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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북한 병사가 폐렴과 B형 간염, 패혈증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귀순 병사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19일 “환자의 가슴 사진에서 폐렴이 진단돼 치료 중인 데다 B형 간염도 발견돼 간 기능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패혈증까지 걸려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폐렴은 총상으로 폐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패혈증은 엄청난 양의 혈액 주입과 복부 총상으로 인한 감염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형 간염은 북한에 여전히 만연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간의 염증 질환으로 방치하면 간경화, 간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병원 측에서 귀순 병사에게 사용한 혈액은 지금까지 40유닛(약 16L)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 몸 안의 전체 혈액이 4∼6L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3, 4배에 이르는 혈액을 투여한 것이다. 병원 측에 따르면 귀순 병사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혈압이 70mmHg 이하로 떨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환자가 이런 상황을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귀순 병사는 상황이 너무 급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단층촬영(CT)조차 하지 못한 채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고 한다. 또 혈액형을 판정할 시간이 없어 응급용 O형 혈액을 수혈했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병원의 다른 관계자는 “귀순 병사를 상대로 현재 3차 수술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15일 2차 수술 당시 몸속에 있던 총알을 전부 제거했고, 끊어진 혈관과 장기를 이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수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조건희 기자}
국내 장기이식법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생체 폐 이식을 국내 병원이 시행해 처음으로 성공했다. 생체 폐 이식은 국내법상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 시행하고 있어 생체 폐 이식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팀은 지난달 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의 기능을 모두 잃은 오모 씨(20·여)에게 아버지(55)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모 씨(49)의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하는 국내 첫 생체 폐 이식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환자는 현재 일반병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오 씨는 원인을 모르는 폐고혈압으로 인해 이미 심장이 한 번 멈췄고, 언제 심장이 다시 멈출지 모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약 없이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던 중 부모가 딸에게 폐 일부를 각각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장기이식법상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장기는 간과 신장, 골수, 췌장, 췌도, 소장 등 6가지로 제한돼 있다.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현행법상 생체 폐 이식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8월 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와 의료윤리위원회를 열었다. 또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어 정부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오 씨를 위해 생체 폐 이식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했다.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 박승일 교수는 “현재 말기 폐부전인 환자 중 절반가량이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다가 이식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며 “소아의 경우 폐의 일부분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해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이 적절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폐 이식 생존율이 높아진 만큼 하위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고자 한 사람인데 가능하면 살리려고 하는 거죠. 다 같은 마음이잖아요.” 14일 오전 9시 반경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앞에서 이국종 교수(아주대 의대)가 말했다. 몸에 여러 군데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치료를 맡은 지 16시간이 넘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테 안경 위로 파란색 수술 모자를 바짝 치켜 쓴 이 교수는 “장기가 외부로 노출돼 있어 (생명이)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구체적인 총상 및 총알 제거 상황에 대해서는 “환자를 살리면 그때 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입은 의사 가운 왼쪽 주머니에는 청진기와 휴대전화가 뒤엉켜 있었다. 오른쪽 주머니에는 환자 상태와 관련된 종이 뭉치가 구겨져 있었다. 옷차림에서 긴박했던 16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때 해적의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내 주목받았다. 국내 총상 분야 권위자다. 이 때문에 총에 맞은 북한 병사의 생명이 위독하자 군에서는 서울의 유명 종합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이 교수의 태도는 남다르다. 군(軍)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올 4월 ‘명예 해군소령’으로 임명됐다. 2015년 7월 해군홍보대사에 위촉되면서 ‘명예 해군대위’로 임명됐다. 이후 해군 장병 치료를 위해 위험한 현장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소령으로 진급했다. 이 교수는 관련 학술 대회 때는 해군 정복을 입고 참석할 정도다. 이날도 오전 9시 40분경 안종성 군 의무사령관이 북한 병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가자 이 교수는 안 사령관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이 교수 바람대로 팔 다리 복부 등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 병사가 살아나는 데 최대 관건은 출혈과 감염을 최소화해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열흘 동안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발성 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이라고 말한다. 심한 외상을 입더라도 15분 이내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대부분이 살고 30분이 지나면 50%가 사망한다. 1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병사는 사고가 발생하고 1시간 10분 뒤 병원에 도착했다. 살 수 있는 확률이 낮은 상태다. 다만 이 교수이기에 일말의 희망은 있다는 얘기다. 북한 병사는 복부 총상으로 내장이 찢겨 오염체가 배 부위에 전부 노출돼 온몸이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 1차 수술에서 감염과 출혈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앞으로는 남은 총알도 제거해야 된다. 보통 군에서 사용하는 총알은 일반 총알보다 회전력이 높아 몸을 관통하면서 발생한 조직 화상도 심각해 화상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내장을 제대로 연결해 봉합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조현민 흉부외과 교수는 “총상은 총알이 심장, 복부대동맥 등 소위 척추 중앙 부위에 관통하면 대개 즉사한다. 하지만 북한 병사가 병원에 살아서 도착한 것을 봐서는 주변부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환자를 살려 놓고 장기가 손상된 부위를 하나씩 수술해야 되기 때문에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된다”고 전망했다.수원=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수면은 종일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의미다. 수면 시간과 별개로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낮에 졸음이 오고 두통, 무기력과 같은 신체적 부작용이 생기며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인명 피해가 컸던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 원인 역시 수면이 부족한 기사의 졸음운전이었다. ○ 급증하는 수면장애 원인 파악이 중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9만4000여 명. 2012년 35만8000여 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면장애 치료비용은 지난해에만 597억 원으로, 2012년(359억 원)보다 66% 증가했다. 수면장애를 단순한 코골이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시간 잠을 자도 피곤함이 지속되면 수면다원검사로 자신의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면다원검사는 환자가 자는 동안 의료진이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는 검사로, 자는 동안 분석된 뇌파 등을 통해 수면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수면장애 환자마다 발생 원인이 다르고 증상도 다양해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여러 수면장애 중 수면무호흡증은 특히 위험하다. 수면무호흡증은 기도 위쪽 공간이 매우 좁아지면서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면 수면무호흡으로 판단한다. 같은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본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숙면하지 못해 다음 날 졸음과 피곤을 느끼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심하면 치매,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 중증 질환까지 일으킨다. 최근 수면무호흡증은 뇌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더 많이 쌓이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면서 코를 골던 중 갑자기 조용해지며 숨을 쉬지 않다가 다시 숨을 크게 몰아쉬는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코를 심하게 골면 대부분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되므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야뇨증의 흔한 원인도 수면무호흡증이다. ○ 양압호흡기로 수술 없이 치료 가능 수면무호흡증의 주요 발생 원인은 좁은 상기도 구조, 짧고 굵은 목, 큰 혀와 편도, 비만 등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음주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금연하는 게 좋다. 