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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점령지 4곳을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끝난 지 하루 만인 28일(현지 시간) “99%가 병합에 찬성했다”며 병합을 선언했다. 100%에 육박하는 신뢰하기 어려운 찬성률을 주장하는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에서 “국제법을 위반한 가짜 투표”라는 규탄이 확산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짝퉁 투표로도 불리지도 못할 코미디(farce)로 영토를 훔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 “투표 결과는 명확하다. 러시아 조국으로 온 걸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27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와 헤르손주 4곳에서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 결과 찬성률이 각각 99.23%, 98.42%, 93.11%, 87.05%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8일 “러시아의 불법적인 주민투표 진행 방식과 조작된 결과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러시아를 규탄하고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블룸버그가 27일(현지시간) 애플 신제품 아이폰14가 예상보다 덜한 판매세에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고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애플은 당초 하반기(6~12월)에 9000만 대를 생산하려던 계획 외에 추가 600만 대 증산 계획을 세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증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으로 애플이 아이폰14 판매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아이폰 14는 애플이 탈중국 기세로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한 애플의 신작으로 전작과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등 힘을 실은 모델이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이 작년 수준인 하반기 9000만 대 판매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증산계획 철회는 ‘킹 달러’로 애플 신제품 가격이 미국 외 시장에서 10~20% 비싸지는 등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 수요 부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시장조사기관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아이폰 14 판매량이 첫 3일 동안 98만7000대로 전작 아이폰 13보다 10.5% 적었다고 밝혔다. 특히 위안화 가치가 대폭 하락 중인 중국에서의 아이폰 수요 부진이 도드라 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미국 외 주요 경제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팬데믹 봉쇄로 급속히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이들 주요국 화폐가치는 연일 하락세다. 달러 지수는 114를 계속 넘어서고 있고, 엔화 역시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에도 다시 달러당 145엔을 향해 상승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역외 달러당 위완화 환율도 7.2위안에 육박하며 데이터가 기록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리즈 트러스 영국 내각의 감세정책이 ‘파운드화 쇼크’로 이어지자 국제금융기구(IMF)가 제동에 나섰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킹 달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의 확장 재정정책이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IMF가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IMF는 “영국의 감세 정책은 특정 타깃이 없는 무차별한 재정 패키지”라며 “이는 부유층에도 감세 혜택이 돌아가게 해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을 포함한 세계 각굮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할 때, IMF는 막대한 ‘재정 패키지’를 추천하지 않는다”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상반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트위터에 “IMF는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직후 IMF도 영국 비판에 동참한 것이다. 유명 투자가 레이 달리오도 “영국이 신흥국 정부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영국 국채ㆍ통화 패닉 셀링은 시장이 더 이상 엄청난 부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이번 사례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전개를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문제에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영국의 금융시장 혼란은 영국 내에 국한될 뿐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 않다며 글로벌 시장은 잘 기능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극우 정당에 들어섬에 따라 재정확장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지수를 결정하는 6개국 통화 중 비중이 높은 파운드화, 유로화가 재정위기 우려속에 ‘쇼크’ 수준의 급락을 이어감에 따라 강 달러는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지수는 114를 넘어 계속해서 20년 래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영국 정부 신뢰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 투매에 나서 영국 5년 만기 국채는 4.6% 수준으로 감세정책 발표 전과 비교해 1%포인트 급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으로 이날 미국 10년 말 미국 국채 금리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4%를 넘어섰다. 금융시장 혼란에 뉴욕 증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27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1% 하락한 3647.29를 기록해 또 연중 최저치 갱신했다. 약세장에 진입한 다우 지수도 하락세를 이어갔고, 나스닥만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가장 빨리 받는 주택경기는 본격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집값이 10년 만에 떨어짐. 글로벌 시장지수 제공업체인 S&P 다우존스 인덱스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7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2%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8% 올라 여전히 집값이 비싼 상태지만 6월(18.1%)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둔화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한 달 만에 2.3%포인트 줄어든 것은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폭이라고 S&P 다우존스는 밝혔다. 경기 침체우려 속에 연준 인사 가운데서서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해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준이 물가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과도하게 정책을 할 위험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레이스 총재도 이날 한 정책 포럼에 참석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서 더 올리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라며 “미국이 1970~80년대와 같은 시나리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파운드화 쇼크’가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 뉴욕 증시까지 덮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부채 상환에 차질이 생기며 ‘영국발(發)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파운드화 급락이 달러 가치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달러’ 현상을 강화해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더욱 하락하면서 세계 무역이 위축될 것이란 공포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쳤다. 26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약 5% 떨어지며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다가 27일 상승하며 진정됐다. 이전 최저치는 1985년 2월 26일의 1.05달러였다. 이날 미국 증시 3대 지수도 ‘파운드화 쇼크’로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3% 하락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다만 27일 미 증시 선물 시장은 반등세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 코스피는 27일 상승 마감했지만 2년 2개월 만에 처음 장중 2,200 선 밑으로 떨어졌다.