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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이슬람 세계 간의 대화가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86·사진)이 3일(현지 시간) 인구의 약 70%가 이슬람교도인 바레인을 방문하자 가톨릭계에선 이 같은 기대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현직 교황으론 처음 바레인을 방문해 국왕 주최 환영 행사에 참석하는 등 3박 4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39번째 해외 여행이다.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의 초청을 받은 교황이 가톨릭과 이슬람 세계의 유대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응하면서 성사됐다. 무릎이 불편한 교황은 이날 휠체어를 타고 사키르 왕궁 입구에 도착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국왕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날 하마드 국왕은 “바레인은 모든 종교인이 자신들의 예식을 치르고 예배당을 세우는 자유를 보호한다”며 “몇 년 전 국가가 발표한 선언에 따라 종교적 차별을 거부하고 폭력과 선동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관용이 승리하는 우리의 공통된 목표를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인구가 170만 명인 바레인은 전체의 70%가 이슬람교도다. 사우디아라비와와 달리 가톨릭 신도 16만 명의 종교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가톨릭 교인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걸프 지역 최초의 가톨릭 성당인 아라비아 성모 대성당이 1939년 바레인에 세워졌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바레인 헌법을 언급하며 “(헌법에 언급된) 이러한 약속은 계속 지켜져야 종교적 자유가 완전해지고 평등한 존엄과 평등한 기회가 각 집단에서 구체적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평소 소신을 밝혔다. 교황은 “나는 생명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이 권리가 항상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생명을 빼앗겨서는 안 되니 이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레인은 한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다가 2017년부터 재개했다. 교황은 최근 노동 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언급하며 “어떤 곳에서든 노동은 안전해야 하고 인간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20일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카타르에 있는 이웃 국가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러시아가 9월 말 강제병합한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결전이 다가오자 이 지역 주민 7만 명을 강제 이주시키는 작업에 돌입했다. 헤르손 탈환을 노리는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에 특별방공호 425개를 마련하는 등 러시아의 핵 공격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이날 “주민 최대 7만 명이 6일부터 러시아 본토나 헤르손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이번 이주 명령이 헤르손에서 러시아군 철수가 임박했다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9월 30일 강제병합한 헤르손시는 헤르손주의 주도로,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유일한 지역 수도다. 흑해, 크림반도와 연결돼 우크라이나 남부의 교두보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헤르손 탈환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자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헤르손시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31일에는 대피령 적용 범위를 드니프로강에서 약 15km 이내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러시아가 현지 주민을 ‘인간 방패’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이 이주하는 주민들 뒤에 숨어 인력과 장비를 빼내려 한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WSJ에 “러시아군은 이게 민간인 대피란 인상을 주려 한다”라며 “(병력이) 민간인에 둘러싸여 있으면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키이우에서 핵 공격에 대비해 특별방공호 425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키이우엔 1000여 개의 방공호가 있지만 이 가운데 지하철역 등 일반 지하시설이 많아 방사능 방어에 취약한 편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핵 공격 시 탈출 동선과 예상 공격 시기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핫라인을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곡물수출 협정 참여를 중단했다가 나흘 만에 복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복귀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안전) 보장을 어길 경우 협정을 탈퇴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며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일이 에너지 위기 대응책으로 내년 1월부터 전국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49유로(약 6만8000원)에 판매한다. 급등하고 있는 가스와 전기요금에는 상한선을 도입한다. 2일(현지 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6개 주 총리들과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에너지 위기 대응책에 합의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가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월 49유로 교통권은 올해 6~8월 한정적으로 팔렸던 ‘9유로 티켓’의 후속 모델이다. 9유로 티켓이 큰 인기를 모으자 아예 비슷한 무제한 이용권을 상시화한 것이다. 49유로 티켓을 사용하면 독일 전국 기차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월 49유로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 독일 정부는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스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12센트(169원)로 제한한다. 전기요금도 1kWh당 상한선을 40센트(562원)로 둔다. 2월 가계와 영세 사업자의 가스요금은 정부가 대신 내주기로 했다. 이러한 대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급등에 따라 큰 이익을 낸 에너지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와 함께 시행된다.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재원을 마련해 서민들을 돕겠다는 취지다.