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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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문학/출판30%
역사21%
정치일반10%
문화 일반10%
사회일반10%
칼럼7%
검찰-법원판결3%
인사일반3%
산업3%
만화3%
  • 日작가 책 선인세만 2억? “몸값 언제 이렇게 뛰었지”

    “최근 일본 책을 선호하는 독자층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그런데 일본 작가의 저변은 그만큼 넓어지질 않았다. 이로 인한 출간 경쟁이 달아오르며 3∼5년 사이에 일본 작품의 선인세가 한 자릿수 이상 늘어났다.” 최근 출판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국내 서점가의 일본책 선호는 꾸준하게 오름세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2015년 베스트셀러 100위 내 일본 작가의 책은 9권이었고, 지난해에는 11권으로 늘었다. 소설 분야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은 2012년 12월 번역 출간 이래 베스트셀러에 계속 올랐고, 지난달에는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 히가시노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거물이 아니더라도 일본 작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타율이 좋다’. 2016년 여름 국내에 출간한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지음·비채)는 작가의 첫 작품인데도 1만2000부가 팔렸다. 2014년 ‘미움 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등 지음·인플루엔셜)로 시작된 일본 인문서의 인기가 자기계발서로 확대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올 3, 4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나이토 요시히토 지음·홍익출판사)과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타나베 준이치 지음·다산초당)는 상반기 베스트셀러 70위권에 들었다.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일상 속 철학 에세이, 그림책 종류는 특히 20, 3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렇다 보니 출간 경쟁이 격해지며 선인세는 계속해서 치솟는 분위기. 출판계에선 히가시노의 신간은 선인세가 이미 2억 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책 1부가 1만 원이라고 치면 약 20만 부의 인세에 해당하는 금액. 출판계에선 그의 신간이 아니라 이미 국내에 출간됐다가 최근 출간권이 종료된 작품(구간·舊刊)들의 출간권을 따내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 일본 여성 작가의 카툰에세이 선인세가 5년 전 300만∼400만 원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1000만 원이 넘었다”며 “초판 1쇄를 2000부 안팎 찍는 요즘 출판 시장에서 1만 부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면 그만큼 ‘베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한일 간 문화 동조 현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선정 비채 편집장은 “과거 ‘일본이 트렌드에서 몇 년 앞서 있다’는 얘기를 흔히들 했지만 이제는 일본과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이 결합된 TV프로그램이 등장하고 K팝이 일본에 진출하는 등 거의 격차가 없어졌다”며 “한국과 일본의 유행과 관심사가 비슷해진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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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빠서 책 읽을 시간 없었는데… 휴가지서 만난 ‘책버스’ 반갑네요”

    강원 강릉시 대관령7터널을 빠져나오자 동풍이 태백산맥을 오르며 남긴 안개와 구름이 차창 오른쪽으로 펼쳐졌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운영하는 이동도서관 ‘책 읽는 버스’(책버스·문화체육관광부 주최, KB국민은행 후원)를 취재하러 3일 오후 강릉 오죽한옥마을에 가는 길이었다. 책버스는 한옥마을 내 ‘휴심정(休心亭)’ 앞에 서 있었다. 율곡 이이(1536∼1584)가 태어난 오죽헌이 지척이다. “책요? 결혼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많이 봤지요. 요즘은 일에 지쳐 뭘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휴가 와서 책버스를 만나니까 정말 반갑네요.” 경기 부천시에서 가족과 왔다는 한옥마을 투숙객 정해영 씨(41)는 경포해변에서 해수욕을 한 뒤 책버스에 들렀다. 정 씨의 아들 승우 군(8)은 버스에서 신나게 학습만화를 읽었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결코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한 율곡 선생. 일에 떠밀려 독서가 어려워진 오늘날을 마주한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버스에 타보니 ‘#.무슨 책 읽어?’라는 제목의 게시판에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책버스에 올랐던 이들이 남긴 책 소개다. “김애란의 ‘비행운’―현대인들, 특히 청춘의 삶 그 자체를 그려내고 있어요. 저는 슬퍼서 울었답니다. 엉엉” “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죽고 싶을 때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책”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의 소설 ‘봄을 찾아 떠난 남자’―파랑새 같은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서”…. 책버스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서로 책을 추천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기자도 전날까지 강원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서울에서 챙겨온 책 몇 권은 영 잘못 골랐다 싶었던 차였다. 내부를 개조한 책버스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은 약 1000권. 무심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민음사)을 뽑아들었다. 매미가 우렁차게 우는 가운데 시원한 버스에 앉자 책장이 절로 넘어갔다. 영국 저택 ‘달링턴 홀’의 집사로 평생을 보낸 주인공 스티븐스는 옛 동료를 만나러 휴가를 떠난다. 거기서 집사의 직분에만 맹목적으로 충실하게 보낸 자신의 삶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휴가 마지막 날 한 노인은 그에게 말한다. “우리 둘 다 피 끓는 청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앞을 보고 전진해야 하는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문득 휴가 뒤 우리를 기다리는 일터도 스티븐스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말마따나 “언제까지 뒤만 돌아보며 내 인생이 바랐던 대로 되지 않았다고 자책해 본들 무엇이 나오겠는가.” 우연히 펼쳐 든 책은 새삼 삶의 자세에 관한 고민을 얹어놓았다. 누구라도 어딘가에서 책버스를 마주칠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 보시길. 책버스는 명심보감과 탈무드를 비롯한 고전 포켓북도 무료로 나눠준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지도사의 동화 구연, 공연 실황이나 애니메이션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마련돼 있다. 책버스는 평소 도서관이 없는 벽지를 주로 찾아간다. 8월 9∼12일엔 경남 통영시 한산대첩 축제 현장, 14∼19일 강릉시 연곡해변 솔향기캠핑장에서 휴양객을 기다린다. 강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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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승운 고전번역원장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번역 추진”

