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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기차를 살 때는 배터리 효율을 뜻하는 ‘전비’부터 따져봐야 한다. 가격이 싸고 효율이 높으면 보조금이 후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기차에 최대 1900만 원, 수소차에 최대 375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이 주어진다. 테슬라 모델S 등 9000만 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없어진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보조금 체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우선 전기차는 차량 가격 구간을 나눠 가격이 저렴할수록 국고 보조금이 늘어난다. 차량 가격이 6000만 원 미만이면 보조금 전액이 지원된다. 6000만 원 이상∼9000만 원 미만이면 보조금의 50%만 지급된다. 9000만 원 이상이면 보조금이 없다. 보조금을 산정할 때 전력소비효율(전비) 비중을 50%에서 60%로 높였다. 배터리 효율성이 높은 전기차에는 최대 50만 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현대차 ‘코나(기본형·HP)’의 가중연비는 kWh(킬로와트시)당 5.46km,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는 5.23km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차량 가격이나 성능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값비싼 전기차를 파는 수입차 업체가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량 제조사가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하고, 대중적인 보급형 차량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 지원 기준에 차등을 뒀다”고 밝혔다. 지자체 보조금은 산정된 국고 보조금에 비례해 지급된다. 세종이 300만 원, 서울이 400만 원, 경북이 600만∼1100만 원 등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이에 따라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금을 합해 최대 19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현대차의 ‘코나(기본형·HP)’와 기아차의 ‘니로(HP)’ 등은 80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최대로 받는다. 다만, 올해 국고 보조금 최대 한도가 800만 원으로 줄어 지난해보다 보조금은 20만 원 줄었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지원금까지 합하면 두 전기차에 최대 1900만 원의 보조금이 나온다. 보급형 모델로 인기를 얻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3 스탠더드’는 보조금을 684만 원, ‘롱 레인지’는 341만 원 받는다. 지난해보다 각각 52만 원, 430만 원 줄었다. 9000만 원 넘는 고가 차량인 테슬라의 ‘모델S’와 벤츠 ‘EQC400’, 재규어랜드로버의 I-PACE 등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또 수소차인 현대차의 넥쏘는 225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는다. 지자체 지원금까지 합하면 최대 3750만 원을 지원받는 것이다. 전기 택시를 구매하면 200만 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 받는다. 서울의 경우 지역보조금을 합하면 최대 18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주행거리가 긴 택시는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더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12만1000대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각각 21.4%, 49.2% 늘어난 규모다. 지원 예산도 전기차는 1조230억 원, 수소차는 3655억 원으로 늘렸다. 또 전기차 충전기 3만1500기, 수소충전소 54곳을 마련할 계획이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계무역기구(WTO)가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한국산 철강·변압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부당하다며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WTO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를 무력화한 첫 결정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미국이 한국산 철강·변압기 제품에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한 건 WTO 협정에 어긋난다”며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AFA는 기업이 미국의 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한다고 판단할 때 상무부가 자율적으로 관세를 산정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번 승소 대상은 미국이 2016년 5월∼2018년 3월 최대 60.81%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조치 8건이다. 세부적으론 한국이 37개 쟁점에서 승소했고 미국은 3개 쟁점만 승소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공격’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미국 측에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를 계속 부과하자 2018년 2월 WTO에 제소했던 것이다. 한국산 철강·변압기의 연간 대미 수출액은 AFA 적용 전인 2015년 기준 약 16억 달러(약 1조7600억 원)에 달했다. 이후 미국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려 한국산 철강에 ‘관세 폭탄’을 적용하며 대미 수출액은 줄어들기도 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판정은 철강·변압기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석유화학, 세탁기, 반도체 등 다른 제품도 원활하게 수출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정부가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고용을 늘리는 데 효과가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공무원 증원으로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9.5%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특례의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서 “2017∼201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특례 확대가 고용을 증대시켰다는 통계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월별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와 한국기업데이터(KED)의 연간 재무정보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다. 그간 정부는 기업이 채용 인원을 늘리면 인건비의 일정 비율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해 줬다. 이와 관련된 조세 지출은 2019년 9722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기업의 고용 의사 결정은 주로 기업이 처한 시장 상황과 기업 규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조세정책의 고용 증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지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신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의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공공부문 일자리는 260만2000개로 전년 대비 6.1%(15만1000개) 증가했다.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방·경찰 공무원이 증원되고 공공기관의 파견 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일자리 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 중 60대 이상과 단기 일자리가 특히 많이 늘어났다. 