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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24가 뉴욕한인회관 6층. ‘고향의 봄’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미국 흑인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77)가 김민선 회장 등 뉴욕한인회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섰다. 잭슨 목사가 뉴욕한인회관 6층에 마련된 이민사박물관의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굳은 표정으로 소녀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잭슨 목사는 하얀 장미 꽃 한 송이를 들고 소녀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소녀상에 눈을 맞추더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직접 만난 듯이 손을 맞잡았다. 그의 눈은 한동안 소녀상을 떠나지 못했다. 헌화를 마친 그는 소녀상 곁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일본 정부를 향해 “사과하는 것이 적절하다(apology is appropriate)”고 힘주어 말했다. 잭슨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류의 수치”라고 비판하고 과거 노예제 당시 흑인 여성들이 노예 주인들에게 당했던 고통을 거론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했다. 그는 “미국 흑인들도 과거 노예제 시기에 같은 경험을 했다”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흑인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노예 주인들의 위안부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헌화를 마친 뒤 “위안부는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그냥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적절한 사과(proper apology)로 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위안부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며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문이 열리길 기대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걸 축하한다”며 “무엇보다 남과 북이 올림픽에서 함께했다는 걸 특히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도 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24가 뉴욕한인회관 6층. ‘고향의 봄’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미국 흑인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77)가 김민선 회장 등 뉴욕한인회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섰다. 잭슨 목사가 뉴욕한인회관 6층에 마련된 이민사박물관의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굳은 표정으로 소녀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잭슨 목사는 하얀 장미 꽃 한 송이를 들고 소녀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소녀상에 눈을 맞추더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직접 만난 듯이 손을 맞잡았다. 그의 눈은 한 동안 소녀상을 떠나지 못했다. 헌화를 마친 그는 소녀상 곁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일본 정부를 향해 “사과하는 것이 적절하다(apology is appropriate)”고 힘주어 말했다. 잭슨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류의 수치”라고 비판하고 과거 노예제 당시 흑인 여성들이 노예 주인들에게 당했던 고통을 거론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했다. 그는 “미국 흑인들도 과거 노예제 시기에 같은 경험을 했다”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흑인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노예 주인들의 위안부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헌화를 마친 뒤 “위안부는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그냥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적절한 사과(proper apology)로 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위안부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며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문이 열리길 기대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걸 축하한다”며 “무엇보다 남과 북이 올림픽에서 함께 했다는 걸 특히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내 소수인종의 인권에 관심이 큰 그는 이날 한인회 방문을 마치고 한인타운을 찾아 점심식사를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를 방문해 조태열 대사와 면담했다. 잭슨 목사는 이날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만나려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기회가 되면 북한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낸 잭슨 목사는 흑인 등 소수인종 인권운동에 앞장 선 정치인이자 종교인이며 마틴 루터 킹 목사 이후 미국에서 가장 신망 받는 종교 지도자로 꼽힌다. 1998년 방한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파핑 파핑….” 21일(현지 시간) 오후 5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K팝 학원. 벽면이 거울로 만들어진 연습실에선 미국 청소년 5명이 팔과 어깨를 리듬에 맞춰 튕기며 파핀(파핑)댄스 동작을 배우고 있었다. 댄스 연습이 끝난 뒤엔 이들은 K팝 노래를 부르는 보컬 연습을 시작했다. 이 학원의 홍하나 대표는 “K팝이 인기를 끌면서 학원생 60여 명 중 80%가 비(非)한국계 학생들로 채워졌다”며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을 쓰고 K팝을 배우겠다고 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K팝은 아시아 변방의 음악에서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문화로 발돋움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한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 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큰딸 아라벨라(7)가 K팝 가수의 안무를 따라 하는 광팬’이라고 소개했다. K팝 학원에서 만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이매뉴얼 애덤스는 춤과 노래에 능한 K팝 스타 ‘비’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그는 “K팝 리듬과 가사는 마음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며 “가수 비가 나에게 큰 영감을 줬듯이 나도 다른 사람에게 K팝으로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뉴저지 출신 서맨사 라시모위츠는 한국어로 자신을 ‘서맨사’라고 소개하며 “독특한 K팝 스타일의 노래와 댄스로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K팝은 미국 대중음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블루칩이기도 하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두 곡(‘MIC Drop’과 ‘DNA’)은 크게 히트해 K팝 그룹 중 처음으로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가 주는 ‘골드’ 디지털 싱글 인증을 받기도 했다. K팝의 인기는 한국어, 한국 음식, 한국식 화장법,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뉴욕의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관계자는 “K팝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 대중매체 