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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고치고 다듬어 공동체까지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전면 철거한 후 새로운 동네를 조성하는 뉴타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도시재생 시범구역 5곳을 지정했다. 각각 100억 원씩 4년간 투자한다. 서울 성북구 장위13구역은 뉴타운 해제 지역으로 유일하게 도시재생 시범구역에 포함됐다. 뉴타운 수습 방안으로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실험하게 된 장위13구역(장위동 232-17번지 일대)을 지난달 직접 찾아봤다.○ 개발 기대에 10년 ‘허송세월’ 장위13구역(31만8425m²)은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10년 동안 집도, 도로도 그대로 방치됐다.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은 75.8%. 주민들은 철거될 집이라며 수리도 하지 않았다. 동네를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 최근 5년간 인구는 10% 가까이 줄었다. 사실 장위13구역은 ‘뉴타운 광풍’이 없었다면 개발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왕복 2차로 도로가 가까운 아랫동네에는 1970년대 군 장성들이 살던 고급 주택이 늘어서 있다. 북서울꿈의숲에 인접한 윗동네로 올라가면 경사길에 연립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뉴타운이 지정됐을 당시부터 “도로도 넓히고 낙후된 동네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과 “멀쩡한 집을 부수고 왜 아파트를 새로 짓느냐”는 의견이 대립했다. 그러나 서울시 조사 결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를 대부분 새로 만들고 아파트 옹벽도 세워야 했다. 추가 분담금은 계속 늘어났고 “새 아파트보다 월세를 받는 편이 낫다”며 반대하는 주민이 과반수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주민 송모 씨는 “10년 동안 집값은 반 토막이 났고, 동네는 발전을 멈췄다”며 “10년 세월만 날려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낮고 원주민 내쫓는 뉴타운 장위13구역 주민은 재개발이 시작된 근처 장위2구역과 장위5구역에 살다 싼 집을 찾아 밀려든 주민이 대다수다. 이처럼 뉴타운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매우 낮다. 서울시에 따르면 뉴타운 지구 재정착률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뉴타운 지정이 활발하던 2004∼2008년 서울시 땅값 상승률은 평균 7.6%였지만 뉴타운 지구는 48∼258% 올랐다. 주민들을 외곽으로 몰아낼 뿐 주거 안정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주택 재건축·재개발과 도로, 편의시설 확충까지 포함하는 뉴타운은 물리적인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반면 도시재생은 소규모 개발이 이뤄지는 데다 일자리 창출이나 공동체 활성화 같은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춘다. 성북구는 도시재생사업 과제로 △한부모 지원센터, 마을도서관 등으로 이뤄진 커뮤니티센터 설치 △빗물을 저류조에 저장하는 빗물공동체 △감나무 공동수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을 제안했다.○ 도시재생 ‘실험’ 성공할까 그러나 ‘단기간’에 ‘대규모’로 주거환경이 바뀌는 데 익숙한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마치 고립된 섬처럼 낙후된 동네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민 이모 씨는 “‘우리 동네만 재개발이 안되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하는 이웃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오래된 주택을 철거하고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짓는 곳도 늘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임대업자들이 더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주민 참여가 필수다. 공공이 예산을 투입하고 주민을 동원하는 사실상 관 주도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프라를 바꿔 새로운 동네를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 복원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와 성북구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도시재생 전문가를 영입했다. 공무원과 마을주민 사업시행자 등으로 구성된 도시재생운영위원회도 설치했다. 행정적인 체계는 갖춰졌지만 아직 주민들은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도시재생을 재개발, 재건축의 다른 이름 정도로 아는 주민도 많았다. 이재우 목원대 교수는 “낡은 집을 주고 새 집을 얻는 과정에서 재산 증식의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는 도시재생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먼저 마을 리더를 길러내고 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스카이아파트도 처음에는 고급 주거지였다. 당시에는 4, 5층짜리 연립주택이 신주거지로 인기를 모았다. 주채순 씨(77·여)는 1977년 당시 1500만 원에 아파트를 사서 입주했다. 주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정릉 일대에서 여기만큼 좋은 집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3000만 원 융자 지원을 받아 이사를 하더라도 갚을 길이 막막하다. 임대주택에서 낼 임차료조차 감당할 자신이 없다. 주 씨를 포함해 이곳에 남은 주민 대부분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다.○ 강북 구도심에 몰린 노후 주택 스카이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저층 주택 가운데 72.3%는 2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0년 이상 된 저층 주택이 많은 곳은 성동구(86.3%), 동대문구(82.6%), 중랑구(81%) 순이다. 모두 2008년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멈춘 곳이다. 서울에는 무려 683곳이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으로 지정됐었다. 이 가운데 245곳(36%)이 해제됐다. 본격적으로 뉴타운 출구전략이 언급된 이후인 2012∼2014년에만 184곳이 해제됐다. 남아 있는 구역도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올 4월 서울시가 나머지 구역 가운데 사업 추진위원회가 있는 327개를 전수 조사했더니 절반 이상은 사업이 정체되거나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간 이해관계가 달라 사업에 진척이 없거나 사업성이 낮아 나서는 시행사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27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짧다. 주택 수명은 기존 건물이 지어진 때부터 새로운 건물을 짓기까지의 기간이다. 한국은 미국(71.95년), 프랑스(80.23년) 등의 3분의 1, 일본(54.25년)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에는 지은 지 30년 이상 돼 사실상 ‘수명을 다한’ 저층 주택이 34.9%나 된다. 오래돼 낡은 주택의 보수가 미뤄지면 사람이 떠난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교육 여건도 나빠진다. 