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이 7일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의 성사 여부를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라고 보고 있다. 남북 수석대표로는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각각 나선다. 이번 상봉 행사는 지난해 2월과 비슷하게 금강산 면회소에서 200명 규모(남북 각각 100명)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상봉 준비 기간이 짧은 탓에 북측이 대상자 선정 및 생사 확인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상봉 시기는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직전인 다음 달 초순이 유력해 보인다.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8·15 경축사에서 북측에 제안한 연내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제안할 계획이다. 한편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사진)이 6일 북한 인권 정보 수집을 위해 방한했다. 6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 종로구에 개설된 이후 첫 방한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일본 내 동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최근 정관 제정을 비롯해 법인화 추진 계획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고, 정부가 이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민단 측이 법인화 계획을 통보해 왔고,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이 같은 계획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1946년 ‘재일본조선거류민단’으로 창립한 민단은 그동안 임의단체로 활동했다. 민단 계획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사단법인 ‘민단중앙’부터 이른 시일 내에 법인화할 계획이다. 이어 △일본 내 자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일본 내 동포사회를 대상으로 민족교육 등을 실시하는 공익법인 설립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 민단이 법인화를 추진하면 정부는 그간 법인화 진전을 전제로 집행하지 않았던 지원금 12억80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국회는 지난해 민단 지원금 예산을 의결하면서 민단의 투명성을 문제 삼아 총 지원금 80억 원 중 12억8000만 원의 집행을 유보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이 7일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의 성사여부를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라고 보고 있다. 남북 수석대표로는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각각 나선다. 이 위원과 박 위원은 2013년 8월, 2014년 2월 적십자 실무접촉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이번 상봉행사는 지난해 2월과 비슷하게 금강산 면회소에서 200명 규모(남북 각각 100명)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상봉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북측이 대상자 선정 및 생사확인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상봉 시기는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직전인 다음달 초순이 유력해 보인다.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8·15 경축사에서 북측에 제안한 연내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제안할 계획이다. 한편,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6일 북한 인권 정보 수집을 위해 방한했다. 6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 종로구에 개설된 이후 첫 방한이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10일까지 서울에 머물며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를 포함해 외교부·통일부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중국 원격의료 시장에 한국 병원이 진출한다. 4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서울성모병원과 상하이자오퉁대 부속 루이진(瑞金)병원은 원격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모델 구축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당시 페루에 가천대 길병원, 브라질에 한양대병원이 각각 진출한 데 이어 세 번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기획한 이날 포럼은 한국과 중국 측에서 200여 명씩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박 대통령은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리펑(李鵬) 총리는 한중 수교 당시 양국 관계를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된다’는 의미의 ‘수도거성(水到渠成)’에 비유했다”면서 “양국 관계는 이미 도랑을 넘어 강이 되었고 이제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주역에 ‘이인동심(二人同心), 기리단금(其利斷金)’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두 사람이 한마음이면 단단한 쇠도 자를 수 있다’는 말인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은다면 눈앞의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대표 등이 참석했다. 상하이=박민혁 mhpark@donga.com·박형준 / 우경임 기자}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성루 위에 서서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보는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혈맹 국가’ 북한의 자리였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옆자리를 한국에 내준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한을 대표해 전승절을 찾은 그의 자리는 성루의 끝자리였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대신 참석한 최룡해는 다른 국가 정상들보다는 위상이 떨어진다. 북한대표단 단장이었지만 김정은의 특사 자격은 아니었다. 이날 최룡해가 연출한 장면은 얼어붙은 북-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많다. 1954년 6차 열병식에서 김일성 당시 수상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바로 오른쪽에 서서 함께 웃으며 혈맹임을 과시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최룡해의 부친인 최현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일제강점기에 중국 동북항일연군에서 김일성과 함께 활동한 유명한 빨치산 지휘관이다. 최룡해 생모도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1세대 빨치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항일운동을 함께 했던 집안의 적자로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외교적 치욕인 셈이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과 같은 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최룡해는 이날 전승절 행사 참석 직전 의례적인 악수를 나눴을 뿐 시 주석과 별도의 면담 없이 열병식이 끝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도 2일 만찬과 3일 오찬에서 최룡해와 별도로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평화와 질서를 깨는 행동을 북한이 하지 않는 한 중국은 북-중 관계를 일정 수준 유지하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자 명단 발표 시 박근혜 대통령을 첫 번째로 거명(지난달 25일)→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단독 오찬(2일)→오찬 리셉션 장소에 박 대통령 전용 대기실 마련(3일).