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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바른정당의 새 대표에 4선의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 유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이후 6개월 만에 당의 전면에 나서며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진짜 보수는 우리” 한국당과 차별화 바른정당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책임·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유 대표가 1만6450표(56.6%)를 획득해 새 사령탑에 올랐다. 최고위원으로는 하태경 의원(7132표·24.5%)과 정운천 의원(3003표·10.3%), 박인숙 의원(1366표·4.7%)이 당선됐다. 유 대표는 원고지 40장 분량의 수락연설에 나서 “여러분은 오늘 저를 가짜 보수당이 아닌 진짜 보수당의 대표로 뽑아 주셨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당을 ‘낡은 보수’ ‘썩은 보수’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분당(分黨)을 겪으며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정비하려는 의도다. 이후 당의 상황을 ‘죽음의 계곡’ ‘춥고 배고픈 겨울’ 등에 빗대며 기로에 선 ‘개혁 보수’의 결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1월 썩은 보수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시작했지만 국민이 ‘바른정당은 정말 다르구나’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앞에 맹세한다. 바른정당과 개혁 보수의 창당정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최근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을 향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뜻한 곳, 편한 길을 찾는다. 그런데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자며 보수 통합을 강조하는 것에도 “진정한 보수가 한국 정치에서 다시 시작할 때 비로소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대회는 당초 집단 탈당으로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당원들 간 끈끈한 결집력을 과시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250석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려 일부 참석자는 복도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당원들은 잔류를 택한 의원들을 박수로 격려했다. 경선을 완주한 후보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 유승민 ‘중도-보수 통합’ 승부수 유 대표는 본격적인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추가 탈당설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았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명대회 직후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은 11석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유 대표는 일단 중도-보수 통합 카드를 승부수로 띄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 통합 논의의 성과를 내자는 (의원들 간)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유 대표는 “일부가 탈당하면서 한국당과의 대화가 막막하다”고 한 반면 “국민의당과는 상당히 대화를 했고 원칙과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유 대표는 14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예방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새 지도부가 꾸려지며 국민의당은 통합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다시 내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유 대표 외 의원 상당수가 금년 내로 다시 한국당으로 많이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보수우파 세력이 살아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살든 말든 합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0일 대구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한 후 첫 대구행이다. 홍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와 지역 언론 토론회에 참석해 출당의 당위성과 보수우파 대통합을 호소했다. 홍 대표는 “정말 사랑하고 지지했던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되면서 얼마나 안타깝고 상실감이 컸는지 잘 안다. 하지만 보수우파 재건을 위해 비난받을 각오로 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홍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단과 결기, 그리고 추진력을 존경한다. 그만한 지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당 최고위 논의를 거쳐 당사에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겠다. 지난 70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세력은 보수우파 세력”이라며 결집을 강조했다. 적폐청산을 추진 중인 정부 여당을 향해 홍 대표는 변창훈 검사의 자살을 거론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면 이 정권을 두고 자살정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를 향해 “한판 붙겠다”고 했다.대구=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가 9일 발표한 최저임금 지원 방안을 두고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정부 발표대로 ‘내년 한 번만’ 지원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가 꼽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행 기간을 확정 짓지는 않았다. 최저임금 지원이 내년에 한시적으로 이뤄질 경우 2019년에는 사업자들이 한꺼번에 2년 치 최저임금 인상분을 떠안아야 한다. 이미 올해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분(16.4%)에 더해 내년에 그 절반 수준(8.2%)만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019년 최저임금은 8150원이 된다. 2020년 1만 원을 목표로 할 경우 인상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부 말대로 2019년에 지원이 끊길 경우 사업자들은 후년에 20% 이상의 임금 인상률을 떠안아야 한다. 임금 인상 충격에 영세 사업자들이 고용을 중단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30인 미만 사업체라는 지원 요건에 맞춰 일부러 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사업체를 쪼개는 편법도 가능하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 뒤 고용주에게 세금을 일부 환급해 준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최저임금 지원 예산이 여야 심의 과정에서 대거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2조9708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데 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 직전에 여야가 정치적 주고받기를 하면서 예산에 손을 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예산을 ‘7대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에 나섰다. 예비타당성 조사,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얼떨결에 3조 원 지원을 발표해 놓고 도대체가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민간 급여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향후 경직성 예산으로 굳어지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부 발표에 절차적 문제 등을 이유로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박훈상 기자}