다시 사람이 떠나고 주택은 비어 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실제로 서울 곳곳의 정비 사업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엔 1만5000여 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뿐 아니라 지역 전체가 점차 ‘슬럼화’되는 것이다.○ 한국형 도시 재생 가능할까 1980년대 이후 도시화에 따른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가 대거 개발됐다. 반면 주택 공급과 기반 시설 투자가 멈춘 구도심은 점점 쇠락했다. 이른바 ‘쇠퇴하는 도심’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농촌보다 열악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쇠퇴하는 도심의 노후 주택 비율은 56.4%로 농어촌(55.8%)보다 높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문화체육시설도 농어촌보다 오히려 적었다. 이런 지역에 단순히 주택을 새로 짓거나 수리한다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가 없고, 편의시설이 없고, 교통이 불편한 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사람들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먼저 부동산 버블을 겪었던 선진국 역시 도심 노후 주거지에 빈집이 늘면서 슬럼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실업 홀몸노인 보육 건강 범죄 등 사회적 문제가 동반됐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도시 재생이다. 일본 시가(滋賀) 현 나가하마(長濱) 시, 영국 런던 템스 강변 코인스트리트 등은 낙후된 공장 및 주택 리모델링과 함께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는 경제적 효과까지 얻었다. 한국은 2013년 ‘도시재생법’을 제정했다. 한국형 도시 재생은 아파트 건설 위주의 개발을 버리면서 낙후된 구도심을 살려야 한다. 또 ‘베드타운’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 지속적 자생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는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의 문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남과 신도시도 마주해야 하는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성장 시대에는 대규모 개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제 동네를 고쳐 가며 사는 방식으로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이철호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3박 4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8일 귀국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지 못했다. 이날 낮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여사는 “(남북 1차 정상회담의) 6·15 정신을 기리며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힌 뒤 서둘러 공항을 떠났다. 동행한 방북단의 표정은 착잡했다. 이번 방북은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내년 좋은 계절에 꼭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 성사된 것이다. 그래서 방북단은 내심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 기대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순안공항 영접부터 마중까지 모든 일정을 수행했고 환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여사가 만난 최고위급 인사가 차관급이었던 셈이다. 방문 첫날인 5일 맹 부위원장은 김정은과의 만남이 없을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그는 김정은을 대신해 “이희호 여사님은 선대 김정일 위원장,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6·15선언을 하신 고결한 분이기에 정성껏 편히 모시라고 말했다”고 전했을 뿐이다. 김정은의 메시지도 없었고,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의 영접도 없었다. 결국 김정은이 아흔이 넘은 이 여사를 직접 초청하고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홀대 논란’도 나온다. 이 여사는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8일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어떤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일각 “北의 홀대, 방북 힘 안실어준 정부 탓” ▼면담 불발은 김정은의 다음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로 보인다. 우선 김정은이 당분간 남북관계에서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계기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선다면 남북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질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 군사훈련에도 북측은 민감하다. 과거 북한이 남북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와 겹친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져 인도적 대북 지원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은 “2011년 김정일 조문 당시와 비교해 평양에 주상복합 같은 고층 건물도 늘고, 휴대전화 사용도 자유로웠다”고 활기찬 평양 표정을 전했다. 김정은이 홀대 논란을 통해 남남(南南) 갈등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민간 차원의 방북이라고 미리 선을 그었기 때문에 북한의 푸대접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9일 “당초 면담 성사 가능성이 낮았다”고 반박했지만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가 민간 차원의 방북이라 강조하고, 정치인 방북을 배제하면서 방북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개인의 방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3일 이 여사를 직접 찾아가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등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하반기 남북관계 개선의 호재가 물 건너감에 따라 광복 70주년을 앞둔 정부의 운신의 폭도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에 이런 집이 남아 있다니….” 1969년에 지은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언덕 위 스카이아파트. 지난달 찾아간 스카이아파트는 세월을 혼자서만 맞은 듯했다. 외벽은 여기저기 갈라졌고 녹슨 철근은 끊긴 채로 벽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손으로 벽체를 훑자 새하얀 시멘트 조각과 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스카이아파트는 이미 20년 전 건물안전점검에서 재난위험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서울 성북구는 이 아파트 5개동 가운데 붕괴 위험이 가장 컸던 1개동만 먼저 철거했다. 