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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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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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맨오브라만차’ 알돈자로, 오늘은 ‘시카고’ 벨마 켈리로 삽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죽어가는 돈키호테를 보며 “내 이름은 둘시네아예요”라고 결연히 고백하는 ‘알돈자’. 뮤지컬 ‘시카고’에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섹시하게 부르는 ‘벨마 켈리’. 배우 윤공주(40)는 무대 위 여배우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두 배역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노래, 안무, 연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캐릭터로 평가받지만, 정작 본인은 “나만의 색깔이 없어서”라며 두 작품을 매끄럽게 오가는 ‘비결’을 겸손하게 표현했다. 하루는 알돈자로, 다음날은 벨마 켈리로 사는 윤공주를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서 만났다. 지난해 개막할 예정이었던 ‘맨오브라만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연기되면서 윤공주는 격일로 두 공연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오늘 빨갛게 손톱 매니큐어를 칠하면, 내일은 매니큐어를 말끔히 지우며 무대에 오른다. 내 안에는 알돈자의 한(恨)도, 벨마의 화려함도 있다. 변신하느라 힘들 틈이 없다”며 웃었다. 윤공주가 맡은 두 역할은 판이하다. 알돈자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비운의 여주인공. 사람들의 멸시 속에서 버티다 유일하게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돈키호테를 보고 비로소 희망을 품는다. 반면 쇼 뮤지컬의 정점인 시카고에서 벨마 켈리는 남편을 살해해 복역 중인 죄수다. 진한 검정 가발을 쓰고 격하게 춤추며 강렬한 퇴폐미를 뽐내는 게 포인트다. 윤공주는 “보기와 달리 알돈자가 훨씬 힘들다”고 했다. 특히 “알돈자는 주인공인 돈키호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가 된다. 감정을 후반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은 격한 춤보다 현기증이 난다. 공연 전 더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26살인 2007년 처음 알돈자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대작에 발탁된 파격적 캐스팅이었다. 올해까지 다섯 번째로 알돈자 역할을 맡으며 그의 대표 캐릭터로 키워냈다. “14년 전 첫 공연 때는 장면마다 잘 해내느라 급급했죠. 지금은 아무래도 표현의 여유, 자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맨오브라만차의 상대역은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다. 윤공주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제겐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조승우는 무대가 끝나면 “역시 뮤지컬은 윤공주지”라며 자주 칭찬한다고. 윤공주는 “‘윤공주 스타일’의 알돈자를 조금이나마 좋아해주신 것 같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시카고에 대해선 “체력 소모는 분명히 심한데 이상하게 점점 더 숨이 안 찬다.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공연 당일에도 매일 혼자 장거리 달리기를 하며 체력관리를 해온 덕분이다. 동경의 대상이던 최정원 배우와 같은 배역을 맡았다. “언니를 절대 따라갈 순 없겠지만 ‘제2의 최정원’이라는 수식어는 마냥 좋다”고 했다.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첫 무대에 선 윤공주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음정 하나만 틀려도 혼자 펑펑 우는 건 다반사였다. “남들은 저를 완벽주의에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만큼 치열하게, 독하게 20~30대를 보냈다”고 떠올렸다. “언젠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덕분에” 한 번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춘 윤공주는 지금 한국에서 ‘프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최근 대작 뮤지컬에서 윤공주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나만의 색이 없는 게 윤공주의 색깔”이라는 그의 색채는 올해 뮤지컬계를 어느 때보다 짙게 물들이고 있다. 맨오브라만차, 1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5만 원, 14세 관람가 시카고, 7월 1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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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년 민주화항쟁때 ‘이한열 열사 영결식 한풀이 춤’ 이애주씨 별세

    1987년 고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한풀이’ 춤을 춰 유명해진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은 후 투병해 온 이 이사장이 이날 오후 5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인 이 이사장은 전통무용 거장인 고 한성준과 그의 수제자 고 한영숙의 뒤를 이어 정통 승무의 맥을 지킨 인물로 평가된다. 지금껏 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는 고인을 포함해 총 5명이 지정됐다. 고인은 딸을 예술인으로 키우고자 한 어머니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부터 무용가 고 김보남을 사사했다. 1969년 한영숙의 첫 제자가 돼 본격적으로 승무와 태평무, 살풀이를 배웠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0∼1980년대 대학가에서 문화운동가들과 함께 춤을 췄다. 고인은 1987년 6월 민주화 대행진 출정식에 이어 같은 해 7월 민주화 시위 중 사망한 이 열사의 영결식에서 넋을 달래는 춤을 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 때문에 한때 ‘민주화 춤’ 혹은 ‘시국 춤’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고인은 무용계 후학 양성과 전통 춤 복원에 힘썼다. 그는 고분 벽화에 남아있는 우리 춤의 원형을 찾기 위해 중국 동북지역에 흩어진 고구려 무덤을 여러 차례 답사했다. 전통 춤인 영가무도(詠歌舞蹈·주역을 재해석해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전통예술)를 복원하기도 했다. 주역 대가로 알려진 대산 김석진 선생으로부터 동양사상을 배워 대학로에서 춤과 철학을 연계한 강의를 진행했다. 1996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임용돼 2013년 정년퇴직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우리 춤의 정신을 잇는 한국의 대표 춤꾼”이라고 평가했다. 최해리 무용역사기록학회장은 “거리에서 맨발로 추는 춤을 인정하지 않던 1970∼1980년대 예술계의 보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전통 춤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장 등을 역임한 고인은 2019년 9월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에 취임했다. 전통 춤의 명맥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최근까지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3일 오전이고 조문은 11일부터 가능하다. 02-2072-2010전채은 chan2@donga.com·김기윤 기자}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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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 때리고 건반 내리치고 ‘18세 소녀의 광기’

    광기를 묘사할 때 흔히 ‘뿜어낸다’고 한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 홀로 선 소녀 ‘제니’의 광기는 객석에 스며든다. 멍이 들 때까지 거칠게 피아노를 때리고, 신들린 듯 건반을 내리칠수록 더 궁금해진다. 이 광기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인 뮤지컬 ‘포미니츠’에선 제니 역의 두 배우 김환희(30), 김수하(27)의 연기가 빛난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둘은 “좀체 적응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작품이다. 진짜 많이 울고 몸도 아팠다”면서도 “회를 거듭할수록 제니와 점차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입을 모았다. 작품은 2006년 개봉한 동명의 독일 영화가 원작이다. 이듬해 독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고 이를 눈여겨본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이자 기획자로 참여해 판을 짰다. 60년간 재소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독일의 실존인물 거트루드 크뤼거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그가 감옥에서 만난 제니와 교감하는 이야기다. 크뤼거 역은 김선경과 김선영이 맡았다. 18세 소녀 제니의 삶은 상처로 얼룩졌다. 한때 피아노 천재로 통했던 그는 양아버지에게 학대받고, 남자친구의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돼 교도소에 들어왔다. 