에 해당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지 못해 일손이 부족한 경우를 ‘업무량 급증’으로 볼 수 있는지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 고용부는 이런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을 수 있도록 각 지방관서에 지침을 내릴 계획이다.” ―50인 미만 기업이다. 주 52시간을 적용하려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걱정된다. “‘일자리 함께하기’ 제도를 활용하면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한 기업이 지원 대상이다. 단, 신규 채용으로 근로자 수가 이전에 비해 늘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 늘어난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80만 원을 최장 2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꼭 신규 채용을 해야 인건비 지원이 가능한가. “‘노동시간 단축 정착지원금’에는 신규 채용 조건이 없다. 이 제도는 주 52시간제 적용에 앞서 근로시간을 조기 단축한 사업장에 주는 지원금이다.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가 있던 기업이 유연근무제 활용 등으로 근로시간을 성공적으로 단축했다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 1인당 120만 원씩, 최대 50명까지 지급된다. 단 ‘조기 단축’이 조건인 만큼 7월 1일 이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한 5∼49인 기업이어야 한다. 근로시간을 조기 단축했다면 인건비 외에 정부조달 가점, 정책금융 우대, 정부포상 선정 우대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고용부로부터 근로시간 조기 단축 확인서를 받으면 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경남에서 선박부품업체를 운영 중인 A 씨는 16일 오후 전 직원 17명을 모두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정부가 계도기간 없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는 발표를 들은 직후다. A 씨는 회의에서 “앞으론 야근수당을 지급할 수 없어 임금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이 “대체 얼마나 임금이 줄어드느냐”고 물었지만 답할 수 없었다. 그는 “경기에 민감한 조선업 특성상 일감이 몰릴 때 벌어들이는 돈이 생명 줄과 다름없다”며 “이때 일하는 시간을 제한해버리면 도대체 언제 돈을 벌라는 것이냐”라고 했다. 이날 정부는 근로자 50명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가 영세기업의 부담을 이유로 유예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근무를 지켜야 할 기업은 전국적으로 약 78만 곳이다. 근로자 수가 5∼49명인 기업이다. 2018년 7월 300인 이상 기업부터 시작된 주 52시간제는 3년 만에 전면 시행을 맞게 됐다. 앞으로 사업주는 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를 보장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았다가 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최장 4개월의 시정기간이 주어진다. 고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지 못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연장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영세기업 관계자들은 만성적 인력난을 감안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5~49인 기업도 7월부터 계도기간 없이 ‘주52시간’ 시행16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금속공장. 내부에서 인기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자동차부품 등에 쓰이는 특수강을 자르는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갈 뿐이었다. 요란한 기계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때쯤 겨우 현장 노동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공장에서 기계 10대를 관리하는 인력은 단 2명뿐이다. 직원이 13명인 이 업체는 최근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주문량이 늘었지만 추가 채용 계획은 없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에 대비해 현장 관리 인력을 줄이는 대신 자동화 기계 설비를 늘리는 상황이다. 기계 1대당 3억∼5억 원이 들어가도 직원을 채용해 각종 규제를 받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기계 작동 상황을 살피던 이모 대표(66)는 “기계는 밤새 돌릴 수 있어 주 52시간제와 무관하다”며 “인력 채용은 앞으로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7월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계도기간(처벌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당장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기에는 근로시간 조정이 어려워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71)는 영세기업의 고질병인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원들은 연장근로 수당을 받아 월급을 불렸는데 근무시간이 제한되면 수당이 적어지면서 직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 그는 “일이 고되고, 화학물질 접촉 비율이 높다 보니 일을 하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주 52시간제로 남아 있던 인력마저 나가면 공장을 어떻게 꾸릴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B 대표(68)도 “늘어나는 적자를 바라보며 주 52시간제 위반으로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지 노심초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는데, 누가 제조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느냐”며 “주변 사장님들 모두 회사 팔 궁리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소상공인연합회 등 11개 단체와 공동으로 이날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소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벗어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미 1am@donga.com·김하경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면서 10일부터 파업에 나선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조합이 농성과 파업을 풀기로 했다. 건보공단 노조도 이들의 직고용 논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건보공단 노조가 (직고용 문제를 논의하는)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협의회)에 참여하고, 고객센터 노조는 월요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 노조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14일부터 단식에 나선 김 이사장도 이날 단식을 중단했다. 