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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로열 프린세스’의 탄생을 본 영국 왕실이 들떠 있다. CNN은 지난달 28일 “1000년 영국 왕실 역사에서 여왕 통치 기간은 대체로 번영을 누려 공주에 대한 인식이 좋다”며 “새로 탄생한 공주의 대외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영 왕실에서 여왕은 6명 배출됐다. 영국은 1066년 이후 왕위가 40차례 바뀌었다. CNN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외동딸 앤 공주가 남자 형제들을 압도하고 있다”며 새로 탄생한 공주가 많은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베이비 프린세스가 가져올 경제부흥 효과는 10억 파운드(약 1조6600억 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AP통신은 “새 공주를 다룬 잡지나 신문, 공주를 내세운 인형이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영국 켄싱턴 궁은 2일 오전 8시 34분경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케이트 미들턴) 세손빈 부부가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3.71kg의 딸을 순산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7월 첫째 조지 왕자에 이어 1년 10개월 만에 둘째를 출산했다. 이 아기는 할아버지 찰스 왕세자, 아버지 윌리엄 왕세손, 오빠 조지 왕자에 이어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4위에 오른다. 영국 왕실에서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높은 서열에 오른 여성은 탄생 직후 서열 3위에 오른 앤 공주 이후 65년 만이다. 새 공주의 탄생으로 서열도 바뀌었다. 삼촌 해리와 작은할아버지 앤드루는 각각 5위와 6위로 밀려났다. 캐서린 세손빈은 이날 오후 병원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흰색 바탕에 노란색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은 캐서린 세손빈은 퇴원 직후 하이힐을 신어 눈길을 끌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노스요크셔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분홍색 옷과 모자를 써서 손녀의 탄생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도 왕세손 부부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2, 3일 뒤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공주의 이름 후보로는 엘리자베스, 빅토리아, 다이애나 등과 함께 왕실에서 즐겨 쓰는 이름인 앨리스와 샬럿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이설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일(8일)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과오에 대한 책임에는 마침표가 없다”며 과거사 직시에 대한 결의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메르켈 총리는 2일 독일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한 팟캐스트 영상에서 “역사에 대해 이미 끝난 일이니 더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며 독일 나치의 잘못을 과거 역사에 묻으려고 하는 독일인들에게 경고했다. 과거사에 대한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회피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연두색 재킷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영상에서 베로니카 제텔레 베를린자유대 역사학 교수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나치의 과오는 역사에서 지울 수 없다”며 “독일은 과거 유럽 국가들에 준 피해에 대해 사려 깊고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독일에 있는 유대인 학교나 유치원을 경찰이 경비해야 하는 현상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후 세대와 이민자 가정도 독일의 과거사를 공유해야 하며, 학교에서 가르치고 사회에 전파해야 한다”며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달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에 있는 무명 용사 묘역에 헌화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선) 러시아와 깊은 의견 차가 있지만, 2차 대전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만 9일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그리스가 요구하고 있는 나치 점령 피해 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1990년 냉전 종식으로 동·서독이 재통일될 때 유럽이 통일 조약을 받아들임에 따라 모두 해결됐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총리에 비해 정치적 주도권이 약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2일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나치 배상금 2790억 유로에 대한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해 견해차를 보였다. 나치 과거사에 대해 ‘독일의 항구적 책임’이라는 견해를 밝힌 메르켈 총리는 3일에도 나치의 다하우 강제 집단수용소 해방 기념식을 찾아 연설했다. 앞서 2013년 그는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나치 과거사를 참회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5년 만에 ‘로열 프린세스’의 탄생을 본 영국 왕실이 들떠 있다. CNN은 28일 “1000년 영국 왕실 역사에서 여왕 통치 기간은 대체로 번영을 누려 공주에 대한 인식이 좋다”며 “새로 탄생한 공주의 대외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에서 여왕은 6명 배출했다. 영국은 1066년 이후 왕위가 40 차례 바뀌었다. CNN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외동딸 앤 공주가 남자 형제들을 압도하고 있다”며 새로 탄생한 공주가 많은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베이비 프린세스가 가져올 경제부흥 효과는 10억 파운드(1조6600억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AP통신은 “새 공주를 다룬 잡지나 신문, 공주를 내세운 인형이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영국 켄싱턴궁은 2일 오전 8시 34분경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 부부가 런던 세인트 병원에서 3.71㎏의 딸을 순산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7월 첫째 조지 왕자에 이어 1년 10개월 만에 둘째를 출산했다. 이 아기는 할아버지 찰스 왕세자, 아버지 윌리엄 왕세손, 오빠 조지 왕자에 이어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4위에 오른다. 영국 왕실에서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높은 서열에 오른 여성은 탄생 직후 서열 3위에 오른 앤 공주 이후 65년 만이다. 새 공주의 탄생으로 서열도 바뀌었다. 삼촌 해리와 작은 할아버지 앤드루는 각각 5위와 6위로 밀려났다. 미들턴 왕세손빈은 이날 오후 병원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흰색 바탕에 노란색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은 미들턴 빈은 퇴원 직후 하이힐을 신어 눈길을 끌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이날 노스요크셔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분홍색 옷과 모자를 써서 손녀의 탄생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도 왕세손 부부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2~3일 뒤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공주의 이름 후보로는 엘리자베스, 빅토리아, 다이애나 등과 함께 왕실에서 즐겨 쓰는 이름인 앨리스와 샬럿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에서는 요즘 책의 제목과 표지에 동물 이름을 넣은 소설이 유행이다. 악어, 거북이, 다람쥐, 고슴도치, 양, 개, 황새, 카멜레온, 펭귄, 송어, 해파리…. 책 내용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대중의 눈길을 확실히 잡아끌기 위한 출판사의 최신 마케팅 기법이다. 그간 동물 이름이 제목에 자주 등장했던 것은 주로 아동 도서였지만, 요즘은 성인 소설과 교양도서에도 동물 이름이 대세다. 이런 경향은 카트린 팡콜의 ‘악어들의 노란 눈’, ‘거북이들의 느린 왈츠’, ‘센트럴 파크의 다람쥐들은 월요일에 슬프다’ 등 동물 이름을 넣은 3부작 소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생겼다. 수년 전 나왔던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프랑스에서 30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부문 1위를 차지한 뒤 영화로 만들어졌다. 올해 발행됐거나 출간 예정인 책 제목에도 동물 이름이 초강세다. 다니엘 피쿨리는 이달 초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를 다룬 소설 ‘이구아나의 조용한 외침’을 펴냈다. 