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 독일 대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유럽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이 경쟁자임을 알고 순진하게 굴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고,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서방은 독일이 ‘중국 견제’ 노선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에는 폭스바겐 지멘스 등 독일 대기업 수장들도 동행한다. 이를 두고 서방에선 지난달 22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뒤 숄츠 총리가 주요 7개국(G7) 지도자 중 처음으로 방중해 시 주석의 1인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최근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EU 정상회의 뒤 “중국에 대한 기술 및 원자재 의존이 위험하다. 의존성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행보가 서방의 중국 견제 노선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또 최근 자국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 확대 개발 사업에 중국원양해운의 지분 투자를 허용해 EU의 반발을 샀다. 도르트문트 반도체 공장을 중국 기업 자회사가 인수하도록 승인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1일 숄츠 총리를 겨냥해 “유럽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이 경쟁자임을 깨달아야 하고 중국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같은 날 “숄츠 총리가 중국에 투자를 계속하는 건 모순된 것”이라며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지지하고 대만을 위협하는 문제를 회담 의제로 포함시켜 시 주석과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이 EU의 움직임과 거꾸로 가는 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중국 견제에 동참했다가 대중국 무역과 투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중국에 대한 상품 수출액은 1046억5500만 유로(약 146조6000억 원)로 EU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다. 독일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올 상반기(1∼6월) 중국에 100억 유로를 투자했다. 포린폴리시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지멘스, 바스프 등은 독일 정부가 중국 견제에 동참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입을 지나치게 의존했던 독일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 독일 대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유럽에서 논란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이 경쟁자임을 알고 순진하게 굴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고,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서방은 독일이 ‘중국 견제’ 노선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에는 폭스바겐 지멘스 등 독일 대기업 수장들도 동행한다. 이를 두고 서방에선 지난달 22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뒤 숄츠 총리가 주요 7개국(G7) 지도자 중 처음으로 방중해 시 주석의 1인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최근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EU 정상회의 뒤 “중국에 대한 기술 및 원자재 의존이 위험하다. 의존성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행보가 서방의 중국 견제 노선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또 최근 자국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 확대 개발 사업에 중국원양해운의 지분 투자를 허용해 EU의 반발을 샀다. 도르트문트 반도체 공장을 중국 기업 자회사가 인수하도록 승인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1일 숄츠 총리를 겨냥해 “유럽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이 경쟁자임을 깨달아야 하고 중국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같은 날 “숄츠 총리가 중국에 투자를 계속하는 건 모순된 것”이라며 시 주석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지지하고 대만을 위협하는 문제를 회담 의제로 포함시켜 시 주석과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이 EU의 움직임과 거꾸로 가는 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중국 견제에 동참했다가 대중국 무역과 투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중국에 대한 상품 수출액은 1046억5500만 유로(약 146조6000억 원)로 EU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다. 독일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올 상반기(1~6월) 중국에 100억 유로를 투자했다. 미 포린폴리시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지멘스, 바스프 등은 독일 정부가 중국 견제에 동참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입을 지나치게 의존했던 독일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2001년 일본 효고(兵庫)현 아카시(明石)시에서 불꽃놀이에 몰린 인파가 넘쳐 11명이 압사 사고로 숨지는 참사를 겪은 일본은 2002년 효고지방경찰청이 107쪽 분량의 ‘혼잡사고 방지 매뉴얼’을 제작했다. 끔찍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철저한 반성하에 사고 책임을 진 조직이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 사실상 일본 전역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매뉴얼에는 △혼잡한 곳은 일방통행이 기본 △출구는 입구보다 넓게 설치 △사람 흐름은 되도록 직선으로 유도할 것 △통로에 통행에 방해되는 장애물 설치 금지 등이 포함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내용이다. 일본 안전 전문가인 가와구치 도시히로(川口壽裕) 간사이대 사회안전학부 교수는 본보 인터뷰에서 “혼잡스러운 곳에서는 작은 행동 하나가 큰 사고를 일으킨다”며 “일방통행 원칙 하나만 지켜도 혼잡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군중 밀집한 곳은 오픈스페이스가 원칙”매뉴얼에 따르면 사람이 모이는 공간은 원칙적으로 ‘열린 공간(오픈 스페이스)’으로 하도록 했다. 동선은 되도록 직선으로 만들고, 어쩔 수 없이 휘어지더라도 직선에 가깝게 각을 최소화하라고 조언했다. “입구와 출구를 다르게 하되, 출구를 입구보다 넓게 해야 인파 흐름이 막히지 않는다. 경사가 있을 경우 계단이 없어야 하고, 설사 있더라도 계단 폭이 좁으면 위험하다”고 매뉴얼은 지적했다. 특히 “통로는 일방통행으로 사람이 엉키지 않게 하라”고 정했다. 일방통행이 안 되면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거나 경비원 등이 인간 띠를 만들어 분리하도록 정했다. 멈춰 서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주고 사진, 동영상을 찍기 위해 길에 멈춰 서는 사람은 발견 즉시 경고를 해 걷도록 유도하라고 했다. ○ “출구가 입구보다 넓어야 흐름 안 막혀”일본 매뉴얼은 “가까운 거리라도 지름길 대신 빙 돌아가게 동선을 짜라”고 권고했다. 동선이 짧으면 한꺼번에 인파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잡 정보는 최대한 많이 전달하되 되도록 쉬운 용어를 쓰도록 했다. 