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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안 후보에 대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전망에 대해 “상황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따라가야지 어떡하겠느냐”며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나는 모르겠다”며 “후보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5%대에 머무를 때만 해도 당 안팎에선 단일화 이슈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윤 후보를 둘러싼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기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안 후보에 대해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고 독설을 할 정도로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당내에선 안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최대 난제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마저 안 후보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자 “늦어도 설 전후로 단일화에 대해 진전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후보도 30일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변에서 여러 의견을 전달하겠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윤 후보가 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윤 후보가 안 후보를 무시하고 가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대선 후보와 안 후보의 연대론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치라는 건 연합하는 것”이라며 “(안 후보) 본인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쉽지 않지 않느냐”고 선거 연대를 강조했다. ‘이 후보가 안 후보에게 연대를 제안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송 대표는 “나와 이 후보가 공감대를 만드는 중”이라며 “연초에 아마 이 후보가 구상을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연정이나 정치적 연합까지 구상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큰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29일 오후 11시 현재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초기 현장 조사에서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油蒸氣·기름이 섞인 공기)가 용접 작업으로 급속히 연소하면서 폭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2분경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지하 2층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는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전기와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 9개 업체 직원 78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 중 38명이 숨졌고, 부상자 10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밤새 시신 수습 작업을 벌였으나 짙은 연기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계기관의 현장조사 보고에 따르면 최초 발화지점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곳이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작업을 하다 불씨가 우레탄폼으로 옮겨 붙으면서 유증기 폭발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물류센터 전체로 퍼졌고, 새까만 연기가 일대 하늘을 뒤덮었다. 물류센터는 2018년 5월 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냉동·냉장창고 용도로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1043m² 규모로 건설 중이었다. 6월 30일 완공을 앞두고 마감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화재 직전 현장을 나온 A 씨는 “지하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해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상자의 옷이 전부 탄 것을 볼 때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폭발적으로 불이 나 탈출시간을 상실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30일 오전 11시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어 유감스럽다”면서 질타하고, 실종자 철저 수색, 부상자 의료지원, 사상자 가족 현장 지원 등 5개항의 추가 지시를 내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천=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천=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모든 참가자가 부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완주하길 바랍니다. 경찰은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9일 “약 1만 명의 참가자가 서울 도심을 달리는 만큼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사 등 480여 명을 배치해 원활한 대회 진행을 지원하고, 동시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청장은 “서울의 명소인 서울광장, 청계천, 동대문 일대 등을 달리는 서울달리기대회가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원활한 대회 운영을 위해 13일 교통을 탄력적으로 통제한다. 출발지인 세종대로(서울시청 앞∼세종대로 사거리)와 도착지인 무교로 구간(시청 삼거리∼모전교)은 이날 오전 6시 반부터 10시 10분까지 순차적으로 통제된다. 마라톤 코스인 종로(세종대로 사거리∼흥인지문)→율곡로(흥인지문∼청계6가)→청계천로(청계6가∼광교∼청계5가)→동호로(청계5가∼을지로5가)→을지로(을지로5가∼을지로입구역)→남대문로(을지로입구역∼광교남단)→청계천로 구간(광교남단→무교동 사거리)은 오전 7시 50분부터 9시 45분까지 차례대로 통제된다. 청계천로 구간(청계6가∼제2마장교)은 오전 7시 50분부터 9시 20분까지 통제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자유한국당 1차 인적 쇄신 방안으로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2020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19일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보수정당의 위기를 몰고 온 결정적 계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인 만큼 당시 내각 출신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초선 의원 모임에서도 ‘장관급 불출마론’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을 지낸 의원은 이주영 유기준 최경환 정종섭 윤상직 추경호 의원 등 6명이다. ○ 친박 장관들의 엇갈리는 목소리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윤상직 의원(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 탄핵이란 원죄가 있다”며 “원죄가 없는 신인들을 많이 발굴해서 보수를 살릴 수 있게 하려면 그릇을 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섭 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한국당 의원들 전부 불출마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특정인을 지목해 몰아내는 식의 인적 쇄신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의원은 “인적 쇄신 문제를 산발적으로 얘기를 꺼냈다간 서로 손가락질하는 모습으로만 비치고 감정다툼이 되기 쉽다. 장관급 퇴진론 등을 포함해 인적 쇄신의 명분과 논리를 잘 구성해 진정성 있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정부 장관을 지낸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의리 없는 집단들이 정치를 하면 누가 남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론을 거명한 사람조차도 박근혜 체제에서 공천을 받은 사람 아니냐. 자기 살려는 몸부림”이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수감 중이다. 