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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가 ‘2021 북미 올해의 차’ 승용차 부문에 뽑혔다. 북미 올해의 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캐나다에서 매년 출시된 차를 3개 부문으로 나눠 최고의 차를 뽑는 행사다. 올해 3개 모델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현대차그룹은 이번 7세대 아반떼 수상으로 3년 연속으로 상을 받게 됐다. 11일(현지시간) 열린 ‘2021 북미 올해의 차(NACTOY)’ 온라인 시상식에서 승용차 부문에는 아반떼와 제네시스 G80, 닛산 센트라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 주최 측은 “아반떼는 세단 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차량이다.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 테마를 적용한 혁신적인 디자인, 디지털 키 등 첨단 편의사양, 연비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1994년 시작돼 자동차 업계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는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 전문 기자단 투표로 선정한다. 7세대 아반떼는 지난해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공개됐다. 뚜렷한 캐릭터 라인으로 역동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동차 시장 위축으로 판매가 다소 주춤했지만 국내에서는 2019년 6만 2000여 대에서 지난해 8만 7000여 대로 판매량이 40% 이상 늘었다. 아반떼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상이 제정된 1994년 이후 두 번 이상 수상한 모델은 쉐보레 콜벳, 혼다 시빅 등 두 대뿐이었다. 현대차 측은 “준중형 세단 대표 모델로 꼽히는 아반떼가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차량의 반열에 오른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수상으로 현대차는 2009년 ‘제네시스(BH)’ 이후 5번째 수상 모델을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기아차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로 상을 받았다. 기아차 첫 수상이었다. 올해 국산차는 지난해에 이어 가장 많은 최종 후보를 배출했다. 승용차 부문 아반떼와 제네시스 G80이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제네시스 GV80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3년 연속으로 수상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준중형 모델 최강자임을 확인한 아반떼가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활약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아차 SUV 쏘렌토는 영국 ‘2021 왓 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대형 SUV’로 11일(현지 시간) 선정됐다. 올해 44회를 맞은 왓 카 어워즈는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왓 카’가 주최하는 자동차 시상식이다. 기아차는 2018년 피칸토(올해의 시티카)를 시작으로 4년 연속으로 상을 받았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연간 판매 기록을 새로 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 점유율이 8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브랜드의 초강세 속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여전히 1,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조용히 실속을 챙긴 건 폭스바겐그룹이었다. 아우디, 포르셰 등 고가 브랜드의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차 점유율은 2019년의 절반 수준까지 급락했다. 대표적인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일본 차 판매는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일본 차 추락하자 유럽 브랜드가 8할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새로 등록된 수입차는 27만4859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019년(24만4780대) 대비 12.3% 늘었다. 수입차협회 미가입사인 미국 전기차 테슬라가 지난해 1만 대 넘게 팔린 걸 감안하면 30만 대에 육박하는 수입차 판매량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엇보다 유럽 브랜드 위력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9년 75.2%에서 지난해 80.5%까지 올라갔다. 2017년에 72.7%였던 유럽차 점유율이 독일 3사와 스웨덴 볼보가 선전하면서 80% 선을 넘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3위는 독일 프리미엄 3사인 △메르세데스벤츠(7만6879대) △BMW(5만8393대) △아우디(2만5513대) 순으로 집계됐다. 메르데세스벤츠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소폭(―1.6%) 감소했지만 아우디는 전년 대비 무려 113.9%, BMW는 32.1% 판매량이 증가하며 국내 시장을 호령했다. 유럽 차 선전의 배경에는 일본 브랜드의 급격한 몰락도 한몫했다. 렉서스, 도요타, 혼다 등을 앞세운 일본 차는 2016년 이후 국내에서 꾸준히 15∼2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만여 대를 파는 데 그치며 점유율이 7.5%에 그쳤다. 2019년(15.0%)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일본 브랜드는 2019년 한일 무역갈등 이후 일본 불매운동이 계속되면서 마케팅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일본 고급차를 대표하는 렉서스는 8900여 대 판매에 그쳤고 닛산과 인피니티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공식 철수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수년째 국내에서 변변한 신차를 내놓지 못한 채 할인 프로모션 정도에 의존하고 있다. ○ 폭스바겐그룹 고급 브랜드 ‘폭풍 성장’ 수입차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초고가 브랜드의 가파른 성장도 눈에 띈다.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는 지난해 7779대를 팔면서 2019년(4204대) 대비 85.0% 증가했다. 대당 1억 원이 넘는 모델이 즐비한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포르셰보다 더 비싼 가격대인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는 296대를 팔면서 전년 대비 129.5%,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303대를 팔면서 전년 대비 75.1% 판매량이 늘었다. 모두 과거 ‘디젤 게이트’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국내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폭스바겐그룹 브랜드다. 올해도 수입차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급 세단 위주에서 대중적인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1만2798대를 판매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11일 올해 1만5000대 판매 목표를 제시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를 비롯한 국산차 가격이 갈수록 오르면서 수입차의 가격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여러 브랜드가 기존보다 작은 차량들과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을 늘리면서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수력원자력, OCI 등과 함께 이미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하는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사업에 나선다. 10일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한 ESS와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실증사업은 2018년 지어진 현대차 울산공장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2MWh(메가와트시)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에 저장했다가 외부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의 친환경 발전소 형태로 운영된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수력원자력의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번 실증사업은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3GWh(기가와트시)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 보급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OCI와 함께 OCI스페셜티 공주공장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에도 현대차그룹의 300kWh(킬로와트시)급 전기차 재사용 배터리 활용 ESS를 설치했다. OCI는 이곳에서 기존에 설치했던 타사의 신규 배터리 ESS와 재사용 배터리 활용 ESS 간의 성능비교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오재혁 현대차그룹 에너지신사업추진실 상무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신속하게 추진하게 된 이번 실증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분야의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사용하던 배터리를 재정비해 다른 용도에 사용하는 것을 ‘재사용’으로, 배터리를 물리·화학적으로 분해한 뒤에 신규 배터리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재활용’으로 규정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애플의 손짓 한 번에 세계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를 가리키는 이른바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Service, Electrification)’라는 새로운 물결로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시가총액 1위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자동차 업계와 본격적인 협력을 시도하면서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현대자동차에 ‘애플카’ 개발 협업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게 알려진 9일 현대차 주가가 19.4% 폭등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향후 전기차 동맹의 향방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지형을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 전기차 동맹에서도 ‘아이폰 모델’ 구현되나 자동차 업계는 애플과 펼쳐질 전기차 생태계가 ‘안드로이드 모델’이 될지 ‘아이폰 모델’처럼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과 협력할 완성차 제조사가 등장했을 때 애플과 자동차 회사가 어떤 관계로 맺어질 것이냐는 문제다. 안드로이드 모델은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OS)로 활용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처럼 스마트폰 제조사가 각자 자유롭게 제품을 만드는 생태계를 일컫는다. 반면 아이폰 모델은 대만 폭스콘처럼 파트너 기업이 애플의 브랜드와 설계를 그대로 반영한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다. 세계 시장에서 연간 수백만 대의 양산차를 파는 자동차 회사가 애플카에서 폭스콘 같은 역할을 요구받는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매출은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수십 년간 공들인 자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가진 완성차 기업은 물론이고 최근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 폭스콘까지 애플카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새롭게 만들어질 전기차 생태계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가지려고 할 텐데 어떤 협력이 가능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도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될 것’ 어떤 생태계가 구현되더라도 애플의 전기차 진출 시도가 자동차 산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자면 애플이야말로 내연기관차 첫 등장(1886년), 포드의 자동차 생산 컨베이어 벨트 도입(1913년)에 버금갈 변혁을 이끌 힘이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는 “많은 사람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고객 자신도 모르는 요구를 찾아내 상품과 서비스로 보여주는 게 핵심 경쟁력인 만큼 내연기관을 진화시킨 수준의 현재 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동차 기업에 내밀 진짜 카드는 디자인 혁신이 아닌 소프트웨어 혁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차량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무선 펌웨어·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운영체제 등 기술을 발전시켰다. 결국 차량을 활용한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플랫폼 산업으로 바뀐다면 애플, 구글 등 IT 기업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테슬라가 급격하게 시장을 확대하는 상황은 애플 등 여타 IT 기업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충분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기존보다 역할을 확대한 전기차(EV) 사업부를 신설하고 적극적인 미래차 대응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들은 현 상황을 ‘까딱하면 옛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추락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자동차 업계와 연관된 ‘팬덤 브랜드’를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테슬라를 중심으로 일종의 ‘팬덤’을 거느린 기업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짚어보려는 것입니다.그런 팬덤이 어떻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이런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을 얼마나 크게 바꿔 놓고 있는지를 같이 살펴보겠습니다.최근의 ‘애플카’ 구상 공개 그리고 현대자동차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애플’이야말로 원조 ‘팬덤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한데요.