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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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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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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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수소는 얼마나 깨끗한가…미국 ‘수소허브’ 둘러싼 논쟁[딥다이브]

    수소경제 시대가 다가온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수소는 화석연료나 태양광·풍력과 달리 특정 지역에 편중돼있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그만큼 수소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한데요. 얼마 전 미국이 이를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총 70억 달러 예산을 투입할 7개 ‘수소허브’ 프로젝트를 선정한 겁니다.중국·유럽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던 미국이 본격적으로 수소산업 키우기에 뛰어들었는데요. 하지만 미국에서 수소는 여전히 논란의 청정에너지원입니다. ‘기후 기술의 성배’라는 찬사와 ‘돈 낭비’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죠. 오늘은 청정수소와 수소허브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수소가 왜 꼭 필요한가13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7개의 수소허브 선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받은 79개 제안서 중 심사를 거쳐 최종 7곳이 낙점받은 건데요. 7개 프로젝트에 총 70억 달러(약 9조5000억원)의 연방정부 예산을 투입할 계획입니다.수소허브에 대한 민간 투자는 약 400억 달러에 달할 거라고 하죠(미국 에너지부 추정). 최종적으로 수소허브에서 300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게 목표인데요. 미국이 세운 2030년 수소 생산 목표량(1000만t)의 30%에 해당합니다.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서 수소 생산 인프라 건설에 나서는 건데요. 이미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수소에 생산보조금(㎏당 최대 3달러)을 준다는 계획도 세웠거든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엄청난 투자를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소 없인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탄소배출 없는 친환경 에너지로는 풍력과 태양광이 있죠. 하지만 이런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분야가 있습니다. 주로 아주 높은 열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죠. 철강이나 비철금속, 유리나 세라믹 제조처럼요.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이런 제조업에서 석탄(코크스)이나 천연가스를 대신할 연료가 필요한데, 그 대안이 바로 수소입니다.바이든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수소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강철이나 알루미늄을 제조하려면 화씨 1000도 이상 온도에서 가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료를 태워야 하죠. 풍력이나 태양광으로는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수소가 들어오는 곳입니다.”또 다른 분야는 항공입니다. 비행기에 커다란 리튬이온배터리를 달면 되지 않냐고요? 하지만 배터리로는 소형 기체(최대 50명)의 단거리 운항(최대 1000마일)만 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100% 전기화는 불가능하죠. 따라서 장거리 운항을 위해서는 지금의 항공유를 대신할 연료가 필요한데요. 이 역시 수소가 대안입니다. 지난해 롤스로이스와 이지젯이 이미 수소 구동 항공기엔진 가동 시험에 성공한 적 있죠.문제는 이런 여러 분야에서 수소 에너지가 필수인 건 맞는데, 그리로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물론 돈입니다.‘수소샷’의 원대한 포부‘문샷(Moonshot)’이란 말 들어보셨죠. 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발표한 달 탐사선 계획을 뜻하는데요.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인 발상의 대명사로 쓰이죠. 이 문샷을 본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수소샷(Hydrogen shot)’이란 걸 주창했습니다. 2021년 미국 에너지부가 밝힌 계획인데요. 10년 안에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지금보다 80% 낮은 1㎏당 1달러로 낮추겠다는 내용입니다.이게 왜 혁신적 발상인지를 살펴보기 전에. 수소의 종류부터 살펴볼까요. 수소는 지구 어디에나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이지만, 그냥 얻을 순 없고 만들어 내야 하죠. 그 생산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아마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그레이수소는 지금 대부분 수소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죠. 천연가스의 개질(reforming)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데요. 천연가스 역시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수소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탄소포집장치’를 이용해 이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땅에 묻는 경우는 ‘블루수소’로 분류되죠. 탄소배출이 제로까진 아니지만,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그레이수소보다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그린수소는 그레이수소나 블루수소와는 달리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아예 없습니다. 전해조(전기로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해하는 장비)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데요. 이때 전기는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공급합니다. 참고로 전해조를 이용하되, 풍력·태양광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을 쓰면 ‘핑크수소’라고 별도로 분류합니다.생산비용은 그레이수소<블루수소<그린수소입니다. 블룸버그NEF의 분석에 따르면 그레이수소는 ㎏당 0.98~2.93달러, 블루수소는 1.8~4.7달러, 그린수소는 4.5~12달러이죠. 미국의 ‘수소샷’ 구상은 이렇게 비싼 청정수소의 생산단가를 그레이수소 수준으로 드라마틱하게 낮추겠다는 겁니다. 수소허브 프로젝트도, 수소생산 보조금 지급도 모두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투자인 겁니다.청정수소는 얼마나 깨끗한가이쯤에서 아마 눈치채셨을 텐데요. 왜 미국 정부는 ‘그린수소’가 아니라 ‘청정(Clean) 수소’ 허브를 건설한다고 밝혔을까요. 그린수소가 아닌 수소산업까지 키우겠다는 뜻입니다. 블루수소와 핑크수소까지 청정수소라고 보고 지원하는 거죠.이번에 선정된 7개 수소허브 프로젝트 중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린수소에 집중하는 건 2곳뿐입니다(캘리포니아, 퍼시픽 노스웨스트). 나머지는 천연가스와 탄소포집기술을 이용한 블루수소, 또는 원자력 발전을 통한 핑크수소를 생산하죠.바로 이 점 때문에 수소허브를 둘러싼 논쟁이 거셉니다. ‘과연 청정수소는 정말 깨끗한가’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건데요.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야당(공화당) 쪽이 아닙니다(오히려 공화당 일부 의원은 수소허브 대환영). 주로 환경단체이죠.미국 최대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회장 벤 질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화석연료 산업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수소는 거대 석유·가스 회사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진출로를 제공합니다.” 한마디로 정부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 거죠.실제 엑슨모빌과 셰브론이 참여하는 걸프만 연안 수소허브, 천연가스 업체 EQT와 제휴한 애팔래치아 수소허브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들 기업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모아서 땅에 묻는 ‘탄소포집기술’을 쓸 텐데요. 문제는 이 탄소포집기술이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겁니다. 지난달 미국의 비영리단체 에너지경제금융분석 연구소는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냈죠. ‘블루수소:깨끗하지 않고, 저탄소도 아니며, 솔루션도 아니다’. 흔히 블루수소 생산과정에 쓰이는 메탄 중 단 1%만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99%는 땅에 묻음)고 주장하지만, 과학적 분석에서 확인되는 양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블루수소는 더러운 대안”이란 주장입니다. 이 보고서 작성자인 데이비드 슈리셀 연구원은 “정부의 블루수소 지원이 돈 낭비, 시간 낭비가 될 것이 걱정”이라고 말합니다.원자력을 쓰는 핑크수소도 환경단체의 환영을 받진 못합니다. 중부대서양 수소허브는 델라웨어주의 원자력 발전소에 의존하게 될 텐데요. 델라웨어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마야 반로스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수소허브 프로젝트는) 앞으로 몇 년 내 폐쇄될 예정의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걸 뜻한다”고 우려했죠.청정수소냐, 그린워싱이냐…논쟁은 진행형결국 ‘어디까지를 깨끗한 수소로 보고 정부가 지원해야 하느냐’라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이 논쟁은 더 거세질 겁니다. 수소허브 프로젝트 선정은 일단 끝났지만, 아직 큰 게 남았기 때문인데요. 바로 ‘수소 생산세’를 어디에 얼마나 공제해주느냐는 겁니다.아까 미국 정부가 IRA법에 따라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당 최대 3달러)을 줄 거라고 설명드렸는데요. 당연히 청정수소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보조금 액수는 달라지겠죠. 지금 미국 재무부가 그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중입니다. 아마 올해 말쯤에 기준이 나올 텐데요. 여러 기업들이 화석연료를 쓴 전기를 이용해 만든 수소도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 엄격한 기준을 부과하면 태동 단계인 수소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의 논리이죠.반면 환경단체들은 규정을 느슨하게 하면 되레 반환경적 결과를 초래할 거라 우려합니다. 지난 2월 환경단체들은 공동으로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탄소의) 순배출량 증가를 초래하는 수소프로젝트에 10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죠. 수소허브보다 훨씬 더 큰 예산이 걸린 이슈입니다.‘수소경제로 가자’는 큰 틀엔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어떻게 갈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우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중요한 논의가 아닐 수 없는데요. 한국도 2024년부터 ‘청정수소 인증제’를 시행한다고 하죠. 청정수소이냐,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냐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에서도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1960년대에 사람을 달에 보낸다던 ‘문샷’ 구상이 성공했듯이(1969년 아폴로 11호 달착륙), 미국의 ‘수소샷’ 구상도 보란 듯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여서 아마도 달성 가능할 거란 긍정적 전망이 힘을 얻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수소경제가 현실이 될 것만 같은데요. 그리로 나아가는 길에 있을 수많은 논쟁이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합의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이 13일 7개의 수소허브 건설 지역과 규모를 확정했습니다. 연방 예산 70억 달러를 투입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10년 뒤 청정수소 1㎏의 생산비용을 1달러로 낮춘다는 ‘수소샷’ 구상의 일환입니다. 탄소배출 없는 그린수소 원가를 80% 낮춰 천연가스로 만드는 그레이수소만큼 경쟁력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수소경제로 가기 위한 큰 진전이지만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회의적입니다. 무탄소가 아닌 블루수소, 원자력을 이용한 핑크수소까지 청정수소로 보고 지원하기 때문입니다.-과연 얼마나 깨끗해야 청정수소로 볼 수 있을까요. 미국 정부의 ‘수소생산세’ 공제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거셉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가 앞으로 활발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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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적시즌 기대감 커진다… 뉴욕증시 일제히 상승[딥다이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 속에 주가는 오르고 유가는 하락했습니다. 3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한 뉴욕증시는 16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93%, S&P500 +1.06%, 나스닥 +1.20%. 전통적인 피난처로 여겨지는 금, 미국 달러, 국채 가격은 이날 모두 하락했습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0.08%포인트 오른 4.71%로 마감했죠. 지난주 금요일 급등했던 국제유가도 이날 다시 하락했습니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03달러(1.2%) 하락한 배럴당 86.66달러에 거래를 마쳤죠. 뉴욕증시는 중동 분쟁의 확대를 걱정하기보다는 3분기 기업 실적에 주목했습니다. 앞서 지난주 금요일 JP모건, 웰스파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호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날 실적을 발표한 찰스슈왑 역시 예금감소세가 줄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4.66% 뛰었습니다. 초반 성적표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이번 실적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인데요.CFRA리서치의 투자전략가 샘 스토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 군사적 충격이 국지적이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시장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며 “3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초과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라고 마켓워치에 말합니다. 이번 주엔 대형은행(17일 BOA, 골드만삭스, BNY멜론)과 빅테크(18일 넷플릭스, 테슬라)의 실적발표가 예정돼있습니다.한편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실시한 분기 조사 결과인데요. 경제학자 설문조사에서 내년 경기침체 확률이 48%로 이전(7월 54%)보다 낮아졌다고 합니다. 침체 확률이 50%선 밑으로 떨어진 게 지난해 중순 이후 처음이라는군요.또 경제학자들의 약 60%는 ‘연준이 이미 금리 인상을 마쳤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시점은 내년 2분기가 될 거란 응답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종합적으로 볼 때 이러한 예측은 연준이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사한다”고 분석합니다. 모처럼 긍정적인 전망으로 가득한 날이로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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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기 전에 얼리자? 난자동결은 보험일까 복권일까[딥다이브]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아이를 갖고 싶을 수 있으니 일단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난자를 얼려놓자.’ 이런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이 빠르게 늘고 있죠. 전 세계적으로 난자동결 시술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난자동결은 여성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종의 보험일까요. 아니면 자칫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는 비싼 복권일까요. 엇갈리는 연구 결과와 통계들이 나오는데요. 마침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의 연구와도 맞물린 주제, 난자동결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난자동결의 전 세계적 인기난자동결은 말 그대로 난자를 꺼내 냉동 보관하는 겁니다. 나중에 이를 다시 해동해 시험관 시술에 써서 임신하기 위해서죠.생소한 분들을 위해 과정을 좀 자세히 설명해볼까요. 난자동결 시술 과정엔 총 2주 정도가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호르몬주사를 하루 한 번 배에 찔러넣어 난소를 자극하죠. 난자가 평소(1달에 1개가 성숙돼 배란)보다 더 많이(보통 7~14개)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배란되기 직전 시점을 골라 난자를 채취합니다. 질을 통해 넣은 주삿바늘로 난소를 십여 차례 찔러가면서 말이죠. 꽤 아프기 때문에 보통 수면마취를 합니다. 채취 당일은 쉬어야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아마도 일상생활에 지장 없을 겁니다. 1회 시술 비용은 한국이라면 200만~500만원, 미국은 5000~1만 달러 수준입니다.어떤가요. 간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 싶으신가요. 아시다시피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이 떨어져 임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젊을 때 난자를 냉동시키는 건 ‘생식력 보존’을 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통계로 보면 필요한 시간과 돈,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증가세가 놀라운 수준인데요. 미국의 경우 4년 만에 73% 늘었고요(2016년 7193명→2020년 1만2438명). 영국은 최근 2년 만에 64%나 증가했습니다(2019년 2576건→2021년 4215건).그럼 한국은? 얼마 전 차병원그룹이 통계를 공개했는데요. 2020년 574건이던 난자동결 시술 건수가 지난해엔 1004건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2년 증가율 75%). 얼리면 마음 편하다?난자동결이 왜 이렇게까지 급증하는지를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일단 결혼이 점점 늦어진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고요. 코로나 영향도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데이트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이러다가 당분간 짝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난자동결을 결심한 사람이 늘어난 거죠. 또 다른 유력한 원인은 이겁니다. 마케팅. 사실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흔하진 않을지 모르겠는데요. 미국에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SNS에서 불임클리닉의 난자동결 시술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물론 미혼 여성만 타깃으로 광고를 띄움). 주로 인플루언서가 직접 나와 자신의 시술 경험을 공유하는 식이죠. 마치 치아미백이나 피부미용 시술 사례를 홍보하는 것과 비슷한데요.불임클리닉이 이런 광고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난자를 얼리면 임신능력 저하에 대한 걱정을 잊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거죠. 자신의 커리어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영영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여성의 마음(또는 본능)을 꿰뚫어 본 겁니다.1980년대 이후 난자동결을 포함한 보조생식술이 여성 근로자의 삶을 놀랍도록 변화시킨 건 사실입니다. 이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의 주요 연구업적 중 하나인데요. 지난 100년의 미국 대졸 여성을 세대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보조생식술의 등장으로 일과 아이, 둘 다 가진 고학력 여성이 전보다 늘어나게 됐다는 내용입니다.