그는 아직 동료 의원들이나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포함한 향후 정치 일정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침묵하던 초선’들도 목소리 내기 시작 이날 당내 초선 의원들의 대규모 모임에서도 자발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초선 의원 모임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초선이라고 해서 무작정 주장만 하기보다는 같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당내 전체 초선 41명 중 32명은 3시간여의 토론 끝에 차후 구성될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당 개혁을 위해 초·재선을 많이 포함하도록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결론 내렸다. 당 혁신 작업 과정의 전반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내놓은 중앙당 해체 등 쇄신안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김 대행은 “중앙당 해체라고 이야기했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중앙당을 새로 설립하는 것”이라며 “사무실이나 인력이나 중앙당 규모를 10분의 1 정도로 축소해서 원내정당으로 가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대행은 이날 오후 초선 의원들의 2차 회동에도 참석한 뒤, “제 모든 직을 걸고 사심 없이 (당을) 수습하고 (쇄신)기구를 만들겠다”며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초선 의원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이 휴대전화에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라고 적은 메모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해묵은 친박-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홍정수 hong@donga.com·박훈상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첫 비상조치로 중앙당 해체와 당명 변경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하지만 일사불란한 당 혁신은커녕 내분 양상만 드러내고 있다. 이전과 다름없는 ‘도돌이표 쇄신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제가 직접 중앙당 청산위원장을 맡아서 지금 이 순간부터 청산과 해체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등 당직자 전원의 사퇴서를 수리하고, 전국의 당 자산을 처분해 당 조직을 구조조정할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견이 끝나자마자 김 대행에 대한 퇴진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 재선 의원 30명 중 22명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박덕흠 의원은 이날 “변화와 혁신을 위해 (김성태) 1인이 독주하기보다 여러 의견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1박 2일 일정의 난상토론을 요구했다.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도 “선거 참패에 책임 있는 대상자가 수습방안을 내놓은 건 어불성설”이라며 김 대행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편 초선 의원 41명 중 5명 안팎은 김무성 윤상직 의원에 이어 곧 추가로 2020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hong@donga.com·박훈상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 참패로 궤멸 위기에 빠졌지만 반성과 참회의 시간은커녕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적폐’ 중 하나인 네 탓 공방에 더 시끄러워졌다.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로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첫 쇄신안을 내놨다. 주말 내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쇄신안을 마련한 그는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곧바로 해체 작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당의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 기득권 정당으로서의 모든 관행과 관습을 끊어내겠다”며 △중앙당 해체와 원내중심 정당으로의 전환 △당직자 전원 사표 수리 △외부 인사 중심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즉각 반발이 불거졌다. 재선 의원 22명은 김 대행의 일방적 발표에 대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맞섰다. 이들은 김 대행의 기자회견이 열린 시각 의원회관에 모여 2시간가량 ‘성토대회’를 열었다. 김 대행의 쇄신안이 의원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발표된 점과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임시직 권한대행’이 칼자루를 들고 쇄신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주된 주장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15일 의원총회에서) 김 대행의 사과 퍼포먼스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보여주기’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김 대행의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까지 지낸 김 대행이 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비켜가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김 대행 퇴진 주장까지 터져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행이 어설픈 정치 컨설팅 회사에서 번지수를 잘못 짚은 대안을 받아온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김 대행은 무리하게 쇄신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자신의 향후 거취부터 선을 그은 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쇄신안의 내용면에서도 이번 수습책 자체가 자기희생과 책임을 상징하는 정계은퇴나 총선 불출마, 정당 해산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중앙당 폐지 방안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두세 차례 쇄신방안으로 제시됐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며 슬그머니 되돌려온 레퍼토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5선의 심재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이 원내정당이 아니어서, 덩치가 커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이번 수습책을 “절망적인 헛다리 짚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대행의 쇄신안 논란과는 별개로 일단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외부 인사에게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김 대행은 “우리의 환부를 도려내고 수술하고 혁신하기 위해선 당내 인사가 혁신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혁신비대위가 당의 오랜 구태와 관행 답습을 모두 끊어낼 수 있도록 출발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당내 세력의 사심(私心)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고, 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약속했다. 한편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새 인물이 당원협의회를 이끌어야 한다”며 당협위원장 자리까지 내놨다. 그러나 15일 비상 의원총회 때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윤상직 의원 이후로는 동참자가 아직 없다. 여기에 ‘보수당 인물평’이라는 제목으로 당 소속 의원 등 30인을 폄하하는 내용의 글이 당 관계자를 중심으로 퍼지는 등 한국당은 하루하루 혼돈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