이구아나는 작가의 내면에서 할아버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작가 카트린 시귀레는 다음 달에 ‘보주 광장의 양’을 펴낼 예정이다. 파리에서 가장 세련된 멋쟁이들이 지나다니는 보주 광장 한복판에서 여주인공이 코르시카에서 양을 가져와 키우는 이야기를 다뤘다. 사회적 금지와 관습에 휩싸인 사람들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코믹한 소설이다. 디디에 반 코벨라르트의 소설 ‘쥘’의 표지에는 하이힐을 신은 골든레트리버 종의 개가 등장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쥘은 맹인안내견의 이름이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펴냈던 갈리마르 출판사에서는 4월 말에 미국 작가 프랜신 프로즈의 소설 ‘카멜레온 같은 두 연인’을 펴낸다. 아프리카 작가인 치카야 우탐시는 ‘바퀴벌레’ ‘해파리’ ‘나방’ 등 3부작 소설을 펴낼 예정이다. 이 밖에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소설 ‘슬라브의 송어’, 드니 레페의 역사소설 ‘늑대와 사자’도 출간될 예정이다. 미디 출판사에서 다음 달에 출간되는 책 네 권은 동물원 수준이다. 게를랭의 ‘꿀벌’, 크리스티앙 비올레의 ‘고양이의 인생’, 제이슨 매슈스의 ‘붉은 참새’, 소피 에나프의 ‘구워진 닭’…. 이 책들은 모두 제목의 동물과는 별로 상관없는 스릴러물이다. 작가 질베르 시누에는 1956년부터 1970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나세르 장군의 전기 제목을 ‘이집트의 독수리’로 정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작가 모옌의 ‘원숭이 교수’도 다음 달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올해 최고 권위의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상이 ‘동물의 공쿠르’로 불리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출판의 불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신문 르피가로는 “영국에서는 소설가 10명 중 1명만이 글쓰기로 먹고산다고 하는데, 프랑스도 나을 게 없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이고 그중 20%는 1년 동안 소득이 한 푼도 없다. 책표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출판 불황을 타개하려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몸부림인 셈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높은 세금, 정치인과 공무원의 간섭에 지친 시민들, 신생국가 리베르랜드(Liberland)로 오라!” 남동부 유럽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있는 다뉴브 강 서쪽 연안에 ‘리베르랜드’라는 신생국이 13일 독립을 선포됐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북서쪽으로 160km 떨어진 이곳의 면적은 한국 난지도(3.4㎢)의 두 배가량인 7㎢.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영토분쟁 탓에 지난 24년간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방치돼왔다. 체코의 반(反) 유로,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시민당’ 당원인 비트 예들례카(31)는 무인 지대에 제3자가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국제법을 근거로 이곳을 신생독립국이자 ‘조세피난처’로 일방 선포했다. 리베르랜드가 주변국으로부터 국가로 공인받으면, 바티칸공국과 모나코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작은 나라가 된다. 예들례카는 웹사이트(liberland.org)를 개설하고, 국기와 문장도 마련해 게시하면서 후원금과 함께 국민을 모집하고 있다. 국가 체제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하되 나치즘과 공산주의 등 극단주의를 배격한다는 것을 국시로 삼을 예정이다. 국가의 모토는 ‘살고 살리고’(to live and let live)로 정했다. 공식 언어는 체코어와 영어다. 그가 내세운 리베르랜드의 국민의 자격은 다음과 같다. “인종, 민족, 종교를 초월해 타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해야 한다. 공산주의나 나치즘과 같은 극단주의론자가 아니어야 하고 과거에도 이러한 활동을 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범죄기록도 있으면 안된다.” 대통령을 자임한 예들레카는 정치인의 권력을 최대한 제한하는 초소형 국민체(micronation)의 이상을 밝힌 헌법 초안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이 나라의 국민통화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다. 중앙에서 통제하는 기관 없이 분권화된 방식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이런 초소형 국민체에서 단연 주목받는 화폐다. 에너지도 태양광 패널을 통해 자급할 예정이다. 예들레카는 “우리는 정부가 항상 불만스러웠다”며 “정부는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보조금이라는 시스템으로 집권층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는 집권층의 지휘아래 있기 때문에 투표로 이를 바꿀 순 없다”며 “그래서 임자 없는 땅에 리베르랜드를 설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적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에는 미국인 예리미야 히톤이 딸의 ‘공주 꿈’을 이루기 위해 아프리카 이집트와 수단 국경지대에 ‘북수단 왕국’을 선포했다. 국제법상 무주지(無主地)인 홍해연안의 약 2,000㎢에 이르는 사막지역인 비르 타왈(Bir Tawal)에 세운 나라다. 또한 영국인 로이 베이츠가 1967년부터 영국의 해안가에 2차대전 당시 요새 위에 세운 ‘씨랜드 공국’을 선포하고 2012년 사망할 때까지 다스린 적도 있다. 예들레카는 “결코 희화화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며, 진지하게 나라를 건설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국민을 모집하고 있으며 공식 인정을 받기 위해 주변국을 상대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적인 휴대전화 브랜드인 ‘노키아’의 몰락으로 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핀란드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통한 변화를 선택했다. 새 총리 후보로는 정보기술(IT)업체 출신의 백만장자 기업가가 유력하다. 19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 성향의 중앙당이 의회 200석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인 49석(21.5% 득표율)을 차지해 집권당이던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연합당을 밀어내고 정권을 탈환했다. 반(反)유로, 반이민을 내세운 ‘핀란드당’은 38석(17.6%)을 차지해 제2정당에 올랐다. 반면 친(親)유럽 성향의 연정을 이끌어 왔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현 총리의 중도 우파 국민연합당(NCP)이 37석,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DP)은 34석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3년째 이어진 경기 침체 때문이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차지하던 노키아가 몰락하자 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휴대전화와 함께 또 다른 수출산업이던 목재산업도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쇠퇴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접국인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도 끊겼다. 그 결과 이 나라 실질 GDP는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으며 실업률은 13.4%로 2003년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중앙당을 이끄는 유하 시필레 대표(54)는 이번 총선 승리로 새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루터교 부흥 운동 단체에 속한 종교계 인사이자 벤처기업 신화의 주인공인 시필레 대표는 1990년대 초반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솔리트라의 사주 겸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그는 1996년 이 회사를 1200만 유로(약 140억 원)에 팔아 백만장자가 됐다. 그 후 포르텔 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바이오 에너지 기업들에 투자했다. 2011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불과 1년 만에 중앙당 당수가 됐다. 