똑바로 누워 잘 때 무호흡이 더 자주 발생하므로 옆으로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중증도 이상이라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한 수면무호흡증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인 치료와 수술 치료로 나뉜다. 효과적인 비수술 치료 방법은 지속적 양압호흡기(CPAP)를 사용하는 것.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면 연결된 기계의 관이 일정 압력으로 공기를 밀어 넣고 수면 중 상기도가 좁아지지 않게 해 무호흡을 방지하는 원리다.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양압호흡기의 치료율은 90% 이상으로 높다. 미국수면학회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수술보다 양압호흡기 사용을 권장한다. 양압호흡기를 처음 사용하는 환자는 장비가 가하는 공기 압력이 강해 불편을 느끼고 잘 때마다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를 거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출시되는 양압호흡기는 스스로 착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예를 들면, 필립스 양압호흡기 드림스테이션에는 환자가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압력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기능이 있어 환자가 치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30일간의 호흡 패턴을 의료진에 제공해 환자의 수면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 필립스 홈 헬스케어 수면 및 호흡 사업 담당 줄리안 조 제너럴매니저는 “최근 출시되는 양압호흡기와 부속품은 환자가 최대한 편안히 잠을 자고 스스로 수면 상태를 관리하도록 고안됐다”면서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적정 압력이 다르므로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으면 전문의와 상의를 거쳐 본인에게 맞는 양압호흡기와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약은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임신부들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약을 피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 기간 중에도 안심하고 복용 가능한 약들이 많은 만큼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합니다. 11일 난임의 날을 맞아 어렵게 임신한 임신부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보충제, 입덧 완화제, 변비 치료제 등 ‘따뜻한 약들’을 알아봤습니다. 임신 전부터 수유기간까지 영양 보충제의 복용은 엄마와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소인 엽산, 비타민B군, 비타민A 등을 공급해 태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태아의 신경관이 발달하는 시기인 임신 초기엔 엽산 섭취가 꼭 필요합니다. 엽산이 부족할 경우 태아 신경관 결손으로 무뇌아, 이분척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레비트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태아의 신경관 결손 예방에 대한 적응증을 허가받은 국내 유일의 일반의약품입니다. 신경관 결손 예방 효과를 위해서는 적어도 임신 계획 한 달 전부터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이 약을 복용한 그룹의 태아 신경관 결손 발생률이 엽산을 함유하지 않은 위약을 복용한 그룹보다 93%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임신부들이 흔히 겪는 증상은 입덧과 변비입니다. 입덧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피리독신(비타민 B6)과 독실아민(항히스타민) 복합제제인 ‘디클렉틴장용정’이 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2013년 입덧 치료제로 승인받았고,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 입덧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약제입니다. 또 임신 중에는 장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철분 복용이 늘면서 변비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임신부가 복용할 수 있는 변비 치료제인 ‘장쾌락시럽’은 락툴로오스 주성분이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을 원활하게 하고 장의 소화기능에 필수적인 비피더스균을 증식시켜 장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또 9월 출시된 ‘치센캡슐’은 유럽에서 개발된 식물성 플라보노이드 구조인 디오스민 성분의 치질 치료제로 임신 3개월 이상의 임신부와 수유부도 복용이 가능합니다. 이 약제는 혈관 탄력과 순환을 개선하고 항염 작용을 통해 치질로 인한 통증, 부종, 출혈, 가려움증, 불편감을 완화시켜 줍니다. 요즘 날씨엔 일반 사람보다 면역력이 약한 임신부들은 감기나 독감에 걸리기 쉽습니다. 감기로 인해 열이 오르면 자칫 태아의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조산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임신부가 복용 가능한 감기약 및 진통제로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이 있습니다. 일일 최대 허용치인 4g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복용하면 임신부도 복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절기에는 각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데, 독감 예방 접종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임신부들이 먹을 수 있는 약들도 복용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며,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부 금기 약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내 의약품안심서비스(DUR)나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의 전화상담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likeday@donga.com}

의사가 환자와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오직 컴퓨터 모니터로만 진료하는 의료 형태를 바꿔 보고자 동아일보가 이슈를 제기한 ‘초진환자 15분 심층진료’의 시범사업이 1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시범사업임에도 20일 마감한 심층진료 신청 병원은 28곳에 달했다. 심층진료 대상 병원인 국내 상급종합병원 43곳 중 65%가 신청한 셈이다. 서울지역에선 ‘빅5 병원’을 포함해 11곳이 신청했다. 전국적으로는 호남을 제외한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원했다. 이는 시범사업이라기보다 본격적인 시행이라고 볼 수 있는 규모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선정 심사를 거쳐 최대한 많이 선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 2, 3분 진료에 익숙한 많은 의사들이 15분 진료에 적응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9월부터 심층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모 교수는 평소대로 2, 3분 만에 진료를 끝낸 뒤 나머지 시간을 채우느라 환자 얼굴만 멀뚱히 쳐다봤다고 한다. 3분 진료에 익숙한 의사들에게 15분 진료는 ‘영화 러닝타임’ 수준이다. 환경이 변한 만큼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가르친 대로 진료하면 된다. 병력(病歷) 청취와 신체검진 등 교과서에 나온 대로 진료하시라! 이때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전문용어가 아닌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환자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다. 환자와의 대화에 익숙지 않은 의사들을 위해 병원이나 정부에서 심층진료 시 어떻게 환자를 대해야 하는지 대화법이나 상황별 시나리오를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15분 심층진료를 준비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필자에게 “15분짜리 모래시계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꼭 15분이라는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시범사업의 정식 이름은 ‘심층진료’ 시범사업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10분 만에 끝낼 수 있고 20분 동안 진료할 수도 있다. 15분은 오랫동안 진료함을 상징하는 시간에 불과하다. 환자에 따라 30분 이상 진료하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정부가 30분 심층진료에 맞춰 수가를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심층진료의 시범수가는 15분가량 진료를 한다는 가정 아래 9만3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환자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심층진료 시행 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다. 경증 환자까지 심층진료를 받겠다고 대형병원으로 몰린다면 심층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들이 심층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유발하는 대표적 사례가 ‘닥터쇼핑’이다. 서울대병원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소아환자가 찾아왔다. 이미 큰 병원 두 곳에서 유전자검사와 영상학적 검사를 모두 받은 환자였다. 이 환자가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검사 결과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존 병원이 검사 결과를 충실하게 설명해주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는 대표적인 과잉진료다. 환자가 원해 대형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 동네 의사가 필요성을 느껴 큰 병원을 찾게끔 해야 한다. 물론 암 등 중병에 걸렸다면 진료받는 병원의 검사 결과나 치료 방법을 두고 다른 병원 의사에게 ‘세컨드 오피니언(2차 의견)’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병원을 찾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심층진료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동네 의원 등에서 ‘심층진료용 진료의뢰서’를 받을 때 환자의 기록이 꼼꼼하게 들어가도록 요청해야 한다. 