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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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동아콩쿠르 수상자들의 더 깊어진 ‘목소리’

    지난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르며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소프라노 황수미 씨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황수미 오페라 클라이맥스’ 무대를 갖습니다. 푸치니와 모차르트, 비제의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와 중창 등을 노래합니다. 이 무대에 두 남자가 함께합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을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바리톤 김주택 씨와, 2015년 서울시립오페라단의 구노 ‘파우스트’에서 타이틀롤로 출연한 테너 김승직 씨입니다. 세 사람의 이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황수미 씨는 2009년 제49회 동아음악콩쿠르 여자성악 부문 1위를 수상했고 이듬해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김주택 씨는 2013년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위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김승직 씨는 같은 해 열린 제53회 동아음악콩쿠르 남자성악 부문 1위를 수상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또는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성악가의 커리어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황수미 씨는 2014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콩쿠르가 한 예술가의 역량 전체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1990년대 세계 최고 권위 콩쿠르 중 하나에서 상위 입상한 한 피아니스트는 “안 지치고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잘되는 게 콩쿠르”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영재가 칼끝 같은 기량 차이를 놓고 겨루는 음악계에서 콩쿠르는 ‘될성부른 떡잎’을 가려낼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경로입니다. 음악팬 여러분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올해로 59회의 역사와 권위를 가진 우리나라 대표 콩쿠르인 동아음악콩쿠르에 성원을 보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3년 1월 10일 첫 회를 내보낸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 감(感)’을 6년 만에 끝맺습니다. ‘명곡대사전’이나 음악가 평전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얘기들을 소개하고자 노력했습니다만, 흔한 정보에 그친 회도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동안 보여주신 성원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끝>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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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다멜의 말러… 런던필의 브람스… 음반의 감동, 무대에서 만난다

    2019년 상반기에도 세계 클래식 연주계의 빛나는 별들이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이들 중 여럿이 한국 청중에게 들려줄 레퍼토리를 앞서 음반과 음원으로 선보였다.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의 공연은 부제가 ‘전쟁과 평화 속에서(In war and peace)’다. 2016년 발매한 앨범 제목과 같다. 헨델과 퍼셀 등의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 가운데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곡들을 실었다. 음반을 통해 전해지는 디도나토의 음성은 어떤 음높이에서나 균질하다. 물감이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듯한 분노와 비탄의 표현이 경이롭다. 이 음반은 2017년 영국 그라머폰상 리사이틀부문과 독일 에코상을 수상했다. 3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는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가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음반에서는 특히 여러 악기의 선율선이 뚜렷이 구분된다. 열광과 브라보로 빛나는 4악장 피날레를 기대할 만하다. 영국 ‘BBC 뮤직’은 “물 흐르듯 흐르고 유장하게 노래하는 브람스다. 당김음을 비롯한 리듬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지만 음반은 나와 있지 않다. 같은 달 16일에는 지휘계의 젊은 스타 구스타보 두다멜이 자신이 음악 감독으로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2009년 두다멜의 취임기념 연주회와 같은 말러 교향곡 1번이 메인 프로그램이다. 당시 실황은 같은 해 DG 레이블의 음반으로 발매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새로운 진경(珍景)보다 광대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며, 단기간에 악단을 깊숙이 장악했음을 느끼게 한다. 콘서트에서는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신작 협주곡 ‘Must the devil have all good tunes?’를 협연한다. 5월 2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는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가 C P E 바흐의 협주곡들을 레조난츠 앙상블과 협연한다. 같은 내용의 음반은 2018년 출반돼 프랑스의 황금 디아파종 상을 수상했다. 바로크 시대보다 감정적, 형식적으로 깊고 복잡해진 첼로협주곡을 붙들고 현대에 요구되지 않는 난기교까지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아름다운 라인과 그윽한 음향으로 즐기듯이 연주했다”고 칭송했다. 6월 24, 25일에는 피셰르 이반 지휘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가 내한 연주를 갖는다. 조성진이 협연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24일 롯데콘서트홀)과 1번(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음반이 나와 있지 않다. 메인곡인 베토벤 교향곡 7번(24일)과 브람스 교향곡 1번(25일)은 채널 클래식스 레이블로 각각 2008, 2009년 출반됐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은 이 악단의 실내악적인 정밀함에 더해 피셰르에게서 아쉬웠던 남성적 다이내믹까지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브람스의 교향곡은 현을 날렵하게 끌고 가 덜 영웅적인 대신 한층 전원적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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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박종해씨 “프로그램名 ‘Playground’, 피아노와 함께 신명나게”

