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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산업기술단지 19곳에 자리 잡은 테크노파크는 기술과 기업을 연결하는 구심점이다. 테크노파크는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등 신산업 생태계를 이끌며 국가 성장동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세종시에 자리 잡은 세종테크노파크(세종TP)는 지역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 세종시의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세종TP는 최근 지역 경제뿐 아니라 국내 산업의 체질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종TP를 이끄는 양현봉 원장(사진)은 “기계, 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과 자동차,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이 주춤하면서 한국 산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세종TP는 지식 기술기반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꿔 어려움을 타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TP는 이를 위해 △정보보호산업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방송영상미디어 △양자산업 등을 키우는 ‘5+1 세종 미래전략산업’을 추진한다. 산업 추진을 위한 첫 발판으로 2026년까지 1000억 원 규모의 세종미래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모태펀드와 세종미래전략펀드, 그리고 세종시 소재 기업의 투자 재원을 모두 동원해 운용하는 미국 실리콘밸리형 펀드로, 투자는 물론이고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세종TP는 또 효율적으로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기 위해 ‘기술사업화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신진 연구 인재와 경력 인재가 협력해 연구개발(R&D) 성과를 토대로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다. 대학이 산업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되도록 이끌 ‘세종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세종시에 위치한 고려대, 홍익대, 한국영상대 등의 졸업생과 기업을 연계해 취업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세종TP는 또 중소기업, 대학, 연구관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각 기관 간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세종기회발전특구 입주 기업에는 창업과 연구개발,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세종TP는 5+1 세종 미래전략산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분기별로 ‘세종미래경제포럼’도 개최한다.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시의원,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기업인, 교수 등이 참여해 세종시의 경제·산업 문제를 진단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양 원장은 “세종미래경제포럼에서 세종TP는 세종미래전략산업 개편과 중장기 육성 전략, 지역 혁신 성장과 인력 양성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며 “앞으로 지산학연 협력 실태와 활성화 방안, 자율주행산업 육성 실태와 발전 과제, 충청권 정보보호 클러스터 조성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세종미래경제포럼에서 다룬 주제와 논의한 내용은 이슈 브리프 ‘세미다(세종이 미래다)’로 발간해 지자체와 시의회, 관내 기업과 유관기관 등에 배포한다. 집단지성의 논의와 결과물을 관계자들과 공유해 또 다른 집단지성의 긍정 효과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세미다는 세종의 각종 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조사, 분석해 세종시와 산업계에 알리고 있다. 세종TP는 한국의 산업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추진한다. 양 원장은 “세종TP는 우리나라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선진국에 걸맞은 기업 육성 정책을 전파할 것”이라며 “신뢰를 토대로 한 산업 지원 정책을 펼쳐 국가 성장을 이끌 기업과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④서울엄마들〈下〉-조지은 옥스퍼드대 YBM KF 한국언어학 석좌교수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303호 서울대 출신 경단녀 봉선아우리는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매년 10만 원을 낸다. 다른 의도는 없다. 그저 아파트 우체통에 서울대에서 오는 동창회보가 꽂혀 있는 게 보여서다. #203호 전설의 돼지맘 안미아은주야, 엄마가 지금 집에서 이렇게 있는 건 전부 너를 위해서야. 너도 알지? 엄마가 천만 원짜리 코디 선생님보다 더 나은 페어런트 컨설턴트라는 거. #403호 슬퍼도 웃는 슈퍼맘 김진아애완돌 코지는 하루 종일 나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한다. ‘진아, 용기를 내. 내가 항상 응원할게’. 내가 아직 맨정신으로 살아 있는 건 오롯이 코지 덕분이다.#‘자칭’ 교육 전문가좋게 좋게 했다가 나중에 수습 못 할 상황 만들지 마시고, 세게 할 땐 세게 해주세요. 애들 인생 한번 엎질러지면 다시 못 담는 거 아시죠?―‘서울 엄마들’ 중에서“세 가족의 자녀교육 분투기 속에 이 시대 부모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싶었어요.”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24년째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언어학, 이중언어, 영어 교육을 주제로 책을 펴내고 강연을 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엄마’와 ‘교육’에 대한 소설 ‘서울 엄마들’을 펴내자 주변에선 “웬 소설?”이란 반응이 쏟아졌다고 한다.자녀 교육, 먹고사니즘, 꿈, 고부 갈등, 배우자와 관계… . 그는 저글링하듯 쏟아지는 삶의 문제를 하나씩 해치우는 주인공들과 호흡하면서 수많은 엄마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나를 키운 엄마, 한국과 영국에서 만난 엄마들, 그리고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조지은 등이다. 20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책을 쓰면서 동시대 엄마와 아빠들의 사연에 이입해 눈시울이 자주 붉어졌다”고 했다. ―반려묘 이름도 ‘수능이’로 짓는 사교육 1번지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연구를 하는 사람이지만 글쓰는 게 평생 취미다. 안고 있는 이야기도 한보따리다. ‘서울 엄마들’은 지난해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학능력시험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을 받고선 착안했다. 세월이 흘러도 수능 시험 답을 밀려 쓰는 꿈 꾸고 그러잖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최근 한류 열풍이 불면서 관련 연구를 많이 한다. 한데 앞서 말했듯 한국의 수능은 미디어에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소비된다. 단 하루에 입시가 결정돼서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약간 희화화되는 느낌이 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입시가 이렇게 알려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블랙유머를 가미해 한국 교육을 논하고 싶었다. 책을 읽고 웃으면서 우리 교육에 대해 한번쯤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소설은 금묘아파트의 상징과 같은 금묘 동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단 하루로 입시가 결정되는 수능일에 많은 부모들의 자녀가 실력을 발휘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수능날 교문에 엿을 붙이는 사진을 보고선 영국 친구가 이유를 묻길래 ‘엿처럼 시험에 붙으라는 뜻’이라고 하니 깔깔거리며 웃더라. 금을 두른 고양이인 금묘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같은 의미를 지닌다. 기도하는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부모들을 이렇게 몰아가는 사회에 대해 발언하고 싶었다.”―주인공 세 가족 모두 조금씩 삐그덕거린다. 은주 엄마는 특히 남편이 쓰러지자 걱정을 하면서도 ‘건강 관리도 제대로 못해서 시험 앞둔 애 앞길을 막나’라는 생각을 한다. “자녀가 입시모드에 들어가면 다른 건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주말 나들이나 여행 횟수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 같다. 학교 시험과 학원 숙제 때문에 휴가나 명절도 공부 모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족이 그렇게까지 희생하지 않아도 자녀가 건강하게 본인 자리를 찾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소설 전반에 담았다.”―자녀의 독서 교육은 어떻게 시키나. “4살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쓰는 리딩노트가 있다. 책의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 한 페이지를 읽어도 상관없다. 책에 훅 빠졌다 나오는 경험이 중요하다. 아이가 책을 읽은 소감을 쓰면 거기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준다. 모녀가 책에 대한 간단한 대화를 글로 주고 받는 것이다. 1년은 쉽지만 그걸 꾸준히 하는 건 쉽지 않다.”―요즘 초등학생들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휴대전화보다 재미있는 게 있으면 거기에 몰두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 영국에선 학원 숙제가 없으니 아이들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하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물론 시각적인 요소가 가득한 휴대전화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각적 재미에 익숙해지면 집중력이 짧아지고 상상력과 사고력은 자라지 않는다.“―학군지도 시대 흐름을 탄다. 요즘 학군지 부모들은 전략적이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것 같다. 목적과 경제상황에 따라 교육 가치관과 스펙트럼도 정말 다양하다.“물론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는 태교부터 인생이 수능을 향해 달리는 것 같다. 아이들이 그 속에서 유년기의 즐거움을 박탈당한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안타까웠다. 옆 사람이 달리니 같이 달리고, 모두가 죽어라 공부를 하는데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 시스템은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대한민국 교육을 바꾸는 게 가능한가’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이 미래인 이유는 그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긍정적으로 교육 담론을 하나씩 쌓아갈 적기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데다가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고 학생 수도 확연히 줄었으니까. ”―한국 입시를 어떻게 진단하나.“한국 입시는 평균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점수에서 학과별 점수 평균을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옥스포드대 입학처장 당시 학생을 뽑을 때, 평균이 아닌 탁월한 한 가지에 높은 가치를 줬다. 평균에 매몰되면 독특함을 보지 못한다. ‘평균 이상’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서울 엄마들’은 한국 밖에서 서울 학군지를 관찰한 내용이다. 영국 교육에서 독특하다고 느낀 부분은 없나.“동생이 국내 물리학 박사인데, 이틀에 한번 꼴로 연구실에서 밤을 새곤 했다. 모든 공학도들은 그렇게 연구하는 줄 알았는데, 영국에 오니 박사과정 학생들도 오후 5시가 되면 집에 가더라. 그런데 성과는 더 좋다. 이곳에 와서 양보다 질이고, 잘 먹고 잘 자야 뇌가 잘 돌아간다는 걸 실감했다.”―가정에선 어떤 엄마인가. “12살 16살인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날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애잔함이 올라온다. 엄마로 사는 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싶다.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특히 남편과 교육 관련 대화를 하면서 ‘아니 한국에선 그래?’라고 되묻는 지점을 소설 창작에 많이 참고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용산철도고(교장 백해룡)는 13일 글로벌기업 3M(쓰리엠)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용산철도고 백교장, 교사들과 함께 3M의 아시아대표인 비제이 쿠마 라마무르디(Vijay Kumar Ramamoorthy)가 직접 참석해 상호 발전의 의지를 다졌다.협약식에는 3M 영업 마케팅팀장, 영업부장, 마케팅팀장 및 담당과 용산철도고 연구부, 전문교육부, 산학부, 창의체험부, 자동차과 부장 등 양 기관 주요 관계자도 모두 나와 협약에 대한 상호 높은 기대를 알 수 있게 했다.라마무르디 대표는 “자동차와 철도 분야의 기술을 학생들에게 교육해 다가오는 미래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전 세계적인 기술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업무협약의 주요 목적은 3M이 가지고 있는 앞선 자동차 및 철도 분야의 혁신 기술을 교육현장에 적용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접목시켜 직업 교육의 진흥에 기여하는 것이다. 용산철도고와 3M 간의 긴밀한 협력은 단순 협약을 넘어 향후 다양한 기업체의 직업교육기관을 통한 차세대 인재 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표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백 교장은 “3M과의 협력을 통해 용산철도고는 직업교육의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본교 학생들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직무 능력을 먼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국내 최초 정원 구독 서비스 ‘가든패스’ 출시에버랜드는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의 사계절 정원 구독 서비스인 ‘가든패스’를 선보였다. 이달 21일부터 이용할 수 있는 가든패스는 꽃과 숲, 정원을 사랑하는 고객들을 위한 식물 특화 체험 프로그램이다.에버랜드는 단지 내 숲과 정원 인프라를 모두 연결하고, 매화·튤립·벚꽃 등 계절별 대표 꽃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매월 사전 신청 후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는 유튜브에서 ‘꽃바람 이박사’로 유명한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조경학 박사)이 참여해 전문 가드너 큐레이션을 진행한다.