지식수준, 학력 등이 제각각인 걸 감안해 경찰용어, 전문용어, 동음이의어, 한자어 등은 피하도록 했다. ‘습득물’은 주운 물건, ‘유실물’은 잃어버린 물건 등으로 설명하는 게 원칙이다. 안내방송은 45글자 이내의 짧은 단문으로 반복하고 단어 사이는 1초, 문장과 문장은 2초의 간격을 두고 방송하라는 구체적인 조언까지 담겼다. 1989년 영국 프로축구 리버풀 축구팬 96명이 압사한 ‘힐즈버러의 비극’을 겪은 영국은 정부가 법에 따라 행사의 모든 사업체에 대해 ‘건강 및 안전 정책’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주최자는 현장에서 △현장 입장(입구, 대기공간) △군중의 현장 순환(중앙 홀과 주변 지역) △현장 이탈(출구 너비) 등 3단계로 나눠 군중 통제를 관리해야 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일간지가 한국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보도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엉뚱한 공무원 이름으로 표기하거나 국무총리라고 표기해 눈총을 받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지난달 29일 “핼러윈 축제 중 압사사고로 사망자가 153명, 부상자가 89명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기사와 함께 띄운 영상에 윤 대통령이 등장할 때 ‘최성범 소방관계자’라고 표시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번역된 자막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라고 적혔는데도 직책은 엉뚱한 사람으로 밝힌 것이다. 같은 기사의 윤 대통령 사진에는 ‘윤석열 한국 국무총리가 10월 30일 참사 현장을 찾았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 같은 오기는 기사와 영상이 출고된 지 3일이 지나도록 수정되지 않고 있다. 르피가로는 1826년 창간된 프랑스의 유력지로 현재 르몽드, 리베라시옹과 함께 프랑스 3대 일간지로 꼽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의 곡물 수출 협정 중단 선언으로 멈췄던 곡물 수출이 재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곡물협정을 종료하는 게 아니라 중단하는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일단 곡물 수출이 안정되는 분위기지만 러시아가 언제든 ‘식량 무기화’를 강화할 수 있어 세계 곡물가가 더욱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흑해 곡물 수출을 위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설치된 공동조정센터(JCC)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선박 12척이 출항하고 선박 4척이 우크라이나로 입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러시아의 곡물협정 참여 중단 선언으로 출항이 막힌 선박이 218척에 달했지만 일부 출항이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하루 곡물 약 35만 t을 수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협정 이행 이후 하루 최대 운송량이라고 밝혔다. 수출이 재개되긴 했지만 러시아가 언제 또 강경하게 나올지 몰라 곡물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곡물수출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이틀 뒤인 31일 방영된 기자회견에서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건 아니다.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우리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위협을 가했다”며 “우크라이나가 민간 선박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보장해야 한다”고 이행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돌렸다. 언제든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물으며 수출 중단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곡물 가격은 수출 재개 이후 안정을 찾는 분위기지만 한동안 시장이 불안할 가능성이 있다. 31일 한 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연질 적색 겨울 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7% 급등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2.28%, 대두유는 2.27% 각각 상승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10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10.7% 올랐다.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2개월째 연속 최고치다. 31일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측치가 전년 동기 대비 10.7% 올랐다고 밝혔다. 앞서 9월 CPI가 10.0%로 관측돼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관련 지표가 반영돼 확정치는 9.9%로 낮아졌다. 10월 CPI 속보치가 10.7%여서 확정치는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27일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했지만 물가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10월 물가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이끌었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9% 급등했고 식료품 값도 13.1% 상승했다. 변동성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비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9월 4.8%에서 10월 5.0%로 올랐다. ECB 사용 지표(HICP)를 기준으로 환산한 10월 주요 국가 물가상승률(추정치)은 독일(11.6%) 이탈리아(12.8%) 등 유로존 11개국이 1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고물가 속에 올 3분기(7∼9월) 유로존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에 그쳤다. 성장률이 올 1분기(1∼3월) 5.5%, 2분기(4∼6월) 4.3%에서 더 둔화된 것이다. 벨기에 오스트리아(이상 ―0.1%) 라트비아(―1.7%)는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주둔한 자국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올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흑해 곡물수출 협정’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다시 막히게 돼 그간 안정을 찾던 세계 곡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9일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이행된 농산물 수출 협정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이 협정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국방부는 협정 중단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흑해함대에 대한 드론 공격을 들며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이 영국 해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드론 16대를 동원해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테러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군 드론은 대부분 격추됐지만 (러시아) 소해정(기뢰 제거함)이 미미한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으로, 기아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라면서 “협정은 유엔 협상으로 체결됐으니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터무니없는 조치에 유엔과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등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다. 