기자가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K뷰티(한국 화장품) 온라인쇼핑몰 ‘쇼코글램’을 창업한 한인 2세 샬럿 조는 “K팝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K뷰티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백악관이 북-미 대화 의향을 밝힌 북한에 대해 “대화의 결과는 비핵화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오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의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과 세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막다른 길이라는 걸 계속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대화 의향 발언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과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의 결과도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데 대체로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 캠페인은 지속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밝은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은 평창 올림픽 폐회식을 앞둔 23일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내놓으며 압박의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작동하지 않으면 2단계로 가야만 할 것이다.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거듭 압박했다. 미 언론은 대화를 거론한 북한의 노림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시작과 관련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 연기와 같은 전제조건을 붙였는지 청와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화 의향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비핵화 대화만 하겠다’는 백악관의 강경 기류도 북한이 평창 올림픽 이후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고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 공세를 벌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NYT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같다’는 워싱턴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김영철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밝힌 북-미 대화 의향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일본 패싱’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북-미 대화에 긍적적인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미일 연대를 갈라놓으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때 미국은 일본을 배제한 바 있다며 만약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삼간다면, 미국이 일본을 제쳐두고 북한과 대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팝, 핑, 팝, 핑….” 21일(현지 시간) 오후 5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K팝 학원. 벽면이 거울로 만들어진 연습실에선 미국 청소년 5명이 팔과 어깨를 리듬에 맞춰 튕기며 팝핀(파핑)댄스 동작을 배우고 있었다. 댄스 연습이 끝난 뒤엔 아이들은 K팝 노래를 부르는 보컬 연습을 시작했다. 이 학원의 홍하나 대표는 “K팝이 인기를 끌면서 학원생 60여 명 중 80%가 비(非)한국계 학생들로 채워졌다”며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을 쓰고 K팝을 배우겠다고 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K팝은 아시아 변방의 음악에서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문화로 발돋움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한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 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큰딸 아라벨라(7)가 K팝 가수의 안무를 따라 하는 광팬’이라고 소개했다. K팝 학원에서 만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이매뉴얼 애덤스는 춤과 노래에 능한 K팝 스타 ‘비’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그는 “K팝 리듬과 가사는 마음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며 “가수 비가 나에게 큰 영감을 줬듯이 나도 다른 사람에게 K팝으로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뉴저지 출신 서맨사 라시모위츠는 한국어로 자신을 ‘서맨사’라고 소개하며 “독특한 K팝 스타일의 노래와 댄스로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K팝은 미국 대중음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블루칩이기도 하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두 곡(MIC Drop과 DNA)은 크게 히트해 K팝 그룹 중 처음으로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가 주는 ‘골드’ 디지털 싱글 인증을 받기도 했다. K팝의 인기는 한국어, 한국 음식, 한국식 화장법,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뉴욕의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관계자는 “K팝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 대중매체 기자가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K뷰티(한국 화장품) 온라인쇼핑몰 ‘쇼코글램’을 창업한 한인 2세 샬럿 리는 “K팝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K뷰티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K팝은 한국 서비스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개척 파트너도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캐릭터 브랜드인 라인 프렌즈의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매장은 미국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BTS 멤버들이 디자인한 캐릭터 상품을 사기 위해 1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다. 현혜 라인 프렌즈 타임스스퀘어점 부점장은 “BTS와 라인 프렌즈 모두 글로벌 브랜드이기 때문에 서로 협업하면 시장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K팝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지인의 일상생활에 더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승제 뉴욕 한국문화원장은 “한류 도약의 가장 큰 숙제는 현지화인데 200만 재미동포, 특히 미국 생활과 문화에 녹아든 동포 2, 3세들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겨울 미국 뉴욕의 맹추위에 시달리다가 문득 꽃 생각이 났다. 향긋한 꽃 한 송이라도 화병에 꽂아 봄을 재촉하고 싶었다. 맨해튼 미드타운 동쪽 한 꽃집에 들렀다. 슈퍼마켓 한쪽 외벽에 간이 천막을 치고 화분과 꽃을 진열하고 파는, 반은 노점인 그런 가게였다. “한국분이세요?” 화분 뒤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우리말로 말을 걸어왔다. 재미동포인 그는 이것저것 꽃을 권했다. 덤으로 꽃 한 송이를 챙겨줄 테니 퇴근길에 들러 달라고 했다. 24시간을 문을 여니 언제든 와도 된다며 푸근한 엄마 미소를 지었다. 뉴욕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데, 설마 한밤에 꽃을 사는 이가 있을까. 그는 “천막을 치고 꽃을 팔기 때문에 화분을 다 치울 수가 없다. 누군가는 밤새 꽃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향긋한 꽃 냄새와 그의 환한 미소 뒤로 이민 1세대의 눈물과 진한 땀 냄새가 훅 밀려와 가슴이 먹먹했다. 