시필레 대표는 총선 캠페인에서 “핀란드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하고 싶다”며 “장관을 17명에서 12명으로 줄이고, 기업인을 다수 입각시켜 내각이 이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 친기업 세제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새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가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중앙당은 다수당이지만 전체 의석의 과반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최소한 2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반대하고 유로존 축출을 주장해 온 ‘핀란드당’의 연정 참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핀란드당이 정부에 참여하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가장 강경한 북유럽국가가 탄생할 것이며,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수의로 알려진 ‘토리노 성의(聖衣)’가 19일 5년 만에 일반에 재공개됐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토리노 성의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지고 나서 부활하기 전까지 시신을 감쌌던 4.4m 길이의 수의다. 이 성의를 보관 중인 토리노 주교좌 세례자요한 성당은 이날부터 재공개했다. 성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토리노에서 성인 요한 보스코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특별 전시하라는 칙령을 내려 선보이게 됐다. 토리노 성의는 6월 24일까지 2개월여 동안 매일 12시간 씩(오전 7시 반∼오후 7시 반)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관 입장은 무료지만 웹사이트(www.sindone.org)를 통한 인터넷 예약과 전화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100만 명 이상이 인터넷 예약을 마쳤다. 성의가 2010년 공개됐을 때도 250만 명이 이상이 관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6월 20, 21일 토리노를 찾아 성의를 둘러볼 예정이다. 토리노 성의는 천의 제작 시기가 13, 14세기로 추정된다는 탄소연대측정 결과가 나오면서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천이 아니라 후대의 것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수의로 알려진 ‘토리노 성의’(聖衣)가 19일 5년 만에 일반에 재공개됐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토리노 성의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지고 나서 부활하기 전까지 시신을 감쌌던 4.4m 길이의 수의다. 이 성의를 보관 중인 토리노 주교좌 세례자요한 성당은 이날부터 재공개했다. 성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토리노에서 성인 요한 보스코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특별전시하라는 칙령에 따라 선보이게 됐다. 토리노 성의는 6월 24일까지 2개월여동안 매일 12시간 씩(오전 7시반~오후 7시반)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관 입장은 무료지만 웹사이트(www.sindone.org)를 통한 인터넷 예약과 전화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100만명 이상이 인터넷 예약을 마쳤다. 성의가 2010년 공개됐을 때도 250만 명이 이상이 관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6월 20,21일 토리노를 찾아 성의를 둘러볼 예정이다. 토리노 성의는 천의 제작 시기가 13,14세기로 추정된다는 탄소연대측정 결과가 나오면서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천이 아니라 후대의 것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체사르 노지글리아 토리노 대주교는 “중요한 것은 예수의 죽음에 대한 복음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려는 마음”이라며 “성의는 신앙의 목표가 될 수 없지만 신앙을 도와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정치의 실패가 그리스를 망쳤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리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시리자당조차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사분오열된 양상이다. 일부 정치 세력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과 협상하겠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으며 점거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그리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나라에서 대표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두 사람을 인터뷰해 해법을 들어 봤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테네 국립대 캠퍼스는 무척 낡아 보였다. 건물 곳곳이 낙서로 가득했고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지저분했다. 기자가 “학교가 너무 지저분하다”고 했더니 하치스 아테네 국립대 교수(법경제학·48·사진)는 “재정이 부족해서 청소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교수는 그나마 공무원 신분이라 민간 부문처럼 구조조정당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다. 그는 그리스 문제를 보는 객관적 시선을 담은 칼럼을 써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의 단골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에 진 빚을 갚고, 국민에게 다시 연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구조 개혁을 계속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외국계 은행만을 구제했지 그리스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며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사실이다. 2010년 그리스에 대한 첫 구제금융은 결과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은행을 구제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리스 은행도 구제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그때 구제금융이 없었더라면 그리스의 모든 금융과 기업 활동은 붕괴됐을 것이다. 그리스가 앞으로 개혁을 지속한다면 채무 지불 만기 유예, 이자율 인하와 같은 채무 구조조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모든 부분을 쥐어짜는 긴축정책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긴축정책으로 위기가 증폭됐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부유층이나 공공부문은 놔두고 더 짜낼 것이 없는 중하층 국민만 극단으로까지 몰아붙였다. 여기서 나온 결과가 극단주의 정치 세력의 출현이다. 어떻든 정권을 잡은 급진 좌파 성향의 시리자당마저 실패할 경우 그리스인들이 다음엔 신(新)나치주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집권당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경제 위기로 민주주의를 위협받고 있다.” ―그리스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한마디로 정치권이 만들어 낸 복지 포퓰리즘 때문이다. 1981년만 해도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불과했다. 그때는 재정적자도, 실업자도 없었다. 이후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했다. 또 유로존 가입 이후 이자가 낮아지자 외국에서 돈을 마구 빌려 흥청망청 썼다. 재정위기란 것은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온다. 한국의 재정은 튼튼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긴장을 푸는 순간 언제든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 “개혁 가로막는 공공부문 비효율이 문제”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75·사진)는 “그리스인들이 너무 일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 문제가 발생한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펄쩍 뛰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오해다. 그리스의 민간부문 생산성은 독일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2011년 민간부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7000유로로, 독일의 7만2000유로와 비슷했다. 연평균 노동시간도 203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짧지 않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다시 묻자 그는 “비대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이라고 답했다. “그리스 공무원은 현재 67만 명가량인데 전체 노동 가능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독일의 11% 수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2010년 경제위기 초기에 독일 수준으로 공무원을 약 20만∼30만 명만 감축했으면 위기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개혁을 미룰수록 사회적 비용은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1950년부터 1974년까지 현재의 중국처럼 7%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1974년부터 2010년까지 그리스의 성장률은 0∼1%대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비트로스 교수는 “1974년부터 중도 우파 신민당(NP)과 중도 좌파 사회당(PASOK)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서로 누가 국민에게 더 잘 보일까 하는 ‘포퓰리즘 경쟁’을 했다”며 “정치의 실패가 경제를 망쳤다”고 말했다. 