좀 더 설명하자면, 197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피임약이라는 혁명을 맞이합니다. 덕분에 경력 단절 없이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 수 있게 됐죠. 혼전임신이 확 줄면서 결혼 자체를 미룰 수 있었으니까요. 대신 이들이 잃은 게 있습니다. 결혼이 늦다 보니 출산 시기를 아예 놓쳐버린 겁니다. 이 때문에 이 세대의 고학력 여성 중엔 아이가 없는 비율이 크게 늘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일 때문에 아이를 포기한 셈이죠. 이와 달리 1980년대 이후 미국 대졸 여성은 좀 늦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등장 덕분이죠. 이제 고학력 여성들은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특히 석박사 학위가 있는 여성 중 자녀가 있는 비율은 바로 이전 세대보다 크게 늘었죠.그렇다면 역시 난자동결은 불임클리닉 광고대로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희망의 기술인 걸까요. 글쎄요. 그렇게 결론이 단순하진 않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의 세계가 워낙 복잡 미묘하기 때문이죠.그래서 출산 성공률은 얼마?난자동결의 최종 목표는 성공적인 출산입니다. 그럼 얼렸던 난자를 해동해 시험관시술을 했을 때 출산까지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잘 모릅니다. 통계마다 수치가 워낙 제각각이기 때문인데요. 일단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에 따르면 얼렸던 난자를 이용한 여성의 이용한 정상 출산율은 18%입니다. 일반적인 시험관시술 성공률(26%)보다 훨씬 낮은, 실망스런 수치인데요.미국 뉴욕대 난임센터 연구 결과는 이보다는 희망적입니다. 냉동된 난자에서 정상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39%로 나타났는데요. 만약 난자동결 시술을 받을 때 나이가 만 38세 미만이라면 성공률이 51%로 높아집니다. 특히 38세 미만이면서 난자를 20개 이상 해동했다면 출산 성공 비율이 70%라고 합니다. 동결 시점의 나이와 얼마나 많은 난자를 얼렸느냐(보통 시술 횟수와 비례)가 중요한 겁니다.다시 말해 난자동결은 임신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흔히 생각하듯 든든한 ‘보험’은 아닐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비싼 복권(꽝 나올 확률 높음)’이 될 수 있는 거죠. 미국 생식의학회 회장인 마르셀 시더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성들이 난자동결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입니다. 임신율은 많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지 않아요. 저는 항상 환자들에게 ‘냉동실엔 아기가 없어요’라고 말해줘요.”그럼 성공확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더 일찍, 20대 초반에 난자를 얼려야 하냐고요? 그건 전문가들이 권하지 않습니다. 자연임신을 할 수 있는 기간과 기회가 많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이죠. 비싼 복권을 사놓고 아예 평생 긁지도 않게 될 수 있는 겁니다. 참고로 동결한 난자는 매년 일정금액(미국은 500~1000달러, 한국은 20만~30만원)의 보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시술을 일찍 하면 그만큼 비용도 더 듭니다.부작용 위험도 고려해야 합니다. 호르몬주사의 드물지만 아주 치명적인 부작용이 난소과자극증후군인데요. 몸이 붓고 복수가 차고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죠. 나이가 어리면 이 부작용 발생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난자동결 지원을 둘러싼 논쟁현실적으로 난자동결을 할까 말까 망설이게 만드는 건 이런 의학적 이유보다는 비용입니다. 특히 미국의 비싼 병원은 시술 한 번에 1만5000달러, 5년 보관료까지 하면 2만 달러(약 2600만원)가 들어서 웬만해선 엄두가 안 나는데요. 바로 이 점 때문에 난자동결 비용 지원을 약속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2014년 애플과 페이스북(현 메타)이 난자동결 지원을 직원 혜택으로 내걸어서 크게 화제가 됐죠. 지금은 구글·넷플릭스·우버 등 IT기업뿐 아니라 블랙록 같은 대형 투자회사, 쿨리 같은 로펌에서도 난자동결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합니다. 머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대기업(임직원 수 2만명 이상) 중 19%가 난자동결을 직원 혜택 패키지에 포함시켰습니다. 2015년 6%에서 크게 늘었는데요. 경쟁력 있는 여성 인재를 확보·유지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지난해부터 난자동결 시술비용을 최대 200만원 지원해주고 있더군요.그런데 직원들에게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은 이 혜택을 두고 미국과 유럽에선 많은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이 혜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거냐는 의심-‘이거 출산이 아니라 혹시 ‘출산 연기’를 장려하고 있는 거 아니야?’-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을 회사에 바치기 위해 출산을 미루라는 무언의 압박이 될 거란 우려였죠. 뉴욕대 경영대학원 리사 레슬리 교수가 올해 발표한 논문 ‘진보인가요 아니면 압박인가요? 난자동결 지원과 다른 직장생활 정책의 신호효과’에서도 이런 부정적 인식이 드러납니다. 연구 결과 회사의 난자동결 지원 혜택이 다른 출산장려책(시험관시술 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유급 육아휴직제도, 유연근무제)보다 유독 직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불러일으켰다는데요. 난자동결을 회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는 게 ‘업무가 우선이고 개인생활을 좀 희생할 수 있다(일을 위해 출산을 미뤄라)’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는 결론입니다.솔직히 뭐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필요가 있나 싶은데요. 또 다른 미국의 연구(2020년)에서는 회사로부터 난자동결 지원을 받은 직원들을 인터뷰해보니, 출산을 미뤄야 한다는 압력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 일색이었거든요. 지원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것 아닐까요.하지만 이 점은 지적해야겠습니다. 난자동결을 지원해 주는 건 일-가정 균형 문제 해결과는 별개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뒤로 미뤄둘 뿐이죠.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자동결 비용을 최대 200만원 지원해주기 시작했는데요. 부담을 덜어주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과연 ‘얼려놓은 난자를 녹여서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다시 골딘 교수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가 볼게요. 보조생식술 덕분에 ‘커리어와 아이’를 모두 손에 넣은 미국 대졸 여성들. 그럼 그들은 일-가정 균형 면에서 성공한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최근 30년 동안 남성 대졸자와의 소득 격차가 거의 줄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과 아이를 모두 얻은 고학력 여성들이 출산 이후 육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좀 더 유연한 일자리(칼퇴근 가능한 업무나 파트타임 같은)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 결론입니다. 난자동결과 시험관시술로 아이를 늦게 갖는 건 가능해졌지만, 육아로 인해 여성이 커리어 일부를 포기하는 건 여전하단 겁니다.그럼 해법은? 골딘 교수는 일자리 구조의 변화,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 그리고 특히 남성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남성들이 직장에서 맹렬하게 달려드는 것을 줄이고, 다른 남성 동료들이 육아휴직 갈 때 지원해주고, 아동 돌봄을 보조하는 정책에 투표하고, 가정이 일보다 더 가치 있다는 점을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동의하시나요? 이상적이지만 참 갈 길이 멀겠다 싶은데요. 합계 출산율 0.76명(상반기 기준)의 한국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까 합니다. By.딥다이브제가 난자동결 시술을 처음 취재했던 게 2007년. 당시 차병원에 난자를 동결해둔 미혼여성은 딱 2명뿐이었습니다. 한명은 항암치료를 앞둔 암환자, 다른 한명은 한국의 난자동결 비용이 미국보다 훨씬 싸다는 걸 알고 찾아온 미국 교포였죠. ‘건강에 문제 없지만 언젠가 출산을 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난자를 얼리는 미혼여성은 그때만 해도 뉴욕타임스 기사에나 나오는 사례였는데요. 지금은 한국에서도 연 1000명이 넘게 시술을 한다니,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생식력 보존을 위해 난자를 얼리는 시술을 하는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만혼 추세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었죠.-불임클리닉의 마케팅도 영향을 끼칩니다. 잠시 임신 따위는 잊고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는 ‘보험’ 정도로 받아들이는 추세이죠. 실제 난자동결을 포함한 보조생식술은 미국 대졸 여성이 직업을 유지하며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곤란합니다. 영국에선 동결된 난자를 이용해 정상 출산을 하는 확률이 18%라는 통계가 있죠. 자칫 ‘보험’이 아니라 ‘비싼 복권’이 될지도 모릅니다.-미국이나 영국에선 난자동결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출산을 미루라는 압박’이란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정말 출산을 장려하려면 ‘어떻게 하면 얼린 난자를 녹이고 싶게 만들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둬야 하겠습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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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에 맞선 美 장기채 ETF 투자자, 올해 100억 달러 잃었다[딥다이브]

    예상을 살짝 웃돈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뉴욕증시를 끌어내렸습니다. 12일(현지시간) 3대 주요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1%, S&P500 –0.62%, 나스닥지수 –0.63%. 이날 개장 전 나온 9월 CPI는 전달보다 0.4%, 전년 대비로 3.7% 상승했습니다. 시장 전망치를 0.1%포인트 상회한 수치인데요. 다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1%로 8월(4.3%)보다 둔화됐습니다. 9월 CPI가 기준금리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립니다. 한쪽에선 물가와의 전쟁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자산관리업체 글렌메데의 제이슨 프라이드 투자전략 책임자는 “CPI 보고서엔 연준이 인플레이션 요정을 다시 병 속에 집어넣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내용이 거의 없다”면서 “연준이 여전히 한번 더 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반대로 이제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신호로 보는 쪽도 있습니다.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이코노미스트 매트 부시는 “우리는 더 이상의 (금리)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연준)은 11월 1일 회의에서 하이킹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거고, 4분기 내내 경제가 둔화되고 노동시장이 약해지는 조짐을 보게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시장 반응을 종합하자면 11월 1일 열릴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거란 기대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연준이 곧 금리 인하로 돌아설 거란 확신은 다소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7%선, 30년물 금리는 4.86%로 올랐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다시 5%대로 뛰었고요. 한국에서도 많이 투자한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국채 ETF(티커 TLT)’ 가격이 2.71%나 급락하며 충격을 받았는데요. 블룸버그는 이날 기사에서 “일년 내내 세계 최대의 국채 ETF(TLT)에 기록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약 1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들어 TLT에 들어온 투자금액은 무려 176억 달러라는데요. 금리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금리하락(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쿠나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TLT는 연준과 맞서 싸우는 후예입니다. 연준이 경제를 무너뜨리고 금리를 낮추게 될 거라고 장담하죠. TLT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이지 할머니가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가정 때문에 여전히 장기 국채에 대한 낙관론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합니다. 주식시장의 약세를 상쇄하는 헤지수단이 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라는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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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기 ‘심장’ 개발 나선 한국… “20년간 부가가치 최소 9조” [딥다이브]

    한 대를 팔면 중형차 1000대 수출을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낸다는 전투기. 하지만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 수십 년 동안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이 독점해 오던 항공엔진 분야에 중국이 가세한 상황. 최근 인도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를 뒤쫓기 시작했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양산을 눈앞에 둔 한국은 이제 전투기 엔진 국산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전투기 심장 얻은 중국·인도 올 6월 미국과 인도의 정상회담 직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F414 전투기 엔진을 인도에서 공동 생산하고 핵심 기술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항공엔진 기술 이전을 철저히 막아온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이례적으로 인도의 손을 잡은 것이다. 20년 넘는 도전 끝에 2013년 항공엔진 자체 개발을 포기했던 인도는 단숨에 최신 기술을 얻게 됐다. 이에 중국은 개발 중인 신형 엔진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며 응수했다. 중국이 자랑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이 신형 ‘WS-15’ 엔진을 장착한 채 시험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중국 언론은 ‘중국 전투기가 드디어 중국 심장을 얻었다’며 환호했다. 중국은 2001년 ‘WS-10’ 엔진을 개발했지만, 성능 미달로 인해 최신형 전투기 J-20엔 러시아산 엔진을 수입해 써왔다. 현재 개발 중인 WS-15 엔진의 경우, 성능이 미 공군 F22 전투기에 장착된 프랫 앤드 휘트니(P&W) F119 엔진과 맞먹는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2000년 전후에 신형 엔진 개발을 시작한 중국은 그동안 최소 9000억 위안(약 164조 원)을 투입했다. 다만 아직 시험비행 단계로,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은 ‘2037년 개발’ 로드맵 전투기 엔진 기술은 이제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이 내년이면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KF-21 마케팅에 나섰다. KF-21을 수출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KF-21의 엔진은 미국산이다. GE의 F414 엔진의 설계 도면과 핵심 부품을 받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에서 면허생산 방식으로 조립해 만든다. 따라서 KF-21을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이 거부하면 수출이 불가능하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고도 독일의 엔진 수출 금지 때문에 수출이 무산됐던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항공엔진 국산화를 위해 정부도 나서기 시작했다. 방위사업청은 6월 발간한 ‘2023-2037 국방기술기획서’에서 항공기용 대형 터보팬 엔진 개발의 로드맵을 담았다. 유·무인 전투기에 쓸 수 있는 추력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을 2037년 정도까지 자체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 단계는 아니다. 내년 중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예산이 편성돼야 본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항공엔진 개발 역량은 있나 항공엔진은 모든 엔진 중 개발 난도가 가장 높다. 엔진이 내뿜는 1500도 넘는 고온을 견디는 소재 기술부터 난관이다. 수천, 수만 시간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비행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180개 항목의 감항인증 통과도 필수다. 고장 나도 추락하진 않는 자동차 엔진이나, 한 번 쏘면 끝인 로켓 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달 탐사선도 만든 중국과 인도가 항공엔진 개발에선 고전해 온 이유다. 하지만 조형희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장(기계공학부 교수)은 “한국의 개발 역량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국 기업의 설계도면을 받아 오긴 했지만 항공엔진 면허생산의 오랜 경험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은 기존 엔진을 뜯어보는 ‘역설계’부터 하다 보니 실패를 거듭했지만, 우리는 조립기술이 있으니 더 높은 단계에서 시작한다”며 “부품 협력업체가 이미 상당 부분 구축돼 있다는 것도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연구센터장 역시 “지난 40여 년간 1만 대에 육박하는 다양한 항공엔진을 생산하며 종합적인 개발 역량을 키워 왔다”며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협력사 없이 독자적으로 전투기급 엔진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3∼14년, 소요 예산은 총 5조 원 정도로 예상된다. 엄청난 비용이지만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항공엔진 개발 이후 20년 동안 올릴 부가가치를 최소 9조4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항공엔진 시장 점유율 1%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만약 전투기급 엔진을 개발해 신뢰성을 확보한다면, 이를 민항기용 엔진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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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금리는 700년 동안 하락해왔다. 그럼 앞으로는?[딥다이브]