그런 측면에서도 같이 언급을 하겠습니다만…애플의 자동차 사업과 관련해 어제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의 관심에 대해 오늘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조금 제한적일 것 같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립니다.테슬라 차량의 매력적인 면에 대한 얘기가 이번 편에 함께 얹혀지면서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다는 점도 미리 알려드립니다.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시승 소감을 바탕으로 럭셔리 카의 세계를 다뤄본 지난 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테슬라, 가장 뜨거운 자동차 기업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자동차 기업은 어디일까요.많은 분들이 어렵지 않게 ‘테슬라’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전기차에 대한 관심, 최근 보여주는 판매량 증가 그리고 일론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부호로 밀어올린 시가총액….많은 측면에서 테슬라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정도를 넘어서 폭발적인 수준입니다.8일 기준 테슬라의 정규장 종가는 880.02 달러였습니다.천슬라, 이천슬라라고 불리던 테슬라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간혹 있으시겠습니다만…현재의 테슬라 주가는 1개의 주식을 5개로 액면분할한 이후의 주가입니다.액면분할 이전으로 보자면 ‘사천슬라’를 훌쩍 넘어서 4400달러 고지에 올라선 셈입니다.유동성 폭발기에 테슬라의 시총이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겠습니다만 자동차도 주가도 모두 가장 뜨거운 관심과 기대 속에 있다는 점만은 크게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국내에서 미국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이라면, 테슬라 주식을 갖고 계신 분이 그렇지 않은 분보다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짐작도 감히 해 봅니다.앞서의 가장 뜨거운 자동차 기업을 묻는 질문에 ‘테슬라’라고 답하기 싫은 분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그런 분들 중에는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고 플랫폼 기업이야’ 등과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슬라, 기존 車 기업과 뭐가 다르길래?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선구자라는 점 그리고 전기차 시장의 확실한 성장 가능성 때문에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다는 점에 집중해 보겠습니다.그러면, 전기차는 테슬라만 만드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다르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테슬라라는 기업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일론 머스크라는 경영자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듯 합니다.이제는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 폰’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젖혔던 것처럼, 머스크는 전기차를 세상의 중심으로 끌어당긴 사람입니다.물론 조금은 다릅니다. 잡스 이전에는 스마트 폰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겠습니다만 머스크 이전에도 전기차는 있었습니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 여러 차례의 위기를 넘기면서 시장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고 온 것은 머스크의 힘 아닐까 싶습니다.지난 2019년 가을에 저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독일 기업들이 자동차에 대한 자신감을 ‘뿜뿜’해 왔던 그곳에서 실제로 생각해야 했던 것은 아마, 모터쇼에 참석하지도 않은 테슬라와 머스크 아니었을까 싶습니다.자존심 꼬장꼬장한, 그리고 자동차 산업이 기계공학의 결정체 시대였던 때에는 그 자존심에 걸맞는 멋진 차들을 만들어 온 독일 브랜드들입니다.그런 그들이, 이제 전기차의 시대가 왔다는 점을 우리도 인정하겠다, 는 자리가 바로 그 모터쇼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입니다.‘전기차? 언젠가는 오겠지.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라는 애매한 상황에서 테슬라는 시판차 가운데 제로백이 가장 빠른 고급전기차(모델S), 날개처럼 문이 열리는 SUV(모델X) 그리고 이제는 누구나 넘겨다 볼 수 있는 대중전기차(모델3)를 연달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화살은 차례로 과녁에 적중했습니다. 전기차 물결은 특정한 국가가 주도한 것도 아니고 모든 기업이 한꺼번에 집중해서 만들어 내지도 않았습니다.미리 준비한 기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지만, 세상의 관심을 모두 전기차로 몰고 온 것이 머스크이기에 테슬라는 전기차의 선구자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전기차가 정말로 친환경차냐, 정말 그렇다면 내연기관차 혹은 하이브리드차 정도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비율로 더 친환경차인 것이냐…그리고 발전원에 따른 전력생산 문제와 배터리 생산 및 충전 인프라 구축에 따른 자원 투입, 폐배터리 이슈까지 감안했을 때 정말로 압도적인 ‘친환경적’ 대안이냐 등에 대한 의문도 사실 있습니다.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런 복잡한 논의를 다소 생략한 채 전기차 시대로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현재로서는 그것이 그냥 현실일 뿐입니다.이런 상황을 앞장서서 이끌면서 ‘전기차의 상징’으로 떠오른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이기에 테슬라는 남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車에 대한 접근 차체를 바꾼 테슬라이런 테슬라에 대한 팬덤은 대단해 보입니다. 저는 최근에 새삼 이런 팬덤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저와 동료들이 ‘테슬라 차량의 문이 전력공급이 끊겼을 때는 열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는 점과 ‘특히 모델3의 뒷문은 안에서는 열 길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였습니다.보도 이후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 문제에 대한 토론과 탐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실험에 나선 고객분도 있었습니다.그리고 초반에는 다소 오해가 생기는 주장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이 달라지는 것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적지 않은 분들이 ‘전력 공급 차단’이라는 상황과 관련해서 차를 구석구석 살펴보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 같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저 차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저 차로 무엇까지 해 보는 것일까. 테슬라 팬인 고객에게 테슬라 차량은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지나간 논란에 대해 다시 시비를 가리자는 것도 아니고 다소 오해가 있는 컨텐츠를 새삼 반박하자는 것도 아닙니다.그동안 차 업계에서는 늘 차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것 같은 고객들이었는데 테슬라를 향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에 대한 얘기입니다.이런 팬덤을 바다 건너에 있는 머스크가 트위터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비교적 많은 내연기관차를 타봤지만 테슬라의 차량은 ‘모델S’ 차량을 조금 길게 타본 것이 전부이긴 한데요.그래도 짧지 않은 시승 기간에 차량 충전까지 직접 해 보면서 제가 느낀 것, 그 이후에 생각한 것 그리고 완성차 업계의 의견을 나름대로 종합해 보면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대표적으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지난해 말에 테슬라는 ‘업데이트’를 하나 했습니다.무선통신으로 연결된 테슬라의 차량이 ‘바퀴 달린 IT기기’라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모델3 등 일부 차량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주어진 지난 연말의 업데이트는 테슬라가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붐박스’라는 기능인데 쉽게 말하면 외부에서 음성, 음악 파일을 차에 넣으면 클락션을 울릴 때 이 음성 파일이 재생되도록 하는 것입니다.차량 외부를 향해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스피커가 있고 이걸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인데요.무선 업데이트로 이런 기능을 추가하는 것 자체가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은 상상하기가 좀 힘이 듭니다.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사실 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큰 비용을 안 들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준 셈 인건데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여느 산업이 그러하듯 자동차 산업에서도 제품 생산의 가장 중요한 밑단에 ‘원가’ 개념이 있습니다.업데이트를 해줘야 활성화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차를 만들 때 분명히 원가를 더 들였음에도 아직 개봉하지 않은 기능을 넣은 채로 차를 출고해야 한다.’기존 완성차 업계에서 이런 일은 좀 무리하게 말해서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심지어 테슬라의 일부 업데이트 혹은 사후 구매 옵션은 ‘이미 장착해 놨지만 활성화하지 않았던 하드웨어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이용자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버스펙’을 달아 놓고 그 돈 포함하지 않은 가격으로 차량을 내보내자는 얘기를 했던 기존 완성차 업계 개발자는 없었을 것 같은데… 있었다면 어땠을까요.멀쩡히 월급 받으며 혼자 딴 세상 사느냐고 시말서 써야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작지만 큰 디테일테슬라 차량의 장점, 시승을 해봐야 느낄 수 있는 디테일들도 있습니다.제가 타본 모델S의 경우 앞차에 가깝게 붙으면 ‘이쪽 방향으로 몇 센티미터 붙었다’고 알려주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그냥 삐삐삐삐, 삐이이이익. 이 아닙니다. 몇 센티미터 남았으니까 조심해, 이걸 운전석 디스플레이(과거의 계기판)에서 큰 숫자로 알려주는 것입니다.적어도 제가 타 본 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롤스로이스를 포함해서 이런 기능을 적용한 차는 없었습니다.기존의 차 업계처럼 센서 등을 활용해서 조금 먼 거리에서는 ‘삐삐삐삐’ 소리를 내고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을 때는 ‘삐이이이익’ 소리를 내는 방식은 비교적 정확한 거리파악이 잘 안 되는 것일까요?아마 아닐 겁니다. ‘삐삐삐삐’와 ‘삐이이익’을 구분하기 위해서도 분명한 거리의 기준이 있고 그에 맞춰서 설계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기존 완성차 브랜드들 역시 어느 정도 오차 범위에서 센티미터를 뽑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걸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우선 그렇게까지 친절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안 해 왔으니까요.그리고 그렇게 까지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맞다는 게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공통 문법이었습니다.괜히 그런 거 넣었다가 센티미터가 틀리면 망신인데 그 때문에 접촉사고라도 빚어진다면 누가 책임지냐 하는 문제입니다.그리고 이런 논리가 우세할 가능성이 더 높은 곳이 기존의 완성차 업계일 수 있습니다.기존 업계를 위한 얘기를 덧붙이자면, 신뢰성 그리고 안전성 문제에서만큼은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오래된 원칙이었습니다.스마트 폰은 치명적인 고장이 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가 전부이겠습니다만…고속 중량물인 자동차의 안전성과 신뢰성 문제는 탑승자는 물론 주변의 차량과 사람들을 포함해서 다수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래왔던 것이겠습니다.● 직접 안 봐도 옆 차가 세단인지 SUV인지 구분 가능이런 디테일, 물론 또 있습니다.이른바 ‘자율주행’ 기술로 각광 받는 테슬라인데 물론 아직 엄밀한 의미의 자율주행은 아닙니다.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범주에 들겠는데 테슬라는 차가 가진 ‘능력’을 눈으로 확인시켜 줍니다.요즘 고급 차를 타보면 운전석 디스플레이에 주변의 차량을 그래픽으로 구현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옆으로 차가 지나가고 내 앞으로 끼어들고 이런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부분 꽤나 정확합니다.그런데 제가 타본 모델S는 내 옆을 지나가는 차들이 ‘어떤 차’인지를 보여줍니다.세단인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지 혹은 트럭인지.열심히 비교해 봤는데 그래픽의 정확성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얼추 다 맞습니다.차단봉이 있는 도로 등에서는 도로상의 장애물 역시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자동차가, 내가 이렇게 주변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것입니다.제가 타 본 대부분의 테슬라 아닌 차들은, 이런 방식의 ‘과한 친절’을 역시나 잘 베풀지 않습니다.국내에서도 주요 도로에서는 선행 조건이 충족되면 정말로 스스로 차선을 바꿔서 진출입로에 들어서는 수준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런 디테일에서도 테슬라는 기존 완성차 업계와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것 같습니다.● 테슬라, 부정적 이슈를 압도하는 ‘팬덤’테슬라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이 기술적으로 ‘외계인 고문’을 해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닌 것 같기는 합니다.어떤 차를 만들어야 하나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개념적인 방향 자체를 기존과는 좀 다르게 가져가는 것에서 나오는 차이 아닐까 싶은데요.