비트로스 교수는 그리스 공공부문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을 꼽았다. 그는 “올림픽 경기장이 10년간 방치돼 마치 고대 그리스 유적처럼 풀이 무성한 폐허로 변한 것은 공공부문의 주먹구구식 운영의 상징”이라며 “그리스의 모든 항구와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외국의 투자를 받아들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아테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정치의 실패가 그리스를 망쳤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리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시리자당조차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사분오열된 양상이다. 일부 정치세력들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과 협상하겠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으며 점거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그리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나라에서 대표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두 사람을 인터뷰해 해법을 들어봤다.》○ 하치스 아테네 국립대 교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테네 국립대 캠퍼스는 무척 낡아 보였다. 건물 곳곳에 낙서로 가득했고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지저분했다. 기자가 “학교가 너무 지저분하다”고 했더니 하치스 아테네 국립대 교수(법경제학)는 “재정이 부족해서 청소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교수는 그나마 공무원 신분이라 민간 부문처럼 구조조정당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다. 그는 그리스 문제를 보는 객관적 시선을 담은 칼럼을 써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의 단골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에 진 빚을 갚고, 국민에게 다시 연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구조 개혁을 계속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외국계 은행만을 구제했지 그리스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며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사실이다. 2010년 그리스에 대한 첫 구제금융은 결과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은행을 구제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리스 은행도 구제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그때 구제금융이 없었더라면 그리스의 모든 금융과 기업 활동은 붕괴됐을 것이다. 그리스가 앞으로 개혁을 지속한다면 채무 지불 만기 유예, 이자율 인하와 같은 채무 구조조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모든 부분을 쥐어짜는 긴축정책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긴축정책으로 위기가 증폭됐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부유층이나 공공부문은 놔두고 더 짜낼 것이 없는 중하층 국민만 극단으로까지 몰아붙였다. 여기서 나온 결과가 극단주의 정치 세력의 출현이다. 어떻든 정권을 잡은 급진 좌파 성향의 시리자당마저 실패할 경우 그리스인들이 다음엔 신(新)나치주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집권당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경제 위기로 민주주의를 위협받고 있다.” ―그리스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한마디로 정치권이 만들어 낸 복지 포퓰리즘 때문이다. 1981년만 해도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불과했다. 그때는 재정적자도, 실업자도 없었다. 이후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했다. 또 유로존 가입 이후 이자가 낮아지자 외국에서 돈을 마구 빌려 흥청망청 썼다. 재정위기란 것은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온다. 한국의 재정은 튼튼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긴장을 푸는 순간 언제든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는 “그리스인들이 너무 일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 문제가 발생한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펄쩍 뛰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오해다. 그리스의 민간부문 생산성은 독일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2011년 민간부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7000유로로, 독일의 7만2000유로와 비슷했다. 연평균 노동시간도 203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짧지 않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다시 묻자 그는 “비대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이라고 답했다. “그리스 공무원은 현재 67만 명가량인데 전체 노동 가능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독일의 11% 수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2010년 경제위기 초기에 독일 수준으로 공무원을 약 20만∼30만 명만 감축했으면 위기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개혁을 미룰수록 사회적 비용은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1950년부터 1974년까지 현재의 중국처럼 7%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1974년부터 2010년까지 그리스의 성장률은 0∼1%대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비트로스 교수는 “1974년부터 중도 우파 신민당(NP)과 중도 좌파 사회당(PASOK)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서로 누가 국민에게 더 잘 보일까 하는 ‘포퓰리즘 경쟁’을 했다”며 “정치의 실패가 경제를 망쳤다”고 말했다. 비트로스 교수는 그리스 공공부문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을 꼽았다. 그는 “올림픽 경기장이 10년간 방치돼 마치 고대 그리스 유적처럼 풀이 무성한 폐허로 변한 것은 공공부문의 주먹구구식 운영의 상징”이라며 “그리스의 모든 항구와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외국의 투자를 받아들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혼돈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해법이 될 것이다. 그리스 화폐와 자산 가치가 폭락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 에너지, 의약품 등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사회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또 금리가 크게 올라 부실 기업이 속출하고, 그리스 정부의 부채도 현재의 GDP 대비 175%에서 230%로 치솟을 것이다.” 아테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가 8년이 넘도록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부유층 탈세와 공공부문에 만연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이 양대 걸림돌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리스에 자금 지원을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스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4.3%인 약 307억 달러로 추정된다. 유럽 국가 가운데 1등이다. 수도 아테네 인근 해안가와 아테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피레우스 항구를 돌아보니 ‘그리스는 부자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라는 가난해졌지만 이를 신경 쓰지 않는 부유층은 꽤 많아 보였다.○ 세금 내지 않는 1% 부유층 지난주 아테네 남쪽 해안가의 부유층 거주촌인 글리파다 지역을 찾았다.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리스 오나시스의 후예들 소유 호텔들이 줄지어 서 있는 해안가에는 호화 요트들이 가득 정박해 있었다. 이곳에선 경제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인기가수가 출연하는 그리스 전통 악기 ‘부주키’ 나이트클럽은 주말마다 새벽까지 흥청댄다. 