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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숨진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고령 운전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사고 뒤 ‘급발진’을 주장한 운전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까지 법원에서 급발진이 사고 원인으로 결론 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을 혼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면허 제도 개선, 사고 예방 장치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 약자인 고령층을 위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페달 오조작 10명 중 7명은 고령 운전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가해 운전자인 차모 씨(69)는 올해 2월 1심 재판에서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고 이후 줄곧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조사 결과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혼동해 잘못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달 20일 세종시 새롬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0대 남성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벽을 들이받아 두 명이 숨졌다. 이달 12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8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다. 지난해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해 국과수 감식이 진행된 감정 건수는 총 133건으로, 2023년(105건)보다 28건 증가했다.역대 가장 많은 감정 건수다. 보통 운전자가 ‘급발진’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 감정이 진행된다.하지만 급발진으로 결론 난 사례는 없었다. 국과수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401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급발진으로 판단된 사건은 전무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 85%(341건)는 페달 오조작이 원인이었다. 나머지 15%는 대부분 차량이 완전히 파손돼 원인 분석이 불가능했던 경우였다. ‘페달 오조작’ 중 운전자가 60대 이상인 경우는 255건이었다. 페달 오조작 운전자 10명 중 7명이 60대 이상 고령자란 의미다. 이 중 60대가 44.9%, 70대가 26.9%, 80대가 2.9%였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교통사고 중 가해 운전자가 65세 이상인 사고는 21.6%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늘었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일수록 인명 피해도 컸다. 2023년 기준 71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의 경우 평균 약 46건마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31∼40세 운전자의 경우 평균 106건마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면허제 개선 및 고령이동권 정책 강화돼야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면허 제도 개선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나 운전자의 실제 운전 능력에 따라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직계 가족이나 경찰, 의료진 등 제3자가 치매 환자와 같은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 수시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교통 약자인 고령층의 이동권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촌·시골 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 많고, ‘일하는 노인’이 늘면서 고령층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잦기 때문이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먼저 대체 이동 수단을 다양화해 노인들이 운전 없이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예방 장치 보급 또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2028년 9월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등 안전장치가 장착된 ‘서포트카’ 구매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최 교수는 “면허증 반납 외에도 고령 운전자에게 특화된 차량을 생산하거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너 때문에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박모 씨는 2019년 김모 씨에게서 2550만 원을 빌린 이후 매일 독촉 문자메시지에 시달렸다. 김 씨는 박 씨의 20년 지기 친구였다.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자 김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서라도 네가 필요한 돈은 마련해주겠다”고 했고 얼마 뒤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이후 태도가 돌변해 최고 698%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했다. 박 씨는 적게는 수십만 원, 수백만 원씩을 매달 갚아야 했다. 연체하면 ‘매일 5만 원’ 이상의 추가 이자가 붙었다. 이자는 눈덩이로 불어나 올 초까지 박 씨가 김 씨에게 보낸 금액이 8900만 원을 넘었다. ● 불법 채권 추심 신고, 올 5월까지 1485건 최근 박 씨는 김 씨의 행위가 법정 최고 이자율 20%를 넘긴 이자제한법 위반이자 불법 추심임을 알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김 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 씨는 경찰에 “돈 계산을 잘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박 씨처럼 법정 최고 이자율(20%)을 넘긴 빚 독촉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피해 신고센터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접수’ 자료에 따르면 불법 채권 추심 신고는 2020년 580건, 2021년 869건, 2022년 1109건, 2023년 1985건, 지난해 2947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올해 1∼5월에는 1485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 추이면 연말에는 처음으로 3000건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법 채권 추심이 늘어난 배경에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빚 독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SNS 메시지 등으로 수시로 ‘돈을 갚으라’고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부업자에게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30대 미혼모 여성도 수백 건의 문자메시지 등에 시달렸다. 불법 추심의 상당수는 박 씨 사례처럼 ‘지인 간’에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100만 원을 빌려주고 이자 200만 원을 요구하며 피해자를 협박한 20대 일당 3명을 검찰에 넘겼다. ● 지인 사이에도 법정 이자율 적용 전문가들은 지인 간 금융 거래도 규정이 있다는 걸 잘 모르다 보니 불법 사금융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인 간에 돈을 빌리는 경우에도 법정 최고 금리는 20%로 제한되는데 개인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게 더 쉽고 편해서 빌렸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금융거래 규정을 좀 더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밀한 관계를 악용한 불법 채권 추심이 불법 사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불법 사채에 손을 대는 서민은 여러 명에게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들이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처음엔 지인들한테 빌리다가 나중엔 감당이 안 되는 이자를 여러 경로로 돈을 빌린 뒤 돌려막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불법 채권 추심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현행법상 채권추심법 위반의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9월 발간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채권추심법 위반의 1심 선고 78건 중 벌금형 등 재산형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는 18건으로 뒤를 이었고, 실형 선고는 13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창원지법은 최고 437%의 이자를 받고 18억 원을 넘게 빌려준 뒤 높은 이자를 챙긴 불법 대부업체 직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법 추심으로 붙잡혀도 구속 기소되는 비율은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채무자 보호를 강화했지만 제재를 피해 가는 새로운 형태의 불법 추심이 늘어나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신고 없이 감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불법 추심 신고가 3000건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부산에 사는 박모 씨(38)는 질병 탓에 실직한 뒤 어머니의 암 투병까지 겹쳐 생활고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해 2019년 20년 친구 김모 씨(38)에게 2550만 원을 빌렸다. 그러나 악몽이 시작됐다. 친구는 박 씨에게 돈을 갚으라며 매일같이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그사이 법정 상한을 훨씬 넘는 이자가 붙었다. 