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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역사 연구·문화재 발굴 교류가 다시금 달아오르지만 고조선에 관해서는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그러나 고조선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나라란 점에서 향후 공동의 역사 인식에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대양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조교수가 ‘고조선사 연구동향―2000년 이후 국가별 쟁점과 전망’(동북아역사재단 발간 예정)에 쓴 ‘북한 학계의 최근 고조선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까지 북한 학계는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보는 민족주의적 관점에는 ‘반동적’이라며 비판적이었다. 고조선의 위치는 요동이 중심이었다는 게 공식적 견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북한이 ‘단군릉’을 발굴 조사한 1993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 민족을 단군을 원시조로 하는 단일민족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단군릉은 평양시 강동군 강동읍 서북쪽의 대박산 경사면에 있다. 북한 학계는 단군릉 내부에서 발견된 남자의 유골이 약 5000년 전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존한 단군의 유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1만 년 이내 유물의 측정에 주로 사용되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연대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보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을 측정할 때 쓰이는 방식을 썼다. 북한은 단군릉 발굴 이후 기원전 30세기 전후 단군조선이 건국됐고, 그 중심지는 평양이라고 새롭게 주장했다. 또 고조선은 한때 한반도 전 지역과 요동, 길림, 연해주 남쪽 지역까지 포괄했다고 했다. 이 같은 논의는 평양에서 독자적으로 생겨난 구석기·신석기 문화를 바탕으로 청동기 문명이 성립돼 단군조선이 건국됐다는 ‘대동강문화론’으로 1998년 종합됐다. 오대양 교수는 “대동강문화론은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 수단으로 활용됐다”며 “북한 정권 창설 50주년(1998년)이란 시점에서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마련된 고대사 인식체계”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학계는 고조선이 멸망한 뒤 설치된 한 군현의 세력은 압록강을 넘지 못했다고 본다. 한 군현의 핵심인 낙랑군의 25개 속현 호구가 기록된 채 평양의 고분에서 출토된 ‘낙랑 목간’은 원래 평양 것이 아니라고 본다. 요동 지역에 있던 낙랑군의 아전이 평양의 ‘낙랑국’으로 망명하며 묻혔다는 것이다. 낙랑 목간은 우리 학계가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고 보는 고고학적 증거 중 하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스승의 날(5월 15일)이 된 세종대왕 탄신일이 사실 양력으로 5월 7일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스승의 날’은 1965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세종대왕 탄신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5월 15일로 정했고, 1982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은 “1582년 그레고리력이 만들어지기 전 음양력 환산은 당대 서양에서 사용하던 율리우스력대로 하는 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칙”이라며 “세종대왕 탄신일인 조선 태조 6년 음력 4월 10일은 율리우스력으로 1397년 5월 7일”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천문연구원이 제공하는 ‘음양력 변환 계산’에서도 당일은 양력으로 1397년 5월 7일이라고 나온다. 이런 차이는 양력 달력이 바뀐 데서 생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은 1582년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만들어 차차 정착됐고, 이전 서양에서는 율리우스력을 썼다. 율리우스력의 1582년 10월 4일 다음날은 그레고리력으로 10월 15일이다. 그레고리력을 시간을 거슬러 적용해 환산하면 세종대왕 탄신일은 1397년 5월 15일이지만 당대에는 이 달력이 없었다. 이 같은 논지에 따르면 1973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양력 4월 28일로 지정)도 율리우스력으로는 4월 18일이 맞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환산할 것인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박한얼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과거의 특정일을 양력으로 바꿔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오늘날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는 것도 틀린 게 아니라고 본다”며 “어떤 달력으로 환산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역사가 깊은 전통 마을이 곧 명당입니다.” 최원석 경상대 기금교수(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전문위원·55)가 자신의 풍수 연구를 집대성한 ‘사람의 지리―우리 풍수의 인문학’(한길사·사진)을 최근 냈다. 그에게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이들을 위한 명당의 조건이 있다면 알려 달라”고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전화 인터뷰에서 최 교수는 “깊은 산 속 외딴 곳에 명당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백 년 지속된 전통 마을은 그 지역에서 사람이 살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것이 풍수적으로 검증됐고, 주민들과 교류도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경상대에서 명산문화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가 자신의 ‘비보(裨補)’ 풍수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비보 풍수는 지형이나 산세가 풍수적으로 부족하면 이를 보완하는 법이다. 과거 “재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며 마을에 조성한 비보 숲이 그 예다. 