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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이 유력한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도쿄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테이블’에 참석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 발표 이후 한일 경제 협력 정상화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방일 기간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일 정상이 양국 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던 1998년 김대중(DJ)-오부치 선언 이후 25년 만에 새로운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공동 선언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이고 세계 전체의 자유·평화·번영을 지켜줄 것”이라며 “양국 정부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한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일본과 부처별 교류 협력을 전방위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尹 “DJ 日 국회 연설문, 내 생각과 똑같아”한일 양국은 윤 대통령이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두고 세부 일정을 물밑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16∼17일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이 부상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미일 3각 동맹의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가 회복됐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사 등에서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양국 미래 협력을 강조하는 양국 정상 간 ‘윤-기시다 선언’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쓴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문을 접하고 참모들에게 “내 생각과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국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12년간 중단된 셔틀 외교(상대국을 오가며 정례 정상회담을 여는 것)가 복원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서로 오고 가는 것이 중단된 지가 지금 12년째”라며 셔틀 외교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의 방한도 검토될 수 있는 기류로 알려졌다. 아울러 장관급에서 실무자급까지 직급별 교류를 정례화하거나 기후변화 공동 대응, 범죄수사 공조, 정보기술(IT) 분야 청소년 교류 등 사실상 사회 전 분야를 포괄하는 교류 활성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교류 협력을 세분화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차원”이라면서 “부처 간 교류 협력 활성화 방안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IRA 美 협력 기대”윤 대통령은 미국과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있는 점을 고려해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미일 협력과 이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건 만큼 한국에 불리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법안에서 미국에 요구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 개선은 사실 미국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주 방미한 가운데 정부는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IRA 세부 규정(가이던스)과 관련해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진전된 조치’를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모든 정책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배상 해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7일 “배임이자 뇌물”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외교와 안보, 국방, 이 모든 정책의 책임은 내게 있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비판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집무실 책상에 올려둔 명패의 문구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와 같은 맥락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윤 대통령에게 이 명패를 선물했다. 대통령실 역시 야권의 비판에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사안에는 속도 조절론이 항상 나오지만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5년을 끌었다”며 “일본 문제로 대정부 투쟁을 하는 사람들의 본질은 사실 ‘반일’이 아니라 ‘반미’를 달성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우리 기업 주머니를 털어 일본 정부의 죗값을 대신 갚겠다고 한다”며 “기업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출연은 배임이자 뇌물일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전범 기업으로 인한 피해를 국내 재단이 국내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배상하게 하는 방식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 국민의힘은 이번 해법이 당초 민주당에서 나온 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제3자 변제는 민주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이디어”라고 했다. 문 전 의장은 2019년 12월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모든 정책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배상 해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7일 “배임이자 뇌물”이라고 반발했다.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외교와 안보, 국방, 이 모든 정책의 책임은 내게 있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비판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집무실 책상에 올려둔 명패의 문구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와 같은 맥락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윤 대통령에게 이 명패를 선물했다. 대통령실 역시 야권의 비판에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사안에는 속도조절론이 항상 나오지만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5년을 끌었다”며 “일본 문제로 대정부 투쟁을 하는 사람들의 본질은 사실 ‘반일’이 아니라 ‘반미’를 달성하려는 의도”라고 했다.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우리 기업 주머니를 털어 일본 정부의 죗값을 대신 갚겠다고 한다”며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재단 출연은 배임이자 뇌물일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전범 기업으로 인한 피해를 국내 재단이 국내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배상하게 하는 방식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국민의힘은 이번 해법이 당초 민주당에서 나온 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제3자 변제는 민주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이디어”라고 했다. 