이곳의 바와 클럽들은 탈세의 온상으로 꼽힌다.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고 영업하는 것은 상식처럼 통한다. 해변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전직 통신회사 임원 코스타스 게오르기체스 씨(74)는 “유럽연합(EU)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가 마음대로 긴축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외교와 내정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그리스의 현 정부는 최근 부유층의 탈세를 막아 60억 유로(약 6조96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유층들이 탈세로 쌓은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경우가 많아 세금 징수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2년에는 HSBC은행 스위스 지점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는 기업인과 정부 관료 등 그리스 지도층 2059명의 명단이 폭로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5년간 손쉬운 방법으로 재원 부족분을 조달해 왔다. 얼마를 버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지갑’을 가진 서민들만 쥐어짰다. 그래서 고용주보다 고용된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황당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고용주가 피고용인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을 벌지만 적게 신고한 탓이다. 아리스티데스 하지스 아테네 국립대 교수는 “그리스에선 의사, 변호사보다 그들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비서가 세금을 더 많이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왜냐하면 ‘유리지갑’인 비서와 달리 그들은 수입을 숨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납세 거부 운동까지 일어 그 여파로 올 들어 그리스의 세금 수입은 22.5%나 줄었다. 세금 거부 운동단체 ‘지불하지 않겠다(I Don‘t Pay)!’의 바실리오스 파파도풀로스 대표(62·안과의사)는 “2400억 유로(약 302조 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은 외국계 은행과 공공부문 구제에 쓰였지 서민층은 구경도 못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그리스 국민들은 지난 5년간 지불할 만큼 지불했다”며 “그리스 서민들은 세금으로 외국의 빚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오르게 비트로스 아테네대 경제대 교수는 “치프라스 총리가 부유층 탈세에 대해 말만 요란할 뿐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4분의 1을 운송하는 세계 최대의 ‘해운대국’이면서도 760여 개의 해운업체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1967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그리스 해운업체들이 법인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해운업체에 대한 면세 혜택은 총 1750억 달러(약 204조 원)에 이른다. 치프라스 총리도 해운업체 징수를 한때 검토했다. 그가 지난 총선 때 “선사들의 해외 영업 수입에 대해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고 공약하자 약 800개의 가문들로 구성된 그리스선주협회(UGS)는 “당장 그리스를 떠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해운업계가 떠나면 그리스에서 고용하던 선원을 비롯해 금융, 보험, 수리 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20만 명의 고용이 위태로워진다. 집권당인 시리자의 라니아 스비구 대변인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선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법 개정 계획은 없다. 다만 협상을 통해 선주들의 재정 기여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꿀벌통 vs 슬로모션’…피레우스 항구의 두 얼굴 그리스 경제의 또 다른 암초인 공공부문 부실을 취재하기 위해 이달 초 아테네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려 그리스 최대 규모의 피레우스 항구를 직접 가봤다. 중국의 국영 해운회사 코스코(COSCO)가 운영하는 화물터미널 부두에는 다양한 색깔의 컨테이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거대한 크레인이 화물선에 적재된 컨테이너를 육지에 내려놓으면 화물트럭과 지게차들이 마치 꿀벌통의 벌들처럼 밤낮없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반면 인근에 있는 정부 운영 부두는 너무 썰렁했다. 부두에 정박한 화물선과 컨테이너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형 크레인과 트럭들은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 듯 느릿느릿 움직였다. 트럭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중국 기업 운영 부두와 달리 이곳에는 ‘파시스트들을 타도하자!’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정부 운영 화물터미널 노동자들은 그리스 공공노조 소속으로 노조의 ‘보호’ 덕분에 임금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부두 출입구 통제 직원인 바실리 사바스 씨(54)는 “중국 코스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별도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그들의 월급은 940유로에 불과하고 약간의 수당을 받고 있다. 정부 쪽 항구에서 일하는 나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중국의 코스코는 2009년 5억 유로를 주고 피레우스 항구 절반을 35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후 5년 만에 이 항구에서 처리하는 화물량은 3배로 늘었다. 이 터미널에선 하루 평균 약 6000개의 컨테이너들이 하역된다. 중국 정부와 코스코는 향후 그리스 정부가 운영하는 피레우스 항구의 나머지 부분과 여객선 터미널까지 사들이고, 피레우스∼테살로니키 항구를 잇는 국영 철도망까지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푸청추 코스코 관계자는 “피레우스 항을 중동부 유럽, 남유럽, 터키, 중동, 북아프리카로 화물을 분산시키는 국제 허브 항만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시리자 정부가 올 1월 집권 이후 그리스의 국영 항구, 공항, 전력, 석유회사 등에 대한 매각 협상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외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피레우스 항 인근 주민들까지 “항구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크게 분노했다. 시리자 정부는 결국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향후 민영화 계획은 재검토하겠으나 이미 완료된 민영화 계약은 무효화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디미트리 차렐라키스 아테네 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민영화 중단은 그리스를 파멸로 이끌 재앙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가 살아나려면 공공부문에 대한 외국 투자 개방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테네=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가 시작된 지 5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부터 따지면 8년간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리스 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08년에 비해 국민총생산(GDP)이 25%가 줄었고 노동력 인구의 26%(약 150만 명)가 실직 상태다. 청년 실업률은 60%가 넘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회의가 열리는 24일은 그리스에 매우 중요한 날이다.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을 검토해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000억 원)를 지급할지 말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금이 바닥난 그리스로선 한 푼이 아쉽지만 채권국들이 요구하는 추가 긴축 조치는 불가하다며 버티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긴급 구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다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13일 파이낸셜타임스)이다. 그리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아테네를 찾았다.○ 사회 안전망 붕괴… 시민들 사회연대로 버틴다 “아내가 5일 전에 아기를 낳았습니다. 아기를 먹일 분유가 없나요?” 아테네 시청 인근 재래시장 뒷골목의 한 건물 3층. ‘자선을 위한 무료진료소(KIFA)’에 그리스인 부부가 다급하게 찾아왔다. 부인은 아직 아랫배가 약간 불러 있을 정도로 산후 회복이 덜 돼 보였다. 진료소에 있던 자원봉사자는 “이곳에는 분유가 없다. 