박 씨는 “친구 사이라 문서로 이자 등을 적어두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 갚은 금액만 해도 8900만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불법 채권 추심으로 고통받는 서민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피해신고센터의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 및 접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80건이던 불법 채권 추심 신고는 지난해 2947건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5월까지 1485건의 신고가 접수돼 사상 처음으로 3000건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정부는 2022년 8월 불법 사채업자의 빚 독촉으로 목숨을 끊은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불법 추심의 채권자를 고소해도 수사는 지지부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텔레그램, 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불법 추심 수단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대 의대와 공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 연합전공 개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의과학과 학부 신설을 추진했으나 증원에 실패하며 무산된 바 있다. 25일 서울대는 이르면 2027년 개설을 목표로 정책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을 중심으로 의대와 공대 교수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연합전공을 개설하기 위한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의학 전공은 의학과 공학을 접목한 융합형 교과 과정으로 의대생과 공대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과대의 학부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정원은 약 60명이며, 의사 면허(MD) 발급과는 관련이 없다. 서울대는 이 전공이 의사과학자 양성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MD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박사 학위(PhD)까지 취득한 과학자를 뜻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의대생이 과학기술의학 연합전공을 이수할 시 추후 공학계열 석박사 진학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학과 의학의 간극을 줄이고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운영은 공대가 맡을 예정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원래 반절 정도만 주유하는데 중동 지역 분쟁 때문에 기름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해서 오늘은 기름을 가득 채웠습니다.”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며 10만2000원의 영수증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김 씨는 지방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갈 때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데, 이날은 평일임에도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주말에 부모님 집에 갈 땐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는데, 기름값이 더 오르면 앞으로는 기차를 타야 하나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란-이스라엘 분쟁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으로 국제 유가가 불안정해지면서, 기름값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주유소로 몰리고 있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나 택배 기사 등 운송업 종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미리 주유하러 온 손님들 20% 늘어”23일 취재팀이 찾은 서울 시내 주유소 5곳에서는 기름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주유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 직원 이모 씨(35)는 “중동 분쟁이 시작된 뒤로 미리 주유하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2주 전과 비교해 약 20% 정도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또 다른 영등포구 주유소의 60대 직원 유모 씨는 “원래 5만 원어치만 주유하던 단골손님이 오늘은 10만 원어치를 가득 넣어갔다”며 “중동 분쟁이 장기화되면 기름값이 더 오를 텐데, 그럴 경우 손님들이 지갑을 닫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특히 화물차 기사와 택배 기사처럼 유류비에 민감한 직종 종사자들의 우려가 크다. 동대문에서 의류를 운송하는 김모 씨(64)는 “하루 300km 정도 운전하는데, 원래는 하루 주유비가 6만 원 정도 들었지만 중동 분쟁 이후에는 5000원이 더 들고 있다”며 “이걸 한 달치로 계산하면 꽤 큰돈이 된다. 생업을 포기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택배 기사 홍모 씨(41)는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택배를 하러 아파트에 올라갈 땐 꼭 시동을 끄고, 더워도 에어컨을 줄여 틀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7.8원 올라 리터당 1635.5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7.6원 오른 리터당 1498.2원이다.● 전문가들 “중동 분쟁 대비해 원자력 에너지 등 방안 강구해야”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과 관련해 휴전 합의 사실을 밝히며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안정해 안심하긴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여전히 자국 영토 내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긴장을 더한다.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반복되는 만큼 유가 급등에 대한 단기적 대비뿐 아니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당장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중동 자체가 갈등이 빈번한 지역인 만큼 국제 유가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우리나라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자력이나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장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건진법사 게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65)에 대해 사기죄 추가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23일 전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검법이 5일 국회를 통과한 후 처음 열리는 공판이다. 검찰은 이날 전 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 사기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실제로는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전달할 의사가 없었으면서도 돈을 수수했다면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별도로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사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피고인 2명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영천시장 예비후보 A 씨로부터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공천을 부탁해 주겠다”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윤 의원 측은 “전 씨로부터 어떤 금전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해당 자금이 실제로 윤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고, 오히려 전 씨에게 속아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씨 측 변호인은 “불법 정치자금 기부 행위와 이를 편취하는 사기 행위는 양립할 수 없기에 공소장 변경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마친 상황에서 다시 수사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므로 증인신문 신청을 불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9월 22일 검찰 측 증인신문을 진행한 후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 앞서 법원에 도착한 전 씨는 청탁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두 달간 김 여사 측 휴대전화로 인사 관련 등 최소 수십 통의 문자를 보낸 것을 파악했다. 전 씨가 김 여사 측에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통일교 인사 4명을 초청해 달라고 연락한 내용도 확인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건진법사 게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65)에 대해 사기죄 추가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23일 전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검법이 5일 국회를 통과한 후 처음 열리는 공판이다. 