또 무릎만 꿇었다. 6·13지방선거에서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은 15일 오후 2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수감 중인 최경환 이우현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111명 중 9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25명 정도만 당의 진로에 대해 발언했고, 회의도 3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의총 뒤 한국당 당직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쳤다. 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더 높이 들어야지. 그거 안 보이잖아”라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저희 무릎 꿇겠습니다. 낭독하세요”라며 무릎을 먼저 꿇었다. 뒤에 늘어서 있던 의원들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몇몇 의원은 사죄의 큰절까지 했지만 일부는 못마땅한 듯 자리를 떴다. 마이크를 잡은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가 끝나자 김 권한대행은 “조기 전당대회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리더십을 치열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지도부 퇴진→비대위 구성→전당대회라는 뻔한 시나리오를 택했다. 한 재선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첫 의총인데 너무 성의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혀를 찼다. 의총 초반에는 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한국당은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는 한국당에 대한 탄핵”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공개 의총에서 초선인 성일종 의원은 “10년간 보수 정치를 책임졌던 중진들이 은퇴하라”고 요구했다. 6선의 김무성 의원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분열된 보수 통합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을 따라 초선의 윤상직 의원만 불출마를 시사했다. 성일종 정종섭 김순례 등 중진들의 책임을 먼저 요구하던 초선 의원 중에서도 정작 책임지겠다는 의원은 없었다. 비공개 의총에선 “당을 해체해야 한다” “인재 발굴로 당의 새 얼굴을 만들자”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한 3선 의원은 “당 해체, 중진 퇴진 등의 논의가 있었지만 치열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당 해체는 비중 있게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고작 2명만 불출마하겠다는 데에 기가 막혔다. 김무성 의원의 불출마도 향후 전당대회 출마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직을 놓고는 김 권한대행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은 “외부 영입도, 내부 참여도 열려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를 중심으로 ‘자유한국당 완패를 만든 ‘5대 공신록’’이란 제목의 글이 나돌았다. 여기엔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이정현 등 ‘친박 8적’, 홍준표 전 대표, 강효상 정태옥 의원, 바른정당 복당파 등이 1∼5등 공신으로 등급별로 적혀 있다. 5등 공신은 ‘할 말도 못 하는 거세된 정치’를 한 한국당 의원 전원이라고 했다. 한국당 당직자는 “‘봉숭아학당’ 의총에서 나온 ‘무릎꿇기 쇼’로 웃음거리만 됐다”며 씁쓸해했다. 바른미래당도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8월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딸의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전 지도부 오찬에 참석했지만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불참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공동대표가 6·13지방선거에서 야권 궤멸 수준의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14일 정치 일선에서 퇴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 득표율 2, 3, 4위를 차지했던 대선 주자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 야권에는 통합과 재편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조기 복귀했다 타격 입은 대선주자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착잡한 표정으로 사퇴문을 읽은 홍 전 대표는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당대표실에서 잠시 머물렀다 수행비서도 없이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당사를 떠났다. 지난해 7월 3일 당 대표 취임 뒤 346일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란 정치적 상처를 입은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후보는 해단식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이 자리에 섰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선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돌아보고 고민하고 숙고하겠다”고만 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120일 만의 사퇴다. 세 사람은 지난해 대선 패배 후 과거 대선 패장들과 달리 정치 일선으로 복귀 시기가 빨랐다. 이날도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아 향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정계 개편 시나리오만 난무할 수도 한국당은 홍 전 대표와 당 지도부의 사퇴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혁신과 변화, 보수의 재건을 위해 어떻게 할지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 구성,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도 유 전 공동대표의 사퇴로 당분간 박주선 대표가 당을 이끈다. 15일 박 대표와 유 전 공동대표, 안 전 후보,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4명이 오찬 회동을 갖고 당 운영 방안을 상의하기로 했다. 패배의 원인에 대한 야권의 진단은 엇비슷했다. 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 후보는 전화 통화에서 “사상 최대의 민주당 압승이라기보다 보수가 완전히 망하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국민적 압박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도 “문 정부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결국 보수에 대한 심판의 결과”라며 고개를 숙였다. 야권에선 ‘범보수 빅 텐트론’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혼돈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2020년 총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위기의식보다 영역 다툼과 이합집산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한국당이라는 낡고 무너진 집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때”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의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54)가 선거운동 막판 불거진 ‘김부선 스캔들’ 등 각종 추문을 딛고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 당선자는 가난으로 열세 살 때부터 공장 일을 전전하며 ‘부라보콘’ 한 개 값에 불과한 일당마저 3개월 치나 떼였다던 불우한 과거를 딛고 차기 대권 주자군인 경기도지사에 일단 올라섰다. 14일 오전 1시 현재 이 당선자는 55%로 2위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득표율 36.9%)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 당선자는 “마타도어(흑색선전)에 의존하는 낡은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를 열라는 촛불의 명령을 재확인했다”며 “기득권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각종 의혹을 ‘반(反)이재명 기득권 연대’의 공작성 네거티브로 일축하는 ‘굳히기’ 전략을 썼다. 그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벌, 기득권 정치세력과 맞설 대표주자는 자신이라는 영상을 확산하며 특유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잇따른 네거티브 공세는 실제 표심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공개된 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 당선자 지지율이 48.6%, 남 후보는 19.4%였다. 그러나 ‘김부선 스캔들’ 등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각종 추문과 스캔들은 향후 행보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당장 ‘김부선 스캔들’, 형수 욕설 논란은 선거 막판 집중 조명되면서 차기 대권 주자군으로 분류되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바른미래당이 이 당선자를 허위사실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이정렬 변호사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과 관련해 이 당선자의 아내 김혜경 씨 등을 고발한 사건의 검찰 수사도 변수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를 반대하는 신문 광고를 잇달아 게재했다. 각종 스캔들, 당내 일각의 비토 기류 등을 감안하면 경기도지사 이후 이 당선자에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재벌, 기득권 정치세력과 맞설 ‘선명성’이 장점이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논란은 이 당선자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재선을 노리던 한국당 남경필 후보의 행보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남 후보는 올해 1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당적 변경 논란을 감수하고 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승부수를 던진 것.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로부터 당적 변경, 아들 문제 등으로 공격당했다. 이번 낙선으로 차기 야권 재편 과정에서 남 후보의 입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 기자}