    “오래전부터 시리즈 연주회를 하고 싶던 차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의를 받았습니다. 좋다는 기분에 앞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상할지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피아니스트 박종해(29)가 ‘금호아트홀 신문로 시대’를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2019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그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섯 차례 연주회를 통해 각각 다른 에너지를 100%씩 쏟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올해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취리히 톤할레 등 세계 유수의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과 오케스트라 협연이 있다. “지난해 초엔 목표와 현실의 거리가 느껴져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콩쿠르 입상 결과로 극복했다기보다는, 연주가 많아지면서 치유됐습니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다섯 차례 여는 프로그램에는 ‘Playground(놀이터)’라는 제목을 붙였다. “예전부터 동료들이 ‘피아노로 잘 논다’고 얘기했죠. 피아노로 갖가지 ‘장난’을 쳐보기를 좋아합니다.” 그는 10일 금호아트홀에서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라모의 작품을 고도프스키가 편곡한 ‘탕부랭’ 등으로 상주음악가로서의 첫 무대를 갖는다. 3월 28일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소나타를 연주하는 ‘리얼 소나타’ 리사이틀을 연다.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이 문을 닫는 5월부터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 금호아트홀로 옮겨 5월 9일 ‘세상의 모든 변주’, 8월 29일 쇼스타코비치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를 협연하는 ‘메모리얼’, 12월 5일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 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Last Sequence’ 무대를 갖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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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 속 묘한 동성애 코드가…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음 직한, 또는 어린 시절 실행에 옮겨 보았다가 부모님의 불호령을 듣기도 했던 상상이다. ‘사진 회화’의 대명사로서 화려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을 추구하는 프랑스 예술가 듀오 ‘피에르 & 질’이 대표작 211점을 망라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를 갖는다. 피에르 & 질 듀오는 사진작가 피에르 코무아(68)와 화가 질 블랑샤르(65)가 1976년 한 파티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두 작가는 파리의 아파트 겸 스튜디오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앤디 워홀과 살바도르 달리, 이브 생로랑 등 예술가와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담은 ‘찡그린 얼굴’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40년 넘도록 삶과 예술을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은 그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피에르가 촬영하고 인화한 초상 사진 위에 질이 그림을 그린다. 완성된 작품을 위한 특별한 프레임(그림틀)을 만들어 회화 위에 ‘입체’라는 특징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잘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 작품 및 두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수 씨엘과 T.O.P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첫눈에 보기에 두 사람의 초상 작업은 오늘날 스마트폰의 ‘사진 장식 앱’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알록달록한 꽃과 반복적인 장식 문양이 인물을 에워싼다. 그러나 이들의 독특한 미감은 반세기에 가까운 상상력 확장의 결과다. 이들은 세계 미술계에 끼쳐온 영향 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에 차용되는 등 대중문화와 패션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의 작품은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빼놓고 논할 수는 없다. 동성애자라는 자신들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때로는 대담하게, 때로는 비밀스러우면서 농밀하게 자신들의 판타지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들의 작품은 더없이 아름다운 환상을 자아내지만, 그 환상과 그들이 헤쳐 온 실제 세상은 달랐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두 사람이 14년 만에 한국 미술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에서는 피에르와 질이 작업한 방식을 따라 관객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존’과 두 사람의 작품 스타일로 자신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포토 존’ 등을 제공해 경험의 재미가 크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2시, 4시에 도슨트 프로그램도 열린다. 3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 오전 10시∼오후 7시.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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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계의 ‘범죄기업’은 어떻게 돈 끌어모았나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의 저자가 이번에는 위험한 지하경제의 현장들을 맨몸으로 추적한다. 