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차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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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죽음까지,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사회일반30%
보건27%
칼럼13%
복지10%
인사일반7%
대통령7%
금융3%
사건·범죄3%
  • 전통시장 살리고 취준생도 함박웃음

    홍연표 씨(26)는 올해 초 취업을 준비하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구직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홍 씨가 그나마 경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 덕분이다. 강원 지역 홍보담당자로 근무하는 홍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취업 기회가 거의 사라졌는데,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전통시장의 비대면 판로를 뚫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지역 담당자들은 지역 전통시장과 점포를 직접 방문해 시장별 특화 요소와 상품 정보 등을 수집한다.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소개한다. 6일 현재 약 400개의 시장별 SNS 계정이 생겼고, 이용 정보 등 콘텐츠 1만9000여 개가 등록됐다. 온라인 홍보는 전통시장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년들의 시각으로 상품과 전통시장의 매력을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NS를 본 뒤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대학생 이지은 씨(여)는 “해시태그(#)를 검색해 전통시장 맛집을 찾아왔다”며 “감각적인 사진과 글을 보고 시장을 방문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호응도 크다.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시대 변화에 맞춰 온라인 판매와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방법을 몰라 답답했는데 SNS에 점포를 홍보한 뒤 직접 찾아오거나 주문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고마워했다. 경기 성남시 동신종합시장의 한 상인은 “청년들의 시선으로 점포를 소개한 게시물을 보면서 상품 구성이나 진열 등 가게 운영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며 큰 도움이 됐음을 밝혔다. 전통시장을 홍보하면서 청년들도 업무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공단은 이번에 채용된 직원들에게 각자 원하는 진로에 맞춰 홍보, 마케팅 등의 전문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은 전문기관과 연계해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공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수집된 전국 전통시장 정보를 종합해 지난달 21일부터 ‘다시, 시장’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매주 월·수·금요일 먹거리, 여행 관련 콘텐츠가 올라온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청년들에게 공공기관 업무 경험을 통해 실무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전통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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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육비 안 주는 ‘나쁜 아빠들’ 이렇게 바로잡자 [박성민의 더블케어]

    #1. 김태희 씨(44)의 아들 A군(13)은 올해 7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친아버지를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 씨 남편은 2017년 이혼 뒤 양육비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적반하장으로 올 3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찾아간 김 씨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아들은 아동복지법을 찾아보며 아버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일일이 따졌다. “아빠는 나를 유기, 방임한거다. 정서적 학대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김 씨의 마음도 미어진다. #2. 5년 전 이혼한 배성은 씨(40)의 전 남편은 지난해 3월부터 갑자기 양육비 지급을 중단했다. 전화도 수신을 차단해 연락할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못 받은 양육비는 월 120만 원씩 약 2000만 원에 이른다. 최근엔 중증 자폐증을 앓는 큰 아들(9)을 돌보느라 직장도 그만뒀다. 월 116만 원의 생계급여가 수입의 전부다. 딸이 사는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부모님과도 연락이 거의 끊겼다. 올 추석도 배 씨는 두 아들을 돌보며 집에 머물 예정이다. ● 양육비 미지급 가정 79% 한국에는 유달리 ‘나쁜 아빠들’이 많다. 이혼 뒤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반드시 지급해야 할 양육비를 재산을 타인 명의로 빼돌리고, 주거지를 숨기면서까지 안 주려는 무책임한 아빠들이다. 한국 남자들만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걸까. 문제는 법과 제도다. 양육비 갈등을 단순한 개인 간 채무 관계로 봐 법이 지나치게 간섭할 수 없다는 인식,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안일함 때문이다. 양육비를 제대로 받는 한부모 가정은 그리 많지 않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가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받거나 일시 지급받은 가정은 16.8%에 불과하다. 73.1%는 전혀 받지 못했고, 5.7%는 헤어진 뒤 초기엔 받다가 최근 들어 지급이 중단됐다. 무책임한 아빠들에게 맞서기 위해 강민서 씨(47)는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를 만들었다. 강 씨 역시 전 남편에게서 양육비 약 2억 원을 받지 못했다. 22년 동안 28번의 소송을 거쳤다. 아들이 돌이 되기 전 헤어진 전 남편에게 지금까지 받은 양육비는 270만 원이 전부다. 강 씨의 가장 큰 목표는 ‘아동복지법’ 17조의 개정이다. 아동에게 해서 안 되는 금지 행위에 ‘양육비 미지급’을 포함 시키는 것이다. 강 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대부분은 양육비를 주지 않았을 때 형사 처벌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선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캐나다는 양육비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이거나 미지급 금액이 3000캐나다 달러(약 262만 원) 이상이면 여권 사용이 제한된다. 영국처럼 생활에 불편을 느끼도록 운전면허증을 압수하는 국가도 있다. 이는 양육비 미지급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양육비 채무자가 고의적으로 1년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때 채무자의 신원까지 공개한다. 독일은 최대 3년, 프랑스는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해 악의적인 채무 불이행을 막는다. ● 긴 소송에 지쳐 양육비 청구 포기 한국은 양육비 채무자들이 법망을 피하기가 수월하다. 국내에서 양육비 지급 명령을 어겼을 때 최후의 수단은 감치명령 신청이다.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에 가두는 것이다. 하지만 감치명령의 실제 집행률 20%에도 못 미친다. 감치 집행장의 유효기간은 6개월인데, 그 기간만 피해 다니면 감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자의 소송을 돕고 있지만 작정하고 양육비를 안 주려는 부모를 찾고, 이행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행관리원을 통해 지급된 양육비는 약 666억 원. 하지만 이행률은 35.6%(5715건)로 3명 중 2명은 이행관리원을 거치더라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정부와 국회 뿐이다. 현재 국회엔 양육비 이행 관련 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채무자에 대한 형사처벌,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이 담겼다. 다만 이들 법안이 회기 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과잉입법’일 수 있다는 이유로 폐기 됐기 때문이다. 정지아 변호사는 “한국은 아직 양육비 문제를 일반적인 채무 관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왜 강력한 이행 수단을 줘야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육비 지급 이행을 법원 명령에만 따라야 하는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 소송 기간에 지친 양육자들이 양육비 받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정인 양육비이행관리원 이행개선부장은 “양육비 지급명령을 통해 채무자의 직장에서 양육비를 받는 경우도 많은데, 채무자가 직장을 옮길 때마다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구조다. 해외에선 행정적으로 소송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안전연구센터장은 “양육비는 양육자가 필요할 때 지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지급 제도’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등 유럽 상당수 국가들은 대지급 제도를 운영 중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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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어러블 슈트-3D 푸드 프린터 등 혁신 농업기술 주목