그런 숲은 북서계절풍을 막고 여름에는 휴양림 역할을 하는 한편 토양의 유실을 막는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풍수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비보 풍수는 한국 풍수의 특징이자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전통 시대 백성들에게 ‘삶터’는 산과 물이 적당히 둘러 감고 양지바르면 됐다. 마을 동구에 빈 구석이 있으면 산에서 나무를 옮겨다 심어가며 살 만한 터전으로 가꿨다. 최 교수는 마을 고유의 풍수 설화, 오래 가꿔온 풍수 경관이 한국 풍수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풍수는 환경을 관리하고 토지 이용을 지속가능하게 만든 경험적, 전통적 지식 체계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사람이 자연과 상보(相補)하기 위해 쭉 이어져 내려온 것이지요. 요즘 용어로 번역하면 환경 인문학입니다.” 그러나 풍수라고 하면 미신이라는 통념이 여전히 많다. 최 교수는 “풍수사들마저도 좋은 터에 묘를 써서 후손이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발복(發福·운이 틔어 복이 닥침)을 위한 풍수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책은 시대별 풍수문화사, 한국을 대표하는 풍수사상가, 최근의 풍수 연구 흐름을 소개한다. 풍수는 8세기 중국에서 전해진 뒤 고려 시대 불교와 결합해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조선시대 들어 백성의 삶에 녹아들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풍수가 오랜 기간 폭넓은 계층에 영향을 준 곳은 동아시아에서도 한국이 유일하다. 원조인 중국도 시대에 따라 부침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영향이 덜했으며, 류큐국(오키나와)은 주로 지배층에서만 활용했다. 최 교수는 “풍수는 한국인의 전근대 공간 인식의 질서를 만드는 원형적, 무의식적 체계”라며 “한국에서는 ‘풍수 문명’이라 할 만한 위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독일은 1차 대전 패배 뒤 혼란한 정치경제 상황에서 나치즘에 장악됐다. 히틀러라는 미치광이가 전쟁을 일으키고 인종차별 정책을 펴면서 나치들이 유대인을 대량학살(홀로코스트)했다. (엇나간) 국가권력이 홀로코스트를 초래했다. 그들은 악마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대한 통념일 것이다. 홀로코스트는 ‘지나간’ 일이다. 정말 그럴까. 미국 예일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같은 인식을 뒤집으며 ‘홀로코스트의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홀로코스트가 나치즘에서 시작된 건 맞다. 그러나 유대인을 학살한 살인자들 다수는 독일인도 나치도 아니었다. 대학살은 거의 독일 밖에서 이뤄졌다. 이는 나치에 면죄부를 주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학살과 유대인에 대한 극심한 탄압은 대체로 국가제도가 파괴된 곳에서 이뤄졌다. 1938년 3월 11일 히틀러의 침공 위협에 굴복한 슈슈니크 오스트리아 총리는 더 이상 히틀러로부터 오스트리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스트리아라는 국가가 사실상 사라지자 당일 저녁 군중이 나치의 구호를 외치며 유대인 폭행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의 유대인은 독일 유대인이 히틀러 치하에서 5년 동안 받은 고통에 견줄 만한 폭력을 5주 동안 당했다. 같은 해 체코슬로바키아가 굴복당해 ‘수데테란트(수데텐)’를 독일에 넘겼다. 이 지역에 살던 유대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가 사라지면서 유대인 1만7000명이 추방되거나 도주했다. 이듬해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해 ‘폴란드라는 나라가 존재했다는 것을 부인’하자 시민권을 잃어버린 유대인들은 게토로 내몰렸다. 소련이 점령했던 폴란드 동쪽 지역은 독일의 침공으로 ‘이중 점령’의 상황에 처하면서 국가의 흔적조차 사라졌다. 그러자 인종주의가 판을 쳤다.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도망친 유대인 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유대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국가 제도의 갑작스러운 붕괴로부터 가장 큰 위협을 받았다”고 했다. 독일에 굴복했지만 국가 제도가 살아남은 곳은 어땠을까.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프랑스에서 유대인은 제약은 받았을지언정 함부로 체포되거나 살해되지는 않았다. 저자는 히틀러의 반유대주의가 어쩌다 나타난 극단적 편견이라기보다 ‘통일적 세계관’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히틀러는 독일 민족의 ‘생활공간’과 여유 있는 생활수준을 위해 동유럽의 광활한 영토를 대상으로 식민지 전쟁을 벌였다. 강한 민족이 ‘자연의 풍요’를 차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대중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미래의 식량 공급을 걱정하는 국가들이 특정 인간 집단을 생태학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계획적으로든 우발적으로든 다른 국가를 파괴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국가가 파괴되고 공공기관이 붕괴하고 경제적 동기가 살인을 부추긴다면 선하게 행동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히틀러가 선전한 사상에 덜 취약하다고 생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이국적 흥취가 가득한 가요 ‘홍콩 아가씨’(1954년)를 불러 6·25전쟁으로 상처받은 대중의 마음을 위로했던 원로가수 금사향(본명 최영필·사진) 씨가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상공부에서 영문 타자수로 일하다가 ‘조선 13도 전국 가수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1948년 서울 중앙방송국(현 KBS) 전속 가수 1기생으로 활동했다. 노래 ‘첫사랑’으로 데뷔해 1952년 ‘님 계신 전선’, 1955년 ‘소녀의 꿈’ 등을 발표하면서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1950, 60년대를 풍미했다. 예명인 ‘금사향(琴絲響)’은 ‘거문고 실이 울리는 소리’라는 뜻으로 작사가 고려성(1917∼1977)이 지어줬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군예대로 활동하며 최전방까지 위문 공연을 펼쳤다. 고무신이 대부분이던 당시 하이힐을 신고 전장을 누벼 화제가 됐다. 한국 대중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하이힐을 신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미도레코드사를 통해 1954년 부산에서 취입한 ‘홍콩 아가씨’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들 박충관 씨가 있다.