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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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교황, 추기경 20명 새로 임명… 한국은 포함안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추기경 20명을 새로 임명했다. 이 중 15명은 교황 선출권을 가지는 80세 미만 추기경이다. 한국인 신임 추기경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황이 추기경을 새로 임명한 것은 지난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19명의 신임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71)도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은 세 번째 추기경을 배출한 바 있다. 바티칸 라디오에 따르면 교황 선출권이 있는 신임 추기경 15명의 출신지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에티오피아 파나마 멕시코 우루과이 통가 뉴질랜드 베트남 미얀마 태국 카보베르데로 유럽과 북미가 아닌 지역 출신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미얀마와 통가, 카보베르데에서 추기경이 배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새 추기경 임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요국의 큰 도시에서만 추기경을 배출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관행에 얽매여 있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추기경 서임식은 다음 달 14일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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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정상회담 첫 언급… 정부 “진전된 자세 의미있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북남 최고위급 회담’은 물론이고 각종 남북대화 개최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조건을 달았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또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제안한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한 당국 간 회담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통 큰 제안’으로 자신이 남북 대화를 주도하려는 점을 과시했다. 정부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관계부처 회의를 거친 뒤 북한의 제안을 적극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적극적인 호응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대화 언급 의미 있다고 판단”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이) 더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 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남북)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워 제안한 남북 당국 회담 승부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박근혜표 대북정책’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역제안 공세’의 성격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남북이 모두 대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는 방향으로 정부 대응 기조가 정리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교류에 진전된 자세를 보인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평가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불과 3시간 전 통일부가 “북한이 신년사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고 자료를 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외신 인터뷰에서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고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진정성과 실천 의지’를 전제로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질적으로 남북 현안을 풀 수 있는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정상회담이 가능하고,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형식은 남북이 협의하는 과정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과 김정은을 모두 초청한 상태여서 남북 정상 간 만남이 다자 무대에서 성사될 수도 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굳이 해외에서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북핵 문제 등 정상회담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제도통일 추구하지 말라”며 흡수통일 우려 정부는 김정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면서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없고 남북관계도 진전할 수 없다”는 태도를 되풀이한 점도 주시했다.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다. “체제 대결을 추구하지 말라” “남북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라” 등의 주장도 여전했다. 김정은이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거론한 제도통일에 대한 거부감은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도 탈(脫)냉전의 정세 변화로 위기감을 느낀 1990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 최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남측이 호응했지만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대신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간 남북 고위급회담이 8차에 걸쳐 진행됐다.○ 고립 탈피, 돈 필요한 북한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다룬 분량이 지난해(1216자)에 비해 두 배 가까이(2109자)로 늘어났다. 김정은 통치에서 남북관계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갑자기 남북관계가 중요해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집권 4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경제 개혁에 다시 한 번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필요성도 남북대화에 나서게 만든 요소라는 것.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3주기 이후 홀로서기가 시급한 김정은이 외교적 고립과 인권압박 등 대외환경 악화로 위기감을 느끼자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 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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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심장에 남는 사람 박준재

    1996년 초겨울, 연변은 몹시 추웠다. 피골이 상접한 탈북자들이 밤마다 두만강을 넘어 몰려왔다. 거리와 마을은 동냥하는 탈북자로 넘쳐났다. 그때 머리 흰 50대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연길에선 가장 넓은 축에 속하는 120m²짜리 아파트를 3채나 사서 탈북 고아들을 데려가 돌봤다. 1999년까지 3년 동안 그곳을 거친 탈북 고아는 200명이 넘었다. 그의 이름은 박준재. 미국 시민권자로 제프리 박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한중수교가 막 이뤄졌던 1992년 즈음 중국에 처음 왔다. 초기엔 흑룡강 성에서 사비를 들여 50여 개의 교회를 만들어 농민들을 전도했다. 미국에서 모텔 사업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가 무엇에 끌려 중국 전도에 나섰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던 중 박 씨는 연변에 탈북자들이 몰려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곧바로 연길로 자리를 옮긴 박 씨는 흑룡강 성에서 전도했던 조선족들의 도움을 받아 탈북 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꽃제비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이 박 씨라는 주장도 있다. 당시엔 연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도 없었다. 탈북 고아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중국 공안에 두 번씩이나 체포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에 가서 잠깐 돈을 벌고는 그 돈을 들고 다시 태평양을 넘어 지구 반대편 중국으로 날아오기를 50여 차례나 반복했다. 그럼에도 2004년경부턴 더이상 탈북자를 돌볼 수 없었다. 당시 탈북자의 공관 진입이 잇따르자 중국 당국은 대대적으로 탈북자를 검거했다. 박 씨는 도와주던 조선족에게 계속 탈북자를 돌본다는 조건으로 연길의 집 세 채를 넘겨주었다. 2004년 11월 23일 그는 마지막까지 돌보던 10대 부흥이를 포함한 6명의 탈북자를 데리고 연길에서 한국행 길에 올랐다. 하지만 유일한 길이던 베트남 루트는 그 즈음 한국 정부가 베트남에 머무르던 탈북자 468명을 한꺼번에 데려오면서 막혀버렸다. 박 씨는 미얀마 쪽으로 새 루트를 개척하기로 결심했고 12월 초 중국 국경을 넘어 미얀마에 도착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관에 두 차례나 연락했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정글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한 이들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미얀마를 거쳐 라오스로 가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박 씨는 어느덧 63세의 노인이 됐지만 항상 일행의 맨 앞에서 열대림을 헤쳤다. 정글에서 헤맨 지 7일 만에야 드디어 라오스가 건너다보이는 메콩 강에 도착했다. 밀항선을 구해 보았지만 1인당 1만 위안을 불렀다. 돈이 없었다. 고민하던 박 씨는 마을 시장에 가 튜브를 사려 했다. 시장을 다 돌아봐야 4개밖에 살 수 없었다. 강을 넘기 전 일행은 시장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박 씨가 기도했다. “하나님, 천국에 가게 해 주세요. 아내에게 미안하고…. 제 아들이 계속 선교활동을 하게 해 주세요.” 무엇을 예감했을까. 그는 이것이 ‘최후의 만찬’이라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일행은 가장 연장자인 박 씨에게 튜브를 양보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이래 보여도 미군 출신이다”라고 주장하며 기어코 여성과 아이들에게 튜브를 넘겨주었다. 그러곤 자신은 배낭만 메고 메콩 강에 뛰어들었다. 유유하게 흐르는 듯했던 메콩 강은 막상 사람이 뛰어들자 사납게 변했다. 일행은 40분 가까이 정신없이 떠내려가다 강 가운데서 보트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일행 중 막내였던 부흥이는 이렇게 회상했다. “물살이 세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느 정도 정신이 든 뒤 돌아보니 할아버지는 안 보이고 배낭만 물에서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였어요.” 부흥이는 나중에 알았다. 박 씨는 헤엄을 잘 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가에서 몇 시간째 할아버지를 부르며 목 놓아 울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일행은 라오스 경찰에 체포됐고 한국 대사관에 통보가 됐다. 하지만 라오스 대사관도 이들을 무시했다. 이들은 목숨 걸고 넘어왔던 메콩 강을 다시 넘어 미얀마 경찰에 넘겨졌다. 미얀마는 이들을 북송하려 했다. 하지만 박 씨의 넋이 이들을 끝까지 지킨 것일까. 미국 시민권자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정부가 미얀마 한국 대사관에 박 씨의 생사 확인을 요청했다. 그제야 한국 외교관이 나타났다. 미얀마 경찰이 말했다. “여기 들어온 북한 사람은 다 북에 보냈지만 너희는 한국 외교관이 왔으니 한국에 가게 될 것이야.” 정글을 헤맨 지 석 달 뒤 그들은 한국에 왔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2005년 1월 2일 메콩 강에서 탈북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박준재, 제프리 박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잊어서는 안 될 그 이름을 다시 부르며 소박한 이 글을 그가 머물고 있을 천국에 바친다. “박준재 할아버지. 당신이 나침반을 들고 처음으로 헤쳤고, 어디엔가 넋이 머무르며 지금도 지켜주는 그 루트를 따라 2만 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왔습니다. 메콩 강에서 당신의 배낭을 건져 올리고 엉엉 울던 막내 부흥이는 얼마 전 컬럼비아대에 입학해 탈북자 최초의 아이비리그생이 됐답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죠?”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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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장 “항로 바꾸겠다” 마지막 교신… 난기류에 휩싸인듯