“와 자리를 바꿔 놨노. 내 자리가 연데(여긴데)….”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6층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 홍준표 대표가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간담회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평소 자신이 앉는 자리에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복당한 김무성 의원이 앉아 있자 에둘러 핀잔을 준 것이다. 간담회는 복당파 의원들의 일종의 ‘입당 신고식’이었다. 앞서 간담회장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복당파 8명이 오전 10시 반부터 둘러앉아 있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바로 옆 대표실에서 10분이 넘도록 나서질 않았다.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복도에서 안절부절못했고, 복당파인 황 의원은 “다 끝난 게임인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느냐”고 혼잣말을 했다. 홍 대표가 복당파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 8명이 8일 한국당에 복당했다. 바른정당 창당을 선언하며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한 지 318일 만의 회군(回軍)이다. 이로써 탄핵 정국에서 쪼개졌던 보수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분적으로 재결합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개혁 보수의 깃발을 내리지 않은 만큼 완전한 보수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홍 대표와 복당파의 첫 공동 일성은 “좌파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대표는 간담회에서 “좌파 정부가 폭주기관차를 몰고 가는 데 대해 우리가 공동 전선을 펴서 저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생각 차이나 과거 허물을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보수는 무조건 하나로 뭉쳐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보수 대통합에 제일 먼저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김 의원은 간담회에 참석할지를 고민했다. 홍 대표가 주재하는 입당식에 참석하는 게 ‘보수 적통’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널리 알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주변에서 만류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홍 대표는 각각 ‘김영삼(YS) 직계’와 ‘YS 키즈’로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동기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나 혼자 빠지는 모습이 또 다른 억측을 만들 수 있다. (간담회에) 참석해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감수할 테니 보수 재결합의 효과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앞으로 보수 대통합은 지방선거 때 국민의 심판으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의 적통은 한국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고,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 대신 홍 대표는 옛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과 다음 주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 의원 등의 복당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장외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침을 뱉고 떠난 자들의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박 의원 15명은 복당에 반발하며 의원총회 소집 요청서를 냈다. 반면 정진석 의원은 “참호 속의 동료에게 총구를 겨누지 말라”고 맞섰다. 홍 대표도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뜻) 같은 행동으로 당과 나라를 어지럽히는 철부지는 없어졌으면 한다”고 친박계를 겨냥했다.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9일 자유한국당에 복당한다.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 의원 8명은 8일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한국당 입당식은 9일 열린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3일 탈당계를 내기로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의 추가 입당 가능성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들께서 투표로 보수우파 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고 썼다. 바른정당에 남은 의원 11명은 내부 결속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 등은 대책회의를 열고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로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 논의는 전당대회로 선출된 새 지도부가 맡기로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새 지도부에 한 달간 말미를 주기로 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끝까지 노력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파의 탈당을 막기 위해 당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던 정운천 박인숙 의원도 전당대회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앞서 당 회의에서 “아직도 (탈당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유승민 의원(사진)만 남았다.” 5일 열린 바른정당 심야 비공개 의원총회가 2시간 40분간 대화 끝에 한 차례 정회하자 한 의원이 기자들에게 귀띔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바른정당의 전대 연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유 의원만 동의하면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1시간도 안 돼 결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복수의 의원은 유 의원이 의총 때 ‘썩은 보수’를 언급하며 통합 전대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썩은 보수와 함께할 수 없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 통합을 위해선 홍 대표도 ‘인적 청산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더 큰 데로 가서 보수 개혁도 하고 정치의 뜻도 펼치라”고 설득하던 의원들도 “그만 됐다”고 포기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선거 때도 홍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홍 후보는 너무나 결핍 사항이 많아서 도저히 보수의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분열의 책임을 유 의원에게 몰아가는 모양새다. 