검찰은 이날 전 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 사기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실제로는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전달할 의사가 없었으면서도 돈을 수수했다면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별도로 사기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사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피고인 2명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영천시장 예비후보 A 씨로부터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공천을 부탁해 주겠다”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윤 의원 측은 “전 씨로부터 어떤 금전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해당 자금이 실제로 윤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고, 오히려 전 씨에게 속아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씨 측 변호인은 “불법 정치자금 기부 행위와 이를 편취하는 사기 행위는 양립할 수 없기에 공소장 변경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마친 상황에서, 다시 수사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므로 증인신문 신청을 불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9월 22일 검찰 측 증인신문을 진행한 후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 앞서 오전 11시쯤 법원에 도착한 전 씨는 ‘김 여사 관련 특검 수사를 받게 된 입장’, ‘통일교 측 청탁 및 선물 전달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검찰은 전 씨가 2022년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 윤모 씨로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청탁을 받고 ‘김 여사 선물용’ 샤넬 가방 2개를 수수한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상품권 거래를 가장하는 수법으로 사이버도박 등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 2388억 원을 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서울 구로경찰서는 상품권업체 대표 A 씨와 허위 상품권업체 대표 및 직원, 자금세탁 조직원 등 21명을 붙잡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사기 및 사이버도박 범죄조직으로부터 돈세탁을 의뢰받은 뒤 허위 상품권 업체를 거쳐 상품권 구매 대금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상품권이 아닌 돈다발로 바꿔 전달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이들이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허위 상품권업체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수익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은닉한 범죄수익은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38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 등 상품권업체 대표들이 취득한 6억2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이들이 거래 내역이나 당사자 신원이 정확히 남지 않는 상품권 거래의 특성을 이용해 돈세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상품권업체가 돈세탁에 악용되지 않도록 거래 당사자 신원 확인 의무화, 건별 증빙자료 확보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반송동 번화가의 한 사거리. 빠른 속도로 달려온 배달 오토바이가 횡단보도 신호를 무시한 뒤 지나갔다. 잠시 뒤에는 다른 오토바이가 차도가 아니라 사람이 다니는 인도 위에서 달리고 있었다. 취재팀과 함께 현장을 주시한 화성동탄경찰서 차길영 교통안전계장은 “점심시간마다 아찔한 질주가 벌어진다. 경찰 단속을 피해 도망가기 일쑤”라며 혀를 찼다.최근 배달앱 이용 급증, 이에 따른 배달 오토바이 증가가 각종 법규 위반과 사고로 이어진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취재팀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반송동 일대 번화가 및 학원가를 경찰과 함께 돌며 이륜차 법규 위반 단속 현장을 지켜봤다.● 신호 위반, 인도 질주… 평균 15분마다 위반 적발 경찰이 단속을 시작한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배달원이 몰던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해 붙잡혔다. 그는 하마터면 도로를 건너던 행인과 부딪칠 뻔했다. 오전 11시 50분경에는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하다가 경찰을 보곤 바로 옆 골목으로 방향을 틀어 도망갔다. 차 계장은 “오토바이가 단속을 피해 도망가면 잡기 쉽지 않다. 쫓아가며 경고 방송을 한다고 스스로 서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했다. 경찰이 무리하게 추격하다간 오토바이가 질주하며 시민들을 들이받아 인명 피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정차한 차량들을 피해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위에 정차한 이륜차도 많았다. 이들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총알같이 튀어 나가며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내리막길을 감속 없이 내려와 앞서가던 자동차와 부딪칠 뻔한 오토바이도 있었다. 이날 1시간 반 동안 교통법규 위반으로 붙잡힌 배달 오토바이는 총 6대였다. 15분마다 1대씩 잡힌 셈이다.● 오토바이 사고 사망률, 승용차의 2.4배이륜차 사고는 승용차 사고보다 사망률이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률은 2.4%였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2.4명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승용차(1.0%)의 2.4배다. 정미숙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육운영처 차장은 “이륜차 특성상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돼 사고 시 신체 손상이 심각하다”며 “충돌 이후 이륜차가 전도되면서 운전자가 도로로 튕겨 나와 2차 사고가 발생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이륜차 사고는 총 9만2000건 이상 발생했고 2221명이 숨졌다. 특히 오토바이 배달원이 숨지는 사고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숨진 361명 중 54명(15%)은 배달 이륜차 운전자였다. 주재홍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은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경우 주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며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빨리 배달하기 위해 과속, 신호 위반을 일삼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중 ‘안전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사고가 4만8262건(52.5%)으로 절반 이상이다. 전방 주시 소홀이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신호 위반(20.6%), 안전거리 미확보(6.8%) 등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뒷번호판 단속 장비 수 늘려야 문제는 승용차에 비해 이륜차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륜차는 전면 번호판(앞번호판)이 없기 때문에 기존 무인 단속 장비로 단속하기 어렵다. 이에 경찰청은 2023년부터 후면 번호판(뒷번호판) 촬영 기능이 있는 단속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륜차는 뒷번호판을 찍을 수 있는 후면 무인 단속 장비로만 단속할 수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12월 후면 무인 단속 장비 78대를 분석한 결과, 설치 장소에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설치 전보다 50%가량 감소했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마땅한 무인 단속 장비가 없어 ‘어차피 안 걸린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오토바이도 단속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올해 4월 기준 전면 번호판을 단속할 수 있는 무인 장비는 전국에 2만8000여 개가 있다. 하지만 후면 단속 장비는 561개뿐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설치하다 보니 지역마다 편차도 심하다. 경기 252대, 서울 38대, 인천 27대 등 수도권에는 비교적 많지만 제주는 1대, 세종은 2대뿐이다. 이 장비로는 그 많은 배달 오토바이를 단속하기 역부족이다. 유 책임연구원은 “이륜차 수를 감안해 단속 효과를 보려면 지금의 5배인 2500여 대까지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해 설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부터 앞번호판 부착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앞에서도 이륜차 번호를 알 수 있게 스티커 형식의 번호판을 부착하는 것이다. 다만 스티커 형식은 왜곡이 심해 무인 단속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번호판을 통해 육안 식별이 쉽게 되도록 함으로써 불법 행위를 방지하는, 이른바 ‘명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오토바이 불법개조-번호판 훼손도 기승… 작년만 2900대 적발불법 튜닝 땐 사고 위험 높아져“다른 운전자-보행자 위협할 수”지난해 불법 개조(튜닝)와 번호판 훼손 등으로 적발된 이륜차가 2900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륜차 안전 검사 제도’를 시행해 불법 튜닝을 방지하고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12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안전 단속 적발 건수는 총 4130건이었다. 이 중 등화(조명) 훼손 등 안전기준 위반이 2590건, 불법 튜닝이 1206건, 등록번호판 훼손 등 기타 위반이 334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조명 관련 위반 사례는 3207건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주로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불법 설치하거나, 기존 조명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였다. 등화 장치를 임의로 바꿀 경우 현행법상 임시 검사 명령이 내려질 수 있으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불법 튜닝된 이륜차는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기준을 벗어난 조명이 마주 오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번호판을 훼손하면 교통사고 후 신원 확인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도난 차량이나 범죄용 차량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이영재 한국교통안전공단 튜닝안전기술원 차장은 “이륜차 불법 튜닝은 도로 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만들어내며,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이륜차에 대한 정기 검사를 의무화했다. 기존에 배출가스 중심으로만 관리되던 이륜차에 대해 구조·장치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개조 승인 차량은 ‘튜닝 검사’,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차량은 ‘임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정기 검사 대상 이륜차는 약 20만4150대로 추산되며, 5월 말 기준 약 1만6425대가 검사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하루에 많을 땐 600kg이 넘는 폐현수막이 들어옵니다.” 