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발인은 12일 오전 5시. 02-2262-4800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블랙리스트’ 실행 관여 논란이 벌어진 윤미경 전 국립극단 사무국장의 예술경영지원센터 신임 대표 임명이 10일 철회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인선과 관련 개혁적 성향의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는 예술계 의견을 수용해 임명절차를 새롭게 진행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윤 씨의 임명 철회는 문체부가 9일 임명 사실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9일 “윤 씨가 국립극단 사무국장 재직 시절 당시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도 10일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하루 만에 임명을 번복하는 내홍을 치른 문체부는 ‘공공기관장 임명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를 임명하면서 블랙리스트 관여 여부 등을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문체부는 9일 윤 씨 임명을 언론에 공개하며 “국공립 예술지원기관에서 조직 관리와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임명 철회’라는 형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체부는 임명 발표 때 “윤 씨는 9일자로 임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미 임기를 시작한 대표를 정식 절차도 거치지 않고 해임한 셈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10일 “당일 임명장 수여식이 취소됐고, 본인에게 임명장이 전달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임명된 건 아니라는 게 인사팀의 해석”이라고 했다. 한편 윤 씨는 9일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진상조사위의 문제제기 뒤 조사결과를 검토했으나 당시 국립극단 관계자들의 진술만 있었기에 윤 씨가 블랙리스트 실행에 실제로 적극 관여했는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임명 철회는 명확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즉각 시행했다는 뜻이다. 본보는 윤 씨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전화가 되지 않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윤미경 예술경영지원센터 신임 대표(53)가 9일 임명되자마자 ‘블랙리스트’ 실행 관여 논란에 휘말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날 “윤 대표가 국립극단 사무국장 시절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문제 제기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윤 신임 대표의 임명장 수여식은 취소됐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8일 종합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015년 국립극단이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의 지시를 받아 기획대관 연극 ‘조치원 해문이’ 홍보물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극단과 인물의 이름을 삭제하고 ‘망루의 햄릿’ 온라인 포스터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국립극단 사무국장이던 윤 대표가 이 같은 지시를 전했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블랙리스트가 여러 건 실행된 국립극단에서 책임 있는 사무국장으로 일한 윤 씨가 역시 블랙리스트로 문제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대표로 임명되는 건 윤 씨의 관여도를 떠나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해당 공연이 블랙리스트였다면 공연 자체를 올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2014~2016년 국립극단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팀장, 공연기획팀장, 문화사업팀장 등으로 일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020년부터 사용할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삭제돼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제헌국회의원을 선출한 1948년 5·10총선거 70주년을 맞아 학술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학술대회 ‘1948년 5·10총선의 역사정치학’을 연다. 학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헌국회선거법의 제정 과정과 선거운영 관리, 각 정치집단의 참여, 선거구 규모와 대표자 선출방식, 소수자배려 여부를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5·10선거가 정통성을 인정받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나 유권자들을 강제로 동원한 비민주적인 선거였다는 주장은 제헌국회의 의의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남한에는) 우익 중도우익 중도좌익 등 다양한 정치세력이 존재했다. 제헌국회의 선거법은 민주주의 원칙에 동의하고 있었으며, 선거제도는 높은 공정성을 갖고 있었다.” 5·10총선은 유권자 대다수가 참여한 정통성을 지녔다는 점도 소개된다. 당시 유권자 877만 명 가운데 805만 명이 등록했고, 그중 90% 이상이 투표했다. 이택선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서울대 박사)는 발표문에서 “북한에서 수립된 정부는 어떤 점에서도 전체 한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법률적, 도덕적 적격성이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자유로운 선거의 산물이자 (남북한 포함) 전체 한국민 3분의 2의 의사를 대표했다”고 밝혔다. 최선 연세대 박사는 제헌 헌법의 경제조항이 자유시장경제와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적절히 조화시키고자 했다는 점을 밝힌다. 그는 “광복 후 한국인들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주요 산업의 정부 소유’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 등을 선호했지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우익 정당과 정치인 지지가 많았다”고 했다. 