파운드화 폭락, 강달러-신흥국 위기 부추겨… “英, 문제국가 됐다” ‘파운드화 쇼크’ 세계 확산 英 물가 급등속 50년만 최대 감세불안한 투자자들 파운드화 투매… 불확실성 키워 글로벌 금융 출렁英 진출 외국기업들 손실 불보듯… 루비니 “英, IMF 구제금융 가능성” 영국 파운드화 급락이 영국 부채 위기는 물론 달러 초강세를 뜻하는 ‘킹달러’ 현상을 더욱 부추기면서 이로 인한 세계 무역 위축 공포도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가 출렁였을 뿐 아니라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국제 원자재 값은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가 겹쳐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9%를 넘었다.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6.7달러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으며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아시아,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흔들린 데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 폭락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 부채 상환에 문제가 생기고, 파운드화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까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연중 최저점으로 추락했던 코스피도 27일 장중 2,197.9까지 밀렸다. 지수가 장중 2,200 선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7월 24일(2,195.49)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3%(2.92포인트) 오른 2,223.86에 마감했다. 전날 700 선이 무너졌던 코스닥지수는 0.83%(5.74포인트) 반등하며 698.11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9.8원 내린 1421.5원에 마감했다. ○ “英, IMF 구제금융” 예상까지파운드화 쇼크의 시작은 23일 영국 리즈 트러스 내각이 소비 진작을 위해 50년 만에 최대 폭의 감세 정책을 발표하며 가시화됐다.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도 시장에 사실상 돈을 푸는 감세 정책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파운드화를 투매했다. 이어 25일 추가 감세 입장이 나오자 파운드화 가치가 더욱 떨어졌다. 사상 최저로 떨어졌던 파운드화 가치는 27일 상승세로 시작하며 진정되는 듯했지만 장기적으로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달러 아래로는 물론이고 1유로 아래로도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24일 트위터에 “영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구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운드화 급락 쇼크 여파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흔들고 있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영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칼럼을 통해 “영국이 (만성 부채 국가인) 이탈리아를 대신해 새로운 유럽의 경제 문제 국가로 부상했다”고 평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 감세 정책에 따른 혼란에 대해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파운드화 급락을 초래한 영국 감세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세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 파운드화 급락이 킹달러 부추겨 파운드화 급락 등이 겹치며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14를 돌파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킹달러’는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는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경기 둔화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 수출 기업 실적이 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투자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이 98%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22개 국가보다 뒤처질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도시 봉쇄도 불사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중국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26일(현지 시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2.8%로 2.2%포인트 낮췄다. 지난해(8.1%)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지역 국가 전체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2.6%보다 2배 이상 높은 5.3%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이 국가들이 내수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3월 올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제시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가 잇따라 봉쇄됐다. 경제의 약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 올해 여름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에 따른 전력난이 경제 성장 잠재력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중국 부동산 위기는 구조적 문제라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자산 붕괴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풀면서 지방정부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디탸 마투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코로나19 억제에 많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과거처럼 공격적인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담은 이번 세계은행 보고서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정책이 199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서 시작된 경제 활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및 달러 초강세로 인한 아시아 통화 약세,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통화 약세와 이에 따른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파운드화 쇼크’가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 뉴욕 증시까지 덮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부채 상환에 차질이 생기며 ‘영국발(發)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달러 가치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 달러’ 현상으로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줄줄이 하락해 세계 무역이 위축될 것이란 공포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쳤다. 26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약 5% 떨어지며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다가 27일 상승하며 진정됐다. 이전 최저치는 1985년 2월 26일의 1.05달러였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에 불안감이 확산되며 26일 영국의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603%로 세계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미국 증시 3대 지수도 ‘파운드화 쇼크’로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3% 하락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26일 연중 최저점으로 추락했던 국내 증시는 27일에도 출렁였다. 27일 코스피는 장중 2,197.9까지 밀렸다. 지수가 장중 2,2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7월 24일(2,195.49)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3%(2.92포인트) 오른 2,223.86에 마감했다. 전날 700 선이 무너졌던 코스닥지수는 0.83%(5.74포인트) 반등하며 698.11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9.8원 내린 1421.5원에 마감했다. “파운드화 가치 ‘1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미국 증시와 함께 미 국채 금리, 국제 원자재 값도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로 26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9%를 넘어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6.7달러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으며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아시아,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흔들린 데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 폭락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 부채 상환에 문제가 생기고, 파운드화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까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英, IMF 구제금융” 예상까지파운드화 쇼크의 시작은 23일 영국 리즈 트러스 내각이 소비 진작을 위해 50년 만에 최대 폭의 감세 정책을 발표하며 가시화됐다.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도 시장에 사실상 돈을 푸는 감세 정책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파운드화를 투매했다. 