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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적 언사를 전하는 조선중앙통신은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선전기관으로 북한 내부 분위기를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보도했다. WP는 조선중앙통신에서 일했던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의 직접 명령을 받아 보도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고 전했다. 그보다 좀 더 복잡한 구조로 김정은이 좋아하고 그에게 득이 될 만한 내용을 미리 알아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WP는 조선중앙통신이 수많은 전략가 극작가 사상자문관 기자들이 수십 번의 회의를 거쳐 보도 내용을 결정하는 협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메시지의 완성도는 높지만 대응 속도가 늦다는 것. 최근 한국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 마감시한을 넘어 조선중앙통신이 거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사례에 해당한다. 1976∼1996년 조선중앙통신에서 일하다 탈북한 장해성 씨는 20여 년 전 남북관계가 크게 경직됐을 때만 해도 내부적으로 6단계의 검열을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러 단계의 내부 감독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뉴스들도 늦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에 따르면 최근 중국으로부터 불법 DVD 유입이 늘고 비밀리에 해외 라디오를 청취하는 북한 주민이 증가해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비록 선택적이기는 하지만 사실(fact)에 기반을 둔 메시지를 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 북한 매체들은 남한 경제가 파산 직전이라고 보도했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는 없다. 그 대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선물을 준 외국 정상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루이뷔통 사무용 가죽 가방(256만 원·사진), 에르메스 골프가방(860만 원) 등 총 4만1000달러(약 4553만 원) 상당의 선물을 오바마 대통령 가족에게 건넸다.}
미국 하원이 북한의 돈줄을 본격적으로 죄기 위한 고강도 금융제재 법안 입법을 추진한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26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정부를 처벌할 수 있는 북한 금융제재 법안을 제출했다. ‘북한 정부에 대한 제재실행 강화와 다른 목적에 관한 법안(HR1771)’에 엘리엇 엥겔 외교위 간사, 스티브 샤벗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테드 포,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브래드 셔먼, 데이나 로러배커 의원 등 6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안을 모델로 한 이 법안은 미국법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정부 기업 개인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 및 기업의 미국 내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하는 달러화 등 자금 확보를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로이스 위원장은 “특정 기업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의 주거래 대상인 중국 내 기업과 은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는 제3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에서는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만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소지가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법안을 발의한 로이스 위원장은 2005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의 2500만 달러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과 같은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모의 미국 여성 앵커가 취재차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돼 반미(反美) 선전에 동원된다. 북한 지도부는 여성에게 빨간색 한복을 차려 입히고 북한식 억양으로 반미 구호를 외치게 하느라 우왕좌왕 진땀을 뺀다. 북한의 모습은 무섭다기보다 ‘코믹’하다. 며칠 전 미국 TV의 인기 시트콤 ‘30록(30 Rock)’에서 북한 관련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이다. 젊은층이 즐겨 보는 토크쇼 ‘존 스튜어트 데일리 쇼’는 최근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한에 대한 내용을 내보냈다. 여기에서도 북한은 위협적이기보다 구식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김정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함께 텍사스 오스틴을 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북한이 황당하다며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북한은 위협적이기는커녕 황당하거나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대상이다. 북한이 도발 위협을 해도 조크(농담)거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한물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나고 조잡한 미국 공격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김정은 정권을 ‘한심하다’ ‘코믹하다’를 넘어 ‘재미있다’며 즐기기까지 한다. 미국에서 북한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은 ‘기괴하다(bizarre)’는 것이다. 최근 저명 월간지 애틀랜틱은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도 기괴하다고 비판했다. 핵위협과 인권유린을 일삼는 북한을 농담거리로 웃어넘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미국인들의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정보가 제한된’ 일반인들의 정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북한과 이란은 단골 비교 대상이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한 수 위지만 북한은 이란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을 170회 언급한 데 반해 북한은 10번에 그쳤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세 차례 TV 토론회에서 이란은 50회 거론됐으나 북한은 단 한 차례 주제로 올랐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적 언행으로 관심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란과는 비교가 안 된다. 