유엔총회는 1948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했다. 정치외교사학회장인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10선거 당일 국가기관 수백 곳이 습격을 당하는 한편 당시 북제주군에서는 제주도4·3사건으로 선거가 연기되기도 했다”면서도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래 간절히 원했던 국제사회의 승인이 마침내 이뤄진 건 5·10총선을 통해 미흡하나마 주민의 자유 의지가 처음으로 확인된 덕”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국민연합 등도 10일 ‘5·10선거 역사포럼―백성이 국민 된 날’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연다. 5·10선거의 헌정학적 분석(배보윤 변호사), 정치학적 의미(김용직 성신여대 교수), 세계사적 고찰(이주천 원광대 교수) 등이 발표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87)의 장남 재국 씨(59)가 소유한 출판사 시공사가 전자카드 제조업체인 바이오스마트에 매각된다. 이에 따라 매각 대금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으로 국고에 귀속될지 주목된다. 바이오스마트는 재국 씨가 회장으로 있는 시공사의 주식 36만5975주를 71억7000여만 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8일 공시했다. 바이오스마트의 시공사 지분은 61.0%가 된다. 회사 측은 지분 취득 목적을 사업 다각화라고 밝혔다. 재국 씨(50.53%)를 비롯해 전 씨 일가가 소유한 시공사 지분은 66.49%다. 시공사는 시공주니어, 지식채널, 여행시리즈 ‘저스트고’, 네버랜드 시리즈와 잡지, 마블코믹스, DC코믹스 등을 출간하는 종합출판사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시공사가 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미납 추징금 57억 원을 내라고 결정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1890∼1945) 선생 탄생 128주년 추모식이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서 열렸다. 고하 송진우 선생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창식)가 주최하고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날 추모식은 선생의 장손인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을 비롯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홍일식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황찬현 전 감사원장, 김유후 전 대통령사정수석비서관,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임숙자 3·1여성동지회장, 김구환 광복회 사무총장, 강만희 서울남부보훈지청장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김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선생은 절망적이었던 일제 암흑기에도 밝은 미래를 직시하고 조국 광복을 위해 애국 애족 애민 운동을 실천한 우리 역사의 선각자로서, 큰 지도자로서 역할을 다하셨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선생에 대한 약전(略傳)을 봉독했고,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가 ‘송진우의 건국사상’을 주제로 추모 강연을 했다. 고하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앙학교 교장을 지내며 국내외 각계 지도자와 제휴해 3·1운동을 계획했고 동아일보 3대, 6대, 8대 사장을 지냈다. 광복 뒤 국민대회준비위원장, 한국민주당 수석총무로 활동하다 1945년 12월 극우 청년들에게 암살됐다. 1963년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순신은 13척의 선대를 지휘하여 조류를 이용해 포화를 퍼붓고 독전하여 스가 마사가케(管正蔭)는 전사하고….’(‘일본제국해상권력사강의’에서) 일본 메이지 시대(1868∼1912) 해군이 임진왜란 때 자신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순신(李舜臣) 장군에 관해 가르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종각 상명대 특임교수(66·사진)가 최근 발간한 ‘일본인과 이순신’(이상)에 따르면 일본 해군 소좌 오가사와라 나가나리(小笠原長生)가 만든 자신의 해군대(해군 장교 교육기관) 강의 교재 ‘일본제국해상권력사강의’에서 이순신 장군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1902년 해군대가 처음 출간한 이 책은 24쪽에 걸쳐 임진왜란 역사를 다뤘다. 오가사와라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담대하고 활달한 동시에 치밀한 수학적 두뇌도 갖추어 전선 제조법, 진열의 변화, 군략, 전술에 이르기까지 개량해 나갔다”라며 “진도에서는 조류를 응용(명량해전)하는 등 여러 가지 획책을 통해 매번 승리했기에 조선의 안정은 이 사람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해군이 임진왜란의 수군 패배 원인을 연구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순신 장군을 높이 평가했다.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 일본인들은 이 밖에도 적지 않다. 1892년 조선에 측량기사로 왔던 세키 고세이(惜香生)는 전기 ‘조선 이순신전’을 펴내며 이순신 장군을 영국 해군 영웅 넬슨 제독에 견줬다. 일본 해군의 대표적 전략가인 사토 데쓰타로(佐藤鐵太郞·1866∼1942)는 ‘대일본해전사담’(1930년)에서 이순신을 “진실로 동서 해장(海將) 가운데 제1인자”라고 극찬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일본 초중고교 교과서와 참고서에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이 실리고 있지만, 반대로 러일전쟁 당시 동해해전을 승리로 이끈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에 대한 기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이순신은 지난날의 적국에서조차 ‘구국의 영웅’ ‘세계적인 바다의 영웅’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생전 어떤 일본인과 접촉했고, 어떻게 대했는지도 이 책은 면밀히 살폈다. 대표적인 게 ‘항왜(降倭·임진왜란 당시 투항한 일본군)’다. 책에 따르면 ‘난중일기’에 이순신 장군이 항왜를 직접 문초하거나 만났다는 기록은 27건. 이순신 장군은 문제를 일으킨 항왜는 가차 없이 처형하는 반면, 항왜들이 향수를 달랠 전통극을 하고 싶다고 요청하면 흔쾌히 허락하는 관대한 모습도 보여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그림 속 사자가 칼을 든 채 갈기를 흩날리며 포효한다. 