    “현재 한국의 스마트팜(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단계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지능화된 시스템) 보급률은 20% 수준입니다. 한국 기후에 적합한 스마트팜 기술 개발이 시급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24일 ‘2020 대한민국 농업박람회’ 영상 대담에서 한국 농업의 미래 전략에 대해 “고령화와 농업 인력 감소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이 식량 안보를 중시하면서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올해 박람회는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를 주제로 24∼27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장을 직접 찾을 수는 없었지만 4일 동안 농업박람회 홈페이지를 찾은 방문자는 83만여 명에 달했다. 유튜브(71만3000회)와 페이스북(21만5000회)의 누적 방문 건수도 90만 회를 넘었다. 그만큼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농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의미였다. 새롭게 선보이는 혁신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노동력 감소와 농촌 고령화에 대비해 현대식 지게 형태로 디자인된 ‘무동력 웨어러블 슈트’가 눈길을 끌었다. 이 슈트를 착용하면 무거운 과일 상자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다. 작물 수확과 포장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촌에서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3차원(3D) 푸드 프린터’는 식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3차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세한 영양소 조절과 식재료 배합이 가능해진다. 개인 취향에 맞는 맞춤형 식품이나 특수 목적 식품 제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김현우 요리로 대표는 “3D 프린팅 기술로 근섬유 조직을 구성하면 고기와 유사한 지방 조직을 가진 식품도 만들 수 있다”며 “조리법이 공유되고 재결합되면서 식품 생산과 소비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농업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류정하 크리에이터스랩 대표는 버려지는 우유를 활용해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장난감을 개발했다. 류 대표는 “아이들의 장난감 사고와 과잉 공급되는 우유 문제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젖소의 초유를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한 곽태일 팜스킨 대표는 “농촌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전이나 마찬가지여서 청년들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식품으로 세계 시장 공략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소개됐다. 이승우 더패러다임랩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인 개망초를 활용해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뉴욕 퓨처 푸드테크’의 10대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인류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식물성 고기 등 대체 식품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지구와 환경을 위해서도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박람회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과 농축산업 관련 민간 기업 등 140여 곳의 온라인 채용 상담도 이뤄졌다. 귀농 선배들에게 일대일 상담을 받는 기회도 마련됐다. 노주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마트팜솔루션 융합연구단장은 “이번 박람회 같은 행사를 마련해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축사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청년들의 스마트팜 교육 및 창업 등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기술과 인력 육성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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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천사 가로막는 ‘세금 폭탄’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2006년부터 10여 년간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대학에 42억 원을 기부했다. 김구 선생의 항일 투쟁 역사를 알리는 ‘김구 포럼’과 한국학 강좌 개설 등 교육 목적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의 후손들에게 돌아온 것은 27억 원의 ‘세금 폭탄’이었다. 국세청은 2018년 10월 상속세 9억 원, 증여세 18억 원을 부과했다. 해외 대학은 상속·증여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공익재단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1년 5개월여의 심사 끝에 올 6월 조세심판원은 ‘증여세 18억 원 중 10억 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2016년 이후 증여분(23억 원)에 대해선 국세청이 증여세를 납부할 사람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할 통지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 후손들은 2016년 이전 기부한 19억 원에 대한 세금 부과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조세 회피 의도가 없는 공익적 기부에 대한 과도한 세금이 기부 문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금을 깎아서라도 부자들의 기부를 유도하는 해외 사례에도 역행한다. 특히 정부의 재정 지출만으로는 급증하는 복지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민간 기부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기부연금’ 도입, 10년째 제자리걸음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기부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세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13년 0.83%(명목 GDP 기준)에서 2018년 0.73%로 뒷걸음질쳤다. 미국(2.08%)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을 기준으로 한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 2015년 29.9%, 지난해는 25.6%로 하락 추세다. 캐나다(82%), 영국(67%) 등 기부가 활성화된 국가들과 격차가 크다. 이는 기부자 중심의 법과 제도를 얼마나 갖췄느냐의 문제다. 해외에서는 유산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세제 혜택으로 이를 적극 장려한다. 영국이 2011년 도입한 ‘레거시10(Legacy10)’ 제도가 대표적이다. 유산의 10%를 기부하면 40%인 상속세를 10% 깎아주는 제도다. 당시 영국 자산 순위 6위였던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도 약 30억 파운드(약 4조4646억 원)의 재산 중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면 당장 세수는 줄어들 수 있어도 거액의 유산이 사회에 환원돼 얻게 되는 이득이 더 크다. 한국은 전체 기부금 중 유산 기부 비중이 0.5%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은 33%에 이른다. 하지만 세제 지원이 뒷받침되면 유산 기부를 하겠다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1.6%가 “재산 10% 기부 시 상속세 10%를 감면해준다면 유산 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유산을 기부하면서 연금처럼 노후 소득을 보장받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 1843년 도입된 ‘기부연금’이다. 현금이나 부동산을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하면 그 금액의 최대 50%까지를 본인이나 가족이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인에게 기부연금은 노후 대비를 도울 수 있는 제도다. 연금 수급액이 월 150만 원 이상인 고령층이 9.6%에 불과한 현실에서 주택 등 자산을 기부해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19, 20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은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폐기됐다. 주식·부동산 기부해도 활용에 제약 전문가들은 기부 활성화를 가로막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법상 지원제도 검토’ 보고서에서 “기부 활성화에 역행하는 세법 개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기부 규모 및 공익법인도 감소하고 있다”며 “공익사업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 기부 관련 규제다.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기업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기부 받으면 최대 50%의 증여세를 물린다. 비과세 기준은 일반 공익법인은 5%, 성실 공익법인은 5∼20%다. 50%까지 비과세인 일본이나 관련 규제가 없는 영국, 호주, 독일 등보다 주식 기부 규정이 훨씬 엄격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공익법인이 기부 받은 부동산을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수익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부한 유산을 기부자의 뜻에 맞게 쓰려면 유류분(遺留分)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인들이 사망자의 재산 중 일부를 본인 몫으로 주장할 수 있다. 기부자의 뜻과 달리 상속인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경우 갈등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유언의 자유를 우선시하고, 직계비속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아 이런 갈등의 소지가 적다. 전문가들은 유류분 제도가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 경제적 기반이 없는 어린 상속인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시대 상황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해외에서는 선의의 기부자가 과도한 세금을 물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둔 곳도 많다. 독일의 ‘형평면제처분제’도 그중 하나다. 이는 법에 맞게 세금이 부과됐더라도 조세형평에 어긋난 경우라면 세액이 확정되거나 징수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면제하거나 경감해주는 제도다. 올 4월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익 기부 과세에 대한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조세 회피 목적이 없는 선의의 기부에 상속·증여세가 부과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공익기부를 활성화하려면 불합리한 과세에서 기부자를 구제할 수 있는 형평면제처분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부활성화 강조했지만 법안 통과는 ‘0’ 현 정부는 출범 당시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기부문화 활성화’를 제시했다. 2018년 국무총리실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부 투명성 제고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속·증여세법과 공익법인법 개정을 국회와 적극 논의하고, 기부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국민 체감도는 높지 않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기부 관련 법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려면 선의의 기부자에 대한 세금 폭탄을 막을 장치가 절실하다”며 “증여세 감면 등을 통해 고액 기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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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간편식까지 지원품목 확대… 취약층 지원 통한 사회공헌