나이별로 봤을 때 60대 이상 일자리(19만5000개)가 전년에 비해 23.2%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설 명절에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에게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이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다음 달 10일까지 농축산물을 20∼30% 할인하는 행사도 열린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14일까지 일시적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액은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된다. 한우, 생선, 과일, 꽃 등 농축수산물과 농수산물 원료 또는 재료를 50% 넘게 사용해 가공한 홍삼, 젓갈, 김치 등이 대상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음식물 상한액은 3만 원, 선물과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선물은 10만 원까지 허용됐는데 이번 설 명절에 소비 회복과 농축수산 업계 지원을 위해 일시적으로 20만 원까지 조정된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다음 달 10일까지 ‘대한민국 농할(농산물 할인)갑시다, 설 특별전’도 연다. 대형·중소형 마트, 전통시장 등 1만8000여 곳에서 농축산물을 사면 20∼30%를 할인해준다(1인당 1만 원 한도).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큰손’ 투자자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국채에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도 줄 예정이다. 일정 금액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업무계획을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올해 업무계획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시중 자금과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 소비 활성화 및 방역 대책이 담겼다. 정부는 연기금 등의 국내주식 투자 범위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연기금이 코스닥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증시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2% 수준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더 높이고 투자 성과를 판단할 때 쓰는 추종 지표에 코스닥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이나 국채를 장기간 보유한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장기 투자를 유도해 금융시장이 급변동하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2023년부터 주식 등 금융투자 소득에 최대 25%의 세금을 물릴 예정인데, 장기 투자자의 경우 이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우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를 일으킬 대책도 나왔다. 올해 지난해보다 신용카드를 5% 이상 더 쓴다면 100만 원 한도로 추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도 잇달아 내놨다. 17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른 데다 가계 빚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실물경제와 괴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통상 신용대출은 만기가 1년으로 짧아 매달 이자만 내고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매달 의무적으로 분할 상환하게 한다는 것이다. 올해 3월까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금융회사별로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차주(빌리는 사람)별로 적용하기로 했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어서 개인의 대출 여력을 훨씬 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 특히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DSR로 바꿀 계획이다. DTI는 차주의 연소득 대비 주담대 원리금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로, DSR와 달리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 밖에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만기 40년 이상인 초장기 모기지를 시범 도입한다. 특히 청년층에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미래 소득 증가분을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56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1조3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추가 비용은 예비비와 건강보험공단 재정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정으로 보상할 계획이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김형민 기자}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큰손’ 투자자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국채에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도 줄 예정이다. 일정 금액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업무계획을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올해 업무계획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시중 자금과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 소비 활성화 및 방역 대책이 담겼다. 정부는 연기금 등의 국내주식 투자범위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연기금이 코스닥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증시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2% 수준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더 높이고 투자 성과를 판단할 때 쓰는 추종 지표에 코스닥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이나 국채를 장기간 보유한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장기투자를 유도해 금융시장이 급변동하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2023년부터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에 최대 25%의 세금을 물릴 예정인데, 장기 투자자의 경우 이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우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를 일으킬 대책도 나왔다. 올해 지난해보다 신용카드를 5% 이상 더 쓴다면 100만 원 한도로 추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도 잇달아 내놨다. 17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른 데다 가계 빚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실물경제와 괴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통상 신용대출은 만기가 1년으로 짧아 매달 이자만 내고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매달 의무적으로 분할 상환하게 한다는 것이다. 올해 3월까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금융회사별로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차주(빌리는 사람)별로 적용하기로 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어서 개인의 대출 여력을 훨씬 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 특히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DSR로 바꿀 계획이다. DTI는 차주의 연소득 대비 주담대 원리금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로, DSR과 달리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밖에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만기 40년 이상인 초장기 모기지를 시범 도입한다. 