    금융시장 관심이 온통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까’에 쏠려있습니다. ‘이제 고금리가 뉴노멀(New normal)’이란 기사도, “금리 7%대 시대가 온다”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의 경고도 부쩍 자주 보이는데요.4.8%를 넘어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말까지 얼마나 더 오를 것인가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거리인 상황. 그래서 오늘 금리 방향에 대한 이야기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궁금한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의 전망이 주제가 아닙니다. 좀 많이 오랜 기간, 즉 지난 700여 년에 걸친 채권금리의 역사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0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711년에 걸친 실질금리 하락채권금리는 1311년부터 꾸준히 하락해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규칙적으로.오늘 소개해드리려는 논문 ‘장기채 실질금리의 장기 추세(Long run trends in long maturity real rates)’의 결론입니다. 지난해 첫 발간 뒤 개정을 거쳐 올해 7월 다시 나온 따끈한 논문인데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바바라 로시 바르셀로나경제대학 교수, 폴 슈멜징 보스턴대학 교수의 공저입니다.무려 1311년부터 2022년까지 711년 동안 선진국 8개국(미국·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프랑스·독일·스페인·일본)의 장기채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조사해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율)를 알아봤더니 완만한, 하지만 뚜렷한 하락추세에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평균 0.017%포인트, 그러니까 100년에 1.7%포인트씩 하락하는 기울기를 보였는데요. 즉, 저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트렌드가 아닙니다. 수 세기에 걸쳐 줄곧 있어왔던 일종의 법칙 같은 겁니다. 아니, 그 긴 시간 동안 전쟁과 경제위기, 각종 사건 사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런 ‘일관된 추세’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잘 와닿지가 않는데요.논문에 따르면 700년이 넘는 조사 기간 동안 이 직선에 가까운 장기 궤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벗어난 사건은 딱 두가지뿐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14세기 중반(1346~1353년) 유럽 전역을 휩쓸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라지게 만든 페스트(흑사병). 다른 하나는 1550년대 후반 유럽을 뒤흔들었던 프랑스·스페인·영국의 잇따른 국가 부도(디폴트) 사태입니다. 이밖의 다른 사건의 경우(예-나폴레옹 전쟁)엔 단기적인 이탈은 있었지만 곧 실질금리가 추세선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중앙은행의 도입(191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설립)과 정교해진 통화정책 도구의 발명(1981년 폴 볼커 시대). 현대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이런 변수들은 실질금리 추세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중앙은행과 경제학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 수 없죠.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쓰든, 돈을 풀든 조이든 어차피 장기 실질금리 추세는 고정돼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요.이 논문의 기본적인 데이터는 폴 슈멜징 교수가 2019년 발표한 하버드대 박사학위 논문(‘장기 실질금리와 안전자산 트렌드, 1311-2018’)에서 나왔습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각국 기록보관소에 잠들어있던 라틴어로 된 자료까지 파헤쳐서 데이터를 모았는데요. 경제학 컨퍼런스에서 1970년대 이후 고작 40여 년의 데이터를 가지고 ‘금리의 역사’를 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얘기합니다. 금리의 역사를 다시 제대로 쓴 거죠. 금리는 평균으로 돌아간다이 논문에 따르면 1300년대 10%대였던 장기채 실질금리는 꾸준히 하락해, 최근 100여 년 동안은 1%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장기 추세 기준으로 실질금리 제로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죠. 시장금리가 무섭게 뛰고 있는 지금 시점에 이 논문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일단 미국 10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실질금리를 따져 봅시다. 지난해 내내,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죠. 국채금리 3% 안팎인데 기대 인플레이션이 5%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10년물 금리가 4.8%대인데, 기대 인플레는 3.2%로 내려와 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실질금리가 단숨에 1.6%로 치솟았죠. 그리고 시장에선 금리가 더 크게 뛸 거라며 패닉에 빠져있고요.마치 이런 상황이 닥칠 걸 예견이라도 한 듯 논문 저자들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실질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팬데믹(2020년)이 유발한 급격한 하락에서 평균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역사적 추세로는 글로벌 금리의 하락이 지속됩니다. 즉, 금융위기 이전의 값이 아니라 그보다 완만하게 하락한 추세로 복귀가 이뤄질 겁니다.”실질금리가 다시 올라서 마이너스를 탈출하는 건 당연한데(평균 회귀), 그렇다고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되돌아가진 않을 거란 뜻입니다. 예컨대 다이먼이 언급한 7% 금리 시대 같은 건 웬만큼 인플레이션율이 치솟지 않고서는 어렵단 얘기이죠. RBC(캐나다왕립은행)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 토마스 가레트슨 역시 이 논문 내용을 인용하며 이렇게 해석합니다. “미국과 전 세계의 기준금리가 역사적으로 높은 현재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시대에서 벗어났다기보다는(새로운 ‘뉴노멀’이라기보다는) 일탈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생산성 좋아지면 금리는 오를까 내릴까이쯤에서 당연히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왜’ 실질금리가 700년 넘게 하락하기만 할까요?그 답은 아직 잘 모릅니다. 연구자들은 구조적 추세가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는데요. 유동성 증가와 채무불이행 위험의 감소, 두 가지를 유력한 이유로 짐작하고 있다고만 합니다.다소 맥 빠지시나요? 대신 중요한 발견이 있습니다. 경제학계에서 정설로 받아지는 것과 달리 ‘생산성 향상’이 실질금리를 끌어올리지 못하더라는 거죠. 오히려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생산성(실질 총생산 증가율)과 실질금리는 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생산성은 지난 700년 동안 꾸준히 향상됐는데, 실질금리는 계속 떨어져 온 거죠.이 연구결과가 특히 눈에 띄는 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고금리론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꽤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들어 ‘AI 기술 발전과 정부 지출 급증(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구조적 고금리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죠. 이른바 ‘실질 중립금리 상승론’인데요. 적어도 이 주장이 과거 700년의 데이터로는 근거가 없는 겁니다. 폴 슈멜징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 적 있죠. “영국의 GDP 대비 공공지출은 18세기 초엔 8%에서 20세기 후반엔 35%로 높아졌습니다.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동안 선진국의 재정지출은 크게 증가했왔죠.”현대 경제학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주장(생산성 향상→실질금리 상승)이지만 역사적 데이터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금리·통화정책·경제성장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흔드는 역사적 증거의 발견.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연결될지 궁금합니다. By.딥다이브이자율 데이터는 그리스·로마시대는 물론 심지어 바빌로니아 시대 기록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다만 중세시대 자료가 텅 비어있어 연속적인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울 뿐이라는데요. 방대한 역사 속 금리 기록의 조각을 한데 모아 퍼즐을 맞춰보니 의외로 단순한 답이 나오더라는 연구 결과가 흥미로워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래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건가 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면-1311년부터 2022년까지 8개 선진국의 장기채 실질금리를 집계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의 뚜렷한 장기 하락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1년에 0.017%포인트씩, 그러니까 100년에 1.7%포인트 하락합니다.-웬만해선 이 장기추세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잠시 일탈할 순 있어도 다시 평균으로 회귀하죠. 중앙은행의 출현과 세계대전, 현대적 통화정책 도구의 발명도 통계적으로 추세를 바꾸지 못했습니다.-팬데믹으로 추세보다 더 많이 떨어졌던 실질금리가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다시 돌아갈 ‘평균’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실질금리는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떨어질 뿐이죠. 정부지출 확대와 AI 기술 발전이 실질 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거란 주장을 역사 데이터는 정면으로 부정합니다.*이 기사는 10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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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산주 뛰고 항공주 급락…공식대로 움직인 뉴욕증시[딥다이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소식에 주식시장은 반사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방산주 주가는 오르고, 항공주 주가는 급락했는데요. 전쟁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다우지수 +0.59%, S&P500 +0.63%, 나스닥지수 +0.39%. 이날 주요 주가지수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로부터 남부 도시의 통제권을 탈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반등했습니다. 특히 대표 방산주인 록히드마틴은 8.93%, 노스럽 그러먼 11.43%, 제너럴 다이내믹 코퍼레이션은 8.43% 상승했는데요. 반면 항공사들이 이스라엘행 항공편을 대거 취소하면서 항공주 주가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아메리칸항공(-4.08%)과 유나이티드항공(-4.88%), 델타항공(-4.65%) 모두 4%대 하락을 기록했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전쟁이 확대되느냐입니다. 특히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양측 충돌이 원유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못하죠. 대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미국이 이란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다면 원유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 산유량이 하루 10만 배럴씩 줄어들 때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넘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더 큰 걱정은 전쟁 확대로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 어쩌나 하는 건데요. 이날 국제유가가 급등한 건 이런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3% 오른 86.38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4.2% 오른 88.1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서 에너지주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마라톤오일이 6.63%, 코노코필립스 5.63%,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은 4.53% 올랐습니다. 이번 사태가 원유시장이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은 다양합니다. 커먼웰스은행의 비벡 다르 이사는 “분쟁이 석유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려면 석유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역사에서 보듯이 유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죠. 모건스탠리 역시 “현재로선 다른 국가로의 파급효과가 예상되지 않는다”며 원유의 장기적 가격엔 별 영향이 없을 걸로 봤는데요. 반면 소시에테 제네랄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원유가격에 5~10달러의 위험 프리미엄이 추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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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성비 VS 짝퉁천국’ 논란의 중국 쇼핑앱, 조용히 한국 상륙[딥다이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앱이 무엇일까요. 아마존이나 월마트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출시 뒤 돌풍을 일으킨 ‘테무(Temu)’이죠. 이 테무가 유럽과 일본을 거쳐 올해 7월 한국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미 국내 사용자 수 51만명(8월 기준)을 기록하며 조용히, 하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데요.테무는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가 운영하는 글로벌 시장용 플랫폼이죠. 중국산 싸구려 제품, 그거 한국 소비자가 얼마나 찾겠냐고요? 그렇게 방심할 일이 아닙니다. 핀둬둬는 ‘미친 가성비’로 중국 시장을 뒤흔들었고 이제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넘보고 있죠. 논란거리도 많은 기업, 핀둬둬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지금 가장 잘나가는 쇼핑몰중국 3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Alibaba)와 징둥닷컴(JD.com), 핀둬둬가 지난 8월 나란히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전년 동기보다 13.9%, 징둥닷컴은 7.6%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이었습니다.그리고 핀둬둬는? 매출(523억 위안, 약 9조6400억원)은 66.3%, 순이익(131억 위안, 약 2조4200억원)은 47.4%나 성장했습니다. 가히 압도적인 성과이죠.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핀둬둬는 설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업계 후발주자입니다. 1980년생 구글 엔지니어 출신 황정(黃崢, Colin Huang)이 2015년 창업했죠.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란 두 거인이 장악한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든 건데요.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성장기가 끝나간다고 다들 여겼던 시점이죠. 하지만 황정은 광활한 미개척지로 눈을 돌렸습니다. 중국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의 수많은 저소득층이었죠. 중국 전체 인구의 약 70%가 이에 해당합니다.더 빠른 배송과 더 다양한 제품. 다른 온라인쇼핑몰은 이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핀둬둬는 달랐습니다. 오직 한 가지에 집중했죠. 바로 가격. 더 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갈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항상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성비로 승부한다는 전략이었는데요. 황정은 과거에 쓴 글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이미 부유하지만 식료품이나 휴지를 살 때 여전히 1~2위안 차이를 신경 씁니다. 핀둬둬의 사명은 소비자가 싸게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보다 저렴하게 만드는 겁니다.”기대 이상으로 싸게 파는 법싸게 팔면 좋은 거야 누가 모르나요. 그게 어려우니까 못하는 거죠. 도대체 핀둬둬는 어떻게 남들보다 물건값을 더 낮출 수 있을까요.일단 핀둬둬는 판매할 때 떼는 수수료가 거의 없습니다. 거래 수수료율이 0.6%이죠. 그마저 이를 거의 다 결제플랫폼(위챗페이, 알리페이)이 가져가기 때문에 사실상 핀둬둬 입장에선 남는 게 없죠. 그럼 핀둬둬는 뭐로 돈을 버냐고요? 이는 뒤에 다시 설명해 드리겠고요.핀둬둬 가성비의 또 다른 비결은 공급망 혁신입니다. C2M(Customer-to-Manufacturer), 즉 소비자와 제조업체(공장)를 직접 연결한 모델을 도입했는데요. 중간 유통단계를 줄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애 버린 겁니다.이 대표 사례가 중국 제지업체 커신로(Kexinrou, 可心柔)입니다. ‘핀둬둬를 키운 건 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핀둬둬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브랜드인데요.커신로는 원래 20년 넘게 OEM으로 미용티슈를 생산하던 공장이었죠. 2016년부터 핀둬둬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 상품을 C2M으로 판매합니다. 커신로는 핀둬둬 측 조언대로 제품 종류를 줄이고 인기 제품에 집중해 최대한 싸게 내놨는데요. 2018년 ‘대나무 펄프’ 티슈 28팩을 29.9위안에 판매해 엄청난 히트를 칩니다. 다른 브랜드의 반값도 안 되는, 1팩에 1.067위안(약 197원)이란 가격에 소비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출시 당일에만 300만 위안(약 5억5000만원)어치가 팔렸는데요. 언론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가격인가’ 취재하러 공장에 찾아왔을 정도였죠. 당시 커신로가 티슈 1팩을 팔아 손에 쥔 이익은 고작 0.03위안(5.5원). 진정한 ‘박리다매’였는데요. 그 결과 핀둬둬는 입소문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하고, 커신로는 단숨에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됐으니 윈윈이라 하겠습니다.핀둬둬는 이런 식으로 1500개 넘는 기업과 손잡고 맞춤형 제품을 4000개 넘게 출시했습니다. 핀둬둬에서 팔리는 인기제품 가격이 다른 어느 플랫폼보다 더 싼 이유도 C2M에 있습니다.모바일 쇼핑은 검색 대신 추천“친구가 시작한 그룹 초대에 참여하고 네이블오렌지 10개를 19.9위안으로 구매하겠습니까?”산둥성에 사는 전업주부 샤오메이를 핀둬둬 쇼핑에 빠지게 만든 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친구가 보내온 이 공동구매 제안 메시지였습니다. SNS를 활용한 ‘소셜 커머스’는 핀둬둬를 키운 또 다른 원동력인데요.소셜커머스? 그거 한국에선 2010년 쿠팡·위메프·티몬이 하다가 접은 지 오래됐죠. 한물간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2010년대 초반과 지금은 달라진 게 있죠. 이제 PC가 아닌 모바일 시대이고,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 덕분에 사람을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는 겁니다. 위챗으로 공동구매 메시지를 보낸 건 자기 친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엽니다. 게다가 가격까지 무지 싸기 때문에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쉽죠. 한 조사에 따르면 핀둬둬 공동구매 이용자의 40.9%는 “원래 살 마음이 없었는데, 저렴한 가격을 보고 괜찮은 딜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사뒀다”고 답했습니다.소비자의 탐욕을 채워주는 충동적이고 무작위적인 쇼핑. 이것이 가성비로 무장한 핀둬둬가 공략하는 핵심 지점입니다. 해외용 플랫폼 ‘테무’가 내건 슬로건도 이를 잘 드러내 주죠.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Shop like a billionaire)’. (단, 테무엔 아직 공동구매 기능은 없음.)바로 이 점이 핀둬둬가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 알리바바는 물론 아마존이나 쿠팡과도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입니다. 사람이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검색 중심의 PC 시대 쇼핑), 상품이 사람을 찾는 거죠(=추천 중심의 모바일 시대 쇼핑). 마치 틱톡이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알아서 인기 있는 숏폼 영상을 띄워주는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핀둬둬 앱 맨 위엔 다른 쇼핑몰과 달리 검색창이 없습니다. 아래로 내려가야 작은 검색 버튼이 있죠. 철저히 ‘검색 아닌 추천’ 중심인데요. 창업자 황정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바일 소비자는 PC시대 소비자와 다르게 행동합니다. PC보다 휴대폰에선 타이핑하는 게 번거롭죠. 이런 변화는 미미해 보이지만 실제론 소비자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검색을 예전보다 훨씬 덜하게 되죠. 소비 상황이 바뀌면서 새 모델이 요구되고 있고, 우리는 우연히 이 방향에 맞게 만들었습니다.”참고로 해외용인 ‘테무’ 앱 맨 위엔 핀둬둬와 달리 검색창이 있긴 한데요. 대신 첫 화면에 소비자가 관심 있을 만한 상품을 알아서 척척 띄워줍니다. 무엇보다 그 화면을 아래로 넘기면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끝도 없이 새로운 제품이 계속 나옵니다. 화면을 마냥 넘기다 보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추천 상품의 늪’에 빠진 기분입니다.짝퉁은 가짜가 아니다?극강의 가성비를 기반으로 한 중독성 있는 상품 추천. 