    서울 중구에 사는 김창수(가명·63) 씨는 독거 중인 청각 장애인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를 꾸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최근엔 긴 장마로 건설 일용직 자리마저 끊겼다.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구에서 운영하던 무료 급식소는 코로나19 확산 후 문을 닫은 날이 더 많다. 김 씨는 “챙겨줄 가족도 없는데, 건강이 더 나빠지면 어떡하나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후 취약계층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경제적, 신체적으로 자립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층의 복지 공백이 특히 우려된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과 접촉이 제한되면서 공공기관의 복지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다. 결식 위험에 처한 노인들도 적지 않다. 한국야쿠르트는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과거엔 발효유와 우유 등 건강음료 제공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 지원 품목을 확대했다. 전국에서 활동 중인 1만1000여 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제품을 전달하며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한다. 지원 대상도 혼자 사는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과 결식아동 등으로 확대했다. 장애인 돌봄 시설, 학교 등 교육기관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물품은 대상자가 요청할 경우에만 비대면으로 전달한다. 이원준 한국야쿠르트 고객중심팀장은 “건강식품에서 간편식으로 지원 품목을 다변화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결식 해소와 함께 안부 확인도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복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1일에는 충남 천안시와 홀몸노인 고독사 예방 협약을 맺었다. 연말까지 천안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홀몸노인 100명에게 ‘잇츠온’ 간편식 제품을 무상 지원한다. 앞선 올해 4월에는 서울 중구와 손잡고 관내 장애인 복지관에서 선정한 100여 가구에 간편식 제품을 전달했다. 전문 요리사와 영양사가 구성한 식단을 주 3회 제공한다. 서울 도봉구의 결식아동 100명에게도 11월까지 소불고기, 미역국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동일 한국야쿠르트 홍보부문장은 “단순한 제품 전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상자의 안부까지 확인하는 것은 프레시 매니저 조직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선대 회장 때부터 이어온 이웃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1994년부터 홀몸노인 돌봄에 나서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의 안부를 묻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연간 수혜 인원은 3만 명에 이른다. 체계적 지원을 위해 2017년엔 30억 원을 출연해 한국야쿠르트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효사랑 안부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에게 건강 제품과 함께 평소 건네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고향을 자주 찾지 못하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전달 대상자와 정기배송 제품을 지정하면 거주지 인근의 프레시 매니저가 직접 전달해 준다. 자녀가 직접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님 안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 고객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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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익법인 기부 주식 중과세 재고해야”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2015년 비영리법인에 오뚜기 주식 3만 주를 기부했다.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계층 지원에 써 달라는 뜻을 담았다. 이 가운데 1만7000주는 남서울은혜교회 몫으로 기부했다. 이 교회는 발달장애아 특수학교를 지원해왔다. 교회는 기부금으로 교육 여건이 열악한 미얀마에 학교를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회는 아직까지 함 회장의 기부금을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증여세 납부 소송을 진행하느라 해당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기업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기부받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를 면제받으려면 일반 공익법인은 취득한 주식이 해당 기업 총 주식의 5%, 성실공익법인은 5∼20%를 넘어선 안 된다. 교회가 주식을 기부받을 당시 일반공익법인의 증여세 면제 한도는 5%. 문제는 이미 오뚜기재단이 10% 가까운 오뚜기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교회에 기부한 주식은 비과세 한도를 넘는 것으로 세무 당국이 판단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부 선진국에 비해 까다로운 주식 기부 규정이 공익 기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에서는 교회가 이겼지만,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현재는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교회가 패소하면 기부금은 사용되지 못한 채 사라질 처지에 놓인다. 기부 당시 오뚜기 주가는 108만 원. 184억 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받았는데, 최고세율 50%를 적용받아 절반을 증여세로 내야만 했다. 그 사이 주가는 58만 원(21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50%의 증여세를 내고 나면 쓸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주식에 세금을 물리는 법은 1991년 처음 시행됐다. 일부 대기업 등이 변칙 증여나 오너 일가의 계열사 우회 지배를 위해 재단을 만들어 주식을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처음에 20%였던 비과세 상한선은 1994년 5%, 2008년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10%로 조정됐다. 그나마 성실공익법인의 최대 상한선이 20%까지 확대된 건 고 황필상 구원장학재단 이사장이 세금폭탄을 맞은 사건이 터진 뒤였다. 2002년 모교에 180억 원가량의 주식을 기부한 황 이사장에게 세무 당국은 6년 뒤 140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9년여 소송 끝에 대법원은 2017년 황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경제력 세습과 무관한,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일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외국의 경우 부자들의 주식 기부를 제한하는 법이 국내에 비해 덜 까다롭다. 일본은 상속세법이 아닌 ‘공익재단법’에 총 주식의 50%만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식 보유 비율이 20%가 넘으면 법인의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면 된다. 영국과 호주, 독일은 보유 제한 규정이 아예 없다. 이러한 기부 규제 완화는 부자들의 고액 기부로 이어진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올해 29억 달러(약 3조3680억 원)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가족이 운영하는 4개 재단과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2006년부터 기부한 주식은 약 374억 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30년 전과 달리 대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강화됐기 때문에 기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익재단을 통한 대기업의 우회 지배를 막기 위해서라면 증여세 대신 공익법인 기부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기업의 경영권과 관련 없는 공익법인에 기부한 주식에는 과세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공익법인의 재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은 공익 활동에 반드시 쓰도록 강제하면 기부금의 부적절한 집행도 막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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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행동-감정변화 세심하게 살피고 눈높이 언어로 불안감 씻어줘야

    #1. 경기 하남시에 사는 정모 씨(36·여)의 아들(1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친구들을 못 보는 게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들어져 응급실을 찾은 적도 있다. 주말에 여행을 가려고 하면 “코로나에 걸리거나 다른 사람들이 돌아다닌다고 욕할 수도 있다”며 외출도 극도로 꺼린다. #2. 4남매를 키우는 김모 씨(38·여)의 큰딸(8)은 최근 원형탈모 치료를 받고 있다. 평소 태권도가 취미인데, 다섯 달째 태권도 학원을 못 다니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기 때문이다. 여섯 식구가 집에만 머물다 보니 서로 부딪치는 일도 잦아졌다. 셋째(5)는 누나들과 싸우면 장난감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팬데믹(대유행)이라는 낯선 재난을 처음 접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아이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학교에 못 가고 친구들과 만날 수 없는 것도 아이들에겐 큰 스트레스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아동상담센터 등엔 이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상담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고민수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손 씻기에 대한 강박증이 심해지거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겪는 아이들이 증상이 심해져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예민한 아이일수록 코로나19를 견디기가 더 버거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연구팀이 올 2∼6월 서울대어린이병원 ADHD 클리닉 환자와 우울증 등으로 내원한 136명을 관찰한 결과 기존 치료에 변화가 없는데도 65%는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활동 감소와 감염에 대한 공포, 친구들과의 교류 단절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족 내 갈등,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엔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을 고민하는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생활 리듬이 무너진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올 4월 11∼17세 청소년 1009명을 조사한 결과 운동 시간은 평균 21분 줄었고, 스마트폰과 게임 등 미디어 이용 시간은 2시간 44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에 빠져 있는 등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많아졌다”며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행동이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언어발달이 덜 된 영유아들은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표출한다. 