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의전을 제공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란 지시를 실무진에 여러 차례 하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을 전담하는 별도 영접팀을 구성할 정도로 각별한 배려를 했다는 뜻이다. 이날 전승절 기념행사를 시작하기 전인 오전 9시 35분(현지 시간) 각국 정상의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박 대통령은 시 주석 왼쪽에 있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바로 옆에 섰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리했다. 성루에서는 시 주석의 오른쪽으로 푸틴 대통령이, 그 옆에 박 대통령이 섰다. 같은 국가수반일 경우 재임 기간이 긴 사람부터 예우하는 국제적 의전 관행과 러시아가 전통적인 중국 우방인 점을 고려한 것. 박 대통령은 열병식 분열이 진행되는 내내 국산 선글라스를 썼다. 햇볕이 강한 데다 성루에 가림막이 없어 중국 정부가 박 대통령에게 선글라스를 준비하도록 사전에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 도중 중국 측이 마련한 임시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했다. 이날 오후 상하이(上海)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4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한 뒤 귀국한다.베이징=박민혁 mhpark@donga.com / 우경임 기자}
“남측은 8·25 합의, 북측은 8·24 합의?” 남북이 25일 오전 2시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를 발표했지만 남북의 명칭은 서로 달라 궁금증을 낳고 있다. 정부는 25일 새벽 브리핑을 통해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이 오늘 0시 55분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8·25 합의’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북측의 조선중앙방송은 25일 오전 2시 “내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이 24일에 끝났다”고 긴급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관련 기사를 송고하면서 공동보도문을 8월 24일자로 명기했고,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8·24 합의’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24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고위급 접촉 종료 시점이 25일 0시 55분이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 시간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를 적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평양 표준시’라고 해도 25일 0시 25분으로 25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8·24 합의로 부르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동보도문을 놓고 북측이 엇박자를 보인다는 해석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합의안을 승인한 시간이 24일 밤이어서 북측이 이를 고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2년 4월 경기 수원에서 오원춘 사건으로 희생당한 여성은 당시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다급하게 112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사이 전화가 끊겼고, 결국 이 여성은 살해됐다. 이런 사고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은 지난해부터 신고전화를 다시 거는 ‘콜백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실제 회신율이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출동 구조체계 구축과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콜백 시스템은 112 신고 중에 말없이 전화를 끊거나 긴 대기 시간으로 신고를 포기했을 때 다시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2월∼올해 1월 모두 388만 건이 112에 정상적으로 신고가 되지 못했지만 이 가운데 8%(30만 건)만 콜백이 이뤄졌다. 358만 건이 누락된 것이다. 지역별 콜백 처리 건수에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청의 회신율은 56%에 달하는 반면 경기1·인천·경북·전북청은 2%에 불과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북한이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교묘한 선전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이 25일 북한으로 돌아가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관련 매체들을 동원해 선전전에 나섰다. 북한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20일 남조선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남한)당국에 밝힌 성명’의 전문을 인용한다”고 주장하며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은 남조선(한국) 정부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어 “연이은 전쟁 연습, 대북 심리전으로 남북관계를 최악의 파국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권도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회담 타결 이전의 시점(20일)을 활용해 책임을 벗어날 구멍을 만들면서도 회담 타결 다음 날인 26일 이런 보도를 함으로써 북한이 사과하지 않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한 내부 선전으로 풀이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26일 남북 합의에 대해 “북의 영도자(김정은을 지칭)가 내린 사생결단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황당무계한 줄거리’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발뺌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우경임 기자}

남북이 다음 달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기로 함에 따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상봉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26일 “다음 주부터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6만6292명(2015년 7월 기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산가족을 상대로 생사와 인적 사항, 가족 상봉 의사, 희망 상봉 방법 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상담 공간을 마련하고 상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6만6292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려면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 열릴 남북적십자회담까지 전체 명단을 제출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명단을 받아든 북한에서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먼저 규모와 방법을 정한 뒤 추석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금강산면회소를 이용한 상봉 상시화 및 정례화를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은 5만7000명이다. 