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56

추천

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71woo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미국/북미30%
국제일반22%
국제정세15%
인사일반10%
유럽/EU7%
아시아5%
일본5%
국제정치2%
러시아2%
중국2%
  • 성수동 주상복합 진동, 아이돌 군무에 ‘공진’ 가능성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진동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진동 원인으로 ‘공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진은 건물 외부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 고유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진동이 커지는 현상이다. 23일 서울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성수동 주상복합 건물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 20일 오후 4시 반경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거리고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주로 4·17·27층 입주민들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건물 지하 방재센터의 지진 감지 장치를 확인했지만 진동이 감지되지 않았다. 시공사 DL이앤씨도 다음날(21일) 긴급 안전 진단을 했지만 건물의 구조적 문제나 안전성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내부의 ‘공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긴급 안전 진단에 참여한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진 바람 외부공사 발파 같은 외부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건물에 있는 연예기획사의 군무나 연습 전 준비운동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33층 규모로 6~19층에는 연예기획사가 입주해있고 이 중 4개 층을 안무연습실로 쓰고 있다. 이 회사 직원 이모 씨(24)는 “건물이 흔들렸을 때 유리창이 금가고 바닥이 울퉁불퉁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진동이 2011년 건물에 흔들림이 감지됐던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공진’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23명이 1초에 2.7번 발을 구르는 태보 운동을 하면서 진동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났다. DL이앤씨 측은 “정확한 진동 원인을 찾기 위해 주요 층별로 계측기를 설치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23
    • 좋아요
    • 코멘트
  • “폐업 자영업자들, 손실보상금도 철거비로 써”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누적 확진자는 70만 명을 넘었고 누적 사망자는 19일 기준으로 6500명에 육박한다. 도둑처럼 찾아온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가족을 앗아갔고, 삶의 터전을 무너뜨렸으며, 끝 모를 우울감을 퍼뜨렸다. 동아일보는 지난 2년 동안 이 아픔을 가까이서 지켜본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코로나로 어머니는 중환자실, 딸은 숨져… 너무 가슴아팠던 장례” 지난해 12월 24일 경북 칠곡군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고인의 수족 역할을 했던 아내도 코로나19 증상이 악화되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코로나19는 평생 함께한 부부의 마지막 인사조차 가로막았다. 그나마 자녀들은 창문 너머로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강봉희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장(69)은 “칠곡군 요청을 받고 시신 수습에 나섰는데 가족들이 고인의 마지막을 못 보는 게 안타까워 일부러 방 창문을 열어놔 발코니에서 볼 수 있게 했다”고 돌이켰다. 자녀들은 강 단장의 배려를 무척 고마워했다. 강 단장은 “그나마 자택에서 사망해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망자 장례지침은 ‘선(先)화장 후(後)장례’를 원칙으로 한다.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의료진이 시신을 이중 팩으로 밀봉한 뒤 넘겨주기 때문에 강 단장도 고인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망자 대부분은 유족이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화장터로 옮겨진다. 강 단장은 그런 죽음을 바로 옆에서 마주해왔다. 그가 마지막을 지킨 코로나19 사망자만 33명. 11일 대구에서 만난 강 단장은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대할 때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초기에는 코로나라면 경찰도 출동을 안 했다. 그래도 나 아니면 누가 할까 싶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강 단장이 처음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수습한 것은 대구 집단감염 사태 때였다.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감염 공포 탓에 어느 장의업체도 염습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대구시는 2004년부터 지역에서 무연고자와 기초생활수급자의 시신 염습 봉사를 해 온 강 단장에게 읍소했고, 강 단장이 나섰다. 강 단장이 시신을 수습하고도 감염되지 않는 걸 본 뒤 사설 장례지도사들도 차츰 코로나19 사망자 수습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유족이 격리 중이거나 연고가 없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주로 수습한다. 나머지 가족들의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유골을 보관하기도 한다. 11일 오후 4시 시립화장장인 대구 수성구 명복공원에 운구차량 한 대가 도착하자 강 단장이 “털고 가세요. 속에 있는 거 다 내려놓고, 좋은 곳 가세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화장한 시신은 코로나19로 숨진 37세 여성이었다. 지금까지 수습한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가장 젊다. 강 단장은 “젊은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떠나면 특히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망자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도 코로나19에 확진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기에 강 단장이 유족을 대신해 고인의 ‘마지막’을 챙겼다. 강 단장은 “망자의 마지막 존엄을 지킨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고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해도 그건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해 12월 17일 화장 전 장례를 먼저 치를 수 있도록 지침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이 충분히 애도할 기회를 보장하면서 사망자 체액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지침이 개정되진 않았다. 강 단장은 인터뷰를 마치기 전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며 “의료진들도 팩에 시신을 밀봉하기 전 사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아 유족에게 전달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폐업 자영업자들, 손실보상금도 철거비로 써” 김정규 철거업체 대표 “일감 늘었지만 도저히 웃을수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씁쓸한 호황’을 누리는 이들이 있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가게 인테리어를 철거하는 업자들이다. 18일 경기 수원시 독서실 인테리어 철거 현장에서 만난 김정규 쌤인테리어철거 대표(54)는 “폐업이 급증하면서 철거 일감은 코로나19 전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었지만 철거 견적을 묻는 자영업자들의 서글픈 얼굴을 마주하면 도저히 웃을 수 없다”고 했다. 독서실 주인 이모 씨(48)는 2018년 직장을 그만두고 권리금 3000만 원에 독서실을 인수했다. 독서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19가 터졌다. 매달 200만∼300만 원의 적자가 났다.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자 이 씨는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남은 건 1억 원가량의 빚뿐이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중심 상가 1층이 아니면 권리금 받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며 “반면 인건비와 폐기물 처리 비용은 40% 정도 늘었다. 돈이 없으면 폐업도 쉽지 않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은 철거 비용을 내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고스란히 털어 넣기도 한다. 독서실 주인 이 씨도 정부에서 받은 손실보상금 800여만 원을 철거비로 냈다. 김 대표는 “매일 찾아와 철거 현장을 보면서 울던 중년 여성이 특히 기억난다”며 “보증금을 다만 얼마라도 돌려받도록 꼼꼼하게 철거하려고 한다. 월세가 밀려 받을 보증금도 없다는 술집 주인에게는 중고 집기를 최대한 비싸게 팔아 소액을 건네기도 했다”고 돌이켰다.“확진자들, 주변에 피해 줬다는 죄책감에 큰 고통” ‘심리상담’ 최기홍 고려대 교수 “내향적 사람들 고립상태 많이 빠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무섭거나, 가족을 잃어 슬픈 상황에서 삶의 무게를 새삼 느끼며 힘들어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2020년 8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 등을 대상으로 100여 회의 전화 심리상담을 진행해 온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18일 이렇게 밝혔다. 