    “조선왕조실록은 그간 남북한이 대결을 하는 구도로 각기 따로 번역했습니다. 낭비였지요. 미 번역된 승정원일기의 정조 때 자료부터 남북이 함께 번역하는 걸 추진하고자 합니다.”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67)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번역을 통한 학술 교류로 남북한 단절을 극복하고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한편,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통일을 위한 정신문화의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전번역원은 공동번역 제안을 아직 북측에 공식적으로 한 것은 아니며,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고전번역원이 북한과 고전 공동번역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동국여지지’ 등의 공동번역을 추진했고, 북측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지만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산됐다. 신 원장은 “내년 한국문집총간(526책)과 고전번역서(2384책)를 각각 10질씩 모두 29100책을 북한에 보내고 관련 학술대회를 여는 것부터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번역이 성사되면 북한 사회과학원 내 민족고전연구소와 2021년부터 연간 35책 분량을 번역할 계획이다. 고전번역원은 5월 30일 서울 은평구 진관1로 신청사로 이전했으며, 이달 10일 개관식을 가진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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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혼돈의 70년대… 절망하고 저항하고 사랑한 나날들

    “젊은 날의 추억을 잠시 떠올리는 일은 감미롭다. 그러나 젊은 날의 고통과 방황과 어리석음을 세세하게 끄집어내어 천천히 곱씹고 되새김질하는 일은 예상치 못한 통증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도 않고,…들려주었다. 상처로 얼룩졌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신간 ‘우리 기쁜 젊은 날’(1만5000원·삼인) 뒤표지에 쓰인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의 추천사다. 7월 초쯤 썼을 테니 아마 그가 남긴 마지막 책 추천사일 것이다. 자신과 1956년생 동갑내기 저자가 쓴 1970년대 중후반 학생운동의 이야기를 읽으며 노 의원은 어떤 소회에 빠져들었을까.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5일 만난 저자 진회숙 씨(62)는 노 의원 빈소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노 의원과는 개인적 인연이 전혀 없지만 제가 정의당 당원이니 추천사를 부탁해 보면 어떨까 했지요. 바쁘실 텐데도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추천사를 쓴 것 같아 새삼 참 성실한 분이구나 싶었습니다. 여행 중 별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너무나 훌륭한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 진 씨는 1988년 월간 ‘객석’에서 음악평론가로 등단해 평론과 칼럼을 썼고, KBS와 MBC에서 음악 프로그램 작가와 진행자로 일했다. 음악 관련 저서 10여 권을 내기도 했다. 이번 책은 대학 시절 이야기다. 책에는 1975년 이화여대 성악과에 입학한 새내기가 ‘전환 시대의 논리’(리영희), ‘피압박자를 위한 교육’(파울로 프레이리)을 읽고 충격을 받고, 우연한 기회에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의 야학 교사로 활동하게 되고, 학교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수배 중인 친구나 후배를 숨겨 주고, 김민기의 노래굿 녹음에 참여하는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함께 야학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심재철 국회의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등 알 만한 이들과의 일화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후일담 특유의 비장함이나 지나친 애틋함, 감상성이 보이지 않는 게 장점이다. 솔직담백한 문체가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나는 무슨 투사도 아니었고, 용기도 없었고, 운동권의 주변에서 머물렀던 사람이에요. 내가 그 시절 이야기를 쓰는 건 열심히 운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참고 있었지요. 그런데 ‘인생 3막’을 앞두니 글쟁이로서 젊은 날을 돌아본 글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을 누르기가 어렵더군요.” 진 씨는 인터뷰 중 되풀이해 ‘주변에 있었을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자신 역시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체포·구속돼 고문과 구타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서울의 봄’ 때는 수배자인 지인을 찾는 수사망을 피해 위장취업을 했다. 진 씨는 “책에 김지하 시인에 관한 얘기를 미처 쓰지 못했다”며 “김 시인이 군사독재의 폭압에 마음을 다치면서도 맡아 해낸 시대적 역할과 문학적 성과는 엄청난 것이었고, 폄훼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80년대 후일담’은 많았지만 앞선 70년대를 조명한 책은 별로 없다. “우리 대학 시절에는 운동권이 극히 일부였는데, 80년대에는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요. 한데 전체주의적인 멘털리티나 조폭 같은 위계질서가 느껴지기도 했고, 소영웅주의적인 행태도 있었어요. 86세대의 역사적 공은 인정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저하고 안 맞는 점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래요.” 진 씨는 자식 세대들이 엄마 아빠 세대도 젊은 시절 웃음과 울음이 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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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개미의 몸집은 왜 코끼리만큼 커지지 않을까

    동물의 몸, 거대 도시, 기업 등은 모두 ‘복잡계’다.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개별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하며 진화한다. 개미 한 마리의 움직임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개미 무리는 놀라운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복잡계 과학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가 복잡계를 지배하는 규칙을 탐구한 흥미로운 책이다. 제목(SCALE)은 ‘규모’라는 뜻이다. 복잡계의 규칙은 규모에 달려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비교적 익숙한 규모에 관한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파국을 피하려면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 이는 ‘왜 개미는 코끼리처럼 커질 수 없는가’와 비슷한 문제다. 개미가 커질 때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부피)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데 비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다리의 단면적은 제곱에 비례해서 넓어진다. 결국 코끼리만 한 개미는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사실 이는 400여 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논증한 것과 같다. 이런 ‘규모의 법칙’은 동물 종의 수명과도 관련된다. 여러 동물의 체중과 대사율(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정확한 수학 공식을 따른다. 코끼리는 쥐보다 약 1만 배 무겁지만 에너지는 약 1000배가 필요하다. 동물의 무게가 2배 무거워져도 에너지는 75%만 더 필요하고,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세포 손상도 적기에 수명도 그만큼 길어진다. 포유류의 심장 박동 수는 평생 거의 동일하게 약 15억 번이다. 책에 따르면 도시 역시 규모에 따른 규칙이 있다.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늘면 주유소 수는 100%가 아니라 85%만 증가한다. 도로, 전선, 수도, 가스관의 총길이 등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한편 독감 환자 수, 범죄 건수, 환경오염 같은 지표는 115% 증가한다고 한다. 도시가 커지면 일부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도록 만드는 압력도 더욱 거세지는 셈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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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머리 아픈 수학책?