기술보다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일 수 있는 셈입니다만 그나마도 어마어마한 상상력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지금 여러분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스마트폰이 구현하고 있는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들을 생각해보면…테슬라가 몰고 온 변화가 세상에 없던 혁신을 지향한다기보다는 기존의 차량들이 너무 진부한 문법에 갇혀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힘과 테슬라가 보여주는 이런 새로운 모습은 고객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많은 고객들이 일종의 테슬라 팬이 됐고 이런 점은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회사는 물론이고 그 유명한 ‘강성 노조’까지 나서서 차량 조립 과정에서 외부 강판들 사이에 발생하는 과도한 오차라고 볼 수 있는 ‘단차’를 잡겠다고 했습니다.그런데 테슬라 고객들 사이에서는 “웬만한 단차는 테슬라 정품 인증”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생산 노하우가 충분하게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입니다. 팬이 되고 나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기존 브랜드들은 전반적인 성능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최종 제품의 완성도를 조금씩이라도 높이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아왔습니다.단차 없고 균질한 도장면을 가진, 아주 매끈하게 마감된 차라는 것은 자동차 산업 속의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목표일 수 있습니다.그런데 ‘내 차는 테슬라인데 단차가 대수냐, 흠집 좀 있는 건 문제가 아니야’라고 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하니, 팬덤은 그런 것인가 보다 싶습니다.● 팬덤 거느린 머스크, 막대한 비용 절감머스크의 입장으로 눈을 가져가면, 팬덤이 가진 아주 큰 힘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팬덤을 거느린 기업의 최대 경쟁력은 가만히 있어도 ‘갑’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기업이 고객에게 ‘갑’이 된다면(테슬라가 갑질을 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무엇이 달라질까요?그냥, 쉽게쉽게 갈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아집니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그대로입니다.테슬라는 세일즈 조직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고객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계약을 하는 방식인데요.여기서 절감되는 비용은 기업의 경쟁력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수준 아닐까 싶습니다.5만 명이 넘는 현대차 노조 가운데 판매영업과 관련된 ‘판매위원회’ 노조원이 6500명가량 된다고 합니다.사업보고서를 보면 2019년 현대차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연 9600만 원이었습니다.그러니 현대차가 테슬라처럼 온라인 판매를 한다면 대략 연간 6240억 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걸까요?당연히 이보다 훨씬 큽니다.자동차 판매·전시장은 공간을 잡아먹습니다. 목 좋은 자리에 공간을 유지해야 하고 전시차를 깔아야 하는데 당연히 모두 비용입니다.이 뿐만 아닙니다. 현대차 판매위원회는 본사 소속 직원들입니다. 직영점이 아니라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과정에서 쓰이는 돈 역시 기업에게는 큰 비용입니다.무엇보다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해외에서의 딜러십 기반으로 운영되는 세일즈 조직 역시 다 비용이고 차량 가격입니다.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건 현대차만의 상황이 아닙니다.기존의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이렇게 차를 팔아 왔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크기로 유명한 포르쉐 같은 브랜드도 기본적으로는 이렇습니다.필요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수천, 수억 원짜리 차량을 사려면 실물을 봐야 하고 영업직원의 설명을 직접 듣게 되면 모델부터 색상, 옵션까지 많은 것들의 선택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훌륭한 영업직원들은 차량 선택을 도와줄뿐더러 장기간의 유지·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이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이 분명히 있습니다.하지만 테슬라는 입장이 많이 다릅니다.현재 선택할 수 있는 모델과 옵션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기도 한데 고객이 먼저 찾아와서 ‘내가 오랫동안 공부해보고 왔는데 이걸로 주세요’하는 수준이면 전국 방방곡곡에 전시·판매장을 깔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거점별 전시장 정도는 테슬라코리아도 하고 있는 일입니다.)그리고 그게 일단 수용되기 시작하면 ‘테슬라는 원래 이렇게 사는거야’라는 논리가 시장에 안착될 수 있습니다.‘고객이 찾아오는 브랜드’ ‘고객이 입소문 내는 브랜드’를 만들면 홍보 분야의 예산 역시 크게 줄일 수 있겠습니다.일론 머스크 트위터의 팔로워는 4000만 명이 넘습니다. 여기에 메시지를 띄우기만 해도 다이렉트로 메시지가 전달이 되는데 뭐가 아쉬울까요.● 시장 키우는 테슬라, 거세질 도전들마냥 멋지기만 한 것 같은 테슬라인데, 물론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으로 마주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자동차 산업은 그리 간단치 않은 산업이기 때문입니다.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전후방의 고용효과가 막대합니다.유럽 각국과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큽니다.그래서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발전과 고용 유지라는 관점에서 이 거대한 산업을 함께 ‘핸들링’합니다.각 기업의 자동차 사업을 ‘4륜구동 자동차’로 보자면…제 생각에는 기업이 그 2바퀴를 굴린다면 나머지 2바퀴 정도는 정부 그리고 국가 전체(노사 문화, 시민들의 인식 등)의 손에 맡겨져 있는 산업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요.때로는 기업이 좌회전하고 싶어도 주변 여건 때문에 직진해야 하는 산업일 수도 있습니다.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핵심 가운데 하나도 ‘폭스바겐의 저가 전기차 출시’ 그리고 그에 화답하는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수정이었습니다.당연히 정부와 업계의 조율이 미리부터 있었을 것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시각입니다.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자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지 아니면 자국에 생산 기지라도 두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세계 모든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에 가깝습니다.세금 내고 고용해서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은 국민과 국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지난해 대략 50만 대를 판 테슬라가 몸집을 빠르게 키우면서 100만 대를 넘겨다본다고 하니 이제 이런저런 견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해마다 또 집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폭스바겐과 도요타가 1000만대씩 가량을 팔고 르노-닛산, 제너럴모터스가 크지 않은 차이로 3, 4위를 차지하는 시장입니다. 5위 현대·기아차도 700만 대규모를 넘습니다.이런 글로벌 공룡 자동차 기업의 눈에도 이제 테슬라의 ‘숫자’가 위협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때가 오고 있습니다.당장 올해부터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 신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니 흥미로운 ‘대전(大戰)’이 벌어질 참입니다.많은 전문가들이 전기차 영역만큼은 ‘테슬라 vs 비테슬라’의 싸움으로 보는 대전투이기도 합니다. 자율주행을 앞세우고 차를 전자기기처럼 만드는 설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저는 테슬라의 전자식 도어와 기존 완성차 업계의 문 설계가 가진 차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전통 브랜드의 오래된 설계가 가진 의미가 있고 테슬라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일정 규모 이상의 사고가 나면 차량 문의 잠금은 ’언락‘한다. 그런데 탑승자가 튕겨져 나가는 상황은 또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언락‘될 뿐 문이 열려 버리면 안 된다.’‘언락 상태에서 문고리를 손으로 가볍게 당겨서 여는 ’래치‘(문이 안 열리게 잡고 있는 장치)는 강제적인 힘에는 1톤이 넘는 힘까지 버티게 설계하라고 규정돼 있다.’기존 차 업계는 이런 구조 위에서 오랜 고민이 반영된 도어를 설계해 왔다는 것을 저도 취재하면서 알게 됐습니다.‘작은 사고로 문의 잠금이 풀리게 하면 범죄 가능성이 있으니 에어백 전개 등을 기준으로 ’언락‘ 한다.’‘문 잠금 장치에 전자제어를 얹어도 아날로크 케이블로 래치를 열 수 있는 구조는 포기하지 않는다’이런 식의 고민들을 기존 제조사들이 해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이런 것 역시 기존 업체들의 ‘올드’한 문법일 뿐이고 테슬라는 사고가 나도 전기가 완전 차단되는 상황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개념이 다른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테슬라 차량에서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테슬라 판매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기술 일반론적으로 봤을 때 완전한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과제를 넘어야 할 것 같다는 평가가 내려져 있는 자율주행 기술 역시 테슬라가 과도한 자신감을 보였을 때는 문제를 부를 가능성이 남아 있겠습니다.물론, 테슬라는 기존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른 변화로 유명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컨트롤에서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으니 우려할 만한 문제를 안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팬덤 기업’, 자동차 산업을 바꿔놓을까이런저런 의문 속에서도 테슬라는 순항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테슬라만의 이점을 다른 기업들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모든 기업이 팬덤을 거느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만 시장을 독과점하거나 일부 고객들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는 기업은 위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 롤렉스 같은 고가 시계 브랜드는 회사로부터 ‘간택 받지 않으면’ 돈을 싸들고 가도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불황에도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자신감의 근거입니다.강력한 팬덤을 가진 테슬라가 그런 이미지를 계속 지키면서 올해 또 한번 기록적인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만한 대목입니다.그리고 최근 전해진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 구상도 ‘원조 팬덤’ 기업의 자동차 산업 진출로 장기적으로 지켜볼 이슈 아닐까 싶습니다.현재로는 사실 확실한 것이 많지 않습니다만…애플이 현대차를 포함한 복수의 완성차 기업에 자율주행 전기차 협력을 제안했다, 라는 것을 기본 팩트로 놓고 보면 되는 상황입니다.그동안 직접 생산을 잘 하지 않았던 애플이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앞으로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은데요.자신의 브랜드를 가꾸고 그 브랜드의 힘으로 경쟁 브랜드와 오랜 기간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던 기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애플이 어떤 전략을 펴려는 것인지부터를 놓고 고민이 아주 깊지 않을까 싶습니다.스마트 폰에서의 구도처럼 애플이 ‘폭스콘 같이 하드웨어 제조사의 존재를 지우면서 제품을 만드는 역할을 해달라’고 했을 때 주요 완성차 기업으로서는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하지만 비즈니스에서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애플이 요구하는 조건을 웬만하면 들어주려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고, 요즘 자주 보는 ‘조인트벤처’와 같은 방식을 선택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고…아주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누군가와 그리고 언젠가는 이뤄질 수도 있겠습니다. 기존에는 없었던 방식의 협력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무한대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애플’이라는 브랜드와 그 팬덤이 가진 힘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이 그동안 키워온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너무 탐나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 ‘자동차 업계에서 탐낸다’기 보다는 온 세계의 고객들이 애플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자동차를 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스마트폰을 만들어낸 상상력으로 자동차에 접근했을 때 자동차는 또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화할 것이냐는 기대감이겠지요.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테슬라를 보면서 자동차라는 영역도 혁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점을 느끼고 있는 시기라는 점 때문에 더 클 수 있습니다.유난히 길어진 휴일차담을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12월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화재 사건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이 공식 문건으로 나왔다. 12월 9일 테슬라 ‘모델X’가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벽에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화재 사건에 대한 소방서의 분석 보고서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모델X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조대는 ‘인명구조검토회의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어려움은 손상된 고전압 배터리에서 배터리 셀이 빠르게 발열됐고, 여기서 발생하는 불을 진화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사고 차량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불길을 한 번 잡은 뒤에도 화학반응이 계속돼 발열이 계속됐기 때문에 진화가 까다로웠다. 전기차는 차종에 따라 배터리셀이 수십∼수천 개 장착돼 있다. 