경제적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했던 코로나19는 심리적으로도 원래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 60대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후 자녀와 손자들이 자신 때문에 격리됐다고 자책하며, 죄책감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사람들 간 사회적 거리를 더욱 떨어뜨려 놨다”며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거나, 사회적관계망이 적은 동시에 내향적인 사람들이 고립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최 교수 연구팀이 2020년 5월부터 성인 남녀 1000명을 2개월마다 추적 조사한 결과 자살 위험 신호를 보인 비율이 지난해 한때 전체의 30%를 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상당히 늘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축적된 우울감과 불안감의 여파는 최소 3, 4년은 이어질 것”이라며 “심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기회가 공공서비스의 일환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구=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수원=유채연 기자 yc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타워크레인 해체 늦어져 상층부 내부 실종자 수색 못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1명이 발견된 가운데 나머지 실종자 5명에 대한 수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종자 구조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16일 광주시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대책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구조대원 200여 명과 구조견 8마리, 구조장비 47대를 투입해 6일째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소방 관계자는 “오늘(16일) 중 지상 1층까지 쌓여 있는 모든 건물 잔해를 치울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목되는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예상보다 5일가량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층부(23∼38층) 내부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 145m 높이의 타워크레인은 사고 당시 고정 장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며 기울어진 채 건물에 매달린 상태다. 당초 대책본부는 타워크레인을 이날 중 해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사고 현장을 둘러본 해체 작업자들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면서 무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대책본부는 2, 3일간 타워크레인 고정 장치 보강 작업을 마친 후 해체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 앞서 설치된 120m 높이의 해체용 대형 크레인을 보조하기 위해 크레인 4대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민성우 현대산업개발 안전경영실장은 “21일까지는 해체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색이 장기화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자가족 대책위원회 대표 안모 씨(45)는 “17일까지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지상에서 발견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종자의 딸로 알려진 A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수색 작업보다는 부실 공사 해명과 책임 회피, 재시공 관련 일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14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60대 남성 김모 씨의 빈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빈소를 지키던 아들(36)은 “지난주 아버지 생신 때 통화하면서 ‘예쁜 손주 보고 싶다’고 웃으시던 게 마지막이었다”며 “큰 빌딩을 지날 때면 ‘저거 내가 지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던, 자부심 넘치던 아버지가 붕괴 사고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셨다”고 허탈해했다.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광주=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광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주 아파트 붕괴’ 타워크레인 해체 늦어져 상층부 수색 못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1명이 발견된 가운데 나머지 실종자 5명에 대한 수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종자 구조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16일 광주시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대책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구조대원 200여 명과 구조견 8마리, 구조장비 47대를 투입해 6일째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소방 관계자는 “오늘(16일) 중 지상 1층까지 쌓여 있는 모든 건물 잔해를 치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목되는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예상보다 5일 가량 늦어지고 있다. 타워크레인 해체가 지연되면서 상층부(23~38층) 내부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약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은 사고 당시 고정 장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며 기울어진 채 건물에 매달린 상태다. 당초 대책본부는 타워크레인을 이날 중 해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사고 현장을 둘러본 해체 작업자들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면서 무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대책본부는 타워크레인 고정 장치를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2~3일간 보강 작업을 마친 후 해체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 앞서 설치된 120m 높이의 해체용 대형 크레인을 보조하기 위해 4대의 크레인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민성우 현대산업개발 안전경영실장은 “21일까지는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색이 장기화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안정호 실종자가족 대책위원회 대표(45)는 “17일까지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지상에서 발견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이 경우 2, 3주 가량 수색이 계속될 우려가 있어 실종자 가족 협의체를 구성하고 교대로 현장을 지키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을 향해 “구조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실종자의 딸로 알려진 A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수색 작업보다는 부실공사 해명과 책임회피, 재시공 관련 일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14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60대 남성 김모 씨의 빈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다.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광주=정서영기자 cer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1-16
    • 좋아요
    • 코멘트
  • 붕괴 사흘만에 실종 1명 수습… 남은 5명 생사확인 못해

    소방당국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수색 나흘째인 14일 전날 지하 1층에서 발견했던 실종자(60대 남성)를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했지만 사망한 상태로 확인됐다. 나머지 실종자 5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발견 후 31시간 만에 구조했지만 사망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 49분에 전날 오전 11시 14분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발견됐던 60대 남성을 콘크리트 잔해와 흙더미 속에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접근을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진입로를 확보하고 대원 80여 명을 투입해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이틀 전 구조견이 미세 반응을 보였던 22층과 26∼28층에는 아직 구조대원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구조견 8마리와 ‘핸들러(구조견 관리사)’를 투입해 나머지 실종자 5명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했다. 또 사고 현장 인근에 1200t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을 해체된 상태로 대기시켰다. 붕괴 우려가 있는 타워크레인 해체를 위해 가져온 장비지만 현장 지반이 불안정해 아직 해체 작업에는 투입하지 못했다. 지반 보강 및 조립 과정을 거친 후 투입할 예정인데 조립 작업에만 40시간 이상 걸려 당초 예정했던 16일부터 해체 작업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먼저 떨어져 나갔다”사고 당시 현장 직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콘크리트 타설 하청업체 관계자 A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건물 붕괴 전 타워크레인을 고정하는 지지대가 건물에서 먼저 떨어져 나가는 ‘1차 붕괴’가 있었다”고 전했다. A 씨의 진술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이 업체 인부 8명은 사고 건물 39층 바닥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마친 후 그중 일부가 남아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위해 열기 보존용 천막을 덮고 있었다. 이때 ‘쾅’ 하는 소리가 들렸고 타워크레인 인근에 있던 펌프차 위로 건물의 잔해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장 작업자들은 “펌프차 기사의 무전이 들린 직후 39층 바닥이 움푹 가라앉은 영상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언론에 제보된 해당 영상은 당초 사고 10분 전에 찍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A 씨의 주장대로라면 실종자들이 매몰되기 3, 4분 전에 촬영된 것이다. 붕괴 당시 39층을 감시하고 있어야 할 감리자는 현장에 없었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건물 중간층(25∼30층)에서 낙하물이 먼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타워크레인을 고정하는 지지대가 강풍에 먼저 뜯겨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지대 없었다” 주장도부실 시공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수평 기둥인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라 타설 작업을 할 때 콘크리트를 지탱하도록 작업층 아래 5, 6개 층에 지지대를 충분히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던 39층의 아래 일부 층에 지지대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지대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경찰조사에서 “지지대를 충분히 설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가 없는 구조에서 지지대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붕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광주고용노동청과 함께 이날 HDC현대산업개발과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 현장사무소 3곳을 압수수색했다.