물론 미국 외교에서 중동이 갖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란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자체 핵무기 보유에 나서는 것은 미국에 최대 악몽의 시나리오다. 미국에는 북한이 이란보다 예측 가능한 측면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는 위협과 대화의 사이클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지만 이슬람 과격주의 이란은 다르다.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체제 유지가 최대 목적인 북한과는 달리 종교 광신도들이 지배하는 이란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 이란의 위협은 실체적이고 긴급하게 인식되지만 북한의 위협은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김정은이 유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수없이 봤지만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한다고 해서 한국은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란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단체들은 미 의회 행정부 언론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다.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어깨는 그래서 무겁다. 북한의 실상과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 정책,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미국인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당선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하는 대통령으로는 드물게 박 대통령에게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이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조크거리가 아니라 ‘심각한 위협’이라는 것을 미국의 정계나 국민에게 분명히 각인시켜줘야 한다.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신곡 ‘젠틀맨’으로 미국에서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수 싸이가 27일 워싱턴 힐턴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기자단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싸이가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12월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자선공연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는 싸이를 비롯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스티븐 스필버그, 니콜 키드먼 등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싸이는 CBS방송의 초청으로 참석해 CBS 테이블에 앉아 3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를 지켜봤다. 싸이는 이날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CBS 테이블에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재미교포 배우 대니얼 김도 함께했다. 1920년 시작된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워싱턴 언론계의 연례 최대 사교 행사로, 흔히 ‘너드 프롬’(공부벌레들의 졸업파티)으로 불린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치 있는 입담 실력을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앞머리를 내린 아내의 헤어스타일이 인기”라며 미셸 여사의 앞머리와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공개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 “요즘 거울을 보면 ‘아, 내가 더는 예전의 그 건장한 무슬림 사회주의자가 아니구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을 무슬림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하는 일부 보수진영 인사에게 한 방 날렸다. 현재 백악관 기자단은 55명으로 구성됐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앙숙인 폭스뉴스의 에드 헨리 기자가 단장을 맡고 있다. 기자단은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에 만찬을 열어 10만 달러의 자선기금을 모아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전달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은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씨를 최고재판소 재판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 나선 시에 관광 명목으로 입국했다가 체포된 배 씨에 대한 예심이 끝나 최고재판소에 기소돼 조만간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공화국을 전복하려고 책동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배 씨가 국가 전복 기도 혐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배 씨 재판 회부에 대해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26일 그를 접촉했다”며 “해외에 있는 미국 시민의 안전은 우리의 최우선 정책순위”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배 씨 재판 회부는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협상용”이라며 “북한은 배 씨 석방 협상을 위해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유명 특사의 방북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올 초 배 씨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27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재판 회부가 배 씨 석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그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돼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유력 일간지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침략 부정 망언’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지난해 집권 후 많은 기대를 받았고 경제와 국방 등 분야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았으나 최근 삐뚤어진 역사인식으로 자신이 이룬 모든 진전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렸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이 격분하고 있으며 이는 이해할 만한 반응”이라며 “역사는 늘 재해석되지만 ‘사실(fact)’은 있다. 