분당을 막기 위해 통합 전대를 설득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의총 직후 “유 의원에게 질렸다. 그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원은 “정말 실망했다”고 했고, 한 당내 인사는 “유 의원만 양보하면 됐는데…”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같이 탈당할 때 저는 끝까지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해보려 했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이 제일 먼저 탈당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의 초심을 지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그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어 대립하던 원내 4당인 바른정당이 5일 심야 의원총회를 끝으로 결국 둘로 쪼개졌다.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전당대회 연기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9명이 6일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늦어도 9일 자유한국당에 합류하면 20대 국회는 원내 3당 체제로 바뀌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양강 체제 아래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 잔류 의원이 제3지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9명, 6일 1차 탈당 선언” 바른정당은 일요일인 5일 소속 의원 2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13일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중도 성향의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이다. 주호영 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여러분도 무거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 진로뿐 아니라 의원 한 분 한 분의 정치적 진로도 결정된다. 허심탄회하게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당부한 뒤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주 원내대표는 4시간 가까운 의총이 끝난 뒤 “할 말이 없다”며 회의장을 나섰다. 통합파 리더이자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김무성 의원은 의총에 앞서 주변에 “이별 수순” “farewell party(송별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도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의총을 전후로 바른정당 의원 20명에게 탈당 의사를 확인한 결과 강길부 김무성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정양석 주호영 홍철호 황영철 의원 등 9명이 전당대회 강행 시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탈당 시점은 1차 탈당은 6∼9일, 2차 탈당은 전당대회(13일) 이후로 예상된다. 탈당하지 않고 끝까지 잔류하겠다는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자인 유승민 의원 등 4명뿐이었다. 1차 탈당파가 내세운 명분은 보수 궤멸에 맞서기 위해서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통합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역구 면적이 넓은 의원은 지역에 탈당을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려 며칠 더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을 피하면 9일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반면 오신환 의원은 “6일 탈당하지는 않겠다. (탈당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고 했다. ○ 탈당파 15명 초과 땐 한국당 원내 1당 2차 탈당파는 ‘+α’로 예상된다. 여기에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정병국 의원 중 일부가 추가로 합류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끝까지 한국당과의 통합을 거부해 통합파가 늘어날 수도 있다. 만약 15명 이상 탈당하면 원내 1당 지위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이 아닌 한국당(107석)이 차지한다. 당장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는 것이 큰 타격이다. 1차 탈당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조금 지급일인 15일 전에 탈당하면 지급 규모가 14억7600만 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상임위원장도 뺏기고, 원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된다. 유승민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에 앞서 열린 당 대표 후보 경선 토론회 때 당 분열 대책을 묻자 “정책연대든 선거연대든 연대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국당 친박 세력과의 마찰 등으로 추가 탈당파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한국당에서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탈당파 의원은 “나머지 친박 세력을 한국당 복당 뒤 쫓아내겠다”고 했다. 중립지대에 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옮길지도 주요 변수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9명이 6일 탈당을 선언한다. 이들이 이번 주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경우 한국당 의석은 107석에서 116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바른정당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서 20대 국회는 4당에서 3당 체제로 개편된다. 바른정당은 5일 소속 의원 20명 전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진수희 최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40분 동안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연기를 놓고 통합파와 자강파가 격론을 벌였다. 한국당과의 통합기구 구성을 위해 전대를 연기하자는 중재안을 놓고 한 차례 정회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연기 후 통합 논의로 접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합의를 못 하고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당 대표 경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전당대회 연기는 안 된다”고 완강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9명은 8일 탈당계를 제출 후 9일 한국당에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인 황영철 의원은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하자고 얘기했는데 (유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 의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24일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 33명이 ‘보수의 구심점’, ‘개혁 보수’ 등을 앞세워 창당한 지 286일 만에 바른정당은 군소 정당으로 추락하게 됐다. 