특히 청년층에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미래 소득 증가분을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5600만 명분의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1조3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추가 비용은 예비비와 건강보험공단 재정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백신 부작용에 따른 보상도 정부가 재정으로 맡을 계획이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더 번 ‘코로나 승자’도 있다. 그런 기업들이 출연해 기금을 만들어 고통받는 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구체적인 방향으로 기금 조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아직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여권의 이익공유제 모델이 기금 조성 형태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과 재계에선 “기업들에 대한 또 하나의 준조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익공유)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장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이 대표가 강조한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그 사례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조성됐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중 FTA 체결로 농수산업과 축산업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제조업이나 공산품 업계에는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되는 기업도 많았다”며 “(혜택을 본) 기업들과 공공 부문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피해 입은 농어촌 지역을 돕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운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당시에도 위헌 논란에 휩싸였던 이슈다. 애초에 정부는 FTA 체결을 앞두고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농어촌의 반발을 고려해 FTA 수혜를 입게 될 산업계에 이익금 중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 농어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FTA로 얻은 이익을 따로 추산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들에 대한 이중 과세”라는 재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한발 물러서서 내놓은 방안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었다. 정부는 당시에도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참여 기업에는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및 동반성장지수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줬다. 하지만 재계에선 “무역이득공유제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결국 똑같은 형태의 준조세”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논란 속에 흥행마저 실패하면서 2017년 1월 출범 이래 현재까지 1164억 원(1월 18일 기준)이 모이는 데 그쳤다.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특히 민간에서는 대기업이 197억 원을, 중견기업이 20억 원을 각각 출연하면서 공기업이 기금의 약 73%인 853억 원을 부담했다. 실적이 저조하자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주요 기업 경영진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기금 출연 실적을 묻겠다고 했다가 “자발성을 앞세운 사실상의 강요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에도 결국 코로나 양극화에 따른 정부 부담을 애꿎은 기업들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자발적 참여’를 기본 원칙으로 강조해온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의 ‘힘 실어주기’를 반기면서도 기금 조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플랫폼 기업들의 자발적인 수수료 인하 및 대기업들의 협력사와의 인센티브 공유 등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사례들을 모범 사례로 제시해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구상하는 방향과는 사뭇 달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것을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시행하길 주문했다. 우리 생각과 같다”고 했다. 당청 간 이견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사례로 제시한 만큼 당시 도입 과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김지현 jhk85@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더 번 ‘코로나 승자’도 있다. 그런 기업들이 출연해 기금을 만들어 고통받는 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구체적인 방향으로 기금 조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아직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여권의 이익공유제 모델이 기금 조성 형태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과 재계에선 “기업들에 대한 또 하나의 준조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익공유)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장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이 대표가 강조한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그 사례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조성됐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중 FTA 체결로 농수산업과 축산업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제조업이나 공산품 업계에는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되는 기업도 많았다”며 “(혜택을 본) 기업들과 공공 부문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피해 입은 농어촌 지역을 돕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운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당시에도 위헌 논란에 휩싸였던 이슈다. 애초에 정부는 FTA 체결을 앞두고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농어촌의 반발을 고려해 FTA 수혜를 입게 될 산업계에 이익금 중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 농어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FTA로 얻은 이익을 따로 추산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들에 대한 이중 과세”라는 재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한발 물러서서 내놓은 방안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었다. 정부는 당시에도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참여 기업에는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및 동반성장지수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줬다. 하지만 재계에선 “무역이득공유제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결국 똑같은 형태의 준조세”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논란 속에 흥행마저 실패하면서 2017년 1월 출범 이래 현재까지 1164억 원(1월 18일 기준)이 모이는 데 그쳤다.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특히 민간에서는 대기업이 197억 원을, 중견기업이 20억 원을 각각 출연하면서 공기업이 기금의 약 73%인 853억 원을 부담했다. 