배터리셀에서 일단 불이 나면 어떻게 번지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상황 예측이 어려워 소방관들은 도착 후 6분 만에 초진에 성공한 뒤에도 완전히 불을 끄는 데 50분이 더 걸렸다. 이후에도 만약에 대비해 40분을 현장에 더 머물렀다. 독일에선 전기차 화재 시 아예 거대한 물탱크에 빠뜨려 불을 끈다는 매뉴얼도 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소화기로 불길을 잡을 수 있지만 전기차는 이것도 쉽지 않다. 소화기로 분말을 뿌려 불길을 잡아도 10초 정도가 지나면 다시 불길이 살아나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있다. 당시 차량에서는 전후좌우로 불길이 솟구쳤지만 감전 우려 탓에 절연 장비를 갖춘 소수 인원 외에는 현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400V가량의 높은 전압이 흐른다. 차에 갇혀 있던 사람을 구조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화재가 난 테슬라 차량은 뒷문에 손을 접촉하면 이를 인식해 날개가 펼쳐지듯 위아래로 열리게 돼 있었다. 잡아당겨서 열 수 없다 보니 차량 화재 시 문을 뜯어내는 데 쓰는 유압전개기가 소용없었다. 결국 구조대는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 들어가 사람을 끌어냈다. 차내 전기 공급이 끊겨 뒷좌석을 앞으로 접지 못해 사람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차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용산소방서 구조대가 화재에서 접한 상황의 상당 부분은 이미 소방청이 지난해 만든 전기차 구조 활동 지침서 매뉴얼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전기차 구조 활동 지침서’를 제작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시에는 차량이 잠길 만큼의 물이 필요하고, 소방관은 출동할 때 절연 장비를 지참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전기차가 0.6%(2020년 말 기준)에 그치다 보니 현장 대원 상당수가 경험이 부족한 현실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고려했을 때 일선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을 몸으로 습득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으로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의원은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며 “전기차에 맞는 안전도 평가 및 검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제조사도 차종별로 감전 예방, 문 개방 등 안전 관련 내용을 당국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도형 기자}

지난해 회장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51)은 4일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해”라고 선언했다. 이어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위한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 2년 현대차그룹은 ‘전통 자동차 기업에서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는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급격한 확산, 우버 같은 모빌리티 기업의 등장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에서 20년 이상 일한 한 고위 임원은 “회사가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을 거라고는 얼마 전까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순혈주의 깨고 문턱 없는 협업… 현대차의 파격 정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의 수출이 본격화되던 199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아버지로부터 품질경영을 배우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정 회장은 현대차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디자인 경영’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이 대표적이다. 본격적인 변화는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현대차만의 ‘군대식’ 문화를 자유로운 테크 기업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2019년 복장자율화를 시행하고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여는 등 파격이 시작됐다. 적극적인 외부 인재 수혈에 나선 것도 정 회장이 주도한 변화로 꼽힌다. 부사장급으로 영입돼 현재는 사장급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독일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과 삼성 출신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자 중심의 사일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던 현대차 조직이 변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회동한 것도 파격 행보로 꼽힌다. 외부 기업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도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해 재계를 달군 4대 그룹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해 5∼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배터리 분야 등에서 협력을 모색했다. 재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한국 재계가 글로벌 산업 변화에 발맞춰 협력을 도모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며 “그 구심점에 그동안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 온 현대차그룹이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에서 오픈 모빌리티 기업으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는 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구호였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철강부터 자동차부품 및 완성차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적인 자동차 생산에 집중해 왔다. 충성도 높은 조직과 자체 연구개발(R&D)이 그 핵심 열쇠였다. 이런 전략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연결돼 현대차그룹이 세계 5위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자동차를 넘어 이동과 관련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품질을 앞세운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기업이라는 과거의 비전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공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다’는 정 회장의 생각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9월 미국의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씩 자산을 출자해 ‘모셔널’을 세웠다. 직접 개발로는 도달하기 힘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협력으로 자율주행 기술 순위 15위권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말엔 1조 원을 투입해 ‘로봇개’로 유명한 미국의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나섰다. 2019년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정 회장은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PAV) 30% △로보틱스 20%를 미래 계획으로 깜짝 공개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던 이 계획은 지난해 실물 크기의 PAV 모형을 공개한 데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현실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모교인 샌프란시스코대 경영대와의 인터뷰에서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걸 주저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동차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로보틱스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을 포함한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미 공급 과잉으로 평가받는 자동차 시장에 테슬라와 애플 같은 새로운 경쟁자가 뛰어들고 있다”며 “크고 복잡·정밀한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과 인력이 있는 현대차의 강점을 살려 모빌리티 전반을 품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지시보단 질문 던져… 직원들과 소통 활발정의선 ‘외유내강의 리더십’소통 중시하고 의견 경청하지만 사업 결정 내릴땐 주저않고 과감 “겸손과 경청이 몸에 배어 있지만 과감한 결정을 내릴 땐 주저하지 않는 외유내강(外柔內剛) 리더십.”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다. 평소 임직원들과 e메일 소통을 즐기는 정 회장은 간단하지만 분명한 문장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적이고 세세한 지시보다는 “고객 입장에서 최선인지 고민해 보자” 같은 질문을 던진 뒤 해답을 찾는 스타일이다. 고위 임원들과의 회의에서는 주로 듣는 역할을 자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1조 원을 들여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한 뒤에는 고위 임원들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 글로벌 최고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자신의 뜻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정몽구 명예회장 측근으로 꼽히던 김용환, 정진행 두 부회장이 물러나도록 하고 신사업을 책임질 인사를 대거 전진 배치했다.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확실한 경영 장악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 회장은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사업적인 구상을 함께 나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전을 최소화하고 임직원 가족과 식사할 때는 테이블을 돌면서 직접 와인을 따라줄 정도로 겸손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직접 받을 정도로 오랫동안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며 “최근 접촉이 잦은 정·관계에서도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변종국·서형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외 자동차 판매가 1년 전보다 1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판매는 늘었지만 해외 판매가 16.5% 급감하면서 전체 판매가 감소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매년 9000만 대 안팎이 팔렸지만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7000만대 중반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2020년 국내외 자동차 판매는 694만여 대로 집계됐다. 2019년 792만여 대에 비해 12.4%가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2019년(442만여 대)보다 15.4% 줄어든 374만여 대를 판매했다. 기아자동차도 260만여 대를 팔면서 2019년 판매량(277만여 대)보다 5.9% 감소했다. 2019년 719만 대 이상을 판매했던 현대·기아차가 지난해에는 이보다 10% 이상 줄어든 635만여 대에 그쳤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승용 자동차 시장은 2019년에 비해 17% 줄어든 740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줄었고,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 장기간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 역시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외의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GM은 2019년 34만755대에서 지난해 28만5499대로 수출이 16.2%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수출량이 2만여 대에 그치면서 2019년에 비해 77.5% 줄었고, 쌍용자동차도 22.3%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9년 대비 11% 감소한 354만 대로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산업 고용도 2020년 6월 말 기준 2017년 말 대비 1만9233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다만 완성차 5개사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160만여 대로 2019년(153만여 대) 대비 4.8% 성장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선방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가 6.2%씩 증가하면서 내수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5, 쏘렌토 등이 이끈 신차 효과가 컸고 개별소비세 인하도 힘이 됐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역시 10% 이상 늘면서 국내 고객층의 실질 구매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악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을 2020년 대비 9% 증가한 8340만 대로 예측했고, 현대·기아차도 지난해보다 11.5% 늘어난 총 708만2000대를 올해 판매 목표로 4일 공시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업체도 내수 판매는 소폭 줄겠지만 글로벌 시장 회복에 따라 수출이 20% 이상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HANKUKCHEMI)호가 소속된 해운사 DM쉽핑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견 화학물질 운반선사다. 총 17만 t가량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12척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800억 원 안팎이다. 한국케미호 역시 1만7500t급의 화학물질 운반선으로 7200t가량의 화학제품을 싣고 추가 화물 적재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해협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유와 화학제품의 주요 운송 경로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원유나 천연가스를 싣고 아라비아해나 인도양에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서 온다. 해운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이란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나포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과 선원의 안전이 위협될 뿐 아니라 추후 통항이 위축되면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원유 가격 상승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9개월여 만에 최고로 오른 상황이다. 자칫 봉쇄로 이어진다면 원유 파동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