    로 “악천후와 기류 변화를 만나 심하게 흔들리다가 원을 그리며 바다로 추락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구조당국인 국가수색구조청의 발표를 인용해 에어아시아 소속 QZ8501 여객기의 추락 상황을 이같이 묘사했다. 국가수색구조청이 밝힌 추락 추정 지점은 자바 해역의 벨리퉁 섬에서 약 145km 떨어진 남위 3도22분46초 동경 108도50분7초 해상이다. 현지 언론들은 해당 항공기가 벨리퉁 섬 남쪽 해상에서 선회하다 심한 난기류를 만나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연락두절 직전 ‘비정상적 항로(unusual route)’로의 운항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조코 무리요아트모조 인도네시아 교통부 항공국장대행은 이날 자카르타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공기가 약 3만2000피트(약 9750m) 상공에서 운항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구름을 피하겠다며 3만8000피트로 상승하겠으니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등 외신은 QZ8501기가 이 같은 교신을 하고 6분(AP통신은 4분) 뒤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항공기가 기상 악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악천후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성명을 통해 “해당 항공기는 미리 제출된 항로를 따라 운항 중이었는데, 도중에 기상 사정 때문에 항로 변경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CNN도 “사고 지역은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 일대로 사고 당시 거대한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며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악천후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어서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비행을 강행한 기장의 부주의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리 샤이보 전 미국 교통부 감독관은 “기장은 보통 관제탑으로부터 최신 기상정보를 제공받고, 항공기 레이더를 통해서도 날씨정보를 알 수 있다”며 기장이 기상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악천후 자체가 사고 원인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사고 항공기 기장은 비행시간이 61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고 항공기는 지난달 16일 예정된 정비를 마쳤지만 조종사의 조작 미숙이나 기체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객기가 출발한 수라바야는 동자바의 주도이자 인도네시아 제2도시로 인구는 약 300만 명이다. 한국 교민과 주재원도 1500여 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 실종 사실이 알려진 뒤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탑승자 가족 수백 명이 몰려와 눈물바다를 이뤘다. 사고 직후 인도네시아 당국은 헬기 2대와 선박 6척을 추락 추정 지점으로 급파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수색작업에 동참했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부터 12시간이 지나 밤이 되도록 잔해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수색을 주로 항공기를 사용한 육안 확인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둠이 깊어지면 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28일 오후 5시 반(현지 시간) 기상 사정과 어둠 때문에 수색작업 중단을 선언하고 29일 오전 7시부터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과는 달리 이번의 경우 추락 사고가 유력한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어 조만간 잔해는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자바 해역은 평균 수심이 40∼50m밖에 되지 않아 잔해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고 여객기는 유럽 에어버스사에서 생산된 320-200 기종이다. 이 기종은 좌석이 좌우로 3개씩 있는 소형 여객기로 탑승 정원이 180명이며 최대 항속거리는 5700km이다. 이 때문에 에어버스 320 모델은 중·단거리 노선에 많이 투입되는데 세계적으로 4000여 대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실종된 비행기는 2008년 9월 25일 첫 비행을 시작한, 도입한 지 6년밖에 안 된 비교적 새 여객기다.주성하 zsh75@donga.com·유덕영 기자}