문 전 의장은 2019년 12월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내 생각과 똑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쓴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문을 접하고 참모들에게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 3·1절 기념사 독회를 하고 일본에 대해 ‘군국주의 침략자’라고 얘기하면서 직접 기념사를 썼다”라며 “쓰고 보니 김대중(DJ)-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 10월 DJ의 일본 국회 연설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1998년 일본 국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또한 이는 그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두 나라의 선조들에게, 그리고 장래 후손들에게 부끄럽고 지탄받을 일이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DJ-오부치 선언을 발표해 한일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라며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관계에서 국익과 미래를 생각하는 DJ와 윤 대통령의 유사성이 윤 대통령의 첫 3·1절 기념사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각자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발표된 한일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협상 과정에 대해 “6개월 이상 양국 공식 라인이 협의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문제 등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이를 돌파한 것은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관계에 주목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 발표와 관련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평가한다”며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다양한 과제에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다. 윤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일은 기시다 총리가 독일로 출국하는 17일 전에 윤 대통령이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의 16∼17일 방일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협상 교착에 尹 “담대한 결단 내려야” 한일 정부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이견을 좁혀 나갔다. 일본의 사죄 문제에 대해선 1998년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자는 방향으로 협의가 됐다고 한다. 일본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금전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부분도 진통 끝에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를 둘러싸고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올해 초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피고 기업이 한국의 원고 측에 직접 배상하면 1965년 합의(한일청구권협정)를 깨는 행위”라는 일본 주장이 강경했던 것.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 문제 해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일본 기업의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담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반일 감정만 고조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인식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 바이든 , 이례적 환영 성명 양국 해법에 합의했지만 일각에서 나오는 ‘굴욕 외교’ 논란에 대통령실이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군국주의 침략자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게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간 협력의 획기적인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표 종료 한 시간여 만에 나온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영미권 주요 언론들은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 발표 이후 주요 영미권 언론들이 한일 양국 발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영 입장 등을 반영해 동 발표의 의미를 평가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관련 보도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국, 일본과의 강제징용 분쟁 해법 제시’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한국은 일본과 가장 첨예한 역사 분쟁 중 하나였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두 나라 사이의 경색된 관계 개선을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은 경색된 한일관계는 아시아-태평양 동맹에서 약한 고리라고 인식해 왔으며,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3국 간 협력을 강화하려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해 “한국이 역사적 라이벌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며 “이는 일본과의 경색된 관계를 타개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하고 양국이 관계 개선을 약속하면서 한일 간 역사 분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새롭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일본 언론의 보도도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나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안보와 경제 등에서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라며 “한국 정부가 지난해 5월 일본에 강경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양국 정부는 (서로) 연계를 심화시키기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일청구권협정의 전제 속에서 각자 가능한 대응을 취해 타결 전망을 세운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일 양국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계기로 2019년에 시작된 일본에 의한 대한(對韓) 수출관리 엄격화 조치 등 여러 현안의 포괄적인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각자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발표된 한일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협상 과정에 대해 “6개월 이상 양국 공식 라인이 협의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문제 등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이를 돌파한 것은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관계에 주목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 발표와 관련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평가한다”며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다양한 과제에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다. 윤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일은 기시다 총리가 독일로 출국하는 17일 전에 윤 대통령이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의 16~17일 방일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협상 교착에 尹 “담대한 결단 내려야” 한일 정부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이견을 좁혀 나갔다. 일본의 사죄 문제에 대해선 1998년 당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자는 방향으로 협의가 됐다고 한다. 일본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금전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부분도 진통 끝에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하지만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를 둘러싸고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올해 초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피고 기업이 한국의 원고 측에 직접 배상하면 1965년 합의(한일청구권협정)를 깨는 행위”라는 일본 주장이 강경했던 것.