이를 원동력으로 핀둬둬는 중국 내 활성 고객 수 9억명을 넘기며(지난해 9억800만명) 무섭게 커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1년 4분기부터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죠.(참고로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흑자 전환)거래 수수료가 고작 0.6%인데다 거기서 남기는 것도 없다면서 뭐로 돈을 버나 싶을 텐데요. 전체 매출의 72%가 온라인 마케팅, 즉 광고에서 나옵니다. 판매자가 핀둬둬 앱에서 더 잘 노출될 수 있게 광고해주면서 돈을 받는 거죠.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 데이터를 판매업체에 파는 것. 이게 진짜 핀둬둬의 수익모델입니다. 요즘엔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점점 광고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죠. 이런 트렌드에서 가장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여기까지 보면 참 똑똑하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기업으로 보이는데요. ‘그럼 나도 한번 테무에서 쇼핑해볼까’라고 생각하셨다면, 잠깐. 꼭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핀둬둬가 가짜 불량 상품으로 악명이 높다는 겁니다.핀둬둬 초기엔 온갖 가짜 브랜드 상품이 판을 쳤는데요. 삼성의 영문 로고를 따라 한 ‘SHAASUIVG’ TV, 코카콜라(可口可乐) 중국 로고를 본뜬 ‘可日可乐’ 콜라는 애교 수준입니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분유를 한 캔에 7.5위안(약 1380원)에 팔아서 소비자들을 분노케 했죠.이에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창업자 황정이 2018년 핀둬둬의 나스닥 상장 직후 기자회견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 문제를 해명해야 했는데요. 이때 그의 이 발언이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 “모방품은 가짜가 아니다(山寨不是假货).”유통기한 지난 분유나 가짜 배터리는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큰일이지만, 짝퉁 브랜드 TV 같은 건 소비자가 알면서도 싸게 사는 거니까 문제 없지 않냐는 식이었죠. 그는 되레 기자들에게 이렇게 되물었죠. “빅브랜드가 뭡니까? 왜 중국에서 만든 지 30년이 된 것도 여전히 카피캣(모방품)이라고 부를까요? 왜 중국 제품은 빅브랜드라고 할 수 없나요?”나스닥 상장사 오너의 공식 발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인데요. 다만 이후 핀둬둬가 모방품 단속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예전처럼 노골적인 짝퉁은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명품 로고를 베낀 가방, 지갑이나 ‘SHIERP TV’ 같은 전자제품(SHARP가 아님 주의)은 있다는군요.핀둬둬가 또 악명 높은 건 혹독한 근무환경입니다. 핀둬둬는 경쟁업체보다 30~50%나 높은 연봉을 줘서 중국 IT업계에서도 가장 급여가 센 회사인데요. 대신 996(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이 당연하고, 일부 부서는 007(0시부터 다음날 0시까지 24시간 주 7일 근무)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상하이 본사의 월평균 근로시간이 300시간이 넘는다고 하죠. 2020년 12월엔 새벽 1시에 퇴근하던 1998년생 여직원이 영하 20도의 길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요. 또 상하이 본사 1개 층에 남자직원이 800명인데, 화장실이 8칸밖에 없다(즉 변기 1개당 100명)는 사실이 알려져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출근할 때 1분을 지각하면 1시간분 임금을 깎는다는데요. 그나마 예전엔 3시간분을 깎았는데, 많이 완화된 거라고 합니다.참 상식과 어긋나는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무’ 앱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아주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3월 3700만명→7월 1억700만명). 미·중 갈등? 중국산 편견? 가치 소비? 다 어디 갔나요. 알고 보니 글로벌 소비자들에겐 그저 가성비가 최고의 가치였군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요즘, 오히려 테무는 더 잘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다른 중국 브랜드보다 테무의 한국 진출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By.딥다이브초저가 울트라 패스트 패션으로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 패션 브랜드 ‘쉬인’을 소개해드린 적 있죠(). 핀둬둬가 ‘테무’ 앱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쉬인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제품이면 테무가 쉬인보다 더 싸게 판다고 하죠. 지금 두 업체는 미국에서 서로 소송을 걸며 다투고 있는데요. 정작 중국 의류 중소기업은 쉬인과 테무 덕에 수출이 늘어 신났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초저가 유통시장에선 역시 중국을 당해낼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한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면-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후발주자, 핀둬둬의 성장세가 놀랍습니다. 2분기에도 66% 매출 성장을 기록했죠. 중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전자상거래 업체입니다. 올 7월엔 한국에도 진출했습니다.-핀둬둬는 소비자 기대를 뛰어넘는 극강의 가성비로 승부합니다. 제조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C2M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죠.-소셜커머스라는 고전적인 마케팅 방식도 통했습니다. PC가 아닌 모바일 시대 쇼핑은 검색보다는 추천이란 점을 간파한 건데요. 싼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절묘한 알고리즘도 한몫 합니다.-짝퉁 천국이란 불명예와 비인간적인 근무환경까지. 논란 많은 기업이지만, 이미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성비 플랫폼의 진격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이 기사는 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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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보고서가 증시 방향 정한다…나스닥 약보합세[딥다이브]

    주식시장 관심이 온통 6일(현지시간) 나올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에 쏠려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죠. 다우지수 –0.03%, S&P500 –0.13%, 나스닥 –0.12%. 요즘 미국 증시는 고용 데이터 하나하나에 아주 예민합니다. 11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냐 마느냐가 노동시장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따라서 고용시장의 열기가 제발 식어간다는 지표가 나오기를(실업률이 치솟고 신규고용이 확 줄기를) 투자자들은 바라고 있는데요. 일단 5일 나온 9월 마지막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2000건 증가했습니다. 월가 추정치 21만건에 못 미쳤죠. 투자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노동시장은 아직 꽤 탄탄해 보입니다. 이제 시장의 변수로 남은 건 한국시간으로 6일 밤 발표되는 노동부의 비농업 고용보고서인데요. 전문가들은 9월 비농업 고용이 17만명 증가해 전달(18만7000명)보다 둔화할 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표가 예상보다 너무 양호하게 나온다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타격을 주게 되겠죠(블룸버그 “채권 금리가 다시 뛰고,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요일 나올 고용보고서는 올해 중 가장 중요한 보고서가 될 것”(톰 에세이 세븐리포트리서치 사장)이란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고용시장이 너무 뜨거워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근접하게 오르면, S&P500 지수가 200일 이동 평균선 아래로 떨어질 거라고 보기 때문이죠. 이럴 경우엔 지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전략가 케네스 브록스는 “금요일 급여 데이터와 다음 주의 CPI 수치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까지 올라가느냐, 4.5%로 내려가느냐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만약 일자리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나온다면 “달러 매입과 채권 매도의 또 다른 물결”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한편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2.2% 하락해 배럴당 82달러 선, 브렌트유는 2% 가까이 떨어져 배럴당 84달러 선을 기록했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다가가던 게 9월 말이었는데요. 약 열흘 만에 배럴당 10달러 넘게 급락한 겁니다. 금리 급등으로 경제가 압력을 받으면 석유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커진 영향이죠. 다만 지금의 유가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서 투자자들이 놀랄 정도인데요. 컨설팅회사 크플러의 애널리스트 매트 스미스는 FT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WTI에 쌓인 투기적 매수세가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몇 가지 약세 트리거로 인해 가격이 급격하게 되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골드만삭스는 5일 낸 메모에서 “탄탄한 수요와 높아진 가격결정력으로 인해 OPEC이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80~105달러 범위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내년 봄까지 브렌트유를 배럴당 100달러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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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기의 심장, 엔진은 왜 우리가 만들 수 없을까[딥다이브]

    전투기 1대 수출이 국산 중형자동차 1000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그만큼 무기체계 중에서도 전투기의 부가가치가 크다는 뜻인데요. 마침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의 양산단계 진입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그런데 KF-21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은 누구 것일까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설계도를 받아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합니다. 사실상 심장은 미국산이나 마찬가지이죠. 항공엔진 개발 기술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에 6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뿐이기 때문인데요. 모든 나라가 탐내는, 하지만 좀처럼 닿을 수 없는 항공엔진의 세계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전투기 심장을 직접 만든다는 것“중국 전투기가 드디어 중국 심장을 얻었다!”지난 7월 노란색 ‘J(젠·殲)-20’ 전투기의 시험비행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자 중국 국방 전문가들은 이렇게 환호했습니다. 전투기에 장착된 엔진이 중국이 독자개발한 ‘WS-15’ 터보팬 엔진이었기 때문이죠.J-20은 중국이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하지만 그동안 엔진은 러시아산 AL-31을 써야 했습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1년 ‘WS-10’ 엔진을 완성했는데요. WS-10은 엔진출력 미달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자국 최신 전투기에도 쓰이지 못한 겁니다. 이 때문에 J-20 전투기는 외신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조롱을 받아왔죠.그런데 중국의 신형 항공엔진 WS-15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측 주장으로는 미국 프랫 앤 휘트니(Pratt&Whitney)사의 ‘F119’ 엔진(F-22에 들어감)과 유사한 성능이라고 하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전후로 신형 엔진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최소 9000억 위안(약 164조원)을 투입했다는 보도 내용이 눈에 띄는데요. 20년 넘는 긴 세월과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끝에, 이제야 개발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양산 단계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요.엔진 독자개발은 왜 어려울까항공엔진 개발은 왜 이리 어려운 일일까요. 기본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모든 엔진 중 가장 높습니다. 자동차 엔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죠. 항공엔진은 수 톤에 달하는 항공기 기체를 하늘로 띄우고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요. 엔진이 내뿜는 1500도 이상 고온을 견디는 소재기술 개발부터 난관입니다. 또 수천~수만 시간(전투기 엔진은 6000시간, 여객기는 3만 시간 이상)을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하고요.무엇보다 까다로운 180개 항목의 감항인증(비행에 적합한지를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자동차 엔진이야 도중에 멈추면 자동차가 도로에 서게 되지만, 항공엔진은 멈추면 바로 추락이니까요. 로켓엔진은 한번 쏘면 끝이지만 항공엔진은 몇십년을 날 수 있어야 합니다. 항공 분야에서 엔진기술은 가장 가치 있는 기술이지만, 감히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기술이죠. 심지어 미국 P&W조차 F119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12년, F-22 장착 이후 테스트에 14년이 걸렸을 정도입니다.게다가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들이 당연히 절대 기술을 내놓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8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국을 제외하곤 2차 대전 승전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만 기술을 보유한 이유입니다. 특히 시장성이 크고 난이도가 높은 민항기용 엔진 시장은 미국과 영국의 톱3 기업(GE·P&W·롤스로이스)이 다 잡고 있고요.그런데 이런 구도에 약간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6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 직후, 미국 GE가 F414 전투기 엔진을 인도에서 공동생산하고 핵심 기술도 이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는 1989년부터 항공엔진을 자체 개발하려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2013년 개발을 중단했는데요. 그런 인도가 한방에 세계 최고의 미국 기술을 이전 받게 되다니. 전 세계 방산업계가 깜짝 놀랐습니다.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인도가 파격적으로 손을 잡은 겁니다. 2020년 중국·인도 국경 지역 라다크에서 양국 군이 충돌했을 때, 중국 공군은 서북부에 J-20 전투기를 배치하며 위협했죠. 인도 언론은 이번 미국과의 엔진 협력을 두고 “GE의 F414 엔진 공동생산으로 중국 제트엔진(WS-10) 성능을 단숨에 능가하게 됐다”며 기뻐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가세하면서 항공엔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우리도 전투기 엔진을 국산화하자고?여기까지 보시고 ‘중국 놀랍네, 인도 좋겠다’라고 생각하셨나요? 이게 단순히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닙니다. 한국도 이제 국산 전투기를 수출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앞서 언급한 대로 국산 전투기 KF-21이나 경공격기 FA-50 엔진은 모두 미국 GE 겁니다. 따라서 KF-21과 FA-50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만약 미국이 ‘No’ 하면 엔진을 구할 수 없으니 수출이 불가능하죠.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고도 독일의 엔진 수출 금지 때문에 결국 수출을 못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일종의 심장마비-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즉, 항공엔진 개발은 자주국방의 문제만이 아니라 K방산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우리한테도 미국이 항공엔진 기술을 이전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을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정부도 ‘항공엔진 국산화’를 위해 이미 나섰습니다. 무인항공기(드론)에 쓰일 터보팬 엔진(5500파운드급) 개발을 진행 중이죠.하지만 전투기급 엔진은 이것과는 또 다른 레벨의 얘기입니다. 전투기에 들어가는 엔진은 추력이 1만5000파운드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드론 쇼 코리아 2023년 컨퍼런스’에서 “1만5000파운드급 신형 터보팬 엔진을 2037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 엔진이면 연소기까지 장착할 경우 KF-21에 탑재된 F414 엔진(최대 추력 2만2000파운드)과 맞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단, 아직은 구체적 계획이라기보다는 선언적인 수준입니다.만약 정말 항공엔진을 국산화할 수 있다면? 아직 먼 얘기이지만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첨단 항공엔진 국내개발을 위한 제언’)에 따르면 개발 후 20년 동안(2037~2057년) 올릴 부가가치가 최소 9조4000억원이란 추정치가 나와 있습니다(터보팬 항공엔진 시장 점유율 1%를 가정). 일단 전투기급 엔진이 개발되면 더 나아가 민항기용 엔진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웅장한 기운마저 느끼게 됩니다.그래서 정말 할 수 있나하지만 좀 냉정히 따져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개발의 필요성 알겠고 파급효과 큰 것도 이해하는데요. 그런데 정말 개발할 수 있나요?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인도도 실패했고, 중국은 100조원 넘게 쏟아붓고도 아직 미완성이라는데?우선 현재 전투기 엔진을 면허생산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김원욱 항공엔진연구센터장에게 질문했습니다.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센터장은 이렇게 답했죠.“대한민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0여년간 1만대에 육박하는 다양한 항공엔진을 생산했고, 항공엔진 라인업의 개발·관리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왔습니다. 항공엔진의 설계·해석뿐 아니라 소재, 제조, 시험평가,감항인증 기술을 종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첨단항공엔진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예상대로 당연히 역량이 충분하다는 답이 돌아왔는데요. 추가로 이 분야 전문가인 조형희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장(기계공학부 교수)과도 25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국산 전투기급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야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하지만 그걸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이는데요?“저도 ‘정말 가능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성을 본 게 이미 우리 기업이 항공엔진 면허생산을 상당히 했다는 점입니다. 설계도면을 받아오긴 했지만,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는 기술은 이미 갖고 있죠. 원래 자동차엔진도, 로켓엔진도 처음 개발할 땐 기존 것을 뜯어보고 ‘역설계’를 해야 하는데요. 우리는 조립을 해봤으니 그보다는 높은 단계에서 시작하는 겁니다.중국의 실패 사례도 찾아봤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중국도 월남전에서 추락한 미국 전투기 엔진을 가져가서 역설계로 시작했더라고요.”-중국은 설계도면도 없이 기존 엔진을 뜯어보면서 배운 거군요.“네. 그러니까 실패를 거듭했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면허생산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보다 운이 좋고요.또 항공엔진은 공급망의 협력업체가 1000개 가까이 구축돼야 국산화가 가능한데요. 면허생산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그게 어느 정도 구축돼 있습니다. 