또 심층진료 시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만큼 미리 궁금한 사안을 메모지에 적어 중요한 순서대로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록 심층진료는 대학병원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앞으로 이런 진료 형태는 동네 의원으로 불리는 1차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네 의원 의사가 환자를 더 꼼꼼하게 봐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계속 관찰해도 무방한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층진료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동네 의원 의사들이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2차 의료기관인 전문병원협의회에서도 최근 심층진료 참여에 적극적이다. 전문병원은 심뇌혈관, 수지접합, 화상, 관절척추 등에 있어서 의사의 수나 의료의 질이 대학병원 못지않다. 정부가 앞으로 진료를 한 시간만큼 진료수가를 받게 하는 첫 출발점으로서 심층진료를 잘 정착시키면 의료전달체계에서 1, 2차 의료가 강화될 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얼굴에 저승꽃 폈네…ㅠㅠ’어느날부터 얼굴이나 팔뚝에 생기기 시작한 검은 반점은 중장년 남자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미용상 보기 싫은거야 그렇다쳐도, 벌써 저승꽃이 필 나이가 되었나하는 생각에 어깨가 쳐지게 마련이다. 아주 오랜만에 TV에 나온 왕년의 미남 스타나 유명인의 얼굴 곳곳에 피어있는 검버섯을 보아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무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하지만 검버섯을 저승꽃이라 여기는 그런 편견만 버린다면, 당신은 아직도 충분히 젊다. 검버섯은 의학적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저승꽃은 잘못된 표현검버섯을 저승꽃이라고 칭했던 이유는 주로 중년기 이후에 발생하고, 검버섯과 같은 소견을 보이는 피부암일 경우 치명적인 증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검버섯 발생 = 노인 단계 진입’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검버섯은 자외선을 많이 쬘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환경적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레 노화의 상징처럼 간주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검버섯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로 없애야 한다. 방치하면 주변으로 번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 검버섯은 재발 가능성이 있는 색소질환이므로 정확하고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극히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검버섯의 형태를 띤 피부암을 수도 있으므로, 잘 생기지 않는 부위에 검버섯이 생겼거나 가려움 등의 증상이 있거나 여러 개가 갑자기 퍼졌다면 조직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검버섯을 진단할 때에는 검버섯의 성장속도와 모양, 발생위치, 증상 동반 여부 등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검버섯은 자외선과 노화로 인해 노출 부위에 생기는 양성피부종양으로 정확한 질병명은 지루각화증이다. 노화에 따른 피부반점(aging spot)의 일종이지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검버섯 기미 주근깨 차이는기미를 검버섯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기미의 경우 얼굴에 주로 발생하지만, 양성종양인 검버섯과는 달리 색소가 과다하게 침착되는 질환이다. 기미는 태양광선 노출, 임신, 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기미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기미는 대부분 출산기 여성에서 발생하는데 남자는 약 10% 정도 발생한다. 기미는 갈색 혹은 검은색 얼룩이 얼굴에 진 것처럼 보인다. 기미를 흔히 ‘검은 얼룩’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뺨, 이마 등 주로 얼굴에 많이 생긴다. 여름이면 진해지고 겨울이면 좀 흐려지고를 반복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주근깨는 일광노출부위에 발생하는 작은 갈색색소반점으로, 색소를 만드는 세포인 멜라닌 세포가 활성화되어 발생한다. 어린아이에서 흔하다. 양쪽 뺨, 코, 이마 등 얼굴 부위와 손등, 목 밑의 가슴 등에 잘 생긴다. 여름이면 진해지고 겨울이면 좀 흐려지고를 반복한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사춘기에 심해졌다면 주근깨 일 가능성이 높다. 주근깨는 동양인보다는 백인에서 흔하게 관찰되지만, 검버섯이나 기미는 피부가 어두운 편인 동양인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 레이저로 잘 제거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기 때문에 재발이 잘된다.검버섯은 대개 얼굴에 발생하기 때문에 햇빛 노출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여러 곳에 생길 때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치료는 원칙적으로 수술적인 제거가 우선검버섯은 피부양성종양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수술적인 제거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미용적인 목적으로 제거하길 원하므로 수술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피부 가장 바깥층인 표피에 국한되어 발생하므로, 간단히 박피성 레이저 시술을 통해 제거한다. 레이저가 발전하지 않았을 때에는 냉동치료나 전기소작술, 화학박피 등으로도 치료 했었다.기미치료는 과도한 필링을 주의해야 한다. 주근깨와 검버섯 등이 병변을 레이저로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기미는 색소를 ‘옅어지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신의 기미가 정확히 표피에만 있는지, 진피도 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없이 주근깨나 검버섯을 제거하듯 한번에 기미를 제거하려고 집이나 피부 관리실에서 과도한 필링을 할 경우 오히려 표피와 멜라닌세포를 자극해 기미를 악화시키기 쉽다.일반적으로 피부과에서 기미에 대한 치료를 할 때에는 레이저나 필링을 딱지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약하게 반복하며, 미백 도포제나 피부 회복을 도와주는 시술(비타민요법, 초음파치료 등)을 병행한다.흔히 색소질환의 치료를 ‘화이트닝’이나 ‘미백치료’로 하나로 묶어 통칭하면서 치료법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옳지 않다. 각 색소질환 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피부과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색소질환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확하게 식별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적지 않은 환자들이 검버섯에 대해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리더스피부과 노낙경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검버섯은 피부암이 될 수 있나?△ 검버섯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루각화증이 악성종양 (피부암)으로 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검버섯의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피부암으로 변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광선각화증, 비소각화증, 보웬모양구진증/보웬병 등이 있다. 진짜 피부암들 중 상당수들이 검버섯으로 오인돼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 등이다. 매우 드물지만 노인에서는 지루각화증과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악성흑색점이 수년에 걸쳐 피부암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피부과 의사면 육안진찰과 피부확대경 검사만으로도 일차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피부를 2¤3 mm 정도 채취해 현미경으로 세포를 확인하는 피부조직검사를 시행하면 확실히 진단할 수 있다. 점이나 검버섯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통증이나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는 피부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확인 받는 것이 좋다. 또 얼굴과 몸에 작은 검버섯들이 갑자기 많이 발생하는 경우 위암 등 내부 장기의 암과 관련된 피부증상인 경우도 있으므로 역시 피부과를 찾도록 한다.검버섯의 치료는 레이저가 최선인가?○ 검버섯은 기본적으로는 표피에 국한된 문제이므로 다양한 피부과적 시술로 비교적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다.예전에는 화학박피술이나 수술적 제거 등의 방법이 사용됐지만레이저 치료 장비의 기술적 진보 덕분에 현재는 레이저 시술이 검버섯 치료의 표준이다.검버섯은 레이저로 없애도 다시 생긴다?△ 검버섯은 피부의 얕은 층(표피)에만 증식하는 질환이므로 대부분 레이저로 충분히 제거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레이저를 이용해 ‘뿌리까지 완전히’ 검버섯을 제거하면 상처가 낫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기간 동안 환자가 불편해, 상황에 따라서는 레이저 시술의 깊이를 다소 얕게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이 경우 맨눈으로는 검버섯이 완전히 제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피 밑바닥 부분에 검버섯 조직이 남아 있다. 치료 뒤 남아 있는 검버섯 조직들이 다시 자라면 검버섯의 재발로 보이게 된다.레이처 치료는 1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레이저 치료 횟수는 검버섯의 종류와 피부 상태에 따라 다르다. 크기가 작고 깊이가 얕은 검버섯은 1회의 레이저 치료로 제거가 가능하다. 반대로 크고 깊은 검버섯을 한번의 시술로 다 없애면 치료 뒤 붉음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등 환자의 불편이 크므로 2,3회로 나눠 치료받기도 한다. 검버섯 조직을 레이저로 완전히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상처가 낫고 난 뒤 재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것은 ‘염증 후 색소침착’이라는 현상으로, 레이저 시술로 인해 발생한 상처가 낫는 과정에서 치료 부위에 가벼운 염증반응이 생기는데, 그 결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색소증가 현상이며 검버섯의 재발이 아니다. 레이저 치료 후 발생한 색소침착은 치료 부위의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난 후 발생하며, 2¤6개월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레이저 치료 부위는 통풍이 잘 되게 해 줘야 잘 낫는다?× 많은 사람들이 레이저 치료 후의 딱지나 상처가 낫는 데 공기가 통해야 빨리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딱지가 안 생기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레이저 치료 부위가 공기에 노출되어 건조한 상태가 되면 딱지가 잘 생기는데 이것은 오히려 새로운 피부 재생을 방해해 상처 치유가 지연된다. 대부분의 피부과에서는 검버섯의 레이저 치료 부위에 습윤환경을 조성하여 딱지 없이 상처가 재생되게 하는 드레싱 제품을 부착해 준다. 이러한 습윤 드레싱 제제는 레이저 시술 후 최소 1주일, 길게는 2주일까지 부착한다. 부착된 밴드 내에는 진물이 고이는데, 이것은 상처 치유 과정에서 분비되는 체액이므로 걱정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 된다.여름철에는 레이저 검버섯 제거술을 받으면 안된다?× 여름철의 강한 자외선이 레이저 치료 부위를 자극하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여름철에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 치료 받은 부위의 붉음증과 색소침착 정도와 기간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레이저 치료의 세기, 그리고 레이저 후의 의학적 처치 며 자외선은 생각보다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봄·여름보다는 가을·겨울에 검버섯 치료를 주로 받는다. 시술 뒤 일상생활에 지장이 어느 정도 생기기 때문에 추석 연휴나 구정 연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검버섯 레이저 제거술 비용은?\ 레이저 검버섯 제거술은 미용피부치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치료비용은 의료기관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검버섯의 크기에 따라 시술비가 책정되는데, 한 개당 적게는 2,3만원, 많게는 10¤20만원 수준이다. 시술 뒤 재발한 경우 일정 기간 내에는 따로 비용을 받지 않고 재 시술을 해 주는 곳도 있고, 매번 시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곳도 있으므로 시술 전 미리 이를 확인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의학 건강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도움말삼성서울병원 이종희 피부과 교수강남테마피부과 이학규 원장강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원장}