다른 곳에 알아볼 테니 내일 다시 오라”며 돌려보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그리스에서는 인구 1100만 명의 3분의 1인 약 310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었다. 실직 뒤 3∼6개월이 지나면 건강보험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병원을 가지 못하는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 이곳의 무료 진료소도 사람들이 집에 있던 약들을 기부하면서 2013년에 문을 열었다. 실제로 진료소 약국에 들어가 보니 상자에 손때가 묻은 약들이 가득했다. 병상과 의자도 은퇴한 의사의 병원에서 통째로 얻어 온 것들이다. 현재 그리스 전국에 있는 70여 곳의 무료진료소에서는 약 750명의 약사와 의사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무료 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평범한 시민이었다. 오토바이 헬멧을 들고 있던 요로구스 아구메노스 씨(37)는 “3년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며 “7개월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에서 상담을 받고 매주 약을 받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치과의사인 콘스탄티노 바나키오토플로 씨(28)는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을 꿈꿔 왔는데, 아테네 시내 한복판에서 하게 되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혜의 기후와 낙천적인 국민성으로 그리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자살률을 기록해 온 나라다. 그런데 2010년 재정위기 이후 1만2000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률이 45%나 급증했다.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것은 병원만이 아니었다. 특히 배고픈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물을 찾는 장면은 그리스인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다. 기자도 아테네 주택가 재래시장에서 한 모녀가 비닐봉지를 가져와 시장바닥에 떨어진 채소 부스러기를 주워 담는 모습을 목격했다. 생선가게 주인은 “생선을 팔고 남은 머리나 꼬리 같은 찌꺼기 부위, 심지어 알이라도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실직과 월급·연금 삭감에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의 생존 노하우는 ‘물물교환’이었다. 지난해 경영난 끝에 레스토랑 문을 닫은 에반젤리아 트리포나 씨(59)는 요즘도 매일 빵을 굽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음식을 가져와 빵과 바꿔 가기 때문이다. 그는 “과일이나 냄비에 담긴 달걀수프, 가끔 생선도 가져온다”며 “그 덕분에 배고프지 않고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아테네 시내의 한 광장에 ‘모두를 위한 음식(Food for All)’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가스 불을 켜고 수프를 끓이고 마카로니 스파게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부받은 음식을 조리해서 실업자나 노숙인들과 함께 나눠 먹기 위해서다. 시민단체 ‘소셜 키친’의 콘스탄티노스 폴리크로노풀로스 대표(50)는 “가끔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정작 사람들이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뒤지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직 기자인 크리스토스 알레판티스 씨는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노란색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로고가 보이는 커피숍에 들어갈 경우 내가 마실 커피 외에 남을 위한 한 잔의 값을 더 계산해 주는 운동이다. 점원은 바 뒤의 칠판에 분필로 기부받은 커피를 표시해 두기 때문에 돈이 없는 사람도 당당히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알레판티스 씨는 “실업자들이 수년 동안 아파트 안에만 머물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그들이 커피숍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나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도록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스펜디드 커피’에 참가하고 있는 카페 여주인 엘레니 야노풀로 씨(43)는 “불쌍한 사람을 돕는 자선이 아니라 ‘신뢰의 위기’에 빠진 그리스에서 함께 고통과 소외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대(Solidarity)”라고 말했다.○ 가난한 서민을 구제 못하는 ‘보편적 복지’ 아테네 인근 피레우스 항구 주변의 산기슭 빈민촌에서 스피로스 씨(52)를 만났다. 그의 가족 6명은 한 달에 400유로(약 48만3500원)가량 되는 할머니의 연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전기요금을 체납해 1년 반 동안이나 전기가 끊긴 채 살아야 했다. 그는 “아이들이 촛불을 켜고 공부하고 한겨울에도 난방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리스 시민들 중에는 전기가 끊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30만 가구가 넘는다. 보통 6개월∼1년 전기료(약 500∼1500유로)를 내지 않으면 전기가 끊긴다. 지난해 크레타 섬에서는 전기가 끊긴 집에서 중풍 환자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어 여론이 들썩이기도 했다. 요즘 그리스에서는 국민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불복종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유럽 수준의 복지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어느 국가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한다. 무료인 공공교육의 질이 낮다 보니 사교육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무상의료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진료를 받으려면 의사나 간호사에게 별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스의 ‘보편적’ 복지 혜택은 빈곤층보다는 부유층이 더 큰 혜택을 보게 됨으로써 빈곤 완화를 위한 효율성 측면에서는 유럽 최하위 수준이다. 아리스티데스 하지스 아테네대 교수는 “그리스에서는 최상위 10% 계층이 최하위 10% 계층보다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리스의 ‘보편적 복지’는 정치권력과 공공노조, 부유층 같은 힘센 사람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가 정작 서민들을 보호하지 못해 아프리카 국가도 아닌데 그리스에서 시민들이 굶주리고, 전기가 끊기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테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을 하루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격 회동했다. 유럽연합(EU)과 팽팽한 긴장관계로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양국의 전략적인 협력에 대해 서방이 견제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8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치프라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와 에너지 협력, 차관 제공, 농산물 수입에 대해 논의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9일까지 머물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등 러시아 지도부와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회담 하루 뒤인 9일 IMF에 4억5800만 유로(약 5400억 원)를 갚아야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절박한 처지다. 푸틴 대통령은 그리스에 경제 지원을 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에 대해 그리스가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전략적 빅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그리스에 대해서만 ‘EU 농산물 금수조치’를 일부 풀어 그리스산 딸기, 키위, 복숭아 등 농산물을 수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그리스 환경에너지장관은 러시아산 가스 가격 할인 방안,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가스관을 그리스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가 철도, 가스공사, 항구 등의 국영 자산의 지분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에서 차관을 받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가 유로존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그리스를 이용해 EU의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채무상환 자금 마련 등의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은 그리스로서는 러시아의 도움에 구미가 당기겠으나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NYT는 러시아가 최근 키프로스와 헝가리, 프랑스 극우세력 등을 도와 세를 불리고 있다면서 “유럽 통합을 해치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이 재정위기 악화로 점점 더 궁지에 몰릴수록 우려가 현실화할 개연성이 크다고 진단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치프라스 총리가 푸틴의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가 될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해 “더 안전하고 우애 있는 세상을 향한 결정적인 한 걸음”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교황은 기독교 이날 정오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발표한 부활절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의 라틴어)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어리석은 폭력행위가 종식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광장에는 비가 내리는 중에도 가톨릭 신자와 순례자 등 수 만 명이 운집했다. 