불신으로 가득한 그는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처럼 현실 속에서, 건반 위에서 날뛴다. 김환희는 “제니는 에너지가 매우 큰 인물이다. 공연 없는 날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다음 날 무대를 위해 충전만 하고 있다”고 했다. 김수하는 “‘뭐든 제니답게 하라’는 제작진의 지침이 단순한 듯하면서도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둘은 베테랑인 김선경, 김선영과의 팽팽한 신경전에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캐릭터 자체도 버겁지만, 준비 과정에서 이들을 울게 만든 1등 공신은 피아노다. 연기하고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이 되어야 했다. 피아노와 거리가 멀었던 둘은 지난해 10월부터 맹성연 음악감독과 ‘특훈’에 돌입했다. 무대 중앙에 떡하니 놓인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오롯이 제 몸처럼 다스려야 했다. 김수하는 “연습 때 바닥까지 자신을 괴롭히고 우울해지는 편이다. ‘그래도 해보자’는 언니(김환희)가 없었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둘은 이번 작품에 대해 “배우로서 한계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맹연습의 진가는 마지막 4분에서 두드러진다. 손가락으로 피아노 줄을 할퀴거나 피아노 위, 옆면을 손과 팔로 타악기처럼 두드린다. “마지막 4분만 봐도 티켓 값 다 한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압권이다. 김환희는 “지인들이 공연이 끝나도 쉽게 다가오질 못하더라. ‘작은 거인’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김수하도 “친구들은 보통 ‘수고했다’고 하는데 이번엔 ‘미친 여자 같다’거나 ‘존경스럽다’고 했다”며 웃었다. 둘은 작품을 같이하며 맘을 터놓고 지내는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어두운 극 분위기와 달리 연습실은 늘 까르르 웃는 소리로 가득하다. 2015년에 데뷔한 김환희와 김수하는 각각 2019년,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김수하는 이듬해 ‘렌트’로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인터뷰 중 상대의 고충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던 둘은 손과 팔을 보며 가장 크게 탄식했다. “멍이 너무 많아서 손과 팔에 멍 분장을 안 해도 될 것 같아요.”(김수하) “수하야, 멍 크림 꼭꼭 발라야 돼.”(김환희) 2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전석 7만 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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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웅, 실내 흡연 포착… ‘과태료 부과’ 신고 당해

    트로트 가수 임영웅(30·사진)의 실내 흡연 모습이 포착돼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임영웅이 건물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혼자 마스크를 안 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퍼졌다. 해당 장면은 4일 서울 마포구 DMC디지털큐브에서 진행된 TV조선 예능 ‘뽕숭아학당’ 촬영 대기 현장에서 벌어졌으며, 당시 옆 건물에 있던 누군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진이 확산하자 임영웅의 과거 실내 흡연 의혹도 재차 불거졌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미스터트롯’ 콘서트 당시 임영웅은 미성년 출연자인 정동원과 함께 있는 대기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이 노출된 바 있다. 실내 흡연 논란이 반복되자 한 누리꾼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마포구와 부산 해운대구에 임영웅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며 온라인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실내 흡연은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실내 마스크 미착용은 1차 계도 후 반복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비판이 커지자 임영웅 소속사 뉴에라프로젝트는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이라서 담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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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웅, 실내흡연에 노마스크 논란…결국 신고 당해

    트로트 가수 임영웅(30·사진)의 실내 흡연 모습이 포착돼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임영웅이 건물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혼자 마스크를 안 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퍼졌다. 해당 장면은 4일 서울 마포구 DMC디지털큐브에서 진행된 TV조선 예능 ‘뽕숭아학당’ 촬영 대기 현장에서 벌어졌으며, 당시 옆 건물에 있던 누군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진이 확산하자 임영웅의 과거 실내 흡연 의혹도 재차 불거졌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미스터트롯’ 콘서트 당시 임영웅은 미성년 출연자인 정동원과 함께 있는 대기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이 노출된 바 있다. 정동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던 원본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실내 흡연 논란이 반복되자 한 네티즌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 마포구와 부산시 해운대구에 임영웅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며 온라인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실내 흡연은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실내 마스크 미착용은 1차 계도 후 반복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비판이 커지자 임영웅 소속사 뉴에라프로젝트는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이라서 담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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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장르가 된 사나이 “무대를 놀이터 삼아 놉니다”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 무대에서 줄곧 춤을 춰왔고, 안무를 짠다. 여기에 춤출 때 쓰는 음악 대부분을 직접 작사·작곡까지 한다. 2장의 정규 앨범과 20여 곡의 싱글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한때는 1년간 꼬박 철학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자신이 ‘표현가’라고 불리길 원하는 그는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말, 노래도 결국 다 춤이자 안무였더라. 그냥 안무가로 불러 달라”고 한다. 한국 현대무용계의 독보적 아이콘 김재덕 안무가(37) 얘기다. 그가 대표작 ‘다크니스 품바’와 솔로 작품 ‘시나위’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7, 8일 이틀간 공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미뤄진 끝에 재성사된 무대다. 1일 서울 서초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계속된 공연 취소로 이전처럼 작품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며 “갑자기 공연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매사에 긍정적인 나도 몇 시간 동안 허무주의에 빠져 멍때린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배고픔과 결핍을 몸으로 그린 ‘다크니스 품바’는 무대에 대한 그의 갈증과 허기를 표현하기에 제격일지 모른다. 작품엔 그가 2013년 창단한 ‘모던 테이블’의 남성 무용수 7명이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한다. 이들이 현대판 무당으로 변신해 표현하는 배고픔은 “학대와 멸시를 춤과 노래로 풀어내던 전통적인 품바 타령을 재해석한 몸짓”이다. 김재덕은 공연 중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고, 마치 불경을 외듯 알아들을 수 없는 지버리시(Gibberish·횡설수설 말하는 대사)도 한다. 그는 “가수 고 신해철의 ‘모노크롬’ 앨범에서 ‘품바가 잘도 돈다’라는 구절이 한 번 나온다. 고교 1학년 때 이걸 듣고 나중에 뭘 하든 이 대목을 살려보겠다고 다짐했다”고 창작 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 구절에 무한 변주를 주면서 작곡에 임했다. 그는 “다 잘되라고 기원하는 내용이지만 솔직히 큰 의미는 없다. 모든 비언어적인 춤, 대사는 관객이 받아들이고 느끼기 나름”이라며 웃었다. 당초 25분 길이의 작품은 60분으로 늘면서 풍성한 서사를 갖췄다. 2006년 처음 선보인 ‘다크니스 품바’는 무용계에서 화제가 됐다. 2019년 25일간 총 30회를 공연했다. 대부분 3, 4일 공연이 최대인 무용계에선 이례적이었다. 작품은 일찌감치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무용수가 동경하는 영국 ‘더플레이스’, 미국 ‘케네디센터’에도 올랐다. 22개국 38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안무가로서 운 좋게도 어린 나이에 작품을 인정받았다. 남이 만든 춤보다는 저만의 춤이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나위’는 김재덕 그 자체를 이해하기 좋은 작품이다. 