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종자 찾았지만 잔해에 매몰돼 구조 난항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 사흘째인 13일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하지만 붕괴된 건물 구조물 더미에 매몰돼 있어 신원 확인을 하지 못했고,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 당국은 투입 인력을 교대하며 야간 수색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9시 반, 15시간 30분 만에 수색을 재개한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4분경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실종자 1명을 발견했다. 이곳은 구조대원들이 전날에도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한 장소다. 구조대는 이날 내시경 카메라와 유사한 탐색 장비로 수색한 끝에 실종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실종자가 잔해 더미 속에 묻혀 있다 보니 즉각 구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콘크리트 잔해가 많아 사람의 힘만으로는 진입하기 어렵다”며 “낙하물이 떨어진 도로를 정비하고 진입로가 확보되면 중장비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종자가 발견된 지하 1층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층도 계속 수색 중”이라며 “주야간 조를 교대하며 끊기지 않고 수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 12명은 오후 4시 반경 소방당국 안내로 실종자가 매립된 현장 인근을 둘러봤다. 실종자의 조카 A 씨는 “사흘째 기다리기만 하며 너무 답답했는데 직접 들어가서 보니 위험해 보이긴 했다. 아무리 급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발생 후 처음으로 야간 수색이 진행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종일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 측 임시 대표인 안정호 씨(45)는 어두운 표정으로 “폴리스라인과 20m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체감상 200km는 넘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정오 무렵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점점 굵어지자 일부는 한숨을 쉬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수색에 85명의 구조대원을 투입했다. 무인굴착기, 드론, 여진탐지기, 음향탐지기, 열화상 카메라 등도 총동원했다. 투입한 구조견도 전날 6마리에서 10마리로 늘렸다. 민간 구조견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인명구조견협회는 광주소방본부에 “수색을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광주=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2-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발견된 실종자 생사여부-신원도 몰라” 답답한 가족들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 사흘 째인 13일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그러나 붕괴된 건물 구조물 더미 속에 매몰된 채 발견돼 신원 확인을 하지 못했고,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반, 15시간 30분 만에 수색을 재개한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4분경 사고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실종자 1명을 발견했다. 이곳은 구조대원들이 전날에도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한 장소다. 구조대는 이날 내시경 카메라와 유사한 탐색 장비를 이용해 수색한 끝에 실종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실종자가 잔해물 더미 속에 묻혀 있다보니 즉각 구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수 시간 동안 이어졌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콘크리트 잔해가 많아 사람의 힘만으로는 진입하기 어렵다”며 “중장비가 현장에 들어가려면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 낙하물이 떨어진 도로를 정비하고 진입로가 확보되면 중장비를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실종자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한달음에 통합지휘본부로 몰려갔다. 일부는 취재진이 설치한 사다리에 올라 타 통제선(폴리스라인) 너머를 다급하게 훑어봤다. 하지만 문 서장이 “생존 여부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까운 지인이 실종돼 현장을 찾았다는 A 씨는 “브리핑을 해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적어도 발견된 실종자 신원 정도는 확인하고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종일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는 난로가 설치된 천막에서 나와 눈을 맞으며 초조한 마음으로 수색 현장을 지켜봤다. 정오 무렵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점점 굵어지자 일부는 탄식을 내뱉었다. 실종자 가족 측 임시대표인 안정호 씨(45)는 어두운 표정으로 “폴리스라인과 20m 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체감상 200㎞는 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머지 실종자 5명에 대한 수색도 종일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수색에 85명의 구조대원을 투입했고, 전날까지 6마리였던 구조견도 10마리로 늘렸다. 민간 구조견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인명구조견협회는 광주소방본부에 “언제든지 수색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13
    • 좋아요
    • 코멘트
  • 26~28층서 구조견 반응 보여… 수색은 못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실종된 근로자 6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12일 재개됐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붕괴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건물 외부를 제외하고 내부 전체를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수색은 6시간 40분 만에 성과 없이 중단됐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6시 40분 현장 브리핑에서 “구조견 6마리, 구조대원 25명, 드론 9대를 투입해 지하 4층부터 지상 1층까지 정밀 수색했고 2층부터 38층까지는 육안 수색을 마쳤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조대는 28층까지 진입했으며 구조견은 26∼28층에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구조견이 반응한 장소는 붕괴물이 쌓여 있는 구간이라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구조대 안전을 우려해 오후 6시 수색을 중단했고 13일 오전 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높이 145m의 타워크레인이 붕괴할 위험이 제기되면서 건물 외부 수색은 드론의 열화상카메라로 진행했다. 붕괴 우려로 고가사다리차 등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날 현장을 찾아 “전북 군산에 있는 1200t 해체용 크레인을 옮겨와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체는 크레인 조종실과 상부층부터 부분 해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해체용 크레인의 크기가 큰 만큼 17일은 돼야 설치가 가능할 거라고 현대산업개발 측은 전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또 “구조대원이 진입하기 어려웠던 상부층은 지상에서 23∼40m가량 높이의 낙석 방지막을 설치하고, 콘크리트 잔재를 치워 수색 작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지막 설치 작업은 13일부터 진행된다.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6세 ‘새내기 소방관’- 32세 예비신랑 순직… 자녀 2명 둔 가장도

    “막둥아,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하다…. 꼭 천국에서 잘 살아라….”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 박수동 소방장(32)의 빈소.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정을 힘껏 끌어안은 아버지의 입에서 아들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화재 진압 중 숨진 박 소방장과 고 이형석 소방경(51), 고 조우찬 소방교(26)의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는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박 소방장은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동료 김현아 소방장(34)은 “박 소방장이 (예비 신부와) 양가 부모님께 최근 인사를 드렸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박 소방장은 무뚝뚝한 척하면서 은근히 직원들을 챙기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동기 박천복 소방교(37)는 고인을 두고 “남들이 걱정할까 봐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임관한 지 불과 8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새내기지만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면서, 출동한 현장에서 누구보다 힘차고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한 동료 소방관은 조 소방교를 두고 “팀에서 막내지만 솔선수범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또 다른 동료는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조 소방교가 내 밥을 준비해줬다. 다음엔 꼭 내가 해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와 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함께 했다는 동료 김서빈 씨(26)는 “중앙소방학교를 같이 졸업할 때 우찬이가 ‘우리 꼭 다치지 말고 안전근무 하자’고 다짐했다”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 소방경은 1994년부터 28년 동안 소방관 한길을 걸은 베테랑으로 팀에서 구조 업무 총괄을 담당했다. 평소 팀원들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고, 마지막까지 구조 현장을 지켰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같은 소방서 구조대원 이모 씨는 이 소방경을 두고 “큰불이든 작은 불이든 현장에서 항상 후배들을 뒤에 두고 선두에 서던 분”이라며 “아마 오늘도 맨 앞에 섰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방경은 얼마 전 군 전역을 앞둔 아들의 면회를 다녀왔다. 빈소에서 만난 이 소방경의 아들은 “(아빠가)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자녀 2명이 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합동영결식은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열린다.평택=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평택=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2-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막둥아 미안하다”…순직 소방관 유족-동료들 눈물