일반적으로 질병의 징후는 조기에 알아내야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조기 검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갑상샘(선)암은 사망률이 높지 않은 반면 발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조기 검진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갑상샘암 발생 지역별 최대 15배 차이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가 1999∼2013년 5년 단위로 15년간의 수치를 분석한 ‘시군구별 암 발생 통계 및 발생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시군구별 암 발생률은 암 종류에 따라 적게는 2배, 많게는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특히 갑상샘암은 지역별 암 발생률(거주민 10만 명당 암 진단자)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2004∼2008년 구간에서 남자 기준으로 지역별 차이는 14.5배가 됐다. 갑상샘암은 여수, 광양, 순천 등 전남 지역 대부분과 서울, 대전, 대구 등 대도시에서 많이 발생했다. 2009∼2013년 남자 갑상샘암 발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5년간 인구 10만 명당 47.7명이었다. 여자 환자 최대 발생지는 광양으로 인구 10만 명당 185.1명이 발병했다. 국립암센터 측은 “특정 지역의 암 발생률이 높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거주 환경이 암 유발에 영향을 준다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들 지역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샘암 검진율이 증가함에 따라 갑상샘암의 발생률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일상적 검진 불필요 여성 암 환자 4명 중 1명은 갑상샘암 환자일 만큼 전체 암 환자 중 갑상샘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다행스러운 점은 ‘착한 암’으로 불릴 만큼 예후가 좋다는 것이다. 실제 갑상샘암의 발병률은 1위지만 5년 후 생존율 또한 100%로 매우 높다. 2015년 9월 국립암센터가 ‘7개암 검진 권고안’ 제정을 통해 ‘갑상샘암은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검진권고안을 발표한 이유다. 최근엔 진단기술의 발달로 조기 발견도 증가해 종양의 크기가 2cm 미만으로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1cm 미만의 갑상샘암은 경과를 지켜보거나 수술을 통해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갑상샘암 수술을 할 경우 매일 갑상샘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하고 목소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해야 하는 갑상샘암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암센터 김열 암관리사업부장은 “크기가 작고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갑상샘암이 발견된 경우 대부분 환자들이 관찰보다 수술을 선택해 수술 뒤 갑상샘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하는 부담을 갖는다”며 “목에 혹이 있거나 목소리가 변화하는 등 갑상샘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견되거나 갑상샘암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초음파 검진을 줄이도록 권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美 “갑상샘암 조기 검진, 건강한 성인에겐 불필요” 2017년 5월 미국에서도 건강한 성인은 갑상샘암 조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방의학 전문의와 역학조사관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조직인 미국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는 목의 혹, 목소리 변화 같은 의심 증상이 없는 성인이 갑상샘암 진단 검사를 받는 것은 득보다 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했다. 미국 내 갑상샘암 검진의 정확도와 예방 효과, 갑상샘암 사망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갑상샘암 발병률이 연간 4.5%씩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 내 발병하는 암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시기에 갑상샘암 조기 검진 역시 확대됐지만, 갑상샘암 환자의 사망률에는 큰 변함이 없었다. 조기 검진에 따른 예방이나 조기 치료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갑상샘암 환자들의 예후가 대부분 좋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갑상샘암의 사망률 자체가 워낙 낮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갑상샘암 확진을 받은 환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5.3명이었다. 이들 중 98.1%는 최소 5년 이상 생존했다. 연구진은 갑상샘암 조기 검진이 과잉 진단과 과잉 진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 없이 추적 관찰만 해도 되는 환자에게까지 수술을 받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제니퍼 린 미국 카이저퍼머넌트 보건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갑상샘암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적인 검진은 받지 않는 편이 좋다”고 권고했다.갑상샘암 조기 검진, 오히려 건강에 해 끼치는 역설 불러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샘암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갑상샘암 과잉 진료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는 1980년대 들어와서 초음파 검사가 도입됐고, 1990년대 후반 초음파 유도 생검법을 사용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안 교수는 4월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JKMA(대한의사협회지)에 ‘의료에서 과잉 진단의 문제: 암 조기 진단을 중심으로’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20년 전까지 대부분 갑상샘암은 목에 압박 증상을 일으키거나 눈에 보이는 결절 등 증상을 통해 발견됐다”며 “지금은 환자들 중 상당수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갑상샘 결절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음파를 이용한 세포검사는 2mm 이하의 작은 결절에서도 암세포를 발견하고 있다”며 “초음파 검사가 널리 시행되고 이동식 초음파기계의 보급 등 건강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유병률이 증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갑상샘암의 조기 검진은 치료가 필요 없는 갑상샘암까지 발견해 수술함으로써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안 교수는 “과잉 진단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부작용과 위해를 초래한다”고 했다. 또 “의료서비스의 상당수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일부는 필요가 없거나 역효과가 있다. 의료기술이 꼭 필요한 부분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3일은 세계적으로 유방암 예방 활동이 펼쳐지는 ‘핑크리본 행사의 날’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1999년 국내 유방암 환자는 6000명이고 2006년 1만2000명, 2013년 2만 명 등으로 6, 7년마다 두 배 정도로 느는 추세다. 최신 유방암 치료 트렌드를 서울성모병원 유방암센터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조기 발견된 국내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은 90%이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4기 유방암으로 불리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30%에 불과하다. 그런데 4기 환자라도 특정 조건을 가졌으면 3년 생존율을 최대 87.3%까지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기 환자 중 수술 대상자 생존율 급상승 대개 4기 진단을 받는 환자는 수술 대신 항암제나 항호르몬 치료를 먼저 받는다.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유방과 겨드랑이 부위가 수술 대상이 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 유방암센터에 따르면 수술 후 예후와 관련된 인자는 유방 종양의 크기, 암세포의 분화도, 암세포의 림프·혈관 침범 여부 등이 있는데 이러한 인자로 계산한 위험률 점수가 10점 만점에 3점 이하면 수술을 받더라도 장기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 서울성모병원 유방암센터 채병주 교수는 “1990∼2014년 발생한 전이성(4기) 유방암 환자 2232명을 조사한 결과 위험률 점수가 낮아 유방, 겨드랑이 부위 수술을 받은 환자는 3년 생존율이 평균 62.6%로 수술을 받지 않은 그룹보다 31개월을 더 생존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적극적으로 유방 및 겨드랑이 수술 치료를 고려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유방 전체 절제보다 유방보존술을 선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에 유방 일부를 보존하는 수술(65.9%)이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34.1%)보다 많았다. 최근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환자의 절반 정도는 유방 부분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 크기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전체 절제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상실감을 줄이기 위해 유방 재건수술을 받는 환자가 늘었다. 