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 문제 해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일본 기업의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담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반일 감정만 고조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인식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한 반발을 마주하면서도 ‘연금 개혁’에 나섰던 것처럼 이날 발표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누군가 짊어져야 한다면 본인이 해야 한다고 결심하신 것 같다”고도 했다.● 바이든 , 이례적 환영 성명 양국 해법에 합의했지만 일각에서 나오는 ‘굴욕 외교’ 논란에 대통령실이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주재수석비서관 회의에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군국주의 침략자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게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간 협력의 획기적인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표 종료 한 시간여 만에 나온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가뭄으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라”며 섬진강 물을 끌어다가 전남 여수·광양 국가산업단지(산단)에 공급하는 방안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남부지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뭄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한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추가적인 비상상황이 발생한다면 섬진강 본류의 하천수를 끌어서 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등 예비 방안을 준비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여수·광양 산단의 연례 정비 시기를 조절하고, 공장 용수 사용량을 줄이는 등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김 수석은 “정부는 타 용도의 용수를 활용하는 등 가뭄 대책을 이행해 왔다”며 “남부 가뭄은 워낙 이례적인 경우여서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보고받고 지시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남부지역 가뭄 실태를 집중 보도한 본보 기사를 보고 실태 파악 및 가뭄 대책 마련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남부지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여수·광양 산단의 공업용수 공급원인 주암댐이 말라가고 있고, 공장들이 생산 일정을 조정하는 등 가동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남 지역의 ‘젖줄’이자 ‘생명선’으로 불리는 주암댐 유역 수면 표면적은 최근 2년 새 축구장 678개 규모(약 4.84㎢)만큼 줄었다. 주암댐 저수율은 23.7%대까지 내려갔고, 섬진강댐 등 인근 다른 댐들의 저수율도 20%대에 그쳐 지역 시민들은 ‘물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 등장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 표현이 기념사 초안에서는 “일본은 과거의 제국주의 침략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초안 작성 과정에서 직접 “제국주의”를 “군국주의”로 바꾸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1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렇게 지시한 뒤 참모들에게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차이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제국주의는 일본이 제국적 관점에서 세계로 패권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만 있다면 군국주의는 “일본 국민의 인권이나 정의감도 상당히 훼손했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윤 대통령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국주의보다 군국주의란 표현이 생경할 수 있음에도 윤 대통령은 군국주의라는 표현을 선택했다”며 “20세기 초 일본은 군국주의 길을 걸으면서 자국민의 인권이나 법조차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게 서구 제국주의와 일본 군국주의가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일본을 “군국주의 침략자”라고 표현한 직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한 것에도 윤 대통령이 군국주의 표현을 선택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은 패전 이후 군국주의를 포기하고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그런 일본이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비로소 안보 경제,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기념사는 3·1 독립선언서에 나타난 정신이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도 착안해 작성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15 광복은 기미독립운동에서 시작한 독립정신에서 나온다.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인권·법치의 정신과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기념식에 걸린 독립운동가 11명의 얼굴 사진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빠진 경위를 파악해 보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호기간 15년이 만료된 노 전 대통령 관련 지정기록물 열람을 신청하고 자신을 대신해 열람할 대리인을 지정하자, 정부가 이 절차 보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열람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권 여사에게 “시행령 개정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유고시 유가족들이 각각 제3자를 열람 대리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규정을 먼저 손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재단은 “대통령기록관이 열람 대리인 지정 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 것은 법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 정부 “유가족 열람 대리인은 1명만” 제한 검토행정안전부 산하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지정기록물 8만4000여 건에 대한 보호기간 15년이 만료된 건 지난달 25일. 노 전 대통령의 유가족은 권 여사의 열람 대리인으로 오상호 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지정하고 대통령기록관에 통보했다. 고인이 된 대통령 유가족이 열람 대리인을 지정한 첫 사례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2월 “전직 대통령이 사망이나 의식불명으로 대리인을 지정할 수 없는 경우 가족이 대리인을 추천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가능해졌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는 열람 대리인 지정에 앞서 ‘가족이 대리인을 추천한다’는 법조항 관련 대통령령을 먼저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법상 ‘가족’은 민법을 준용하는 만큼 대통령의 부인과 자녀 등 유족 여러 명이 각각 열람 대리인을 지정하면, 국가기밀 등이 담긴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열람권자의 범위가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본 것. 