    “막둥아 미안하다…아빠가 미안하다…꼭 천국에서 잘 살아라….”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진화작업 중 순직한 고(故) 박수동 소방장(32)의 빈소.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정을 힘껏 끌어안은 아버지의 입에서 아들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화재 진압 중 숨진 박 소방장과 고(故) 이형석 소방경(51), 고(故) 조우찬 소방교(26)의 경기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는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박 소방장은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동료 김현아 소방장(34)은 “박 소방장이 (예비 신부와) 양가 부모님께 최근 인사를 드렸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장은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고립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동이인지도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박 소방장은 무뚝뚝한 척 하면서 은근히 직원들을 챙기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특히 지인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동기 박천복 소방교(37)는 고인을 두고 “남들이 걱정할까봐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조우찬 소방교는 임관한지 지난해 5월 임용돼 불과 8개월밖에 안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새내기지만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면서, 출동한 현장에서 누구보다 힘차고 적극적으로 임무에 임하는 사람이었다. 조 소방교의 근무지 인근에서 만난 한 119구조대원은 조 소방교를 두고 “팀에서 막내지만 솔선수범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조 소방교의 한 동료 소방관은 막내 소방관들끼리 평소 ‘함께 힘내자’며 서로 다독이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구내식당에 조 소방교가 내 밥을 준비해줬다. 다음엔 내가 해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료 소방관은 한참을 오열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조 소방교의 한 임관 동기는 조 소방교를 두고 “착실한 사람”이었다고 목이 잠긴 채 말했다. 이형석 소방경은 1994년부터 28년 동안 소방관 한길을 걸은 베테랑이었다. 팀에서는 구조 업무 총괄을 담당했다.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이 소방경의 빈소에는 “어떻게 이렇게 생목숨을 끊어가느냐”며 부둥켜안은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합동영결식은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열린다. 평택=이기욱 기자평택=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2-01-06
    • 좋아요
    • 코멘트
  • “집값 안떨어져요” 말에 덜컥 계약했다 후회… 사회초년생 울리는 분양 계약

    “월급으로 돈 모을 수 있을까요? 절대 못 해요. 서울은 집값 안 떨어집니다. 이번 기회 놓치면 앞으로 기회는 없을 겁니다.” 사회초년생인 박모 씨(24)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신축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가 분양대행업체 직원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 직원은 “몇 개 없는 귀한 매물이다. 2022년부터 대출이 줄면 투자 못 한다”며 박 씨를 4시간 가까이 설득했다. 애당초 상담만 받으려 했던 박 씨는 결국 전용면적 52㎡ 오피스텔 한 채를 계약하기로 했다. 계약금은 분양가 9억 원의 10%인 9000만 원이었지만 박 씨 수중엔 그만한 돈이 없었다. 업체 측에선 1500만 원을 입금하면 나머지는 대출을 알아봐주겠다고 했고, 박 씨는 1500만 원을 입금했다. 다음 날 생각이 바뀐 박 씨는 계약을 취소하고자 했지만 업체 측은 나머지 계약금 7500만 원도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박 씨는 전날 보낸 1500만 원을 포기할 테니 계약을 해지하자고 했지만 업체 측은 이미 계약을 했으므로 그마저도 안 된다고 했다. 박 씨는 꼼짝없이 나머지 금액을 납입하고 분양을 받거나, 1500만 원에 추가로 나머지 계약금 7500만 원까지 보낸 뒤, 계약금 9000만 원을 모두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수년 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매수를 고려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가운데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 등의 말에 혹해 자신의 재정 상황이나 매물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계약을 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뿐 아니라 부동산 정보에 어두운 계층이나 고령자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는 글도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나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종종 올라온다. 본인은 ‘가계약’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더라도,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면 법적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때문에 계약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법무법인 ‘자연수’의 이현성 변호사는 “계약을 하면 법률행위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섣부른 계약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구매나 분양 계약 전 주변 시세나 동향에 대해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05
    • 좋아요
    • 코멘트
  • “K콘텐츠 창의성 원천? 실컷 놀고 수다 떨고 마음껏 공상한 것”

    《가위 한국 콘텐츠의 황금기다. 다양한 창작 생태계와 활발한 도전이 성공 비결로 꼽히지만 핵심은 빼어난 창의성이다. 동아일보는 2022년을 맞아 세계를 뒤흔든 콘텐츠계 ‘황금손’ 3명과 창의성의 원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과 ‘완전한 행복’,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소설가(56),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원작 웹툰을 그린 김보통 작가(41)가 창작의 원천을 공개했다.황 감독은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정 작가가 쓴 ‘완전한 행복’, ‘종의 기원’은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휩쓸었고 ‘7년의 밤’은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 군대의 가혹행위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D.P.’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들이 신선하고도 놀라운 콘텐츠를 만든 비결을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온몸으로 즐긴 놀이 황 감독은 “초등학생 때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온갖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 경험이 쌓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탄생했다”고 했다. 온몸으로 부딪히며 갖가지 골목 놀이를 하며 자란 기억이 대작 탄생의 비결이라는 것. 친구들과 어울리는 황 감독을 향해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멀리 가지 마라”, “밥 먹으러 와라”고 당부하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작품으로 피어났다.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상우(박해수)의 애절한 대사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가 그것. 정 작가가 어린 시절 사방팔방 들판을 뛰어다닌 기억은 그의 작품에 깊이 녹아 있다. 전남 함평군이 고향인 그는 친구들과 매일 늪 주변에 있는 폐가를 찾아다니며 놀았다. ‘완전한 행복’에서 나르시시스트인 주인공이 폐가와 다름없는 시골집에 사는 풍경을 묘사한 것도 그때 경험에서 비롯됐다. 정 작가는 “작품에 도시가 아닌 시골 풍경이 자주 나오는 건 천둥벌거숭이 시절 뛰어놀던 경험 때문”이라며 “어릴 때 그렇게 놀지 않았다면 소설 속 다양한 장면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각계각층과 즐기는 수다황 감독은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영감을 얻곤 한다. 시나리오를 쓰다가 막히면 지인을 옆에 앉혀 놓고 대화하며 글을 쓸 정도다. 영화·드라마 연출팀, 미술팀 등 다양한 스태프와 자주 대화하는 건 물론이다. 대학교수, 회사원, 금융인, 판사, 변호사 등 각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집에서 모여 밤새 수다도 떤다. 친구들이 말해주는 각 직업의 ‘뒷담화’가 그에겐 창작의 샘. 황 감독은 “대화는 항상 내게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해당 분야 종사자들을 찾아다니며 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사, 기자 등 등장인물의 특성을 알기 위해 이 일을 하는 이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각종 방법을 이용한 살인 사건을 묘사하기 위해 전문의, 프로파일러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를 반드시 노트에 정리한다. ‘완전한 행복’을 쓸 땐 약리학 교수에게 자문해 약물로 등장인물을 죽이는 장면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정 작가는 “전문가와의 대화는 치명적 실수를 막을 뿐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말했다. 김 작가가 작품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던 비결도 군 생활 때 귀를 활짝 열어둔 덕이다. 김 작가는 육군 헌병대(현 군사경찰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인 DP(Deserter Pursuit) 조원으로 근무했다. 근무이탈자의 부모, 여자친구, 친구들을 샅샅이 만날 때마다 이들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았다. 왜 그들이 탈영할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하게 됐고 이는 창작으로 이어졌다. 