일본은 한국을 점령했고, 만주와 중국을 점령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잇단 과거사 역주행 행보에 대해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이긴 하지만 아베의 ‘수치스러운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친구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이어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잔혹행위를 용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과오를 잊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24일 사설에서 “일본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과거 상처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켜 주변 국가들과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역사의 상처들을 헤집지 말고 일본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4일 “100달러 신권(사진)을 10월부터 시중에 유통한다”며 “3D 위폐 방지 리본 등으로 위조하기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새 100달러 지폐의 앞면 중앙에는 수직으로 굵은 청색 띠가 인쇄된다. 띠에는 ‘100’이라는 숫자와 종(鍾) 모양이 특수잉크로 새겨져 있으며 지폐를 기울이면 도안이 변한다. 그 옆에는 ‘자유의 종’이 들어 있는 구릿빛 잉크병 모양이 있는데 기울이면 색깔이 녹색으로 변한다. 오른쪽 워터마크(빛에 비추면 보이는 투명무늬)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이 인쇄됐다. 왼쪽에는 적외선으로 비추면 식별할 수 있는 가느다란 띠가 들어있다. 앞면에 벤저민 프랭클린 초상, 뒷면에 1776년 독립선언문이 채택됐던 펜실베이니아 독립기념관의 모습을 실은 기본 도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사진) 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미국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혔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발 사건으로 미국인들의 ‘테러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대(對)테러 강경책을 펼쳤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고 있다. 보스턴 테러 직후인 17∼21일 실시해 23일 발표한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부시 재임 기간 업적에 대해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50%)보다는 낮지만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지지율이며 퇴임 전(23%)보다는 크게 높아졌다. 연일 부시 대통령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외교안보에서는 실패했지만 내치(內治)에서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타임지는 이라크전쟁, 관타나모 수감자 고문 등으로 대변되는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는 큰 비판을 받았지만 ‘낙제학생방지법(NCLB)’,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수혜 확대, 불법 이민자 구제 등은 획기적 정책이었다고 23일 평가했다. 퇴임 뒤 그림 그리기로 소일하며 조용히 지내던 부시 전 대통령은 25일 텍사스 주 댈러스의 서던메소디스트대에서 열리는 부시 기념관 및 도서관 헌정식에 참석하며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 자리에는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아버지 부시 등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해외 사절도 대거 초대됐다.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2500만 달러를 기부해 세워진 기념관에는 9·11테러, 이라크 침공,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부시 재임 기간 중 중요 사건들을 보여주는 ‘결정의 순간’ 전시관을 비롯해 기념품 4만여 점이 전시된다. 9·11 코너에는 세계무역센터 잔해물과 부시 대통령이 구조대원들 앞에서 사용했던 확성기 등을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실정(失政)을 드러내는 전시는 축소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있는 그대로 평가 받겠다”며 전시를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수사 당국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이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동생 조하르의 단독 범행으로 국제 이슬람테러조직과는 연계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과정에서 생포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용의자 조하르는 22일(현지 시간)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CNN, AP통신 등은 조하르가 병상 진술에서 “형(타메를란)이 지난주 발생한 공격의 주모자이다. 국제 테러단체가 배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외부 이슬람세력의 지원을 받지 않은 독자적·자생적 테러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진 것. 미국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세력 척결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자국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 형태의 테러에 소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조하르는 “테러공격 아이디어는 인터넷에서 얻었다. 