재건수술은 환자의 아랫배 또는 등 근육을 이식하거나 유방 보형물을 이용해 유방의 피부는 보호하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출혈 없이 조직을 잘라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초음파 절삭술이 도입됐다.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오득영 교수는 “초음파 절삭술은 안정성이 검증돼 기존 수술법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수술 시간도 기존(평균 6시간 20분)보다 1시간 20분가량 단축돼 환자의 편의성과 빠른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술 담배 피하고 비만 조심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술과 담배는 끊는 게 좋다. 또 삼겹살, 꽃등심, 유지방 아이스크림 등과 같은 동물성 지방은 주로 포화지방산인데 이는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므로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유방암센터장 박우찬 교수는 “출산도 유방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30세 이전에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신과 모유 수유는 유방암과 관련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폐경 전 고용량의 에스트로겐제가 함유된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장기간 피임약 복용, 생리불순 등으로 여성호르몬 치료제를 사용하면 여성호르몬에 노출될 수 있다. 또 폐경 후엔 프로게스테론을 포함한 여성호르몬 대체요법 제제가 에스트로겐 제제에 비해 유방암 관련 위험도를 높인다. 따라서 약제 선택에 신중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모 씨(43)는 지난해 말 서울 A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김 씨는 위 내시경을 입안에 넣는 고통보다는 위 검사를 하는 데 걸린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랐다. 위를 보는 시간이 1분여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뭘 제대로 찾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건강검진 필수항목 중 하나인 ‘위 내시경’을 3분 이상(위만 정밀하게 관찰하는 시간) 시행해야 암 발견율이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처음 나왔다. 흔히 건강검진 위 내시경 검사는 시행하는 의사 실력에 달려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검사 시간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검사 시간과 암 발생을 비교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어서 소화기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개스트로엔터롤로지(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박재명 교수팀은 2009년 1월∼2015년 12월까지 7년 동안 서울성모병원 검진센터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은 11만1962명의 검사 과정을 분석했다. 이들을 담당한 의사의 내시경 검사시간과 식도, 위, 십이지장 등 상부위장관 암 발견율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했다. 이 기간 동안 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소화기내과 의사는 14명으로 평균 5000건 이상 검사 경험이 있는 실력파들. 또 환자 중 위장관 암을 일으킬 만한 흡연이나 비만 가족력 등이 있는 사람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즉 실력이 비슷한 의사가 위 건강 상태가 비슷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직 위 내시경 검사 시간만 놓고 그 부위 암 발견 여부를 알아본 것. 그 결과 검사자들의 평균 검사 시간은 암 발견율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느린 위 내시경 검사 의사(3분 이상)가 빠른 위 내시경 검사 의사(3분 미만)보다 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 위 내시경 검사 의사들 중 가장 빠른 검사 시간은 평균 1분 53초, 가장 느리게 본 경우는 평균 3분 40초였다. 전체 암 발견 262건 중 3분 이상 천천히 위 내시경 검사를 한 경우는 139건으로 3분 미만의 검사로 발견한 123건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많았다. 이처럼 위만 정밀하게 3분 이상 보려면 준비 과정을 포함하면 한 시간에 환자 6명 정도만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선 위 내시경 수가(5만7343원)가 미국의 20분의 1로 저렴하고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되다 보니 연간 330만 명 이상이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한 시간에 20명을 검사하는 병원까지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처럼 국가 암 검진 사업으로 대규모로 시행되는 위 내시경 검사에서 적절하고 객관적인 검사의 질 관리 기준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위 내시경 검사 시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환자에게도 검사 시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김윤종 기자}
한국인들은 정말 위장질환이 많은데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의 위장질환 진료인원이 무려 1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위장질환을 앓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흔한 위장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선택하는 간단한 방법은 제산제와 같은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죠. 하지만 위장질환에도 급성·만성 위통증, 소화장애, 염증으로 인한 속 쓰림 등 다양한 증상이 있는 만큼 자신의 증상에 맞게 올바른 성분의 위장약을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위장약에 많이 사용되는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 성분은 위산을 중화시켜 위산에 의한 위 점막 손상을 막아주고, 위 내부 산도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위벽을 보호해주는 기능으로 속 쓰림과 같은 위궤양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성분만 복용하면 변비증상이 유발되고, 마그네슘 성분만 복용하면 설사를 유발하므로 이 두 가지 성분을 복합제제로 사용하는 위장약이 많습니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복합제제의 대표적인 위장약이 바로 ‘겔포스’입니다. 겔포스는 현탄액을 뜻하는 ‘겔’과 제산효과를 뜻하는 ‘포스’를 합친 이름입니다. 위장 내의 가스가 차는 현상을 완화해주는 ‘시메치콘’ 성분도 포함돼 있습니다. 겔포스에 이어 등장한 겔포스엠은 액체가 유동성을 잃고 고정화된 상태인 겔타입의 인산알루미늄 성분을 활용했는데 이 타입의 입자는 흡착성이 강해 속 쓰림 완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속 쓰림과 함께 ‘욱신욱신’한 위 통증까지 느껴진다면 경련완화효과(진경효과)가 있는 ‘옥세타자인’ 성분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옥세타자인은 위산 분비 호르몬인 ‘가스트린’을 억제해 위산 분비를 줄여주고 국소마취 효과가 있어 위 통증 자체를 빠르게 완화시켜 줍니다. 옥세타자인 성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위장약은 대원제약의 ‘트리겔’입니다. 트리겔도 옥세타자인에 ‘수산화알루미늄’과 ‘수산화마그네슘’을 함께 사용한 복합제제입니다. 위장약 중 ‘라니티딘’이라는 성분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해 위산을 억제하는 제산제입니다. 위궤양처럼 보다 심각한 질환의 증상 완화에 사용됩니다. ‘시메티딘’ ‘자니티딘’ 등도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요. ‘티딘’으로 끝나는 약들은 모두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해 히스타민 작용을 막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약들은 발진이나 알레르기,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라니티딘이 함유된 약을 복용하면 졸릴 수 있어 운전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여성의 경우 변비약을 함께 복용한다면 제산제를 먼저 먹은 뒤 한 시간쯤 지나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비약은 대장에서 약효를 나타내야 해 위장에서 녹지 않도록 코팅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해 변비약의 코팅을 손상시키므로 제산제와 함께 변비약을 복용하면 대장으로 가기 전에 위장에서 녹을 수 있습니다.이진한 의사 기자 likeday@donga.com}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규정과 제도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전 부산대 병원장·사진)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공정자은행 같은 생식세포기증 기관을 활성화해 불법 생식세포 매매를 막고 난임 부부들에게 합법적으로 임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2015년부터 재단법인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정자은행은 체외수정이나 생명과학 연구를 위해 정자를 동결보존액과 혼합해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 속에 얼려 보관하는 곳이다. 연구원은 올해 6월부터 정자기증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자 기증자에겐 생명윤리법에 따라 식비와 근로보상금 등 모두 17만8000원을 제공한다. 하지만 선진국과 달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자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박 이사장은 “미국에선 군인이나 소방관 경찰 운동선수 등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정자를 보관할 기회를 준다”며 “중국도 2014년 정자은행이 19개 있었는데 올해 22개로 늘었다. 우리나라만 바깥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자 기증으로 생길 수 있는 윤리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리 세대는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지만 전공의 지원 부족이 이대로 지속되면 10년 뒤 뇌출혈이나 심장병 환자 등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됩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5개 외과계 공동대표인 장진우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10일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5개 학회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 외과계 지원자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정원 대비 △외과 60∼80% △흉부외과 약 50% △비뇨기과 25∼3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경외과도 지난해 정원의 87%만이 지원하는 등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흉부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을 일명 ‘막장과’라고 부르며 기피하고 있다. 모두 환자 생명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과들이다.