당 대표 경선 후보자인 유승민, 하태경 의원은 전당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께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됐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1호 당원’이자 한국 보수정당의 아이콘이었던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확정했다. 1997년 12월 정계에 입문하면서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박 전 대통령은 20년 만에 당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전직 대통령 6명이 소속 정당을 자진 탈당한 적은 있지만 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로써 박 전 대통령의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달 23일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구치소로 자진 탈당 권유 징계안을 등기로 보내 수령을 확인했지만 자진 탈당 시한인 열흘 동안 이의 제기가 없었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때 권한을 위임받아 표결 없이 직권으로 제명을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10명 안팎의 의원이 이르면 5일 탈당한 뒤 한국당으로 복귀하면 20대 국회는 4당에서 3당 교섭단체로 재편된다. 송찬욱 song@donga.com·박훈상 기자}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발표 전에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하여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인해 도리어 재화(災禍)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정 농단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논의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의는 오전에 열렸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을 자제시켰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 최고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홍문표 사무총장이 “자진탈당 권고 징계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열흘 동안의 이의제기 기한인 2일 0시까지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아 당헌·당규에 따라 제명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반대하던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흠 최고위원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부정적이었던 류여해 최고위원은 회의 내내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회의가 끝날 무렵 홍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들었고 오늘 중으로 숙고해서 결정을 내리겠다.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숙고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홍 대표와 가까운 이종혁 최고위원이 홍 대표를 옹호하면서 회의장에서는 잠시 고성이 오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표결로 해결 방법을 찾으면 안 된다”며 정기국회 이후로 논의를 유보하자는 제안도 했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최고위원회의는 각자의 의견을 밝힌 뒤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홍 대표에게 위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뒤 홍 대표는 점심 식사도 당사 대표실에서 혼자 해결하며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직접 다듬었다. 이때 김 최고위원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탈당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이 당에서 지워지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세는 기울었다. 오후 6시경 모습을 드러낸 홍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한국당을 ‘국정 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찍어 (문재인 정부가) 한국 보수우파 세력을 모두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제명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이로써 9월 13일 당 혁신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된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은 지난달 윤리위원회,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51일 만에 마무리됐다. 홍 대표는 직후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었다. 미국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즐겨 썼던 말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은 “한국 정치사의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원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반발했다. 최경환 의원은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당헌·당규 위반 행위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친박계는 조직적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이미 형성돼 있는 듯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끝으로 더 이상의 내전(內戰)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 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제명할 수 있어 통과도 불투명하다. 홍 대표는 “시간을 두고 정 원내대표와 의논해 보겠다”고만 했다. 두 의원의 거취 문제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송찬욱 song@donga.com·박훈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한동안 자제해 오던 본보기식 숙청과 처형을 재개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현재 김정은은 지위에 불안을 느껴 잔뜩 움츠려 있고 2월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행방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보위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북한 주요 동향 보고에서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축하 행사를 1면에 게재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노동신문사 간부 몇 명을 혁명화 조치했다”고 보고했다. 혁명화 조치는 지방 농장으로 좌천시켜 노역을 하게 하는 북한식 사상교육을 뜻한다. 또 김정은은 평양 고사포부대 정치부장을 부패 혐의로 처형했다. 