미공개 정원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가든패스 구독자들만 경험할 수 있는 독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7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진 에버랜드 하늘정원길과 용인 8경중 하나로 꼽히는 호암미술관 희원 옆 가실벚꽃길에는 야간 조명을 강화해 가든패스 전용 야경 관람 코스를 처음 선보인다.물 위 걷는 사파리 탐험 ‘리버트레일 어드벤처’에버랜드가 이달 21일 새로운 사파리 탐험 프로그램 ‘리버트레일 어드벤처‘를 시작했다. 양대 사파리인 사파리월드와 로스트밸리 사이 물위 탐방로를 걸으며 야생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도보 탐험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에버랜드는 수로에 길이 110m, 폭 3m 부교를 가설했다.리버트레일 체험에서는 9종 30여 마리의 야생 동물을 볼 수 있다. 탐방로를 걸으며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하이에나 등 맹수와 코끼리 기린 등 대형 동물이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생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체험에는 약 30분이 소요되고 회당 최대 4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체험을 원하는 방문객은 에버랜드 모바일 앱에서 예약하면 된다. 평일 1만 원, 휴일 1만5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수직으로 탁 트인 공간, 전면 유리로 비쳐드는 햇살, 영화관 같은 아늑한 좌석….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엿본 ‘그래픽 바이 대신’은 분위기 좋은 도서관처럼 보였다. 답답하고 습한 기존 만화방은 물론 멀티방 같은 요즘의 만화카페와도 다른 느낌이었다.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대신위례센터에 가오픈한 그래픽 바이 대신은 이태원의 ‘그래픽’과 대신증권이 손을 잡고 만들었다. 대신증권의 제안으로 코로나 이후 비어 있던 대신위례센터를 그래픽 2호점으로 꾸몄다고 한다. 지역에 기여할 공간 마케팅을 고민하던 대신증권과 2호점 자리를 물색하던 그래픽이 ‘윈윈’한 셈이다.1층에 들어서니 카페 겸 대기 공간에 띠처럼 둘러둔 ‘영챔프’가 추억열차에 불을 댕겼다. 홍승주 매니저는 “가오픈한 지 3달이지만 주말엔 대기팀이 100팀 남짓”이라며 “대기 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개인 소장가에게 ‘영챔프’ 50여 권을 비치해뒀다”고 했다.이곳은 비용을 지불하면 좌석(총 76개)이 지정되는 시스템이다. 3시간에 2만 원(리딩룸은 18000원)을 내면 도서와 음료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은 크게 메인홀과 리딩룸으로 나뉘는데, 독서에 주력하는 이들은 메인홀, 노트북을 사용하는 이들은 리딩룸을 선호한다. 아늑한 리딩룸 좌석에 앉으려다 “불멍이 보이는 홀 좌석이 인기”라는 매니저의 안내에 마음을 바꿨다.그래픽 바이 대신은 국내외 만화, 그래픽 노블, 아트북 등 2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백재훈 그래픽 대표는 “방문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도서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3월 정식 오픈에 맞춰 2층에 어린이 전용 공간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본점처럼 위례점도 주제별로 작품을 분류해뒀다. 메인홀 정면의 ‘거장’ 코너를 비롯해 ‘철학’ ‘문학’ ‘순정만화’ ‘직업만화’ ‘일상·힐링·성장’ ‘코메디’ ‘음식’ ‘성인’ ‘코메디’ 등이 있다. 만화뿐 아니라 A3 크기의 작품 같은 아트북도 곳곳에 비치돼 있다. ‘건축’ ‘디자인’ 코너에는 ‘폼페이’ ‘자하 하디드’ ‘왕의 스타일’ ‘제임스 터렐’처럼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아트북으로만 책장을 꾸몄다. ‘스포츠·아웃도어’ 코너에선 레이싱을 소재로 한 만화와 관련 아트북을 함께 즐길 수 있다.만화가 낯설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홍 매니저는 “10명이 취향껏 매달 추천작을 골라 전시해둔다”며 “책을 고르기 힘들면 익숙한 작품이 많은 ‘거장’ 코너부터 둘러보길 권한다”고 했다. 위례에 거주하는 안혜리 씨(37)는 “그래픽 바이 대신 덕분에 오랜 만에 만화와 다시 조우했다”며 “‘시마과장’ 같은 일본 만화를 주로 보는데, 업무로 만나는 일본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그림을 보는 건 좋은데 감상은 익숙치 않다. 작품이 던진 알쏭달쏭한 마음의 파문에 누가 알맞은 언어를 붙여주면 좋겠다 싶다. 그림이나 사진을 담은 아트북도 마찬가지다. 시선이 가는 작품을 만나면 담백하고 정곡을 찌르는 해설 한 줄이 특히 아쉽다. 미국 예술가 마이라 칼만의 첫 국내 출간작인 ‘우리가 가진 것들’(윌북아트)을 읽고선 이런 갈증이 알맞게 해소되는 쾌를 느꼈다.세상에 들 것들이 이렇게 많았나. 노란색 표지의 책에는 각양각색의 여성 80여 명이 등장한다. 풍선, 개, 화분, 양배추, 가위, 책, 딸…. 그들의 손에는 꼭 무언가 들려 있다. 물건뿐 아니라 희망, 질투, 아픔, 책임감, 사랑 같은 것들도 이고 있다.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집과 가족.그리고 아이들과 음식.친구 관계.일.세상의 일.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기억들.근심거리들과슬픔들과환희.그리고 사랑.-‘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그림을 곁눈질하며 시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글귀를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마법에 걸리게 된다. 잿빛 현실에 햇살을 비추는 작가의 마지막 당부 “꼭 버티세요(holding on).” 마이라 칼만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묘한 그림과 더 묘한 그림이 만난 이 책의 원제는 ‘Woman Holding Things’이다.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삽화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디자이너…. 75세 칼만은 미국의 전방위 예술가다. 2008년 앤디 워홀 등이 이름을 올린 뉴욕 아트 디렉터스 클럽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17년에는 당대 가장 뛰어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미국 그래픽아트협회(AIGA) 메달을 받았다. 노년에 접어든 이후 무섭게 활동 반경을 넓히며 한국에도 이름을 알린 그를 e메일로 만났다.내 친구(남자)가 말했다. 내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어머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지만, 그땐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다.‘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이번 책의 주제는 ‘붙잡음(holding)’입니다. 어떻게 주제를 정하셨나요.“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붙잡고, 또 붙잡아야 하는 균형 잡기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붙잡고,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붙잡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두고, 책과 아이를 안고, 아픈 이에게 수프 한 그릇을 건네기도 하죠.”―지금까지 안고 온 것들과 앞으로 붙잡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저는 어떤 상황에서든 유머 감각을 붙들어 왔어요. 가족과 일에 대한 사랑도요. 친구들, 산책, 여행, 음악, 책, 꿈 역시 마찬가지죠. 앞으로도 이런 것들은 놓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책에서 남성들은 “그들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짧게 등장하는 게 전부죠. “저는 여성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고 느낍니다. 여성들은 세상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요. 제 삶 곳곳에서 여성 친척들의 영향이 깊게 새겨져 있죠.”―책에는 평범한 여성들과 함께 거트루드 스타인, 이디스 시트웰, 잉글랜드의 마틸다 여왕과 같은 역사적인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이들을 선택한 기준이 있나요.“우연과 직관을 따릅니다. 어떤 이미지나 인물과 사랑에 빠지면, 그들은 자연히 제 책에 등장하게 되죠.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때로,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특별히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그럴 땐 수많은 사람을내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온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만 같고.하지만 어떨 땐, 작은 방조차 겨우 가로지른다.나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린다. 얼어버린다. -‘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마이라 칼만은 하나의 장르’라는 평가가 있죠.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정의하나요.“아마도 제가 미술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았고, 스스로 길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저는 규칙이나 정해진 기준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것이 저만의 관점을 설명하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네요.”―TED 강연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은 구원과 같다”고 하셨죠. “작업을 미루다가도 결국 작업실에 가서 앉아 그림을 그리는 순간 진정한 기쁨을 느껴요. 색을 섞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 그림을 그릴 때, 좋은 그림이나 글을 완성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그 기쁨에 견줄 만한 건 아기를 안아주는 순간 정도일까요.”―글쓰기에 좌절감을 느껴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다고요.“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언어와 단어를 다루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와 감각적인 인상을 담당하죠. 이렇게 두 가지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정말 큰 행운입니다. 창작에서 가장 큰 도전은 지루하지 않은 작업을 해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로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부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나요.“아직도 자신감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언젠가 자신감이 제게 다가올 지도 모르죠. 그동안 저는 그저 계속해서 작업하고 탐구할 뿐입니다.”우리 할머니는 늘 땀에 젖어 계셨고 항상 궁지에 몰린 것 같았다.아마도 자기가 사랑한 남자와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창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진실성과 유머와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이요.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여러 주제로 책을 내셨죠. 주제는 보통 어떻게 정하나요.“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걷고 바라보고 들으면서 보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뜻밖의 주제가 저에게 다가와요. 그리고 그 주제가 계속 제 마음에 머문다면,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고민할 만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죠”―색을 사용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색은 저에게 감정과 직결되는 요소예요. 색을 보면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색을 선택하죠. 색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감각적으로 만족스러워야 합니다.”―작업을 시작할 때 최종적인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나요.“전혀요! 저는 오히려 그 감각을 사랑해요. 열린 가능성, 자유로움. 주제가 정해지면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창작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궁금합니다.“저는 항상 제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기쁨, 슬픔, 유머, 상실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저의 방식이죠. 독자와 공명하려면 정직한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모든 것과 다름없는 기억도 중요한 요소예요. 기억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정의할 수 있고, 기억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으니까요.”―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요?“작업을 미루고 딴짓을 해요. 책장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스케치를 하거나 TV에서 추리물을 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결국 다시 작업할 마음을 갖추게 되죠. 마감이란 참 아름다운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아니죠.”―‘뉴요커’의 표지 그림을 15차례 그렸고, 2년 간 삽화 칼럼을 연재하면서 ‘뉴욕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죠. 당신에게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요?“저는 제 자신을 기자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세상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쳐나죠. 인간의 삶은 끝없이 매력적이니까요. 세상을 관찰하고 전하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책에 담긴 일상 속 다양한 순간들이 눈길을 끕니다.“저는 삶 속에서 작은 기적들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모든 것이 흥미롭고, 세상은 끝없는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평범한 순간도 깊이 들여다보면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죠.”당신은 시간을 찾자마자 더 많은 시간을 원할 것이다.그리고 그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시간을충분한 시간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그리고 절대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너무나 이상하다.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다음 우리는 죽는다.