실적이 저조하자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주요 기업 경영진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기금 출연 실적을 묻겠다고 했다가 “자발성을 앞세운 사실상의 강요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에도 결국 코로나 양극화에 따른 정부 부담을 애꿎은 기업들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자발적 참여’를 기본 원칙으로 강조해온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의 ‘힘 실어주기’를 반기면서도 기금 조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플랫폼 기업들의 자발적인 수수료 인하 및 대기업들의 협력사와의 인센티브 공유 등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사례들을 모범 사례로 제시해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구상하는 방향과는 사뭇 달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익공유제의 기본 방침으로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나 당이나 결국 같은 취지로 언급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사례로 제시한 만큼 당시 도입 과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닥친 지난해 폐업이나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25% 수준만 회복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6000명이었다. 전년 동기(147만5000명) 대비 48.9% 증가한 규모다. 실업 통계 기준이 개편된 2000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비자발적 실직자란 계속 일하고 싶어도 직장의 휴·폐업,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고용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뜻한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0년(186만 명),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78만9000명)에도 비자발적 실직자는 200만 명을 넘지 않았다. 실직 사유로는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가 110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48만5000명),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34만7000명), ‘직장의 휴·폐업’(25만9000명) 순이었다. 비자발적 실직자 가운데는 일용직 근로자나 ‘나 홀로 사장’ 등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았다. 임시근로자가 40.3%(88만5000명), 일용근로자가 23.2%(51만 명)를 차지했다. 상용근로자는 18.2%(40만 명)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9.6%(21만 명)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1.9%·4만1000명)보다 높았다. 비자발적 실직자의 절반가량(49.4%·108만5000명)은 한 가구의 가장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경제의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는 79.3포인트였다. 최대 경제 충격 강도를 100으로 봤을 때 경제가 79.3% 회복됐다는 의미다. 반면 고용 부문은 25.5포인트에 그쳤다.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도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체감 속도가 더뎌 고용을 빨리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A 씨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에 뜬 광고창에서 마음에 드는 코트를 발견했다. 이 광고를 클릭하니 한 쇼핑몰로 연결됐다. 이곳에서 코트 한 벌을 3만3000원에 주고 샀다. 맘에 드는 코트를 클릭 몇 번 만에 저렴하게 샀다는 뿌듯함은 잠시였다. 코트는 2개월 넘게 배송되질 않았다. 그는 판매자에게 여러 차례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매자는 “곧 배송됩니다”란 답만 반복하더니 잠적해버렸다. B 씨는 지난해 8월 유튜브 동영상에서 마사지 기계 광고를 봤다. ‘1주일 사용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이 된다’는 설명을 보고 이 기계를 6만 원에 주고 샀다. 받고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반품을 요청했더니 판매자는 “제품을 이미 사용했다면 반품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핑’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배송 지연, 품질 불량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SNS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SNS 플랫폼 거래 관련 소비자상담 3960건 실태를 분석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배송지연·미배송’이 59.9%(2372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 해제·청약 철회 거부’가 19.5%, ‘품질 불량·미흡’이 7.0%, ‘폐업·연락 두절’이 5.8%로 나타났다. 일부 피해자 가운데 물건을 주문한 뒤 1년이 넘도록 제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SNS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알리거나 피해구제 신청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SNS 플랫폼은 판매자 정보를 누락하거나 소비자들이 작성한 피해구제 신청을 단순히 전달할 때가 많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해외 운영사업자의 경우 피해구제 신청을 하기도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SNS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닥친 지난해 폐업이나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고용 시장은 25% 수준만 회복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6000명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147만5000명(48.9%) 증가한 규모다. 실업 통계 기준이 개편된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비자발적 실직자란 계속 일하고 싶어도 직장의 휴·폐업,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부진 등 고용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뜻한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0년(186만 명),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78만9000명)에도 비자발적 실직자는 200만 명을 넘지 않았다. 실직 사유로는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가 110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48만5000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34만7000명)’, ‘직장의 휴·폐업(25만9000명)’ 등 순으로 많았다. 비자발적 실직자 가운데는 일용직 근로자나 ‘나홀로 사장’ 등 취약 계층의 비중이 높았다. 임시근로자가 40.3%(88만4000명), 일용근로자 23.2%(51만 명)를 차지했다. 상용근로자는 18.2%(40만 명)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9.6%(21만 명)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9%(4만1000명)보다 높았다. 비자발적 실직자의 절반가량(49.4%·108만5000명)은 한 가구의 가장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경제의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는 79.3포인트였다. 최대 경제 충격 강도를 100으로 봤을 때 경제가 79.3%가 회복됐다는 뜻이다. 반면 고용 부문은 25.5포인트에 그쳤다.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도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체감이 고용을 빨리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300 대 1.’ 