이어 25일 추가 감세 입장이 나오자 파운드화 가치가 더욱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26일 1.09달러까지 오르면서 반등을 꾀했으나 영국 중앙은행(BOE)이 긴급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인상 결정을 유예하자 다시 하락하는 등 급등락하며 이날 한때 사상 최저인 1.03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였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수준보다 낮다. 금융시장 불안에 주택담보대출 기관인 할리팍스 등은 일부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27일 상승세로 시작하며 진정되는 듯 했지만 장기적으로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영국 정부의 ‘완전히 무책임한’ (감세) 계획이 파운드화 가치를 1달러 아래로는 물론이고 1유로 아래로도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24일 트위터에 “영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구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운드화 급락 쇼크 여파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흔들고 있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영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칼럼을 통해 “영국이 (만성 부채 국가인) 이탈리아를 대신해 새로운 유럽의 경제 문제 국가로 부상했다”고 평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 감세 정책에 따른 혼란에 대해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운드화 폭락을 초래한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킹 달러-연준발 경기 비관론 파운드화 급락이 달러 초강세를 뜻하는 ‘킹 달러’ 현상을 더욱 부추기면서 이로 인한 무역 위축 공포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14를 돌파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킹 달러’는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는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경기 둔화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 수출 기업 실적이 부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투자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이 98%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중국 경제 둔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중국 올해 경제성장률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 다른 지역보다 뒤처질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은행은 26일(현지시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기존 전망치 5.0%에서 2.2%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 8.1%와 비교하면 급격한 둔화세로 예상한 것이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및 남태평양 지역 국가 전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3%로 예측됐다. 중국이 한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뒤처진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도시 봉쇄도 불사하는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제조, 수출, 소비 등 경제활동에 제한을 가한 것이 중국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중국 경제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가 중국 경제 둔화에 영향을 줬다. 특히 중국 부동산 위기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자산 붕괴를 막기 위해 긴급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 향후 지방정부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디티타 마투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코로나19 억제에 많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규모 경제부양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로 코비드 정책에 의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담은 이번 세계은행 보고서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정책이 덩샤오핑 개혁시대에서 시작된 경제활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팬데믹 침체에서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이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자본유출 등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세계은행은 경고했다. 마투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인플레이션 대응과 경제 회복 지원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구글도, 한국도 자유무역으로 큰 ‘글로벌 프로덕트’입니다.” 카란 바티아 구글 글로벌정책 담당 부회장(사진)은 21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정부 정책이 경쟁을 방해한다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의 글로벌 정책과 규제 이슈를 총괄하는 바티아 부회장을 이날 미국 뉴욕 피어17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 현장에서 만났다. 해외로 진출하고자 뉴욕에 모인 한국 스타트업 부스를 둘러본 바티아 부회장은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도 처음에는 스타트업이었고, 글로벌 경제의 혜택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재차 열린 시장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제2의 구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에서 제2의 구글 나올 수 있을 것”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을 계기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는 구글, 현대자동차, 네이버클라우드와 스타트업 15곳이 참여했다. 구글은 자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를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 ‘트이다’ 등과 함께 뉴욕 부스를 차렸다. 바티아 부회장은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가 됐다. 구글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창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를 만든 이유”라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한국 스타트업 120곳을 지원해 총 4억4400만 달러(약 6360억 원) 투자, 3300개 일자리 창출을 이끌었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바티아 부회장이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데에는 한국과의 인연에 이유가 있다. 그는 2007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이끌었다. 한미 FTA에 특별한 애정이 깊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그는 “한미 FTA로 2007년 1040억 달러이던 양국 무역 규모가 2021년 1940억 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됐다”며 “윤 대통령이 한미 관계 강화와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구글과 한국의 기술 분야 파트너십도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티아 부회장은 22일 뉴욕에서 열린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기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한미 FTA 위반 여부를 놓고 자동차 분야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언급을 꺼렸다. 다만 “이번 유엔총회를 지켜보며 지정학적 갈등 속에 세계가 갈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쪽은 집중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소수다. 반면 자유무역의 혜택은 다수가 갖는다. 결국 다수의 생각이 다시 크게 들릴 것이고, 한국이 계속해서 자유무역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 규제, 함께 크는 기회” 최근 한국의 망 사용료 논란을 포함해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 ‘디지털 시장법’,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적정연령코드설계법’ 등 글로벌 빅테크 산업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바티아 부회장은 “테크 산업은 기존 전통 산업에 비해 아직 ‘젊은(young)’ 산업이다.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 개인정보보호 부문 등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며 “구글은 각국 정부의 규제를 함께 커가는 기회로 본다. 유럽 개인보호정보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90여 개 정부와 일일이 규제를 논의하는 것은 도전적 과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산업의 공통된 규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망 사용료 등 한국에서의 규제 이슈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만나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국이 디지털 서비스에 있어 무역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대화를 갖길 희망한다”고만 밝혔다. 