전직 대통령 ‘본인’과 ‘유족’을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유족의 열람 범위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록물을 만든 사람이 아닌 유족이 국가 기밀 문서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대리인 지정의) 정당성이 약하다”며 “열람의 범위가 전직 대통령과 동일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열람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고 사망한 때는 가족 중 특정한 1명만 대리인을 지정해 열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노무현재단 “법 근간 흔드는 법 위반” 반발그러나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16일 권 여사가 열람 대리인을 지정했다는 내용을 대통령기록관에 우편으로 보냈다”며 “공개되는 기록물을 향후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연구 및 기념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 공개 범위를 두고 전-현 정권 간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5년 해제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열람을 요청해 온 것은 민감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보호기간이 끝난 지정기록물에는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등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발생했던 주요 사건들과 관련된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무현재단 측은 “대통령기록물은 참여정부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며 “모든 시민이 국가 최고 통치권자의 기록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을 비공개로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북한 정권의 오판과 도발을 무력화하고 글로벌 정보전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정원을 찾아 김규현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주요 현안과 추진 계획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거대한 제방도 작은 개미굴에 의해 무너지듯, 국가안보 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존재의 이유, 즉 본질적 책무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정원이 민·관·군과 긴밀히 협력해 국가 사이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며 “첨단 기술을 북한·해외·방첩정보 분석에 적극 접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직급과 승진 제도에 묶여서는 곤란하다. 유연하고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와 인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업무보고에서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 간첩단 수사 등 현재 국정원 현안들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내년 1월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대공수사가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어 (대공수사권 이관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뒤 국정원 직원 100여 명과 대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경찰의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2대 본부장으로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57·사진)가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정 변호사를 현 정부 첫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임기는 26일부터 2년이다. 앞서 경찰청은 17일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자 3인을 심사한 결과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해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과 인천지검 특수부장,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거친 수사 전문가다. 사법연수원 네 기수 선배인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을 때 인권감독관을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각 지역 경찰서장을 비롯해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자리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맞춰 2021년 1월 출범한 국가수사본부의 수장으로, 경찰 수사의 사령탑이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이 임명된 건 처음이다. 야당과 경찰 내부에선 “경찰을 검찰 아래 두겠다는 것”이란 반발이 나왔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도 이날 퇴임식에서 “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든든히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檢출신, 3만 수사경찰 지휘… 제2 경찰국 사태” 경찰 반발 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 퇴임 남구준 “썰물 뒤엔 밀물 온다”일부선 “누구든 일만 잘하면 돼”鄭, 한동훈-이원석과 연수원 동기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다만 ‘특수통’이나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경찰 반발 “우려가 현실로” 정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지원했을 때부터 우려했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찰 내부 실명게시판인 ‘폴넷’과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등에선 임명을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이날 폴넷에 “(견제와 균형이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인사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무섭다”는 글을 남겼다. “설마설마했는데 검찰 출신이 경찰 수사의 수장으로… 정말 검찰 공화국이다”, “경찰 조직에도 수사 잘하는 분이 많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이러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도 검찰 출신이 유력한 거 아니냐” 등의 글도 올라왔다. 서울경찰청에서 일하는 한 경감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2의 경찰국 사태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남 본부장도 이날 퇴임사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나. 썰물이 있으면 반드시 밀물의 때가 온다”고 했다. 후임 인사로 혼란에 빠진 경찰 조직을 ‘흔들리는 꽃’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에선 외부 인사 수혈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관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누가 오든 처우 개선만 잘하면 된다”며 “대통령과 인연 있는 측근이 오면 조직에도 힘이 생길 것”이란 글을 남겼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일하는 한 경위는 “우수한 수사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경찰에도 이득”이라고 했다. 경찰청도 “1차 수사기관으로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면서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책임수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수사 잘한다는 평가 고려” 일각에서 윤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경찰청이 행안부와 상의해 절차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선 과정에는 대통령실의 의견이 적잖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장이 개방직인 만큼 경찰 외부에서 뽑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잘한다는 평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임명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지원자가 적었던 데다 나머지 후보자들은 1급인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가기에는 직전 직급이 낮거나 정년이 임박했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책임지고 꼼꼼하게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능력으로 경찰 수사 능력을 올려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주요 사정기관에 검찰 출신들을 보내 대한민국을 검찰 국가로 만들고 있다. 