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에는 6일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관련 폐현수막이 성인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현수막을 모아 원단 압축기에 넣고 부피를 줄인 뒤 집하장 한쪽에 정리했다. 센터 관계자는 “오늘 작업을 마친 폐현수막은 농업용 부직포 생산공장에서 재활용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으로 약 5만 개의 폐현수막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처리 실태 등을 감안하면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약 3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대부분 땅에 묻거나 불 태워 처리한다. 전문가들은 폐현수막을 가방, 마대 제작에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활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폐현수막 10개 중 7개는 매립-소각선거 때마다 폐현수막이 무더기로 쏟아지지만, 재활용률은 33%(2024년 기준)에 그친다. 재활용 인프라와 저장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1110.7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이 중 재활용된 것은 272.6t(25%)에 불과했다. 지난해 22대 총선 때는 1234.8t의 폐현수막이 버려졌고 359.9t(29%)만 재활용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대선 폐현수막도 30%대 정도의 재활용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선거에 쓰이는 현수막은 일반적으로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다. PVC 1t을 태울 때 온실가스 1.38t이 나온다. PP 1t을 소각하면 온실가스 3.07t이 나온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10㎡ 규격 현수막 1장을 처리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무게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4.03kg이다. 올해 대선 때 나온 폐현수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만 약 200t에 달하는 셈인데, 이는 연간 8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소나무 약 2만5000그루가 있어야 흡수할 양이다. 현수막을 태우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발생한다.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데 50년이 걸린다.● 환경 오염 우려, “재활용 처리 시스템 필요”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친환경 소재로 선거 현수막을 만들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일각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쓰면 현수막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불만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잘 썩는 생분해 현수막은 일반 PVC 현수막(1㎡당 약 1만5000원)보다 2∼3배 비싸다. 전문가들은 환경 오염을 막을 재활용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과 같은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통해 폐기부터 재활용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수막 없는 ‘디지털 선거’ 제안도 지방자치단체들도 폐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현수막을 집결·선별하는 집하장을 마련했다. 시는 장기적으로 폐현수막을 고형연료 제조, 가방 및 마대 제작 등에 사용해 100%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광주 서구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어린이 안전우산을 제작해 관내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충북 진천군은 폐현수막 1만8000장을 수거해 72개의 벤치와 테이블을 제작해 관내에 설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디지털 선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현수막 홍보 문화에 대해 정치권부터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온라인 광고 등 디지털 홍보 문화로의 이행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수막을 내건 정당이 수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와, 이겼다. 시민들이 해낸 거야, 시민들이!”3일 오후 8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주민교회. 이재명 대통령이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주민교회에는 오후 7시부터 지지자 20여 명이 모여 개표 방송을 함께 지켜봤다. 당선이 유력해지자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이제 희망이 보인다”고 외쳤다.변호사 시절 성남의료원 설립 운동을 주도한 이 대통령은 2004년 3월 성남시의회에서 병원 설립 운영 조례안 심의가 일방적으로 보류되자 소란을 일으킨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로 고발당해 수배된 뒤 이 교회 기도실에서 은신했다. 당시 이 대통령을 찾아 성남시장 선거 출마를 권한 노동조합 활동가 정해선 씨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 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을 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이 대통령이 태어나 유소년 시절을 보낸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서는 주민들이 경로당에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주민 김창수 씨(65)는 “작은 산골짜기 마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온 마을의 경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초등학교 1년 선배라고 밝힌 주민 김제호 씨(63)는 “보리밥도 제대로 못 먹던 화전민의 아들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재명이가 옛날부터 똑똑했기 때문에 국정도 잘할 것”이라고 했다.이 대통령이 상경 후 소년공 시절을 보낸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주민들도 들뜬 분위기였다. 상대원시장 상인회장 조웅기 씨(69)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이 힘썼다”며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성남 일대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대통령을 기억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자주 찾았다는 중원구의 ‘대박식당’ 사장 김현희 씨(61)는 “‘사장님, 밥 드셨어? 나도 밥 줘’라며 찾아오던 소탈한 양반이 이렇게 큰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이 대통령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도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이 대통령의 자택 앞에는 지지자와 주민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오후 8시경 이 대통령이 앞선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한 주민은 아파트 창문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주민 김성원 씨(48)는 “10년 넘게 살아온 아파트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니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주민 강정구 씨(37)는 “새로운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로 이동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리기도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이달 16일부터 이 일대에서는 전동킥보드 이용이 금지됩니다.”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 서초구청 관계자가 기자에게 학원가 골목길을 보여주며 말했다. 도로 곳곳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전동킥보드 등의 통행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보였다. 이날 동아일보는 서울시청·서초구청 관계자와 함께 반포동과 마포구 서교동 등 ‘킥보드 없는 거리’를 돌아봤다. 이 일대에서는 학원 차량이 수시로 정차하거나 배달 오토바이와 차, 사람이 뒤엉켜 다니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과거엔 이곳에 전동킥보드까지 섞여 다니면서 위험한 광경이 자주 연출됐으나, 통행 제한이 시행된 뒤부터는 사고 위험이 한결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네 번째 주제로 전동킥보드 사고 및 안전 대책을 분석했다. 전동킥보드 사고는 매년 2000건이 넘게 발생한다.● 공유 킥보드 몰다 사망 사고 증가공유 킥보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사망사고 등도 늘고 있다. 23일 전북 전주에서는 새벽에 전동킥보드를 타던 50대가 인도의 연석에 걸려 넘어져 사망했다. 그는 사고로 목 등을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경남 김해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던 중학생이 달리는 승용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던 승용차와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경기 고양시에서는 전동킥보드 면허가 없는 여고생 2명이 킥보드 하나를 같이 타고 가다 산책 중이던 60대 부부를 들이받아 부인이 숨졌다. 하나의 킥보드에 2명 이상이 탑승하는 것은 불법이다.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개인형이동장치(PM) 교통사고는 총 9639건이었다. PM에는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2020년 897건 수준이던 PM 교통사고는 2022∼2024년 3년 연속 2000건을 넘겼다.특히 PM 사고 운전자 10명 중 7명(69.0%)은 30세 이하였다. 전동킥보드 특성상 젊은 층의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고 운전자 중 20세 이하 청소년은 전체의 42.2%를 차지했다.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는 현재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다.