30대가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브랜드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20·30대는 BMW를, 40대 이상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는 수입차 24만3440대가 팔렸다. 2019년 같은 기간(21만4708대)과 비교하면 13.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됐지만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수입차 중 법인이 아닌 개인이 구매한 차량은 15만4501대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4만9650대, 40대가 4만9617대를 샀다. 비율은 32.1%로 같았지만 판매량으로는 30대가 약간 앞섰다. 50대가 19.9%(3만672대)로 그 뒤를 이었고 60대(8.3%·1만2858대)와 20대(5.7%·8766대)도 적지 않게 수입차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연령대에 따라 크게 달랐다. 20대에서는 BMW를 구매한 비율이 27.7%로, 메르세데스벤츠(20.9%)를 제치고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3위는 10.7%를 차지한 미니였다. 반면 50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체 판매량의 25.5%를 차지해 14.6%에 그친 BMW에 큰 차이로 앞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브랜드 안에서 40대 이상 구매자 비율이 전체의 66.8%에 이른 반면에 BMW는 20, 30대 구매자 비율이 49.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셰 등 독일 브랜드는 지난해 1∼11월에 16만4000대 이상을 판매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67.5%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무역갈등 여파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이 2019년 15% 안팎에서 지난해 7.5% 수준으로 반 토막 나면서 독일 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브랜드별 판매 순위로는 △메르세데스벤츠(6만7000여 대) △BMW(5만2000여 대) △아우디(2만2000여 대)가 나란히 1∼3위에 올랐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한민국 재계가 뿌리부터 변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재계 주요 기업 임직원은 핵심사업, 조직문화, 인사 등 기업의 뿌리를 흔드는 변화를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경험하고 있다. 기존 간판 사업이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으로 교체되고 있다. 이를 위한 파격 인사와 조직문화 혁신도 이어졌다.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총수’가 있다. 최근 2, 3년 주요 그룹 세대교체로 바통을 이어받은 재계 차세대 리더 그룹을 말한다. 이들은 PC가 등장한 1980년대 대학을 다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슈퍼 소셜 파워를 주도적으로 활용한다. 기존 사업에 대한 과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들의 공통 과제다. 지난해 12월 23일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 캐나다 마그나와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자 시장은 시가총액 15조 원 대기업 주가의 상한가 상승이라는 이례적 기록으로 반응했다. LG전자를 전기차 등 미래 사업 중심으로 바꾼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캐나다에서 만나 직접 영입한 세계적인 AI 석학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난해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승진시켰다. ‘SNS 스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슈퍼 소셜 파워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대기업 총수 세대교체와 디지털 전환 시기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존 인력과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 혁신으로 기업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 기자▼D-G-S로 내공 다진 젊은 총수들… 한국기업 DNA가 바뀐다▼2021 새해특집[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1> ‘디지털 총수’ 그들은 누구?2020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증시 시가총액 10대 기업 리스트는 1년 전인 2019년 말과 확연히 달랐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9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19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카카오(23위→10위)도 시총 10대 기업에 진입했다.전통 제조업에서 전기차,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산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산업 지각변동과 총수 세대교체 시점이 맞물리면서 더욱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에서 총수의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은 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PC 1세대, 총수 되다세대교체로 등장한 ‘디지털 총수’ 상당수가 1960년대 후반∼1970년대생으로 1980년대 초중반 퍼스널컴퓨터(PC) 등장 이후 대학을 다닌 PC 1세대에 속한다. 기술 기반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가 시대의 변화에도 있지만 이들이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디지털 총수들은 벤처 1세대인 1968년생 이재웅 쏘카 대표 겸 다음 창업자, 방준혁 넷마블 의장, 1967년생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교류하며 기술 중심 기업의 성장 속도를 체화한 것이 특징이다.또 유학과 경영 수업을 통해 글로벌 기술 혁신을 가까이 접했다. 1968년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은 대학 시절부터 글로벌 전자산업계 경영인들을 접했고 2000년대 인터넷, 반도체 황금기에 실무를 맡으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과 교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51)은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중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접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수직계열화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 현대차를 실리콘밸리식 테크 기업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최근 1조 원을 들여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구광모 ㈜LG 대표(43)는 공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광폭 네트워크… 신사업 힘 받다디지털 총수의 또 다른 특징은 광폭 네트워크를 통한 신사업 확장이다. 2019년 7월 한일 갈등이 산업계 불화로 옮겨붙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은 곧바로 일본 파트너들을 찾았다. 당시 출장에서 일본 메이저 통신사 KDDI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조 단위’ 계약을 체결했다. 위기일발 한일 갈등 속에서도 5G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일본 네트워크를 통해 수주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리더로 부상하는 재계 3, 4세대는 MBA 등 유학 경험과 경영 수업을 통해 물려받은 글로벌 파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38)은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유학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 수소기업 니콜라 등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주들과 직접 교류하며 투자를 결정했다.광폭 네트워크와 자유로운 소통이 합쳐지며 시너지 효과도 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년여 전만 해도 4대 그룹 총수들이 만나려면 비서진과 의제를 미리 조율하는 등 절차를 거쳤는데 최근에는 이런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최태원 SK그룹 회장(6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6), 이재현 CJ그룹 회장(61) 등도 외부의 젊은 창업자 등을 직접 만나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8) 등을 만나 유통의 미래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CJ가 네이버와 전면적 협력을 결정한 것도 이재현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의 직접 소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 슈퍼 파워디지털 총수는 사회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권위보다는 호감을 선호한다. 사회적 평판에 민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3)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 짓기도 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17일 정 부회장이 전남 해남을 찾아 직접 딴 배추로 전을 부치고, 겉절이김치를 담그는 동영상을 올렸다. 광고였지만 광고 같지 않은 이 영상에 “이마트 최고의 마케팅” 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최태원 회장은 사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SK에 20∼30년 몸담은 직원들에게 직접 요리한 육개장을 대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최 회장은 “대본이 있으면 티가 난다”고 말하며 직원들과 서슴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다.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를 포함해 한국 경제의 주요 인력이 젊은층으로 바뀌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기본이고,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글로벌 시민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으로 기업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김도형 기자}

2020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증시 시가총액 10대 기업 리스트는 1년 전인 2019년 말과 확연히 달랐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9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19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카카오(23위→10위)도 시총 10대 기업에 진입했다. 전통 제조업에서 전기차,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산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산업 지각변동과 총수 세대교체 시점이 맞물리면서 더욱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에서 총수의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은 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PC 1세대, 총수 되다 세대교체로 등장한 ‘디지털 총수’ 상당수가 1960년대 후반∼1970년대생으로 1980년대 초중반 퍼스널컴퓨터(PC) 등장 이후 대학을 다닌 PC 1세대에 속한다. 기술 기반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가 시대의 변화에도 있지만 이들이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총수들은 벤처 1세대인 1968년생 이재웅 쏘카 대표 겸 다음 창업자, 방준혁 넷마블 의장, 1967년생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교류하며 기술 중심 기업의 성장 속도를 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유학과 경영 수업을 통해 글로벌 기술 혁신을 가까이 접했다. 1968년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은 대학 시절부터 글로벌 전자산업계 경영인들을 접했고 2000년대 인터넷, 반도체 황금기에 실무를 맡으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과 교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51)은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중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접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수직계열화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 현대차를 실리콘밸리식 테크 기업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최근 1조 원을 들여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구광모 ㈜LG 대표(43)는 공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광폭 네트워크… 신사업 힘 받다 디지털 총수의 또 다른 특징은 광폭 네트워크를 통한 신사업 확장이다. 2019년 7월 한일 갈등이 산업계 불화로 옮겨붙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은 곧바로 일본 파트너들을 찾았다. 당시 출장에서 일본 메이저 통신사 KDDI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조 단위’ 계약을 체결했다. 위기일발 한일 갈등 속에서도 5G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일본 네트워크를 통해 수주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로 부상하는 재계 3, 4세대는 MBA 등 유학 경험과 경영 수업을 통해 물려받은 글로벌 파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38)은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유학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 수소기업 니콜라 등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주들과 직접 교류하며 투자를 결정했다. 