즉흥적으로 알 수 없는 대사를 내뱉으며 격정적으로 움직인다. 그는 “큰 틀은 정해져 있지만 작품 중 절반은 즉흥이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내뱉느라 ‘불가리 향수’ ‘전설의 용사 다간’이라는 말도 내뱉었다”고 했다. 그에게 예술이란 “레고처럼 뭔가 끼워 맞춰보고 섞어 무대에서 시험해 보고픈 놀이”에 가깝다. 남보다 뒤늦은 16세 때 무용을 시작했지만 “즐거워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노는 것을 그만두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재즈 가수였던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김 안무가는 “인간 몸에서 나오는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움직임이 춤이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꿈은 소박하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단원들과 같이 춤추고 싶어요.” 전석 4만 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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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년의 시공간… 그 당시 살았을 법한 여성 상상했죠”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한 19세기 말. 인간은 석유가 주는 뜨거움을 갈망했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지독하게 싸웠다. “신은 하필 미개한 중동에 석유를 남겨줬다”는 극 중 영국 장교의 대사처럼 제국주의 국가들은 석유를 얻기 위해 침략도 정당화했다. 1일 개막해 9일까지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서 국내 초연하는 연극 ‘OIL(오일)’은 19세기 말부터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1년까지의 역사를 두 모녀를 통해 그린다. 영국에서 주목받는 극작가 엘라 힉슨의 희곡이 원작으로, 한국 연극계 대모 박정희 연출가가 참여한다. 계급주의, 여성주의, 제국주의, 환경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극단 ‘풍경’의 ‘작가展’ 3부작 중 마지막 극으로, 소리꾼 이자람이 어머니 ‘메이’ 역을 맡아 정극에 도전했다. 딸 에이미 역은 박정원이 맡았다. 국악 팝 밴드 이날치의 프로듀서 겸 베이스를 맡은 장영규가 음악을 담당해 화제가 됐다. 풍부한 서사를 품은 작품에서 전반적인 연기 톤을 잡고 배우들을 이끈 건 베테랑 남기애 배우(60)다. 그는 앞서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장 주네’서 어머니 역을 맡았고 이번에는 엄격한 시어머니 ‘마 싱거’를 연기한다. 1부에서 열연한 뒤 마지막 5부에 마치 환영(幻影)처럼 등장한다. 배우 박명신과 번갈아 역을 소화한다. 최근 더줌아트센터서 만난 남기애는 “여성의 모습을 방대한 시공간에 녹여낸 극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작품이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작품은 영국 콘월과 햄프스테드, 이란 테헤란, 이라크 바그다드 등 4개 도시와 200년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는 “인물의 구체적 나이보다 각자 그 시대에 살고 있을 법한 여성의 모습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극 중 며느리가 “엄마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걸 줘야 해”라고 말하자 시어머니는 “엄마는 가족 모두에게 가장 좋은 걸 줘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시어머니 역은 전통적 어머니상이자 고향을 상징하는 존재다. 남기애는 “기댈 곳 없을 때 찾는 어머니 이미지를 떠올렸다. 인간이 골몰하는 석유도 땅과 자연에서 나오는 산물인데 모든 걸 퍼주는 어머니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첫 호흡을 맞춘 이자람에 대해 그는 “서 있기만 해도 믿음이 가고 에너지가 정말 큰 배우”라며 “아직 어머니로서 경험이 없는 그에게 자녀를 키워본 현실적 경험을 들려줬더니 이를 영민하게 잡아내 소화했다”고 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남기애는 졸업 후 결혼, 출산으로 꽤 오랜 시간 무대와 담을 쌓고 살았다. 서른여섯이던 1997년에야 뒤늦게 데뷔했다. “잊고 살던 무대에 선다니 얼마나 좋았던지….” 육아와 연극을 병행하던 그는 6∼7년 전부터 방송, 영화에도 도전했다. 송혜교가 “실제 제 어머니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송혜교의 어머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연극에선 늘 착한 엄마를 맡았는데 방송에선 조금은 독특한 엄마를 맡아 좋았다”고 했다. 공연 초반, 후반에 등장하는 그는 준비 과정에서 후배들의 모습을 객관화해 바라봤다. “작가는 이 순간 왜 이 인물을 등장시켰나”를 떠올리며 제작진, 연출과 상의를 거쳤다. 불필요한 장면을 걷어내기도 했다. 배우라면 조금이라도 오래 무대에 서고픈 건 인지상정. 논의 끝에 그는 결단을 내렸다. 마치 모든 걸 퍼주는 어머니처럼. “제 분량을 제일 많이 줄이기로 했어요.(웃음) 작품을 위해서라면….”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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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전드 안무가-국가대표 무용단이 내려온다∼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에서 40번째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가 25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린다. 올해는 ‘All About Contemporary Dance. This is, MODAFE!(현대무용의 모든 것, 이것이 바로 모다페!)’를 주제로 현대무용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1982년 ‘제1회 한국현대무용협회 향연’으로 시작한 축제는 올해 40돌을 맞아 어느 해보다 압도적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현대무용계를 이끌어 온 유명 안무가들을 조명하는 ‘레전드 스테이지’에선 육완순 최청자 이숙재 박명숙 박인숙 양정수 안신희 등 7명의 작품을 조명한다. 미국 현대무용을 국내에 처음 들여와 선보인 1세대 현대무용가 육완순(88)의 ‘수퍼스타예수그리스도’를 비롯해 ‘해변의 남자’(최청자) ‘훈민정음 보물찾기’(이숙재) ‘디아스포라의 노래’(박명숙) 등 7개 작품을 각각 10분 남짓한 분량으로 선보인다. 국공립 무용단체들이 참여하는 공연들도 반갑다.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대구시립무용단 등이 참여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남정호 예술감독의 대표 안무작 ‘빨래’를 통해 노동, 연대감, 공동체 의식을 조명한다. 농악 행진에 쓰이던 ‘칠채’ 장단에서 모티브를 얻어 안무작을 만든 국립무용단 이재화의 ‘가무악칠채’도 무대에 선다. 지난해 말 공연에서 탁월한 리듬감과 테크닉을 활용한 구성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솔리스트 강효형의 ‘요동치다’와 솔리스트 박나리의 ‘메멘토 모리: 길 위에서’를 비롯해 올해 초 발레 마스터로 승급한 이영철의 ‘더 피아노’를 선보인다. 대구시립무용단은 김성용 예술감독의 ‘월훈(月暈)’과 안무가 이준욱의 ‘샷(shot)’을 공연한다. 모다페의 위상을 대표하는 가장 주목하는 안무가 3명의 무대도 준비됐다. 전미숙 안무가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토대로 한 ‘Talk to Igor-결혼, 그에게 말하다’를 선보이며, 안성수 안무가는 ‘Short Dances’를 선보인다. 안은미 안무가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고블린파티, 아트프로젝트보라 등 젊은 무용단의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티켓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극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3만∼5만 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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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의 모습을 방대한 시공간에 녹여낸 극”…남기애, 연극 ‘OIL’서 열연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한 19세기 말. 인간은 이때부터 석유가 주는 뜨거움을 갈망했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지독하게 싸웠다. “신은 하필 미개한 중동에 석유를 남겨줬다”는 극 중 영국 장교의 대사처럼 제국주의 국가들은 석유를 얻기 위해 침략, 약탈도 정당화했다. 석유를 빼앗긴 땅은 차갑고, 황폐하게 식어갔다.1일 개막해 9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서 공연하는 신작 ‘OIL(오일)’은 19세기 말부터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1년까지 역사를 두 모녀관계를 통해 그린 작품이다. 영국서 주목받는 극작가 엘라 힉슨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국 연극계 대모 박정희 연출가가 국내 초연을 맡았다. 계급주의, 여성주의, 제국주의, 환경까지 광범위한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극단 ‘풍경’의 3개년 프로젝트인 ‘작가展’ 3부작 중 마지막 극으로, 소리꾼 이자람이 ‘메이’ 역할을 맡아 첫 정극에 도전했다. 또 국악 팝 밴드 ‘이날치’의 프로듀서 겸 베이스를 맡은 장영규가 음악을 맡아 화제가 됐다.풍부한 서사를 품은 이 작품서 전반적 연기 톤을 잡고 배우들을 이끈 건 베테랑 남기애 배우(60)다. 그는 앞서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장 주네’서 어머니 역할을 맡았으며, 이번에는 엄격한 시어머니 ‘마 싱거’를 연기한다. 1부에서 열연한 뒤 마지막 5부에 마치 환영(幻影)처럼 등장해 무대를 관조한다. 