식사량 변화, 분리 불안, 주의력 저하, 퇴행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접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해 묻는 아이에게 “몰라도 된다”며 무시하거나 “아빠 말을 안 들으면 감염될 수 있다”고 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부모가 아이 눈높이에 맞는 쉬운 언어로 코로나19를 설명하면 아이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가령 ‘거리 두기’ 대신 ‘두 팔 벌린 만큼 떨어져 있기’나 ‘바이러스가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친구들과 당분간 만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시키는 것이다. 부모의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도, 악화시키는 것도 결국 부모에게 달렸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흡수한다”며 “육아 스트레스에 부모가 번아웃(Burnout·소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수 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모든 일상을 챙겨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면 시간을 지키고, 휴대전화나 게임 이용 시간 등 큰 틀의 규칙을 자녀와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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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 더 취약한 ‘코로나 블루’…자살률 줄이려면 ‘내진 설계’ 튼튼해야[박성민의 더블케어]

    배우 지망생 김모 씨(28·여)는 지난달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우울증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김 씨는 5개월 넘게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매달 월세를 내는 것도 버겁다. 생활비를 충당해 온 카페 아르바이트도 지난달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그만뒀다. 그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는 날도 많다”며 “(코로나19의) 끝이 안 보인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성의 정신건강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가장 밀려나기 쉬운 취약 계층인데다, 비대면의 확산으로 사회적 유대감마저 약해졌기 때문이다. 짙어진 ‘코로나 블루’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서두르지 않으면 ‘팬데믹 세대’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0대 여성 자살 시도 2배로 늘어”여성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성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늘었다. 남성이 6.1% 감소했고, 전체 사망자도 2.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남녀 자살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10년, 2011년, 2013년에만 남성 자살률은 오르고 여성은 줄어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여성 자살률만 증가한 것은 1987년 통계 작성 후 올해가 처음이다. 전문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여성 자살률 추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자살사망자(잠정치)는 1만2889명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남성(9109명)이 7.6%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여성(3780명)은 0.07% 감소에 그쳤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2018~19년 연예인들의 자살이 있은 뒤 젊은 여성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다. 하지만 올해의 여성 자살률 증가는 이와는 별개의 흐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줄어든 일자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7월 일시 휴직자 수는 여성이 101만6000명으로 남성(60만8000명)보다 67%나 많았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대면 중심의 서비스업에 집중되면서 해당 업종 종사자가 많은 여성들의 피해가 컸다.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최근 카드 연체율, 주거지원 요청 현황 등을 보면 20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며 “올 들어 서울시의 20대 여성 자살 시도자는 예년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1인 가구가 실직 후 (자살) 고 위험군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돌봄 부담 가중에 기혼여성 스트레스도 증가 “코로나19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정신보건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에 대한 불안감 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외로움이 개인 정신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상담전화 접수 건수는 11먼80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8656건)에 3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여성의 돌봄 부담을 높인 것도 여성의 정신 건강에 악재다. 가족 모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김유라 수원시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센터의 위기개입 사례가 지난해 56건에서 올해 237건(8월 말 기준)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남녀가 같이 재택근무를 해도 여성이 가사나 양육 부담을 더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 젊은 여성들이 처한 현실도 자살률을 높이는 배경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남녀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교육받아 온 20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거나 가정을 꾸린 뒤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했을 때 더 큰 좌절을 느낀다는 것.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여성 자살률은 1951년생(60대)보다 1982년생(30대)이 5배, 1997년생(20대)은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정 폭력, 성폭력에 노출되거나 주거, 일자리 등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접하면서 좌절감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하반기 지표도 우려…선제적 발굴·지원 시급 더 큰 위기는 이제 시작일수도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피해가 컸던 홍콩에선 그 해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전년보다 31.7% 급증했다. 청년, 여성뿐 아니라 고립감을 느끼거나 돌봄이 단절된 다양한 계층에서 자살률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상반기 고용 지표 악화로 인한 고통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인아 교수는 “(경제 위기 시)실업률 증가와 자살률 증가는 대개 6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률 상승은 남성에게 영향이 더 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버티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코로나19 초기에는 ‘다 같이 이겨내 보자’는 연대 의식이 그나마 극단적 선택을 줄였을 수 있다”며 “1, 2년이 지나도 일상이 회복되지 못하면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재난이나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자살률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사회가 외부 충격을 흡수할 ‘내진 설계’를 얼마나 튼튼히 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제 위기를 겪은 상당수 국가들이 이로 인한 ‘초과 자살자’가 생겨났다. 한국도 전년보다 인구 10만 명 당 5명의 초과 자살자가 보고 됐다. 하지만 스웨덴은 적극적인 실업 대책, 취약 계층 주거 지원 등으로 초과 자살자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백종우 센터장은 “자살상담 전화, 실업급여 수급자 등 고용과 복지 행정망에 포착되는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연금 도입 후 노인 자살률이 낮아진 것처럼 각 연령대나 계층에 맞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취약 계층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있어야 자살률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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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난 민달팽이야” 은둔형 외톨이에 가장 필요한건…[박성민의 더블케어]