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생존한 야권 후보는 3명뿐이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면 제주도지사 연임에 성공한 무소속 원희룡 후보(54)가 거의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수준이다.○ 원희룡, 다시 지핀 ‘50대 기수론’ “권력을 만드는 것도, 권력을 바꾸는 것도 도민이고 권력을 통해 제주도의 위대한 업적을 만드는 것도 도민들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원 당선자는 이날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당선 감사 인사에서 ‘도민’을 15번 부르며 감사를 표했다. 원 당선자는 “도민들의 부름과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해 새로운 제주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원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인물 대 정당’이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원 당선자는 4월 10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일각에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복당 가능성이 나왔지만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렀다.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제주도민의 삶에 집중하겠다는 승부수였다. 4년간의 제주도정 성과로 철저히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소장파 그룹의 원조 격인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멤버인 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낙선하면서 원 당선자의 존재감은 보수권에서 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앞으로 전개될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원 당선자의 행보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지역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0%대에 이른 만큼 원 당선자가 일부 민주당 지지자 표까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서 ‘50대 기수론’을 기치로 나서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원 당선자는 당선 직후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도정에 전념하기로 도민과 약속했다. 당장 민주당에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다른 당에 들어간다거나 눈 돌릴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보수 결집” 호소로 TK 사수한 권영진 이철우 “4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결실을 맺기까지 보듬고 지켜줄 따뜻한 손길이 되겠다.” 대구에선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민주당 임대윤 후보를 꺾고 대구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권 당선자는 당선 인사에서 “전국에서 민주당 바람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그래도 대구경북(TK)만을 지켜주신 시도민들께 감사드린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한국당을 혁신해 보수의 새 길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보수의 본산’으로 꼽힌 대구지만 이번 선거 여론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임 후보가 맹추격하면서 ‘접전지’로 분류됐다. 바른미래당에선 김형기 후보가 출마하며 야권 표 분열도 우려됐다. 선거운동 첫날 한 중년 여성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꼬리뼈 부상을 당하는 일도 겪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당선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내내 “대구만은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대구 청구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권 시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 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을 접전 끝에 따돌리고 대구시장 후보로 뽑혔다. 경북에서는 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민주당 오중기 후보를 따돌리고 경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경북을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옛날의 위상을 되찾아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세워놓겠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본선보다 어려운 예선을 뚫었다. 한국당 경북도지사 경선에서 3선의 김광림 의원, 재선의 박명재 의원 등을 꺾었다. 이 당선자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머리를 짧게 깎고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매일 550∼600km를 이동하며 광폭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유세 때마다 “보수 우파가 무너지고 있다. 민주당이 독차지하면 일당 독재가 된다”고 호소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3일 오후 6시 정각.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40.1%)를 16.7%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창원의 캠프 사무실에 앉아있던 김경수 후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치켜들었다. ‘해냈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김경수 후보의 부인 김정순 씨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지지자들은 ‘김경수, 김경수’를 환호했다. 같은 시간 김태호 후보 캠프는 침묵에 빠졌다. 그러나 오후 7시 30분 개표가 시작된 직후 이번에는 김경수 후보 캠프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한때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김경수 캠프에선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창원 지역 투표함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서도 긴장감과 불안감이 뒤섞였다. 김태호 캠프에선 “자체 조사 결과 소폭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만 간다면…”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후 10시 30분 개표율이 15% 선을 넘어서고, 김경수 후보 지지층이 모인 김해, 창원 지역 개표가 시작되자 김경수 후보가 3%포인트 이내로 김태호 후보를 맹추격했다. 20분 뒤 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뒤 처음으로 김경수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감돌던 김경수 캠프에서 다시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50표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피 말리는 접전은 14일 0시 반을 지나면서 김경수 후보의 당선 쪽으로 기울었다. 보수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PK(부산울산경남) 지역 권력을 처음으로 민주당에 넘겼다. PK 지역에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경남도지사 당선을 제외하면 한국당 계열 정당이 권력을 잡아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 김경수 후보가 경남도지사를 차지하며 PK 정권 교체의 물꼬를 튼 것이다. 김경수 후보는 당선이 유력해지자 입장문을 내고 당선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 당선자는 “경남의 선택은 한국 정치에 주는 새로운 메시지이고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민들에게 “여러분의 거대한 열망이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기게 해주었다. 새로움이 낡음을 넘어서게 해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당선자는 6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김태호 후보와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서 갔지만 쉽지 않은 선거전을 치렀다. 경남도지사 선거가 문재인 정부 1년 평가 성격을 갖게 되면서 야당의 파상 공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어 특별검사법까지 통과시켰다. 김 당선자는 한국당의 파상 공세를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를 택했다. 그는 야당의 드루킹 공세가 이어지자 “특검보다 더한 조사도 받겠다” “야당이 드루킹 공세를 펼수록 제 인지도만 올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동시에 ‘홍준표-김태호’를 과거팀으로 규정하고, ‘문재인-김경수’를 미래팀이라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이번 승리로 친문(친문재인)계의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동시에 적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다. 당장 드루킹 특검 조사가 시작되면 소환이 불가피할 수 있어 도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김 당선자가 이끈 경남 지역 선거에서 민주당은 14일 오전 1시 현재 18개 기초단체장 중 창원 김해 양산 등 7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2014년 선거에선 김해 1곳만 이겼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유근형 기자}