경찰을 검찰 아래 두겠다는 뻔한 얕은 수일 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면 퇴행시키는 비열한 수법”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을 비공개로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북한 정권의 오판과 도발을 무력화하고 글로벌 정보전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정원을 찾아 김규현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주요 현안과 추진계획을 보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거대한 제방도 작은 개미굴에 의해 무너지듯, 국가안보 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존재의 이유, 즉 본질적 책무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정원이 민·관·군과 긴밀히 협력해 국가 사이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며 “첨단기술을 북한·해외·방첩정보 분석에 적극 접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직급과 승진 제도에 묶여서는 곤란하다. 유연하고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와 인사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업무보고에서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 간첩단 수사 등 현재 국정원 현안들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내년 1월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대공수사가 해외수사와 연결돼 있어 (대공수가권 이관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뒤 국정원 직원 100여 명과 대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약 893조 원)로 설정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수출액(6836억 달러)보다 0.2% 늘려 잡은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수출 전망치(―4.5%)보다 4.7%포인트 끌어올린 목표를 잡고 수출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담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를 받고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4.5%의 수출 감소를 전망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전, 방위산업, 녹색산업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여러 국가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들이 국회에서 진영과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쳐서 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저는 여기에 더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들을 상대로도 직접 설득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 수출액을 2021년 124억 달러(약 16조1200억 원)에서 2027년 250억 달러(약 32조5000억 원)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K콘텐츠 수출 전략’을 공개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웹툰이나 K드라마 등을 발판으로 한국형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촉진해 4대 콘텐츠 강국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은 ‘아이폰’도 디자인이 승부를 내는 시대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커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박성웅 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인용해 “오늘은 발표하기 딱 좋은 날”이라며 드라마 해외 진출 관련 발표를 했다. 윤 대통령은 “폭력배 연기를 잘해서 인상 깊었는데, 오늘 보니 말씀을 잘하더라”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약 893조 원)로 설정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수출액(6836억 달러)보다 0.2% 늘려 잡은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수출 전망치(―4.5%)보다 4.7%포인트나 끌어 올린 목표를 세우고, 수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담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를 받고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4.5%의 수출 감소를 전망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전, 방위산업, 녹색산업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복합 위기를 돌파하는 일은 오로지 수출과 스타트업의 활성화”라며 “정부는 원전·방산·해외 건설·농수산 식품·콘텐츠·바이오 등 12개 분야에 대한 수출 수주 확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 수출액을 2021년 124억 달러(약 16조 1200억 원)에서 2027년 250억 달러(약 32조 5000억 원)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K-콘텐츠 수출 전략’을 공개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웹툰이나 K-드라마 등을 발판으로 한국형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촉진해 4대 콘텐츠 강국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이폰도 디자인이 승부를 내는 시대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커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박성웅 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인용해 “오늘은 발표하기 딱 좋은 날”이라며 “정부가 콘텐츠 업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반대를 외치거나 채용 장사를 하는 노조가 정상화되면 기업 가치도 저절로 올라가고 일자리 또한 엄청나게 나오는 것”이라며 “노조가 정상화된다면 우리 자본시장도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가 노조에 물러서면 기업은 어떻게 되고 경제는 어떻게 되느냐. 기업인들이 지금 우리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22일 전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는 노조답고, 사업주는 사업주답게 제대로 된 시장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리가 올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조금 하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말까지 우리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적폐를 뿌리 뽑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22일 “우리 노사 관계가 더 이상 과거의 전투적 노동운동에 매몰돼선 안 된다. ‘너 죽고 나 죽자’ 식 관계로는 모두 살아남을 수 없다”며 노동계를 향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노동계 원로들을 초청해 정부 노동개혁 추진 방향에 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은) 노사 법치 확립을 위한 첫걸음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 탄압’이라는 노동계의 비판에 대해서도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길은 소수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보통 노동자, 취약 노동자들에게 귀 기울이고 상생과 연대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김동만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노동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거리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양대 노총이 대화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도 “노조의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강조하는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는 두 사람을 비롯해 문성현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원보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오길성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이병균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 노진귀 전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15일 법안소위와 17일 안건조정위원회에 이어 6일 만에 또다시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 처리한 것.