두 노조는 18일 열리는 협의회에서부터 직고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간 위탁기업 소속인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는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해 왔다. 반면 건보공단 노조는 직접 고용에 반대하며 협의체 참여도 거부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민간 위탁업체 근로자는 각 기관 노사가 이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협의로 결정하게 돼 있다. 건보공단 측은 본사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설립해 고객센터 직원들을 고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건보공단 내부에서는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날 건보공단 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중심이 된 ‘고객센터 직고용 및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는 직원 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1500여 명의 인원을 건보공단의 정규직이나 자회사 직원으로 받아들였을 때 구조조정 등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협의체를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재구성하라”고 주장했다. 고객센터 노조 역시 본사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만큼 건보공단이 자회사 설립 방안을 내놓을 경우 동의할지 여부가 미지수다. 노동계에서는 자회사 전환 방식은 고용 안정만 이룰 뿐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이른바 ‘중규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도로공사 민간 위탁업체에 속해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를 하던 근로자들도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방식에 반발하며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본사에 직접 고용돼 청소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번 건보공단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작했지만 민간업체 소속 보안검색 요원들을 직접 고용할지 여부를 놓고 아직도 검토 중이다. 보안검색 요원들마저 4개 노조로 쪼개져 갈등 중이다. 한쪽에서는 자회사 전환은 ‘중규직’이라며 본사 직접 고용을 요구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직고용할 경우 경쟁 채용을 거쳐야 해 일부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자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정규직 전환은 누구에게는 공정한 기회의 상실, 누구에게는 기득권으로 비칠 수 있는 예민한 문제”라며 “정부가 이런 문제를 노사 및 전문가가 협의 결정하도록 해 갈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송혜미 1am@donga.com·김성규 기자}

15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본사 로비. 한쪽에서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 10여 명이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전화상담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기업 소속이다. 10일부터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같은 시각, 그 옆에선 이들의 직접 고용에 반대하는 건보공단 직원의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그의 손엔 ‘공정성 훼손하는 직고용 직영화 반대한다’고 쓴 피켓이 들려 있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까지 똑같은 공간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 노조는 직접 고용 논의에 참여하라는 요구다. 직접 고용 문제를 풀어야 할 세 주체가 한곳에 모여 협상하기는커녕 시위에 나선 기묘한 상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해 넘어 계속되는 ‘노노(勞勞)’ 갈등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해부터 공단에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민간업체가 국민의 민감한 건강 정보를 다루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기존 건보공단 노조의 반대가 컸다. 건보공단 노조는 1000명 넘는 고객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 기존 직원의 임금 및 복리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실제 올 1월 고객센터 직원의 직접 고용을 반대하는 공약을 내건 노조 집행부가 당선됐다. 건보공단 노조는 현재 고객센터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논의하는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에도 불참하고 있다. 갈등이 계속되는 건 정부가 이 문제를 방관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019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 민간위탁업체의 경우 노사 협의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도록 했다. 전환이 결정돼도 본사가 직접 고용할지, 자회사를 설립할지 모두 자율에 맡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직접 고용 현장마다 노동계가 나서 직접 고용 여부 외에 고용 방식까지 관철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김 이사장은 단식쇼를 집어치우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역차별 주장하는 ‘MZ세대’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는 모두 같은 민노총 소속이다. 상급단체가 같아 결국 건보공단 노조는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을 논의하는 대화 테이블에 앉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보공단 직원들, 그중에서도 소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대화에 나서려는 노조 집행부에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며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는 “고객센터의 파업에 맞서 건보공단 노조도 파업에 나서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가 지난해 했던 조합원 투표에서 “고객센터 직고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5.6%에 달했다. 