    •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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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보 북한전문기자 - 영화평론가가 본 ‘인터뷰’

    ▼김정은이 감추고 싶은 ‘독재의 허상’ 고발▼신석호 워싱턴 특파원·북한학 박사김정은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북한 당국자들은 사이버테러와 협박을 통해서라도 영화 상영을 막을 만했다. 김정은 자신이 평양에 불러들인 두 명의 미국 언론인에게 목숨을 잃고 북한이 해방된다는 결말은 비록 코미디 영화라지만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헬기를 탄 극 중 김정은이 미국 언론인들이 쏜 대포알에 맞아 불타 죽어가는 장면이나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친 기쁨조와 밤을 즐기는 김정은의 모습이 공개적으로 상영되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비록 영화에서라도 ‘수령’의 존엄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것을 강요하는 ‘유일사상 10대 원칙’에 어긋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특히 민감했을 대목은 북한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들이 ‘수령 절대주의 독재체제’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일 듯하다. 김정은을 처음 인터뷰하는 특종을 잡게 된 앵커 데이브 스카이라크(제임스 프랭코 분)는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과 식사와 농구를 함께하고 기쁨조와 환락을 경험한 뒤 ‘독재 권력의 마력’에 빠져 허우적댄다. 스카이라크는 김정은을 암살하라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령을 거부하려 한다. 하지만 그는 국영상점 식품진열대에 놓인 과일과 음식이 모두 전시용 가짜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눈을 뜨게 된다.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깨달은 스카이라크가 김정은의 생방송 인터뷰 도중 “왜 국민을 굶기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하는 대목에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저급한 상업주의 저작물”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야말로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 전혀 北같지 않은 무성의한 설정에 실망 ▼주성하 기자·김일성대 졸업영화 ‘인터뷰’는 한국에서 상영됐다면 성공하지 못할 영화로 보인다. 후하게 쳐서 10점 만점에 3, 4점 정도 줄 수 있겠다. 일단 영화 전체에서 제작자들이 북한을 모른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평균적 북한 상식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북한 군복을 입은 동양인 배역들을 제외한다면 전혀 북한다운 냄새가 풍기지 않는 배경에서 북한 같지 않은 설정이 이어졌다. 영화 제작자들이 북한 관련 책은 읽어보고 제작했는지 의문이다. 코미디 영화라는데 웃기지도 않았다.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요소를 빼면 작품성은 평가하기 민망한 수준으로 보였다. 영화를 본 뒤 2003년 초 한국에서 흥행 참패를 했던 ‘007 어나더데이’가 생각났다. 당시 영화에 동남아 물소가 밭을 가는 한국 농촌 풍경이 잠깐 등장하자 한국 누리꾼들은 “한국을 비하했다”며 관람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역시 북한 주민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엄청나게 화가 날 것 같다. 그래서 ‘김정은이 오히려 이 영화를 북한에서 상영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제(미국)가 우리를 얼마나 왜곡 중상하고 조선 사람을 멍청하게 묘사해 조롱하는지 생생한 증거가 여기 있다”면서 말이다. 북한 쪽에서 이 영화만큼 훌륭한 반미 교재가 또 있을까 싶다. 마음에 드는 대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영화가 이렇게 목달개(깃받이)까지 붙어 있는 북한 군복을 제대로 만들어낼 줄 몰랐다. 정체 모를 군복에 견장마저 거꾸로 단 북한군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은 이것만큼은 따라 배웠으면 좋겠다. ▼ ‘최고존엄’ 희화화… 번뜩이는 풍자는 없어 ▼강유정 영화평론가수준을 논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이전에도 사담 후세인이나 오사마 빈라덴 등 독재자나 테러리스트를 악당으로 그리는 B급 패러디 영화는 많았다. 그런 영화들은 독재자를 극단적인 악당으로 묘사해 B급 영화다운 전복성을 지녔다. 하지만 ‘인터뷰’는 김정은이라는 인물에 대한 태도가 애매하다. 김정은이 겉으로는 미국 타도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미국 문화에 경도된 오타쿠처럼 희화화하지만 동시에 김정은이 “이런 연극놀이에 지쳤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웃기기 위해 독재자로서 김정은의 이미지를 소비할 뿐 김정은이라는 인물이나 북한 체제를 날카롭게 풍자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렇게 김정은을 강력한 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할리우드 배우인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의 연기는 볼만하다. 하지만 중간 중간 어색한 한국어가 등장하는 데다 김정은 역할의 랜들 파크와 실제 김정은의 일치도가 낮아 이질감이 느껴진다.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운 영화다. 북한의 협박과 개봉 취소 등 일련의 해프닝이 없었다면 그냥 “이런 영화가 있었구나” 하고 잊혀졌을 영화다. 정리=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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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카라과 운하 첫삽… 2020년 완공

    파나마 운하와 세계 2위 운하의 지위를 놓고 경쟁을 벌일 니카라과 운하가 22일 태평양쪽 진입로인 브리토 강에서 착공의 첫 삽을 떴다. 1800년대부터 여러 번 추진됐다가 무산된 불운의 역사를 끝내고 드디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니카라과 운하의 길이는 278km로 확정됐으며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2000개를 실은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파나마 운하에 비해 2배 이상 큰 컨테이너 2만5000개 수송 선박도 통과할 수 있다. 운하가 건설되면 미주 대륙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니카라과는 2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300달러에서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하 건설 및 운영권을 따낸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은 앞으로 5년간 약 500억 달러를 들여 완공한 뒤 2020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HKND는 2012년 8월 홍콩에서 설립됐으며 이사장은 베이징신웨이(信威)통신산업그룹의 왕징(王靖) 이사장이 겸임하고 있다. HKND는 50년간 운하 운영권을 확보했고 보조도로와 항만 공항 철도까지 건설하면 추가로 50년 운영권을 더 받는다. 하지만 건설이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HKND의 자금 동원 능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고 건설 예정지에서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주민 2만9000여 명은 보상금이 충분치 않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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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분석]北 최고존엄 광기뒤엔 ‘장성택 공포’