교황은 특히 지난 2일 가리사 대학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 조직원에 의해 숨진 148명의 희생자를 기리며 “모든 선한 의지를 가진 이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교황은 또한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예멘 우크라이나 등 분쟁지역에서 평화를 기원했다. 교황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벌어지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모든 무기의 굉음이 멈추고, 종족 분쟁을 겪는 리비아에서는 야만적인 폭력행위와 어리석은 피 흘림이 끝나기를 바란다”며 “전쟁으로 상처 입은 예멘과 우크라이나에도 평화가 찾아오길 갈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 급진주의와 내전으로 신음하는 나이지리아와 수단, 남수단, DR콩고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서는 “납치, 강제 이주 등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평화와 자유가 깃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 핵협상 타결은 단순히 미국 이란의 관계 개선이나 이란의 핵무장 저지를 넘어 중동 질서의 일대 재편을 몰고 올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전쟁으로 번진 예멘 사태 해결이다. 두 곳 모두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교 유혈 전쟁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반(反)이란 세력의 대결 구도이기 때문에 이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가 싹트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 핵협상을 타결한 데에는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목적과 함께 미국 혼자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시리아와 예멘 사태에 이란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계산도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이번 타결을 계기로 이란이 세계무대에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중동 내 힘의 불균형을 가져와 시아파 이란과 여타 수니파 아랍 국가들 간의 종파 분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시리아 내전과 예멘 사태가 관건이다. 그동안 이란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공공연하게 지원해왔고 쿠데타로 정치적 실권을 쥔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쿠데타로 쫓겨난 예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후티를 ‘이란의 꼭두각시’로 지목했을 정도였다. 이에 사우디는 시아파의 예멘 장악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대적인 공습으로 맞서고 있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 직전 “예멘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우디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오랜 동맹이었던 사우디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보국장 출신인 투르키 파이살 왕자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은 이란에 핵개발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우디도 동등한 권리(핵개발)를 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우디가 향후 수니파 동맹국인 파키스탄과 함께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며 이집트를 앞세운 ‘아랍 연합군’ 창설로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과 사우디는 향후 세계 석유시장의 패권을 놓고도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협상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이스라엘이 극단적인 경우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1981년엔 이라크, 2007년엔 시리아의 원자로를 공습해 파괴한 전력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도 심상치 않다.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포함해 중동 및 이스라엘 정책 구상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란의 성장에 위협을 느낄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이전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동맹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전부터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수니파 국가들과 교류해왔다. 약 2개월 전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이란 관련 정보를 나누기 위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대의 가말 압델 가와드 솔탄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동맹들은 이전보다 미국을 훨씬 덜 신뢰한다”며 “각국 정부들이 독자 행동을 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속한 가구는 이달부터 최장 6개월 동안 월 110만 원가량의 긴급 생계지원금을 받는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참사 피해자에 대한 긴급복지 및 심리치료 대책을 의결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예비비를 동원해 희생자가 속한 가구에 대해 4인 가족 기준 월 110만5600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1인당 월 27만6400원꼴이다. 세월호 피해자에게는 교육비도 지원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부상한 학생, 가족 중 피해자가 있는 학생, 참사 당시 단원고를 다닌 학생 등이 지원 대상이다. 한편 프랑스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법원이 1일(현지 시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를 한국에 인도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유 씨의 범죄 사실에 대한 입증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북한 평양에서 공산당 간부와 상인 수백 명이 외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조용한 자본주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이 1일 보도했다. 슈테른은 1일 북한 정권에 자본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커피 바리스타 닐스 바이젠제 씨(35·사진)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외부와 격리돼 ‘석기시대 공산주의’를 실현 중인 북한에서 나무껍질과 곤충을 먹는 주민 실상과는 동떨어진 자본주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한 독일 청년이 이 위험한 실험을 돕고 있다는 내용이다. 바이젠제 씨는 북한의 관리자 교육기관인 ‘조선교류(조선익스체인지)’에서 800여 명의 북한 공산당 간부, 중소상인 등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조선교류’는 북한의 최우수 교육생들이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싱가포르를 직접 체험하는 여행을 주선하기도 했다. 북한의 국영기업체 직원들이 참여한 이 여행에서는 싱가포르의 번화한 상점에서 쇼핑도 해보고, 현지 기업인들과 면담도 했다. 