아프리카보다 못살던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온 이민자. 영어도 서툴고 뒤를 봐주는 이도 없는 이들은 맨주먹으로 일어섰다. 한 주재원은 “뉴욕의 경제권을 쥔 유대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대교로 개종한 동포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단지 그 때문에 개종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으나, 유대인들이 야르물케(정수리 부분을 덮는 둥근, 유대인 남성들의 전통 모자)를 쓴 동양인을 그냥 지나치진 않았을 거다. 이민 1세대는 악착같이 돈만 번 게 아니다. 미국 사회 어느 민족 못지않게 훌륭하게 자식들을 키워냈다. 지난해 맨해튼 22번가에 레스토랑 ‘꽃(COTE)’을 창업한 사이먼 김(37)은 13세 때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 1.5세대. 그의 어머니는 한인타운에서 한식당을 했지만, 그는 미국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맨해튼의 유명 레스토랑인 장조르주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인타운 밖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한식에 뿌리를 두고 맨해튼에서 꽃을 피우겠다는 뜻에서 식당 이름을 ‘꽃’이라고 지었다. 이 식당은 올해 고급 식당의 상징인 미슐랭가이드의 별을 받았고,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의 최종 후보 15개에도 들었다. 김 사장처럼 한국인의 DNA를 갖고 영어와 미국 문화에도 익숙한 한인 2, 3세 창업자들은 한류 전도사로 미국 사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올해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79) 이후 20년 만에 연방의회 입성을 노리는 젊은 한인 10여 명도 열심히 뛰고 있다. 얼마 전 한국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대사 내정이 철회됐을 때 한국과 동포 사회의 아쉬움이 컸다. 115년 역사를 가진 200만 명의 미주 동포 사회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한미동맹의 든든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민 1세대 비중이 절반 밑(48%)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어, 한국 문화, 한국과의 유대 등이 약해지는 이른바 ‘민족성 소모(Ethnic Attrition)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동맹 이간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광풍 속에 한미관계의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민 1세대가 퇴장하더라도 2, 3세들이 한국인 정체성을 잊지 않고 미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동포 사회는 시들지 않을 것이다. 젊은 한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투자를 더 늘려 동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 그들은 우리에게로 와 경제와 안보동맹의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만개할 것이다. 맨해튼 ‘24시 꽃집’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처럼.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폭압적인 정권, 악의 가족 패거리의 중심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천안함기념관에 방문할 기회를 갖기 바란다.”(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의 평창 올림픽 폐회식 참가를 앞두고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이방카’로 불리는 김여정을 맹비난했다. 또 국무부는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국보수주의연맹(ACU)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모든 미국인은 이 사람(김여정)이 누구이며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포문을 연 뒤 “김정은의 여동생은 2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다루고, 굴복시키고, 굶주리게 하고, 투옥한 악의 가족 패거리이고 가장 폭군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중심축이다”라고 맹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 견제에도 나섰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 부위원장을 두고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할 기회를 갖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일이 무엇인지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의회는 반자동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법안 표결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14일 발생한 파클랜드의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로 사망한 17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기도로 표결을 시작했다. 결과는 36 대 71로 부결이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이번에도 총기 규제 여론을 외면했다. “어떻게 ‘노(No)’ 버튼을 바로 누를 수 있나요.”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주의회로 향했던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 수십 명은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학년 셰릴 아쿠아로리(16)는 CNN의 ‘앤더슨 쿠퍼 360’에 출연해 “너무 비정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다음에 또 총기 난사가 생긴다면 그들의 실수”라고 분노했다. 반복되는 학교 총기 난사에도 총기 규제를 주저하는 정치권에 대한 미국 청소년들의 분노가 끓어오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총기 장비에 대한 직접 규제에 나섰다.○ 여론에 밀린 트럼프, 첫 총기 장비 규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범프스톡(Bump-Stock·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개조하는 장치)’ 금지 규제를 마련할 것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지시했다. 플로리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 여론이 다시 끓어오르자 지난해 58명의 목숨을 빼앗은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범 스티븐 패덕이 사용했던 범프스톡에 대한 규제를 넉 달 반 만에 진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난사 때마다 총격범의 정신 문제를 거론하거나 “미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스캔들에 너무 몰두해 있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초점을 비켜갔다. 하지만 총기 규제 논란이 장기화돼 11월 중간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이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는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난사 사건을 막기 위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구매자의 범죄 기록 조회 강화 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플로리다 고교 총기 난사범이 사용한 AR-15 반자동소총의 구매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연령 조정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 “AR-15 규제” vs “교사 무장해야” 엇갈린 해법 학생들은 ‘죽음의 무기’로 불리는 ‘AR-15’ 소총 금지 등 근본적인 총기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500만 정 이상이 팔린 AR-15는 최근 6년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서 5번이나 등장했다. 가볍고 반동이 적어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철제 헬멧을 관통할 정도로 위력이 세다. 