    최근 석 달간 북한은 ‘최고 존엄 사수’라는 틀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스스로를 포박하고 있다. 10월 초 북한은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3인방의 파격적인 인천 방문으로 모처럼 고립의 탈출구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고 존엄’ 김정은을 모독하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며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갔다. 북한 인권 유린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권고가 담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북한은 최고 존엄 모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한반도 비핵화 무효, 6자회담 거부, 9·19 공동성명 무효”를 발표했다. 최근엔 김정은 암살 소재 영화 상영을 막으려다 해킹 주범으로 지목돼 뜻하지 않게 테러지원국 재지정 위기에 몰렸다. 이와 동시에 체제 생존에 필요한 남한과의 관계 개선도, 미국과의 대화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숙청 바람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한국 정보당국은 최근 몇 달 새 노동당 고위간부 수십 명이 김정은 지시에 대한 태만 등을 이유로 평양 근교 강건군관학교에서 다른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들은 “이런 분위기에선 ‘최고 존엄이 모욕당할 때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우리는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누구나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은 고모부인 장성택조차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는 것이 처형 이유가 되는 현실에서 김정은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숙청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전국이 최고 존엄 사수에 매달리고 있다. 대외담당 기관들의 경쟁적인 충성 과시용 성명과 대외 협박이 이어지고 주민은 충성결의 대회와 기강 단속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 생전에도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북한의 생존전략도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북한의 과민 반응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김정은은 더욱 궁지로 몰릴 수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에 자신들이 가장 아파하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아파하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영화 ‘인터뷰’ 상영 취소 뒤 김정은을 패러디한 비디오 게임이 나온 것처럼 앞으로 외부의 조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북한이 최고 존엄 사수를 부르짖으며 극단으로 대응한다면 세계를 상대로 무한전쟁을 벌이게 되고 경제특구 활성화와 관광을 통한 외화 획득 등 김정은식 개혁도 물 건너간다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3년을 맞은 북한의 민심 동요도 변수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3년을 기다려 보았지만 김정은 시대도 기대할 게 없다,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때에 김정은에게 목숨 걸고 직언할 수 있는 간부가 보이지 않는 점도 김정은 체제의 치명적 결점”이라고 분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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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탄보다 콩”… 라울의 실용주의, 53년 닫힌 美빗장 열다

    “쿠바와 미국은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문명화된 방법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83)이 국영TV 생중계를 통해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특별성명으로 발표하는 동안 쿠바는 환희에 휩싸였다. 성당들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들뜬 사람들이 거리로 달려 나와 얼싸안으며 터뜨리는 환호성이 수도 아바나에 울려 퍼졌다. 수업을 중단한 학교에서도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수십 년의 고립으로 지쳐 있던 쿠바에 이번 발표는 오랜 가뭄에 쏟아진 단비와 같았다. 형 피델 카스트로의 시대에서 단절돼 오랫동안 악연으로 이어져 왔던 미국과의 관계는 동생 라울의 시대에서 해빙을 맞았다.○ 미국 신뢰 얻은 라울의 뚝심 개혁 2008년 병으로 쓰러진 형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라울 의장은 집권 첫날부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의장 취임 연설에서 국유산업의 비효율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뒤 ‘위로부터의 쿠바 개혁개방’ 노선을 선언했다. 이후 6년 동안 라울 의장은 시장경제 체제를 꾸준하게 도입하고 정치범을 잇달아 석방하는 등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개혁 행보를 뚝심 있게 밀고 왔다. 2009년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해 개혁의 걸림돌이 됐던 막강한 ‘형님 사단’을 축출하고 개혁 성향의 인물들을 중용했다. 그 뒤에도 식량배급제 및 정부 보조금의 점진적 축소, 자영업자 육성, 주택 및 중고 자동차 매매 허용, 자본주의식 소유권 도입, 부정부패 척결 등 굵직굵직한 개혁을 주도했다. 2013년엔 해외여행 허가 제도를 없앴으며 2014년엔 신외국인 투자법을 도입해 해외로 망명한 쿠바인의 투자까지 허용하는 등 개방에도 박차를 가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하자 쿠바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256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미국의 찬사를 받았다. 이런 노력 끝에 쿠바는 미국의 신뢰를 얻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7일 성명에서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쿠바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쿠바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밝혔다.○ 피델 카스트로와 미국의 악연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쿠바의 과거 악연이 모두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1962년 만들어진 미국의 대(對)쿠바 금수 조치는 미 의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풀리게 된다. 양국 관계 정상화로 쿠바 경제 파탄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금수조치도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쿠바의 악연은 1959년 피델 전 의장이 사회주의를 선언하고 미국계 설탕 및 석유회사들을 국유화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1961년 국교를 단절했고 그해 4월 쿠바 망명자로 피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피그스 만 침공을 단행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이 피델 전 의장을 암살하기 위해 집권 48년 동안 638번의 암살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쿠바 경제는 파탄이 났고 과거 50년 동안 거의 200만 명이 미국으로 탈출했다. 양국의 수교는 미국의 쿠바 사회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쿠바 인구는 1100여만 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에 사는 쿠바 난민은 2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쿠바에서 145km 떨어진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 이들이 고국에 해마다 보내는 돈은 20억 달러가 넘는다. 망명자 사회 일각에선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몇 달 전 한 대학에서 조사한 결과 쿠바 이민자의 68%가 외교관계 복원에 찬성했고 젊은 층은 90%가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 선수처럼 우수한 쿠바 인재들이 앞으론 더이상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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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껴안은 美, 北에도 손내미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정오(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미국은 대(對)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53년간 지속된 쿠바 적대정책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같은 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도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권좌를 넘겨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쿠바 관영TV에 등장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다”고 쿠바 인민들에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961년 쿠바 공산화와 함께 단절된 두 나라의 외교 관계 회복을 선언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 미국과 관계가 단절된 나라는 북한만 남게 됐다. 특히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미국과 싸워 온 혈맹국가 쿠바가 미국과 손잡은 것에 대해 북한이 느끼는 상실감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임기 2년을 남기고 외교정책에서 업적을 남기려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쿠바에 이어 북한과도 대화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쿠바 봉쇄 정책에 대해 “카스트로 정부가 국민을 옥죄는 명분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은 대북 제재 실효성 논란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대목이다. ▼ 오바마 “쿠바와 외교정상화 협상 개시” ▼美 “테러지원국 해제 검토”지난달 4일 치러진 중간선거를 전후해 미국 당국자들은 비핵화 6자회담과는 별도로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전날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대화를 하는 데 주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대북정책특별대표에 기용된 성 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역시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점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표명해 왔지만 북한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도 지난달 8일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미국인 억류자 2명을 풀어줬다. 하지만 조만간 북-미 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른 워싱턴 소식통은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세 차례나 했고 핵을 포기할 생각도 없어 미국이 당장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쿠바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된다면 북한이 전보다 더 큰 고립감과 대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미국에 이어 한국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진전시키면 평양의 고립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양국 간 여행과 통상 규제 완화, 정보 교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10여 개 항의 구체적인 관계 정상화 조치를 발표했다. 양국의 국교 정상화 선언이 발표되자 중국 정부는 “양측이 정상적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것을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옛 소련 시절부터 쿠바 공산 정부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조치”라고 발표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숭호·주성하 기자}