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최근 ‘후회(remorse)’를 주제로 그림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주제가 눈길을 끄는데요.“나이가 들면서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한 일과 잘못한 일, 더 친절할 수 있었던 순간들에 대해 고민했죠. 그러던 중 ‘후회’라는 단어가 머리와 마음에서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모두가 크고 작은 후회의 순간을 안고 살아가더군요. 후회는 피할 수 없으며, 때로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주변 사람들을 용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제 다음 프로젝트의 주제는 ‘기쁨(JOY)’입니다. 후회를 다룬 후에는 당연히 기쁨을 이야기해야겠죠. 하지만 기쁨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감정이니까요. 그래도 계속 탐구하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려 합니다.”―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나 매체가 있나요.“저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회화, 글쓰기, 자수, 영화, 음악, 연극과 무용과의 협업까지—이 모든 것이 저에게 큰 기쁨을 줍니다. 앞으로 또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지켜보려 합니다.―70대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나이듦’에 대한 철학이 궁금합니다.“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젊음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스스로는 젊다고 상상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인생은 짧습니다. 시간을 낭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에요. 이 느낌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창작은 저에게 삶 자체입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닐 겁니다. 창작을 통해 저는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가죠.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 놀라운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 돌아가고 싶어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중심인 서울 대지동(대치동 아님) 금묘(gold cat) 아파트. 금묘 조리원에선 예일대 박사 출신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들어 태교 영어를 강조하고, 아파트 반찬가게엔 버지니아 사티어의 ‘아기는 무엇으로 자라는가’가 꽂혀 있다. 금묘 영어유치원에 다니다 보니 한국어 발음이 이상해진 아이들. 하지만 ‘세종 유아 한국어 발음 학원’에서 교정하면 되니 문제 될 게 없다. 입학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금묘인스티튜트’에선 종일 CM송이 나온다. 가수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개사한 ‘정신교육송’ 가사는 이렇다.‘외로워도 슬퍼도 견뎌야 해. 이 길 끝에는 의대가 있으니까. 이 길 끝에는 서울대가 있으니까.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지. 너는 네 친구에게 지고 싶니? 지기 싫으면 오늘 이를 악물어….’영국 옥스퍼드대 입학처장을 역임한 조지은 교수가 그린 학군지(학군이 좋은 지역) 풍경은 생각보다 사실적이고 촘촘했다. 언어학자이자 교육 전문가인 그는 최근 첫 소설 ‘서울엄마들’(헬로우코리안)을 펴냈다. 무대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한 금묘 아파트. 주인공은 엘리트 자녀 양성을 위해 내달리는 엘리트 부부 3쌍이다. 배우이자 소설가인 차인표는 책 추천사에서 “소설을 읽으며 우상을 쫓아 혼돈에 빠지고 휘청거렸던 ‘학부모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영국인과 결혼해 영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 그가 ‘제이미맘’보다 더한 디테일과 블랙코미디로 사교육을 그린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한국에선 ‘교육=희생’이 된 것 같다”며 “모든 걸 잡으려다 중요한 걸 놓치고 마는 평범한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12세, 16세 두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그를 20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개 훈련도 영어로?―금묘 아파트 사람들은 영어 교육을 위해 개 훈련도 영어로 하고, ‘초등 의대반 학생을 위한 건강 도시락’을 사 먹인다. 허구인지 사실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은데 대치동 출신인가.“충청남도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다. 95학번이다. 언어학자로 이중언어를 전공해 ‘영어유치원’ ‘공부감각’ 관련 책을 펴내고 강의를 하면서 학부모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국적 불문하고 아이 부모들이 만나면 교육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거기서 자연스레 얻은 정보와 상상력으로 책을 썼다.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부분은 일부러 의도한 측면도 있다. 태교 관련 SCI 논문은 있지만 실제 조리원에서 그런 강의를 하진 않는 부분이 대표적이다.”―입시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고양이 동상 ‘금묘’는 아파트의 정신적 지주와 같다. 아파트 사람들은 수시로 금묘를 만지고, 금묘의 수염이 사라지자 자신들의 성적이 도난당할 듯한 불안에 빠진다.“한국의 수능 이야기를 들으면 영국인들이 깜짝 놀란다. 수능일에 출근 시간을 늦추고, 듣기평가 때 비행을 못 하고,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가 기도를 하고, 낙방할까 봐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니…. 한국 밖에서 24년간 학생과 교수로 지냈기 때문에 이 교육이라는 우상, 즉 금묘가 보였던 게 아닌가 싶다. 고양이는 수염을 잃으면 균형을 잃는데, ‘교육과 삶의 밸런스’를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로 금묘의 수염 도난 사건을 배치했다.”―엄마로 살 날이 길지 않다는 혼잣말, 듣기 좋으라고 ‘슈퍼맘’이라고 부른다는 워킹맘의 자조, 아이를 위해 늘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다니는 모습…. 엄마라면 공감할 만한 대목이 많더라. “제목이 ‘서울 엄마들’인데 한국어로 썼고 영어 번역본도 출간 예정이다. 사실 부모는 만국공통으로 아이를 위해 열심인 사람들이다. 시대적으로도 딸 입에 넣어주려고 학교로 호떡을 들고 오던 ‘옛날 엄마’(사실 본인 이야기다)나 만능 매니저처럼 아이를 돌보는 ‘오늘날 엄마’나 목적은 똑같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것! 하지만 그 양상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이수지 씨의 ‘제이미맘’ 영상을 둘러싼 반응이 뜨거웠다. 사실 영유아 엄마들은 학원 마케팅에 휘둘리기 쉽다. 영유아기는 아이가 말을 잘 듣고 인풋이 좋아서 아이에 대한 학습적 기대치가 높을 때니까.“지난해 초부터 책을 썼는데, 영상을 보고선 ‘앗, 비슷한 컨텐츠가 나왔네’ 싶었다.(웃음) 학군지 엄마들도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을 서포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에 열심인 엄마들의 상황이 경제력과도 관련이 있다 보니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극성 엄마들이라고 손가락질하기 보다 교육 사다리에 목매도록 부추긴 사회가 문제라고 본다. 사회도 엄마 탓을 하는 게 아닐까.”―은주 엄마는 ‘공부하라고 지시만 하는 그런 무책임한 엄마가 아니’라며 아이가 수학을 풀면 본인은 국어를 푼다. 마치 한석봉 엄마처럼. “한국의 어머니는 신사임당과 한석봉 엄마로 대표된다. 공부 못해도 엄마 탓, 키가 안 커도 엄마 탓하는 분위기가 있다. ‘엄마표’란 단어는 ‘부모표’ 또는 ‘엄빠표’로 바뀌어야 한다. 영국에선 살림과 교육 모든 측면에서 부부가 역할을 잘 분담하는데, 한국도 분위기가 상당히 바뀐 것으로 안다.”영국에도 대치동이?―금묘 영어유치원에선 엄마가 한국말을 해도 아이가 벌점을 받는다. 이중언어 전문가로서 영어유치원은 어떻게 보나. “한국에선 세계 평균보다 3년 빠른 3.5세부터 영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시기보다 ‘어떻게’다. 한국어와 영어를 혼돈하거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영국에선 영유아 시기엔 ‘스터디’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10세 이전엔 엄마와 함께 즐겁게 영어를 습득하는 경험이 중요하다.”―소설 속 은주와 수지는 선행을 해둔 덕분에 잠시 밴드나 알바에 눈 돌려도 1등을 유지한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사춘기 변수를 대비해 선행을 시킨다.“선행도 아이가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를 잘 봐야 한다. 그럼에도 선행 중심은 시험문제 풀이식 공부라 아이의 내공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싶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지식 공부에 매몰되는 건 옳지 않다. 사고력은 즐겁고 여유있을 때 자란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문제를 푸느라 시간이 없으니 호기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제일 중요한 게 관찰인데 관찰을 못 하면 챗GPT와 경쟁이 안 된다.”―영국에도 대치동과 선행이 있나.“일부 엘리트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도 있겠으나, 보편적으로는 학원과 선행은 없다. 특히 선행은 인지적으로 시기에 맞는 적기(適期) 교육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신 책을 읽거나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숙제는 많다. 10세 이전에 책상 공부에 매몰되면 나중에 ‘쿠크다스 멘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같이 무언가를 해야 언어 공감 능력이 자라나 멘탈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문해력 논란도 순리에 맞지 않게 학습 속도를 마음대로 바꾸다 보니 불거진 게 아닌가 한다. 모국어 습득 시기, 책에 빠져들 시기 등을 놓치고 나중에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학교 잘 보낸 엄마들은 자기들이 다 잘해서 그런지 아는데, 그게 아니더라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될놈될 안될놈안될’ 인가.“금묘 아파트 2층은 정보력, 3층은 유전, 4층은 1타 코디네이터(학업 관리사)와 유전 등이 강점이다. 소설에서는 4층이 1등 하다가 2층이 추월한다. 유전이냐 정보력이냐…. 그건 모르는 거지만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엄마랑 같이 있는 걸 너무 좋아한다. 유전도 맞고 시험공부 머리가 따로 있기도 하다.”―학군지에서 끝까지 ‘멱살 잡고’ 가면 입시에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돼지맘’ 출신 컨설턴트들이 과목별 단원별로 부족한 부분을 짚고 딱 맞는 학원과 강사를 안내하는….“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진짜 공부란 무엇인가’다. 사고력을 키우려면 거듭 강조하듯 ‘경험’과 ‘독서’가 중요하기에 정보력, 유전, 1타 코디를 활용해 죽어라 공부하는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영국 아이들은 ‘벽돌책’을 많이들 읽는데 결국 이런 독서력이 사고력으로, 어려운 논문을 쓰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문제 풀이를 잘하는 건 아니다.” 하버드대 출신 치킨 가게 사장님―한국의 입시제도를 생각하면 ‘진짜 공부’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내신과 수능부터 챙겨야 좋은 대학에 간다. “물론 입시제도 변화까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쯤 멈추고 패러다임을 바꿀 토대를 마련할 여건을 갖췄다. 콩나물교실 시절엔 변별력이 시험의 목적이었다. 지금은 AI 시대인 데다가 학생 수도 적어서 상상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있다. 행복을 교육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아이들도, 세상도 변하는데 교육만 제자리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해보다 표현에 방점을 둔 교육이 필요하다. 모든 교육 관계자와 학생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대해 사유하면 한 스텝씩 바꿔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공부가 확률상 아이의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가장 좋은 길이어서 내달릴 수밖에 없다는 자조도 있다.“영국에는 랭킹 문화가 없다. 영국인 시누이도 대학이 필요가 없어서 안 갔지만 전혀 열등감이 없다. 대학은 재능을 발휘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학교에서도 등수가 없고, 역사 과학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아예 차별이 없진 않지만, 학벌과 상관없이 사회의 모든 직업이 비슷하게 인식된다.”―소설에선 하버드대와 서울대 출신 아빠들이 사회적으로 방황하다가 ‘하버드치킨’ ‘서울대치킨’으로 대박을 낸다. 학벌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장치인가.“영어에는 학벌주의란 단어 자체가 없다. 영국에서 의사는 박봉에다 봉사직에 가깝고, 옥스퍼드대 면접을 하면 학생들이 ‘졸업 후 아버지 식료품점을 이어받겠다’라고 한다. 소설에서 치킨집을 연 남편에게 변호사 아내가 CEO(최고경영자)라고 적힌 명함을 주는데, 옥스퍼드에선 직업 귀천이 없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언어학자로서 뿌리 깊은 직업 차별 인식은 언어로 바꾸면 어떨까 한다. 존중 이면에 차별이 있는 ‘사’가 들어간 직업의 용어를 바꾸고, 편견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성공하는 아이의 조건은 착한 아이, 고분고분한 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양면적인 메시지가 있다. 훈련하기에 좋은 아이들이 학습 관리가 잘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다크호스일 수 있다. 그건 부모가 발견하는 거다. 내 아이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고 어떤 학습환경에 잘 맞을지 관찰해야 한다.”―아이가 학습엔 재능이 없는 것 같아도 사교육을 놓긴 쉽지 않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데도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게 된다.“물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 끝까지 해내는 과정 역시 중요한 공부다. 하지만 본인만의 관심사가 반영되지 않은 학교는 아이에게 굉장히 슬픈 공간일 것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똑같은 길로 가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입시를 알고 교육을 알고 아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 옥스퍼드대 동료 교수도 성인이 되고 한참 뒤에 원하는 길을 찾았다. 