외국 정부나 테러조직의 지시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또 2011년에 사망한 미국 출신의 알카에다 지도자 안와르 알 알라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터넷 설교에 고무돼 테러를 저질렀으며 폭탄 제조법은 알카에다 웹사이트에서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하르는 형이 주모자이며 자신은 테러 공격 일주일 전까지 이런 계획조차 몰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임을 강조하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차르나예프 형제가 ‘자생적인 급진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의 범주에 든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당국은 형 타메를란이 2010년경부터 급속도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들었으며 이후 동생 조하르를 세뇌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타메를란은 유튜브에 급진파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의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으며 이슬람사원에서 “미국 사회와 기독교는 위선적이다”라고 소리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이와 별도로 2011년 보스턴 외곽 월섬 지역에서 발생한 3명 살인사건과 타메를란의 관련성도 조사하고 있다. 타메를란은 피해자 중 한 명과 복싱 연습을 한 사이였으며 이들이 목이 잘려 살해된 방식이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살해수법과 비슷하기 때문에 타메를란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한편 조하르는 대량살상무기 사용과 재산손괴 등 두 가지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유죄가 입증되면 조하르에게 최고 사형 또는 종신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하르에 대한 기소는 이날 베스-이스라엘 병원에서 치안판사가 찾아와 입회한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의식을 회복한 조하르는 기소 절차에 참여했으며 하루 수차례 서면 조사에 응하고 있다. 첫 심리는 다음 달 30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백악관은 조하르를 ‘적국 전투원(enemy combatant)’으로 간주하지 않고 일반 사법체계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행법상 미국 시민권자는 군사재판에 넘기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사법체계를 통해 수많은 테러리스트의 유죄를 입증하고 투옥했다”고 덧붙였다. 테러 발생 일주일을 맞아 이날 보스턴에서는 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폭탄이 터졌던 오후 2시 50분에는 매사추세츠 주민들이 1분간 묵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은 20일 보스턴 외곽 지역에서 이들 형제와 연계된 12명 규모의 ‘테러 휴면세포’를 찾아내 3명을 체포했다. 휴면세포는 은신한 채 공격을 준비하는 테러조직으로, 이들은 모두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조하르와 친구 사이라고 영국 데일리미러는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인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의 사제 폭탄 저장소도 발견했다. 용의자 형제가 사제 폭탄을 가지고 뉴욕 등 다른 지역에서 추가 테러를 계획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당국은 이들 형제와 폭탄 테러를 모의한 배후세력을 찾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에드 데이비스 보스턴 경찰국장은 21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테러에 사용한 폭탄 외에도 많은 사제 폭탄을 갖고 있어 추가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총격전을 벌일 때도 주변에 폭발하지 않은 많은 폭탄이 있었고 형제가 탈취한 벤츠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안에서 급조폭발물(IED)도 찾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총격전 현장에서 폭발물 6개와 수류탄 5개, 권총 3정과 장총 1정, 총알 250여 발 등을 발견했다. 형제는 모두 총기소지 면허가 없었다. 이들 형제가 범행 후 뉴욕으로 이동해 추가 테러를 계획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형제가 경찰과의 추격전 때 벤츠 SUV를 훔쳐 도주하는 과정에서 인질로 잡은 벤츠 차량 주인에게 ‘우리는 뉴욕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배후세력 연계와 관련해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CNN 인터뷰에서 “(사망한) 타메를란이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다게스탄 여행 때 테러조직과 접촉해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도 “당시 테러훈련을 받았을 수 있다”며 “이 여행은 타메를란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방문 중 기자들에게 “형제가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다게스탄에 사는 조하르의 아버지 안조르 씨는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방문 때 함께 지냈다”며 “아들이 테러조직과 접촉한 적이 없으며 주로 친척 집을 방문하면서 보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가족의 한 친구는 타메를란이 다게스탄을 떠나기 전 종교적 신념이 더 굳어진 것 같아 보였다고 전했다. 타메를란은 이 여행에서 돌아온 후 유튜브에 이슬람 극단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의 비디오를 다수 올렸다. 체포 과정에서 중상을 입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동생 조하르는 체포 48시간 만인 21일 오후 8시경(미 동부 시간) 깨어나 조사를 받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밝혔다. 목 부상을 입은 조하르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중요한’ 정보들을 글로 써서 수사팀에 전달하며 조사를 받고 있다. 50여 명의 수사요원이 조하르의 병실을 감시하고 있으며 신문은 FBI 산하 주요 테러 용의자를 수사하는 ‘요주의체포자신문팀’(HIG)이 맡고 있다. 