세계 ‘범죄기업’들의 수익은 세계 500대 기업 중 50개 기업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 많다. 세계 노동 인구의 절반인 18억 명이 암시장을 위해 일한다. 그러나 이런 창백한 숫자를 그려내는 것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최고 연봉의 영국 런던 금융가 애널리스트였던 저자는 전설의 사기도박을 체험하려 마르디그라 축제가 열리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타로점집과 사창가를 샅샅이 훑고, 머리에 차가운 총구의 위협을 받는다. 런던의 휴대전화 좀도둑을 따라가 헤로인 중독자들의 빈민촌을 들여다보고, 멕시코시티의 악명 높은 ‘택시 신속 납치’ 소굴에 걸어 들어간다. 그가 만난 ‘종사자’는 얼마 전까지 현직 경찰이었다. 담담한 문체로 펼쳐낸 세계 8개 대도시의 현장이 범죄영화처럼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에필로그에는 범죄도시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11가지 규칙을 실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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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개국 69명 성악 1차 예선무대 올라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1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부문) 1차 예선심사에 참가할 12개국 69명이 가려졌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동아일보 사옥에서 20일 열린 참가자 제출 영상 예비심사에는 김요한 명지대 교수, 김우경 한양대 교수, 박경신 성신여대 교수, 이아경 경희대 교수, 최상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심사위원들은 역대 최다인 17개국 235명의 지원자가 제출한 연주 영상을 보며 예선 출전 가능 여부를 ○×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채점한 뒤 합산해 합격자를 정했다. 합격자 69명의 국적은 한국이 48명으로 가장 많으며 중국 5명, 몽골 미국 각 3명, 영국 일본 각 2명, 이란 캐나다 칠레 에스토니아 독일 세르비아 각 1명이다. 박경신 교수는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의 음악 경험이 가능해져 참가자들의 표현이 한층 자유스러워졌다. 상위 성악도들의 연주 수준과 음악성이 더 높아져 전반적인 기량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심사 소감을 말했다. 예비심사 합격자들은 내년 3월 24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1차 예선에 참가한다. 예비심사 결과는 24일 콩쿠르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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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슈트라우스-브루크너 두 작곡가가 나눈 우정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의 교향곡 작곡가였던 안톤 브루크너는 ‘늦깎이’ 음악가였습니다. 60세 때인 1884년 발표한 교향곡 7번에서야 세상의 인정을 받았죠. 하지만 길고 구조가 복잡한 그의 작품들은 그 이후에도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교향곡 7번 이후 8년이 지나 발표한 교향곡 8번에서 청중의 반응은 다시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126년 전인 1892년 12월 18일 빈 무지크페어아인 황금홀에서 이 곡이 초연되었습니다.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청중은 자리를 떴고, 마지막 악장이 끝났을 때 썰렁해진 객석에서 자리를 지킨 음악가는 한 세대 후배인 작곡가 후고 볼프와 한 살 아래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뿐이었습니다. 볼프는 빈 음악원 동기생인 말러와 함께 브루크너의 추종자였지만, 이 자리에 슈트라우스가 남아 갈채를 보낸 데는 묘한 기분이 듭니다. 슈트라우스는 브람스와 친했고, 그의 부인이 브람스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브람스는 슈트라우스의 악보에 ‘브람스 작품이 아니라서 유감입니다’라고 적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빈 음악계는 ‘브람스적 보수파’와 ‘바그너적 혁신파’로 갈려 있었고, 브람스는 바그너식 음악 스타일을 사용한 브루크너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유쾌한 춤곡에 약간의 우수를 곁들인 왈츠와 폴카 곡들이었습니다. 브루크너의 작품들과는 공통점이 적습니다. 하지만 슈트라우스가 브루크너의 지지자로 분명한 자세를 드러낸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교향곡 7번이 초연되었을 때 그는 브루크너에게 전보를 보냈습니다. “굉장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경험이었습니다.” 브루크너는 이 전보를 읽고 크게 기뻐했다고 전해집니다. 새해가 밝으면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빈 신년음악회에 관심이 쏠릴 것입니다. 2019년 빈 신년음악회는 브루크너에게 애정을 보여 왔던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합니다.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콘서트를 보면서, 슈트라우스와 브루크너의 ‘뜻밖의’ 우정도 기억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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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탄생 200주년 맞는 ‘작은 오페라’의 거장들

    20일 남짓 후면 2019년이 밝아옵니다. 연말이면 다음 해에 어떤 작곡가들이 조명을 받게 될지 꼽아보게 됩니다. 오페레타 작곡가 두 사람이 내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군요. 독일 태생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1819∼1880)와 크로아티아 출신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폰 주페(1819∼1895)입니다. 오페라는 알지만 오페레타라면 생소하다는 분들이 있겠죠. 오페레타는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185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즈음까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유행한 음악극입니다. 경쾌하고 희극적인 내용을 담고 일반적인 오페라에 비해 약간 짧기 마련이지만, 희극적이거나 짧다고 해서 다 ‘오페레타’라고 부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에선 오펜바흐가 1858년 선보인 ‘지옥의 오르페우스’가 성공하면서 이 장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2년 뒤 그가 빈을 방문해 작품을 상연한 뒤에는 오스트리아가 오페레타의 매력에 빠져 주페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등이 고유한 매력을 지닌 ‘빈 오페레타’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오펜바흐와 주페의 이름이 생소한 분들도 이들의 대표적인 선율은 친숙할 겁니다.