올 2월 전쟁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이 막히며 세계 곡물가가 급등했다.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7월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다음 달 19일까지 120일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협정 만료를 약 20일 앞두고 러시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해 세계 곡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는 핵 위협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연내 유럽에 최신 전술핵 무기를 배치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는 이를 ‘핵 문턱’을 낮추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하며 자국 군사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교 차관은 29일 자국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발생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폭발 사건의 배후가 영국 해군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엄청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파란색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앞을 보시고 주의해서 이동해 주세요.”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교차로. 일본에서 핼러윈에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이곳에 오후 6시가 지나자 지붕에 전광판이 설치된 경찰차가 교차로 횡단보도에 정차했다. ‘DJ(디스크자키) 폴리스’로 불리는 질서 유지 담당 경찰이 차 지붕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속사포처럼 행인들에게 호소했다. 도쿄 시부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29일과 이날 인파 수만 명이 몰렸다. 하지만 별다른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이 실시간으로 질서를 유도했고 지방자치단체는 1개월여 전부터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람이 몰리면 언제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철저한 질서 유지와 강력한 통제를 벌이고 있다. ○ 日, 1개월 전부터 캠페인… 술 판매 중단시부야에 해가 지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교차로에 ‘DJ 폴리스’가 등장했다. 빨간불에 한 행인이 건너려고 할 때 DJ 폴리스가 곧바로 “아직 빨간불입니다. 돌아가세요”라고 외치자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자 DJ 폴리스는 “혼잡 사고 방지를 위해 교차로에 서 있지 마세요. 곧 빨간불로 바뀝니다”라고 안내했다. 다른 경찰관들은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이날 시부야에는 사람 목소리보다 경찰의 안내 방송과 호루라기 소리가 훨씬 크게 들렸다. DJ 폴리스는 2013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당시 시부야에 인파가 몰리자 한 경찰이 경찰차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클럽 DJ처럼 재치 있는 말투로 질서를 유도한 게 시초다. 반응이 좋아 경시청이 아예 DJ 폴리스 전담 조직을 설치해 2020 도쿄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행사, 이벤트 때 활용하고 있다. 이날 시부야 일대는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일본 경시청은 경찰 350명을 동원해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때마다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 비닐 끈으로 횡단보도에서 건너는 사람들이 엉키지 않도록 유도했다. 시부야구는 구청 직원과 민간 경비업체 100명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시부야는 2018년 핼러윈 때 흥분한 젊은이 10여 명이 트럭을 뒤집는 난동을 부리는 등 사건이 발생해 핼러윈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 하세베 겐 시부야구청장은 “일률적으로 오지 말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바보 같은 소동은 벌이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부야구는 1개월 전부터 거리 곳곳에 ‘매너를 지키는 사람이 시부야를 지키는 사람’ 등의 포스터 500장을 내걸었다. 28일부터 11월 1일까지를 구 조례로 ‘길거리 음주 금지 기간’으로 지정해 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단속했다. 상당수 음식점에서 술 판매를 중단했다. ○ 美, 대규모 행사 12∼18개월 전부터 경비 계획미국은 핼러윈 기간 교통사고가 평소보다 43% 증가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교통 금지구역을 지정하는 도시가 늘었다. 뉴욕시는 이번 핼러윈 기간 100곳의 거리에 교통을 제한해 ‘차 없는 거리’를 운용했다. 뉴욕시는 2017년 핼러윈 기간에 한 트럭이 자전거도로를 덮쳐 8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퍼레이드 등 행사 시 경찰 배치를 대폭 확대했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시는 올해 핼러윈 기간 2마일(약 3.2km) 구간에 자동차 진입을 차단했다. 코네티컷,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등도 도심 일부 거리에 차량 도로를 폐쇄했다. 미국 법무부는 대규모 행사는 12∼18개월 전부터 경비 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한다. 미국에서는 미 방화협회가 마련한 ‘인명 안전코드(NFPA 101)’가 보편적인 안전 기준으로 여겨진다. 대규모 군중이 밀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압사 사고 등에 대한 대비 규정이 포함됐다. 지난해 개정판에는 △특정 규모 이상의 행사장에서는 관중 밀도가 0.65m²당 1명 이하로 유지돼야 하고 △사고 발생 시 군중이 분산 대피할 수 있도록 출구를 적절히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프랑스 정부는 2017년부터 행사 주최자는 군중이 많이 모일 가능성이 높으면 행사 3, 4개월 전부터 지방 당국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다. 홍콩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란콰이퐁 경찰은 이번 핼러윈 기간 매뉴얼에서 인파가 몰리면 시민들을 지정된 거리에 줄을 세워 이동시키도록 했다. 1993년 핼러윈 당시 21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부터 이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를 피해 숨어 살며 쓴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 프랑크의 절친한 친구인 하나 피크고슬라어가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는 28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안네의 일기에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하나(‘하넬리’라고도 불림)의 별세 소식을 듣게 돼 슬프다”고 밝혔다. 