이 역시 상당히 큰 자산이죠.물론 감항인증과 소재기술 면에서 우리나라가 아직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KF-21 전투기 동체를 우리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엔진 수요가 생겼거든요. 또 2030년 중후반이 되면 전 세계가 유·무인 복합 전투기 체계로 갈 텐데, 무인기 엔진은 수출 규제 때문에 우리가 사 오기 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봅니다.”-방위사업청이 2037년 개발 완료를 얘기한 적 있습니다. 만약 전투기 엔진 개발을 시작한다면 실제로는 얼마나 걸릴까요?“해외 사례를 보면 플랫폼, 즉 기존 엔진 모델이 있으면 8년이 걸리고요. 플랫폼 없이 처음부터 하면 13~14년 걸리더라고요. 우리는 플랫폼이 없으니까, 그 정도 걸린다면 2037년쯤이 되는 거고요. 만약 해외 협력사를 구한다면 그보다 4~5년 단축할 수도 있을 겁니다.”-아직은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하겠다는 선언만 있지 예산이 편성되거나 하는 단계는 아닌데요.“과기부와 국방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방위사업청에 이를 담당하는 파트도 생겼고요. 선행연구를 거쳐 내년에 ‘사업타당성조사’ 작업을 통과한다면 그땐 예산이 편성돼 정말 사업이 시작될 겁니다.”-개발하는 데 돈은 얼마나 들까요?“해외 협력사의 플랫폼이 있다면 한 3조원, 부품을 다 국산화한다면 5조원을 전망합니다. 상당히 커 보이지만 10년으로 나누면 연 3000억원 정도이죠.”-사실 KF-21 사업도 그게 되겠냐는 회의론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되지 않았습니까. 전투기 엔진개발도 쉬운 길은 아닐 것 같은데요.“KF-21은 하기로 결정하고서도 엔진을 쌍발로 하느냐 단발로 하느냐를 가지고 2~3년 싸웠다 더라고요. 그게 다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긴 한데요. 사실 옛날 우리나라가 자동차 엔진 개발할 때 비교하면 지금은 여건도, 인력도 훨씬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우리나라의 역량은 크게 걱정 안 합니다. 역량을 잘 모아서 가느냐가 더 중요하죠. 거꾸로 우리나라가 이것도 개발 못 할 정도라며 의심하는 게 저는 더 이상하다고 봅니다.” By.딥다이브 전투기 엔진 국산화라니. 밀덕이라면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일 텐데요. ‘우리나라가 우주 발사체도 만들었는데!’라는 희망에 부풀다가도 ‘정말 13년, 3조원으로 그게 될까’라며 주춤해지기도 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투기의 심장인 엔진. 하지만 항공엔진 기술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만 보유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수십년의 투자 끝에 업그레이드된 신형 엔진을 선보이며 추격해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체 개발을 포기했던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항공엔진 기술이전을 받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지정학 위기의 덕을 보게 된 겁니다. -한국은 국산 전투기 KF-21 양산을 앞두고 있지만 엔진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는 상태. 자주 국방뿐 아니라 K방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전투기 엔진 국산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지금은 막연하게 ‘2037년 개발 완료’라는 선언 정도가 나온 단계인데요. 과연 전투기급 엔진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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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채금리 악재 뚫고 뉴욕증시 반등 성공[딥다이브]

    미국 뉴욕증시가 모처럼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급등했지만 반발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입니다. 25일 다우지수는 0.13%, S&P500 0.4%, 나스닥지수는 0.45% 상승을 기록했죠. 이날 국채 시장은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1%포인트 올라 4.54%로 치솟았죠.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2007년 4.57% 이후 최고치입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년물 금리가 4.75%까지 상승한 뒤 연말에 하락할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이나마 상승세로의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모처럼 대형기술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이죠.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최대 4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마존(1.67%)과 엔비디아(1.47%) 주가가 비교적 크게 뛰었습니다. 기업공개(IPO)한 다음날부터 주가가 계속 내리막을 탔던 ARM 주가도 이날은 6.08% 급등했죠. 인프라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해트필드 CEO는 CNBC에 “S&P500 지수 4300선에서 시장에 대한 지지가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AI 붐으로 돌아갈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증시가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앞에 놓인 악재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입니다. 미 의회는 이달 말까지 내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요.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방과 치안 같은 필수 인원을 뺀 연방정부 근로자 약 80만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야 합니다. 무디스는 이날 “셧다운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만 유일하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으로 유지 중인데요. 이마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미국의 학자금 융자 상환이 다음 달 재개되면서 소비가 타격을 받을 거란 우려도 커졌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나이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중립)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140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췄습니다.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들이 앞으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고, 의류와 신발 소비가 가장 많이 줄어들 분야”라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대학 학자금 융자는 팬데믹 때문에 상환이 중단됐었는데요.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1인당 최대 2만 달러까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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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곳이 없다”…임대주택 시장 붕괴한 호주에서 생긴 일[딥다이브]

    요즘 한국 부동산 시장의 이슈 중 하나가 주택공급 급감입니다.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모두 크게 줄어서 2~3년 뒤 주택공급 대란이 닥칠 거란 걱정인데요. 정부가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주택시장에 ‘공급 절벽’이 생기면 무슨 일이 나타날까요. 전·월세 매물 급감으로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저소득층이 임대시장에서 밀려나고 자칫 노숙자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요. 너무 극단적인 상상 아니냐고요? 실제 이런 일이 호주에선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무너졌다’고 할 정도로 호주 사회가 극심한 임대주택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오늘은 호주의 ‘임대 위기’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까딱하면 노숙자 될 판호주 멜버른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새미 클라크는 요즘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룹니다. 지금 사는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새 셋집을 구하기 위해 스무 군데를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서비스업 정규직인 그의 급여 수준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는데요. 부동산 중개인은 그에게 “보증인을 구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죠. 클라크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저는 47세이고 15년 동안 집세를 혼자 내왔는데 왜 보증인이 필요하죠?”(더시드니모닝헤럴드 기사 인용)호주 시드니 아파트에서 2년간 살았던 제임스 역시 새집 구하기에 실패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셋집을 보러 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면서 “시드니 임대시장은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침실 1개짜리 집에 주당 450달러를 지불할 순 없어요. 내 월급으론 감당할 수 없다고요.” 지게차 운전기사인 그의 수입은 많아야 주당 900 호주 달러(약 77만원) 정도입니다. 얼마 전 그가 일을 마치고 집에 갔을 때 계약 만료된 아파트는 자물쇠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 후 2주 동안 그는 공원에서 잠을 자야 했죠. 그는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해놨지만, 언제까지 대기해야 할지는 모릅니다.(가디언 기사 인용)호주 사회가 전례 없는 ‘임대주택 대란’으로 아우성입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살 곳을 구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데요. SQM리서치가 집계한 호주 주요 도시의 평균 주당 임대료는 779달러(약 67만원). 2021년 초(551달러, 약 47만원)와 비교하면 44% 급등했습니다. 이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은 30.8%에 달합니다. 버는 돈의 거의 3분의 1을 집세로 내야 하는 거죠.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집니다.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을 잃거나 돈을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호주 자선단체의 노숙자 서비스엔 갈수록 대기줄이 길어집니다. 시설이 꽉 차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갈 곳이 없어 자동차나 텐트에서 잠을 자는 사람 수가 3년 전보다 103% 늘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입니다.‘임대 위기’라는 표현이 과장 아닌 현실입니다. 지금 호주 임대 시장은 수요와 공급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태입니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회복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이것은 공급의 문제 : 살 집이 없다호주 임대시장의 공급 부족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공실률인데요. 전국 주택 임대시장의 공실률은 1.2%로, 역대급으로 낮습니다. 과거 10년 평균 공실률 2.9%의 반도 안 되죠(참고로 미국은 임대주택 공실률이 6.3%). 보통 임대주택 시장은 공실률이 2% 정도이면 균형 잡힌 시장이라고 보는데요. 일부 지역은 더 심각해서, 애들레이드는 공실률이 고작 0.5%, 퍼스는 0.4%입니다. 사실상 빌릴 집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죠. 부동산 조사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호주의 임대 매물 건수는 3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왜 이렇게 집이 부족할까요. 이를 알려면 호주의 임대인(집주인)이 누구인지를 봐야 합니다. 호주는 한국보다도 공공임대 주택 비율이 낮죠(호주 4.4%, 한국 8.9%). 즉, 임대인 대부분이 사는 집 외에 집 한 채를 더 사서 세를 놓아 생활비에 보태려는 평범한 개인입니다.그런데 이런 임대인들의 투자 의욕이 확 사그라들었습니다. 투자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아서죠. 대출 금리가 오르자 대출받아 집 사서 세 놔봤자 별로 남는 게 없게 됐는데요. 게다가 집값 거품까지 빠르게 빠지면서(지난해 호주 주택가격 5.3% 하락) 그냥 집을 팔고 임대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호주의 가계대출이 꾸준히 줄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집주인의 임대 의욕 상실엔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도 한몫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여행객에게 집을 빌려주는 게 장기 임대계약을 맺는 것보다 훨씬 쏠쏠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시드니 패딩턴에 가구가 딸린 침실 2개짜리 아파트를 6개월 동안 임대해주면 주당 1500달러를 받지만, 에어비앤비에서 일주일 빌려주면 3500달러입니다. 멜버른 외곽 포인트쿡에선 방 3개짜리 집의 장기 임대료는 주당 460달러이지만 에어비앤비에선 하루 317달러에 올라와 있죠. 집주인 입장에선 일주일에 2~3일만 에어비앤비로 집을 빌려줘도 6개월 장기 임대계약보다 수익률이 높은 겁니다. 호주 전역에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휴가용 부동산은 약 30만 곳에 달합니다.이런저런 이유로 기존 임대인들이 시장을 떠났으니, 남은 방법은 새집을 더 많이 짓는 거겠죠.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재비·인건비·공사비가 무섭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건설비용이 팬데믹 이전보다 30% 뛰었다는데요. 이미 공사를 시작한 주택 건설은 계속 지연되고 있고, 신축 승인도 확 줄었죠. 건설경기가 가라앉아 7, 8월 두 달 동안 560개 건설회사가 파산신청을 했을 정도입니다. ANZ은행의 애드레이드 팀브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주저한다”면서 “사람들이 집을 짓고 싶어 하지 않고, 이것이 우리를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수요의 문제: 인구 폭발주택공급난은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곧 닥칠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호주 임대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은 또 다른 한 축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바로 인구가 크게 늘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죠.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호주 인구는 직전 12개월 동안 56만3200명 증가해 265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연 2%가 넘는 매우 가파른 증가세인데요. 이 중 81%인 45만4400명이 이민자였습니다. 지난해 초 다시 이민을 받기 시작하면서 팬데믹 기간 0이었던 이민자 수가 역대 최대로 급증한 겁니다. 하루에 1200명 넘는 이민자가 호주에 정착하러 온다는 뜻이죠. 호주가 광산에서 일할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던 2008년의 기록을 이미 깼다는군요.다시 말해 연간 수십만 채의 주택 수요가 이민자로 인해 추가되고 있는 겁니다. 호주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서 집을 찾기 위해 해외에서 이뤄진 검색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데요. 아마도 이민자들은 바로 집을 사기보다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주택을 임차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럼 이들은 도대체 다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이 틈을 타서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호주 극우정당 원네이션(One Nation)이 대표적인데요. 호주 의회는 이달 14일 수개월의 논의 끝에 100억 달러(약 8조5700억원)를 투자해 5년 동안 3만 채의 저렴한 주택(이 중 2만 채는 공공임대주택, 1만 채는 저렴한 주택)을 짓는 내용의 정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원네이션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하죠. “정부는 지난 30일 만에 이 나라에 6만명의 사람들이 들어오게 했습니다. 이 나라는 향후 5년 동안 지을 예정인 집을 증발시켰습니다. 그래서 (집을 지어도) 호주인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할 겁니다.”물론 대부분 호주인에게 ‘이민자=경제의 필수인력’은 상식으로 통합니다. 워낙 근로 인력이 부족한 나라라서 이민자 없인 경제가 돌아갈 수 없죠. 하지만 그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미 문제투성이였던 임대시장이 이로 인해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고요. 정부가 나서야 한다…어떻게?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정부에 비판의 화살이 쏠립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임대시장을 망가뜨렸다는 건데요. 그중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인 게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힙니다. 1980년대엔 호주에서 건축 승인을 받은 주택 10채 중 1채가 정부 소유 공공주택이었지만, 지금은 2%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던 거죠. 뉴사우스웨일스 세입자연합의 레오 패터슨 로스 대표는 호주가 공공 주택 부문을 늘리지 못한 건 “수십 년 동안 두 집권 정당 모두를 대표하는 정말 나쁜 실수”라고 지적하고요. 호주부동산연구소의 헤이든 그로브스 회장은 “우리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엄마 아빠 투자자들(개인 임대사업자)에게만 의존하는 걸 멈춰야 한다”고 말합니다.앞에서 언급한 대로 호주 정부가 앞으로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나서긴 했는데요. ‘100억 달러 기금으로 5년 3만 채 건설’이란 목표를 두고 냉소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지금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저소득층만 이미 6만명이거든요. 임대시장에서 밀려나 노숙자가 될 처지에 놓인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요.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공공주택이 실제로 부지를 찾고 건설돼서 입주하기까지엔 수년이 걸리겠죠. 이미 폭발 일보 직전인 임대차 시장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입니다.이에 좀 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각종 정책이 나오거나 제안되는데요. 호주 빅토리아주는 이달 20일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플랫폼 이용자에 2025년부터 ‘단기 숙박 부과금’ 7.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늘어난 에어비앤비 호스팅이 임대위기의 원흉이라고 보고 손보려 나선 겁니다.에어비앤비 고객에게 세금을 매기는 건 호주에선 처음인데요. 당연히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7.5%가 다른 나라 사례(보통 3~5%의 숙박세 또는 관광세 부과)보다 너무 높다는 거죠.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다니엘 앤드루스 빅토리아주지사는 이를 지적한 기자에게 이렇게 반박합니다. “내가 100번도 말할 수 있는데, 그것(7.5%)은 적당한 요금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살 곳이 필요합니다!”야당인 녹색당은 좀 더 과격한 정책을 주장합니다. 바로 ‘2년간 임대료 동결(two-year rent freeze)’과 ‘국가적 임대료 상한제 도입’입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정책처럼 보이는데요. “기록적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가족들이 텐트나 자동차에서 살아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임대료 동결이 쉬운 방법”이라는 게 녹색당 측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호주 세입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죠.가격 통제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거, 다들 아실 겁니다. 이미 주택임대가 돈이 안 된다며 손 털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을 더 몰아내는 결과가 될 게 뻔하죠.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붕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소멸해버릴지도 모릅니다.정공법(공급 확대)을 쓰자니 몇 년이나 걸릴지 모르고, 화끈한 미봉책(임대료 동결)은 후폭풍이 거세겠고. 답이 안 보이는 가운데, 임대 위기가 호주의 부동산 투자자들에겐 기회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은 집값이 안정세이지만, 이렇게 임대위기가 길어지면(그리고 금리까지 인하되면) 집값이 결국 다시 뛰지 않겠냐는 거죠. 가난한 사람들은 집 없이 떠도는데 가진 자들에겐 오히려 투자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니. 씁쓸한 전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By.딥다이브호주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몇 안 되는 국가이죠(스위스 1위, 호주 2위, 한국 3위). 최근 한국과 달리 호주는 가계부채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신호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임대주택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는 증거였죠. 참 부동산 시장은 복잡하고도 거대해서 다루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호주가 심각한 임대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임대 위기입니다. -공급이 너무 부족합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자 임대인들이 집을 팔고 시장을 떠납니다. 차라리 에어비앤비를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 선택입니다. 건설비용 급등으로 새집도 지어지지 않습니다.-수요는 대폭발 중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유입된 순이민자수는 44만명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정부는 부랴부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대폭 늘리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일부 주정부는 에어비앤비에 7.5%의 지방세를 매기겠다고 나섰고요. 하지만 이미 망가진 임대시장을 고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는데요. ‘임대료 동결’을 외치는 야당의 목소리도 커집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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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파 연준’에 美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치[딥다이브]