    이번 주에는 ‘복잡계 과학의 대부’가 쓴 ‘스케일’(김영사)을 읽다가 고생 좀 했습니다. 책에 나온 수치가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이해를 잘 못했나?’ 싶어 머리를 싸매다 20여 년 만에 상용로그표를 찾아보는 사태까지 벌어졌지요. 한데 아뿔싸, 이런 미주가 달려 있었네요. “나(저자)는 쉽게 표현하기 위해, 이 (수치) 차이를 무시할 것이다.” 진작 주석을 볼 걸 그랬습니다.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한 역사학자가 “수학 공부는 인공지능(AI)이 더 잘할 테니 가르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더군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계산이라면 사칙연산 외에는 평소 별로 할 필요가 없는, 저와 같은 이들이 대부분이겠지요. 그러나 인공지능이 ‘알아서’ 수학을 연구할 수 있을까요? 다른 공부나 일에는 수학적 사고가 필요 없을까요? 마침 수학을 다룬 ‘머리 아픈’ 신간이 3권이나 보이는군요. ‘보통 사람을 위한 현대 수학’(이언 스튜어트 지음·휴머니스트),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미카엘 로네 지음·클), ‘문제적 문제’(헨리 어니스트 듀드니 지음·한스컨텐츠)입니다. 주제와 난도가 다양하니 만약 사시려면 반드시 먼저 내용을 살펴보시길….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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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여대 성악과 새내기가 운동권 주변인이 되기까지

    “젊은 날의 추억을 잠시 떠올리는 일은 감미롭다. 그러나 젊은 날의 고통과 방황과 어리석음을 세세하게 끄집어내어 천천히 곱씹고 되새김질하는 일은 예상치 못한 통증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도 않고,…들려주었다. 상처로 얼룩졌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신간 ‘우리 기쁜 젊은 날’(삼인·1만5000원) 뒤표지에 쓰인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의 추천사다. 7월 초 쯤 썼을 테니 아마 그가 남긴 마지막 책 추천사일 것이다. 자신과 1956년생 동갑내기 저자가 쓴 1970년대 중후반 학생운동의 이야기를 읽으며 노 의원은 어떤 소회에 빠져들었을까.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25일 만난 저자 진회숙 씨(62)는 노 의원 빈소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노 의원과는 개인적 인연이 전혀 없지만 제가 정의당 당원이니 추천사를 부탁해보면 어떨까 했지요. 바쁘실텐데도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추천사를 쓴 것 같아 새삼 참 성실한 분이구나 싶었습니다. 여행 중 별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너무나 훌륭한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 진 씨는 1988년 월간 ‘객석’에서 음악평론가로 등단해 평론과 칼럼을 썼고, KBS와 MBC에서 음악 프로그램 작가와 진행자로 일했다. 음악 관련 저서 10여 권을 내기도 했다. 이번 책은 대학시절 이야기다. 책에는 1975년 이화여대 성악과에 입학한 새내기가 ‘전환 시대의 논리’(리영희), ‘피압박자를 위한 교육’(파울로 프레이리)을 읽고 충격을 받고, 우연한 기회에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의 야학 교사로 활동하게 되고, 학교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수배 중인 친구나 후배를 숨겨 주고, 김민기의 노래굿 녹음에 참여하는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함께 야학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심재철 국회의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등 알만한 이들과의 일화도 이어진다.무엇보다 후일담 특유의 비장함이나 지나친 애틋함, 감상성이 보이지 않는 게 장점이다. 솔직담백한 문체가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나는 무슨 투사도 아니었고, 용기도 없었고, 운동권의 주변에서 머물렀던 사람이에요. 내가 그 시절 이야기를 쓰는 건 열심히 운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참고 있었지요. 그런데 ‘인생 3막’을 앞두니 글쟁이로서 젊은 날을 돌아본 글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을 누르기가 어렵더군요.” 진 씨는 인터뷰 중 되풀이해 ‘주변에 있었을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자신 역시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체포·구속돼 고문과 구타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서울의 봄’ 때는 수배자를 찾는 수사망을 피해 위장취업을 했다. 진 씨는 “책에 김지하 시인에 관한 얘기를 미처 쓰지 못했다”며 “김 시인이 군사독재의 폭압에 마음을 다치면서도 맡아 해낸 시대적 역할과 문학적 성과는 엄청난 것이었고, 폄훼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80년대 후일담’은 많았지만 앞선 70년대를 조명한 책은 별로 없다. “우리 대학 시절에는 운동권이 극히 일부였는데, 80년대에는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요. 한데 전체주의적인 멘탈리티나 조폭 같은 위계질서가 느껴지기도 했고, 소영웅주의적인 행태도 있었어요. 86세대의 역사적 공은 인정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저하고 안 맞는 점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래요.” 진 씨는 자식 세대들이 엄마 아빠 세대도 젊은 시절 웃음과 울음이 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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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 28cm 판화성서… 1504쪽 요리책… 큰 책, 묵직한 감동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삽화가 담긴 신간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한길사·33만 원)는 가로 28.5cm, 세로 42.3cm다. 크기와 무게 탓에 들고 움직이려면 두 손뿐 아니라 아랫배까지 써서 받치는 게 편하다. 전자책이 갈수록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이고, 요즘엔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문고본 출판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어마하게 ‘큰 책’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장서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귀스타브…’는 왼쪽 페이지에는 구약·신약 성경의 구절이, 오른쪽엔 관련 장면이 그려진 목판화가 인쇄돼 있다. 판화 241점은 극명한 명암 대비와 인물의 역동적인 제스처가 특징이다. 강렬한 인상은 시원한 크기의 도판으로 극대화된다. 책 제작에는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가는 ‘문캔 프린트크림 115g’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신상철 고려대 교수는 “귀스타브 도레는 책의 대량생산으로 값싼 삽화가 등장하던 시절, 역으로 삽화를 독립적인 회화 작품으로 승화시킨 19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설명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활자 미디어의 아름다움, 아날로그 책의 물성(物性)과 미학을 새롭게 구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책을 필두로 ‘큰 책 시리즈’를 계속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출간한 이탈리아 요리책 ‘실버 스푼’(세미콜론)도 1504쪽에 두께는 68mm, 무게는 3.2kg이 넘는다. 9만9000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지금까지 3000부 이상 팔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선명한 요리 사진이 식욕을 자극하는데, 뒷장의 사진이 비쳐 보이지 않는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탈리아 요리가 거의 모두 담겨 있다고 할 만한 ‘바이블’ 같은 책”이라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라 내다보긴 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2쇄를 찍었다”고 말했다. ‘크고 두꺼운 책’을 만들려면 그만큼 노력도 많이 들어가기 마련. 2015년 7월 첫 권이 나온 뒤 최근 4권으로 완간한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시공사·각 권 8만 원)은 모두 합치면 4024쪽에 이른다. 5명이 나눠 번역했는데 한 권을 옮기는 데 3년이 걸리기도 했다. 번역 뒤 편집에만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고 한다. 엄청난 두께에도 반응은 꾸준하다. 1∼3권 모두 중쇄(重刷)했고, 1권은 5쇄가 나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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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시대, 작고 가벼운 책 유행? 오히려 ‘큰 책’이 뜨는 이유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삽화가 담긴 신간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한길사·33만 원)는 가로 28.5㎝, 세로 42.3㎝다. 크기와 무게 탓에 들고 움직이려면 두 손 뿐 아니라 아랫배까지 써서 받치는 게 편하다. 전자책이 갈수록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이고, 요즘엔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문고본 출판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어마하게 ‘큰 책’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장서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귀스타브…’는 왼쪽 페이지에는 구약·신약 성경의 구절이, 오른쪽엔 관련 장면이 그려진 목판화가 인쇄돼 있다. 판화 241점은 극명한 명암대비와 인물의 역동적인 제스처가 특징이다. 강렬한 인상은 시원한 크기의 도판으로 극대화된다. 책 제작에는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가는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신상철 고려대 교수는 “귀스타브 도레는 책의 대량생산으로 값싼 삽화가 등장하던 시절 역으로 삽화를 독립적인 회화작품으로 승화시킨 19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설명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활자 미디어의 아름다움, 아날로그 책의 물성(物性)과 미학을 새롭게 구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책을 필두로 ‘큰 책 시리즈’를 계속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출간한 이탈리아 요리책 ‘실버 스푼’(세미콜론)도 1504쪽에 두께는 68㎜, 무게가 3.2㎏이 넘는다. 9만9000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지금까지 3000부 이상 팔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선명한 요리 사진이 식욕을 자극하는데, 뒷장의 사진이 비쳐 보이지 않는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탈리아 요리가 거의 모두 담겨있다고 할만한 ‘바이블’같은 책”이라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라 내다보긴 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2쇄를 찍었다”고 말했다. ‘크고 두꺼운 책’을 만들려면 그만큼 노력도 많이 들어가기 마련. 2015년 7월 첫 권이 나온 뒤 최근 4권으로 완간한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시공사·각 권 8만 원)은 모두 합치면 4024쪽에 이른다. 5명이 나눠 번역했는데 한 권을 옮기는데 3년이 걸리기도 했다. 번역 뒤 편집만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고 한다. 엄청난 두께에도 반응은 꾸준하다. 1~3권 모두 중쇄(重刷)했고, 1권은 5쇄가 나왔다. 이경주 시공사 편집자는 “공들이지 않은 책이라는 건 없겠지만, 특히 이 책은 독자들이 오래 소장하며 읽기를 원할 거라고 보고 양장본 커버나 세트 케이스 등의 고급화를 지향했다”고 말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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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책 봤어?” 입소문 탄 독립출판물, 베스트셀러로 우뚝