부산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 씨(27)는 최근 지원한 한 중소기업의 경쟁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봉도 적고 회사 인지도도 낮아 지원자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다가 눈높이를 낮췄다고 생각했던 이 씨는 극심한 취업난을 절감했다. 그는 “대기업 취업이 막히니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린 친구들이 많다”며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어디든 자리만 나면 조건을 따지기 전에 일단 들어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취업 문턱을 더 높였다. 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좌절하는 ‘코로나 취포(취업포기)세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남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빚투(빚을 내 투자)’하기 바쁜데 당장 식비조차 벌기 버거운 청년들은 “20대는 취업난에, 노년에는 빈곤에 시달리는 게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 “알바 취업도 하늘의 별따기” 20대 배우 지망생 천모 씨는 요즘 너도나도 뛰어드는 주식과 부동산 얘기를 들으면 ‘다른 세상 이야기’로 들린다. 당장 재산이라곤 현금 30만 원밖에 없고 생활비도 마련하기 어려워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고 있다. 빨리 배우가 돼 돈을 벌고 싶지만 코로나19로 배우 선발 오디션이 줄줄이 취소돼 당분간 꿈을 접었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늘리며 어렵사리 생계를 잇고 있다. ‘평생 알바족’이 될까 두렵다. 천 씨처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한파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많다. 13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376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3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같은 해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9%대로 올랐다. 멀쩡하게 일하던 사람도 직장을 잃는 고용 한파 속에서 취업을 아예 포기한 취준생도 늘고 있다. 대구에 사는 대학교 2학년생 박모 씨(20)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다 포기했다. 방학 때 카페나 식당에서 알바를 하며 용돈을 벌 생각이었지만 끝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박 씨는 “공고 자체가 별로 없는 데다 경쟁률도 50 대 1을 넘어 알바 자리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며 “주변에서도 알바를 구한 친구를 보질 못했다”고 했다. 지난해 20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41만5000명)는 전년 대비 25.2%(8만4000명) 늘었다. 증가폭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일부 ‘코로나 취포자’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기보다 주식 등에 투자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7)는 항공사 취업 준비를 포기하고 주식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항공업계 고용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이 힘들어져서다. 지난해 3월부터는 고향으로 내려가 빌린 돈 등으로 주식 투자를 하며 쭉 쉬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자리 정책도 바뀌어야 코로나19 사태는 업종별 고용시장에 차별적인 충격을 줬다. 일부 청년들은 그나마 사람을 뽑는 직종으로 진로를 선회하고 있다. 수학을 전공한 김모 씨(28)는 수학 교사의 꿈을 접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가 되려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늘며 언택트 산업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수학교사도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비대면 교육이 늘어나 교육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식의 단기 처방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 씨는 “앱 개발자로 진로를 바꾸면서 공대 학사편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비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비대면 자영업 일자리 지원에는 700억 원대의 예산만 투입하는 점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직접 일자리 사업에 약 3조2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교 4학년생 정모 씨(25·여)는 “정부가 돈을 엄청 집어넣은 계약직 공공 일자리보다 진짜 청년들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반복되는 취업난 속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임금이 낮아지거나 질 낮은 일자리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과 언택트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가 청년들의 직업 훈련과 재교육 등에 투자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를 겪을 때 졸업하는 청년들은 일반적으로 취업도, 승진도 늦다”며 “청년을 위한 단기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남건우 / 신지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출산율 하락과 재정 악화를 불러왔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적자는 11월까지 98조 원을 넘었다. 연간으로 처음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수축사회’에서 세금 낼 인구가 줄고 복지 지출 등이 늘면 ‘재정절벽’에 봉착한다. 미래 세대 부담을 덜어주려면 재정을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부가세) 세율은 현재 10%다. 1977년 도입된 뒤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이 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세율을 올리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부가세 세율이 현행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부가세 수입은 2017년 50조4000억 원에서 2050년 40조 원으로 감소한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산한 결과다.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비하고 세금을 낼 사람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총인구(내국인+외국인)가 줄어드는 ‘인구 수축사회’의 예정된 미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구 수축사회 진입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나라살림의 지출과 수입 구조를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복지 지출 같은 나랏돈 씀씀이는 줄이기 힘들어 ‘재정절벽’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 ○ 국가채무 비율 최고점, 2045년보다 앞당겨져 12일 기획재정부의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 국가채무는 956조 원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채무 비중은 47.3%이지만 2045년 9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4년 뒤 국가채무 비율이 50%포인트 넘게 급등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국가채무 비율이 정점을 찍는 시기도 이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장기재정전망 당시 올해 합계출산율은 0.86명으로 가정했으나 한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0.7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가 줄면 내수가 위축되고 잠재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 규모가 