그런데도 플로리다주에선 18세만 넘으면 살 수 있다. 학생들은 이런 가공할 무기의 판매를 허용한 정치권에 분노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 있다’는 ‘#Willwebenext’ 캠페인이 시작됐다. 다음 달 14일엔 플로리다 고교 총기 난사 희생자 17명을 기리기 위해 17분간 행진하는 행사가, 24일엔 워싱턴 등 주요 대도시에서 학교 안전과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2학년생 앨릭스 윈드(17)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총격 사건이 일어난 교실 복도를 어떻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총기 지지자들은 이 같은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좌파에 휘둘리고 있다”거나 “학생이 아닌 배우가 주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교사들에게 총기 사용법을 교육시키고 총기를 보유하게 해야 한다거나, 퇴직 경찰 등을 학교 안전요원으로 배치하는 식의 ‘무장을 통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콜럼바인 세대’ 등의 여론이 관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우군인 전미총기협회(NRA)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론 NRA의 어젠다를 넘어서지 않았지만 막후에선 불협화음을 낼 아이디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건 직후 총기 규제 여론이 들끓다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힌 총기 구매자 전과 조회 강화 방안은 2012년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가 흐지부지됐다. 2017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자기 보호를 위해 무장할 권리’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개정하지 않고 총기 소유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데다 총기 회수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론도 미지근하다. WP와 ABC뉴스 조사에서 AR-15 같은 돌격용 소총에 대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50%로 반대 의견(46%)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규제가 도입됐던 1994년엔 반대 의견이 80%였다. CNN은 ‘콜럼바인 세대’(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 영향을 받은 18∼34세 성인)의 총기 규제 찬성 여론(49%)이 전체 미국인(50%)보다 낮다고 지적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범프스톡(Bump-Stock·사진)반자동 소총인 AR-15를 분당 400∼800발 사격이 가능한 자동소총으로 개조하는 장치.△AR-151958년 미국 아멀라이트가 개발한 반자동 소총. 미국에서 500만 정이 판매됨. 무게가 3.63kg으로 가볍고 반동이 작아 사격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쉽게 사용.}

“그(쇼팽콩쿠르 우승) 전엔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다른 생각하지 말고 28살까지만 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3)도 한때는 불확실한 앞날을 고민하던 평범한 20대였다. 세계적 명성의 지휘자 눈에 들거나 훌륭한 연주 무대에 서는 행운이 그에겐 없었다. 연주할 기회를 얻기 위해선 오로지 실력으로 이름을 알려야 했다. 그는 북미 리사이틀 투어에 앞서 20일(현지시간) 뉴욕 유니버셜뮤직 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전 콩쿠르에 도전하던 불안한 심경을 털어놨다. 콩쿠르 우승 이후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는 “1년에 약 100번 정도 연주를 했다”며 “앞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장 21일 미국 뉴저지 주를 시작으로 3월 초까지 매사추세츠 콜로라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캐나다 온타리오 주를 도는 ‘북미 리사이틀 투어’를 나선다. 내년 1월엔 2년 만에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다시 올라 슈베르트, 드뷔시, 무소르그스키 작품을 연주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카네기홀 공연은 쇼팽을 빼고 하는 첫 무대여서 개인적으로 기쁘다”며 “쇼팽을 너무 좋아하지만. 쇼팽만 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계기라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를 내놓은 그는 올해 말 모차르트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오랫동안 연주자로 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휘자를 할 그릇은 못 되고 작곡도 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한국 작곡가 중 진은숙 선생의 작품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분한 음성으로 척척 답변을 하던 그는 다시 태어나도 피아노를 하겠느냐는 질문에서 가장 오래 망설였다. “아, 피아니스트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다른 악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매일 출근 안 하는 직업이면 좋겠어요.” 규칙적인 일을 싫어하는 그도 요즘 하루 서너 시간은 피아노 연습을 하려고 한다. 클래식 교육에 대해선 좋아하는 ‘와인’에 빗대서 설명했다.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 그게 희한한 거죠. 클래식 음악은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어도 와인처럼 마실수록 취향이 생기고 무엇이 좋은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도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들의 음반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과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보면 한국처럼 관객이 젊고 열정적인 곳도 없다”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또래들이 좋아하는 힙합이나 랩보다는 영국 록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아한다. 여자친구는 없다. 그는 “결혼은 정해놓고 하고 싶지 않다”며 “못할 수도 있다”고 웃었다. 그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이다. 그는 “공연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갔다가 사막을 처음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연주 여행이 아닌, 오지와 같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역대 콩쿠르 우승자들을 보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런 부담 별로 안 느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좋죠. 부담을 느껴야 하나요?”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방영된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 측 카운터파트에게 ‘당신과 내가 실패하면 이 사람들(these people)이 전쟁에 이를 것이다.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중국 측에 알렸으며 이를 막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두 사람은 이달 8일에도 워싱턴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도 북한의 변화를 절박하게 원하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북한이 중국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공통된 인식을 미국과 중국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큰 채찍(large stick)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점을 북한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최악의 한반도 상황을 가정한 주한 미국인 대피 등의 비상대책을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14일 의회 청문회에서 “만약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인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함께 비전투요원철수작전(NEO)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방영된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 측 카운터파트에게 ‘당신과 내가 실패하면 이 사람들(these people)이 전쟁에 이를 것이다.