수사당국은 조하르가 목에 입은 총격의 발사거리를 조사한 결과 당초 알려진 대로 추격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맞은 것이 아니라 체포 직전 보트에 숨어 있는 동안 자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 체포가 일단락되면서 수사당국은 20일 범행 동기와 배후 등 수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체포된 조하르 차르나예프(19)가 목에 큰 상처를 입어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여행 및 금융거래 기록, 주변 사람과의 관계, 통화 및 인터넷 사용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건의 주범에 해당하는 형 타메를란이 숨져 수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하르 체포 뒤 “이번 수사에 모든 자원을 배치해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를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0일 “차르나예프 형제가 러시아와 연고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양국이 공조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수사당국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이슬람권인 체첸 자치공화국과 이웃한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숨진 형 타메를란이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체첸 인근 지역을 여행할 때 현지 이슬람 테러조직과 접촉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FBI는 타메를란의 체첸 방문 2개월 전인 2011년 11월 러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그를 신문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북캅카스 반군은 21일 웹사이트에 “다게스탄 무자헤딘 사령관은 캅카스 전사들이 미국에 대해 어떤 군사적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선언한다”고 해명했다. 국제 이슬람테러 조직의 배후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국내의 자생적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형제가 미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고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해외 이슬람 세력과의 연계보다는 알카에다 등에 심취한 이들이 웹사이트에서 폭탄제조 기술을 습득해 테러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 대테러 정책의 방향을 국제 테러조직의 침투 대응에서 개인과 소규모 조직에 의한 자생적 테러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테러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하르 재판에 매사추세츠 주 관할권을 적용하기보다는 연방법원으로 넘겨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테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그럴 경우 최고 사형 구형이 가능하다. 반면 매사추세츠 주는 사형을 허용하지 않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보스턴 테러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를 ‘공공 안전에 대한 예외’로 간주해 미란다 원칙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심문하기로 하자 진보 진영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66년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미란다 원칙은 피의자에게 변호사 선임과 묵비권 행사 권리, 모든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자백은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미 정부는 20일 “추가로 설치한 폭발물이 있는지, 형제 외에 다른 공모자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조하르에게 미란다 원칙 예외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테러범 수사에서 공공 안전 보장을 위해 적시에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미란다 원칙을 유보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활용했다. 이에 대해 진보 시민단체들은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조하르에게 변호사 선임 권리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하르를 일반 형사법원이 아닌 군사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 “이번 테러의 심각성으로 볼 때 조하르를 최상급 테러범에 해당하는 ‘적국 전투원(enemy combatant)’으로 규정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국제 테러집단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미국 군사법정에 회부됐던 테러리스트들이다. 하지만 정부는 조하르가 지난해 9월 시민권을 취득한 미국 시민임을 이유로 내세워 “적국 전투원으로 규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독성물질 리신이 들어있는 편지를 보내 워싱턴을 테러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건의 용의자가 17일 체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오바마 대통령, 로저 위커 상원의원, 미시시피 주 법원 관리 등 3명에게 리신이 포함된 편지를 보낸 혐의로 폴 케빈 커티스 씨(45)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커티스 씨는 위커 의원과 같은 미시시피 주 출신으로 동북부 코린스 자택에서 오후 6시 15분경(동부시간 기준) 체포됐다. 앞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배달된 편지에 의심스러운 물질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FBI 주도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티스 씨는 백악관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후 5시간여 만에 체포됐다. FBI는 커티스 씨가 오바마 대통령과 위커 의원에게 독극물 편지를 보낸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과거 위커 의원에게 ‘병원에서 인간 장기가 밀매되고 있다’는 음모론 내용이 담긴 편지를 수차례 보낸 적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커티스 씨가 오바마 대통령과 위커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는 ‘잘못을 보고도 폭로하지 않으면 무언의 동조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KC다. 이 메시지를 승인한다(강조의 의미)’는 글이 담겨 있다. 이에 앞서 17일 오전 리처드 셸비, 조 맨신 상원의원의 의회 사무실에 의심스러운 우편물이 배달됐으며 칼 레빈,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도 지역구 사무실로 수상한 편지가 배달됐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커티스 씨가 이 의원들에게도 편지를 보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BI는 “오바마 대통령과 위커 의원에게 보낸 독극물 편지와 보스턴 폭탄테러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오전 11시 보스턴 홀리크로스 성당에서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연합 예배에 참석했다. 