최근 이 장관은 러몬도 장관을 만나 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제기했고, 러몬도 장관은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법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바티아 부회장은 “세계는 사이버 보안, 기후변화 등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며 “데이터에 기반한 공공정책에 있어 구글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달러 강세 시대에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의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제2의 1997년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자본이 아시아를 탈출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431.3원에 마감하면서 한국 화폐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일 금리 격차가 심해지며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도 최근 전 세계의 동시다발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슈퍼 달러’ 현상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30년 만의 엔화 대폭락”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6일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위안 올린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달 들어 7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고시했다. 중국 당국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1달러=7위안’은 중국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이날 런민은행은 금융기관이 외환 선물환 거래를 할 때 런민은행에 1년간 예치해야 하는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28일부터 0%에서 20%로 올린다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위안화 방어를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엔화는 최근 달러당 145엔을 돌파해 일본 금융 당국이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개입에 나서는 등 최악의 화폐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1년간 엔화 가치가 30엔 이상 떨어졌는데 이런 일은 과거 30년간 없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 추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며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해 미일 금리 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짐 오닐 채텀하우스 의장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아시아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 세계는 역(逆)환율 전쟁 중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한국 증시에서 137억 달러(약 20조 원), 인도에서 200억 달러(약 29조 원), 대만에서 440억 달러(약 63조 원)가 빠져나갔다. 개발도상국 금융위기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대출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가장 큰 무역국이란 점은 아시아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돼 달러가 빠져나가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 주요국들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물가를 잡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올리는 ‘역환율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선 11월 금리 1.25%포인트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캐나다 등 각국도 잇따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제2의 1997년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슈퍼 달러’ 시대에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의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 자본의 아시아 이탈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일 금리 격차가 심해지며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도 전 세계 동시 다발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슈퍼 달러’ 현상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30년 만의 엔화 대폭락”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6일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 올린 7.0298 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달 들어 7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고시했다. 15일 홍콩 역외 시장에서 장중 7위안을 돌파한 적 있지만 중국 당국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1달러=7위안’는 중국에서 심리전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1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것을 ‘포치(破七)’라고 부른다. 이날 런민은행은 금융기관이 외환 선물환 거래를 할 때 런민은행에 1년간 예치해야 하는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28일부터 0%에서 20%로 올린다고 밝혔다. 런민은행은 “외환시장 기대치를 안정시키지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위안화 방어를 위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는 최근 달러당 145엔을 돌파해 일본 금융 당국이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개입에 나서는 등 최악의 화폐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1년간 엔화 가치가 30엔 이상 떨어졌는데 이런 일은 과거 30년간 없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금융당국 개입으로 26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엔화 환율은 143엔 수준으로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시장은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이 엔화 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더라도 추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말 금리를 4.4%로 내다보는 등 ‘슈퍼 매파적’ 행보를 보이는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해 미일 금리 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 은행 수석 경제 전략 담당은 불름버그에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엔화와 위안화의 약화는 아시아 전체 통화 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며 “우리(아시아)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명한 신흥시장 전문가인 짐 오닐 채텀하우스 의장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해 왔다. 오닐 의장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골드만삭스 통화전략 담당이었다. 그는 “아시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 통화의 폭락은 해외 자금에 겁을 줘 아시아 전체에서 자금을 빼돌리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 경우 아시아의 본격적인 외환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증시서 20조 원 유출 이미 신흥시장 자본 유출은 현실화 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한국 증시에서 137억 달러(20조 원), 인도에서 200억 달러(29조 원), 대만에서 440억 달러(63조 원)가 빠져나갔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들의 가장 큰 무역국이라는 점도 아시아 경제에 대한 시장 신뢰를 잃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트랑 투이 르 맥쿼리캐피털 전략가는 “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는 한국의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화 등이 (시장 변동에) 가장 취약한 통화”라고 밝혔다. 