    김정인 씨(가명·28·여)는 10년차 ‘은둔형 외톨이’다. 세상과 등지고 살아온 시간이다. 그렇게 만든 건 아버지의 폭력이었다. 사업 실패 후 수년 간 빚쟁이에게 쫓겨 다녔던 아버지는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풀었다. 김 씨는 그럴 때마다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의 유일한 은신처였다. 한 번 멈춘 일상은 다시 제 속도를 찾지 못했다. 무단결석을 반복하다 끝내 학교도 관뒀다. 오랜 은둔 생활로 건강도 잃었다. 근육 손실이 심해져 한동안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버거웠다. 몸은 방안에 갇혔지만 김 씨는 10년 내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버리진 않았다. 그러나 방법을 몰랐다. 김 씨는 “누군가 조금 더 일찍 ‘병원에 가보자, 상담을 받자’고 해줬으면 은둔이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사진을 좋아하는 김 씨는 최근 여행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 ● 밖으로 나가고 싶은 외톨이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흔한 편견 중 하나는 자립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 ‘자발적 고립’ 같은 부정적인 꼬리표도 따라 붙는다. 그러나 실제론 김 씨처럼 세상에 발 디딜 방법을 모르거나, 끊임없이 구조요청을 보내는 데도 주위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윤철경 GL학교밖청소년연구소장은 최근 은둔형 외톨이 125명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원한 건 ‘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치료(67%)’였다. 61%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은둔 극복을 위한 지식과 정보(56%),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의 교류(43%) 등이 뒤를 이었다. 38%는 시설에 입소해서라도 상태가 회복되기를 희망했다. 방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고립 청년의 수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를 돕는 데 소극적이다. 공식적인 정부 통계조차 없다. 다만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15~39세의 약 4.2%가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과 출산, 장애 등을 제외하고 스스로 은둔을 택한 경우로 한정하면 0.91%. 해당 연령대의 주민등록 인구를 대입하면 13만5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숫자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 외톨이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실제 규모는 20만~30만 명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한 정책을 찾기 어렵다. 학교 밖 청소년 문제인지, 청년 일자리 문제로 봐야할지,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정책으로 풀어야할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은둔형 외톨이를 청년 문제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청년 정책의 초점은 대부분 대졸 실업자에게 맞춰져 있다. 그나마 일하지 않거나 일할 의지가 없는 ‘니트(NEET)족’에 관심을 갖는 정도다. 이들보다 더 깊게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들은 정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소장은 “일반적인 실업 청년들은 찾아내는 것도, 구직으로 연결시켜 성과를 내기도 쉽다. 그런데 은둔형 외톨이들은 발굴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성과를 낼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으니 정부나 사회의 관심이 적다는 의미다. 은둔형 외톨이의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다 일찍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나타난 일본은 40~64세 은둔 인구가 약 61만3000명(2019년 조사)으로 추산된다. 전체 규모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모든 현(縣)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정신건강 관리부터 구직 지원까지 종합 서비스가 제공된다. 히키코모리 본인과 가족을 돕는 서포터를 적극 양성하고 있다. 윤 소장은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 되면서 고립된 환경에 놓이는 청년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내 자녀에게 은둔 경향이 보인다면 자녀가 대화를 끊고 방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청년 니트와 사회적응실태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은둔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의 특성은 이렇다. 수년간 은둔형 외톨이를 상담해 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량하고 착한 아이, 자책을 많이 하고 인정 욕구가 많은 아이,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아이들….” “부정적 평가에 취약한 아이들이 비난을 받지 않으려다 보니, 학교에서 (경쟁에서) 밀렸을 때 갈 데가 집밖에 없는 경우….” “방임하는 부모뿐 아니라 과잉보호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실제로 은둔형 외톨이들은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 많다. 갈등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기도 한다. 10대 때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어머니의 극단적인 선택을 목격하며 ‘심리적 은둔’에 빠졌었다는 한 모 씨(20·여)는 “모든 문제는 나한테 있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자녀가 은둔에 빠지게 되는 원인의 상당 부분이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부모가 은둔 중인 자녀에게 밖으로 나갈 것을 강요하거나, 일방적인 조언과 충고를 반복할 때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쿠나 미노루 K2인터내셔널 매니저는 “사회와 연결을 끊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다. 그 신뢰는 가족에게서 오는데 부모가 자녀를 다그치거나 평가하려고만 하면 상태가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 은둔 경향이 심하지 않을 때 빨리 심리 상담을 하거나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닫힌 마음을 단번에 열겠다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 아들을 둔 주상희 씨(58·여)는 올 1월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설립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을 돕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10년 넘게 은둔 생활을 해 온 그의 아들(31)도 이제 막 은둔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처음엔 주 씨도 조급했다. 상담과 치료를 받는데도 변화가 없어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난 민달팽이야. 매일 1cm씩 움직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줘.” 실제로 아들은 변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주일을 못 버티고 그만두던 아들이었는데 어느 새 석 달, 넉 달씩도 일하게 됐다. 주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밖으로 나갈 의지가 있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 부스러진 마음이 다시 붙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잠재적 범죄자’ ‘실패자’로 낙인찍는 것도 이들의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한다. 주 대표는 “경쟁만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의 희생양”이라고 했다. 10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해 온 김 모 씨(28·여)는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일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막막하다”며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은둔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직업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노인이나 장애인 정책이 따로 있듯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종합적인 발굴 및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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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기부 관련법, 시대 맞게 개정해야”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은 올해 2월 70대 후원자에게서 1억 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기부 받았다. 후원자는 “어린이 양육과 관련된 곳에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회복지법인이 기부자의 뜻대로 부동산을 처분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부 받은 부동산이 처분이 쉬운 ‘보통재산’이 아닌 ‘기본재산’으로 분류돼 있어서다. 기본재산을 매각하려면 해당 단체 이사회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인 설립 시 출연 받은 재산 위주인 기본재산의 처분을 신중하게 해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기부 받은 부동산까지 기본재산에 편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라 한국컴패션 경영지원실장은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일반 법인들은 기부받은 부동산을 보통재산으로 편입할 수 있어 형평성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활용할 때 제약도 적지 않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기부 받은 부동산의 취득세를 면제해 준다. 다만 △해당 부동산을 5년 내 수익사업에 사용하거나 △3년 안에 고유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거나 △고유 목적에 맞게 사용한 기간이 2년 미만인 상태에서 매각이나 증여를 한 경우는 예외로 규정해 취득세를 부과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처분 조건과 세제 조항 때문에 기부 받은 부동산을 재산세 등 세금만 납부하며 묵혀 두는 경우도 있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가령 기부자가 카페를 기부했다면 이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수익으로 후원 등 목적사업을 하면 된다”며 “수익사업으로 쓰는 것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법인 운영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기부 받은 부동산뿐 아니라 출연 자산을 활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국내 한 장학재단은 오랜 저금리로 인해 최근 장학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엔 출연 자산의 이자로 사업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을 충당했지만 수년 전부터 금리가 너무 낮아져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재단 대표는 출연 자산을 허물어 향후 10년 동안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에게 “기본재산은 허물 수 없다”는 회신을 받고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기부 관련 세제 등을 사회 변화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은 1950년대 제정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기부금을 불투명하게 모금하고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단체들을 관리 및 감독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부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호경 밀알복지재단 특별후원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기부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자산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에선 출연자나 기부자의 뜻에 따라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이 자유롭다. 기부금품 등 자산을 은행에 잠자게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치를 높여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야 한다는 게 재단이나 기부단체의 운영 목표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재단이 당해 수입의 80%를 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미국은 기부자와 재단이 향후 10년 동안의 사업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성과를 공유한다”며 “한국도 기부금 중 기본자산 편입 비율을 제한하고, 당해 수입의 80%는 목적사업에 활용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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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학대에 은둔…그들을 구한건 같은 경험의 또래들