    •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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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성공회, 500년 역사상 첫 여성 주교 임명

    영국 성공회가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를 주교로 승진 임명했다. 이는 7월 여성에게 주교 문호를 개방하기로 교회법을 개정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잉글랜드 성공회는 17일 리비 레인 체스터 교구 사제(48·사진)를 맨체스터 스톡포트 교구의 신임 주교로 선임해 잉글랜드 성공회 최초의 여성 주교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신임 레인 주교는 앞으로 영국 여왕의 재가를 거친 뒤 스톡포트 8대 주교로 취임하게 된다. 레인 신임 주교는 “스톡포트에서 주교로 봉사하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이날은 자신과 교회에 “뜻깊은 날이 될 것”이라고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레인 주교는 1994년 사제인 일반 목사로 서품 받았으며 남편 역시 성공회 신부다. 성공회는 영국의 국교이며 전 세계에 8000만 명의 신도가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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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쿠바, 54년 적대관계 끝낸다

    미국과 쿠바가 수십 년간의 적대시 정책을 폐지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내년 1월부터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에 돌입하기로 함에 따라 양국은 1961년 쿠바와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 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낮 12시(한국시간 18일 오전 2시) 워싱턴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쿠바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아바나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기간 과거 쿠바 정부를 붕괴시키려 했던 미국의 시도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행동은 미국인과 쿠바인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러한 과거의 유산을 청산하는 것은 오늘날 양국 국민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는 1961년 외교 단절 이후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외교 관계 정상화 △쿠바인의 미국 여행 규제 완화 △미국인의 쿠바 송금 허용 확대 △양국 간 상업적 교역 확대 △쿠바와 외부 세계 간의 통신 기회 확대 등 10여 가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출범 직후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공화당 내 보수파들의 반발에 부닥쳐 성공하지 못했다. 양국 관계는 올해 여름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쿠바가 협조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슬람국가(IS) 및 러시아와의 분쟁 속에서 외교정책의 난관에 부닥친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외정책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바가 간첩 혐의를 받고 5년간 아바나의 정치범 수용시설에 수감됐던 앨런 그로스 씨를 17일 석방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미국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그로스 씨는 2009년 12월 아바나에서 현지 유대인 단체에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후 2011년 쿠바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쿠바 정부는 그로스 씨가 쿠바에서 ‘아랍의 봄’과 유사한 형태의 반정부 활동을 벌이려 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로스 씨를 석방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도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쿠바인 3명을 석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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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 73% “성경 속 아기 예수 탄생 이야기 믿는다”

    미국인의 73%가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명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3일부터 5일간 전국 성인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인 상당수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성경에 기록된 예수 탄생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81%는 아기 예수가 말구유에 뉘어져 있었다는 말을 믿고 있다고 밝혔고,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베들레헴을 찾아가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황,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는 이야기를 믿는다는 응답도 75%에 달했다. 천사들이 목동들에게 나타나 예수 탄생을 알렸다고 믿는 사람도 74%였다. 예수의 동정녀 출생, 말구유 이야기, 동방박사의 여정, 천사들의 등장이라는 예수 탄생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사실이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6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일부만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2%에 그쳤다. 이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응답이 33%에 그쳤던 퓨리서치의 지난 6월 발표와는 상치되는 듯한 조사결과다. 당시 30%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30%는 성경 자체를 아예 인간에 의해 쓰인 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전쟁은 끝났다. 예수가 승리했다”고 표현했다. WP는 “예수 탄생 이야기를 믿는 응답자의 비율은 진화론과 지구온난화, 백신의 효능보다 높았다”며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점이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재산 위에 성탄화와 같은 기독교 상징물을 전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44%는 다른 종교의 상징물을 배제한 채 기독교 상징물을 전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28%는 유대교의 하누카 촛대 등 다른 종교의 상징물들과 함께 전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독교 상징물 전시 자체를 반대하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이처럼 기독교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한 미국 사회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성탄절 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몹시 기대한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성탄절 때 가장 학수고대하는 활동으로는 가족 또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7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연휴 음식을 먹는 것(60%), 공공장소에서 성탄절 음악을 듣는 것(48%), 선물 주고받기(45%), 크리스마스 장식 치장(44%) 순이었다.주성하 zsh75@donga.com}