이미 개발도상국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소한 5개국이 채무불이행으로 IMF 긴급 자금을 신청하는 등 8월 말 현재 IMF의 지급 대출 규모는 44개의 개별 프로그램에서 1400억 달러(200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세계는 역환율 전쟁 중국과 일본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 나머지 세계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통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환율전쟁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물가를 잡고 나아가 자본 유출을 막으려는 ‘역(逆)환율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지난주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빅스텝) 인상한 영국에선 ‘슈퍼 달러’에 자국의 감세정책 여파까지 겹쳐 파운드화가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11월 1.25%포인트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0.75포인트 인상), 노르웨이(0.5%포인트 인상), 스웨덴(1%포인트 인상), 덴마크(0.75%포인트 인상), 캐나다(0.75%포인트 인상) 등 세계 각국이 잇따라 빅스텝 이상 강력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JP모건은 10월에도 유럽연합(EU)을 비록해 한국, 뉴질랜드, 태국 등 16개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아무도 세계경제 수요에 미칠 집단적 효과는 따지지 않고 있다”며 “동시다발적 금리인상이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북한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원되는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하루 앞둔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나섰다. 특히 북한의 비밀 핵시설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태천에서 처음으로 미사일을 쐈다. 연합훈련을 통해 북한에 핵 도발에 나서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한미를 겨냥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발사 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도 25일(현지 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한국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3분경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고도 60km로 약 600km를 비행했고 속도는 음속의 5배(마하 5)로 탐지됐다. 군은 이 미사일 기종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10만3000t) 등 미 항모강습단이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지 이틀 만이다. 태천에서 부산까지는 약 600km 떨어져 있다.北, 한미훈련 동해에 미사일… 신포서 SLBM 발사 준비도 포착 北, 112일만에 탄도미사일 발사‘선제 핵사용’ 법제화뒤 첫 도발軍 “변칙기동 궤적 이스칸데르 추정”美항모등 훈련 트집… 추가도발 우려美해리스 29일 방한… 북핵대처 논의 북한이 112일 만에 무력 도발에 나섰다. 26∼29일 한국작전구역(KTO)에서 5년 만에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앞두고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아 올린 것.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이 포함된 이번 미 항모강습단 전개를 명분 삼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긴장 조성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및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도발이 북한의 전술핵 선제 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임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전술핵 투발수단’ KN-23, 변칙 기동군은 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동해로 발사된 SRBM 1발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보고 있다. ‘대남(對南) 타격 3종 무기’ 중 하나인 KN-23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비행하다 하강 단계에서 급상승하는 변칙 기동(pullup) 특성을 보여 요격이 까다롭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도 한미 탐지 자산에 변칙 기동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SRBM 발사 준비를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SRBM 미사일 발사 준비는 이미 지난달 마무리돼 있었다”고 했다. 발사 준비를 끝내 놓고 발사대를 세우는 등 기만 행위를 지속하다 이번 미 전략자산의 전개 시점에 맞춰 도발을 재개했다는 것. 북한 입장에선 한미가 앞서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에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합의했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미 전략자산이 전개됐다는 측면에서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 연합 해상훈련 일정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형태의 미사일 도발도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연합 해상훈련 기간 중 SLBM 도발 가능성한미 정보당국은 연합 해상훈련 기간 중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동향이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2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SLBM 등 북한의 도발 징후와 동태를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은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한미의 동해 연합해상 훈련 기간에 이뤄져 맞불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방한 예정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9일 윤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은 북한 위협에 맞서 한국의 동맹과 연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다음 달 초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여야가 인터넷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아난드 부사장이 공개 반발하자 국회 차원에서 ‘기선 제압’에 나선 것.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3년째 망 사용료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글까지 가세하면서 해외 ‘빅테크’ 콘텐츠사업자(CP)들과의 망 사용료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여야 이견 없어 ‘속도전’2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아난드 부사장 외에 넷플릭스 미국 본사의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아난드 부사장은 20일 과방위의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공청회 직후 유튜브 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개 반발한 직후 증인으로 신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난드 부사장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내 한 사단법인에서 진행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 반대 서명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한국 국회의 입법 과정에 외국계 기업이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반대 서명 운동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이들이 출석에 거부할 것을 대비해 한국 대리인으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법무총괄 등도 각각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라고 했다. 구글이 입법 반대 여론전에 나선 건 한국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외에서도 관련 법규가 속속 마련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앞서 구글, 애플 등 대형 앱 마켓(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세계 최초로 통과·시행시켜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과방위는 다음 달 국감이 끝나면 망 사용료 관련 공청회를 또 한 차례 열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과방위 관계자는 “여야 의원 7명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해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야 모두 이번 국회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美 “망 사용료 부과는 미국 기업 차별”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망 사용료 이슈로 한미 통상 마찰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한국에 진출한 미국 플랫폼 기업에 차별적인 법안이라며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일각에선 “한국이 전기차 보조금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하지만, 한국도 망 이용료 부과 의무화 법안을 ‘넷플릭스 갑질법’으로 부르는 등 특정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USTR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브라이언트 트릭 미 무역대표부 한국담당 부대표보는 지난달 23일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 2명과 함께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을 찾아 미국 넷플릭스 등을 대상으로 한 국내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 납부 요구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USTR가 통상 관련 기관이 아닌 방통위를 방문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움직임”이라며 “넷플릭스, 구글 등에 대한 망 사용료 납부 입법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북한-안보를 넘어 더욱 깊고 넓은 한미관계를 지향하는 것 긍정적”이라고 밝혔다.