이들은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이 공정성 훼손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소위 MZ세대인 우리 젊은 직원들은 고객센터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을 ‘역차별’로 보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직고용 문제는 내가 아니라 외부전문가 등이 모인 협의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갈등은 사회 이슈로 번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 반발이 거세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채용인원이 줄어들까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아무 노력 없이 이들이 정규직이 되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이 글에 달린 댓글도 ‘원하는 회사에 입직하려면 그 회사의 채용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송혜미 1am@donga.com / 원주=이미지 / 김성규 기자}

올 들어 5월까지 파업으로 인한 사업장 근로손실일수가 지난해 대비 6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어 하반기(7∼12월) 노사분규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월 말까지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11만4670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634일)보다 62.3% 늘었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측정하는 지표다. 하루 이상 조업이 중단된 노사분규 사업장을 대상으로, 파업참가자 수와 파업시간을 곱한 뒤 하루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올해 노사분규는 5월까지 3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건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하반기 노사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파업도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8일 타워크레인 노조, 9일 택배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최근 임단협을 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 역시 회사의 해외투자 확대 방침에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에서는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받을 것을 받아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노동계 기대치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며 “지난해 노조가 코로나19 때문에 상당 부분 양보를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총파업에 나서는 등 실력행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민노총은 이미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11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다음 달 3일에는 산재사망사고 대책 마련, 재난시기 해고 금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만 명 정도가 참석하는 대규모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처럼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노사 갈등이 속속 분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7일 약 11개월 만에 대면 본위원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여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대화에 불참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정지됐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의 노사 성적표는 초라할 것”이라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고용노동부가 최근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네이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팀을 편성해 9일부터 네이버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40대 네이버 직원이 경기 성남시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직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과도한 업무와 상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숨진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가 이를 묵인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노조는 이와 관련해 고용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진정을 냈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사망 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네이버 내에서 다른 직장 괴롭힘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본다. 고용부 측은 네이버의 주52시간 준수 등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도 점검해 법 위반사항을 조치할 예정이다.송혜미기자 1am@donga.com}

남한 한복판에 북한이 쏜 핵미사일이 떨어지기 5분 전. 카운트다운 시작과 함께 영상에는 경극배우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한 정체불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BJ ‘체리장(Cherry Jang)’. 스스로 ‘한민족 평화통일 홍보대사’ ‘일등시민’ ‘FBI 국가비상사태 자문위원’이라고 칭하는 그는 “오빠들도 얼른 대피하셔야 한다”며 “이제 천국 시민이 될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뒤 은행 계좌번호를 슬며시 자막으로 띄운 그는 “오빠들이 아래 계좌로 돈을 저축하셔야만 천국에서 쓸 금은보화를 저축할 수 있다”며 천연덕스럽게 입금을 요구한다. 카운트다운 시계가 0초가 된 순간, 조잡한 그래픽으로 꾸며져 있던 화면은 온통 검게 변하며 영상은 끝난다. 영상을 보고 나면 그야말로 뇌가 찌릿찌릿해진다. 시청자들도 “내 정신도 이상해진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며 댓글로 감상평을 적었다. 2018년 말 홀연히 영상으로 나타난 체리장은 천국에서 먼저 일등시민이 된 본인의 소식을 2020년 12월 마지막 영상을 통해 전하며 현재 자취를 감췄다. 이 영상은 도대체 뭐고, 체리장은 누굴까. 먼저 정체부터 밝히자면 시리즈 영상을 기획하고 직접 체리장을 연기한 건 미술작가 류성실(29·여)이다. 올해 3월 에르메스 재단은 19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역대 최연소인 류 작가를 선정했다. 유튜브에서 그가 펼친 ‘1인 미디어 쇼’를 높이 사 신선한 예술로 인정한 것. 