세상에 한두 사람이 온전히 자기를 믿어 준다면 시기와 재능은 다르더라도 결국 발현될 거라고 본다.”―소설에서 수능 만점자 어머니가 비결을 묻자 ‘학습 분위기’를 언급한다. 금묘 아파트는 모든 것이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분위기, 얼마나 중요한가.“가정과 학교 분위기는 중요하다. 경쟁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편하고 호기심을 북돋워 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마음껏 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앞서 말한 사고력을 키우는 공부가 잘 된다. 학군지의 다같이 공부하는 분위기 측면에선, 억압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경쟁에 얼마나 잘 맞는지는 아이마다 다르니 분위기 타는 것도 나름인 셈이다.”―사춘기 이야기도 나온다. 교육전문가라는 사람이 문을 떼고 와이파이 끄고 휴대전화 수거하고 종이랑 연필만 주라고 조언한다. ‘마음에 멍이 들어야 아이들은 정신을 차린다’면서.“자녀 방문을 떼 버린다는 이야기에 영국 지인들 표정이 심각해진다. 부모로선 소통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자유를 박탈당하는 거니까. 아이와 협의해서 정해야 할 문제 같다. 봉선아는 딸 수지랑 떡볶이 먹으면서도 공부 이야기만 하는데, 이건 대화가 아니다. 소통하는 방법을 아는 게 우선이다.”조지은 교수는 충남에서 나고 자라 95학번으로 한국에서 대입을 치렀습니다. 영국에서 24년간 학생과 교수로 생활했고, 12세 16세 두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지요. 글로벌 책터뷰 ‘서울엄마들’<하>편에선 그런 그가 한국 사교육을 소설로 출간한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3시간의 행복, 틈새투어]황금 같은 틈새 여유 시간. 막상 갈 곳을 몰라 허비하기 쉽지요. 편안한 휴식도 좋지만 때론 낯선 공간이 주는 활력이 필요합니다. 숨은 보석 같은 공간에서 짧지만 확실한 충만을 만끽해 보세요. 어린 시절 종이만화는 TV나 책처럼 누구나 즐기는 장르였다. 성인이 된 이후엔 아니다. 만화는 소수가 즐기는 취미로 분류되고 만화 읽는 어른에겐 키덜트 딱지가 붙는다. 3040 세대로선 문화적 환경 변화에 내몰린 측면이 크다. 이따금 나를 키운 만화가 그리워도 만화방은 맥이 끊긴 지 오래. 멀티방 느낌의 만화카페나 웹툰은 리모델링한 노포처럼 어색하게 느껴진다.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대신위례센터에 가오픈한 ‘그래픽 바이 대신’은 이런 어른들에게 딱 맞는 공간이다. ‘H2’ ‘드래곤볼’ ‘닥터슬럼프’부터 ‘미생’ ‘정년이’ ‘식객’까지…. 발 받침대에 다리를 올린 채 만화책에 코를 박고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도파민과 엔돌핀이 황금비율로 샘솟는다.만화책 읽으며 ‘불멍’“가오픈한 지 3달이지만 주말엔 대기팀이 100팀 남짓이에요. 기다리는 분들이 지루하실까봐 ‘영챔프’를 준비했습니다. 개인 소장가에게 50여 권을 구입했죠.”(그래픽 바이 대신 홍승주 매니저)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수직으로 탁 트인 공간, 전면 유리로 비쳐드는 햇살, 영화관 같은 아늑한 좌석….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엿본 그래픽 바이 대신은 분위기 좋은 도서관처럼 보였다. 답답하고 습한 기존 만화방은 물론 그래픽 이태원점(본점)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1층에 들어서니 카페 겸 대기 공간에 띠처럼 둘러둔 ‘챔프’ 50여 권이 추억열차에 불을 댕겼다.그래픽 바이 대신은 이태원의 그래픽 노블 카페 ‘그래픽’과 대신증권이 손을 잡고 만들었다. 술과 만화를 함께 즐기는 어른들의 만화카페 그래픽은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공간. 대신증권 측 제안으로 코로나 이후 비어 있던 대신위례센터를 그래픽 2호점으로 꾸몄다고 한다. 지역에 기여할 공간 마케팅을 고민하던 대신증권과 2호점 자리를 물색하던 그래픽이 ‘윈윈’한 셈이다.“마음에 드는 자리로 가셔서 QR을 찍으시면 됩니다. 3시간에 2만 원(리딩룸은 1만8000원)으로 음료 라운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참, 만석이 아닐 때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아요. 평일 저녁에 와서 10시 마감까지 계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안내를 받고 들어서니 자리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 자리도 탐나고 저 자리도 누리고 싶다. 총 76개의 좌석은 메인홀과 리딩룸으로 나뉘는데 ‘독서족’은 메인홀, ‘작업족’은 리딩룸을 선호한다. 아늑한 리딩룸 좌석에 앉으려다 “불멍이 보이는 홀 좌석이 인기”라는 매니저의 안내에 마음을 바꿨다. 메인홀의 오른편 좌석은 과연 명당이었다. 야외에 있는 모닥불을 추위 걱정 없이 차창 너머로 감상할 수 있었다.초심자는 ‘거장’- ‘매니저 추천’ 코너부터“매니저 10명이 취향껏 매달 추천작을 골라 전시해둡니다. 책을 고르기 힘들면 매니저 추천 코너부터 둘러보세요. ‘거장’ 코너에도 익숙한 작품이 많을 겁니다.”그래픽 바이 대신은 국내외 만화, 그래픽 노블, 아트북 등 2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3월 정식 오픈에 맞춰 2층에 어린이 전용 공간을 준비 중이다. 구비 도서도 3000여 권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본점처럼 위례점도 주제별로 작품을 분류해뒀다. 메인홀 정면의 ‘거장’ 코너를 비롯해 ‘철학’ ‘문학’ ‘순정만화’ ‘직업만화’ ‘일상·힐링·성장’ ‘코메디’ ‘음식’ ‘성인’ ‘코메디’ 등이 있다. 만화뿐 아니라 A3 용지 크기의 작품 같은 아트북도 곳곳에 비치돼 있다. ‘건축’ ‘디자인’ 코너에는 ‘폼페이’ ‘자하 하디드’ ‘왕의 스타일’ ‘제임스 터렐’처럼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아트북으로만 책장을 꾸몄다. ‘스포츠·아웃도어’ 코너에선 레이싱을 소재로 한 만화와 관련 아트북을 함께 즐길 수 있다.주제별로 그래픽 노블, 아트북, 만화 시리즈 등을 모아둔 구성에 대해 백재훈 그래픽 대표는 “한 분야를 다룬 여러 장르의 작품을 두루 접하면서 관심사를 파고드는 계기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만화는 작가들이 좋아하는 것을 깊게 파고들고 자유롭게 표현하기에, 무언가 습득할 때 참고하기 좋은 장르 같아요. 그래서인지 만화로 어떤 분야에 대한 생각이 바뀌거나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죠.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초밥에, ‘신의 물방울’을 보고 와인에 입문하게 되는 것처럼요.”방문객 상당수는 거장 코너부터 발걸음했다. ‘우주소년 아톰’ ‘블랙잭’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슬램덩크’ ‘시마 시리즈’ ‘배가본드’…. 오랜 기간 사랑받은 작품들을 한데 모아둔 공간이다. 순정만화 코너의 ‘꽃보다 남자’ ‘나나’와 음악 코너의 ‘피아노의 숲’ ‘노다메 칸타빌레’ ‘오디션’, 음식 코너의 ‘미스터 초밥왕’ ‘맛의 달인’ ‘심야식당’ 등 눈에 익은 작품으로 자꾸 손이 간다. 방문객들은 보통 동행인의 추천작이나 학창시절 추억이 깃든 작품으로 시작해 조금씩 독서 외연을 넓혀간다고. “이왕 멀리 발걸음했으니 낯선 작품에 도전해 보라”는 홍 매니저의 조언에 따라 아는 작품과 모르는 작품을 두서없이 세 권씩 뽑아 들었다.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도라에몽테마걸작선’ ‘인간실격’ …. 책장을 펼치자마자 뭘 해도 신통치 않던 집중력에 간만에 힘이 실린다. 마음에 드는 대사를 휴대전화에 담다보니 ‘그때 그 작품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10대 시절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어른의 세계를 슬쩍 보여줬던 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만화 주인공들이었다.“소설 음악 영화 모두 좋아하지만 만화를 가장 애정해요. 만화를 무시하는 시선이 있는데, 가장 수준 높은 만화가 수준 높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액션씬, 감정선 같은 것들이 있죠. 그래픽 바이 대신에선 눈 감고 집어 들어도 볼 만한 작품들만 엄선했습니다.”(백재훈 대표)“중학교 때까지는 시험 기간이 끝나면 ‘나나’ ‘궁’ 같은 순정 만화를 빌려보는 즐거움이 컸어요. 집 근처에 그래픽 바이 대신이 생겨서 오랜만에 만화와 다시 조우했는데, ‘시마 과장’ 같은 일본 만화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본 분들과 일하는데,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서 좋아요.”(안혜리·37세)“책과 카페를 좋아하는데 탁 트인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방문하게 됐어요. 앤디 워홀의 일대기를 읽다가 이것만 붙들고 있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집어 들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음악 코너가 따로 있어서 설렙니다.”(백진희·50세)<백재훈 ‘그래픽’ 대표의 추천 만화 5>➀신들의 봉우리(전 5권, 다니구치 지로)-유메마쿠라 바쿠의 동명소설 ‘신들의 봉우리’를 원작으로 한 산악 만화. “동일 원작의 소설과 애니메이션보다 만화가 주는 감동이 압도적이다. 만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을 잘 살린 작품이다.”②히스토리예(12권까지 출간, 이와아키 히토시)-기생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월간 애프터눈에 격월로 연재 중인 팩션 만화. 실존 인물인 알렉산더 대왕의 서기관이 주인공이다. “거장의 마지막 작업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연출과 스토리의 깊이가 남다르다.” ③호도(단권, 마영신)-하비상을 수상한 마영신 작가의 근작. 가정 폭력, 왕따, 성적 착취, 데이트 폭력 등으로 얼룩진 화가 언경의 인생을 모티브 삼았다. “‘이 작품을 읽고 허영만 ·윤태호를 잇는 거장은 마영신이 되겠구나’ 라고 느꼈다.”④폴리나(단권, 바스티앙 비베스)-“무용수 폴리나의 성장기를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지 묻는, 그래픽 노블에 입문하기 좋은 작품. 훌륭한 영화 한편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⑤벽(전 5권, 허영만)-“허영만 화백의 전성기 작품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어둡고 철학적이며 현실적인 점이 매력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경북대가 대구·경북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을 전개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95년 산학연협력단으로 출범한 창업지원단이 자리하고 있다. 창업지원단은 대구 본교와 상주 캠퍼스의 창업보육센터, 테크노빌딩, IT융합산업빌딩, 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 등 5개의 창업 지원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시설 내 사무공간에는 스타트업 130여 곳이 입주해 졸업생, 재학생, 교수진, 일반 창업자 등이 일하고 있다.김규만 창업지원단장(기계공학부 교수·사진)은 “창업지원단은 초기창업패키지팀, 창업도약패키지팀, 재도전성공패키지팀, 창업놀이터팀을 비롯한 9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며 “창업에 진심인 23명의 전문 인력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창업지원단은 초기창업패키지 사업 29곳, 창업도약패키지 사업 43곳, 재도전성공패키지 사업 45곳 등을 지원했다. 특히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의 경우 KT·SK텔레콤 등과 5G,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의 창업기업 간 협력을 추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KT와 협력한 ㈜지바이크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올해에는 지역 창업보육센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거점형 사업 등 특화역량 BI(Business Incubation) 지원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창업지원단은 올해 처음 대구 북구의 민간 위탁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입주기업 10개 사와 지역 창업자를 발굴해 창업 교육과 행정 지원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2년부터 진행해 온 ‘스타기업’ 발굴 사업도 계속된다. 창업지원단은 매년 최근 2년간 매출, 고용, 연구개발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스타트업 4∼6곳을 스타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61개 기업이 스타기업으로 선정돼 교육, 컨설팅, 연구개발 등의 지원을 받았다.경북대 창업지원단은 지리적 단점을 극복하고 정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한 결과 창업 지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단장은 “경북대는 지역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패키지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며 “여러 패키지 사업 성과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S등급)으로 선정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고 했다. 우수한 투자 유치 역량도 눈길을 끈다. 2017∼2024년 주관 기관 투자금 95억 원을 조성했고, 컨소시엄 기관에 직접 투자한 금액도 약 240억 원에 달한다. 창업지원단은 올해에도 초기창업·창업도약·재도전성공패키지 지원 사업에 참여할 스타트업을 모집한다. 초기창업과 창업도약은 각각 업력 3∼7년 이내와 업력 7년 이내 기업을, 재도전성공은 폐업 이력이 있는 업력 7년 이내 재창업자를 대상으로 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②‘자살의 언어’-크리스티안 뤼크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교수 겸 정신과 의사#case1양극성 장애를 앓던 열일곱 살 케빈은 골든브릿지에서 몸을 내던지자마자 이렇게 생각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죽기 싫어!’ 기적적으로 생존한 케빈은 이후 자살 예방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자살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자살 관념을 ‘일생일대의 거짓말쟁이’라고 부른다.#case2104세 구달은 죽을병을 앓고 있지 않았지만 충분히 살았단 생각에 조력사를 신청했다. 죽기 하루 전날 기자회견에 그는 ‘추하게 나이 먹기’란 문구가 인쇄된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구달은 자식과 손자들에게 둘러싸여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자살(自殺):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음’챗GPT에 자살 관련 질문을 던지니 ‘꼭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한다. 포털 검색창에 이 단어를 넣으면 상단에 생명존중 캠페인이 뜬지는 20년이 다 돼간다. 익숙함과 별개로 자살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다. 남몰래 준비하는 죽음이기에 예측이 어렵고, 사후에 사건을 재구성해봐도 명확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스웨덴 카롤린스카대 교수 겸 정신과 의사인 크리스티안 뤼크는 ‘자살의 언어’(북라이프)에서 자살 관련 사례와 논쟁들을 하나하나 짚는다. 독극물을 삼키곤 119에 구조요청을 했으나 끝내 숨진 청년, 자살을 시도했다가 생존한 소년…. 