남은 4개동에는 16가구가 살고 있다. 정릉3동 한복판에 위치한 스카이아파트의 재개발 지연은 동네 전체의 슬럼화를 불러왔다. 낡은 집들만 남아있고, 도로에는 가로등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거환경이 낙후되자 사람들은 떠나갔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흉물(스카이아파트)이 떡하니 서 있으니 동네 전체가 죽는 건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스카이아파트는 2000년대 들어 불기 시작한 ‘개발 광풍’이 지나간 뒤 쇠락해 가는 서울 도심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내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다가구, 다세대 등 4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 가운데 72%(2014년 말 기준)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었다. 한국의 주택 수명은 평균 27년. 인구 고령화 못지않게 ‘주택 고령화’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나 건설업체, 개인들은 여전히 재개발의 ‘신기루’에 홀려 도심 슬럼화를 방치하고 있다. 현재 서울 저층 주거지(111km²)에는 약 164만 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재개발 재건축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교통 위생 등의 주거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빈집이 늘어나 우범지대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꺼번에 모든 건물을 부순 뒤 고층아파트를 세우는 방식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새로운 재개발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김호철 단국대 교수(한국도시재생학회장)는 “노후 주택을 방치하면 동네 전체가 슬럼화된다”며 “이런 경험을 먼저 한 영국 일본 등은 소규모 정비와 함께 해당 지역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도시재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이철호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공무원 A 씨는 지난해 9월 동물용 탈취제 업체로부터 제조업 신고서류를 제출받았다. A 씨는 동물용 탈취제 업체 직원 B 씨에게 세 차례나 보완을 요구하며 신청서류를 반려했다. ‘밀린 민원이 100건인데 해당 업체로부터 먼저 진행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아 오라’ ‘공장등록증명서 주소지가 공장이 아닌 상가 건물이다’ ‘일반건축물 대장의 용도를 제조업소로 변경해 오라’ 등 대부분 필수 서류가 아닌 것들이었다. A 씨는 또 허가심사 도우미를 문의하거나, 신고 처리 기간을 알려 달라는 요구도 번번이 묵살했다. 직원 B 씨가 “신고 처리가 지연되면 파산한다”고 항의하자 공무원 A 씨는 “그쪽 사정”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감사원 조사가 시작되자 두 달이 지난 11월에야 신고를 수리했다. A 씨의 ‘갑(甲)질’에 제조업 신고 처리 기간(10일)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정부는 연일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지만 공무원의 이 같은 무사안일한 ‘갑질’ 관행은 여전했다. 감사원은 4일 6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같은 ‘소극적 업무처리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행정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57.8%는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평가했다. A 씨는 “교육과 출장으로 바빴다”고 변명했으나 감사원은 “고작 17쪽인 서류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3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민주당 대표 일행 접견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닷새간의 여름휴가는 일종의 ‘계절학기’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면서 임기 반환점(25일)을 앞두고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할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정국 구상을 가다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름휴가 기간 내내 매일 보고서 검토로 시작해 보고서 검토로 마무리하는 생활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매일 오전 6시 반 눈을 뜨자마자 참모진이 건넨 당일 언론보도 스크랩을 펼쳐들었다. 관심 있는 기사들은 해당 신문을 찾아 재차 꼼꼼히 확인했고, 특정 신문은 아예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통독’했다고 한다. 2시간여의 신문 읽기로 여론을 살핀 뒤 본격적인 정책 보고서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과 24개 핵심 국정과제에 관한 보고서가 주를 이뤘다. 광복 70주년 경축사와 특별사면도 중점 검토 대상이었다. 이해가 안 되거나 보고서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보고서와 씨름을 하고도 모자라 가끔 잠자리에까지 보고서를 들고 간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박 대통령의 휴가 때의 구상은 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국무회의에서 내수 진작 등을 위해 광복절 전날인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14, 15일 양일간 고속도로 통행을 무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카다 대표와의 접견에서 “곧 발표될 아베 신조 총리 담화가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했던 무라야마, 고노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재확인해 양국 관계가 미래로 가는 데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지금이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자, 오카다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수치스럽다”고 답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우경임 기자}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여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최근 인사혁신처에 임시공휴일 지정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하면 임시공휴일 지정이 가능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선례가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부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월드컵 폐막 이튿날인 그해 7월 1일(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계획하는 등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켜 박근혜 정부 후반기를 맞아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침체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취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인 15일이 토요일이어서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사흘 연휴가 되기 때문에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우경임 woohaha@donga.com·홍수영 기자}