    정슬기(가명·26·여) 씨를 방으로 숨어들게 만든 건 어려서부터 반복된 아버지의 폭언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려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다. 게임 중독과 우울증이 심해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상태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침대로 방문을 막고 가족들에게 마음을 닫았다. 물건을 부수고 깨진 유리를 밟고 다니기도 했다. 은둔 9년 차, 정 씨가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갔을 때다. 2년 전 가족들은 결국 정 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곳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동료 환자들과 친해지면서 서서히 마음 여는 법을 배웠다. 주치의는 정 씨가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외출을 허락하고, 공부도 가르쳐줬다. 은둔 10년 만에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낸 정 씨는 현재 간호조무사 과정을 준비 중이다.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은둔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또 다른 은둔형 외톨이들을 돕기 위해 한데 뭉쳤다. 고립 청년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널과 서울 성북구가 지원하는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이다. 한 달 동안 상담 교육을 받은 뒤 또래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가 자립을 돕는 것이다. K2인터내셔널 오쿠사 미노루 교육팀장은 “은둔형 외톨이들은 외부의 도움에 경계심이 강하다”며 “같은 아픔이 있는 또래들은 공감의 폭이 넓어 상담과 치유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성북구의 한 모임 공간. 상담사와 내담자로 역할을 나눠 질문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상담수업이 진행됐다. 처음 해 본 상담 실습에 질문은 자주 끊겼다. “이 질문을 하면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까 망설여져요”, “상담사는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어려움을 토로하는 참가자들에게 상담 교육을 맡은 박대령 이미아름다운당신 심리상담센터장이 노하우를 알려줬다. “질문을 망설이지 마세요.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질 만큼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게 좋아요. 해결책은 내담자가 스스로 알고 있을 때도 많아요. 답을 알려주기보단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은둔고수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남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의 은둔 생활을 상징하는 단어를 적어 내라고 하자 ‘가정폭력’ ‘죄책감’ ‘완벽주의’ ‘근손실’ ‘쓰레기’ ‘신라면’ 등을 떠올렸다. 10대 때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어머니의 극단적인 선택을 목격하며 ‘심리적 은둔’에 빠졌었다는 한모 씨(20·여)는 “같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며 과거의 나와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은둔은 한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 전체를 고통에 빠뜨린다. 조모 씨(26·여)는 10년째 은둔 중인 동생을 세상으로 꺼내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조 씨는 “동생이 잔소리하는 나를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를 정도로 갈등이 깊었다. 그럼에도 동생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보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규모가 큰 일본도 이 같은 서포터를 적극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40∼64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약 61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전체 규모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공식적인 정부 통계가 없다. 다만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15∼39세의 약 4.2%가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과 출산, 장애 등을 제외하고 스스로 은둔을 택한 경우로 한정하면 0.91% 수준. 주민등록 인구를 대입하면 13만5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숫자일 뿐이다. 설문에 응하기를 꺼리는 은둔형 외톨이의 성향, 조사에서 제외된 40대 이상 세대를 고려하면 30만 명을 넘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참가자들은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회에 복귀하기 위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 동안 은둔 생활을 해 온 김모 씨(28·여)는 “일을 하고 싶어도 지난 10년이 공백으로 남으니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은둔이 길어지지 않도록 직업훈련 등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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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이식 감소 애타는 중환자들… “뇌사판정-기증동의 간소화해야”[인사이드&인사이트]

    올 5월 영국에선 이른바 ‘맥스와 키이라법’으로 불리는 새로운 장기기증법이 시행됐다. 모든 성인이 장기기증자 등록부에 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장기기증의 뜻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 아웃’ 제도 도입이 핵심이다. 이는 환자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는 보호자의 동의율이 92%에 이르는 반면, 그렇지 않을 때는 48.5%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모든 성인을 ‘잠재적 장기기증 동의자’로 간주해 유족의 동의율을 높이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법 개정을 주도한 이는 장기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은 11세 소년 맥스 존슨의 어머니였다. 맥스는 2017년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키이라 볼(당시 9세)의 심장을 이식 받았다. 맥스의 어머니는 애타게 이식을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을 돕기 위해 법 개정 운동을 이끌었다. 영국의사협회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법안”이라며 법 개정을 반겼다. 장기기증에 옵트 아웃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에서 인구 100만 명당 장기기증자가 가장 많은 스페인(48.9명)은 1979년 이 제도를 도입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꿀 수 있었다. 프랑스(33.3명)는 1976년부터, 네덜란드(14.9명)도 올해부터 같은 내용의 법을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는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기증 희망 여부를 묻는 서한을 보내 ‘예, 아니요’를 선택하거나 친척이나 지인에게 결정을 위임하도록 했다. 이미 장기기증이 활성화된 유럽 선진국들이 이처럼 법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이유는 장기이식이 만성질환자들의 고통을 덜어 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의료기술 발달로 질병 사망률은 낮아졌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장기로 연명하거나, 장기이식를 받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이식 대기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 1월 크로아티아(34.6명)는 보건의료의 최우선 순위로 노화, 암 치료와 함께 ‘장기기증 및 이식’을 꼽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00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큰 틀은 2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의료계에선 선진국에 비해 까다로운 뇌사 판정 절차와 보호자의 기증 동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가 입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는 8.7명으로 미국(36.9명), 벨기에(30.4명) 등을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기증 서약 25% 급감 어릴 적 소아당뇨를 앓아 신장과 췌장 기능을 거의 상실한 김모 씨(36·여)는 2014년부터 7년째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식 조건이 맞는 뇌사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만 10차례. 하지만 이식은 매번 무산됐다. 한 번은 보호자의 기증 동의까지 받아 수술실에 누웠지만 기증자의 췌장 상태가 나빠 수술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장기기증 서약을 한 젊은 뇌사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유족들의 반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행히 의료진의 설득으로 며칠 뒤 유족들이 마음을 바꿨지만 뇌사 후 시간이 너무 지체돼 장기는 이식이 어려울 만큼 손상된 뒤였다. 김 씨는 “이제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9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김 씨와 같은 장기이식 대기자는 올 7월 말 기준 4만126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4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말 3만9405명에서 7개월 만에 1857명이 늘었다. 그러나 장기이식 건수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6년 573명이었던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해 450명까지 줄었다. 