위축되면 각종 경제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정전망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라며 “인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고령층 비중은 점차 높아져 나라살림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0%대에서 35년 뒤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현재 약 50% 수준인 의무지출 비중은 2060년 78.8%로 치솟는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그마저도 예산의 대부분이 복지 예산에 투입되는 셈이다. ○ 인구 감소 대응해 세원 확보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서둘러 세원 확보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하더라도 조세 제도의 첫 번째 원칙인 ‘넓은 세원’에 입각해 세금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세원을 확대하려면 현재 약 36.8% 수준인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약 705만 명의 근로소득자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근로소득자 10명 중 4명꼴이다. 이는 미국(29.3%), 호주(15.8%), 캐나다(17.6%)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녀가 2명 있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총급여액이 3083만 원 이하이면 면세 가구로 분류된다. 면세자 비율을 낮추려면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정비하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재부의 ‘2021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53조9000억 원)보다 2조9000억 원 늘어난 56조8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보험료 특별공제 및 세액공제 4조4679억 원, 신용카드 소득공제액 3조1725억 원 등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는 상징성은 크지만 인구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세수 문제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비과세 항목을 줄여 세원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고통스러운 선택도 남아있다. 중장기적으로 제도 도입 뒤 세율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부가세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2019년 청와대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부가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학수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인구절벽이 가팔라지고 재정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입 확보 기반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선심성 지출 확대를 줄이고 재정준칙을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어떻게 갚아 나갈지 함께 논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이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세종=구특교 kootg@donga.com·송충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며 향후 부동산 대책에 대해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에는 자신이 있다”고 밝혔던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이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민심 악화를 막아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문 대통령이 1년여 만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첫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설 명절 전에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서울 등 도심지 역세권 개발 등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이 구상하는 주택 공급 방안은 도심 용적률 인상 등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과 기존 주택 매물을 유도하는 2가지 방향으로 검토된다. 신규 주택 공급은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하고 공공재건축에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 범위를 역 반경 500m로 확대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시내 지하철역 300여 곳 중 100곳 이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외에도 공공재개발, 재건축 시 민간에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임명하며 “주택 소유를 위한 공급부터 서민·청년·신혼부부·중산층용 임대주택에 이르기까지 확실하게 공급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 공급 확대에 한계가 적지 않은 만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집값 안정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세제 혜택을 통한 민간 공급 물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등 투기 수요와 거리가 먼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양도세 인하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 방침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양도세 경감)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전혀 없고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현 정부 주택 정책의 근간인데, 이걸 흔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여당의 강경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양도세를 완화하지 않고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택을 오래 보유하다 팔면 양도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주택자에게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대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다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지 못한다. 여기에 6월 1일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시점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미루는 방안도 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 모든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 / 세종=구특교 / 강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며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은 주택시장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며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1년 만에 정책 실패가 분명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전에 비해 평균 7.25% 올랐고, 같은 기간 전세가는 평균 7.71% 상승했다. 작년 7월 임대차 2법 시행을 계기로 집값뿐만 아니라 전세금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주거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사거나 빌리기 힘든 상황임에도 정작 뾰족한 공급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5·6공급대책과 8·4공급대책에 이어 11월에는 임대주택 확대 방안까지 내놨지만 집값과 전세금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당장 올해부터 서울 입주 물량이 급감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은 최소 2, 3년씩 걸리는 중장기 물량이 대부분이다. 