    •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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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평양에 생긴 주택거래소, 사적 소유 인정 신호탄인가

    김정은 집권 3년간 북한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올해 기자가 입수한 북한 정보 중 가장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몇 달 전 평양에 국가가 운영하는 주택거래소가 화려한 준공식도, 보도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 소식은 지금까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좀 안다면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보일 것이다. 어쩌면 과거 북한이 단행했던 어떠한 경제관리개선조치보다 더 파격적인 변화일 수도 있다. 주택거래소의 등장은 북한이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주택의 사적 거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국가 거래소를 통해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당국이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고 보호해 줘야 할 책임까지 질 수밖에 없다. 북한엔 주택 지분 소유를 명시한 남쪽의 등기부등본과 같은 권리증서는 없다. 매매되는 것은 입사증이라 불리는 국가 주거 허가증이다. 하지만 입사증은 종신 동안 살 권리를 부여하고 상속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재산이다. 중국의 주택 제도가 그렇다. 주택거래소의 탄생은 북한이 공적 소유에 기초한 사회주의 체제에서 사적 소유에 기초한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도미노의 첫 블록을 넘어뜨린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고양이 목에 드디어 방울을 단 것이다. 북한도 그 파급력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양부터 시범적으로 해보고 지방에도 확대할지를 결심할 것이다. 주택거래소의 설립이 시장경제로 가려는 김정은의 의지 때문인지, 아니면 외화가 궁해 어쩔 수 없이 대다수 주택이 음성 거래되는 현실과 타협한 것인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지금 북한에 절실한 개혁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주택거래소의 또 다른 의미는 김정은이 북한 내부의 가장 큰 금맥을 정확하게 찾았다는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지하자원 수출에 외화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북한도 치명적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통치자금이 고갈된 김정은 체제가 내년에 위기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은 통치자금이냐, 사회주의냐 앞에서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보통은 발등의 급한 불부터 끄는 선택을 하게 된다. 북한은 주택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액수는 매매 가격의 1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얼핏 날강도처럼 보이지만 북에선 ‘집데꼬’로 불리는 음성적 주택 거래 거간꾼들이 받는 중개료도 입사증 변경에 드는 뇌물비용까지 포함해 10% 이상이다. 북한이 주택 인허가 시장에 뛰어들면 간부들에게 뇌물로 가던 돈이 고스란히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진짜 돈줄은 수수료가 아니다. 올여름 북한은 평양 10만 가구 살림집 건설 계획이 사실상 실패하자 개인들에게 파격적인 투자 제안을 내놓았다. 짓다 만 아파트를 완공해 팔면 판매 금액의 반은 국가에 바치고 반은 가지라는 것이다. 최근 평양 고급 아파트 가격이 10만 달러를 호가하고 계속 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북한은 반신반의하는 투자자들을 믿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주택거래소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중에 정부가 직접 분양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땅도 공짜이고 군을 동원하면 인력도 공짜니 아파트 장사는 엄청난 수익을 남기게 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바로 휴대전화 허용이다. 북한으로선 체제 유지를 위해선 휴대전화를 허용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눈에 보이는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북한은 휴대전화 붐을 타고 매년 2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개성공단 수입이 1년에 1억 달러가 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다. 매년 통화료 수입도 꼬박꼬박 외화로 들어온다. 주택 거래에 손을 대면 휴대전화와 비교할 수 없는 외화가 생긴다. 대신 당국의 부담도 그만큼 비례해 커진다. 하지만 세상에 쉽게 벌리는 돈이 어디 있던가. 주택거래소의 미래는 물론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과거 북한은 외화 흡수를 위해 국가 직영 외환교환소를 전국에 내왔지만 실패했다. ‘돈쟁이’로 불리는 개인 환전꾼들이 늘 국가 교환소보다 환율을 조금씩 더 주는 바람에 환율 전쟁에서 졌다. 주택거래소도 집데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데다 당국이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날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김정일 사망 3주기인 내일이 지나면 김정은을 보는 북한 주민의 눈빛도 달라질 것이다. 김정은은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던 3년 전 약속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적 고립으로 돈을 끌어올 곳이 없는 한 어떠한 개혁 조치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은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외부에는 김정은이 군부대를 찾아 호전적 발언을 늘어놓는 모습만 비친다. 흔들리는 내부를 다잡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대북정책 담당자들의 눈에도 얼음만 보여선 안 된다. 귀도 함께 열어 얼음장 밑에서 물이 녹아 흐르는 소리도 들어야 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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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톡톡]체 게바라 ‘부전자전’

    쿠바 혁명의 주역인 체 게바라(1928∼1967·사진)의 막내아들이 쿠바에서 오토바이 여행사를 차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게바라와 둘째 부인 사이에 태어난 에르네스토 게바라 씨(49)가 이달 초 쿠바를 여행하는 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5성급 호텔에 묵으며 쿠바를 일주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열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여행사 이름은 ‘라 포데로사 투어’다. 포데로사는 아버지 게바라가 1952년 의대 졸업을 앞두고 9개월간 남미를 여행할 때 탔던 500cc 오토바이 이름이다. 에르네스토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쿠바를 일주하는 6일 코스(푸세르1)와 9일 코스(푸세르2) 등 두 가지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푸세르는 게바라의 어릴 적 별명이다. 비용은 3000달러(약 330만 원)에서 5800달러(약 638만 원) 사이로 쿠바 물가 기준으론 꽤 비싼 편이다. 게바라의 묘역을 포함한 쿠바 혁명의 성지가 여행지에 포함돼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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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 “화성에 수백만년 동안 물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물이 최소 수백만 년간 존재했다는 추정 결과를 8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NASA의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가 보내온 각종 사진과 자료에 따르면 화성 표면의 게일 분화구(지름 154km)는 한때 거대한 호수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예전 화성이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환경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 보면 게일 분화구는 수백만 년 동안 물이 존재했다는 다양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 강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는 삼각주의 모습도 확인된다. 현재 큐리오시티는 게일 분화구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높이 약 5000m의 샤프 산을 탐사 중으로 이 산도 대형 호수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NASA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존 그롯징어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큐리오시티의 탐사 결과는 게일 분화구에 대형 호수와 강, 삼각지가 있었고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생기고 없어졌다는 명확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에 물이 있었다는 것만으론 화성에 과거 생물체가 존재했다는 추론을 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화성이 과거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환경이라는 가정은 가능하다. NASA는 화성에 물이 있어 습하고 따뜻한 날씨를 보인 시기를 약 35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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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경호 소홀’ 北실세 김경옥 처형說