김 작가는 “근무이탈자의 지인을 만나다 보니 근무이탈자들이 마치 내 지인처럼 느껴졌다”며 “독자에게도 그때의 내 심정을 전하고 싶어 웹툰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분야 망라한 잡식성 관심 황 감독은 매체,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잡식 동물’이다. “게으르고 싫증을 잘 내서”라는 겸손한 표현과 달리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만화 등을 두루 섭렵한다. 한국에선 생소한 서바이벌 장르 ‘오징어게임’을 만든 것도 ‘배틀로얄’, ‘라이어 게임’ 등 서바이벌 장르 만화를 좋아한 덕이다. 황 감독은 한때 소설과 시를 짓고, 영화 평론도 공부했다. 황 감독은 “집에 혼자 있으면 TV를 틀어놓고 책을 읽는데 어느 순간 탁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며 “작품은 이 모든 종합적인 것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의외로 다른 웹툰은 잘 보지 않는다. “열등감만 생기고, 속이 터지기 때문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김 작가는 다른 분야 콘텐츠에 대해선 레이더를 켜고 다닌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뉴스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뉴스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다. 또 기구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나가기도 한다. 창작물에 한정하지 않고 현실을 다룬 콘텐츠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취향 덕에 그의 작품은 현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작가는 “작품을 허구로만 채우는 건 탈영이라는 사건의 무게를 희석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실제 보도된 사건을 참고해 현실감을 살렸다”고 했다.상상력 날개 달아준 독서 황 감독은 어린 시절 계몽사 문고와 백과사전을 탐닉했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1819∼1891)의 ‘백경’(모비딕)이나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1812∼1870) 작품에 빠진 게 대표적. 책에 나온 장면을 외우다시피 하고 자신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즐겼다. “너무 재미있어서 같은 책을 반복해서 계속 읽었다”는 황 감독은 “혼자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상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하염없이 공상에 빠져 종점까지 간 적도 있다. 정 작가는 다독가로 유명하다. 책 한 권을 쓰기 전 수십 권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이야기를 쓸지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쏟아진다고 한다. ‘완전한 행복’을 쓰기 전엔 행복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50권이나 읽었을 정도. 정 작가는 “독서는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뼛속까지 새긴 경험 김 작가는 보편적인 경험이 이야기의 힘이라는 걸 보여준 대표적 작가다. 군 생활은 한국 남성 다수가 하는 경험이기에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좋은 소재였다. ‘D.P.’ 역시 자신의 군복무 경험에 주변의 군 생활 사례를 더했다. 그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나’라는 독자를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내 경험에서 온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마음을 정리해야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더 이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5년간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약물을 이용한 범죄를 작품에서 자주 활용한다. 그는 간호사 시절 대부분을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거쳐 간 장소에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그의 작품이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정 작가는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까지, ‘악의 3부작’을 쓴 것도 인간 본성을 알고 싶어서였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 마두역 인근 기둥파열 건물 앞 수년전부터 땅꺼짐”

    “3년쯤 전부터 이 앞 도로가 꺼진 걸 2, 3번 정도 봤거든요. 구청에서 보수했는데도 인도가 계속 다시 꺼지더니만….” 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그랜드프라자 건물 앞에서 만난 인근 주민 이경숙 씨(57)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 건물 지하 3층 기둥이 파열되며 입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게다가 건물 앞 도로 지반까지 침하한 것으로 관측돼 인근 상인과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4, 5년 전부터 이상 징후2일 본보 취재 결과 수년 전부터 이 건물 앞 도로 지반이 여러 차례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로드뷰’를 보면 2019년 10월 촬영 사진에선 비교적 평평하게 보이던 건물 앞 도로가 2020년 11월 이후 사진에는 확연하게 꺼져 있었다. 주민 안모 씨(57)는 “4, 5년 전에도 사고 지점에서 상수도관이 터져 보수공사가 이뤄졌다”며 “이후 지반이 점점 내려앉아 여러 차례 공사를 했다”고 돌이켰다. 주민들은 이번 사고 현장뿐 아니라 근방에도 지반 침하 위험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마두동과 인접한 백석동의 신축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도 지반 침하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난 탓이다. 고양시는 2016년 이후 이 일대에서 지반 침하와 도로 균열 현상이 8차례 일어났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에는 백석동 알미공원 앞 5개 차로 약 50m가 2.5m 깊이로 침하되기도 했다. 그랜드프라자 건물에서 약 20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주민 김모 씨(53)는 “혹여나 이 근방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고양시는 2일 그랜드프라자 건물의 정밀 진단검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일산신도시 전체의 지반이 취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백석역, 마두역 일대의 경우 자갈과 모래층 위에 흙을 매립해 조성했는데, 지하수가 흙과 함께 흘러가면서 빈 공간이 생겨 침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도 “일산 일대는 한강과 가까운 데다 미세 모래 지반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양시도 2019년 12월 “지하 3층 아래는 토질이 모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건물 신축 시 지하 3층 이하 터파기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봉직 한국교통대 건설환경도시교통공학부 교수는 “일대가 매립 지역이어서 침하가 발생했다면 인접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어야 한다”고 했다. “지반 조사 범위 확대해야”국토교통부 지하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최근까지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는 총 23건이었다. 2019년 이전의 사고 18건은 노후 하수관 손상(17건)과 굴착공사(1건)가 원인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이후 사고 5건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해당 건물과 주변만 포함된 지반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은 지질조사국(USGS)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토질과 지하수 흐름을 조사한다”며 “건물 주변 지하수 흐름을 알면 미리 취약 지대를 보강해 지반 침하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아테네서 올리브나무는 귀한 대접 받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는 터키 에페소스는 숲을 훼손한 결과 사라진 도시다.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였던 에페소스에서는 농업이 번성하자 숲을 농경지대로 바꿨다. 숲이 축소되자 물이 줄었고 토양 침식도 가속화되며 도시는 사라졌다. 나무를 우주 만물의 기본 요소로 여긴 동양과 달리, 문명 발전을 중시한 서양은 자연을 인간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35종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특히 나무에 얽힌 신화와 전설, 역사, 민속에 대한 설명은 유럽 문명도 자연에서 출발했으며 숲과 더불어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그리스 아테네, 마라톤 등 지역을 아우르는 아티카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아테네 초대 왕 케크롭스는 도시에 더 이로운 선물을 주는 신을 수호신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포세이돈은 소금물과 항구를 선물했지만, 아테나는 도시에 올리브나무를 싹틔웠다. 케크롭스는 식량이자 약재인 올리브나무의 가치를 알아보고 아테나를 수호신으로 정한다. 이후 올리브나무를 훼손한 자는 재산을 뺏기고 추방당했다. 14세기 독일에선 흑사병에 맞서고자 나무에 의지하기도 했다. 특히 노간주나무 열매는 죽어가던 새들도 살려낼 만큼 약효가 좋다고 알려졌고, 어떤 사람은 그 열매를 먹고 흑사병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사람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광장에 모여 노간주나무를 쌓아 불을 피웠다. 나무가 탄 연기가 공기를 정화하고 감염을 예방한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노간주나무가 사악한 것을 쫓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자 독일에서는 19세기까지 노간주나무 가지를 가축 우리에 걸어놓으면 다산과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19세기 프랑스 문학가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1768∼1848)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 나무와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들려주는 이 책은 문명 발전으로 숲이 사라져가는 오늘날에 경종을 울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종대왕이 보던 밤낮 겸용 시계… 땅속서 잠을 깨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조선 천문과학기술을 실증할 유물들이 출토됐다. 앙부일구, 자격루 등 세종 대에 많은 과학 기기가 만들어졌지만 당대 실물은 전해진 게 거의 없었다. 이번 출토 유물을 통해 조선시대 과학기술을 들여다봤다.》피맛골 유물로 본 조선의 과학기술 “처음에 임금이 주야측후기(晝夜測候器·밤낮으로 기상 상태를 알기 위해 천체를 관측하는 기기)를 만들기를 명해 이름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라 했는데, 이를 완성해 보고했다.” 