한 차례 남북 각각 100가족 정도가 만나온 현재의 방식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인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화상, 편지, 전화를 통한 상봉을 병행 추진한다. 2000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직접 상봉 19회, 화상 상봉 7회가 이뤄져 2만6000명이 재회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지난 도발을) 다 따지면 언제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잘못을 들춰서 따지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합시다.”(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불과 한 달 전에 일어난 일,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입니다. 젊은 사람의 일생이 걸린 문제입니다.”(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22일 오후 6시 반 판문점 평화의 집. 김 실장이 ‘목함지뢰’ 도발을 언급하며 사과가 우선이라는 뜻을 전하자 황병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김 실장은 목함지뢰가 폭발한 장소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에 쓸려 온 게 아니다. 누군가 와서 묻은 것이다”라며 황병서를 압박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이야기하자 김 실장은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순간 회담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회담을 지켜본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속된 말로 과거는 묻지 말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무박 4일 43시간 마라톤 협상.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와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가 마주 앉은 ‘2+2 전체회의’ 4회, 김 실장과 황병서가 비공개로 만난 ‘일대일 회담’ 10회, 실무자가 문구 조정 등을 협의하는 ‘실무 회담’ 10회 등 모두 24회나 열릴 정도로 끈질긴 협상이었다. 남북은 서로의 의견 차만 확인한 채 23일 오전 4시 15분 정회했다. 23일 오후 3시 반부터 시작된 2차 접촉에서는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문구를 두고 막판까지 대립이 계속됐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대북 제재인 5·24조치 해제 등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끈질기게 요구했다. 황병서와 김양건은 모두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그냥 돌아갈 수 없다”며 초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절박해 보였다. 황병서가 “김 실장 선생이 크게 결단을 하시면 된다”고 남측에 물러서기를 요구하자 김 실장은 “황 총정치국장께서 크게 양보하시는 건 어떠냐”고 맞받아쳤다. 고성도 없고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팽팽한 신경전은 회의장을 짓눌렀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지루한 협상을 이어갔다. 숙박이나 샤워 시설이 없어 3일 동안 샤워도 못 하고 간신히 세수만 했다. 북측 대표단은 평화의 집 인근에서 배달해 온 한식 도시락을 나눠 먹거나 북한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컵라면을 먹는 모습도 목격됐다. 24일 저녁 메뉴는 우리가 준비한 매운탕이었다. 다만 협상 중에는 남북이 식사를 같이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황병서가 ‘귀측’ ‘김관진 실장’이라는 공식 호칭 대신에 ‘김 선생’ ‘김 실장 선생’으로 부르는 등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김 실장과 황병서가 비공개 회담을 하는 동안 김양건과 홍 장관도 자연스럽게 따로 만나 남북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홍 장관은 25일 “오랜 시간 같이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상대방을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남북 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후 11시 남북은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좁혔다. 25일 0시 55분 마침내 6개 문항이 타결됐다. 북한은 이날 오전 2시 정각에, 우리 정부는 오전 2시 3분 마라톤 협상 결과물인 남북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가 3분 빨랐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남북이 강(强) 대 강 대치 상황에서 극적으로 출구를 찾음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도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절반이 지난 박근혜 정부가 이번 ‘2+2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4일 “앞으로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다면 임기 전반기를 준비 기간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진전이 없다면 경직된 대응으로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북한은 체제 유지, 남한은 대북 교류를 맞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적 대치 상황을 극적으로 대화로 풀어낸 만큼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잘 살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제안 성사되나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답보 상태에 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신뢰 형성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부터 올해 지뢰·포탄 도발까지 ‘강공’에 나서면서 좀처럼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신뢰를 쌓을 기회조차 만들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2+2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전반이 의제로 다뤄짐에 따라 남북관계가 새롭게 전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동북아 정세가 위태로워진다. 남북 모두 출구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번 고위급 접촉이 대화 국면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던 대북사업들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한 이산가족 6만여 명의 명단을 북한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거친 뒤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는 방안이다. 인도적 교류이기 때문에 북한이 거부할 명분도 적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명단을 박 대통령이 직접 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도 예상된다.○ 도발의 악순환 고리 끊을 기회 이번처럼 남북 사이에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다가 대화에 물꼬가 트이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북한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도발을 감행한 뒤 대화를 통해 ‘당근’을 얻어내는 전략을 썼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 뒤인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됐다. 이듬해인 1994년 3월 남북 특사교환 실무회담에 나선 박영수 북한 대표가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공개되자 서울은 공포에 빠졌다.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미국은 항공모함 5척을 동해로 보내 핵시설 공습 준비를 하는 등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나 극적으로 위기가 타결됐다. 결국 1차 핵 위기로 북한은 대북 경수로 지원이라는 당근을 얻었다. 