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중국 측에 알렸으며 이를 막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틸러슨이 언급한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두 사람은 이달 8일에도 워싱턴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도 북한의 변화를 절박하게 원하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북한이 중국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미국과 중국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미대화와 관련해 “북미 대화 초기에는 북한과 일대일로 만나 협상을 시작할 이유가 있는지를 결정하겠지만 북한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않게 되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중국 측에 전했다”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8~10개월 동안 외교적 노력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미국이 가장 중요한 군사적 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미 정계 관측을 언급하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자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노력은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지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큰 채찍(large stick)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점을 북한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압박작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수입원과 군사프로그램을 갉아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과 협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이것(북핵 해결)을 외교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최악의 한반도 상황을 가정한 주한 미국인 대피 등의 비상대책을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군사전문지 밀리터리닷컴은 미 하와이 포트 새프터에 주둔한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 로버트 브라운 장군이 전시에 한국에 거주하는 민간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비전투요원철수작전(NEO)’ 계획을 작업하고 있으며 곧 마무리를 지을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14일 의회 청문회에서 “만약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인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빈스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함께 NEO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브라운 하원의원(민주당)이 “전시에 NEO계획이 필요할 때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자, 해리스 장군은 “우리는 이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한국에는 약 20만 명의 미국인, 백만 명의 중국인, 6만 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의 수입을 제한했던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50%가 넘는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초강력 무역제재 조치를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지속해온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이 급기야 ‘경제동맹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일본 등 주요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은 이번 제재 리스트에서 빠져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유독 한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 시간) 한국 등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무역에 대해선 동맹이 아니다”라고 밝힌 지 3일 만이다. 상무부 보고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방안을 제시했다. 철강의 경우 △중국 한국 등 12개 철강 수출 국가 제품에 53%의 관세 적용 △모든 국가 제품에 24%의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對美)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3가지 방안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까지 철강에 대한 구체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결정한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제재가 실제 적용되면 미국 내에서 한국 철강제품은 경쟁력을 거의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한국도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미국 요구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및 태양광 전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충격을 받았다. 4월 철강 수입 제한조치가 실제 발효되면 한국은 미국발(發) ‘통상 3연타’를 맞는 셈이다. 한국이 대북 정책기조를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한국 길들이기’ 차원에서 한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시장이 큰 중국과 멕시코를 주된 통상 압박 타깃으로 공략했지만 최근 한국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협상전공 교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미국이 무역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한국을 압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이 경제 분야에 그치지 않고 정치 외교 분야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뉴욕패션위크 기간인 10일(현지 시간) 오후 3시 맨해튼의 허시펠트갤러리. 갤러리 복도에 임시로 마련된 런웨이로 패션 모델 16명이 당당히 걸어 나왔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모델 권지야 박소민과 깡마른 모델보다 일반인에 가까운 체형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내털리 누텐붐 등 다양한 피부색과 배경을 가진 모델이 한국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2018 추동(秋冬) 컬렉션을 입고 무대에 섰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나양은 미국 명품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의 ‘아틀리에 노티파이’ 공방과 협업해 이번 컬렉션을 선보이며 ‘자신을 사랑하자(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를 뉴욕 패션계에 제시했다. 인종, 지위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막을 내린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한국인 디자이너가 이끄는 ‘K패션’이 주목을 받았다. 9일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 디자이너들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콘셉트 코리아’ 행사가 맨해튼에서 열렸다. 