배우 박명신과 번갈아 역을 소화한다. 최근 더줌아트센터서 만난 남 배우는 “여성의 모습을 방대한 시공간에 녹여낸 극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작품이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작품은 영국 콘월과 햄스테드, 이란 테헤란, 이라크 바그다드 등 4개 도시와 200년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 남 배우는 “인물의 구체적 나이보다는 각자 그 시대에 살고 있을 법한 여성의 모습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극 중 며느리는 “엄마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걸 줘야 해”라고 말하자 시어머니는 “엄마는 가족 모두에게 가장 좋은 걸 줘야한다”며 맞받아친다. 시어머니 역할은 전통적 어머니상이자 고향을 상징하는 존재다. 남 배우는 “기댈 곳 없을 때 찾는 어머니 이미지를 떠올렸다. 인간이 골몰하는 석유도 땅과 자연에서 나오는 산물인데 모든 걸 퍼주는 어머니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작품서 첫 호흡을 맞춘 이자람 배우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서있기만 해도 믿음이 가고 에너지가 정말 큰 배우”라며 “아직 어머니로서 경험이 없는 그에게 자녀를 키워본 현실적 경험을 들려줬더니 이를 영민하게 잡아내 작품에서 소화했다”고 했다.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남 배우는 졸업 후 결혼, 출산으로 꽤 오랜 시간 무대와 담을 쌓고 살았다. 서른일곱인 1997년도에야 뒤늦게 데뷔했다. “잊고 살던 무대에 선다니 얼마나 좋았던지….” 육아와 연극을 병행하던 그는 6~7년 전부터 매체연기에 도전했다. 송혜교 배우가 “실제 제 어머니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송 배우의 어머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연극에선 늘 착한 엄마를 맡았는데 매체에선 조금은 독특한 엄마를 맡아 좋았다”고 했다. 공연 초반, 후반에 등장하는 그는 준비과정서 후배들의 모습을 객관화해 바라봤다. “작가는 이 순간 왜 이 인물을 등장시켰나”를 떠올리며 제작진, 연출과 상의를 거쳤다. 불필요한 장면을 걷어내기로 했다. 배우라면 조금이라도 오래 무대에 서고픈 건 인지상정. 논의 끝에 그는 결단을 내렸다. 마치 모든 걸 퍼주는 어머니처럼. “제 분량을 제일 많이 줄이기로 했어요(웃음). 작품을 위해서라면….”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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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제 ‘모다페’, 40돌 맞아 레전드 작품 총출동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에서 40번째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가 오는 5월 25일부터 6월 13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린다. 올해는 ‘All About Contemporary Dance. This is, MODAFE!(현대무용의 모든 것, 이것이 바로 모다페!)’라는 주제를 내걸고, 현대무용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1982년 ‘제1회 한국현대무용협회 향연’으로 시작한 축제는 올해 40돌을 맞아 어느 해보다 압도적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현대무용계를 이끌어 온 유명 안무가들을 조명하는 ‘레전드 스테이지’에선 육완순, 최청자, 이숙재, 박명숙, 박인숙, 양정수, 안신희 등 7명 안무가의 작품을 조명한다. 미국 현대무용을 국내에 처음 들여와 선보인 1세대 현대무용가 육완순(88)의 ‘수퍼스타예수그리스도’를 비롯해 ‘해변의 남자(최청자)’ ‘훈민정음 보물찾기(이숙재)’ ‘디아스포라의 노래(박명숙)’ 등 7개 작품을 각각 10분 남짓한 분량으로 선보인다. 국공립 무용단체들이 참여하는 공연들도 반갑다.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대구시립무용단 등이 참여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남정호 예술감독의 대표 안무작 ‘빨래’를 통해 노동, 연대감, 공동체 의식을 조명한다. 농악 행진에 쓰이던 ‘칠채’ 장단에서 모티브를 얻어 안무작을 만든 국립무용단 이재화의 ‘가무악칠채’도 무대에 선다. 지난해 말 공연에서 탁월한 리듬감과 테크닉을 활용한 구성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솔리스트 강효형의 ‘요동치다’와 솔리스트 박나리의 ‘메멘토 모리 : 길 위에서’를 비롯해 올해 초 발레마스터로 승급한 이영철의 ‘더 피아노’ 등을 선보인다. 대구시립무용단은 김성용 예술감독의 ‘월훈(月暈)’과 안무가 이준욱의 ‘샷(shot)’을 공연한다. 모다페의 위상을 대표하는 가장 주목하는 안무가 3명의 무대도 준비됐다. 전미숙 안무가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토대로 한 ‘Talk to Igor-결혼, 그에게 말하다’를 선보이며 안성수 안무가는 ‘Short Dances’를 선보인다. 안은미 안무가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블린파티, 아트프로젝트보라 등 젊은 무용단의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든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된다. 티켓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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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 추며 노래도 하는 ‘안무가’ 김재덕 “할아버지 돼서도 춤 추고 싶다”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는 무대에서 줄곧 춤을 춰왔고, 직접 안무도 짠다. 춤 출 때 쓰는 음악 대부분을 직접 작사·작곡하며, 춤을 추면서 말도 하고 노래도 한다. 2장의 정규 앨범과 20여 곡의 싱글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한때는 1년 간 꼬박 철학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자신이 ‘표현가’라고 불리길 원했던 그는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말, 노래도 결국 다 춤이자 안무였더라”라며 “그냥 안무가로 불러 달라”고 했다. 한국 현대 무용계의 독보적 아이콘 김재덕 안무가(37)가 대표작 ‘다크니스 품바’와 솔로작품 ‘시나위’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7일, 8일 이틀간 공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미뤄진 끝에 재성사된 무대다. 1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계속된 공연 취소로 이전처럼 작품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갑자기 공연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매사에 긍정적인 저도 몇 시간동안 허무주의에 빠져 ‘멍 때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배고픔, 결핍을 몸으로 그린 ‘다크니스 품바’는 무대에 대한 그의 갈증과 허기를 표현하기에 제격일지 모른다. 작품엔 그가 2013년 창단한 ‘모던 테이블’의 남성 무용수 7명이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한다. 이들이 현대판 무당으로 변신해 표현하는 배고픔은 “학대와 멸시를 춤과 노래로 풀어내던 전통적인 품바 타령을 재해석”한 몸짓이다. 김재덕은 공연 중 마이크를 잡아 노래하고, 마치 불경을 외듯 알아들을 수 없는 지베리쉬(Gibberish·횡설수설 말하는 대사)도 한다. 그는 “가수 고 신해철 씨의 ‘모노크롬’ 앨범에서 ‘품바가 잘도 돈다’라는 구절이 한 번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이걸 듣고 나중에 뭘 하든 이 대목을 살려보겠다고 다짐했다”는 창작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 구절에 무한 변주를 주면서 작품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다 잘 되라고 기원하는 내용이지만 솔직히 큰 의미는 없다. 모든 비언어적인 춤, 대사 등은 관객이 받아들이고 느끼기 나름”이라며 웃었다. 당초 25분 길이의 작품은 60분으로 확장하면서 서사와 구성을 갖췄다. 2006년 첫 선보인 ‘다크니스 품바’는 무용계에서 꽤 유의미한 역사를 써왔다. 2019년엔 25일 동안 총 30회 공연했다. 대부분 3~4일 공연이 최대인 무용계에선 이례적이었다. 그는 “당시 한 원로 무용가가 ‘존경스럽다’고 전화를 주셔 놀랐다”며 “다만 매일 무대에 섰던 단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부상위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장기공연은 최소 두 팀으로 나눠서 해야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작품은 일찌감치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무용수가 동경하는 영국 ‘더플레이스’, 미국 ‘케네디센터’ 등에도 올랐다. 22개국 38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안무가로서 운 좋게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작품을 인정받았다. 남이 만든 춤보다는 저만의 춤이 통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시나위’는 김재덕 그 자체를 이해하기 좋은 작품이다. 즉흥적으로 알 수 없는 대사를 내뱉으며 격정적으로 움직인다. 그는 “큰 틀은 정해져있지만 작품 중 절반은 즉흥이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걸 내뱉느라 ‘불가리 향수’ ‘전설의 용사 다간’이라는 말도 내뱉었다”고 했다. 그는 “우린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비언어적인 표현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예술이란 “레고처럼 뭔가 끼워 맞춰보고 섞어 무대에서 시험해 보고픈 놀이”에 가깝다. 