온라인에서는 체리장을 ‘숭배’하는 열성 팬덤까지 생기고 사칭 SNS 계정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류 작가의 예술 세계에 환호하는 이가 늘고 있다. 체리장을 실존 인물로 착각해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저를 구원해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 이도 있다고.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체리장의 본체’ 류 작가는 “실험적으로 도전한 영상에 이렇게 많은 분이 반응하고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며 “젊은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예술실험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K-키치’라고 불릴 만큼 토속적 가치나 가부장적 권위를 비틀어 해석한다. 1인 미디어 세태, 음모론, 구시대적 가치 등이 모두 그의 풍자 대상이다. 평소 “이 사람은 왜 이러지?”라고 류 작가가 느끼게 만든 여러 경험들이 예술적 소재가 되기도 한다. “실체 없이 뜬구름 잡는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여러 영상, 전시에서 체리장을 비롯한 흥미로운 캐릭터와 구체적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그간 일민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서 선보였던 전시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가 유튜브 작업에 발을 들인 건 승부수이기도 했다. 젊은 미술가, 조각가, 아티스트로서 상대적으로 설 곳이 좁은 미술 판에서 이름을 알리고, 작품성을 증명하고 싶었다. “딱 3년만 해보겠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예술을 수치로 증명하긴 어렵잖아요. 어려서부터 원했던 상을 받으면서 제 가능성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뻐요.”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전시가 어려워지면서 영상 작업에 더 집중하는 시간이 됐다. 유튜브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그는 이색적이고 차별적 영상을 만들기 위해 구글에서 무작정 ‘이국적(exotic)’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이미지를 찾았다. 그의 영상에서처럼 촌스럽고 조악한 그래픽이 덕지덕지 붙은 영상은 불편함마저 느끼게 한다. 전부 류 작가가 의도한 감성이다. “기성사회의 노골적이고 천박한 마케팅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거든요.” 여기에 그가 읽고 연기할 대략적 스크립트를 만들고 조명 설치와 분장까지 마치고 나면, 그의 쇼를 시작할 준비는 끝난 셈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제 안에서 체리장의 모습이 나온다. 내가 흑화 했을 때 나오는 모습을 과장해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영상 속 체리장 캐릭터 설정 상 그는 현재 ‘하늘나라’에 있다. “하늘나라에서 먼저 일등시민이 됐으니 여러분도 나를 믿고 따라오라”는 메시지가 마지막이다. 팬들은 지금도 “언제 돌아오시는 거냐”며 다음 영상을 갈구하고 있다. 류 작가가 답했다. “여러분들, 체리장은 절대로 공짜로 돌아오지 않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산업재해 사망사고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다음달 3일 1만 명 규모의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겠다고 8일 밝혔다. 이날 민노총은 서울 중구 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의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지만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며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와 심경을 고발하고 토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노총은 “정부가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노정교섭에 즉각 임하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비정규직 철폐, 재난시기 모든 해고 금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법 개정 등도 요구사안으로 내세웠다. 민노총은 이번 노동자대회에 전국 각지의 조합원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규모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해서는 “집회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이 백신 접종과 함께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엄격한 거리 두기 등 최선의 예방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노총은 “공연도, 스포츠관람도, 식당인원도 완화되며 일상을 회복하는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포함한 정치적 의견 개진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며 “정부는 전국 노동자대회의 성사와 안전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라”고 촉구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전 국민 고용보험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다음 달 1일부터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도 고용보험을 적용받게 됩니다.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등도 일자리를 잃을 경우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고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습니다. ―특고도 고용보험이 적용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회사에 취업하는 근로자들은 취업과 동시에 고용보험에 가입합니다. 그동안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특고 역시 앞으로는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특고와 노무제공 계약을 맺는 사업주는 이들의 고용보험을 들어 줘야 합니다. 만약 가입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최대 100만 원 내에서 특고 1명당 3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특고 본인이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가입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특고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특고를 중심으로 12개 직종에서 우선 적용됩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방문 교사, 택배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가전제품 배송기사, 방과후 강사, 건설기계 종사자, 화물차주 등입니다. 다만 해당 직종 종사자라고 하더라도 보수가 월 80만 원 미만이면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보수는 노무를 제공해 번 총 수입에서 비과세소득과 경비를 빼고 남은 금액입니다. 