    신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흔·1만3800원). 한 점의 가식도 보이지 않는 제목 때문에라도 일단 표지를 봤다면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책은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증)를 앓은 저자가 상담 치료를 받은 이야기다. 처음에는 ‘당신의 고통에 독자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읽다보면 “착한 게 아니라 ‘찐따’ 같아요” 같은 솔직한 고백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타인의 작은 행동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며 마음 아파해 본 사람이라면 ‘내 얘기다’ 싶을 게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죽고 싶지만…’은 주간(7월 17∼23일) 종합 베스트셀러 3위, 에세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구매자 가운데 20, 30대 여성이 절반 이상이다. 이 책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올해 2월 나온 ‘독립출판물’이다. 처음에는 책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도 없이 독립출판물 전문서점(인디 서점)에서 팔렸다. 독자의 호응을 눈여겨보던 한 출판사 편집자가 1인 출판사를 차려 정식으로 책을 냈다. 6월 20일 초판 1쇄가 나온 후 벌써 8쇄까지 찍었다. 인디 서점 중심으로 유통되던 독립출판물이 인터넷·대형 서점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얻으며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3, 4월 만화·라이트노벨 분야 베스트셀러 3위(예스24 기준)까지 오른 책 ‘며느라기’(수신지 지음·귤프레스·2만 원)도 독립출판물이다. 불합리한 결혼문화를 소재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하던 웹툰을 묶었다. 저자는 이전에도 투병기를 담은 책 ‘3g’을 자비로 제작·판매했던 독립출판물 작가다. 이번에 달라진 건 ISBN을 등록해 유통된다는 것뿐이다. 독립출판물로 시작된 에세이 ‘달의 조각’(하현 지음·빌리버튼·1만3800원)도 지난해 11월 에세이 분야 11위에 올랐다. 양질의 독립출판물을 묶은 문고본 시리즈도 정식 출간됐다. 현재 15권까지 나온 ‘청춘 문고’(디자인이음)다. 기존 출판시장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에세이, 시, 논픽션 등이 포함됐다. 1만 권가량 판매된 책도 있다. 서상민 디자인이음 편집장(43)은 “독립출판물의 성격을 그대로 살리는 것을 목표로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출판물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원래는 기존 출판계에서는 출간되기 힘들 정도로 개성이 강하고 실험적이면서 인디 서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출판물을 뜻했다고 본다. ISBN을 등록하지 않아 법적 도서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대형 서점 유통을 염두에 두면서 적은 부수만 만들어 테마형 서점에 두고 독자의 반응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경우는 1인 출판과 독립출판이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독립출판물은 상업성과 거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의 강영규 대표는 “독립출판물 작가들은 돈을 벌려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낸다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서점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도 “이들은 자신의 작업이 어떻게 지속될지 모르는 채 당장 하고픈 이야기에 집중해 책을 내는 편이다”고 했다. 독립출판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상민 편집장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를 책으로 출간하기가 수월해져 독립출판은 출판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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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도 말년의 역작 ‘삼공불환도’ 보물 된다