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생존한 야권 후보는 3명뿐이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면 제주도지사 연임에 성공한 무소속 원희룡 후보(54)가 거의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수준이다.● 원희룡, 다시 지핀 ‘50대 기수론’ “권력을 만드는 것도, 권력을 바꾸는 것도 도민이고 권력을 통해 제주도의 위대한 업적을 만드는 것도 도민들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원 당선자는 1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당선 감사 인사에서 ‘도민’을 15번 부르며 감사를 표했다. 원 당선자는 “도민들의 부름과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해 새로운 제주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원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인물 대 정당’이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원 당선자는 4월 10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일각에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복당 가능성이 나왔지만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렀다.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제주도민의 삶에 집중하겠다는 승부수였다. 4년간 제주도정의 성과로 철저히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소장파 그룹의 원조 격인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멤버인 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낙선하면서 원 당선자의 존재감은 보수권에서 더 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앞으로 전개될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원 당선자의 행보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지역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0%대에 이른 만큼 원 당선자가 일부 민주당 지지자 표까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서 ‘50대 기수론’을 기치로 나서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원 당선자는 당선 직후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도정에 전념하기로 도민과 약속했다. 당장 민주당에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다른 당에 들어간다거나 눈 돌릴 겨를이 없다”고 했다.● “보수 결집” 호소로 TK 사수한 권영진·이철우 “4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결실을 맺기까지 보듬고 지켜줄 따뜻한 손길이 되겠다.” 대구에선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민주당 임대윤 후보를 꺾고 대구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권 당선자는 당선 인사에서 “전국에서 민주당 바람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그래도 대구경북(TK)만을 지켜주신 시도민들께 감사드린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한국당을 혁신해 보수의 새 길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보수의 본산’으로 꼽힌 대구지만 이번 선거 여론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임 후보가 맹추격하면서 ‘접전지’로 분류됐다. 바른미래당에선 김형기 후보가 출마하며 야권 표 분열도 우려됐다. 선거운동 첫날 한 중년 여성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꼬리뼈 부상을 당하는 일도 겪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당선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내내 “대구만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대구 청구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권 시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 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을 접전 끝에 따돌리고 대구시장 후보로 뽑혔다. 경북에서는 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민주당 오중기 후보를 따돌리고 경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경북을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옛날의 위상을 되찾아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세워놓겠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본선보다 어려운 예선을 뚫었다. 한국당 경북도지사 경선에서 3선의 김광림 의원, 재선의 박명재 의원 등을 꺾었다. 이 당선자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머리를 짧게 깎고 13일간의 공식 운동기간 매일 550~600km를 이동하며 광폭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유세 때마다 “보수 우파가 무너지고 있다. 민주당이 독차지하면 일당 독재가 된다”고 호소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6·13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2일 여야 후보들과 당 지도부는 마지막 한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밤 12시까지 유세를 이어가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압도적 승리로 文 정부 개혁 완수”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대표는 부산을 출발해 울산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5개 거점 도시를 훑는 ‘경부선 유세’로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추 대표는 유세 현장에서 줄곧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수해 달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완성하자”며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거점지역 순회 유세의 종착지인 서울에서 “대구에서조차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3일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기준 14곳 이상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거 초반 최소 9곳 이상이라고 제시했던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12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도 최소 9곳 이상 승리를 예측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김영진 의원은 “대구와 제주 선거가 최근 박빙을 유지하고 있고 (열세인) 경북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문 정권 독선과 독주 막자” “민생이 승리하는 날로 만들어 달라. 김문수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시청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바꾸자! 서울’ 총력 유세전에 참가해 이같이 외쳤다. 대한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가 주로 열린 곳이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생 경제가 파탄 지경에 놓였다. 투표장으로 가 문 정권의 민생 파탄을 심판하자”고 말했다. 문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한 보수 결집을 강조한 것이다. 