또 위의 12개 직종처럼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음식배달 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은 내년 1월부터 고용보험이 의무 적용됩니다. 골프장 캐디는 추후 적용 시기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여러 업체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입니다. A업체에서 60만 원, B업체에서 30만 원 정도 매달 벌고 있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한가요. “올해는 불가능합니다. 올해는 한 업체에서 버는 돈이 80만 원 이상이어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여러 업체에서 버는 돈을 합쳐 80만 원을 넘으면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럴 경우에는 A, B업체 모두 해당 특고가 고용보험 가입 대상인지 모를 겁니다. 각각의 회사에서 버는 돈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니까요. 이럴 경우는 특고 본인이 고용보험 가입 신청을 해야 합니다. 낮에는 학습지 교사, 밤에는 택배 기사로 일하는 등 직종이 다른 ‘투잡 특고’ 역시 보수액을 합산해 본인이 보험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투잡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 택배 배달로 월 80만 원 이상 벌고 있습니다. 따로 고용보험 가입을 해야 하나요. “맞습니다. 회사 고용보험에 가입된 것과 별개로 특고 고용보험 적용 대상인 만큼 이중 가입을 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고용보험료를 둘 다 내게 됩니다. 다만 실업급여는 회사와 특고 일자리 두 개 모두 잃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만 실직하는 경우에는 실업급여가 나오지 않습니다.” ―보험료는 어떻게 부담하나요. “특고의 고용보험료는 월 보수의 1.4%로 사업주와 특고가 각각 0.7%씩 냅니다. 여러 업체와 계약해 고용보험에 이중 가입했다면 사업주 몫을 여러 업체 사장들이 나눠 냅니다. 만약 A업체에서 60만 원, B업체에서 30만 원을 버는 특고의 경우 월 보수액이 90만 원이죠. 특고 본인은 90만 원의 0.7%인 월 6300원을 보험료로 냅니다. 사업주가 내야 하는 보험료도 똑같이 월 6300원인데 A업체가 4200원, B업체가 2100원씩 부담하게 됩니다.” ―특고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나요. “실업급여는 기본적으로 비자발적인 사유로 일자리를 잃은 경우에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특고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소득이 갑자기 크게 줄어 일을 그만둔 경우도 ‘비자발적 실업’에 해당됩니다. 반면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본인의 귀책사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일자리를 잃기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12개월이 연속될 필요는 없고, 여러 사업장을 옮겨 다녔어도 상관없습니다.” ―특고 고용보험은 월 보수가 80만 원을 넘어야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월 보수가 80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실업급여를 받게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직, 즉 일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 줄어 월 보수가 80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고용보험 자격을 상실해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게 될 뿐입니다.” ―특고가 고용보험에 가입해 받을 수 있는 다른 혜택이 있나요.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이 3개월 이상이라면 출산 시 출산전후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출산일 직전 1년간 월평균 보수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석 달에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경기 평택항에서 발생한 고(故) 이선호 씨 사망사고가 컨테이너 고정핀 설치 미비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흡으로 발생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이 씨의 고용 형태가 불법 파견이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실시하고 있는 특별점검 중간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이 씨는 앞서 4월 평택항에서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넘어진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에는 고정핀 설치 등 기본적인 넘어짐 방지조치도 없었다. 또 여러 근로자들이 무거운 물건을 취급할 때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원청 업체인 ‘동방’이 이 씨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고, 해당 작업의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위험 작업은 구체적인 작업계획서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고용부 평택지청은 동방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과 관련해 이번주 중 수사를 마치고 책임자를 형사입건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동방의 불법파견 정황도 포착했다. 동방과 이 씨가 속한 하청업체 ‘우리인력’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이 경우 원청은 하청 근로자에게 작업 지시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원청업체가 이 씨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평택항을 비롯해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등 전국 5대 항만에서 특별 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7일까지 총 18곳을 점검해 법 위반 사항 193건을 시정 지시하고, 과태료 1억3000만 원을 부과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이날 “유족과 대책위에 약속한 것처럼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한 뒤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와 함께 항만하역 작업 재해예방 대책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송혜미기자 1am@donga.com}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44·사진)이 개인 재산 20억 원을 기부해 사고를 당한 배달기사들을 지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3일 근로복지공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조합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김 의장이 기부한 20억 원을 바탕으로 배달 중 각종 사고로 다친 기사들을 지원한다. 