유족의 반대, 뇌사 판정 지연 등 원인은 다양하다. 그 사이 하루 평균 5.9명(지난해 기준)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올 들어 7월 말 까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4만1512명으로 전년 동기(5만5473명) 대비 25.2%나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학교와 종교기관에서 대면 캠페인을 중단하면서 등록자가 뚝 떨어진 것이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2013년 15만4798명을 기록한 뒤 2018년 7만763명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가 지난해 9만350명으로 6년 만에 반등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수 있는 나이를 만 19세에서 만 16세 낮추면서 젊은층의 호응이 커진 게 주효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장기기증 문화를 더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였는데, 코로나19로 공백이 생기면서 열기가 식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 장기기증 희망자 미국의 20분의 1 수준 지난해 뇌사 판정을 받은 2484명 중 실제 이식까지 이어진 뇌사자는 450명. 1239명(49.9%)은 유족이 의료진과 만나는 것을 거부하거나 상담 후에도 기증에 동의하지 않아 이식 절차가 중단됐다. 뇌사 추정자 통보부터 뇌사 판정 때까지 사망한 경우가 250명, 보호자가 없어 이식 동의를 못 받은 사례도 30명이나 됐다. 지난해 뇌사자 1인당 평균 3.58명이 장기를 이식 받은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5000명 이상이 새 삶을 찾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유족의 동의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를 늘리는 것이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누적등록자는 전 국민의 2.8%(229만 명)로 미국(40%)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장기기증이 활발한 국가에선 기증 희망등록자가 뇌사에 빠졌을 때 보호자의 동의율은 대개 90%를 넘는다. 반면 국내 뇌사자 보호자의 동의율은 33%(2019년 기준)에 머물렀다. 2016년에 52.7%까지 올라갔지만 2017년 장기 기증자 시신 인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커진 탓이다. 의료계에선 뇌사 판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뇌사 판정 중 사망하거나 개복 후 장기 상태가 불량해 이식을 못한 경우는 270건. 이 중 상당수는 뇌사 판정 시간을 조금만 더 앞당겼더라면 이식이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은 뇌사 판정을 받으려면 4단계 과정 중 뇌파검사 1회와 무호흡검사 2회를 무조건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같은 검사를 반복하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 조광욱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검사 시간이 길어져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해외처럼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초음파 검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뇌사판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의료인 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5.3%가 뇌사 판정의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판정 절차가 복잡하다고 답한 45명 중 54.6%는 뇌사판정위원회의 축소나 폐지를 원했다. 비의료인까지 포함해 4∼6인으로 구성해야 하는 뇌사판정위원회를 꾸리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기증 허용대상자 확대 등 활성화 대책 마련 시급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환자를 반드시 ‘뇌사자’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향후 의료 기술 발달과 교통사고 감소 등으로 뇌사자 발생은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스페인 등 유럽 상당수 국가들은 심장이 멈춰 숨진 환자의 장기기증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전체 장기기증의 약 42%, 네덜란드는 59%가 이런 ‘심정지 후 장기기증’이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스페인의 신장 이식 대기 기간이 약 2년인 반면, 한국은 평균 6.2년이 걸린다”며 “한국도 심장사 환자의 장기기증을 공론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기기증이 활성화되려면 급변하는 가족구조 등에 맞춰 제도 운영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장기이식 전 유족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데, 배우자부터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 순으로 선순위자를 규정하고 있다. 장경숙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부장은 “1인 가구가 늘고 예전보다 가족 간 교류가 줄어들면서 유족 찾기가 힘들어졌다”며 “사실혼 관계나 친구 등 보호자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를 기증하는 행위가 망자(亡者)나 유족에게 더 뜻깊은 일이 되도록 예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추모공원을 만들어 기증자의 뜻을 기린다. 유족에게는 최소 18개월 동안 심리상담 등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유족과 이식자의 최소한의 교류도 허용한다. 서신 교환부터 시작해 실제로 만날 수도 있다. 2016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6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고 김유나 씨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올해 초 한국에서 딸의 장기를 기증받은 이식자를 만났다. 이 씨는 “그 만남을 통해 유나의 삶이 사고로 끝나지 않고, 이식자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고 느끼게 됐다”며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기증자와 유족의 자긍심을 높여주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n@donga.com}

    •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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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약층 돕고 노후안정… 기부연금 도입 절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모 씨(69·여)는 죽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오래전 결심했다. 두 자녀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느라 남은 재산은 집 한 채와 소액의 예·적금이 전부. 박 씨의 고민은 집을 기부할 경우 노후가 불안할 수 있다는 것. 100만 원도 안 되는 연금 수입만으론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어렵다. 박 씨는 “평생 번 돈을 좋은 일에도 쓰고, 노후도 보장받고 싶은데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아쉬워했다. 박 씨 같은 이들에게 필요한 게 ‘기부연금’ 제도다. 현금이나 부동산 등을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일부를 본인이나 유족이 연금처럼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집을 담보로 국가가 노후 자금을 보장해 주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 다만 재산을 기부자의 뜻에 따라 사회 취약계층 등에게 사용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선 1843년 기부연금이 도입됐다. 기부연금 규모는 150억 달러(약 17조8500억 원)가 넘는다. 기부자가 연금으로 돌려받는 금액은 기부 금액의 최대 50%다. 연금액은 지급 시점, 수급자의 수와 나이 등에 따라 연금요율을 달리해 결정된다. 수급자가 적고 고령일수록 연금액이 커진다. 미국 기부연금 수급자는 평균 79세이고, 연금으로 받는 돈은 기부 금액의 20% 미만이다. 기부금은 전문 금융기관 등에서 수탁받아 운용하고, 손실이 나더라도 지급을 보장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기부연금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1년 정부와 여당이 기부연금 도입을 추진했고, 이듬해엔 정부안이 입법예고까지 됐다. 그러나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법안은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기부연금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빈곤율(2017년 기준 43.8%)이 높은 한국에 가장 필요한 제도 중 하나다. 정부가 각종 사회보험료나 세금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고령자를 위한 복지 재정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창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회장은 “1인 가구와 비혼 확산 등으로 향후 재산의 증여나 상속 대신 기부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 자산의 약 75%가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인에게 기부연금은 노후 자금 마련에 숨통을 터줄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소득 없이 세금 부담이 늘어난 은퇴자들의 불만이 높다. 노후 버팀목이 돼야 할 연금 수급액은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63만 원에 불과했다. 월 150만 원을 받는 고령자는 9.6%에 그쳤다. 기부연금이 있다면 주택을 기부하고, 주택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평생 연금으로 받아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기부연금 도입을 원하는 국민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20.6%가 기부연금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2016년 조사(16.4%)보다 4.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학생(28.3%), 30대(25.7%), 사별했거나 이혼한 경우(23.8%) 긍정 응답이 많았다. 기부연금을 일찍 도입한 나라에선 자산가보다는 중산층에게 더 인기가 높다. 뉴욕멜런은행에 따르면 2018년 신규 가입한 기부자 511명 중 기부 금액이 10만 달러(약 1억19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74%였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기부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나눔지수(World Giving Index) 보고서에서 한국의 2009∼2018년 누적 기부지수는 126개국 중 38위였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기부연금이 도입되면 기부의 활성화로 취약계층의 사회 안전망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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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WOW~ 농심 ‘신라면 블랙’이 세계 최고 라면!!