● PM 사고 운전자 40% 이상이 ‘무면허’PM 사고 운전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무면허’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전체 PM 사고 중 무면허 사고는 4175건(43.3%)이다. 무면허 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는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면허 확인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9일 기자가 직접 공유 킥보드 업체 6곳을 이용해 본 결과 6개 업체 모두 면허 인증 없이 이용 가능했다. 한 업체는 ‘면허 미등록 시, 주행 속도 및 보험 혜택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렌털 애플리케이션(앱)에 띄웠지만 대여하는 데에는 아무 제약이 없었다. 결제 수단을 등록하면 면허 관련 공지 없이 바로 대여가 가능한 곳도 두 곳이나 있었다.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다 단속에 걸려도 범칙금 10만 원이 전부다. 무면허 운전과 관련해 공유 킥보드 업체를 처벌하는 법은 아직 없다.전동킥보드 사고가 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는 공유 킥보드 최고 속도를 기존 시속 25km에서 20km까지 내렸다. 또 미성년자 무면허 운행과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해 16세 이하는 인증을 의무화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불법 주차 시 강제 견인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조례를 제정해 지난해 5월부터 교차로·횡단보도·어린이 보호구역 등에 무단으로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강제 수거하거나 견인 조치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 “킥보드 대여업체 규제 강화해야”하지만 늘어나는 사고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PM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 7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전동킥보드 이용자 면허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1년 가까이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전문가들은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두남 법률사무소 트라이원스 변호사는 “현재도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게 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며 “공유 킥보드 업체가 면허 소지자에게만 대여를 하게끔 확인 절차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허억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공유 킥보드 업체는 별도의 신고나 등록이 필요 없어 안전관리가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파리-멜버른은 아예 이용 금지… 독일-네덜란드는 보험 의무화세계 각국 공유 킥보드 규제 나서싱가포르는 위법 운행 시 징역형해외에서도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이 늘면서 면허 및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통해 일반 차량처럼 규제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일부 국가는 공유 킥보드 이용을 아예 금지하거나, 공유 킥보드 사업을 허가제로 바꿨다. 독일, 네덜란드는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운전면허 및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운전면허와 보험 가입을 강제한 것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손해배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독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험 가입 스티커를 기기에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보험 가입은 물론이고 전동킥보드에 차량용 번호판을 부착해야 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공유 킥보드 사업 자체를 허가제로 바꾸거나, 정부가 허가한 전동킥보드만 탈 수 있도록 한 나라들도 있다. 영국은 개인 전동킥보드를 도로에서 타는 것은 불법이다. 공공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동킥보드는 ‘정부가 허가한’ 공유 킥보드뿐이다. 공유 킥보드는 조명 장치, 최고속도 제한(시속 20km)과 보험 가입 등 안전 조건을 갖춰야 대여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허가제를 도입했다. 전동킥보드 사업자는 시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사업자는 킥보드의 실시간 위치 정보와 운행 데이터를 LA 시에 공유해야 한다. 해당 정보는 무단 주차 견인과 교통 흐름 개선 등에 활용되고 있다. 시민 안전,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전동킥보드 이용을 원천 금지한 곳도 있다. 2023년 프랑스 파리는 주민 투표를 통해 전동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금지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도 공유 전동킥보드를 퇴출했다.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전면 금지되는 추세다. 보행자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도로나 차도로 분리 운행하게 하는 식이다. 싱가포르는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도로 등 지정된 공간에서만 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0싱가포르달러(약 213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스페인도 인도 등 보행 공간에서의 전동킥보드 주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경찰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사흘 뒤인 12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겨 있던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에 접속해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2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호처에서 제출받은 비화폰 서버 기록을 분석하다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삭제가 이뤄진 시점은 지난해 12월 6일이다. 이날은 특수단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다. 동시에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계엄날 오후 10시 53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날이기도 하다. 특수단은 데이터 삭제를 증거인멸 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삭제한 주체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경호처가 삭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이날 경찰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이 확보한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된 행적과 이전 진술 및 증언이 배치되는 지점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계엄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줬다고 하자 ‘회의 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이 담긴 쪽지를 당시 받았지만 보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도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지는 않고 멀리서 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해명, 주장이 CCTV 영상과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특수단 측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였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전가옥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들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밝힌 진술과 특수단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이다. 동시에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이나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문건이나 쪽지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어도 당시에는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계엄 회의 참석 3인, 문건 수령-인지 여부 쟁점 특수단은 대통령경호처에서 제출받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 집무실 및 대접견실(계엄 회의 장소) 내부 CCTV 영상을 최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전 총리나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과거 국회나 수사기관, 법정 등에서 밝혔던 자신의 행동과는 다른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당일 대접견실 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문을, 최 전 부총리는 비상 입법 기구 구상이 담긴 쪽지를,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계엄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한 전 총리는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안 봤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받은 건 아니고 멀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은 소리는 녹화되지 않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의 행동 등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와 시간도 기록됐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앞서 주장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한 장면이 CCTV에 담겼을 경우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쯤 조사를 마쳤다. 