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은 토론회에서 “비뇨기과 전공의 수련병원 78곳 중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병원이 무려 31곳에 이른다”며 “전립샘(선)암이나 신장암, 방광암 수술 등은 외국에서 받아야 하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외과계 기피 현상은 무엇보다 원가의 77%에 불과할 정도로 지나치게 낮은 수가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장 이사장은 “뇌동맥이 꽈리처럼 늘어난 뇌동맥류 수술을 하면 1000만 원을 받는데 의료사고가 생기면 소송 비용만 최대 7억∼8억 원에 이른다”며 “이런 위험을 피하려고 지방 병원에선 아예 수술을 거부하는 등 의료 전달 체계의 왜곡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외과계 학회들은 외과계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적정한 보상과 함께 의료사고 배상금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수술 보조 인력이나 입원 전담 전문의 등을 확보해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과계 육성을 위해 올해 4월부터 약 3500억 원을 들여 수술 처치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외과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긴 추석 연휴다. 연휴에 멀리 놀러 갔을 때 갑자기 생긴 질환 때문에 고생해 본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소화불량, 어깨 통증, 목 통증, 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병원을 찾기 전 현장에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경혈지압법과 수지침 또는 젓가락, 볼펜, 손톱 등으로 손바닥 또는 손등을 압박하는 수지침 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경혈 지압법은 해당 부위에 약간 통증을 느낄 정도의 강도로 3초씩 10회 정도, 수지침 요법은 해당 부위(그림 참조)를 아프지 않게 꼭꼭 누르되 5∼10회, 5∼10분 이상 자극한다. ○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 명절 연휴 내내 음식 장만과 설거지, 청소를 반복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이 많이 생긴다. 평소 두통이 있던 사람은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고, 두통이 없더라도 한쪽이나 양쪽 머리가 조이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 대부분 긴장성 두통이다.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에 의해 머리 주변 근육이 오랫동안 긴장돼 발생한다. 이때 태양혈을 지압하면 좋다. 태양혈은 눈과 귀 사이에 움푹 들어간 관자놀이에 위치한다. 이곳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주거나 둥글게 원을 그리며 지압하면 긴장성 두통으로 인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수지침으로는 앞머리가 아플 때는 손등에 ■ 표시한 부위를 눌러서 가장 아픈 곳을 압박 자극한다. 뒷머리나 긴장성 두통이 있을 때는 □ 표시한 부위를 마찬가지로 압박 자극한다.○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고기류나 튀긴 음식 등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탓에 급체나 소화 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이때 등지압법이 효과적이다. 급하게 체한 사람을 자리에 편하게 앉힌 다음 등을 부드럽게 문질러 긴장을 완화시킨다. 그리고 왼쪽 날개뼈 아래 끝과 등뼈를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중간 정도 되는 부위(격수혈)를 위아래로 지그시 누르면 아프지만 시원한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를 찾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준다. 메스꺼움이 줄고 체한 상태가 풀릴 수 있다. 격수혈을 찾기 어렵다면 어깨와 등 근육을 부드럽게 누르거나 두드려도 좋다. 수지침 요법은 그림에서 ○ 표시한 부위를 자극하면 된다. 밑에서부터 배꼽, 위장, 명치 등의 순인데 눌러서 제일 아픈 곳을 찾아 그 부위를 꼭꼭 누른다. 양손 모두 자극해 준다.○ 장시간 운전 지압법 장시간 운전 또는 추석 음식 장만 등으로 인해 목이나 어깨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목 스트레칭과 함께 지압을 해준다. 바른 자세로 한쪽 손바닥을 엉덩이로 가볍게 깔고 앉아 어깨를 고정한 상태에서 다른 손을 머리 위로 넘겨 귀를 잡고 반대쪽으로 늘려준다. 고개를 앞으로 숙인 상태,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각각 늘려주면 목의 다양한 근육을 늘릴 수 있어 효과적이다. 또 귀 뒤에 튀어나온 뼈인 유양돌기에서 뒤통수뼈를 따라 목 중앙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움푹 들어간 곳인 풍지혈을 지압한다. 엄지나 세 번째 손가락으로 지그시 머리 위쪽을 향해 누르면 뒷목 두통을 줄일 수 있다. 수지침의 경우 허리가 아플 때는 ● 부위를 눌러서 가장 아픈 자리로 압박 자극한다. 오래 자극할수록 좋다. 어깨가 아픈 경우는 × 부위를 눌러서 가장 아픈 곳을 비비거나 압박 자극을 주면 통증이 완화된다.○ 명절 후 심해지는 화병 완화 귀 지압법 명절을 지내면서 주부 중 △가슴이 답답함 △열이 치밀어 오름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낌 △가슴이 두근거림 △잠들기 어려움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밂 등의 증상 중 3개 이상 갖고 있다면 화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명절 후 이런 증상이 생긴다면 심호흡을 하며 귀를 지압해준다.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대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심호흡을 하며 숨을 길게 내뱉으면 교감신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귓구멍 주위에는 부교감신경을 담당하는 미주신경이 분포하고 있어 ‘신문혈’이나 ‘폐혈’을 자극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로 최근엔 우울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귀에 전기자극을 주는 장치가 미국에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다면 귓바퀴부터 귀 전체를 지그시 눌러줘도 도움이 된다. 수지침의 경우는 신경 흥분을 줄여주는 부위, 즉 동그라미 속에 ▲ 표시 부위를 자극한다. 도움말=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 교수·고려수지침학회 유태우 회장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달부터 초진 환자를 중심으로 ‘15분 심층진료’에 나선 서울대병원이 15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기준을 처음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4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은 환자여야 15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은 10월 말경 시작하는 정부의 심층진료 시범사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27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15분 진료 대상은 4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및 국공립병원에서 진료를 의뢰한 환자로 제한한다. 환자가 스스로 콜센터나 인터넷을 통해 진료를 예약했다면 원칙적으로 15분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단 분만이나 감염성 질환 등 급한 진료는 예외로 했다, 통상 200병상 이상이면 종합병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400병상 이상이라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400병상 이상이면 지역거점병원이다. 국내엔 130여 곳이 있다. 서울대병원이 이처럼 높은 기준을 내세운 데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환자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현재는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도 서울대병원(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다수 환자가 중간 단계인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는다. 만약 15분 진료 역시 2차 의료기관을 건너뛰도록 하면 서울대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심층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나 희귀난치성 질환자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400병상 이상의 2차 의료기관을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15분 진료의 수혜 환자가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이모 씨(55)는 “300병상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가 또 4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가 진료의뢰서를 받아야 하느냐”며 환자의 병원 선택권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내에서도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병원의 한 교수는 “희귀질환이나 암 등 진단이 어려운 질환 환자는 꼭 4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진료의뢰서가 없더라도 15분 진료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측은 “분만이나 신생아(선천성 질환 의심), 감염성 질환(메르스나 결핵 등 감염력이 높은 질환) 환자 등 신속한 진료가 필요할 때는 ‘400병상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15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며 “기준 완화 여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부터 고지혈증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진료인원 기준 증가 폭은 연평균 9.7%나 된다고 합니다. 고지혈증은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협심증,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지혈증을 진단받으면 동반 질환, 비만, 유전적 요인 등 환자별 심혈관계 위험 수위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에는 스타틴 계열의 지질강하제가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스타틴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낮추는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면서 안전한 내약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스타틴은 지질 개선을 위한 1차 치료제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많은 환자에게 사용돼온 스타틴도 시련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신규 당뇨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의료진들은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스타틴 복약을 통해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스타틴 복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꾸준히 적극적으로 권고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스타틴 시장에는 한국화이자제약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 MSD의 ‘조코(심바스타틴)’ 등 작용기전이 조금씩 다른 여러 성분의 제제가 출시되어 있습니다. 