    단원 김홍도(1745∼1806?)가 순조의 천연두 완쾌를 기념해 1801년(순조 1년) 그린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고 문화재청이 24일 밝혔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한 ‘삼공불환도’는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을 만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그린 8폭 병풍 그림이다. 강을 앞에 두고 산자락에 자리한 기와집과 논밭, 손님을 접대하고 있는 주인장, 심부름하는 여인, 일하는 농부, 낚시꾼 등이 짜임새 있게 담겼다. 문화재청은 “소박하고 꾸밈없는 인물들의 모습과 실물 그대로를 묘사한 듯한 화풍이 돋보인다”며 “김홍도 말년의 창작 활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삼공불환도’는 당시 김홍도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병풍 4점 가운데 하나다. 그림 위에 적힌 홍의영(1750∼1815)의 발문에는 김홍도가 ‘신우치수도(神禹治水圖)’ 2점, ‘화훼영모도(花卉翎毛圖)’ 1점도 그렸다고 하나 현재 소재를 알 수 없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조선시대 불상 2건과 금속활자인쇄물 ‘자치통감(資治通鑑) 권129∼132’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1665년 희장(熙壯) 등 승려 조각가 9명이 함께 만든 진도 쌍계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木造釋迦如來三尊坐像), 17세기 불교 조각사를 대표하는 승려 현진(玄眞)의 작품인 대구 동화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木造阿彌陀如來三尊像)이 포함됐다. 자치통감은 1436년 주자소에서 간행한 판본으로 조선 전기 인쇄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보물로 최종 지정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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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나의 위로, 너의 위로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에 실린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글을 읽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시나 짧은 글을 묶어 낸 책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종합 3위를 차지한 ‘모든 순간이 너였다’(위즈덤하우스)를 비롯해 ‘너라는 계절’(니들북) ‘참 소중한 너라서’(RHK)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쌤앤파커스) 등입니다. 너, 너, 너…. SNS를 통해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는 한결같이 제목에서 ‘너’를 부르고 있네요. 또 다른 베스트셀러는 ‘나’로 사는 방법에 대한 책들입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가나출판사)이 종합 1·2위권이고, ‘신경 끄기의 기술’(갤리온),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마음의숲)도 10위권 안쪽입니다. 팍팍한 세상에서 ‘나의 자존감’과 ‘너의 위로’에 고픈 우리네 모습이 책 소비에도 드러난 것이겠지요. 혹시 ‘너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할 의무’와 ‘내가 해야 할 위로의 책임’을 강조하는 책은 널리 읽히기 어려울까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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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 양반들의 못말리는 명품 사랑