남보다 뒤늦은 16세 때 무용을 시작했지만 “즐거워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노는 것을 그만두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재즈가수였던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김 안무가는 “인간 몸에서 나오는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 움직임이 춤이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꿈은 소박하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단원들과 같이 춤추고 싶어요.” 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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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일제강점기 경성에도 ‘아파트 대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게 아파트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들 눈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풍경은 꽤나 신선한 모양이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물로 이들은 아파트를 꼽는다. 스웨덴 출신의 한 유명 사진작가는 한국 아파트의 매력에 빠져 이를 렌즈에 담았다. 사각형 모양의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사진에는 우리도 미처 몰랐던 아파트만의 미학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아도 이곳의 문화와 건축, 공간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는 많지 않다.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 상황에서 다른 가치들은 쉽게 잊힌 탓이 크다. 저자들은 현재의 아파트 공화국을 이해하기 위해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으로 눈을 돌렸다. 건축학과 교수, 설계 전문가, 주거문화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도쿄로부터 경성으로 아파트 문화가 전해진 과정과 설계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본 측 자료를 깊게 연구하기 위해 국내 도시를 답사하며 글을 써온 일본인 저자도 공동 연구에 합류시켰다. 1930년대는 ‘아파트의 시대’라고 불릴 만했다. 경성에서만 약 70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모은 아파트 관련 문헌과 기사, 지도, 사진, 도면자료에 따르면 당시 부동산 법령 및 체계는 현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오락시설이 아파트 안에 들어서는 등 아파트 공간구조와 거주자 구성 변화도 눈길을 끈다. 당초 도시민의 거주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아파트이지만 점차 이곳에도 진입장벽이 생기기 시작한다. 높은 집세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본인 집주인이 집세를 올려 폭리를 취했으며, 인구 급증으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시장 수요는 갈수록 커졌다. 아파트는 점차 늘었지만 학생이나 직장인이 머물 만한 곳은 늘 부족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 주민들의 주택난이 오늘날의 아파트 대란과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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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차 악역 전문 배우가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근친상간, 살인, 매장…. 연극 ‘파묻힌 아이’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 꺼려지는, 상상조차 버거운 일들이 1970년대 미국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어머니 ‘핼리’와 첫째 아들 ‘틸든’의 충동적 관계로 태어난 한 아이. 이 생명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집안의 가장 ‘닷지’는 아이를 죽여 뒷마당에 매장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려보낸 30년. 외부인 ‘셸리’가 이 가정을 방문하면서 가족들은 비로소 쓰디쓴 진실과 마주할 상황에 놓인다. 세상은 과연 이들에게 구원의 기회를 줄까. 비극의 정점에 선 닷지는 죄를 범하고, 끝내 고백하는 인물. 타고난 이야기꾼, 배우 손병호(59)가 배역을 맡아 끔찍한 서사를 펼쳐낸다. 21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40년차 악역 전문 배우’답게 “대본을 보자마자 재밌을 것 같았다. 해석, 연기에 따라 참담한 비극 또는 희비극이 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어 “출연료까지 제대로 받으면서 꿈꾸던 작품에 설 수 있으니 진짜 감사한 일”이라며 웃었다. 작품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인 한태숙 연출가가 맡았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라이선스 극이다. 원작은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극작가인 샘 셰퍼드가 썼다. ‘가족 3부작’으로 불리는 시리즈 중 두 번째인 이 작품으로 그는 1979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강렬하고 야만적인 무대 언어가 작품의 특징. 원시적이면서 무책임한 인물 군상을 통해 가족 붕괴와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말한다. 배우 예수정이 어머니 ‘핼리’를 연기한다.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가며 일명 ‘악마력’을 쌓은 손병호에게도 배역은 결코 만만찮다. 무대 중앙의 소파에 앉았다 기댔다 누우면서 절대 소파를 벗어나지 않는다. 소파는 그가 지키려는 가정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한다. 손병호는 “생명을 유기한 뒤에도 가장으로서 끝내 가정을 부여잡으려 한다. 한편으론 모두 속죄해 털어버리고 새 시작을 바라는 복합적 인간상”이라고 했다. 번역극 특성상 “대사마다 어감, 문맥이 잘못 표현되지 않도록 매일 동료, 제작진과 토론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현실에서도 수많은 비극이 속보로 쏟아지는 시대. 굳이 무대 위에서도 우리가 이 이야기를 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현실 속 ‘정인이 사건’이든 극 중 영아 유기든 인간성 말살의 핵심에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있다. 돈 앞에선 가족도 해체되고 도덕과 규범도 쉽게 묻어버리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비극의 끝까지 치달아봐야 화해도 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1년 극단 ‘거론’을 시작으로 ‘목화’에서 줄곧 무대에 올랐던 그는 첫 작품인 성극(聖劇) 무대를 떠올리며 “이상하게 그때부터 악역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연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블루사이공’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척하지 말자”는 게 그의 연기 지론. 다만 “정답은 없기 때문에 10명 중 7명이 연기에 공감하면 잘하는 게 아니겠냐”고 답했다. 짐승 같은 연기를 벼르는 그는 사실 무대 밖에선 누구보다 유쾌한 이야기꾼이다. 넘치는 끼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긍정적 모습이 조명 받으며 ‘예능 블루칩’으로도 통했다. 스스로 “광대 역할은 배우인 제 삶의 목적이자 이유”라고 했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국민적 술자리 게임이 된 ‘손병호 게임’도 그래서 탄생한 게 아닐까요.” 5월 27일부터 6월 6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3만, 5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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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가치 중시 MZ세대 잡아라” 콘텐츠 업계도 친환경 바람

    “넷플릭스는 2022년 말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영점화를 달성할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내놓은 환경보호 계획은 2022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수렴시키겠다는 프로젝트다. 지속가능경영(ESG)이 최근 기업들의 화두라지만, 우리가 보는 드라마·영화가 환경과 크게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 생길 터. 이 때문에 여느 기업들처럼 피상적인 환경보호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밝힌 계획을 찬찬히 뜯어보면 사뭇 진지하고 구체적이다. 우선 내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서 시작한다.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면 대기에 탄소 유입을 막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올해 말까지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한다. 마지막 단계서는 초지, 맹그로브, 토양 복원 사업에 직접 투자해 완전한 ‘탈탄소화(decarbonize)’를 계획했다. 60여 명의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구상은 공허한 외침이라기보다는 꽤 실현 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가깝다. 