피크고슬라어의 사망 일시와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피크고슬라어는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안네의 이웃집에 살았다. 피크고슬라어가 안네보다 한 살 많았다. 둘은 유치원과 학교를 함께 다니고 서로의 집을 자주 오가는 친구가 됐다. 피크고슬라어는 생전에 “우리 어머니는 안네를 설명할 때 ‘신은 모든 걸 아는데, 안네는 신보다 더 잘 안다’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피크고슬라어는 안네가 13세 생일에 부모로부터 일기장을 선물 받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바로 이 일기장에 ‘안네의 일기’가 담겼다. 안네는 1942년 6월 14일 일기에 “하나와 잔은 나의 절친한 친구 둘”이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안네, 하나, 잔이 가네’라고들 했다”고 적었다. 독일이 1940년 중립국이던 네덜란드를 침공하고 1942년 안네 가족이 홀로코스트를 피해 다락방으로 은신하면서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됐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1945년 2월 독일 베르겐벨젠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였다. 안네는 1944년 누군가의 밀고로 체포돼 이곳에 와 하나와 마주쳤다. 두 사람은 다른 구역에 수감돼 가끔씩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안부를 물었다. 이 수용소에서 언니를 잃은 안네는 당시 눈물을 흘리며 “내겐 아무도 없다”며 슬퍼했다고 피크고슬라어는 생전에 회상했다. 안네는 그해 3월 발진티푸스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연합군이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를 해방시키며 피크고슬라어는 1947년 이스라엘로 떠나 간호사가 됐다. 피크고슬라어는 “나는 살아남았지만 안네는 그렇지 못했다”며 안네의 마지막 일기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평생 나치의 만행을 알렸다고 안네 프랑크 하우스는 전했다. 둘의 사연은 1997년 미국 작가 앨리슨 레슬리 골드가 소설로 쓰기도 했다. 이 소설은 지난해 ‘내 친구 안네 프랑크’란 영화로 개봉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주요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민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국민들이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바람에 보험료를 많이 청구하면 개개인의 의료비는 물론이고 국가의 재정 부담 또한 급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스트리아는 최근 비만 치료비를 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비만 인구를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보건 전문가를 중심으로 ‘오스트리아 비만 동맹’이 발족돼 국가 차원의 비만 예방 정책도 제안했다. 이 동맹은 정부에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보편적 건강보험에 비만 관리를 포함하라”고 요구해 왔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만을 예방하는 건강한 식단을 개발해 비만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제안하고, 이들이 비만 치료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을 조만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서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인구는 24만 명이다. 이로 인해 당뇨병 등 관련 합병증을 앓는 사람도 증가해 개인과 국가 모두의 의료비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유럽 전체에서도 성인의 약 60%, 아동의 3분의 1가량이 비만으로 분류된다. 오스트리아의 이런 행보에는 개개인에게 비만 치료를 맡겨두는 것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으며 국가 차원에서 비만에 대응해야 한다는 각종 연구 결과 또한 영향을 미쳤다.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녔더라도 정작 어느 정도 몸무게가 줄면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니엘 베구버 오스트리아 파라셀수스의대 소아청소년클리닉 과장은 WHO 보고서에서 “비만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유지되지 않고, 비만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주는 국가 체계가 없으면 절대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국민 건강을 위해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정책에 2023년 2억5000만 유로(약 357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돈의 대부분은 자전거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자전거 도로 및 주차장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쓰인다. 특히 젊은층에게는 자전거를 가르치는 교육 예산도 배정했다. 장기적으로 자전거 이용 인구를 대폭 늘리기 위해서다. 걷는 시간이 부족해 비만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통해 몸을 쓸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계속된 에너지 대란에 대처하고 승용차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자전거 사용 활성화 목표를 이룰 경우 2045년부터 연간 1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비 등 각종 비용을 약 340억 유로 절약할 것으로 추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가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으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한 뒤 러시아에 공격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러시아가 26일(현지 시간) 주장하고 나섰다. 연일 우크라이나의 ‘더티봄’ 공격 주장을 펼치다가 이날 3대 핵전력을 동원해 핵전쟁 훈련까지 펼친 러시아가 구체적인 공격 방식까지 거론한 것이다. 더티봄의 원전 공격 주장은 핵 공격에 비견되는 참사를 의미한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더티봄 공격을 감행한 뒤 우크라이나 공격이라 주장하고 이를 전술핵 사용 빌미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 “가짜 러시아 로켓으로 더티봄 사용”26일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더티봄으로 가짜 러시아 로켓을 만들어 체르노빌 원전을 공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국영 로켓 업체) 유지마시 전문가들이 이미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본떠 가짜 미사일을 만들었다”며 “탄두를 방사성 물질로 채운 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군이 체르노빌 원전 출입금지 구역에 쏠 것”이라고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원전 공격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언론에 미사일 잔해들을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핵 공격 혐의를 납득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괴적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독려하기 위해 세계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주장했다.