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미 관계 포럼에 참석한 후커 전 보좌관은 “윤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국가를 목표가 한미 관계 깊게 하고 있어 지지한다”고 밝혔다. 후커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핵 실무 협상에 관여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후커 “한미연합훈련, 북핵 대응에 중요”이날 후커 전 보좌관과 더불어 포럼에 참석한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미국대사, 카틀린 프레이저 카츠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플리츠 선임 펠로우 등 여성 3인 한미관계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라며 “북한문제를 넘어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가 보여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한일 정상간 만남에 대해서도 카츠 박사는 “일본이 한일 정상 간 약식회담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일 정상 의 만남은 한일관계 복원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밝혔다. 또 대만 해협 긴장이 지속되고 있고, 북한 7차 핵실험 임박 가운데 한일 관계 복원이 한미일 삼자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다만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려면 자유연대론과 같은 가치 천명을 넘어 더 구체적인 지정학적 갈등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스티븐슨 전 대사는 “윤 대통령이 유엔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역할을 강화하고, 특정 가치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구체화하진 않았다”며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세계 안보 문제는 러시아이다. 워싱턴에선 한국이 러시아 문제에 더욱 나서주길 바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과거 한반도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현재에도 한국은 러시아를 에너지 등 잠재적 경제파트너로 보고 있어 한국에 있어 러시아 문제 개입은 복잡한 문제”라며 “한국에게 어려운 선택임은 분명하고, 한국은 선택을 두려워(nervous)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객석에 있던 마크 토콜라 전 주한미국대사관 부대사가 후커 전 보좌관에게 ‘북 7차 핵실험 시 한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대만 위기 현실화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물었다. 이에 후커 전 보좌관은 ”북핵에 대해 이미 대응은 시작했다. 윤 정부 들어 강화 된 한미연합훈련“이라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가 (5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했다. 힘을 통한 평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윤 대통령이 결국 관여 여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 “美에 37조 원 투자, 韓 기업 불안 의미”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어메리칸 메이드’ 기조 강화, 한국 전치가 차별 문제 등이 향후 한미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분석도 나왔다.스티븐슨 전 대사는 “미 국내 정치상 현재 자국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산 전기차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가리켜 “러시아, 대만 등 문제에 동맹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동맹국이 ‘미국 우선주의’라고 부르는 법안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RA를 겨냥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불일치하는 내용이 있는 법“이라고 표현하기도했다.이어 “한국 기업이 올해 260억 달러(3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 높이는 무역 장벽에 대한 불안감을 의미한다”며 “한미 FTA 협상에서 타결까지, 서로 무역 파트너로 인식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며 ”이제 ‘경제 안보’의 시대에서 경제안보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한미가 함께 정의해 나가야 한다. 한국이 인도태평양경제포럼(IPEF)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통해 (룰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외교 여성 고위직 진출? “저스트 워크 하드(Just Work Hard)”이날 한미 전문가 3인이 모두 정치·외교 분야 고위직을 경험한 여성들이라 조언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후커 보좌관과 스티븐슨 전 대사는 2000년대 중반 북핵 6자회담에도 관여하는 동료였다.스티븐슨 전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의 정치담당 책임자가 여자였던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이라며 “당시 흔치 않았던 한국어 능력으로 한번 길을 열고나니 국무부도 대사관도 꼭 ‘백인 남성’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조금이라도 문을 여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후커 보좌관은 “스티븐슨 대사처럼 유리천장을 깨주는 선배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아마도 여전히 여성이 있길 원하지 않는 상황이 있을 것이고 당신이 그것을 알아채기도 할 것이다. 그냥 고개 숙여 계속 열심히 일하면 결국 성과를 인정받게 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중 외교장관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열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 해협과 관련한 논의에 나섰다. 미국 측은 대만해협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중국 측은 미국이 대만 분리독립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양측 외교 장관이 회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나 90여 분 동안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시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하나의 중국’ 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동시에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의 대만 무력시위가 대만 해협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 분리독립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왕 부장은 “평화적 해결과 대만 분리독립은 물과 불처럼 서로 섞일 수 없고, 대만 독립행보가 증가할수록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진정 대만해의 평화를 수호하려 한다면 대만 독립행보를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회담 전날인 22일 저녁 전 주헝가리 미국대사였던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저녁 일정을 취소하고, 아버지가 여생을 보낸 이스트 햄튼으로 떠났다. 하지만 대만 해협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미중 소통을 위해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외교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미국과의 회담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왕이 부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며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지역 및 세계 안보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히며 만약 중국이 이번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후과가 있을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하고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저지할 의무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사진)이 22일(현지 시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플리트상 시상식 연설에서 “한미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받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축하하기 위해 깜짝 등장한 부시 전 대통령은 “한미는 상호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봤고, 태평양 양쪽의 부를 증진시켰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가 한미 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그는 “우리 미국 시민들은 한국이 자유롭게 됐다는 것이 세계 질서에서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부친인 류찬우 회장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부터 부시 부자와 친분을 맺어 왔다.