한데 사자의 몸에 네덜란드 17개 주가 그려져 있다. 이 사자 그림은 1648년 제작된 지도(사진)다. 1610년경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나라를 사자로 형상화한 지도 ‘벨기카의 사자(Leo Belgicus)’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스페인의 지배에 항거하며 독립전쟁을 벌이던 네덜란드의 기상을 강조한 것이다. 기원전 1250년경 테라코타(구운 점토)로 만들어져 조각만 남은 메소포타미아 니푸르부터 오늘날 한국 인천 송도까지 세계의 대도시 지도 166장을 담았다. 지도 하나하나가 아름다워 눈을 떼기 어렵다. 1481년의 이탈리아 제노바 지도(크리스토포로 데 그라시 제작)는 바다에서 바라본 제노바의 풍경을 보여준다. 바다에는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부름에 응해 오스만 제국에 맞서기 위해 출항하는 군함들이 떠 있다. 1543년 재건돼 오늘날까지도 서 있으면서 제노바의 상징이 된 란테르나 등대의 모습도 뚜렷하다. 언덕 위의 성채들은 제노바를 감싸 안은 듯 보호하며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고대 로마, 중세의 예루살렘, 콘스탄티노플 등 서양 도시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카이펑(開封), 말레이시아의 말라카(믈라카), 일본의 에도와 나가사키, 인도의 고야 등 세계사에서 중요한 대도시들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영국 엑서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유럽 정치·군사사와 지도 전문가인 저자는 “도시는 희망과 꿈의 장소이자 비전과 질서의 장소이며, 또한 파괴와 갈등의 중심”이라고 했다. 책은 지도가 당대의 세계관을 어떻게 드러내고, 최신 기술과 결합해왔는지 보여준다. 일례로 멕시코 고원에 살던 아즈텍 사람들이 호수 안의 섬에 건설한 도시 테노치티틀란의 지도에는 도시 건설의 역사와 창건 신화, 도시의 구획이 추상화돼 담겼다. 문헌학자인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는 “서양 문화사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대도시 운영의 전략 지침을 주는 책”이라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려시대 대형 청자상감 표주박 모양 병(사진)이 2일 경매에서 16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은 부산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청자상감매죽포도문표형병’이 이 가격에 팔렸다고 3일 밝혔다. 이 병은 높이가 60cm가량이다. 서울옥션은 “당대 전성기 문화를 담아낸 고려 상감청자의 대표작으로 보인다”며 “상태가 이렇게 온전한 표주박 기형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중섭(1916∼1956)의 말년 작품인 ‘싸우는 소’는 14억5000만 원에 팔렸다. 유영국(1916∼2002)의 1988년 추상화 ‘워크’가 2억7000만 원에, 박수근(1914∼1965)의 ‘아이들’(1964년)은 2억5000만 원에 각각 낙찰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5일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 탄생 200주년 기념일. 1818년 5월 5일 독일 트리어 지방에서 태어나 세계 현대사와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마르크스를 기념하는 도서와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마르크스를 기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트리어, 영국 맨체스터 등지에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관련 행사를 연다. 영국 철학자 루퍼트 우드핀 등이 마르크스주의를 그래픽으로 소개한 책을 올해 1월 냈고, 영국의 역사학자 그레고리 클레어스도 지난달 ‘마르크스와 마르크시즘’을 출간했다. 다만 국내 마르크스 연구자들의 학술문화제 ‘맑스 꼬뮤날레’는 격년으로 열리는데, 올해는 열리지 않는 해다. 마르크스주의는 1990년대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한물 간 사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했지만 21세기 들어서도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다. ‘생각하는 마르크스’(북콤마)를 펴낸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구권이 몰락하고 유럽 좌파 사회운동이 약화되면서 정치적 신념으로서 마르크스주의의 입지는 좁아졌지만 역으로 사상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되살릴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그 모습이 시대에 따라 변하면서도 세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하나로 묶어내고 있으며, 그 방식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인물이 마르크스”라며 “사회를 과학의 분석 대상으로 삼은 마르크스의 업적은 뉴턴이 신학의 세계를 벗어나 물리학으로 우주를 보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를 분석하는 데 마르크스 경제학이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무식자, 불온한 경제학을 만나다’(나름북스) 등을 낸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이 최적의 균형을 달성한다는 주류 경제학에는 근본적으로 주기적 경기순환과 공황을 설명하는 이론이 없다”며 “2008년 경제위기가 금융 분야에서 터진 건 과잉자본에 금융화의 길을 터 준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작용을 우려하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예견했던 노동의 축출과 이윤율 저하 경향의 연장선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 중에는 ‘마르크스 전기’(전 2권·노마드)가 눈길을 끈다. 옛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부설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펴낸 책이다. 