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 서곡에 나오는 ‘캉캉’을 들으면 무희들이 호들갑스럽게 발을 쭉쭉 뻗으며 ‘킥’을 하는 모습을 누구나 연상하게 됩니다. 이 오페레타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잘못된 일본식 번역으로 흔히 알려졌죠.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은 우황(牛黃)이 들어가는 약 광고에 오래 쓰여 특히 한국인들에게 친숙합니다. 오펜바흐의 미완성 작품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뱃노래’나, 주페의 ‘경기병’ 서곡도 갈라 콘서트를 비롯한 음악회에서 자주 만나는 아름다운 곡들입니다. 오페레타를 들으면 특히 19∼20세기 전환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를 빛냈던 ‘아르누보’ 또는 ‘벨 에포크’ 시대의 호화롭고 장려한 장식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전야부터 프란츠 레하르라는 새로운 세대의 오페레타 작곡가가 ‘즐거운 과부’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향의 작품을 쏟아놓으면서 오페레타 제2의 전성기를 열었습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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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차이콥스키가 사랑한 2:3 리듬 ‘헤미올라’

    일 년의 마지막 달이 왔습니다. 차이콥스키 ‘사계절(The Seasons)’의 ‘12월, 크리스마스’를 듣고 싶은 때입니다. ‘사계절’이라고 하면 음악 팬 대부분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집을 떠올리게 되지만, 차이콥스키도 일 년 열두 달의 서정을 그린 피아노곡집 ‘사계절’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집의 마지막 곡인 ‘12월, 크리스마스’는 젊은 아가씨들이 모여 춤을 추며 새해 운을 점쳐보는 즐겁고도 안온한 분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3박자 왈츠풍의 곡인데 ‘헤미올라’ 리듬이 특히 정겨운 인상을 주죠. 헤미올라라니, 조금 생소하죠? 헤미올라는 ‘2:3’의 비율을 뜻하는 말입니다. 음악 이론에 있어서 ‘2:3’이라는 비율은 중요합니다. 우리 전통 국악에서 각 음의 높이를 정하는 것도 기준음을 가진 율관(律管)에서 2분의 3 또는 3분의 2 높이가 되는 소리를 계산해 가며 정하죠. 그러나 리듬 또는 박자에 있어서 ‘헤미올라’가 갖는 뜻은 이와 다릅니다. 3박자의 리듬으로 전체 곡이 진행되지만 그 선율은 두 박자씩으로 나뉘는 것이 대표적인 ‘헤미올라’ 기법입니다. 말하자면, 반주부는 ‘하나 둘 셋/하나 둘 셋’으로 나가지만, 선율은 ‘하나 둘/셋 하나/둘 셋’으로 보조가 살짝살짝 엇갈리는 것입니다. 이런 리듬은 약간 머뭇머뭇하는 것 같으면서도 ‘춤’의 인상이 강한, 재미있는 느낌을 줍니다. 차이콥스키는 특히 이런 ‘헤미올라’ 기법을 사랑해서 작품에 자주 집어넣었습니다. 발레 ‘잠자는 미녀’에 나오는 2막 1장 ‘파노라마’ 장면이 흐르는 듯한 헤미올라 리듬으로 특히 사랑을 받고 있죠. 교향곡 5번의 첫 악장 제2주제도 이 ‘헤미올라’ 리듬을 사용해서 아득한 동경의 느낌을 전해줍니다. ‘사계절’의 ‘12월, 크리스마스’ 외에도 차이콥스키는 겨울에 만날 일이 많은 작곡가입니다.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마다 사랑받는 작품이고, 그의 첫 교향곡도 ‘겨울날의 환상’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곡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관현악곡 ‘눈 아가씨’도 겨울에 꼭 찾아 듣게 되는 작품입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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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테너가 노래하는 가장 높은 음은?

    연말이면 약속이나 한 듯 전국 공연장 무대에 일제히 오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교향곡으로는 베토벤 9번 ‘합창’, 교회음악으로는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대표적이고,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페라로는 크리스마스이브가 첫 두 막의 배경이 되는 푸치니 ‘라보엠’이 있죠. 올해도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전국에서 이 아름다운 서정적 오페라를 공연합니다. 그런데 이 오페라에는 남자 주인공인 로돌포 역 테너를 유독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막에서 로돌포가 자기를 소개하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 절정 부분에서 뽑아내는 높은 C(도)음입니다. 이렇게 높은 소리는 19세기 중반까지 오페라에 종종 등장했고 베르디도 ‘일 트로바토레’에 나오는 분노의 아리아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에 집어넣었죠. 그러나 푸치니의 시대인 19세기 후반에는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푸치니도 테너에게 이렇게 높은 음을 요구한 것은 딱 한 곳, 이 곡뿐입니다. 훈련이 잘 된 테너도 컨디션에 따라 목을 혹사하게 되거나 삐끗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일류 오페라 극장에서도 이 부분만은 반주까지 전체를 반음 내려 연주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렇다면 이 ‘높은 C’는 테너가 오페라에서 노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1830년대 프랑스 오페라인 알레비의 ‘라 쥐브’나 아당의 ‘롱쥐모의 우체부’에는 한 음 더 높은 ‘높은 D’가 등장합니다. 당시의 음높이 표준이 오늘날보다 낮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테너의 진을 빼는 일이었음은 틀림없습니다. 한편 같은 시대 이탈리아인 벨리니(사진)의 오페라 ‘청교도’에는 한 음 반 더 높은 ‘높은 F’까지 나옵니다. 가성(팔세토)을 쓰지 않고 이 소리를 ‘질러’내는 일은 불가능해서, 벨리니 시대에 이 음을 어떻게 연주했는지는 수수께끼입니다. 오늘날 많은 테너가 높은 F 대신 두 음 낮은 ‘높은 D플랫’으로 소화하고 있지만 이 음마저도 ‘높은 C’보다 반음이나 높습니다. 높은 음의 ‘횟수’로 테너를 고생시키는 노래도 있습니다. 도니체티의 ‘연대의 아가씨’에 나오는 ‘아, 친구들이여’입니다. 이 노래에는 높은 C가 아홉 차례나 등장합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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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가 묘사한 군대