과학자 출신인 에마 스튜어트 넷플릭스 지속 가능성 책임자도 “자연은 넷플릭스가 드리는 약속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기업들이 환경을 외치고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환경을 엮어내려는 시도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텐츠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배출되는 ‘탄소 발자국’도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 업계의 위기의식이 커지며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맞서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소비하는 MZ세대를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자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은 일찌감치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앞장서 왔다. 1998년 창사 이래 발생한 모든 온실가스를 지난해 9월까지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다. 10년 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디즈니랜드를 중심으로 적극적 행보를 보인 디즈니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충에 힘쓰고 있다. 세계적 게임 기업 EA는 게임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줄이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경우 콘텐츠 내용에 직접적인 환경 이슈를 반영하는 추세다. 주로 캠페인적 성격이 강하다. ‘핑크퐁 아기상어’를 만든 스마트스터디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비영리단체나 국영기업과 협업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유튜브 영상, 출판물, 뮤지컬 공연 등을 제작 중이다. 콘텐츠 기업의 환경보호 투자는 데이터 사용이 온실가스 배출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비영리단체 시프트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을 30분 시청하면, 자동차로 6.3km를 운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 배출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를 1시간 스트리밍 하면 자동차로 400m 거리를 운전할 때와 맞먹는 탄소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팬덤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특히 콘텐츠의 주 소비층이자 잠재적 고객인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 소비와 맞닿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의 가치관을 소비로 표현하는 MZ세대가 콘텐츠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콘텐츠 기업의 모습은 충성 고객 확보에 팬덤 형성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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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은 서러움 자체, 극복은 내몫”…‘젊은’ 할머니에 반했다

    “닮고 싶은 찐어른”…솔직담백 롤모델, 윤여정에 빠졌다 “노년에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구나”, “고통을 통해 경지에 오른 푸르른 감각”, “또박또박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경의를 표한다”…. ‘윤여정 신드롬’이 뜨겁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74·사진)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달구고 있다. 윤여정의 매력은 솔직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며 남을 배려하는 ‘찐어른’의 모습에서 나온다. 남을 속이거나, 자기의 일을 떠넘기거나, 내로남불에 젖은 ‘무늬만 어른’이 많은 시대에 윤여정은 솔직하다 못해 투명하다. 2018년 SBS ‘집사부일체’에서 “나도 맨날 실수하고 화도 낸다. 인품이 훌륭하지도 않다”며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고 한 게 대표적이다. 윤여정은 한발 물러서며 다른 이를 빛내기도 한다. 올해 tvN에서 방영한 ‘윤스테이’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음식을 칭찬하자 “(요리를 한) 친구들이 최선을 다했다. 셰프와 훈련을 했고, 집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진짜 어른’의 면모를 발산하는 그를 보며 젊은이들은 힘을 얻고, 자신도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을 그려보기도 한다. 윤여정은 젊은이들도 어려워하는 도전과 소통에도 거침없이 뛰어든다. 남녀, 세대, 국적을 뛰어넘어 그에게 빠져드는 이유다. 사람들이 윤여정을 보며 마음을 열고 열광하는 지점은 가장 중요하지만 실상 지켜지기 어려운 기본 가치에 대한 것들이다. 약속대로 행동하고 권위주의에 물들지 않는 그를 보며 많은 이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전에 없던 롤모델을 찾아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인간사 여러 풍파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여성의 모습에 때론 동질감을, 노력과 품격을 잃지 않는 프로의 모습에 때론 동경을 품는다. 윤여정이라는 인간 자체가 가진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평가다. 그는 영화 ‘화녀’로 충무로 최고의 배우로 떠올랐지만 홀연히 결혼해 미국으로 떠났고, 이혼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제로 상태였다. 배우로서 경력이 단절됐던 그가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 아카데미 트로피를 들고 자신을 일하게 만든 자녀들에게 감사를 전한 것은 다양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위로를 받았다는 워킹맘과 경력단절여성들, 감사를 느꼈다는 누군가의 아들딸들이 많았다. 원로 배우이기에 편안하게 많은 걸 누릴 수 있지만 낮은 자세로 연기에 임하는 윤여정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는 ‘미나리’ 촬영에 참여하기로 한 후 제작비가 빠듯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직접 구입했다. 윤여정은 올해 SBS 웹예능 ‘문명특급’에서 미나리 촬영 당시에 대해 “미국 애들한테 ‘왓(What)?’ 소리 들으면서 난 여기서 진짜 노바디(Nobody)구나, 연기를 잘해서 얘네한테 보여주는 길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해야 도전이지”라고 했다. 이어 “감독들한테 ‘이렇게 오래 찍으면 나 간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 발전을 못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예능 ‘꽃보다 누나’에서는 “똥 밟았다 생각할 수 있는 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원치 않는 경험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고 했다. 움츠러든 이들은 낯설고 거친 상황도 피하지 않는 그를 보며 나아가 보라는 용기를 얻는다.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다. 그런데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한다. 나는 극복했다”(2017년 tvN ‘택시’)는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윤여정은 나이를 막론하고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통하고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젊은층이 특히 닮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꼽는다. tvN ‘윤식당’에서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된다.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인생의 숱한 굴곡을 헤쳐 온 그이기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심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지만 다 아프고 다 아쉽다”(tvN ‘꽃보다 누나’), “젊을 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이 간다”(tvN ‘택시’)는 말이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특히나 젊은이들이 윤여정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이런 굴곡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윤여정은 늘 1등 자리에 머물며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배우가 아니라 지나칠 정도의 굴곡이 있었던 사람”이라며 “최근 박탈감이나 좌절감을 많이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꾸준히 노력해 자기 분야에서 끝내 성공하는 윤여정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틀을 거부하는 행보도 신선함을 선사한다. 2005년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그는 주인공 금순(한혜진)의 할머니 역을 맡았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 역에 머무르지 않겠다. 뻔한 역을 할 거면 어머니 역을 건너뛰고 할머니 역을 해도 괜찮다”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윤여정은 자신의 생각대로 선택하되 이를 강요하지 않고 각자 판단하게 한다”며 “젊은층이 기성세대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깨게 돼 즐거워하고 환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며들다.’ 사람들이 윤여정에게 스며드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그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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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닮고 싶은 찐어른”…솔직담백 롤모델, 윤여정에 빠졌다