국정원은 구체적인 처형 방식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정보위 위원은 “김정은이 얼마 전까지 광폭 행보를 보이던 것과 달리 움츠려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핵 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대북 제재 압박에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한솔의 행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일단 비핵화 협상에 호응해 제재 완화를 도모하거나 더욱 강력한 통제로 내부 불만을 억누르며 핵무력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핵 병진 노선’을 추진해 왔지만 실제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체제 역량을 집중해 왔다고 평가했다. 경제 부문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버티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국정원은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될 경우 내년 이후 북한에 ‘고난의 행군’ 수준의 경제난이 도래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9%이던 경제성장률이 2018년 최대 마이너스 5%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추가 핵·미사일 발사 실험을 준비 중인 징후도 포착됐다.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트럭 등 차량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음동 병기연구소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드는 곳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핵탄두의 소형화, 다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말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 활동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했다. 원자로를 가동한 뒤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한 정보위 위원은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지하갱도 붕괴로 200명이 사망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제재 등으로 정보기술(IT) 기술자의 해외 파견 외화벌이가 어려워지자 ‘금전 탈취 해킹’에 주력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파악했다.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이 국내 은행과 증권사, 가상화폐거래소 등을 타깃으로 선정해 해킹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또 북한의 해킹이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가상화폐에 집중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파괴 시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6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참모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공석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부득이 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우열 기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민간위원들이 2급 비밀 취급 인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은 인가 대상자의 신원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때 여야 간 논란이 예상된다. 1일 국회 정보위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개혁발전위 민간위원들의 신원조사 여부에 대해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비밀취급 인가 신청 서류 일체’를 요구받자 “비밀자료 취급이 필요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신청 서류 없이 비밀 취급 필요성, 자체 보안대책 등을 검토한 뒤 인가를 부여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답변했다. 그러나 대통령령인 국정원의 보안업무규정은 비밀취급 인가 과정을 문서로 남길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10조 4항에는 ‘비밀취급의 인가와 인가 등급의 변경 및 인가 해제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직원의 인사기록사항에 그 사실을 포함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국정원의 규정 위반은 또 있다. 보안업무규정상 국가보안을 위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성실성, 신뢰성을 조사하는 신원조사의 대상에 비밀취급 인가 예정자가 포함돼 있다. 군사비밀을 다루는 국방부는 업무상 필요한 자문이나 정책 수립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이 비밀 취급이 필요하면 신원조사를 실시한다. 경찰청 등 수사기관도 비밀취득 인가를 내주기 전에 신원조사 의뢰서를 제출받는 게 원칙이다. 앞서 개혁위 민간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8월 29일 비밀취급 인가를 허가한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5, 6조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은 인가와 동시에 서약서를 작성하고, 인가증을 교부받도록 돼 있지만 이 또한 국정원이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정원 개혁위가 6월 19일 출범한 뒤부터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두 달여 동안 16차례 회의를 열고 3차례 국정원 내부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신원조사 없이 비밀취급 인가를 내준 것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일부 민간위원이 신원조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국정원이 생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북한이 지난해 4월 이지스함 등 군함과 민간 선박 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하는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4만 건의 내부 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에 유출된 자료는 1∼3급 군사기밀 60여 건이며 이 중에는 해군 핵심 전력인 이지스함과 잠수함의 설계도 및 전투체계 등이 포함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북한 해킹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6개월 동안 보안 감사한 국군 기무사령부와 국방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기무사령부가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하던 같은 해 8월 북한은 추가 해킹까지 시도했다. 유출된 군함 관련 자료는 잠수함 장보고-III(3000t급),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차기호위함 울산급 배치-II, 수상함구조함 통영함 등이다. 국방부는 이들 군함의 설계도와 전투체계, 건조기술, 무기체계, 시험·제안서 평가 자료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무사는 해킹 기법과 로그 기록, 인터넷주소(IP주소) 등을 종합 분석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율곡이이함은 이른바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했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2분 내에 가장 먼저 포착해 전군이 대응 작전에 나설 수 있게 하는 해상 전력의 핵심이다.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SPY-1D) 등 이지스 전투체계는 1000km 밖에서도 1000개가 넘는 표적을 한꺼번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20개가 넘는 목표물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 프로그램 제원과 성능, 지원 장비 등을 해킹했다.