죽음을 고민한 여러 결의 마음들과 자살 DIY 기계, 동물들의 자살, 자살 예방 최신 연구 등을 두루 다룬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 중 누가 자살을 기도할 것인지 예측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자살이란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시도했고, 이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죽음―‘선택이다 vs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실수다’. 자살을 어떻게 정의하나요.“대부분의 자살 시도자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택할 능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건 진정 죽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많은 이들이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주저한다고 해요.”―자살은 예측할 수 있나요.“연구에 따르면 정확한 예측은 어려워요. 영국에서 의료진과 마지막 접촉 때 자살 사망자의 85%가 단기적으로, 59%가 장기적으로 자살 위험이 낮다는 진단을 받았죠. 의료 현장에선 자살 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과 그 반대의 ‘보호 요인’으로 위험도를 평가하긴 합니다.”―자살의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은 무엇인가요.“남성이라는 성별과 과거 자살 시도 경험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에요.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단순한 위험 지표일 뿐 자살한 이유를 설명해 주진 않습니다. 보호 요인으로는 어린 나이, 가족과의 유대감 등이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특정한 개인의 자살 시도 여부를 예측할 순 없어요. 결국 자살은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환자의 자살을 예측하고 막은 경험이 있나요.“응급 정신과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생명을 구하곤 합니다. 물론 제가 개입하지 않았을 경우 그 환자가 자살했을 거라고 증명할 길은 없지만, 그렇게 믿고 있어요. 반대로 위태롭다는 신호를 받고도 자살을 막지 못했던 가슴 아픈 경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자살이 유가족과 공동체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죽기 1시간 전에 자살 결심“사랑해요. 감사해요, 전부. 그리고 죄송해요. 더는 못 하겠어요.”열여섯 살 요한은 부모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뒤 암벽에서 뛰어내렸다. 요한의 아빠는 아들의 체크카드 정보를 살피며 사건을 재구성하려 했다. 요한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다섯 시간 전 세븐일레븐에서 레드불을 샀다. ‘레드불을 살 때는 요한 자신조차 자신의 앞날을 몰랐던 게 아닐까.’(p35)―‘자살 관념’이란 무엇인가요. “자살을 생각하거나 죽음을 고려하는 상태를 뜻해요. 이런 생각이 반드시 위험한 건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막연히 자살을 떠올린다고 해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죠.”―자살을 결심하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요.“자살 시도 생존자를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3분의 1은 자살 관념을 오래 겪지 않았고, 상당수는 한 시간 전에 마음을 먹었다고 해요. 결심부터 목숨을 끊기까지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기에 타인이 알아챌 겨를이 없는 셈이죠. 우리 삶은 이토록 취약합니다. 평생 자살을 고려한 적이 없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유족들은 혼란에 빠지죠.”―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그로 인한 공허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거나 삶의 의미를 상실할 때 자살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살을 부르는 사회적 요인을 명확히 설명하긴 힘들죠. 분명한 건 우리가 모두 ‘삶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겁니다.”―교육 수준이나 기온도 자살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를 봤습니다.“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쉽게 낙오되는 교육 시스템을 지양하고 1등이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노동 시장을 만들어야 하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웨덴의 사회 시스템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실패를 맛보게 하고 진로를 가로막는 학점 제도가 대표적이지요.”―자살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로 여겨집니다.“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살이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가? 분명 그렇습니다. 과거 자살은 종교적 죄악이자 도덕적 문제로 여겨졌고, 오늘날엔 주로 정신 건강상 문제로 여겨지고 있죠. 개인적으로 자살을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하기보다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조차 도덕적으로 자살을 옳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다…“울타리가 설치된 다리에서는 자살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장애물이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장애물이 없는 다른 다리로 가서 뛰어내렸을까? 아니다. 이 다리에서는 물론 도시 내 다른 다리에서도 자살이 증가하지 않았다.…이는 목숨을 끊고자 다리를 찾아간 사람이 마음을 확고하게 정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p189)―다큐멘터리 ‘금문교(The Bridge)’는 어떤 내용인가요.“금문교를 1년 24시간 내내 멀리서 촬영한 다큐멘터리입니다. 23명이 난간을 넘어 아래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죠. 다이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다리에 자살 방지용 안전망이 설치돼 있습니다.”―다리에 울타리를 설치한 후 자살률이 크게 줄었다고요.“울타리가 절대 넘지 못할 만큼 높지 않았는데도 자살률을 크게 낮췄어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사실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던 거죠.”―설계적 예방 조치가 정말 중요하군요.“이런 예방 조치는 짧은 망설임을 활용해 시간을 벌어줍니다. 단 1분 1초라도 충동을 차단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거죠. 단순한 장치가 놀라울 만큼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금문교에서 뛰어내린 후 생존한 사람 중 절반이 자신이 살아남을 거라고 믿었다고요. 자살 생존자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나요?“생존자가 다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어요. 대부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책에 등장하는 케빈처럼 자살 예방 활동에 헌신하는 경우도 있지요.”● 조력사를 둘러싼 논쟁“내가 본 자살은 고독하고 충격적이며 엉망진창이었다. 죽음을 맞은 자녀의 부모, 의사와 가까운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은밀히 죽음을 맞이한 사람, 조금만 달랐더라면 계속해 삶을 이어 나갔을 무계획적인 죽음…. 나는 다른 사람이 죽도록 하는 데 동참할 수 없다. (의사로서) 내 길은 사람들이 치명적인 약물을 발견하도록 돕는 게 아니다. 나는 삶의 편에 설 것이다.”(p149)―책에서 “언제나 삶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셨지요. 조력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이나 스웨덴처럼 조력사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조력사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죠. 개인주의적인 가치가 점점 강해지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앞으로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조력사는 어떤 면에서는 개인의 선택을 극대화한 궁극적인 형태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조력사를 합법화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나요.“네, 최근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어요.”―벨기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조력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요. 환자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의사의 법적 판단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예요. 자신이 내린 선택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죠. 특히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그 선택이 질병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가 얼마나 실수와 후회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독약을 복용한 후 후회했지만 이미 죽음에 이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환자가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생명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고 하셨지요.“저는 환자들이 저에게 희망을 기대한다고 생각해요. 제 역할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가능성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누군가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조력사계의 일론 머스크?‘목숨을 끊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죽음에 이르게 자기 자신을 다치게 하기 위해서는 살고자 하는 본능을 꺾어야 한다. 죽음을 마주할 때의 불안감을 이기고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몸은 펄떡인다. 우리의 모든 조직은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p114)―104세의 데이비드 구달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력사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나이가 가족과 사회가 그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구달은 호주 출신의 식물학과 교수로 조력사를 위해 스위스까지 갔습니다. 그의 죽음은 104세라는 나이와 죽기 전 기자회견에서 베토벤을 노래한 장면으로 특히 화제를 모았죠. 보도 내용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는데, 고령의 나이가 조력사를 보다 ‘자연스러운 죽음’처럼 보이게 했다고 생각해요.”―책에 등장하는 나탈리는 조울증으로 조력사를 신청했다가 취소했죠. 나탈리의 사연이 궁금합니다.“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던 나탈리는 28세에 조력사를 승인받았죠. 자살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나탈리는 삶을 바꾸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고 결국 죽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10년 후 나탈리를 만났더니 계속 살 수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하면서 승인 과정이 너무 쉬웠다는 점을 비판하더군요.”―나탈리가 조력사 신청 이후에 마음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있나요.“나탈리는 의사와 죽음에 대한 대화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더군요. 보통 자살을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지만 조력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차분하게 논의할 수 있었던 거죠. 그녀의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젊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도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둔 당시 상황을 떠올리니 복잡한 감정이 들더군요.”―DIY처럼 자살 여정을 지원하는 기계도 있다고요.“호주 출신 의사 필립 니츠케는 의료 시스템의 개입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설계된 기기를 제작했어요. 캡슐에 들어가 확실히 결정했는지, 판단을 내리기에 정신 상태가 충분히 명료한지 등의 질문을 거쳐 ‘이 버튼을 누르면 치명적인 물질이 주입되어 15초 안에 사망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면 생명을 잃게 됩니다.”―굉장히 논쟁적인 기계로군요.“그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에겐 질병 여부와 상관없이 조력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기계는 정신건강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자살의 문을 열어줄 위험이 있죠.”● 동물도 자살을 할까“인간은 필멸성을 이해할 수 있다.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며, 우리가 생존하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끔찍한 고통과 인간의 필멸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맞물리면 자살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p107)―책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돌고래와 레밍(극지방에 사는 설치류)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동물도 자살을 하나요?“자살을 하려면 발달을 마친 인간의 뇌가 필요해 보입니다. 10세 미만 아동이 자살한 경우는 거의 없어요. 동물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동물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하고 자기 인식을 하지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죽음을 이해할 수도 있고요. 이런 능력은 많은 이점을 주지만 동시에 자살이라는 선택지도 열어줍니다. 자살은 인지 능력들의 진화적 부산물로 볼 수도 있겠네요.”―자살은 유전적인 요인이 있나요?“자살의 유전적 요인은 우울증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저희 연구팀에서도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자살 위험을 높이는지 더 잘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향후 자살 시도 여부를 더 정확히 예측할 길이 열릴까요.