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서 거수 표결에 부쳐진 개정안은 찬성 9표, 반대 0표로 가결됐다. 회의에 불참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제외하고 민주당(8석)과 정의당(1석)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반발하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회의 시작부터 의결까지는 1시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개정안 처리 후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불법파업을 조장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악법”이라며 “민주당의 반헌법적인 노조법 일방적인 강행 처리를 규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개정안이 60일 이상 법사위에 계류하면 정의당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하기로 했다. 본회의 직회부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전체 16석 중 민주당(9석)에 부족한 한 표를 정의당(1석)이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현재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이라는 권력의 칼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野, 본회의 직회부 방침… 與 “불법파업 조장법” 野, 노란봉투법 환노위 처리고용장관 “파업 만능 우려되는 입법”민주당 “장관이 기업 대변인 자처” 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노란봉투법’을 사실상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 “불법파업 조장법 결사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개정안 처리 시) 전투적 노사 관계가 형성돼 외국 자본이 투자하지 않고 국내 자본이 밖으로 나가면 피해는 1000만 노동자가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한 것을 맹비난하며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법안이 통과도 안 됐는데 파업 만능이라니 (역술인) 천공인가”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도 “이 장관이 기업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고 날을 세웠다. 여야 공방이 격화하자 민주당 소속인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이미 법안을 상당 기간 논의했고 법안소위나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표결을 강행했다. 임 의원이 표결 직전 위원장석 앞으로 나가 “나중에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법안은 결국 야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2월 내 상임위 단계 통과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민주당은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노란봉투법은) ‘위헌봉투법’ 또는 ‘파업 만능 봉투법’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경기에 있는 1500채 규모(16개 동) 아파트 현장에서 골조 공사를 맡은 철근콘크리트 업체 대표 김모 씨(70)는 막바지 옥상 공사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 지급 중단을 통보하자 공사 진척이 확연하게 느려졌기 때문이다. 2021년 착공한 이 현장은 타워크레인 총 8대가 작업 중이다. 그가 골조 공사를 맡은 뒤 1년 3개월간 타워크레인 노조 기사 8명에게 급여와 별도로 지급한 월례비만 총 10억2400만 원에 이른다. 그는 “당장은 노조가 정부 눈치를 보느라 작업은 하고 있다”면서도 “공기(工期)를 맞추기 빠듯한 상황인데, 기사들이 언제 파업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끊어내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3월부터 타워크레인 기사가 급여 이외에 별도로 이른바 ‘월례비’를 요구하면 최장 1년 동안 면허가 정지된다. 현장 점거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사업자 등록이나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는 타워크레인 기사 1명이 최고 2억2000만 원의 월례비를 받아내는 등 건설현장 노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21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기득권 강성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폭력과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토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기사 총 438명이 월례비 243억 원을 뜯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20%(88명)는 평균 9500만 원 이상을 받아 간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2020년 이후 계좌 명세 등 증빙이 있는 사례만 조사한 것으로 실제 수령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10명 안되는 노조원들 1000채 공사현장 장악… 월례비 줘야 일해” 〈하〉 ‘건설현장 무법지대’ 대책은타워크레인 멈추면 공사진행 못해업체들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급 관행“원청사 관리책임 강화해야” 지적도 올해로 13년 차를 맞는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대표 A 씨. 그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례비 명목으로 1명당 약 500만 원씩 지급해 지난해에만 2억5000만 원가량을 썼다. 지난해 3월 수주한 경기 구리시 한 지식산업센터 공사 현장에서는 월례비로 1명당 600만 원을 요구받아 부담이 더 커졌다. 그는 올해 1월 월례비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10분이면 되는 타워크레인 작업 시간이 20분으로 길어졌다. 그는 “태업으로 공사가 마비됐다”며 “현장 능률을 떨어뜨리는 기사인데도 노조 압박에 교체도 못 하고 그대로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21일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방안을 꺼내 든 건 관행이 된 월례비, 태업, 채용 강요, 금품 요구 등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불법행위가 건설업계 피해를 넘어 ‘분양가 상승’ ‘입주 지연’ 등 국민 피해로 연결되는 만큼 이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 타워크레인 멈추면 공사도 멈춰… ‘갑질’에 취약타워크레인 월례비는 건설사들이 ‘작업을 잘 진행해달라’며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건네는 급여 이외의 돈이다. 기사 1명에게 월례비로만 500만 원부터 많게는 2000만 원을 준다. 월례비가 관행이 된 건 타워크레인이 공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은 건물이 올라갈 때마다 자재를 상층부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건설노조가 이 같은 타워크레인 특성을 악용해 현장을 장악하고 ‘월례비’를 요구했다고 본다. 골조공사나 전기설비 등을 맡는 하청업체는 원청(건설사)과 약속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뒷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업체 대표는 “1000채 규모 아파트 공사에서 10명이 안 되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현장을 쥐락펴락한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사들이 대놓고 얘기 안 하고 태업하는데 이는 곧 ‘월례비를 달라’는 뜻”이라며 “돈을 줘야 제때 일 해준다”고 했다. ‘월례비 없으면 공사가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부당행위가 관행이 됐다. 