“친한(親韓) 지한(知韓) 외국인이 늘어나면, 한국의 힘도 커지게 됩니다.” 전직 기업 주재원, 공무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시니어공공외교단 2기 발대식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공공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했던 전통적 외교와 달리 상대국 민간을 상대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활동이다. 외교부가 지원하는 시니어공공외교단은 해외 근무 경험이 있고 외국어에 능통한 50대 이상 ‘시니어’ 37명으로 구성됐다.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최하경 단장(70·전 현대상선 미국 LA법인 총괄사장)은 “전통외교 무대에서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지만 공공외교 무대에서는 충분히 힘을 가질 수 있다”며 “공공외교를 통해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아직도 국가 브랜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외국인은 대한민국 하면 아직도 6·25전쟁, 남북 분단, 북핵 등을 떠올린다. 최 단장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외국인에게 호소력이 있다”며 “정(情), 케이팝 등 한류, 한식은 우리의 대표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정을 느낄 수 있는 한식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체험이다. 건강식이라는 강점도 있다. 시니어공공외교단은 주한 외국인에게 한국을 정확히 알리고 각국에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다. 세계에 한국을 보는 시각을 제공하는 CNN 알자지라 등 각국 언론인, 블로거와 함께 남한산성 수원화성 등을 함께 돌아봤다. 베트남 및 몽골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같은 최첨단 산업 현장과 인근 문화 유적을 함께 돌아보며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정 등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니어공공외교단 2기 단원인 최선길 씨(55·한일우호교류협회장)는 “부산에서 공부하는 가나 유학생 등에게 부산을 소개해 줬더니 나중에 가나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더라”며 “이들은 본국에 돌아가 고위 관료나 교수가 된다. 한국을 제대로 알려야겠다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동기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은 “공공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니어공공외교단이 전국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인천국제공항 운항정보관리시스템이 감사원의 모의해킹에 뚫렸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운항정보관리시스템은 항공기 이착륙 시간, 입출국 게이트 등을 승객에게 안내하는 전광판 정보를 총괄하는 시스템. 감사원은 2∼4월 인천국제공항의 정보시스템 보안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모의해킹을 실시했다. 외부 e메일을 이용해 내부망에 침투한 뒤,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권한을 탈취했다. 실제 해킹이었다면 공항 전광판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혼란이 초래됐을 수도 있다. 또 인터넷 체크인시스템을 개발한 뒤 확보한 승객 113만 명의 여권번호 관리가 부실해 외부 협력업체가 복사할 수도 있는 상태로 방치하기도 했다. 이런데도 국가정보원은 인천공항에 보안 최고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감사원이 정보보안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 시스템에 접근 가능한 IP주소를 부여해 일종의 실험을 한 결과”라며 “이후 취약점은 모두 보완을 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여름휴가를 보내는 소회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요즘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과 보고서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하루가 짧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름은 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장마가 지나가니 폭염으로 잠 못 이루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여름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웃 중국 청년이 보내온 따뜻한 글이 마음에 남아 올려본다”며 자신이 받은 편지와 초상화 등을 찍은 사진도 올렸다. 그리곤 국민에게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새로운 마음으로 재충전하는 시간들이 되시길 바라며…”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2월 17일 설 이후 5개월여 만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콜롬비아 반군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탈북민 정착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다.” 콜롬비아 국민대통합청(ACR) 공무원 15명이 10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방문한다. 외국인 공무원이 하나원에서 연수를 받는 건 개원 이래 처음이다. 하나원 관계자는 “콜롬비아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탈북민 정착프로그램을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10월 중 2주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이후 오랫동안 내전을 겪어 온 콜롬비아는 반군을 사회인으로 재교육하는 문제가 중요한 화두다. 지난 10년간 진압된 반군 6만 명이 사회로 복귀했다. 하지만 10대에 입산해 전쟁을 치러왔기 때문에 문맹인 데다 직업을 가진 적이 없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살상을 경험한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콜롬비아는 교육 및 직업 훈련, 의료·거주 지원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탈북민 정착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 사회통합을 저해하지 않고 다시 반군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원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 1999년 개원한 하나원은 탈북민 2만 여명이 거쳐 갔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약초 같은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드는 천연물 신약은 일반 합성성분 신약보다 개발 시간이 짧고, 연구비용이 적게 든다. 