그중 ‘리피토’는 출시 이후 특허만료라는 고비 속에서도 꾸준히 시장 내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리피토의 성과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억 명 이상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약의 적응증을 고지혈증 치료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예방으로까지 확대해 고지혈증 치료의 목표를 단순히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심혈관계 질환의 1차 및 2차 예방으로 넓히는 데 노력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이렇듯 고지혈증 치료 목표가 콜레스테롤 관리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으로 치료 범위가 넓어지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스타틴과 고혈압 치료제를 복합한 두 가지 복합제로는 한국화이자제약 ‘카듀엣(아토르바스타틴+암로디핀)’, 한미약품 ‘로벨리토(아토르바스타틴+이베사르탄)’, 대웅제약 ‘올로스타(로수바스타틴+올메사르탄)’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타틴, 고혈압 치료제에 당뇨병 치료제까지 합친 3제 복합제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29일은 세계심장연맹(WHF)이 제정한 ‘세계 심장의 날’입니다. 이날을 계기로 많은 고지혈증 환자들이 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성 및 예방 필요성을 깨달아 스타틴 치료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길 기대해봅니다. likeday@donga.com}

이번 달부터 국가예방접종 중 하나인 3가 독감백신(3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의 대상자가 65세 노인에 이어 생후 6∼59개월 아이도 추가됐다. 대상자는 무료로 접종을 받는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퍼진 독감이 지난해 역대 최다 환자 수를 기록하자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대응책이다. 그러자 3가 독감백신과 4가 독감백신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3가 백신은 무료지만 4가 백신은 1인당 4만 원이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매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그해 유행하는 4가지 독감 바이러스 중 3가지를 예측해 3가 백신을 만든다. 문제는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1개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독감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를 ‘미스매치’라고 한다. 미국은 2001∼2011년 10번의 독감 시즌 동안 5번, 유럽은 2003∼2011년 8시즌 중 4번이나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2007∼2011년 5시즌 중 2번의 미스매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대한감염학회는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4가 백신 사용을 권고했다. 미국과 영국이 2013년부터, 호주가 2016년부터 4가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시킨 이유다. 우리나라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예산이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는 약 1000만 명. 이들에게 모두 4가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려면 100억 원가량 더 필요하다.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천문학적으로 늘리고 있는 복지예산을 감안하면 돈 때문에 미스매치가 생길 수 있는 백신을 맞히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된 다른 백신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월부터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DTap),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비형균(Hib) 감염증을 예방하는 5가 혼합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영유아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미 5가 혼합백신에 B형 간염을 포함한 6가 백신이 대세다. 유럽 33개국 중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15개국이 국가예방접종에 6가 백신을 포함하고 있다. 딸의 건강을 위해 접종시키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어떤가? 여기엔 2가, 4가, 9가 백신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2, 4가 백신을 무료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서민 부모들은 괴롭다. 2, 4가 백신은 이미 선진국에서 퇴출된 백신이다. 미국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에선 지난해 새롭게 출시된 9가 백신을 국가예방접종 백신으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9가 백신을 맞으려면 비용이 40만 원(2회 접종) 가까이 든다. 정부는 9가 백신의 효능에 대한 장기 데이터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5월부터 기존 자궁경부암 백신의 사용을 모두 중단하고 9가 백신 한 가지만 접종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90%(기존 백신은 70% 정도)까지 예방할 수 있어서다. 필자 역시 만 12세인 둘째 딸에게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지만 예방률이 낮은 백신을 맞혀야 할지, 아니면 고가의 새 백신을 맞혀야 할지 고민이다. 차라리 정부가 9가 백신도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되 추가 비용만 부모가 부담하도록 했다면 나았을 것이다. 무조건 최신 백신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똑같은 무료 접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 사업의 목적을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을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최고 가치다. 그렇다면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는 최빈국 어린이들의 예방접종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 국제기구 ‘세계백신면역연합’을 설립했다. 이 기구의 목표 중 하나는 아이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백신(New Vaccines)을 접종하는 데 있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라도, 가장 최신의 효과적인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과 케냐, 수단, 콩고 등에 폐렴구균 백신이나 로타바이러스 등 최신 백신을 지원했다. 세계는 지금도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예방접종으로 많은 질병이 종적을 감췄지만 바이러스들은 완전히 박멸된 것이 아니다. 언제든 고개를 들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은 치료 이전에 예방이 최선이다. 최선의 예방 대책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비용 문제로 더 좋은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바로 그 나라가 의료 후진국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서울대병원이 처음 도입한 ‘초진 환자 15분 심층진료’에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이 모두 동참하기로 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에서는 11개 과, 18명의 교수가 다음 달 시작되는 정부의 15분 심층진료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 병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원이다. ‘15분 진료’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바꾸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갈지 주목된다. 15분 심층진료는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에서 중증·희귀 난치 환자들을 충분한 진료시간을 갖고 살핌으로써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지금까지 대학병원급 교수들의 평균 외래진료 시간은 3, 4분 정도였다. 19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백병원 등 모두 8곳이 보건복지부의 15분 심층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15분 심층진료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상급종합병원 43곳을 대상으로 이번 주 설명회를 연 뒤 10월 중순까지 신청을 받아 같은 달 말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교수 18명을 15분 심층진료에 투입할 예정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이미 일부 과에서는 초진 환자에 따라 15분 이상 진료를 해오고 있었다”며 “종양내과의 백순명 교수는 초진 시 거의 1시간을 할애해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심혈관센터 초진 클리닉이 올해 3월부터 시범적으로 15분 진료를 하고 있다”며 “심혈관센터 초진 클리닉이 정부의 15분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호흡기내과, 서울성모병원은 신경과와 순환기내과가 15분 진료 시범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심장병과 뇌중풍(뇌졸중) 등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15분 진료에 나설 방침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가 골육종 등 암 환자를 대상으로 15분 진료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상급종합병원들이 앞다퉈 15분 진료에 나서는 것은 병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15분 이상 진료를 보는 과(科)들이 적절한 진료 수가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외래 진찰료(2만6700원·환자 부담은 2만 원 정도)는 경증이든 중증이든 관계없이 동일하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짧게 진찰을 한 뒤 세부 사항은 각종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검사비도 내야 했다. 이에 복지부는 15분 심층진료 시범사업의 외래 진찰료를 기존보다 4배 가까이 높은 9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럼에도 환자 부담금은 2만∼3만 원으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 15분 심층진료가 정착되면 의사는 1시간에 환자 3, 4명만 보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의사가 직접 진찰하는 청진기 검진 등 신체 진찰도 가능하다. 