    북한 김경옥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사진)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경호를 소홀히 했다는 의심을 받고 사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르면 10월 초에 김정은 경호에 엄중한 문제를 일으킨 죄명으로 조직지도부의 부장 1명과 김정은 서기실 행사담당 부원 1명이 처형당했다는 소문이 평양 시민들 사이에 은밀히 퍼지고 있다. 시민들은 처형당한 부장이 북한 권력 실세로 부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핵심 3인방 중 한 명이자 김정은 관련 행사를 담당하는 김경옥 1부부장이라고 전하고 있다. 김 1부부장은 7월 9일 전병호 장례식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더이상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김 1부부장이 사형당한 원인은 북한에서 최대 극비사항인 김정은 현지시찰 일정이 새나가 암살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NK지식인연대의 주장이다. 2012년 11월 김정은이 평양 문수거리 류경원과 인민야외빙상관 롤러스케이트장을 동시에 시찰할 때 현지에서 암살을 목적으로 숨겨놓은 기관총이 발견됐다. 이 사건 뒤 김정은 서기실과 호위국 행사과 인원들에 대한 감시와 검열이 시작됐고 결국 김 1부부장에게 책임을 물어 처형했다는 것이다. 암살 시도가 있은 뒤 2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 김 1부부장이 왜 갑자기 처형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 1부부장이 직접 암살시도에 가담했을 수도 있고 최근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조직지도부의 힘을 빼기 위해 눈엣가시 같은 김 1부부장에게 누명을 씌워 숙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NK지식인연대는 “암살 미수사건 이후 김정은이 친족 외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북한 권력 내부가 어수선하다”고 관측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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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평양 부모들 “악” 소리 나는 유치원생 뒷바라지

    평양에도 유치원이 있다. 그런데 유치원 입학식이 끝나면 신입생은 한동안 교양원(교사)들의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철수 어린이, 아침에 뭘 먹었어요? 영희 어린이는?” 이것은 일종의 호구조사다. 아침 식사로 뭘 먹었는지 며칠만 조사하면 그 집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은 언제부턴가 당연한 입학 의례가 됐다. 각 가정의 형편을 파악하는 것은 교양원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유치원은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부모는 유치원 입학 전부터 돈을 낸다. 벽지 비닐장판 페인트 횟가루 시멘트 청소도구 장난감 등 유치원에 필요하다는 항목은 수십 가지다. 대부분 유치원은 입학 때 북한 돈 8만∼10만 원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학 턱’이라는 명목으로 유치원 교사들에게 4만∼5만 원어치를 접대해야 하는 일도 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입학 전에 12만 원이 드는데, 11월 말 북한 환율로 약 15달러에 해당하는 돈이다. 얼핏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하겠지만 쌀 20kg 또는 옥수수 100kg은 살 수 있는 돈이다. 이 정도 식량이면 4인 가정이 한 달 굶지 않고 살 수 있다. 부모들의 ‘유치원살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매달 쌀 3kg과 식비 5000∼1만 원을 내야 한다. 반찬도 챙겨 보내야 한다. 유치원에선 점심에 국과 밥만 주고 그 외 간식으로 매일 우유 1잔과 과자 또는 빵을 한두 개씩 줄 뿐이다. 그뿐이 아니다. 교사들은 다음 날 갖고 와야 하는 각종 항목을 수첩에 적어 아이에게 보낸다. 거기에만 한 달에 5만 원 넘게 든다. 하지만 안 보낼 수는 없는 일. 못 가져가면 아이를 욕하고 벌을 세우거나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교사들이 있다. 어떤 교사는 자기 생일은 물론이고 남편 생일, 집안 대소사 때까지 노골적으로 돈과 물건을 요구한다. 안 주면 아이에게 “너희 부모는 도덕도 없냐”고 욕하기도 한다. 교사가 요구하는 것을 잘 들려 보냈다고 마음 놓아서도 안 된다. 대청소나 환경미화 작업 때 노력 봉사를 요구하는 교사도 있고 도로 보수나 농촌 지원 등 ‘사회동원’을 대신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뇌물 요구는 더 많다. 교사들은 부모의 ‘열성’에 따라 아이에게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일을 했을 때 상으로 주는 빨간 별을 더 주거나, 싸움이 붙었을 때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보답한다. 평양 유치원들도 해마다 자연관찰, 현장학습 등 행사가 늘고 있다. 체육대회도 예전엔 국제아동절인 6월 1일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1년에 3번 이상으로 늘었다. 그때마다 부모들은 죽어난다. 심지어 돈이 없어 아이를 유치원에 안 보내거나 낮은 반을 건너뛰고 높은 반에 보내 빨리 졸업시키려는 부모도 많다. 평양은 교육열이 높은 곳이다. 아이 교육은 부모 재력에 따라간다. 교사들은 돈 내는 아이들만 따로 남겨 국어나 수학을 더 공부시켜 보낸다. 요즘 평양에선 유치원생 시절부터 피아노 배우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배우려면 한 달에 10달러를 내야 한다. 더 많이 내면 선생이 집까지 찾아가 가르쳐준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이 뭘 배울지 뻔하다. 누가 전학이라도 오면 아이들이 몰려와 “너희 엄만 뭐 하니”부터 묻는단다. “(장마당에서) 화장품 장사”라는 식으로 답하면 “돈 좀 빠지니(벌리니)”라고 되묻고 “그냥 그렇다” 하고 받아친단다. 아이들은 집에 가면 엄마들이 모여 장사 이야기를 하는 것만 보고, 유치원에선 부모 돈에 따라 대접받는다. 그러니 아이에게도 집안 경제력이 최대 관심사인 것이다. 평양 유치원에도 등급이 있다. 최고 명문인 창전거리 경상유치원은 비공식 입학금이 500달러다. 또 매달 50달러 이상이 추가로 든다. 김정은이 2012년에 이 유치원을 두 번씩이나 방문했다. 북한 언론은 “장군님의 사랑 아래 어린이들이 훌륭한 교육환경에서” 어쩌고저쩌고하는데 그 유치원 입학에 얼마 드는지는 북한에서 김정은만 모를 것 같다. 참, 이 유치원은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의 단골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유치원은 졸업할 때에도 돈이 든다. 북한엔 졸업식 때 학부모가 돈을 모아 선생에게 기념품을 주는 오랜 전통이 있다. 과거엔 옷이면 무난했지만 요샌 선생이 냉장고 컴퓨터 세탁기 등을 먼저 요구한다고 한다. “나도 돈 많이 써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본전 뽑아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 교사들의 속셈이다. 기념품까지 주고 나면 고달픈 유치원은 드디어 졸업하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 대학이 더 큰 입을 벌리고 차례로 기다리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평양 유치원들은 과거 남쪽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부정적인 모습까지 빼다 닮은 듯하다. 물론 가정의 부담이나 노골적으로 갈취당하는 정도는 북한이 몇 수 위이다. 남북이 서로 경험을 교류한 적도 없는데, 악덕 행태가 닮아 있는 건 참 희한한 일이다. 요즘에는 너무 돈이 많이 들어 아이를 더 못 낳는다는 푸념까지 남북이 닮았다. 이러면서도 북한은 세금 없는 사회주의 무료 교육 제도가 있는 낙원이라고 남쪽을 향해 ‘자랑질’이다. 뻔뻔하다. 정작 북한 부모들은 각종 명목으로 매일 뜯기는 데 지쳐 유료 교육제도가 도입돼 그냥 정해진 돈만 내는 남쪽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나마 살기 좋다는 평양의 유치원들이 이 정도면 지방은 굳이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다. 요즘 북한을 평등의 천국이라 떠들고, 이 말을 침 흘리며 들어주는 남쪽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해서 ‘지상낙원’ 평양의 유치원 생활을 소개해봤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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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톡톡]“흑인차별 발언 후회… 노벨상 메달 팔아서라도 재기”