하지만 북한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지속했다. 또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1999년 6월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김대중 대통령)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강행(노무현 대통령)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이명박 대통령) 등 북한은 우리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군사적 위협을 가한 뒤 협상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곤 했다. 도발을 하고 결과적으로 대가만 챙긴 북한의 행태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접촉을 통해 대화 채널을 확보하되 과거 전례를 따르지 않도록 세심한 향후 대척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임기 절반을 보낸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점수는 5.7점으로 임기 1년 평가(8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외교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교·안보·통일 분야 전문가 10명은 북한 리스크 관리(6.4점)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6.4점)에 대해 가장 좋은 평가를 내렸다.○ 북한 리스크 관리 ‘원칙’ 통했다 2013년 3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개성공단의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개성공단은 폐쇄 직전까지 몰렸다가 남북이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33일 만에 정상 가동에 합의했다. 목함지뢰와 포탄 도발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고, 결국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비정상적인 남북 관계를 바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위협에 동요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를 했다. 북한 길들이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위기 예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군사 도발에 대한 사후 수습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선제적인 위기관리는 성과가 없다”며 “강(强) 대 강 대치 상황에서는 위기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한중 관계 균형점 잘 찾아 올해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중국의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참석 등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시험지를 받아 든 형국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잘 잡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대체로 ‘양호’라는 평가를 내렸다. 임기 1년 당시 조사와 비교하면, ‘한미, 한중 관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는 공감대도 커졌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는 ‘북핵 막아 줄 거냐’, 미국에는 ‘돈 좀 벌어 오겠다’며 당당하게 논리를 펴야 한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말고,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균형 외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정부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중국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고 중국에 밀착했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양립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성립시키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요 외교 정책 실천 없고 NSC 역할 실종 3대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균 4.9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구본학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장에 비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도 4.7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원칙’ 대응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한미일 안보 동맹이 흔들리는 등 결국 한국만 손해를 봤다는 것.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일 관계 원칙 대응으로 국민의 지지는 얻었겠지만 국익은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정책 통합 조정 기능에 대해서는 혹평(3.6점)이 나왔다. 대통령국가안보실이 존재감이 없고,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의 집단 지성을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NSC는 결정 기관이 아니고 보좌 기관인데 대통령에게 제대로 조언하고 있는지 의문”(안광찬 전 대통령국가위기관리실장), “군인 위주인 현재의 인적 구성으로는 통합적인 안보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는 평가도 나왔다. ▼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가나다순) ▼▽정치(10명)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10명) 구본학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안광찬 전 대통령국가위기관리실장 ▽경제(15명)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노동·교육·복지(15명)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전제철 부산교대 교수,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문화(10명) 강일권 대중음악 평론가, 고지석 래몽래인(드라마 제작사) 부사장, 김주영 소설가, 박신의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제성 클래식 평론가, 심재명 명필름 대표, 윤철호 사회평론대표,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황두진 건축가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남북이 고위급 접촉의 ‘공동보도문’ 작성에 합의해놓고 북측은 ‘사과 문구’를 두고 막판에 세세한 표현까지 문제를 삼았지만 결국 사과를 표명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했음에도 사과를 표명한 것은 네 차례에 불과하다. 1968년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1·21사태를 비롯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 2002년 2차 연평해전 등이다. 이번 협상에서 사과 표명 여부가 민감한 쟁점이 된 이유다.○ 사과와 재발 방지 명시… ‘대북 원칙론’ 통했다 남북이 25일 새벽에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핵심 내용은 △남북 당국회담의 서울 또는 평양 개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이다. 이외에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즉각 해제하는 것을 비롯해 △9월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남북 간 다양한 분야 민간교류 활성화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분명히 하느냐를 놓고 3일간 회담 내내 진통을 겪었다. 북한은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유감’이나 정도가 덜한 다른 단어를 고집했다. 또 사과하는 주체를 모호하게 하려 했다. 주체가 명기되지 않으면 북측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협상 승리로 선전할 수 있다. 