    “노년에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구나”, “고통을 통해 경지에 오른 푸르른 감각”, “또박또박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경의를 표한다”…. ‘윤여정 신드롬’이 뜨겁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74·사진)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달구고 있다. 윤여정의 매력은 솔직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며 남을 배려하는 ‘찐어른’의 모습에서 나온다. 남을 속이거나, 자기의 일을 떠넘기거나, 내로남불에 젖은 ‘무늬만 어른’이 많은 시대에 윤여정은 솔직하다 못해 투명하다. 2018년 SBS ‘집사부일체’에서 “나도 맨날 실수하고 화도 낸다. 인품이 훌륭하지도 않다”며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고 한 게 대표적이다. 윤여정은 한발 물러서며 다른 이를 빛내기도 한다. 올해 tvN에서 방영한 ‘윤스테이’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음식을 칭찬하자 “(요리를 한) 친구들이 최선을 다했다. 셰프와 훈련을 했고, 집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진짜 어른’의 면모를 발산하는 그를 보며 젊은이들은 힘을 얻고, 자신도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을 그려보기도 한다. 윤여정은 젊은이들도 어려워하는 도전과 소통에도 거침없이 뛰어든다. 남녀, 세대, 국적을 뛰어넘어 그에게 빠져드는 이유다.김기윤 pep@donga.com·김태언 기자}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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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세상에 펑!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어요…한걸음 한걸음 노력”

    절실했다. 먹고살아야 했다. 두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혹독하게 담금질했다. 역경과 도전, 때로는 삐딱한 시선 속에 55년 연기 인생을 달려온 윤여정(74)은 마침내 배우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손에 쥐고 활짝 웃으며. 1966년 데뷔해 90여 편의 드라마, 3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윤여정은 이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섰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배우상은 넘어서지 못한 영역이었다. 윤여정은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칭해 왔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오스카의 여왕이 됐다. 그는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의 영예는 그저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 윤여정은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나는 경력을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했다”면서 “세상에 펑(BANG)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살던 대로”라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윤여정의 ‘위대한 여정’은 진행형인 셈이다. 한편 윤여정의 수상은 아시아계 배우 중에서는 1957년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1등’ ‘최고’만 고집말고 다같이 ‘최중’이 되면 안되나” 배우 윤여정의 솔직하고 재치 있는 언변은 또다시 세계를 들었다 놨다. 유머로 아카데미를 폭소케 했으며, 진심 어린 고백으로 영화계를 감동시켰다. 윤여정은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스테이션, 돌비극장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많은 유럽 사람들이 제 이름을 ‘여영’이라거나 ‘유정’으로 부르는데 오늘은 모두 용서하겠다”며 좌중을 웃게 했다. 그는 이어 “제가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며 같은 부문에 오른 후보들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특히 ‘힐빌리의 노래’에 출연한 배우 글렌 클로스에 대해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를 이길 수 있겠나. 그의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영화에서의 수상자”라고 했다. 윤여정이 수상 소감에서 브래드 피트를 언급한 뒤 그를 당황케 하는 질문도 있었다. 시상식 백스테이지에서 한 외국 기자가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에게서 무슨 냄새가 났느냐(What did Brad Pitt smell like)’고 물은 것. 윤여정은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재치 있는 답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smell like’가 냄새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유명인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묻는 뜻으로 쓰인다는 해석도 있지만 공식 석상에서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뒤이어 열린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윤여정은 보다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때에 도리어 “최고의 순간이 싫다”고 했다. 그는 “이게 최고의 순간인지 잘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굳이 너무 ‘1등’ ‘최고’만 고집하지 말고 다 같이 ‘최중’이 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계획 없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주변에서 제가 상을 받을 것 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안 믿었다. 요행수도 안 믿는 사람이고 인생을 오래 살며 배반을 많이 당해 봤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연기 철학에 대해선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열심히 대사를 외워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게 시작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다. 대본이 저한테는 성경 같았다”고 회고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이유를 잘 쓴 대본과 제작진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부모가 희생하는 건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인 데다 모두가 진심으로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진심으로 얘기를 썼다. 그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고 덧붙였다. 리 아이작 정 감독에 대한 신뢰도 묻어났다. 그는 “우리 아들보다도 어린 감독인데 현장에서 누구도 업신여기지 않고 차분하게 여러 사람을 존중하며 일했다. 그에게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그는 “전에는 성과가 좋을 것 같은 작품을 했는데 환갑 넘어서부터 혼자 약속한 게 있다. 사람이 좋으면 한다는 것.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럽게 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말하기 어려운 돈 이야기도 거침없이 했다. 그는 “브래드 피트가 우리 영화의 제작자여서 다음에 영화 만들 때는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크게 쓰겠다고는 안 하고”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상식에서는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만났네. (미국) 털사에서 우리가 (‘미나리’를) 촬영할 땐 어디 있었던 거예요?”라고 물어 폭소가 터졌다. 그는 수상 직전까지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김연아 선수 등 운동선수의 심정에 이입했다고 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영화를 찍으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 눈 실핏줄이 다 터졌어요. 상을 타서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로스앤젤레스=유승진 특파원}

    •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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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최고’만 고집말고 다같이 ‘최중’이 되면 안되나”