    …고금리가 장기화될 거란 공포가 이틀 연속 미국 증시를 흔들었습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일제히 하락 마감했죠. 다우지수 -1.08%, S&P500 -1.64%, 나스닥지수 -1.82%.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5.25~5.50%) 5%대 고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질 거란 신호를 보냈죠. 이른바 ‘매파적 동결’이었는데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말 금리 전망치(중간값)는 5.1%입니다. 기존 점도표보다 0.5%포인트 올렸죠. 내년 중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고금리의 압박은 계속될 거란 뜻입니다.이 여파로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또다시 급등했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147%포인트 오른 4.494%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 9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이죠.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5%에 근접한 건데요. 앞서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서 채권 전문가 중 48%는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씨티인덱스의 시장 분석가 피오나 신코타는 “연준은 시장이 에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적이었다”면서 “시장은 연준이 말해왔던 것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채금리가 뛰면서 기술주는 크게 밀려났습니다. 아마존(-4.41%)과 테슬라(-2.62%)의 하락폭이 컸는데요. 특히 엔비디아 주가는 2.8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선을 간신히 지켰죠(시총 1조130억 달러). 지난주 화려하게 데뷔했던 ARM 주가도 이날 한때 공모가(주당 51달러) 아래로 밀려났다가 52.16달러로 장을 마감했는데요(-1.42%). IPO 시장을 둘러싼 투자 열정이 되살아나나 싶었는데, 국채금리가 찬물을 끼얹는 상황입니다. 블룸버그는 국채 금리 상승세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몇 주 안에 테스트될 IPO 시장이 현재로선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현재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독일 신발업체 버켄스탁과 베트남 인터넷 플랫폼기업 VNG(베트남 국민메신저 ‘잘로’의 모회사)가 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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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 투자, 기회의 문이 11월에 닫힌다(feat.금리 전망)[딥다이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어디로 향할까요. 기준금리 인하는 언제쯤 시작될까요.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전문가들 전망이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한편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대를 유지하는 고금리 시대가 당분간 쭉 지속될 거라고 보고요. 다른 한편에선 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주장이 엇갈리는 건 왜일까요. 15일 채권시장을 분석하는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물어봤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금리, 마지노선에 다 왔다-8월부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서 4.3%대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로 올라갈 거라곤 전문가들도 예상 못 했겠죠?“다들 생각 못 했고, 이 정도 금리가 이렇게 오래 유지될 거라고도 생각을 못 했습니다. 미국에서 올 3월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은행 파산했을 때 ‘이제 금리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레벨의 목까지 찼구나’라고 봤거든요. 그런데 이후 금리가 좀 더 올라갔는데도, 금융시장이 버틴다는 사실에 시장이 놀란 것 같아요. 지금 펀더멘탈만 보면 내년에 금리가 내려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거든요. (미국 경제) 성장률이 꺾이고 물가도 앞으로 내려갈 테니까요. 그런데 경제가 버텨주는 힘이 워낙 크다 보니까 ‘이거 좀 쉽지 않겠다, 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겠다’고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요즘엔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저물었다’, ‘10년물 국채 금리 4% 시대가 쭉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의견이 부각돼 보이긴 합니다. “원래는 보통 4분기가 되면 경제 전망이 한쪽으로 좀 쏠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엄청 나뉘어져 있어요. 외국계 증권사들은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까지 보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헤지펀드 같은 공격적 자금들은 여전히 ‘리세션(경기침체)’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헷갈리니까 시장에서도 금리에 대해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기가 어렵죠. 그래서 ‘지금까지 사이클을 봤을 땐 금리가 내려갈 것 같지만, 금리가 계속 높게 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금리가 계속 4%대로 떠 있을 가능성은 일종의 ‘소수 의견’인 건가요?“소수의견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시나리오의 확률을 제시하진 않습니다. 원래는 ‘금리가 계속 높을 확률은 30%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확률을 제시하진 않고 그냥 ‘대응의 영역’으로 얘기하고 있죠.”-확률을 제시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확신에 차 있는 건 아니네요.“채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반영된 거죠. 최근 1~2년 사이에 미국 국채금리가 너무 많이 올라서 파산한 은행까지 생겼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안전자산이라고 믿었던 이 채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내년에 기준금리를 5.5%에서 4%까지 내린다고 가정해도, 이렇게 국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면 장기물 금리는 4%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고요.그런데 금리라는 건 재미있는 자산입니다.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그 레벨에서부터는 자산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다시 일어나거든요. 주가가 빠지고 모든 자산이 조정받게 되고, 그럼 채권은 금리 고점에 다시 매수해야 하는 자산이 됩니다. 따라서 저는 금리가 올라가는 한계선이 굉장히 명확하다고 봅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7%에서 4%로는 얼렁뚱땅 갔다고 쳐도 4%에서 4.2%로, 4.2%에서 4.5%로 가는 건 점점 저항력이 세지거든요. 저는 이건 쉽지 않다, 이 정도면 금리의 마지노선에 다 왔다고 보고 지금부터는 분할 매수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주식의 경우엔 사실 심리에 따라서도 주가가 많이 움직이고, 그래서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는데요. 그런데 금리는 좀 다르군요? 펀더멘탈을 종합하면 마지노선이 어느 정도 나온다? “경제가 버틸 수 있는 금리의 상한은 정해져 있죠. 그래서 무한정 올라갈 수는 없고요. 연초에 미국 중소은행들 파산할 때 이를 처음 확인했다고 보거든요.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금리 상한선을 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계속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억지로 지금 살려놓은 상황이고요. 이 때문에 금리가 더 높아졌지만, 이 정도에선 시장이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골디락스? 리세션? 내년 미국 경제는-지금은 IB들이 미국 경제 전망을 점점 좋은 쪽으로 수정하고 있잖아요. 미국 실업률이 아직 3.8%로 엄청 낮고, 소매 쪽도 여전히 괜찮은 것 같고. 그래서 ‘진짜 생각보다 미국 경제가 괜찮은가? 그럼 연준의 긴축정책이 길어지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미국 경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저희는 올해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을 지나고 있다고 보고, 내년에는 ‘마일드한 리세션(완만한 경기침체)’을 전망합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이익마진이 줄어들고 있어서 3.8% 실업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싹 다 고용된 상태(완전 고용)인데요. 기업의 마진이 축소되면 분명히 해고가 일어날 겁니다. 이를 통해 실업률이 일부 상승할 걸로 보고요. 다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소비가 일어나고 있어서 해고가 급진적이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마일드한 리세션, 완만한 실업률 상승을 내다봅니다. 이에 따르면 금리는 내려가는 게 맞죠.”-그런데 국제유가가 요즘 많이 뛰고 있어서요. 한동안 물가 걱정을 좀 놓았는데, 다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요.“과거 물가 급등을 유발했던 요인들이 지금은 안정됐습니다.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엔 집세 비중이 큰데요. 자가 보유자들에게 ‘당신 집세를 얼마 받고 싶어요’라고 물어봐서 그 값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실제 집세보다 CPI에 반영된 집세는 좀 늦게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시차까지 고려하면 물가는 많이 내려왔다고 봐서 물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다만 유가가 최근 이슈인데요. 유가가 물가에 의미 있게 영향을 주려면 오른 상태가 몇 개월간 오래 지속돼야 합니다. 만약 OPEC의 감산 의도가 유가를 장기간 끌어올리는 데 있다면 물가에 영향을 주겠죠. 하지만 지금은 석유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까 유가가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감산이거든요. OPEC 국가들이 다 같이 동참한 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만 하고 있고요. 따라서 그렇게 물가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그렇다면 좀 다행이네요. 유가가 ‘10개월 만에 최고치’라고 하길래 뭔가 달라진 건가 싶었거든요.“시장이 걱정하는 건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국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석유 추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죠. 계속 공급은 줄어들 텐데, 에너지 전환이 생각보다 빨리 되지 않으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때문에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인데요. 그런데 이건 정치의 영역이에요. 미국이 어떻게 정책을 이끌어나가냐의 문제이죠. 만약 미스매치로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이 다시 셰일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가가 팬데믹 때처럼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걸로 봅니다.”11월 추가 인상이 어려운 이유-결국 관심사는 연준의 통화정책인데요. 한쪽에선 ‘금리인상은 이미 끝났다. 내년엔 인하’라고 전망하지만 다른 쪽에선 ‘11월에 다시 또 인상할 거다’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만큼 올렸다고 보시나요.“저희는 올릴 만큼 올렸다고 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린다고 해서 긴축의 효용이 크지 않을 것 같아요.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단기금리는 영향받아도 장기물은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거든요.”-11월에 한 번 더 올리면 ‘진짜 완전 피크’라는 신호가 되는 건가요?“피크라도 볼 수도 있고 ‘이제 경기가 더 빨리 꺾이겠다’라고도 볼 거고요. 그래서 장기금리가 내려갈 거고, 이건 중앙은행 의도와 맞지 않아서요. 금리를 한차례 더 올리는 것의 효용이 적을 겁니다. 그래서 연준은 금리는 이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계속 ‘옵션이 있다’, ‘데이터에 근거할 거다’라고 얘기하겠죠.”-‘물가 상승률 2% 목표 갈 때까지 어쩌고’ 하는 얘기를 연준은 계속하겠군요.“그래서 올해는 다 왔다고 보고요. 그리고 내년에 골디락스 전망이 좀 확산하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미루더라고요. 대부분 하반기로 미룬 것 같은데, 저희는 최소 상반기 중에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걸로 봅니다.”-내년 1, 2분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요?“사실은 1분기 말 정도부터 인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 중소은행들이 좀 위험하거든요. 미국 중소은행들이 지금 예금금리를 계속 높이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본 운용 상태가 좀 안 좋아지고 있는데요. 복기해보면 2019년 미국 중소은행들의 지급 준비금이 감소하면서, 은행끼리 주고받는 1일짜리 금리가 갑자기 8~10%로 급등했던 적이 있어요. 은행의 자금 조달이 잘 안돼서 금리가 급등한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때 연준이 ‘보험성 금리인하’를 갑자기 시작했습니다(2019년 7월, 9월, 10월 연달아 금리 인하). 그런 경험을 반추해봤을 때 올해 1분기부터는 ‘보험성 인하’라는 이름으로 인하를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다.”채권 매수 적기는? 바로 지금!-그럼 채권 투자 기회의 문이 다시 닫히게 되는 걸까요? 채권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저는 지금이 굉장한 매수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금리가 높아져 있을 때 채권을 사놔야 만기까지 보유할 때 받을 금리를 확정시킬 수 있으니까요. 또 (금리가) 내려갈 때는 채권의 평가이익까지 발생할 거고요.”-지금 들어가야 하나요?“올해 11월이면 그땐 연준의 마지막 최종금리를 명확하게 확인할 거고요. 그때부터 시장금리는 내려갈 겁니다. 시장금리는 연준이 인하해주는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아요. ‘앞으로는 인하지’라면서 시장금리가 먼저 내려가는데요. 그런데 컨센서스(일치된 의견)가 형성되면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11월부터 내려갈 테니까 그전에 미리 사야지’라는 움직임 때문이죠.그런데 금리가 내려도 예전처럼 화끈하게 내려가서 캐피탈 게인(채권을 만기 전에 팔아서 얻는 양도차익)이 엄청 커지는 장이 오진 않을 거예요. 완만한 경기침체 또는 소프트랜딩이 쭉 이어지는 장이라면, 금리가 내려가는 선도 정해져 있으니까요. 따라서 투자 시점을 잘못 선택하면 캐피탈 게인이 안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개인이라면 그냥 만기까지 계속 들고 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채권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만기까지 보유해서 쿠폰금리를 얻는 전략이 낫겠군요.“네. 그러면 좋다고 보고요. 또 지금 일부 헤지펀드에선 ‘앞으로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다’라고 주장하잖아요. 만약 그런 전망이라면 그땐 종목을 바꿔야겠죠. 국채가 아닌 회사채 쪽으로요. 금리를 좀 높게 고정시키고 대신 만기는 줄이는 겁니다. 요즘 회사채를 보면 발행이 잘 안되다 보니 금리가 좀 높은 게 있거든요.”-요즘 회사채는 금리가 어느 정도로 발행되나요.“천차만별이지만, 잘 찾아보면 캐피탈사인데 6~7%대인 게 있습니다. 모 회사가 튼튼한 경우라면 그런 회사채로, 대신 만기를 좀 짧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입니다.-그동안 채권 투자에 관심 가지고 공부하셨던 분들이 마지막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군요. 작년 이맘때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이 높아졌더라고요.“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서 놀랍니다. 아마추어인데도 깊게 보시고, 시각도 새로운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FOMC 회견을 새벽에 라이브로 보면 한국인들이 댓글을 진짜 많이 달아요.”-뭐라고 다는데요?“한글로 ‘파월 허튼소리 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요. 재미있었던 건 어떤 사람이 영어로 ‘영(young)’을 쓰고 다른 사람이 ‘차(cha)’를 쓰는 거예요. ‘영차영차’라며. 그걸 보던 외국인들이 ‘이건 무슨 뜻이지’라며 혼란에 빠지는 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정말 한국 사람들이 투자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죠.”-채권이나 금리 공부도 한번 빠지니까 재미있나 봐요.“그런데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너무 매몰돼서 돈의 큰 흐름을 지나치게 미시적으로 보게 되는 위험도 있는 것 같아요. 주식 종목은 하나에 꽂혀서 다 같이 끌어올리면 다 같이 해피하게 끝날 수도 있는데요. 채권은 그렇지 않고, 글로벌 자금의 의사결정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거든요. 자칫 혼자 거꾸로 생각하게 될 수가 있죠. 구조적이고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게 좀 필요하겠습니다.”By.딥다이브한국뿐 아니라 미국 개인투자자들도 요즘 채권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하죠. 미국 국채 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엄청 많고요. 그만큼 미 연준 통화정책과 금리 전망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허정인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3%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에 거의 다 왔다고 할 수 있죠. 내년엔 미국 기업의 이익 마진이 감소하면서 해고가 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마일드한 리세션’ 가능성이 큽니다. -고금리로 미국 중소은행은 자본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르면 내년 1분기에 미 연준이 2019년처럼 ‘보험성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11월이면 미국 금리의 정점이 확인되면서 장기물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할 겁니다. 채권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에겐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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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MC 앞둔 뉴욕증시, 강보합…국제유가는 또 연중 최고치[딥다이브]