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화상 대담에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해 “관리해야 할 도전”이라며 “한미가 진정으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루려면 국내 입법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번 회장은 “한국은 올 상반기 미국에 276억 달러(약 39조 원)를 투자했으며 이는 일본, 캐나다, 독일의 투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며 “이는 (미국에서) 3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무역 규칙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준수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CSIS는 이날 주요 이슈에 대한 질의응답 코너에서 IRA 문제를 소개하며 “IRA는 쉽고 빠른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며 “해결책은 한국에 대한 (IRA 전기차 보조금 조항) 면제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유럽, 일본 등이 있어 한미 양자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IRA 법안은 WTO 규정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며 “필요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kimh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 65회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깜짝 연설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초 참석자 명단에 없었지만 이날 ‘밴플리트 상’을 수상한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의 우정으로 뉴욕에 왔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로이(류진 회장)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이 자리에 서서 기쁘다. 한미 관계가 돈독해 지는 것은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미국 시민들은 한국이 자유롭게 됐다는 것이 세계 질서에서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며 “한미는 상호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봤고, 태평양 양쪽의 부를 증진 시켰다”며 한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 임기 중인 2007년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를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에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대통령 중의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한국 전쟁에서 싸운 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집회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한국을 보고 있을 것”이라며 “신의 은총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있길 바란다”고 연설을 마무리 했다. 수상자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어머니) 바바라 부시 여사는 나와 (아들) 부시 전 대통령에게 진실과 정직에 대해 알려줬고 이는 개인적으로, 사회생활에서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며 부시 가문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이날 만찬회에 참석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향해 “너무 강해서 북한을 혼내줬을 것 같아 보인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류 회장이 받은 밴 플리트상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한 뒤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한 상이다. 류 회장과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공동 수상했다. 이날 연례 만찬에는 캐서린 스티븐슨, 마크 리퍼트 리 전 주한미국 대사 등 ‘친한파’ 인사를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류 회장과의 인연으로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캐니지도 만찬장을 찾아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류 회장의 부탁이라며 아리랑을 색소폰으로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SK그룹 최 회장은 1998년 밴플리트 상을 수상한 선친 최종현 회장에 이어 2017년해당 상을 받아 최초의 ‘부자(父子)’ 수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 회장은 뉴욕 유엔총회 개막을 계기로 전세계에서 온 해외 인사 등과 주요국 대사들을 접견하며 ‘2030 부산 EXPO’ 유치에도 나설 예정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면서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고 달러 가치와 미 국채금리가 각각 20년, 15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는 등 글로벌 시장은 연준발 쇼크로 인한 패닉에 빠졌다. 또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 달러당 145엔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보유 중인 달러화를 풀고 엔화를 매입하는 직접 개입에 나섰다. 그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미 기준금리 인상 폭이 시장 예측과 같으면 금리 발표 뒤 주가는 소폭 오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주가에 이미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됐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장 예측대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지만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71%), 나스닥지수(―1.79%)가 일제히 급락했다. FOMC 참석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가 6월 대폭 상향되며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발언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달러화 가치와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FOMC 발표 직후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1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지수)도 장중 111을 넘어서며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일본은행(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유지를 발표한 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 재무성 당국자는 “외환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으로 급속하고 일방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나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릴 생각은 없다”며 “필요한 시점까지 금융완화를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더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선을 내줬다. 무엇보다 연준이 올해 남은 두 차례(11, 12월) 회의에서 1.25%포인트 더 올려 기준금리가 올해 말 연 4.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5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409.7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장 중 1413.4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정부와 외환당국은 공식 구두개입에 이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도 나섰지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 선이 무너졌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지난달 17.6으로 ‘위기’ 단계(22 이상)에 근접하고 있다.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미 기준금리는 기존 연 2.25∼2.50%에서 연 3.0∼3.25%로 뛰었다. 상단 기준으로 보면 한국(연 2.50%)보다 0.75%포인트 더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급망이 일부 복원됐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지 않다”며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4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이언트스텝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공포가 퍼지면서 강달러 압력은 더 커졌다. 이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1 선을 넘어 20년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장 중 달러당 145엔을 넘어 일본 재무성은 달러화를 내다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국의 국채 금리도 치솟았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104%로 11년 7개월 만에 4%를 넘었고, 10년물 금리(연 3.997%)마저 넘어섰다. 이 같은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63%, 0.46%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58%)와 대만 자취안지수(―0.97%), 홍콩 H지수(―1.14%)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美 잇단 자이언트스텝에 환율 급등 외환위기-금융위기후 첫 1400원대…내달 금리 인상땐 더 오를 가능성 무역적자 늘어 원화가치 더 하락…기업 비용 늘어 투자계획 재검토 추경호 “모든 수단 동원, 신속대응”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넘게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고환율→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금리 인상→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 공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외화유동성이 과거 위기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에 대형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4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보다 높은 미국 금리를 좇아 해외 자본이 한국을 탈출하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찾아올 수도 있다. ○ 경제위기급 환율… “연말 1500원 간다”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8.0원에 거래를 시작한 직후 곧바로 1400원 선을 돌파해 1413.4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였다. 