    농심 ‘신라면블랙’이 미국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The Best Instant Noodles)’으로 선정됐다. 이 사이트는 신라면블랙에 대해 “진한 소고기 육수와 적절한 매콤함, 슬라이스 마늘과 큼지막한 버섯 조각이 주는 식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기생충에 소개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3위, 신라면건면이 6위, 신라면사발이 8위에 올랐다. ‘베스트11’에 농심 제품이 4개나 포함됐다. 신라면블랙이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LA타임스가 전 세계 31개 라면을 비교한 ‘라면 파워랭킹’에서 3위에 올랐다. 농심 측은 “부드러운 매운맛과 쫄깃한 면발 등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신라면블랙 마니아층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1∼6월) 신라면블랙의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9% 오른 1350만 달러(약 162억 원)로 집계됐다. 농심이 신라면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한 것은 2017년부터다. 신라면은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모든 점포에 입점해 한국 대표 간편식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미국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등 정부 기관 매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 신라면블랙의 수프를 전첨, 후첨 두 가지로 나눈 것도 주효했다. 오래 끓여 진한 맛을 우려내야 하는 수프와 먹기 직전에 넣어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는 수프를 구분해 맛을 업그레이드한 것. 건더기도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려 먹는 재미를 더했다. 신라면 브랜드 파워가 커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농심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미국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 거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51% 올랐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선 79%나 급증했다. 여기엔 코로나19 여파로 ‘홈쿡(홈+쿠킹)’ 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간식’에서 ‘식사’로 농심 라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미국에선 여전히 라면 종주국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 시장점유율 1위(도요수산·46%)와 2위(닛신식품·30%)도 일본 기업이다. 농심은 15%의 점유율로 3위다. 하지만 10년 전 점유율이 2%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무섭다. 농심은 신라면 브랜드를 앞세워 2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신라면 열풍을 이어갈 후발 주자는 신라면건면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진출해 1년도 지나지 않아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미국에서도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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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윤유선 “울타리 없는 아이들 사회가 도와줘야”

    “최근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그렇다고 기부나 후원을 끊기보단 더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사용되는지 잘 지켜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20년 넘게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부와 후원 활동을 해 온 배우 윤유선 씨(51)는 최근 불거진 일부 기부단체의 부실 회계 논란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체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며 온정의 손길을 끊는 후원자가 많아져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있는 국민은 2011년 36.4%에서 지난해 25.6%로 줄었다. 윤 씨는 이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국제구호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필란트로피클럽’의 200번째 회원이 된 것. 필란트로피클럽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약정한 후원자 그룹이다. 21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사무실에서 만난 윤 씨는 “기부단체들이 더 투명한 운영으로 후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45년 차 배우가 기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00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를 잃은 3남매를 만나면서다. 후원은 7년 동안 지속됐다. 아동에 대한 관심은 2012년 아프리카 말라위 아동 후원, 2018년 경북지역 아동 후원 등으로 이어졌다. 윤 씨는 “출발선부터 뒤처진 아이들은 결국 자립도 힘들어진다. 울타리가 될 가정이 없는 아이들에겐 사회가 그 역할을 해 줘야 한다”며 아동 후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랜 기부 활동은 그의 인생철학과 자녀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더 좋은 것을 먹고 입으려는 욕심이 사라졌다. 윤 씨는 “가진 것이 넘쳐서 후원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내 욕심을 줄이면 더 의미 있는 곳에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 씨의 두 자녀도 엄마를 따라 봉사하는 삶을 자연스레 익혔다. 기아대책은 이날 윤 씨에게 필란트로피클럽 위촉패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필란트로피클럽 1호 회원인 노국자 후원자,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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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기부자 클럽 가입한 배우 윤유선 “사회가 울타리 역할 해줘야”

    “최근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그렇다고 기부나 후원을 끊기보단 더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사용되는지 잘 지켜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20년 넘게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부와 후원 활동을 해 온 배우 윤유선 씨(51)는 최근 불거진 일부 기부단체의 부실 회계 논란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체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며 온정의 손길을 끊는 후원자가 많아져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있는 국민은 2011년 36.4%에서 지난해 25.6%로 줄었다. 윤 씨는 이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필란트로피클럽’의 200번째 회원이 된 것. 필란트로피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약정한 후원자 그룹이다. 21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사무실에서 만나 윤 씨는 “기부 단체들이 더 투명한 운영으로 후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45년차 배우가 기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00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를 잃은 삼남매를 만나면서다. 후원은 7년 동안 지속됐다. 아동에 대한 관심은 2012년 아프리카 말라위 아동 후원, 2018년 경북지역 아동 후원 등으로 이어졌다. 윤 씨는 “출발선부터 뒤쳐진 아이들은 결국 자립도 힘들어 진다. 울타리가 될 가정이 없는 아이들에겐 사회가 그 역할을 해 줘야한다”며 아동 후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랜 기부 활동은 그의 인생철학과 자녀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더 좋은 것을 먹고 입으려는 욕심이 사라졌다. 윤 씨는 “가진 것이 넘쳐서 후원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내 욕심을 줄이면 더 의미 있는 곳에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 씨의 두 자녀도 엄마를 따라 봉사하는 삶을 자연스레 익혔다. 기아대책은 이날 윤 씨에게 필란트로피 클럽 위촉패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필란트로피클럽 1호 회원인 노국자 후원자,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 등이 참석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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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함박웃음 짓게 한 ‘동행세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시작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행사에 참여한 전국 50개 시장, 750개 상점의 매출액은 약 38억6000만 원으로 전주 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객 수도 5.2% 늘어난 약 2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 633개 시장이 참여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강점은 대형마트 등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체험 행사와 볼거리다. 4일 강원 동해시 묵호시장에서 열린 오징어 빨리 썰기 행사에는 100명 이상의 고객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강원 속초시 로데오거리 상점가는 점포 10여 곳이 뷔페식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한먹방’ 이벤트로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뮤지컬 갈라쇼와 세미 오케스트라 공연도 열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비대면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라이브커머스(모바일 생방송 판매)도 ‘완판’ 기록을 세웠다. 4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진행된 라이브커머스에선 40분 만에 참뽕간장새우와 바지락라면이 모두 팔렸다. 전통시장의 온라인 전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조봉환 공단 이사장도 직접 판매에 나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낮추기 위해 시장 내 방역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의 은행나무시장은 세균감지기 등 3가지 방역기기를 통과한 고객에게 방역용품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민시장은 3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이 영수증을 지참하면 목걸이형 손소독제를 제공한다. 장마와 휴가 기간이 겹친 6월 말부터 8월까지는 대체로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하는 기간이다. 영세 상점들은 대형마트처럼 대규모 가격 할인도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할인 행사와 즐길 거리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남은 동행세일 기간에도 각 전통시장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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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 걸려 주는게 무슨 긴급지원이냐”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 씨(50)는 요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지원금)’ 신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원금을 언제쯤 받게 될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1일부터 지원금 신청을 받기 시작한 정부는 2주 이내에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 씨는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5일 신청한 윤 씨는 24일에야 ‘신청 완료’에서 ‘심사 진행 중’ 단계로 넘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그는 “고용센터에 전화를 100통 넘게 했는데도 연결이 안 된다. 다른 신청자한테 들으니 한 달 넘게 걸린다는데 이게 무슨 ‘긴급 지원’이냐”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나 소득이 감소한 영세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게 150만 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고 있지만 지급이 늦어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8일까지 98만5019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고용부는 7월 20일까지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114만 명가량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부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원금을 받은 신청자는 10%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신청자가 증빙서류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다시 보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100만 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1300여 명의 기간제 직원을 고용해 신청 서류심사 등 업무를 맡겼는데 숙련도가 낮아 2주 내 처리는 애초에 무리였다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31·여)는 “4일 신청했는데 매출 관련 증빙서류를 빠뜨렸다는 연락을 3주가 지난 26일에야 하더라”고 했다. 고용부는 29일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30일부터 고용부 본부와 지방노동청 전 직원 약 7000명을 투입해 심사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박성민 min@donga.com·송혜미 기자}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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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세 자영업자 벼랑 끝” “최저임금 여전히 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최저생계비보다 여전히 40만 원 부족하다.”(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협상부터 노사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었다. 노사 모두 코로나19 상황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지금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에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맞섰다. 회의는 약 3시간 만에 끝났다.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시급’으로 하고 월급 환산 금액을 병기하는 것만 합의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다음 회의에서 논의된다. 노동계 단일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 의결은 법정 시한(6월 29일)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이의신청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다음 달 중순까지 4, 5차례 추가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15일이다.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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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소상공인” vs “여전히 부족”…최저임금 협상 ‘줄다리기’ 시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최저생계비보다 여전히 40만 원 부족하다”(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협상부터 노사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었다. 노사 모두 코로나19 상황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지금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에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맞섰다. 회의는 약 3시간 만에 끝났다.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시급’으로 하고 월급 환산 금액을 병기하는 것만 합의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다음 회의에서 논의된다. 노동계 단일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 의결은 법정 시한(6월 29일)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이의신청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다음 달 중순까지 4, 5차례 추가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15일이다.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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