투표 전날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홍 대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공동성명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반도 안보가 벼랑 끝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홍 대표가 거취와 관련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6곳+α’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라인에서 서광이 비치고 부산 충남 경기에서도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배우 김부선 스캔들이 터진 경기도는 판세가 뒤집히고 드루킹 게이트와 관련해 경남에서도 공정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전략지인 서울과 TK(대구 경북)를 집중 공략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정치적 고향’인 노원구를 출발해 밤까지 명동과 종로 등 도심을 누볐다. 안 후보는 “낡은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하는 날”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대구 경북 일대를 돌며 “한국당이 대구 경북을 인질로 삼아 어떤 정치를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지 않았나. 여러분이 내일 심판해 달라”고 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에 후보를 낸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전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지 기반인 호남지역에서 기초단체장 최소 8곳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민주당 싹쓸이를 막고 권력을 분산해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배우 김부선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의 스캔들 의혹에 “거짓이면 천벌을 받을 것이고, 제가 살아있는 증인”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김 씨의 딸까지 가세했다. 배우로 활동 중인 이미소 씨(30)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엄마 자체가 증거”라며 어머니 김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씨는 1300자 분량의 글에서 “이 일(스캔들 의혹)은 내가 대학교 졸업 공연을 올리는 날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너무 창피한 마음에 엄마에게 공연을 보러 오지 말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입을 열었다. 김 씨가 이 후보와 함께 2007년 12월 중순 인천에서 찍은 사진을 찾지 못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 씨는 “그 후 졸업 관련 사진을 정리하던 중 이 후보와 엄마의 사진을 보게 됐다. 그 사진을 찾고 있는 엄마를 보고 많은 고민 끝에 제가 다 폐기해 버렸다”고 했다. 김 씨가 2010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입을 다문 이유도 설명했다. 이 씨는 “사진 폐기 후 (엄마에게) 손편지를 쓰고, 나를 봐서라도 함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는데, (지난달 29일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의 과정 속에 뜻하지 않게 논란이 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할 직접 증거인 사진이 폐기됐다면 이 후보와 김 씨 간 공방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 후보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씨는 “당시의 진실을 말해주는 증거를 내가 다 삭제해 버렸다”면서도 “사실상 모든 증거는 엄마 그 자체가 증거이기에 더 이상 진실 자체에 대한 논쟁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스캔들 의혹을 정리할 ‘스모킹 건’(확실한 물증)은 이 후보의 신용카드 사용 명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씨는 1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12월 바닷가 가서 사진 찍고 거기서 또 낙지를 먹고. 그때 이분(이 후보) 카드로 밥값을 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이 후보가 투표를 앞두고 의혹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면 당시 본인이 다른 곳에서 카드를 사용한 내용만 공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법상 카드 사용 명세 의무 보관 기간이 5년에 불과해 관련 자료가 남아있을지는 불투명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까지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 “‘접전’이란 여론조사가 보수 대구를 결집하는 기폭제가 될 겁니다.”(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 6·13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10일 현지에서 본 대구는 더 이상 보수 세력의 정치적 본산(本山)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6일 실시된 지지율 조사에서 임 후보가 권 후보를 뒤쫓으면서 선거 초반과는 달리 ‘접전지’로 분류되고 있다. 10일 오전 대구 달성공원 새벽시장.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60대 노인이 가던 길을 멈추고 임 후보의 손을 잡았다. “대구 꼭 바까야 됩니데이…. 당선되면 경제 좀 살려주이소.” 임 후보를 알아본 시민들이 먼저 몰려들었다. 시민 조영국 씨(56)는 “평생 보수 정당만 찍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바꾸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으니 여당 시장을 찍어야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전날 고향인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당 차원의 TK(대구경북) 지원을 강조했다. 비슷한 시간에 대구 중구의 한 종교시설에서 담소를 나누던 노인들은 권 후보가 나타나자 하나둘씩 손을 잡았다. 윤모 씨(85·여)는 “대구는 대구다. 보수 대구의 자존심과 긍지를 꼭 살려 달라”고 했다. 현직 시장 출신인 권 후보에 대한 신뢰도 보였다. 함모 씨(85·여)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살림은 하던 사람이 계속 해야 살릴 수 있다. 큰며느리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권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 긍정 효과가 90%’란 문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을 모른다며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말했다.대구=박훈상 tigermask@donga.com·유근형 기자}

“선거 때마다 엄마와 싸웠는데, 이번엔 모녀가 함께 ‘힘 있는 여당 후보’로 의견을 모았다.”(30대 회사원 김지선 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막말은 싫지만, 그렇다고 김태호 후보까지 버릴 순 없지 않나.”(50대 택시운전사 박충식 씨) 6·13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경남의 마지막 주말 유세전이 펼쳐진 10일. 창원 마산역과 통영종합버스터미널, 거제 고현버스터미널 등에서 만난 경남도민들의 온도차는 상당히 컸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대로 이겨 민주당 첫 광역단체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유권자도 있었지만, 보수 결집으로 막판 뒤집기를 예상하는 도민들도 적지 않았다.○ 김경수, ‘문재인 콘셉트’로 바람몰이 “잘하면 믿어주고, 못하면 바꿔야 하는데, 잘 못해도 계속 찍어주니 약 30년간 (보수 진영이) 도민보다 공천 주는 사람만 보고 정치하지 않았습니까.” 김경수 후보는 10일 창원 일대를 누비며 ‘지방권력 교체’를 거듭 강조했다. 드루킹 특별검사 공세에 시달리던 선거 초반보다 목소리 톤에 자신감이 더 묻어났다. 신도시 지역인 마산회원구 내서읍 유세에서 “김태호 후보는 홍 대표와도 마음이 잘 안 맞아 보인다. 당선되면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유세 현장 분위기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패러디한 ‘어도경(어차피 도지사는 경수)’이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김 후보가 “무너진 경남경제 누가 살릴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현장에 모인 300∼400명의 군중이 “김경수”를 연호하거나, 연설 뒤 인파 속으로 들어가 도민들과 셀카를 찍는 세리머니도 비슷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외치는 김태호 “경남만은, 김태호만은 지켜주십시오.”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앞으로 김태호 후보를 태운 유세차량이 등장하자 시민들이 손가락 2개를 흔들며 반겼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차량 운전자는 ‘빵, 빵’ 경적을 2번 울리며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한국당이 기호 2번임을 감안한 것이다. 