상하이(上海)에서 커피 사업을 해 온 바이젠제 씨는 “처음에는 회사 설립과 관리 방법에 대해서만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정작 북한 사람들은 강연에서 ‘장사에 성공하려면 레스토랑 벽을 무슨 색으로 칠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 시내에 밝은 색을 벽면에 칠한 카페들이 많아졌다”며 “김정은이 커피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영향도 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최근 북한산(産) ‘평화자동차’ 광고가 등장하고 ‘삼지연 태블릿PC’를 파는 상점, 네일숍과 고급 레스토랑에 이어 스마트폰 매장도 생겨났다. 인터넷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앱스토어’까지 생겼다. 바이젠제 씨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장마당’ 자본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이상 막을 수 없게 되자 2년 전부터 기업인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고객 카드를 만들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상점도 생겨났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 평양에서 공산당 간부와 상인 수백 명이 외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조용한 자본주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이 1일 보도했다. 슈테른은 1일 북한 정권에 자본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커피 바리스타 닐스 바이젠제 씨(35)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외부와 격리돼 ‘석기시대 공산주의’를 실현 중인 북한에서 나무껍질과 곤충을 잡아먹는 주민 실상과는 동떨어진 자본주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한 독일 청년이 이 위험한 실험을 돕고 있다는 내용이다. 바이젠제 씨는 북한의 관리자 교육기관인 ‘조선교류’(조선 익스체인지)에서 800여 명의 북한 공산당 간부, 중소상인 등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조선교류’는 북한의 최우수 교육생들이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싱가포르를 직접 체험하는 여행도 주선하기도 했다. 북한의 국영기업체 상인들이 참여한 이 여행에서는 싱가포르의 번화한 상점에서 쇼핑도 해보고, 현지 기업인들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상하이(上海)에서 커피 사업을 해 온 바이젠제 씨는 “처음에는 회사 설립과 관리 방법에 대해서만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정작 북한 사람들은 강연에서 ‘장사에 성공하려면 레스토랑 벽을 무슨 색으로 칠해야하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 시내에 밝은 색을 벽면에 칠한 카페들이 많아졌다”며 “김정은이 커피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영향도 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최근 북한산(産) ‘평화자동차’ 광고가 등장하고 ‘삼지연 태블릿PC’를 파는 상점, 네일숍과 고급레스토랑에 이어 스마트폰 매장도 생겨났다. 인터넷이 차단되어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앱스토어’까지 생겼다. 바에젠제 씨는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당시 북한 중소 무역상인들을 상대로 한 환율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이후 그는 북한에 자주 들어가 레스토랑이나 카페, 식료품점, 전자제품 가게를 창업하고 싶은 중상위 계층을 상대로 고객 만족, 브랜드 마케팅, 직원관리에 대해 강의해왔다. 영어 통역으로 진행되는 이 강의에는 다른 외국인 기업가들도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슈테른은 “이런 현상은 경제 자유화의 신호탄이며, 그 배후에는 북한의 1세대 기업가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젠제 씨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장마당’ 자본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자 2년 전부터 기업인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고객 카드를 만들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상점도 생겨났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터키 이스탄불 검찰청에 지난달 31일 무장 괴한들이 난입해 현직 검사를 납치하는 사상 초유의 인질극이 발생했다. 이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질로 붙잡혔던 검사 1명과 범인 2명이 사망했다. 극좌 성향의 테러단체인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 소속으로 알려진 무장 괴한은 지난달 31일 낮 12시 반경 이스탄불 차을라얀 법조단지 내 검찰청 6층의 메흐메트 셀림 키라즈 검사 집무실에 난입했다. 키라즈 검사는 2013년의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베르킨 엘반(당시 15세)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괴한들은 “엘반 군에게 최루탄을 쏜 경찰관들이 TV 생방송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항의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사람들을 석방하라”며 “3시간 이내에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검사를 죽이고 청사 안에 설치한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인질범들과 6시간 동안 협상을 벌이던 경찰은 청사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나자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 작전을 벌였다. 이 현장에서 인질범 2명이 사살됐고, 키라즈 검사도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시간여 만에 숨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와 다카시마(高島)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한이 서린 일본 내 지역과 시설물 11곳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프랑스 파리의 외교 소식통은 “약 2주 전에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전문가 사전 심사에서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 28곳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에 기술적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며 “전문가 심사의 최종 결론은 난 상태이며 5월 중 공식 출판될 자료집 인쇄 작업에 이미 돌입했다”고 밝혔다. 최종 결론은 6월 28일∼7월 8일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독일 본)에서 21개 위원국의 합의 또는 투표로 결정되지만 그동안 ICOMOS 심의를 통과한 대상은 대부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행에 비춰 볼 때 이번에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본이 신청한 대상은 후쿠오카 현, 나가사키 현 등 총 8개 현에 걸친 28개 시설 및 유적으로 막부 시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1868∼1912년)에 걸쳐 급속한 중공업 발전을 이끈 현장이나 시설물이다. 하지만 이 중 40%에 달하는 11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와 한이 서린 고난의 현장이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했던 기쇼 라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소장은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등재 신청서를 살펴봤는데 일본 측 주장대로 메이지 유신 관련 시설들이었고 강제 징용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말해 일본이 이번 신청을 하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올려 또 다른 과거사 왜곡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폴란드 내 아우슈비츠 수용소 터가 참혹했던 역사를 전면에 내세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과 대비된다. 이번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11곳 중 나가사키 현 하시마의 경우 일제강점기에 최대 800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탄광에 강제 징용되어 굶주림과 가혹한 노동, 학대에 시달려 ‘지옥섬’이라고 불리던 곳이며 나가사키 조선소(미쓰비시중공업)에도 최대 4700명이 동원돼 태평양전쟁 시기 전투함과 어뢰 등을 생산하는 전초기지로 활용된 곳이다. 이번 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해 일본 정부가 2013년 9월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유네스코 본부 관계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유네스코 한국대표부는 그동안 거의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분위기가 일본 쪽으로 급선회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재 유네스코 한국대표부는 대사와 공사 등 문화외교 전쟁을 책임질 ‘투톱’이 공석인 상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