세종실록 1437년 4월 15일 기록이다. 당시 조선에는 앙부일구, 자격루 등 해를 관측하거나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물의 양을 측정해 시각을 알려주는 기기는 있었지만 해시계는 밤에 사용할 수 없었다. 물시계는 수온이나 압력에 따라 물의 속도가 변해 측정 결과에 오차가 생길 수 있었다. 실록에 따르면 중국 주나라 관직 제도와 전국(戰國)시대 각 나라의 제도를 기록한 유교 경전인 주례(周禮), 원나라 역사서 원사(元史)에 별을 이용해 시각을 측정했다고 적혀 있다. 세종은 밤에도 별을 보고 시각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라고 명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실록에 기록된 일성정시의다. 낮에는 해시계, 밤에는 별시계가 되는 복합시계인 일성정시의는 당시 총 4개를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지만, 전해지는 실물은 없었다.○ 500여 년이 지나 발견된 일성정시의 지난해 6월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 피맛골 입구. 현재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으로 불리는 이곳은 조선시대 사법기관인 의금부(義禁府) 등 중앙관청을 비롯해 상설 시장인 시전행랑(市廛行廊)이 있었던 한양의 중심지였다. 수도문물연구원 발굴팀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발굴 조사를 하고 있었다. 2020년 3월부터 진행된 조사였다. 이날 발굴팀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유물들을 발견했다. 절단된 채로 묻혀 있던 16세기 승자총통 1점과 소승자총통 7점을 시작으로 조선 15, 16세기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총통 조각들 아래로 세 개의 환(環·둥근 고리)이 잘게 잘린 채 가지런히 포개진 상태로 발견됐다. 오경택 수도문물연구원장은 “처음에는 어떤 유물인지 전혀 몰랐다”며 “조각들에 눈금이 새겨져 있는 것만 확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눈금에서 천체 관측 기기인 혼천의(渾天儀)를 떠올린 발굴팀은 혼천의를 복원한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에게 사진을 보내 자문했다. 사진을 본 뒤 연구원 수장고로 달려온 이 명예교수는 “이 실물을 확인하게 될 줄 몰랐다. 이건 세종 때 제작된 일성정시의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종실록은 “바퀴 윗면에 세 고리를 놓았는데, 이름을 주천도분환(周天度分環·별의 이동을 측정하는 고리),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해시계용 고리),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별시계용 고리)이라 한다”며 일성정시의 형태를 전하고 있다. 이번에 출토된 일성정시의 부품이 바로 세종실록에 나오는 세 고리다. 특히 바깥쪽에 있는 주천도분환과 가장 안쪽에 있는 성구백각환은 두 귀(耳)가 있다고 묘사돼 있는데 출토 유물의 모양도 이와 동일하다. 또한 성구백각환에 새겨진 100개의 눈금은 “100각(刻)으로 때를 정해 밤낮을 나눴다”는 실록의 기록과 일치했다.○ 현대 과학 기술 수준 보유 일성정시의는 당시 천문과학기술의 집약체다. 농업이 국가 경제의 기본이던 사회에서 해와 달의 움직임, 계절에 따른 별자리 변화 등을 살펴 시간과 절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였다. 또 왕의 권력이 하늘에서 비롯된다고 여겼던 유교에서도 천문학을 제왕의 학문이라고 일컬었다. 이런 배경에서 일성정시의가 제작되기 전 조선은 중국에서 전래된 천체 관측 기기인 혼천의와 간의(簡儀)를 변형해 이용하고 있었다. 혼천의와 간의는 윤일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윤일은 우리가 세는 1년의 길이와 실제 1년의 길이가 달라 발생하는 오차다. 지구의 공전주기는 약 365.25일로 우리가 아는 1년의 길이인 365일보다 0.25일이 길다. 일성정시의는 주천도분환을 이용해 이를 해결했다. 주천도분환에는 4분의 1도를 기본 단위로 1461개의 눈금이 새겨져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365와 4분의 1도인데, 이는 당시에 정확한 1년의 길이를 측정하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일성정시의는 매년 동지 자정에 주천도분환을 한 눈금씩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해 0.25일을 보정함으로써 지금과 같이 4년에 한 번씩 1일을 추가하지 않고도 윤일 오차를 방지했다. 이 명예교수는 “당시 조선에서 정밀하게 365와 4분의 1도만큼 정밀하게 눈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세종 때 독립적으로 창제한 일성정시의를 보고 영국의 과학사학자 조지프 니덤 교수는 서양에도 이런 것은 없다며 극찬했다”고 말했다.○ 천문 읽기, 국왕의 의무일성정시의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이전까지 꾸준히 천문학을 연구하며 발전한 조선 과학기술이 있었다. 그 첫 시작이 1395년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 刻石·하늘과 땅의 모습을 그린 천문도를 새긴 돌)이다. 1247년 중국 남송 시기에 만들어진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다. 1만 원권 지폐 뒷면에 새겨진 별자리 그림이다. 역성혁명으로 새 왕조를 세운 조선 태조는 건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을 이용하고자 했다. 천문을 읽는 것이 하늘의 뜻을 받아 통치하는 국왕의 의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문도가 필요했다. 각석 아랫부분에 새겨진 글에 따르면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성에 천문도가 새겨진 돌 비석이 있었다고 전해졌지만 세월이 흘러 복사본조차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신원 미상의 인물이 태조에게 천문도 복사본을 바쳤다. 태조는 사라진 고구려 천문도 등장을 고구려 계승자가 고려가 아닌 조선임을 하늘이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천문도를 돌에 새기라는 태조의 명을 받은 천문학자 권근(1352∼1409)은 별의 이동에 따른 오차를 고려해 기준이 되는 별 28수를 새로 관측한 후 돌에 새겼다.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북반구의 거의 모든 별자리가 표시돼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천문학 발전의 근간이 됐다. 이후 세종 대에 이르러 조선의 과학기술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세종실록 1437년 4월 15일 기록에 따르면, 세종은 1432년 7월 독자적 역법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예문관 대제학 정초(?∼1434), 예문관 제학 정인지(1396∼1478), 중추원사 이천(1376∼1451) 등을 중심으로 조선만의 천체 관측 기기를 만들 것을 명했다. 그 결과 1433년 이천과 장영실 등은 혼천의 제작에 성공한다. 1434년 7월엔 자격루(自擊漏·스스로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를 만들어 경회루 남쪽 보루각에 설치했다. 자격루는 세 개의 항아리를 높이가 다르게 배치해 일정한 속도로 물이 수수호(受水壺·원기둥 모양의 물통)로 흐르도록 했다. 수수호에 물이 차오르면 부력을 이용해 그 안에 들어 있는 나무 막대가 떠오르면서 수수호 위쪽에 설치된 구슬방출장치를 건드려 구슬을 방출한다. 방출된 구슬은 자동으로 종, 북, 징을 쳐 시각을 알려준다. 피맛골 유적에서는 이러한 물시계의 구슬 방출장치인 주전(籌箭)도 발견됐다. 지금까지 물시계나 그 부품의 실물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주전은 구멍이 엇갈려 뚫려 있는 형태였으며, 구슬이 방출되지 않도록 막는 원통 모양의 걸쇠도 함께 출토됐다. 오 원장은 “주전에 일전(一箭·화살)이라고 적혀 있어 신기전이나 화포 구멍이라고 생각했지만, 전(箭)의 용례를 찾아보니 물시계 눈금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주전 실물이 출토됐으니 여태까지 문헌을 바탕으로 복원된 물시계도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마솥 모양의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도 제작됐다. 안쪽 바닥 면에는 세로선 7개를 새겨 해가 떠 있는 시간인 묘시에서 유시까지(오전 6시부터 오후 6시)를 2시간 간격으로 표시했다. 세로선과 세로선 사이에 8개의 세로선을 그어 15분 간격으로 시간을 알 수 있게 했다. 가로선 13개로는 동지에서 하지까지 절기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시계 안쪽에 끝이 뾰족한 막대를 설치해 햇빛을 받은 막대 그림자가 가리키는 선을 읽으면 시간을 알 수 있다. 세종은 앙부일구를 현재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부근과 종묘에 설치했다. 세종실록에는 “무지한 남녀들이 시각에 어두우므로 앙부일구 둘을 만들고 안에는 시신(時神·12지신을 이용한 시각 표시)을 그렸으니, 대저 무지한 자로 하여금 보고 시각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앙부일구를 보물로 지정 예고한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천문과학기술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과학문화재”라고 평가했다.○ 후대 과학 발전 이끈 세종 시대세종 때 만들어진 천체 관측 기기들은 이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종 집권 시기인 1486년에는 일성정시의에서 해시계 기능만 분리한 소일영(小日影)을 만들었다. 창덕궁 어수당 앞 소일영이 그려진 그림 무신친정계첩(戊申親政契帖·1728년 제작)을 보면 영조 때에도 소일영이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과학기술은 서양 과학이 조선에 전래되자 변화를 맞았다. 18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법지평일구(新法地平日晷)는 앙부일구와 달리 평평한 모양으로 만든 해시계다. 하루를 100각으로 나눴던 기존 방식을 96각으로 나눈 서양 역법을 받아들인 명나라에서 1636년 제작한 신법지평일구가 조선으로 전해졌고, 1713년 한양의 위도를 측정해 조선에 맞는 해시계를 다시 제작했다. 19세기에는 혼천의를 간소화한 평혼의(平渾儀)를 만들어 사용했다. 둥근 황동판 앞뒤에 각각 북반구와 남반구의 별자리를 새겼다. 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와 동판의 별자리를 일치시켜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조선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던 세종 시기 과학기술은 문헌으로만 전해질 뿐 현존하는 실물이 거의 없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은 조선 과학사를 실증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기획한 이상백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는 “일성정시의 손잡이가 구름 모양이라는 사실도 출토 유물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후속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과학문명사 강의’(책과함께)를 발간한 신동원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옛날에도 과학기술이 한국 문명 발달의 원동력이었다”며 “우리 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전통 과학의 창조성, 우리 과학자들의 집념과 열정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000000000.}

    • 2022-0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화재청, 해시계 ‘앙부일구’ 보물 지정 예고