○ 美 “러시아가 하려는 일로 다른 국가 비난”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더티봄 사용 계획 주장을 ‘가짜 깃발’ 작전이라며 비판해 온 미국은 ‘더티봄 원전 공격 계획’ 주장에 대해 ‘무책임한 날조’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대담에서 러시아의 주장을 “또 다른 날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자신들이 의도하는 행위를 다른 이에게 돌리고 있다”며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가 하려는 일로 다른 국가를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러시아 전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나 더티봄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사용한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러시아는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사회 보장에 따른 국가 부담을 덜기 위해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늘리고 소득이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요양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기로 하는 등 주요 선진국이 잇따라 연금 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연금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에서는 2060년경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125명을 부양해야 하는 등 사회 전체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재정 부담을 늘리는 기초연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2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노동성과 집권 자민당은 전 국민이 의무 가입하는 국민연금의 납부 기간을 현행 20∼59세에서 20∼64세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행되면 연 20만 엔(약 195만 원)의 돈을 더 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2025년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생각했던 속도보다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가 훨씬 빨라 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28.4%인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다.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5.3%까지 늘어나 현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 제도를 유지하면 2049년에 지급할 수 있는 연금액이 지금보다 20∼3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한국의 노인 장기요양보험과 유사한 ‘개호 보험’에 대해서도 소득이 있는 고령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자는 연 수입 340만 엔(약 3300만 원) 이상 고령자가 유력하다.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연금 개혁 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연금 수령 최소 연령을 현 62세에서 2031년까지 65세로 올리는 등의 개혁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에 일도 오래할 수밖에 없다”며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첫 집권 당시부터 이 같은 개혁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노란 조끼’ 시위로 불리는 전국적인 반대 시위, 공공 노조 파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한동안 논의가 중단됐다. 4월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후 연금 개혁을 다시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그가 속한 중도우파 연합 ‘앙상블’이 6월 총선에서 하원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법안의 통과를 위해 야당은 물론이고 거세게 반발하는 노조 등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당일인 25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자”며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 의지를 내비쳤다.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 반도체 기술과 원자재에 의존하면 안 된다며 ‘탈중국’을 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 정상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직전 열린 정상회의에서 탈중국 문제를 논의했다. 백악관은 미영 정상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책임을 지우는 한편으로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U 차원의 탈중국 기조도 강화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1일 EU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 및 원자재 의존이 위험하다. 의존성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EU 차원의 반도체법, 핵심원자재법을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이끌고 있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다음 달 3, 4일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탈중국 움직임에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 첫날인 25일 내각의 3대 요직인 재무, 외교, 내무장관에 44일 만에 사퇴한 전임자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발탁한 인사를 유임하거나 재기용했다. 취임 일성으로 “단결이 아니면 죽음”을 강조했던 그가 ‘탕평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러스 내각 때 기용돼 수낵 내각에서도 자리를 지킨 주요 인사가 13명에 이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트러스 전 총리가 임명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을 각각 유임시켰다. 트러스 전 총리가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감세안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경질한 쿼지 콰텡 장관 후임인 헌트 장관은 수낵 총리를 지지해 왔다. 트러스 내각에서 처음 사표를 던져 트러스 전 총리 조기 사퇴의 촉매제가 된 수엘라 브래버먼 내무장관을 재임명했다. 브래버먼 장관은 사퇴 뒤 수낵 총리를 지지했다. 가장 눈길을 모은 인선은 수낵 총리를 반대한 클레벌리 장관의 유임이다. 클레벌리 장관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퇴로 치러진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수낵 총리가 아닌 트러스 전 총리를 강력히 지지했다. 