다만 복지부는 ‘15분 심층진료’ 이후 대학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15분 진료 적용 환자를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하기 어려운 중증 희귀 질환자나 진단이 어려운 중증 의심 환자가 그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초진 환자만 15분 진료가 가능하지만 소아 희귀 질환자의 경우 직계가족의 유전 상담이 필요한 만큼 재진도 15분 진료를 인정할 계획이다. 15분 심층진료의 시범사업 대상은 국내 상급종합병원으로 한정돼 있어 2차 종합병원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2차 병원인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도 15분 진료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기준이 풀리면 15분 심층진료가 전국 종합병원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라매병원 김병관 원장은 “암 같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충분한 진료가 필요한 만큼 종합병원급으로 대상 병원을 확대한다면 15분 심층진료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현재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차후 수요를 확인한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렇게 낯선 서울대병원 응급실 모습은 처음이었다. 낮에도 50명 넘게 대기 환자가 대기실 복도를 가득 메우고 응급실 안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로 어수선하기 그지없어야 할 서울대병원 응급실인데 6일 오후는 달랐다. 중증환자 전담 진료구역을 재정비하느라 병상 20개가량을 치웠는데도 대기 환자는 서너 명 정도였다. 환자와 보호자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응급실 안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이날 오후 2시 응급실에 실신 환자 이모 씨(62)가 실려 왔다. 흔한 스트레스성 실신으로 보였지만 급성 심장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평소라면 인턴, 전공의를 차례대로 거쳐 응급의학과 교수가 정밀 검사를 결정하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1시간 이상 걸렸을 일이다. 하지만 이날 이 씨는 응급실에 도착해 곧장 담당 교수의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진료와 검사 결과 “별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씨의 부인 오모 씨(52)는 “예전엔 응급실에서 한참 기다렸다가 퇴원한 적이 있는데 의료진 여러 명이 한 번에 최종 결정을 내려주니 응급실에서 힘들게 기다리는 고생이 없었고 믿음도 갔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중증 응급환자를 처음부터 인턴이나 전공의가 아닌 교수가 직접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을 4일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 전담 교수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정도 근무한다. 이 씨는 응급의학과 교수와 전공의, 인턴,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팀 덕분에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던 이전과 달리 훨씬 빠르게 최종 진단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꼭 필요한 검사는 더 신속하게 받았고, 불필요한 검사는 줄었다. 이 시스템은 응급실의 과밀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전공의 송은곤 씨(32)는 “교수의 진료 모습을 옆에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장점까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응급실에 한 해 동안 환자들이 머문 시간의 총합을 ‘병상 수×365일×24시간’으로 나눈 ‘과밀도지수’가 2015년 182.3%로 전국 1위. 이는 병상이 100개인 응급실에 환자가 가득 들어차고도 평균적으로 항상 8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2위인 전북대병원(140.1%)과의 격차도 컸다. ▼ 가슴 통증 환자 오자… 흉부외과와 협진 곧바로 수술 들어가 ▼ 인턴이 먼저 진료한 뒤 전공의에게, 다시 교수에게 보고해야 하는 절차 탓에 그러잖아도 몰려드는 응급환자가 수술이나 입원 등 실질 조치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평균 20시간, 길게는 3일까지 걸렸던 것이다. 실제로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 시행 직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응급실 병상이 꽉 차 20여 명의 환자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빈 병상이 있어야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 심한 어지럼증으로 온 최모 씨(76)는 30여 분을 기다린 뒤에야 응급실로 들어왔다. 이어 먼저 인턴이 10여 분간 진료한 뒤 뇌 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고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보고했다. 전공의는 내려와 20여 분 동안 최 씨를 진료한 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를 계획했다. 6시간이나 기다린 뒤 나온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런데 응급실 경과 관찰 중 발열이 확인됐다. 전공의는 이러한 상황을 담당 교수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 씨는 결국 소변검사에서 세균 감염 의심 소견이 나와 최종적으로 패혈증으로 진단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진료와 검사 및 입원까지 걸린 시간은 총 12시간이었다. 최 씨 보호자는 “3명의 의사가 차례로 와서 같은 질문을 또 하고 해서 솔직히 불안하기도 했고 짜증도 조금 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는 “최 씨의 경우 경험 있는 교수가 바로 진료했더라면 초반부터 폭넓은 감별진단을 제시한 뒤 관련된 검사 등을 통해 진료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팀 진료 덕에 특히 뇌혈관 및 흉통 환자 진료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4일 응급실을 찾은 흉통 환자 오모 씨(52)의 경우 응급의학과 교수가 초음파 검사로 대동맥 박리를 의심해 흉부외과에 연락해 바로 정밀 검사를 요청했고, 혈압 조절 시술로 증상 악화를 막으며 과거보다 적어도 2시간 빠르게 수술에 돌입할 수 있었다. 병원 측은 이번 응급실 전담교수제 도입을 계기로 과밀도지수를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는 비율은 현재 35%에서 올해 말까지 50%, 내년엔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진료 시간을 단축시키고 실제 환자의 생존율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교육기관병원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응급실 진료교수 제도인 만큼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엄격한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응급실에 골절 등의 환자가 많이 찾는 만큼 응급의학전문의 인력 추가 확충뿐만 아니라 정형외과 인력도 보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최근 두통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박모 씨(63). 박 씨를 진료한 인턴은 과거에 두통이 없었던 만큼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고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보고했다. 20분 후 응급실로 온 이 전공의는 뇌 CT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담당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보고했다. 교수는 뇌척수액 검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뇌출혈이 의심되자 전공의는 다시 신경외과 전공의에게 협진을 의뢰했다. 신경외과 전공의는 응급실을 찾아 박 씨를 진단한 뒤 신경외과 교수에게 보고했다. 신경외과 교수는 전화로 추가 검사와 입원을 지시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일반 대학병원 응급실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9월부터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를 인턴이나 전공의가 아닌 교수가 직접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을 9월 1일부터 도입한다고 30일 밝혔다. 응급의학 전문의의 초진과 응급실 전담 임상 교수의 협진이 본격 실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응급실 진료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진료시간이 짧아지고 검사 비용도 줄어든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 초진을 담당할 응급의학과 교수를 1명 충원하고 협진 교수로 내과 2명, 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신경과 1명 등 모두 5명의 전담교수를 임용한다. 전담교수들은 주간에 응급실에 상주하고 야간엔 해당 진료과의 교수들이 협진을 한다. 현재 전담교수가 외래 없이 응급실에만 상주하는 대학병원은 국내에 없다. ‘서울대병원의 실험’이 성공하면 다른 대학병원의 응급진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협진 교수가 즉각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을 도입하면 촌각을 다루는 응급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이 오랫동안 응급실에 대기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정착되면 ‘2-3-6-12 골든타임 응급진료’가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도착 △2시간 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초진 △3시간 내 해당 진료과와의 협진 완료 △6시간 내 환자 진료 방향 결정 △12시간 내 응급실 퇴실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응급실에서 1∼3일을 대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신 교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를 통해 응급실 전문의 초진율을 지난해 34%에서 올해 50%, 내년 9월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해당 진료과 전문의와의 협진율도 지난해 20%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7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대학병원의 중요한 기능인 전공의 교육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응급진료팀제’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전담교수와 전공의, 인턴,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한 팀으로 묶어 응급환자 진료에 동시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공의와 인턴 교육이 소홀해지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진료부원장은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심각해 중증 응급환자가 신속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정착되면 권역응급센터로서 신속한 양질의 응급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