낮 12시경 경찰에 출석한 최 전 부총리는 이들보다 조금 늦은 오후 9시 반경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분석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경호처,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정보 왜 삭제했나 특수단은 지난해 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 대통령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를 삭제한 정황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6일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자, 홍 전 차장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날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서버 기록을 삭제한 건 아니다. 원격으로 개인 비화폰 기기 속 정보를 삭제한 것”이라며 “일반 휴대전화로 치면 초기화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화폰으로 통화할 때 남는 정보는 통화 시간, 상대방 등의 정보다. 통화 내용은 남지 않는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경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역시 경호처에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청장은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다음 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를 언급했다.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들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밝힌 진술과 특수단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이다. 동시에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이나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문건이나 쪽지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어도 당시에는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계엄 회의 참석 3인, 문건 수령-인지 여부 쟁점특수단은 대통령경호처에서 제출받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 집무실 및 대접견실(계엄 회의 장소) 내부 CCTV 영상을 최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전 총리나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과거 국회나 수사기관, 법정 등에서 밝혔던 자신의 행동과는 다른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계엄 당일 대접견실 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문을, 최 전 부총리는 비상 입법 기구 구상이 담긴 쪽지를,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계엄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한 전 총리는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안 봤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받은 건 아니고 멀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했다.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은 소리는 녹화되지 않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의 행동 등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와 시간도 기록됐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앞서 주장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한 장면이 CCTV에 담겼을 경우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쯤 조사를 마쳤다. 낮 12시경 경찰에 출석한 최 전 부총리는 이들보다 조금 늦은 오후 9시 반경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분석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경호처,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정보 왜 삭제했나특수단은 지난해 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 대통령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를 삭제한 정황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6일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자, 홍 전 차장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날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서버 기록을 삭제한 건 아니다. 원격으로 개인 비화폰 기기 속 정보를 삭제한 것”이라며 “일반 휴대전화로 치면 초기화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화폰으로 통화할 때 남는 정보는 통화 시간, 상대방 등의 정보다. 통화 내용은 남지 않는다.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경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역시 경호처에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청장은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다음 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 언급했다.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6·3 조기 대선을 열흘 앞둔 주말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는 보수 성향 유튜버의 주최로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가 열렸다. 지지자 2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오후 1시부터 모여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검증하라’ ‘윤 어게인(Yoon Again)’ 등의 손팻말을 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윤 전 대통령이 이 무대에 설 때까지 집회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다가오는 윤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일에 다시 모여 응원하자”고 말했다. 26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5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은 오후 6시경 집회를 마친 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인 아크로비스타 방면으로 행진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이 전국주일연합예배를 열고 윤 전 대통령 지지를 이어갔다.같은 날 오후 3시부터는 서울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압도적 승리로 내란 세력 청산하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날 무대에 오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세력들을 이끌고 대선을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6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집회를 마친 후 신논현역까지 행진했다. 25일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길에서는 진보당 등이 ‘제1회 다시 만들 세계 포럼’을 개최하고 “내란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60점.’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차량 운전석 모형에 앉아 운행을 체험한 기자가 받아 든 성적표다. 운전 중 두 차례 3, 4초가량 눈을 감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한 결과다. 기자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자 전방 화면에 조는 얼굴 아이콘이 떴고, 스마트폰 사용 시엔 경고가 표시됐다. 기록 그래프에는 해당 시점이 정확히 반영됐다. 현장 관계자는 “운전대와 룸미러 위치에 설치된 센서가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감지하고 인공지능(AI)이 운행 집중도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과 LG전자 VS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운전자 요인 사고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 기반 ‘인캐빈 센싱(In Cabin Sensing)’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카메라 등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음주, 졸음, 스마트폰 사용 등 부주의 상태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기술이다. 인캐빈 센싱은 이 외에도 다양한 운행 위험 요소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탑승 직후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가 떴고, 핸들에서 손을 떼자 아이콘이 붉게 변했다. 얼굴을 찌푸리면 표정 인식으로 운행 스트레스 지수까지 측정된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해당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이미 생산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부터 일부 신규 모델에 운전자 부주의 경고기능(ADDW) 탑재를 의무화했다. 2026년 7월부터는 출고 차량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이현석 연구위원은 “1년에 150여 명이 고속도로 사고로 사망하는 가운데 이 중 70% 정도가 졸음 또는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라며 “부주의 감시 기술이 일상화되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2023년 경찰 단속에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13만 명이다. 그해 음주운전 사고로 159명이 숨졌고 2만628명이 다쳤다. 매년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음주운전 참사가 벌어진다. 