나중에 남북한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은 통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면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매번 반복되어 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라면서 “우리 정부의 변하지 않는 최종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은 ‘사과 표명’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대한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일부 병사들은 전역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전역을 연기한)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박했던 협상 막전 막후 박 대통령의 ‘원칙’과 김정은의 ‘오기’가 부딪치는 가운데 66세 동갑내기인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43시간 동안 사활을 건 ‘끝장 협상’을 했다. 특히 황병서와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이 모니터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죽기 살기 식’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공동보도문은 남과 북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가 제시한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어진다. 공동보도문 문구 수정에 북한이 시간이 걸린 것도 김정은의 재가가 일일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두고 줄곧 신경전을 벌였다. 등 뒤에 칼을 쥐고 손을 내민 남북 협상은 평행선과 접점 찾기, 난항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였다. 사과 대 심리전 방송 중지라는 쟁점을 두고 1시간여 동안 기조발언을 주고받은 이후부터 남북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간 협상을 벌이다가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정회하기를 반복했다. 훈령 대기시간은 10여 분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24일 오전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 사과 등 핵심 쟁점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문안에 대해 황병서가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3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양건은 지뢰 도발 책임 유무를 떠나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박 대통령이 관심 큰 대표적 남북 협력 현안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현안은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등이었다. 하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며 맞섰다.박민혁 mhpark@donga.com·우경임·윤완준 기자}
남북이 22, 23일 연이어 고위급 접촉을 한 급박한 순간에도 회담 시간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고위급 접촉 시작 시간이 예고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열리자 우리 시간보다 30분 늦은 북한의 ‘평양 표준시’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초 청와대는 전날 오후 6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리므로 당연히 ‘현지 시간’에 해당하는 우리 시간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실제 회담은 6시 반에 시작됐다.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오후 6시보다 늦은 시간에 회담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23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하기로 양측이 합의하고 발표했으나 실제 남북 고위급 접촉은 오후 3시 반에야 시작됐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당연히 우리 시간으로 회담이 열린다”고 설명했으나 이틀 연속 회담이 30분 늦게 시작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0년 천안함 폭침의 학습 효과 때문일까.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우리 천안함이 침몰했다. 두 달 뒤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제 중어뢰”라는 결과를 발표했고, 5월 24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하고 확성기 방송을 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조치(5·24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 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 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반발하는 데다가 (확전을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 미국도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라고 우회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북 심리전 재개는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 대화가 재개되면서 북한 의도대로 끌려다녔다는 비판이 나왔다. 5년 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에 비하면 4일 목함지뢰 도발은 오히려 ‘저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나섰다. 이번에도 북한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공개 경고했고 20일 실제 두 차례 포탄을 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응사격을 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했고, 다급해진 북한이 먼저 대화 제의를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지형도 북한에 비우호적이다. 북한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그해 12월에는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북-중 관계는 급속 냉각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참석을 결정할 정도로 한중 관계는 순항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이례적으로 “중국이 현 상황과 관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북한의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은 22일 오후 5시인가? 5시 30분인가? 조선중앙방송은 2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일 17시 남조선 국방부에 48시간 안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을 전면 철거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간다는 최후통첩을 내보낸 군 총참모부의 결심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국방부 앞으로 전달한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에서 ‘22일 오후 5시’ 시한을 제시했다. 문제는 북한이 15일부터 우리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채택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22일 오후 5시’가 북한 시간인지, 우리 시간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현재 북한 시간은 우리 시간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다. 이를 적용하면 북한이 전통문에서 언급한 오후 5시는 우리 시간 오후 5시 30분이다. 