그마나 향후 입주 물량은 수도권 외곽이나 소형 임대 위주여서 서울 도심의 중소형 분양을 원하는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문 대통령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책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구상하는 주택 공급방안은 도심 용적률 인상 등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과 기존 주택 매물을 유도하는 2가지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은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하고 공공재건축에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소규모 재건축에 용적률 상향 조정 등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도 최근 발의됐다. 국토부는 이 외에도 공공재개발, 재건축 시 민간에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민간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은 현재까지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민간 신규주택 공급도 쉽지 않지만 다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정치적으로 민감해 절충점을 찾기가 더 어렵다. 매물을 늘리려면 거래세인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을 완화해주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히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을 최소화하려는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양도세 경감)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전혀 없고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현 정부 주택 정책의 근간인데, 이걸 흔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양도세를 완화하지 않고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고 본다. 이 때문에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여당이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세제 관련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등 투기 수요와 거리가 먼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주택을 오래 보유하다 팔면 양도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주택자에게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대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다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지 못한다. 6월 1일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시점을 연말까지 미루는 방안도 가능한 선택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 모든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이새샘기자iamsam@donga.com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11일부터 유가 등 연료 가격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전기요금 고지서가 각 가정에 발송된다. 저유가 여파로 연료비 요금이 떨어지면서 한 달 350kWh 전기를 쓰는 가정은 이번 달 1000원 정도 전기료를 덜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는 1월(지난해 12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11일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개편한 전기요금 체계가 처음 적용되는 고지서다. 이번 고지서에는 유가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적용된다. 현재 저유가를 반영해 지난달 350kWh의 주택용 전기를 사용한 4인 가구라면 1050원의 요금 인하 혜택을 받는다. 그동안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어 따로 확인하지 못했던 기후환경 비용은 분리해 고지된다. 기후환경 비용은 kWh당 5.3원으로 전기료의 5% 정도다. 올해부터 석탄발전 감축 비용(kWh당 0.3원)이 새로 포함됐다. 이를 더한 이달 기후환경 요금은 1855원이다. 기본요금과 연료비 조정액, 환경 요금 등을 포함한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4만8445원에서 4만7500원으로 945원 줄어든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총청구요금은 5만5080원에서 5만4000원으로 1000원 정도 할인된다. 당장은 요금 인하 효과를 누리지만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오르거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기후환경 비용이 늘어나면 전기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르면 하반기(7~12월)부터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앞으로 전기차 완속충전시설에서 12시간 넘게 주차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이런 내용이 담긴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4일 입법 예고했다. 전기차를 보유한 사람들이 늘면서 충전시설을 주차장처럼 독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급속충전시설에서 2시간 이상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완충충전시설도 과태료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과태료는 급속충전시설과 같은 10만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단속 대상에서 빠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차주들이 주로 밤에 잠자는 동안 완속 충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올해부터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취득한 분양권도 주택 수에 포함돼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하지만 분양권 취득 후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판다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간 재계가 호소해온 상속세 부담과 관련해 정부가 상속세율 인하를 포함한 전반적인 개선 방안도 공식 검토하기로 했다. 6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이후 새로 취득한 분양권은 입주권처럼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된다. 다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1주택자 요건도 ‘1주택 1입주권’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1주택 1가구가 기존 주택을 취득하고 1년 이상이 지나 분양권을 취득하고 3년 이내 기존 주택을 판다면 양도세를 부과할 때 1주택자로 간주된다. 새 집이 지어지지 않아 3년 내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더라도 신축주택이 완공된 뒤 2년 이내 세대 모두가 이사해 1년 이상 거주하고 완공 후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면 1주택 요건이 적용된다. 상속이나 혼인, 합가 등으로 1주택 1분양권이 된 경우 입주권처럼 양도세 비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취학이나 근무를 위해 다른 시군이나 수도권 밖 주택을 취득해 ‘1주택 1분양권’이 된 경우에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양도 시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또 2023년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매길 때 투자자가 주식을 실제 구입한 가격과 내년 연말 종가 중 더 비싼 가격을 취득가격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투자 과세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소득이 연 25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가상화폐를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에도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정부는 상속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도 들어간다. 