올해 17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그리디어스(GREEDILOUS)의 박윤희 디자이너와 라이(LIE)의 이청청 디자이너가 참가했다. 그리디어스는 화려하고 낭만적인 스타일의 25개 품목을 출품해 시선을 끌었고, 라이는 지구 온난화로 파괴되고 있는 북극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컬렉션을 내놓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하반기 뉴욕에 융·복합 쇼케이스 공간을 열고 한국 디자이너의 현지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선에서 남북 대화를 지지하며 같은 조건에서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 시간) 전했다. 1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기간 중 우리(미국)가 주목받는 일은 적을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 병행’ 정책으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펜스 부통령은 10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공군 2호기에서 가진 WP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의 압박 작전은 지속될 것이며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당신들이(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한의 압박 정책이 지속 및 강화된다는 전제 아래 한국이 먼저 북한과 대화를 하고, 가능하다면 이른 시간에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 같은 정책을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병행(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at the same time)”이라고 지칭하며 “핵심은 (대화 중에도) 그들이(북한이) 동맹국들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판단하는 일을 실행할 때까지 어떤 압박도 거두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압박을 가해 평양이 실질적 양보를 한 뒤에야 북한 정권과 직접 만나겠다는 기존 방침과는 다른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어떻게 판단하느냐”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계보 등과 관련해 추가 설명자료까지 우리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내 대화를 중시하는 ‘소수파’의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과 비공식 채널을 가동해 물밑 탐색전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이후 대화 국면에 대해 양국이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태였으나 문 대통령과 두 차례 논의 후 돌파구가 열렸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단지 대화만으로 경제적 외교적 이득을 얻을 수 없으며 (제재 완화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 가능하다는 걸 북한에 말하겠다”며 펜스 부통령을 설득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이 폐회한 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다. 구체적인 방북 일정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스포츠 측면에서 (남북) 대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방북에) 가장 적절한 시일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한기재 기자}

세계 경제의 중심, 미국 뉴욕 맨해튼엔 입이 떡 벌어지는 부잣집이 수두룩하다. 파크애비뉴의 와인숍엔 수백만 원짜리 와인이 ‘보호 장비’도 없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가격표를 보고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6L 병에 든 와인을 가리키며 “이건 1만5000달러(약 1640만 원)인데 생각 있으면 10% 할인해 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와인 가격만으로도 맨해튼 부자들의 씀씀이를 알 수 있었다. 집값은 말할 것도 없다. 센트럴파크에서 반 블록 떨어진 88번가 이스트 7번지에 6층짜리 타운하우스가 있다. 방이 19개(침실 6개)이고 엘리베이터, 옥상 일광욕 시설, 뒤뜰까지 있는 전형적인 뉴욕 부자들의 ‘럭셔리 타운하우스’다. 이 집은 2014년 44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할리우드 스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동과 중국 갑부들이 눈독을 들이는 맨해튼 최고급 주택시장에 최근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2014년 4400만 달러(약 480억 원)에 매물로 나온 88번가 타운하우스의 시세는 지난해 10월 3000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3년 새 가격이 33% 하락한 것이다. 럭셔리 타운하우스를 밀어내고 부자들의 구매 목록 1순위에 오른 맨해튼 초고층 ‘울트라 럭셔리(Ultra luxury)’ 아파트 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맨해튼엔 90층짜리 원57, 매디슨스퀘어파크 타워, 30파크 플레이스, 432파크 등 초고층 초고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432파크는 세계 최고층 주택으로 꼽힌다. 건물이 하도 높아 ‘그림자가 너무 길다’는 민원까지 생겼다. 외국인은 집 구경만 하려고 해도 수백만 달러 통장 잔액을 보여줘야 할 정도로 ‘입주민 물 관리’까지 했다. 이 맨해튼 ‘마천루 주택’ 가격도 최근 꺾였다. 지난해 맨해튼 주택의 중간가격은 5년 연속 올라 사상 최고인 114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평당 1억 원이 넘는 상위 10% 럭셔리 주택의 중간값은 1.5% 떨어진 653만 달러로 집계됐다. 마천루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세계 부자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퇴임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 회복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주식과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대해선 “가격이 너무 높다고 할 순 없지만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주식시장도 최근 상승분을 반납하고 예전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변동성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경제가 나빠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좋아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산소호흡기’를 빨리 떼고 금리 인상의 가속페달을 밟을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의 힘으로 홀로 서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불시에 찾아올까 두려워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가계부채가 1400조 원이 넘는 한국에선 여전히 부동산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집 가진 사람과 투기 세력이 어울려 강남 부동산 호가를 부풀리며 시장에 풀린 돈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공급은 건드리지 못하고 수요만 억제하려는 정부 규제를 비웃듯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돈이 몰린다. 경기는 순환한다. 그 주기를 잘못 타면 큰 위기를 겪는다. 호황 때 초고층 건물 건설 붐이 일었다가 완공될 무렵 경기 침체기가 닥쳐 위기를 겪는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반복되는 이유다. 