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모든 탐지체계와 무장체계, 항해지원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된 하나의 전술 상황 정보를 만들어 공유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군의 해상-수중 킬체인(Kill Chain·유사시 대북 선제타격 체계) 무력화를 노리고 기밀을 빼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된 잠수함 등을 우리 해역에 침투시켜 핵심 시설 등을 겨냥한 기습 타격을 시도할 경우 우리 군은 이지스함과 잠수함 등이 주축이 되는 해상-수중 킬체인으로 이를 탐지·타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손에 쥔 만큼 북한은 역작전으로 우리 군의 대응작전을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지스함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사각 지역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빈틈을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북한 핵·미사일 시설의 선제타격을 위한 우리 군의 해상-수중 킬체인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북한이 해킹을 시도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북한이 해킹으로 확보한 군함과 잠수함은 킬체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은 북한 무기를 조기 식별하는 역할은 물론 순항 대공 대잠미사일을 이용해 수중 공중 해상 표적을 선제 타격하는 역할을 한다. 차기호위함인 울산급 배치-II는 이지스함 등을 호위하면서 순항미사일과 함포 등으로 북한의 해상, 수중 전력을 타격한다. 수상함구조함인 통영함은 해상 사고 발생 시 이를 구조하고 인양하는 역할을 맡는다. 북이 이지스함과 잠수함의 탐지 분석 공격을 담당하는 전투체계를 해킹하면서 군의 취약점을 집중 공격하거나 반대로 교란 작전을 통해 강점을 피해 공격할 수 있다. 장보고-III 건조기술엔 사거리 1000km 이상의 순항미사일 10여 기를 탑재할 수 있는 수직미사일발사대가 설치된다. 유사시 적국의 앞바다 아래에 장기간 은밀히 숨어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적의 심장부를 향해 ‘한 방’을 날릴 수 있다.○ 무기개발에 활용하고, 데이터 무기화 우려도 북한이 군 무기체계의 장점을 무기 개발에 활용할 위험성도 커졌다. 북은 개발단계에 있는 장보고-III 건조기술 자료도 빼돌렸다.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건조한 장보고-III는 핵잠수함을 개발할 수 없는 군 여건상 북한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핵심 전력이다. 해군은 현재 작전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해군은 “적국의 작전전술 추이를 관찰하고, 기존 합동작전 개념을 보완 발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군은 내부적으로 전술적 측면에서 합동 작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합참 등 군 전체와 방위사업청을 포함한 범정부적 대책 수립이 아니라 일부 수정이나 보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확보한 60여 건의 기밀정보 외에도 4만여 건의 자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동원해 군함, 잠수함 등에 기초가 되는 자료를 북한이 분석한다면 1급 군사기밀만큼 중요한 정보로 재편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수사 전문가는 “조각조각 분산된 자료 4만 건을 조합하면 유의미한 정보가 도출될 수 있다. 북이 ‘데이터의 무기화’를 통해 새로운 위협을 군에 가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제3의 해킹 위험에 노출 방산업체의 해킹 방어 능력을 실험하듯 북한이 추가 해킹한 것도 우려된다. 기무사가 유출 경위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보안 감사하던 지난해 8월에도 해킹을 한 것이다. 북한이 해킹 방식을 바꿔 침입하는 바람에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해킹을 다시 시도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터넷망(외부망)과 업무망(내부망)을 분리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 허점을 이용해 손쉽게 해킹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외부망과 내부망 분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각종 비밀 자료가 쌓인 인터넷망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방위사업을 민간기업에 맡기면서 해킹 등 안보대책은 나 몰라라 한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보수 통합을 놓고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방으로 바른정당 통합파들을 불러 모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유럽 국감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이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오신환 정양석 황영철 등 8명이 모였다. 주 원내대표와 오 의원은 일정상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떴다. 이종구 홍철호 의원은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김 의원의 고민은 바른정당을 탈당할 명분 찾기다. 통합파 대변인 격인 황 의원은 “다음 달 1일 바른정당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다. 보수대통합의 의미를 최대한 동료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마지막까지 당 대 당 통합으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당 대 당 통합 설득에 실패하면 이번 주 안으로 ‘집단 탈당’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황 의원은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처리가 통합파 의원들의 결단을 내리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한국당 홍 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청산’이 고민이다. 홍 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같이하기 힘들겠다”며 강한 청산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홍 대표가 미국에 있는 동안 친박과 TK(대구경북) 의원 사이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탈당 권유 징계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서, 최 의원도 해외 국감을 마치고 돌아와 홍 대표와 일전을 벼르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의원을 겨냥해 “더 이상 이런 음해가 없는 깨끗한 정치판이 되었으면 한다”는 글을 올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자유한국당은 27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사진)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 방통위원장에게 문재인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정국에 경색을 가져온다고 분명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전날 방통위는 한국당의 항의 방문에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보궐이사를 선임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방송장악 음모가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해임촉구 결의안에 우리도 동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서울행정법원에 보궐이사 임명의결 효력정지신청 및 무효 확인 소장을 제출했다. 