광폭 네트워크와 자유로운 소통이 합쳐지며 시너지 효과도 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년여 전만 해도 4대 그룹 총수들이 만나려면 비서진과 의제를 미리 조율하는 등 절차를 거쳤는데 최근에는 이런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6), 이재현 CJ그룹 회장(61) 등도 외부의 젊은 창업자 등을 직접 만나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8) 등을 만나 유통의 미래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CJ가 네이버와 전면적 협력을 결정한 것도 이재현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의 직접 소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 슈퍼 파워 디지털 총수는 사회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권위보다는 호감을 선호한다. 사회적 평판에 민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3)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 짓기도 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17일 정 부회장이 전남 해남을 찾아 직접 딴 배추로 전을 부치고, 겉절이김치를 담그는 동영상을 올렸다. 광고였지만 광고 같지 않은 이 영상에 “이마트 최고의 마케팅” 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태원 회장은 사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SK에 20∼30년 몸담은 직원들에게 직접 요리한 육개장을 대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최 회장은 “대본이 있으면 티가 난다”고 말하며 직원들과 서슴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를 포함해 한국 경제의 주요 인력이 젊은층으로 바뀌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기본이고,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글로벌 시민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으로 기업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김도형 기자}

30대가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브랜드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20·30대는 BMW를, 40대 이상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는 수입차 24만3440대가 팔렸다. 2019년 같은 기간(21만4708대)과 비교하면 13.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됐지만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수입차 중 법인이 아닌 개인이 구매한 차량은 15만4501대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4만9650대, 40대가 4만9617대를 샀다. 비율로는 32.1%로 같았지만 판매량으로는 30대가 약간 앞섰다. 50대가 19.9%(3만672대)로 그 뒤를 이었고 60대(8.3%·1만2858대)와 20대(5.7%·8766대)도 적지 않게 수입차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연령대에 따라 크게 달랐다. 20대에서는 BMW를 구매한 비율이 27.7%로, 메르세데스벤츠(20.9%)를 제치고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3위는 10.7%를 차지한 미니였다. 반면 50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체 판매량의 25.5%를 차지해 14.6%에 그친 BMW에 큰 차이로 앞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브랜드 안에서 40대 이상 구매자 비율이 전체의 66.8%에 이른 반면 BMW는 20, 30대 구매자 비율이 49.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 브랜드는 지난해 1~11월에 16만4000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의 67.5%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무역갈등 여파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이 2019년 15% 안팎에서 지난해 7.5% 수준으로 반토막이 나면서 독일 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브랜드별 판매 순위로는 △메르세데스벤츠(6만7000여 대) △BMW(5만2000여 대) △아우디(2만2000여 대)가 나란히 1~3위에 올랐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2021년 새해 첫 편은 최근에 타본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로 한번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럭셔리 카’의 대명사와도 같은 롤스로이스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이라도 풍요롭게 새해를 열면서 초고가 차량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는 것인데요.수억 원대의 초고가 차량들은 사실 각 차종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그리고 수요가 워낙 적다보니 차종별, 브랜드별 판매량에서도 매년 많은 편차를 보여서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그래도 쉽사리 타보기 힘든 차를 직접 경험한 저의 느낌을 바탕으로 초고가 차량의 세계를 한번 엿보겠습니다.짧은 롤스로이스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을 꼽자면, ‘디테일’이었습니다.지난해 국산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을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롤스로이스,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5152대’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152대의 차를 팔았습니다.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최근 수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연 9000만 대 안팎입니다.이 가운데 고작 5152대라니…판매 대수나 시장 점유율 같은 수치로는 ‘대화’가 좀 힘든 브랜드입니다.그런데 이 5152대라는 숫자마저도 롤스로이스의 116년 역사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이라고 합니다.라이에이터 그릴 위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는 상징물 ‘환희의 여신상’ 그리고 얼마나 조용한지 팬텀, 고스트처럼 ‘유령’에서 모델명을 따왔다는 얘기 등으로 상당히 유명한 롤스로이스의 생산·판매량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점은 다소 놀라웠습니다.이런 놀라움을 안고 지난달 16일 저는 롤스로이스가 10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내놓은 ‘뉴 고스트’로 서울과 강원도 홍천군을 왕복했습니다.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고스트는 ‘쇼퍼드리븐’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의 ‘팬텀’과는 달리 자가 운전자를 위한 브랜드 최초의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등장한 모델입니다.그리고 팬텀에 비해 접근성을 많이 높이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냈고 롤스로이스가 초고가 세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이기도 합니다.● 시작 가격 4억7100만 원… 정말 다를까?팬텀보다 싸다고 하지만 뉴 고스트의 국내 판매 가격은 4억7100만 원에서 시작합니다.그리고 주문 생산(비스포크)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에 따라 실제 구매 가격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지난달 시승한 차도 실제로는 6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습니다.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고급 라인업과 비교해도 2~3배에 이르는 가격인 셈인데 정말로 뭐가 다르냐는 궁금증에는 “다르긴 다르다”고 답하고 싶습니다.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롤스로이스 스스로 ‘마법 양탄자’ 같다고 자랑하는 승차감인데요.기존에 타봤던 고가의 차량과 미묘하지만 다른 느낌을 줬습니다.미리 알고 있던 요철은 물론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물을 밟았을 때도 충격과 진동을 빠르게 흡수하는 모습이었는데요.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부드럽게 반응했다가도 상당히 신속하게 원래의 자세와 적당한 단단함을 회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다른 브랜드 최고급 세단들이 가진 부드러운 승차감에 미묘한 출렁거림이 동반되는 것 같은 느낌과의 차이점입니다.안락한 승차감의 또 다른 요소인 정숙성에서도 남달랐습니다.완전한 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귀에 거슬리거나 불편한 소음 없이 일관된 정숙성을 유지했습니다.강철보다 방음력이 뛰어난 알루미늄을 차체 대부분에 활용하고 차량 곳곳에 100kg 이상의 방음재를 사용한데다 차량 내부의 부품들이 내는 소음의 주파수까지 일정하게 조정한 결과라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설명입니다.● ‘디테일’이 남다른 차전장 5.5m가 넘는 큰 차지만 최대 571마력을 내는 12기통 6.75L 트윈터보 엔진을 달았으니 힘이 부족할 일도 없었습니다.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잠깐씩 ‘터보랙’은 느껴졌지만 가파른 산길에서도 2.5t의 중량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민첩했다.제원상 제로백은 4.8초이지만 폭발적인 가속력을 즐기기 위해 타는 차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이런 기본기와 함께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은 ‘디테일’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우선은 문을 열고 닫는 방식이 눈길을 끕니다.고급차일수록 무거워지기 마련인 문에 추가로 설치한 모터가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도와줍니다.문을 손으로 가볍게 밀면 이를 감지해서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주는 것입니다. 롤스로이스에서는 ‘에포트리스’ 즉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하는 부분입니다.앞문과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코치 도어’인 뒷문은 문손잡이를 한번 당겨서 문을 연 뒤에 문손잡이를 다시 계속 당기고만 있어도 천천히 문이 열립니다.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차의 가치를 높이는 것 같다고 느껴진 방식이었습니다.실제 테스트해 보지 못했지만 버튼을 눌러서 자동으로 문을 닫을 때는 언덕이나 도로 양 옆의 기울기가 어떻든 간에 늘 같은 속도로 문이 열리고 닫히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바퀴가 회전해도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RR’이라는 로고를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이른바 ‘스피닝 휠캡’도 시선을 붙잡는 장치입니다.실제로 차량 밖에서 바퀴를 주시해 본 저속 주행에서는 로고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코치 도어에 숨겨져 있다는 우산은, 시승차에는 빼놓은 관계로 못 봤습니다.● 고스트에 없는 것… ‘반자율 주행’과 ‘드라이브 모드’뉴 고스트가 ‘가지지 못한’ 혹은 ‘가지지 않은’ 것들도 이야기해 볼만 합니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해 주는 수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없다는 점입니다.뉴 고스트에도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탑재돼 있습니다.차가 차선을 감지해서 차선을 물고 달릴 때는 스티어링 휠에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고 좌우로 차선을 바꾸려고 할 때 사각지대에 차가 있는 지 알림도 해줍니다.하지만 최근 출시 차량 상당수에 적용되는 ‘조향 보조’는 없습니다. 스티어링 휠의 동작에는 차량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뉴 고스트는 ‘오너 드리븐’까지 염두에 둔 차량입니다. 그럼에도 편한 운전을 돕는 기술을 쓰지 않은 것이 원가 때문일 리는 없습니다.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은 쓰지 않는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하는데요.크고 무거운 그리고 아주 비싼 차를 몰면서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최근 대부분의 차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 선택도 없습니다.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많은 브랜드가 이런 식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요.모드 선택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바꾸거나 파워트레인의 반응 속도, 엔진음·배기음을 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뉴 고스트에 이런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12기통 엔진을 쓰면서 더 빠르게 반응하게 하는 옵션을 만들고 인공적인 소리를 추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추가적인 선택지로 변화를 주지 않아도 ‘차는 이미 완성돼 있다’는 롤스로이스의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특별함’을 안겨 주는 차 그리고 브랜드‘여러 측면이 탁월하다’고 해도 사실 너무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지’ 싶은 차이기도 합니다.그만큼 비싼 가격의 차인 셈인데…시승을 마치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이런 초고가의 차가 전해주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점도 한번 고민을 해봤습니다.그리고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있는 감정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양산 브랜드의 최고급 라인 차량들에 비해 더 뛰어난 승차감 그리고 차량 구석구석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분명히 커다란 실질적인 효율을 줄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 조금씩 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늘 예상보다 많은 값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그렇지만 최근 양산 브랜드 최고급 라인의 차량들이 워낙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롤스로이스에 매겨진 가격표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 그 자체 아닐까 싶습니다.