한 상인은 오토바이를 타고 유세차량을 쫓아와 “시장에 한번 들러 달라”고 외쳤다. 김 후보는 10일 하루 동안 진주-통영-거제를 유세차로 이동하는 15시간 게릴라 유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중장년층, 부동층, 특히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보수’를 잡기 위한 막판 수단으로 게릴라 유세를 선택했다. 2012년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경수 후보를 꺾을 때 효과를 봤던 선거 전략이다. 김 후보는 김경수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드루킹 사건이 보수적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상대(김경수) 후보의 불안함을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남도민들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울산도 ‘안정 우위’ vs ‘뒤집기 자신’ 부산과 울산도 경남 못지않은 치열한 막판 승부가 펼쳐졌다.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선거는 이미 끝났다”며 ‘굳히기’에 돌입했다. 광복로 유세에는 박영선 의원, 정청래 전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당력을 집중시켰다. 반면 보수 반전을 노리는 한국당 서병수 후보는 해운대, 동래, 남구 일대를 훑는 저인망식 유세로 보수 결집을 호소했다.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울산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면 태화강에 뛰어들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태화강에 뛰어드는 이벤트를 연출했다. 한국당 김기현 후보는 10일 0시부터 마지막 72시간의 선거운동을 현대자동차 주변 식당가 등 생업 현장을 도는 릴레이 탐방 유세에 돌입했다.창원=유근형 noel@donga.com / 통영·거제=박훈상 기자}
공직선거법상 대외 공표를 허용하는 6일까지 실시하거나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자, 야권에선 벌써부터 선거 이후 정계 재편을 논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몸집을 더 불리기 위해 바른미래당을 흔드는 등 신경전이 이미 시작됐다. 일각에선 “이 정도면 ‘선포당’(선거를 포기한 당)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7일 “한국당 김문수 후보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나 결국 (선거에서) 실패하고 통합의 길로 간다”고 주장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거론한 것.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의 호남 지역구 의원 5명의 실명을 부르며 “‘당신들은 두 번 속았지만, 세 번까지 속으면 바보 된다. (평화당으로) 돌아와라’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 복귀 시나리오를 주장하며 호남 의원들의 평화당행을 권유하고 나선 것. 평화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반발한 국민의당 출신 호남 의원들이 만든 당이다. 안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논의 중인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도 당 대 당 통합을 단일화 조건으로 못 박았다. 김 후보는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존재는 바른미래당과 비교할 수 없다. (한국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에게 ‘한국 정치 현실에선 제3의 길이 없다. 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빨리 택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와) 그 점에선 동일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즉각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당 대 당 통합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한국당은 조속히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당 대 당 통합 카드를 역으로 받은 안 후보가 향후 정계 개편 국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한국당과 정계 개편을 논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 이후의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예쁘게 웃지 않는 어린이는 돌려보내세요. 새로 찍읍시다.” 과거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던 A 후보는 선거공보물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섭외한 어린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 세우고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어린이를 달래서 더 잘 찍어볼 생각도 없었다. A 후보의 말을 들은 사진사는 대충 몇 장을 찍는 척하다 어린이를 보내야 했다. 다른 어린이를 섭외해 후보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 덕분인지 그해 선거에서 A 후보는 당선됐다고 한다. 선거공보물을 만드는 선거기획사 B 대표가 들려준 얘기다. B 대표는 “후보는 사진으로 유권자를 속인다. ‘기획 촬영’의 결과물로 후보를 고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기초단위 선거 출마자들이 사진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했다. B 대표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도 2일 선거공보물이 배달됐다. 선거공보물 사진만 보면 다들 그럴싸했다. 손자뻘 어린이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고, 병원에 입원한 노인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건네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B 대표의 얘기를 떠올린 뒤 사진을 다시 보게 됐다. 진정성을 의심하게 됐다. B 대표에 따르면 선거 출마 후보들은 ‘야외 촬영 3종 세트’를 찍는다고 한다. 어린이와 노인, 시장 상인이다. 여기에 상습 교통 정체 구역이나 개발지구에서 찍는 사진을 추가한다. 개발지구에선 흰색 헬멧을 쓰고 설계도를 들고 관계자에게 보고를 받는 포즈도 정해져 있다. 모범 사례처럼 선거공보물 3종 세트에 더해 개발지구 현장 사진을 담은 기초의원 선거공보물도 있었다. 3종 세트를 하루에 몰아서 찍다 보니 유치원과 노인정, 시장을 급히 돌아야 한다. 이러니 사진 속 이미지와 달리 어린이와 노인, 시장 상인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뭐가 불편한지 물어볼 여유는 별로 없다. 게다가 여기 등장하는 ‘병풍 인물’들은 대부분 사전에 섭외된다. 어느 기초의원 후보는 노인과 장애인을 정말 ‘병풍’ 삼은 건지 그들과 악수하며 눈은 카메라만 바라보고 있다. 30여 종의 선거공보물을 다시 넘겨보면서 텍스트에 집중했다. 사진은 속일 수 있어도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를 속일 순 없다는 다른 선거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한 명은 정직한 인상을 주는 얼굴 사진과 함께 교통안전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그 후보의 전과 기록을 보니 도로교통법 위반 기록들이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음주운전 기록도 있었다. 선거공보물 속 환상에 속았다간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지게 된다. 이번 선거부터 사진보단 내용을 보고 투표하자. 박훈상 정치부 기자 tigermask@donga.com}

6·13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각인된 후보들의 이미지는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동아일보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팀(폴랩·pollab)과 함께 2014년 7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약 4년 치 28개 언론사 기사에 등장한 광역단체장 후보 이미지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했다. 해당 후보를 다룬 기사에서 빈번하게 언급된 키워드와 연관 인물을 뽑아봤다. 한 교수는 “유권자들이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어떤 이미지로 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朴 ‘3선’, 金 ‘대구’, 安 ‘탈당’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현직답게 ‘서울시장’ ‘3선’ 키워드로 가장 자주 인식됐다. 3선 이미지는 풍부한 시정 경험으로 비칠 수 있지만, 동시에 ‘3선 피로감’ 혹은 ‘바꿔 보자’는 야당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 박 후보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지급한 ‘청년수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 적용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접대·청탁을 엄격히 처벌한 ‘박원순법’도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경선 내내 경쟁자들이 집중 제기한 ‘미세먼지’ 대책을 비롯해 6년 전 불거진 박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아들’ ‘의혹’ 키워드)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분석된다. 