    조선인들 삶의 여러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신간이 잇따라 출간됐다. ‘조선의 잡지’는 유득공(1748∼1807)이 쓴 풍속지 ‘경도잡지(京都雜志)’의 ‘풍속’ 편을 뼈대로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의식주, 취미, 놀이, 의례 등 생활상을 들여다본 책이다. 책에 담긴 양반들의 ‘취향’은 놀라운 수준이다. 비둘기를 오늘날의 마니아처럼 극진히 사랑한 양반들도 있었다. 재력이 있는 서울 양반들은 8칸짜리 비둘기 집인 용대장(龍隊藏)을 호화롭게 장식하고 칸마다 다른 종류의 진귀한 비둘기를 키웠다. 누가 더 비싼 비둘기를 많이 사들이냐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경도잡지’는 8가지 비둘기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양반들의 매화나 국화 사랑도 정평이 나 있다. 18세기 화훼 재배가 성행했고, 관련 서적도 쏟아져 나왔다. 화초를 잘 기른다는 말을 들으려면 소철(蘇鐵) 정도는 능숙하게 관리할 줄 알아야 했다. 소철은 주로 중국 동남부, 일본 남부 등 더운 곳에서 자라는 나무로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키우기 쉽지 않았다. 양반들은 온실을 만들어서 이런 식물을 키웠다. 패물인 손칼(粧刀·장도)은 남성들도 차고 다녔다. 칼자루와 칼집을 만드는 데는 은, 옥, 코뿔소의 뿔, 바다거북의 등딱지, 나무, 검은 물소 뿔 등이 쓰였다. 구하기 어렵거나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재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전통문화대 교수인 저자는 문방구, 지붕 장식 등 양반들의 고급스러운 취향뿐 아니라 꽃놀이, 과거 급제 축하 행사, 신입 관리의 ‘군기’를 잡는 면신례(免新禮) 습속 등을 세세하게 담았다. ‘조선 무인의 역사…’는 조선에서 문과(文科)에 비해 덜 조명된 무과(武科)에 대한 연구를 풀어쓴 책이다. 한국사를 연구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2007년 미국에서 출간했다. 책에 따르면 무과는 평민들의 신분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면이 강하다. 16세기부터는 서얼과 천민 출신도 곡물로 값을 치르면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다. 1676년 무과에서 선발된 1만7000여 명의 합격자 가운데 양반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무과 급제자 수도 엄청났다. 1402∼1591년 동안 무과 급제자는 7758명이었지만 임진왜란 이후 15년(1592∼1607년) 동안 약 2만∼4만 명이 무과에 합격했다. 이후 무과가 폐지되는 1894년까지 급제자는 12만1623명이나 됐다. 이들이 모두 무관으로 임용된 건 아니다. 저자는 “조선은 피지배층에 잠재된 체제 전복적 요소가 봉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로 무과를 활용했다”고 말한다. ‘법과 풍속으로 본 조선 여성의 삶’은 여성사에 착목한 충남대 명예교수의 책이다. 혼인, 이혼, 간통 등의 역사가 담겼다. 효종3년(1652년) 정호라는 이가 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종과 간통했다는 게 이유였다. 효종은 “자기에게 누가 미칠 것을 면하려고만 했을 뿐 털끝만큼도 피붙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며 정호를 극형에 처하도록 했다. 저자는 “이때까지만 해도 국가의 대처는 여성의 정절 상실보다 정호의 패륜에 강한 분노를 보였다”며 “그러나 후대로 갈수록 체제의 위기에 봉착한 지배계급이 위신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여성에 대한 성적 규제를 강화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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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향기 따라 책방으로… “꽃집에서 ‘책의 향기’ 느껴보세요”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이상의 ‘날개’에서)같은 더위가 지속되는 요즘이다. 맹위를 떨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열기를 피해 동네 서점에서 책의 향기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 특색 있는 ‘테마형’ 동네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여는 가운데 ‘식물이 있는 서점’이 최근 화제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꽃집과 서점을 결합해 색다른 공간을 만들었다. 16일 서울 양천구 양화초교 앞 생태·문학 전문 서점 ‘꽃피는 책방’은 말 그대로 ‘풀 반 책 반’이었다. 서점 앞 수국은 꽃받침이 연한 녹색으로 변해 한여름임을 알렸다. 찜통더위를 피해 들어간 책방 안에는 나무와 풀 냄새, 책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마침 신발 벗고 올라가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자리가 비었다. 발 뻗은 채 얼음 동동 뜬 겨우살이차를 마시고 ‘나무의 노래’(에이도스)를 펼치자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 거꾸로 매달린 수염 틸란드시아(파인애플과의 식물)와 거베리(석송과의 식물), 말린 안개꽃, 작은 화분 수십 개가 서가와 함께 진열돼 멋들어진 풍경을 자아냈다. 올해 3월 서점을 연 김혜정 씨(37)는 KBS2 ‘영상앨범 산’을 집필한 방송작가 출신의 숲 해설가다. 김 씨는 “길가에 핀 작은 꽃이나 나무열매 하나, 바람결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지하철 9호선 역 인근이라 직장에서 퇴근한 동네사람들이 들러 열기를 식히다 간다”고 말했다. ‘동네 서점’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퍼니플랜에 따르면 꽃집과 서점의 퓨전은 동네 서점의 진화에서 가장 최근 버전. ‘오버그린파크’(서울 영등포구 당산로)가 1년 반쯤 됐을 뿐 ‘순정책방’(서울 강동구 동남로), ‘그리너리’(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곶동책한송이’(경기 시흥시 월곶해안로) 등이 모두 근래 문을 열었다. 여름이면 유독 더 찾게 되는 ‘맥주’와 서점의 결합도 빼놓을 수 없겠다. ‘책맥(책과 맥주) 서점’ 역시 독특한 개성을 갖춘 곳이 늘고 있다. “은하수는 기차와 나란히 격렬하게 달려온 듯 때때로 반짝반짝 빛나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과학책방 ‘같다’는 추억의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에 결정적 영감을 줬다는 단편소설 ‘은하철도의 밤’과 일본맥주 ‘긴가코겐(은하고원)’을 세트로 판매한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자 소설 속 열차에 오른 듯했다. 이 서점에서는 8월 4, 11, 18일 저녁 은하, 달, 별에 대한 천문학자의 강연을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카페 창비(서울 마포구 월드컵로)의 ‘디킨스 ipa’처럼 문인을 기념한 맥주를 발견하는 건 또 다른 재미다. 퍼니플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동네서점은 ‘술이 있는 서점’ 20여 곳을 비롯해 300여 곳. 나만의 시원한 아지트는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을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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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는 맛’보다 ‘듣는 맛’… 급성장하는 세계 오디오북 시장

    카세트테이프, MP3 기기로 어학이나 자기계발 콘텐츠를 듣는 데 머물렀던 ‘오디오 북’이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의 확산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정체된 출판 산업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오디오 북 시장은 발상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오디오 북 시장은 전년 대비 18.2% 성장해 21억 달러(약 2조3600억 원)를 넘어섰다. 전체 출판시장의 약 10% 규모로 2014년 이후 하락세인 전자책 시장을 추월할 기세다. 거대 출판그룹 펭귄랜덤하우스가 모든 신간의 오디오 북 제작 출시를 추진하는 등 출판사들은 오디오 북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새로운 소비 행태도 발견된다. 원래 오디오 북은 이동이나 청소 등 다른 일과 병행하며 들을 수 있다는 장점에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오디오북출판협회(APA)의 이용자 조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디오 북에만 집중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소비자들이 오디오 북을 듣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오디오 북 출시 사례가 있다. 지난해 9월 커뮤니케이션북스가 USB에 담아 출시한 오디오 북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가 완판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도서관용 콘텐츠를 제작해 납품하는 등 기업간 거래(B2B) 시장이 중심이다. 원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출판사들이 오디오 북 시장에 본격 진입해야 소비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출판계는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책 한 권(300쪽 기준)에 약 700만∼800만 원가량 드는 제작비다. 규모가 크지 않은 출판사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제작비 절감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출판사와 낭독자, 녹음스튜디오를 연결하는 오픈 마켓이다. 아마존의 오디오 북 서비스 ‘아마존 오더블’이 운영하는 이 모델은 일종의 개방 오디션 방식. 작가나 출판사가 원천 콘텐츠인 책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낭독자가 오디오 북 샘플을 만들어 올린다. 출판사는 그중 좋은 낭독자를 골라 계약한다. 지난해 6월 기준 8만7000종의 콘텐츠가 이 마켓을 통해 제작돼 유통되고 있다. 제작비는 기존 대비 30∼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환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은 “아마추어 낭독자를 육성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교육 프로그램과 녹음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네이버 오디오클립, 오디언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입해 들을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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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물 장시간 반복 노출땐 ‘팝콘 브레인’ 우려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 청소년(30.3%)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교 저학년생(1∼3학년)의 31.7%, 고학년생(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jjj@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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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래지어 하는 법·생리 대처법 등 성장기 고민도…초등생들 “아이돌보다 유튜버”