“현재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의도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자살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데, AI가 이런 한계를 보완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자살 위험을 줄이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며, 이는 매우 중요한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 경과에 따라 자살 관념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는 연구도 있습니다.”―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자살에 대한 생각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어두운 순간은 지나가게 마련이죠. 물론 심한 우울 상태에서는 희망의 빛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럴 때는 반드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누군가가 여러분을 도와줄 겁니다. 꼭 기억해 주세요. 희망은 존재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국민대(총장 정승렬) 정보보안 암호수학 분야가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우수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부각 되면서 국민대는 2017년 수학과를 정보보안암호수학과로 변경하고 교육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전폭적으로 개편했다. 더불어 교수진이 우수 실적을 창출하고 각종 사업을 수주했다. 그러면서 정보보안암호수학과는 국민대의 핵심 경쟁력을 지닌 학과로 자리매김하게됐다. 이옥연 교수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 양자암호모듈 ‘DUSSQ V1.0’이 국가사이버안보센터의 KCMVP 검증필 암호모듈(Security Level 2) 목록에 등재됐다. 핵심 경쟁력 확보의 대표 사례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의 암호모듈 검증제도(KCMVP)는 국가정보통신망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와 공공기관에서 도입하는 암호모듈의 안정성과 구현 적합성을 검증하는 제도이다. 공공기관과 국방 분야에 공급되는 정보보안 제품 중 중요 정보에 대한 암호화를 수행할 때, 검증필 암호모듈의 탑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옥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DUSSQ는 방사선의 양자적 성질을 활용해 양자 엔트로피에 기반한 양자암호 기술이다. KCMVP 목록에 등재된 검증필 암호모듈 중에서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대는 자체 보유한 양자보안 기반 다수의 특허 기술과 양자센서 기반의 양자보안 서비스 상용화 기술을 융합하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개발로 국민대가 양자암호모듈(QRNG 포함), 양자암호통신장비(QKD 포함), 양자내성암호(PQC, Post Quantum Cryptography) 등의 3대 양자보안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기술 상용화를 통해 양자 캠퍼스를 구축한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과 내 다른 교수들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유일선 교수가 엘스비어(Elsevier)와 스탠퍼드 대학의 존 론니디스 교수가 발표하는 ‘세계 최상위 연구자 2%’ 리스트에 2년 연속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유 교수는 양자내성 암호(PQC) 시대에 대비한 혁신적인 보안 체계 개발에 주력하며 5G·6G 생태계를 위한 선진 보안 기술을 탐구하고 있다. 박원광 교수도 지난해 역산란 문제와 마이크로파 이미징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의 수학적 구조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연구로 ‘세계 최상위 연구자 2%’ 리스트에 선정됐다. 박 교수는 알고리즘의 근본적인 성질에 대한 규명은 물론 이물질 검출에 대한 유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학적 이론의 개발 및 알고리즘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수성과는 다양한 산학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동국 교수 연구팀은 암호수학의 강점을 살려 국방기술 연구용역을 지난해 잇달아 수주했다. 약 100억원 규모다. 이러한 성과로 국민대는 지난해 언론사 대학 평가 부문 중 산학협력 수익지표에서 서울대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산학협력 분야는 국민대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국민대는 지난 몇 년간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의 지식재산권 수익을 올리며 기술이전 및 사업화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대학의 산학협력이 주로 공학계열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학계열로 분류되는 수학 분야에서도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정승렬 총장은 “순수학문을 넘어 ‘난수 생성이론’ , ‘암호 프로토콜’과 같이 사회적 수요가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면서 취업률이 70%로 급상승한 것도 인기의 한 요인”이라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대학도 적극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기존 전공 간의 벽을 넘어서는 다양한 커리큘럼과 인프라를 구축해 경계없는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 국민대가 선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해병대와 협약 체결, 국방AI로봇융합공학과 2026학년도 모집세종대는 지난해 대한민국 해병대와 국방과학기술 분야 전문인력 육성과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종대와 해병대는 강건한 해병대 장교 양성에 나선다. 세종대는 첨단 무기 체계 분야 교육을 위한 군 계약학과 국방AI로봇융합공학과를 설치 운영한다. 2026학년도 입시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졸업 후에는 전원이 해병대 장교로 임관한다. 세종대는 2012년부터 해군 군 계약학과 국방시스템공학과를, 2014년부터는 공군 군 계약학과 항공시스템공학과를 운영해왔다. 2025학년도부터는 육군 군 계약학과 사이버국방학과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해병대와의 협약 체결로 2026학년도부터는 해병대 군 계약학과까지 들어온다. 세종대는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육·해·공군 및 해병대 전군(全軍)의 국방기술분야 계약학과를 운영하게 됐다. 세종대는 각 군의 특성에 맞춘 차세대 군 리더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병대와의 협약은 국방 전반에 걸쳐 학문적 기반을 강화하며 실질적인 군사 역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육·해·공 국방과학기술 전문 장교도 양성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해군)에서도 첨단화되는 국방 운용 체계를 운용, 관리하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4년 간 해군으로부터 전액 군 가산복무 지원금을 지원받는다. 장교로 임관 후 전역 때는 첨단무기체계 생산 관련 산업체와 연구소 등에 취업할 수 있다. 사이버국방학과(육군)에 선발된 학생 역시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일반 정보 보호 교과목부터 능동적 사이버 전 해킹, 방어 기술 등을 배운다. 다양한 병영 체험도 제공된다. 졸업 후 육군 장교로 임관해서 사이버 전에 특화된 직무를 수행한다. 세종대 항공시스템공학과는 항공시스템 공학도와 공군 조종사가 되기 위한 후보생을 양성하는 특성 학과다. 공군 조종 장학생은 일반학생과 동일하게 졸업 시 공학사 학위를 받는다. 4년간 등록금의 50%를 산업체 부담금으로 지원한다. 졸업 후에는 장교 훈련을 거쳐 공군 소위로 임관하는데, 공군 조종사 또는 일반 특기 장교로 의무기간 동안 복무하고 민간 항공 조종사나 관련 분야 전문직 전업이 가능하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원장 박용석)에서 제6기 연세 부동산 최고위 과정을 개설한다. 부동산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사이트를 넓혀 대한민국 발전을 선도할 부동산 CEO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주임교수인 ㈜제이에듀WM 고준석 대표는 원우들과 함께 소통하며 강의를 이끌어간다. 고 대표는 신한은행에서 30년간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신한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등을 역임한 전문가다. 현재는 부동산 교육, 강의, 컬럼리스트, GLG(Gerson Lehrman Group, Inc) 자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유튜브에서는 ‘고부자’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고준석 주임교수를 비롯하여, 연세대 국제대학원 모종린 교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상건 센터장,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 등이 주요 강사진으로 참여했다.이 과정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2025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재건축 재개발 투자 전략, 부동산 공매(온비드), 부동산 경·공매 권리분석 및 투자 전략, 중소규모 주택 개발과 주택정비사업의 전망 등을 다룰 예정이다. 분야별 사례 연구를 통해 미래 부동산 산업의 통찰을 제공한다. 박 원장은 “연일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대책을 연구 분석하고, 부동산 최고 경영자를 육성하기 위해 본 과정을 개설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과정 참가자들에게는 연세대 총장 및 상남경영원장 공동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한다. 제6기 과정 입학식은 3월 25일이다. 강의는 매주 화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9시 10분까지다. 모집 인원은 50명 내외다. 참가 대상은 부동산에 관심 있는 공·사기업 최고경영자 및 임원, 정부 지자체 및 공공기관 고위 공무원, 사회 각계 리더 및 전문직 종사자 등이다.신청 및 문의: 연세부동산 최고위 과정 사무국이설 기자 snow@donga.com}

코로나19 동안 활황이었던 주식, 부동산 등과 고금리였던 예, 적금의 매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자산 관리, 투자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토삼굴(狡兎三窟), 영리한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3개의 굴을 파 놓는다’의 말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적어도 3개 이상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 둔다면, 만약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이에 발맞춰 연세대는 ‘연세 자산관리 최고위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미래교육원 허현승 원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은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공포와 자산 버블 붕괴의 위협 등이 있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가계 부채 및 부동산 리스크의 위협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시대에 자산 관리, 투자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주요 강연진으로는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대표,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염승환 LS증권 이사,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김선희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 상무, 연세대 이승훈 경제학부 교수 등이다. 5월 말 진행 예정인 합동 해외워크숍에서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 2∼3곳을 방문해 벤치마킹할 기회를 갖는다. 10기 과정을 모집 중이며, 모집 마감은 3월 12일이다. 입학식은 3월 19일이다. 수료식은 11월 26일. 정규 강의는 서울 강남 삼정호텔에서 매주 월요일, 2개 강연을 진행한다. 수료 후 총장 및 미래교육원 원장 공동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된다.신청 및 문의: 연세 자산관리 최고위 과정 사무국이설 기자 snow@donga.com}

12종 차 맛보며 취향 찾고 감각 일깨워맛과 향에 집중하니 일상 고민 날아가 언제부턴가 ‘식후 커피’ 공식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점심 후 무작정 커피 전문점으로 향하는 대신 이렇게 묻는 이들이 늘었다. “커피 괜찮아, 아님 차(茶)가 좋아?” 커피와 차가 라이벌 관계는 아니지만, 커피 대세 시장에서 차의 존재감이 또렷해지는 건 분명하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취급하는 차 메뉴가 다양해졌고 티백 세트를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을 찾았다. 동아시아 차 전문 브랜드인 맥파이앤타이거는 성수와 신사 두 곳에 티룸을 두고 있다. 성수티룸은 카페 같이 일상에서의 차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고 신사티룸은 티 테이스팅과 티 코스(종료) 등 경험에 초점을 맞춘 예약제 공간이다. 이날 신사티룸에서는 12종의 차를 시음할 수 있는 퍼블릭 티테이스팅 코스가 진행됐다. “12종의 찻잎을 관찰하고 향을 맡고 맛을 본 뒤 첫맛과 끝 맛 등 향미를 기록해주시면 됩니다. 그런 다음 각자 느낀 점을 공유할 거예요.” 박수진 부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가지런히 다기가 놓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모양과 색이 조금씩 다른 1번~12번 찻잎들. 2분 30초에 맞춰둔 타이머가 울리자 박 매니저가 미간에 힘을 주며 조심스레 차를 내렸다. 오감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새기며 분주히 차를 맛봤다. 어떤 건 쉽고 어떤 건 아리송하다. 숲향, 레몬향, 카라멜향, 꿀향…. 눈을 감고 몰입할수록 향미가 하나둘 더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어른들의 촉감 놀이 같다. 성적표는 반타작이었지만 취향에 맞는 차를 찾았다. 세작녹차, 운남백차, 목련현미녹차, 하동 헛개나무열매차, 호지차, 하동 잭살차, 야생 홍차, 보이숙차, 하동 우엉뿌리차, 감잎차, 하동 쑥차, 호박차 가운데 보이숙차와 쑥차에 마음이 갔다. 이대우 맥파이앤타이거 매니저는 “마른 잎의 향과 온기와 습기를 머금은 찻잎의 향 그리고 우려진 차의 맛과 향에 집중하다 보면 묘한 위안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언제부턴가 ‘식후 커피’ 공식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점심 후 무작정 커피 전문점으로 향하는 대신 이렇게 묻는 이들이 늘었다. “커피 괜찮아, 아님 차(茶)가 좋아?”