이에 대응한 단속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연 2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사건 등에서 봤듯 일부 운전자들은 단속,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명 ‘술타기’ 등 꼼수를 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잡아내기 위한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취재팀이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가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 등 음주 측정 기술 개발 현장을 살펴봤다.》14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3층 화학과 음주감정실. 안에 있는 냉장고에는 혈액이 담긴 손가락 하나 크기의 용기 수십 개가 보였다. 화학과 직원들은 음주 감정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매달 100여 건의 혈중알코올농도 감정 의뢰가 접수된다. 의뢰서에는 혈액 주인의 인적사항, 음주 단속에 적발된 경위 등이 적혀 있다.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중 일부는 ‘술을 마신 게 아니라 구강청결제를 사용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혈액 검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조영훈 국과수 화학과 음주연구실장은 “박카스, 손세정제, 차량 트렁크에 있던 에탄올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운전자도 있었다”며 “실제로 알코올 성분이 든 액체 등을 마셔도 국과수가 보유한 다양한 검증 역량으로 술을 마신 건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사고, 한 해 사망자 159명2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019년 13만772건에서 2021년 11만5882건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 2023년 13만150건이었다. 2023년 관련 사망자는 159명, 부상자는 2만628명이다. 경찰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음주 측정 방식은 ‘호기(날숨) 측정’이다. 운전자가 이 결과에 불복하면 혈액 채취로 넘어간다. 일부 운전자는 측정받는 시간을 뒤로 미루려고 혈액 검사를 요구하는 ‘꼼수’를 쓰지만 효과가 없다. 알코올이 몸에 흡수돼 퍼지는 과정을 고려해 만든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하면 단속,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할 수 있다. 다만,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위드마크 공식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사건에서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했다. 김 씨가 캔맥주를 마시는 등 음주 사고를 낸 뒤 일부러 술을 더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해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일명 ‘술타기’를 했기 때문이다. 김경만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차장은 “이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해 올해 6월 4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돼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술이나 의약품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도주-꼼수 운전자 잡을 ‘한국형 위드마크’ 개발 국과수는 기존 위드마크 공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을 개발했다. 그전에 쓰던 위드마크 공식은 1930년대 스웨덴 생리학자가 만든 것이다. 이는 운전자의 성별, 키, 몸무게 등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숫자를 대입해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람마다 성별, 키, 몸무게, 나이가 다르고 몸속 수분량도 다르다. 수분량이 많을수록 알코올 분해 능력은 좋아지고 결과도 다르게 나온다. 국과수가 재정립한 위드마크 공식은 체내 수분량을 핵심 기준으로 놓고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였다. 알코올이 몸에 퍼지는 비율과 시간이 지나며 몸속에서 분해되는 정도 등의 기준은 더 엄격하게 적용했다. 조 실장은 “최신 연구 결과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를 반영한 공식”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지난달 새로운 위드마크 공식을 담은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지침서’를 일선 경찰 등에 배포하고 적용을 협의 중이다. 이 공식이 적용되면 김호중 사건처럼 음주운전 범행을 입증하지 못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국과수는 기대하고 있다.● 소변 이용하면 사흘 전 음주 여부 알 수 있어 통상 술을 마신 사람의 혈액에 있는 알코올은 최대 8시간까지 검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알고 음주 사고 현장에서 도주한 뒤 1, 2일 후 자수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국과수는 이 경우에도 혈액이 아닌 소변 속에 남아 있는 음주대사체를 검사해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이 몸에 들어오면 대부분은 간에서 해독되지만 일부는 대사 과정을 거쳐 다른 물질로 바뀌고 땀, 소변으로 배출된다.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에틸글루쿠로나이드와 에틸설페이드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국과수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음주운전 여부를 최대 72시간까지 감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약 사흘 가까이 도주했다가 붙잡힌 음주운전자도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과수가 2017년부터 연구한 음주대사체 측정 방식은 2018년부터 일선에 적용됐다. 이는 성범죄 등 다른 유형의 사건에서 사건 관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음주대사체 감정 건수는 2018년 0건에서 2019년 1686건, 2020년 2308건으로 늘었다. 최근 3년간 음주대사체 측정 건수 역시 연간 2000건을 상회한다. 조 실장은 “현재 상용화돼 있는 음주 감정 방식을 종합 활용하면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럼에도 국과수는 좀 더 정밀한 음주 감정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한국 A기업의 기밀 정보 61GB를 해킹했으니 즉각 연락하라.” 1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보안 전문 기업 안랩 전문가들과 살펴본 다크웹에 올라와 있는 글이었다. 게시된 날짜는 올해 2월. 해커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국내 A제조업체의 임직원 및 고객 정보, 재무 데이터, 보고서 등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금전을 요구했다. A4용지(200자 기준) 약 213만2100장 분량이다. 이날 다크웹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를 탈취했다는 해커들의 글, 실제 공개된 정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여권 사본-기업 내부 정보까지취재팀이 안랩 전문가들과 살펴본 10개의 다크웹 사이트에는 수백 건의 한국인 개인정보 거래 글이 있었다. 최근 5개월 기간을 설정해 ‘Korea(한국)’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관련 거래 글 120여 개가 나왔다. 각 게시물에는 적게는 수천 개, 많게는 수십만 개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다크웹에서는 금융 정보가 중점적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한 사이트에서는 한국인의 신용카드 정보가 1건당 15달러(약 2만 원)에 거래됐다. 카드 종류, 소지자 국적, 카드 회원 등급, 비밀번호가 모두 들어 있었다.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2000여 명의 정보도 유출돼 있었다. 판매자 이름, 포털 계정,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집 주소, 성별까지 나왔다. 안랩 관계자는 “이 정보들은 금융 계정 도용, 보험사기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한 정보를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 글도 여러 건 확인했다. 피해 기업 대부분은 정보 보안 투자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중견기업이었다. 한 거래 글은 ‘국내 모 콘텐츠 제작사의 미방송 드라마 대본을 해킹했다’고 공개했다. 피해 제작사는 2월경 해커로부터 협박을 받았으나 대가 지급에 응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에는 모 중소기업 내부망이 해킹당한 뒤, 해당 기업 회장의 여권 사본까지 공개됐다. 다크웹에 올라온 정보들은 텔레그램, 톡스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거래된다. 20일 취재팀은 텔레그램을 통해 한 해커에게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구하고 싶다’며 접촉했다. 그는 “B포털 아이디, 비밀번호,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성별이 집합된 데이터를 건당 1000원에 판매한다”며 “최소 주문량이 1000건이니, 100만 원을 비트코인으로 입금해 주면 데이터를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다. 취재팀이 접촉한 다른 판매자는 “각국 여권 스캔본을 7TB가량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인 여권 스캔본은 개당 1100달러(약 153만 원)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한국인 여권을 촬영한 샘플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여권은 해외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유일한 신분증명서로, 제3자가 정보를 습득할 시 위변조 및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이명수 안랩 A-FIRST팀 팀장은 “다크웹, 보안 메신저, 암호화폐가 정보 유출 범죄를 쉽게 하는 3개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정보, 최대 10배 웃돈 거래특히 한국인의 개인정보는 다크웹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다른 국가의 개인정보에 비해 3∼10배에 이르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온라인 결제 등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인터넷 뱅킹, 본인인증 서비스 등이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해커 등 공격자 입장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랩 관계자는 “다크웹에서 미국인의 개인정보는 건당 10∼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한국인의 경우 30∼100달러에 거래된다”고 설명했다.