    올해 가을도 어느 계절 못잖게 콘서트홀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작품으로 풍성합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7,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핀란드의 거장 오스모 벤스케 지휘로 ‘오스모 벤스케와 이언 보스트리지’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영국 테너 보스트리지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에서 군대와 관련된 세 곡을 노래했습니다. 앞서 이달 3일 열린 파보 예르비 지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말러 교향곡 5번 첫 악장에 나오는 장송행진곡과, 보스트리지가 노래한 가곡 ‘소년 고수’가 어딘가 닮게 들립니다. 이유가 있겠죠. 말러는 ‘교향곡은 세계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술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자신감은 당시 유럽 예술가들의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추하고’ ‘더러운’ 것도 말러의 교향곡에 담겼을까요? 그랬습니다. 말러의 음악 속에서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꿈, 걸인들이 읊조리던 민요, 죽음에의 공포는 푸른 초원, 새들의 노래, 달콤한 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여관과 주점을 경영했기에, 그의 원초적인 음악 체험에는 술꾼들이 소리 높여 부르던 유행가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 밖에 어린 시절 말러의 중요한 음악적 경험이 또 있습니다. 군대 나팔과 행진곡입니다. 말러가 1905년에 펴낸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민요 가사에 말러 자신이 곡을 붙인 일종의 ‘창작 민요집’인데, 군대와 관련된 노래가 여럿 나옵니다. 보스트리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에서 노래한 ‘소년 고수’ ‘기상 신호’ ‘아름다운 나팔소리 울리는 곳’은 모두 나팔과 북소리가 묘사된 노래들입니다. 노래의 주인공들은 모두 나이 어린 병사이고, 이들은 가혹한 일상과 죽음에의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말러가 다가오는 두 세계대전을 ‘예언’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에게는 ‘전쟁과 죽음’도 표현해야 할 세계의 일부였을 뿐이죠. 앞에 암시한 대로 ‘소년 고수’의 세계는 교향곡 5번의 암울한 장송행진곡으로 이어집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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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샛별들 “발성-연기 기본기 다진 계기”

    “목소리란 입 밖으로 내기 전에 준비되는 거예요. 자기 소리를 미리 컨트롤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이점이 생기죠.”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 보컬코치 김민정 교수(경복대 뮤지컬과)의 지도로 뮤지컬 발성법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8월 이곳에서 열린 제2회 동아뮤지컬콩쿠르의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개최된 것. 대학·일반부와 고등부 중등부 등 수상자 8명이 참가한 마스터클래스는 강의에 이어 참가자들 각자의 노래에 대해 피아노 반주를 곁들인 개별 코칭으로 이어졌다. 강의와 코칭은 참가자가 발성기관의 원리를 이해해 더 쉽게 역할에 맞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에스틸 발성법’에 따라 진행되었다. 에스틸 발성법은 1988년 미국에서 창안된 발성 기법으로 뮤지컬 배우 정성화 박건형 강필석 등이 김 교수를 통해 이 기법을 연마했다. 김 교수는 “동아뮤지컬콩쿠르 본선 심사에 참여하면서 높은 수준에 놀랐는데 오늘 마스터클래스에서도 참가자들의 이해가 빠르고 바로 노래에 적용하는 모습에서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아뮤지컬콩쿠르 고등부 은상 수상자인 황지현 양은 “발성법뿐 아니라 이를 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깊이 깨닫게 만든 기회였다”고 말했다. 제3회 동아뮤지컬콩쿠르는 내년 8월에 개최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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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숲 속의 가수왕’ 나이팅게일

    예전에 이 코너를 통해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에 묘사된 찌르레기 소리, 라모의 피아노곡에 들어 있는 닭 울음소리 등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고금의 음악 작품에는 수많은 동물의 소리가 들어 있지만, ‘새가 노래한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음악가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동물은 역시 새들이죠. 새들도 종류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서양 음악가들이 가장 사랑한 새는 무엇일까요? 찌르레기, 홍방울새 등이 음악 속에 출연하지만 가수왕은 역시 나이팅게일(사진)과 뻐꾸기입니다. 뻐꾸기의 노래는 높낮이가 다른 두 음을 연속해 내기 때문에 단순해서 인식하기 쉽고 정답게 들립니다. 반면에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훨씬 호화롭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음악 작품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높은 음에서 시작해 잠깐 소리가 내려오고서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 못지않게 높고 낮은 음이 교차하는 콜로라튜라(사람의 목소리로 목관악기의 어려운 기교를 흉내 내는 기법)를 선보입니다. 이 새는 한반도에 서식하지 않지만, 저는 그 노랫소리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가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1924년) 2악장에서 녹음된 나이팅게일 소리를 재생하도록 악보에 적어놓았기 때문이죠. 베토벤이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에 묘사한 새소리도 뻐꾸기와 메추라기,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노래였습니다. 성악곡 속에서도 나이팅게일은 각별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7일 열리는 소프라노 손가슬 독창회는 후반부에 이 새를 위한 특별한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나이팅게일을 묘사하는 성악곡만 세 곡을 연속해서 소개하는 거죠. 슈베르트의 ‘나이팅게일에게’, 레이날도 한의 ‘라일락 나무의 나이팅게일’, 크레네크의 ‘나이팅게일’을 불러줄 예정입니다. 빈 국립음대 교수인 찰스 스펜서가 반주를 맡고, ‘역사상 가장 어려운 콜로라튜라 아리아’라는 평을 받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중 ‘고귀하신 공주님’이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연주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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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늦가을에 듣기 좋은 라흐마니노프 선율