오전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 STOP’ 팻말을 들고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저지’ 규탄행사를 열었다. 전날에 이어 한국당의 불참으로 국정감사는 ‘반쪽 국감’이 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국감 포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국당으로서도 다음 주 국가정보원 청와대 국감 등의 일정을 포기할 수 없어 고심하는 기색이다. 한국당은 30일 다시 의총을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7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청원 의원을 향해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서 의원은 20일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징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 대표는 동행 기자단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자신이 서 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 설명했다. 서 의원은 이와 관련해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홍 대표는 “2015년 4월 18일 (서 의원에게) 전화한 것은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서 의원 사람이니 거짓으로 증언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이) 녹취록을 갖고 있다니 제발 증거로 제시해 달라.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서 의원과 함께 윤리위의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최경환 의원을 향해서도 “검찰 수사에서 더 큰 시련이 있을 것이니 그것에나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과 최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홍 대표는 “다 생각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그간 문 대통령과 야야 대표들이 참석한 청와대 회동에는 불참해왔다. 홍 대표는 “한국에 돌아가면 안보 영수회담을 제의하겠다. 미국 조야의 분위기와 우리가 취득한 북핵 대처방안 등에 대해 대통령을 만나 상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앞두고 있어 물리적으로 만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순방을 다녀온 뒤 홍 대표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민간위원들이 2급 비밀 취급 인가 없이 내부 기밀자료를 열람한 게 논란이 되자 국정원이 이들에게 추후 비밀 취급 인가를 내준 정황이 확인됐다. 비밀 취급 인가 없이 활동하다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해 뒤늦게 인가를 내준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원인 장유식 변호사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개혁위원들은 보안각서를 쓴 다음 6월 19일 첫 회의부터 참석했다. 필요한 조치가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왜 별도로 8월 29일에 비밀 취급 인가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에 이유를 물어보니 ‘6월 19일 조치로 충분하나 일부 언론에서 민간인이 비밀 정보를 본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조금 더 분명하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국정원은 “보안업무규정 제24조 2항에 근거해 비밀 취급 미인가자도 국정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안조치를 하면 내부자료 열람이 가능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동아일보 보도 후에도 국정원은 “개혁위 외부위원들은 보안 업무 규정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해 적법하게 자격을 취득하여 (개혁위 산하) 적폐청산 TF 활동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장 변호사도 “비밀 취급 미인가자의 열람은 불법”이란 지적은 반박했다. 그는 “국정원 메인 서버에 자유롭게 접근해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선별하고 정리한 자료를 열람하기 때문에 비밀 취급 인가가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보안업무 규정 제24조 2항에 민간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개혁위 출범 초기 두 달 동안 민간위원들의 비밀 취급 인가와 관련한 위법을 묵인해 오다 야권의 문제 제기에 뒤늦게 적법 절차를 갖췄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 위원인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개혁위를 만들고, 비밀 취급 미인가자에게 중요 국가기밀을 알게 한 자체가 적폐다.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행위”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국정원법이나 국가기밀에 관한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없는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국정원 관계자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보기관의 적폐청산과 조직쇄신 작업을 맡은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2급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16차례 회의를 열고, 3차례 국정원 내부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와 법조계에서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에 국정원 자료를 열람하도록 한 건 위법 소지가 크며, 그 자료를 근거로 한 수사 자료도 법정에서 증거능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국정원 개혁위 출범 두 달 뒤 비밀취급 인가 취득 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정원 개혁위 활동 사항 관련 자료’에 따르면 개혁위 13명 중 정해구 위원장 등 민간위원 8명은 8월 29일 2급 비밀취급 인가를 받았다. 6월 19일 출범한 개혁위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인 8월 24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정원 업무현황과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사이버외곽팀’ 운영사실 확인 결과, 세계일보 보도 문건 관련 의혹 조사 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녹취록 내용 등을 열람했다. 같은 기간 매주 1, 2번씩 국정원에서 16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비밀로 분류되어 있는 국정원의 조직·정원과 관련한 규정 개정도 논의했다. 국정원은 민간 위원이 열람한 세부 내용에 대해선 공개를 거부했다. 