함께 거론된 인물 1위로 나타난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의 경쟁을 반영한 동시에 정권교체 이후 박 후보가 문 대통령과 ‘원 팀’을 강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하면 떠오른 키워드 1, 2위는 ‘대구’와 ‘김부겸’이다. 김 후보는 2016년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패했다. ‘잠룡’과 ‘경기도지사’는 김 후보의 풍부한 정치 경험을 보여준다. 2014년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개혁적 면모는 ‘혁신위’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대통령’ ‘탄핵’ ‘태극기’는 김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활발히 참여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진보 지지층에 ‘극우’로 비칠 양면성을 갖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 총 3만519건의 기사가 작성돼 광역단체장 후보 중 압도적 1위였다. 2위 박원순 후보(1만1430건)에 비해서도 약 3배나 많은 기사량이다. 한때 ‘안철수 현상’을 이끈 대선 후보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와 관련해선 ‘미래’ ‘연대’ ‘신당’ 같은 이미지들이 상위권이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무소속으로 출발했다가 벌써 세 번째 당에 소속된 부정적인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다. ‘탈당’ ‘논란’ ‘박지원’ 키워드는 민주당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의 정치적 논란이 여전히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지사 후보들 차기 ‘대권 주자’ 이미지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는 ‘문재인’ ‘안희정’ ‘대선’ 등 대권 주자로서 이미지가 강했다. ‘탄핵’ ‘박근혜’ 등은 탄핵 정국에서 전국적 스타로 떠오르면서 1000건 넘게 기사가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이란 키워드는 최근 욕설 논란이나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구단주’는 이 후보가 구단주인 성남FC와 네이버의 유착관계 의혹과 연관돼 있다. 한국당 남경필 후보는 도지사 재임 기간 강조한 ‘연정’과 ‘일자리’가 상위권 키워드에 올랐다. 남 후보는 재임 중 일자리 60만 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잠룡’은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다. 반면 ‘아들’ ‘투약’ ‘폭행’ 키워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남 지사의 장남은 2014년 4월 후임병을 폭행한 데 이어 지난해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지사 후보들 ‘문재인’ ‘김무성’ 키워드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경수 후보의 연관 인물로는 문 대통령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꼽히는 김 후보의 위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경남지사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끌던 올해부터 김 후보 기사가 급증했고 그중에서도 ‘드루킹’ ‘경찰’ ‘보좌관’ ‘소환’ ‘특검’ ‘댓글’ ‘인사 청탁’ 등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연루 의혹의 영향이다. 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의 핵심 키워드는 공교롭게 같은 당 소속 김무성 의원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 의원과 벌인 공천 갈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에 오른 ‘개죽음’ 키워드는 김 후보가 2015년 6월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다시는 우리 아들딸들이 이런 개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돼 있다.김상운 sukim@donga.com·박훈상·박성진 기자}

여야는 지난달 29일 정세균 국회의장 임기 만료로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6·13 국회의원 재·보선이 전국 12곳에서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지는 만큼 결과에 따라 후반기 원 구성 협상력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119석)과 자유한국당(113석)의 의석은 불과 6석 차. 산술적으로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촛불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민주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는 판세가 이번 재·보선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KBS·MBC·SBS가 여론조사기관 3곳에 의뢰해 4일 발표한 재·보선 12곳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곳 중 민주당 후보가 11곳에서 지지율 1위로 나타났다. 나머지 1곳은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김천인데, 민주당은 ‘적격 후보가 없다’며 무공천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한국당 송언석 후보(22.8%)가 무소속 최대원 후보(29.1%)에게 오차범위 안에서 뒤진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가 그대로 투표로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11석을 얻고, 한국당은 0석으로 격차는 17석으로 벌어진다. 한국당에선 “현재 지지율 추이를 감안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영남권 한국당 의원은 “최대원 후보는 한국당 김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하자 국회의원 보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투표장에선 한국당으로 표심이 집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자존심 대결로 가장 관심을 끄는 서울 송파을은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민주당 최재성 후보가 1위(39.2%)다. ‘홍준표 키즈’로 불리며 전략 공천을 받은 한국당 배현진 후보는 18.4%로 2위, 공천 내홍 끝에 후보를 확정한 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는 6.3%로 3위였다.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사실상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뿐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서울 노원 병에서도 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1위(46.6%)였다. 한때 ‘박근혜 키즈’였던 이준석 후보(11.5%)가 2위, 한때 ‘안철수 키즈’로 불리다 국민의당을 탈당했던 한국당 강연재 후보(5.7%) 순이다. 야권이 안 후보와 인연이 있는 후보를 내세우며 판세 변화를 꾀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민심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접전이 예상되던 인천 남동갑과 충남 천안병, 경남 김해을 등도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이기고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광주전남 재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광주 서갑, 전남 영암-무안-신안에서 민주평화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의원은 1명뿐인데, 이번 선거 뒤 2석을 추가할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 배덕광 전 의원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을에서 민주당 윤준호 후보(35.7%)가 한국당 김대식 후보(16.3%)를 앞섰고, 충북 제천-단양에서도 민주당 이후삼 후보(35.8%)가 한국당 엄태영 후보(22.5%)를 앞서는 양상이다. 충북 제천-단양은 지난해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제쳤던 곳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또 여권의 최대 약점을 경제정책으로 꼽고 이를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민생파탄 경제무능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유일 보수 정당인 한국당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 국회 안에서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은 남겨주실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