    피아노가 낮은 음역에서 종소리 같은 단순한 음형을 읊조리고, 이어 현악기가 싸늘한 바람처럼 인상 깊은 주제 선율을 노래합니다. 방송에도 자주 등장해 귀에 익숙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입니다. 이 곡은 유독 요즘 같은 늦가을에 찾아 듣게 됩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는 쨍하게 맑은 날이 많지만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찬 바람이 부는 날도 잦습니다. 길에 떨어진 낙엽이 이리저리 날리면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죠. 이 곡 첫 악장은 요즘의 이런 계절감과 맞아떨어집니다. 피아니스트가 마음껏 기량을 뽐내기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 으뜸이지만, 음악 팬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작품은 역시 2번인 것 같습니다. 이 협주곡은 시쳇말로 ‘화면발’을 잘 받는 음악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명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출연한 1932년 작 ‘그랜드 호텔’로 시작해 고금의 명화들에 자주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특히 1954년 나온 음악영화 ‘랩소디’에 인상적으로 쓰이며 큰 사랑을 받았죠. 우리 영화로는 2006년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이 곡이 등장했습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는 이 작품의 2악장을 팝송으로 편곡한 ‘All by myself’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곡은 실제 11월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1900년 가을에 쓰기 시작해서 1901년 11월 9일에 작곡가 자신의 피아노 솔로로 전곡 초연됐죠. 물론 러시아는 겨울이 더 빨리 닥치니 11월 한국 날씨보다는 훨씬 스산했을 겁니다. 다음 달 3일 파보 예르비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가 조지아 피아니스트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의 피아노 협연으로 이 곡을 연주합니다. 같은 곳에서 15일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는 최근 이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 2번과 4번 앨범을 내놓으면서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정통함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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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차이콥스키, 말러, 푸치니.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이 칼럼을 읽어 오신 독자라면 ‘필자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이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군요. 그 답도 틀리지는 않겠습니다만, 다른 답을 꼽아보자면 ‘바그너를 좋아하다가 비판받은’ 작곡가들이라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차이콥스키는 초기의 관현악 작품들이 바그너의 영향을 너무 짙게 받았다는 질타를 스승인 루빈시테인 형제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말러의 초기 작품들은 브람스를 위시한 보수적인 빈 음악계 원로들로부터 경원시되었습니다. 푸치니의 첫 오페라 ‘빌리’도 바그너를 연상시키는 점이 많아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 제왕이었던 베르디가 걱정을 표시했습니다. 오늘날 돌아보면 이들을 빼놓고는 19세기 말 유럽 작곡계의 풍성함은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이 세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바그너의 세계를 교향악에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 브루크너는 물론 시벨리우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곡 거장들이 바그너의 영향을 짙게 받았습니다. 바그너와 같은 해 태어난 베르디의 오페라가 ‘편하고 아름다운 살림집’을 지었다면, 바그너의 음악극은 ‘육중하고 압도적인 성당’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음악적 건축술’의 혁신을 이루었다는 점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당대 서양음악의 음계와 화음,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바그너의 작품 목록에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육중한 네 그루 나무가 ‘니벨룽의 반지’ 4부작입니다. 독일 신화에 나오는 라인강의 황금과 반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신들의 이상향 ‘발할라’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려한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베를린에 소련군의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은 히틀러도 이 같은 ‘비극적일지언정 영웅적인’ 최후를 꿈꾸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됩니다. 유럽 ‘조형연극’ 개념의 대표자로 알려진 명연출자 아힘 프라이어의 손에서 태어나는 ‘반지’ 연작입니다. 첫 무대인 ‘라인의 황금’은 올해 11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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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음악콩쿠르 이석준 호른상 신설

    이석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사진)의 상금 기탁으로 동아음악콩쿠르에 ‘이석준 호른상’이 신설된다. 이 교수는 2년마다 열리는 호른부문 수석 입상자에게 이석준 호른상과 상금 100만 원을 수여하기로 하고 상금을 기탁했다. 이 교수는 “호른 연주를 활성화하고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상금을 기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음대에 재학하던 1994년 동아음악콩쿠르 호른부문 1위에 입상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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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골트베르크 변주곡이 원래 자장가였다고?