평온을 찾아가던 보스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다시 한 번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백악관과 의회에 독극물 편지가 배달돼 테러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텍사스 비료공장의 폭발사고 소식까지 전해져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다. 보스턴 폭발사건을 수사 중인 FBI와 보스턴 경찰은 17일 폭파사건 용의자를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CBS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안카메라에 포착된 유력한 용의자는 젊은 백인 남성으로 183∼188cm의 키에 보통 체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회색 후드 티셔츠에 검정 재킷을 입고 흰 야구 모자를 썼으며, 배낭을 메고 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난 지점 인근에 있다가 첫 번째 폭발 직후 자리를 떴으며 곧이어 두 번째 폭탄이 터졌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수사당국은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해 당시 그 장소에서 그 시간에 통화를 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수사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비디오 판독 팀이 결승선 근처에 더플백을 내려놓은 한 명을 확인했다”며 “한 명 이상의 용의자를 조사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수사당국이 2명의 남성을 잠재적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스턴의 존 조지프 모클리 법원은 이날 오후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와 긴급하게 모든 인원이 대피했다. FBI는 ‘코드 레드(Code Red)’ 경계령을 내리고 수색견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리카르도 무티 음악감독은 16일 시카고 심포니센터에서 열린 정기연주회를 보스턴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헌정 공연으로 진행했다.워싱턴=정미경·보스턴=박현진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6일 의회에 독극물 편지가 배달돼 수사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1년에도 9·11테러 발생 직후 의회 등에 탄저균 편지가 배달돼 미국 전체를 테러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다. 미 의회경찰은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미시시피) 앞으로 치명적인 독성 물질인 리신 양성 반응을 보인 편지가 발송됐다고 밝혔다. 이 독성 물질은 위커 의원에게 최종 배달되기 전 거치는 우편물검사센터의 검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편지 봉투에는 테네시 주 멤피스 지역의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 검사센터는 회신 주소가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편지는 세 차례 정밀검사에서 독극물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이 편지를 보낸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검거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리신은 아주까리씨에서 추출한 물질로 호흡할 때 몸속에 들어가거나 혈류에 흡수되면 입자 한 개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다른 생화학 물질보다 구하기가 쉽다. 올해 62세인 위커 의원은 2008년 미시시피 주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으며 2012년 재선됐다. 의회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적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공격의 목표가 된 이유가 아직 불분명하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 편지는 의원들이 전날 발생한 폭발 참사와 관련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배달돼 의회를 바짝 긴장시켰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의심이 가는 편지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지역구 사무실 등에 비슷한 편지가 배달되는지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9·11테러 일주일 뒤인 2001년 9월 18일부터 약 한 달간 당시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원내대표이던 톰 대슐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 사무실과 언론사 등에 탄저균이 묻은 편지가 배달된 적이 있다. 2004년에도 당시 다수당인 공화당 원내대표였던 빌 프리스트 의원실에 리신이 들어 있는 편지가 배달됐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에 대한 수사가 사건 발생 이틀째인 16일(현지 시간)까지 실마리를 잡지 못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은 “수사 당국자들이 지금껏 맞닥뜨린 범죄 현장 중 가장 복잡한 현장이 보스턴이라고 발언했다”며 수사가 예상보다 오래갈 가능성을 점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건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단서나 용의자, 범행 동기를 찾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범인에게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밝히고 FBI 보스턴 지부장도 “지구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겠다”며 총력 수사를 다짐했지만 현장의 증거물 조사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테러 직후 인근 리비어 지역의 아파트를 수색했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당초 용의자로 의심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남성도 혐의가 풀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보스턴 경찰과 소방관 노동조합은 이날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5만 달러(약 5590만 원)의 상금을 제공하겠다며 시민의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수사는 폭탄 잔해물 검사와 현장을 찍은 영상 판독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물은 버지니아 인근 콴티코에 있는 FBI 연구소로 보내 검사를 하고 있다. 잔해물 규모가 워낙 방대해 언제쯤 검사 결과가 나올지 불분명하다고 익명의 수사 당국자가 밝혔다. 