    문화재청은 조선 천문학을 대표하는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사진)’를 30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의 앙부일구는 조선 천문과학기술의 발전을 엿볼 수 있고 숙련된 기술자가 만들어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1434년 세종 대에 제작된 앙부일구는 그해 10월 종묘와 혜정교(현 종로1가)에 설치돼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줬다. 당시 제작된 앙부일구는 전해지는 실물이 없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는 앙부일구는 지난해 미국에서 환수된 1점과 국립경주박물관, 성신여대박물관에 있는 2점이다. 3점 모두 시계 표면에 1713년 처음 사용된 위도 값이 새겨져 있어 18세기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앙부일구와 함께 송나라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 권266∼270,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시아 칠공예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길이 9.8cm, 높이 2.7cm, 무게 50g에 불과한 작은 크기의 공예품에 국화와 넝쿨무늬 장식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영롱한 빛깔의 조개껍질 조각과 구리 등 금속선을 이용해 만든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면에는 옅은 검은색의 광택이 나는 투명한 막이 덧씌워져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해온 ‘나전 대모 칠 국화 넝쿨무늬 합’(사진)이다. 고려 12세기에 만들어진 이 칠기는 전 세계에 3점만 남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 3월 20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칠, 아시아를 칠하다’ 특별전을 연다. 전시에서는 아시아 각지의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칠기 263점을 선보인다. 옻칠은 옻나무 수액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사용해온 천연도료다. 방수, 방충 등 물건의 내구성을 높일 뿐 아니라 특유의 광택으로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국내 칠기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칠기도 전시된다. ‘칠 새와 구름무늬 접시’를 통해 옻칠을 여러 겹으로 덧바른 뒤 그 위에 조각칼로 무늬를 새기는 중국의 ‘조칠(彫漆)’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옻나무에서 옻칠을 채취하고 정제하여 도료로 만드는 데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칠공예를 통해 단단하고 다채로운 아시아 칠공예의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당당한 체구에 담뱃대 물고”… 독일인이 본 구한말 조선인은 ‘우아한 루저’

    “당당한 체구의 잘생긴 사람들이 상점 앞에서 긴 담뱃대로 흡연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 ‘우아한 루저’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1913년 4월 조선에 온 독일 예술사학자 페테르 예센(1858∼1926)이 쓴 ‘답사기: 조선의 일본인’ 중 일부다. 그는 당시 독일 문화부 후원으로 문화정책 구상차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조선을 답사했다. 일제에 의해 서양 복식이 확산된 상황에도 상의부터 신발까지 온통 흰색 한복을 갖춰 입은 조선인들을 그는 인상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우아한 루저의 나라’(정은문고)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3명의 여행기를 번역한 것이다. 당시 독일인의 눈에 비친 구한말 조선인의 모습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 예센과 지리학자 헤르만 라우텐자흐(1886∼1971)의 조선 여행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다. 이 책 저자 고혜련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60·한국학)는 독립기념관의 3·1운동 기념사업 일환으로 독일 내 한국 자료를 수집하다 이를 발견했다. 1898, 1899년 조선을 방문한 독일 산림청 공무원 브루노 크노헨하우어(1861∼1942)는 독일의 조선금광 채굴 과정을 담은 강연문을 썼다. 강원 철원군 당고개 금광을 캐던 그는 1898년 12월 조선인 광부들에게 기습을 당했다. 돌을 던지는 광부들에게 그는 권총을 쏘며 맞섰다. 고 교수는 “반외세를 내세운 동학농민운동 여파로 19세기 말 조선인들은 외국인들이 광물을 빼앗아간다고 여겼다”고 분석했다. 지리학자 라우텐자흐는 1933년 7∼10월 한반도 지형을 연구하기 위해 조선을 찾았다. 그의 백두산 탐사기 ‘조선-만주 국경에 있는 백두산의 강도 여행’에는 독립군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을 목격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벨기에식 권총을 소지하고 자신을 사냥꾼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만났다”고 썼다. 고 교수는 “당시 백두산에는 항일무장단체였던 동북항일연군의 주둔지가 있었다. 라우텐자흐가 본 사냥꾼은 독립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흰 한복 입고 담뱃대 물고…독일인이 본 ‘우아한 루저의 나라’

    “바르고 당당한 체구와 잘생긴 모습의 사람들은 수많은 상점 앞에서 기다란 담뱃대로 흡연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 우아한 루저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1913년 4월 조선에 온 독일 예술사학자 페테르 예쎈(1858~1926)이 쓴 ‘답사기: 조선의 일본인’ 일부다. 예쎈은 당시 독일 문화부 후원으로 문화정책을 구상하고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조선을 답사했다. 예쎈은 일제에 의해 서양식 복식이 전파되던 와중에도 상의부터 신발까지 온통 흰색 한복을 입는 등 전통문화를 유지하던 조선인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 최근 발간한 ‘우아한 루저의 나라’(정은문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3명의 여행기를 번역해 당시 모습과 조선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살펴본다. 예쎈과 지리학자 라우텐자흐 헤르만(1886~1971)의 여행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다. 저자 고혜련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60·한국학)는 2019년 독립기념관의 3·1운동 기념사업 일환으로 독일 내 한국자료를 수집하다 이 자료들을 발견했다. 1898년 2월부터 1899년 6월까지 조선을 방문한 독일 산림청 공무원 브루노 크노헨하우어(1861~1942)가 한국에 대해 강연한 강연문 ‘Korea’에는 당시 독일의 조선 금광 채굴 과정이 그려져 있다. 강원 철원군 당고개 금광에서 채굴작업을 하던 그는 1898년 12월 조선인 광부들에게 기습을 당했다. 돌을 던지는 조선인들에게 그는 권총을 쏘며 대항했다. 고 교수는 “반외세를 내세운 동학농민운동 흔적이 남아있던 당시 조선인은 외국인들이 광물을 탈취한다고 여겼다”고 분석했다. 지리학자로 지구 동쪽 끝 조선 반도 지형을 연구하고자 1933년 7월부터 10월 조선에 온 헤르만의 백두산 탐사기 ‘조선-만주 국경에 있는 백두산의 강도여행’에는 독립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목격담이 제시된다. 그는 “벨기에식 권총을 소지하고 자신을 사냥꾼이라고 말하는 한 남자를 만났다”고 전한다. 고 교수는 “당시 백두산은 항일무장단체 동북항일연군 주둔지가 있던 지역으로 독립군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 조선의 실체와 가치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20
    • 좋아요
    • 코멘트
  • 2021 동아일보 ‘올해의 책’… 팬데믹 시대 위로의 한권

    《코로나에 부동산 급등까지 모두의 어려움이 큰 한 해였습니다. 그래선지 출판인, 학자, 의료인 등 35명이 꼽은 ‘2021년 동아일보 올해의 책’은 유독 공동체나 연대를 다룬 양서들이 많습니다. 선정위원별로 3권씩 추천을 받은 결과, 1표 이상 얻은 책은 총 92권. 이 중 상위 10권을 추려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등 지음·이민아 옮김·396쪽·디플롯각계 전문가들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소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2권을 택했다. 각 4표로 공동 1위.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혐오를 넘어 연대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집단 무의식이 책 선정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진화인류학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육체, 정신적 힘이 아닌 친화력이 인류 생존과 진화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자신들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셌던 고인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살아남은 게 대표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100명 이상이 함께 모여 산 호모사피엔스와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기껏해야 10∼15명이 한 무리를 이뤄 수적 열세를 보였다. 이는 호모사피엔스가 같은 집단의 동료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 사이가 막힌 지금, 소통과 연대의 능력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추천한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북방고고학)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논리와 이성 대신 감성과 친화력으로 향한다. 이 책은 나의 ‘논리’가 아닌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최악의 상황에도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꿈꾼다. 이 책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 기꺼이 다정한 마음 품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운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평도 있었다.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지음·332쪽·문학동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2019년 인촌상 수상자인 한강이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연대와 사랑을 말한다. 주인공 경하가 제주도에서 태어난 친구를 환영처럼 만나 1948년 4·3사건의 고통을 공유하는 이야기다. 한강은 올 9월 출간 후 인터뷰에서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제목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소설 속 세 여성은 역사 속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하는 사랑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내가 올해 잊고 산 것은 무엇일까. 작별할 수 없는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는 평을 남겼다. 작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강은 5·18 소재의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2014년)를 쓰고 악몽을 꿨다고 밝혔다. 