    “파문을 예상치 못한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 깊이 후회하고 사과한다.”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아 화제가 된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86)이 지난달 2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뒤늦게 과거 발언을 후회했다. 왓슨은 2007년 10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프리카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유는 흑인과 백인의 지능이 똑같다고 전제한 사회정책 때문이다. 모든 연구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왓슨은 “그날 이후 모든 기업 이사직에서 내쫓기고 강연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사회적으로 매장됐다”며 “노벨상을 팔아서라도 생활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왓슨은 유전자(DNA)의 이중나선 구조와 기능의 비밀을 밝혀내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또 그는 인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게놈’ 해독 프로젝트의 초대 책임자를 지냈다. 하지만 흑인 차별 발언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생계가 어려워져 결국 생전에 메달을 경매에 내놓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왓슨의 메달은 4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진다. 낙찰가는 250만∼350만 달러(약 28억∼38억 원)로 예상된다. 왓슨은 “메달을 팔면 모교인 시카고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기부금을 내고 내가 좋아하는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77)의 그림도 사고 싶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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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거슨 한인상가 20여곳 미리 대비… 피해 없는듯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소요 사태로 시내 상가들이 불에 타거나 약탈당했지만 25일 오후 11시 현재(현지 시간 25일 오전 8시)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지 한인 보호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시카고 총영사관의 이준형 경찰영사는 25일 본보와의 전화에서 “좀 더 알아보긴 해야겠지만 한인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소요가 벌어질 것이 이미 예상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지 한인 단체에 이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며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고 보안 조치를 했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동포 사회를 대표하는 조원구 한인회장(68)도 전날 저녁 한인 상점의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퍼거슨에는 현재 한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현지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은 휴대전화 가게와 미용실 등을 합쳐 한두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계들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퍼거슨 시내 한인 상점의 상당수는 흑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미용용품 상점이어서 약탈 등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8월퍼거슨에서 발생한 흑인 소요 사태 때에도 한인 상점 7곳이 약탈 피해를 봤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 기자}

    • 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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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알카에다 “IS, 칼리프국가 선언은 부적절”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중동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작정하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사이에 내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CNN은 22일 “AQAP의 최고성직자 중 한 명인 하리스 빈 가지 알 나드하리가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칼리프(최고지도자) 국가 건설 선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나드하리는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IS가 모든 이슬람교도의 칼리프를 선언한 것은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드하리의 공개 비판은 바그다디가 지난주 IS를 예멘으로 확대한다고 선언하면서 지역 내 독립적 조직으로 군림해온 AQAP 존재를 무시한 데 따른 분노로 해석된다. 실제로 IS가 6월 칼리프 이슬람 국가 설립을 공식 선언한 뒤 급속히 세를 키우자 AQAP 조직원 사이에선 자신들의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이 일었고 일부 조직원은 IS로 전향하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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