환율 수준만 놓고 보면 경제위기 때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면 원-달러 환율은 1434.2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무역수지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악화가 원화 가치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무역수지와 재정건전성 악화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비롯해 대외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은 연말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 비상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기업이 이미 투자 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달러 부채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투자비 상승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의 직격타를 받는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철강업계와 원자재를 사들여 중간 가공을 거쳐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해외 투자에 나선 기업들에도 고환율은 악몽이 됐다. 연초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1200원 수준이던 환율이 1400원으로 뛰면서 투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 예정이던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 M17 신공장 착공을 잠정 보류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환율 안정화 대책을 실행하는 한편 규제 개혁, 세제 지원 등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할 것”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외에는 환율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방어를 위해 우선순위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서도 “그 경우 부동산 자산가치 급락과 함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로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고통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한 2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단언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전망치를 크게 높이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2%로 1.5%포인트나 낮췄다.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올린 5.4%로 제시했다. 연준이 지금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 경기 침체에 준하는 경착륙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내년 美 기준금리 5%까지 오를 수도” FOMC 참석자 18명은 이날 결정 뒤 각자 생각하는 미래 금리 예상치를 찍었다. ‘점도표’다. 3번째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화했던 시장은 분기마다 공개되는 ‘점도표’에 주목했다. 결과는 시장 예측보다 매파적이었다. 점도표 중간값은 올해 말 4.4%, 내년 4.6%, 내후년 3.9%를 가리켰다. 이는 6월 FOMC 참석자들이 내놓은 전망에 비해 각각 1%포인트, 0.7%포인트,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특히 참석자의 3분의 2가 올해 말 금리가 최소 4% 이상 돼야 한다고 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4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0∼3.25%다. 올해 말까지 연준이 예측한 금리 중간값인 4.4%에 도달하려면 1.2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올해 말 금리 4.4%에 도달하려면 1.25%포인트를 인상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1, 12월 2차례 FOMC 회의가 남은 만큼 최소한 한 번은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올해 1.0%포인트만 올려야 한다는 참석자도 있으므로 11월에 가봐야 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확률이 68.5%로 나타났다. 내년 연준 점도표의 중간값은 4.6%였지만 4.75∼5.0% 수준으로 전망한 참석자도 6명에 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올해 추가 1.25%포인트, 내년 초 0.5%포인트를 더 올려 내년 상반기에 4.75∼5.0%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 파월 “경기 연착륙 가능성 줄어들어” 주요 투자기관의 경제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더 큰 고통’이 올 것을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낮아졌을 뿐 아니라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 1.7%에서 1.2%로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연준은 금리 인상 지속으로 내년 실업률도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7월 기자회견 때만 해도 “연준은 경기 침체를 피하려 하고 있고, 우리가 반드시 경기 침체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그는 경기 비관론에 가까웠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정책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성장률이 둔화할 위험이 있더라도 ‘일이 끝날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이라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내려갈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1980년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려 물가를 잡았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회고록 제목인 ‘Keeping at it’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다. 조너선 핑글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위험이 실재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물가 억제를 위해서라면) 경착륙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 이번 기자회견의 새로운 뉴스”라고 평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1일(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을 시사하면서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미 국채금리가 각 20년, 15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는 등 글로벌 시장은 연준발 쇼크로 인한 패닉에 빠졌다. 또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 달러당 145엔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보유 중인 달러화를 풀고 엔화를 매입하는 직접 개입에 나섰다. 그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미 기준금리 인상폭이 시장 예측과 같으면 금리 발표 뒤 주가는 소폭 오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주가에 이미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됐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장 예측대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지만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71%), 나스닥지수(―1.79%)가 일제히 급락했다. FOMC 참석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가 6월 대폭 상향되며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발언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달러화 가치와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FOMC 발표 직후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1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지수)도 장중 111을 넘어서며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일본은행(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유지를 발표한 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 재무성 당국자는 “외환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으로 급속하고 일방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릴 생각은 없다”며 “필요한 시점까지 금융 완화를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더 추가적인 금융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