    자장가는 듣는 사람에게 평화로움과 진정을 가져다주어 잠으로 인도합니다. 그러나 ‘그 음악은 내게 자장가야’라고 한다면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따분해서 졸음이 오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잠을 유발하기 위해’ 작곡되었다는 대곡이 있습니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바흐가 활동하던 작센 공국에는 카이저링크 백작이라는 인물이 러시아 대사로 와 있었습니다. 그는 불면증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바흐가 이를 듣고는 ‘잠이 잘 오게 하는 음악’으로 이 변주곡을 써 주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백작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음악가 요한 고틀리프 골트베르크에게 이 곡을 연주하게 했고, 결국 잠을 잘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음악학자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의 바흐 전기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이저링크 백작을 위해 이 곡을 연주했다는 골트베르크는 이 곡이 작곡된 1741년 열네 살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 완숙한 연주를 펼치는 신동 음악가도 있지만, 귀족의 전속 음악가로 활동하기에는 이른 나이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포르켈이 이 이야기를 적은 것은 1802년이니 카이저링크와 바흐의 일화로부터 한 갑자(甲子)가 흐른 뒤입니다. 그가 독자의 재미를 위해 ‘잠이 오는 변주곡’ 일화를 꾸며냈을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그러나 잠이 오든 안 오든 간에 이 변주곡은 더없이 멋진 작품입니다. 선율의 아름다움과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까요. 익숙한 기분으로 듣고 있으면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솔솔 올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의 변주가 주는 새로운 세계를 짚어가며 듣다 보면 잠은커녕 오히려 강한 각성효과까지 듭니다.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는 피아니스트 허원숙이 토카타 D단조와 G단조, 부소니가 편곡한 ‘샤콘’ 등 바흐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이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합니다. 그는 최근 폴란드 ‘Dux’ 레이블로 골트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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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를 미술 작품으로 재해석한다면…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한 해 전 발표한 소설 ‘어린 왕자’ 속의 문장입니다.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에서는 내년 1월 27일까지 ‘나의 어린 왕자에게’ 전시회가 열리고 있죠. 소설 ‘어린 왕자’ 속의 장면들을 미술 작품으로 다르게 바라보고 새로운 뜻을 발견하는 전시입니다. 상상 속의 어린 왕자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곳곳에 갖추고 있습니다. 전시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어린 왕자’는 어떤 소설? 생텍쥐페리는 44년이라는 길지 않은 삶 속에서 ‘인간의 대지’ ‘야간비행’ 같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써낸 작가입니다. 그는 모험을 좋아했고 비행가이기도 했죠. 비행기 결함으로 사막에 불시착하거나 큰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어린 왕자’에도 작가의 이런 경험이 들어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는 지구에 온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됩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혼자 살다가 어느 날 씨가 떨어져 피어난 장미꽃과 친구가 되지만, 장미꽃과 다툰 뒤 여러 별을 떠돌게 되었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사연을 말합니다. 작품 속엔 어린 왕자와 장미꽃 사이에 오간 미묘한 마음, 지구에 오기 전 들렀던 별들 이야기, 조종사가 사막에서 만난 여우와 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넌 네가 길들인 것들에 책임이 있어’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같은 문장들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가치에 대한 일깨움을 줍니다. 이 작품을 쓴 뒤 생텍쥐페리는 나치 독일에 대항하는 자유프랑스군 공군 비행사로 지원해 입대했다가 비행 중 실종되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처럼 신비로운 마지막이었습니다.○ 관객이 화면 조종… TV 속의 보아뱀 전시는 미술 작가 19명의 20개 전시작품과 세 곳의 포토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상임 작가의 작품에는 관객이 플레이할 수 있는 ‘조종간’이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데 따라서 화면에는 사막 위의 하늘, 지면이 나오고 짧은 비행이 펼쳐지면서 미지의 곳으로 불시착하게 됩니다. 중국 작가 장위하오의 작품은 세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화면에 모자가 보입니다. 한 모자 위에는 코끼리가 올라타고 있고, 자세히 보면 모자를 감싸고 도는 뱀도 보입니다.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뱀 그림을 보고 어른들은 모자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상기시킵니다. 구지은 작가의 작품은 커다란 샹들리에입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가가 보기도 하다가 작은 전등 하나하나마다 사람들이 씹던 껌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어린 왕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별에서 만난 ‘허영쟁이’를 연상하게 합니다. 소설 속의 허영쟁이는 자신을 칭찬하는 말만 좋아하고, 박수를 받으면 모자를 들어올리며 만족하죠. 화려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침 냄새가 날 것 같은 전시 속의 샹들리에와 비슷합니다. 윤여준 작가의 작품은 옛날의 브라운관 TV가 바닥 가득히 깔려 있습니다. 고 백남준의 작품들로 우리에게 낯익은 ‘비디오 아트’입니다. 화면마다 모자와 보아뱀, 코끼리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정운식 작가의 작품은 가장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책을 통해 친숙한 어린 왕자의 이미지가 책 속 삽화와 같은 모양과 색상으로 서 있습니다. 