커피와 차가 라이벌 관계는 아니지만, 커피 대세 시장에서 차의 존재감이 또렷해지는 건 분명하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취급하는 차 메뉴가 다양해졌고 티백 세트를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을 찾았다.동아시아 차 전문 브랜드인 맥파이앤타이거는 성수와 신사 두 곳에 티룸을 두고 있다. 성수티룸은 카페 같이 일상에서의 차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고 신사티룸은 티 테이스팅과 티 코스(종료) 등 경험에 초점을 맞춘 예약제 공간이다. 이날 신사티룸에서는 12종의 차를 시음할 수 있는 퍼블릭 티테이스팅 코스가 진행됐다. 월 2회 열리는 티테이스팅의 정원은 6명, 참가비는 2만 원이다.“12종의 찻잎을 관찰하고 향을 맡고 맛을 본 뒤 첫맛과 끝 맛 등 향미를 기록해주시면 됩니다. 그런 다음 각자 느낀 점을 공유할 거예요.”박수진 부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가지런히 다기가 놓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모양과 색이 조금씩 다른 1번∼12번 찻잎들. 2분 30초에 맞춰둔 타이머가 울리자 박 매니저가 미간에 힘을 주며 조심스레 차를 내렸다.오감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새기며 분주히 차를 맛봤다. 어떤 건 쉽고 어떤 건 아리송하다. 숲향, 레몬향, 카라멜향, 꿀향…. 눈을 감고 몰입할수록 향미가 하나둘 더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어른들의 촉감 놀이 같다.성적표는 반타작이었지만 취향에 맞는 차를 찾았다. 세작녹차, 운남백차, 목련현미녹차, 하동 헛개나무열매차, 호지차, 하동 잭살차, 야생 홍차, 보이숙차, 하동 우엉뿌리차, 감잎차, 하동 쑥차, 호박차 가운데 보이숙차와 쑥차에 마음이 갔다.이대우 맥파이앤타이거 매니저는 “마른 잎의 향과 온기와 습기를 머금은 찻잎의 향 그리고 우려진 차의 맛과 향에 집중하다 보면 묘한 위안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디 애퍼처’가 1970년대 뉴욕의 출근룩을 모티브로 한 2025년 봄 컬렉션을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2023년 론칭한 디 애퍼처는 다양한 시대의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뉴 클래식 브랜드다. 뚜렷한 존재감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지난해 매출이 2023년 대비 80% 성장했다.이번 시즌 컬렉션의 컨셉트는 ‘1970년대 뉴욕의 출근룩’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스타일을 재해석했다. 도시인들의 활기찬 일상과 빈티지한 건물의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의상을 구성했다.주요 상품으로 양가죽 재킷, 울 혼방 재킷, 워싱 데님 재킷 등 다양한 소재의 아우터를 선보였다. 오버사이즈 셔츠, 아가일 니트, 플리스 집업, 플리츠 스커트, 데님 팬츠 등을 매치해 경쾌하면서도 정제된 스타일을 제안했다.신상품은 SSF샵과 29CM, W컨셉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재홍 사업개발팀장은 “올봄 컬렉션은 70년대 뉴욕의 패션을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풀어낸 상품들로 구성했다”며 “올해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디 애퍼처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삼성물산 ‘르베이지’, 봄·여름 시즌 캠페인 공개… 포토그래퍼 민현우와 협업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르베이지’가 2025 봄여름(SS) 캠페인 주제를 ‘대립적인 존재의 조화로운 공존’을 의미하는 ‘접화(接和)’로 정하고 시즌 영상과 화보를 공개했다고 11일 밝혔다.르베이지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현재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매 시즌마다 신상품 출시와 함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캠페인 영상과 화보를 공개하고 있다.르베이지는 이번 캠페인에서 빛과 그림자, 건축과 자연, 하늘과 땅, 나무와 돌 등 요소들이 하나의 풍광으로 어우러지며 한국적 미감을 완성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국 최고의 별서 원림’으로 불리는 전라남도 담양 소쇄원을 배경으로 모델 박지혜와 함께 시즌 대표 착장 12가지를 선보였다. 공예적 가치를 새롭게 해석한 트렌치 코트, 가죽 코트, 실크 드레스, 플리츠 스커트 등이 인상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에 이어 올해도 포토그래퍼 민현우와 협업했다.양혜정 르베이지 팀장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한국적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도록 한국 전통 정원인 소쇄원에서 촬영했다.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민현우 작가와 두 번째 협업으로 르베이지의 미학을 기품 있게 구현했다”라고 말했다.르베이지의 캠페인 영상 및 화보는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에서 볼 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황금 같은 틈새 여유 시간. 막상 갈 곳을 몰라 허비하기 쉽지요. 편안한 휴식도 좋지만 때론 낯선 공간이 주는 활력이 필요합니다. 숨은 보석 같은 공간에서 짧지만 확실한 충만을 만끽해 보세요.“커피 끊어도 세상 안 무너져”저녁보다 더 저녁 같은 공간이었다. 검정 또는 짙은 회색을 띠는 바닥, 벽, 가구, 소품, 유니폼…. 침침한 공기를 더듬으며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이하 신사티룸) 들어서자 우주 등뼈 같은 거대한 테이블이 시야를 꽉 채웠다. 정갈한 다기와 맑은 차(茶)향을 눈과 코에 담자 첫 티테이스팅(tea-tasting)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올라왔다.17일 찾은 신사티룸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골목 작은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대중 공간인 ‘성수티룸’과 달리 이곳에선 티테이스팅, 티코스(종료) 같은 예약제 행사만 진행한다. 이대우 매니저는 “해가 거의 들지 않아 낮에도 어두컴컴하다”며 “칠흑 같은 공간에 유리 돌 금속 나무 같은 다양한 물성의 소품을 놓아 공간의 감도를 높였다”고 했다.언제부턴가 ‘식후 커피’ 공식이 흔들린다는 걸 느낀다. 점심 후 무작정 커피전문점으로 향하는 이들은 줄고 “커피 괜찮아, 아님 차가 좋아”라고 묻는 이들은 늘었다. 차 애호가가 하나둘 늘면서 생긴 변화다. 수면장애로 카페인을 피하려고, 차향이 좋아서, 속이 편안해서, 다양한 차를 고르는 즐거움에…. 입문 이유는 다양하다.기자 역시 “커피 끊어도 세상 안 무너지더라”는 지인의 말에 차계(茶界)에 발을 담갔지만 취향을 몰라 답답했다. 그러던 차 티테이스팅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곤 ‘이거다’ 싶었다. 12종의 차를 시음하며 나만의 차 취향을 찾아보라는 설명. 차를 품평하는 어려운 자리가 아니라는 부연에 더 마음이 갔다.어른들의 촉감 놀이“커피보다 차가 더 까다롭게 느껴져요. 카페인이 없으면서 향과 맛이 기분 좋게 올라오는 차를 찾고 싶은데 혼자선 역부족이라 참가했어요.”(30대 여성 김모 씨)“와인 테이스팅을 해봤는데 후각에 몰입하는 경험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티테이스팅도 궁금해서 참가하게 됐습니다.”(30대 남성 이모 씨)박수진 부매니저가 티테이스팅 참가 목적을 묻자 저마다의 답변을 꺼냈다. 월 2회 진행하는 퍼블릭 티테이스팅 정원은 6명, 참가비는 2만 원. 1시간 동안 12종의 차를 블라인드로 맛보고 감상을 나누는 자리다.“찻잎을 관찰하고 향을 맡고 맛을 본 뒤 첫맛과 끝 맛 등 향미를 기록해 주시면 됩니다. 마시면서 무슨 차인지 생각해보세요.”박 부매니저의 안내에 종이와 연필을 쥐고 다기로 빼곡한 자리로 향했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유심히 살피면 조금씩 모양과 색이 다른 찻잎들. 티백을 애용하다가 각양각색의 차 도구를 보니 과학 실험실에 온 듯하다. 물 150ml, 찻잎 3g. 2분 30초에 맞춰둔 타이머가 울리자 박 부매니저가 미간에 힘을 주며 조심스레 차를 내렸다.참가자 4명이 부지런히 1~12번 차 사이를 오가며 시음을 시작했다. 기록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미각과 후각이 최대치로 열린다. 어떤 건 쉽고 어떤 건 아리송하다. 숲 향, 레몬 향, 카라멜 향, 꿀 향…. 눈을 감고 몰입하니 향미가 하나둘 더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어른들의 촉감놀이 같다.당신의 차는? ‘1번: 쉽다. 녹차. 2번: 달달하고 향기로움. 홍차와 비슷. 3번: 레몬+솔잎 향. 캐모마일과 비슷. 4번: 숲향. 낯설다. 5번: 뾰족한 가시 같은 외양. 나물 맛. 6번: 확신의 홍차. 7번: 아는 맛인데 헷갈려. 8번: 우롱차. 9번: 우엉차 같다. 10번: 감잎차? 녹차? 11번: 쑥차! good. 12번: 대추 맛 나는데 감잎차?’이어진 정답 기록지 공유 시간. 같은 차를 두고 감상이 다 달랐다. 내가 느낀 단맛이 누구에겐 쓴맛이었고, 누군가에게 꽂힌 꽃향이 내겐 파스 냄새처럼 거북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대략의 차 취향을 알게 됐다는 것. 1번부터 차례로 세작녹차, 운남백차, 목련현미녹차, 하동 헛개나무열매차, 호지차, 하동 잭살차, 야생 홍차, 보이숙차, 하동 우엉뿌리차, 감잎차, 하동 쑥차, 호박차. 이 가운데 보이숙차와 쑥차가 입에 딱 맞았다. 운남백차와 헛개나무열매차도 이날 참가자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티테이스팅 목적은 크게 4가지다. 차를 섞어 향미를 찾기 위해서, 도매상이 소비자 취향을 찾기 위해, 소비자가 개인 기호를 발견하기 위해, 기존의 차와 비슷한 블렌딩을 하기 위해. 3, 4년 전쯤부터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티테이스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커피 대세 시장에서 차의 존재감이 또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대우 매니저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오마카세 유행이 겹치면서 차 문화가 젊은 층 마음을 두드린 것 같다. 예전엔 북촌 한옥 찻집에서 마시는 인상이었다면 지금은 모던한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즐기는 느낌으로 바뀐 것”이라고 배경을 짚었다.‘노오력’하니 근사한 순간이…신사티룸 관계자들은 티룸과 차의 매력을 묻자 ‘감도’ ‘오감’ 같은 단어를 자주 꺼냈다. 그러고 보니 티룸에는 돌(도자기·테이블 ·찻잔) 금속(주전자·커틀러리) 나무(디저트 플레이트·식물)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물성이 고루 포진해 있었다.가만히 테이블을 매만지고 커틀러리를 조물락거리니 그토록 ‘감각’을 강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딱딱하고 차갑고 거칠고 또렷하고 희미하고 어슴푸레하고…. 애써 느끼고 그에 맞는 언어를 찾으려다 보니 잡념이 걷혔다. 그러다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 찾아왔다.시들해진 감각을 되찾는 순간은 근사했다. 인생 선배들이 자연으로, 다실로, 혹은 어디로든 나가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이 매니저는 “속도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차 한잔에 집중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마른 잎과 온기와 습기를 머금은 찻잎 향, 그리고 우려진 차의 맛과 향에 집중하다 보면 묘한 위안을 얻게될 것”이라고 했다.<찻잎 우리는 과정>△마른 찻잎을 관찰한다△뜨거운 물을 부어 다관(찻주전자)을 데운 뒤 물을 비워낸다△따뜻해진 다관 안에 마른 찻잎을 넣어 뚜껑을 닫은 뒤 흔든다△습기와 온기를 머금은 찻잎의 향을 음미한다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린 다음 숙우(끓인 물을 식히는 대접)에 차를 따른다△찻잔에 차를 붓고 향을 즐긴 뒤 입에 머금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글로벌 책터뷰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① ‘부모됨의 뇌과학’ 첼시 코나보이부모 자동 업그레이드는 없다“아기를 낳자마자 모성애 스위치가 켜질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앨리스는 딸 에벌리와 좀처럼 유대가 생기지 않자 고민에 빠졌다. 친구는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눈을 들여다보고 젖을 먹이며 손을 쓰다듬어 주라고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앨리스는 딸이 자신을 신뢰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p. 48) ‘출산→필요한 기술 다운로드→부모로 자동 업그레이드→어른 2.0….’ 예비 부모 대부분은 이런 그림을 기대한다. 아기를 낳기만 하면 인내, 온유함, 희생, 아량 같은 미덕을 품게 될 것만 같다. 하지만 ‘부모됨’을 겪어 보면 성숙에 이르기까지 치러야 할 값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바로 시간이다. ‘부모됨의 뇌과학’(코쿤북스)은 부모로 옷을 갈아입는 기간, 즉 ‘부모기(期)’를 탐구한 책이다. 부모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촘촘히 들여다본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건강 저널리스트 첼시 코나보이는 사무실에서 모유를 유축하다가 이 주제에 꽂혔다고 한다.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2015년 첫 출산 이후 3중 걱정에 시달렸다”며 “그런 내 상태에 의문이 들었고, 그때부터 이 문제를 파고 들었다”고 했다. ―첫 출산 당시 걱정 더미에 파묻힐 뻔하셨다고요.“첫 아이를 낳은 후 걱정에 시달렸습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 그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그리고 그런 걱정을 하는 자신에 대한 걱정까지도요. 처음 몇 달 간 걱정이 멈추지 않는 잡음처럼 자리 잡았고, 걱정에는 죄책감이 따랐어요. 죄책감은 외로움을 불렀고요. 극도로 소모적이며 기쁨과 함께 절망을 느끼게 되는 육아의 모든 것이 상상과 너무 달랐습니다.”―초보 엄마로서 겪는 불안이 상당했군요.“언젠가 접한 ‘부모가 되면 뇌가 변한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쳤고, 그때부터 이 주제를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논문을 뒤지고 전문가들을 만났죠. 공부할수록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왜 부모가 되는 과정에 대한 담론에 포함되지 않는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취재 내용을 담아 ‘새내기 부모 시절 나에게 필요했던 책’을 쓰게 됐어요.”―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모가 되면 누구나 변화를 겪죠.“네, 분명 ‘어떠한 변화’를 겪어요. 과거엔 엄마가 되면 바로 모성이 생긴다고 생각했죠. 일명 호르몬 변화로 인한 ‘모성신화(神話)’인데요. 자동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서서히 뇌가 바뀌게 되는 거예요. 뇌에 이른바 ‘돌봄 회로(caregiving circuitry)’가 만들어지면서 모성이 싹트게 됩니다.”―‘부모의 뇌’를 만드는 돌봄 회로는 어떻게 형성되나요.“호르몬과 경험, 이 두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임신하게 되면 호르몬 영향으로 뇌가 변화하기 쉬운 상태가 돼요. 이렇게 유연해진 뇌가 아기의 귀여운 얼굴과 옹알이, 울음소리, 체취에 자극을 받아 돌봄 회로를 형성하죠. 동기 부여, 경계심, 의미 해석, 작업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과 연결성이 증가하게 되는 겁니다. 호르몬이 기초를 마련하지만 궁극적으로 뇌를 돌봄에 적합하게 배선시키는 것은 상호작용인 셈이에요.”