    미국 뉴욕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18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모두 강보합세로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02%, S&P500 0.07%, 나스닥 지수는 0.01% 상승했죠.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로 보고 있죠. 대신 시장이 관심 있는 건 점도표입니다.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가 어떤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측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죠. 특히 시장에선 내년 기준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관심이 큰데요.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그레그 아벨라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이 실제로 언제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지,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이 이 회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합니다.연준이 점도표에서 매파적인 입장을 유지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연준은 아마도 2023년 한차례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고, 향후 2년에 걸쳐 매우 느린 완화를 예상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연준 위원들이 ‘완만한 인하’ 계획을 세우더라도 경기 침체로 인해 실제론 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날 국제유가는 또 뛰었습니다. 국제원유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50센트(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죠. 지난 3월과 비교하면 30% 넘게 상승한 겁니다. 이제 유가가 100달러를 찍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는데요. 미국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CEO는 이날 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고요. 컨설팅사 에너지 어스펙트의 암리타 센 연구원 역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펀더멘털은 매우 강력하다”면서 “평균 100달러를 넘진 않겠지만 잠시 동안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설사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더라도 그 기간이 길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정학이 유가를 잠깐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점진적인 완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OPEC+ 동맹 외부의 국가, 즉 미국∙가이아나∙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몇 달 안에 원유 공급을 늘릴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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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라운 ‘디지털 인디아’… 정부가 직접 온라인쇼핑 판 깔았다[딥다이브]

    중국보다 많은 14억명의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GDP 기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요즘 인도가 가장 유망한 신흥국 중 하나로 주목받습니다. 특히 인구가 젊기 때문에(중위 연령 28세)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이 큰 기회요인이죠.이런 성장의 중심엔 모디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이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혁명’을 속도감 있게 이끌고 있는데요. 디지털에 진심인 인도 정부는 최근엔 직접 나서서 ‘수수료 제로’의 온라인 쇼핑 판을 깔아버렸습니다. 아마존·월마트 같은 외국 플랫폼이 장악한 전자상거래 시장에 정부가 도전장을 내밀었죠. 인도의 국가 주도 모바일 혁명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수수료 제로’의 온라인 쇼핑“다음부터는 조마토에서 주문하지 마세요! ONDC와 조마토의 음식 가격 차이는 충격적입니다. 최대 50%까지 차이 납니다!”지난 5월 구독자 수 300만명이 넘는 인도의 유명 유튜버가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인도의 대표 배달앱 조마토(Zomato)나 스위기(Swiggy)와 비교할 때 ONDC에선 훨씬 싸게 주문할 수 있다는 ‘재테크 꿀팁’이었죠. 바로 ‘ONDC는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댓글이 줄을 이었는데요. 비슷한 트윗이 이어지고 관련 기사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ONDC가 인도 소비자들의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여기까지만 보면 ONDC가 인도의 새로운 배달앱인가 하실 텐데요. ONDC는 앱이 아닙니다. 그 어떤 플랫폼도 아니죠. 그럼 뭐냐. ‘Open Network for Digital Commerce’, 즉 디지털 상거래를 위한 개방형 네트워크입니다.인도 정부 주도로 만든 ONDC는 지난해 9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온라인 쇼핑 세계를 통합하는 거대한 연결망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십 개의 쇼핑 앱을 하나로 묶어서, 구매자·판매자가 어떤 앱을 이용하든 상관없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판을 깔아준 겁니다. 예컨대 소비자가 페이티엠(Paytm)이든 마이스토어(Mystore)이든 어떤 앱이나 접속해도 ‘ONDC’ 카테고리만 선택하면 여기 연결된 판매자들 제품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무신사와 쓱닷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토스 앱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죠.ONDC로 온라인 주문할 수 있는 품목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옷이나 생활용품은 물론 음식 배달과 택시(삼륜차) 서비스까지 가능하죠(도시마다 이용 항목이 다름). 특히 음식 주문과 택시 분야에서 ONDC가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데요. 배달앱 조마토와 스위기는 물론, 인도 차량공유 서비스의 지배적 사업자인 우버(Uber)와 올라(Ola)의 지위까지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ONDC는 현재 수수료가 공짜이기 때문입니다.온라인 쇼핑몰이 판매자에게서 떼는 수수료 비율은 상당하죠. 인도에서 배달앱의 경우엔 수수료율이 25~30%라는데요. 이걸 공짜로 했으니 엄청난 메리트인 겁니다. 다만 수수료가 앞으로도 쭉 제로인 건 아닐 겁니다. 비영리조직인 ONDC는 지금 주주(주로 은행들) 자금으로 운영되는데요. ONDC 측은 언젠가는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래도 일반 쇼핑몰보다는 훨씬 낮을 겁니다.탈아마존=전자상거래의 민주화?인도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전자상거래에 진심일까요. ONDC를 출시하면서 정부가 내건 슬로건은 ‘전자상거래의 민주화’였습니다.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이미 세계 7위 규모이죠. 온라인 쇼핑 이용자는 2억20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스마트폰 확산에 힘입어 2019년 이후 7배로 늘어났죠.급성장 중인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는 플립카트(Flipkart)와 아마존(Amazon)입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각각 48%와 26%로 합치면 74%나 되죠. 플립카트는 지난 2018년 월마트가 인수했습니다. 사실상 월마트와 아마존이란 미국 기업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외국 기업이 온라인쇼핑 시장을 장악하면 민주화에 저해될까요? 인도 정부 판단으론 그렇습니다. 현재 시장은 약탈적 가격 책정과 편향된 알고리즘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불리하다고 보는 건데요. ONDC라는 ‘공정한 경쟁’의 판을 만들어서 인도의 1억 개 중소기업을 전자상거래 세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입니다.상당히 이상주의적 발상인데요. 힌두스탄타임스는 기사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소규모 가내수공업 민속 의류 제조업체가 ONDC 네트워크에 들어오면 기존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부과하던 막대한 수수료 없이 전 세계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하지만 아직은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죠. 주문량이 하루 평균 1만3000건, 등록된 판매자 수는 3만9000명 정도로 아직은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 과연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정도로 사용자 수가 증가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하죠.플립카트나 아마존과 비교할 때 약점도 뚜렷합니다. 사실 온라인 쇼핑 앱을 선택할 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으냐도 중요하지만 앱이 쓰기 편한지, 할인 혜택 등 이벤트가 많은지도 중요하거든요. ONDC는 이 부분에서 민간 유통사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이거 혹시 한국의 공공배달앱처럼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사실 드는데요. 정부가 만든 서비스가 민간 영역, 그것도 온라인 유통이라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요. 하지만 의외로 인도에서는 ONDC가 어쩌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을 바꿀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꽤 있습니다. 이미 인도 정부가 디지털 시장에 뛰어들어서 대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인도인의 결제 생활을 혁명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UPI(Unified Payments Interface)입니다.모바일 결제는 단연 세계 1위인도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OR코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길거리 이발소 옆 나무에도, 과일 노점상 카트나 담배 가판대 위에도 OR코드가 붙어있죠. 현금 대신 스마트폰으로 OR코드를 찍어 결제하라는 겁니다.이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를 가능하게 한 시스템이 UPI입니다. 인도 중앙은행 산하의 국립결제공사가 2016년 출시했죠. 은행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했는데요. 한국의 토스나 카카오페이 결제와 비슷합니다.UPI를 이용한 결제 건수는 지난 8월 100억 건을 돌파했습니다. 올 1월에만 해도 80억 건이었는데 불과 몇 달 새 25%나 급증했죠. 인도에선 이미 3억명의 개인과 5000만 개의 가맹점이 UPI 시스템을 사용 중입니다. 참고로 UPI를 포함한 실시간 디지털 결제 건수에서 인도는 단연 세계 1위(중국의 약 3배)이죠. 인도 상인들이 UPI 결제를 선호하는 건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UPI 결제를 위해 상인들이 필요한 건 QR코드를 인쇄한 종이뿐입니다. 비싼 POS 단말기 같은 건 필요 없죠. 게다가 결제가 완료되면 스마트폰 음성 서비스로 얼마가 입금됐는지 바로 알려주기 때문에 현금 세는 것보다 편리합니다.게다가 무엇보다 UPI는 수수료가 공짜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수수료를 내지 않죠. 대신 정부가 은행에 UPI 서비스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UPI가 신용카드를 제치고 인도의 디지털 결제 시장을 평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디지털 결제 시장의 69% 차지). UPI는 인도를 단번에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게 한 결제 혁명이었습니다.닐레카니는 다 계획이 있다인도 정부는 어떻게 UPI와 ONDC 같은 대담한 디지털 공공 인프라 구축을 구상하고 실행에 나섰을까요. 그 뒤에는 인도의 IT 거물,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 회장(공동 창업자, 2002~2007년 CEO 재임)이 있습니다.인도 정부는 200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식 ID 시스템 ‘아드하르(Aadhaar)’를 도입했는데요. 아드하르 개발을 위한 정부 기관의 수장을 맡아 이를 진두지휘한 주역이 바로 닐레카니 회장이었습니다. 아드하르는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홍채 스캔을 추가한 건데요. 당연히 도입 당시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엄청난 반대 여론이 들고 일어났죠. 하지만 이를 뚫고 지금은 인도의 성인 99%가 아드하르 식별번호를 보유 중입니다.아드하르는 인도 디지털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게 있었기 때문에 인도의 은행 계좌 보유율이 9년 만에 20%에서 80%로 뛰었고요. 덕분에 QR 결제 같은 모바일 결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이후에도 닐레카니 회장은 모디 정부의 굳건한 신임을 얻으며 기술적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UPI 도입과 ONDC 설립 역시 그의 작품입니다.인도의 미래 비전을 기술로 구현해 낸 닐레카니 회장은 인도에서 큰 존경 받는 인물입니다. “세계가 인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인물”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인데요.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의 이전 대형 프로젝트처럼 ONDC 역시 새 역사를 쓰게 될까요.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닐레카니가 하는 일이니까 이번에도 왠지 잘 될 것만 같다’는 기대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닐레카니 회장은 지난 6일 한 연설에서 ‘디지털 인디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도는 모바일 솔루션과 디지털 자본을 통해 ‘오프라인 비공식 저생산성 경제’에서 ‘온라인 공식 고생산성 경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인도 경제는 엄청난 ‘공식화’를 이룰 겁니다.” 인도엔 20년 앞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기술 리더십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인도의 강점이 아닐까 싶군요. By. 딥다이브인도의 모바일 혁명 이야기는 지난해 10월에도 전해드린 적 있죠(). 오늘은 좀더 자세히 들여다봤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인도 정부가 수십개의 쇼핑몰을 하나로 연결하는 ‘ONDC’라는 이름의 거대 온라인 쇼핑 네트워크를 깔았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장악한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민주화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수수료 제로’의 온라인 쇼핑에 소비자들은 환호합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과거 정부 주도의 디지털 혁신처럼 이번에도 판을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이미 인도 정부는 생체인식 인증 시스템인 ‘아다하르’와 OR코드 결제 시스템 ‘UPI’를 성공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를 진두지휘했던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 회장이 ONDC도 밀고 있는데요.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가진 인도의 ‘디지털 인디아’ 스토리는 계속될 겁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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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M, 상장 첫날 25% 급등…IPO시장이 살아난다[딥다이브]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데뷔가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0.96%, S&P500 +0.84%, 나스닥지수 +0.81%.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 ARM이 이날 드디어 나스닥 시장에 데뷔했습니다. 첫날 주가는 24.69% 폭등. ARM 시장가치는 652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외신에선 “ARM을 소유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승리”라고 표현합니다. ARM의 공모가 상단은 주당 51달러였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IB 관계자들은 수요가 많다며 공모가를 더 높게 책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손정의 회장 의견은 달랐다고 합니다. 1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공모가를 높여서 데뷔 첫날의 성적을 위험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 건데요.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ARM 지분의 90.6%를 소유하고 있죠. 이날의 주가 급등으로 지분가치가 약 120억 달러 증가했습니다.이번 ARM 상장은 전기차업체 리비안의 2021년 11월 초 상장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IPO였습니다. 이번 상장이 침체에 빠지다 못해 얼어붙었던 IPO 시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다음 주 공모를 앞두고 있는 미국 식료품 배달회사 인스타카트(Instacart)와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Klaviyo)에도 좋은 징조입니다. 자산운용사 거버 카와사키의 로스 거버 CEO는 블룸버그에 “이것은 사이클의 시작일 뿐이며 ARM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훌륭한 신호”라며 “소프트뱅크가 인기를 얻고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가격 책정을 현명하게 했다”고 말했죠. 그렇다고 2021년 같은 IPO 버블 시절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시장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이죠.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던 스튜어트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이 분별력이 있을 뿐 아니라, 바이오텍 같은 일부 섹터는 통화정책이 바뀔 때까지는 IPO 시장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8월 소매판매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고요. 8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7% 상승해, 예상(0.4%)을 웃돌았습니다. 다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0.3% 상승하며 예상치와 일치했죠. 유가가 많이 뛰었지만 근원 물가는 안정적이란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경제지표에도 연준이 다음 주 FOMC에서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CME그룹의 페드와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동결 확률을 97%로 보고 있죠. 시장은 9월 회의 결과보다는 그다음 11월 회의와 관련해 연준이 어떤 힌트를 내놓을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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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부는 왜 엔화로 돈을 빌렸을까(feat.환율 전망)[딥다이브]