부자들이 변심할 조짐을 보인다면 모든 경제 주체는 금융시장의 오랜 격언을 되새기며 위험관리를 한 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 꽃은 늘 지기 전에 가장 붉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한국실에서 ‘금강산 특별전’이 열린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과 한국실 개관 20주년을 맞아 금강산을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6일(현지 시간) ‘금강산: 한국 미술 속의 기행과 향수’를 주제로 5월 20일까지 특별전을 연다고 밝혔다. 대니얼 웨이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회장은 이날 금강산 특별전 기념식에서 “한국실 20주년과 평창 올림픽에 맞춰 금강산을 소재로 특별전시회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겸재 정선이 금강산을 다녀와서 1711년에 그린 진경산수화 ‘정선필 풍악도첩’(보물 1875호) 등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대박물관 등이 소장한 금강산 작품 21건, 27점이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지난해 구매한 도암 신학권의 ‘금강내산총도’도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 작가 중에선 금강산을 10여 차례 다녀온 서양화가 신장식 국민대 교수 등의 작품도 소개됐다. 이소영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큐레이터는 “조선 후기 화가들은 겸재 정선을 당대의 ‘아이돌’로 생각해 화풍을 따라 그렸다”며 “뉴욕에서 한국의 진경산수화를 선보일 수 있어서 뜻깊다”고 말했다. 북한이 참가하는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북한의 금강산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맨해튼에서 열리자 미국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다. 언론인 리 로젠바움 씨는 “금강산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웅장한 산세와 화려한 (금강산) 그림은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금강산은 한국인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때면 떠올리는, 향수가 있는 곳”이라며 “다이아몬드 마운틴(금강산)이라는 이름처럼 세계인의 가슴속에 다이아몬드처럼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함께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9일)에 참석해 잔혹한 북한 정권의 실상 알리기에 나선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씨가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펜스 부통령의 손님 자격으로 참석한다고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이 프레드 씨를 개회식에 초청한 것은 평창 올림픽을 선전장으로 활용하려는 북한에 맞서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개회식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탈북자들과 함께 방문해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미 대사관에서 우리 군 쪽으로 문의가 와서 일정을 조율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을 거쳐 8일 한국을 방문하는 펜스 부통령은 이처럼 올림픽 기간 대북 압박 캠페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펜스 부통령 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의 선전전이 올림픽의 메시지를 납치(hijack)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는 모든 일이 그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압제적인 정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가식이라는 점을 세계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가 4일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황인찬 기자}

“달콤쌉싸름한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난 정말 이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첫 여성 의장으로서 4년 임기를 마치고 2일 퇴임한 재닛 옐런 전 의장(72)의 표정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이날 CBS 선데이모닝과의 퇴임 인터뷰에서 “여기(연준)서 한 일은 나의 존재의 핵심이자 정체성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4년 의장에 취임해 미국 경제 회복의 지휘자 역할을 했지만, 공화당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인 그를 외면했다. 옐런 전 의장은 자신의 연임이 가로막힌 것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연준 의장이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 것은 1979년 ‘최악의 의장’이라는 혹평을 받고 물러난 윌리엄 밀러 이후 39년 만이다. 제롬 파월 신임 의장 등 연준 직원들과 외국 중앙은행 직원들은 옐런의 패션 스타일을 따라하는 ‘옷깃 세우기’ 인증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그의 퇴임을 기렸다.○ 떠나는 옐런, “자산시장이 걱정거리” 짐을 싸고 사무실을 떠나기 직전에도 옐런 전 의장은 경제 걱정을 놓지 않았다. 그는 증시 격언을 인용해 “경기회복은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며 경기 회복세를 낙관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6월까지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1991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지속된 최장 경제 확장기에 맞먹는 기록을 쓰게 된다. 하지만 자산 가격의 상승에 대한 우려는 숨기지 않았다. 그는 주식과 상업용 부동산을 두고 “너무 높다고 말할 순 없지만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옐런 전 의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높은 상단 부근까지 올랐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임대료에 비해 꽤 높다”며 “버블인지 구분하긴 어렵지만 가격이 높다는 건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다만 “자산가치의 하락이 있더라도 핵심 금융시스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옐런이 떠난 금요일 뉴욕 증시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1월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올랐다. AP통신은 “파월의 연준이 직면한 과제를 상기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진화를 위해 풀어 놓은 돈이 밀려들어오면서 자산시장이 부풀어 오른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후임자인 파월 의장에게 넘어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드만삭스 출신 경제라인’ 중 한 명으로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역임한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성과는 물론이고 옐런 의장의 업적까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성장과 안정의 균형, 파월 의장 어깨에 65세 생일 하루 전인 3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파월 의장은 월요일인 5일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연준 이사로 활동하며 대세를 따라가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인 파월 의장은 전임자의 정책을 이어받아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17년 만의 최저 실업률에 자산시장 과열 우려까지 나오는 경제 상황이 변수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나치게 머뭇거리면 2001년과 2007년 경제확장기처럼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금리 인상 속도를 너무 내면 경제회복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연준이 균형을 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파월 의장이 직면한 과제는 금융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고 적절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 성장 목표를 위해 옐런 대신 파월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궁합도 미지수다. 