    “다들 잘 살아있지?” 13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의 수학 시간. 윤주(11·가명)양은 필통 속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실시간 방송을 켜고 조용히 말했다. 수업시간이었지만 친구들 9명이 접속했다. ‘배고파ㅠ 2시간 만 참자’ ‘ㅋㅋ너무 졸려’ ‘샤프를 바꿨더니 글씨가 예뻐졌다’ 등 대화가 오고갔다. “파공(파우치 속 화장품 공개) 할 사람~”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옆 친구가 소리쳤다. 아이들 3명이 화장품을 가지고 모여 들었다. 친구들은 보름 동안 모은 용돈으로 산 틴트와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면서 저마다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실에는 “지금 방송 켰으니까 빨리 들어와” “좋아요랑 구독 눌러” 등의 소리로 가득 찼다. 액체괴물을 주무르면서 방송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 친구 35명 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한다. 이날 오후 6시 영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윤주는 또 방송을 켰다.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오늘 너무 더워서 화장이 다 지워졌다”고 읊조렸다. 하루 만에 윤주가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은 5개. 논술 학원을 가기 전 저녁을 먹어야 한다던 그는 “어제 친구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먹방’을 찍기로 했다”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연예인보다 친근한 유튜버 따라하기 윤주는 입학 전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자랐다. 영어 만화부터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기존 TV의 역할을 유튜브가 완전히 대체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일상은 유튜브 그 자체였다. 걸그룹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은 이제 유튜버를 모방한다. 연예인보다 더 친근하고 ‘생활 밀착형’ 콘텐츠 위주라 따라하기도 쉽다. 한 유튜버의 ‘엄마 몰래 라면 끓여먹기’ ‘친구 놀래 키기 몰카’ 등 동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 찍어 올린다.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친한 친구들끼리 댓글로 ‘그들만의’ 소통이 이어진다. 성인들의 ‘단체 카톡방’과 유사하다. 하모 씨(44·여)는 “먹방을 꼭 틀어야지 아이가 밥을 먹는다”며 “먹방을 보고 탕수육을 시켜 먹자고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집중하는 법’ 등 공부법(?)부터 성장기 아이의 고민들도 유튜브가 해결해준다. ‘브래지어 하는 법’ ‘초등학교 생리 대처법’ ‘5학년 몸무게’ 등 관련 동영상 댓글에 다른 고민글을 올리고 답을 얻는다. 김민지 양(12)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운 것들을 찾아본다”며 “친구들끼리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계정을 이용해 아이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부터 구글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대상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대부분 초등생들은 부모의 동의 하에 성인들이 이용하는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 부모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계정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11세 아들을 둔 유모 씨(38·여)는 “요새 아이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유명 유튜버”라면서 “유행에 아이가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 아이 유튜버 만들기 광풍 아이들 대상 유튜브 콘텐츠는 ‘핫’하다. 한 초등생이 올린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잡기’ 동영상은 103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열풍마저 분다. 온라인을 맘카페에는 “4살짜리 아들을 유튜버로 만들고 싶어요” “갓난아이로 유튜브 하시는 분 계신가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튜버로 돈 버는 법’ ‘아이 유튜버 만들기’ 등 인터넷 유료 강의도 인기다. “검색어 중복을 피하라” “첫 화면을 잘 꾸며라” 등 조회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팁이 대부분이다. 정모 씨(42·여)는 6살짜리 딸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기 위해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강의를 듣고 있다. 정 씨는 “부업으로 수익도 얻고 아이가 나중에 자기소개서 등에 ‘유튜버’라는 경험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57만 명 구독자를 끌어 모은 ‘마이린TV’ 최린 군(12)의 아버지 최영민 씨(47)는 “유튜브를 시작한 3년 전보다 부모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성공 비법을 공유해달라는 부모들도 많다”며 “유행을 타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광고 수익, 인기 콘텐츠 분석 등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들의 스마트폰 압수하자 기행동을…▼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 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10분짜리 동영상을 클릭 할 때마다 나오는 수십 개의 관련 동영상을 아들은 연이어 시청했다. 그 중엔 여성 유튜버의 신체가 노출된 동영상도 있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쳐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과 청소년(30.3%)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생 저학년(1~3학년)의 31.7%, 고학년(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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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우리, 쉬어갈까요?