트러스 전 총리가 물러나자 존슨 전 총리의 복귀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수낵 총리의 신임을 받았다.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을 철회했던 헌트 장관은 다음 달 17일로 발표가 연기된 예산안을 짜고 있고 금융시장 대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국방장관에는 트러스 전 총리가 발탁한 벤 월리스가 유임됐고, 주택장관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마이클 고브 전 주택장관이 다시 발탁됐다. 주요 언론은 수낵 총리가 반대파를 거의 기용하지 않아 보수당의 분열을 가져왔던 트러스 전 총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 당내 균열을 서둘러 수습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다. 폴리티코 유럽은 “연속성을 강조하고 복수는 내던진 인사”라고 평가했다. 더타임스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뒀다”고 진단했다. 수낵 총리와 경쟁하다 막판에 총리 도전을 포기한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장관에 임명되지 못해 탕평 인사의 의미를 축소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돈트 원내대표의 측근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당일인 25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자”며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 의지를 내비쳤다. 유럽연합(EU)도 중국 반도체 기술과 원자재에 의존하면 안 된다며 ‘탈중국’을 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 정상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직전 열린 정상회의에서 탈중국 문제를 논의했다. 백악관은 미영 정상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책임을 지우는 한편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U 차원의 탈중국 기조도 강화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1일 EU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 및 원자재 의존이 위험하다. 의존성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EU 차원의 반도체법, 핵심원자재법을 강조했다. EU는 중국산 반도체 부품 및 핵심 원자재 수입을 줄이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17일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EU가 중국을 경쟁자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이끌고 있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다음달 3, 4일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탈중국 움직임에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3일 “숄츠 총리가 중국을 끊지 못할 것”이라며 방중을 비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집권 12년 만에 ‘존립 위기’를 맞은 영국 보수당이 24일(현지 시간) 당선된 리시 수낵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재건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해 수낵 총리가 연착륙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5명의 총리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당 내부 분열이 심화된 데다 노동당 등 야권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정치적 통합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 금융시장 혼란을 촉발한 예산안도 31일 다시 설계해 내놓아야 하는 등 경제 난제도 산적해 있다. ○ 보수당 분열에 수낵 “통합이냐, 죽느냐”2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당선 후 첫 보수당 연설에서 “보수당이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당은 통합하지 않으면 죽는다(unite or die)”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80석이나 초과하는 압승을 거둔 2019년 보수당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가 강한 결의를 내비친 것은 그만큼 당 분열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뒤 보수당 대표를 겸하는 영국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에서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에 이어 이번 수낵 총리까지 5명이나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당내에선 총리 사퇴를 압박하고 각자 후보를 밀며 분열이 심화됐다. 24일 총리 겸 보수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 직전에야 수낵 총리에게 몰표가 쏟아졌지만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 존슨 전 총리 등으로 지지가 분산됐다. ‘수낵이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혼란은 수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지한 의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24일 가디언에 “내 머리는 리시에게, 내 마음은 페니에게, 내 영혼은 보리스에게 있다”며 분열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당은 야권의 거센 공격에도 직면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이 나라를 이끌 수 없다며 조기 총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보수당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조기 총선을 이끌어낼 태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이달 20∼21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라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을 찍었고 보수당은 19%만 택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 재투표를 추진하려는 점도 난제다. 국가를 통합해야 하는 보수당으로선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나가면 구심력을 잃게 된다.○ 수낵 “부채 문제, 다음 세대에 안 넘겨”수낵 총리는 총리 확정 뒤 25일 첫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는 부채 문제를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운 결정’들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예고한 것이다. 