그리고 그런 특별함은 ‘환희의 여신상’, ‘마법 양탄자’, ‘코치 도어’,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문(에포트리스 도어)’ ‘스피닝 휠캡’ 등 다른 차들과 차별화되는 ‘작지만 큰’ 디테일로 구현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그동안 다양한 차를 타보면서 느낀 것은 ‘많은 차들이 가격표에 걸 맞는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공산품이고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습니다.고객에게 주는 만족감에 합당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서 외면 받거나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합니다.그리고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만족감에는 성능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의 역사·가치, 심지어는 그 브랜드에 대한 최근의 평가 등 아주 다양한 요소가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롤스로이스와 함께 대표적인 럭셔리카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는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 253대를 팔면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4.4% 성장했습니다.지난해 이 기간에 국내에서 146대를 판 롤스로이스는 2019년에 비해 2.7% 줄어든 판매량이지만 뉴 고스트 출시를 계기로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기세입니다.이런 럭셔리카 브랜드가 올해 어떤 만족감과 가치로 어필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는 재미있게 지켜볼 만한 요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다소 생소한 럭셔리카 영역의 이야기라 시승 소감에 너무 치우친 휴일차담이 된 것도 같은데 좋은 계기가 있을 때, 좀 더 발전된 ‘디테일’로 보다 흥미 있는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고, 원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저마다의 드림카’의 문도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해 봅니다.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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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연초부터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연쇄적인 물가 상승의 신호탄이라는 안 좋은 해석도 없지 않지만,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더 우세하다. 대표적인 후방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이 회복 징조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새해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자동차 생산 증가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줄줄이 가격 올리는 철강업계 지난해 12월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월과 2월에 열연강판 유통가격을 각각 t당 5만 원씩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 2017년 이후 4년 만에 열연강판 가격이 80만 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주요 조선사, 자동차사와 개별적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후판, 냉연강판 등의 가격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초 이미 열연강판 가격을 t당 3만 원 인상한 현대제철도 이달 중에 5만 원씩 2차례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철강업은 조선·자동차·건설 등 국내 주요 산업의 대표적인 후방산업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을 감내해야 했다. 포스코는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의 불까지 끄진 않았지만 사상 첫 휴업을 진행하며 지난해 2분기(4∼6월) 처음으로 1000억 원대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완성차 감산에 따른 타격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좋은 시그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는 철강재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인상을 제품 가격에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철광석 가격은 고공행진 했지만 수요 산업이 부진해 가격에 반영하진 못했다. 연초에 연이은 철강재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시장에서는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 인프라 투자 늘어날 것” 중국,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철강재 가격 인상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수요 회복에 따라 철강재 가격을 올리는 흐름이 뚜렷했다. 중국 번시강철의 열연강판 수출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505달러(약 54만8000원)에서 12월 넷째 주에는 745달러까지 급등했다. 세계철강협회(WSA)도 지난해 10월에 2021년 글로벌 철강 수요를 2020년에 비해 4.1% 증가한 17억9510만 t으로 예측했다. 자동차 생산 증가와 함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건설업이 수요 증가를 이끌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덮치기 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3000만 t 이상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상승 기대감은 국내 주요 철강사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13만8000원까지 떨어졌던 포스코 주가는 12월 30일 27만2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3월 말 1만315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제철 주가는 12월 30일 3만9600원을 기록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 달 사이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철강재 가격이 20∼30% 급등하며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철강 ‘업사이클’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그동안 경험해 볼 수 없었던 편안한 승차감과 차의 품격을 높여주는 디테일. 럭셔리카 브랜드 ‘롤스로이스’가 올 9월 국내에 출시한 ‘뉴 고스트’를 타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대목이다. 10년 만에 완전 변경된 고스트 시승은 16일 서울∼강원 홍천군을 왕복하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전장이 5.5m가 넘는 큰 차지만 최대 571마력을 내는 12기통 6.75L 트윈터보 엔진의 힘은 충분했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잠깐씩 ‘터보래그’는 느껴졌지만 가파른 산길에서도 2.5t의 중량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민첩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롤스로이스 스스로 ‘마법 양탄자’ 같다고 자랑하는 승차감이다. 미리 알고 있던 요철은 물론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물을 밟았을 때도 충격과 진동을 빠르게 흡수했다. 다른 브랜드 최고급 세단들이 가진 부드러운 승차감에는 미묘한 출렁거림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뉴 고스트는 부드러우면서도 재빠르게 차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느낌이었다. 100kg 이상 방음재를 활용해 놀라울 만큼 조용한 실내 역시 알려진 명성대로였다. 디테일이 만들어 내는 큰 차이는 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고급차일수록 무거워지기 마련인 문에 추가로 설치한 모터가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도와준다. 완전한 자동을 선택하는 대신 손으로 가볍게 밀면 이를 감지해서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주는 것이다. 앞문과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인 뒷문은 문손잡이를 당기고만 있어도 천천히 문이 열린다. 문이 덜 닫겨도 자동으로 꽉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도어’는 기본이다. 아쉬움도 없진 않다. 소극적인 첨단기능 적용이 대표적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면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탑재했지만 차가 스스로 차선을 따라가도록 도와주지는 않는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은 쓰지 않겠다는 철학 때문이라지만, 운전대에 가볍게 손만 올려도 되는 요즘 출시 차량들에 비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뉴 고스트는 뒷좌석 탑승자에게 집중하는 ‘쇼퍼 드리븐’만 아니라 ‘오너 드리븐’까지 염두에 둔 차량이다. 가장 큰 벽은 역시 가격이다. 시작 가격이 4억71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이어서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맞춤형 제작(비스포크)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 가격은 이보다 많이 비싸질 수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총 5152대의 차를 판매한 것이 116년 역사에서 최고 실적이었다.홍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 혹은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신개념 차.’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은 두 차량의 비결에 대한 자동차 업계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올해 국내 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전체 ‘베스트셀링 카’로 등극하고 순수전기차(EV) 분야에서는 테슬라 ‘모델3’가 판매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는 지난달까지 13만6000여 대가 팔리면서 올해 15만 대 판매 고지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부분 변경된 그랜저는 주간주행등(DRL)에 히든 라이팅 램프를 적용한 독특한 전면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된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9만여 대)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예약했다.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현대차에서 가장 비싼 세단(3000만∼4000만 원대)인 그랜저가 국내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상황.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객 눈높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의 크기와 고급감, 첨단 기능 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선호하는 차급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뉴 그랜저는 이전 모델에 비해서도 전장을 60mm늘리고 휠베이스(축간거리)와 전폭을 각각 40mm, 10mm 늘린 바 있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한때 잘나갔던 경차 수요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에 넓은 공간을 강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계속 커지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5만8000여 대 팔려 중형 SUV인 싼타페(5만2000여 대)를 앞지르기도 했다.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에서는 미국 테슬라 ‘모델3’가 올해 11월까지 1만866대를 팔면서 판매 1위를 예약한 상황이다. 현대차 전기차 코나EV(7800여 대)와 기아자동차 전기차 니로EV(3000여 대)를 더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델3 성공 요인으로는 전기차 진입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모델3는 ‘5000만 원대에서 만날 수 있는 움직이는 IT 기기’로 차별화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테슬라가 앞서 내놓은 ‘모델S’와 ‘모델X’ 가격이 1억 원이 넘었던 걸 생각하면 반값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10월 25일까지이긴 했지만 전용 급속 충전기 ‘슈퍼차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차량 가격을 400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자동 무선 업데이트(OTA)를 이용해 차량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은 자동차로 미래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테슬라 팬덤’까지 만들어내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내비게이션 정보뿐만 아니라 차량 관리, 게임 등 부가기능도 언제든지 추가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OTA를 이용해 ‘붐박스’ 기능을 추가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적 소리를 염소울음, 박수소리처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것으로 단순한 운전을 뛰어넘은 테슬라만의 경험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다른 영역 물가가 상승한 것에 비하면 자동차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그랜저 같은 고급차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델3의 약진은 고객들이 미래차에 기대하는 요소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