―아기의 자극으로 발달한 돌봄 회로가 다시 육아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작동하나요.“맞습니다. 부모의 동기 부여, 의미 해석, 작업기억 같은 능력이 좋아지면서 아기의 필요에 잘 집중하고 실수에 빠르게 대처하게 되죠. 시간이 지나면서 회로는 더 탄탄해지는데, 자녀의 감정과 생각을 잘 읽고 자신의 감정도 성숙하게 조절하게 되죠. 뇌에서 사회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이 회로는 타인의 사회적, 감정적 정보를 읽고 반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돌봄 회로가 엄마의 전유물은 아니라고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임신하지 않은 부모, 예컨대 양부모나 아버지 역시 부모 역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중요한 호르몬 변화와 유사한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로 인해 사회적 인지 능력도 세밀하게 조정되고요. 직접 출산하지 않은 부모와 돌봄에 종사하는 이들의 뇌도 변해요. 부모의 뇌를 만드는 것은 성별이나 출산 여부가 아니라 사랑과 관심입니다.”‘애바애’: 돌봄의 전형은 없다모든 관계가 그렇듯 부모자식 간에도 전형은 없다. ‘애바애 부바부’. 애마다 다르고, 부모마다 다르다. 여기에 이런 애와 이런 부모, 저런 애와 저런 부모가 만나 천만 가지 빛깔을 빚어낸다. 그러니 돌봄 회로라고 다 비슷한 모양일 리가 없다. 유난히 인내심 넘치는 이웃 부모 앞에서 못난이가 된 듯한 자격지심을 한 번쯤 겪어보지 않았나.―아기의 기질과 돌봄 회로의 발달 간 상관관계가 궁금합니다.“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양육과 관련된 뇌의 변화는 보편적인 패턴을 보이지만 이 과정은 매우 유동적입니다. 부모 뇌는 아기 뇌와 함께 발달하며, 부모의 건강 이력, 임신 및 출산 경험, 그리고 이 시기에 받는 사회적 지원을 비롯한 가족의 전반적인 환경 속에서 변하죠. 물론 아기의 유전적 특성이나 기질도 중요한 요인이고요.”―책에 나오는 ‘미숙아 클레어의 엄마 엘리자베스’ 이야기를 해주세요.“클레어는 건강 문제로 약 6개월간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있어야 했어요. 엘리자베스는 초기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차 딸의 요구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됐죠. 때로는 민감한 의료 장비 경보음이 울리기 전에 의사나 간호사에게 이상 징후를 알리기도 했습니다.”―엘리자베스가 평균보다 더 민감하게 아기의 신호에 반응한 건가요.“한 연구에 따르면 NICU에 있는 미숙아의 어머니는 사회적 인지 및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이 만삭아의 어머니보다 더 높다고 해요. 취약한 아기의 필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뇌가 가열차게 작동한 결과인 거죠. 많은 NICU가 이런 부모 역할을 인지하고 있고, 부모를 핵심 돌봄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습니다.”―엄마 아빠 가릴 것 없이 돌봄 능력자들이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해요.“부모는 각기 다른 사람들입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레고 블록처럼 딱 맞춰지는 모성 본능 회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양육 능력은 이미 존재하는 우리 뇌와 성격을 바탕으로 성장합니다. 당연히 개인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죠.저마다의 유전적 특성과 자율성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들도 부모의 양육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사회적 지원, 경제적 안정성, 아이의 기질(밤에 잘 자는 아기인지 아닌지 같은) 등도 부모의 인내심에 큰 영향을 미치죠.”새내기 엄마의 이유 있는 집착출산 직전과 직후 부모들은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기의 먹고 자는 문제에 집착하거나 닥치지도 않은 위험 상황을 앞서 고민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강박장애 연구 권위자 제임스 렉먼은 1999년 41쌍의 부부를 인터뷰한 결과 4분의 3 이상이 아무 문제가 없을 때조차 아기를 확인해야 한다고 느꼈다.부모들은 아기를 떨어뜨리거나 자신이 통제력을 잃고 아기를 때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회로가 생성되기 전의 이런 강력한 몰두는 아기 생후 4개월 정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일차적 모성 몰두’는 어떤 시기인가요.“출산 후 첫 몇 주 동안 엄마들은 아기에게 강박적인 집착을 느끼곤 해요. 아기와 떨어지기를 꺼리거나 끊임없이 걱정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이를 20세기 중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 도날드 위니콧은 일차적 모성 몰두(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라는 용어로 설명했죠. 다른 상황에서는 병리적 증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새내기 부모가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돌봄 회로가 뇌에 길을 내기 전 일종의 과도기 같은 거군요. “이 현상을 과도기적 단계로 보는 것은 매우 적절합니다. 실제 일차적 모성 몰두는 점차 조절되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 출산 직후 집착과 걱정이 심했는데, 부모가 되려고 뇌가 변화하는 적응 과정의 일부였죠. 이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부모의 뇌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나요?“간단히 말하면 그렇지 않아요. 출산 직후 강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지만 뇌의 구조적 변화는 상당 부분 지속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연구진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임신 전부터 임신 6년 후까지 추적한 결과, 뇌 변화가 거의 유지되고 있었어요. 이는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중 가장 긴 기간입니다.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어미 쥐의 뇌 변화가 자녀 양육 이후에도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것이 밝혀졌고요.”―부모의 뇌가 가져다주는 이점만큼 단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많은 사람이 건망증을 경험합니다.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전반적으로 정신이 산만해진 느낌을 받는 것이죠. 이는 매우 흔한 현상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건망증이 뇌의 변화, 특히 해마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죠. 이 시기엔 수면의 질이 낮아지고 책임이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이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쳐요.”―부모가 되는 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일이라고 하죠.“심오한 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당황스러운 경험이기도 하죠. 돌봄 회로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부모들이 예상치 못한 자아 정체성 변화를 겪고 당혹감에 빠지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뇌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문제죠.뇌에 대지진이 나는 듯한 부모기의 신경생물학적 변화는 사춘기에 일어나는 변화만큼 극적이에요. 사춘기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변화의 시기이지만 부모가 되는 과정은 그렇지 않죠. 이러한 정보를 모른 채 부모가 되면, 그 변화가 매우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美 산모 20%가 산후 기분 장애 겪어 “산후 우울증은 안타까울 정도로 불특정한 진단이다. 한 연구자는 그것이 잘못 이해되거나 거의 이해되지 않는 산후 장애를 전부 쓸어 담는 ‘쓰레기봉투’ 범주라고 했다. ”(p. 145) “산후에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아기 울음소리 같은 부정적인 자극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이 둔감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p. 307)―부모가 되는 것이 특히 힘든 사람들이 있나요.“미국에서는 여성 약 5명 중 1명이 산후기분장애를 겪어요. 불안 또는 우울증 병력, 원치 않거나 계획에 없던 임신, 임신 합병증 등이 이러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죠. 이러한 요인이 아니더라도 산후 우울증을 앓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극적인 뇌의 신경생물학적 변화 때문이죠. 현재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부모 준비가 ‘출산’에 초점을 둔 탓에 막상 실전 육아에서 허둥대곤 하죠.“모성은 신성불가침이란 인식이 있어서 직접적으로 분석하기보다 비스듬히 바라보곤 하죠. ‘아기가 생기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내용을 따져보진 않아요. 미국에서는 ‘여성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인식이 강해요. 양육 능력은 본능적이며 여성에게만 특화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그러나 이는 일종의 신화에 불과합니다. 실제 양육 능력은 누구든지 적극적으로 돌봄에 참여하면 갖출 수 있어요.” ―간혹 아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껴 당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가 ‘모성 본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질문조차 하지 못해요. 부모의 자격 부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일에 부담을 느끼는 거죠. 부모가 되는 것은 가장 흔한 경험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이제서야 이 경험이 뇌, 건강, 그리고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 단계입니다.”―사춘기처럼 부모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재고와 지원도 필요할 것 같아요.“미국에서는 새내기 부모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특히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 출산휴가 정책이 없는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해요. ‘미국적인 부끄러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사춘기에 대한 이해가 등교 시간 조정이나 새로운 훈육 방식 도입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듯 부모가 되는 과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합니다. 부모가 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큰 전환점이고, 당연히 여러 도움을 필요로 하죠. 임신과 출산 전후 건강 관리,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원 등에 관련한 정책을 마련해야 해요.”―육아를 하면서 본인의 새로운 강점을 발견한 경험이 있나요.“부모로서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부모됨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죠. 부모다운 말과 행동, 육아와 교육법에 대한 조언과 평가가 사방에서 쏟아집니다. 부모로서 중심 잡기 힘들 때 저는 제 뇌가 아이들을 명확히 바라보는 방향으로 적응했다는 사실을 떠올려요. 외부 조언에 의존하는 대신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이런 연결감을 느끼며 부모로서의 성장을 확인하는 일이 제게 큰 힘이 되지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바디프랜드는 팔콘 시리즈가 1년 4개월 만에 1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4일 밝혔다. 팔콘 시리즈는 2023년 9월 ‘팔콘’을 시작으로 총 4개의 제품을 출시한 스테디셀러 시리즈다. 지금까지 시리즈 제품 팔콘, ‘팔콘S’, ‘팔콘SV’, ‘팔콘i’는 총 5만1000대 이상 판매됐다. 4개 제품 가운데 국내 대표 온라인 스토어 안마의자 부문 리뷰는 팔콘S가 가장 많고 평점은 팔콘이 가장 높다. 팔콘의 돌풍 배경으로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이 꼽힌다. 팔콘은 바디프랜드의 독자 기술인 ‘로보틱스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헬스케어 로봇이다. 양쪽 다리 부분을 독립적으로 움직여 스트레칭을 해주는 기능을 선보여 안마의자 시장의 패러다임을 다시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기능에도 가격은 200만∼300만 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이다. 헬스케어 로봇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보이면서도 가격 문턱을 낮춰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존 바디프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벗어난 외관도 눈길을 끈다. 팔콘 시리즈는 바디프랜드 헬스케어 로봇 중 가장 크기가 작다. 부피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이들을 겨냥해 크기를 줄였고, 그 결과 20평대 공간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적인 다리 부분 움직임을 강조한 사이드 패널은 매의 날개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올해 1월에는 시리즈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팔콘i를 선보였다. 헬스케어 로봇의 대중화를 이끈 팔콘 시리즈의 상징성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으로, 리모컨 대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개인 스마트 기기로 움직임을 조작할 수 있다. 가격도 200만 원대로 팔콘 시리즈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다. 팔콘i에는 종아리에 특화된 마사지 모드인 ‘로보 비복근 이완’도 추가됐다. 비복근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고 올바른 보행을 돕는 역할을 하는 종아리의 주요 근육으로 ‘제2의 심장’이라 불린다. 팔콘i의 종아리 마사지기 에어펌프 용량은 20L로 피로가 잘 쌓이는 비복근의 이완을 돕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종아리 마사지기의 에어펌프 용량은 3L 정도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팔콘’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다리 부분을 독립적으로 스트레칭하고 모든 신체 부위의 마사지 효과를 극대화한 기술을 적용하고도 가격 부담을 최소화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팔콘 시리즈는 전 제품 모두 가까운 바디프랜드 라운지에서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