    배우 윤여정의 솔직하고 재치 있는 언변은 또다시 세계를 들었다 놨다. 유머로 아카데미를 폭소케 했으며, 진심 어린 고백으로 영화계를 감동시켰다. 윤여정은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스테이션, 돌비극장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많은 유럽 사람들이 제 이름을 ‘여영’이라거나 ‘유정’으로 부르는데 오늘은 모두 용서하겠다”며 좌중을 웃게 했다. 그는 이어 “제가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며 같은 부문에 오른 후보들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특히 ‘힐빌리의 노래’에 출연한 배우 글렌 클로스에 대해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를 이길 수 있겠나. 그의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영화에서의 수상자”라고 했다. 윤여정이 수상 소감에서 브래드 피트를 언급한 뒤 그를 당황케 하는 질문도 있었다. 시상식 백스테이지에서 한 외국 기자가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에게서 무슨 냄새가 났느냐(What did Brad Pitt smell like)’고 물은 것. 윤여정은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재치 있는 답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smell like’가 냄새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유명인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묻는 뜻으로 쓰인다는 해석도 있지만 공식 석상에서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뒤이어 열린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윤여정은 보다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때에 도리어 “최고의 순간이 싫다”고 했다. 그는 “이게 최고의 순간인지 잘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굳이 너무 ‘1등’ ‘최고’만 고집하지 말고 다 같이 ‘최중’이 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계획 없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주변에서 제가 상을 받을 것 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안 믿었다. 요행수도 안 믿는 사람이고 인생을 오래 살며 배반을 많이 당해 봤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연기 철학에 대해선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열심히 대사를 외워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게 시작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다. 대본이 저한테는 성경 같았다”고 회고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이유를 잘 쓴 대본과 제작진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부모가 희생하는 건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인 데다 모두가 진심으로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진심으로 얘기를 썼다. 그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고 덧붙였다. 리 아이작 정 감독에 대한 신뢰도 묻어났다. 그는 “우리 아들보다도 어린 감독인데 현장에서 누구도 업신여기지 않고 차분하게 여러 사람을 존중하며 일했다. 그에게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그는 “전에는 성과가 좋을 것 같은 작품을 했는데 환갑 넘어서부터 혼자 약속한 게 있다. 사람이 좋으면 한다는 것.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럽게 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말하기 어려운 돈 이야기도 거침없이 했다. 그는 “브래드 피트가 우리 영화의 제작자여서 다음에 영화 만들 때는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크게 쓰겠다고는 안 하고”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상식에서는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만났네. (미국) 털사에서 우리가 (‘미나리’를) 촬영할 땐 어디 있었던 거예요?”라고 물어 폭소가 터졌다. 그는 수상 직전까지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김연아 선수 등 운동선수의 심정에 이입했다고 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영화를 찍으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 눈 실핏줄이 다 터졌어요. 상을 타서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로스앤젤레스=유승진 특파원}

    •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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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무지개도 7가지 색깔… 인종 나누지 말고 서로 끌어안아야”

    윤여정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큰 갈등을 빚고 있는 인종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았다. 25일(현지 시간) 시상식 후 미국 아카데미 측이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최근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윤여정은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내 언론 간담회에서는 “우리가 지금 너무 안됐지 않나.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의 벽은 너무 높다. 아카데미의 벽이 ‘트럼프 월’보다 높은 벽이 됐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종 차별을 다룬 여러 영화 중 ‘미나리’만의 차별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성공하고 인종 차별을 극복한 이런 영화를 우리 너무 많이 보지 않았느냐”며 “그에 비해 심심하고 MSG도 안 들어간 영화를 누가 좋아할까 걱정했다. 우리의 진심으로 만든 영화고, 그 진심이 통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앞서 다른 시상식에서도 그는 인종 문제에 대한 여러 발언으로 공감과 호응을 얻어왔다. 11일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은 모두를 웃게 했지만 뼈가 있는 발언이었다. 윤여정은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번 상이 특별히 고마운 이유는 콧대 높고, 고상한 체하는 영국 사람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알아봐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표현한 영단어 ‘snobbish’는 ‘콧대 높은’ ‘고상한 체하는’ ‘젠체하는’의 의미를 지닌 형용사다. 이날 시상식 방송 주관사인 BBC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가 가장 좋아한 수상 소감”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영국 사람들은)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다. 그게 내 솔직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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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인종문제에 소신 발언 “모든 색을 합쳐서 예쁘게 만들어야”

    윤여정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큰 갈등을 빚고 있는 인종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았다. 25일(현지시간) 시상식 후 미국 아카데미 측이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최근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윤여정은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 흑인, 황인종을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내 언론 간담회에서는 “우리가 지금 너무 안됐잖아요.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의 벽은 너무 높다. 아카데미의 벽이 ‘트럼프 월’보다 높은 벽이 됐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종 차별을 다룬 여러 영화 중 ‘미나리’만의 차별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성공하고 인종 차별을 극복한 이런 영화를 우리 너무 많이 보지 않았느냐”며 “그에 비해 심심하고 MSG도 안 들어간 영화를 누가 좋아할까 걱정했다. 우리의 진심으로 만든 영화고, 그 진심이 통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앞서 다른 시상식에서도 그는 인종 문제에 대한 여러 발언으로 공감과 호응을 얻어왔다. 11일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은 모두를 웃게 했지만 뼈가 있는 발언이었다. 윤여정은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번 상이 특별히 고마운 이유는 콧대 높고, 고상한 체 하는 영국 사람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알아봐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표현한 영단어 ‘snobbish’는 ‘콧대 높은’ ‘고상한 체하는’ ‘젠체하는’의 의미를 지닌 형용사다. 이날 시상식 방송 주관사인 BBC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가 가장 좋아한 수상 소감”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영국 사람들은) 고상한 체 한다고 느꼈다. 그게 내 솔직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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