중위소득의 14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683만 원) 등 조건을 충족하면 1인당 최대 1500만 원의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을 받게 된다. 만약 산재보험에 가입한 기사라면 산재보험에서 지급하는 치료비와 휴업급여 외에 추가 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정이 나왔다. 근로자들이 계약을 맺은 기업이 아닌 원청기업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행정기관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택배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 현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2일 중노위는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 대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CJ대한통운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해 3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작업환경 개선, 주5일제 및 휴가 보장 등 6개 요구안을 내걸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이를 거부했다.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이 아니라 개별 대리점과 집배송업무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부당노동행위로 CJ대한통운을 제소했다. 1심에 해당하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중노위는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상품 인수 및 인도 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등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중노위 “CJ, 택배기사에 영향 미쳐 교섭 책임”… 택배업계 “하청 기사들 관리 권한 없는데” 반발 “CJ, 택배노조 교섭 응해야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CJ대한통운의 ‘교섭 책임’을 인정한 건 이들의 결정이 택배기사 처우 등 근로여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택배업체가 결정하는 물품 배송비에 따라 택배기사의 월급(수수료)이 결정된다. 심야·주말 배송 방침도 택배기사들의 야근과 휴일 근무에 영향을 미친다. 중노위는 또 택배기사들이 근무하는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역시 대리점주가 아니라 원청기업인 CJ대한통운이 나서서 개선해야 할 문제로 판단했다. 서브터미널은 구 단위로 설치된 물류창고로, 90% 이상을 원청이 관리한다. 택배기사들이 당일 운송 물량을 가져가기 위해 출근하는 곳이기도 하다. ○ 중노위 결정에 택배업계 ‘비상’ 중노위는 이번 결정이 모든 원청기업에 하청기업 근로자 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노위는 2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판정은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의 단체교섭 관련 개별 사안을 다룬 것”이라며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중노위 결정대로라면 택배업체가 노조의 각종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인사권 등 관리 권한은 없다. 특히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택배회사와 대리점,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맺은 계약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번 중노위 판정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2일 “대법원 판례는 물론이고 기존 노동위 판정과도 배치되는 중노위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중노위의 판정문을 검토한 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처우가 사실상 ‘진짜 사장’인 원청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을 반영했다”며 “CJ대한통운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보며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고소할지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법원까지 중노위와 마찬가지로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할 경우 사업주는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판정에 대해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을 무력화하고 대리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기업 경영방식을 제한해 하청업체를 위축시키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섭하자” 하청노조 요구 늘어날 듯 산업계는 이번 중노위 판정을 계기로 유사한 취지의 교섭 요구가 산업계 전반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신용카드 모집인, 방문판매원 등 택배기사들과 유사하게 대리점에 소속된 근로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장에서 원·하청 관계가 많은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원청업체 대상 요구는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현대차를 대상으로 지속해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LG 역시 최근 LG트윈타워 청소 하청업체를 변경했다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장기 농성을 벌이면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LG그룹은 결국 이들이 LG그룹의 다른 빌딩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에 대한 법원과 중노위의 판단이 제각각이라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결정은 대법원의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더욱이 중노위는 3년 전 동일한 취지의 사건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결정했는데, 이번에 스스로 내린 결정을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직접 고용되지 않은 회사에도 파업을 무기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하청업체 또한 사업주로서의 역할이나 지위가 무너진 채 중간에 사람을 채용해주는 인력대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1am@donga.com·변종국 기자}