신약산업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유리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을 만들었고, 2001∼2014년 모두 3092억 원을 투자했다. 2010년 국제 공인을 받은 신약 5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천연물 신약 개발에 실패했고, 막대한 예산만 날린 셈이 됐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요구에 따라 2, 3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해당 부처에는 개선방안 마련 등 11건의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정부는 유효성분을 찾아내는 기초연구분야에 1375억 원을 투자했으나 연구 결과가 신약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기초연구 결과가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이 되기까지 관리하는 통합된 관리체계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구난방으로 연구가 이뤄졌고 제약회사가 이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개발비 나눠주기로 투자도 비효율적이었다. 유효한 천연성분을 찾아내는 기초연구에는 평균 20억∼30억 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1375억 원을 203개 과제에 나눠주면서 과제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6억6000만 원에 머물렀고 전체의 25%(53개)는 평균 지원금액이 6000만 원에 불과했다. 또 정부가 국제 기준에 맞춰 신약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지만 여기에는 9000만 원만 투자했다. 결국 천연물 신약에서 벤조피렌, 폼알데하이드 등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도 사실로 확인됐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남측 산림 전문가와 현대아산 관계자가 2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북한 금강산을 방문한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 소나무가 누렇게 변해가는 등 이상증상을 보임에 따라 원인 파악과 치료를 위한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통일부는 28일 금강산 소나무 실태 조사를 위한 방문단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산림과학원과 수목보호협회 소속 산림전문가와 현대아산 관계자 등 8명이 29~31일 북한 금강산을 방문해 소나무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5일 현대아산을 통해 “가능한 빨리 올라와 달라”며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금강산 소나무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남한에서 발생한 재선충과는 다른 것으로 전해져 5, 6월 심각했던 북한 가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부 소나무가 가뭄으로 인해 마르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방북한 산림 전문가는 내금강과 외금강 지역에 각각 1일, 강원 고성군 고성읍 지역에 반나절 가량 머물며 실태를 파악하고 원인조사를 벌인다. 정부는 치료를 위한 추가지원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강산 소나무 조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와의 연계에 대해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감사원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무사안일을 척결함으로써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이완수 감사원 신임 사무총장은 22일 취임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21일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비리유형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총체적 부패를 척결하고, 대형 국책사업 상시 검증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 사무총장도 부패 척결을 언급하면서 올해 하반기 사정정국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이날 “최근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이 지속되고 있고,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감사원은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사업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점검하고,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막중한 소임을 안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감사원 상(像)을 정립하기 위한 자기 혁신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에서 공직사회의 감독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 감사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직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총장은 1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인사(서울고검 검사) 출신으로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됐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공기업 납품 비리 의혹을 신고한 납품업체 직원이 부패신고 보상금으로 11억600만 원을 받게 됐다. 2002년 부패신고자 보상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고 금액이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에 따르면 2007년 11월 한국전력 납품업체 직원 A 씨는 이 업체가 기계장치 수입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납품 원가를 부풀린 사실을 권익위에 신고했다. A 씨의 신고를 받은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했고 1999∼2002년 4년간 해당 업체가 한전으로부터 263억 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한전은 해당 업체로부터 263억 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권익위는 A 씨에게 263억 원을 기준으로 11억600만 원의 보상금(기본 보상금 3억4600만 원과 40억 원 초과 시 4%의 인센티브를 더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권익위는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금은 부정·부패 신고로 직접적인 공공기관 수입이 증가했거나 비용을 절감했을 때 환수금액에 비례해 지급한다. 최고 20억 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부패신고 보상금 최고액은 2012년 12월에 지급된 4억500만 원이었다. 2002년 부패신고자 보상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모두 266건에 대해 82억360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1건당 평균 보상금은 3096만 원. 