마르첼로 무스토 캐나다 요크대 교수가 2016년 쓴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산지니)도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청년 마르크스’(감독 라울 펙)는 1844년 아내 예니와 함께 프랑스 망명길에 오른 마르크스가 파리에서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만나고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승욱 교수는 “마르크스주의는 프랑스혁명의 이념적인 계승자”라며 “현실의 불평등과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는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 여러 사상과 대화하며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며 “이 같은 시대의 주요 화두와 결합돼 더욱 활발하게 연구하고 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해외 주요국의 한국 문화 수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마련된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태훈)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문화 수요가 전 세계 지역별로 세분됐지만 기초정보가 부족해 차별화한 전략 수립이 곤란한 실정”이라며 “문화, 예술, 콘텐츠, 관광 분야에 대한 해외 10개국의 반응을 분석하는 ‘한류 거대자료(빅데이터) 종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맞춤형 전략 수립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의 구축과 운용에는 2019∼2022년 동안 104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정책 수립 목적의 조사에 너무 큰 예산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KOTRA가 무역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정보를 공개해 민간 사업자와 연구자들이 활용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문화홍보원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및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문화 교류를 넓히는 한편 대중문화 중심에서 문학 시각·공연예술을 비롯한 기초예술 전반으로 한류의 외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봄소식은 숫자로 오지 않는다. 화사한 꽃의 감성으로 은유된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고조된 화해 분위기는 문화계도 이어받는다. 29일 문화계에 따르면 공연, 방송, 학술 등 각 분야에서 이미 남북 교류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 교차·합동 공연 정례화 대중음악계에서 우선 관심을 모으는 공연은 개최가 확정된 국제음악축제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다. 6월 서울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일원에서 열린다. 페스티벌 측은 “북한 현지 음악가 섭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듯하다”며 “남북과 세계의 대중음악가가 하나 되는 무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용필의 50주년 기념 투어가 평양, 신의주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5월 서울 잠실에서 시작하는 조용필 순회공연은 6월 의정부 공연까지만 확정된 상태. 앞서 조용필은 2005년 평양에서 남한의 투어와 연계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필 앤드 피스(Pil & Peace)’란 제목을 내걸고 5월 제주에서 출발해 8월 평양 공연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조용필의 공연 관계자는 “여건이 허락되면 투어를 북한으로 이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윤도현도 이달 남북 합동공연 때 “YB와 삼지연 관현악단이 함께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평양서 발레 공연, 문인 교류 클래식, 무용, 국악 등의 남북 교류도 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2월과 4월 남북 예술단 공연이 대중음악에 치우쳐 있었다”며 “다음 순서는 순수예술과 무대예술 분야의 교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2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통일이 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 공연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도 맥이 통한다. 2011년 방북해 북한 현지 악단을 지휘했던 정명훈 전 서울시향 지휘자를 축으로 한 클래식 교류에 대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악은 남북 교류로 가장 시너지를 많이 낼 분야다. 이번 정상회담 환영 만찬도 북측 악기인 옥류금(전통악기를 1970년대 개량한 현악기)과 남측 악기 해금의 합주로 문을 열었다. 현재 가장 구체화된 건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이다. 북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측은 “사업회 북측 대표인 문영호 위원장이 ‘봄이 온다’ 공연 즈음인 3월 27일 팩스를 보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며 “남북 실무접촉이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남북언어 통합을 위해 2005년 시작됐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2015년 이후 교류가 끊겼다. 편찬 작업은 이미 절반 이상 진척됐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인 시절 참여했던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통한 남북 문학인 교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고려 유물 전시될까 개성 만월대 유적 공동 발굴조사도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월대는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된 고려 왕궁터로 2007∼2015년 7차례 남북 공동 발굴에서 금속활자를 비롯한 고려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당시 남측 학자들이 개성공단의 호텔에 머물렀던 만큼 폐쇄된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지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12월 ‘대(大)고려전’에 북측의 고려 유물을 빌려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도 “황해도 해주 안 의사 생가를 복원하면서 2019년 3월 안 의사 순국 109주기 추모식은 생가에서 남북이 공동 개최할 수 있도록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 문화 교류는 경중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공동위원장(고려대 교수)은 “평양 인근 고구려 고분 벽화의 조사와 보존 