국정원 측은 “국정원의 조직·인원은 물론이고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활동 사항 등이 포함돼 있어 국정원법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민간 위원들이 열람한 자료에 비밀 자료가 포함돼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위원들이 열람한 자료는 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이 요청하거나 국정원이 위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 보안업무규정에 따르면 비밀은 해당 등급의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 중 그 비밀과 업무상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보안규정 24조 2항에 근거해 비밀취급 미인가자도 국정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안조치를 하면 열람이 가능하다”며 “보안각서 징구 등 보안조치 아래 자료를 열람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사전에 자료를 검토, 점검하고 위원회 활동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정원 안에서 열람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정원 “규정 지켰다” vs 법조계 “위법 소지” 반면 법조계와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법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 다수다. 공안부 고위 검사 출신 A 변호사는 “보안업무규정상 (비밀을 볼 수 있는) 비밀취급 미인가자에 ‘민간인’을 넣어 해석한 경우는 국정원과 검찰 등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민간인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정원 자료를 열람했다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장 출신의 B 변호사는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조직 및 직무범위 등을 규율하기 위해 만든 법이고, 그 법에 근거한 보안업무규정도 상위법 내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면서 “비밀취급 미인가자에 (국정원 직원이 아닌) 민간인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고, 넓게 보더라도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에 한해 국정원장의 허락을 얻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위법한 방식으로 얻은 증거는 추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비밀취급 인가 과정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장검사 출신 C 변호사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국정원 자료를 열람하거나 취급한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국정원장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입을 맞췄을 수 있다”며 “추후 조사를 통해 비밀취급 인가 신청 시기와 과정 등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도 “열람도 비밀취급이기 때문에 비밀취급 인가가 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형식적으로 인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직접 관계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적폐청산이란 직무를 위해 열람했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적폐청산 작업을 진행 중인 국방부는 국정원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위원장인 강지원 변호사를 비롯해 외부 위원 10명을 포함해 군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했다. 군 적폐청산위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기무사 군인·민간인 사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외부 위원에게 비밀취급 인가를 허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대외비와 비밀사항은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배석준 기자}

“기대했던 만큼의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 청와대가 조각 완료에 큰 방점을 둔 것 같다.” 24일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사진) 지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홍 후보자 지명으로 박성진 전 후보자가 낙마한 뒤 한 달 넘게 표류하던 ‘마지막 장관 퍼즐’이 드디어 맞춰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의 의중은 명확하다. 국무회의 회의장에 비어 있는 한 자리를 빨리 채워 정책 드라이브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소벤처부는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혁신 성장’의 중요한 한 축이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정치인을 쓸 거면서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청와대는 “마땅한 후보자를 찾을 수 없었다”는 분위기다. 홍 후보자가 낙마하는 상황은 청와대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박 전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칠 당시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 인사를 만나 “왜 버티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박 후보자가 사퇴하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위태로워진다”였다. 하지만 결국 박 전 후보자는 사퇴했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또 한 번 나서 사과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후보자마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조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문책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엄중함을 알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도 각별하게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홍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정부의 ‘반(反)대기업’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 후보자를 묶어 ‘반대기업 트리오’라는 말이 나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인 홍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타파에 주력했다. 대기업이 장악한 면세점의 특허 갱신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 벤처기업을 총괄하는 부처의 특성상 홍 후보자가 대기업과 각을 세우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결국 돌고 돌아 기업이나 벤처 경험이 전혀 없는 친문(친문재인) 정치인이 낙찰됐다”며 “보은·나홀로·코드 인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이라고 비판했다. 또 면세점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해 면세점 사태의 장본인으로 5년 시한부 면허법을 만들어 1조 원의 업계 손실을 초래하고 2000여 명의 면세점 직원들을 실직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공보에 따르면 2013년 약 22억 원이었던 홍 후보자의 재산 신고액은 지난해 3월 약 49억 원으로 3년 만에 2.2배로 늘었다. 재산 증식 기간에 홍 후보자는 8억4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와 17억3000만 원 상당의 상가를 증여받았다. 홍 후보자 측은 “장모가 아내에게 아파트와 상가를 증여한 것”이라며 “증여세는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