비극적 현대사가 남긴 상처는 작가 자신을 뛰어넘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어둠에 묻힌 상처를 기억하는 자는 폭력에 길들지 않는다. 그들처럼 우리 또한 한순간 어이없이 거기 누울 수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장은수 출판평론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셸런버거 지음·노정태 옮김·664쪽·부키 “지구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뒤엎는다. 책을 읽고 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환경운동에 30년간 투신한 저자가 기술과 경제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지켜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환경운동이 오히려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것. 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은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자연보호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다. 환경을 위한다고 생각한 재생에너지와 생활 속 실천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책”이라고 평했다. ■일본의 굴레태가트 머피 지음·윤영수 등 옮김·660쪽·글항아리“일본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해체되고 재조립됐다.”(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40년간 일본에서 산 미국인 저자가 외부자로서의 시각과 내부자로서의 이해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일본 사회를 연구한다. 굴욕적일 만큼 친절한 서비스, 불평할 만한 일이 생겨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일본인의 모습 뒤에 숨겨진 참모습을 깊게 파고들었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포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의 충실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너무도 유사해 책 속에서 우리 사회의 거울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앤드루 H 놀 지음·이한음 옮김·304쪽·다산사이언스“지구 역사를 짧고 쉽게 압축해 설명하는 훌륭한 입문서다. 현재의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남긴다.”(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 미국 하버드대 자연사 교수가 장구한 지구 역사를 보기 쉽게 압축한 교양 과학서. 최신 연구 성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개념을 유머로 쉽게 풀어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구과학자들이 어떻게 조사, 연구하는지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올해 이보다 읽기 쉬운 자연사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 ■한국의 능력주의박권일 지음·344쪽·이데아“한국 사회에서 첨예한 능력주의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정치, 경제, 젠더 등 양극화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능력주의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파고든 사회과학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시험에 합격하지 않거나 일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보상을 받는 데 대해 유독 분개한다.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전국축제자랑김혼비 등 지음·320쪽·민음사충남 예산부터 경남 산청까지 전국 방방곡곡 지역축제들의 이모저모를 한 권에 담았다. “아무도 관심 없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지자체 축제들임에도 하루 빨리 일상이 회복돼 가보고 싶게 만든다.”(조재은 양철북 대표) 전작들을 통해 독자층이 탄탄한 저자들인 만큼 말맛이 좋다. 황혜숙 창비 출판1본부장은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 중 절반 이상 읽지 못하는 책이 적지 않은데 이 책만큼 공들여 낄낄대며 읽은 경험이 드물다”고 했다. 현장을 답사한 뒤 쓴 여행기라 생생하다. “유쾌하고 정감 넘치며, 때로 우악스럽기도 했던 축제의 현장으로 우리를 옮겨 놓는 책”(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이라는 평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옮김·52쪽·책읽는곰이례적으로 그림책이 선정됐다. 캐나다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말을 더듬는 아이가 쉼 없이 흐르는 강물과 마주하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선정위원들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 평했다. “타인과의 다름이 틀림이나 나쁨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함이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책”(최은영 소설가)이기 때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나는 무엇에 갇혀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자신만의 숨겨진 단단한 내면을 발견하게 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라고 호평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임지현 지음·640쪽·휴머니스트거의 모든 민족들이 스스로를 희생자로 규정하는 시대다. 예컨대 폴란드인들이 2차대전 당시 예드바브네에서 벌어진 자국민들의 유대인 학살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나치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식. 박윤우 부키 대표는 “자신을 희생자로 포장하는 피해자 간 기억의 전쟁은 21세기 민족주의가 어떤 리스크를 짊어지게 할지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례를 잘 버무린 책을 요즘 만나기 힘든 탓에 더 귀한 책”(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이라는 평이다.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268쪽·나무옆의자서울 용산구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았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남자가 70대 할머니의 지갑을 주워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남자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뛴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애환을 다정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팬데믹으로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일상… 아픔이 새로운 길이 되길팬데믹 시대, 마음을 위로하는 한 권의 책 장기화된 팬데믹에 대처할 혜안과 위로를 책에서 구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감염병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가들로부터 유용한 책들을 별도로 추천받았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병원의 밥’(세미콜론)을 추천했다.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의사와 환자들이 먹는 밥을 소재로 긴박한 의료현장을 생생히 그린 에세이다. 이 이사장은 “미음에서 죽으로, 죽에서 밥으로 회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팬데믹 속에서 고통 받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고 평했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새로운 습관’(프리뷰)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대처법을 담았다. 미국 의학전문기자인 저자는 감염병에 대해 불필요한 공포를 가져오는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방법과 운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식습관을 전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식이, 운동, 수면 등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담았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의 따뜻함을 통해 팬데믹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책도 선정됐다. 네덜란드 언론인이 쓴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건 오해라고 주장하며 타이타닉 침몰, 9·11테러 등 과거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도운 증거들을 제시한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저자의 믿음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뒷받침한 이 책은 독자에게 희망을 준다”고 평했다. 팬데믹 이후 바뀔 일상공간에 대한 예측을 담은 책도 포함됐다. 건축가 유현준이 쓴 ‘공간의 미래’(을유문화사)는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공간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나 회사로 나가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는 ‘거점 오피스’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미래 우리 사회가 시민 다수를 행복하게 할 공간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 것인지 새로운 담론거리를 제시했다”(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평을 받았다.선정위원(35명·가나다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민정(난다 대표)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김효형(눌와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성열(사이드웨이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정재(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설혜심(연세대 사학과 교수) 심채경(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안병현(교보문고 대표)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왕준(명지병원 이사장)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임형주(팝페라 테너) 장강명(소설가) 장은수(출판평론가)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조재은(양철북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최은영(소설가)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황혜숙(창비 출판1본부장)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