국내에서 1만 대가 넘게 팔린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가 전력이 완전히 끊어지면 뒷좌석 문을 열 수 없어 논란이 커진 가운데 후속 모델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본보 16일자 A12면 참조).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올해 초 미국에서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의 뒷문 아래쪽 수납공간(도어 포켓) 바닥에 깔린 고무 내장재를 들어내면 플라스틱 덮개가 있다. 이 덮개를 쇠막대나 손톱 끝으로 열면 케이블이 있는데, 이를 손으로 당기면 뒷문을 열 수 있다. 전기가 완전히 끊어지면 뒷문을 열 수 없는 모델3와 달리 모델Y는 뒷좌석 내부에서 기계식으로 문을 열 수 있게 설계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모델3의 약점을 인지하고 후속 모델에는 비상탈출 장치를 적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깊숙이 숨겨져 있어 위기상황 시 쉽게 활용하기 힘든 데다, 테슬라 측이 비상탈출 장치 적용 사실을 따로 홍보하지도 않고 있어 의문이 남는다. 테슬라의 영문판 비상대응 안내를 보면 모델Y도 모델3와 같이 뒷문에는 기계식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Mechanical Release Handle)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고 상황에서 차량의 전력이 완전히 끊어질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안전 문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형 사고와 화재 등 위급 상황에서 사람은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꽁꽁 숨겨 놓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이고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도형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국내에서 1만 대가 넘게 팔린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가 전력이 완전히 끊어지면 뒷좌석 문을 열 수 없어 논란이 커진 가운데 후속 모델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올해 초 미국에서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의 뒷문 아래쪽 수납공간(도어 포켓) 바닥에 깔린 고무 내장재를 들어내면 플라스틱 덮개가 있다. 이 덮개를 쇠막대나 손톱 끝으로 열면 케이블이 있는데, 이를 손으로 당기면 뒷문을 열 수 있다. 전기가 완전히 끊어지면 뒷문을 열 수 없는 모델3와 달리 모델Y는 뒷좌석 내부에서 기계식으로 문을 열 수 있게 설계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모델3의 약점을 인지하고 후속 모델에는 비상탈출 장치를 적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깊숙이 숨겨져 있어 위기상황 시 쉽게 활용하기 힘든데다, 테슬라 측이 비상탈출 장치 적용 사실을 따로 홍보하지도 않고 있어 의문이 남는다. 테슬라의 영문판 비상대응 안내를 보면 모델Y도 모델3와 같이 뒷문에는 기계식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Mechanical Release Handle)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고 상황에서 차량의 전력이 완전히 끊어질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안전 문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형 사고와 화재 등 위급 상황에서 사람은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꽁꽁 숨겨놓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이고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성적표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아직 12월이 끝나지 않았으니 마지막 한 달의 판매는 집계가 안 된 상황인데요.그래도 11월까지의 통계는 다 나와 있는 상황이니 큰 흐름은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해가 바뀌고 나면 올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질 듯하니 미리 한번 짚어보겠습니다.기사 제목에 대한 답을 먼저 달고 가자면 국내 완성차 5개사를 종합한 베스트셀링 모델은 벌써 13만 6000대 고지를 넘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확실합니다.2위 자리를 놓고는 7만 9000대를 넘긴 현대차의 아반떼와 기아자동차의 K5가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입니다.다만, 이 집계에 상용차를 넣으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현대차의 소형 트럭 ‘포터’가 8만 7000대를 넘기며 두 세단에 큰 차이로 앞서고 있습니다.사실 자동차 판매 통계는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요.각 회사가 이달 초에 지난달까지의 판매량을 집계한 뒤에 내놓은 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별 베스트셀링 모델과 올해 눈에 띄는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테슬라의 베스트셀링 차종인 ‘모델 3’의 비상탈출 문제를 짚은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원 픽’은 年 15만 대 넘보는 현대자동차 그랜저올해 국내 시장 가장 점유율이 높은 완성차 기업은 늘 그래왔듯이 현대자동차입니다.올해 11월까지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71만 9368대의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포터 같은 소형 트럭은 물론 대형 트럭과 버스를 모두 포함한 숫자인데요.지난해 이 기간 67만 5507대에 비하면 6.5% 늘어난 판매량입니다.베스트셀링 모델은 단연 그랜저입니다.지난해 1~11월에 9만여 대가 팔렸던 그랜저는 올해는 11월까지 무려 13만6384대가 팔렸습니다. 12월 판매를 더하면 15만 대를 넘보는 수치입니다.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이 이 기간에 국내에서 전 라인업으로 각기 7만~8만 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라고 봐야겠습니다.지난해 말 페이스리프트 이후 독특한 전면부에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 판매량은 바야흐로 그랜저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풀 체인지된 기아자동차의 ‘K5’가 판매량을 늘리는 사이에 현대차의 간판 중형 세단 쏘나타는 6만 3078대 판매에 그쳤는데요.포터를 빼고 보면 올해 새로 출시된 아반떼가 7만9000대를 넘기는 판매량으로 현대차 전체 모델 중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랜저와 아반떼의 활약 속에 현대차는 세단 영역(해치백 포함, 제네시스 제외)에서 28만 5000여 대를 팔았습니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 대 이상을 더 판매하면서 12.7% 성장한 수치입니다.반면에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는 19만2000여 대 판매에 그치면서 지난해(21만 6000여 대)에 비해 11.3%가 줄었습니다.중형 SUV 싼타페의 판매가 5만2000여 대로 줄어든 가운데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5만8000대를 넘게 팔면서 브랜드 내부에서는 SUV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G80·GV80 앞세운 제네시스 브랜드도 ‘껑충’현대차의 올해 판매에서는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현대차가 속으로 가장 함박웃음을 지을만한 부분,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급성장입니다.올해 초 첫 SUV인 GV80를 내놓고 핵심 라인업인 G80의 신차까지 출시한 제네시스는 11월까지 국내에서 9만6084대를 판매했습니다.지난해 5만2000여 대에 비해 84.4%가 늘어난 숫자인데 12월 판매를 더하면 넉넉하게 연간 10만 대를 넘기게 되는 것입니다.G80가 5만 대 가까이 팔리고 GV80를 3만 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만들어낸 성적표인데요.현대차 전체에서 보면 제네시스 브랜드와 그랜저 판매량만 더해도 르노삼성차·쌍용차·한국GM 3사의 전체 판매량에 육박하는 숫자를 만들어 내는 모습입니다.제네시스 브랜드의 약진은 곧 현대차의 수익성 향상으로도 연결됩니다. 더 크고 더 비싼 차의 수익성이 더 높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상식입니다.● 기아차, K5·쏘렌토 앞세워 9% 성장기아자동차는 올 11월까지 국내에서 51만 3543대의 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역시 현대차처럼 상용차와 특수차를 포함한 숫자입니다.지난해 이 기간에 47만1075대를 팔았으니 9.0% 성장한 것인데요. 현대차보다 성장 폭이 더 큽니다. 베스트셀링 모델은 중형 세단 K5와 중형 SUV 쏘렌토, 두 차종입니다. 각기 7만9518대와 7만6893대를 판매했습니다.맞수라고 할 현대차의 쏘나타를 누른 K5는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000여 대에 비하면 판매가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이 두 숫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아차의 판매 성적표는 현대차보다 ‘고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그랜저 판매량이 유독 튀는데다가 세단 모델 쪽에 무게가 많이 실린 것 같은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세단 모델들이 21만2000여 대, SUV 모델들은 24만1000여 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기아차가 SUV에서 강점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기아차의 SUV 라인업에서는 4세대 쏘렌토에 이어서 올 8월 출시된 신형 카니발이 5만7000여 대, 셀토스가 4만7000여 대를 판매하면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는 모습입니다.● 내수 3위는 르노삼성차, ‘QM6’가 끌고 ‘XM3’가 밀고내수 시장 3위 자리는 11월까지 8만 7929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차입니다.그 다음 순위인 쌍용차·한국GM과 다소 숫자 차이가 있어서 연말까지 집계해도 순위는 변동이 없을 듯 합니다.이 판매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중형 SUV QM6와 소형 SUV XM3입니다.QM6가 4만2058대, XM3가 3만1936대 팔려서 두 모델을 합하면 전체 판매량의 84.1%에 이릅니다.11월에 스타일 업그레이드에 나선 QM6는 LPG 모델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으로도 꽤 성과를 내는 모습인데요.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이 끊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차에게는 참 ‘효자’라고 봐야겠습니다.올 3월 출시한 신차 XM3가 꾸준히 힘을 내주고 있는 것도 르노삼성차가 국내 3위 자리를 지킨 비결 중 하나로 보입니다.● 픽업트럭이 뒤 받친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잘 달려줄까최근 큰 어려움에 처한 쌍용차는 11월까지 7만9439대로 4위의 판매량입니다.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이 3만 대를 넘기면서 가장 큰 판매량을 보였고 2만 대를 조금 넘긴 티볼리·티볼리 에어, 1만7000대 수준의 코란도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쌍용차가 개척하다시피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렉스턴 스포츠가 꾸준히 힘을 내주는 것은 반가운 모습입니다.하지만 역시 쌍용차가 이끌었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티볼리는 판매량이 계속 줄어드는 모습입니다.가장 안타까운 모델은 코란도입니다.지난해 초 출시된 코란도는 지난해에도 올해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내수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신차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공들여 내놓은 코란도의 부진은 쌍용차가 지금 같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 한 원인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쌍용차로서는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큰 변화를 준 ‘올 뉴 렉스턴’이 11월 출시 이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GM, 신차 출시에도 ‘스파크’가 1위 차종올해 초 완전 신차인 ‘트레일 블레이저’를 내놓으며 소형 SUV 경쟁에 뛰어든 한국GM은 7만 7만 3695대를 팔며 5위에 머물렀습니다.출시 직후 평가가 좋았던 트레일 블레이저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1만 8000여 대 판매에 그치고 있습니다.자연스레 한국GM의 올해 베스트셀링 모델은 경차인 ‘스파크’ 차지입니다.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지만 그래도 2만 5000대 판매를 넘기고 있습니다.수입해서 판매하는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합계 8000대를 넘기는 판매량으로 나름대로 효자 모델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한국GM은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보다 해외 수출 물량이 훨씬 많은 기업이긴 합니다.그렇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이 20%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을 계속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이런저런 우려가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올 연말 임금협상 과정에서 한국GM과 기아차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였는데, 똑같이 파업을 해도 판매량이 늘어난 기아차의 상황과 한국GM의 처지는 많이 달라 보인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대·기아·제네시스가 81.5%, 르노삼성·쌍용·한국GM이 18.5%11월까지의 판매량으로 제가 집계한 ‘승용 모델 국내 시장 점유율’은 이렇습니다.수입차 시장은 별개로 두고 5개 브랜드가 각기 집계한 판매량에서 상용차 등을 뺀 승용·SUV 모델 판매 수치로 나름대로 계산해 본 것인데요.이제 제네시스가 르노삼성·쌍용·한국GM을 앞선다는 점 그리고 현대·기아·제네시스의 국산차 내 점유율이 81.5%에 이른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한국GM의 베스트셀링 모델은 스파크라는 점이 보여주듯이 국산차에서 대형·고급 차종은 현대·기아·제네시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도 눈여겨 볼만합니다.물론 이런 현대차그룹은 올해 더 시장을 키운 수입차 브랜드와 경쟁하는 구도가 연출되면서 자동차 시장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그랜저, 제네시스의 약진이 보여주듯이 고객들의 눈은 과거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과거에도 더 큰 차,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만…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시중의 유동성이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차의 상대적인 가격’이 과거에 비해 낮게 느껴져서 더 비싼 차들이 많이 팔리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올해 연말까지의 판매 집계가 다 끝나고 나면 수입차 시장을 포함해서 또 의미 있는 포인트들을 찾아보겠습니다. 현대차가 신형 전기차를 대거 쏟아내는 내년에는 ‘전기차 대격돌’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또 요동치지 않을까 싶습니다.올 한 해 휴일차담을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행복한 일 가득한 새해 맞이하시길 빌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