    “동해여, 오늘 밤은 이렇게 무더워 나는 맥고모자(밀집모자)를 쓰고 삐루(맥주)를 마시고 거리를 거닙네. …달이 밝은 밤에 해정한(고요한) 모래장변에서 달바라기를 하고 싶읍네. 궂은 비 부슬거리는 저녁엔 물 위를 떠서 애원성(哀怨聲)이나 부르고, 그리고 햇살이 간지럽게 따뜻한 아침엔 이남박(함지박) 같은 물 바닥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놀고 싶읍네.” 시인 백석(1912∼1996)이 1938년 6월 7일 동아일보에 쓴 기행문 동해(東海)에서 발췌했습니다. 근대 문인들이 피서지에서 쓴 글을 모은 신간 ‘성찰의 시간’(홍재)에 실렸네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된 탓인지 ‘한숨 돌리자’는 느낌의 신간들이 눈에 띕니다. 돈과 노동의 굴레에서 ‘탈출하라’(카시오페아)는 사뭇 과격한 책도, 행복의 커트라인을 낮춰 ‘소확행’(글로세움)을 누리자는 책도 있네요. ‘잠깐 쉬다가 계속 쉬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잠시만 제쳐두자고요.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책들의 정원)라잖아요.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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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서울공화국’에서 소외된 지방대생의 목소리

    ‘지방 소외’ 담론은 한국사회의 오래된 주요 의제지만 막상 당사자의 목소리를 조명한 책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평판이 2, 3위권인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그 부모 등 29명을 인터뷰한 연구를 담았다. 저자가 보기에 ‘무한 경쟁을 내면화하고 성공을 목표로 끝없이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개인주의적 청년들’이라는 이미지는 서울 수도권 중심의 스테레오타입에 불과하다. 지방대생은 다르다. 이른바 ‘수단 목적 합리성’에 따라,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어차피 해도 안 된다”고 알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공부를 해도 잘 되지 않았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몰두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겸연쩍다’. 저자는 이를 ‘성찰적 겸연쩍음’이라고 표현한다. “청년들이 속물로 전락했다고 질타하는 담론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는 게 연구 동기였다고 한다. 지방대생은 속물로 전락한 게 아니라 경쟁사회의 바깥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적당주의’ ‘알지 않으려는 의지’ ‘가족만이 최고 가치’ 등이 지방대생의 내면에 담겨 있다고 봤다. 간간이 저자의 해석이 다소 무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 같은 특징이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실패’가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배제는 포섭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가 작동하는 근본 방식이다. 서울 수도권 대학 학생에게 경쟁의 규율을 내면화시키는 건 지방대생을 노동시장의 주변부로 몰아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저자가 발견한 특징은 신자유주의 통치성이 지닌 성공의 일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책의 부제)에서 배제된 이들의 무기력함을 발견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학자의 노고와 선의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자칫하면 이 같은 접근은 지방대 비하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역시 지방대생을 다룬 웹툰 ‘복학왕’이 그런 논란에 별로 시달리지 않았던 건 작가(기안84) 자신이 허우적댔던 이야기로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성급한 일반화’는 아닐까? 책은 연구 결과가 사례를 분석한 예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지방에서는 고향이 상실되지도 않았고, 가족 또한 굳건하다”고 말한다. ‘가족이 버팀목이 되지 못해 가족주의에서 튕겨져 나간 지방대생’도 상당수 있을 법하지만 책은 그에 주목하지 않는다. 평범한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서구 사회과학 개념의 잦은 돌출 탓에 읽기 편치 않은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말마따나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소수자”의 목소리가 빼곡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적지 않은 책이다. 읽다 보면 화자가 지방대생일 뿐, 대다수 보통 서민들의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는 점도 흥미롭다. 지방대생의 자아 찾기가 좌절된 역사, 배제를 내면화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짤막한 에필로그에 저자가 생각하는 대안이 담겼다. 국가는 공적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방대생이 가족 밖으로 나와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독립, 주거 독립을 지원해야 하고, 기업은 경제 일변도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청년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단체와 소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 청년은 가치론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이 인간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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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인륜의 조화 주장한 조선 철학자, ‘갑질’ 만연한 한국사회에 깨달음 주죠”

    당대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뛰어난 사상은 기억하고 연구하는 후학이 있는 한 바스러져 먼지로 흩어지는 운명을 딛고 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으로 살아난다. 조선 후기 평생 밭을 갈고 면화를 기르면서 오로지 독서와 사색을 통해 독창적인 역학(易學)의 경지를 개척한 철학자가 있다. 경북 약목(현 칠곡군) 출신의 학자 일수 이원구(一수 李元龜·1758∼1828)다. ‘이원구 역학―18세기 조선, 철학으로 답하다’를 최근 낸 이선경 조선대 철학과 객원교수(51)는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0일 “주자학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조선 후기 실학의 경세론에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세간에 혹 인륜(人倫)은 높이면서 산업(産業)을 속되다고 하는 자도 있고, 산업은 취(取)하면서 인륜을 가벼이 여기는 자도 있으니 되겠는가?…인륜과 산업은 하나인데, 둘로 하여서 서로 싸우니 애석하구나!”(이원구의 ‘심성록·心性錄’에서) 이 교수에 따르면 이원구는 중국 역학의 수용과 이해를 넘어 자신만의 새로운 사상을 펼쳤다. 핵심은 ‘건곤론(乾坤論)’이다.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괘 위주였던 조선 성리학자들의 역학과는 달리 이원구는 땅을 상징하는 곤(坤)괘에도 주목했다. 이 교수는 “18세기 후반 조선의 모순이 인륜(건)과 산업(곤)의 대립과 분열에 있다고 본 그는 ‘곤’의 현장을 바탕으로 건곤을 통합해 산업 속에서 인륜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대로 치면 경제는 사적 이윤 추구의 장에 그쳐서는 안 되며, 도덕과 정의가 실현되는 장이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이원구는 산업 전체에 ‘권(眷·아끼고 돌보아 잊지 않음)’이 관류해야 한다면서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 없으면 산업은 생명력을 잃는다고 봤다. 그의 사상은 ‘갑질’이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오늘날에 적지 않은 울림을 갖는다. 이원구의 ‘산업’은 물질 생산을 기초로 교육과 법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교수는 “정덕(正德)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건 북학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지만 경세론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탐구는 빈약했다”며 이원구 역학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원구에게는 학맥(學脈)이랄 게 딱히 없다. 홀로 솟아났고, 조용히 스러졌다. 당대 영호남 유림에 그의 이름이 점차 알려졌지만, 제자들이 학단(學團)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이원구를 재발견한 이는 1950, 60년대 한국 철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박종홍(1903∼1976)이었다. 그는 논문에서 이원구가 “300년 뒤 나를 알아줄 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원구의 사상은 한국의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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