광주고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박정훈)는 이달 16일 전남 담양군 소재 철근콘크리트 D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D업체는 기사들에게 월례비 명목 등으로 월 300만 원을 지급한 만큼 총 6억5400만 원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는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가지게 됐다. (D사가) 공사 입찰 시 시방서에 월례비 등을 견적금액에 반영했고, 원청 및 기사들과 합의한 것으로 보이고 강제로 지급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반발한다. 철근콘크리트 업체 한 대표는 “노조 기사에게 찍히면 공기를 못 맞춰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준다”며 “타워크레인 기사 계약 주체가 원청(건설사)인데 이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고 있으니 우리가 떠안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월례비가 일종의 성과급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그렇다면 월례비가 아니라 정당한 계약에 의해 지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판결은 기존의 월례비는 암묵적 합의로 지급됐다는 의미이지, 월례비 자체가 임금이어서 이를 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노조 강요, 협박을 근절해 건설사들이 암묵적 합의나 계약서 작성 등을 안 하면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건설사 책임 강화하고 신규 인력 수급 원활히 해야”일각에선 원청사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19일 건설사와의 간담회에서 “하도급사에 공기 준수를 강요하며 건설노조의 부당한 요구 수용을 종용하는 행위를 지양해 달라”며 “타워크레인은 원도급사가 직접 계약하는 장비로 원도급사가 관리책임 주체”라고 했다. 월례비 지급 관행을 근절하려면 신규 인력 수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실로 노무사는 “월례비 1000만 원이 가능한 건 노조가 신규 기사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비정상적인 임금구조를 바꾸려면 비노조원 신규 기사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월례비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작업을 원활히 진행해 달라고 부탁하는 의미로 급여 이외에 추가 지급하는 비용.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15일 법안소위와 17일 안건조정위원회에 이어 6일 만에 또 다시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 처리한 것.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이날 회의에서 거수 표결에 부쳐진 개정안은 찬성 9표, 반대 0표로 가결됐다. 회의에 불참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제외하고 민주당(8석)과 정의당(1석)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반발하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회의 시작부터 의결까지는 1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개정안 처리 후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불법파업을 조장해 이들과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악법”이라며 “민주당의 반헌법적인 노조법 일방적인 강행처리를 규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이에 맞서 민주당은 개정안이 60일 이상 법사위에 계류하면 정의당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하기로 했다. 본회의 직회부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전체 16석 중 민주당(9석)에 부족한 한 표를 정의당(1석)이 채울 전망이다. 본회의까지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최종 처리하는 셈이다.윤석열 대통령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현재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이라는 권력의 칼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野, 與 퇴장속 환노위 단독처리… 대통령실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할것”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노란봉투법’을 사실상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 “불법파업 조장법 결사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개정안 처리시) 전투적 노사관계자 형성돼 외국 자본이 투자하지 않고 국내 자본이 밖으로 나가면 피해는 1000만 노동자가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한 것을 맹비난하며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법안이 통과도 안 됐는데 파업 만능이라니 (역술인) 천공인가”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도 “이 장관이 기업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고 날을 세웠다.여야 공방이 격화하자 민주당 소속인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이미 법안을 상당 기간 논의했고 법안소위나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표결을 강행했다. 임 의원이 표결 직전 위원장석 앞으로 나가 “나중에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법안은 결국 야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2월 내 상임위 단계 통과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민주당은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노란봉투법은) ‘위헌봉투법’ 또는 ‘파업만능 봉투법’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노동조합 회계와 관련해 “노조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지원금 중단 방안에 이어 조합비에 대한 정부의 세액공제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강성 노조의 ‘종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3대 개혁의 첫 과제인 노동 개혁에 대한 흔들림 없는 수행을 강조한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노동조합 회계장부 제출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보고받았다. 이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공정한 노동 개혁을 이룰 수 없고, 기득권 강성 노조의 종식 없이는 청년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노조회계 장부 등 자료 제출 요구에 대다수 노조가 불응하자 윤 대통령이 “회계 투명성이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종합 보고를 지시해 성사된 자리에서 재차 정부 지원금 중단을 포함한 고강도 대응을 주문한 것.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다. 노사 법치는 노동조합의 민주성 자주성,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취약계층, 전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이 장관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차질 없이 일관되게 강력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독려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3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비롯해 국민 체감도가 높은 개혁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성 노조의 문제를 두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논하기 어렵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데이터 경제 활성화 없이 인공지능(AI) 시대 등 미래를 책임질 신산업 육성은 요원하다”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한 총리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과제에 집중하면서 “3대 개혁도 너무 많은 어젠다로 가짓수를 늘리면 안 된다”며 “국민이 절실하게 느낄 이슈에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 어젠다에 집중하되, 장차관들이 직접 나서 정책 과제를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라는 취지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