    한국 정부가 지난주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발행했다는 뉴스 보셨나요. 이게 무려 25년 만의 일이라는데요. 특히 국내거주자(해외교포 포함)가 아닌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건 역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일본 사무라이본드 시장에 데뷔한 셈이죠.그런데 한국 정부만이 아닙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인도네시아·필리핀 정부까지. 올해 들어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줄 잇고 있는데요. 왜 지금 시점에 다들 엔화로 돈을 빌리려는 걸까요. 당연히 금리도, 통화가치도 저렴한 엔화로 돈 빌리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그럼 엔화 가치가 다시 뛸 수도 있다는데, 혹시 리스크는 없을까요. 오늘은 사무라이본드와 엔화 환율 전망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일본서 불티나게 팔린 한국 외평채 기획재정부가 7일 700억 엔(약 5억 달러) 규모의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습니다. 3년, 5년, 7년, 10년 만기로 나눠 채권을 찍었는데요. 평균 발행금리(가중평균 기준) 0.70%, 3년 만기짜리 금리가 0.475%였습니다. 일본에서 최근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본드 중 최저 금리였죠. 하긴, 대한민국 국가 신용등급은 무려 AA등급(S&P 기준). 일본(A+)보다도 두단계나 높다고요.그럼 흥행은? 그야말로 인기 폭발. 주관사 중 한 곳이었던 일본 현지 투자회사 담당자 A씨(익명을 요청함)와 11일 국제전화로 통화했는데요. 분위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대형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보수적인 지방 금융기관까지 엄청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상상도 못 할 금액(의 주문)이 들어왔어요.”낯선 데 투자하기 꺼리는 일본 투자자들이 처음 보는 한국 외평채를 덥석 사들였다니, 좀 의외인데요. 다 이유가 있더군요. A씨는 “기재부가 로드쇼(투자설명회)에서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GDP 대비 48.7%)이 일본(GDP 대비 263.9%)보다 훨씬 낮은데도 ‘건전 재정’ 정책을 펼친다고 하자 일본 투자자들이 놀랐다”고 전합니다. 또 “신용등급이 높고, 일본 국채·지방채처럼 무위험의 투자자산이라는 점도 투자가 몰린 이유”라고 하죠. 한마디로 일본 국채 못지않게 믿고 투자할 안전자산이라 여겨 인기를 끈 겁니다.엔화로 돈 빌리면 뭐가 좋길래 그럼 한국 정부는 왜 이 시점에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을까요. 정치외교적 해석(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이 당연히 나오는데요. 여기선 경제 논리만 따져보겠습니다.가장 큰 건 역시 금리이죠.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 표시로 외평채를 발행하여, 외화보유액 조달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4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1600억 엔, 7월 프랑스 금융회사 BPCE가 1977억 엔어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전 세계에 남은 유일 마이너스 금리 국가(일본 기준금리 –0.10%)라는 이점이 확실한 겁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사무라이본드 발행액은 8452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증가했죠. 마침 지금이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라는 점도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사무라이본드로 끌어모은 엔화를 정부는 어떻게 쓸까요. 모두 한국으로 들여오지만, 환전은 하지 않고 엔화로 운용한다고 합니다. 외화보유액에 속하는 엔화 자산이 되는 거죠. 만약 중간에 엔화 가치가 오른다면? 달러로 환산한 외화보유액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만기 때 엔화 가치가 엄청 뛴다면? 이 역시 갖고 있던 엔화로 갚으면 되니까 별로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기재부 관계자는 “빌려온 엔화를 원화로 환전해서 운용하다 나중에 다시 엔화로 환전해서 갚아서 환차손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죠. 쭉 엔화로 운용할 거기 때문에, 2008년 국내 중소기업과 병·의원들을 떨게 했던 ‘엔화 대출 폭탄’ 같은 일은 없을 거란 뜻입니다. 그 당시엔 너도나도 엔화로 빌린 돈을 원화로 환전해서 썼기 때문에 엔화 가치 급등기(100엔당 800원대→1500원대)에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던 거죠. 금리와 환율 타이밍이 좋은 건 알겠는데, 엔화 자금이 지금 그렇게 필요한가라는 의문은 남습니다. 외화자금 시장에서 엔화를 구하기 어려워 동동거릴 일이 생길 정도로 국내 기업의 수요가 많은 건 아니니까요.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일본과 비즈니스 할 일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의미를 설명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반도체나 2차전지 같은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협력이 늘어나지 않겠냐는 (아직은 막연한) 기대인데요. 이에 대비해 정부가 미리 길을 닦아놨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한국 기업이 앞으로 일본에서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다면 이번 외평채 금리가 기준점(벤치마크)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도 간간히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한국 기업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6월에 3년 만기 채권 200억엔어치를 금리 0.76%로 발행했죠. 수출입은행 보증을 받은 덕분에 금리를 그래도 좀 낮출 수 있었다는데요. 일본 투자업계 A씨는 “이제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선 외평채 금리가 기준점이 된다”면서 “만약 대한항공이 지금(외평채 발행 이후) 발행한다면 6월보다 금리를 적어도 10bp(=0.1%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달러당 146엔… 엔저는 이제 끝물일까 제로금리·엔저인데다 한국 정부까지 나서서 판을 깔아줬으니, 그럼 기업들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늘리기 좋은 시점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죠. 앞에서도 언급했던 환율 문제 때문인데요.일본에서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기업이라면 환율을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사무라이본드를 대량 발행한 것도 그걸로 일본 주식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일본 주식에 투자하면 일석이조입니다. 일단 이자가 싸서 좋고, 나중에 엔화 가치가 급등하더라도 주식 팔아서 빚 갚고 남는 수익에 대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으니까요.그런데 빌린 엔화를 원화나 달러화로 환전해서 쓰려는 경우라면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합니다. 지금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6엔대. 과연 이 역대급 엔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엔화 가치가 바닥인 건 기준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올린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단기금리 –0.10%)를 고수하고 있어서입니다. 결국 다른 나라, 특히 미국 연준이 금리를 좀 내리거나, 아니면 일본은행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서거나. 둘 중 하나이면 엔화 가치가 다시 뛸 수 있을 텐데요. 이와 관련해 지난 주말 놀라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요미우리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요. 거기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물가 목표(인플레이션 2%)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해제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게다가 그 판단 시기를 묻자 “연말까지 충분한 정보나 데이터를 갖출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라고 말했죠. 완곡한 그의 발언을 좀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르면 연말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가 됩니다.이건 놀랍다 못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센 발언인데요. 올해 4월 취임 이후 내내 비둘기파적 발언(“끈질기게 금융완화”)만 내놓던 그가 느닷없이 매파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시장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면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해서 금리를 끌어내리는 YCC(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 정책도 아직 없애지 않았거든요(단, 10년물 국채금리 용인 상한선을 지난 7월에 0.5%에서 1.0%로 올림). 그런데 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기준금리 인상’을 벌써 총재가 입에 올리다니. 너무 진도가 빠르죠.일본의 통화정책 대전환이 드디어 시작된 걸까요. 아니면 지난주 엔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자 총재가 평소보다 발언 수위를 일부러 높인 걸까요. 아직은 의견이 분분한데요. 일단 시장은 잔뜩 긴장했습니다. 지난주 힘없이 떨어졌던 엔화 가치가 이 발언 이후 바로 반등했으니까요. 11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선 지난주 후반 달러당 148엔에 육박했던 엔화 가치가 한때 달러당 145엔대까지 올라섰습니다(환율은 하락). 앞으로는 어떨까요. 외환시장 전문가인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게 11일 전화로 물어봤는데요. 그는 “우에다 총재가 직접 (금리 인상을) 말한 건 유의미한 변화”라며 “일본은행의 방향성은 분명히 긴축”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신중한 일본은행답게 그 속도는 느릴 걸로 내다봤는데요. 그는 “겨울의 수입 물가 동향을 체크한 뒤 내년쯤 의미 있는 변화, 예를 들어 YCC 상한선을 지금(1.0%)보다 더 올리는 식이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까지는 내년에도 좀 무리일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금리 인상은 없겠지만 일본은행이 국채 무제한 매입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내년엔 완만한 ‘엔고’로 갈 거란 전망이죠.‘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차관 역시 ‘엔고’를 외칩니다. 그는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연말엔 1달러=130엔 전후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며 “당분간 완만한 엔고로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제조업의) 국제화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이제 엔고가 일본 기업에 플러스”라는 일본 경제 낙관론도 함께 펼쳤습니다.사실 ‘내년엔 엔고’라는 얘기는 지난해에도 있었죠. 바닥이라고 보고 일찌감치 엔화 줍줍했다가 물려있는 국내 투자자들도 상당합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끝나간다는 전망까지 맞물리면서 엔화 강세 전환론이 좀더 힘을 얻는 분위기인데요. 엔화자산을 사려는 투자자이든 엔화로 돈을 빌리려는 채무자이든, 일본의 통화정책과 환율 변화에 예민해질 때입니다. By.딥다이브금리·채권·환율·통화정책. 기사로 쓸 때마다 참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로구나 싶긴 한데요(특히 환율이 내려가면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것 때문에 더 헷갈림). 내 자산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건 분명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한국 정부가 사무라이본드 700억엔어치를 발행했습니다.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 일본 국채 못지 않게 안전한 자산인데다, 한국의 낮은 정부 부채 비율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일본의 초저금리를 기회로 삼아,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기업은 물론 각 국 정부까지 엔화표시 채권 발행을 올해 들어 크게 늘리는 추세입니다. 엔화로 빌린 돈을 가지고 일본에서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지금은 좋은 기회입니다.-하지만 환율 위험에 노출된 경우엔 지금 시점에 엔화로 돈을 빌리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통화정책 방향 전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시점입니다. ‘완만한 엔고’로 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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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신용도 높고 부채비율 낮아” 깐깐한 日투자자 마음 열었다[딥다이브]

    한국 정부가 지난주 일본에서 처음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가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높은 국가 신용등급과 낮은 정부부채 비율이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기획재정부가 700억 엔(약 6318억 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 건 7일. 25년 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해외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상 한국 정부의 사무라이 본드 시장 데뷔전이었다. 기재부와 주간사회사에 따르면 결과는 흥행 성공이었다. 글로벌 투자자와 일본 대형 투자기관은 물론이고 현지의 소규모 지방은행들까지 대거 주문을 냈다. 일본 지방 투자자들은 낯선 자산에 투자하길 꺼리는 보수적 성향이라 투자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번 거래 주간사회사 중 한 곳인 일본 투자회사 관계자 A 씨는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금액으로 지방 투자자들이 참여했다”고 놀라워했다. 이번 외평채 금리가 올해 일본에서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 본드 중 최저 수준(3년물 0.475%)이란 점에서 더 의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외평채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신용도다.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AA(S&P 기준)로 A+인 일본보다 두 단계나 높다. 주로 일본 국채와 지방채에 투자해 온 일본 지방 금융회사들이 ‘일본 국채만큼 안전한 무위험 자산’이란 점에서 한국 외평채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의 건전 재정정책 기조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요인이었다. A 씨는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일본보다 매우 낮은데도 한국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 일본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7%, 일본은 263.9%다. 기재부 역시 좋은 타이밍에 성공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자평한다. 초저금리 발행으로 조달비용을 아낀 데다 마침 엔화 가치가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조달한 700억 엔은 모두 환전 없이 엔화로 계속 운용된다. 따라서 외화보유액 중 엔화 자산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만약 엔화 가치가 앞으로 오른다면 달러로 환산한 외화보유액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만기 시점에 엔화 가치가 급등한다 해도 손해 볼 일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빌려온 엔화를 원화로 환전해 운용한다면 나중에 엔화로 갚을 때 환차손이 생길 수 있지만, 엔화로 운용하기 때문에 환차손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가 향후 국내 기업이 발행할 사무라이 본드의 ‘금리 기준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외평채가 매우 낮은 금리로 발행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발행금리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국내 기업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최근엔 대한항공(6월)과 한국투자증권(7월)이 있었다. 일본 투자회사 관계자 A 씨는 “만약 대한항공이 지금 채권을 발행한다면 6월보다 금리를 적어도 10bp(=0.1%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로금리와 엔저를 기회로 삼아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은 8452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4월에 1600억 엔, 프랑스 금융회사 BPCE가 7월 1977억 엔어치를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8일 한때 달러당 148엔까지 근접했던 엔화 가치는 이번 주 다시 146엔대로 소폭 상승했다(환율은 하락). 9일 “마이너스 금리 해제(기준금리 인상)도 선택지”라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 영향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긴축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내년엔 완만한 엔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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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건스탠리 “테슬라 목표주가 400달러”…나스닥 1.14%↑[딥다이브]

    주가가 10% 급등한 테슬라가 뉴욕증시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는 0.25%, S&P500 0.67%, 나스닥지수는 1.14% 올랐습니다.이날 테슬라 주가(273.58달러)를 10.09% 끌어올린 건 모건스탠리 보고서였습니다. 유명 자동차 애널리스트 아담 조나스는 이 보고서에서 테슬라 목표주가를 250달러에서 400달러로 60%나 상향하고,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바꿨죠. 테슬라가 도입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가 테슬라 평가가치에 약 5000억 달러(약 664조원)를 더할 수 있다는 걸 그 이유로 꼽았는데요. 2021년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슈퍼컴퓨터를 제작한다고 밝혔죠. 그리고 실제 지난달부터 이 자체 슈퍼컴퓨터 ‘도조’의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칩이 “엔비디아 칩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더 효율적”이라며 칭찬했는데요. 그는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자동차회사인지, 기술회사인지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면서 “우리는 둘 다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가치 동인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수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회사로서의 테슬라의 가치에 이제 주목하란 겁니다. 이번 주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제지표가 나올 예정입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가 13일 나올 텐데요. 일단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14개월 만에 가장 큰 월별 상승이 예상됩니다. 시장에선 8월 CPI 결과가 ‘통화 긴축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줄까 봐 긴장하고 있는데요. 당장 9월 19~20일 열릴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점은 기정사실화되고 있긴 하죠.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11월 또는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확률을 40%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12일 애플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여는 ‘원더러스트(Wonderlust)’ 행사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거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아이폰15를 공개할 예정이죠. USB-C타입 충전 포트를 쓰는 아이폰이 처음 공개되는 건데요. 무엇보다 과연 가격이 이전 모델보다 얼마나 뛸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주 중국의 ‘공무원 아이폰 금지령’ 여파로 급락했던 아이폰 주가는 행사를 하루 앞둔 11일엔 0.7%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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