처리가 긴급하다”며 “약 10년 전 공동 조사가 중단될 당시 북한에 두고 온 설비도 있고, 북측과 합의해 놓은 조사 계획도 있어 곧바로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계도 교류 방안에 부심하고 있다. KBS는 △조선중앙TV와 실시간 영상 상호 교환 △교향악단 합동 공연 △백두대간 다큐멘터리 공동 제작을 추진키로 했다. KBS 남북교류협력단의 원종진 팀장은 “장기 목표는 평양지국 설치와 특파원 파견”이라며 “협의가 진행되면 TV 뉴스의 매일 날씨 꼭지에서 평양과 백두산의 실시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조종엽·박선희 기자}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 중 신안 민어해삼편수, 부산 달고기구이, 생선찜과 같은 몇몇 요리는 네모 형태 등 각진 모양으로 조리했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은 놓이는 방향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인 저자는 접시에 담긴 양파 요리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보여주고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양파 끝의 뾰족한 부분이 12시 방향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3.4도 지점을 가리키는 걸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할까?’ 싶지만 책을 읽어 보면 음식 자체의 맛 이외에 얼마나 많은 요소가 ‘맛있다는 느낌’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저자의 연구팀이 ‘이그노벨상’(괴짜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은 연구를 보자. 연구팀은 감자 칩을 깨물 때 나는 소리를 크게 들려주면 사람들은 감자 칩이 더 바삭거리고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는 걸 밝혔다. 말하자면 소리가 양념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연구는 당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이들에게 달콤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들려줘서 설탕을 덜 넣고도 비슷한 단맛을 느끼도록 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가벼운 식기로 먹었을 때보다 어느 정도 무거운 식기를 써서 먹었을 때 사람들은 더 맛있다고 느꼈다. 토끼고기 스튜를 토끼 가죽을 두른 스푼으로 먹도록 하면 어떨까? 복숭아 향 아이스티의 포장재에 복숭아 껍질의 털과 같은 느낌을 주면…? 같은 딸기 디저트를 각각 흰색과 검은색 접시에 올렸을 때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참신한 발상과 연구 결과가 이어진다. 원제는 미식학(Gastronomy)과 물리학(Physics)을 합친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다. 저자가 인지과학과 뇌과학, 심리학, 디자인, 마케팅 분야를 융합해 창안한 지식 분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드루킹’이 매크로(반복 입력)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스트 댓글’은 실제 추천 수가 많을수록 독자에게 더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기사,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 인터넷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광고 연구’(2016년 9월)에 실린 논문 ‘제품에 대한 온라인 베스트 댓글 내용이 소비자의 제품 품질 지각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지우개를 사용한 뒤 품질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우호적인 ‘베스트 댓글’을 본 실험 참여자들은 그 제품이 더 좋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찬성’ 수가 ‘반대’보다 뚜렷하게 많은 베스트 댓글은 평가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터넷 댓글은 내용이 논리적이건 아니건 독자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하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과 의견이 비슷한 댓글을 보고 ‘역시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재확인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권자의 정치인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논문 ‘인터넷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영향’(‘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010년 5월)에 따르면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댓글을 본 실험 참여자들은 댓글 내용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그 정치인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심지어 아무런 근거나 논리가 없이 주관적인 느낌만 담긴 댓글에도 영향을 받았다. 기업의 부정적 루머에 관한 댓글 역시 내용이 이성적이건 감정적이건 반박 댓글보다는 루머가 사실이라는 댓글을 믿는 경향이 나타났다(논문 ‘기업의 부정적 루머에 대한 사실 인식에 미치는 댓글의 영향력’, ‘한국언론학보’ 2011년 10월). 흥미로운 건 자신과 반대 성향의 댓글이 더 일반적인 여론에 가깝다는 인식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한국전자거래학회지’(2012년 2월)에 실린 논문 ‘개인의 정치성향이 뉴스 댓글에 대한 신뢰성과 사회적 영향력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직장인과 대학생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논문은 “보수, 진보 응답자 모두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매체에 달린 댓글이 더 일반 공중(公衆)의 여론에 가깝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용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뉴스 매체의 댓글이 더 이성적이고, 덜 감정적이라고 느끼지만 여론시장에서는 상대적 소수의견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인의 성향, 해당 이슈와 관련된 정도 등에 따라 댓글에서 받는 영향은 달라진다”며 “기사에 달린 댓글이 독자의 기사의 논조 인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치권이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촉발된 일부 포털 사이트들의 여론 왜곡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전선(戰線)을 펴기로 했다.