폭발물인 압력솥을 분해한 결과 폭탄 제조 과정이 조잡한 것으로 밝혀져 국제 테러조직보다는 미국 내에서 일어난 자생적 테러집단의 공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FBI는 “알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조직이 보스턴 공격과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도 이번 사건이 “(국제 테러조직의) 광범위한 모의에 의해 진행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폭발 장소가 결승점 부근이라 시민들이 영상 촬영을 많이 한 덕분에 수사당국이 많은 영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상의 한 프레임씩 샅샅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FBI로부터 이번 사건의 브리핑을 받은 의원들은 “수사에 큰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범인이 국내 세력인지, 해외 세력인지에 대한 것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평소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꼽혔던 보스턴에 폭발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국인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인 명문대를 두고 있고 시민들의 지식수준도 높은 보스턴은 2010년 미국 안전인증기관 UL이 선정한 ‘어린아이를 둔 가족이 살기에 가장 안전한 도시’ 10곳에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스턴이 진보적 정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국내외 단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스턴은 1960년대 말 미국 반전운동의 중심지로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2001년 9·11테러 당시 피랍 항공기 4대 중 2대가 이륙한 곳이기도 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위해 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었습니다.” 인권이 유린된 북한 주민의 삶을 그린 소설 ‘보육원 원장의 아들(The Orphan Master’s Son)’로 15일 올해 퓰리처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애덤 존슨 스탠퍼드대 영문과 교수(45·사진). 그는 선정 발표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 발간된 소설이어서 거의 잊고 있었는데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떨떨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많은 미국인이 이 책을 통해 북한을 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준도’라는 이름의 보육원장 아들이 북한에서 군인, 정부 요원 등을 거치며 출세 지향적 인물로 살아가다 동료의 부인인 여배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를 탈출시키고 자신은 수용소에 갇히게 되면서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이 소설이 “독자를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깊숙한 곳으로 여행하게 하고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 속으로 이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료 수집과 집필에 꼬박 6년이 걸렸다”며 “노동신문 영문판이 없어 관련 일본 사이트에 들어가 번역본을 읽어야 했다”고 말했다. 2007년 소설의 배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북한을 여행한 그는 “외국인을 봐도 곁눈질 한 번 안 하고 앞만 보는 북한 주민들을 보고 집단 최면에 걸린 로봇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04년 창작 수업 교재로 북한 정치수용소에 대한 책을 택하면서부터다. 책을 읽으면서 북한 수용소의 처절한 삶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북한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그의 책에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김정일도 등장한다. 존슨 교수는 “독재자 김정일의 내면을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총 3권의 소설집을 낸 그는 “이 책이 가장 애착이 가지만 북한에 대한 책을 더 쓰고 싶지는 않다”며 “북한 주민의 고통 받는 삶에 대해 쓰는 작업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지난해 퓰리처상 위원회가 소설 부문 대상자가 없다며 수상작을 발표하지 않아 문학계의 큰 반발을 산 뒤 올해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어서 더 감회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퓰리처상 보도 부문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월마트의 멕시코 뇌물 사건 기사로 탐사보도 부문, 중국 고위층 부패로 국제보도 부문 등 4개 부문을 수상해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보스턴 마라톤 연쇄 폭발 사건’이 미국 사회를 노린 계획적 테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범인이나 확실한 용의자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알카에다 등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테러집단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그리고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합동으로 보스턴 외곽 지역인 리비어의 워터스에지 아파트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보스턴 경찰은 “요주의 인물과 관련된 곳”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곳에서 압수한 물품들을 가방에 넣어 수거해 갔다. CNN방송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 아파트 수색이 폭발 현장에서 붙잡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남성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경찰은 폭발 현장에서 다리를 다친 채 도망치다 시민들에게 붙잡힌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남성을 병원에서 조사했다. 20세인 그는 학생비자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사에 협조하고 있지만 폭발과의 연관성은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또 운동복 차림에 검은 가방을 등에 메고 외국인 말투를 쓴 ‘흑인 또는 짙은 피부색을 가진 남성’을 찾고 있다. 