매년 국내 해킹 범죄 피해 건수는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디도스 공격, 악성코드 유포 등 범죄 건수는 2022년 3494건, 2023년 4223건, 지난해 4526건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중 상당수는 개인 및 기업 정보 탈취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보안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형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해킹 피해 후 대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전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업은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리스크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안 기술이 비교적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특성상 한 곳이 뚫리면 공공 위기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기술적·경제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성 안랩 A-FIRST팀 수석연구원은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의 정보 유통 경로를 정부나 기업이 모니터링해 정보 유출 및 불법 거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인 직원 보안 교육 등의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쇼핑몰 판매자 주민번호 등 2000건해킹에 유출된 정보 인터넷 암시장에“中企 내부망 접속, 556만원에 판매”15일 경기 성남시의 정보 보안 전문업체 ‘안랩’ 본사. 안랩 보안 전문가들은 모니터를 가리키며 동아일보 취재팀에 “이게 바로 다크웹(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음성적 웹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는 해킹으로 유출된 한국인 개인정보가 무궁무진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올라온 정보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개인정보는 ‘웃돈’까지 붙어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등 개인정보도 2000여 건이나 있었다. 개인 신용카드 정보는 건당 15달러(약 2만 원)로 가격이 매겨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활용도가 높은 한국인의 경우 개인정보를 알아내면 쓸 수 있는 곳이 많아 가격이 3∼10배에 이르는 ‘프리미엄’까지 붙었다”고 했다. SK텔레콤(SKT) 해킹으로 2695만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이 정보들이 어디에 어떻게 거래 및 악용될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취재팀이 안랩과 살펴본 결과 다크웹에선 이런 정보들이 활발하게 거래 중이었다. 다크웹에는 국내 기업의 기밀 정보도 있었다. 한 해커는 “한국의 한 중소기업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VPN 정보”라며 4000달러(약 556만 원)에 판다고 광고 중이었다. 사실이라면 기업 내부의 재무자료, 연구개발(R&D), 인사 등의 자료를 모두 볼 수 있는 셈이다. 기업 내부망을 해킹해 정보를 빼낸 뒤 “정보 유출을 막으려면 돈을 내라”는 협박 글도 보였다. 이런 협박에 응하지 않아 결국 다크웹에 공개된 기업 기밀 정보들도 보였다. 국내 정보 보안 전문업체 ‘스텔스모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월 기준 다크웹에 유출된 전 세계 개인정보는 약 900억 건이다. 한국인 관련 정보는 4억6000만 건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의 사용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이 같은 불법 개인정보 유출 범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석 안랩 제품기획본부 부장은 “다크웹에 올라온 유출 정보는 해킹 피해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해커들은 이 정보들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더 내밀한 영역으로 파고들어 결국에는 기업 전체, 개인의 삶 전체를 망가뜨린다”고 지적했다.[단독]韓 신용카드 정보 건당 2만원에 거래… 기업 해킹후 돈 요구도[한국인 개인정보 넘쳐나는 다크웹] ‘다크웹 사이트’ 들여다보니이름-주민번호 등 민감정보 유출에… 여권 스캔본은 개당 153만원 팔려금융 계정 도용-여권 위변조 우려“사전방어가 중요… 中企 등 지원을”“한국 A기업의 기밀 정보 61GB를 해킹했으니 즉각 연락하라.” 1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보안 전문 기업 안랩 전문가들과 살펴본 다크웹에 올라와 있는 글이었다. 게시된 날짜는 올해 2월. 해커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국내 A제조업체의 임직원 및 고객 정보, 재무 데이터, 보고서 등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금전을 요구했다. A4용지(200자 기준) 약 213만2100장 분량이다. 이날 다크웹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를 탈취했다는 해커들의 글, 실제 공개된 정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여권 사본-기업 내부 정보까지취재팀이 안랩 전문가들과 살펴본 10개의 다크웹 사이트에는 수백 건의 한국인 개인정보 거래 글이 있었다. 최근 5개월 기간을 설정해 ‘Korea(한국)’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관련 거래 글 120여 개가 나왔다. 각 게시물에는 적게는 수천 개, 많게는 수십만 개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다크웹에서는 금융 정보가 중점적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한 사이트에서는 한국인의 신용카드 정보가 1건당 15달러(약 2만 원)에 거래됐다. 카드 종류, 소지자 국적, 카드 회원 등급, 비밀번호가 모두 들어 있었다.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2000여 명의 정보도 유출돼 있었다. 판매자 이름, 포털 계정,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집 주소, 성별까지 나왔다. 안랩 관계자는 “이 정보들은 금융 계정 도용, 보험사기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한 정보를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 글도 여러 건 확인했다. 피해 기업 대부분은 정보 보안 투자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중견기업이었다. 한 거래 글은 ‘국내 모 콘텐츠 제작사의 미방송 드라마 대본을 해킹했다’고 공개했다. 피해 제작사는 2월경 해커로부터 협박을 받았으나 대가 지급에 응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에는 모 중소기업 내부망이 해킹당한 뒤, 해당 기업 회장의 여권 사본까지 공개됐다. 다크웹에 올라온 정보들은 텔레그램, 톡스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거래된다. 20일 취재팀은 텔레그램을 통해 한 해커에게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구하고 싶다’며 접촉했다. 그는 “B포털 아이디, 비밀번호,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성별이 집합된 데이터를 건당 1000원에 판매한다”며 “최소 주문량이 1000건이니, 100만 원을 비트코인으로 입금해 주면 데이터를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다. 취재팀이 접촉한 다른 판매자는 “각국 여권 스캔본을 7TB가량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인 여권 스캔본은 개당 1100달러(약 153만 원)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한국인 여권을 촬영한 샘플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여권은 해외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유일한 신분증명서로, 제3자가 정보를 습득할 시 위변조 및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이명수 안랩 A-FIRST팀 팀장은 “다크웹, 보안 메신저, 암호화폐가 정보 유출 범죄를 쉽게 하는 3개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정보, 최대 10배 웃돈 거래특히 한국인의 개인정보는 다크웹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다른 국가의 개인정보에 비해 3∼10배에 이르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온라인 결제 등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인터넷 뱅킹, 본인인증 서비스 등이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해커 등 공격자 입장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랩 관계자는 “다크웹에서 미국인의 개인정보는 건당 10∼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한국인의 경우 30∼100달러에 거래된다”고 설명했다.매년 국내 해킹 범죄 피해 건수는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디도스 공격, 악성코드 유포 등 범죄 건수는 2022년 3494건, 2023년 4223건, 지난해 4526건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중 상당수는 개인 및 기업 정보 탈취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보안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형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해킹 피해 후 대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전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업은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리스크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안 기술이 비교적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특성상 한 곳이 뚫리면 공공 위기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기술적·경제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성 안랩 A-FIRST팀 수석연구원은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의 정보 유통 경로를 정부나 기업이 모니터링해 정보 유출 및 불법 거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인 직원 보안 교육 등의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