“처음에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소주 부산물이었어요. 맥주보다 소주에서 훨씬 더 많은 식품 부산물이 남거든요. 하지만 규제 때문에 사업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했었죠.”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35)가 지난달 2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설명한 창업 초기 일화 중 하나다. 2019년 설립된 리하베스트는 맥주를 만든 뒤에 남는 보리 찌꺼기로 에너지 바와 피자 도 등을 만든다. 젊은 창업자들이 주로 정보기술(IT) 등 분야에 몰리는 상황에서 친환경을 접목한 제조업에 진출했다. 민 대표는 창업 전 회계 법인을 다녔다. 그때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창업을 구상했다. 해외 출장을 갔다가 쓸 수 있는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유럽에서는 샐러드드레싱 용도로 사과 씨앗만 쓰고, 나머지 사과를 통째로 버린다”며 “버려지는 식품을 활용하면 식품 산업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201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준비에 나섰다.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실제 사업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 구상한 소주 부산물 재활용은 당국의 규제에 막혔다. 소주를 만든 뒤 남는 곡물 등은 2차 가공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재가공이 가능한 맥주의 부산물로 눈을 돌려 창업에 나섰다. 민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금전적인 문제부터 예상치 못한 규제의 문턱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며 “특히 제조업 분야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만큼 스타트업 진입장벽이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의 양승찬 대표(26)도 ‘그린 창업’ 아이디어 하나로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그는 고교생 때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불가사리 추출물이 차량 부식과 식물 피해 등 기존 제설제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불가사리가 생태계를 교란하고 양식업에 피해를 입히는 바다의 ‘골칫거리’인 만큼 이를 제설제로 만들면 불가사리 폐기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양 대표에게도 창업 과정은 험난했다. 공동 창업자들과 돈을 모아 부지를 임차해 공장을 세웠지만, 자동화 설비를 살 돈이 없어 초반엔 제품을 수동으로 만들었다. 낮에 영업하고 밤에 공장으로 달려가 날이 새도록 제품을 생산하는 게 일상이었다. 양 대표는 “납기일을 맞추려 매일같이 공장에서 밤을 새우다 보니 피로가 쌓여 큰 사고가 날 뻔한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리하베스트와 스타스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불리는 제조업 분야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관련 스타트업은 생산설비를 갖추고, 정부가 요구하는 안전기준 등 각종 표준을 맞춰야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 분야에 뛰어드는 청년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 부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1차, 2차 협력업체가 사슬처럼 연결돼 생산 시스템이 유연하지 않다”며 “스타트업이 구상한 제품들을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기후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전 세계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기가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34년이 될 것이라고 27일 전망했다. 앞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예측했던 2030∼2052년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무려 24년 당겨진 것이다. 기상과학원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1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신(新)기후체제가 올해 시작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과 이회성 IPCC 의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함께 기후위기 속 한국의 역할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 및 국제기구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좌담회는 26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기문 의장=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30∼40년 동안 고도성장을 하며 소위 ‘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소홀했다. 2009년에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선언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부른 이유다. 그동안 심각해진 기후변화가 지구의 ‘6차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 어떻게 될까. ▽이회성 의장=현재 기후변화는 생물체가 그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오르면 전체 동식물의 6∼8%가 서식지의 절반을 잃게 된다. 2도 오르면 그 비율은 16∼18%로 급증한다. 생태계 파괴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터전 파괴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란 측면에서 보면 자해 행위와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막으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에 도달해야 한다.―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정애 장관=‘늦었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미래 세대는 탄소중립이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에너지 전환이다. 우리나라는 발전 분야에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율이 66%에 달한다. 이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바꿔야 한다. 도시에 가득한 빌딩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위주인 산업계의 변화, 수송 부문의 변화도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이 의장=원전 발전은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각각의 여건에 맞춰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IPCC 평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신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현재의 원전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 장관=원전은 지금 추세만 유지해도 2050년 전체 발전량의 일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현재 원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 폐기물들에 대한 처리 방법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SMR는 아직 연구 단계다. 