트러스 내각에서 임명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31일 발표될 예산안을 짜는 그가 교체되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낵 내각이 재정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장관엔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모돈트 원내대표나 존슨 전 총리 지지자인 제임스 클레벌리 현 장관을 유임하는 탕평책을 쓸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낵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파가 아닌 실력을 따져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신임 총리는 트러스 측근으로 알려진 장관들을 해고할 수 있다”며 “이들은 실력보단 (트러스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임명됐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가디언에 “내각을 실력 중심으로 꾸리려면 현 내각의 절반 정도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정치와 경제 모두 초유의 혼란에 빠진 영국의 새 총리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사진)이 확정됐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총리다. 42세의 수낵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며 영국 첫 비(非)백인이자 최연소 총리가 탄생했다. 그러나 전임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 정책의 대실패로 취임 44일 만에 사임하는 등 영국이 세계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은 데다 막대한 부채 등 구조적 위기가 여전해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이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 단독으로 후보를 등록했다. 보수당은 “수낵 전 장관이 차기 당 대표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트러스 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지 4일 만이다. 수낵 전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영국은 위대한 국가이지만 엄청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를 바로잡고 보수당은 통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수당 의원 357명 가운데 수낵 전 장관을 지지한 의원은 최소 192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날 오전 보수당 의원들의 지지표가 한꺼번에 몰렸다고 BBC는 전했다. 혼란한 상황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됐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은 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 확보다. 유력한 당 대표 경쟁자로 거론되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전날 “당이 통합되지 않으면 잘 이끌 수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재무통’ 수낵 “英경제 바로잡겠다”… 고물가-경기침체 해결 험로 트러스와 달리 재정건전성 강조… ‘감세안 쇼크’ 뒤 재평가 받아재산 1조원, 프라다 신발-양복 즐겨… 부인 해외소득 세금 안내 구설도野 “조기 총선을” 협조 여부 의문 “경제를 바로잡겠습니다.” 영국 총리로 확정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은 보수당 대표 경선 전날인 2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이렇게 밝히며 초유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재무장관 출신 ‘경제통’ 수낵 전 장관이 고질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영국호’를 이끌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명품 프라다 입는 인도계 ‘금수저’ 엘리트 영국 첫 비(非)백인 총리인 수낵 전 장관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종교는 힌두교다. 케냐에서 태어난 인도계 의사 아버지와 탄자니아에서 출생한 인도계 약사 어머니를 뒀다.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한 부부는 1980년 수낵 전 장관을 낳았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와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2015년 의회에 입성했다. 2020년 보리스 존슨 내각 재무장관으로 발탁되며 ‘존슨의 남자’로 통했지만 올 7월 ‘파티게이트’로 존슨 전 총리가 사퇴 위기에 몰리자 가장 먼저 장관직을 던져 존슨 전 총리를 압박했다. 부인은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인 디자이너 악샤타 무르티다. 그와 부인의 재산은 약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886억 원)나 된다. 그럼에도 부인이 해외 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수낵 전 장관도 명품 프라다 양복과 신발을 착용하고 비싼 펠로턴 자전거를 타고 다녀 눈총을 받았다. BBC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노동자 계층 친구가 없다”고 말해 서민이 처한 경제 위기를 제대로 체감해 해결하겠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수낵 전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재정을 신속하게 풀어 일시 해고자를 지원하는 등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경선할 때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면서 긴축 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을 “동화 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은 세계 금융시장 혼란을 일으킨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쇼크’ 이후 재평가되고 있다.○ 고질적 경제난과 야권의 총선 요구 직면시장은 앞서 그가 총리로 유력하다는 소식에 반응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감세안 쇼크로 5.17%까지 치솟은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4일 오전 3.9%대로 떨어졌다.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도 올라 이날 오전 1.13달러대에서 거래됐다. 감세 정책을 뒤집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도 전날 수낵 전 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31일까지 의회에 제출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고소득자 대상 ‘부자 증세안’을 포함한 200억 파운드(약 32조7600억 원) 규모 증세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뢰 추락 및 고물가와 성장률 둔화라는 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난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영국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해 4월 전망치(1.2%)보다 더 낮게 예상했다. 또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1%로 영국중앙은행(BOE)의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앙투안 부베 ING 선임 금리 전략가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투자자들은 차차 영국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런 일이 빨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야권이 신임 내각에 제대로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BBC에 따르면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아무도 수낵을 (총리로) 뽑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