배경에는 사막여우의 귀여운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단순한 그림이나 조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금속판을 겹겹이 겹친 뒤 볼트와 너트로 연결한 것입니다. 이 밖에 벽에 빠르게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기법으로 어린 왕자를 그려낸 레오다브 작가, 돌처럼 보이는 형상에 영상을 비치는 얄루 작가, 하얀 커튼으로 공간을 나누어 ‘서로 다른 존재들에 부딪치는’ 어린 왕자의 경험을 표현한 홍유영 작가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 시대의 미술작품으로 재해석된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됩니다.○ ‘어린 왕자’와 예술작품의 재해석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은 1919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복제한 그림에 연필로 수염을 그려 발표했습니다. ‘L.H.O.O.Q’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름도 붙였죠. 예전에 이미 있던 예술품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말하자면 기존 예술작품의 ‘재해석’이죠. ‘나의 어린 왕자에게’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도 문학작품인 ‘어린 왕자’를 미술작품으로 재해석 또는 재창조한 작품입니다. 재해석은 원래의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거나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비틀어 꼬집거나 풍자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어떤 쪽일까요? 각각의 작품이 다르고, 한 작품에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아서 각각의 작품이 담고 있는 ‘재해석’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눠 보면 어떨까요?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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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세 곡으로 기억되는 작곡가 브루흐

    수많은 작품으로 사랑받는 예술가가 있는가 하면, 단 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예술가도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일 작곡가 막스 브루흐(1838∼1920·사진)는 특이합니다. 그의 긴 작품 목록에서 유독 세 곡만이 유별난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세 곡 모두 현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입니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스코틀랜드 환상곡’,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콜 니드라이’입니다. 밤공기가 서늘해진 이맘때부터 겨울이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까지가 이 세 작품을 듣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 곡들을 들으면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루흐의 이 곡들을 듣고 있으면 ‘호반’ ‘백마의 기사’ 같은 독일 작가 테오도어 슈토름(1817∼1888)의 소설들이 떠오릅니다.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 출신인 슈토름의 소설들은 북해의 바람 같은 쌀쌀한 분위기가 특징이죠. 브루흐도 북독일 출신이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상상과 달리 중부 독일의 쾰른 출신이었습니다. 한 곡도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한 작곡가도 많으니 세 곡 정도면 행복하다 할 수 있겠지만, 브루흐 자신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에게는 ‘1번’ 말고도 바이올린 협주곡이 두 곡 더 있었습니다. 특히 1번보다 12년 뒤 쓴 바이올린 협주곡 2번 D단조가 1번보다 낫다며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연주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결국 1번의 인기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제게 느낌을 물어본다면, 글쎄요…. 1번의 경우 세 개 악장 전체가 깔끔한 구조와 흘러넘치는 서정을 갖고 있는 반면, 2번은 역시 1번만큼의 ‘한 방’이 없는 느낌입니다. 12월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세계적인 음반사 DG(도이체 그라모폰)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열립니다.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협연으로 6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7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등을 연주합니다. 점차 바람이 차가워지는 이 가을 내내 이 자리를 기다려도 즐겁겠다 싶습니다. 오늘(2일)은 브루흐가 타계한 지 98년 되는 날입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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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찍기, 1대1 맞춤 강의에 실력 쑥쑥” 동아사진강좌 제5기 수업

    “AV모드로 공간감을 잘 표현할 수 있어요. 조리개는 내가 조절하고 셔터는 카메라가 맞춰줍니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낮은 감도로….” 찰칵 찰칵, 연이어 셔터 음이 터졌다. “배경이 흐려지니까 인물에 시선이 더 가죠?”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동아사진강좌 제5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 강좌는 10번의 수업 중 2번은 야외 출사 수업으로 진행한다. 이날은 카메라의 감도, 조리개,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는 모드 변환을 수강생들이 직접 체험한 후 구도 설명이 이어졌다. “롱샷에는 하늘과 계절은 물론 장소도 표현할 수 있죠. 반면 클로즈업은 표정이 세밀해 감정을 살릴 수 있어요.” 황인선 강사가 수강생들이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더 오른쪽으로 갔으면 광선이 살겠죠?” “이 사람은 몸이 잘렸죠?”라며 조언을 덧붙이자 수강생들의 표정에는 자랑스러움과 쑥스러움이 엇갈렸다. 30년 경력의 사진전문가 황 강사가 박종웅 강사 등과 팀을 이뤄 ‘미학적 사진찍기’를 주제로 강의한다. 1 대 1 코칭을 통해 카메라 조작법부터 전문적인 테크닉까지 다양하게 가르친다. 서재석 씨(81)는 “사진을 좋아했는데 이론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평생 조각가로 활동해온 임모 씨(79·여)는 “내 조각 작품을 직접 찍고 싶었는데 쉬운 설명과 개인 지도 덕분에 실력이 쑥쑥 느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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