이를 위한 연구 투자는 지금도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현재 에너지 발전 비율(2019년 기준)이 전체 발전량의 6.5%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한국이 화석연료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의장=그 반대다. 탄소중립으로의 방향, 특히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러 나라는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포기해야 할 화석연료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간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정은 번번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화석연료와의 이별은 한국에 축복이라 생각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은 곧 한국의 새로운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 의장=한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을 이뤄 최빈국에서 지금에 이르렀다. 탄소중립 도달 목표 시점까지 30년 정도 남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을 보면 충분히 국제사회의 모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P4G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들의 고민이 많다. ▽한 장관=개도국 입장에선 성장이 중요하다. 다만 그 방식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이 아닌 ‘녹색성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 대한민국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직접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P4G에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여 국제사회의 개도국 지원에 대해 중점 논의한다. 개도국과 취약계층 모두를 포함한 녹색회복 달성 방안을 포괄한 서울선언문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P4G는 한국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책임과 의무를 지겠다고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P4G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 장관=하반기(7∼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놔야 한다. 관련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분야별 당사자들이 참여해 2030년 감축할 수 있는 국내 온실가스 최대치가 어느 정도일지 고민할 것이다. 이를 주도할 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이 지대하다.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해 최대한 책임을 분담하는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반 의장=지속가능한 발전을 계속 이루려면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문제, 환경 보호 이슈 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행동하려면 어릴 때부터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 ▽한 장관=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예외는 없다.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환경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정책을 마련할 때 탄소중립 방향에 맞는지 우선 들여다봐야 한다. 산업계나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내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생산 공정을 어떻게 바꿀지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탄소중립이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을 경우 그 도달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진행=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정리=강은지 kej09@donga.com·송혜미 기자}

최근 당정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확대 및 방역지침 완화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필수 노동자’들이 백신을 일찍 맞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유치원과 초중고교생의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다음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필수노동자 보호 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이들을 위한 백신 확대안을 논의했다. 필수 노동자란 보건, 의료, 돌봄, 배달, 환경미화 등 재난 시기 사회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업무를 맡는 이들을 말한다. 현재 필수 노동자 가운데 의료 인력과 노인·장애인 돌봄 종사자에 대해서 먼저 백신 우선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존의 직군에 더해 백신을 먼저 맞는 필수 노동자 직종을 더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필수 노동자 가운데 종사자의 연령, 성별,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빈도 등을 고려해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백신 수급상황을 고려해 기존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회의를 열고 2학기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 전면 등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교육부는 7월부터 적용되는 4단계 거리두기 개편안에서 몇 단계까지 전면 등교를 할지 논의했다. △4단계일 경우 원격수업만 허용할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다른학년 등교확대를 고려해 고3을 밀집도에서 예외로 할지 △전면 등교를 위한 필요한 방역강화는 무엇일지 등을 교육감들과 토의했다. 교육부는 방역당국 및 학교 현장과의 추가 협의를 거쳐 6월 안에 ‘2학기 전체 학생 등교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송혜미기자 1am@donga.com최예나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