권익위는 부패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상금 최고 한도액을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지급 비율은 현행 20%에서 30%까지 올리는 내용의 ‘부패방지 및 권익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직원이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삭제한 자료 내용과 배경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경기 용인시 한 야산 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과장 임모 씨(45·4급)는 유서에서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며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자신의 빨간색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으며, 조수석과 뒷좌석에는 다 탄 번개탄이 놓여있었다. 조수석에서는 가족, 부모, 국정원 앞으로 1장씩, 모두 3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19일 이 중 국정원 관련 유서 1장을 공개하면서 “부모와 가족에게 남긴 유서 2장은 순수하게 가족과 관련된 사적인 내용이어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정원 해킹 논란이 커지자 임 씨가 자신이 잘못 대처했다고 판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과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은 19일 “임 씨가 서버를 삭제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국정원이 조만간 100%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를 복구해 국회 정보위에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날 저녁 직원 일동 명의로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그의 죽음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는 소재로 삼는 개탄스러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국가안보의 가치를 더이상 욕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책임 또한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용인=남경현 bibulus@donga.com·유원모 / 우경임 기자}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운용했던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자 19일 국정원 내부는 온종일 침통했다. 국정원은 직원 일동 명의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누구보다 업무에 헌신적이고 충성스럽고 유능한 직원이었다. 왜 그 직원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묻고 또 묻고 있다”며 정치권을 정면 겨냥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의 방문을 허용하고, 해킹 프로그램 사용 기록까지 공개하기로 했음에도 정치권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임 씨가 압박감을 느꼈다는 주장도 했다. 국정원은 “이 직원은 본인이 실무자로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매도에 분노하고 있었다”며 “최선을 다해 일해 왔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자기가 잘못해서 국정원에 누가 되지 않았나 하고 노심초사했던 것으로 주변 동료들이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원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외교적 부작용이 발생해도, 국정원이 약화되어도 상관없다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 이어졌다”는 비판도 했다. 임 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보호해야 할 기밀이 훼손되고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기희생으로 막아보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16일 “올해 하반기에 열릴 한미 정상회담 의제는 에너지, 사이버, 우주, 환경, 기술 등 5가지”라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총동창회 초청 조찬 강연에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 진출해야 할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집을 한 층 더 높이는 건축을 할 때 궂은날보다는 좋은 날을 선택하듯이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지금 한미 관계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관훈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 문제에 관한 중요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 발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정상회담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주요 의제가 결정됐다고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며 “남북 대화든 6자회담이든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감사원은 신임 사무총장에 이완수 변호사(56)를 임명 제청했다. 이 변호사가 임명되면 외부 인사가 16년 만에 감사원 사무총장을 맡는 것이어서 감사원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은 1999년 이수일 전 사무총장 이후 줄곧 내부에서 발탁됐다. 경북 영덕 출신인 이 사무총장 후보는 대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한 뒤 대검찰청 감찰1과장, 대전지방검찰청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2007년 삼성 특검 당시 삼성 측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는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이고, 친박(친박근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대구고 동기다. 총리, 부총리와 가까운 검찰 출신이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됨에 따라 부패 척결 등 공직사회 기강 다잡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병철 감사위원의 후임으로는 김영호 사무총장(54)을 임명 제청했다. 김 총장은 진주고와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27회)에 합격해 감사원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18차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 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위원회’를 열어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이우경 씨 등 183명을 6·25전쟁 납북자로 추가했다. 2012년 위원회 출범 이후 모두 3988명이 6·25전쟁 납북자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이 씨는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던 1950년 7, 8월경 북한군에 납치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221명을 심사해 이 씨를 포함한 183명을 납북자로, 11명은 납북자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나머지 27명에 대해서는 ‘납북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