블룸버그뉴스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내면 리처드 닉슨 행정부 이후 가장 날카로운 백악관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연준은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트럼프 감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사 학위도 없고 경제학도 전공하지 않은 최초의 연준 의장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기에 연준은 최소 4%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대응했다. 현재는 2020년에나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릴 수 있어 정책 대응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퇴임 옐런 의장의 주요 업적△주식시장 호황(나스닥지수 97% 상승,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67% 상승)△2%대 경제 성장 △실업률 6.7%에서 4.1%로 하락△임기 중 5차례 금리 인상 등 양적축소 개시△금융기관 규제 강화 ● 신임 파월 의장의 4가지 과제△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균형: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경기 과열에 대응△친트럼프 포퓰리즘 논란: 친트럼프 성향의 연준 인사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 불식△금융규제 완화: 자기자본과 파생상품 규제 완화 및 부작용 대응△경기 침체 대응: 향후 경기 침체 시 연준의 대응 능력 확보}

“한반도 위기에 대한 좋은 군사적 해법이라는 것도 매우 비극적 상황의 서막이 될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69)은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38층 집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의 목적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은 군사 전문가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제한적인 대북 선제공격, 코피 작전과 같은 군사해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이번 주 방한한다. 개막일인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난다. 그는 취임 이후 첫 방한에 대해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것”이라며 “한국인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전할 계획이며 현재로선 다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다음 우리는 다른 맥락의 어떤 일이 방한에 합당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체류 기간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 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 구테흐스 총장에게 북핵 대화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남북 군사핫라인(서해 군통신선)을 다시 구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올림픽은 중요한 시그널이고 중대한 진전을 이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올림픽 이후 (외교적 해법) 가능성이 열리고 이를 막는 어떤 종류의 긴장 고조 행위도 없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을 겨냥해 “비핵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대화 채널이 열리기 전 긴장 완화를 위해 이(평창 올림픽) 기회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긴장 고조 행위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달 31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도발을 막아 달라”며 보낸 서한과 관련해 “서한을 받았으며 답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답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의 역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과 (북핵 문제) 해법을 이끌어내기 위한 촉진자”라며 안보리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북한의 안보리 제재 반발에 대해서는 “안보리 제재를 받는 나라들은 보통 제재를 비판하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들이 안보리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안보리 결의가 이행되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구테흐스 총장은 취임 전 포르투갈 총리 자격으로 서너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북한도 1988년과 1989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군사 해법은 매우 비극적 상황의 서막이 될 것입니다.”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38층 집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의 목적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은 군사 전문가도 아니며 군사 해법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제한적인 대북 선제공격, 코피 작전과 같은 군사해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취임 이후 첫 방한 목적에 대해선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것”이라며 “한국인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전할 계획이며 현재로선 다른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런 다음 우리는 다른 맥락의 어떤 일이 방한에 합당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체류 기간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남 등의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 구테흐스 총장을 만나 북핵 대화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남북 군사핫라인(서해 군통신선)을 다시 구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올림픽은 중요한 시그널이고 중대한 진전을 이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올림픽 이후 (외교적 해법) 가능성이 열리고 이를 막는 어떤 종류의 긴장 고조 행위가 없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대화 채널이 열리기 전 긴장 완화를 위해 이(평창올림픽) 기회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긴장 고조 행위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리용호 북한 외상이 “미국의 도발을 막아 달라”며 보낸 서한과 관련해 “서한을 받았으며 답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답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의 역할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과 (북핵 문제) 해법을 이끌어내기 위한 촉진자”라며 안보리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북한의 안보리 제재 반발에 대해서는 “안보리 제재를 받는 나라들은 보통 제재를 비판하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들이 안보리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안보리 결의가 이행되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구테흐스 총장은 취임 전 포루투갈 총리 자격으로 서너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북한도 1988년과 1989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