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댓글 조작 사건 등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 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23일 지도부 긴급회동에서 각 정당이 준비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와 여론조사 제도에 대한 입법 활동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야당들의 공조가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에 이어 포털 사이트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현행 ‘인링크(in-link)’ 방식을 폐지하는 방안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인링크’는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대부분 도입한 방식으로 포털 사이트들이 메인 화면이나 뉴스 섹션에 배치한 기사를 클릭했을 때 해당 기사를 서비스한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자사 포털 사이트 안에 저장된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인링크 방식으로 저장된 기사에 댓글을 달고 이를 선호도나 추천수 순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기자도, 별도의 취재 행위도 없지만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안에서 뉴스 소비가 완결되면서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털 사이트 중심의 뉴스 소비구조 왜곡이 댓글 조작을 낳았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링크 방식을 폐지하고 ‘아웃링크(out-link)’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박성중 홍보본부장은 “세계 검색시장 90% 이상이 아웃링크고, 신뢰와 공정성 부분에서 (아웃링크가) 더 바람직하다”며 “(아웃링크) 법제화에 대해 여당이 최근까지 많은 반대를 해왔는데 야3당이 합의를 했기 때문에 법제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털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포식자가 됐는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며 아웃링크 방식과 인터넷 실명제 책임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앞서 포털 사이트가 뉴스 서비스로 얻는 수익을 회계 분리하고 언론기사를 이용한 광고는 미디어렙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는 “언론사가 고비용을 들여 생산한 정보 부가가치가 포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불평등불공정 거래구조도 고착화되고 있다”며 동조했다. 신문협회는 포털이 뉴스를 자의적으로 선별해 노출시키면서 편집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구체적인 뉴스 제공 방식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여론조사기관들에 대해서도 공세를 폈다. 주 타깃은 ‘드루킹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52.4%)으로 나타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였다. 홍 대표는 “응답자 표본에 여당 지지자들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시켜 여론을 왜곡시킨 것”이라며 “응답률이 10%가 되지 않는 여론조사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3당은 이날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설치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3당은 “이번 사건은 상식과 정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드루킹 특검’이 수용되면 국회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홍정수 hong@donga.com·조종엽·최우열 기자}
KBS 이사회가 사규 위반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정필모 씨(60)의 부사장 임명을 23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필모 신임 KBS 부사장은 1987년 KBS에 입사해 경제과학팀장, 1TV뉴스제작팀장 등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 방송문화연구부에서 일했다. 지난해 감사원은 정 부사장이 ‘부당한 겸직 및 외부 강의’로 KBS 규칙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요구했고, KBS는 올 2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1심에서 정 부사장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정 부사장이 사규를 위반해 올린 ‘부수입’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S 이사회가 11일 징계 절차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정 후보자의 부사장 임명 동의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내외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KBS공영노조는 성명을 내고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이에 대해서는 사표도 받을 수 없고, 징계를 받은 자는 1년 동안 승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며 “중징계 대상자를 부사장에 임명하는 것은 절차 위반”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정 부사장 후보자가 재직 중에 주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태처리는 어떻게 한 것인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정 후보자의 부사장 임명은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이다”고 반대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KBS이사회는 16일로 예정됐던 부사장 임명 동의안 처리를 23일로 연기했고, 임명에 반대하는 야권 이사가 퇴장한 끝에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정 부사장은 양승동 사장의 공약 사항 중 핵심 개혁 과제를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