이 남성은 첫 번째 폭발이 있기 5분 전 접근 제한지역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현재 테러 배후세력이 국제테러조직이나 미국 내 자생적 테러세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알카에다 등은 수차례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을 경고해 왔지만 보안조치 강화로 국내 잠입이 쉽지 않아 배후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잇단 총기난사 사건 등으로 볼 때 국내 반발단체 또는 개인에 의한 범행 가능성이 높지만 그러기에는 사건 수법이 지나치게 대담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부 시리아 북한 등 적대국에 의한 테러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폭발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북한 소행으로 추정하는 글들이 확산되고 있지만 북한이 저질렀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건 이후 미국 내 주요 도시와 세계 각국의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미 국토안보부 비밀수사국은 백악관 주변 경계를 강화했고 백악관 입구 펜실베이니아 도로와 주요 진입로를 차단했다. 매사추세츠 주와 뉴햄프셔 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에 대한 검문검색도 강화됐다. 뉴욕 경찰은 폭발 직후 공공건물 호텔 등에 100여 명의 긴급대응팀(CRT)을 배치했다고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과 일본은 15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내건 ‘조건부 대화’를 제시했다. 한국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까지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도쿄(東京)공업대를 찾아 “미국은 진정하고도 신뢰할 만한 비핵화 교섭의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상황 악화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은 이미 했던 약속들을 존중한다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조치란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합의 등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각종 비핵화 관련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일본도 대화의 문을 닫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케리 장관을 만나 “북한이 도발적인 언행을 반복해 긴장을 높이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제재 조치 등을 포함해 긴밀히 (미국과)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케리 장관은 “북한 핵 위협이 해소되면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축소할 용의가 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케리 장관은 1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때문에 MD를 추가 배치했는데 북한 위협이 사라진다면 그럴 필요성은 없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 측과) 어떤 합의나 대화도 없고 실제 협상 테이블에 올려진 것도 없다”며 “북한 때문에 위협받는 괌, 하와이, 미국 본토 일부, 동맹국 방어를 위해 배치했던 바로 그 MD의 축소를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전날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은 동아시아에 증강 배치한 MD를 축소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AP통신 등 일부 외신과 일부 국내 언론은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아시아 MD 시스템 축소를 제안했다”고 해석해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이 같은 확대 해석이 나오자 자신의 발언은 미국의 아시아 MD 시스템 전반이 아니라 최근 괌에 투입한 중거리 미사일 요격망 ‘고고도방어체계(THAAD), 한반도에 전진 배치한 두 척의 MD 장착 구축함에 제한된 것임을 확실히 정리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도쿄=박형준·워싱턴=정미경 특파원 lovesong@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회동한 뒤 “북한은 호전적인 접근을 중단하고 온도를 낮춰야 한다”며 “아무도 한반도에서 분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세계의 모든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유엔 제재를 포함한 국제 기본 규칙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미국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국민을 보호하고 역내 동맹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지속되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대치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침착하고 원칙 있는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을 포함해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이웃 국가들은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게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반 총장이 양자 회동을 한 것은 2011년 2월 말 백악관에서 중동 정세를 논의한 후 2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도 올 2월 국정연설 후 2개월 만이다. 한편 반 총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한국어로 김정은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오후 6시 방영된 CNN ‘울프 블리처의 시추에이션 룸’에 출연한 반 총장은 앵커인 블리처가 “카메라를 보고 김정은에게 한국어로 직접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요청하자 한국어로 “김정은 위원장님에게 진심으로 말씀드리겠다. 민족의 궁극적인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를 통해 모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근 일어난 모든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시고 대화의 창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직후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CNN 출연을 즉각 수락했다고 유엔 관계자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뉴욕=박현진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