상속세 개선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세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에서 “지난 정기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부대의견으로 상속세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 요청돼 있다”며 “올해 연구용역을 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개편방안을 반영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 상속세율 인하에 나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명목세율과 달리 실제 세 부담은 약 17% 수준이고 세율을 인하할 경우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부의 대물림’ 논란이 거세게 일 수 있어서다. 국세청의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납부인원은 8357명으로 16조4800억 원을 상속받아 2조7700억 원을 세금으로 냈다. 임 실장은 “상속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을 조세개혁 차원에서 후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며 “상속세율 인하는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했다.세종=구특교 kootg@donga.com·송충현 기자}

‘세계 1위’ 한국 조선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수주 낭보를 연이어 보내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반등에 성공한 조선업계의 일감 확보가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5일 아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9000억 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세계 조선업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50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하며 이 분야에서 크게 앞서 있다. 2018년 7월에는 대형 유조선을, 지난해 9월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각각 세계 최초로 LNG 추진선으로 건조해 인도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팬오션으로부터 1993억 원에 17만4000m³급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1조 원이 넘는 수주로 새해 문을 활짝 연 셈이다. 조선업계는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으로 발주가 급감해 수주난에 시달렸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모잠비크, 카타르 등에서 LNG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LNG 추진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세계 물동량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는 지난해 109척에 그친 컨테이너선 발주가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187척으로 7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조선업계의 강점은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LNG를 한 번만 충전하면 아시아∼유럽 항로를 왕복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은 항해 중 자연적으로 기화(氣化)하는 LNG를 다시 액화시키며 운송 과정에서 LNG 손실을 최소화한다. 각 회사가 구축한 최신 관제 시스템으로 선박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고, 최근 규제에 맞춰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기술도 갖췄다. 한국 조선업계는 기술력을 발판으로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 수주를 일구며 세계 1위 위상을 지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 물량 1924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중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819만 CGT(42.6%)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183억 달러 규모로 2위 중국(793만 CGT·145억 달러)을 앞질렀다. 중국이 지난해 상반기 자국 내 벌크선 물량을 앞세워 1위에 올랐지만 12월 한국이 LNG 운반선 21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6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연달아 수주하며 순위를 뒤집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주 호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목표(110억 달러)보다 많은 149억 달러를 올해 수주 목표로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수주 목표를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4일 최고경영자(CEO) 신년사에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시장 선도의 조건으로 일제히 꼽았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반도체 수출이 사상 두 번째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만으로는 침체된 경기 전반의 반등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착시 효과’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협회는 5일 ‘2021년 반도체 시장동향’을 통해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992억 달러)보다 10.2% 증가한 109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8년(1267억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반도체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국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늘어난 19.6%로 전망됐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는 2년 만에 중국,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는 189억 달러로 지난해 투자 규모(157억 달러)보다 20.4% 많다. 중국(168억 달러) 대만(156억 달러) 일본(79억 달러)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올해도 메모리 초격차 유지, 시스템반도체의 자생적 생태계 조성에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산업 전망이 밝은 것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데다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이 시작되면서 PC,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반사이익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못지않은 한 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은 삼성전자가 적극 투자에 나선 시스템반도체가 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7∼12월) 경기 평택사업장에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 계획도 곧 발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호황만으로는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침체된 국내 산업 전반의 회복세를 이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V자’ 경기 반등을 통해 성장률 3.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다른 수출 업종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특정 업종의 성장 기대감에만 젖어 내수와 수출 전반의 대책 마련에 소홀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