최후통첩 시한도 우리 시간으로 22일 오후 5시 30분이 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21일 “22일 오후 5시가 맞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전통문이 우리 시간으로 20일 오후 5시경(평양 표준시간 오후 4시 30분) 전달됐기 때문이다. 실제 통보가 이뤄진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실을 찾아 이 같은 취지를 설명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북한은 20일 조선인민군 중앙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21일부터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북한이 전선지대에 선포한 준전시상태는 전시상태 직전 단계다.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 북한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를 중심으로 인민군과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준군사조직까지 진지에서 24시간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북한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것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1983년 팀스피릿 훈련 △1993년 팀스피릿 훈련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북한이 ‘22일 오후 5시’를 최후통첩 시한으로 거론한 만큼 군 당국은 시간차를 둔 도발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군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11곳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시작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남측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임명되어 전선으로 급파됐다”고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어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일제히 이전한(전환한) 조선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들은 군사적 행동 준비를 완료했다”며 “최후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룡 북한 인민군 2군단장이 20일 포탄 도발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장정남 5군단장이 추가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민무력부장(대장)을 지낸 장정남은 지난해 7월 강등돼 일선 군단장(상장)으로 물러난 만큼 재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후방 테러 등 비정규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에서 사이버전, 후방 테러 등을 담당하는 정찰총국이 보고를 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대남 강경파’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남북한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이어 포격 도발까지 감행한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며 22일 오후 5시 이후 추가적인 도발을 예고했고 우리 군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제3야전군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직접 점검했다. 3군사령부는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발생한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만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최전선 작전지휘소를 대통령이 직접 찾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장병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하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 박 대통령은 당분간 안보 일정만 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저녁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온다면 가차 없이 단호하게 응징하여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겠다”라고 강조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데 이어 이틀 연속 NSC 상임위를 개최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며 협박 수위를 높였다. 대남 무력도발의 총책 격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남한의 확성기 방송은 조선(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심리전”이라며 “남조선이 군사 도발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지시라며 “21일 오후 5시(한국 시간 오후 5시 반)부터 조선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들에 작전 진입이 가능한 완전 무장한 전시 상태로 이전(전환)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총참모부 명의로 48시간 ‘최후통첩’을 한 북한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앞 전통문 서한조차 접수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한민구 장관은 21일 전군 작전 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북한이 22일 오후 5시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1개 지역에서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에 대해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우경임·정성택 기자}
정부는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조기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1일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모두 628명으로 확인됐다. 개성에는 개성공단 관계자(534명)와 개성·만월대 남북공동발굴단(10명) 등 544명, 평양에는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선수단과 취재진(83명) 및 유럽 국가 대사의 한국 국적 부인(1명) 등 우리 국민 84명이 머물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선수단은 24, 25일 이틀간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상황을 봐서 좀더 (귀국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1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개막해 24일까지 열리는 15세 이하 국제유소년축구대회는 남북체육교류협회와 평양국제축구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강원도, 경기 연천군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남측 대표단은 경기도와 강원도가 도내 중고교에서 20명씩 선발한 선수들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선수들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홍 장관은 개성·만월대 발굴단도 일단 개성공단으로 철수시켜 체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날 개성공단 출·입경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한 출·입경은 북한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도 좋다’는 동의서를 보내와야 진행된다. 통일부는 당일 출·입경이 가능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직접 관계자 등 최소 인력에 대해서만 당분간 출·입경을 허용키로 했다. 이날 실제 출경 인원은 343명, 입경 인원은 639명으로 집계됐다. 22일 북한 쪽으로 출경할 인원은 243명, 남쪽으로 입경할 인원은 457명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의 주말 평균 체류 인원은 270명 정도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